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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블카 전쟁’

    ‘케이블카 전쟁’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설치 기준이 완화되면서 지리산 주변 시·군 사이에 ‘관광용 케이블카’(로프웨이) 유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 ‘자연보존지구’의 케이블카 거리를 2㎞에서 5㎞로 연장하고, 상층부 정류장의 높이를 9m에서 15m로 높이는 등 환경보호 범위에서 관련 규제를 풀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25일 “3~4월 중 15인 이상으로 구성된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케이블카 설치장소 등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케이블카는 지리적 여건에 맞도록 도시형, 산악형, 해상해안형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 등 지리산 권역 자치단체들은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관광산업과 연계된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하며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지리산이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발길로 황폐화되는 것을 막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노약자, 외국관광객이 정상의 전망대까지 편하게 오르며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구례 “지역관광 산업 연계 ” 1990년부터 지리산 온천관광조성계획을 세우며 케이블카 설치안을 마련, 다른 곳보다 한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온천지구인 산동면 좌사리에서 성삼재를 거쳐 노고단까지 총 4.5㎞ 길이의 로프웨이를 설치하기 위해 2009년 9월 국립공원계획변경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2012년에 착공, 2015년에는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례군은 450억원을 들여 50인승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면 한달 평균 10만명, 연간 13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것으로 기대한다. 야생화 테마랜드, 산수유 군락지 등 지역관광 산업과 연계하기로 했다. ●남원, 전망대 등 부대시설 계획 506억원의 예산을 투입, 산내면 반선마을에서 반야봉까지 7.3㎞ 구간에 8인승 케이블카 66기를 설치하겠다고 지난해 11월 설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거장 3동과 데크 및 전망대, 부대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다. ●산청, 범군민결의대회 개최 450억원을 들여 중산관광단지에서 제석봉(해발 1808m)까지 5.4㎞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신청서를 지난달 말에 제출했다. 산청군은 지난해 11월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범군민결의대회를 연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이재근 산청군수가 초헌관으로 나서 케이블카 설치를 기원하는 산신제를 올리기도 했다. ●함양 “지리산 조망권 최고” 2012년 케이블카 설치 시공을 목표로 공원계획 변경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타당성 조사와 함께 지난해 11월에 주민보고회도 마쳤다. 함양군은 지리산 주 능선인 천왕봉과 중봉, 하봉, 제석봉, 연하봉, 촛대봉, 칠성봉, 형제봉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곳인 함양이 케이블카 설치의 최적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4개 지자체는 호주가 국립공원이자 세계문화유산지구인 ‘레인포레스트’에 ‘케인즈 스카이레일’이라 불리는 케이블카를 설치,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점을 한결같이 모범사례로 인용하면서 지리산 케이블카의 친환경적인 운영을 약속하고 있다. 무안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씨줄날줄] 도제 교육/최광숙 논설위원

    ‘모나리자’를 그린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귀족인 아버지와 하녀인 어머니 사이에 사생아로 태어나 할아버지 밑에서 컸다. 가끔씩 그를 들여다봤던 아버지는 아들의 그림·조각 솜씨에 놀라 결단을 내린다. 아들이 15세 되던 해인 1467년 당시 유명한 화가이던 자신의 친구 베로키오에게 보내 도제(徒弟)교육을 받게 한 것이다. 거기서 다빈치는 20대 초반까지 인체의 해부학, 자연현상에 대한 관찰과 묘사를 하는 교육, 미술, 공작수업을 받았다. 이렇듯 다빈치는 도제교육을 통해 화가·조각가·기술자·사상가로도 우뚝 설 수 있는 천재성을 연마할 수 있었다. 서양 중세시대에는 학교 교육제도가 갖춰지지 않다 보니 지식과 기술 습득이 도제제도에서 이뤄졌다. 스승 밑에서 숙식을 같이하며 지식·기능을 배웠고, 이를 후세대에 전수했다. 보통 10~16세에 도제가 되어 2~8년 정도 훈련을 마치면 3년 정도의 장인(匠人) 과정을 거쳐 마지막 단계인 도장인(都匠人)이 된다고 한다. 도장인이 되어야 비로소 독립할 수 있었다. 이런 도제제도를 통해 그림·음악 등 각 분야에서 걸출한 거장들이 배출됐다. 악기 등 명품들 역시 도제교육이 빚어낸 문화유산들이다. ‘천상의 소리’를 낸다는, 신비의 현악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스트라디바리가 12세부터 20세까지 당시 최고의 현악기 제작자인 아마티 밑에서 도제 수업을 받고 낙향해 만든 악기다. 수십억원을 하는 이 악기의 소리의 비밀을 아직도 풀지 못 한다는데, 이는 도제 시스템의 붕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서양에만 도제교육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법전을 보면 도제제도에 대한 언급이 있다. 이슬람에는 무타알림, 중국에는 행(行)과 작(作)이라는 도제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같은 명품 도자기가 탄생된 데에도 도제교육이 한몫했을 것이다. 최근 제자들을 상습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은 서울대 성악과 김인혜 교수가 성악계의 ‘도제교육’을 내세워 자신을 해명했다가 오히려 거센 역풍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가 도제교육의 진정한 의미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과거 중세시대의 도제교육은 스승과 제자 사이가 인격적인 관계였다. 더 중요한 것은 도제교육이 기술교육만을 담당했던 것이 아니라 제자의 인격까지 연마하도록 하는, 전인교육이었다는 것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7)문화예술 분야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7)문화예술 분야

