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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사실주의 대가 이상원화백 러시아서 초대전

    극사실주의 대가 이상원화백 러시아서 초대전

    화단의 원로 이상원(70) 화백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극사실주의 회화의 대가다. 보풀 한 올까지도 허투루 다루지 않는 극도의 세밀한 붓터치는 ‘사진 그 이상’이란 평을 듣는다.‘하이퍼 리얼리즘의 거장’ 이상원 화백이 리얼리즘 회화의 본고장 러시아 모스크바의 트레차코프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트레차코프미술관 최초 한국인 작품전 개막일인 25일에는 발렌친 로디오노프 트레차코프미술관장, 김재섭 주 러시아대사, 현지 미술평론가 등 100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구 소련 시절 문화부 차관을 지낸 로디오노프 관장은 “트레차코프미술관은 최근엔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소개하고 있지만 한국 작가가 이 미술관에서 작품전을 여는 것은 처음”이라며 “이 화백의 사실적인 작품은 근대 이후 리얼리즘 전통이 강한 러시아에서도 호소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2월1일까지 계속될 이번 전시에는 ‘시간과 공간’‘막(膜)’‘동해인’‘연(緣)’‘영원의 초상’ 시리즈 가운데 대표작 55점이 나와 있다. 특히 헝클어진 백발에 논두렁처럼 깊게 팬 주름살이 인상적인 노인의 표정을 담은 작품 ‘동해인’에는 유난히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삶에 대한 은유로 가득한 이 작품에서 지나간 신산한 세월의 흔적을 읽어낸 것일까. 배의 형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 ‘풍년’도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서구 리얼리즘 끝에 선 수묵의 날카로움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혹시 사진을 찍어 확대한 것 아니냐.”며 이 화백의 극사실주의적인 붓질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동양의 수묵과 서구의 리얼리즘이 어떻게 한 데 어우러져 그처럼 담백하고 강렬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화백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젊은 시절 영화간판과 인물 초상화를 그리다가 불혹의 나이에 순수미술의 길로 들어선 입지전적인 작가다. 그야말로 무사자통(無師自通)인 셈이지만 이 화백은 대한민국미술대전, 동아미술제 등 공모전에 잇따라 입상하면서 순수화가로 인정받았다. ●산업사회 이후 전통에 대한 향수 표현해 이 화백의 작품세계는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 혹은 소외된 존재에 대한 애정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땅속 깊이 팬 타이어 자국이나 바닷가의 폐그물, 온갖 폐수와 곰팡이로 뒤덮인 수막, 너덜너덜해진 마대, 평범한 촌로나 어부의 고단한 삶…. 이런 것들은 모두 작가의 심오한 존재론적 성찰을 통해 삶에 대한 긍정과 찬가로 승화된다. 러시아 미술평론가 페트르 푸르도프스키는 “이상원은 어부나 해녀들의 이미지 묘사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회화의 예술적 본질을 드러내는 데 있어 항상 고향의 전통에 충실해 왔다.”면서 “그의 그림은 산업사회 혹은 후기산업사회의 도래와 함께 밀려난 전통적인 세계에 대한 향수라는 주제를 가장 명확히 표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 화백은 지난 30여년의 화업을 통해 10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네덜란드 화가 고흐가 소품까지 포함해 800여점의 작품을 그린 데 비하면 대작 위주의 작업을 하는 이 화백은 단연 다작(多作)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을 단 한 점도 팔지 않았다. 러시아 현지에서도 고가에 작품을 사겠다는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그의 입장은 단호하다.“그동안 작품을 팔아왔다면 이같은 전시가 어떻게 가능하겠어요. 훗날 미술관을 지어 나의 작품세계를 오롯이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화백은 오는 4월쯤에는 자신의 작품활동 여정과 그림을 담은 자서전 ‘바람의 초상’(가제)도 펴낼 예정이다. 모스크바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레차코프미술관은 19세기 러시아의 부호 파벨 미하일로비치 트레차코프 형제의 소장품으로부터 출발한 트레차코프미술관은 에르미타주미술관, 러시언미술관, 푸슈킨미술관과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이다.1856년에 설립된 트레차코프미술관은 1892년 모스크바 시의회에 기증된 뒤 러시아를 대표하는 국립미술관(state gallery)으로 거듭났다. 트레차코프미술관의 소장품은 고대 러시아 성화에서부터 현대 미술까지 다종다양하다. 러시아 미술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있는 세계 미술의 보고다. 레핀, 말레비치, 칸딘스키, 샤갈 등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통의 작품과 아방가르드 작품 등 13만여점이 소장돼 있다.11세기에서 19세기까지의 작품은 라브루쉰스키의 트레차코프미술관에,20세기 현대 미술은 주로 크림스키에 위치한 트레차코프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루블료프의 ‘삼위일체, 레핀의 ‘이반뇌제와 그의 아들 이반’, 이바노프의 ‘그리스도의 출현’, 페로프의 ‘도스토예프스키’, 수리코프의 ‘유형지로 끌려가는 마리조바 여인’ 등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작품. 이 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하나인 샤갈의 ‘유대인 극장-패널화’는 현재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트레차코프미술관은 예술작품의 보존과 수복, 교육 등을 통해 명실공히 러시아 학문과 예술의 중심 역할을 다하고 있다.
  • [여담여담] 꿈을 막는 휴대전화/박상숙 문화부 기자

