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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법 논쟁 ‘2차전’] ‘신문 유통원’ 국고지원 대립

    [신문법 논쟁 ‘2차전’] ‘신문 유통원’ 국고지원 대립

    올 1월 국회를 통과한 신문법 논쟁 2차전이 시작됐다. 이번 신문법은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두가지 점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나는 어쨌든 여론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신문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했고, 다른 하나는 오프라인 매체 못지않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인터넷 언론을 제도의 틀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 성과도 구체적인 방법은 결정되지 않았다.7월 시행을 앞두고 실제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2차 논쟁을 앞두고 있는 것. 이미 전초전은 시작됐다. 세계신문협회(WAN)총회를 두고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각 신문들이 보도태도가 그것이다. ●신문유통원, 정부투자 vs 도덕적 해이? 신문법 가운데 유통원에 관련된 규정은 유통원을 설치하고 국가가 지원할 수도 있다는 37조뿐이다. 그 외에는 민법상 재단 규정을 원용토록 하고 있다. 국가가 주도하는 ‘공사’ 형식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도덕적 해이’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반대의견 때문에 ‘재단’으로 내려 앉았다. 이 때문에 문화관광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 다만 관련자들과 6월말이나 7월초까지 협의해 8월 유통원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언론노조 등 언론개혁 진영은 신문법 자체가 여론을 형성하는 ‘신문의 독특한 위상’을 인정한 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이런 위상을 인정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신문법의 입법 취지를 생각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바로 유통원이 법인 형태라 해도 정부가 많은 지분을 출자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들 주장이 순탄하게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미 조선·중앙·동아 등 몇몇 신문사들은 정부가 왜 사기업에 지원하느냐는 ‘딴죽’을 걸고 있다. 신문법 당시 논란이 됐던 “신문이 소주냐.”는 비유의 재판인 셈이다.WAN총회를 통해 다시 한번 신문법을 비판하고 정작 WAN총회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국회를 거쳐 증액됐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는 이들 신문사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논란을 피해 나가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한때 유통원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는 한 교수는 “초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에는 찬성하지만 유통원이 적자를 낼 경우 정부가 계속 이 적자를 보전해 줘야 하는가를 두고 벌어질 논란에 대해서는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언론, 취재 vs 편집? 인터넷언론의 인정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화부는 신문법에 따라 시행령을 만들면서 크게 ▲주체는 법인 형태 ▲콘텐츠는 30% 이상 자체 취재기사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문제는 인터넷언론이 법을 만들기 이전에 너무 다양한 형식으로 이미 분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3일 프레스센터에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토론회는 이런 논란의 연장선상이었다. 우선 법인 형태를 요구한데 대해 변희재 통신기자협회 기획위원장은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진보언론 사이트 ‘대자보’를 예로 들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인 형태를 규정하기 않을 경우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미니 홈피도 신문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30% 이상 자체 취재기사 조건도 논란이 됐다. 언론사닷컴 단체인 온라인신문협회 엄호동 운영위원장은 “신문법은 고전적 출판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양방향 매체의 특성을 담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또 미디어 다음이나 네이버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포털사이트도 신문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나간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들은 편집만 할 뿐 자체 기사 생산은 없거나 일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인터넷신문협회 부회장인 김봉국 이데일리 사장은 “인터넷 신문보다는 편집사로 등록해 그게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회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나타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옴부즈맨칼럼] 청년실업과 미디어의 역할/박상건 서울여대 겸임교수