    이번에 소개하는 달인은 문화예술 분야의 달인이다. 강원 강릉시 왕산면의 최선복 부면장은 중앙부처 공무원이 아닌 지자체 공무원으로서 강릉 단오제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데 기여했다. 전남 순천시의 최덕림 경제환경국장은 순천만을 우리나라 생태관광 1번지로 만들어 생태관광의 대가로 통한다. 두 달인의 얘기는 공무원의 뜨거운 열정과 관심이 지역발전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8일자 달인코너에서는 농업분야 달인 5명을 소개한다. ■‘강릉문화=세계문화’ 알린 강릉시 왕산면 최선복 부면장 강릉단오제 ‘세계 무형유산’ 등재 진두지휘 ‘강릉 단오제’를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에 등재시킨 최선복(47·행정6급) 강릉시 왕산면 부면장은 공무원들 사이에 ‘단오 박사’로 통한다.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강릉지역을 중심으로 면면히 이어져 온 단오제를 2005년 세계 속의 무형문화유산으로 각인시키며 강릉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전 종묘제례악과 판소리에 대한 유네스코 등재는 문화재청이 중심이 돼 추진됐다. 하지만 강릉 단오제는 기초 자치단체가 추진해 성공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 중심에는 행정6급으로 유네스코 등재를 제안하고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하며 열정을 쏟은 최 부면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추진과정에 어려움도 많았다. 강릉 단오제 유네스코 등재 업무는 문화에 대한 지식과 외국어, 국제업무 능력이 필요한 전문 분야였다. 하지만 당시 향토문화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향토문화담당을 접하고 추진한 일이어서 처음부터 공부하며 시작했다. 유네스코가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유무형 문화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문화 분야 업무를 시작했다. 부지런히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찾아 다녔고 무형유산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으며 공부했다. 6개월이 지나면서 강릉 단오제를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2년 동안 의욕을 갖고 등재업무를 어느 정도 마무리할 때쯤 이번에는 뜻하지 않게 중국에서 “단오제의 원조는 중국인데 강릉에서 중국문화를 가로채려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제적인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었지만 최 부면장은 차분하게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강릉 단오제의 차별성을 알렸고 중국 예술원 간부를 초청해 일부 중국 학자들의 허위 주장에 대한 반론을 펴며 당위성을 알렸다. 또 유네스코 심사위원을 직접 방문, 설득하며 마침내 강릉 단오제를 유네스코에 등록시키는 데 성공했다. 단오제 유네스코 등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최 부면장 몫이었다. 강릉 단오제를 있는 그대로 유네스코에 알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기는 어려웠다. 최 부면장은 세계 굴지의 무형문화재를 간직한 국가 간 도시들의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2004년 강릉시가 제안해 2008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첫 창립총회를 가진 국제무형문화도시연합(ICCN)이 그것이다. 이후 강릉시는 사무국 지위를 유지하며 세계 속의 무형문화유산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도시연합을 제안하며 강릉시는 단오제를 유네스코에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고 이듬해인 2005년 유네스코 등재를 완성할 수 있었다. 2012년에는 강릉에서 제1회 세계무형유산축제까지 연다. 또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계 어린이 전통놀이 콘텐츠를 확보, 세계 어린이 전통놀이 테마파크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강릉 단오제를 세계 속에 한 차례 더 확실하게 심어줘 ‘강릉문화=세계문화’로 삼고 세계 속의 어린이들에게도 강릉문화를 알리는 계기를 삼겠다는 취지다. 강릉은 강릉 단오제 유네스코 등재 이후 발빠르게 세계문화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강릉 문화유산을 홍보하기 위해 영문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도 나섰다. 2000년대 중반까지 강릉 단오제를 소개할 영문자료는 고사하고 제대로 정리된 우리나라 자료조차 없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자료수집부터 시작했다. 이제는 영어권 국가에 보급할 교육교재를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 외국 기관인 호주 그리피스대학과 용역계약을 체결, 지역문화유산 국제화에도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 부면장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기 위해 밤낮 없이 동분서주했다.”면서 “유네스코에 등재된 강릉 단오제를 중심으로 강릉지역의 문화예술이 어우러져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자리잡도록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생태관광 연금술사’ 순천시 최덕림 경제환경국장 순천만 생태계 복원… 年 300만 관광객 유치 최덕림(53·행정4급) 순천시 경제환경국장은 한때는 개발이냐 보전이냐를 놓고 공방이 오갔던 순천만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우리나라 생태 관광 1번지로 만들어 ‘생태관광의 연금술사’로 불리고 있다. 해마다 300만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찾는 등 순천만이 오늘날과 같은 전국적 명성을 얻은 것은 최 국장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은 흑두루미 등 다양한 철새들과 짱뚱어, 게, 갯지렁이 등이 서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광활한 갈대군락이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연안습지다. 최 국장은 순천만이 2003년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고, 2006년 연안습지로는 전국 최초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것을 계기로 2008년 갯벌로는 최초로 국가명승으로 지정받고, 더욱 더 살아 숨쉬는 곳이 되도록 복원하고 보전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 국장이 순천만을 위해 가장 먼저 배려한 것은 자연이었다. 순천만의 효율적 보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국내외 전문가 및 관계자들을 초청해 순천만을 세계 전문가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국제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보전지역과 완충지역을 설정하는 기본계획을 완성하기도 했다. 이러한 원칙을 세우고 순천만의 자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연경관과 환경오염의 원인을 제공하는 음식단지를 이전했으며, 순천만 일원 770만㎡를 생태계 보전지구로 지정하는 등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시켜 나갔다. 나아가 100만㎡의 다양한 내륙습지를 조성해 바닷물이 만수위가 됐을 때 철새들이 쉴 수 있도록 쉼터를 마련했다. 또 순천만 곳곳에 있는 280여개의 전봇대를 뽑고, 아름다운 경관 농업을 조성해 이곳에서 친환경으로 생산된 벼를 ‘흑두루미쌀’이란 브랜드로 생산하고 있다. 매년 50t을 철새 먹이로 제공하는 등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도록 가꾸고 있는 최 국장은 순천만을 사람들을 위한 배려 공간으로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 생태축제인 순천만 갈대축제와 순천만을 사랑의 공원으로 만든 칠월칠석 사랑페스티벌, 걸으면서 자연을 체험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자연의 길, 별을 보는 천문대 설치 등 이야기가 있는 순천만을 만들어 삶을 돌아보는 생태공간으로 조성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이 행복해야 순천만이 보전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우선적으로 지역 민들을 순천만을 관리하는 직원으로 고용하고, 순천만 자연생태위원으로 위촉해 순천만 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했다. 겨울철 농한기 경관농업과 철새 먹이주기, 무논습지 관리 등을 지역의 65세 이상 노인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주민들의 소득증대 사업도 펼쳤다. 그는 또 순천만 보전을 통해 순천이 우리나라 생태관광 1번지라는 이미지를 높이면서 도시 전체를 생태 공간으로 조성하려는 꿈을 펼치고 있다. 순천만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보전하기 위해 현재의 습지센터를 5㎞ 후방으로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며, 국제습지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예산 430억원도 확보했다. 610억원의 민간자본을 유치, 습지센터에서 순천만까지 이동하는 수단으로 소형 경전철(PRT)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계획들이 완성되면 관광객을 도심으로 유도할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주말에도 항상 순천만을 찾는 그는 “생태계 보전이라는 생각과 말은 쉽지만 실천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면서 “순천만은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자산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보전할 때 세계인들은 놀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기 위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순천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열린세상] 기록문화의 위기다/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열린세상] 기록문화의 위기다/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얼마 전 청주를 다녀왔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을 둘러봤다. 관람객들이 집중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말투에 힘이 있는 노신사. 직지활자와 직지 제작과정 모형 그리고 신라·고려·조선시대의 목판본, 금속활자본, 목활자본 등 전시물에 대해 정성껏 설명하고 있었다.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뒤 고인쇄물에 대해 설명하는 자원봉사자 일을 5년째 하고 있단다. 귀경길에 낭보를 접했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도서 297권이 5월 반환된다는 소식이었다. 프랑스가 약탈해 간,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직지)의 친정’을 막 다녀온 여행에 기쁜 소식이 겹치면서 여러 감회가 교차됐다. 연구실에 돌아와 외규장각도서의 반환 협상 자료를 찾아봤다. 이 도서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발견된 것은 1975년이다. 이 도서관에서 일하던 박병선씨가 파손도서 창고에서 발견한 것이다. 모리스 쿠랑이 ‘조선서지’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한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 문화재는 국제법상 프랑스 소유를 인정받고 있다. 그 실존을 확인한 것만도 당시엔 대단한 성과였다. 우리 정부가 무려 17년이 지난 1992년 처음으로 약탈도서 반환을 요구했다. 이듬해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테제베 매각협상을 유리하게 전개하기 위해 이 문서의 반환을 약속했지만 곧 반환협상은 무산됐다. 프랑스가 등가등량교환을 조건으로 세운 탓이다. 약탈문화재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똑같은 가치의 문화재를 자신에게 주고 고도서를 찾아가라고 ‘생떼’를 쓴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 정부는 이에 합의했다. 국민여론이 폭발했다. 합의 자체가 없던 일이 됐다. 5년이 지난 뒤인 1998년 민간 차원의 형식으로 외규장각도서 반환협상이 재개됐다. 그 이후 민간은 물론 정부의 갖은 노력 끝에 영속 귀속을 의미하는 장기 대여의 쾌거를 얻어낸 것이다. 문화재 반환을 둘러싸고 ‘생떼’를 쓰던 18년 전과 지금의 프랑스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형식적 소유권을 끝까지 고집하는 프랑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만일 우리 국민의 요구대로 무상반환을 한다면 이것이 선례가 되어 세계 3대박물관으로, 프랑스의 자존심인 루브르박물관은 텅텅 비게 될지도 모른다. 노신사의 목소리가 이명 현상처럼 계속 달라붙는 느낌이다.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은 문명국만이 할 수 있는 대역사다. 그 기록을 제대로 보존하고 지키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일이다. 기록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우리의 기록역사문화는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고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기록문화유산이 직지, 훈민정음, 팔만대장경, 동의보감 등 7개나 된다. 우리보다 역사가 깊은 중국도 5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청나라 왕조에 국한된 것이다. 일본은 하나도 없다.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기준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세계 역사와 문화발전에 기여, 또는 세계사의 중요한 변화를 반영했다고 인정되지 않으면 등재가 불가능하다. 이같이 우리 기록문화를 인정받을 수 있음도 우리의 힘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가치를 설파하던 노신사의 열정, 그에게 열중하던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아마도 이날, 아니 어느 날이든 청주고인쇄박물관을 다녀간 청소년과 어린이는 자발적으로 관람감상문을 썼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스스로 기록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고 기록의 필요성을 찾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본 사람들만큼 기록을 소중하게 여길까.’라고 되물어 본다. 왠지 답답하다. 외규장각도서가 발견된 이후 반환 요구를 요청하는 국민의 소리를 17년 동안 외면했던 정부, 등가등량교환에 합의했던 과거 정부의 모습에서 현재 정부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 사찰, 대포폰, 하드디스크 파기, 아랍에미리트연합 파병 등에서 왜곡된 기록문화를 보게 된다. 현재 우리는 기록을 지키고 빼앗긴 기록물을 찾아오는 문제가 아니라 기록하는 자체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기록문화의 위기다.
  • 세운 2지구 개발에 중국 자본 유치