    고백하자면 기자도 공연 중에 휴대전화를 울린(?) 적이 있다.100명 남짓 들어찬 손바닥 만한 소극장. 가방 속에서 깊은 잠을 자던 휴대전화가 팔꿈치에 눌려 부지불식간 눈을 떴다. 코 앞의 배우들이 놀라 흠칫한다. 등 뒤에서 따가운 시선들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문 앞에서 일일이 관객들을 배웅하는 배우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 보지 못하고 극장을 빠져 나왔다. 황당한 경험은 아예 휴대전화 배터리를 빼 버리는 좋은 습관을 남겼다. 요즘 객석에 앉아 있을 때 가슴이 철렁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가 다시 막을 올렸던 문예진흥원 대극장. 공연장 분위기는 한마디로 이기주의의 극치였다. 이날 따라 유달리 많이 터진 잔기침과 간간이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던 코고는 소리는 차라리 애교였다. 각양각색으로 울려 퍼지는 벨소리로 인해 배우들은 시선을 도둑 맞았다. 눈 앞의 볼거리를 놓쳐가며 먹을 것을 찾느라 연신 부스럭대는 객석의 소리에 목소리도 잃어버렸다. ‘즐길 권리’를 침해당한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아마 배우들은 이날 울고 싶지 않았을까. 무료로 티켓을 얻어 공짜 구경을 하러 온 일부 몰지각한 관객들이 벌인 행태라지만 정도만 달랐을 뿐 유료 관객이 바글대는 곳에도 공연장 예절에 대해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관객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묻고 싶다. 당신은 왜 공연장을 찾는가. 삶이 팍팍해질 때 사람들은 떠나고 싶다. 빡빡한 일상에서 장기 여정은 무리다. 그럴 때 사람들은 무대로의 ‘작은 여행’을 택한다. 어떤 형태의 공연이든지 현실도피와 망각의 자유를 허락하고 꿈꿀 권리를 부여한다. 주인공들은 같이 잊고 즐겨보자고 두 팔을 벌려 관객들을 맞이한다. 그 품으로 완벽하게 뛰어들지 말지는 순전히 관객에게 달렸다. 극장의 문이 닫혔다고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손아귀에 들어있는 ‘현실로 가는 문’을 완벽하게 닫아 걸 용기가 없는 자에게는 꿈꿀 자유도 없다. 박상숙 문화부 기자 alex@seoul.co.kr
  • [길섶에서] 정신질환 척도/심재억 문화부 차장

    정신과적 문제가 많은 사회일수록 풍족하고 안정된 사회라고 전제하고, 정신질환의 유형과 발병도로 한 사회의 완성도를 재는 방식을 ‘정신질환 척도’라고 한다. 실제로 빈곤이나 재난, 전쟁을 겪는 나라에서는 정신질환의 요인이 훨씬 많지만 정신질환을 쉽사리 문제시하지 않는 역설이 존재한다. 우리라고 다를까. 먹고 살기 어려웠던 지난날, 요새 말하는 ‘스트레스’나 ‘히스테리’는 문제도 아니었다. 이와 관련,“한 나라 국민 전체의 신경을 안정시키고, 유지하려면 본질적인 불행이나 불안, 실제적 공포가 필요하다.”고 한 프랑스 작가 에밀 시오랑의 성찰은 시사적이다. 다소 파시즘적 해석이지만 ‘정신질환 척도’의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의사들은 “많이 나아졌지만 왜 더 많은 사람들이 신경·정신과를 찾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그 말에서 보듯 지금 우리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요족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절대 평화’,‘절대 풍요’를 말할 계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 계층의 씀씀이는 정신질환이 많은 나라를 앞선다. 너무 요족하면 병들기 쉽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까.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광복60년 문화사업위장 황병기

    문화관광부는 27일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69)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광복 60주년 기념문화사업 추진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추진위원으로는 강형철 문예진흥원 사무총장, 김종헌 예총 사무총장, 김상철 민예총 사무총장, 홍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한태숙 극단 물리 대표, 이선주 예총 인천시지회장, 최준호 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 권중천 광복회 문화부장, 황준연 서울대 음대 교수, 임병수 문화부 차관보, 정희섭 한국문화정책연구소장(추진단장)이 위촉됐다.
  • [오늘의 눈] ‘광화문’ 정치논란 안된다/임창용 문화부 차장