    청년실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청년의 좌절과 사회적 단절은 공동체 문화의 피폐이며 국가 허브의 흔들림을 의미한다. 조국의 미래인 그들, 전국 대학생의 거의 절반인 56만 9000명이 휴학 중에 있다. 학기가 끝나면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지난해 6.7%였던 청년실업률은 8.6%로 뛰어올랐다. 지난 4월 한 대학신문의 조사에 의하면 대학생의 51.4%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같은 달 한강에서 자살한 한 휴학생의 유서에는 취직 고민이 배어 있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위험 수위를 알리는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와 조정과 통합의 공공저널리즘으로 사회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10개 종합일간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 1년간(2004년 6월4일∼2005년 6월4일) ‘취업’관련 보도는 총 978건이었다. 이 중 ‘대학생 취업’관련 보도는 590건이었다. 심각성에 비해 매우 적은 보도였다. 매체별로 보면 서울신문,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국민이 60건 이상, 나머지 신문은 48∼54건이었다. 이들 보도프레임을 분석한 결과 청년실업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의제설정)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이 대학내부의 경쟁력, 새로운 취업 백태와 풍속도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학생활 ‘취업을 위한 조건갖추기’로 변질” “순수 인문학 갈수록 도태” “졸업연기 ‘둥지족’는다” “고시촌 젊은이들 한탕에 물드는 모습 아쉬워” “대학생 87%, 현재 다니는 대학 불만” “도서관은 독서실이 아닙니다” “자기계발 하는 대학생 11.3%에 불과” 등 본질을 도외시한 부정적 접근의 기사도 적지 않았다. 반면에 문제의 심각성을 간파하고 정부에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경우도 있었다.“대학이 변해야 나라가 산다” “정부, 취업난 해결에 힘쓰길” “‘주먹구구’ 청년실업대책” “실업률 4년 만에 최고…절반이 청년실업” “‘백수’ 천지에 실업률은 3.5%?”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40개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분석” 같은 기사는 청년실업의 문제를 직접 찾아나서는 탐사보도의 모델을 보여줬다. 서울신문의 “‘25세 캔디소녀 서승주씨의 인생개척기’(2004년 11월20일),“구직 여성들 이색·틈새직업 노려라-미술심리치료사·마술사·헤리티지공예…”(2004년 11월24일),“천안 목천 여대생 100명 ‘취업전략 캠프’ 힘찬 함성”(2004년 8월28일) 등은 청년실업 극복기와 실질적인 취업정보를 전하는 공공저널리즘의 전형이었다. 이와 함께 “여름방학 잡으면 취업이 보인다”(2004년 6월14일)“취업난, 온라인 창업으로 극복”(2004년 7월14일) “중소기업 그곳에도 길이 있다”(2004년 9월23일) “여름방학 인턴·연수로 취업 터닦기”(2005년 5월9일) “대학생에 대한 편견 버리기를”(2005년 5월20일) “청년창업 성공의 기초는 자신감”(2005년 1월26자) “공모전’은 취업 지름길”(2005년 5월4일) 등의 기사도 미디어의 사회적 책무를 다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구호보다 구체적 대안이 필요한 때이다.60여개에 이르는 정부 부처와 위원회, 그 산하기관 그리고 유관기관과 단체가 업무특성에 맞는 범위 안에서 월, 연 단위 일자리 창출 목표를 세워 그 수치를 체크하며 국민의 지팡이 역할을 다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문제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보훈처는 국가유공자 취업부분, 산자부는 산업분야, 문화부는 문화예술인 자녀를 대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나간다면 그 효과는 만만찮을 것이다. 각 자치단체도 실업률 낮추기 계획을 세워 동참하고 각 정당의 정치공약 공모전과 모니터단 확대는 물론 한국학술진흥재단, 한국언론재단, 한국문예진흥원 등이 대학·대학생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해 집중 지원하는 묘안을 짜낸다면, 한 방울이 강물이 되고 바다를 이룰 것이다. 이런 일은 미디어가 그 방향타와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지면에 사회와 사회를 잇는 별도 섹션을 마련하여 프로모션은 물론 국내외 취업 타개관련 탐사보도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배고픈 자의 희망은 빵이다. 지금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은 가능성에 대한 정열”이라는 사실을 실감시켜 주는 일이다. 박상건 서울여대 겸임교수
  • [길섶에서] 곤로/심재억 문화부 차장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 유행시켰다는 ‘곤로’라는 게 있었지요. 유리심지가 아래쪽 기름통에 닿아 불을 피우는 조리기구였습니다. 더워서 연탄불 때지 못할 때 간편하게 밥 짓기에는 그만이었습니다. 한되들이 소주병 들고 기름집 드나드는 일은 귀찮았지만 안 먹고 살 수는 없었으니까요. 이 곤로가 신주단지처럼 부엌 가운데 떠억 자리를 잡습니다. 부엌에 아궁이 두개를 만들어 대솥과 중솥을 따로 걸어 썼지만, 곤로가 나온 뒤부터 작은 아궁이는 쓸모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거기 걸려 있던 무쇠솥은 헛간이나 뒤란을 뒹굴다 마침내 엿장수 손에 넘어가고, 아궁이를 메운 자리에 멋진 ‘후지카’ 곤로가 놓여 사랑을 독차지합니다. 땔감 안 들지, 힘들게 불 지피지 않아도 저절로 익히고 끓이니 얼마나 기특했겠습니까. 다들 ‘살다 보니 이런 세상도 다 있구나.’싶었지요. 한날, 이 곤로가 아버지의 비위를 건드렸습니다. 어떻게 튀었는지 밥상에 올린 찌개에서 석유 냄새가 진동한 것이지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아버지,“세상에 거저 좋고, 거저 편한 게 는디, 모두 다 새 것만 좋다고들 야단법석들이니….”하시며 가만히 밥상을 물리셨습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여담여담] 그림 감상하며 키스한 적 있나요?/최광숙 문화부 차장

    그림을 감상하다 키스를 한 적이 있나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입맞춤을 본 적이라도? ‘에이, 그림이 아니고 영화겠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겁니다. 최근 유럽 출장길에서 저는 클림트의 명작 ‘키스’ 앞에서 ‘진짜’ 키스하는 두쌍의 커플을 봤습니다. 그것도 제 바로 코앞에서. 야하지 않으냐고요?절대로 아닙니다. 클림트의 그림은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에 걸려 있습니다. 이 궁전에서는 클림트뿐 아니라 실레, 코코슈카 등 19,20세기 화가들의 걸작품을 구경할 수 있어 항상 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이는 곳입니다. 클림트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화가입니다. 금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나 공예학교를 졸업한 이력 때문인지, 그의 그림은 모자이크 타일형상과 금박이 나타나는 등 독특합니다. 저는 그의 대표작 ‘키스’를 보고자 바쁜 일정을 쪼개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말이죠. 벨베데레 궁전의 큰 홀에서 클림트의 ‘키스’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키스’가 있는 방은 정말 숨막힐 듯 뭔가 다른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저는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본전 생각에 계속 그림 주변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림 앞에는 친절하게도 앉아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길다란 나무의자가 놓여 있더군요. 나무의자에 앉아 그림 속에 푹 빠져있을 때 한 커플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들은 그림 앞에서 한참을 멈추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잠시 후 키 작은 여자 아이가 까치발을 하더니 부인에게 키스를 하는 게 아닌가요? 키스가 끝난 뒤에야 그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는데 다운증후군의 장애인 딸과 그 어머니였습니다. 눈과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한없이 행복한 얼굴이었습니다. 이어 등장한 또 다른 커플. 한 남자가 그림을 보면서 부인인 듯한 여인의 허리를 다정하게 끌어안더군요. 그림에 ‘중독’되어서인지 하나도 야하게 보이지 않았죠. 그 중년 남녀들도 그림과 하나가 되었는지 결국 뜨거운 입맞춤을 하더군요. 그들은 이미 그림속 주인공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이들 두쌍의 입맞춤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아, 명화란, 예술이란 저런 것이구나.” 클림트의 ‘키스’는 이렇게 우리들의 가슴속 가장 깊은 곳을 건드려 또 다른 사랑을 만들어내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었습니다. 최광숙 문화부 차장 bori@seoul.co.kr
  • [데스크시각] 한국문화의 화려함,그 속사정은…/김성호 문화부장