    세운 2지구 개발에 중국 자본 유치

    서울 종로 도심에 2조원 규모의 중국 개발자본이 들어온다. 도심재정비촉진계획지구인 세운2지구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본이 조달된다면, 가장 큰 해외자금이 국내 부동산개발에 투자되는 셈이다. 침체에 빠진 세운지구 개발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을 끈다. ㈜주얼이앤씨는 지난 9일 중국 난징의 육가공 및 수출업체인 ‘위룬(雨潤) 그룹’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전체 사업비(2조 6000억원)의 70%인 1조 8000억원을 유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위룬 그룹은 중국 500대 전체 기업 중 상위 135위, 500대 민간기업 중 5위인 대표 기업이다. 지난해 총매출액은 647억 위안(약 11조 6500억원)에 달한다. 주얼이앤씨와 위룬 그룹이 사업 추진을 위한 프로젝트금융회사(PFV) 설립에 합의함으로써 위룬 그룹은 1차로 6500억원 정도를 투자하게 된다. ●투자위해 중국 수차례 방문 강찬수 주얼이앤씨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권의 PF가 전면 중지된 상황에서 세운2지구를 개발하기 위해 2년 동안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해 투자 파트너를 구했다.”면서 “위룬 그룹의 양이빙(楊宜兵) 부총재 등이 지난 2일 방한해 세운2지구 일대를 직접 둘러보고, 대규모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호텔과 대형 쇼핑몰, 컨벤션센터 등 6개 동을 건설하겠다는 투자계획서가 한국 육가공 시장에 진출하려는 위룬 그룹에 매력적으로 전달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1992년부터 귀금속의 메카인 종로3가 일대에 주상복합, 호텔, 주얼리타운을 아우르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세운2지구는 종로구 장사동 67 일대로, 2006년 10월 도심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개발 면적은 4만 4108㎡로, 토지보상비로만 최소 1조원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남으로 청계천을 끼고 있고 북으로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연결되는 녹색 광장이 지나간다. 세운4지구와 함께 종로 최고의 노른자위 땅이라고 할 수 있다. ●진행과정 어려울 수도 앞서 서울시는 산하 SH공사를 통해 세운지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려고 했으나, 현재 세운4지구의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주춤한 상태다. 문화재심의위원회가 종묘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 세운4지구의 개발고도를 122m에서 75m로 낮춰 놓았기 때문이다. 건물 층수가 36층에서 21층으로 낮아지면서 투자개발 이익이 크게 준 것이다. 따라서 세운2지구도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문화재심의위로부터 비슷한 요구를 받을 수 있다. 또 토지매입부터 완공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진행 과정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운4지구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져 전체 사업이 탄력을 잃은 상황이어서 거액의 민자가 투입된다면 도심재개발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3년전 10일 불 탄 ‘숭례문’… 복원 어디까지 됐나

