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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수 향일암 새달 복원완료

    3년 전 화재로 대웅전 등이 소실됐던 전남 여수 향일암이 다음 달 완전히 복원될 전망이다. 여수시는 2009년 12월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로 대웅전, 종각, 종무소 등이 모두 타버려 지난해 12월 복원에 들어간 향일암이 현재 공사가 거의 끝나 9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여수시는 이달 중으로 주변 정리를 끝내고 새달에는 복원공사가 완료돼 연말연시 해돋이와 해맞이 축제 등도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도 문화재자료 40호인 향일암 복원공사에는 국비 1억원, 도비 5억 6500만원, 시비 3억 8500만원, 사찰부담 1억 5000만원 등 모두 12억원이 들어갔다. 향일암은 2009년 12월 20일 0시 24분쯤 발생한 불로 대웅전과 종각, 종무소가 모두 타 당시 경찰이 불교에 대한 불만 세력 등의 방화 등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였으나 화재 원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지은 향일암은 국내 4대 관음 기도처이자 금오산 중턱에 자리 잡은 해맞이 명소로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해마다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여수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집착하는 檢…” 이국철, 영장 재청구 불만 토로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을 소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이르면 다음 주쯤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위해 이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신 전 차관도 재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회장을 상대로 이날 오후 늦게까지 신 전 차관에게 제공한 금품의 대가성을 다시 추궁하는 한편 정권 실세의 측근으로 알려진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씨를 통해 현금 30억원과 자회사를 넘기면서 SLS그룹 구명 로비를 했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에 5번째 소환된 이 회장은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 앞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분명히 자백했는데 왜 이렇게 검찰이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며 “(청와대의) 불법사찰과 (검찰의) 기획수사로 멀쩡하던 기업이 무너졌고, 수만명이 길거리로 쫓겨났는데 구속돼서 입 다물고 있으라는 말인가.”라며 검찰의 영장 재청구 방침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신 전 차관에게 SLS그룹 싱가포르 법인 명의의 법인카드 2장을 통해 1억 30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와 회사자금 900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이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추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더 규명될 필요가 있다.”며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경남 통영의 SLS중공업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하는 등 추가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오전 SLS해양 대표이자 이 회장의 매형인 황모씨를 부산에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최재헌·안석기자 goseoul@seoul.co.kr
  • 7% 줄인 국토부 예산 되레 19% 늘려 ‘선심성 뻥튀기’ 재연

    7% 줄인 국토부 예산 되레 19% 늘려 ‘선심성 뻥튀기’ 재연

    국회 상임위원회별 새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고질적인 ‘예산 부풀리기’가 되풀이된 것으로 파악됐다. 예산 심의를 마무리하지 않은 3개 상임위가 예산안을 확정하면 당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10조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퍼주기식, 선심성 예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예산 부풀리기’는 여야가 일사천리로 처리하고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둘러싼 극한 대치가 무색할 정도다. ●일사천리 與野 FTA대치 무색 서울신문이 10일 국회 16개 상임위 중 예산 심사를 마무리한 13개 상임위의 예산심의 내역을 종합 분석한 결과 증액 예산이 모두 7조 5161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지출 예산 326조 1000억원(예산 227조원, 기금 99조 1000억원)에 비해 2.3% 늘어난 것이다. 예산 심사가 진행 중인 교육과학기술위와 농림수산식품위도 증액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수입(344조 1000억원)보다 지출을 줄여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무색할 정도다. 현재 정부 제출 예산보다 감액 편성한 상임위는 정부안에서 3474억원을 삭감한 기획재정위 한 곳뿐이다. ●정부안보다 10조원 늘듯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복지 사업 관련 예산 증액이 두드러진다. 국토해양위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내년도 국토부 예산으로 올해보다 1조 6742억원(7.1%) 줄어든 21조 8977억원을 편성한 뒤 국회로 넘겼지만, 국토위는 정부안보다 무려 3조 5321억원(19.5%)을 늘려 잡았다. 감액 예산이 증액 예산으로 뒤바뀐 셈이다. SOC를 비롯한 지역개발사업 예산 대부분이 증액됐으며, 심지어 4대강 후속사업인 하천 정비 예산도 늘어났다. 지식경제위도 연구·개발(R&D)을 비롯한 지역산업 지원 예산 등을 중심으로 정부안에서 5009억원(2.7%) 증액했다. 복지 관련 예산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이미 올해보다 교육 예산은 9.3%, 보건·복지·노동 예산은 6.4% 각각 올려 제출했다. 이는 평균 예산 증가율 5.5%를 웃도는 것이다. ●SOC·복지관련 큰 폭 늘어 여기에 보건복지위가 기금을 제외하고 추가로 더 늘린 예산만 1조 2000억원가량 된다. 정부가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던 ▲영유아 필수예방접종(A형 간염) 182억원 ▲경로당 난방비 449억원 ▲양곡비 지원 329억원 등을 여야 합의로 신설했다. 기초노령연금과 장애인연금도 정부안보다 각각 5876억원, 920억원 껑충 뛰었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 예산을 정부안(4204억원)보다 무려 2002억원(47.6%) 더 늘려 눈길을 끌었다. 이유는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따른 예산 지원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설치한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에 2000억원의 세금을 출연하기로 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부실 감독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 돈을 빌려 주는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국회가 재정을 직접 출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법제사법위와 행정안전위 등에서는 특수활동비를 놓고 여야 간 설전이 빚어지기도 했다. 야당은 민간인 사찰 등을 거론하며 ‘쌈짓돈’처럼 쓰는 특활비를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 개혁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30억원, 특정업무경비 20억원 등 모두 50억원을 증액했다. ●감액 편성 기획재정위뿐 정치적 이유 등으로 깎인 예산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는 정부가 증액 요청한 정부 정책 홍보지인 ‘위클리 공감’ 예산 10억여원을 전액 삭감했고, 국가 브랜드 홍보 예산도 정부가 요청한 30억여원 중 10억여원만 남겨뒀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오는 14일부터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예산안에 대한 부별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새해 예산 증감 여부가 가려지게 된다. 국회팀·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CEO 칼럼] 100년 기업, 해답은 사람이다/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CEO 칼럼] 100년 기업, 해답은 사람이다/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100년 기업. 한 세기를 영속하는 장수기업을 만든다는 것은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꿈과 같은 일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경영자들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 역시 전문 경영인의 한 사람으로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가 100년 장수 기업의 반열에 올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걸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에 현실은 그리 녹록지 못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수명은 27.3년이고, 중소 제조업체의 평균 수명은 12.3년이다. 신용평가 전문기업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자료에도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평균 수명이 13년으로 나와 있으니 갈수록 치열해지고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생존’이라는 두 글자가 기업에 얼마나 힘겨운 것인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100년 기업의 장수 비결은 뭘까. 이들에겐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 장인정신이다. 세계 최고(最古)의 기업으로 꼽히는 일본의 사찰전문 건축기업 곤고구미(剛組)는 백제의 건축 장인인 금강중광이 578년에 신텐노지라는 사찰을 건립하면서 출발했다. 이 회사는 2006년 중견 건설회사에 편입되기까지 무려 14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속해 왔는데, 직원 대부분이 평균 20년 이상의 숙련공으로 구성돼 있다. 곤고구미를 인수한 회사는 전통과 노하우를 인정하고 업무 방식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어려움을 겪던 회사는 2007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둘째, 혁신을 모토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한때 카메라 필름 시장을 호령했던 코닥. 이 회사는 디지털 카메라 시대의 거센 흐름을 읽지 못해 현재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회사는 코닥이었다. 그럼에도 경쟁사들이 디지털 카메라의 개발과 기능 향상에 앞다퉈 투자할 때 코닥은 ‘필름 1위 업체’란 자만에 빠져 시장 변화를 무시하고 노력을 게을리해 존립 위기를 자초했다. 반대로 요즘 대표적 혁신기업으로 칭송받는 애플을 보자. 과거 애플이 PC시장에서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 휴렛팩커드(HP) 등에 의해 뒤처져 고전을 면치 못하던 때가 있었다.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를 다시 영입한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선도적이고 창조적인 상품을 연이어 내놓았고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와 스마트기기 문화를 이끌어가는 기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장인정신과 혁신정신. 얼핏 모순돼 보이는 이 두 가지는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다. 여느 장수 기업들처럼 우리 기업들이 이 두 가지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필자는 그 해답을 사람, 즉 인재라고 말하고 싶다.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는 장인정신과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 미래를 예측하는 혁신정신을 갖춘 인재야말로 장수 기업을 만드는 초석이자 근간이다. 경영자의 일은 이러한 인재가 능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끌어 주는 것이다. 필자 역시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교육 전담팀에서는 신입사원 해외현장 OJT(On the Job Training), 핵심직무교육, 건설경영특강 등 다양하고 심층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주 창립 38주년을 맞았다. 100년 기업이 되기까지는 이제 겨우 4부 능선에 와 있는 청년 기업인 셈이다. 최근 불안한 중동 정세와 금융시장, 열악한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시장 등으로 인해 건설회사의 경영자로서 예측불가한 경영 환경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해결책은 오직 인재’라는 믿음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100년, 아니 그 이상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의 기업들에 사람만이 희망이고, 동력이고, 길이다.
  • “천장에 작은 구멍 내면 화재확산 방지 복원 중인 숭례문에도 고려할만 하다”

    “천장에 작은 구멍 내면 화재확산 방지 복원 중인 숭례문에도 고려할만 하다”