    문화재청이 추진중인 광화문 현판 교체사업이 엉뚱한 논란으로 비화할 조짐이 보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현판 ‘광화문’을 정조대왕의 글씨를 집자한 현판 ‘光化門’으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일부 보수 일간지들은 ‘박정희의 흔적을 지우려는 정치적 음모’로 몰아붙이고 있다. 여기에 한글 관련 단체들까지 나서 ‘한자 숭배’ 의혹을 제기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그 자체로 큰 모순을 안고 있다. 우선 1968년 광화문을 복원할 때 박 전 대통령이 한글로 현판을 쓴 행위는 ‘원형보존’이라는 문화재 복원의 기본을 깨뜨린 어이없는 행태였다. 문화재의 생명은 원형 유지와 함께 존재할 수 있으며, 문화재 전문가들이 문화재 복원·보수시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노심초사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굳이 정치적 음모를 거론한다면 오히려 당시 최고 권력자로서 원형을 훼손한 행위가 그 대상으로 더 어울리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은 합당치 않은 ‘정치적 음모설’에 휘말려 원형이 훼손된 또 다른 현판들이 더 이상 제 모습을 찾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광화문 현판 말고도 아산시 현충사 편액, 경기 파주시 ‘화석정’(花石亭) 편액, 경북 안동시 ‘영호루’(映湖樓) 편액 등 꽤 많은 현판을 직접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원형을 살려 문화재로서의 생명을 되찾아야 할 것들이다. 한글 관련 단체들이 현판 교체를 두고 ‘한자숭배’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뚱맞게 들린다. 원형을 찾아 현판에 원래 씌어 있던 한자로 바꾸겠다는 것에 어떻게 ‘한자 숭배’를 개입시킬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현판글씨의 원형이 한글이었다면 당연히 한글로 쓸 것이고, 한글이나 한자가 아닌 제3의 글자라고 해도 해당 글자를 찾아 써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문화재의 원형이라고 본다. 이번 사안은 문화재적 원형찾기의 문제일 뿐, 결코 정치적 음모론이나 한글·한자 사용 논란으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 임창용 문화부 차장 sdragon@seoul.co.kr
  • [오늘의 눈] ‘정치’ 영화와 정치 ‘영화’/이순녀 문화부 기자

    ‘10·26’이라는 민감한 소재와 베일에 가려진 제작 과정,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의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그리고 언론의 논란 부추기기…. 삐딱하게 얘기하자면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마치 잘 짜여진 한편의 흥행 영화 각본을 보는 듯하다. 지난 24일 저녁, 서울 용산의 한 복합상영관을 통째로 빌려 진행된 단 한번의 시사회는 그 각본을 마무리하는 ‘화룡점정’격이었다. 여야 정치인과 문화·시민계 인사, 언론인들을 대거 초청해 열린 이날 시사회는 사전 명단 확인과 현장 보안검색 등 호들갑스러운 통제로 또 한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고백하자면 기자는 시사회 내내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박지만씨가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제기한 대목들이 실제 스크린상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영화속에서 ‘각하’는 ‘엔카 잘 부르는 애를 불러달라.’고 하고, 술자리에서 여대생 품에 안겨 감회어린 표정으로 엔카를 듣는다. 일본어로 대화하는 장면도 간간이 나오고,‘애들은 맞으면서 크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투사들을 무시하는 대사도 등장한다. 최종적인 명예훼손 여부는 법원에서 결정할 일이겠지만 일단 표면상 박씨가 문제로 지적한 내용들은 대부분 영화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난 뒤 착잡한 심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이나 뉘앙스를 무시한 채 문제 대목만 뚝 떼어다 시시비비를 논하는 게 허망해 보여서다. 구연동화처럼 경망스러운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이 영화가 아직도 미완의 역사로 남아있는 ‘10·26’의 진실을 파헤치거나, 어떠한 정치적 성향으로 그 시대를 재구성하려는 야심 따위에는 애당초 관심없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각하는 물론이고,‘야수의 심정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총을 쐈다.’는 김부장이나, 만찬장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노래를 부르는 차실장 등 모든 등장인물들을 희화화시켰다. 이 영화가 당대의 정치현실을 맘껏 조롱하고, 지독하게 풍자한 블랙코미디일지언정 역사적 사실여부를 정색하고 따져묻게 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다. 예상대로 영화를 본 여야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정치적 의도’와 ‘표현의 자유’라는 고리타분한 설전이 오가고 있다. 다분히 상업성 짙은 영화를 정치영화로 둔갑시키는 과잉 반응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영화를 영화 자체로 받아들이는 유연한 사회를 우리는 언제쯤 갖게 될까. 이순녀 문화부 기자 coral@seoul.co.kr
  • [길섶에서] 내공/심재억 문화부 차장