    한국의 문화와 문화예술인들은 이제 더이상 한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중문화든 순수예술이든 한국을 넘어 세계인들에 회자되는 한국문화와 문화예술인들은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우선 한류로 대변되는 대중음악과 드라마의 강세가 아시아권을 벗어나 세계인들의 관심을 높여가고 있고, 국제영화계에 돌풍을 일으킨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인들의 눈길과 발길을 속속 한국으로 돌리게 만들고 있다. 세계 정상의 해외무용단에서 한국 출신의 무용수들이 맹활약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일본 대중음악계를 놀라게 만든 스타 보아만 하더라도 지난 2월 일본에서 발매를 시작한 첫 베스트앨범 ‘BEST OF SOUL’이 마침내 100만장 판매를 돌파했다. 올해 일본에서 발매된 여성가수의 작품으로 100만장 돌파는 보아가 처음인 만큼 일본인들이 호들갑을 떨 만하다. 일본 열도와 홍콩 등 아시아권을 휩쓸고 있는 ‘욘사마’‘뵨사마’ 열기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한국의 젊은 작가 13명의 작품 17점 가운데 14점이 호가로 낙찰되어 주목을 끌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 폐막된 제58회 칸영화제에서 비록 한국영화는 이렇다 할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한국영화에 쏟아진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것으로 영화인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 한국문화에 쏟아지는 찬사나 외형상의 성세와는 달리 최근 들려오는 국내 문화예술계의 상황은 썩 좋아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한국이 주관하는 영화제며 도서전을 비롯한 각종 국제 규모의 행사가 삐걱거려 눈총을 받고 있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영화감독의 작품이 관객에게 외면당한다는 비보도 들린다. 당장 다음달 14∼23일로 예정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파행진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집행부에 대한 불신으로 영화인들간 내홍이 불거진 이 영화제는 현상태로 봐선 조직위원장과 이사진은 물론, 실질적인 집행위원장도 없는 상태에서 양분된 채 비상체제로 진행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영화제 사무국 프로그래머팀이 출품 섭외를 위해 지난 칸 국제영화제를 분주하게 뛰었지만 국내 영화계의 시선은 냉담하다. 적지 않은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작품 출품이나 참가 거부를 선언했고 영화인회의와 영화감독협회 등 단체들도 ‘보이콧’에 나서 자칫 국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상태다. 부천영화제의 파행과 함께 3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05 서울국제도서전’에 쏠리는 문화계 안팎의 시선도 곱지 않다. 명색이 국제도서전인데도 사실상 국내외 출판사간 저작권 거래가 거의 없어 국내 출판사끼리의 동네잔치로 치러질 전망이다. 독일에서 10월 열릴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본 행사에 앞서 진행된 한국 주빈국 행사도 현지에서 부실하게 진행돼 빈축을 샀다. 해외도서전 주빈국에 열을 올리기에 앞서 국내 출판산업 살리기에 우선 신경을 써야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바깥의 화려함보다는 안으로부터의 실속을 챙기고 기초를 먼저 다져야 한다는 충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Ⅲ-시스의 복수’가 개봉 첫 주말 전국 63만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는 사실에 얹혀 ‘단관개봉’을 선언하며 실험에 나섰던 김기덕 감독의 신작 ‘활’ 참패 소식이 씁쓸함을 더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흥행이 다반사이고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이란 점에서 스타워즈의 국내 흥행성공은 썩 대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영화 개봉때 일단 스크린부터 확보하고 봐야 한다.’는 영화판의 관행에 딴죽을 걸고 고집을 밀어붙였던 한 감독의 자부심이 꺾인 것 같아 아쉬움에 앞서 걱정이 더한다.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문화가 뻗어나가고 인정받음은 기분좋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의 화려함 이면에 쌓여있는 국내 문화예술계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언제까지나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김기덕 감독의 ‘단관개봉’ 참패를 보는 시선이 더 무거운 것이다. 김성호 문화부장 kimus@seoul.co.kr
  • [오늘의 눈] 신문의 위기…신뢰의 위기/조태성 문화부 기자