    “우리나라 목조건축에 대한 소방시설을 대부분 해놨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관리자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낙산사 전소(2005년), 창경궁 문정전 화재에 이어 수원 화성 서장대 전소(2006년), 숭례문 화재 사건(2008년) 등등. 요즘 산과 들에는 낙엽이 많이 쌓이고 있다. 행락객들도 많아지고 있다. 날씨는 점점 건조해진다. 깊은 산사 주변의 문화재는 목조건축이 대부분이라 어느 때보다 화재위험에 노출돼 있다. 동절기 화재예방, 그리고 화재방지시스템 등을 ‘똑 부러지게’ 점검해야 할 시기다. 목조건축 전문가로 잘 알려진 현고스님(전 송광사 주지)을 지난달 27일 송광사에서 만났다. 스님은 송광사 건물 64개동 가운데 3개동만 빼놓고 모두 개·신축을 맡아했다. 또 김천 현암사, 울진 불영사, 제주 번화사, 광주 신관사, 화순 운주사의 대웅전·요사채 등 지금까지 스님의 손을 거쳐간 목조건축물이 180여채나 된다. ‘불사(佛事)의 귀재’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다. 먼저 목조건축에 대한 화재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게 가장 좋은지를 물었다. “우선 불의 성질을 잘 알아야 합니다. 목조건물인 경우 마루에서 붙은 불은 순식간에 천장 쪽으로 올라갑니다. 마치 기다란 헝겊에 불이 붙었을 때처럼 말입니다. 숭례문 화재만 하더라도 불이 붙어 천장으로 곧바로 올라갔는데 천장이 꽉 막혀 있었지요. 그러자 불은 압력에 의해 옆으로 확 퍼졌습니다. 그런데 이때 밖에서 물을 마구 뿌려대 오히려 산소만 공급해 주는 역할을 했지요. 부채질을 한 셈이지요. 진압을 할 수 없는 상황이 금방 벌어진 것입니다. 만약 이때 천장에 구멍이 있다면 불은 구멍 속으로 자동적으로 확 빨려 올라갑니다. 구멍이 바로 굴뚝 역할을 해주는 셈이지요. 목조건축을 지을 때 기둥이 있는 천장에 작은 구멍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로 화재가 발생해도 더 이상 확산이 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복원 중인 숭례문에도 화재방지를 위해 한번쯤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물론 원형성 유지와 불가피한 변형 등을 놓고 논란이 있겠지만 미관상 처리만 잘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목조건축과 관련, 화재발생에 대한 여러 가지 단계적 실험을 거쳐 적립된 매뉴얼이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스프링클러 같은 시스템으로 100%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은 오산이지요. 화재는 0.1%의 오차도 허용해서도 안 됩니다. 또한 수막설비같은 것은 동절기에 작동이 안될 수도 있거든요. 소화탄과 소화기의 사정거리는 어떠한지 등의 단계적 대응시스템을 꼼꼼히 살필 때가 됐습니다.” 이어 그는 “전통 사찰의 경우 대부분 문화재가 있기 마련인데 전문적인 관리 시스템과 매뉴얼이 전혀 없다.”고 재차 강조한다. 시설이나 장비 등을 작동하는지 몰라 시간을 보내다가 노후화된 뒤 교체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영국의 의사들처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유급자를 두어 지역 할당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제안한다. 사찰인 경우 각 교구본사별로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부연한다. “제 손을 거쳐간 목조건축물들은 대부분 칸과 칸 사이에 격벽을 쳐서 불이 붙어도 옆 칸으로 못 건너가도록 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목조건물들은 10분 안에 진화하지 못하면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전소되고 만다는 뜻이지요.” 스님은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1971년 송광사에서 구산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이후 1994년부터 4년동안 송광사 주지를 했고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불교문화사업단장, 총무원장 권한대행 등을 거쳤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불교대중화를 위해 ‘템플스테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그는 “유럽과 미국의 석학과 지성들이 병풍 쳐놓고 자기 명상을 할 정도로 한국불교가 세계화됐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광역시에 있는 원각사 회주로 있으면서 불교 요양원 시설 확충에도 앞장서고 있다. 불사계획을 묻자 “우리의 전통 고건축 기법으로 한 400평 규모의 최대 목조건물을 구상중에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WHO&WHAT] 장원급제지사 - 조선 최고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WHO&WHAT] 장원급제지사 - 조선 최고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비행기도 잠시 쉬어 간다.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주변 친지들까지 신경이 곤두선다. 전국의 교회와 사찰에는 하루 종일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왜 아들딸이 시험을 보는데, 그 엄마가 백일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매년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하는 입시철이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서는 안 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어도 여전히 한국에서 입시는 곧 교육의 목표이자 모든 것이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학원가와 수많은 경시대회, 각종 콩쿠르가 순수하게 학문이나 재능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수십년간 교육정책의 수장이 되는 사람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시장, 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 나아지고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과연 나아지는 게 어떤 것이란 말인가.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도대체 언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조선시대는 좀 다르지 않았겠느냐는 기대를 안고, 자식을 위해 조선 최고의 시험 전문가를 찾아간 남산골 김씨 부인의 뒤를 따라가 봤다. 미리 밝혀 두지만 오늘은 역사의 결과물이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마을의 자랑이라고 했다. 김씨 부인은 그게 마냥 좋았다. 옆집 누구네 아들은 기생집에 드나든다고 하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공부에만 관심을 쏟는 아들이 대견했다. 어렸을 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만 읽는 아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벌써 스무 살이다. 책을 백날 읽어 봐야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나 깨나 서책만 붙들고 있다. 장가를 보내려 해도 초시(初試)라도 붙은 양반과 그렇지 않은 양반은 자리부터 달라지는데 말이다. 김씨 부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은 과거를 보고 관직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 이제 한번 과장(科場)에 나서 가문의 이름을 떨쳐야 할 때가 아니냐.” 아들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학문의 목적이 어찌 개인의 출사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전 아직까지 나라의 그릇이 될 정도로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한숨이 늘어 가는 김씨 부인에게 어느 날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앞집 박씨 부인이 좋은 수가 있다며 찾아왔다. 각종 서적의 필사본을 파는 아랫마을 책방 주인이 바뀌었는데, 과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장안 제일의 전문가란다. 10대에 초시에 붙었는데, 돈 버는 일이 좋아서 관직 대신 이 길로 나섰다는 것이다. 박씨 부인이 말한다. “지난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판서댁 자제도 한사코 과거가 이르다며 만류하다가 이 사람을 만난 후 불과 반나절 만에 마음을 바꿔 과장에 나갔다니까요. 일단 한번 만나나 봐요. 상담하는 건 돈도 안 받는다던데. 그 댁 아들도 초시는 붙어야 한숨 돌릴 것 아니에요.” 그냥 만나 보기만 해도 된다는데 손해 볼 것 없는 일 아닌가. 다음 날 김씨 부인의 발걸음이 책방으로 향한 것은 당연한 일. 입구에서 ‘이생’을 찾으면 된다고 했는데···. 안내를 받고 서가 사이에 앉자 잠시 후 책장 너머로 한 남성이 나타나 돌아앉아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생 마주 뵙고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제 처지가 밖으로 대놓고 얼굴을 드러낼 만하지 못합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나라에서 금하는 것들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어서요. 김씨 괜찮습니다. 저야 그냥 몇 가지 여쭤 보려고 찾아온 걸요. 제 아들이 올해 스물인데 책만 읽고 과장에 나가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과거를 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녀자인지라 과거의 힘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이생 유학을 하다 보면 욕심 없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요. 수신제가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고요. 분명한 건 과거에 급제하면, 그것도 장원을 하면 본인과 가문의 격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요. (조선시대 전체의) 경쟁률로 따지면 744번 열린 문과시험에서 급제자는 1만 4620명 정도입니다. 많은 것 같지만 자격시험에 불과한 초시인 생원시와 진사시 합격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죠. 정기 시험인 식년시는 500여년 동안 고작 163회에 불과하고 시험마다 전국 각지에서 2000~3000명씩 몰려들어요. 그중 장원급제자는 1명. 조선 전체를 통틀어도 연간 장원급제자는 1.4명에 불과하지요. 안정적으로 관직이 보장되는 대과 합격자까지 넓힌다고 해도 회당 고작 33명뿐입니다. 김씨 (한숨을 내쉬며) 걷기도 전부터 책을 읽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최소한 33명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얘기군요. 순수하게 학문이 전부도 아니겠죠? 이생 흠. 명문세가는 대를 물리려면 문과에 급제하는 것이 필수니까, 기를 쓰고 덤벼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선생을 모셔 영재교육도 받으니까 진사나 생원이 차린 서당에서 수학한 선비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지요. 부인할 수 없는 건 입신양명하려면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김씨 그런데 선생께서 유명해지신 건 과거를 보는 요령을 알려 주시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정말 선생께 배우면 과거에 급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가요. 이생 허허. 물론 공부도 안 한 사람을 그냥 합격시켜 주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절대’가 아니라 ‘거의’인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드리죠. 확실한 것은 요령 없는 시험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저와 동문수학한 사람들 중에는 시험관도 있고, 시험장을 감시하는 입문관도 있고, 답안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씨 답안을 고쳐요?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나라님께서 지켜보는 시험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이생 그러니까 제가 먹고사는 것 아닙니까. 찾고자 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연히 위험한 길이니 비용이 들지요. 초시를 예로 들어 볼까요. 초시는 과장 사수(寫手), 거벽(巨壁), 선접꾼 이렇게 세 가지만 있으면 거의 완벽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김씨 시험을 보러 가는데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이생 요즘 어머니답지 않게 이쪽으로는 전혀 걸음도 안 하신 분이 분명하군요. 혹시 글씨가 예뻐야 모든 게 예뻐 보인다는 말 아시나요. 과장 사수는 악필들이 주로 쓰는데, 응시자를 대신해 글씨를 써주는 사람입니다. 가장 많고 가장 저렴하죠. 그 다음이 거벽인데 이건 과거 문제를 풀어 주고, 시문도 지어 주는 사람이지요.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책을 펼쳐 놓고 몰래 베끼는 게 더 나아요. 어차피 사람도 많은 데다 시험관들이 별로 감독도 안 하거든요. 선접꾼은 말 그대로 주먹을 사는 겁니다. 과장에 햇볕이 내리쬐거나 하면 시험 보는 데 방해가 되잖아요. 과장에 몇 군데 나무 그늘 같은 명당이 있는데, 공부만 하던 선비들이 뛰기는 힘드니까 선접꾼을 사서 미리 자리를 잡아 놓는 것이 유리하죠. 더 확실한 건 시험장 서리를 매수하는 건데 요새는 서체로 응시자를 알 수 없도록 서리들이 답안을 베껴서 그걸로 채점하거든요. 그때 서리가 답안을 고치면 되죠. 김씨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참 많이들 하나 보군요. 비용도 많이 들겠어요. 이생 투자 없이 얻어지는 결과물이 어디 있습니까. 진사나 생원만 돼도 호칭이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 보세요. 운이 좋아서 지방수령 자리라도 하나 받으면 집 한 채 값이 아깝겠어요. 김씨 그런 편법이나 부정행위 말고 진짜 요령도 있나요. 예를 들어 시권(試券·답안지)은 언제 내는 것이 좋다니 하는 것들요. 이생 상담받으러 오셔서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시는군요. 뭐 제 직감상 또 오실 것 같아서 몇 가지 더 말씀드리죠. 시권은 빨리 낼수록 유리합니다. 어차피 같은 문제를 푸는데, 먼저 푸는 사람이 잘한다는 인상을 줄뿐더러 채점도 하다 보면 지치거든요. 특히 사서삼경의 암기와 해석을 쓰는 생원시 같은 경우에는 일단 한번 작성하면 고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들 하잖습니까. 아. 가끔 이름을 빼먹는 사람도 있는데, 꼭 시권에 조상 이름과 자기 이름을 써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우스워 보이지만 매년 수십 명이 이것 때문에 떨어져요. 마지막으로 종이, 종이가 중요합니다. 시험지를 각자 사가야 하는데, 이왕이면 두껍고 질 좋은 종이를 사야 합니다. 시험관들 마음이라는 것이 좋은 종이를 보면 좋은 가문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김씨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학문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못하는 짓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걸 아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과장 근처에도 안 가려고 할 텐데요. 이생 과연 그럴까요. 아드님은 분명 이 길을 따라 과거를 보든가 아니면 이 같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를 보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될 겁니다. 낭충지추. 이런 부정과 편법이 판치는 과장에서도 탁월한 인재는 분명히 드러나게 돼 있거든요. 절 믿으세요. 제가 조선 제일의 시험 전문가로 불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의 출세길, 장원급제(정구선·팬덤북스) -조선 양반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글항아리) -조선과거실록(지두환·동연)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백승종·푸른역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정은궐·파란미디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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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 조선 최고의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WHO&WHAT] 조선 최고의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비행기도 잠시 쉬어 간다.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주변 친지들까지 신경이 곤두선다. 전국의 교회와 사찰에는 하루 종일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왜 아들딸이 시험을 보는데, 그 엄마가 백일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매년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하는 입시철이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서는 안 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어도 여전히 한국에서 입시는 곧 교육의 목표이자 모든 것이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학원가와 수많은 경시대회, 각종 콩쿠르가 순수하게 학문이나 재능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수십년간 교육정책의 수장이 되는 사람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시장, 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 나아지고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과연 나아지는 게 어떤 것이란 말인가.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도대체 언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조선시대는 좀 다르지 않았겠느냐는 기대를 안고, 자식을 위해 조선 최고의 시험 전문가를 찾아간 남산골 김씨 부인의 뒤를 따라가 봤다. 미리 밝혀 두지만 오늘은 역사의 결과물이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마을의 자랑이라고 했다. 김씨 부인은 그게 마냥 좋았다. 옆집 누구네 아들은 기생집에 드나든다고 하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공부에만 관심을 쏟는 아들이 대견했다. 어렸을 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만 읽는 아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벌써 스무 살이다. 책을 백날 읽어 봐야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나 깨나 서책만 붙들고 있다. 장가를 보내려 해도 초시(初試)라도 붙은 양반과 그렇지 않은 양반은 자리부터 달라지는데 말이다.  김씨 부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은 과거를 보고 관직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 이제 한번 과장(科場)에 나서 가문의 이름을 떨쳐야 할 때가 아니냐.” 아들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학문의 목적이 어찌 개인의 출사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전 아직까지 나라의 그릇이 될 정도로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한숨이 늘어 가는 김씨 부인에게 어느 날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앞집 박씨 부인이 좋은 수가 있다며 찾아왔다. 각종 서적의 필사본을 파는 아랫마을 책방 주인이 바뀌었는데, 과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장안 제일의 전문가란다. 10대에 초시에 붙었는데, 돈 버는 일이 좋아서 관직 대신 이 길로 나섰다는 것이다. 박씨 부인이 말한다. “지난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판서댁 자제도 한사코 과거가 이르다며 만류하다가 이 사람을 만난 후 불과 반나절 만에 마음을 바꿔 과장에 나갔다니까요. 일단 한번 만나나 봐요. 상담하는 건 돈도 안 받는다던데. 그 댁 아들도 초시는 붙어야 한숨 돌릴 것 아니에요.”  그냥 만나 보기만 해도 된다는데 손해 볼 것 없는 일 아닌가. 다음 날 김씨 부인의 발걸음이 책방으로 향한 것은 당연한 일. 입구에서 ‘이생’을 찾으면 된다고 했는데···. 안내를 받고 서가 사이에 앉자 잠시 후 책장 너머로 한 남성이 나타나 돌아앉아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생 마주 뵙고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제 처지가 밖으로 대놓고 얼굴을 드러낼 만하지 못합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나라에서 금하는 것들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어서요.  김씨 괜찮습니다. 저야 그냥 몇 가지 여쭤 보려고 찾아온 걸요. 제 아들이 올해 스물인데 책만 읽고 과장에 나가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과거를 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녀자인지라 과거의 힘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이생 유학을 하다 보면 욕심 없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요. 수신제가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고요. 분명한 건 과거에 급제하면, 그것도 장원을 하면 본인과 가문의 격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요. (조선시대 전체의) 경쟁률로 따지면 744번 열린 문과시험에서 급제자는 1만 4620명 정도입니다. 많은 것 같지만 자격시험에 불과한 초시인 생원시와 진사시 합격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죠. 정기 시험인 식년시는 500여년 동안 고작 163회에 불과하고 시험마다 전국 각지에서 2000~3000명씩 몰려들어요. 그중 장원급제자는 1명. 조선 전체를 통틀어도 연간 장원급제자는 1.4명에 불과하지요. 안정적으로 관직이 보장되는 대과 합격자까지 넓힌다고 해도 회당 고작 33명뿐입니다.  김씨 (한숨을 내쉬며) 걷기도 전부터 책을 읽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최소한 33명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얘기군요. 순수하게 학문이 전부도 아니겠죠?  이생 흠. 명문세가는 대를 물리려면 문과에 급제하는 것이 필수니까, 기를 쓰고 덤벼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선생을 모셔 영재교육도 받으니까 진사나 생원이 차린 서당에서 수학한 선비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지요. 부인할 수 없는 건 입신양명하려면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김씨 그런데 선생께서 유명해지신 건 과거를 보는 요령을 알려 주시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정말 선생께 배우면 과거에 급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가요.  이생 허허. 물론 공부도 안 한 사람을 그냥 합격시켜 주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절대’가 아니라 ‘거의’인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드리죠. 확실한 것은 요령 없는 시험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저와 동문수학한 사람들 중에는 시험관도 있고, 시험장을 감시하는 입문관도 있고, 답안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씨 답안을 고쳐요?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나라님께서 지켜보는 시험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이생 그러니까 제가 먹고사는 것 아닙니까. 찾고자 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연히 위험한 길이니 비용이 들지요. 초시를 예로 들어 볼까요. 초시는 과장 사수(寫手), 거벽(巨壁), 선접꾼 이렇게 세 가지만 있으면 거의 완벽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김씨 시험을 보러 가는데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이생 요즘 어머니답지 않게 이쪽으로는 전혀 걸음도 안 하신 분이 분명하군요. 혹시 글씨가 예뻐야 모든 게 예뻐 보인다는 말 아시나요. 과장 사수는 악필들이 주로 쓰는데, 응시자를 대신해 글씨를 써주는 사람입니다. 가장 많고 가장 저렴하죠. 그 다음이 거벽인데 이건 과거 문제를 풀어 주고, 시문도 지어 주는 사람이지요.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책을 펼쳐 놓고 몰래 베끼는 게 더 나아요. 어차피 사람도 많은 데다 시험관들이 별로 감독도 안 하거든요. 선접꾼은 말 그대로 주먹을 사는 겁니다. 과장에 햇볕이 내리쬐거나 하면 시험 보는 데 방해가 되잖아요. 과장에 몇 군데 나무 그늘 같은 명당이 있는데, 공부만 하던 선비들이 뛰기는 힘드니까 선접꾼을 사서 미리 자리를 잡아 놓는 것이 유리하죠. 더 확실한 건 시험장 서리를 매수하는 건데 요새는 서체로 응시자를 알 수 없도록 서리들이 답안을 베껴서 그걸로 채점하거든요. 그때 서리가 답안을 고치면 되죠.  김씨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참 많이들 하나 보군요. 비용도 많이 들겠어요.  이생 투자 없이 얻어지는 결과물이 어디 있습니까. 진사나 생원만 돼도 호칭이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 보세요. 운이 좋아서 지방수령 자리라도 하나 받으면 집 한 채 값이 아깝겠어요.  김씨 그런 편법이나 부정행위 말고 진짜 요령도 있나요. 예를 들어 시권(試券·답안지)은 언제 내는 것이 좋다니 하는 것들요.  이생 상담받으러 오셔서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시는군요. 뭐 제 직감상 또 오실 것 같아서 몇 가지 더 말씀드리죠. 시권은 빨리 낼수록 유리합니다. 어차피 같은 문제를 푸는데, 먼저 푸는 사람이 잘한다는 인상을 줄뿐더러 채점도 하다 보면 지치거든요. 특히 사서삼경의 암기와 해석을 쓰는 생원시 같은 경우에는 일단 한번 작성하면 고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들 하잖습니까. 아. 가끔 이름을 빼먹는 사람도 있는데, 꼭 시권에 조상 이름과 자기 이름을 써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우스워 보이지만 매년 수십 명이 이것 때문에 떨어져요. 마지막으로 종이, 종이가 중요합니다. 시험지를 각자 사가야 하는데, 이왕이면 두껍고 질 좋은 종이를 사야 합니다. 시험관들 마음이라는 것이 좋은 종이를 보면 좋은 가문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김씨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학문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못하는 짓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걸 아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과장 근처에도 안 가려고 할 텐데요.  이생 과연 그럴까요. 아드님은 분명 이 길을 따라 과거를 보든가 아니면 이 같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를 보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될 겁니다. 낭충지추. 이런 부정과 편법이 판치는 과장에서도 탁월한 인재는 분명히 드러나게 돼 있거든요. 절 믿으세요. 제가 조선 제일의 시험 전문가로 불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의 출세길, 장원급제(정구선·팬덤북스)  -조선 양반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글항아리)  -조선과거실록(지두환·동연)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백승종·푸른역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정은궐·파란미디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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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이 만난사람] 조선왕실의궤 반환 주역 환수위 사무처장 혜문 스님

