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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는 내 사랑] (12) 만화 서포터스 ‘클래지콰이’ 호란

    [만화는 내 사랑] (12) 만화 서포터스 ‘클래지콰이’ 호란

    일렉트로닉 팝밴드 ‘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33·최수진)은 팔방미인이다. 어쿠스틱 팝밴드 ‘이바디’의 보컬로도 활동한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재능을 보이기도 했다. 연기에 도전한 적도 있다. 번역가로, 작가로 책을 내기도 했다. 이런 다재다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남다른 만화 사랑이 그 답은 아닐까. 침대에 누워서도, 화장실에 앉아서도 항상 만화를 끼고 산다는 그녀. 최근에는 만화 홍보대사격인 ‘별별 만화사랑 서포터스’로 위촉되기도 했다. 사실 ‘호란’이라는 예명도 일본 만화 ‘천재 유교수의 생활’ 15권에 나오는 몽골 여성 캐릭터 이름에서 따왔다. 소리 울림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는데,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만화 캐릭터와 비슷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고. 1980~90년대 만화잡지 세대인 그녀의 기억 속에 가장 오래된 만화는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순정만화 ‘금빛 깃발의 이름으로’다. 일본 작품의 모작이었다는 게 아쉽지만. 아버지, 어머니 모두 만화를 좋아했다. 특히 어머니는 김동화 작가의 열혈팬.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공부를 강조하면서도 만화잡지 ‘보물섬’만은 꼭 사줬다. 친척 언니들이 모아 놓은 순정만화 잡지 ‘르네상스’, ‘하이센스’ 과월호를 통해 ‘순정의 바다’에 빠져 살았다. 황미나·신일숙·김진·김혜린·강경옥·이미라 작가 등을 모두 그때 만났다. 공포, 환상, 추리, 화장실 개그까지 만화에 대한 폭이 넓어진 것은 대학 때부터. “따라 그리기에 푹 빠져 산 적도 있었죠. 만화 그리는 기법에 대한 책을 선물받을 정도였어요. 황미나의 작품은 정말 대단했죠. 황미나는 가녀린 그림체 일색인 다른 순정만화와 다르게 ‘슈퍼트리오’나 ‘웍더글 덕더글’ 같은 작품에서 인체를 강조했어요. 이런 여성 모습도 멋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불의 검’ 같은 김혜린의 작품은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불의 검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가라한 아사’가 제 이상형이었어요. 김혜린의 작품에는 한국적 정서와 한국적인 붓결이 녹아 있죠.” 만화 애호가로서 만화를 공짜로 소비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 대한 속상함이 보태진다. 그림 그려야지 스토리 짜야지 연출해야지, 만화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란은 만화를 꼭 돈 주고 사서 본다. “좋아하는 만화를 구입하는 게 아깝다고 공짜로 보려고 하는 것은 문화를 향유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봐요. 만화방에 가서 읽어 보고 재미있으면 산다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것조차 죄스럽네요.” 만화 홍보 대사 제안을 흔쾌하게 받아들인 것도 만화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다. 만화가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소비되는 모습도, 특정 분야에 치우친 모습도 대중음악과 겹쳐지는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만화에 담긴 노력과 예술성, 철학이 쉽게 폄하되는 경우도 많아요. 장인 정신과 깡, 애정만 갖고 버텨야 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죠. 대중음악계와 현실이 비슷해 작가들의 고충과 자괴감, 분노를 미뤄 짐작할 수 있어요.” 호란은 종이로 나온 만화를 더 좋아한다. 종이 만화가 주는 디테일에서 즐거움을 더 느끼기 때문이다. 출판 만화가 위축되며 우리 만화 시장이 웹툰 위주로 흘러가는 게 무척 아쉽다. “웹툰이 싫다는 게 아니라 웹툰만 남은 것 같은 상황이 안타깝다는 거예요. 웹툰은 만화의 한 갈래지 만화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대중음악 시장에 ‘아이돌’ 음악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게 전부가 돼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란 얘기죠.”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3) 만화 공정 소비를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3) 만화 공정 소비를 말하다