    3년전 10일 불 탄 ‘숭례문’… 복원 어디까지 됐나

    2008년 2월 10일 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됐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아예 더 충실하게 복원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덕분에 247억원을 들여 4년간의 복원공사가 시작됐다. 공정률 40%를 보이고 있는 복원 공사는 얼마나 어떻게 진행됐을까. ☞ [포토] 숭례문 화재 3주년 복원 현장 보러가기 ●터 다지기 막바지… 공정률 40% 문화재청은 숭례문 화재 3년이 되는 10일 복원 공사 현장에서 최광식 신임 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연다. 현재 터 다지기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성곽과 문루 등 구조물을 세우는 작업은 올 하반기쯤 시작된다. 기초공사에서는 일제시대 흔적을 걷어냈다. 일제가 훼손한 성벽을 모두 65m 정도 복구한다. 지반은 30~50㎝ 정도 더 내려간다. 일제시대 때 복토된 부분만 거둬내고, 조선 전기때 지반은 유리판을 통해 일부 노출시킨다. 복원 공사도 중요무형문화재인 석장 이의상·이재순, 대목장 신응수, 단청장 홍창원, 번와장 이근복, 제와장 한형준 등 장인들을 동원해 최대한 옛 방식에 따른다. 현장에 목공소와 대장간을 만들어 필요한 전통작업도구를 아예 새로 만들어 쓰고 있다. 옛 제작방식에 따라 나타나는 재료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서다. 돌은 재질이나 색상이 비슷한 경기 포천석을 쓴다. 현판은 원형 보존에 이상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09년 5월 복구작업을 마무리한 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중이다. 복구 공사가 끝나는 대로 다시 내건다. ●조선 전기때 지반 ‘유리판 전시’ 아울러 크게 신경 쓰는 분야는 방재다. 화재로 크게 혼이 났기 때문에 복구 작업 때 폐쇄회로 TV는 물론, 열적외선 감지시설 등 첨단 방재시설을 함께 설치한다.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와 업무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9일 체결했다. 올해부터 2월 10일을 아예 ‘문화재 방재의 날’로 정한데 이어, 경각심 환기 차원에서 타고 남은 숭례문 잔해를 전시하는 공간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날 문화재청 주최로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2011 문화유산 방재 국제심포지엄’도 열렸다. 조반니 보칼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아시아·환태평양 담당관은 “전통 기술을 전수한 장인들이 전통방식에 따라 숭례문을 복원하는 것은 유형문화유산과 무형문화유산이 결합한 새로운 시도로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충남도, 백제문화연구소 설립

    충남 공주·부여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백제문화연구소’가 설립된다. 문화재청이 지난 8일 전북 익산역사유적지구와 이곳을 묶어 등재 우선 추진대상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오는 4월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 백제문화연구소를 설립한다고 9일 밝혔다. 이 연구소는 충남역사문화연구원 박사급 2∼3명과 도 및 공주시, 부여군 공무원 각 1명이 파견돼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가치입증 자료 정리, 유네스코 선정위원에 대한 홍보활동,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의 관리계획 수립 등 업무를 수행한다. 또 공주와 부여 주민들이 참여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성호 충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르면 2013년 초 세계유산 등재 신청이 가능할 것 같다.”며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반드시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문화재청, 전북도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남한산성 등 세계유산 등재 추진

    문화재청은 8일 세계유산 등재 우선 추진 문화유산으로 공주·부여·익산 지역을 통합한 백제역사유적지구와 남한산성을, 자연유산으로 서남해안갯벌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는 조선왕조궁중음식, 나전장, 줄타기 등 3건을 우선 등재 추진키로 했다. 세계유산은 준비기간을 거쳐 2~3년 내에 세계유산센터에 등재신청된다. 유네스코 유산은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정부간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공주·부여·익산 지역을 통합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백제의 근거지였다는 점에서, 남한산성은 조선의 성곽 발달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남해안 갯벌은 갯벌 자체의 특성과 철새의 중간기착지로서의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무방비’ 지구촌 유적지

