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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석의 고장 봉평… ‘흐붓한’ 달빛언덕 보러오세요

    이효석의 고장 봉평… ‘흐붓한’ 달빛언덕 보러오세요

    소설가 이효석(1907~1942)의 고향인 강원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에 문학 테마 관광지 ‘효석 달빛언덕’이 21일 문을 연다. 효석 달빛언덕은 한국 현대 단편소설 중 뛰어난 작품으로 나뉘는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봉평을 모티브로 책 박물관과 이효석 문학체험관, 테마형 경관, 효석광장 등으로 이뤄졌다. 근대문학체험관은 1920∼1930년대 이효석의 활동 시간과 공간, 문학을 이야기로 풀어내 한국 근대문학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체험공간을 제공한다. 꿈꾸는 달은 이효석의 기억과 추억들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꾸미고 카페, 작은 도서관, 기념품 판매점 등 휴게공간을 곁들였다. 또 각종 문화행사와 공연을 열 수 있는 시설인 나귀광장·수공간과 아름다운 효석 달빛언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달빛나귀 전망대를 설치했다. 이 밖에도 사계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꿈꾸는 정원’과 창밖의 달 모형을 통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연인의 달’, 달빛나귀 전망대와 꿈꾸는 달 카페 옥상을 잇는 하늘 다리, 야외공간인 달빛광장 등을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게 배치해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낸다. 이효석문학선양회는 개관에 앞서 지난 15~19일 시범 개방해 점검을 마쳤다. 한왕기 평창군수는 “효석문화제를 앞두고 방문객에게 만족을 안길 수 있도록 달빛공원을 매끄럽게 꾸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제와 더불어 인근에 있는 이효석 문학관과 효석 문학의 숲, 폐교를 활용해 만든 무이예술관까지 함께 둘러보면 문학의 향기와 함께하는 최고 여행을 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창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여주시 세종대왕문화제 BI 선정

    여주시 세종대왕문화제 BI 선정

    경기 여주시는 세종대왕 즉위 600돌을 기념하는 ‘2018 세종대왕문화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BI를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오는 10월 6일부터 9일 한글날까지 4일간 여주 신륵사관광지 일원에서 열리는 세종대왕문화제는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과 국내 주요 세종대왕 . 한글단체의 참여 속에 진행되는 대규모 문화행사다. 시는 세종대왕과 한글을 소재로 이야기마당, 포럼,세미나, 전시, 체험 및 이벤트, 공연 등이 펼쳐질 세종대왕문화제를 상징할 BI 개발 용역을 진행해 왔다. 이를 위해 지난 달 16일, 신륵사 관광지에서 1차 시안 5점을 대상으로 시민 투표를 진행하고, 선별된 2개 안을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여주시 공무원들 대상 전자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했다. 선정된 세종대왕문화제 BI는 한글을 세련된 조합으로 세종대왕문화제를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표현됐으며, 불꽃 모양의 6개의 점은 세종대왕 즉위 600년, 꽃 피우는 행복 도시 여주를 상징화했다. 시 관계자는, “선정된 BI를 바탕으로 현수막, 포스터 등 행사 홍보물 쓰일 다양한 디자인도 개발했다”며 “일관성 있는 홍보 디자인으로 세종대왕문화제만의 정체성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설화 속 오수개 복원·의견공원 조성…반려동물 산업 선도”

    “설화 속 오수개 복원·의견공원 조성…반려동물 산업 선도”

    심민 전북 임실군수는 15일 “임실을 ‘반려동물 천국’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오수의견 설화’를 가진 임실에 세계적인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조성해 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심 군수는 “반려동물 가족 천만 시대를 맞아 명품 테마파크를 조성하면 임실을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나고 관련 산업도 발달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반려동물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게 된 동기는. -임실은 역사적으로 반려동물과 관련이 깊은 고장이다. 주인을 구하고 죽은 ‘오수의견 설화’가 있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를 토대로 반려동물 붐이 일기 전인 2003년부터 전국 유일의 의견공원도 조성했다. 일찍이 앞을 내다보고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추진한 지자체는 임실이 전국에서 최초이자 유일하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 육성 계획은. -오수를 전국의 반려동물 가족들이 반드시 찾아야 하고 다시 찾고 싶은 메카로 만들겠다. 반려동물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거점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반려동물 가족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관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편익시설을 모두 갖추겠다. 세계 유명 반려동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장소도 만들겠다. 반려동물 사후에도 편안하고 품위 있게 묻힐 수 있는 메모리얼 파크도 조성한다. →오수면 일대 반려동물 관련 산업 여건은. -오수에서는 의견문화제를 34년째 개최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다. 2003년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역사성과 편의시설을 갖춘 의견공원과 의견관광지도 조성했다. 육종연구소에서는 설화 속의 오수개를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을 통해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지역 주민들의 의지가 강하다. →지자체들이 반려동물 관련 사업에 관심이 많은 데 차별화 전략은. -반려동물과 관련된 역사성은 오수가 으뜸이다. 특히 규모나 환경, 시설 면에서 오수를 따라오기 힘들다. 타 지자체가 조성한 공원은 작은 놀이터 수준이다. 앞으로 놀이시설뿐 아니라 종합병원, 반려동물 교육시설, 전문인력 육성 학교, 장묘시설 등을 갖춰 반려동물 가족이면 누구나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겠다. →오수가 역사성은 있으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오수가 한반도의 서남부 지역에서 있어 수도권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오수IC와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다. 충청 이남권에서는 1시간 거리다. 진정으로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가족이라면 시설이나 환경이 중요하지 거리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반려동물 관련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애로 사항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각 부처에서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반려동물이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라고 하고, 농식품부에서는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 발뺌한다. 정부부터 소관 부서를 명확히 하고 관련 예산 지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의견 관련 사업비는 문체부에서 받았다. 임실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충남 농어촌 휴양마을은 #설렘