    [김문이 만난사람] 조선왕실의궤 반환 주역 환수위 사무처장 혜문 스님

    ‘집 나간 부처가 돌아왔다’를 사자성어로 하면 뭘까. ‘환지본처’(還至本處)라는 말이 있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중생들은 이승에서 본래의 자리가 어딘지 몰라 우왕좌왕 헤맨다고 한다. ‘금강경’에 그 뜻을 풀이해놨다. 2010년 8월 10일 간 나오토 총리가 ‘한일강제병합 100년’과 관련된 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고 그에 따른 조치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귀중한 도서에 대해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 이른 시일에 인도하겠다.” 이는 2006년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4년간 지속적인 반환운동을 전개하고 한·일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협력해 이루어 낸 한·일관계의 중대한 일이었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사무처장 혜문 스님이 있었다. 일본 최고 두뇌 집단이라고 하는 도쿄대를 끈질기게 상대해 ‘조선왕조실록’을 찾아오고, 일본 권력의 중심인 일본 왕궁에 직접 들어가 조선왕실의궤를 목격한 뒤 반환의 결정적 역할을 했으니 말이다. 혜문 스님은 이 밖에도 도쿄 시내 오구라호텔에 있는 고려시대 문화재 ‘평양율리사지 오층석탑’ 환수 등 북한까지 포함시켜 한반도와 일본 사이의 문제로 그 영역을 확대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혜문 스님은 ‘문화재 제자리 찾기’와 ‘오류 바로잡기’ 운동가로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 몇 가지 흥미로운 예가 있다. 슈베르트의 가곡 ‘숭어’는 잘못된 번역이다. 하여 당국에 정정 신청을 내 ‘송어’라고 교과서에 고쳐놨다. 국보146호 청동방울은 당초 강원도에서 출토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혜문 스님은 추적 끝에 강원도가 아닌 충남 논산으로 올바르게 돌려놨다. 안동 도산서원에 심어진 금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것으로 돼 있으나 사실은 안동군수가 심었다는 것도 그가 새롭게 밝혀낸 일이다. 도산서원 준공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가서 금송을 심었는데 겨울이라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겁을 먹은 안동군수가 몰래 금송을 사다가 심었다는 것. 또 있다. 명성황후가 생전에 쓰던 표범가죽 양탄자의 행방을 찾아내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돼 있던 조선시대 기생 명월이의 생식기 표본과 백백교 교주 머리의 보존 중지 운동에도 앞장섰다. 그렇다면 스님이 이런 일을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문화재 제자리 찾기’ 사무실에서 스님을 만나 그 까닭을 먼저 물었더니 ‘환지본처’라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다시 “그래도 꾸준히 그런 일을 벌이기가 쉽지 않을텐 데요.”라고 했다. “누가 그러더군요. 교수나 공무원이 독립운동하는 것 봤냐고 말입니다.”라며 크게 웃는다. 그렇다면 문화재 환수를 위해 그동안 일본에만 40여 차례 오갔는데 경비는 어떻게 조달하느냐고 했다. “다 부처님 것이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에구, ‘도 닦은 스님’에게 괜히 물어봤나 보다. 이렇게 그의 말은 빨랐고 거침이 없었다. 호탕하게 웃는 것도 그랬다. 조선왕실의궤 환수운동은 어떻게 벌이게 됐을까. “2003년 저희 은사 스님인 철안 스님께서 경기도 봉선사 주지로 부임하셨습니다. 철안 스님은 불교문화재에 관심이 많으셔서 봉선사의 관할 사찰 중 27개의 전통사찰에 대한 문화재 현황 파악을 저에게 맡기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6·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멸실된 문화재의 현황이 그대로 드러나게 됐지요. 예를 들어 현등사 사리구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조선왕조실록’은 도쿄대가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됐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불법적인 유통경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따라 흩어진 문화재를 제자리로 되돌리려는 ‘제자리 찾기’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이렇게 탄력을 받은 혜문 스님은 ‘한·일협정 문서공개’와의 연관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으로부터 1432점의 문화재를 돌려받고 문화재 청구권을 포기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한·일협정 문서는 일부만 공개됐다가 2004년 완전 공개되는 과정에서 과연 1432점의 반환 문화재가 어떤 것들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세세하게 살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짚신, 막도장, 우체부 모자 등 문화재적 가치가 의심되는 것들을 보고 졸속 협상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됐다. “때마침 그 무렵 일본에 공부하러 갔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 일본에 있는 것을 알게 됐지요. 신물(神物)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을 문득 느꼈습니다. 일왕 궁내청에서, 1922년 진상품으로 건너와 일본인의 소유가 되어 버린 ‘조선의궤-명성황후 국장도감의궤’를 봤을 땐 더욱 그랬습니다. 원래의 소장처를 나타내는 ‘오대산’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더군요. 색을 화려하게 배합해 그려진 갖가지 그림은 1895년 일본인에게 죽임을 당한 뒤 무려 2년 2개월에 걸쳐 치러진 생생하고도 슬픈 ‘국장의 기록’들이었습니다.” ‘보인소의궤’란 책이 눈에 들어왔을 때도 그랬단다. 고종 13년(1876), 경복궁 교태전(交泰殿)에서 발생한 화재로 조선의 옥새가 소실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고종은 무위소(武衛所)라는 관청에 옥새와 인장을 새로 제조하도록 명령, 각종 보인 11과(科=개)가 제조돼 고종에게 헌상됐다. 이때의 제작과정을 낱낱이 기록한 종합보고서가 바로 ‘보인소의궤’(寶印所儀軌)로 이는 옥새 제작에 관한 유일한 자료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한민국 국새’ 제작도 ‘보인소의궤’에 근거해서 제작된다고 한다. 스님은 또 1897년 10월 13일 대한제국의 탄생과 관련된 중요한 의궤인 ‘대례의궤’란 책을 봤을 때도 ‘신물의 부름’으로 울컥했다고 말했다. “명성황후의 죽음은 한·일 간 피로 피를 씻었던 사건의 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항일의병,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 등 반일운동이 탄생하는 역사적 전환이 이루어집니다. 제가 살고 있는 봉선사와 명성황후의 능인 홍릉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신물의 부름이 아니겠습니까. 명성황후를 죽인 칼 ‘히젠도’를 후쿠오카에서 봤을 때는 ‘아 이것이 조선의 심장을 찌른 칼이구나’ 하는 생각에 피가 거꾸로 쏟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명성황후를 죽이고 국부검사를 자행한 기록 ‘에이조 보고서’를 입수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그는 현재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 가운데 고종의 갑옷과 투구 반환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조선시대 대대로 내려오던 임금의 투구가 일본에 있다는 것은 여전히 볼모로 잡혀 있다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군대가 싸울 때 적에게 깃발을 빼앗긴 것과 같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스님은 여러번 강조한다. “조선시대 군사권력의 최고 상징인 투구, 정치권력의 최고 상징인 임금의 관모 익선관(翼善冠·높이 19㎝)이 도쿄국립박물관에 아직까지 인질처럼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세요.” 스님이 던지는 말문마다 조목조목 비장함이 서려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까지 친일 논쟁만 했습니다. 누가 친일을 했느니 안 했느니 말입니다. 일본에서 들은 얘기지만 2000년 이후에야 직접 도쿄에 와서 ‘우리 문화재 내놓으라’고 일본 외무성을 압박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본 당국은 그런 사람들을 예의 주시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일본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장본인이거든요. 사실 우리가 직접적으로 문화재 환수 문제를 제기한 것은 너무 늦었습니다. 스스로 자기반성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 북·일 수교 때 대대적인 문화재 반환을 약속받아야 하는 것도 지금부터 바짝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일본은행에 있는 징용 노무자 공탁금 4조원이나 사할린 강제징용 문제 등도 말입니다.” 그에게 앞으로 남은 숙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50가지 오류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10가지밖에 못 했다.”며 웃는다. 대한제국을 선포한 환구단의 조경과 석등이 일본식으로 돼 있는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도 중국 갑옷과 일본도를 차고 있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조선왕실의궤도 원소장처인 오대산 제자리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칠 무렵 “백백교 교주의 머리가 오늘 화장을 하는데 염불하러 가야 한다.”며 바삐 자리를 떴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혜문 스님은 1998년 대한불교 조계종 25교구 본사 봉선사에 철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01년 부산 해운정사 금모선원에서 진제 스님을 모시고 수선안거를 한 이래 봉선사에서 정진하고 있다. 2004년 일본 교토 유학 중 ‘조선왕조실록’이 도쿄대에 소장돼 있음을 확인한 후 ‘조선왕조실록환수위’를 구성, 반환운동에 앞장섰다. 2006년 9월 ‘조선왕실의궤환수위’를 조직해 4년에 걸친 운동을 전개, 일본 정부로부터 1205점의 문화재를 반환받게 했다. 그 외에도 6·25 전쟁 당시 미군 병사가 약탈했던 ‘표범카펫’의 행방에 문제를 제기, 60년 동안 박물관수장고에 있던 것을 찾아냈으며 보스턴미술관 소장 라마탑형 사리구 반환운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과 조선왕실의궤환수위 사무처장 등을 맡고 있다.
  • 개화산에도 명품 둘레길 만든다

    강서구 개화산 일대에 산책하기에 알맞은 둘레길이 조성된다. 구는 2013년까지 예산 15억원을 들여 개화산과 치현산, 서남물재생센터, 강서한강공원, 한강습지공원을 잇는 11.44㎞ 코스의 ‘강서둘레길 조성 사업’을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주민들이 산책을 하며 지역의 생태와 역사문화, 경관자원 등을 볼 수 있도록 코스를 꾸민다. 지난 7월 주민설명회를 거쳐 주민들이 원하는 구간과 시설물을 설계에 반영했다. 조성 사업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1단계로 예산 5억원을 들여 방화근린공원에서 개화산 약사사와 정상을 지나 호국충혼비까지 이어지는 2.1㎞ 코스를 연말까지 매듭지을 계획이다. 이어 2단계로 7억원을 들여 개화산과 치현산, 서남물재생센터까지 5.03㎞ 코스를 만들고, 마지막 3단계로 3억원을 들여 강서한강공원 4.31㎞ 코스를 만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둘레길에는 습지공원 탐방로와 조류전망대, 자연관찰로가 한강변을 따라 들어선다. 사람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지는 테마로 꾸며진다. 이용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경사가 급한 산책로에 목재 데크를 설치하고, 전망이 좋은 곳에는 편안하게 쉬면서 확 트인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휴게 데크와 전망대를 만든다. 둘레길에 설치되는 의자와 배수로, 경계목, 원주목 포장 등에 사용되는 자재는 태풍 피해목이나 가로수 고사목을 최대한 활용해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둘레길에서는 고려시대 사찰인 개화사와 석불, 3층 석탑을 만날 수 있다. 해맞이 명소로 사람들이 자주 찾는 정상부에 이르면 한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또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보호되고 있는 조선시대 공신 가문인 풍산 심씨 묘역 50여개도 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공원녹지과(2600-4183)로 문의하면 된다. 노현송 구청장은 “누구나 건강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자리 잡도록 사람과 자연, 역사와 문화가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스토리가 있는 둘레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7개 시·군 ‘지리산 관광코스’ 기대만발