    ‘무방비’ 지구촌 유적지

    ■ 5000년 된 벽화 ‘도굴’ 소말릴란드 독립 인정 안 돼 보호 난항 ‘해적 근거지’로 악명 높은 소말릴란드의 수천년된 암각화 유적지가 잇단 도굴과 무관심 속에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름조차 낯설어 찾는 사람이 드문 까닭에 이 지역 곳곳에는 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유적이 널려 있지만 약탈을 막을 장치는 전혀 없다. 7일 CNN에 따르면 아덴만을 끼고 있는 작은 나라 소말릴란드 드함바린 지역의 5000년 된 선사시대 동굴 벽화 등 유적이 있는 100여곳이 도굴꾼에게 방치된 채 심각한 위협을 당하고 있다. 2007년 지역 고고학자의 주도로 발굴된 이 바위 그림은 사람은 물론 개와 양, 기린 등 함께 어울려 살던 가축의 모습을 담아 당시 생활상을 연구하는 데 꼭 필요한 자료다. 유적지가 보호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말릴란드가 ‘지도에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소말릴란드는 1991년 끝없는 내전을 겪는 소말리아로부터 분리 독립했으나 국제사회로부터 독립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곳 유적지는 유네스코(UNESCO)로부터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인정받기 어렵다. 결국 유적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바라기 힘들다. 궁핍한 국가 사정 탓에 박물관을 짓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유적을 발굴해도 보관할 장소가 없다 보니 찾아낸 유적지를 방치하거나 발굴을 포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배고픔에 지친 지역민들에게 무방비상태의 유적지를 도굴, 골동품 상인에게 팔아넘기는 것은 주요 수익원이 됐다. 소말릴란드 정부의 문화유적 담당자인 사다 마이오 박사는 “소말릴란드인은 대부분 유적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면서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세계문화유산 ‘포격’ 태국군과 충돌… 캄보디아 사원 파손 세계문화유산인 힌두교 사원 ‘프레아 비 헤아르’의 영유권을 놓고 사흘째 계속된 태국군과 캄보디아군 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사원 일부가 포격으로 무너졌다. 캄보디아 정부가 “6일 태국군의 포격으로 프레아 비 헤아르 사원의 한쪽 측면이 파손됐다.”고 밝혔음을 7일 BBC 등 외신이 전했다. 양국 군은 지난 4일 사원에서 3㎞쯤 떨어진 지역에서 교전을 시작해 다음 날까지 포격을 주고받았다. 양국 군은 휴전과 교전을 거듭하다 6일 다시 3시간 동안 박격포 등 중화기를 동원해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사원 일부가 공격받아 허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캄보디아 각료 평의회실 파이 시판 대변인은 “태국군이 캄보디아 영내로 무단 진입해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주장했고, 태국 육군은 “캄보디아가 공격해 반격했을 뿐”이라고 맞받았다. 11세기쯤 세워진 프레아 비 헤아르 사원은 크메르 왕조의 대표적 유적지로, 태국과 캄보디아는 양쪽 국경 인근에 있는 사원의 영유권을 서로 주장해 왔다.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가 “사원이 캄보디아 영토에 속한다.”고 결정했으나 태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에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사원이 200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관광객이 몰리면서 캄보디아 정부가 많은 수익을 거두자 양국 간 갈등이 더욱 격화돼 무력 충돌이 이어졌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경주 올 관광객 1000만 돌파 예상

    올해 경주 관광 사상 첫 1000만명 관광객 시대가 열린다. 경주시는 지난해 KTX 경주구간 개통과 양동마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이어 올해 대형 국제행사가 잇따라 개최됨에 따라 연간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7일 밝혔다. 지금까지 매년 경주를 찾은 관광객은 800만명대에 머물렀으나 지난해엔 910만여명이 찾아 이 같은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경주에서는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 ▲경주 세계 문화 엑스포 ▲유엔 세계 관광기구 총회 등 대형 국제행사가 개최돼 그 어느 해보다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열릴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기간 중에는 2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세계 150여개국의 선수와 임원 1만여명과 취재진 등이 경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관광객 1000만명 시대 개막과 다시 찾고 싶은 경주관광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관광객 유치 활동은 물론 편의 제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제주해녀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제주해녀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제주도는 올해 일본과 공동으로 제주해녀의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도는 매년 10월 열리는 ‘일본 아마(海女)대집합’ 행사에 제주 해녀를 대거 참여시키는 등 일본 아마문화와의 교류를 통해 일본과 공동으로 제주해녀의 세계무형문화 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또 세계섬학회와 제주대 세계환경과 내 섬 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세계해녀문화축제 실행위원회는 7월 25일부터 8월 20일까지 ‘2011 세계해녀축제’를 연다. 축제에는 제주해녀 재조명사업과 함께 아·태 해양요리문화대회, 불턱문화제 캠프 등도 열린다. 도는 2006년 문을 연 해녀박물관에 해녀체험과 해녀노래·문화공연을 상설화해 해녀문화를 활성화시켜 세계문화유산 등재 분위기를 조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제주해녀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발목이 잡혀 있다. 문화재보호법상 무형문화재는 무형유산 자체(해녀 노래), 또는 기능 보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은 집단과 공동체가 지닌 관습과 표상 등을 ’살아있는 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따라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신청권을 가진 문화재청이 제주해녀를 ‘국가지정 또는 지자체 지정 무형문화재’로 규정할 경우 사실상 유네스코 등재는 불가능하다. 도 관계자는 “우선 시급한 대로 제주특별법상 조례를 개정, 먼저 ‘해녀문화’를 도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부고]‘미술사학계 거목’ 황수영 前동국대 교수

    한국 미술사학계의 태두로 꼽히는 초우(蕉雨) 황수영 전 동국대 교수가 1일 오후 3시 10분 별세했다. 93세. 1918년 황해도 개성에서 출생한 고인은 1941년 도쿄제국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광복 직후 귀국한 뒤 개성상업중학교 교감으로 근무하다 1947년 이후 1950년까지는 국립박물관에 투신해 박물감을 지냈다. 1956년 동국대 교수로 임용돼 박물관장과 대학원장을 거쳐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이 대학 총장을 지냈다. 1962년에는 문화재위원회 위원으로 입성,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1981년 위원장을 지냈다. 이 기간에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에서 문화재 반환협상 실무대표를 맡기도 했다. 1994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에 선출됐다. 고인은 전국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수많은 유적과 유물을 발견해 냈다. 서산마애삼존불상과 팔공산 제2석굴암, 문무대왕 해중릉, 울주 반구대 암각화 유적은 그의 손길을 거친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이러한 공적과 석굴암 연구 복원 업적으로 1960년대에 대통령 표창을, 1996년에는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용인대 교수인 아들 호종씨와 명지전문대 명예교수인 딸 유자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졌다. 발인은 4일 오전 8시. (02)3410-3151.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투탕카멘/김성호 논설위원