    충남 농어촌 휴양마을은 #설렘

    계곡물 가둬 놓고 물놀이하기, 편백나무숲 산책하기…. 마곡사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충남 공주시 사곡면 부곡리 천탑마을에서 한여름을 시원하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것들이다. 1만㎡ 넓이의 편백나무숲은 화전민들을 이주시킨 뒤 30여년 전 조성했다. 방순일(42) 천탑마을 사무장은 “계곡이 너무 가물어 뗏목타기가 어려운 게 아쉽지만 맘껏 힐링할 수 있는 곳으로 제격”이라고 했다.가을에는 낮잠을 즐길 수 있는 해먹체험, 밤 줍기, 차 마시기 등도 있다. 펜션 7동이 있어 숙박할 수 있다. 4인용이 7만~10만원이다. 텐트도 칠 수 있다. 방 사무장은 “평일에도 적잖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주말에는 방이 동날 정도”라고 말했다.충남 농어촌체험 휴양마을이 인기다. 마을마다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즐길거리, 먹거리 등이 풍부해서다. 수도권과 가까운 것도 이점이다. 살인적인 폭염에 휴양마을도 잠시 주춤했지만 여름이 끝나기 전에 자녀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좋다.이미 유명한 홍성군 문당마을, 청양군 알프스마을 말고도 충남에는 주민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농어촌 휴양마을이 수두룩하다. 박병희 충남도 농정국장은 13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단순한 피서를 벗어나 시원하고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곳이 농어촌 휴양마을”이라며 “마을마다 각각 고유의 자연을 활용해 주민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축제까지 열어 수익을 올리는 마을이 적잖다. 휴양마을에서 피서하는 것은 농어민을 돕고 도시 생활에 지친 방문객의 삶도 힐링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고 했다.●카라반·오토캠핑장 등 다양한 숙박 시설 청양군 정산면 남천리 바둑골마을은 산속에 아예 수영장과 물썰매장을 만들어 놨다. 경사진 언덕에 잔디처럼 깔아 놓은 카펫 위로 물을 흘려 타는 물썰매는 어린이들이 더위를 잊기에 충분하다. 신선이 바둑을 즐기던 곳이라고 해 이름 붙여진 마을은 수려한 미월산이 감싸고 있다. 산책을 하는 데도 그만이다. 대형 펜션 5동과 카라반 2대가 있어 숙박도 할 수 있다. 15인용 펜션이 25만원, 카라반은 13만원이다. 이현정(38) 사무장은 “산속 마을이라 조용해 휴양하기 좋다. 가을에는 밤 줍기, 장아찌 담그기 등도 한다”고 했다. 금강 상류 적벽강이 마을의 삼면을 휘감아 도는 금산군 부리면 수통골에서는 물놀이는 당연하고 빠가사리 등 물고기 잡기와 다슬기 잡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옥수수 따기와 떡메치기도 해볼 수 있다. 사용료가 10만원인 5인용 방 7개에다 50인용 공간도 있다. 청양군 장평면 지천리 까치내마을에서도 물고기·다슬기 잡기를 즐길 수 있다. 충남의 알프스 칠갑산을 굽이도는 넓은 냇가에서 즐기는 물놀이 재미도 쏠쏠하다. 구기자·방울토마토 따기도 체험할 수 있다. 노재찬(63) 사무장은 “장승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10명 넘게 잠을 잘 수 있는 펜션이 여럿 있다. 이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칠갑산오토캠핌장도 있어 야영을 즐길 수도 있다. 논산시 연산면 덕암리 덕바위마을에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작지 않은 수영장을 만들어 놓아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좋다. 물썰매장도 있어 즐거움이 배가된다. 미꾸라지 잡기를 할 수 있고, 생태습지도 있어 아이들이 재미와 배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석고 등 미술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참가비 7000원을 내면 여러 가지를 함께 할 수 있다. 미니 바이킹과 꼬마기차를 타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넓은 공터는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게 한다. 연꽃이 무더기로 심어진 마을 풍경이 아름답다. 이 마을에서는 계절별로 눈썰매와 빙어 잡기, 감자 수확 등을 즐길 수 있다. 7만원 받는 4인용에서 25인용까지 펜션 6동을 갖추고 있다.●‘독살’ 고기잡이부터 미술체험까지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서해안 마을들이다.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를 건너자마자 닿는 당진에서 서해로 금강 물을 토해 내는 서천까지 갯벌 체험 마을은 널려 있다. 갯벌 생물이 지천이고, 갖가지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당진시 석문면 초락도리 푸레기마을은 5분쯤 차를 타고 가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갯벌에서 바지락을 줍고 돌을 들쳐 박하지 등도 잡을 수 있다. 이 마을은 또 약쑥으로 유명해 약쑥비누 만들기도 한다. 악취·습기 제거 등에 효과 있는 약쑥을 구입할 수 있다. 한지로 손거울 만들기, 두부·쿠키 만들기 등도 체험할 수 있다. 참가비는 1인당 6000원에서 1만원이다. 풀잎 하나가 떨어져 섬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이곳은 대호방조제가 건설되면서 뭍이 됐다. 왜목마을과 삼길포 등이 가깝다. 5인실(5만원) 6개, 10인실(10만원) 2개의 민박을 운영한다. 김수정(42) 사무장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데다 민박 시설도 깨끗해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갯벌 체험의 천국은 태안군이다. 남면 원청리 별주부마을은 ‘독살’로 유명하다. 밀물 때 바닷가에 쌓은 돌둑을 넘어와 썰물에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잡는 전통 고기잡이 방법이다. 반두 등으로 잡는다. 임수현(51) 사무장은 “10월에는 고등어, 갈치, 자하(새우)도 많은데 요즘은 폭염으로 독살 물이 뜨거워 많이 안 들어온다. 그래서 우럭 등을 일부러 집어넣기도 한다”고 했다. 마을에 150~200m 길이의 독살 7개가 있다. 갯벌에서 맛조개를 잡거나 축구도 할 수 있다.안면도 중장리 대야도마을은 무인도 체험이 가능하다. 배로 5분 거리에 모래섬이 있다. 이곳에서 낚시하고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 단, 단체예약해야 하고 썰물 때 3시간 정도만 섬에 머물 수 있다. 마을에서도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 바지락과 소라 등이 잡힌다. 참가비는 1만원이다. 좌대에 올라타 바다낚시를 하면 3만원이다. 이태영(44) 사무장은 “천상병 시인이 살았던 경기 의정부 집이 헐린다고 해서 여기로 옮겨 왔고, 그 고택이 이 마을에 있다”면서 “마을이 자그마하지만 예쁘다”고 소개했다.●충남 휴양마을은 ‘춘하추동 연중무휴’ 농어촌 휴양마을의 체험 프로그램은 계절이 따로 없다. 농산물 수확, 떡메치기, 염색, 짚공예 등 마을에 전수되는 것들을 주민들이 프로그램으로 내놓고 도시인을 부른다. 당진 백석올미마을처럼 주민들이 직접 매실한과 등을 생산해 고수익을 올리는 마을도 있다. 서산시 음암면 초록꿈틀마을은 지난해 1만 4543명이 찾았고, 1억 8761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친환경 생태마을이다. 봄에 온 마을에 나비가 날고 논에 참게와 우렁이가 서식한다. 겨울철 잠홍 저수지에는 고니가 둥지를 튼다. 아산시 송악면 외암마을도 마을 자체가 관광자원이다. 조선시대 반가와 초가 등이 잘 보존된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236호 마을이다. 한지부채 만들기와 계란 꾸러미 만들기 등의 체험도 할 수 있지만, 고택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또 매년 짚풀문화제, 장승제 및 대보름행사 등 축제를 열어 방문객이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65만 4938명이 방문했고, 7억 877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부여군 부여읍 부여기와마을은 지난해 방문객 9000여명이 찾아와 1억 1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마을은 낙화암 향초·백제떡 만들기, 솟대 만들기 등 체험 활동이 특징이다. 전양배(44) 초록꿈틀마을 위원장은 “우리 마을은 휴양마을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난해 방문객과 매출액이 전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면서 “충남도가 휴양마을을 적극 홍보한 것도 한몫했다. 사무장 월급을 지원하고 체험 활동 보험도 들어 줘 든든하다”고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관화미심… 연꽃 보고 있자니 마음도 고와진다