    비판이론의 대가, 모더니티의 옹호자, 공론장 이론가, 유럽통합의 철학적 아버지…. 독일의 석학, 위르겐 하버마스에게 따라붙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그런 그가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석학인 데다 독일인인 만큼 한국 사람들은 끈질기게도 한국통일에 대해 ‘한말씀’을 부탁했다. 남긴 대답이 걸작이다.“그건 당신들이 걱정해야 할 문제다.”자신은 유럽인으로서 유럽의 미래를 고민했으니 한국의 미래는 한국인인 당신들이 고민하라고 쏘아붙인 것이다. 찬란한 타이틀이 붙은 외국인이 올 때마다 우르르 몰려서 한마디(?) 받아내고는 일희일비하는 한국인들의 우스꽝스러운 행태를 정확하게 짚어낸, 너무 정확해서 찜찜하기까지 한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학술과 미디어를 맡은 ‘죄’로 이런저런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난 뒤, 이런 찜찜함은 더해간다. 1일 막을 내린 세계신문협회(WAN) 총회도 그랬다. 총회 첫날 개정 신문법에 대한 외국인들의 질문은 법안 내용을 제대로나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입법의 모범사례로 소개됐던 북유럽의 참석자조차 비슷한 질문을 하는 통에 저들에게 개정 신문법을 영어로 번역, 설명해준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더 가관인 것은 다음날 신문을 펼쳤을 때다. 이때다 하고 우르르 달려 들어 ‘WAN이 이렇게 말했는데‘라며 개정 신문법을 윽박질러 놓은 글들을 보고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신문의 위기는 서구 신문의 위기와 사뭇 차이가 있다. 수차례 조사에서 드러났듯 바로 ‘신뢰’의 위기다. 신문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를 외면한 채 ‘잘 사는 나라일수록 신문을 많이 읽는다.’고 떠들어봐야 ‘예수님 믿는 나라가 잘 사니 예수를 믿어야 한다.’는 개신교 광신도의 궤변과 논리상 별 차이가 없다. 다음 WAN 총회에서는 우리가 ‘신뢰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자랑스럽게 발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태성 문화부 기자 cho1904@seoul.co.kr
  • [길섶에서] 횟가루포대 시절/심재억 문화부 차장

    ‘횟가루 포대 갖고 똥 누러 가는 놈’이라는 말이 있지요. 뻣뻣한 횟가루 포대를 찢어들고 뒷간을 찾을 만큼 사리분별 못하는 사람을 빗댄 말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누른 횟가루 포대 종이는 두껍고 질겨 딱지를 만들거나 책표지 입히기는 그만이었습니다. 예전에야 이런 종이까지 미제를 수입해 썼다는데, 다른 건 몰라도 미제가 참 실하긴 했습니다. 미국이 지원한 구호용 밀가루를 배급할 때면 마을 공터에 아이들이 왁자하게 모여들었습니다. 빈 종이포대를 얻어가기 위해서지요. 그걸 가져다 실밥 풀어 손질하면 방바닥 장판지로 그만이었거든요. 요즘 최신식 아파트도 방바닥만은 노리끼리한 패턴 일색인데, 다 이 횟가루포대가 내력이 아닐는지요. 이걸 방바닥에 바르고 니스나 들기름을 먹여 놓으면 반질거리는 게 여간 좋아보이지 않았거든요. 새로 기름 먹인 장판지 위에 누워 잠이 듭니다. 콧구멍만한 봉창이지만 새 장판지 때문에 기분 좋게 밝고 쾌적합니다. 방바닥에 얼굴을 대고 잠 들라치면 코로 스미는 들기름 내가 참 새롭고 안온했습니다. 햇빛 밝고 조용한 날, 제비 재잘대는 소릴 들으며 조는 그 풍치라니.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문화부등 69곳 교육 안해

    문화부등 69곳 교육 안해

    국회 사무처 55.7%, 대통령 비서실 60.8%, 국가인권위원회 42.8%. 공공기관의 성희롱 예방교육 참여율을 보여주는 수치다. 지난 1년 동안 공공기관에서 성희롱 예방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성적표’가 1일 공개됐다. 지난 1995년부터 공공기관의 교육 실태를 점검하고 있지만 국가기관별 교육 참여율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전체적으로 교육 참여도는 늘었지만 추진실적을 내지 않거나 참여율이 턱없이 낮은 기관도 수두룩했다. 여성부가 전국 1만 141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점검해 발표한 ‘2004년도 성희롱 방지조치 추진실적 결과’에 따르면 추진실적을 아예 내지도 않은 곳이 64개 기관이나 됐다. 국가기관 중에서는 통일부와 건설교통부, 식품의약품안전청,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중소기업특별위원회, 국민경제자문회의, 동북아경제중심추진회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등 9곳이 실적을 내지 않았다. 실적을 냈지만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곳은 모두 69개 기관이었다. 국가기관에서는 문화관광부가 유일했고, 대구광역시 북구는 2년 연속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충전담창구를 설치하지 않은 곳은 58개 국가기관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유일했다. 농림부와 해양수산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3곳은 예방지침을 제정하지 않았다. 입법·사법·행정을 통틀어 국가기관 가운데 교육인원 참여율이 가장 낮은 곳은 감사원으로 22.8%에 불과했다. 행정자치부(37.5%)와 국세청(40.9%) 등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남녀차별 진정사건을 다루는 국가인권위원회는 42.8%에 불과했으며, 대검찰청과 청소년위원회도 각 59.8%,79.1%로 체면을 구겼다. 청와대의 경우 대통령비서실이 60.8%로 낮은 참여율을 보인 반면, 대통령경호실은 200%로 세 배 이상 차이가 나 눈길을 끌었다. 국회사무처와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등 입법부 산하 기관들도 각 55.7%,66.8%,63.6% 등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에 무관심했다.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각 71.3%와 67.1%로 참여율이 낮았다. 참여율이 높은 국가기관으로는 농촌진흥청 357.4%로 1위에 올랐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기획예산처, 철도청 등도 200%를 넘는 참여율을 보였다. 중앙인사위원회(178.1%)와 여성부(148.7%) 등도 비교적 참여율이 높았다. 성희롱 예방교육은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공공기관에서 매년 한 차례 이상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돼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길섶에서] 써래/심재억 문화부 차장