    이라크전쟁의 후유증은 막대하다. 특히 문화재의 손실은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국 박물관·도서관에 소장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산이 대부분 약탈당해 어디에 가 있는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중동 최대의 박물관인 국립이라크박물관은 유물 30만점 중 무려 17만점을 약탈·도난당했다고 한다. 이라크 정부가 뒤늦게 회수운동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라크전쟁 중 문화재 수난의 비극은 귀중한 것의 훼손·소멸이다. 선사시대·이슬람 유물들의 치명적인 멸실. 더 안타까운 건 약탈의 주범이 이라크 국민이란 점이다. 고고학자·정부관리까지 문화재를 훔쳐 트럭·비행기로 팔아 넘겼다. 전쟁 며칠 만에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보고가 텅 비었다는 비난이 괜한 걸까. 문화재 사상 유례 없는 시민 약탈이다. 정국 혼란을 틈탄 이집트 시민들의 문화재 약탈이 횡행하고 있다. 카이로 복판 이집트박물관의 파라오 미라를 손상하고 유물을 약탈했단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소년왕 투탕카멘이 있는 곳. 선사시대·고대왕조의 유산 12만점을 담아 이집트 문명을 집대성했다는 박물관이 자국민의 손에 유린된 것이다. 시위가 룩소르·알렉산드리아·기자 등 박물관 밀집지역으로 번져 어떤 문화재를 잃게 될지 모를 일이다. 다행히 군 당국과 양식 있는 청년들이 시민들의 문화재 약탈을 저지하고 나섰다고 한다. 유물위원회 위원장이 “이집트 예술의 정수를 보호하자.”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는 보도도 보인다. 혼란 속 시민·전문가·관리가 뒤엉켜 ‘내 나라’ 문화유산을 훔쳐 팔아넘기기에 혈안이 됐던 이라크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민족혼과 숨결이 담긴 유산의 파괴와 절도를 막아내자는 몸짓들이 다행스럽다. 문화재 수난이라면 한국도 빠지지 않는다. 열강의 강점과 일제지배, 한국전쟁을 관통하며 빼앗기고 훼손된 문화재가 10만여점. 그 위기의 문화재를 온몸으로 막아 지켜낸 이들이 있었다. 인민군 소탕차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미군 명령에 맞서 팔만대장경을 살려낸 장지량 전 공군참모총장, 빨치산 은신처 화엄사를 태우라는 명령을 거부한 차일혁 총경, 오대산 상원사를 소각하려는 국군에게 “법당과 함께 나를 불태우라.”고 버텨 천년 고찰을 수호한 한암 스님…. 그런데 그렇게 온몸을 던져 지켜낸 귀한 문화재들이 지금 불타고 무너져 내린다. 그 무관심과 불감증이 투탕카멘을 공격하는 시민 약탈보다 더 섬뜩하지 않은가.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국립공원 民墓 옮겨주세요”

    “국립공원 내의 민묘(民墓)를 이전해 주세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해부터 경주국립공원의 남산(면적 22.2㎢)에 설치된 민묘 이전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전국의 국립공원 20곳 가운데 이런 사업이 전개되기는 처음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경주국립공원관리사무소를 통해 오는 4월까지 희망자를 접수해 총 1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규모는 이장 또는 화장에 따라 기당 300만~5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공원관리공단은 또 이장된 민묘 자리에는 평탄화 작업과 함께 수목을 심어 생태환경을 복원키로 했다. 공원관리공단은 사업의 성과가 좋으면 경주국립공원은 물론 전국 국립공원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처럼 공단이 민묘 이전 지원 사업의 첫 대상지로 경주 남산을 택한 것은 전국 국립공원 가운데 민묘가 가장 많은 3000여기가 난립돼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라시대 불교 유적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산이 마치 공동묘지를 방불케 할 정도라는 것이다. 특히 선방골 선방사에서 삼릉을 거쳐 삼불사로 이어지는 계곡과 등산로 주변에는 수백기의 민묘가 흩어져 있다. 전국 국립공원에 조성된 민묘는 모두 4만 7000여기 정도로 알려졌다. 허영범 경주국립공원사무소 과장은 “공원에 산재한 유·무연고 묘지로 공원 환경이 저해된 상태”라며 민묘 관계자들에게 소중한 국립공원 자연자원 보호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기고] 외국인들에 개별 맞춤형투어 필요하다/정명진 코스모진 여행사 대표

    [기고] 외국인들에 개별 맞춤형투어 필요하다/정명진 코스모진 여행사 대표

    거리를 걷다 보면 외국인들과 쉽게 마주친다. 지난해는 특히 2010 한국 방문의 해,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 등 해외에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알릴 기회가 유독 많았다. 한류 열풍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2010년 방한 외국인이 880만명을 이미 넘어선 바 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년이 목표였던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돌파 시기를 1년 앞당겼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이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외국인 의전 관광 전문업체를 10여년 동안 운영하다 보니, 방한 외국인 중에는 단순 관광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업체 초청 바이어나 정부 관계자, 기업 고위 임원급 등 VIP의 비중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며, 그 수치 또한 나날이 늘고 있다. 그뿐인가. 고급 에스테틱과 명품관을 둘러보는 개인 투어는 물론이고, 한국의 교육열에 관심을 두고 방한하는 교육자나 강사, 건축 디자인 스케치를 원하는 디자이너 등 방한 목적도 각양각색이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 지역의 사람들은 눈 구경과 기념 촬영을 위해 스키장을 찾기도 한다. VIP 외국인은 다양한 개별 맞춤형 투어를 요구한다. 레스토랑에서 특정 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고집하거나 배경 음악까지도 취향에 맞게 엄선하기도 한다. 흡연이나 장애 여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모든 순간이 비즈니스 협상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의전 관광은 중요성을 더한다. 외국인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단순한 패키지 관광이나 천편일률적인 문화유산 투어만 답습해서는 안 된다. 입국부터 출국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의 관심사나 기분, 컨디션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따뜻한 정이 필요하다.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하는 촉매제가 될 뿐만 아니라 한국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적이다. 전문 통역가가 고급 인력들이긴 하나 한국에 대한 배경 지식을 기반으로 24시간 밀착해 생활 전반을 챙긴다거나 개별 취향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관광 가이드의 경우는 늘 같은 코스를 돌며 반복적 내용을 주입하기에만 급급하다. 그 때문에 외국인 의전 관광을 전문으로 진행하는 ‘의전 전문 가이드’의 양성이 필요하다. 훈련된 외국인 의전 관광 전문가들은 국가별, 종교별 외국인의 특성에 대한 오랜 경험과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해 문화적 차이와 개성까지 고려해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 경쟁력을 갖추려면 연 1회밖에 진행되지 않는 ‘국내여행안내사’ 자격증 시험에 대한 지원과 빈도 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다양한 요구를 가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스토리’를 발굴하는 스토리텔러도 갖춰야 한다. 명품 거리의 세련됨, 한강의 아름다움, 홍대의 클럽 문화, 대학로와 명동의 젊은 열기 등 한국의 진짜 현재를 보여줄 수 있는 전문가의 시각에 한국적인 이야기를 덧입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매력을 보여준다면 외래 방문객 1000만명 시대는 좀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 지자체 경전철 지고 노면전차 뜬다