    관화미심… 연꽃 보고 있자니 마음도 고와진다

    짧은 장마가 지나가더니 햇볕의 기세가 맹렬합니다. 한증막에 들어선 듯 숨이 턱턱 막혀 이곳이 한국인지 동남아인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무더위에도 제 일에 열심인 꽃이 있습니다. 계절을 아랑곳하지 않고 꽃잎을 틔우는 일에 열중하는 꽃, 연꽃입니다. 연꽃의 고고한 자태와 고운 색을 보노라면 여름이 연꽃의 계절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경기 양평의 세미원에는 지금 연꽃이 한창입니다. 연과 연 사이를 거닐며 연향에 취해도 보고, 넘실거리는 연꽃 바다에 무시로 감탄도 합니다. 이곳은 정말, 연꽃이 한창입니다.수십 가지 연꽃이 활짝… 19일까지 연꽃문화제 ‘관수세심(觀水洗心) 관화미심(觀花美心)’이라 했다. ‘장자’의 말로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이다. 세미원이라는 이름은 이 문구에서 따왔다. 세미원은 물과 어우러진 연꽃 정원이다. 6월 중순부터 8월까지 홍련과 백련을 포함해 수십 가지 연꽃이 피는 만큼 여름에 찾는 이가 가장 많다. 세미원 연꽃문화제가 열리는 19일까지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문 여는 시간을 연장한다. 세미원이 처음부터 연밭이었던 건 아니다. 연밭 부지는 15년 전만 해도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라고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두른 철망이 오히려 독이 됐다. 철망에 쓰레기가 걸리며 수질은 더욱 악화됐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힘을 합쳐 수질 정화 능력이 뛰어난 연을 심기 시작했다. 여기에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2004년, 세미원이 문을 열었다.백자 청아함 닮은 백련지… 한복 차려입은 듯 홍련지 여기도 연꽃, 저기도 연꽃. 어느 곳을 보아도 연꽃이다. 여름 바람이 일렁이자 연꽃들이 일제히 춤을 춘다. 연꽃의 파도가 밀려온다. 세미원에서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은 크게 세 곳. 홍련지, 백련지, 페리기념연못이다. 홍련지의 붉은 연꽃은 끄트머리로 갈수록 색이 붉어진다. 하얀 듯 불그스름하고 불그스름한 듯 하얗다. 안내판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모습’ 같다는 설명이 있다. 말 그대로다. 홍련은 연지 곤지 찍고 분홍빛 한복으로 단장한 여인을 닮았다. 바라볼수록 우아한 자태요, 뜯어볼수록 오묘한 색이다. 5000㎡ 연못에는 움푹 들어간 나무 데크 두 개가 있어 사진을 찍기 좋다. 이른 아침부터 대포 같은 카메라를 든 사람들도 여럿이다. 백련지의 흰 연꽃은 백자의 청아함을 닮았다. 백련지 가운데에는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 일심교가 놓여 있다. 돌다리는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폭이 좁다. 딴생각에 빠지지 말고 지금 내딛는 한 발에 집중하라는 의미일 터. 연잎이 워낙 크다 보니 다리를 건널 때 어쩔 수 없이 연잎을 스치게 된다. 바다의 물살을 가르듯 연잎의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는 기분이 근사하다.연꽃 단지 중 유독 사람이 몰린 곳, 세계적인 연꽃 연구가 페리 슬로컴 박사의 이름을 딴 페리기념연못이다. 이곳의 연은 페리 박사가 손수 개발해 세미원에 기증한 것들이란다. ‘미세스 페리 디 슬로컴’, ‘더 퀸’이라는 이름의 연꽃들은 화려한 외양을 뽐낸다. 연보다는 새색시의 부케 같다. 뭉게구름처럼 뽀얀 미색의 꽃잎이 겹겹이다. 그 모습이 어찌나 탐스러운지 카메라를 든 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연못 앞에는 기와지붕을 올린 정자가 있다.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이들의 표정이 평온하다. ‘관화미심’, 연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고와진 탓일 게다. 연꽃만큼 정원의 면면도 어여쁘다. 냇가에 놓은 돌다리 길, 한강 물이 솟아오르는 장독대 분수, 탁족할 수 있는 세족대, 돌 빨래판으로 만든 산책길 세심로, 모네의 그림 ‘수련’을 재현한 사랑의 연못, 나룻배 52척을 연결하고 위에 목판을 얹은 배다리 등 각 구역이 짜임새 있다. 그중 세족대와 세심로는 직접 발을 담그고 걸어 볼 가치가 있다. 더운 날씨에 연꽃을 보겠다고 이리저리 발품을 팔았다면 세족대는 더위를 떨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세족대에는 탁족을 하며 몸과 마음을 씻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발을 씻으며 마음도 가다듬었던 옛 선비들처럼 말이다. ‘관수세심’(觀水洗心)에 걸맞은 공간이다. 세족대 물에 5분만 발 담가도 정수리까지 시원 세족대 물에 발을 담그면 ‘악’ 소리가 난다. 햇볕이 뜨거워도 물은 한겨울 얼음장처럼 차갑다. 5분만 발을 담가도 더워진 정수리까지 시원해진다. 깨끗함은 연꽃의 속성이다.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오물에서 피어도 향기가 그윽하다. 세심로는 빨래판에 옷을 빨 듯 길을 걸으며 마음의 때를 씻어내라 한다. 빨래판 모양의 길을 걷는다고 때 묻은 마음이 금세 깨끗해지지는 않겠지만, 연꽃과 나란히 걸으며 발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해 본다. 어젯밤 든 부정적인 생각, 그 전날 내뱉은 가시 돋친 말을 빨래판 길에 툭툭 털어 본다. 맑은 꽃을 닮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 본다. 세미원의 화두, ‘관수세심 관화미심’을 행하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연꽃을 보고 사진을 남기는 것이 아니던가. 세미원은 한낮보다는 이른 아침에 가는 편이 낫다. 연 꽃봉오리가 아침에 열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적기 때문이다. 햇빛을 가릴 모자나 양산은 필수다. 글 이수린 유니에스 여행작가·사진 장명확 작가
  • [뉴스 in] 양평 세미원 ‘연꽃 향연’ 즐겨요

    [뉴스 in] 양평 세미원 ‘연꽃 향연’ 즐겨요

    여름은 연꽃의 계절이다. 경기 양평 세미원은 수도권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연꽃 명소’다. 15년 전만 해도 상류에서 떠내려온 부유물이 가득한 쓰레기장이었다고 하니 환경을 바꿔 보자는 인간의 노력에 신도 감탄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꽃문화제가 끝나는 19일 전에 ‘연꽃의 향연’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 폭염도 막지 못한 수요시위… “할머니의 기억이 될게요”

    폭염도 막지 못한 수요시위… “할머니의 기억이 될게요”

    “우리가 할머니의 기억이 될게요. 우리가 할머니의 ‘미투’에 ‘위드유’를 외칠게요!” 뜨거운 폭염이 이어진 8일에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는 계속됐다. 이날 낮 12시 1347번째로 열린 수요시위에 참여한 300여명의 시민들은 ‘내가 이 사건의 기억이 되겠노라’고 함께 외쳤다.낮 기온 35도에 달하는 더운 날씨 때문에 집회 현장에는 검은 비닐 가림막이 드리워졌다. 그러나 예상보다 많은 인파로 가림막 그늘이 미처 드리우지 못한 뜨거운 바닥에도 100여명의 시민들이 자리해 햇볕을 견디며 함께했다. 시민들은 손에 ‘진실은 숨길수록 선명해진다 팩트를 드러내라’, ‘번데기가 못되고 날지 못하는 나비’, ‘몇백의 돈보다 한마디의 사과를’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날은 평소보다 학생 참가자들이 많았다. 인창고 학생 15명은 할머니들을 위해 ‘바위처럼’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학생들은 “영화, 책, 뉴스를 통해 가슴으로 공감하고 마음으로 공부했다”면서 “청소년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는데 결론은 할머니들 곁에 있으며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마음을 전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영암여고 이다은 학생은 “국정농단, 탄핵, 미투 등을 보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해 알고 있다”면서 “꽃이 다 아스러지기 전에, 숨소리가 멎기 전에, 일본 정부가 죄송하다고 청춘에 사과드린다고 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한 할머님의 외침 이후 28년 동안 우리가 함께하며 많은 분이 용기를 냈다”면서 “피해의 역사를 기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고 사회를 인권·정의·평화로 이끌어가고자 우리가 이 일을 한다”면서 “전 세계의 인권유린의 대상이 된 이들에게 우리가 희망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치지 않고 함께하면 해결의 그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대협은 오는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6주년을 맞아 오후 7시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온라인에서는 공동행동 ‘#역사를_바꾼_그날의_용기_잊지_않겠습니다’ SNS 손글씨 릴레이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중국에서 가장 시원한 도시 ‘류판수이’를 아십니까

    중국에서 가장 시원한 도시 ‘류판수이’를 아십니까

    중국 구이저우성의 류판수이(六盤水)시는 세 개의 호수와 세 개의 저수지가 있는 도시란 이름답게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최고의 피서지다. 특히 가장 낮은 곳이 586m에 최고 2900m에 이르는 고도 덕분에 일 년 내내 15도의 서늘한 평균 기온을 유지한다.  여름 평균 기온도 19.7도에 불과해 중국인들에게 최고의 피서지로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 4대 폭포로 유명한 황과수 폭포뿐 아니라 카르스트 지형 덕에 발달한 동굴, 숲, 계곡, 호수, 온천 등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서늘한 날씨 덕에 여름에도 국제 마라톤 대회가 성황리에 열린다. 평지가 거의 없고 산이 많은 환경 때문에 패러글라이딩과 같은 관광 체험도 발달했다. 지난 25일 류판수이시는 ‘피서 수도 문화제’를 열어 여름 관광에 적합한 날씨와 풍성한 소수민족 문화를 소개했다. 류판수이는 이족, 묘족 등 340만명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전체 인구의 26%를 차지한다. 전통을 살린 소수민족 마을은 훌륭한 여름철 관광지이자 중국의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류판수이란 이름 가운데 수이를 따온 수이청의 바이처 마을은 물레방아로 유명하다. 바이처 강 곳곳에 설치된 물레방아는 관광객과 숙박객들의 흥취를 돋운다. 관개 시설로 설치된 물레방아는 이제 바이처 마을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바이처의 관광과에서 일하는 주루이는 “주민들이 호텔 설립과 운영에 참여해 관광산업으로 빈곤을 이겨냈다”고 소개했다. 20개의 방이 있는 호텔을 운영하는 리타오는 여름이면 모든 방이 꽉 찬다며 “수입이 4배로 뛰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류판수이를 방문한 관광객은 3000만명으로 관광 수입은 200억 위안(3조 2700억원)에 이르렀다. 원래 류판수이는 석탄으로 유명해 석탄 수도로 불렸지만 이제는 서늘한 날씨와 풍부한 관광자원 덕에 피서 수도가 됐다. 1980년대만 해도 산림율이 7%로 떨어졌지만 생태보호와 개발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삼림이 차지하는 면적이 전체 도시의 56%를 기록하게 됐다. 특히 류판수이 곳곳의 관광지에는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한글 표지판이 자리잡고 있다.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때로 실소를 자아내지만 관광객 유치를 위한 류판수이 시민들의 노력은 인정할 만 하다.  글·사진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한강하구 조강의 뱃길을 열어라” 김포 전류리포구서 평화문화기행 행사