    대중음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뮤지션은 물론이고 기획, 제작, 유통 관계자들이 어깨를 겯고 함께 거리로 나와 ‘공정 소비’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음원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 및 저가 다운로드 패키지 상품 때문에 음악인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요즘 만화계도 공정 소비가 이슈다. 무료로 제공되던 웹툰에 유료화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 대부분 문화 콘텐츠는 독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향유한다. 그러나 웹툰은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업체들이 창작자에게 원고료 형태로 비용을 지불하는 식으로 연재된다. 독자는 이를 무료로 소비한다. 포털은 독자가 일으킨 트래픽을 통해 광고 수익을 얻는다. 만화계는 웹툰의 유료화가 궁극적으로 만화는 공짜라는 인식에 변화를 가져와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순정만화’부터 ‘조명가게’까지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제공하는 강풀 작가의 9개 작품이 지난 10일 유료로 전환돼 파장이 일었다. 현재 영화화하고 있는 ‘26년’은 제외됐으나 포털에서 연재된 강풀 작품은 사실상 전작이 유료화된 셈이다. 2003년 ‘순정만화’가 공개되며 본격적인 웹툰 시대가 열린 지 10년 되는 시점이라 더욱 의미심장하다. 만화계에서는 모바일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며 포털의 영향력이 줄고 있는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무료 웹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있었고, 웹 무료 공개만으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 접어든 가운데 ‘다음’이 대의명분을 선점하며 치고 나갔다는 게 만화계의 시각이다. ‘다음 만화 속 세상’의 박정서 웹툰 PD는 “좀 더 안정적인 창작 환경 즉, 웹툰 창작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인식이 완결작 유료화의 기본 배경”이라면서 “지금 연재를 진행하는 작품을 위한 창작 비용이 아닌 미래 작품을 위한 창작 비용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풀 작품이 유료화의 첫 사례는 아니다. ‘다음’ 웹툰은 지난해 이맘때 전극진·박진환 작가의 ‘브레이커’ 시리즈를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허영만 작가의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말무사), 올해 4월 정연식 작가의 ‘더 파이브’, 이달 초 홍성수·임강혁 작가의 ‘피크’를 차례로 유료화했다. 원수연 작가의 ‘매리는 외박중’은 지난해 10월 웹툰 서비스를 중지하고 아예 유료 만화 서비스로 자리를 옮겼다. 신작까지 아우르는 전면 유료화는 아니다. 연재가 종료됐거나, 연재 중이더라도 오프라인 단행본으로 출간된 분량이 대상이다. 부분 유료화인 셈. 브레이커는 오프라인 단행본 한 권에 해당하는 온라인 분량을 보는 가격이 300원, 강풀 작품은 500원, 피크는 600원, 더 파이브는 1000원, 말무사는 1600원으로 책정됐다. 유료화 여부나, 가격 책정은 전적으로 작가들의 선택이라는 게 ‘다음’ 쪽 설명이다. 또 수익 대부분이 작가들에게 배분된다고 했다. 독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반대 의견의 골자는 광고 효과를 유발하는 독자가 왜 이중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유료화를 선택한 작가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도 나온다. 반면 유료화는 당연한 흐름이라거나 진작에 했어야 했다는 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유료화 이전과 이후 히트 수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도 주목된다. ‘다음’ 박 PD는 “실제 수익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작가에게 돌아간 부분이 결코 적지 않다. 유료화가 실제 창작자들의 수익으로 유의미하게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료화는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강도하·이충호 작가 등 스타급 작가들과도 이미 유료화 일정에 합의했거나 논의중이다. 포털업계 1위 네이버가 동참할지도 관심이다. 네이버는 현재로선 ‘다음’과 유사한 형태의 유료화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만화계는 영화·음악을 유료 서비스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네이버가 무료 전략을 고집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네이버 웹툰 작가들 사이에서도 이미 유료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코리아가 웹툰 서비스를 중단한 상황과 맞물려 웹툰 시장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웹툰 작가 팟캐스트 방송 ‘부머라디오’의 진행자인 권혁주 작가는 “몇 년 전부터 차근차근 매우 조심스럽게 준비해 온 터라 시장 위축을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무료로 서비스하던 웹툰을 갑자기 유료화하겠다는 게 아니라 대체적으로 이미 완결된 작품, 그리고 책으로 출판된 작품을 위주로 유료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도 어느 정도 납득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독자 반발을 키울 수도 있는 신작 유료화 여부도 관심이다. ‘다음’은 신작 유료화의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만화계는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공짜로 보는 웹툰과 연재 초기부터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웹툰이 공존하는 시기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는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를 정도로 웹툰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와 피로를 느끼는 시점이라 프리미엄 웹툰은 충분히 통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포털이 벌여 놓은 판에서 작가들이 알아서 활동해 왔지만, 앞으로는 포털이 웹툰을 제대로 팔기 위해 적극적·전략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유료화에 대한 독자의 긍정적인 반응이 작화와 스토리텔링의 퀄리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B급 취향 웹툰 등이 유료화됐을 때 반응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웹툰 유료화의 성패는 결제의 간소화에 달려 있다는 게 대부분의 지적이다. 만화계는 웹툰의 유료화가 제대로 뿌리내린다면 그동안 유료 모델 확립에 어려움을 겪어 온 디지털 만화 콘텐츠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칼럼니스트는 “웹툰 시장이 진짜 시장다운 시장이 되면 기존 페이지 만화도 온라인에서 새 생명을 얻는 등 디지털 만화 시장이 다양하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웹툰 유료화라는 화두를 통해 보다 깊은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웹툰 작가들이 받고 있는 원고료의 현실화 문제가 있다. 현재 일부 스타 작가를 제외하면 생계를 걱정하며 활동하는 작가들이 부지기수인 게 현실이다. 원고료 현실화를 위해서는 웹툰 작가들이 창출해 내는 트래픽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또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 원고료 외에 작품 내 간접 광고나 중간 광고 등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개별 작가들의 원고료를 현실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성 확보와 복지를 위한 기금 조성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정 소비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영화계의 굿다운로더 같은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작가들의 노동과 생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야만 웹툰이라는 소중한 공간이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6)삼척 도계리 긴잎느티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6)삼척 도계리 긴잎느티나무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로 관심을 모은 건축가 고 정기영 선생은 생전에 펴낸 책 ‘서울 이야기’(현실문화 펴냄)에서 “나의 집은 백만 평”이라고 했다. 집을 소유의 의미로가 아니라, 삶을 누리는 공간, 혹은 시선이 머무는 공간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또 자주 찾아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명륜동 성균관 앞 마당을 꼽으며, 그곳을 자신의 정원이라고 했다. 성균관 앞마당은 자신만큼 아끼는 사람들이 여럿 있으니, 홀로 즐기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향유하는 정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건축물에 삶의 향기, 시간의 풍진, 자연의 생명을 담으려 애쓴 그는 자연이 지은 풍경을 해치지 않고, 자연에 기대어 지은 집이어야 건강한 삶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무 앞의 공원은 아이들의 정원 “나무 앞의 공원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정원이에요. 세상에 이만큼 좋은 정원이 어디 있겠어요. 그야말로 최고의 느티나무 그늘이잖아요. 이 아름다운 정원에서 아이들이 책도 읽고, 노래도 부르며 노는 걸 바라보는 게 제일 큰 행복이죠. 하늘이 지어준 정원에서 사람을 짓는다고 할까요.” 강원 삼척 도계읍 도계리, 우리나라의 느티나무 가운데 가장 먼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가 있는 마을이다. 나무 앞에 나지막이 자리 잡은 파란 슬레이트 지붕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시설장 이이순(62)씨는 서슴없이 나무를 ‘우리 나무’ 나무 앞의 공원을 ‘우리 정원’이라고 말한다. 20년 째 자원봉사활동을 이어온 이씨가 나무 바로 앞에 지역아동센터를 건축한 건 2004년, 처음 자리 잡을 때부터 큰 나무가 있는 곳이어서 아이들을 건강하게 보살피기 위해서는 더 없이 좋은 위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도계리 느티나무에는 ‘긴잎’이라는 접두사가 붙어있다. 느티나무는 잎의 생김새에 따라 긴잎느티나무와 둥근잎느티나무로 나누기도 한다. 속리산 지역에서 발견되는 비교적 동그란 잎의 나무는 둥근잎느티나무로, 강원과 경남 지역에서 발견되는 좁고 길쭉한 잎을 가진 나무를 긴잎느티나무라고 구분한 이름이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그들의 구별은 쉽지 않다. 도계리 느티나무를 처음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일제 식민지 때의 조사에서는, 긴잎느티나무를 ‘조선의 특산’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는 생육 환경에 따른 약간의 차이로, 굳이 이를 나누지 않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산림청의 국가식물표준목록에서도 긴잎느티나무, 둥근잎느티나무를 모두 느티나무 동일종으로 취급했다. ●키 20m·줄기둘레 9m 국내 最大·最古 느티나무 키 20m, 줄기둘레 9m라는 거대한 덩치의 도계리 긴잎느티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느티나무에 속한다. 1988년 태풍을 맞아 나무 줄기의 윗 부분이 부러져 수형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키도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가장 큰 키의 느티나무다. 1910년대에 이 나무를 조사한 일본인 연구자들은 당시 나무의 키를 26m로 기록에 남겼다. 땅에서 4m쯤 올라온 자리에서 일곱 개로 나뉜 가지는 동서로 25m, 남북으로 24m를 펼치며 넓은 그늘을 드리웠다. 보호 울타리가 있어서 그늘 깊숙한 곳으로 들어설 수야 없지만, 울타리 바깥에서도 나무그늘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태양의 방향에 따라 주변에 골고루 삽상한 그늘을 드리우며 나무는 찾아오는 모두를 품어 안는다. 나이는 무려 1000년을 넘었다. 우리나라의 모든 느티나무 가운데에서 가장 오래 된 나무라는 이야기다. 줄기 곳곳에 두드러지게 드러낸 혹과 몇 차례에 걸친 외과수술 흔적에는 나무가 겪어온 세월의 풍진이 고스란히 담겼다. 나이를 거꾸로 계산해보면 고려 말, 조선 건국 즈음에도 이미 400살 가까이 된 큰 나무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 건국 당시 정치적 혼란을 피해 고려의 선비들은 이 나무를 은신처로 삼아 훗날을 기약하며, 자손과 후학을 양성했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맥락에 닿는다. 학문 도야의 현장이었다는 이야기 탓에 예전에는 입시 철만 되면 학부모들이 찾아와 치성을 올리는 나무였다고도 한다. 물론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풍습이다. 마을의 평안을 지켜주는 서낭당 나무로서 살아오던 나무였는데, 한때에는 이 자리에 도계중학교가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서낭제를 올리는 데에 적잖이 불편함을 느끼던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다른 나무로 서낭당을 옮기려고 했다. 그때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며 노여움을 표시하는 바람에 서낭당은 그대로 두고 나중에 학교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나무의 기를 받아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 “아이들과 글쓰기를 할 때도 있어요. 특별히 주제를 지정해 주지 않으면 우리 나무를 주제로 글을 쓰는 아이들이 많아요. 아이들은 ‘느티나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그늘이 되는 너그러운 사람’이라든가, ‘우리 느티나무처럼 크고 뜸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많이 써요.” 느티나무 그늘에 들어서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자신의 정원처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느티나무의 너그러움과 생명력이 자연스레 닿은 결과이지 싶다. ‘받은 만큼 베푼다’는 삶의 이치가 아이들의 글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자연의 큰 힘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아이들이어서인지, 심성이 고운데다 마음 씀씀이가 참 너그러워요.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도 느티나무의 기운을 받은 탓 아니겠어요.” 이씨는 비가 새는 허름한 집에서 아이들의 잠자리 걱정으로 날을 새워야 하지만, 느티나무 정원에서 도담도담 자라나는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것은 더 없이 즐거운 일이라고 강조한다. 하늘이 지은 천상의 느티나무 정원에서 펼치는 생명 예찬이다. 글 사진 삼척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 가는 길 강원 삼척시 도계읍 도계리 287-2. 중앙고속국도의 제천나들목으로 나가서 영월 태백 방면으로 간다. 태백시의 황지교사거리에서 국도 38호선을 이용해 14㎞ 가면 도계읍에 닿는다. 도계삼거리에서 도계강교를 건너서 도계역 앞에서 좌회전하여 400m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난 다리를 이용해 개울을 건넌 뒤 우회전한다. 다시 400m 가면 오른쪽으로 도계전산정보고등학교가 나오고, 학교 맞은편의 마을 공원에 나무가 있다. 자동차는 도로변의 노견주차장에 세우면 된다.
  •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친환경·최첨단 ‘뉴 시티’… 웰컴 투 세종시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친환경·최첨단 ‘뉴 시티’… 웰컴 투 세종시