    지리산권 7개 시·군이 공동으로 지리산권 연계관광코스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전남 구례·곡성, 전북 남원·장수, 경남 하동·함양·등 지리산권 7개 시·군이 공동설립한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은 최근 7개 시·군에 걸친 지리산권연계관광코스 개발을 잠정 완료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은 지리산권 관광자원의 공동개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8년 행자부의 승인을 얻어 지자체가 공동으로 설립한 전국 첫 조합이다.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은 10년에 걸쳐 국비 378억 3600만원과 지방비 252억 2400만원을 확보, 총 630억 6000만원을 16개 지리산권 관광개발 공동연계사업에 투입해 지리산권 관광진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조합은 이들 코스에 대한 현장 점검과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주말과 휴일 여행전문가와 해당 시·군 공무원 등이 참가하는 팸투어를 실시하기도 했다. 개발된 코스는 26개로 7개 시·군별로 대표 거점 관광지와 명승지 3∼4곳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코스는 역사문화, 사찰, 이야기, 예술, 교육, 체험, 교통 등 10개 테마별로 세분화됐다. 역사문화 테마의 경우 하동 최참판댁, 구례 운조루, 함양 일두고택 등이며 사찰 테마로는 구례 화엄사, 남원 실상사, 하동 쌍계사 등이 있다. 이야기 테마에는 최참판댁이 있는 평사리 촬영장 세트 등이, 예술 테마는 하동의 ‘토지 문학관’, 남원의 ‘혼불’ 문학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체험 테마로 농촌 체험마을인 남원 달오름 마을, 교통 테마로 구례와 하동 등 5개 시·군을 연결하는 지리산 둘레길 등이 인기코스가 될 전망이다. 조합은 이번 팸투어를 토대로 코스를 최종 확정, 연말쯤 공식 발표할 방침이다. 무안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5주년 맞은 ‘108산사 순례기도회’ 이끈 혜자스님

    5주년 맞은 ‘108산사 순례기도회’ 이끈 혜자스님

    나눔과 보시의 덕행을 산사 순례에 접목해 독특한 신행을 키워 나가고 있는 ‘108산사 순례기도회’가 순례 5년을 넘겼다.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도선사 주지 선묵 혜자 스님의 발원으로 시작해 전국의 산사를 돌며 기도를 하는 사찰 탐방이자 지역 주민들을 돕는 나눔의 행사. 지난 2006년 9월 도선사에서 발대식을 가진 순례단은 양산 통도사를 시작으로 지난주 소백산 희방사까지 모두 61차례에 걸친 사찰 순례를 마쳤다. “돌아보니 횟수로 보자면 벌써 환갑을 넘긴 셈이네요. 처음엔 그저 신자들과 함께 산사를 찾아 염불과 기도를 하자는 뜻에서 시작했는데 순례 기도회의 규모가 많이 커졌고 이런저런 일도 많이 하게 됐습니다.” 11일 순례 5주년의 감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을 덤덤하게 받아넘긴 혜자 스님. “별 탈 없이 무난하게 5년을 넘겼다.”는 스님의 소회와는 달리 그간 순례 기도회가 남긴 것들은 결코 적지 않다. 순례 기도가 이뤄지는 사찰 주변에서 지역 주민들이 가꾼 작물들을 신도들이 직접 구입하도록 직거래 장터를 연 것을 비롯해 다문화여성 농업인 인연맺기를 지속적으로 주선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다. 생활이 어려운 농어촌 주민에게 병원비나 약값을 대주는 ‘환자 보시’며 조손가정이나 지역을 묵묵히 지키는 효자·효부에 대한 시상도 병행해 왔다. 그런가 하면 소년소녀가장에게 장학금을 주고 군 장병들에겐 행사 때마다 초코파이를 전달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다문화여성과 도시의 가정을 연결하는 인연맺기가 110건이나 성사됐고, 군 부대에 전달한 초코파이만 해도 230만개 분량이라고 한다. 사찰 순례마다 5000∼6000명의 신자들이 동행하는 대규모 기도회. 이젠 불교 신자만의 신행이 아닌 다종교 행사로 번지는 등 불교계의 이름난 순례 상품으로 자리잡은 이 순례기도회를 빠짐없이 동참하며 이끌고 있는 혜자 스님. 그의 원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은사이신 청담 스님은 늘상 ‘베풀고 나누며 수행하라’고 하셨지요. 불교가 언제까지 산중에 갇힌 채 닫힌 종교로 머물러 있어야 합니까. 산속에서 거리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나아가 대중과 함께 부대끼고 더불어 살면서 상생의 덕을 쌓아야지요.” 13살의 나이로 도선사에서 출가한 혜자 스님은 은사인 청담(1902~1971·전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을 입적 때까지 줄창 시봉한 상좌. 그 은사 스님의 생전 가르침을 조금이나마 몸으로 실천할 수 있게 된 게 다행이란다. “불교의 산타클로스라 불리는 중국의 포대화상은 늘상 커다란 자루를 메고 부자들에게서 얻은 재물과 음식을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에게 나눠줬다고 합니다. 순례를 마치면 해당 사찰 이름이 새겨진 염주 알을 하나씩 받게 되는 순례 참가자들이 108번뇌를 소멸시키고 보시의 즐거움도 함께 찾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이제 혜자 스님이 목표로 삼은 108산사 중 남은 건 47개. 혜자 스님은 1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바른 신심, 자비로운 나눔, 함께하는 사회를’이란 주제 아래 순례 기도회 5주년 기념행사를 갖고 다음달 중순쯤 지리산 천은사에서 순례를 이어간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이국철 “비망록에 정권실세 상당히 많다”

    이국철 “비망록에 정권실세 상당히 많다”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10억원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검찰에 다시 출석했다. 오후 2시쯤 검정색 서류 가방 하나만 들고 변호사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타난 이 회장은 전날 신 전 차관의 소환조사에 대해 “검찰이 판단할 것”이라면서 “제 입장에서는 불법사찰과 기획수사와 관련된 진실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돈에 대가성이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인가.”라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가는 방향대로 내가 갈 순 없는 것 아닌가. 진실과 근거자료에 있는 대로만 말한다.”고 답했다. 대가성이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지난 7일 이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곳에서 압수수색한 자료와 신 전 차관의 조사내용을 토대로 수년간 10억여원의 현금과 금품을 건넸다는 이 회장 주장의 신빙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의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먼저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사가 다소 길어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번 사건의 의혹 당사자들을 제쳐놓고 자신의 비자금 의혹만 캐고 있다는 이 회장의 주장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금품수수나 횡령 사건에서 자금 출처를 조사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못 박았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업가를 통해 1억원을 건넸다는 검찰 관계자에 대해 “그 당시에 검사장급이고 지금도 고위공무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권 실세를 포함하고 있다는 자신의 비망록과 관련, “(내용이) 상당히 많다. 검찰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정치인과 경제인, 다음이 현 정부 (인물)”라면서 “제가 보고 듣고 겪은 것이 근거자료와 함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9일 오전 신 전 차관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 동안 조사를 벌인 뒤 다음날 오전 2시 40분에 돌려보냈다. 신 전 차관은 금품 수수와 카드 사용 등 일부분에 대해 시인했지만, 대가성과 SLS그룹 구명 로비 등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짓는 대로 조만간 신 전 차관을 다시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한국불교 중흥 대토론회… 간화선 세계화·대중화 제언 봇물

    한국불교 중흥 대토론회… 간화선 세계화·대중화 제언 봇물

    1700년 역사의 한국불교는 선불교의 전통을 오롯이 갖춘 유례없는 수행의 불교로 간주된다. 특히 화두를 들고 참구하는 간화선은 한국 선불교의 요체로 불린다. 국내 선방마다에는 참선을 통해 ‘참 나’를 찾으려는 대중이 북적이고 간화선을 배우려는 푸른 눈의 수행자들이 한국 사찰과 선원을 찾아 몰려든다. 그러면 한국불교는 이 같은 간화선의 세계화며 대중화의 물결을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을까. 한국불교의 간화선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세계화와 대중화의 흐름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자성과 개선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달 2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현대 명상문화와 한국 선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다. 참석자들은 무엇보다 간화선 수행의 현실적인 실천방법 찾기를 비롯해 수행자의 자세와 지도법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개선 노력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우선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은 ‘현실적인 간화선 수행법’을 거듭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수불 스님은 “고도로 발달한 정보통신이 참선수행을 대중화, 생활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실제로 증명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불 스님은 “최상승 수행법인 간화선이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는 보편적 언어와 개념으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일상에 바쁜 재가자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일 내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수행법을 제시하고 일상과 수행이 둘이 아님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무조건적인 믿음과 기복만을 추구하는 신앙형태는 설 자리가 없으며, 조계종이 공부인들을 깨달음의 대도로 인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제열 유마선원 원장은 수불 스님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 원장은 “간화선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간화선을 둘러싼 제반 상황과 문제점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특히 “일반적으로 재가 수행자들 사이에는 화두 수행의 용이성에 회의적이며 염불, 주력, 위파사나 수행을 더 쉽게 생각한다.”며 “수불 스님이 지도한 간화선 수행자 중에 생사해탈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수행자가 나왔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산사 용성선원장인 월암 스님은 “간화선이 문제가 아니라 간화선 수행자가 문제”라며 수행 풍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월암 스님은 “간화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확신한다.”면서도 “간화선 수행자들이 간화선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철저히 간화방법론에 의해 수행과 깨달음을 실천하며, 아울러 교화의 방편을 시설하고 있는지 반추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암 스님은 특히 “적정무사에 안주하여 선미를 탐착하는 일부 수행 전문가의 생활방편으로 전락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가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월암 스님은 간화선 본래의 가풍을 진작시키고 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선의 종지에 입각한 전 종도의 교육이나 교화 ▲간화선 전문인력 양성기구 설립 ▲선원의 특성화 ▲안거형식주의를 탈피해 안거기간과 방식 및 내용의 차별화와 다양화가 있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Weekend inside] 아시아 최초 세계유기농대회 열리는 남양주를 가다