    안으로 축적한 공력(功力) 즉, 내공을 말하자면 바둑기사가 제격일 것 같습니다. 고작 소반만 한 반상에 코딱지 같은 돌 하나 놓일 때마다 거기에 감춰진 의도를 읽어야 하고, 또 혼신을 다해 자신의 돌을 놓는 일. 그 일이 얼마나 힘겨운지 대국 후 쓰러지거나 자리에 눕는 기사가 허다하니, 실력과 심신의 내공이야말로 프로기사의 생존 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를 호령하는 한국 바둑의 정점에 ‘전신(戰神)’ 조훈현 9단이 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탓인지 대국장에 들어서면서도 툭툭 농담을 던지곤 하지만 일단 상대와 맞서면 적토마가 그랬을까요. 무인지경으로 상대를 유린합니다. 그가 키워낸 불세출의 기사 ‘돌부처’ 이창호 9단. 표정만 봐서는 대국하러 온건지, 노닐러 온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대국이 시작되면 그의 무표정 속에서 천변만화의 풍운이 조화를 부립니다. 이에 비해 ‘바둑천재’ 이세돌 9단은 날카롭고 도발적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는 강인함과 기재로 상대의 기를 꺾습니다. 이들은 당대 최고의 내공을 가졌지만 그것을 발산하는 방식은 이처럼 제각각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내공을 발산하십니까?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여담여담] 디지털 사고와 아날로그 감수성/이순녀 문화부 기자

    지금처럼 휴대전화와 컴퓨터가 일반화되기 이전에 대학을 다닌 세대에겐 학교앞 서점 메모판과 동아리 공동 일기장(적거리장)의 추억이 남다를 것이다. 인심좋은 주인의 배려로 한쪽 벽 귀퉁이를 차지한 메모판에는 ‘00학과 ××학번 뒤풀이장소 △△△’‘00야,△△로 와라’같은, 누군가의 행방을 알리거나 찾는 쪽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곤 했다. 메모판이 그 시절 유일한 긴급 연락망이었다면, 적거리장은 술자리에서조차 꺼내지 못하는 동료·선후배간의 속깊은 이야기들을 털어놓는 살가운 소통의 공간이었다. 객기와 투정섞인 후배의 글에 선배들은 진심어린 대글을 달았다. 휴대전화로 언제 어디서든 친구의 위치를 파악하고, 미니홈피니 블로그니 해서 지인들의 사생활을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는 요즘 인터넷 세대와 비교하면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 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중간 세대’인 기자는 시시각각 발전하는 디지털의 천변만화를 따라잡을 능력도, 그렇다고 도도한 흐름을 의식적으로 거스를 만한 배포도 없어 늘 허둥대며 지낸다. 남들 따라 구입한 디지털카메라는 인화가 번거로워 잘 사용하지 않고, 영어공부에 쓸 요량으로 산 MP3플레이어는 목에 걸고 다니는 게 영 어색해 가방 한구석에 처박아놓았다. 올초 뒤늦게 가입한 미니홈피도 며칠동안 반짝하고는 시들해졌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아무리 훌륭한 첨단 디지털 장비도 구시대 아날로그 감수성으로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걸 말이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연예인 문건 파문’을 보면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파문의 1차적인 책임은 물론 문건 작성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있다. 그렇다면 거리낌없이 파일을 유통시키거나 익명성을 빌미로 관련 기사에 수천건의 원색적인 대글을 올리는 네티즌들은 어떤가. 이참에 법적 장치를 확실히 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그보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진심을 파악하려는 순수 감성의 회복이 먼저다. 이 시대, 디지털 사고와 아날로그 감수성의 행복한 조화는 진정 난망한 것일까.10년도 훨씬 더 지난 과거속의 메모판과 적거리장이 새삼 그리운 이유다. 이순녀 문화부 기자 coral@seoul.co.kr
  • [데스크시각] TV를 끄는 이유/김성호 문화부장

