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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화 메이크업’ 예쁜 Girl~

    ‘명화 메이크업’ 예쁜 Girl~

    빈센트 반 고흐, 르네 마그리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광고를 통해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술관의 아트숍이나 팬시 용품점에 가면 이들의 그림을 활용한 아기자기한 제품 또한 가득하다. 유명 화가의 전시회에 평소에도 많은 인파가 몰리고 활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림에 대한 향유 욕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볼 때 아름다움을 절대 가치로 추구하는 화장품과 예술 작품의 만남은 절묘하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요즘 아트 마케팅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제 화장품 가방 안에 명화 하나쯤 넣고 다니는 것은 기본처럼 여겨진다. 화장품 회사 ‘코리아나’는 최근 출시한 아이섀도와 립파레트 케이스에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화 ‘기다림’과 ‘처녀들’을 새겨 넣었다. 황금빛을 모티브로 에로틱한 여체의 아름다움을 묘사해온 클림트와 화장품의 만남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거울이 달린 팩트 뚜껑 전면에 클림트의 그림이 인쇄돼 있어, 언뜻 보면 명화 표지의 수첩 같은 느낌이다. 이달 초에 첫 생산·출시된 이 제품은 일주일 만에 판매 완료됐다고 한다. 코리아나 화장품 조만철 브랜드 매니저는 “여성들이 늘 소지하는 아이섀도나 립파레트에 문화적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갖고 싶은 화장품으로 기획했다.”며 “작가에 대한 일반적인 선호도가 높아서인지 기대 이상으로 판매가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선보인 엘지생활건강의 캐시캣 미니빈 시리즈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담겨 있다. 아이섀도, 아이밤 등의 종이 상자에 고흐의 작품 ‘고흐의 방’,‘별이 빛나는 밤에’ 등의 작품을 바탕으로 삼은 뒤 깜찍한 브랜드 캐릭터를 삽입,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색조전문 브랜드 클리오는 2년 전부터 아트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가즈와 국내 회화작가인 이성수의 ‘코드-에로티시즘’을 제품에 담은 아트 블러셔와 박윤경, 김덕기, 박향수 등 국내 유명작가들의 예술작품으로 제품을 포장해 반향을 일으켰다. 독특한 색감과 감각적인 케이스로 출시 한 달 만에 초도 물량이 매진된 아트 시리즈는 클리오의 메가히트 상품으로 여전히 순항 중이다. 최근에는 ‘아트 스페셜’ 아이섀도 용기에 화가 김부자씨의 ‘갈 봄 여름 없이’와 ‘꽃의 요정’이라는 작품을 넣었다. 신선한 화장품을 표방하는 제니스웰은 극사실화 화가인 이사라씨와 손잡았다. 코스푸딕 라인 패키지에 들어간 이사라씨의 작품은 모두 5점. 이국적인 느낌의 꽃과 열매가 실사처럼 자세하고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는 꽃, 잎, 과일, 채소 등 먹을 수 있는 음식 재료를 사용한 제니스웰의 코스푸딕 컨셉트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니스웰은 코스푸딕 라인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에 힘입어 카드 및 기타 화장 소모품 액세서리에도 극사실화 패키지를 사용할 계획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의 마지막 2분이 시작된다

    의 마지막 2분이 시작된다

    왕년의 명화를 거론할 때 서부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쓴 <하이눈>을 빼어 놓을 수는 없다.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남우 주연, 주제가상, 음악상, 편집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영화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가장 많이 감상한 영화이기도 한데 특히 클린튼과 아이젠하워가 백악관 재임 시에 각각 2~3번 본 것으로 유명하다. 그 자신 매카시즘에 의해 시달리던 칼 포어맨이 각본을 담당하였고 유태인으로 나치 독일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명장 프레드 진네만이 감독한 영화이다. 촬영 당시 부인과의 이혼과 좌골 신경통, 그리고 출혈성 위궤양으로 심신의 타격을 받고 있던 51세의 주연 스타 게리 쿠퍼의 수척한 표정이 이 영화를 더욱 실감나게 각인시킨 셈이다. 아픈 몸을 일으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이다. 그런데 영화 평론가 팀 덕스에 의하면 영화 <하이눈>은 한국전쟁이 한창 치열하게 벌어지던 1952년에 만든 것으로 한국전쟁 중에 공산국들과 벌인 냉전과 혈전, 그에 따른 미국의 외교정책이 처한 난처한 현실의 비유로 해석되어 왔다는 것이다. 2차대전을 겪으면서 여러 해 동안 신의를 가지고 계속 도와줬던 해들리빌 마을사람들, 즉 유럽 우방들이 보안관을 배신한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비겁함(cowardice), 무기력(physical inability), 이기심(self-interest), 편의주의(expediency), 엉거주춤(indecisiveness) 때문에 더 이상 보안관을 도우려 하지 않는다. 마을사람들이 협조를 거부하는 가운데 그는 겁이 나긴(Fearful)하지만 의무감(duty-bound)을 지닌 채 4명의 악당 즉 북한 공산군 ,중공군, 소련군, 기타 공산권과 마주서서 변방마을, 즉 한국의 정의(frontier justice)를 지키기 위하여 한낮 정오에 결투에 임한다는 것이다. 숨 막히는 총성이 멎자 영화 속의 주인공 윌 케인(게리 쿠퍼)은 승리하였다. 요즘 돌아가는 정세로 봐서는 이 영화의 마지막? 2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가를 음미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대결이 끝나고 나서 보안관 윌 케인은 보안관 배지인 ‘양철 별(tin star)’을 가슴에서 떼어내 그를 배신했던 마을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땅에 던져버리고 이 수치스러운(dishonorable) 서부의 최일선에 위치한 변경마을을 떠나간다. 막 결혼식을 올린 사랑하는 젊은 신혼 부인과 같이 말이다. 미국은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의 3년여 기간 동안 한국전쟁에서 전사자 5만 4천 명, 부상자 무려 10만 명을 내었다. 이 기간 동안 미 국방성 자료에 의하면 동원된 군인 수는 연인원 572만 명이나 된다. 전비는 현재 가액으로 수천 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참고로 고이즈미 일본수상은 2006년 6월 29일 미국에서 있었던 국빈만찬에서 “보안관 게리 쿠퍼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악당에 맞서 고독한 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게리 쿠퍼와 오늘날의 미국과는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악이 상존하는 세계에서 미국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친구이자 동맹인 일본은 항상 미국 편에 서 있을 것”이라고 말해 만찬 스피치로는 드물게 30초 정도의 긴 박수를 받았다. 영화 <하이눈>을 예로 든 미·일 양국 간의 우정은 만찬 참석자는 물론 미국인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영화 <하이눈>은 9·11 테러 직후 고이즈미가 텍사스를 방문했을 때 부시를 게리 쿠퍼에 비교하면서부터 화제에 올랐다. 고이즈미는 주도면밀한 준비 끝에 미국을 상대로 소위 ‘하이눈 외교’를 선보였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에 와서 미국의 시각에서 해들리빌 마을사람들은 누구인가. 또한 사랑하는 새로운 젊은 신혼 부인은 누구일까? 글 최정호 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 박사,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의 저자     월간 <삶과꿈> 2007.02 구독문의:02-319-3791
  • [한·미 FTA 시대] 상품분야 관세 ‘10년내 철폐’ 비율 100% 육박