    “한강하구 조강의 뱃길을 열어라” 김포 전류리포구서 평화문화기행 행사

    경기 김포시는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아 27일 오전 9시 전류리 포구에서 한강하구 뱃길 열기를 기원하는 평화문화기행 행사를 개최했다. 김포시가 지난 10일 국방부에 평화기원 한강하구 물길열기 추진계획으로 뱃길·생태조사 승인을 신청했으나 아직까지는 한강하구 중립수역 항행은 불가하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최근 남북관계와 항행안전을 고려해 항행구간을 전류리포구에서 어로한계선 선상 구간 1.5㎞까지만 허용했다. 이날 항행구간은 서울마리나를 출발해 신곡수중보~전류리포구~한강수역 어로한계선까지 30㎞ 구간에서 뱃길행사가 진행됐다. 앞서 서울마리나에서 어선 2척이 여의도를 출발해 수중보에 도착하고 이어 행주나루에서 1척, 고양나루에서 1척, 영사정나루에서 2척, 전류리포구에서 4척 등 모두 어선 10척이 합류해 전류리포구 출발했다. 시민과 민간단체· 언론인 등 50명이 어로한계선까지 왕복 30분가량 뱃길탐사가 펼쳐졌다. 뱃길탐사를 마친 뒤 전류리포구에서 평화통일염원 행사가 이어졌다. 한강물 따라 걷기를 시작으로 정하영 시장과 신명순 시의회 의장 인사말, 축사한강뱃길 탐사보고회, 평화문화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한강하구뱃길열기 행사장에서 정 시장은 “고촌영사정에서 전류리포구 물길을 헤쳐 어로한계선까지 짧은 거리를 다녀왔다. 1953년 7월27일 맺은 군사정전협정 제1조 5항에 민영선박이 항해할 때 자기측의 군사분계선에 표시돼 있는 배는 제한받지 않고 자유로이 항행할 수 있게 규정돼 있다”며, “한강하구는 오랫동안 멈춰 있어 65년동안 한 것이라고는 어로한계선이 북쪽으로 400m 이동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시장은 “임진강과 만나는 한강하구에서 조강을 거슬러 올라 예성강이 만나는 그곳까지, 염하와 만나는 그곳까지, 그리고 서해 NLL위쪽까지 가는 한강하구 중립지역에 평화의 배를 띄우려고 계획했는데 아직도 대한민국이 분단국가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의 바람과 희망이 하나하나 차곡차곡 채워지고 국민들의 평화통일 열망이 성큼성큼 일어설 때 한강하구 물길은 열릴 수밖에 없다”고 희망을 말했다. 정 시장은 그 역사적인 의미가 정전65주년 한강하구 대한민국의 최북단 전류리포구에서 평화문화제를 진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의장은 “시민 여러분들을 뵙게 돼 기쁘지만 오늘 고촌영사정에서 배를 타고 오는 길에 만감이 교차했다”며, “분명 한강하구는 우리 김포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관의 허락을 맡아 다녀야 하고 시민들이 원하는 대로 언제든 배를 타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여건이 아니어서 매우 착잡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신 의장은 “시장님도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이고 우리 시의원들도 힘을 보태 김포가 한반도 평화의 중심이 되고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시민들과 함께 손잡고 마음을 열어 일하겠다. 이번 행사를 기회로 김포가 평화의 상징 도시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간단체자격으로 이 행사를 주도한 김대훈 한강하구중립수역뱃길열기본부장은 “김포의 서해와 한강하구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는 섬으로, 김포시민은 한강하구의 주인이면서도 접근조차 할 수 없었고 아름다운 한강에 손 한번 담가보지도 못했다”며, “한강하구를 끼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군사보호구역과 문화재보호구역, 습지보호구역 등 중첩된 보호구역으로 인해 권한과 재산권행사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그는 “가장 쉽게 남북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 한강하구지역으로 뱃길을 열어야 한다. 65년간 국방부가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중립수역에서 민용선박의 접안은 제한받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국방부나 유엔사령부는 정전협정 1조5항 협정을 준수할 것과 민간선박에 한해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김포시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뱃길 열기’를 여러 차례 추진했으나 국방부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노 의원, 우리 같은 꼴찌 위해 버티지”…6411번 버스는 웁니다