    [생태환경도시] ▲자연과 사람이 숨쉬는 명품도시 4대강 사업으로 더욱 아름다워진 금강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도시다. 함강습지, 미호습지 등 280만㎡에 이르는 인공·자연생태습지가 조성된다. 강변을 따라 30㎞의 자전거도로 및 산책로가 조성되고 한글공원, 봄내공원 등 다양한 테마형 공원 및 생활체육공원 조성으로 시민들의 쉼터를 제공한다. 도심형 수상레저활동이 가능하도록 세종보 상류에 4개의 마리나 시설도 들어설 계획이다. ▲쾌적한 ‘5無도시’로 조성 전봇대·쓰레기통·담장·광고입간판·노상주차가 없도록 설계됐다. 도시 간선도로 전체에 공동구를 설치해 전선·통신·난방·쓰레기관을 지하화했다. 폐기물 자동수송시스템(자동 클린넷)을 구축해 쓰레기통과 쓰레기차가 눈에 띄지 않는다. ▲저탄소 녹색도시 세계 최고 수준의 저탄소 녹색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도시계획·건축물 등 6개 분야별 이산화탄소 감축 전략을 수립해 추진한다.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는 1990년 대비 70%다. 도시계획 분야는 개발예정지역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고 중심지역 도심도 총면적의 52%를 공원, 녹지, 친수공간으로 설계해 환경친화성을 높이도록 했다. 분당 신도시 녹지율(27%)과 비교하면 얼마나 쾌적한 도시인지 가늠할 수 있다. 바람길을 고려한 도시계획으로 도시의 열섬화를 최소화하고 공공건축물의 옥상녹화, 자연지반 유지, 도로 투수포장 등으로 생태면적률을 50%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그린네트워크 환경생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연환경 및 생태계를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녹지축과 하천축을 총괄하는 생태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주 녹지연결축(국사봉-원수산-전월산)과 주 하천 연결축(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류지점을 생태거점지역으로 설정해 생태를 복원하고, 주 녹지연결축에서 발원해 지방하천으로 연결되는 계곡을 녹지-하천연결 거점으로 설정해 녹지와 하천생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완성할 계획이다. [교육문화도시] ▲선진국 수준의 교육환경 공교육 중심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유지한다. 유치원 66개, 초등학교 41개, 중학교 21개, 고등학교 20개, 특수학교 2개가 들어선다. 대학이 들어설 부지도 별도로 구분돼 있다. 품격 높은 문화시설도 조성된다. 박물관, 공연장, 도서관 등을 다양하게 설치한다. 누구나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초적인 공공보건시설을 짓고 수준 높은 민간의료시설도 유치할 계획이다. 다양한 계층이 누릴 수 있는 복지시설 또한 충분히 들어선다. [스마트시티] ●첨단 U시티 첨단정보통신기술과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도시공간에 접목해 주민의 삶과 도시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도시, 기업도시뿐 아니라 전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유비쿼터스 도시 조성이 기대된다. 업무·소관별로 운영하는 교통상황실, 방범, 방재, 환경관리, 시설물관리센터 등을 하나로 통합 운영해 시민의 안전과 편의성을 도모할 수 있게 했다. 도시 전역에 초고속인터넷망과 무선망을 깔아 원격진료, 맞춤형 행정정보제공, 기상정보 등의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10분만에 ‘신상털기’… 혈액형·취미까지 줄줄

    10분만에 ‘신상털기’… 혈액형·취미까지 줄줄

    대학생 L씨의 신상을 터는 데 필요한 시간은 10분이었다. 개인 정보 수집을 위한 사이트인 코글(Cogle) 검색창에 검색할 사이트를 페이스북으로 맞춰 놓고 L씨의 이름을 입력하자 첫 페이지에 그의 페이스북 주소가 나왔다. 페이스북에는 L씨의 얼굴 사진뿐만 아니라 혈액형과 취미, 좋아하는 야구팀까지 나와 있었다. 검색 대상 사이트를 국내 유명 포털로 바꿔 다시 L씨의 이름을 입력하자 그가 달아 놓은 댓글과 카페·블로그에 올려놓은 글들이 떴다. 불과 10여분 만에 L씨의 집주소와 학교, 고향은 물론 장학금 수령, 수강 강의, 취업박람회 참가 등의 정보가 그대로 노출됐다. 정보화 사회에서 개인 정보가 얼마나 쉽게 노출되고 있는가를 보여 주는 단면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2차 아셈 인권세미나’ 사전 회의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어떻게 ‘신상털기’가 이뤄지는지를 직접 보여 줬다. 이번 회의는 아시아와 유럽 48개국의 정부기관과 학계, 비정부기구(NGO) 등의 인권전문가 120여명이 참가해 29일까지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권, 정보 격차, 인터넷상의 문화 향유권 등을 논의한다. 토론에 앞서 시연을 본 외국인들은 “간단한 정보만으로 한 사람의 공식적인 활동은 물론 성향까지도 알 수 있다니 놀랍고도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이 시작되자 “프라이버시권을 지키기 위해 인터넷의 정보 수집과 표현을 일정 정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오히려 프라이버시권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개인 정보 보호장치가 사후 처벌 위주로 돼 있어 프라이버시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면서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예방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인터넷 실명제 등을 통해 누가 어떤 글을 썼는지가 더 쉽게 노출되고 있다.”면서 “이는 예방 조치가 표현의 자유는 물론 프라이버시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권한을 어디에 둘 것인가도 도마에 올랐다. 독일 그라츠 대학의 볼프강 베네데크 교수는 “유럽은 표현의 자유에 따른 명예훼손에 대해 법원이 판단하는 반면 한국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정부 조직에서 결정하고 있다.”면서 “행정부가 하는 것이 나은지 사법부가 하는 것이 나은지 비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앤드루 푸데팟 글로벌 파트너스 소장은 “기업들이 콘텐츠를 미끼로 무한대에 가까운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개인들의 자기 정보에 대한 통제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지역 예술가 작품세계 맛보기

    지역 예술가 작품세계 맛보기

    금천구는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금천아트캠프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금천아트캠프는 지역 예술가에게 자유로운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창작물을 주민들에게 환원하기 위해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마련한 지역 예술가 창작 공간이다. 구청 옆 옛 군부대 부지를 개선해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그간 창작활동에 매진한 예술가들이 ‘유산의 발전’이라는 주제로 전시·공연·오픈스튜디오 등 성과물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29일에는 국악앙상블 지음의 가족음악회 ‘영화, 음악 그리고 소리’, 다음 달 5일과 7일에는 온앤오프무용단의 ‘유토피아’, 11일과 12일에는 음악극 ‘더 하녀들 쇼’ 등 환상적인 공연이 잇따라 펼쳐진다. 다음 달 6일부터 4일간 금천아트캠프 작가들의 작업실을 보여 주는 ‘오픈스튜디오’ 행사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 전망이다. 이 밖에 캠프 담장 등에 각종 조각과 회화, 일러스트 작품이 전시돼 주민들의 다양한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켜 줄 예정이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18분의 마법에 빠진 청중들’

    ‘18분의 마법에 빠진 청중들’

     “인간은 못 될지언정 ‘꼰대’는 되지 맙시다.” 무대에 오른 심보선 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가 입을 열자 청중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심 교수는 “꼰대는 사전적으로 노인이나 선생님을 뜻하는 은어지만, 일상적으로는 권위주의적이거나 자기만 옳다고 믿는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면서 “나이가 들면서 외부의 평가에 민감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고 나도 모르게 타인을 코너로 몰아넣는다면 바로 꼰대로 늙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교수가 “꼰대가 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고 서글픈 괴물이 된다는 것”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하자 객석에서는 우레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 24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 오비스홀에서 열린 테드x홍릉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18분의 마법’에 한껏 빠져들었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다섯 명의 연사들이 각자가 생각하는 ‘나이들어 간다는 것’에 대한 다양한 얘기들을 18분씩 털어놓았다. 100여명에 이르는 청중들은 강연 내용에 웃고 울었고, ‘생각할 꺼리’를 찾았다. 처음 연단에 선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뮤지컬 평론가답게 “삶을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한번의 공연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번 찾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그 공연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진정 가치있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은 필연적인 운명인 죽음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시각을 소개했고, 이창준 KIST 박사는 알츠하이머와 헌팅턴·파킨슨병 등 노화와 연관된 질병을 정복하기 위한 자신의 연구를 청중들의 눈높이에서 풀어나갔다.  이날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연사는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부장이었다. 지체장애아인 7살 수민이의 엄마이기도 한 홍 부장은 수민이가 태어나 소아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 완치가 되면서 함께 나이들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술회했다. 또 암 후유증으로 얻은 하반신 마비와, 여기에서 느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 이에 굴복하지 않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모녀가 함께 맞서 싸운 과정 등을 소상하게 밝혔다. 이날 청중으로 참석한 정민영씨는 “딸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라고 가르치면서, 함께 싸워나가는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나 역시 주변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천광청·리왕양 이어 불법구금 中 인권운동가 ‘펑정후’ 다시 주목