    [한·미 FTA 시대] 상품분야 관세 ‘10년내 철폐’ 비율 100% 육박

    외교통상부가 지난 2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분야별 최종 협상결과를 4일 국회에 보고했다. 모두 84쪽으로 분과별 협정 기본내용과 주요 쟁점별 타결내용이 기대효과와 함께 실려 있다.2일 발표 때 공개되지 않은 내용 위주로 협정의 세부 내용을 정리, 소개한다. 이와 함께 FTA 교수연구회가 발표한 ‘한·미 FTA 평가’ 내용을 분야별로 덧붙인다. ■ 車·섬유 - 친환경車 10년뒤-섬유 1387종 즉시 ‘관세0’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전지차 등 친환경차의 국내 수입 관세(8%)는 10년 후 완전 철폐된다. 타이어에 대한 미국 관세(4%)는 5년 후에 없어진다. 서로의 취약 분야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원산지 판정 방식은 미국의 순원가법(판매관리비를 제외한 재료비·인건비 등 순수 원가만 계산)과 한국의 공제법(판매관리비도 포함)을 상호 인정하기로 했다. 수출업체가 각자에게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미국산’ 독일차와 일본차도 관세 폐지 혜택을 누리게 됐다. 배기량 2000㏄ 초과 차량의 특별소비세(현행 10%)는 FTA 발효 직후 8%로 내린 뒤 3년 안에 단계적으로 5%까지 인하한다. 자동차 보유세도 내린다. 총 4000억원의 자동차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스웨터·양말·화섬 단(短)섬유 등 1387개 항목의 미국 수입관세가 즉시 없어진다. 폴리에스터 장(長)섬유 직물, 남성 면셔츠는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어진다.1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은 화섬 편직물 일부와 타이어코드 직물 등이다. 우리나라는 데님·폴리아미드 장섬유사 등을 즉시 또는 3,5,10년에 걸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금액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61%, 미국은 71%를 따냈다. 섬유 생산을 위한 원자재 공급이 부족할 경우 한쪽 당사국이 요청하면 원산지 기준 개정을 위한 협의에 들어가 60일 이내 개정하기로 했다. 관세 철폐로 피해가 급증하면 긴급 수입제한을 발동할 수 있는 세이프 가드도 품목별로 관세 철폐시점부터 10년까지 인정했다. ●평가 상품분야(제조업·임수산물)는 협상이 가장 잘된 분야다. 두 나라는 가급적 이른 시일내(대부분 즉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보통 FTA 관세 철폐는 10년 내 철폐비율을 주로 비교해 시장개방 범위를 비교하게 된다. 한·미 FTA는 10년내 상품분야 관세철폐 비율이 100%에 이른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 상품분야는 100% 자유화됐으나 세라믹, 유리, 시계부품 등은 최장 15년까지 단계별 관세철폐를 허용했다. 두 나라는 예외 없이 100%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농산물 - 탈지·전지분유·천연꿀등 현행관세 유지 포도주, 냉동 오렌지주스, 화훼류, 옥수수 등 576개 품목은 관세가 즉시 없어진다. 쌀과 관련 제품은 관세 양허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뼈 있는 쇠고기’ 수입은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판정 결과 이후 수입 재개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쇠고기와 감귤·고추·마늘·양파는 15년, 인삼은 18년, 배와 사과는 20년, 포도는 17년에 걸쳐 각각 관세가 단계적으로 없어진다. 돼지고기의 경우 냉장육은 10년에 걸쳐, 냉동육은 2014년 1월까지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탈지·전지분유와 연유, 식용감자, 천연꿀 등의 경우 현행 관세가 유지된다. 그러나 무관세 쿼터를 제공하기로 했다. 사과 중에서 후지사과는 20년에 걸쳐 관세가 없어진다. 세이프가드는 23년간 적용된다. 나머지 사과 품목은 관세철폐 기간이 10년이다. 배 중에서 아시아 품종은 관세철폐 기간이 20년이며, 나머지는 10년이다. ●평가 교수연구회는 “미국측의 최대 목표가 쇠고기시장 개방임을 감안할 때 관세율 인하 시기를 15년간으로 설정한 것은 소기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이 과일을 포함한 농산품의 예외 없는 개방도 요구했던 점을 고려하면 식용 감자 등 5개 품목의 관세율을 현행으로 유지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협상 진행과정에서 농민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과의 내부 협상과정이 생략돼 국회 비준 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전자·통신 - 지배적 통신사업자 ‘교차보조행위’ 금지 유·무선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에게 상호접속, 전용회선, 전주·관로·도관의 이용 등을 비차별적으로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양측의 무선분야 지배적 사업자는 이같은 의무 적용에서 배제하되 상호접속 의무는 SK텔레콤에 적용하기로 했다. 통신사업자가 상대국의 사업자에게 상호접속, 번호 이동, 동등다이얼을 비차별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지배적 사업자가 ‘교차보조 행위’ 등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교차보조(cross-subsidization)란 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의 독점력을 통해 획득한 초과이윤을 다른 통신시장에 종사하는 자회사·계열사 등에 보조하는 행위로, 이미 국내시장에서도 공정위 조사 등을 통해 확립된 관행이다. 가장 중요한 표준 정립 문제에서 양국간 기술표준정책 추진 권한을 인정함으로써 양국간 분쟁의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평가 두 나라 모두 통신사업자의 외자지분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낮은 수준의 타협이다. 통신기술선택의 문제는 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정책의지를 포함시키려는 우리측의 주장과 완전히 시장에 맡기자는 미국측의 주장이 대립했으나 정당한 목표의 범위를 한정하고 절차상의 투명성을 높이는 단서를 추가했지만 우리측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자상거래에 관한 협정은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이슈에 대한 결과를 보면 우리측의 의견이 상당히 반영된 것을 알 수 있으나 크게 보면 어느 편이 유리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환경 - 환경이사회 공개세션등 대중참여 강화 한·미 FTA 협상 타결로 시민단체 등 일반대중이 정부에 환경협정문 이행에 관한 정보와 환경문제 관련 특정 현안의 해결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협상에서 대중참여제도를 도입, 환경이사회의 공개세션 개최나 국가자문위원회 운영 등 다양한 대중 참여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기업 등이 환경법 관련 규정을 위반했을 때 피해를 당한 개인이나 경쟁 기업이 위반 기업 등을 제재하도록 요구하거나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사법적 절차를 보장한 것도 눈에 띈다. 아울러 높은 수준의 환경 보호 및 환경법의 효과적인 집행 의무를 준수하고 무역 및 투자 촉진을 위해 기존의 환경보호 수준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의무화했다. ●평가 일부 시민단체는 한·미 FTA가 환경법의 제·개정 등을 어렵게 해 우리나라 정책 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협정국의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관련법 집행에서 당사국의 재량을 주권사항으로 인정하고 있는 점을 들어 문제가 될 소지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무역구제 - ‘개성공단=역외가공지역’ 지정부속서 채택 개성공단 분야와 관련, 양국은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에서 한반도 비핵화 진전, 남북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 노동·환경 기준 충족 등 일정 기준 하에서 개성공단 등 특정 구역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별도 부속서를 채택했다. 또한 미국·한국 안에서 최종 생산과정을 거친 물품은 원산지를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수입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 경우 가공과정에서 45%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하거나 화학반응·정제공정 등을 거쳐 생산되면 원산지 인정을 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판정기준도 만들었다. 역외산 원부자재의 가격 비율이 10% 이하일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원산지를 인정하기로 했다. 무역구제 분야에서는 반덤핑 제소장을 접수한 뒤 접수 사실을 상대국에 서면 통지하고,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자국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제소 내용에 대해 협의하도록 했다. 반덤핑이나 상계관세에 대한 가격이나 물량합의 제도도 강화된다. ●평가 FTA 교수연구회의 개성공단·무역구제 사안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낙제점’에 가깝다. 비이민 취업비자 확보 등 한국의 초기 목표에 비해 많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총평이다. 그러나 무역구제의 경우 무역구제위원회를 통해 우리 수출품에 대한 특혜성 대우를 확보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는 점은 높이 사고 있다. 개성공단 문제 역시 북핵 위기 등에도 불구하고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도 부분적인 성과로 꼽았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노동 - 공중의견 제출·분쟁해결심판제 도입 주요 합의 내용 가운데 핵심은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공중의견(Public Communication·PC) 제출제도 도입과 분쟁해결심판제도 등을 규정한 노동장(chapter)을 두기로 한 것이다.PC는 노동협정문을 위반했을 때 양국의 노동단체나 시민단체 등이 상대국에 시정요구 등 의견을 제출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노동부에 접촉 창구를 개설, 운영하게 된다. 위반 사실이 인정되면 양국 노동관련 부서 고위급 공무원으로 구성된 노동협의회 등에서 정부간 협의에 나서게 된다. 분쟁해결심판제는 협의에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3명의 중립적인 패널이 사실관계를 조사해 시정권고를 하는 등 분쟁 해결 절차를 밟는 것이다. 노동법 위반국이 시정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건당 최대 1500만달러의 벌과금이 부과된다. ●평가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이 국내노동법을 더욱 충실히 집행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판단한다. 한·미 FTA로 인해 한국 정부는 노동 보호수준을 약화시키기 어려운 부담을 안게 됐다는 평가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의약품 - 신약 임상자료 5년간 개발원용 금지 의약분야 협상 결과는 신약의 특허권 강화로 요약된다.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미국측 요구는 타당성을 갖지만 오리지널 약의 복제 약품과 일부 부속 성분을 달리한 개량 신약에 의존하는 국내 제약업계로선 큰 타격이다. 협상 타결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품목허가 심사기간이 신약 특허기간에서 빠진다. 이는 심사에 걸리는 2년 정도의 시간만큼 복제약품의 출시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신약 품목허가 때 제출한 임상자료를 최소 5년간 국내 제약사가 개발에 원용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의약품 허가와 특허 연계도 무시할 수 없다. 의약품 허가 절차와 특허 소송이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와는 달리 신약 개발회사는 특허소송과 복제약에 대한 품목 허가정지 가처분신청을 동시에 낼 수 있다. 그만큼 복제약품의 생산은 지연된다. ●평가 국내산업 및 소비자에 미치는 단기적 피해 효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도 개혁과 국내 제약산업의 올바른 방향 설정을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신약 최저가 보장 요구’ 등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피해를 주는 미국측 움직임을 막아냈다는 입장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문화산업 - IPTV등 정부규제권한 포괄적 유보 한·미 FTA 타결로 방송, 영화, 지적재산권 등 문화산업계 전반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방송 분야에서는 케이블TV 등 현재 성업중인 시장영역을 미국에 열어준 대신 향후 잠재가치가 큰 분야는 우리측 주도로 시장규칙을 만들어갈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IPTV 등 새로 출현하는 서비스인 방송통신융합서비스와 온라인 시청각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규제권한(내외국인 차별권한 포함)도 포괄적으로 유보했다. 온라인 시청각 콘텐츠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규제권한을 유보, 미래의 디지털 방송환경 속에서 국산 콘텐츠가 활발히 제작·유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권한을 확보했다. 지적재산권의 경우 특히 온라인 저작권자의 권한이 대폭 강화됐다.‘크래킹’(사용자가 임의로 기존 프로그램을 해독하는 행위) 등을 통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접근하는 것을 통제하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불법 해독된 위성 또는 케이블 신호를 수신·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정부의 정품 저작물 사용도 의무화됐다. 상표에서는 상표권의 배타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으로 한정했으며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권자 및 상표권자에게 선출원주의에 근거해 배타적 권리를 부여했다. 상표 사용권의 등록요건을 폐지하고 냄새나 소리도 상표로 인정토록 했으며 증명표장제도를 도입했다. 특허 분야에서는 심사지연 등 특허청의 귀책사유로 특허 출원 후 4년, 심사청구 후 3년이 모두 지나 등록된 경우 지연된 기간 만큼 존속기간을 연장해 주기로 했다. ●평가 최경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연구실장은 “저작권자의 권리보호 문제는 상대적이어서 변화한 시장환경에 적극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화위원회 김혜준 사무국장은 “스크린쿼터가 당장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울 때 안전판 역할을 하던 것이 사라져 심리적 위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업계는 “외국에 소유 지분을 100% 허용하는 것은 방송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금융 - 재보험등 4개 분야 해외금융거래 허용 금융 분야에선 국책금융기관과 우체국 보험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해외송금을 1년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농어촌·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은 계속 가능하다. 재보험·항공보험·수출입적하·해상보험 등 4개 분야에서 국경간 금융거래를 허용했다. 하지만 개인간 소매금융은 제외, 온라인으로 개인이 미국에 있는 은행 등과 거래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투자 분야에선 외국 기업이 영업상 침해를 입은 ‘간접수용’의 판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국가소송제(ISD)를 도입했다. 간접수용의 기준과 관련해선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침해가 재산권을 직접 박탈하거나 국유화하는 ‘직접수용’과 동등해야 하며 ▲정부 조치가 외국인 투자자의 합리적 기대를 벗어났거나 ▲특별한 희생을 강요했지는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평가 교수연구회는 국경간 금융거래 개방은 미흡하다고 지적했으나 단기 세이프가드는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또 “조세·부동산 정책이 배제된 것은 우리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조세·부동산 정책도 100% 예외로 인정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는 간접수용이란 용어가 생소하지만 우리 헌법도 공익을 목적으로 한 과도한 재산권 침해에도 정당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정부는 정책수립이나 규제 도입 때 투자협정의 합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정부조달 - 年 3700억달러 美조달시장 진출 길 활짝 중앙정부의 물품과 서비스조달 개방 대상을 현재 19만달러 이상에서 10만달러(약 1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미국내 조달 경험이 없는 국내 기업들이 국내 시장의 20배인 연간 37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미국은 입찰참가 및 낙찰자 결정 때 미국내 실적만을 요구해 왔으나 이번에 한국에서의 실적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조달청은 연간 최대 6조원 정도의 시장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명수 조달청 국제물자본부장은 “미국 기업의 한국내 진입보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더 유리해진 상황”이라며 “다만 첨단 의료, 영상장비와 광학장비 등 국내 생산업체가 없는 분야의 국내 진입은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가 미국의 주정부 조달시장을 추가로 개방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우리의 지방정부와 공기업 개방도 막아 균형이 이뤄졌다. 정부 조달의 범위에 BOT(건설-운영-이전) 계약 등 민자유치 사업도 포함시킨 것도 우리에게 진출 기회가 더 크다는 점에서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 정부 예산으로 조달하는 학교급식은 예외를 인정받은 것도 우리가 요구한 사항으로 중요한 성과 중 하나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孫 ‘강연정치’ 재시동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8일 약 2주 만에 ‘강연 정치’를 재개했다. 당분간 정치인들과의 만남은 자제하고 각계 각층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접촉하는 동시에 강연 정치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대중에게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대중문화예술인복지회 창립식에 참석한 뒤 오후에는 충북 청주를 찾아 청주대에서 ‘글로벌시대의 창조와 도전’을 주제로 특강했다. 그는 특강에서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소신을 갖고 자신의 입장과 비전을 펼치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 모습일 것”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손 전 지사는 이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신지식인협회 ‘2007지식포럼’에서도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손 전 지사와 ‘제3지대 통합론’을 놓고 코드를 맞춰온 민주당 김효석 의원도 참석, 눈길을 끌었다. 한편 손 전 지사는 전날 기자들에게 “솔직히 하루에도 몇번씩 죽음과 삶을 오가는 기분”이라면서 “이제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상태”라고 말했다. 탈당으로 인해 자신도 모든 것을 잃었지만, 대선구도 또한 재편될 계기를 마련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뉘앙스였다.청주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마왕 ‘폐인 드라마’로 뜬다