    [Weekend inside] 아시아 최초 세계유기농대회 열리는 남양주를 가다

    주부는 물론 중년의 아저씨까지 경기 남양주시로 몰려들고 있다. 그 이유는 건강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30일 ‘유기농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제17차 2011세계유기농대회가 열리는 남양주 문화체육센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유기농 먹을거리와 제품들이 하루 2만여명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현장이다. 아이들의 먹을거리가 전시돼 있는 ‘G-푸드쇼’ 코너에는 유기농 콩간장으로 만든 솜사탕이 등장했다. 모두들 놀라는 눈치다. “아니 콩간장으로 솜사탕도 만들어요?”라는 질문에 “단맛을 높이고자 할 때 짠맛을 더하면 단맛이 더 나서 건강에 좋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자의 대답이 돌아온다. 20여개국 30개 업체가 참여한 G-푸드쇼에는 400여개 부스가 마련돼 신선농산물을 비롯해 유기농으로 생산한 가공식품, 화장품, 섬유, 장남감 등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주부 김정미(42·수원 매탄동)씨는 “유기농이 단지 농약이나 화학비료만 쓰지 않는 농산품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와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식품들이 많다.”며 놀라워했다. 그 옆에서는 ‘약이 되는 음식’ 등 건강 프로그램과 유기농 재배법 강의가 진행 중이다. 귀농이나 주말농장 경영을 준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중년 남성들이 몰려들어 열심히 메모를 하면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외국인들도 밝은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이 코너에는 275개 응모작 중 선발된 30가지 본선 진출작이 맛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또 유기농 종자, 텃밭 가꾸기를 위한 농자재, 유기농산물 재배 기술 등도 배울 수 있다. 한쪽에서는 남양주시 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단체 등에서 상담 코너도 운영하고 있다. ‘세계의 소멸위기음식 1000+1’은 각국에서 출품한 희귀한 음식을 직접 맛볼 수 있다. 국제슬로우푸드협회가 1000번째 위기 음식으로 선정한 아르메니아산 살구가 인기를 끌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된장과 고추장이 1001번째 위기 음식의 유력한 후보로 올라 국내 방문객들에게 묘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으니 반겨야 할지, 언제간 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을 우려해야 할지 등 여러 생각 이 교차한다. 세계유기농대회는 3년마다 지구촌 대륙을 순회하며 열리는 대회다. 대회조직위원회는 1972년 프랑스에서 결성된 후 세계 108개국, 780여개 회원 단체를 확보했다. 유기농은 그동안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약점 때문에 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편견을 없앨 수 있다. 5일까지 열리는 세계유기농대회에서는 우리의 주식인 쌀의 다양한 변화에도 관심을 둘 만하다. ‘쌀 가공제품 품평회’에서는 총 30개의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42개의 제품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대상의 ‘우리쌀 카레여왕’이 대상을 받았다. 누룽지칩, 몸에 좋은 구이떡, 즉석 쌀떡국, 검은콩 현미스낵 등이 소비자들과 처음 만난다. 사찰음식의 권위자로 알려진 선재 스님(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을 초청, 외국인들과 함께 백김치를 만드는 행사도 열리고 있다. ‘세계인의 건강한 식탁’이라는 주제로 사찰음식 한상차림 시연도 한다. 또 2009년 전국떡명장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경애 명장과 유치원 아이들이 함께 떡을 만드는 시간도 마련됐다. 남양주 세계유기농대회 준비기획추진단 이윤모 단장은 “선진국의 경우 유기농산물은 인증 기준을 엄격히 정해 잔류성이 강한 독성물질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면서 “스낵류부터 외출용 의복까지 인증을 받아야 슈퍼마켓과 백화점 등에서 ‘유기’라고 표시된 제품을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강원도-스포츠외신 기자들과 동행한 2018 동계올림픽 미리보기 “Do You Know Pyeong Chang?”

    강원도-스포츠외신 기자들과 동행한 2018 동계올림픽 미리보기 “Do You Know Pyeong Chang?”