    천광청·리왕양 이어 불법구금 中 인권운동가 ‘펑정후’ 다시 주목

    미국 유학길에 오른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과 타살 의혹이 일고 있는 중국의 반체제 인사 리왕양(李旺陽)의 죽음을 계기로 불법구금돼 있는 중국 내 인권운동가들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제2의 천광청(陳光誠)으로 불리는 반체제 인사 펑정후(馮正虎)가 인권운동가들을 구금 중인 지방정부의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주목된다. ●펑정후 “리왕양처럼 자살하지 않을 것” 펑정후는 최근 한 홍콩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리왕양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결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 (시각장애 인권운동가 천광청처럼) 출국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반체제 인사 리왕양처럼) 자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11일 명보가 전했다. 펑정후도 리왕양처럼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반체제 인권운동가다. 다만 리처럼 바로 투옥되기보다 중국 공안당국의 탄압을 피해 1990년대 초 일본으로 건너갔다 1999년 상하이(上海)로 돌아왔다. 2009년 4월 일본인과 결혼한 여동생을 만나러 일본으로 갔다 중국 정부에 의해 입국이 불허되면서 92일 동안 일본 나리타공항 보안구역에서 침낭생활을 하며 귀국 요구 농성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고국에 돌아온 직후 가택연금 생활이 시작됐다. 2010년 ‘나는 고소한다’는 인권운동을 벌인 게 화근이 됐다. 천광청 미 대사관 피신사건에 이어 톈안먼 사건 23주년까지 겹치면서 감시가 한층 강화됐다. 상하이 인권운동가 추이푸팡(崔福芳)은 “천광청 사건 이후 펑이 탈출할 것을 우려해 펑의 집 대문과 창문마다 폐쇄회로 카메라가 설치된 것은 물론 인근 방범용 폐쇄회로 카메라마저 모두 펑의 집 쪽으로 향하도록 방향을 바꿔놨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펑은 인터뷰에서 “지금껏 컴퓨터 13대를 몰수당했으며 행여 종이쪽지에 글을 써서 창 밖으로 던질까 봐 집에 종이도 한 장 남겨 두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2010년부터 그를 연금하는 데 든 예산만 200만 위안(약 3억 6600만원)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中 “인권 갈 길 멀다” 시인… 계획안 발표 한편 중국 국무원은 이날 중국의 두 번째 인권 발전 계획안인 ‘국가 인권행동 계획 2012-2015’에서 “역사·문화적 제약에다 현재의 경제·사회적 발전 수준을 감안하면 중국의 인권 발전은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완전한 인권 향유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진단한 뒤 “인권보장의 제도화와 법치화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13) 사육신과 단종 복위