    마왕 ‘폐인 드라마’로 뜬다

    지난 21일 첫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마왕’이 초반 저조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소수의 마니아 시청자층을 만들어내며 여론을 이끄는 이른바 ‘폐인 드라마’의 계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마왕은 천사와 악인의 두 얼굴을 지닌 천재변호사 오승하(주지훈)와 범인 잡는 일이라면 어떤 것도 마다않는 의리파 형사 강오수(엄태웅)가 초능력을 지닌 도서관 사서 서해인(신민아)과 펼치는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특정인의 소유물에 손을 대기만 해도 소유자의 정보를 읽어내는 초능력인 ‘사이코메트리’를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삼아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또 2006년 MBC 드라마 ‘궁’으로 스타가 된 주지훈과 2005년 KBS2 드라마 ‘부활’로 얼굴을 알린 엄태웅의 카리스마 대결 또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방송 첫 주 마왕의 시청률은 다소 저조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22일 마왕의 시청률은 8.7%로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인 SBS ‘마녀유희’(16.3%),MBC ‘고맙습니다’(14.6%)에 뒤처졌다. ●네티즌 시청소감 1만 1000건 돌파 그럼에도 네티즌들의 관심은 경쟁 드라마를 압도한다.27일 현재 마왕의 드라마 게시판에는 1만 1000 건이 넘는 게시글이 올라와 마녀유희(3100여건), 고맙습니다(2500여건)의 게시글 수를 합친 것보다도 2배 가까이 많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마왕 지지자들은 “경쟁드라마와의 시청률에 기죽지 말고 ‘엄포스’(엄태웅의 극중 카리스마를 일컫는 말)를 즐기며 ‘닥본사’(닥치고 본방송 사수의 준말)하자.”는 등의 글을 올리며 제작진과 마왕 시청자들을 격려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콘텐츠 생산자가 해야 할 드라마 홍보를 콘텐츠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담당하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작가주의´ 산물… 1998년의 ‘거짓말´ 이러한 폐인 드라마 문화는 1990년대 등장한 ‘작가주의’와 궤를 같이 한다. 드라마 작가의 역량이 높아지면서 작가만의 독특한 상황설정과 감성적 문체가 이른바 ‘코드’를 공유하는 시청자층에게 강하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시청자들이 배우가 아닌 작가를 보고 드라마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폐인 드라마의 원조는 1998년 KBS2의 ‘거짓말’. 당시 드라마를 집필한 노희경 작가 특유의 감성적 대사와 이성재, 배종옥, 유호정 등 배우들의 호연이 맞아떨어지며 PC 통신상에서 수많은 드라마 커뮤니티가 생겨났다. 종영된지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을 카페들이 있을 정도. 노 작가는 99년 MBC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배용준·김혜수 주연)를 통해 또 한 차례 ‘우·정·사 폐인’들을 양산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정옥 작가가 MBC를 통해 2002년 ‘네멋대로 해라’(양동근·이나영 주연)와 2004년 ‘아일랜드(양동근·이나영·현빈·김민정 주연)’를 통해 폐인 드라마의 계보를 이어갔다.2005년에는 김지우 작가가 KBS2드라마 ‘부활’(엄태웅·소이현 주연)을 통해 ‘부활패닉’(드라마 부활 마니아를 일컫는 말)을 만들어냈다. 당시 부활은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 밀려 10% 안팎의 시청률로 고전했지만 게시판 글이 200만개를 넘어서며 DVD로까지 출시되는 등 네티즌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다. 현재 마왕에 대한 지지는 부활패닉들 덕분이기도 하다. 사실상 ‘마왕’과 ‘부활’은 한 핏줄을 가진 드라마. 김지우 작가가 집필했고, 엄태웅이 형사로 출연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복수극이라는 드라마 설정과 퍼즐을 맞춰가는 듯한 이야기 전개 또한 똑같다. 마왕을 연출하는 박찬홍 PD는 “부활과 마찬가지로 마왕 또한 빠르고 경쾌한 스토리 전개와 타로카드, 박하사탕, 오려붙인 편지와 사진 등 사건해결의 여러 실마리 등을 적절히 배치해 작품성 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며 각오를 다진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건축가의 생활 탐험] 나의 노래, 우리의 노래