    ‘바보상자’ ‘만능상자’.TV의 속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비유하는 대칭적인 말일 것이다. 전자가 TV에 매달려 수동적인 정보전달에 빠지는 행태를 겨냥해 붙인 말이라면, 후자는 일상의 전지전능한 혜택 차원에서 미화한 비유일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대인들은 어쩔 수 없이 일상에서 TV와 큰 상관관계를 갖고 살아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TV 권력’이란 말까지 생겨났을까. 실제로 TV가 얼마만큼 일상생활을 구속하는지는 각종 자료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2000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하루 3시간23분을 TV앞에서 보낸다. 일주일에 하루를 TV를 보면서 지낸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전국의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일 지상파 TV시청시간은 평균 2시간22분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같은 통계를 종합하면 우리의 TV시청시간은 최소 하루 평균 3시간 정도이며 하루 8시간의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1년에 68일을 TV앞에서 보내는 셈이다. 이같은 통계와 함께 이런저런 TV의 부작용도 덧붙여진다. 가족과 세상을 단절시키는가 하면 반복되는 시청으로 인한 중독증을 낳는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의 경우 언어장애와 시력저하, 비만 등 질병을 가져오고 수동적인 행동습관까지 낳는다고 한다. 넘쳐나는 저질 오락프로그램의 만연과 일방적인 보도 관행은 그 심각성이 더하다.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기적으로 TV를 보는 사람들은 인간의 속성이 악하다는 인상을 갖게 되고 세상이 더욱 각박해짐을 느끼게 된다.”고 TV의 해악을 지적한 바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가톨릭다이제스트 등 단체와 회원 가족들이 지난 18일 ‘TV 안 보기 시민모임’ 창립총회를 가졌다.5월 어린이주간과 9월 독서주간에 범국민적인 TV 안 보기 운동을 벌일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한다. 모임을 주도하는 숙명여대 서영숙 교수는 “TV 안 보기 운동을 확산해 건강한 가정문화와 건전한 여가시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라고 모임의 의도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런 ‘TV 안 보기 운동’은 새삼스러운 집단행동이 아니다. 지난 1993년 ‘TV를 끕시다’ 캠페인을 벌인 YMCA는 방향을 바꿔 ‘TV 바로보기 운동’을 펼치고 있고 인터넷 온라인 상에서도 ‘TV를 끄면 삶이 살아난다’는 슬로건 아래 네티즌들의 TV 안 보기 클럽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단지 TV를 끄거나 안 보는 것으로 TV의 ‘해악’이 근절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발족한 ‘TV 안 보기 시민모임’이 모델로 삼은 미국의 ‘TV 끄기 연대’도 지난 94년부터 TV 안 보기 운동을 벌여오고 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닐스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여전히 미국 가정에서는 하루 평균 7시간40분 TV가 켜져있고 1명이 하루평균 4시간을 시청한다고 한다. 나라가 곤경에 처했을 때 이를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이 애국자는 아닐 것이다. 좋은 TV프로그램을 선별해 볼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과감하게 거부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미국 ‘TV 끄기 연대’의 프랭크 베스피 총재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세상의 모든 가치 있는 일들은 하기 힘들고 의식적인 노력을 요구하지만 TV는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문제는 선택과 주체적인 시청 태도이다. 수동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적극적인 주체로서의 시청자 운동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김성호 문화부장 kimus@seoul.co.kr
  • [길섶에서] 성 냥/심재억 문화부 차장

    일회용 라이터가 널린 요새야 다들 성냥을 잊고 살지만 예전에는 ‘겉보리 한 되, 성냥 세 알만 있으면 서울도 간다.’고 할 만큼 성냥은 중요한 생필품이었습니다. 써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게 개비보다는 항상 집이 문제였지요. 성냥갑 겉면에 칠해 성냥개비를 긋도록 만든 집은 쉬 닳아 멀쩡한 성냥개비 망가뜨리기 일쑤였으니까요. 그래도 목함(木函) 성냥 한 통이면 꽤 오래 쓰곤 했습니다. 방물장수들이 성냥꼬투리만 따로 한 되, 두 되 팔았거든요. 그 성냥개비로 성냥집이 빤질거리도록 그어대다 보면 나중에는 집이 닳아 아무리 그어도 미끈미끈 불이 붙지 않아 성가시기도 했지요. 겨울날, 부뚜막 성냥통에서 성냥알 몇 개비 덜고, 손톱만큼 성냥집을 오려내 산어름 양지쪽에서 불장난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불장난하다 보면 어느새 콧구멍은 굴뚝이 되고, 밤송이 같은 머리카락은 누렇게 그슬기 일쑤지만 삭정이 군불에 고구마 몇알 궈먹는 재미, 그거 죽이거든요. 그렇게 노닥거리다가 굴뚝 뒤진 꼬락서니로 집에 오면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지요.“가서 낯부터 씻어라. 안 그러면 밤새 마실 돈 혼이 나중에 주인을 못 알아봐 너한테 돌아오지 못하는 거여.”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400살 된 돈키호테

    |파리 함혜리특파원|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제1 권이 발간된 지 16일로 400년이 됐다.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과 남미 등 각국에서는 전시회와 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 서구 현대문학의 분수령이 된 명작의 탄생을 기념하고 있다. 스페인은 국가 차원의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문화부 및 소설 무대인 카스티야 라 만차 지방정부가 함께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했다. 올 한해 이어지는 각종 이벤트만도 2000여 개. 작품 및 작가와 관련된 그림 전시회, 토론회, 콘서트, 연극 공연, 시청각 전시 등이 국내외 관광객을 맞이하게 된다. 스페인 문화부는 자국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호기를 맞아 자체 행사에만 모두 3000만유로를 쏟아 부을 계획이다. 다양한 독자층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1유로짜리 포켓판부터 고급 양장본, 어린이 독자를 겨냥한 그림책도 선보인다. 스페인 바깥에서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와 멕시코시티, 파리, 브뤼셀, 알제리 등에서 작품과 작가를 다룬 토론회, 전시회, 음악회와 영화 상영이 이어진다. 주인공 돈키호테가 거인으로 착각하고 도전하는 풍차에 관한 여러 학술대회도 예정돼 있다. 미구엘 데 세르반테스 사베드라(1547∼1616년)가 쓴 ‘돈키호테’는 1604년 12월20일 마드리드 출판업자에 의해 ‘라 만차의 재기 발랄한 기사 돈키호테’란 이름으로 첫 인쇄됐다. 이 소설은 4주 뒤인 1605년 1월16일 마드리드의 프란시스코 데 로블레스 도서관에서 판매에 들어가 1200부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이어 유럽 대륙과 미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해 스코틀랜드 고지의 게일어와 티베트어에 이르기까지 4세기 동안 60개 이상 언어로 번역돼 나왔다.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소설, 유럽 최초의 베스트셀러로 평가받는 작품이 돈키호테다. 이 소설이 시간을 초월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이상주의자 돈키호테와 현실주의자 산초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관한 영원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무모하지만 용기있게 나아가는 돈키호테형은 우유부단한 햄릿형과 함께 인간 성향을 대별하기도 한다. 카르멘 칼보 스페인 문화장관은 ‘돈키호테’ 발간 400주년을 맞아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이어지겠지만 이 책에 보내는 가장 중요한 찬사는 돈키호테를 ‘읽는 것’”이라며 세계 각국의 독자들에게 이 소설의 일독을 권했다.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대한 무렵/심재억 문화부 차장