    “노 의원, 우리 같은 꼴찌 위해 버티지”…6411번 버스는 웁니다

    노회찬 2012년 정의당 대표 수락 연설때 ‘6411번 버스’ 청소 노동자들의 삶 언급 그 후 6년…魯는 없지만 승객들 그대로 새벽 4시 첫 차… 출발 15분 만에 만석 서로 가방 들어주며 매일 출근길 눈인사 “노동자 살기 좋았던 때 있었나” 한탄도“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명연설’에 언급됐던 ‘6411번 버스’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2012년 10월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노 의원은 “6411번 버스는 매일 새벽 같은 시각, 같은 정류소에서 같은 사람이 탑니다. 누가 어느 정류소에서 타고 어디서 내릴지 모두가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분들은 이름이 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그냥 아주머니,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이라며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 분들은 ‘투명인간’이다. 존재하되 우리가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첫 버스를 타고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강남으로 가는 청소노동자의 삶을 보듬어 줘야 한다는 간절한 내용이었다.●“누가 노 의원만큼 우리 대변해줄지 걱정” 노 의원이 지난 23일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면서 버스 안 ‘투명인간들’도 깊은 슬픔에 잠겼다. 서울신문은 26일 새벽 4시 정각 구로동 영업소에서 출발하는 ‘6411번’ 첫 차와 3분 뒤 출발한 두 번째 버스에 올라 노 의원이 품으려 했던 청소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노 의원을 “우리 편에 섰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실제 버스에서 만난 승객 대부분은 노 의원의 연설대로 여성 청소노동자들이었다. 노 의원이 말한 것처럼 신기하게도 출발한 지 15분 만에 버스는 꽉 찼다. 구로동 영업소를 출발한 첫 버스는 첫 정류장인 거리공원에서 7명을 태웠다. 이 중 한 명인 강모(64)씨는 강남에서 빌딩을 청소한다. 강씨는 “노동자들이 새벽부터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정치인은 노 의원이 유일했다”며 “노동자들이 이렇게 힘들게 살지 않고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를 하셨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구로구 남구로역 정류장에서 6411번 버스를 기다리던 서모(72)씨는 ‘노회찬’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금세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최근 5년 동안 강남구 선릉역 주변 빌딩을 청소하고 있는 서씨는 “노동자들 편에 섰던 좋은 분”이라면서 “노 의원은 하늘나라에서도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남구로역에 도착하니 남은 좌석이 없었다. 앞쪽에 앉아 있던 김모(65)씨도 강남의 한 빌딩을 청소하는 노동자였다. 김씨는 “매일 아침에 첫 차를 탄다”면서 “오전 6시까지 출근하게 돼 있지만 5시 20분까지는 도착해야 여유 있게 일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근무하는 21명의 동료는 노 의원의 비보를 접하고 “‘아무리 어려워도 죽으면 끝인데 왜 돌아가셨을까’라며 가슴 아파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약자 편에 서서 법도 많이 만들었는데, 하늘나라에서는 평안하길 바란다”고 명복을 빌었다. 버스 기사 윤모(56)씨는 “정치적인 적(敵)이 없는 것만 봐도 노 의원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지 않느냐”면서 “앞으로 누가 노 의원처럼 노동자들을 속시원하게 대변해 주고 우리를 위해 힘써 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첫 번째 버스보다 3분 늦게 출발한 두 번째 버스에 탄 첫 승객도 강남구 학동에 있는 빌딩을 청소하는 노동자였다. 구로구 신도림역 정류장에서 탑승한 정모(54)씨는 “점점 살기가 절박해지는 것 같다”며 “최저임금이 올라도 용역회사는 오히려 식대를 줄여 임금이 지난해와 2만~3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강남구 선정릉역 인근의 빌딩 청소를 한 지 3개월 됐다는 김모(60)씨도 “오래 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최저임금이 오르자 용역회사에서 일하는 시간과 월급도 같이 줄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2년 정도 강남 빌딩에서 청소 일을 한 신모(68)씨는 “청소하는 사람들은 편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남편이 아파서 몇 년째 쉬고 있기 때문에 청소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청소하는 사람들이 만날 하는 소리가 ‘허리 아프다’, ‘손목 저린다’, ‘몸이 찌릿찌릿하다’ 이런 말들이다”고 덧붙였다. 6411번 버스 승객들 사이에는 자리에 앉은 사람이 서 있는 사람의 가방을 들어 준다. 모르는 사람인데도 서로 대화를 하고 내릴 때에는 눈인사를 하기도 했다. 10년 넘게 이 버스를 탔다는 신모(68)씨는 “다 똑같은 일을 하고, 매일 같은 버스를 타니까 서로 모르면서도 잘 안다”면서 “나이가 비슷하면 친구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버스의 좌석도 출발한 지 20분이 지나자 꽉 찼다. 뒷문으로 오르는 계단은 또 다른 의자가 됐다. 승객 4명은 미리 준비했다는 듯 가방에서 비닐 깔개를 꺼내 뒷문 계단에 깔더니 그 위에 앉았다. 그렇게 앉은 네 명의 승객은 두 명씩 짝을 지어 이야기를 나눴다. 곧이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찼고 앞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을 정도가 됐다. 청소노동자들은 동작구 노들역 정류장에서 5명 정도씩 내리기 시작했다. 강남구 구반포역 정류장에서부터는 10여명씩 한꺼번에 내렸다. 1시간 10여분이 지나 선릉역 정류장에 도착하자 승객 대부분이 하차했다. 오전 5시 10분, 이들은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빌딩으로 들어갔다. ●“형! 다음 생에서 만나요”… 울먹인 유시민 “회찬이 형! 형! 형! 다음 생에서 또 만나요.” 공동장례위원장으로 노 의원과 2012년 진보정의당을 창당하고 함께 팟캐스트에 출연하는 등 각별한 인연을 이어 왔던 유시민(58) 작가는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노 의원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다가 울먹였다. 유 작가는 “생전에 한 번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다 오늘 처음 형이라고 부른다”며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어서 형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생에는 더 좋은 곳에서 태어나 더 자주, 멋지게 첼로를 켜고 아름다운 글을 더 많이 쓰고 (부인) 김지선님을 만나 더 크고 깊은 사랑을 나누세요”라며 “가끔은 물 맑은 호수로 저와 단둘이 낚시를 가자, 형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노 의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문화제는 연세대 이외에 노 의원 지역구인 경남 창원에서도 열렸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는 26일 오후까지 2만 8800여명의 추모객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의 장례는 26일부터 국회장으로 승격됐다. 장례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영결식이 엄수된다. 이후 고인은 서초구에 있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돼 장지인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된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반올림, 1023일간 천막 농성 ‘마침표’

    반올림, 1023일간 천막 농성 ‘마침표’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으로 사망한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을 대변하는 시민단체 ‘반올림’은 25일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앞 천막 농성을 해제했다. 2015년 10월 7일 농성을 시작한 지 1022일 만이다. 반올림은 이날 밤 천막 농성 해제 문화제 ‘참 감사해 유(YOU), 꼭 승리해 유(YOU)’를 열었다. 문화제에는 백혈병 피해자와 가족, 유족, 그리고 이재명 경기지사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전날 반올림과 삼성전자가 중재위원회가 내 놓을 중재안에 합의하겠다고 서명하면서 천막 농성에 마침표가 찍혔다.천막은 이날 오전 철거됐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의 사진은 문화제가 열린 무대 옆에 놓였다.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2시간 동안 진행된 문화제 내내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려 투병 중인 한혜경씨는 “기쁘다. 솔직히 조금 아쉽다. 농성 동안 연대 잘해줬다. 고맙다”라고 말했다. 한씨의 어머니인 김시녀씨는 “농성 1023일을 맞이해 농성장을 접었다. 여러분 덕분이다. 너무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울먹였다. 황유미씨의 아버지이자 반올림 대표 황상기씨는 “노동자가 죽은 데 대한 책임을 회피해 온 삼성이 지금에서야 해결에 나선 것이 참 섭섭하다”면서 “이제 이 사회도 조금은 안전한 사회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황씨는 발언을 마친 뒤 “감사하다”고 외치며 참석자들에게 큰절했다. 반올림 측은 “삼성이 마침내 물러섰다. 직업병 문제 해결은 이제 다시 시작됐다”면서 “제대로 된 사과, 배제 없는 보상, 재발방지 대책의 정당한 요구가 실현되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반올림은 전날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제2차 조정재개 및 중재방식 합의 서명식’에서 삼성전자, 조정위와 함께 합의문에 서명했다. 반올림과 삼성전자는 조정위가 마련할 중재안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정위는 8∼9월 중재안 내용을 논의해 마련하고,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2차 조정 최종 중재안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아시아나·대한항공 직원연대 “갑질 총수 퇴진” 한 목소리

    아시아나·대한항공 직원연대 “갑질 총수 퇴진” 한 목소리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직원들이 14일 청와대 앞에 모여 공동 집회를 열었다. 두 항공사 직원연대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함께 가자 갑질 격파 문화제’를 개최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는 3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는 조직문화가 승객들의 안전도 위협할 수 있는 점이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됐다”며 총수 일가가 경영에서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서 두 항공사 직원들은 각자 겪은 부당한 인사 발령 등을 털어놓고, 각 회사의 정상화·총수 퇴진 운동을 서로 지지하기로 약속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지난 6일과 8일 주최한 촛불집회에 대한항공 직원들이 참석, 지지 발언을 했으나 집회를 함께 기획하고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다수 참석자가 촛불을 들었고, 일부는 신원이 노출되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가이 포크스 가면이나 마스크, 선글라스를 썼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삼구·조양호 OUT”… ‘갑질상련’ 뭉쳤다

    “박삼구·조양호 OUT”… ‘갑질상련’ 뭉쳤다

    조씨 일가 퇴진 집회 열렸던 장소 “노밀 경영진 퇴진” 400여명 모여‘기내식 하청업체’ 유족도 참여‘기내식 대란’이 ‘갑질 논란’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8일 두 번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이미 갑질 의혹 등으로 경영진 퇴진 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 6일에 이어 동참했다. ‘갑질상련’의 대한민국 양대 국적 항공사 직원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는 모양새다. 업계 1, 2위 항공사 직원들이 그룹 총수의 구태적인 경영 형태와 갑질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만큼 항공사 기업 문화가 바뀌게 될지 주목된다.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 등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를 열었다. 집회 뒤에는 인근 금호아시아나 본사까지 행진해 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400여명의 참가자들은 가면,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집회에 참여했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 2일 ‘기내식 대란’ 사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협력업체 대표 윤모씨의 유가족도 참석했다. 윤씨의 조카는 “삼촌이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지금까지 지옥 같은 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그렇게 착하고 밝았던 사람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는지 모든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고 흐느꼈다. 심규덕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은 “직원을 소모품 수준으로만 보는 회사의 모습을 봤다”면서 “노동조합과 함께 끝까지 싸워서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이름을 되찾자”고 주장했다.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은 “저희도 불과 2달 전 이 자리에서 너무나 떨리는 마음을 안고 여러분과 똑같은 심경으로 구호를 외쳤다”며 “박삼구도 감옥 가고 조양호도 감옥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모(52)씨는 “아시아나클럽 회원 29년차, 183만 마일리지가 있는 30년 고객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6일에도 아시아나항공지부는 같은 장소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약 300명이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을 채웠다. 문화제에는 회사 유니폼을 입고 나온 대한항공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은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지난 5월 4일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STOP)’ 촛불집회를 처음 열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기내식 대란’은 지난 1일부터 기내식을 지연 탑재하거나 아예 싣지 못하고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속출하면서 발생했다. 또 언론에 2014년 인턴 수료를 앞둔 여승무원들이 박 회장에게 애정 표현이 담긴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 공개되며 ‘갑질 논란’까지 보태졌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기내식 대신 피켓 나눠준 아시아나 승무원들…“갑질 박삼구 아웃”