    [선택! 역사를 갈랐다] (13) 사육신과 단종 복위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계유정난(癸酉靖難), 아니 계유사화(癸酉士禍). 어떤 사건이 크면 클수록 그 직접적인 영향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계유사화 같은 정변도 그러하다. 계유사화는 그 자체로 엄청난 살상극이었다. 단종 복위 운동에서 목숨을 잃은 사육신 등을 포함하면, 필자의 추산으로 70명 이상의 인재가 조선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조선사람들에게 불의가 무력을 이용하여 정의를 대신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뿌리 깊은 내상(內傷)을 심어주었다. 신숙주·정인지·한명회 등은 공신(功臣)이 되어 노비와 전답을 하사받고 잘 먹고 잘살았다. 홍윤성 같은 자는 멋대로 양민들의 토지를 빼앗고 만행을 부려도 세조는 눈감아 주었다. 공신들의 세상. 원래 불의의 특권이 더 달콤한 법이다. ●원기(元氣)가 손상된다는 것 반면 찬탈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죽고 가족은 노비가 되었다. 이래서 뜻있거나 젊은 사람들은 세조 정권을 외면했다. 김시습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시습이 조정에서 별로 활동한 일도 없는데 자꾸 언급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공감의 대표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저항하고 비판하였으되 이름을 남기지 못한 많은 사람들의 또 다른 이름, 그것이 김시습이었다. 남효온이 젊은 나이에 과거를 그만두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김시습이 “나는 세종의 은혜를 받았으니 당연하지만, 그대는 나와 다르니 세상을 살아갈 계책을 세우라.”고 충고했을 때, 남효온은 “소릉(昭陵·문종 비 현덕왕후의 능호)이 추복되었을 때 나가도 늦지 않다.”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조의 찬탈은 오랫동안 바로잡히지 않았다. 비판은 좌절되었고, 공신들의 득세는 대를 이어 계속되었다. 사마천은 물었던 적이 있다. 왜 좋은 사람들은 해를 입고 사리사욕을 탐하는 자들은 떵떵거리며 잘사는가, 하늘의 도라는 게 옳은가 그른가? 어디 사마천만 했던 질문이었겠는가? 역사 속에서 숱한 사람들이 던진 질문이요, 지금 우리도 던지는 질문 아니겠는가? 이 질문을 던질 힘이 있을 때는 그래도 괜찮다. 냉소하는 것, 애써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좌절, 원기의 손상은 거기서 시작된다. 세조의 찬탈은 한동안 조선 사람들의 원기를 손상시켰다. 그것이 세조가 남긴 진짜 업보이다. ●찬탈은 간신(奸臣)을 낳고 임사홍(任士洪)은 그 아들들이 예종과 성종의 사위였으며, 이를 기회로 권력을 등에 업고 횡포를 자행하던 조선조의 대표적인 간신이었다. 도승지에 올라 유자광(柳子光)과 파당을 이루어 전횡을 부렸으며 연산군 4년(1498년) 무오사화(戊午士禍) 때에는 신진 사림들을 김일손(馹孫)의 사초(史草·후일 정리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관이 그때그때 적어놓는 1차 자료) 사건에 얽어 숙청하였다. 무오사화는 아다시피 이극돈(李克墩) 등이 자신의 비위사실을 있는 대로 적은 사관 김일손 등에게 보복하기 위하여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이 세조에게 죽임을 당한 단종을 애도한 글이라고 몰아가 모반죄로 얽음으로써 일어난 사건으로 연산군 폭정의 서막이었다. ‘조의제문’을 종종 한글을 읽는 호흡에 따라 ‘조의-제문’하는 식으로 읽는 분이 있는데, ‘조-의제-문’하는 식으로 읽어야 한다. 항우(項羽)에게 죽음을 당한 의제를 조문하는 글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김종직이 실제로 세조의 찬탈에 비유하여 이 글을 썼는지는 알 길이 없다. 임사홍 등이 그 글을 세조 찬탈을 풍자한 것이라고 하여 김종직 등을 모반죄로 얽었던 데는 그 글의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세조찬탈의 명분에 대해 임사홍 일당과 김종직 등 사림들 간에 첨예한 견해의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그 명분의 차이는 경제 정책의 기조, 정치 운영의 원칙 등의 차이와 연관되어 있었다. 역사의 인과응보는 참으로 알 수 없어, 연산군 10년에 일어난 갑자사화(甲子士禍)로 세조 때의 공신들은 무덤에서 죄를 받았다. 딸 둘을 왕비로 들여보냈던 공신 한명회나 공신 정창손 등은 부관참시되었다. 생모 폐비(廢妃) 윤씨가 사약을 받았을 때 동조했다는 이유로 연산군에게 보복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홍귀달, 이유녕 등 다수의 사림 역시 해를 당했다.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이 폐위되었지만, 중종 14년 기묘사화가 일어난다. 조광조 등 개혁세력들이 공신세력들의 탄압을 받았던 것이다. 연산군의 폭정을 바로잡았던 공신들이 왜 또 사화를 일으켰는가? 공신이라는 특권을 제한하려는 조광조 등의 견제에 대한 반격이었다. 그리고 반정공신의 행태는 세조시대 이지러진 특권의 향유와 행사를 본받았고, 그 결과 출발과는 달리 자신들만의 영화를 위한 특권을 형성하며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방향으로 타락했다. ●기억하는 사람들 언제부터 사육신을 사육신이라고 불렀을까? 단종은 언제부터 노산군이 아닌 단종이 되었으며, ‘노산군일기’는 언제부터 ‘단종실록’이라고 불렸을까? 중종 때 소릉을 복위시키자는 논의가 있었다. 소릉은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인데, 어머니 최씨와 아우 권자신(權自愼)이 처형된 뒤 폐위되었고 능의 석물이 훼손되었다. 중종 8년 반정의 기운이 남아 있어 다행스럽게도 소릉은 복위되었다. 그러나 단종과 사육신은 여전히 금기 대상이었다. 사림정치가 본격화하는 선조대에 이르러서도 이들에 대한 복권은 여의치 않았다. 선조 2년 어느 날 경연에서, 퇴계와의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은 “그들의 의도는 상왕(단종)을 복위하려는 것이었는데 세조는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으로 오해하였다.”며 복위를 건의한 일이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기대승의 논리는 세조에 대한 ‘반역’과 상왕 복위를 분리하여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실은 이 논리밖에는 없었다. 이미 사육신이 세상을 뜬 지 100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기대승의 문제 제기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선조 9년 남효온이 지은 ‘육신전’(六臣傳)을 가져다 본 선조는, “내가 그 글을 보니 춥지 않은데도 떨린다. 지난날 우리 광묘(光廟·세조)께서 천명을 받아 중흥하신 것은 진실로 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저 남효온이란 자는 어떤 자이길래 감히 필묵을 놀려 국가의 일을 드러나게 기록하였단 말인가? 이는 바로 아조(我朝)의 죄인이다.”라고 단언했다. 민간에서 알음알음 전해오면서 읽어오던 책이 ‘육신전’이었는데, 이는 곧 금서(禁書)였던 것이다. ●군(君)에서 대군(大君)으로 그러나 당색을 막론하고 노산군을 연산군이나 광해군과 같이 보아서는 안 된다는 합의가 이어졌다. 곧 노산군을 노산대군으로 바꾸는 일이 현실화했다. 숙종 7년(1681), 그러니까 숙종 즉위년부터 정권을 담당했던 남인(南人)이 경신대출척(庚申大黜陟·1680)으로 실각하고, 서인(西人) 정권이 들어선 이듬해 7월 무더운 어느 날의 낮 공부(晝筵) 시간에 숙종은 이렇게 말하였다. “정실의 왕비 소생은 대군이나 공주라고 부르니, 노산군도 대군으로 불러야 한다. 대신들은 의논하라.” 이에 따라 논의한 결과 대신들도 대군으로 고쳐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숙종의 견해는 참으로 기발했다. 이것은 이 사건에 대해 200년 이상 축적된 합의가 낳은 대안이며, 올바른 역사적 평가를 내리기 위한 여러 단계 중의 하나였다. 원래 노산군이라고 할 때의 ‘군’(君)은 서자(庶子) 왕자에게 붙이는 칭호와 글자는 같아도 같은 의미가 아니었다. 폐위된 임금을 군이라고 부르는 것은 주자(朱子)가 ‘자치통감강목’에서 만든 역사 기록 범례의 하나였다. 그걸 몰랐을 리가 없다. 숙종의 착상인지 이전에 어떤 의논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위의 논리는 노산군에게서 ‘폐군’의 혐의를 벗기고 ‘적실 왕비의 왕자’라는 지위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단종’으로, ‘충신’으로 이로부터 10년 후, 숙종은 노량진에 자리한 사육신묘에 제사를 지내게 하고, 복관 조치를 내림과 함께 사당에도 편액을 하사한다. 당시 이미 민간 차원에서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내오던 터였다. 그러므로 편액을 내리는 것으로 사당 건립을 사후 승인한 셈이었다. 이런 배경에는 숙종 6년, 강화유수 이선(李選)이 세조도 아들인 예종에게 ‘사육신은 충신’이라고 유시(諭示)했다는 것을 근거로 사육신을 정려할 것을 요청했던 상소에서도 나타나듯이, 사육신을 충신으로 표창해야 한다는 공론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숙종 24년(1698)에는 현감(縣監)을 지낸 적이 있는 신규(申奎)가 노산대군의 왕호를 회복하라고 상소했다. 이후 숙종은 조정의 신하는 물론 지방관과 이미 관직을 그만두고 초야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의견을 묻도록 하였다. 한 달 뒤인 10월에 숙종은 승정원에 비망기(備忘記)를 내려 노산대군의 왕호를 추복하게 하였다. 단종이 영월 땅에서 승하한 지 햇수로 242년 만의 일이다. 이후 곧바로 온 나라의 축하 속에 단종 복위가 반포됨으로써, 강봉된 노산군은 243년 만에 후손들에 의해 단종으로 복원되었다. 우리가 장희빈만 기억하는 시대, 조선사람들의 유전인자에 냄비근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기나긴 역사바로세우기가 마무리되었다. 오항녕(전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 [열린세상] 한류의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려면/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열린세상] 한류의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려면/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문화의 속성은 물과 같다.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흐르고 고이면 썩는다. 높이 나는 새의 눈으로 우리 문화의 흐름을 살펴보면 그 향방이 보인다. 8세기 통일신라 경덕왕 때 우리는 성명과 지명, 그리고 관직명도 중국식으로 바꾸었다. 이후 천년이란 긴 세월 동안 우리는 중국의 선진문화를 받아들이는 수혜자였지만, 이를 소화해 다시 일본에 전해주는 문화 공급자이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흐르던 문화의 동류(東流)현상이 서세동점(西勢東漸)의 높은 파고가 동아시아 지역을 덮친 근대 이후 역류의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때 일본은 재빠르게 서구 선진 문물을 따라 배웠지만, 우리는 쇄국양이를 고집하며 소중화(小中華)란 우물 속에 문화의 흐름을 가둔 결과 문화적 열등자로 전락했다. 1876년 개항은 한국과 일본 간 문화 교류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문화의 강물은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거슬러 흐르기 시작하였다. 1945년 도둑과 같이 찾아 온 해방 이후 미국을 위시한 서구의 문화가 홍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1980년대까지 우리 어린이들은 일본만화에 심취하였고 젊은이들은 미국의 팝송을 따라 불렀다. TV의 황금시간대는 미국 드라마의 독무대였고, 영화관은 미국산 영화에 심취한 할리우드 키드들로 가득 메워졌다. 사실 해방 이후 한국은 미국, 일본, 홍콩 등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대중문화의 소비국이었지 수출국이 아니었다. 1990년대 후반 한류가 발원하기까지 문화의 되돌림은 없었다. 1996년 드라마를 시작으로 중국에서 불기 시작한 한국문화에 대한 열풍은 타이완과 홍콩을 비롯한 화교문화권의 동남아시아로 번져갔다. 2003년 ‘겨울연가’는 욘사마와 지우히메 신드롬이 웅변하듯, 일본열도도 한류 열풍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한류라는 강물이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화 토양을 촉촉히 적시며 흐른 지도 10년 이상 지난 지금, K팝과 우리 드라마는 이제 동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중동, 아니 온 세계를 휩쓸고 있다. 왜 지구마을 사람들은 한국의 대중문화를 향유하고 소비하며 열광할까? 사실 한류는 가요·드라마·영화 같은 대중문화에서 비롯된 것이지, 우리가 소위 고급문화라고 하는 전통문화의 소산은 아니다. 분명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같은 댄스그룹이나 ‘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영화가 상징하듯이, 현대 한국의 대중문화는 전통과의 결별에서 얻어진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몇 해 전 문화적 토양이 유사한 아시아는 물론 열사(熱砂)의 나라 중동에서도 공전의 인기를 끈 ‘대장금’ 같은 드라마는 전통을 현재적으로 재해석한 가공품이다. 또한 일본 주부들의 심금을 울린 ‘겨울 연가’는 인류 보편의 순수한 사랑을 문화상품으로 재포장한 데서, 그리고 ‘쉬리’와 ‘태극기를 휘날리며’와 같은 영화는 냉전과 동족상잔이라는 한국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한 우리만의 독창적 이야기를 그린 데서 그 성공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류의 성공은 근대 이후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온 서구문화를 꼭꼭 씹어 소화해 자기화하고, 이를 소비함으로써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해준 한국 시민사회의 문화적 저력과 역동성이 크게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떤 이는 한국문화나 이를 배태한 민족의 우수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어깨를 우쭐거리는 반면, 다른 이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미국과 일본문화의 모조품, 즉 짝퉁으로 “진정한 우리 것”이 아니라 “천박한 B급 문화자본의 파생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한류는 한마디로 그 성공 요인을 정의하기 어려운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문화현상이다. 문화 콘텐츠로서 한류가 끊임없이 소금을 쏟아내 바닷물을 짜게 해주는 요술 맷돌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전통시대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중국문화나 근대 이후 일본과 미국을 통해 파고든 서구문화나 모두 일방적 전파의 오만함을 보였다. 이와 달리 글로벌한 세상을 사는 오늘 지구마을의 문화적 관계망은 상생의 문화 주고받기가 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문화의 쌍방소통만이 우리 문화토양에서 자라난 한류라는 나무가 계속해서 세계를 향해 가지를 뻗을 수 있게 하는 자양분과 수분이 될 터이다.
  • K팝·뮤지컬·무용… ‘아름다운 공연’