    지자체 경전철 지고 노면전차 뜬다

    한때 각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도입을 추진하던 경전철의 인기가 시들하다. 교각 위에 건설돼 도시 미관을 해치는 데다 소음공해 등으로 민원을 유발한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수익성이나 재정적 이유로 추진 중인 대부분의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지부진하다. 반면 수송 효율성은 다소 떨어져도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노면전차(TRAM) 등이 대체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경전철은 10여년 전부터 만성적인 도심 교통난을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라며 전국적으로 건설 붐이 일었다. 경기 지역에서만 용인과 의정부, 광명시를 비롯해 10여개 자치단체가 공사에 들어갔거나 예비타당성 조사 등 사업에 착수했다. 14개 노선에 총길이 183㎞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지상 10여m 높이의 콘크리트 교각 위에 건설하고 도심 한복판이나 주택가를 달리는 게 미관상 좋지 않다는 것이다. 소음공해, 일조권 및 재산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는 민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자체가 추진하기엔 사업비가 너무 많다. 이 때문에 경기 지역에서 예정대로 진행 중인 곳은 최근 공사가 끝난 용인시와 2012년 6월 개통 예정인 의정부시 등 2곳에 불과하다. 용인 경전철의 경우 적자 운행을 우려해 준공을 거부하는 지자체와 사업 시행사 간의 갈등으로 개통을 무기한 연기한 채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반면 노면전철이나 바이모탈 등 이른바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와 수원시 등 10여개 지자체에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수원시는 그동안 추진하던 경전철 도입 계획을 백지화하고 대신 노면전차 등 새로운 교통수단을 도입하기로 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10일 시정 브리핑을 통해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있는 수원의 자연경관과 맞지 않고 소음이 발생하며 도시미관을 해치는 고가형 경전철보다는 비용이 적게 드는 노면전차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유럽 등에서 벤치마킹을 마쳤고, 1단계로 수원역~수원 화성행궁 노선을 2014년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성남시도 기존 경전철 건설 사업을 백지화하고 노면전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 경기 광주시는 최근 정책토론회를 열고 광주시청~경안동~광남동~오포읍 구간 총연장 12㎞의 기본 구상안을 마련했다. 보금자리 주택지구(3차)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에도 노면전차가 들어선다. 국토해양부는 6639억원을 들여 지구 내를 관통, 전철 7호선 천왕역까지 연결되는 12.9㎞ 구간의 노선을 개설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탄소 중립도시’를 목표로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노면전차 등 신교통 수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노선은 동탄2신도시를 순회하거나 인근 광교신도시와 용인·오산·세교 지구 등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제주도는 최근 ‘신교통수단 도입 사전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대진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맡겼다. 2015년까지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전북도 역시 전주시~익산시~새만금을 연결하는 노면전차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전북발전연구원 국책사업발굴단이 차세대 국책 사업으로 전북도에 공식 제안했으며 타당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용어 클릭] ●노면전차 전기를 동력으로 지상 궤도를 따라 운행하는 전차. 도심 교통난을 해결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고 최근 유럽 등에서 도입하고 있다. 모노레일 설치 시 300억∼400억원(㎞당)의 비용이 드는 반면 노면전차는 200억∼300억원으로 싸다.
  • 380년 활터 ‘석호정’ 존치 위한 공청회 “철거 대신 보존”

    380년 활터 ‘석호정’ 존치 위한 공청회 “철거 대신 보존”

    “380년을 이어온 활터인 석호정(石虎亭)을 철거할 게 아니라 남산 르네상스 계획에 넣어 보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20일 중구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주민과 관계 전문가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남산공원 내 석호정 존치를 위한 공청회’에서는 서울시의 남산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철거될 운명에 놓인 석호정 보존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참석자 대부분은 남산의 생태계 회복에는 공감하지만 석호정을 철거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데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370개 활터 중 가장 오래돼 발제를 맡은 나영일 서울대 체육학과 교수는 “석호정은 임진왜란 이후 백성의 상무정신을 진흥하기 위해 1630년 창건된 민간활터로, 국내 370개 활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라면서 “남산 르네상스 계획과 공존하면서 석호정이 보존되고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석호정을 역사무예문화공간으로 조성해 남산성곽과 연결하는 관광벨트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건천동(중구 인현동1가)에서 태어난 충무공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형식의 궁도체험교실을 상설화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무형 문화재로서 가치 충분” 토론자인 안병준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은 “석호정이 남대문과 동대문 같은 문화재와 견줄 수는 없지만 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며 “남산에 있는 대형 호텔 등과 견주어 규모면에서 작은 석호정을 철거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중구, 이전반대 구민 서명서 市제출 김형국 서울대 명예교수는 “남산 녹지화도 필요하지만 전통문화의 보존은 더욱 중요하다.”며 철거에 반대했고, 최강선 중구의원도 “남산이 서울의 상징이라면 석호정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거들었다. 김기훈 육군사관학교 교수는 “국궁은 호국무예로 계승되고 있는 만큼 석호정의 존재가 오히려 남산 르네상스 계획 취지와 자연스럽게 잘 어울린다.”고 지적했다. 남산공원 체육시설을 이전하고 남산의 자연환경을 복원하겠다는 서울시 르네상스 계획에 동의하는 주장도 나왔다. ‘남산르네상스 기본계획’을 발제한 민현석 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남산이 제 모습을 찾도록 하려면 내구연한을 넘기고 경관을 훼손하는 건축물의 철거와 함께 녹화해 산자락을 복원하는 게 남산 르네상스의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자인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남산의 생태계 회복 없이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석호정 이전도 남산 생태계의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박형상 구청장은 지난해 11월 오세훈 시장을 만나 석호정 존치를 건의했고, 구의회도 ‘중구민 이용 체육시설 철거반대 서명부’에 구민 2만 7097명의 서명을 받아 시에 제출했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씨줄날줄] 제주어/이춘규 논설위원