    “Do You Know Pyeong Chang?” 동행이 누구냐에 따라서 여행이 전혀 달라지는 또 한번의 경험이었다. 온갖 스포츠의 룰을 꾀고 있는 6명의 스포츠 외신 기자들. 그들 중에는 88 서울 올림픽에 선수로 참가했던 이도 있었고, 자신의 형이 한국전에 참전했었다는 노익장도 있었으며, 한국 스키점프 선수를 대번에 알아보는 여기자도 있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취재차 한국을 찾았던 그들을 평창까지 움직이게 한 것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져간 것은 월정사 녹차의 아릿한 뒷맛, 강릉 선교장이 보여주는 우아한 한옥의 품위, 알펜시아 리조트의 포근한 베개 같은 따뜻한 체험들이었다. 6년 반 후 다시 돌아올 그들을 맞이할 풍경은 강원도의 투명한 설경이겠지만 오늘의 작고 훈훈한 느낌들은 달라질 리 없다. 그 온정은 우리의 핏속에 흐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신성식 취재협조 강원도청, 한국관광공사 강원권 협력단 88올림픽에 참가했던 Mr. 유비쿼터스 스포츠 칼럼니스트 게리 모건Gary Morgan | 미국 미시건 “88년 서울에 대한 기억은 별로 남아있지 않지만 많이 변한 것만은 확실하네요. 그때 DMZ 투어도 하고, 서울 전망이 보이는 곳에서 파티도 했던 것 같아요. Jesus!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들은 정말 친절하더군요. 이번 여행에서는 대구 팔공산에 올라갈 때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는데, 손가락을 들자마자 차가 섰어요.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로 버스 터미널까지 곧장 차를 얻어 탈 수 있었죠. 평창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죠? 예전부터 온돌방에서 꼭 한번 자보고 싶었는데 멋진 한옥강릉 선교장을 보고 나니 더 욕심이 났어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플로어에서 잘 수 있는 곳서울 북촌의 한옥 게스트하우스였다을 예약했죠. 참! 강릉이 동계올림픽 아이스 종목이 개최되는 곳이죠? 인구가 얼마나 되나요? 22만명이면 꽤 큰 도시네요. 오케이, 느낌이 좋습니다!” 탄탄한 몸매를 지닌 게리씨는 시간만 충분했다면 오대산 정상까지 뛰어올라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듯 에너지가 넘쳤다. 1984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6번의 올림픽 대회에 출전(20km, 50km 경보)했던 육상 선수다웠다. 88년 서울 올림픽 때 28살이었던 그는 미국 국가대표 선수로 20km 경보 종목에 출전했었다. 그리고 23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 그동안 그는 미스터 유비쿼터스Mr. Ubiquitous라는 닉네임으로 불릴 만큼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는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변신했다. 지금까지 무려 39개국을 여행했고 미국 50개 주에 있는 모든 국립공원을 탐험했다. 마라톤 대회에도 60회 이상 참가했고, 미국 올림픽 위원회 선수자문단의 멤버이기도 하다. 술술 쏟아지는 경이적인 기록들은 ‘스포츠와 어드벤처’로 이뤄진 그의 삶을 마치 숫자로 치환해서 보여주는 듯했다. 그의 칼럼은 미시건 러너(www.michiganrunner.net)와 러닝 네트워크(www.runningnetwork.com)에서 볼 수 있다. 1 정강원(한국전통음식문화체험관)은 한국의 맛을 미각뿐 아니라 시각으로도 보여주는 곳이다 2 항상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게리씨도 월정사 해욱 스님이 다도를 알려주시는 동안에는 마치 경기에 임하듯 정신을 집중했다 3 한국의 불교 사찰이 처음이었던 마야는 월정사의 국보, 팔각구층석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눈이라고요? 그건 축제를 의미하죠 스포츠 넷 기자 마야 길야노비치Maja Giljanovic |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나 저 선수최흥철 선수 아는 것 같아요! 미스터 초이 아닌가요? 지난 대회에서 봤던 기억이 나요. 사실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스키를 타 본 적이 없어요. 내가 사는 스플리트Split,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에는 눈이 거의 오지 않고 쌓이는 경우는 아주 드물어요. 그래서 몇년에 한번씩 눈이 쌓이면 도시가 마비되고 학교는 문을 닫고, 사람들이 미끄러지고 부러지고 그래요. 하지만 동시에 축제 분위기가 되기도 하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건 새콤한 차송화밀수였어요. 매실의 상큼달콤한 맛이 최고인데다가 그 작은 쿠키들다식도 정말 예쁘고 맛있었어요. 크로아티아에서는 차 문화가 그리 발달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알펜시아의 호텔도 최고더군요. 사실 전 특급 호텔은 처음이었는데, 아기처럼 잘 잤답니다.” 5년차 기자인 그녀는 깡마른 몸매와 다르게 강단이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대형 스포츠뉴스 사이트(www.hrsport.net)의 기자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베를린, 로마, 바르셀로나 등 유럽 지역의 챔피언십 대회를 주로 취재해 왔다. 크로아티아가 아직 유고슬라비아연방이었던 시절, 그녀의 아버지는 5명의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혼자 아마추어였던 아버지는 프로 선수들을 제치고 3명의 완주자에 들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것 같다는 마야도 취미로 마라톤을 하고 있는데, 완주의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가장 좋아하는 여행 방법도 ‘기차 여행’일 정도다. 서울역에서 대전까지 KTX를 외면하고 굳이 가장 느린(거의 4시간) 무궁화호를 선택한 그녀가 ‘너무 시간이 짧다’고 아쉬워했다면, 이해가 될까? 한국전에 참전했던 형에게 보여줄 사진들이야 스포츠 컨설턴트 로버트 러시Robert Rush | 미국 캘리포니아 “형이 셋인데, 여섯 살 많은 큰형이 한국전에 참전했었지. 내가 고등학생이었으니 51년, 52년 그때였던 것 같아. 집에 돌아온 형이 한국 이야기를 종종했었는데, 이제야 와보게 됐네. 한국은 처음이라서 낯설지만 비빔밥은 정말 마음에 들어. 아까 그 식당정강원에서 먹은 게 사람들이 남은 음식들을 모두 넣어서 손쉽게 비벼 먹었다는, 비빔밥이 맞는가? 나는 식성이 별로 까다로운 편이 아니야. 내가 젊었을 때는 까다로운 사람Picky은 직업을 구할 수 없었으니까. 산에서 며칠을 살면서 벌목을 할 때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먹어야 살 수 있었어. 아까 버스에서 보니 다른 나무로 지탱해 놓은 굽은 소나무들이 종종 보이던데. 금강송이라고? 정말 아름다운 나무더군. 항상 산불을 조심해야 해.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정말 산불이 많이 난다네. 젊었을 때 소방수로도 10년 넘게 일했는데, 가끔 산림관리를 위해 불을 놓아야 할 때도 있었어. 그런데 말야, 아까 차 마시던 곳선교장의 활래정에서 나무 테이블을 보았나? 나무의 본래 모양을 그대로 사용해서, 정말 어메이징하더군.” 일생을 체육 교육에 헌신한 이 77세 노익장의 젊은 날도 만만치 않게 파란만장하다. 15살 때부터 농장에서 배를 따며 돈을 벌어야 했던 그는 육상 코치가 되기 전까지 여름이면 소방수로 일했고, 벌목공, 장례식장의 염꾼 등 무수한 직업을 거쳤다. 6살 많은 형이 미 해군에 입대해 한국전에 참전했던 것에 비하면 학생 신분이라 한국전, 베트남전 등을 피할 수 있었던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거리 해외여행을 거뜬히 소화할 만큼 건강한 그는 이번 여행 동안 누구보다 많은 사진을 찍었다. 83세의 형에게 전쟁 후 한국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서다. 사진촬영 강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카메라와 친숙했던 그는 현재 스포츠 컨설턴트(www.norcalstat.com)로 일하며 선수 지도를 위해 사진과 비디오 자료를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다. 1 선교장의 열화당은 원래 남자 주인의 숙소였으나 지금은 작은 도서관으로 개방되고 있다. 로버스씨가 책을 읽고 있는 테라스는 구한말 러시아 공사관에서 선물로 지어 준 것이다 2 스키점프타워 아래에서 내려다본 알펜시아 전경. 스키장 앞쪽으로 호텔과 리조트촌이 보인다 3 아찔한 높이의 스키 점프대 위에서 과감하게 포즈를 취한 여행작가 키라티아나 4 평창 동계올림픽의 상징물이 되어 버린 스키점프타워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선수들도, 관광객들도 모노레일을 타야 한다 나만의 비빔밥을 요리해 볼래요 여행작가 키라티아나 프리롱Kiratiana Freelon | 미국 시카고 “제가 버스에서 너무 잠만 잤나요? 올림픽이나 챔피언십 같은 큰 대회를 취재하다 보면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밤낮으로 생겨요. 한국에서의 열흘 동안 잠이 많이 부족했나 봐요. 그래도 한국은 어디를 가든지 무선 인터넷이 잘 잡혀서 일하기도 쉽고, 여행에서도 도움을 많이 얻었어요. 아시아에 온 김에 여러 나라를 한 달 동안 여행할 계획이에요. 서울에 가볼 만한 클럽과 식당을 추천해 줄래요? 대구에서도 팔공산에 있는 여러 절들을 갔었는데, 아까 오대산 월정사 스님과 차를 마신 건 정말 특별한 체험이었어요. 스님과 찍은 기념사진을 꼭 블로그에 올리겠어요. 정강원의 비빔밥은 영감을 주는 음식이더군요. 집에 돌아가면 코리안 비빔밥을 응용한 저만의 비빔밥을 시도해 보게 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고추장 대신 테리야키 소스를 쓴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맛있을 것 같죠?” 키라티아나씨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흑인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여행작가다. 그녀가 대구육상경기 취재차 한국에 온 것도 육상 종목에서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올해 초에 파리의 아프리카 문화를 테마로 한 가이드북 <블랙 파리Travel Guide to Black Paris>를 출간하기도 한 그녀는 섬세한 시각으로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여행기를 쓰고 있다. 그녀의 블로그(http://kiratianatravels.com)와 미국 속 아프리카 문화를 소개하는 커뮤니티 웹사이트(http://loop21.com)에서 그녀의 글을 만날 수 있는데, 무려 한 달간의 여정으로 계획한 아시아 여행의 이야기가 이미 펼쳐지고 있었다. 이번 평창 여행은 그녀의 눈에 어떻게 비추어졌을지, 어머니와 함께할 예정이라는 서울 여행 스토리와 그 이후의 일본 여행까지, 잔뜩 기대가 된다. 스포츠 외신 기자와 함께한 평창의 1박2일 평창의 역사는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2018년 전과, 후로 나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전의 분기점을 꼽으라면 세 번째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한 7월6일이 될 것 같다. 그전에 찾아간 평창과 그후에 찾아간 평창은 공기부터가 다른 것 같았으니 말이다. 희망과 기대로 부풀어 오른 평창의 가을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6명의 스포츠 외신 기자들도 각자의 상상력을 발동시키고 있었다. 그 상상의 토대는 한국의 전통 문화와 맛, 그리고 알펜시아였다. 강릉 선교장의 백미는 연못 위에 세워진 활래정인데, 올해부터 다실로 개방하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즉석에서 호기심과 즐거움을 비비다 정강원 정강원靜江園은 귀한 손님들, 특히 외국 손님들에게 정갈한 한국 음식을 소개하고 싶을 때 안성맞춤인 곳이다. 