    기내식 대신 피켓 나눠준 아시아나 승무원들…“갑질 박삼구 아웃”

    대한항공 직원연대도 집회 옆에서 시위“승객, 직원 굶기는 갑질삼구 OUT” 6일 오후 6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영진 교체 및 기내식 정상화 촉구’ 관련 문화제를 연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조용히 묵념을 했다. 최근 기내식 지연에 따른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협력업체 대표 윤모씨의 명복을 기리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직원들의 드레스코드가 검은 옷에 국화꽃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날 사회를 맡은 아시아나항공 직원도 “고인이 된 하청업체 대표의 명복을 비는 게 오늘 행사를 연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이 직원을 힘들게 하면서도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며 “기내식 대란이 왜 발생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직원들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대다수 참가자들은 흰색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아름다운 우리가 바꾸자, 아시아나’, ‘박삼구는 물러나라’, ‘침묵하지 말자’ 등의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 대한한공 직원연대가 촛불집회를 했을 때 등장했던 ‘가이 포크스 가면’도 눈에 띄었다. 실제 대한항공 조종사와 승무원들도 행사장 옆에서 갑질 근절 캠페인을 펼치며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의 문화제에 힘을 보탰다. 이번 집회는 지난 1일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로 인해 열렸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납품 회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차례로 공식 사과를 했지만 논란은 커졌다. 이에 직원들이 나서서 ‘침묵하지 말자’라는 제목의 익명 채팅방을 만들어 단체행동을 결의했다. 이날 사회자는 “익명 채팅방에 벌써 3000명의 직원, 시민들이 동참했다”면서 “이날 행사도 지난 3일 직원들이 광화문 집회를 열자는 제안을 하면서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는 8일 오후 2차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미투 100일 #학내 성폭력 #외로운 싸움 #그래도 희망

    #미투 100일 #학내 성폭력 #외로운 싸움 #그래도 희망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성폭행 피해 폭로 이후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가 들불처럼 번졌다. 들불은 음습한 곳에 똬리를 틀었던 성폭력 범죄를 다 태울 듯한 기세였다. 그러나 여전히 변한 것은 없다. 미투의 광장에 섰던 피해자들은 지금 법정에서 가해자와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초 서울 용화여고에서 벌어진 ‘창문 미투’의 주역들이 보낸 100여일을 되짚어 보며 ‘미투 연대’의 끈이 계속 이어지길 희망해 본다.●‘현재를 남기는 싸움’ ‘언젠가 이 포스트잇도 다 떨어지겠지….’ 지난 4월 10일 서울 노원경찰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라던 담임선생님이 상담을 빌미로 허벅지를 만졌다”고 폭로해 ‘창문 미투’를 촉발시킨 서울 용화여고 졸업생 신아영(24·가명)씨는 경찰 진술을 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가해자로 지목된 선생님과 진짜 싸움을 시작하는데, 스쿨 미투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언론의 관심이 줄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몇 년만 지나도 소문만 무성할 뿐, 모교 창문에 붙은 포스트잇을 보며 함께 감격했던 현장은 사라지고 없겠구나’는 생각마저 하게 됐다. 서울의 한 사립 미대에 재학 중인 신씨는 이날 이후 모교를 형상화한 미니어처를 스노볼로 덮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씨는 “벅찬 지금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작품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학교 창문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이 떨어지더라도 모형 학교 창문에 새긴 ‘Me too’ ,‘We can do anything’이라는 ‘현재’는 영원할 것이기 때문이다.또한 신씨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학내 성폭력의 역사를 기록해 140페이지가 넘는 잡지를 만들었다. 20여년 전 선배들의 목소리부터 재학생들의 학내 성폭력 폭로를 일지로 구성했다. 신씨는 “지금의 이 걸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뒤를 위해, 언젠가의 누구에게 작은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기록했다”고 말했다. 신씨가 제작한 현재와 과거는 지난 13일까지 종로구 대학로의 혜화아트센터에 전시됐다. 마침 혜화아트센터 제2전시장에서는 교육감 선거 등 지방선거 투표가 치러져 제1전시장에 잠시 들러 작품을 본 시민들도 있었다. 용화여고 재학생들도 전시장을 찾았다. 신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졸업생과 재학생의 용기뿐 아니라 힘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는 지역 시민단체의 응원, 진술을 두려워하던 자신에게 경찰이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와 커피, 무료 전시회를 가능하게 해 준 문화계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서 여기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어려움도 있지만, 사회가 ‘위드유’를 형성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성별과 세대로 나뉘지 않고 성폭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가만히 있지 않겠다’ 용화여고에 재학 중인 고3 박소연(18·가명)양은 지난 4월 6일 졸업생 언니들의 폭로 기사를 학교에서 읽었다. 이날 박양은 “위축되지 마세요. 우리도 함께할게요”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이는 재학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후 졸업생들의 폭로는 더욱 거세졌고, 재학생들도 일부 가해 지목 선생님들을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용화여고의 ‘창문 미투’는 수험생인 고3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양은 “가해자로 지목된 선생님들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던 고3이지만, 입시 때문에 관심을 이어 갈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다”고 걱정했다. 국어교사를 꿈꾸는 박양은 용화여고 졸업생들과 학내 성폭력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박양은 “지금 학내 성폭력 문제가 제대로 처리돼야 나중에 교사가 됐을 때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면서 “피해학생들이 힘들게 이야기를 꺼냈고, 그걸 옆에서 지켜본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돕고 있다”고 말했다.사립학교는 징계 권한이 학교 이사회에 있기 때문에 시 교육청의 징계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 가해 지목 선생님들이 제대로 된 징계를 받지 않고 학교에 복귀하는 것을 학생들이 우려했던 이유다. 박양은 “교감선생님께서 교육청에서 내리는 징계를 따르겠다고 말했다”면서 “결과가 나오는 것을 지켜봐야겠지만 학교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밝혔다. ●‘기사 내리라고 하는 게 더 큰 상처’ ‘도와 달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이혜숙(44) 마들주민회 사무국장이 언론에 나온 용화여고 창문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이다. 이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창문을 통해 세상에 외치는 것 같았다”면서 “어떻게든 응답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용기를 낸 학생들이 큰 좌절이나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지역 시민들이 연대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이 사무국장은 기사를 본 날 지역의 교육 관련 ‘밴드’에 기사를 공유했다가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피해가 간다”며 기사를 내리라고 요구했다. 이 사무국장은 고3인 딸에게 이걸 알리면 친구들이 상처를 받느냐고 물어봤다. 딸은 “아니야. 그걸 내리라고 하는 게 더 상처일 거야”고 말해 줬다. 이날 이후 이 사무국장은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을 제안해 8개 시민단체와 함께 지난 4월 13일 첫 번째 만남을 가졌다. 용화여고의 폭로 이후 지역 내 학내 성폭력이 잇따라 터져 나오자 5월 3일에는 도봉구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제대로 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기도 하고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번에도 학내 문화를 바꿔내지 못하면 또 반복될 것”이라면서 “학교 당국과 학생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역 공동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조선 최대 풍류·행락지… ‘대중문화 1번지’로 꽃피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조선 최대 풍류·행락지… ‘대중문화 1번지’로 꽃피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6회 홍대 편이 지난 16일 연남동~동교동~서교동~당인동~상수동 간을 포함하는 이른바 ‘홍대 앞’에서 진행됐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따온 연남동 센트럴파크를 줄여서 ‘연트럴파크’라고도 부르는 경의선 숲길과 김대중도서관, 경의선 책거리, 서교 365, 당인리발전소와 상수동 카페거리를 누볐다. 홍대 앞의 확장을 가로막던 옛 경의선 철길이 숲길과 책길로 변하면서 숲과 책에서 번갈아 부는 바람이 초여름 답사의 피로를 잊게 했다.최서향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알찬 해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답사를 이끌었다. “이어폰 가이드 시스템을 귀에 꽂고 들으니 해설이 쏙쏙 들어와서 좋았다”, “늘 다니던 홍대 주변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돼 유익했다”, “도시개발의 빛과 그림자를 이제야 알게 됐다” 등의 참가자 호평이 쏟아졌다.우리가 흔히 홍대 앞이라고 부르는 지역은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학교 앞이 아니다. 행정적으로 홍대 앞은 상수동, 서교동, 창전동, 동교동 지역에 폭넓게 걸쳐 있다. 실제 ‘문화제국’ 홍대 앞은 서강동, 합정동, 망원동, 당인동, 연남동, 신촌까지 아우르고 있다. 준주거지구와 상업지구의 구분이 불분명해진 2010년 이후 ‘협의의 홍대 앞’을 개척한 문화예술인들이 비싼 임대료를 피해 인근 지역으로 이동한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다. 경의선 숲길과 경의선 책거리는 홍대 앞의 무한 확장성을 예고한다. ‘광의의 홍대 앞’이 앞으로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홍대 앞의 유흥성과 확장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한강의 나루 양화진(합정·망원)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조선시대 한양 사람들은 한강을 경강(京江)이라고 불렀다. 경강은 한강 800리 중 한양을 끼고 흐르는 물줄기를 다른 지역의 강줄기와 구분 짓는 이름이었다. 지금의 광진에서 양화진까지다. 경강은 구간에 따라 3강, 5강, 8강으로 이름을 달리했으며 12강까지 세분하기도 했다. 18세기 이전까지 한강, 용산강, 서강 3강 체제를 유지하다가 상공업이 발달한 18세기 중엽 들어 3강에 마포와 양화진을 가세시켜 5강이 형성됐다. 18세기 후반에는 여기에 두모포, 서빙고, 뚝섬이 합해져 8강이 됐으며 19세기 전반에 연서, 왕십리, 안암, 전농을 12강에 합류시켰다.경강을 나누는 구간의 중심은 나루였다. 광진~송파진~삼전도~뚝섬~두모포~한강진~서빙고~동작진~노량진~용산~마포~서강~양화진이 주요 거점이었다. 나루가 있던 곳에 한강다리가 들어섰다. 나루의 이름에 진(鎭), 진(津), 도(渡), 포(浦)가 붙은 것은 용도 및 기능에 따른 작명이다. 군사기지(광진, 한강진, 동작진, 양화진)와 나루(뚝섬, 서빙고, 용산), 항구(두모포, 마포)의 성격이 드러난다. 광나루와 삼전도가 북한강이나 남한강을 통해 전국으로 드나드는 동쪽 출입구에 해당한다면 양화진은 가장 서쪽에 위치한 나루로 강화도와 인천으로 나가거나 들어오는 도성의 관문 역할을 했다. 양화나루는 군사기지, 나루, 항구 등 세 가지 용도를 두루 갖춘 중요한 나루였다.버들꽃이 피면 장관을 이루는 양화나루를 조선 초기에는 공암나루라고 불렀다. 삼각산과 함께 서울을 수도로 정한 ‘천도 풍수’의 한 축을 이룬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공암나루는 양천 북쪽 10리 지점에 있는 나루로 북포(北浦)라고도 하는데 물속에 우뚝 선 바위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대중문화 1번지 홍대 앞은 조선 최대의 풍류 및 행락지였다. 양화진과 서강 일대를 한양에서 경관이 가장 뛰어난 명소로 손꼽아 서호(西湖)라고 했는데, 중국 사신의 접대와 양반, 선비들의 단골 모임 장소였다. 양화진 주민들의 비즈니스 마인드도 남달랐다. 한겨울 한강에서 채빙한 얼음을 보관했다가 여름에 내다파는 장빙업(藏氷業)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망원정(희우정)을 세운 성종의 형 월산대군이 시초였다. 얼음에 채운 생선을 한양으로 운송하는 빙어선(氷漁船) 영업을 독차지했다. 서빙고와 동빙고가 관영 얼음 창고였다면, 양화진은 사설 얼음 창고라고 할 수 있다. 1866년 병인양요를 전후로 쇄국책을 편 대원군은 양화나루에서 프랑스인 선교사와 천주교 신자 2000여명을 처형했다. 나루 앞 20m 높이의 잠두봉에 절두산(切頭山)이라는 비극적인 이름이 붙은 까닭이다. 양화진에 14개국 417명이 묻힌 외국인 묘지가 들어선 것도 배나 기차를 타고 인천에 내린 서양인이 가장 먼저 닿는 서울의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홍대 앞은 조선시대 한양의 유흥과 행락의 장소로 근대 상공업과 서세동점의 바람을 가장 먼저 맞은 땅이었다. 한강의 시대가 끝나고 철도와 도로의 시대를 맞았지만, 홍대 앞은 경의선의 경유지라는 이점을 살려 한때 서울 전체 전력 사용량의 75%를 생산한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를 등에 업고 살아남았다. 양화진 나루의 전설이 홍대 앞이라는 현대 문화나루의 관성으로 이어졌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 다음 일정 : 태릉(경춘선 폐철도) ● 일시 : 6월 23일(토) 오전 10시~낮 12시 ● 집결 장소 : 공릉역 2번 출구 앞 ●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 올해의 ‘젊은 건축가 상’, ‘경계없는 작업실’ 등 3팀