    [건축가의 생활 탐험] 나의 노래, 우리의 노래

    글 황두진 건축가 ’동물원’이라는 그룹이 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꽤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그룹이다. 공식적으로는 해체했지만 종종 멤버들이 다시 모여 콘서트를 갖는 것으로 안다. 이들을 아주 전문적인 음악인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데에 그들의 매력이 있는 듯하다. 동물원 특유의 매력, 그것은 특히 가사에서 잘 드러난다. <시청 앞 지하철역>이란 노래는 제목 그대로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옛날 여자친구, 혹은 애인을 우연히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이미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 그러니 노래하는 사람도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된 사회인일 것이다. 여전히 젊기는 하지만 이미 기성세대의 삶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는 그들. 그런 이들에게 정말 일어날 듯한, 그러면서도 여전히 특별할 수밖에 없는 해후를 이 노래처럼 실감나게 그린 예는 별로 없는 듯하다. <혜화동>은 또 어떤가. 가사를 자세히 음미해 보면 대략 이런 상황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강북 혜화동 일대에서 함께 놀던 친구들이 그 사이 여의도로, 강남으로 전학을 갔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제 해외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예전에 뛰어놀던 혜화동으로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그 떠나는 친구를 만나러 혜화동으로 가며 부르는 노래인 것이다. 혜화동 1번지 보성중학교를 다녔던 나에게 이 노래는 정확히 나, 그리고 내 친구들을 위한 노래였다. 짧은 노래 한 편에 서울이라는 도시의 발전사가 그대로 압축되어 있기도 하다. 대체로 동물원의 노래에서는 80년대의 최루탄 냄새가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동물원은 ‘비운동권 386을 위한 그룹’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일상적인 삶을 그렸고, 그 배경의 풍경을 정확히 묘사했으며, 무엇보다 자기 세대를 위해 노래했다. 이제는 유행이 많이 지난, 이 그룹에 대해 새삼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렇다. 나는 이제 40중반이다. 40대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한다면 이제 절반이 지나간 셈이다. 굳이 뭐가 그리 황금기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30대 이전에는 이룬 것이 있기 어렵고, 50대에 접어들면 무엇보다 몸이 이전 같지 않기 때문에 40대를 그렇게 부르는가 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40대는 참으로 척박한 삶을 산다. 간단히 말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거나 혹은 술을 마시는 데 쓴다. 그래서 40대의 문화라는 것은 참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조사를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가장 문화비 지출이 적은 세대가 40대일 것이다. 하지만 40대가 결코 일하는 기계나 향락적인 소비 계층만은 아니다. 반짝반짝하는 삶의 순간들이 있어야 하고 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이야기하고 노래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나의 노래, 우리의 노래에 대한 갈증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내 나이 또래를 위한 노래란 정말 찾아보기 어렵다. 굳이 젊은 세대와 코드를 맞추겠다고 힙합을 억지로 듣는 것도 우습고, 그렇다고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자니 뭔가 지금의 시대와 맞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점점 노래방이 시들해진다. 물론 드물게 시대와 연령을 초월하여 공감을 일으키는 노래들이 있기는 하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같은 것이 그런 예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역시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감성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함께 나이 먹어 가는 같은 세대로서,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의 노래를 부르는 그런 사람들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창작을 꾸준히 하는 경우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데뷔곡을 대표곡 삼아 평생을 불러대는 경우는 좀 아니었으면 한다. 하지만 가수들도 내 나이가 되면 다른 사업을 하거나 더 이상 음악적으로 발전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간혹 콘서트를 가봐도 결국 대부분의 레퍼토리는 이미 한참 지난 것들이다. 현재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창작곡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 뭔가 가슴 속이 허전하다. 그런 점에서 조용필과 같은 세대의 사람들은 그나마 행복했던 것 같다. 유래 없이 장수한 이 가수 덕에 지속적으로 함께 나이 먹어 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 미국에서는 프랭크 시나트라가 그런 사람이었을 듯 하다. <참 좋은 해였네(It Was a Very Good Year)>나 <나의 길(My Way)> 같은 노래가 어찌 얕은 연륜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던가. 나는 지금도 우리 사회에 혹시 내 20대의 동물원에 해당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래서 나와 같은 40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란다. 나의 노래, 우리의 노래를 잃은 바로 그 세대에게 노래를 다시 돌려주었으면 한다.     월간 <삶과꿈> 2007.02 구독문의:02-319-3791
  • [문화마당] 코드와 의사소통/코디 최 문화이론가·화가

    언어는 인간의 문화적 현상 중에 대표적인 행동양식이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일으킴으로써 사회의 관계성 속에서 우리들 스스로를 존재하게 만든다. 또한 언어는 일정 행동양식의 의미를 재현하는 것이며, 재현된 의미는 결국에 특정한 코드(code)로 인식되어진다. 이것은 코드와 의사소통, 그리고 의미재현의 관계성을 얘기하는 것이다. 예컨대 1990년대 들어 강남을 배회하는 일부 사람들을 ‘오렌지족’ ‘야타족’ 등으로 표현했는데, 이것은 그들의 행동양식을 의사소통의 관점에서 코드로 재현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사회의 관계속에서 문화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을 하나의 구별된 코드로 재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따라서 구별된 코드의 형태로서 일정문화를 확고한 위치에 서게끔 하는 것이다. 다른 예로서 70년대에 등장한 ‘기사식당’은 아마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존재일 것이다. 초기에는 아무런 서술구가 붙지 않은 채 ‘기사식당’이라는 문구만을 사용하며 그 존재를 알렸다. 당시에 이 식당들은 노동자층을 대상으로 하며, 실비의 가정식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즉 이것은 ‘기사식당’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통해 일종의 문화적 코드를 만들어 내고, 노동자층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으로서 그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식당의 새로운 명칭을 시사하는 것 외에도 우리사회 속에서 기사계층의 집단이 형성되었다는 하나의 담론을 문화적 코드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기사식당’이 갖고 있는 기본 코드의 의미는 노동자층을 대상으로 실비의 가정식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결국 기사계급이라는 하나의 집단의식을 더욱 강력히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화적 코드가 만들어지면 다음 단계는 두가지의 발전과정이 나타난다. 하나는 그 코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석과 추리를 거치며 새로운 의미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다른 하나는 코드자체의 명칭이 진보하는 것이다. 즉 ‘기사식당’이 갖고 있는 문화적 코드의 초기 의미(노동자층을 위한 실비의 가정식 식당)와 현상(기사계급의 집단의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나라의 사회적 현실 속에 기사를 거느리고 싶어하는 귀족 선호심리, 즉 지배계급과 귀족문화를 선호하는 사회적 풍조가 기사계급을 만들어냈으며, 그 행위로 말미암아 ‘기사식당’이 출현할 수 있다는 발전된 결과로 추론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담론적 해석의 사례를 들기 위해 택시 기사의 경우는 제외시키고 한정적 범위에서 담론적으로 접근해 보았다.) 더불어 ‘기사식당’과 같이 일반적으로 문화의 코드가 정립되면, 그 다음 단계는 코드 스스로 문화적 욕망을 갖게됨에 따라 문화적 권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한곳에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본 코드를 디코딩(decoding: 코드의 해체와 전이)하여 새로운 의미 부여를 시도하면서 이동하게 된다. 예컨대 ‘기사식당’이라는 이름 앞에 ‘팔도 기사식당’ 또는 ‘큰이모 기사식당’과 같은 새로운 이름으로 자기중심의 권위적 추가코드(sub-code)를 부가하여 ‘기사식당’ 이라는 코드보다 ‘팔도’ 또는 ‘큰이모’라는 추가코드를 더욱 부각시키는 것이다. 즉 그 의미의 중심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문화적 행위는 코드의 재현과 전이의 여행을 겪으면서 사회구조와 권력의 관계까지도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는 한 곳에 멈춰있을 수 없는 특성을 가졌고 끝없는 담론의 여행을 즐긴다. 우리는 이같은 문화의 코드와 문화적 전이를 날마다 경험하게 되며, 각기 다른 정체성들 사이에서 그 경계를 끊임없이 부수고 재창조한다. 코디 최 문화이론가 화가
  • 할리우드 영화와 노벨상 문학코드,무슨 관계가 있나?

    할리우드 영화와 노벨상 문학코드,무슨 관계가 있나?

    글 최정호 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 박사,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의 저자 매년 10~12월이면 노벨문학상 선정 발표와 번역판 출간, 수상식 등이 문화 관련 뉴스의 초점의 하나가 된다. 세계 엘리트 문화의 진원지의 하나를 노벨문학상이라고 할 수 있다면 세계 대중문화의 막강한 리더로는 할리우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 두 문화세력 간에 서로 윈윈의 공생관계가 있을 법하였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참고로 유럽 영화계에서는 간혹 노벨상 수상작을 영화로 다루는 실험이 있었다. 핀란드의 카스퍼 레데(Caspar Wrede) 감독은 1970년 솔제니친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그가 노벨상을 수상한 같은 해에 영화화하였다. 독일의 폴커 슐렌도르프 (Volker Schloendorff) 감독이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자기 나라 작가의 작품 두 편을 골라 일찍이 영화화하였다. 즉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1979년)》과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1975년)》를 각각 영화화하였다. <양철북>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등을 휩쓸었다. 그런데 실은 소설 《양철북》의 영화화 이후 20년이 지난 1999년에 와서야 귄터 그라스는 거꾸로 동명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이다. 그라스는 영화의 후광으로 수상에 플러스를 받은 셈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활약하고 있는 영화감독 미카엘 하네케가 오스트리아의 반체제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Elfriede Jelinek)의 소설에 근거한 <피아니스트>(2001, La Pianiste, 일명: 피아노 치는 여자)를 영화화하였었다. 이 영화는 2001년 프랑스 칸 영화제 등 중요 영화제를 휩쓰는 성공을 거두었고, 그 후 2004년에 와서야 원작자인 옐리네크는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참고로 이 영화는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반나치 영화인 2002년 작인 <피아니스트>와는 전혀 별개의 영화이다. 하여튼 원작의 영화화가 앞서 가고 그 덕분에(?) 노벨문학상을 받는 역주행이 반이었다. 한편 할리우드는 과거 한때에 미국 출신의 노벨상 수상작가의 작품을 간헐적으로 영화화하였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음향과 분노》를 1959년 영화화하였고, 1962년 수상자인 존 스타인벡의 소설 《에덴의 동쪽》을 그가 노벨상을 받기 전 일찍이 1955년에 영화화하였다. 그의 소설 《분노의 포도》는 이미 1940년에 영화화되어 존 포드 감독은 아카데미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특히 할리우드는 미국 태생의 1953년 노벨상 수상자인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에는 집중적인 성의를 보였다. 그가 수상하기 전에 이미 《무기여 잘 있거라》(1932),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3), 《가진 자와 못 가진 자》(1944, To Have and Have Not), 《킬러》 (1946), 《킬리만자로의 눈》(1952) 등 5편이 영화화되었다. 그가 수상한 이후에는 《태양은 또 다시 떠오른다》(1957), 《노인과 바다》(스펜서 트레이시 주연(1959), 안소니 퀸(1990) 주연, 두 차례), 《무기여 잘 있거라》(1957년 리메이크), 《킬러》(1964년 리메이크) 등 5편이 영화화되었다. 결국 10편이나 영화화된 셈이다. 미국작가들의 영화화도 노벨상 수상 이전에 주로 이루어졌다는 역주행성이 대부분이었다. 그 후 할리우드는 소련의 좌익 공산 혁명과 그 이후의 볼셰비키 정권 치하의 우파적 로망을 다룬 소련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노벨상 수상소설 《닥터 지바고》를 1965년에 영화화한 이후 거의 40여 년 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을 영화화한 적이 없이 침묵을 지켜왔다. 세계 대중문화를 리드하는 할리우드가 노벨문학상을 왜 이렇게 백안시했을까? 작품들이 영화화하기에는 난해성이 많은 작품들로 구성된 수상작들 자체에 일차적 책임이 있을 수 있겠다. 나아가 좌파 반체제를 선호하는 노벨상의 추세적 경향에서 할리우드 코드와의 서로 다름에 비추어 할리우드가 노벨문학상 작품의 영화화에 전혀 의욕을 보일 수 없었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1994년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겐자부로는 스스로 좌파임을 언행으로 보이고 있고, 2000년 수상자 가오싱젠은 나중 전향하였다고 하였지만 원래 중국 공산 당원이었다. 독일 사회당을 옹호한 1999년 수상자인 귄터 그라스는 최근 이라크 전쟁에 즈음하여 부시 미대통령을 오사마 빈라덴보다 더 위험한 인물이라고 험담을 해대기도 했다.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밝힌 바 있는 포르투갈의 주제 사라마구는 98년 말 노벨 문학상을 받기가 무섭게 99년에는 쿠바혁명일 기념식에 참석했었다. 1997년 수상자인 이탈리아의 다리오 포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원하는 공연을 수백 회 한다. 교황청은 그들 두 사람의 수상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1972년 독일인 수상자 하인리히 뵐은 좌파 세력의 잔여 세력인 바더-마인호프 테러단을 옹호하였다. 1990년 노벨상 수상자 옥타비오 파스(멕시코)는 공산주의자였다. 1982년 수상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는 반미를 부르짖었다. 1971년 상을 받은 파블로 네루다(칠레)는 41살에 공산당 소속으로 상원의원이 된다. 1967년 노벨상 수상자 아스투리아스(과테말라)는 반미를 부르짖고 수상 직전에 소련의 레닌 평화상을 수여 받음으로써 좌파적 성향을 공인받았다. 최근에 들어 세계 지성인의 브라만 층에 전교조적 메시지를 줄기차게 전해온 노벨문학상, 큰 흐름으로 봐서 이상하리만큼 좌파를 옹호하는 노벨문학상 코드의 편집증을 헤아려 보면서 과연 이렇게 극심한 좌파 선호를 통하여 노벨문학상이 세계 문화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스웨덴은 좌파 사민당이 1932년 이후 9년을 빼고 65년 간 집권하면서 시행한 복지정책 탓에 ‘바퀴 빠진 볼보’라는 악명까지 얻었다. 최근에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 우파가 승리하면서 이제 노벨문학상 코드를 둘러싼 체제와 진용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월간 <삶과꿈> 2007.01 구독문의:02-319-3791
  • 태극기로 한국 현대 재조명 새달 1일부터 사진 전시회