    “문화 향유란 가진 이들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누구나, 보다 가까이에서, 좀 더 쉽게 맛볼 수 있어야죠.” 23일 오후 7시 30분 중랑구청 지하대강당에서 열린 ‘K팝 콘서트’에 참가한 한 시민은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프로젝트엔 나눔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자는 뜻이 담겼다. 중랑구가 올해 들어 야심차게 추진한 ‘문화 나눔 플래닛’ 프로젝트의 첫 무대다. 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 등 관객 500여명은 두 시간 동안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여성 퍼포먼스 댄스의 레전드로 불리는 블랙퀸과 버라이어티 콘서트의 최강자로 이름난 플랜비, 화려한 볼거리로 비보이댄스의 진수를 보여주는 행아웃크루 등이 참여해 K팝 공연을 가족끼리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연출했다. 구는 사업의 바탕이 될 ‘문화체육진흥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한국무용, 국악, 뮤지컬, 스트리트댄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주민들의 취향에 맞추고 중복되지 않도록 회의를 거쳐 그때그때 걸맞은 프로그램을 짠다. 회의 운영비 등 실비만으로 연간 1000여만원이라는 저예산에 초점을 둔다. 이를 위해 세종문화회관과 ‘함께해요! 나눔예술’, 서울문화재단과 ‘문화나눔 행복서울’, 서울시와 ‘열린 예술공간’ 등의 사업을 함께한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이번 공연은 이 같은 소식을 들은 공연기획사 선우엔터테인먼트에서 제안해 이뤄졌다. 구는 학교, 청소년수련관, 관내 문화예술단체 등과 연계해 메인 공연 전 또는 중간에 무대에 설 시간을 제공하는 ‘인서트콘서트’도 적극 주선해 모두에게 알찬 기회로 삼도록 했다. 저소득가구, 장애인, 다문화가정, 노인 등 문화 소외계층이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는 청소년 등에겐 전체 좌석의 10%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랑의 객석 나눔’을 실시한다. 또 많게는 2000명을 웃도는 관객을 고려해 면목4동 구민회관 대공연장이나 공원 등에서 개최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공공성 키워드로 국민 문화향유 기회 확대”

    “공공성 키워드로 국민 문화향유 기회 확대”

    지나치게 수익성을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던 예술의전당이 공공성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모철민(54) 예술의전당 신임 사장은 1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개관 25주년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대표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서 공공성을 키워드로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예술의전당은 공연·전시 단체(혹은 개인)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오는 7월부터 모든 대관료를 5% 내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을 계획이다. 하루 660만원가량인 오페라극장의 경우 33만원 정도의 대관료가 인하된다. 개인과 중견작가의 작품발표 공간인 갤러리 7의 대관료는 43%나 큰 폭으로 내린다. P석, VVIP석 등 상위등급 좌석 수를 늘리기 위한 대관공연 기획사들의 꼼수도 발붙일 수 없게 된다. 모 사장은 “예술의전당 전 공연장에 5~6단계의 표준좌석등급제(R석·S석·A~C석)를 실시하는 한편, R석의 비율을 전체 좌석의 25% 수준으로 묶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300~2500석 규모의 오페라극장과 콘서트홀의 경우 R석은 최대 800~900석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는 얘기다. 자체 기획공연과 국립예술단체 및 협력 기획사의 공연에 대해 관람료의 40~50%를 할인해주는 청소년 싹틔우미 회원의 연령제한을 현재 19세에서 24세로 넓혔다. 또 비싼 티켓 값 탓에 공연관람을 못하던 청소년(24세 이하)과 문화바우처를 소지한 저소득층을 위해 하반기부터 ‘스탠바이 티켓’을 판매한다. 공연 당일까지 매진되지 않은 좌석에 대해서는 공연 당일 3시부터 5000~1만원의 싼값에 표를 팔 계획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치·아리랑·해녀 등 무형문화유산 된다

    김치·아리랑·해녀 등 무형문화유산 된다

    김치(왼쪽), 아리랑, 한글(가운데), 해녀(오른쪽) 등 한국인들의 삶과 오랫동안 깊은 인연을 맺어온 무형 자산들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아리랑, 씨름, 가야금, 판소리, 회갑연·회혼례 등 조선족의 16개 무형 문화유산을 국가급 대표목록으로 선정, 공포한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중국은 농악무를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시킨 바 있다. 또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문화적 대응의 하나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문화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무형문화재의 중앙아시아 정기공연도 추진한다. 김찬 문화재청장은 3일 서울 효자동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요무형문화재 활성화 종합계획’을 수립, 시행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올 연말까지 유형문화재 중심의 문화재보호법을 쪼개 무형문화유산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따로 제정키로 했다. 또한 무형문화유산 진흥·발전 정책의 실행기구로 내년 상반기 전주에 개관하는 국립무형유산원 외에 한국무형문화유산진흥원도 설립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도시화·산업화 등의 격랑 속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우리 전통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보전과 진흥의 조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전승체계 마련, 국민 문화향유권 신장, 무형문화재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제들을 발굴,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 주요 추진 내용은 ▲무형문화재 공연 활성화 ▲전통공예 진흥기반 조성 ▲전수교육관 활성화 ▲전승자 보전·전승 지원 확대 ▲법적기반·실행기구 마련 등 5가지 핵심전략을 바탕으로 22개 세부 추진과제로 구성돼 있으며 2017년까지 총 4459억원을 투입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서울광장] 정치 선진국 대한민국/이도운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치 선진국 대한민국/이도운 논설위원