    올해의 ‘젊은 건축가 상’, ‘경계없는 작업실’ 등 3팀

    젊고 참신한 건축가를 발굴하는 ‘젊은 건축가 상’ 올해 수상자로 ‘경계없는작업실’(문주호·임지환·조성현), 김이홍 홍익대 건축대학원 교수, 남정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3팀·5명을 선정했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18일 밝혔다.서울 논현동의 ‘코너 하우스’를 설계한 경계없는작업실 건축사사무소는 부동산 개발 논리를 따라가기보다 건물이 지어질 상황과 조건을 논리적으로 분석해 높은 완성도를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교수는 주어진 환경과 여건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건물의 본래 개념과 구현의 경계를 집요하게 추구한 점이 돋보였다. 서울 신문로2가 패션브랜드 사옥인 DAN을 설계했다. 서울 서초동의 아파트 ‘옐로우 풋’을 설계한 남 교수는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의 경계면과 그 사이 공간에 관한 해결책을 공업화한 단위 개체로 구축해 보여 준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문체부는 “준공된 건축물과 공간 환경의 완성도를 비롯해 건축가로서의 문제 의식·해결 능력·진정성 등을 종합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젊은 건축가 상은 2008년 제정됐으며 문체부가 주최하고 ㈔새건축사협의회, ㈔한국건축가협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가 공동 주관한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10월 ‘2018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에서 열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정조 능행차’ 재현 수원·서울·화성시, 관광혁신대상