    3·1절을 맞아 태극기가 들어 있는 사진을 통해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사단법인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25일 한국 현대사 기록에 남아 있는 태극기 사진을 주제로 한 ‘아, 태극기전-태극기로 읽는 한국현대사’ 전시회를 다음달 1∼31일 한 달 동안 부산 민주공원 기획전시실에서 갖는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구축한 ‘민주화운동사진데이터베이스’에 담겨 있는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 민주화운동 관련 사진과 현대사 주요 사진자료 가운데 태극기가 들어 있는 이미지를 골라 마련됐다. 전시회는 ▲1부 현대사의 주요사건 ▲2부 반공시대와 유신시대 ▲3부 일상속의 태극기와 태극기 속의 일상 등 모두 3부로 구성된다. 시기적으로는 1946년부터 2000년 사이 사진들이다. 태극기는 1882년 박영효 일행이 일본으로 가던 중 메이지마루 선상에서 그렸다는 최초의 태극기에서부터 2002년·2006년 월드컵 때 붉은악마들이 사용한 응원용 대형 태극기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정치·사회·문화적 코드로 자리잡고 있어 현대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이용원 칼럼] 백제를 꿈꾸며

    [이용원 칼럼] 백제를 꿈꾸며

    7세기 초 유적지인 전북 익산시 왕궁리에서 정화시설을 갖춘 공중화장실 3기가 발굴됐다고 엊그제 언론이 보도했다. 아울러 토양을 분석해 보았더니 백제인들은 육식을 거의 하지 않고 채식을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왕궁리는,‘서동요’를 지어내 신라 선화공주를 유혹했다는 백제 무왕과 인연 깊은 땅이다. 일본의 ‘관세음응험기’ 등에는 무왕이 한때 수도를 익산으로 옮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 짧은 보도를 접하고는, 당시로는 첨단이었을 정화조 화장실을 갖춘 왕궁의 위용, 독실한 불교신자로 육식을 멀리했을 무왕 부부와 그 백성 등 백제인의 삶의 모습이 잇따라 떠올랐다. 그러면서 백제는 과연 어떤 나라였을까라고 상상의 날개가 펼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유혹이었다. 백제의 역사는 3국(실제로는 가야를 포함한 4국) 가운데서도 오랫동안 홀대를 받아왔다. 한반도 북부와 만주를 꿰차고 앉아 중국과 자웅을 겨룬 고구려,3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신라에 이리저리 채이기만 한 것이 ‘약소국’ 백제가 주는 이미지였다. 그러다 1971년 충남 공주에서 무녕왕릉이 발굴된 것을 계기로 백제는 화려하게 부활한다.1993년에는 충남 부여에서 ‘금동용봉봉래산향로’가 출토돼 백제인의 찬란한 예술성을 만천하에 과시했고, 이어 한성백제의 왕도인 서울 풍납토성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백제는 건국 초기부터 동북아시아의 강국이었음이 밝혀졌다. 이와 함께 문헌사학계의 연구 축적에 힘입어 백제는 한반도 남쪽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소국이라는 위상에서 벗어났다. 백제가 일본 열도에 분국(分國·식민지)을 세웠다는 학설(북한의 김석형 등)은 진즉에 나왔고, 이를 뛰어넘어 일본 열도와 중국은 물론 동남아 일대까지 진출한 해양대국이었다는 학설(이도학 전통문화학교 교수)이 강력하게 대두되었다. 심지어 현재 전세계에 퍼져 있는 화교가 사실은 중국에 진출했던 백제 유민의 후손이라는 주장(김성호의 ‘중국 진출 백제인의 해상활동 천오백년’)까지 나와 있다. 백제가 해양대국이었다면 그 바탕에는 교역물품이 있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역사적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유물이 2005년 10월에도 공개됐다. 공주 수촌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가죽 직물이 그것이다. 창을 감싸는 데 사용했으리라 추측되는 이 직물은 일본 사가현 소재 유키노야마(雪野山) 고분의 출토품과 똑같다고 한다. 발굴단 교수가 “육안으로 봐도 같은 메이커 제품”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생활용품은 남겨진 게 드물지만, 왕실과 불교 관련 물품 중에는 쌍둥이라 해도 좋을 만큼 똑같은 유물이 한·일 양국에 전해진 예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는 선진국의 ‘메이드 인 백제’ 제품이 일본으로 수출된 예가 아닐까. ‘일본 제품이 백제에 수출되었다.’고 거꾸로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본측 기록으로 검증하면 된다. 우리의 ‘삼국사기’에 비견되는 ‘일본서기’에는 34대 일왕 서명(舒明)이 639년 궁궐과 절을 짓도록 지시한 결과 백제천(川) 가에 백제궁(宮)과 백제사(寺)를 지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서명은 타계 후 백제대빈(大殯)에 안치됐다. 살아서는 백제궁에 거주하다 죽은 뒤 백제대빈으로 간 일본 왕은 백제인일까, 일본인일까. 요즘 고구려·발해가 새 문화 코드로 뜨고 있다. 대륙을 호령한 선조들이 있다면 바다를 누빈 선조, 백제인도 있다. 백제가 진정 되살아나는 날을 꿈꾼다.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문화마당] 동네북 신세 된 ‘민족’/한명희 한국민족음악가연합 이사장