    대한민국은 정치 선진국이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우물 안 개구리일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처음으로 한국 정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기회가 생겼다. 미 국무부에서는 매일 낮 12시에 현안 브리핑이 열린다. 세계 각국의 주요 이슈와 관련한 질문, 답변이 오간다. 2005년 1월과 2월 국무부 브리핑에 올라온 모든 나라의 빈도 수와 현안을 통계로 만들어 기사를 써봤다. 브리핑에 가장 많이 등장한 나라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라크, 중국, 이란, 북한, 수단, 시리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의 순서였다. 국무부의 한 관계자가 “왜 그런 기사를 썼느냐.”고 물었다. 나는 “국무부 브리핑에 자주 등장하는 나라가 미국이 관심을 가진 나라라는 가설을 세우고 썼다.”고 설명하고 “한국은 미국의 주요 관심국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관계자는 “미스터 리의 가설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브리핑에 자주 올라오는 나라는 정치적 이슈가 많은 나라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브리핑의 대부분이 내전, 대량학살, 철군, 암살, 위협, 분쟁 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 관계자는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는 국무부 브리핑에 잘 등장하지 않는다.”고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그의 말은 한국도 영·프·독과 같이 정치의 수준이 높아 국제적인 이슈가 될 이유가 없다는 것처럼 들렸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정치는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손색이 없었다. 보수에서 진보까지 다른 이념과 가치를 대표하는 정당들, 여당에서 야당으로의 평화적인 정권 교체, 뚜렷하게 작동하는 3권분립,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 인터넷을 통한 시민들의 활발한 정치적 의견 표출까지. 세계 200여개국 가운데 한국 정도의 안정된 정치 체제를 구축하고 민주주의를 향유하는 나라는 북미와 유럽 등지의 20~30개국에 불과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정치가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카스트 제도가 존재하고, 극빈자도 너무 많은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가?”, “수십년 동안 한 정당이 집권해온 나라가 진짜 민주주의 국가인가?”라고 다른 아시아국의 정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누구도 한국의 민주 정치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시대에 맞는 국가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의 역량을 모으는 데 성공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건국에서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까지 세계의 조류에 맞춰 발전해 오면서 세계 10위권의 국가 경쟁력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정권 말과 대통령 선거가 결합된 어수선한 최근의 정국 상황에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게 된다. 대한민국은 정치 선진국인가? 이 말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눈높이가 낮은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부터 K팝까지 글로벌 넘버 원을 지향하는 한국인에게 정치는 세계 20~30위 수준에서 만족하라는 것인가.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선진화됐지만, 한국의 정치문화는 아직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측면도 많다. 국회 의사당 내의 폭력, 지역 이기주의에 기반을 둔 정당, 비대화된 중앙당, 하향식 공천, 정책에 우선하는 정쟁, 권력자 주변의 부패, 여전히 불투명한 정치자금, 언론에 대한 정권의 통제 유혹까지. 우리나라가 현재의 수준을 뛰어넘는 정치 선진국으로 가는 데는 과거와 다른 어려움이 있다. 먼저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이후에 어디로 갈 것인가. 이제 우리 나라가 벤치마킹할 나라는 거의 없다. 북유럽식 복지국가로 갈 것인가, 독일식 통일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우리 나라 스스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개척할 것인가. 둘째, 더 똑똑하고 독립적이고 주관이 강해진 한국 국민의 마음과 힘을 어떻게 모을 수 있을 것인가. 정치 리더십의 위기는 현재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우리 나라에서 더욱 크게 느껴진다. 확고한 비전과 소통 능력을 가진 지도자. 그가 올 연말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dawn@seoul.co.kr
  • [시론]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방향/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시론]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방향/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대통령 소속 기관인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자치구와 군 74개를 폐지하는 결정을 해 심각한 저항을 받고 있다. 또한 시·군·자치구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어 지역 간 갈등과 대립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편위원회의 추진 상황을 보면 어디로 갈지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자동차와 같은 느낌이 든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개편은 개선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개악이 될 수도 있다. 지방행정 체제를 개편하는 것은 무엇보다 글로벌화한 시대적 환경 속에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국가경영 체제를 정비하는 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 먼저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분업을 통해 각각의 영역을 전문화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중앙정부는 전국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하고, 지방은 지역 발전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지역 단위로 재편돼 가고 있으며,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 이러한 세계적인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지역의 경제와 생활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든 정책을 중앙정부가 결정하다 보니 지역은 중앙의 눈치만 보고 있다. 다른 나라의 지방은 자유롭게 달리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지방은 손발이 중앙정부에 묶여 있는 셈이다. 족쇄가 채워진 것이다. 가장 시급한 지방행정 체제 개편의 과제는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는 지역에 관한 정책 결정권과 재정권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데 있다. 그리하여 우리의 지방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의 지역들과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 주어야 한다. 입법권은 정책 결정권과 관련된 문제이며, 재정권은 지방의 살림살이를 지방의 돈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재원의 지방 이양 문제다. 다음으로는 주어진 과제에 적합한 지역 단위를 공간적으로 개편하는 일이다. 앞에서 논의한 국경을 넘는 지역 간 경쟁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경제 단위가 필요하다. 여기서 대지역 단위는 적어도 500만 내지 2000만명의 인구를 포괄할 수 있는 지역경제권의 형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과 경기 지방을 제외하고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만한 지역 단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공간적인 지역 단위의 재편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여 광역지방자치단체 수준의 통합 내지 협력체의 결성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세계화는 외향적인 경쟁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부적인 주민 챙기기가 필요하다. 경쟁에 지치고 초조해 있는 주민을 위로하고 활기를 재창조할 지역사회의 후생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주민 가까이에서 주민들 삶의 터전을 조성해 노인과 어린아이를 보호하고 교육하고, 휴식과 안식을 위한 일상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수행하는 지방정부는 주민과 가까운 정부여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주민을 실명으로 파악하고, 주민들이 지역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해 결정하며 그 결과를 향유할 수 있는 지역 단위가 필요하다. 주민의 구체적인 생활 문제를 가까이서 챙기는 근접 정부로서 기초자치 내지 풀뿌리 자치가 있어야 한다. 기초자치의 단위는 선진국의 경우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주민 수가 수백 명에서 수천 명, 수만 명 정도의 수준을 넘지 않는다. 대도시의 경우에도 대도시의 일체성과 다양성이 조화하도록 하기 위해 다계층적인 운영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방행정 체제는 다른 지역과의 경쟁을 위한 외향적 요구와 주민들을 챙기기 위한 내향적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광역지방정부는 더욱 광역화하고, 기초지방정부는 더욱 세분화해 주민에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편을 한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개편을 하려면 제대로 된 개편을 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골라 하는 정부야말로 무능한 정부의 표상이다.
  • 풍요로운 세상, 종교 없이도 가능하다

    스칸디나비아의 국가들, 특히 덴마크와 스웨덴은 부(富)며 국내총생산, 삶의 질 지수, 기대수명, 청렴도 등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늘 최상위를 누린다. 이들 나라의 국민은 대개가 종교성을 갖지 않은 비종교적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와는 한참 동떨어진 경향의 사람들이다. 그러면 과연 종교적인 것과 인간이 추구하는 현실 삶의 질은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일까.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필 주커먼이 세상에 내놓은 ‘신 없는 사회’(김승욱 옮김, 마음산책 펴냄)는 덴마크와 스웨덴에 1년여 살면서 이 같은 문제에 천착해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을 공개한 책이다. 우선 저자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150명과 주변에서 겪었던 덴마크, 스웨덴 사람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곤 종교적인 것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간다. 다시 말하면 살면서 인간 삶의 궁극적인 의미며 죽음 이후의 세계를 따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각종 통계를 보면 종교적 믿음에 대한 근본주의적 열정이 뿌리 깊은 미국보다 복지며 교육, 건강, 인권, 평등 등 모든 면에서 앞서고 있다. 저자 필 주커먼은 이처럼 종교성과 무관해 보이는 덴마크, 스웨덴 사람들을 실존, 그 자체에 충실한 ‘합리적 회의주의자’ ‘이상적 세속주의자’, 혹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개인주의자’라 부른다. 종교와 상관없이 도덕적, 윤리적, 경제적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세속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폄훼의 ‘세속적’이 아닌, 어쩌면 종교성보다 더 나은 가치인 ‘세속적인 것’에의 높임이랄까.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자칭하면서도 창조설과 하느님의 존재, 예수가 신의 인간화라는 주장, 성모 마리아의 동정녀 출산을 믿지 않는 대다수의 덴마크, 스웨덴인들. 그들은 종교적이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높은 윤리·도덕의 질을 향유하고 지켜갈 수 있을까. 저자는 여기서 ‘종교는 문화’라는 문화적 종교를 들먹인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따르고 교회 건축물이 보여주는 인간 문화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며 이를 생활로 받아들여 종교의 가치관이 자연스레 삶이 되었을 뿐이다. 그들에게 종교는 ‘공동체의 기념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종교성이 없는 사회가 더 행복하게 잘 산다는 것을 증명려는 게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책에서 소개되고 공통적으로 묶여지는 증언과 실례들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가리킨다. “종교성이 약해도 사람들의 걱정만큼 위험한 사회가 도래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도덕적이고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1만 6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문화마당] 객석을 떠난 그들/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객석을 떠난 그들/신동호 시인