지난 5월에 한국, 중국, 일본 세 관광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도 정강원을 찾아와 대형 그릇에 100인분이 넘는 비빔밥을 섞는 퍼포먼스를 했었다. 외신 기자 일행을 위해서도 비빔밥의 유래와 준비 과정을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이 있었다. 로버트씨가 ‘김치’를 처음 먹어 본다며 조심스럽게 젓가락질을 하는 동안 마야는 미역국을 두 그릇째 비우고 전 한 접시를 더 추가시켰다. 키라티아나는 전에 곁들여 나온 간장을 보더니 반색을 하며 비빔밥에 톡 털어 넣기도 했다. 마야도 전을 간장에 찍어 먹으니 정말 완벽한 맛이 난다고 한마디를 보탰다. 정강원이 자랑하는 우리 장들의 깊은 맛은 마당 가운데를 넓게 차지하고 있는 장독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맛의 내공이 느껴지는 풍경. 그 풍경이 혹시 익숙하다면 드라마 <식객>에서 정강원을 미리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정강원의 정식 이름은 ‘한국전통음식문화체험관’이다. 전통음식점뿐 아니라 한옥의 스타일을 잘 살린 숙소, 작은 동물원, 전통 연못, 박물관, 잔디정원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에 맞추어 전통주 담그기, 메밀묵 만들기, 올챙이국수 만들기, 김치 담그기 등의 체험행사도 신청할 수 있다. 바로 옆에 흐르는 금당계곡의 경치도 즐길 겸 시간을 넉넉히 잡고 방문하면 좋은 곳이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백옥포리 21 문의 033-333-1011~3 www.ktfce.com 요금 비빔밥 체험 1인 1만5,000원, 한정식 3만~10만원, 한옥 숙박 1인 10만원(저녁 한정식, 조식 포함) 스님과 함께 나눈 따뜻한 녹차 한잔 월정사 월정사 수행원 원감인 해욱 스님이 직접 우려 주시는 녹차가 깊은 맛을 찾아가는 동안 손님들의 가부좌는 흐트러졌고 다리를 어디에 둘지 몰라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선만큼은 스님을 향해 고정한 채 한국 녹차와 불교에 대한 호기심을 욕심껏 채우고 있었다. 스님들이 머리카락을 미는 이유가 번뇌를 벗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듣자 20대부터 민머리 스타일이었다는 게리씨는 “그래서 나는 근심이 없나 보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오대산 월정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이자 팔각구층석탑을 포함한 5점의 국보를 보유한 사찰이라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바쁜 와중에도 특별히 시간을 내어 주신 스님께 외국인들도 어설프지만 정성 어린 합장을 올렸다. 난생 처음 절에 와보는 사람도 있으니 자장율사에 대한 이야기나 신라시대 석탑의 아름다움은 자세히 알 수 없었겠지만 월정사 입구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의 아름다움이야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 수 있는 만국공통의 감동이었다. 오대산의 아름다움은 산행을 해봐야만 알 수 있는데, 정상인 비로봉에서 평창쪽으로 내려오는 오대산 지구는 부드러운 흙길에 불교문화유적이 많고, 소금강 지구는 바위가 많아 금강산에 견줄 만한 경치를 자랑한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63 문의 033-339-6800 www.woljeongsa.org 요금 입장료 | 3,000원, 템플스테이 | 성인 1인 1박 4만~5만원(상시 운영) 아흔 아홉 번 놀라게 되는 집 선교장 연못 위에 떠 있는 활래정活來亭은 너무 예뻤다. 연꽃이 모두 고개를 숙인 늦은 오후였지만 푸른 연잎들은 곧 선녀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를 듯 몸이 가벼워 보였다. 그 순간, 얼핏 활래정의 열린 문 사이로 지나가는 선녀들, 아니 선녀처럼 단아한 여인들이 있었다. 그동안 일반에게 잘 공개되지 않았던 활래정이 올해부터 다실 ‘연잎에 앉아’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들이 귀한 송화가루로 만든 다식과 차를 내놨다.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이 활래정을 포함하는 아흔 아홉 칸 고택이 바로 ‘가장 아름다운 한옥’으로 꼽히는 선교장船橋莊이다. 효령대군(세종대왕의 형)의 11대 손이 건축한 한옥은 부유한 사대문가문의 주거양식을 보여준다.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보전된 나라의 가장 중요한 민속자료 중 하나이기도 하다. 후손들의 노력이 가장 컸고 지금은 나라의 지원도 받고 있다. 그래서 구중궁궐 못지않게 겹겹의 문(12개의 대문이 있다)으로 이루어진 저택은 이제 그 문을 활짝 열고 드라마와 영화 촬영, 한옥민박, 문화 공연장, 도서관(열화당悅話堂)으로 변신해 사람들을 맞아들이고 있다. 가문의 후손에 의해 설립된 동명의 출판사로도 알려진 열화당은 예부터 많은 서화와 문집이 보관되어 있던 사랑채였다가 2009년부터 작은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곳에서 <이조실록> 사본들을 발견한 로버트씨는 마치 한국어를 이해하는 듯 책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운정동 431 문의 033-646-3270 www.knsgj.net 요금 관람료 | 성인 3,000원, 한옥체험 | 15만~25만원 동계올림픽을 위해 도약하는 알펜시아 알펜시아로 들어서는 순간 기자들의 눈이 빨라지고 있었다. 이미 해가 저물고 있어서 내일로 미루어진 시설 견학을 기다릴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냥 하룻밤 머무는 숙소였다면 나올 수 있는 반응이 아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알펜시아 리조트는 그야말로 ‘동계올림픽의 꿈’을 먹고 자란 곳이다. 두 번의 낙방 끝에 그 꿈을 이뤘으니 그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91% 정도의 완공률을 보이며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크게 3구획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컨티넨탈 알펜시아 평창 리조트와 홀리데이 인 리조트 알펜시아 평창(호텔, 콘도미니엄) 등의 특급 호텔이 세워진 알펜시아 타운은 숙박과 엔터테인먼트, 쇼핑을 위한 공간이자 스키장, 콘서트장, 워터파크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알펜시아 트룬 컨트리클럽은 골프 코스를 끼고 있는 268세대의 프라이비트 별장촌으로 지금 한창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알펜시아 스포츠파크는 동계올림픽 경기가 열릴 국제 규격의 스키점핑타워,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코스가 있으며 봅슬레이, 루지 등의 경기장이 공사 중이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223-9 문의 033-339-0000 www.alpensiaresort.co.kr 요금 알펜시아 올림픽 특별 패키지 이용시 17만원~41만원.(홀리데이 인 리조트 or 콘도미니엄에서의 1박, 몽블랑 레스토랑에서의 석식 혹은 중식, 워터파크 ‘오션 700‘ 이용권 포함) 1 정강원의 최고 인기 메뉴는 비빔밥인데, 그 유래와 재료를 자세히 설명해 준다 2 다도를 시연해 주시는 월정사 해욱 스님 3 알펜시아의 특1급 호텔인 인터콘티넨탈 알펜시아 리조트 전경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 Q 알펜시아 리조트가 선수촌이 되는 건가요? A 빙상 종목들은 아이스링크가 있는 강릉에서 개최되고, 설상 종목은 새로 활강장이 만들어질 정선의 중봉스키장과 용평리조트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알펜시아에는 스키 점프와 트라이애슬론, 바이애슬론 등의 일부 종목만 진행됩니다. 따라서 선수들의 숙소도 강릉, 태백 등지로 나뉠 예정입니다. 대신 알펜시아 컨벤션 센터가 올림픽 미디어센터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Q 손님들을 모두 수용할 만큼의 숙소가 갖추어졌나요? A 올림픽위원회의 기준이 1만6,000실이라서 평창뿐 아니라 강릉, 진부 등 인근의 숙박 시설들을 최대한 활용할 예정입니다. 모두 1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라서 불편하지는 않을 겁니다. 현재 알펜시아 리조트에는 홀리데인 인 스위트(콘도미니엄)의 419실, 홀리데이 인 리조트(호텔)의 214실, 인터콘티넨털 호텔의 238실을 포함해 약 940실 정도가 확보되어 있습니다. Q 경기장은 모두 완성되어 있나요? A 현재 용평스키장은 높이 800m 이상, 슬로프 길이 3.4km 이상이어야 하는 국제규격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새로운 알파인 스키 활강장이 있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 기준을 만족할 수 있는 정선에 중봉스키장을 새로 만들려는 것입니다. 알펜시아의 스키점프 대회장 역시 현재 가능한 수용 인원이 1만5,500석인데, 국제 기준은 6만석이라서 확대공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봅슬레이와 루지 경기장 등은 2013년에 완공될 예정입니다. Q 지금 알펜시아 리조트에 가면 즐길 거리가 있나요? A 알펜시아 스키장이 2년 전부터 가동하고 있고, 올해 여름에는 오션 700이라는 워터파크가 개장했습니다. 겨울에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실내 워터파크로 2,500명을 수용하는 규모입니다. 또 모노레일을 타고 스키점핑타워에 올라가면 알펜시아 리조트뿐 아니라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콘서트홀은 대관령음악축제의 주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 밖에도 승마 체험, 행글라이딩 체험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습니다. 1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알펜시아에 세워진 한국 유일의 스키점프타워 2 여름철에는 점프대에 물을 흘려 보내서 실전 연습을 할 수 있다 surprise encounter 영화 <국가대표> 꼬마 선수의 실제 모델 최흥철 선수와의 짧은 만남 알펜시아의 스키점프대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최흥철 선수를 먼저 알아본 것은 부끄럽게도 스포츠 외신 기자들이었다. 갑자기 외국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최흥철 선수는 당황한 기색을 금세 거두고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스키점프를 시작한 것은 9살 때인 91년이었다. 그때부터 무주리조트 소속 선수가 되어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프로 스키 점프 선수로 살아온 것이다. 이 대목에서 외신 기자들도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동계올림픽 유치의 꿈을 키우고 있던 무주는 스키점프, 루지, 프리스타일 중에서 에어리얼 등 비인기 동계올림픽 종목을 육성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었다. 올림픽 개최의 꿈은 평창에서 이뤄졌지만 무주의 투자가 씨앗이 되어 준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기초체력 다지기와 밸런스 훈련, 이미지 훈련 등을 반복하는 것이 이들의 일상인데 눈이 없는 여름에는 ‘스키점프대에 물만 흘려 보내면 점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많은 시간을 빼앗을 수 없어서 그와의 담소는 이쯤에서 그쳤다. 그리고 최흥철 선수가 영화 <국가대표>에 등장하는 꼬마 선수의 실제 모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가 지난 4월에는 SBS의 리얼리티 커플매치 프로그램인 <짝>에도 출연했었다는 것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봉은사·통도사 대규모 개산재 잇따라 개최