    엊그제만 해도 진보니 보수니 하는 낱말들이 풍미하더니, 요즘은 난데없이 ‘민족’이라는 단어가 문화계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나를 낳아준 탯줄도 민족이고, 세계 속에 나라의 이름을 달게 해준 것도 민족이라는 이름의 응집력이요 동질감이었다며 칭송하는 눈치들이 아니다. 국제화시대에 무슨 시대착오적인 구태며 아집이냐는 뉘앙스의 언설들이다. 졸지에 민족이라는 이름이 폄하되고 용도 폐기되는 느낌이다. 필자처럼 고루하게(?) ‘민족’이라는 단어를 법인명으로 달고있는 단체장의 입장에서는 덩달아 못난 짓이라도 한 양 주눅이 들고 눈치꾸러기가 돼가는 기분이다. 왜 그렇게 시류에 민감히 부화(附和)하는지 모르겠다. 왜 그리도 미시적이고 호흡이 짧은지 모르겠다. 지난 세기 60년대의 일이다. 필자가 어느 언론사에 햇병아리로 입사했을 때, 신입사원들에게 일제히 규격화된 철제 책상과 집기들이 분배되었다. 바로 목재용구들이 철제용구들로 환치되던 시절이었다. 경향(京鄕)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전래의 목재가구나 민화 등은 헌신짝처럼 버려졌었다. 엿 몇가락에 진귀한 서책이 팔려가고, 플라스틱 용기 몇개로 값비싼 병풍이며 농장들을 예사로 바꿔갈 수 있었다. 서구화와 동의어였던 현대화의 세찬 물결 속에서, 손때 묻은 옛것들은 모두 창피스러운 천덕꾸러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반세기쯤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때 그 시절의 경망함과 용렬맞음을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 중인가. 또한 시류에 뇌동하던 미망(迷妄) 때문에 기실 얼마나 많은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망실되고 말았는가? 금세기 화두인 세계화의 조류 속에서, 옛것에 관한 지난날의 우몽(愚蒙)처럼, 민족이라는 글자마저 쪽배에 실어 망망대해로 수장시키는 게 아닌가 적이 씁쓸한 여운을 지울 수가 없다. 필자도 세계화의 추세를 애써 강조하는 처지이지만, 민족이라는 낱말이 왜 못마땅한지 알 길이 없다. 세계화와 민족은 상충되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 같은데, 필자의 견해는 정반대이다. 세계화와 민족은 오히려 상호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건 일곱가지 색깔들이 각자 제 고유의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화음과 합창이 단음과 유니손보다 아름다운 것은 복수의 음과 복수의 선율이 각자 자기 고유의 음색을 잃지 않고 조화를 이뤄가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민족의 방정식도 이와 같다고 하겠으며, 또한 이같은 얼개로 조율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이 땅에서 민족이란 곧 나라나 국가와 동의어이다. 수십·수백여 민족이 섞여 살며 국가를 이룬 나라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민족간의 갈등을 겪는 나라들처럼, 민족이라는 낱말을 기피할 필요도,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굳이 민족이라는 접두어를 떼자는 주장은, 아마도 세계화라는 대세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민족이라는 어휘가 시대감각에 뒤진 듯한 느낌이었거나, 혹은 세계화의 복잡한 실체나 본질을 표피적으로 속단한 데서 오는 개인적 주견들이 아닐 수 없다. 세계화·국제화의 시대일수록 민족(우리는 국가의 정체성과 이명동의)은 강조되어 마땅하다. 도, 미, 솔의 코드가 아름답고 빨강, 파랑, 노랑의 중간색들이 아름다운 것은 그들 각자의 고유한 개성과 색깔을 견지하며 ‘전체는 부분의 총화 그 이상’의 경지를 창출해내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민족의 함수관계도 이와 같다. 세계화의 선두에 있는 중국은 지금도 컴퓨터를 전뇌(電腦)로, 빌딩을 대하(大廈)로 고집하고, 베이징에는 여보란듯이 민족음악학원이라는 유서 깊은 음악대학이 상존하고 있지 않은가? 뜸들지 않은 현란한 논리에 앞서 창해수처럼 깊은 예지와 곤륜산처럼 육중한 지성의 깊이가 아쉬운 계절이다. 한명희 한국민족음악가연합 이사장
  • [책꽂이]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안인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덴마크, 독일 등 알프스산맥 이북쪽에 전해 내려오는 북유럽 신화를 소개. 신화의 주인공들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지혜의 신 ‘오딘’은 애꾸눈이고 재판과 맹세의 신 ‘티르’는 외팔이 신이다. 난쟁이도 등장한다. 신들은 거인 ‘이미르’가 죽고 난 뒤 그의 살 속에 생겨난 구더기로 난쟁이를 만들었다. 난쟁이들은 땅 속에 살면서 귀한 돌들을 모아 가공해 보물을 만드는 대장장이가 됐다고 한다. 책은 저주받은 반지가 난쟁이에게서 신들을 거쳐 거인 등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이어지는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영화 ‘반지의 제왕’ 등 북유럽 신화가 문화산업의 콘텐츠로 활용된 현상도 다룬다. 전2권 각권 1만 3000원.●한국 상인(공창석 지음, 박영사 펴냄) 우리나라 최초의 대상인은 졸본 사람 연타발. 그로부터 신라의 진골 상인 김태렴, 해상왕 장보고, 개성상인에 이르기까지 한국 상인의 맥을 살핀 책. 저자(경상남도 행정부지사)는 조공설을 비롯해 발해견제설, 동대사 대불 개안 축하설, 무역촉진설 등 이 사절단의 성격과 관련된 견해를 소개한다.3만원.●섹스와 공포(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그리스인들이 섹스를 신격화했다면, 로마인들은 그것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겼다. 그리스인들에게 섹스는 즐거운 파티였던 반면, 로마인들에게 그것은 ‘유사 죽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공쿠르상 수상작가인 저자는 서구문명사는 성이 공포와 저주로 변질된 역사이며, 그 뿌리는 고대 로마시대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제국의 형태로 로마세계를 재정비하던 시기라고 주장한다.1만원.●피고인에게 술을 먹여라(서태영 지음, 모멘토 펴냄) 1985년 ‘인사유감’ 필화사건을 겪은 판사 출신 저자가 말하는 법조풍경 이야기. 암울한 시기 시국사범에게 거의 일정한 형량이 내려진 것을 빗댄 ‘정찰제 판결’과 전관예우 문제 등을 다뤘다. 저자는 ‘고통대행업자’인 변호사는 돈 받는 만큼의 괴로움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다.‘법률마트 시대의 휴머니스트 비망록’이라는 부제가 붙었다.1만원.●트랜스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애덤 로버츠 지음. 곽상순 옮김, 앨피 펴냄) 영·미권의 손꼽히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화비평가이자 마르크스주의 학자인 프레드릭 제임슨. 그의 대표작 ‘정치적 무의식’을 통해 조명한다.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이 단순한 미학적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후기자본주의의 문화논리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만 2500원.●제왕의 리더십(박종기 등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고려시대에는 측근정치가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국왕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부분이 조선에 비해 큰 편이었다. 고려시대 국왕은 빠른 정치적 결정을 위해 측근정치를 폈지만 포용력을 통해 그 폐단을 막을 수 있었다. 코드인사로 대표되는 현 정권의 지나친 자파세력 중심 정치운영은 광해군시절 ‘북인의 비극’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곁들인다. 한국사의 대표적 제왕들의 국가경영 양상을 살피고 있다.1만 8000원.
  • [박성서의 7080가요 X파일]佛 샹송가수, 한국가요 부르다

    [박성서의 7080가요 X파일]佛 샹송가수, 한국가요 부르다

    ‘시인의 혼(L´ame Des Poetes)’의 세계적인 샹송 가수 이베트 지로.1960년대 한국,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에서의 잦은 공연과 함께 아시아에서 샹송 붐을 주도했던 지로는 당시 에디트, 줄리에트 그레코와 더불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가수 중 한 명이다. 상냥하고 붙임성 있는 외모와 함께 그의 깊고 낮은 목소리에는 한껏 정감이 묻어난다. 부드러운 창법과 발음으로 매우 친근감을 안겨주는 그의 노래는 이전까지 어둡고 우울한 샹송 이미지를 또 다르게 바꾼 인물인 동시에 우리나라를 방문해 최초로 내한공연을 펼쳤던 샹송가수이기도 하다. 아울러 우리 노래를 직접 우리말로 취입한 최초의 가수이기도 한 지로가 당시 발표한 앨범은 ‘노오란 샤쓰’와 ‘안개’. 그가 ‘노란 샤쓰’를 처음 부른 것은 1963년, 당시 시민회관에서 가졌던 내한공연 무대에서였다. “마치 우리말을 알기라도 하듯 섬세하면서도 역동감이 넘치는 표현력, 그래서 ‘노래는 표현’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지로만의 가창력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뜨거운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당시 공연에 참관했던 ‘노란 샤쓰’의 작곡가 손석우(87)씨의 회고다. 지로는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른 뒤 자청해 손석우씨가 자주 제작하고 있던 뷔너스레코드사를 통해 이 노래가 담긴 음반을 레코딩한다. 특히 노래 취입 당시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마이크 앞에 서서 노래에 집중하던 그녀의 모습 또한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전해진다. 단순하면서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힐빌리(Hillbilly, 현재 Country & Western) 리듬의 이 곡은 1961년, 가수 한명숙씨가 발표한 불멸의 레퍼토리. 처음 발표될 당시엔 일부 관계자들로부터 그저 단순히 동요에 털이 좀 난 것일 뿐이라는 별로 곱지 않은 악평도 한편으론 감수해야 했지만 바로 그 ‘파격’으로 말미암아 1960년대 우리나라 가요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을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로부터 우리 가요는 다양한 리듬의 팝스타일로 폭넓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명숙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는 이베트 지로, 그리고 일본의 하마무라 미치코를 비롯해 자국의 가수들 목소리에 제각각 실려 일본, 타이완을 비롯한 동남아를 강타한다. 속칭 ‘한류’의 원조인 셈이다. 지로는 이로부터 6년이 지난 1968년 6월, 다시 내한해 펼친 공연과 함께 작곡가 이봉조악단의 반주에 맞춰 ‘안개’ 그리고 그녀의 히트곡인 ‘Papa Aime Maman(아빠는 엄마를 좋아해)’를 ‘엄마 좋아 아빠 좋아’라는 제목으로 바꿔 우리말로 취입한다. 이 노래 ‘Papa Aime Maman’은 이후 1970년대 들어 포크부부듀엣 바블껌이 ‘엄마는 아빠만 좋아해’라는 제목으로 또다시 번안 발표하면서 전국적으로 애창되었다. 비록 우리말 발음이 서툴긴 해도 지로 특유의 부드러운 악센트와 감정 표현이 압권인, 이때 취입한 여섯 곡은 음반 ‘YVETTE GIRAUD와 안개(신세기)’에 담겨 발표된다.1968년 8월의 일이다. 이후 지로는 이 ‘안개’를 자신의 주요 레퍼토리로 삼고자 했다. 때문에 일본에서 발표한 ‘이베트 지로 대표 샹송집(일본방송서비스사 발매)’을 발표할 때 이 노래의 원제를 ‘Brouillard(안개)’, 그리고 일본어 제목으로는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랑’이라 표기해 직접 일본말로 취입해 수록하기도 했다. 1916년 파리에서 태어난 지로는 1952년 L’ame Des Poetes(시인의 혼)로 프랑스 디스크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국경을 초월, 언어 장벽을 뛰어넘은 외교대사로 수많은 외국공연을 통해 프랑스 문화와 샹송을 보급하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시인들이 사라진 오랜 뒤에도 그들의 노래는 여전히 거리에 흐를 것’이라고 지로는 그녀의 노래 ‘시인의 혼’에서 읊조렸다. 그녀가 한국을 찾은 것도 어느덧 근 40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그들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베트 지로 또한 세월 속에 묻혀버렸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서툰 우리말 노래들은 여전히 한국인들 가슴에 이따금씩 흘러, 젖어들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sachilo@empal.com
  • [강태규의 연예 in] 인터넷시대 변하지 않아야 할 것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구축되면서 어느새 새롭게 자리한 ‘생활의 발견’을 감지한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혁혁한 구매문화의 변화는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매장을 직접 찾아 물건을 보고 고르는 일은 어쩌면 아날로그 방식을 추억하는 일종의 의식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터넷은 무소불위의 위력적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부딪힘과 언어가 아닌 연산과 기호에 의해 걸어가는 세상…. 그리 오래 지난 일도 아니다. 시내 골목길마다 붙은 영화포스터를 보고 관람충동을 느낀 것도, 포스터 속의 배우를 내 책상앞으로 가져오고 싶던 충동도 지금의 10대들에게는 우스운 옛날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지난해 10집 음반을 발표한 가수 신승훈이 1990년대 중반 음반을 발표할 때, 전국의 레코드 가게앞에는 음반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도 당연히 이해하기 힘들겠다. 불과 10년 사이에 변화한 우리시대의 자화상이다. 인터넷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들에게 방송과 영화, 그리고 우리 가요 역시 ‘앉아서 골라보기’ 존재이다. 방영시간과 개봉일자, 발매시기는 의미없는 시간이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다시보기가 존재하고 P2P파일 공유를 통해 영상물과 음악을 다시 접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일도 일상이 되었다. 새로운 창작품에 대한 설레는 마음과 절박함은 기술과 속도가 앗아간 지 꽤 오래 되었다. 그러나 편리한 기술과 속도 앞에 우리의 양심도 내놓았다.1999년 겨울, 대구에서 20년째 레코드가게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던 어느 상인의 한숨 섞인 푸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탁월한 기술은 당시 음반 주 소비층인 청소년들에게 어떤 방법을 불사하더라도 돈을 지불하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소장할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가르치고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유명뮤지션의 음반이 나올 즈음 평소 하루 200장 정도 나가던 음반판매량이 거짓말처럼 뚝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고 봤더니 정품 음반을 한장 구매한 학생이 컴퓨터에 내장된 CD라이터기로 수백장을 구워 친구들에게 실비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음반재킷 디자인을 컬러프린터해 마치 정품과 유사한 형태로 복원한 채 말이다. 20년을 넘게 한자리를 지켰던 레코드 가게는 몇해 전 결국 대형 마트에 그 자리마저 내주고 말았다. 변화하는 기술과 전광석화 같은 속도가 인간에게 운명적으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문명이 낳은 윤리적 문제를 응당 겪고 지나야 할 과정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우리에게 너무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우리에게는 늘 존재한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 [시론] 개와 함께 있을때