    소문난 제사 먹을 것 없더라고, 말이 대한(大寒)이지 살 떨리는 추위로 보자면 소한(小寒)에 한참 못 미칩니다. 근거가 뭐냐고요? 원래 절기의식은 요즘처럼 통계로 말하는 게 아니고 살면서 겪은 경험으로 말합니다. 그러니 근거를 대라면 할 말은 없지만 ‘대한이 소한 집에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말이 그냥이야 생겼겠습니까? 어느 해. 폭설 앞세우고 온 소한추위가 독해도 너무 독해 마을이 온통 쥐죽은 듯한 날, 아침밥 지으러 부엌에 나선 어머니가 화들짝 놀라 방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부엌에 ‘숭칙한 짐승’이 들었다는 겁니다. 호기심에 부엌문을 빠꼼 열고 보니 혹한에 반나마 얼이 빠진 노루 한마리가 나뭇간에 퍼질러 앉아 천연덕스럽게 마른 볏짚을 새기고 있었습니다. “저 겁많은 놈이 사람 거처로 찾아든 걸 보니 새끼 밴 모양”이라며 아버지는 금세 사연을 읽어냅니다.“주린 배 얼요기라도 하고 한기가 가시면 지가 알아서 갈 것”이라며 아예 부엌문을 닫아두라십니다. 덕분에 아침을 한 낮에 먹었지만 뭔가를 배려했다는 생각에 온 몸이 더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 노루, 요새 그랬단 아마 몇 발 못가 총맞지 않을까요.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언론재단 이사장 정남기씨

    정남기(62) 전 연합뉴스 이사가 새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한국언론재단은 1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정남기씨를 신임 이사장에 선임하고 문화관광부에 임명제청했다. 또 기금이사에 최홍운 전 서울신문 논설실장, 연구이사에 윤후상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사업이사에 김광원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각각 선임해 문화부의 승인을 요청했다. 문화부는 다음 주 초쯤 신임 이사장과 이사들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전임 박기정 이사장의 연임 문제로 불거졌던 정부와 언론재단 간 갈등은 일단락됐다. 전북 고창 출신인 정 이사장은 동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합동통신 기자로 일하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해직됐다가 1988년 연합뉴스에 복직해 편집부장, 논설위원실장, 동북아정보문화센터 상임이사를 거쳐 한국편집미디어협회 부회장으로 일해왔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여담여담] ‘신춘문예’를 접으며…/황수정 문화부 기자

    신춘문예가 막을 내렸다. 문학시장이 죽었느니 어떠니 해도 날선 문학정신은 여전히 도처에서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학담당 기자의 입장에서, 종전 건성건성 읽고 지나쳤던 당선작들을 올해는 다른 신문들 것까지 모조리 찾아읽게 됐다. 그 뒤끝일까.‘쓴다는 것’에 대한 뜬금없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신춘문예 당선자들을 대하면서 그 ‘쓴다는 것’의 의미는 ‘고통’ 내지는 ‘두려움’이란 막연한 언표로 치환돼 갔다. 익명의 다수를 상대로 한자 한자 여백을 메워가는 글쓰기는 맨살을 드러내는 두려움의 고통임을, 한 당선자는 육성으로 확인해줬다. 하필이면 기자가 휴대전화를 챙기지 못한 채 출근한 날. 그 당선자는 당선소감 원고의 단어 하나를 고치려고 온종일 대답없는 휴대전화를 울렸노라고 했다. 고작 200자 원고지 석장 분량에서, 그것도 ‘대세’에 지장없는 사소한 단어 하나 때문에. 종이에 먼저 쓴 원고를 컴퓨터에 옮겨적는 게 평소 습관인데, 바빠서 그 순서를 어겼더니 영 신통찮은 표현이 있었다는 게 그의 용건이었다. 마감 직전 기자와 연락이 닿아 수화기 저편에서 안도하던 그의 숨소리를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 글쓰기의 두려움을 누구보다 더 즉각적으로 느끼는 이들이 바로 기자들 아닐까 싶다. 신문에 실었던 어쭙잖은 기사가 밤새 숱한 블로그들 속으로 퍼날려진 현실을 대면할 땐 등줄기가 서늘해지곤 한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기자들의 블로그 글도 ‘두려움 없는 글쓰기’의 그림자였을 터다. 그 글들이 무형의 인터넷 공간에서가 아니라 종이 위에서 한번이라도 정렬됐더라면 어땠을까. 부질없는 언사가 필화로 이어지는 경우의 수는 틀림없이 줄었을 것이다. 아이의 방학숙제를 도와주려 컴퓨터를 켜려는데 부러진 연필자루가 눈에 들어왔다. 드르륵 기계로 돌려깎으려다 내쳐 싱거운 객기를 더 부렸다. 참 오랜만에 서랍에서 연필깎는 칼을 더듬어봤다. 황수정 문화부 기자 sjh@seoul.co.kr
  • [길섶에서] 삶을 보는 눈/심재억 문화부 차장