    서울 강남의 봉은사와 영축총림 통도사가 개산재를 잇따라 연다. 개산재는 절을 처음 세운 날을 기념하는 의식으로, 올해 두 사찰은 대대적인 행사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우선 창건 1217년을 맞은 강남 봉은사는 27일 창건주 연희국사, 중창주 보우대사를 비롯해 서산대사, 사명대사, 영기율사, 영암 대종사, 석주 대종사 등의 진영을 모시고 헌공 다례를 올리는 다례재를 봉행한 데 이어 29일까지 3일간 개산대재를 봉행한다. 개산대재 기간 중 ▲템플문화 한마당 ▲봉은사 사진전 ▲선시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봉은사 스님과 신자들이 함께 대웅전 앞마당에 조성된 법계도를 따라 돌며 불경을 독경하는 정대불사도 열린다. 영축총림 통도사도 창건 1366주년을 맞아 10월 1∼5일 통도사 개산문화대재를 연다. 개산재는 ‘개산의 빛 나눔의 가을’을 주제로 예경, 찬탄, 새싹, 나눔의 장으로 진행된다. 지방 무형문화재 지정을 추진 중인 괘불이운과 종사이운을 일반에 선보이며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는 보물 제1258호 성주 보살사 괘불을 비롯한 괘불탱 특별전이 열린다. 인기 연예인이 꾸미는 음악회와 전국의 초·중·고생들이 참가하는 사생대회를 비롯해 장학금 수여와 각 지역의 공예품을 전시하는 나눔의 장도 펼쳐진다. 개산대재 법요식은 마지막 날인 5일 오전 10시 설법전에서 봉행된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전등사 적시는 역사축제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 사찰인 강화도 전등사에서 역사와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삼랑성 역사문화축제’가 다음 달 8~16일 열린다. 올해로 꼭 10돌을 맞은 축제는 ‘역사의 울림, 어울림’이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첫날 오후 7시에는 가수 김종서, 박미경, 박태촌, 김수희, 남성중창단 ‘비바보체’, 퓨전 국악 그룹 ‘헤이야’ 등이 나와 가을음악회를 꾸민다. 9일에는 전등사를 창건한 아도화상 등 전등사 역대 스님을 기리는 ‘다례재’ 등이 열린다. 축제기간 중 인천의 시조(市鳥)인 두루미 사진을 모은 ‘두루미 사진전’, 강화 특산품인 화문석 공예 체험행사, 먹거리 장터 등도 열려 가족과 함께 찾기에 좋다. 축제 조직위원장이자 전등사 주지인 승석 스님은 27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등사는 서기 381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 세워진 천년고찰이다. 몽고군의 침략 등 국난 때마다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던 곳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200년만의 개방… 스님들 설득에 9개월”

    “1200년만의 개방… 스님들 설득에 9개월”

    “다른 스님들을 설득하는 데 9개월이 걸렸지요.” 경남 합천 해인사가 창건 이후 12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선원(禪院)을 24일 하루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선원은 승려들이 수행을 하는 사찰의 상징적인 장소로 속세와 가장 먼 거리에 있는 공간이다.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 특별행사 해인사는 신라 애장왕 3년(802년)에 창건된 뒤 지금까지 선원을 일반에 한 번도 개방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선원을 개방하기로 한 것은 고려대장경 간행 1000년을 맞아 23일부터 11월 6일까지 열리는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의 특별행사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개방은 단 하루만이다. 개방 행사를 총괄하는 해인사 호법국장인 향록 스님은 “일반인들이 정진할 수 있는 계기를 주자는 뜻에서 어렵게 개방을 결정했으며 스님들이 수행하는 공간에서 일반인이 참선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해인사 선원에서는 스님들이 해마다 4월부터 7월까지 하안거(夏安居), 10월부터 이듬해 정월까지 동안거(冬安居)를 하면서 수행을 한다. 성철 스님, 법정 스님 등도 이곳에서 수행을 했다. 향록 스님은 “스님들이 하루에 8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씩 공부를 하는 공간으로, 일반인이 출입하면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1200년 동안 일반인에게는 개방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스님들은 선원에 앉아 ‘나’라는 존재와 ‘자아’를 찾는 공부를 하는데 설법 중에는 일체의 질문도 허락되지 않으며, 이것이 곧 참선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1200년간 공개하지 않은 상징적인 장소라며 완강하게 반대하는 스님들이 많아 주지 스님과 함께 대중 불교와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의 취지를 설명하고 여러 차례 양해를 구했으며 선원의 스님들을 설득하는 데 9개월이 걸렸다.”고 개방을 결정하기까지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내일 하루만 개방… 앞으로 계획은 없어 해인사 선원은 24일 오전 6시부터 시간당 40명씩 제한해 오후 6시까지 일반인 참선이 허용된다. 모두 440명이 이미 예약을 마쳤다. 향록 스님은 “해인사 선원 개방은 특별히 하루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개방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합천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양천 ‘아버지 요리교실’ 운영

    “여보, 추석 연휴에 힘들었지! 앞으로 저녁상은 내가 차릴게.” 양천구는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제3기 아버지 요리교실’을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지역에 사는 남성을 대상으로 다음달 8일부터 29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 4차례 진행한다. 제2기 수강생들의 설문조사 의견을 토대로 남성들이 쉽게 만들 수 있는 메뉴를 짰다. 버섯잡채와 다시마두부쌈, 연잎밥, 두부강정 등 사찰요리다. 지난 7월 열린 제2회 요리교실에서는 수강생 25명이 수료했으며 여름철 가족들의 기력을 채워 줄 영양 삼계탕과 더덕 돼지불고기, 장어구이, 들깨수제비 등 보양음식을 만들어 수강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수강생 모집은 오는 19일부터 여성복지과에서 방문 또는 전화(2620-3385)로 선착순 접수한다. 인원은 30명, 수강료는 5000원, 재료비 5만원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합천 해인사 선원 1200년만에 개방

    합천 해인사 선원 1200년만에 개방

    경남 합천 해인사가 1200년여 만에 처음으로 승려들의 수행 공간인 선원을 일반에 개방한다. 해인사는 ‘해인 아트 프로젝트’ 특별행사의 하나로 오는 2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내 선원에서 일반인의 참선을 허용한다고 8일 밝혔다. 선원 개방은 802년(신라 애장왕 3년) 해인사 창건 이후 처음이다. 시간대별로 선착순 40명씩 1시간 동안 선원에서 참선을 체험할 수 있다. 선원은 스님들의 수행공간이자 사찰의 상징적인 장소여서 개방에 반대하는 스님들이 많아 설득에 9개월이나 걸렸다는 게 해인사 측의 설명이다. 해인사 홍보국장인 종현 스님은 “불교의 정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문호 개방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해인 아트 프로젝트’는 고려대장경 간행 1000년을 기념하는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에 맞춰 기획한 행사로 24일 하루를 ‘해인 아트데이’로 정했다. 스님들의 법고 연주와 예불을 퍼포먼스로 전하는 ‘해인삼매’ 등이 펼쳐진다. (055)934-3173.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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