    쟁기질 일꾼 남용이가 아침부터 아버지의 타박을 듣습니다. 무논에 이빠진 써래를 그냥 밀어넣은 게 발단입니다. 써래라는 게 망치 자루만한 이빨을 성기게 박아 모내기할 무논을 빗질하듯 가는 농구였는데, 이 걸로 덩이진 흙을 으깨지 않으면 손끝이 쉬 헐어 모내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허섭한 사람 같으니라고. 써래질 그렇게 건성으로 할라치면 이종도 몽땅 네 놈이 해.” 농 섞인 나무람이지만 남용이는 무안해 어쩔 줄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게 농사일이라는 게 몸보다 마음으로 하는 일이라는 걸 남용이가 모를 턱이 없거든요. 그 ‘마음’이라는 게 ‘정성’의 다른 말이니,‘나락이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큰다.’라는 말 허언이 아닙니다. 서둘러 마른 가지를 추려 이빨을 박은 남용이가 써래질을 시작합니다. 바짓가랑이를 다 적시며 써래질하는 남용이 뒤를 따라가다 보면 어디선가 뜸부기 소리 꿈결처럼 퍼져 오고, 소 부리는 남용이의 걸쭉한 목청도 구성집니다. 반나절쯤 논배미 하나를 써래질하고 먹는 고봉 새참밥은 또 얼마나 맛납니까. 다 노동이 주는 여락이니, 일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는 사람이 이런 즐거움을 알 턱이 없지요.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쇠고기/심재억 문화부 차장

    쑥스러운 얘기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쇠고기를 먹지 못했습니다. 자주 먹을 형편도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 모처럼 밥상에 쇠고깃국이 올라도 소냄새(노린내) 때문에 도무지 손이 가지 않았지요.‘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더라.’고 그것도 다 빈한한 탓이었겠지요. 다산의 목민심서를 읽다 보니 이런 대목이 있더군요.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얼추 500마리의 소를 잡아 치우는데, 그러다 보니 소가 귀해 농사철에 항상 논갈이가 늦다. 마땅히 소 도살을 금하면 수년 내에 소없어 농사일 때를 놓치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 이 때가 영조-헌종 연간이니, 도처에 유리걸식하는 유민이 널렸던 그 시절의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 ‘500마리’는 필시 고관대작이나 팔도의 양반, 목민관들의 밥상, 술상에 올라 ‘왕조의 몰락’에 기여했을 것이고, 그러니 딸깍발이라도 입신양명에 목을 맸겠지요. 그보다 훨씬 나중, 그것도 살 만큼 산다는 20세기에 ‘쇠고기 자주 먹을 형편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려니 자괴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니 율곡이 “농본국에서 농우를 어찌 잡아먹겠는가.”라며 쇠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다는 걸 위로 삼을 수밖에요.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여담여담] 결혼이 ‘벤처’인 사회/김미경 문화부 기자

    남녀공학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주변 ‘싱글’들이 부탁하는 소개팅이나 선을 주선해온 지 벌써 여러 해가 흘렀다. 그동안 다행스럽게도 멋진 몇 커플을 탄생시키며 명성(?)을 얻었다. 지금도 싱글친구들과 선후배, 출입처 지인들이 기자의 ‘오지랖’을 믿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활약상’이 예전같지 않다. 근래 들어 성공률이 현저히 떨어져서다. 또 주변에 이혼이 늘어나는 등 척박한 현실도 한몫한다.‘내가 연결해준 커플이 갈라선다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에는 예외가 없다. 그래서 머뭇거리게 된다. 부러움속에 결혼했던 커플들이 갈라섰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세 커플 중 한 커플은 갈라선다.’는 통계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경제난 등 여러 이유로 헤어지는 부부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자랑스럽게 청첩장을 돌렸던 친구가 ‘혼수’갈등으로 결국 결혼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까지 생겼다. 이제 이혼이나 파혼은 결혼하는 것만큼 일상적인 일이 된 것일까? 이러다 보니 주변에 화려한 ‘싱글족’이나 ‘딩크족’이 늘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결혼하면 불행하다.”고 외치는 싱글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각종 모임을 만들어 나름대로 즐거운 삶을 영위한다. 이제 결혼은 적령기도, 당위성도 없는 힘빠진 관습이 돼버린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사회의 기본 근간이다. 가정의 붕괴는 출산율 저하는 물론, 정신적인 혼란을 초래해 결국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 될 것이다. 오죽하면 최근 한 민간 경제연구원이 저출산을 막기 위해 독신에게 ‘독신세’를 물리자고 주장할 정도가 됐을까? 이런 의미에서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혼을 유도하지 않는 건강한 사회를 추구하는 것은 모든 이들의 책임일 것이다. 국내 유수의 결혼정보회사가 최근 ‘자동매칭시스템’특허를 내 벤처기업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회사측은 이 시스템을 통해 회원들을 사회계층, 생활스타일, 생물학적 특성별로 지수화해 이에 맞는 이성을 자동으로 연결해준다. 매칭시스템을 통해서라도 천생연분을 만나면 좋으련만, 결혼이 ‘100개 생기면 1개 살아남는’ 벤처와 같이 어려운 ‘사업’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미경 문화부 기자 chaplin7@seoul.co.kr
  • [오늘의 눈] 웃찾사 개그맨들 ‘허무개그’/홍지민 문화부 기자