    [시론] 개와 함께 있을때

    글 최정호 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 박사,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 저자 한 분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도둑이 들려면 개도 안 짖는다.” 이어서 다음 분이 말했습니다. “도둑이 주인이면 개가 주인보고 안 짖는다고 한다.” 또 다른 분은 “성대나 고막을 제거하면 개가 짖지 못한다고 한다. 듣지 못하면 짖지 못한다.” 또 다른 분은 “개가 안 짖는 경우는 딱 한 번인데 바로 먹을 것이 있을 때다. 국민을 위해 지켜야 할 길목 군데군데 개들이 먹을 게 너무 많아 절대 안 짖는다.” 또 다른 분은 “저도 열심히 짖었는데, 묵살됐다. 안방 애완견만 짖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분은 “개가 되더라도 짖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이솝우화 같은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입은 피해를 생각해 봤다. 나는 두 달 전에 표지에 문화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책을 냈다. 그러고 나서 조금 있다가 신문을 보니 문화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부처와 무슨 위원회가 성인 오락실을 통하여 전국을 도박장화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기사가 떴다. 책 출간을 한 달 만 늦췄더라면 틀림없이 책의 타이틀을 바꿨을 것이다. 때묻은 문화라는 단어가 안쓰러워서일 것이다. 또 이 책 속표지에 ‘개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은 더욱 인간다워진다‘ 라는 문구를 넣었었다. 그리고 그 밑에 후버트 리스(1802~1886), 독일 작곡가라고 적었었다. 문화라는 고상한 단어가 들어가는 타이틀을 가진 책에 중간 표제지이긴 하지만 하필 개라는 상스러운 이미지를 넣어서 좋을 게 없잖은가 하고 생각해 보았었다. 그러나 그냥 넣기로 하였었다. 본문과 연관된 연상작용을 노린 것이긴 하지만 어느 독일 비즈니스맨이 일러 준 말이 생각나서였다. 이 살벌한 산업사회에서 인간은 점점 더 살벌해지고 인간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부모자식 간에도 불신이 커지고 부부간에도 목을 조르는 기사가 난다. 친구가 친구를 배신하고 이웃끼리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인사가 없다. 인사했다가 무슨 손해를 볼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겠는가. 후버트 리스(Hubert Ries)가 말한 것처럼 개와 같이 있으면 될 것이 아닌가. 동양의 어느 지역에서처럼 개를 잡아먹지 말고 말이다. 그런데 독일인 비즈니스맨은 그 다음 단계의 설명을 하지 않았었다. 개와 같은 동물과 더불어 있으면 그 순진함에 순화되어 인간의 교활함이 없어진다는 것인가, 아니면 개와 같은 하등동물을 거느리면서 인간의 우월성을 깨닫고 더욱 고상해진다는 것인가. 개를 성선설로 보느냐 성악설로 보느냐의 원인 규명이 안 된 화두였었다. 그러나 리스의 말이 옳다면 어느 쪽이든 인간은 더욱 고상해지려면 개는 필요하다. 한국인들도 인간이다. 다행이도 우리에게는 개가 있다. 나아가 개 같은 조직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후버트 리스가 100여 년 전에 갈파해준 대로 개와 더불어 한국인들은 인간성을 회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 같은 조직을 쳐다보며 무언가 올바로 깨닫고 다음 행동을 한다면 말이다. 잠깐,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최준 시인의 시집을 보고 정말 놀랐다. 1991년에 초판이 발간된 이 시집의 제목이 바로 개였다. 개를 주제로 한 시가 70편이 넘도록 수록되어 있는 개 시리즈의 결정판이었던 것이다. 제목 중에는 <나는 개를 키워온 게 아닌가>라는 것이 왜 그런지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 그렇다면 이번 개 시리즈 파동을 일으킨 염력은 내가 아니라 바로 최 시인이 아닐까.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문화코드’는 인간 이해하는 열쇠

    요즘처럼 ‘코드’가 부정적 의미로 쓰였던 적이 있을까.2007년 한국에서 ‘코드’는 ‘내편’과 ‘네편’을 가르는 이분법적 판단을 일컫는 보통명사가 돼버렸다. 하지만 코드는 인류가 이 땅에 발을 디디면서 알게 모르게 체득하게 된 나름의 법칙이다. 코드의 범위는 문화가 진화될수록 더욱 좁혀지면서 인종, 민족, 국가, 사회로 세분화된다. 미국인은 축구가 아닌 야구에 열광하고, 프랑스인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섹스 이야기를 할지언정 돈 이야기를 하지 않고, 일본인의 이혼율은 다른 선진국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이런 ‘이해하기 힘든’ 현상들의 원인을 명쾌하게 분석한 책이 나왔다. 문화인류학자이자 마케팅컨설턴트인 프랑스의 클로테르 라파유 박사가 쓴 ‘컬처코드’(김상철·김정수 옮김, 리더스북 펴냄)에 그 해답이 있다. ‘세상의 모든 인간과 비즈니스를 여는 열쇠’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이 책은 궁극적으로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한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다. 기업의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욕망’과 조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파유 박사는 컬처코드를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라고 정의하고 있다.‘코드’는 각자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경험한 문화를 통해 얻어지기 때문에 어린 시절을 어떤 문화 속에서 보내느냐에 따라 코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인이 축구가 아닌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컬처코드’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쇼핑, 건강, 음식, 사랑, 직업, 정치 등 삶의 곳곳에서 우리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 30년간 ‘포천 100대 기업’을 비롯한 세계적 대기업들을 위해 수행해온 컨설팅 작업의 결과다. 그러면 컬처코드는 어떤 식으로 기업들의 마케팅 성공을 위한 ‘비밀병기’가 됐을까. 프랑스와 미국에서의 광고 컨셉트를 달리 가져간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사례는 매우 유용하다. 로레알은 미국인들이 ‘유혹’에 대해 부정적인 ‘컬처코드’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미국에서의 광고 컨셉트를 여성들의 자신감 부여 쪽에 맞췄다. 이는 관능과 유혹을 강조해온 로레알의 전통적 광고 컨셉트와는 완전히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크게 성공했다. 이 책에서는 이 외에도 레고, 리츠칼튼, 네슬레, 롤렉스 등 ‘컬처코드’를 활용해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 여럿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일단 컬처코드를 알게 되면 어떤 사물도 예전처럼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296쪽,1만3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문화마당] 신시(神市)의 새벽을 열자/최동호 시인 고려대 국문과 교수