    방언은 공통어나 표준어와는 달리 지역 특유의 어휘나 발음, 억양, 문법을 갖는다. 사투리와 유사한 개념이다. 표준어는 상위개념, 방언은 비하된 개념이다. 서울말(어·語), 강원도말, 충청도말, 전라도말, 경상도말, 제주도말, 함경도말, 평안도말이 적확한 표현이다. 세분화된 강릉말 등도 있다. 지역어는 문화를 풍부하게 한다.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근대국가 출현 뒤 표준어 정책이 지역어를 위협했지만, 요즘은 지역어 재생 운동도 활발하다. 많은 나라가 프랑스형 표준어 정책을 따랐다. 국민 형성과 국민 통합, 국민국가 건설을 위해 표준어 정책을 폈다. 프랑스는 절대왕정 시대까지는 지역에 따라 오일어, 오크어, 프로방스어, 랑그도크어, 브르타뉴어, 로망어 등 수많은 방언이 있었다. 하지만 근대국가 형성기 북프랑스의 오일어를 표준어로 정해 사용을 장려했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방언을 쓴 학생은 ‘방언명찰’을 달게 해 창피를 주었다. 인격 모독의 강압적 조치였다. 일본도 프랑스를 본떴다.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에서는 학교 교육을 이용해 표준어를 밀어붙였다. 정책에서 차별했다. 각 지역에서 사용되던 말은 방언이라고 해 학교나 방송에서 사용을 금지했다. 지역어로 말하는 사람은 열등감을 갖게 했다. 지역어를 쓰면 시대에 뒤처진 사람으로 몰아가 국민들이 방언 사용을 꺼리게 했다. 그래서 지역어는 쇠퇴하고 있다. 각 지방 억양은 아직도 남아 있지만 어휘는 시간이 흐르며 사멸되어 가고 있다. 문화의 다양성도 약해졌다. 지역어는 산맥·강 등 격리된 지리적 영향으로 생긴다. 행정구역·통학권·시장권·혼인권과도 관계가 있다. 조금 배타적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방언이 많아 말을 둘러싼 전쟁마저 있었는데, 라디오·TV 방송이 시작되면서 여러가지 일화가 많이 생겼다. 이탈리아의 공영방송 RAI가 표준어 확산을 책임졌기 때문이다. “TV방송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표준어를 알게 됐다.”는 농촌지역 노인도 많았다. 유네스코가 ‘제주어’를 ‘소멸 위기의 언어’로 분류했다. 유네스코는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언어를 5단계로 분류하는데, 제주어는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됐다. 유네스코는 “제주어가 소멸위기 언어로 등록된 것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제주어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며, 더 발전적인 제주어 보전 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한다.”고 밝혔다. 제주어가 발전돼 보전되기를 기대한다. 제주 사투리가 아닌 ‘제주어’ 말이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강동구 “초등생 방학숙제 도와요”

    강동구 “초등생 방학숙제 도와요”

    겨울 방학도 어느덧 절반이 지났다. 이제 슬슬 숙제가 걱정이다. 조만간 개학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면 머리를 싸매고 밀린 숙제를 몰아서 해야 한다. 뾰족한 수가 없을까. 아이들의 근심에 강동구가 팔을 걷어붙였다. 구는 방학숙제에 흥미를 갖고 스스로 숙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숙제 도우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우선 암사동 선사주거지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숙제 도우미 ‘해설사랑 공부해요’ 프로그램을 18~27일 개최한다. 문화유산해설사가 사회숙제 도우미로 변신해 원시시대의 각종 생활상과 역사를 가르쳐주고 유적답사 체험 기행문을 쓰는 방향도 제시해 준다. 암사동 선사주거지 홈페이지(sunsa.gangdong.go.kr)에서 신청을 받으며 참가비는 무료다. 공부 잘하는 언니·오빠, 형·누나들과 1대1 멘토-멘티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한영외고를 비롯, 관내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로 구성된 ‘세빛또래’ 봉사단원들이 학습 방법을 일깨운다. 단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공부비법을 알려주고 개별 방학숙제를 확인해 박물관 관람, 영어책 읽기 등 도우미 역할을 한다. 구내 자원봉사센터에서 신청을 받는다. 전화 480-1546. 글 사진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불교계 정초부터 내부결속 다지기

    새해가 밝았지만 불교계의 결기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새해 벽두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상징적 성과물’인 청계광장에서 1080배를 봉행하며 불교계 자립 의지를 드높일 계획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오는 10일 오전 총무원 등 중앙종무기관, 재가 종무원, 관련 산하단체 등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회복과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1080배 정진’을 연다. 예정된 행사 진행은 단출하다.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 총무원 총무부장 영담 스님, 기획실장 원담 스님 등을 비롯해 300여명의 불자들이 모여 108배를 열번 한다. 요란하고 호들갑스러운 구호도, 날선 주장과 규탄 발언도 없이 그저 불경을 낭송할 뿐이다. 세 시간 정도 독경 소리에 맞춰 묵묵히 1080배를 봉행하는 모습을 통해 외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민족문화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다지겠다는 뜻이다. 이날 직접 죽비를 들고 나설 민족문화수호위원장 영담 스님은 “정부나 여당 어딘가를 겨냥한 행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행사”라면서 “중앙종무기관부터 시작해 불교의 역량을 결속해 나간다는 의미와 자신을 낮추기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뜻을 스스로 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는 이후로도 계속된다. 청계광장 1080배 다음 날인 11일 성도재일(成道齋日·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날)에는 전국 3000여 사찰에서 민족문화 수호 동시법회를 열 예정이다. 불교문화유산 훼손 실태를 담은 영상을 상영하는 등 사회 일각의 불교 폄훼와 차별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정월대보름인 다음 달 17일에는 4대강 개발 현장에서 방생법회와 1080배 정진을 한 차례 더 가질 예정이다.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100일 결사’가 끝나는 3월 23일에도 1080배 정진이 예정돼 있다. 정웅기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은 “대립과 갈등을 통해서가 아닌, 노력과 성찰을 통한 불교계 내부의 의미 있는 변화와 개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총무원은 4일 “종단에서 시행하는 연등법회와 봉축 법요식 등 각종 행사에 정부 관계자 및 정치인의 참석을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면서 “여당 정치인은 단호히 거부하며 기타 정치인 및 기초·광역단체장은 참석을 자제토록 권고한다.”는 내용의 종무 행정지침을 전국 본사와 말사에 보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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