    암(癌)과 같은 난치질환을 보는 유럽인들의 시각은 확실히 우리와 다르다. 환자 자신도 그렇고 병을 다루는 의사도 그렇다. 그들이 암 진단을 받고 나서 “나 위암이래. 이젠 술 끊어야겠어.”하는 식이라면 우리는 “내 인생 이걸로 끝이야.”라고 여긴다. 의사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쪽 의사들은 “친구가 하나 늘었군요. 앞으로 이 암세포와 잘 지내도록 노력하십시오.”라며 환자가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식이다. 반면 우리 의사들은 표정부터 가라앉힌 뒤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미 전이가 시작됐습니다.”라며 비관을 전제하기가 일쑤다. 보호자들이 매달리면 마지못한 듯,“넉넉잡아 6개월” 하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사형 언도를 하곤 한다. 바로 삶을 보는 시각의 차이다. 그들에게 삶은 꿈을 펼치는 무대지만 우리에게는 싸움의 대상일 뿐이다. 그들은 삶을 즐기지만 우리는 삶을 제압하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자신의 삶을 제압한 사람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최근 한 문화잡지 기고문에서 시인 이원은 이렇게 말했다.“삶은 싸워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한없이 달래고 쓰다듬는 것이다. 나는 이제 삶이 그리 비장하지 않은 것임을 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언론재단 이사장 후보 문화부, 정남기씨 추천

    자리가 비어 있는 언론재단 이사장에 정남기(62) 전 연합뉴스 이사가 내정됐다. 이사장 임명권을 갖고 있는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13일 “정씨를 단독 후보로 추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북 고창 출신의 정씨는 동국대 경제학과를 나와 합동통신에 입사했다가 1980년 언론통폐합 때 해직된 후 1988년 연합통신(현 연합뉴스)에 복직해 편집부장, 민족뉴스취재본부장 등을 지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세운상가 광교에 국제금융 클러스터”

    “세운상가 광교에 국제금융 클러스터”

    청계천 주변에 국제금융단지가 조성돼 서울이 동북아 금융허브도시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재 70m로 묶인 건축물 층고제한은 120m로 바뀐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11일 서울신문과의 새해 인터뷰에서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본점들이 몰려 있는 세운상가와 광교 사이에 ‘청계천 금융 클러스터’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단지에는 사무실과 주거를 겸하는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서 동북아 각종 국제금융기관 지점이나 사무실을 유치하게 된다. 전체 부지는 4만여평으로, 이 가운데 금융센터 부지는 1만 5000평이 확보된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김포공항의 활용도를 높여 나가기로 했다. 도쿄, 베이징을 오가는 셔틀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부산, 제주 등 지방과의 연계 수송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 시장은 “세계 유수의 설계전문가를 영입해 금융단지를 조성하겠다.”면서 “단지에서 모든 게 해결되도록 사무실과 주택 외에도 병원, 교육기관도 유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2007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매봉산 일대 1만여평에 중소기업전시장 및 컨벤션센터, 디지털콘텐츠센터가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이 들어선다. 시는 오는 10월부터 옛 석유비축기지 터인 이 일대를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첨단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자연생태, 환경교육 테마파크로 조성할 방침이다. 건평 1만 8000여평에 사업비 1720여억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3층짜리 건물을 짓는다. 1∼2층에는 중소기업 전용 전시장 및 컨벤션센터가 들어선다.3층에는 애니메이션 전용 극장과 비즈니스 지원시설, 정보자료실과 디지털 관련 교육시설, 창업 및 공동작업장, 기술지원시설 등이 갖춰질 예정이다. 이 시장은 또 “공사가 한창인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 부지 3000여평, 건평 1만 8064평에 1167억원을 들여 이 일대를 문화콘텐츠 메카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시설 또한 2007년 매듭짓는다. 첨단 뉴미디어 기업의 창작공간과 복합 체험관 연구개발(R&D)센터, 시네마파크 등 영상자료 공간, 방송사 공동제작 스튜디오, 디지털방송 제작을 지원하는 ‘디지털 매직스페이스’에다 방송사 시설도 유치한다는 청사진이다. 이 시장은 경제난으로 어려운 때 우선순위에서 처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문화콘텐츠가 하나의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운 데 따른 대책은 기본적인 것인 데다, 세계적 경쟁력을 감안할 때는 문화부문 투자로 더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어 나아가서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우주 전문가… 장애인에 이발 봉사