    지난주 소속사 스마일매니아 박승대 대표 밑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던 개그맨들이 있었다.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했고, 강압에 의해 말도 안 되는 이중 계약을 맺게 됐다고 울먹였다. 이들은 특히 “억울한 상황을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사뭇 비장한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일주일이 흘렀다. 이들은 적으로 돌렸던 박 대표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동침’을 선언했다. 국민에게 제대로 된 개그를 선보이기 위해 뭉치겠다고 했다. 지켜보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허무 개그하냐?”는 속삭임이 이어졌다. 직전까지 개그 연기자들은 이미 대화를 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고, 단 하루도 함께할 수 없다고 공언했던 터였다. 하지만 사태가 불거진 이후 18일 점심 즈음, 처음으로 만남을 가졌다는 박 대표는 “대화를 하니,10분 만에 오해를 풀고 모든 게 정리됐다.”며 웃었다. 정말 그렇게 간단히 풀릴 문제였는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개그맨 연기자들은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을까.‘밥그릇’ 문제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처음에는 불공정 계약의 약자 입장으로 지지를 받았지만, 그동안 그들의 인기를 담보하고 있는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 시청률은 곤두박질쳤다. 또 타 매니지먼트사로의 이적설이 떠돌며 여론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물론, 파문에 마침표를 찍고 싶은 SBSi의 압력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윤택 등은 “우리는 자극적인 단어 사용을 삼갔으나, 일부 언론이 노예 계약이라는 선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사태가 과장됐다.”고 파문 확산의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했던, 계약금도 없는 15년 기간의 계약과 비인간적인 처우. 노예 계약이란 단어 외에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어쨌든 박 대표와 윤택 등의 화해에 일단 박수는 보내고 싶다. 하나, 앞으로 시청자들이 이들의 개그를 통해 진정한 웃음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실소를 머금게 했던 이번 사태의 잔상을 지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홍지민 문화부 기자 icarus@seoul.co.kr
  • [길섶에서] 상이군인/심재억 문화부 차장

    상이군인 참 많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야 군경 안 가리고 한 묶음으로 ‘상이군인’이라고들 했지요. 이들은 더러 두셋씩 짝지어 동냥을 하기도 했는데, 춘궁기 촌살림, 무슨 양식이 넉넉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가다가는 야박하달 문전박대도 당하곤 했는데, 그럴 때면 어떤 이들은 문간에서 내놓고 강짜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나라 위해 몸바친 사람들 국가가 보살피지 못한 죄이지요. 그들이 정말 상이군경이라면 여생을 구걸로 연명하도록 한대서야 말이 아니지만, 암튼 어린 내게 그들은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쇠붙이 의수를 번쩍이는 상이군인이 보이면 으레 뒷걸음으로 멀찌감치 물러나곤 했는데, 한 날은 어찌어찌 하다가 동네 장정과 이 상이군인이 드잡이까지 하게 됐지요.“없어서 못 주는데 왜 욕질이냐.”는 말에 “너 오늘 임자 만났다.”며 대드는 게 여간 살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둘이 화해술을 나누게 됐는데, 술이 몇 순배 돌아 취기가 솟자 이 상이군인, 눈물을 훔치며 말합니다.“나야 죽는 게 낫지만 내질러 놓은 새끼들, 굶겨 죽일 순 없잖소?” 그 날, 봄가뭄으로 달아오른 붉은 노을이 슬프고, 어린 내 마음도 울울 함께 타들어 갔습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정책홍보담당관 기자들이 점령?

    정책홍보 강화 차원에서 추진되는 정부의 민간 홍보전문가 채용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전체 65개 대상기관 가운데 17일까지 모두 16곳이 채용을 마쳤고, 이 가운데 10곳은 신원조회까지 끝나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재정경제부와 통일부, 산자부, 과기부, 기획예산처, 공정위, 부방위, 산림청, 중소기업청, 해양경찰청이 채용을 끝냈다. 법무부, 문화부, 농림부, 정통부, 인사위, 금감위는 현재 신원조회가 진행되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상당수가 기자 출신인 점이다.10개 기관 15명 가운데 8명이 전·현직 기자 출신이다. 재경부의 남대희(한국일보 차장) 홍보기획팀장과 김준구(조선일보 기자) 홍보기획담당, 통일부의 성일권(디지털타임즈 논설위원) 정책홍보팀장, 산자부의 이강윤(문화일보 기자) 정책홍보팀장·김윤미(인터넷 기자) 정책홍보담당, 공정위의 김주혁(서울신문 부국장) 정책홍보팀장·신동민(파란닷컴 기자) 정책홍보담당, 부방위 김덕만(헤럴드경제 기자) 공보담당관 등이다. 언론학 박사나 교수·연구원 출신으로는 기획예산처의 김인숙(외국어대 출강) 정책홍보팀장과 과기부의 고홍숙(연세대 언론연구소 연구원)씨, 허인서(뉴욕시립대 미디어학 전공)씨 등이다. 홍보기획사 출신으로는 통일부의 이상희(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홍보담당)씨와 해양경찰청의 한혜진(버슨-마스텔러 이사)씨가 대표적이다. 산림청의 최관묵(주식회사 나산 홍보팀장)씨도 이 범주에 든다. 이처럼 기자들이 상당수 기용된 데는 까다로운 지원조건과 언론시장의 환경악화, 그리고 정부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17일 “12년 이상 유관경력 등을 요구하다 보니 인력풀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자연히 기자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책홍보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기관은 재경부다. 남 팀장과 김준구씨 외에 외신대변인에 홍보기획단 대외홍보담당관을 맡았던 송경진씨를 임명하고, 정책리서치 전문가로 최은영씨를 영입했다. 이들 외에 조만간 외신모니터링 요원과 영문에디터, 정책리서치 요원 등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채용된 김덕만 부방위 공보담당관은 “결재과정이 너무 많고 공무원들의 업무 융통성이나 컴퓨터 활용능력이 민간보다 떨어진다는 느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오는 20일 부·처·청과 위원회 등 63개 기관의 정책홍보관리실장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갖는다. 정책홍보를 보다 강화해 줄 것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길섶에서] 스미치온/심재억 문화부 차장