    무용공연을 보았다. 주변이 총선으로 분주했던 지난달, 불 꺼진 객석에 앉아 원초적인 몸짓과 문명이 만나 가는 과정을 보았다. ‘먼저 생각하는 자-프로메테우스의 불’이란 다소 긴 제목의 이 공연은 LG아트센터의 기획공연으로 이루어졌다. 안무가 정영두는 말한다. ‘기술의 진화와 행복의 진화가 비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으로 공연을 준비했다.’라고. 안무가가 의도한 대로 음향과 조명 등 실험적인 기술이 춤과 만난 신선한 공연이었다. 그러나 나의 관심은 다른 곳으로 쏠렸다. 놀랍게도 출연자들 모두 아마추어들이었다. 약제보조사에서 무역회사 직원, 고등학교 교사가 있는가 하면 증권사 브로커도 있었다. 그들은 공연을 위해 두 달간 많은 시간과 열정을 바쳤다. 자정이 넘게 땀을 흘리며 스물세 명의 출연자는 변화해 가는 자신의 몸을 보았을 것이며, 또한 생소했던 갖가지 기술이 자신들과 어울려 하나의 공연으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누구보다 깊이 만났을 것이다. 안무가의 의도를 표현하고자 거듭 연습을 반복하면서 그들 스스로 기술문명을 성찰하는 철학자가 되었으리라 생각하니, 공연의 의미가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의 차이는 문화에 있었다. 크로마뇽인의 거주지에서 발견되는 동굴벽화와 동물조각품들은 생존과 무관한 것들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죽은 자에 대한 연민으로 장례를 치르고 조각품을 나누며 같은 감성을 확인하는 동안 공동체의 결속은 더욱 단단해졌다. 내가 베푼 친절이 후대에라도 좋은 영향을 미치리란 생각은 문화적 감성을 통해 각인되었고, 이타심은 유전자에 기록되었다. 모닥불에 둘러앉아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춤으로써 생존이 불안했던 크로마뇽인은 비로소 존재의 위안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사회가 분화되고 전문화될수록 오히려 문화의 참여는 줄어들었다. 마을 축제는 공동체의 전 성원들이 준비하고 참여함으로써 완성되었다. 판소리는 단지 공연자의 소리로만 구성되지 않았고 관객의 추임새가 더해져야 했다. 현대사회는 그러한 참여의 기회를 박탈한다. TV는 갖가지 공연을 화려하게 보여주지만 향유밖에 할 수 없고, 영화는 표를 사는 적극적인 행위를 전제하지만 마찬가지로 참여의 문은 닫혀 있다. 전문화된 문화는 오케스트라나 뮤지컬처럼 고급화되어 일상적으로 향유하기에도 부담스러울 지경이니 참여는 언감생심이다. 문화적 감성을 전이하지 못하는 현대의 크로마뇽인은 존재의 불안함을 갖고 산다. 축제의 공간도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어 있으며, 주가를 올리는 합창단도 정작 참여하기에는 만만치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에 대한 참여의 공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데, 현대 사회에서 문화의 향유와 참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준 공간은 바로 교회다. 성가대의 노래를 듣고 목사의 연설을 향유하고 동시에 함께 찬송가를 부름으로써 교인들은 일상적으로 문화 참여의 기회를 갖는다. 함께 찬송하며 그들은 기꺼이 성경의 말씀에 동의하고 교회공동체 안에서 존재의 위안을 받는다. 문화에의 참여는 인간성에 대한 감수성과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독일의 작가 브레히트는 연극에 일반인을 참여시킴으로써 파시즘에 대해 국민 스스로 저항할 힘을 키웠는데 이를 ‘교육극’이라 불렀다. 향유보다 참여가 삶의 주체가 될 힘을 줄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사례 중 하나인 셈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작한 문화바우처는 문화복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일정부분 지원하는 사업이다. ‘문화의 집’ 사업처럼 문화에 참여할 기회는 가질 수 없고 단순히 관람을 지원하는 소비적 형태를 띠고 있다. 과연 이를 통해서 저소득층 사람들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교회에서도 하는 일을 정부가 방치한다면, 국민은 국가를 통해 존재의 위안을 받을 수 있을까. 객석을 떠나 무대 위에 선 그들을 통해 문화 참여의 중요성을 정부가 인식하길 바란다. 광범위한 정치 참여 또한 문화적 감수성의 향상을 통해 발현될 터이다.
  • [지방시대] ‘지역경쟁력의 원천’ 공동체의식 회복/양덕순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지역경쟁력의 원천’ 공동체의식 회복/양덕순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글로벌 시대에 있어 지방은 국가의 보호 울타리에서 벗어나 세계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지역민 스스로가 자신들의 욕구를 해결하고 꿈을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자립적이고 경쟁력 있는 지역발전 체제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적 협력 지원이 절실하다. 반면에 지역적 차원에서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반 조건을 갖추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전개되어야 하며, 그중의 하나가 지역의 사회자본을 형성하는 일이다. 정치·경제·사회의 어떤 영역이든 협동적이고 집합적인 문제 해결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사회자본의 존재는 구성원 간의 협력행위를 촉진시켜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이러한 사회자본의 형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지역공동체 의식이다. 그리고 주민 참여는 시민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배양케 한다. 시민들은 연습을 통해 ‘좋은 시민’이 되는 것을 배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독불장군식 일방주의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이타적이고 양보적인 태도가 확산되면 사회구성원들 간의 단결과 협력이 촉진되고, 상호이익이 되는 공동선의 발견이 용이해지며, 이렇게 발견된 공동선을 함께 추구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유대가 강화되는 것이다. 공동체 의식이 발달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사익만을 추구하는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회집단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 연대감 그리고 책임감이 강하여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공동체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에 공공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내가 없더라도 누군가가 그 문제를 해결해 주겠지.’라는 생각에서 공동 노력에 불참하려는 무임승차의 욕구는 자리를 잡기 어렵다. 이에 반해 공동체 의식이 강하지 못한 사회에서의 사람들은 원자화·파편화되어 개별적으로 행동하며,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려는 성향이 약화되어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유발하고 무임승차의 욕구를 유발하여 공공재의 원활한 공급을 방해한다. 많은 시민들은 자신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안을 제외하고는 미래에 자신에게 영향을 줄 정책에 대한 참여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권리는 향유하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며, 선거 참여를 제외하고는 공공영역에 참여하지 않으려 하는 시민들의 의식을 ‘가족개인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사회자본이 발달한 사회에서는 공동체 의식이 발전하여 공동체 형성이 촉진된다. 그리고 사회자본이 축적된 사회에서는 ‘수준 높은 지방민주주의’(high- quality local democracy)가 또한 가능하다. 사회자본은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공동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며, 또한 상대방을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조장하며 사회적 갈등을 평화롭고 건설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기 때문이다. 이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주민 참여이고 사회자본 형성이다. 이를 위한 우리 모두의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
  • ‘삶의 질 향상 기획단’ 출범

    전북도가 도민들의 행복 체감도 끌어올리기 위해 ‘삶의 질 플랜’ 주요 어젠다를 발표했다. 도는 14일 도청에서 ‘삶의 질 향상 기획단’ 출범식을 하고 ▲문화복지 ▲체육복지 ▲슬로시티 분야 주요 어젠다를 발표하고 중단기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기획단은 각 분야 전문가와 지역 활동가, 도의원 등 7개 분야 34명으로 구성됐다. 2014년까지 추진되는 주요 어젠다 가운데 문화복지 분야에는 ▲전국 최초의 읍면동 유형별 문화복지 최소 기준 설정 ▲집·직장에서 30분 이내에 있는 문화시설 이용 ▲읍내에서도 서울과 같은 날 개봉 영화 관람 등이 있다. 또 ▲도민 1인당 예술 관람 연간 평균 횟수 전국 최고 달성 ▲장애인의 문화향유지수는 비장애인 수준으로, 취약 계층은 중산층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 ▲아마추어 예술인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등이 발표됐다. 체육복지 분야 어젠다로는 ▲한 가지 이상 체육 활동을 즐기도록 하는 것 ▲전국 최초 읍면동 유형별 체육복지 최소 기준 설정 ▲집과 직장에서 1㎞ 이내 거리에 체육시설 배치 ▲체육동호인 조직 및 클럽의 확대와 문호 개방 등이다. 슬로시티 분야는 ▲전통식단과 식문화 전통을 살린 슬로푸드 일상화 등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부산 상수도 폐가압장 4곳 문화공간 변신

    부산 상수도 폐가압장 4곳 문화공간 변신

    부산 상수도 폐가압장이 마을재생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정산 배수지 완공으로 쓸모가 없어진 상수도 가압장 4곳이 대상이다. 가압장은 고지대가 많은 지역 특성상 1960~80년대 수돗물 압력을 높여 주기 위해 설치됐다. 부산시는 첫 결실로 사상구 주례동 폐가압장을 문화예술공간(오른쪽 문화주례공터·면적 150.8㎡)으로 조성했다고 9일 밝혔다. 1층에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폐자재 활용 에코악기 제작·실습 체험장이 들어선다. 2층에는 청소년 게임 창작 워크숍, 청소년 커뮤니티 대학, 다문화 합창단 등 주민문화예술 창작 교실이 설치돼 지역주민, 청소년, 다문화 가족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사상구는 건물을 무상사용하며 이 공간을 문화예술 분야 전국 최초 사회적기업인 ㈜부산노리단에 위탁 운영했다. 부산노리단은 연말까지 ▲주례는 대학(마을의 문화예술자원 발굴) ▲주례에서 놀자(익숙한 마을공간의 재해석 및 놀이마당으로 변신) ▲주례쇼하자 (주민참여형 마을축제 기획) 등 3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개소식은 오는 12일 오후 3시 허남식 시장, 송숙희 사상구청장을 비롯해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송 구청장은 “구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제공을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새롭게 거듭난 문화공간이 창작 체험장과 문화예술 활동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이 밖에 부산진구 범천가압장(북카페 및 어른쉼터), 부산진구 범일가압장(소규모 창업지원 사업장), 남구 문현가압장(고동골 마을 문화·교육 거점)의 리모델링 및 신축공사를 하고 있으며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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