    공군은 10일 지난 한 해 공군의 위상을 높이거나 공군 발전에 크게 기여한 ‘2004년 공군을 빛낸 인물’을 선정해 발표했다. 선발 분야는 신지식·정보화, 조직 운영 발전, 희생·봉사, 체육·문화, 협력, 전투력 발전 등 6개 분야로 단체 3개팀과 개인 3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먼저 5년간 1600억원의 국방예산을 절감한 공군 군수사령부 제81항공정비창이 조직운영 발전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희생·봉사부문은 매주 주말과 공휴일이면 이발기구를 챙겨 장애인들의 집을 찾아 나선 공군 항공의료원 소속 ‘가위 손 군인’ 현종구(46) 원사가 수상했다.9년 전부터 사랑의 이발 봉사를 시작한 이후 그동안 현 원사의 손을 거쳐간 장애인 수는 5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신지식·정보화 분야에는 우주과학 분야에 해박한 전문지식을 갖춰 ‘우주 전문가’로 알려진 공군사관학교 항공우주연구소 최재동(44·중령) 기획관리실장이 선발됐다. 전투력 발전부문에서는 비행기술을 개발하고 무기체계 시험평가를 담당, 공군의 전투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 제29전술개발훈련비행전대가 선정됐다. 이밖에도 체육·문화부문에는 지휘봉 하나로 오지에서부터 국제 무대까지 종횡무진하며 공군의 위용을 과시한 공군 군악대장 이상수(47) 중령이, 협력부문에는 공군 예비역 인터넷 전우회인 ‘로카피스(ROKAFIS)’가 선정됐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선택적 복지제도’ 모든 부처 도입

    ‘선택적 복지제도’가 올해 공직사회에 처음으로 도입된다. 부처가 소속 공무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복지제도를 마련해 놓고 개별 공무원들이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동안은 수요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형태였다. 그렇다 보니 개개인의 기대에 미흡했고 불만도 많았다. 강기창 성과후생국장은 “공무원 입장에선 선택권이 넓어지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문화부·행자부·경찰청 등에서 시범운영을 했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선택할 수 있는 복지 내용에 따라 필수·선택·자율 등으로 구분한다. 생명·상해보장·의료비보장보험 등 보험은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들어준다. 선택사항은 건강관리나 자기계발, 여가활동 등을 기관별로 마련해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근속연수 등에 따라 주어지며 한도내에서 쓰면 된다. 기본이 300점 정도로 평균 600∼700점이다.1점당 1000원 정도 계산돼 금액으로 환산하면 60만원 안팎이 된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길섶에서] 나이롱 양말/심재억 문화부 차장

    ‘나이롱양말’의 변덕에 울고 웃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쪽을 켜서 만든 수제 스키를 꺼내들고 개울가 얼음지치기에 나섰다가 얼음장이 푹 꺼지면 아랫도리가 통째로 물에 젖곤 했는데, 이게 문제였습니다. 아무리 천둥벌거숭이지만 한겨울에 발이 몽땅 젖었으니 그 살이 얼마나 아렸겠습니까. 짓까불다 못견딜 만하면 검불을 모아 지핀 불가에 서캐처럼 들러붙어 양말을 말리곤 했는데,‘나이롱’이라는 게 참 허망해 휙, 불꽃만 스쳐도 오그라들고 눌어붙어 숭숭 구멍이 뚫리곤 했거든요. 시쳇말로 ‘씻고 벗고’ 양말은 그거 한 켤레뿐인데 그걸 ‘절딴’내 놨으니 눈앞이 캄캄할 수밖에요. 햇볕에 녹아 얼음판이 질척거릴 무렵, 코를 빼물고 들어서면 어머니는 낌새로 사달을 짐작하십니다.“뜨신 방에서 주는 밥이나 챙겨 먹지, 무슨 용오르는 일이 있다고 그런 델 가.” 꾸지람에 오금이 저리지만 그게 면죄부가 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 날은 종일 방안에서 뭉기적거립니다. 오리새끼도 아니고 한겨울에 맨발이 가당키나 합니까. 저물 녘, 어머니는 광목천을 덧대 기운 양말을 건네십니다.“또 불 옆에 갔단 봐라.”는 엄포를 따뜻한 눈총에 얹어.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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