    돼지감자 싹이 한창 키자라던 그 해 봄날, 마을은 죽은 듯 가라앉았고, 사람들은 방죽 너머 앵이네 집을 힐끗거릴 뿐 도무지 말들이 없었다. 뭐가 뒤틀렸는지 아버지와 다툰 앵이 오빠가 농약을 들이키고는 종일 숨을 그렁거리다가 해가 막 떨어질 무렵, 절명했다. 사람들은 “용해 빠진 사람이 왜 그런 독한 짓을 했을까.”라며 짠한 표정들이었고, 이미 넋을 놓아버린 아들 살리겠다며 비린 녹두를 갈아 먹이며 온갖 토악질을 다 받아내던 앵이 엄마는 마당 한가운데 널브러졌다. 앵이 오빠가 홧김에 들이킨 농약은 스미치온이었다. 냄새만 맡아도 진저리가 쳐지는 맹독성 살충제였지만 물에 풀릴 때면 흰 결로 번지는 게 꼭 쌀 씻어내리는 뜨물 같았다. 농사철이면 그런 스미치온이 집집마다 널렸는데, 그게 그만 한 목숨 거둬간 것이다. 그 날, 하릴없이 마루에 누웠자니 선반 위 스미치온 병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사람을 죽였다는 생각에 가만 살펴 보려는데 벽력같은 호통이 뒤통수를 때렸다. 아버지였다.“귀때기 피도 안 마른 눔이 애비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댄다.”는 것이었는데, 그 후 우리집 선반에서 다시는 그 스미치온 병을 보지 못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오늘의 눈] 이해하기 어려운 낙산사 복구지원/임창용 문화부 차장

    ‘화재로 소실된 민간 재산이 문화재라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복구비 전액을 대야 하는 것인가?’ 17일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낙산사 화재피해 복구대책을 보면서 생긴 의구심이다. 문화부는 이날 국비 45억 7000만원, 지방비 27억 5000만원, 복권기금 15억 6000만원 등 총 88억 8000여만원을 낙산사 복구를 위해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복구비용엔 소실된 원통보전 등 전각 13개동과 동종 복원은 물론 경내 조경과 안내판 등 각종 시설까지 포함되어 있다. 정부가 단일 화재 지원금액으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거액을 지원하는 근거는 단 한가지.‘문화재’라는 이유 때문이다. 낙산사는 이번 화재로 원통보전과 동종 등 상당수의 문화재를 잃었다. 원통보전 일원은 국가지정보호구역으로 일곽(一廓) 지정되어 있어 낙산사 경내 대부분의 전각은 문화재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화재 피해지역이 ‘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데다 소실 문화재 정비 차원에서 전액을 지원키로 한 것이라고 문화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복구지원대책은 지원 근거나 액수, 그리고 책임 문제 등에서 강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우선 민간 소유 문화재 망실에 대한 전액 국가 지원의 문제다. 비록 문화재일지라도 그 소유주가 엄연히 민간인 이상 주인으로서 관리·보전은 물론 망실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십동의 전각을 소유한 낙산사는 화재보험조차 제대로 들지 않았다. 이번 피해로 5억여원의 보험금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양양 제1의 관광명소인 낙산사가 거두어들인 문화재 관람료의 100분의1만 보험료로 냈어도 이번 복구비의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재난지역’이란 지원근거도 그 형평성 문제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화재로 재난지역에 거주한 주민들은 집이 전소됐을 경우 1500만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똑같은 근거로 복구비 전액을 지원받은 낙산사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미미한 금액이다. 문화재는 소중하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 또한 그 못지않게 소중하다. 향후 다른 사찰이나 단체, 민간인이 소유한 문화재가 이번과 비슷한 이유로 망실될 경우 그때마다 국민의 세금으로 전액 복구해줄 것인가? 잘못된 국고 지원의 선례로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 임창용 문화부 차장 sdragon@seoul.co.kr
  • 코엘료 신작 ‘오 자히르’ 이란서 판금 조치