    삼국유사를 읽지 않고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말할 수 없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되풀이해 다시 읽어야 하는 책이 삼국유사이다. 삼국유사에는 한국인의 원형적인 사고와 생활 감정이 담겨 있다. 오늘의 한국인들이 천년전 또는 그 이전의 자기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삼국유사를 다시 거울처럼 들여다보아야 한다. 최근에 간행된 이어령 선생의 ‘삼국유사 이야기’에서 우리는 새롭게 해석된 삼국유사의 신화적 코드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스나 로마의 신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에게 우리 것을 돌아보기 위해 삼국유사를 다시 읽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왜 우리에게는 서양의 것과 같은 신화가 없느냐고 아쉬워하는 젊은이들은 ‘삼국유사 이야기’를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서구의 신화와 한국의 신화의 차이를 명쾌하게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신화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군신화’이다. 서양의 신화가 대립과 투쟁의 역사를 보여 주는 것이라면 한국의 신화는 고행과 조화의 역사를 보여 주는 것이다. 동굴 속에 들어가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호랑이와 곰이 인간이 될 것이라는 금기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인간이 되려는 동물의 자기극복 과정을 보여 주는 통과의례이다. 동굴 속에서 호랑이와 곰이 서로 싸워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금기를 지키는 인내심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문화적 코드가 단군신화의 첫머리에 담겨 있다. 곰에서 변신한 웅녀가 매일같이 신단수 아래 와서 환웅에게 빌어 인간의 몸으로 변신한 환웅과 관계를 가져 아들을 낳으니 그가 바로 단군이다. 한국인의 역사가 바로 단군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여기서 되짚어 보고 싶은 것은 신들의 역사에서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천제의 아들 환웅이 인간을 이롭게 할 땅을 찾아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신시를 열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신시는 신과 인간이 만나는 자리이면서 하늘과 땅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한국인의 역사의 시원을 거슬러 올라가 만나게 되는 최초의 지점이 신시이다. 하늘과 땅이 인간과 어우러져 최초의 역사가 시작된 신시를 지금 우리가 돌이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현실의 상황이 복잡하고 미래가 어둠이 덮인 새벽처럼 불투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는 마치 신시가 다시 열리는 것과 같은 환호와 축제의 날을 맞이한 적이 있다. 역사의 전개란 항상 기쁨과 희망으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20세기 한국사는 그야말로 다른 어느 세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난의 연속이었다. 거의 기적적으로 이를 극복하고 이제 바야흐로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려는 이 순간, 역사는 우리에게 또다시 새로운 시련을 부여하고 있다. 이때 우리는 단군신화에서 곰이 역경을 극복하고 인간으로 탈바꿈하여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였던 것처럼 견인의 정신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 역사를 개척해 나가는 민족은 시련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어떤 민족이나 국가든 시련과 도전을 이겨내지 못하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우리는 단군으로부터 오천년의 역사와 더불어 국내외의 모든 역경을 극복해 왔다. 그러한 경험이 우리 민족을 강인하게 만들어 왔던 것이다. 비단 단군신화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이어령 선생의 ‘삼국유사 이야기’는 처용, 김유신, 수로부인, 바보 온달 등 풍요롭고 흥미 있는 이야기들을 새로운 문화적 코드로 읽어내면서 한국인의 원형적 캐릭터와 서사의 근원을 심도 있게 밝혀 준다. 날카로운 통찰과 예지에 빛나는 그의 이야기들은 오늘과 내일의 우리가 나갈 길을 밝혀 주는 확실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최동호 시인 고려대 국문과 교수
  • 정조와 노대통령 통치 “닮은꼴”

    정조와 노대통령 통치 “닮은꼴”

    몇해 전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정조와 닮았다고 해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유 청장은 노 대통령이 수도이전 정책 등을 추진한 것을 그렇게 표현했지만, 야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어떻게 위대한 정조와 비교될 수 있느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정조실록학교’를 관장하는 한국학중앙연구원 박현모(42) 연구교수는 15일 노 대통령과 정조의 통치행태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 청장과 다른 분석 포인트는 정조의 부정적인 측면도 감안했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정조는 언로를 틀어막은 국왕이었다.”면서 “아버지였던 사도세자나 이복동생 은언군 문제 등이 논란이 되면 상소 등을 아예 올리지 말라는 금지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일종의 ‘언론탄압’으로 반대파였던 노론의 벽파 관료들은 “중국의 나쁜 임금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최근 노 대통령과 청와대 측근인사들이 언론과의 대립각을 세우고, 한나라당 등 야당 및 보수세력이 “언론탄압을 중단하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관치 않느냐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연초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개헌 추진을 공약한 것은 정조의 ‘오회연교’와 부합한다. 오회연교(五晦筵敎)는 정조가 서거하기 한달 전인 1800년 5월 그믐날 신하들을 모아놓고 한 일종의 연설을 말한다. 정조는 당시 ▲뜻에 맞는 인사들을 주기적으로 등용하고 ▲개혁정책에 노론 벽파가 동참하는 한편 ▲국정 운영구도에 끝까지 동참하지 않으면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일종의 최후통첩인 셈이다. “이번에 개헌하지 않으면 2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선언’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조와 노 대통령의 이같은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다변(多辯)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정조의 다변에 대해 최측근이었던 정약용은 “등용했으면 일을 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말이 많고, 가르치려 든다.”며 불만을 제기했을 정도다. 박 교수는 ▲집권 초기의 열세를 극복하고, 대세를 장악한 점 ▲화성 건설(정조)과 행정도시 건설을 추진한 점 ▲뜻에 맞는 인사들을 중용, 개혁을 추진한 점(코드인사) 등을 정조와 노 대통령의 공통점으로 꼽았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이어령이 풀어낸 삼국유사

    문학평론가 이어령(73) 성결대 석좌교수는 1960년대 이후 `삼국유사´ 텍스트를 토대로 한 문학론과 문화론, 여성론, 인간론, 기업문화론 등 다양한 문화담론을 펼쳐 왔다. 그것은 곧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요, 한국 문화의 에너지를 길어올리는 작업이었다.`이어령의 삼국유사 이야기´(서정시학 펴냄)는 저자가 그동안 각종 저작과 강연을 통해 풀어낸 삼국유사 이야기를 대담형식으로 한 데 묶은 책이다. 대담자는 `신반야경´ `별제´ 등의 시집을 낸 이채강 시인. 책은 이 시인이 `신화의 거울´ `영원한 한국인의 정체, 그 경계 읽기´ `신화에 숨겨진 생성의 비밀´ `영원한 한국여인의 아름다움과 질김´ `인간과 자연의 감통(感通)´등 다섯가지 주제의 질문을 던지면 이 교수가 답하는 식으로 꾸며졌다. 이 교수는 `한국인의 정신적 고향´ `신라인들의 노래´ `아침의 사상, 서라벌의 정신문화´ `우주적 언술, 처용가´ `대나무의 문화코드´등 자신이 그동안 밝혀온 삼국유사 담론들을 재구성해 들려준다.2만 2000원.김종면 기자 jmkim@seoul.co.kr
  • [씨줄날줄] 동귀어진(同歸於盡)/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우리나라에 중국 무협소설이 선보인 건 1961년의 일이다. 한 일간지가 ‘정협지’를 연재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뒤로 ‘비호’‘하늘도 놀라고 땅도 흔들리고’등이 각 신문에 연재돼 그야말로 ‘낙양의 지가’를 높였다. 무협영화는 1967년 수입, 개봉한 ‘방랑의 결투’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그 뒤를 이어 ‘용문의 결투’(‘신용문객잔’의 원작)‘천하제일검’‘외팔이’ 시리즈가 잇따라 스크린에 올라 ‘중국영화’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 뒤 중국 무협소설·영화는 부침을 거듭하면서 우리 문화에 하나의 코드로 자리잡는데, 그로써 널리 퍼진 대표적인 말이 ‘내공(內功)’과 ‘동귀어진(同歸於盡)’이다.‘내공’과 ‘동귀어진’은 그러나 50만 단어를 수록한 국내 최대 규모,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한 세대가 지나도록 공식적인 우리 언어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여전히 특별한 뜻을 담아 자주 쓰인다. ‘내공’은 원래 무술에서 외공(外功)에 대비되는 말이다. 외공이 육체를 단련해 얻은 힘을 뜻하는 반면 내공은 몸 안의 기를 단련해 얻은 힘이다. 이 단어는 한동안 무협소설 안에만 갇혀 있다가,‘무협지 세대’가 문화계에 진출해 즐겨 쓰면서 ‘개인이 축적한 지적·감성적 능력의 총체’란 의미로 바뀌었다. 한편 ‘동귀어진’은 중국 무협소설계가 만들어낸 말로, 압도적으로 강한 적과 싸우다 끝내 승산이 없으면 최후에 적과 함께 죽는 극단적인 무술 수법을 말한다. 임진왜란 때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한 것이 말하자면 ‘동귀어진’이다. 새해 벽두 벌어진 현대자동차 노사 충돌 사태를 두고 민주노총 울산지부가 “현재대로 방치하면 노사가 함께 죽음에 이르는 동귀어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 경고에 접하는 순간 등골이 서늘했다. 지금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그 가능성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하긴 현대자동차 노사뿐인가.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 분위기도 자칫하면 ‘너 죽고 나 죽기’로 갈 위험성이 있다.‘동귀어진’이란 말에는 불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 사회에 그 그림자가 더 번지지 않도록 올 한해 우리 모두가 화해와 상생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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