    ‘정조 능행차’ 재현 수원·서울·화성시, 관광혁신대상

    지난해 수원화성문화제에서 정조대왕 능행차를 공동 재현한 수원시, 서울시, 화성시가 14일 서울 코엑스에 열린 2018 한국국제관광전에서 ‘2018 한국관광혁신대상 종합대상’을 받았다.한국관광혁신대상은 UNWTO(세계관광기구), 한국관광학회, 국제관광인포럼, 한국국제관광전 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것으로, 창의·혁신을 바탕으로 한국관광 발전에 이바지한 지방자치단체·기관·사업체·개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수원시와 서울·화성시는 지난해 처음으로 정조대왕 능행차를 공동재현했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화성을 거쳐 화성시 융릉에 이르는 59.2㎞ 구간에서 완벽하게 재현됐다. 1795년 을묘원행 이후 222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완벽 재현이었다. 지난해 150만여 명이 관람한 능행차 재현은 우리나라 거리 퍼레이드 축제 중 최대 규모다. 2015년까지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은 수원시 구간에서만 이뤄졌다. ‘전 구간 재현’을 구상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에 함께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고, 박 시장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2016년 처음으로 서울 구간 재현이 이뤄지게 됐다. 수원시와 서울시는 2016년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화성 연무대까지 47.6㎞에 이르는 정조대왕 능행차 전 구간을 처음으로 공동 재현했다. 전 구간 재현은 이뤄졌지만 ‘능(陵)행차’가 사도세자의 능이 있는 장소(융릉)에서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수원시는 화성시에 “능행차 재현에 참여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제안했고, 화성시가 수락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 창덕궁에서 화성 융릉까지 완벽 재현을 완성했다. 수원시와 서울·화성시는 행사를 앞두고 ‘2017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18 정조대왕능행차 재현은 10월 6~7일 열린다. 지난해와 같이 서울 창덕궁에서 융릉에 이르는 59.2㎞ 구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시상식에 참석한 이한규 수원시 제1부시장은 “국내 최대 관광박람회인 한국국제관광전에 참여하고, 한국관광혁신대상 종합대상까지 받게 돼 영광”이라면서 “대한민국 대표 거리 축제로 자리매김한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행사를 중심으로 수원시를 으뜸 관광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33주년을 맞는 한국국제관광전은 ㈜코트파가 주관하고,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등이 후원하는 국내 최대 국제관광박람회다. 이번 관광전에는 국내 50여 개 지자체와 중국을 비롯한 50여 개국이 참여한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인터뷰] 삶의 마지막 인연, ‘대통령 염장이’ 유재철 명장

    [인터뷰] 삶의 마지막 인연, ‘대통령 염장이’ 유재철 명장

    “이렇게 대접받는 직업이 있을까요?” 유재철(59) 대한민국 장례문화원 원장은 ‘염습사’라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대통령 염장이로 불리는 그는 최규하(2006년), 노무현(2009년), 김영삼(2015년) 전 대통령을 직접 염습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2009년) 때는 국장 식(式)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에서 만난 유 원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례를 물었다.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답한 그는 “사망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밀양 부산대병원에 내려갔어요. 가서 보니 노 대통령 몸에 피가 많이 묻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얼굴은 깨끗하셨어요.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신념으로 죽음을 감내하신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에 의한 (죽음이면) 얼굴에 드러납니다. 겁을 먹거나 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죽음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알 수 있어요.”라며 당시 기억을 더듬었다. 또한 유 원장은 대통령 외에도 법정 스님을 비롯해 큰스님들의 다비를 봉행했다. 이맹희 CJ 명예회장 그룹장을 주관했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장례에 참여했다. 25여년간 3000여명의 마지막을 배웅한 그는 사회지도층의 장례식 의미에 대해 언급했다. “SK그룹의 최종현 회장이 화장을 선택한 것이 ‘화장 문화’로 바꿨다고 생각합니다. 보여 지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파급 효과가 큽니다.” 이런 효과를 인지한 유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식 때에는 상주 완장과 의장대 마스크를 없앴다.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때, 영장 띠가 사라진 것도 그의 조언 덕분이었다.유 원장은 1994년에 처음 염습을 배웠다. 36살 때였다. 이전까지 다양한 사업을 했지만, 손대는 족족 망했다. 직장 생활도 해 봤지만 1년을 못 버티고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장례 사업을 하는 또래 친구들을 만났다. “수입이 괜찮다”는 말에, 그 길로 그는 염습(殮襲)을 하는 ‘염장이’의 길에 들어섰다. 물론 주변의 반대는 심했다. “당시 제 큰딸이 4살이었는데, 후에 시집을 어떻게 보낼 거냐며 친구, 후배, 선배들이 모두 말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이) 힘들지 않고 무섭지도 않았습니다. 1년 이상 꾸준히 해본 일이 없었는데, 염장이는 25년째하고 있습니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유 원장은 ‘한국 국가장’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요무형문화제 111호 사직대제 이수자이기도 하다. 최근 ‘대한민국 전통명장’(장례1호)에 선정됐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 확고히 말한다. 그런 그가 한국의 장례 문화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외국의 경우 결혼식과 같은 식순이 있습니다. 고인이 떠나기 전날 밤, 고인에게 신세 진 분들이 와서 한마디씩 하거나, 고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를 나누죠. 작은 장례식이라도 이야기와 문화가 있는 장례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라며 우리만의 특별한 장례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에게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 물었다. 그는 단박에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라고 답했다. “5일장을 할 때는, 3일째에 염을 합니다. 고인을 목욕시키고, 옷을 입혀 드린 후, 입관을 끝내면 굉장히 고마워하세요. 그럴 때면 힘든 게 사라지지요.”라며 염장이의 소박한 ‘행복’ 순간을 전했다. 잘 산다는 말은 잘 죽는다는 말과 동일한 것 같다고 말하는 유 원장. 그는 “20년 전 팔순 할머니 한 분의 장례를 치른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도 깔끔한 분이셨는데,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곡기를 끊으셨다고 해요. (아마도) 깔끔하게 떠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일주일 만에 일어나 ‘목욕재계(沐浴齋戒)’를 하시고, 제일 좋아하는 분홍치마저고리를 입은 채 소파에서 잠들 듯이 떠나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제가 관에 누워 있으면, 누군가 관 뚜껑은 닫아주겠죠.”라며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그렸다.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문성호, 김형우, 곽재순 hwkim@seoul.co.kr
  • [강북구청장 후보] “가족캠핑장·예술인촌 추진 사업 흐지부지 안 되게 잘 마무리할 것”

    [강북구청장 후보] “가족캠핑장·예술인촌 추진 사업 흐지부지 안 되게 잘 마무리할 것”

    “구민이 주인 되는 행정을 일관되게 펼쳐 나가겠습니다.”박겸수다운 답이 날아왔다. 22일 ‘3선에 성공하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던진 직후다. 박 예비후보는 매일 새벽 북한산, 우이천 등을 걸으며 주민과 하루의 시작을 함께해 왔다. 취임 직후인 2010년부터는 ‘열린 구청장실’을 운영해 매일 오후 2~4시 민원인을 만났다. 주민들의 생각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맞춤형 행정을 하기 위한 노력이다. “주민은 구정의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관은 도울 뿐이죠. 주민을 만나면 제가 항상 ‘아이고 심부름꾼 왔소’라고 말을 합니다. 민선 5~6기 주요 사업인 역사문화관광도시, 청결강북도 모두 주민과의 대화 속에서 나왔고, 저는 행정 시스템에 적용하는 역할만 했습니다. 앞으로도 주민과 발맞춰 나가겠습니다.” 자연스레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궁금해졌다. 박 후보는 민선 5~6기에 ‘역사문화관광벨트 조성’, ‘청소년 유해업소 근절운동’ 등에 힘썼다. “임기 동안 근현대사기념관 개관 등 역사문화관광벨트 조성이 탄력을 받았습니다. 사업 마무리를 잘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교육, 복지, 안전, 행정, 청결 등 분야를 나눠 구정을 해 왔는데 내실을 다지겠습니다. 계획 및 실행 단계에 있는 사업인 우이동 가족캠핑장·진달래 어울림숲 조성, 너랑 나랑 우리랑 스탬프 힐링투어, 예술인촌 마련 등이 제대로 정착될 때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상태에서 돌아서면 꽝이 돼 버리지 않을까요.” ‘3선’을 강조하는 박 후보에게 ‘3선 피로감’에 대해 물었다. 흔한 질문이지만 민선 이후 지역 내 3선 구청장이 없었기에 궁금했다. 민선 1~2기(1995~2002년)는 장정식 구청장, 민선 3~4기(2002~2010년)는 김현풍 구청장이 강북구를 이끌었다. 박 후보는 오히려 3선의 필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전직 구청장들은 재선에서 다 그만뒀습니다. 그래서 사업들이 흐지부지된 측면이 있었죠. 주민들을 만나면 ‘사업을 완성시켜라’라는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박 후보는 4·19혁명을 언급했다. 2013년부터 매년 ‘4·19혁명 국민문화제’를 개최할 만큼 박 후보가 애착을 갖는 부분이다. “4·19혁명의 세계화와 재평가는 역사문화관광도시와 연관돼 있죠.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에 열리는 60주년 기념식 참석을 약속했습니다. 강북구가 일조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4·19혁명을 알리는 데 지금처럼 앞장설 예정입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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