    국내에도 ‘연금술사’ ‘11분’ 등이 번역 소개돼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새 작품 ‘오 자히르(O Jahir)’가 이란 당국에 의해 판매금지 및 압수 조치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BBC 인터넷판은 지난주 테헤란에서 열린 책 박람회 행사에 비밀요원들이 들이닥쳐 이 책 1000권을 압수했으며,“앞으로 이란에서 코엘료의 작품은 모두 판매금지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이란측 대변인인 캐러밴 출판사의 마라시 헤자지는 “요원들이 판금 배경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며 다만 이란 문화부가 그 전부터 코엘료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이 소설은 종군기자 아내를 둔 유명작가의 환상적 모험을 다룬 소설로, 어느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내를 좇아 세계를떠돌던 작가가 결국 사랑의 본질과 운명의 힘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 자히르는 아랍어로 ‘한번 맞닥뜨리면 사고를 점령해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란 의미로 우리말로는 집착으로 번역될 만하다. 코엘료는 프랑스 출판사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갑작스러운 압수 조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클릭이슈] 정부 개발사업 생태·자연도 기준은

    [클릭이슈] 정부 개발사업 생태·자연도 기준은

    기업도시·신도시 등 정부의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에 비상이 걸렸다. 환경부가 환경보호를 위해 만든 ‘생태·자연도’의 기준에 어긋나 개발행위 자체를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개발 주체인 건설교통부, 지자체 등은 환경부의 독자 정책에 절차상 문제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생태·자연도’란 환경부가 전국의 산·하천·농지·도시를 생태적 가치, 자연성, 경관 가치 등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분류한 것. 예컨대 토종 어류가 20종 이상 서식하는 하천이나 1만마리 이상의 철새도래지는 1등급으로 분류돼 개발행위 대신 자연·생태환경의 보완이나 복원만 가능하다. ●생태·자연도 덫에 “국책사업 어쩌나.” 생태·자연도가 논란이 되는 것은 1등급지에 다수의 국책사업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기업도시 건설사업이다. 기업도시 시범사업을 신청한 8곳 가운데 전남 영암·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와 충남 태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가 1등급지에 가장 많이 포함돼 있다. 영암·해남 기업도시는 전체 3300만평의 45%가량이 1등급지에 해당된다. 건교부 김정렬 기업도시 과장은 “1등급지가 절반이 되면 활용 가능한 면적은 그 이하로 준다.”면서 “이런 상황에선 J프로젝트는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철새도래지인 태안의 경우는 개발이 더 어렵다. 전체 면적의 90% 정도가 1등급지로 분류돼 사실상 기업도시 건설이 불가능해진다. 경기도 시화신도시도 대부분의 지역이 1등급지에 해당된다. 건교부는 환경부의 기준대로라면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임대단지도 차질이 예상된다. 대부분의 국민임대단지는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조성하는 지역이다. 자칫 임대주택 100만가구 건설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지구 지정이 끝난 지역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앞으로 추진지역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태안군과 영암·해남군도 환경부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는 이어 “청정도를 따지면 섬진강을 낀 광양과 하동이 훨씬 더 깨끗한데 이 지역은 1등급에서 제외됐다.”면서 “분류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1997년부터 작업을 시작해 청정도 등이 일부 바뀐 지역도 있을 것”이라면서 “불합리한 부분은 수정하거나 주민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국립환경연구원의 용역에 따라 생태지도를 그린 것일 뿐 최근 입안된 기업도시가 어디에 있고, 신도시가 있는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절차 논란 환경부는 지난 4월25일부터 이달 13일까지 공람공고를 거쳐 지자체 등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건교부와 문화관광부는 이 과정에서 부처간 협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자연환경보전법 개정 때와 2000년과 2004년 생태·자연도 작성 지침을 만들 때 건교부 등과 부처간 의견 수렴을 했다고 밝혔다. 건교부와 지자체 등은 입법예고나 행정행위는 주민공람 등에 앞서 각 부처의 의견을 듣는 게 순리이며, 자연환경보전법에 근거해 생태·자연도 작성 지침을 만들었다면 부처간 협의가 필요하나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강제조항인가 참고사항인가 환경부는 생태·자연도 작성지침이 예규로서 행위의 제한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환경영향평가나 사전환경성 평가 때 참고하라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건교부, 문화부 등의 의견은 다르다. 환경영향평가 때에는 반드시 이 예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참고사항이라고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때 1등급 기준을 들이대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사실상 강제조항이다.”라고 말했다. 문화부 윤원중 기획총괄팀장은 “행위제한 요소가 있어 면적 축소 우려는 있다.”면서 “환경부가 적용에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교부 관계자도 “현재의 규정대로라면 많은 사업에 악영향이 미친다.”면서 “좋은 제도이기는 하지만 도입이나 적용과정에서 현실성 있는 유연한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이상호作 ‘생태-순환’

    제24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봄전시(문인화, 서예, 비구상) 부문의 대통령상 수상자(작)로 이상호(39) 씨의 조각 ‘생태-순환’이 선정됐다고 한국미술협회가 16일 발표했다. 이 작품은 100×250×95㎝ 크기의 검은색과 흰색의 화강석으로, 누에고치의 부분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생명의 근본성을 표현하고 있다. 신은숙 조각분과 심사위원장은 “조형상 구축적인 형상에 공간성과 양감, 그리고 흑백 색채의 적절한 조화로 생태의 순환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수상자 이씨는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경북 경산시에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2003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했다. 국무총리상은 문인화 부문 성흥제(49)씨의 ‘홍매’, 문화관광부 장관상에는 양화 부문 정경희(31)씨의 ‘기억을 날리다’와 한국화 부문 김정자(47)씨의 ‘자연’이 각각 선정됐다. 이번 미술대전에는 비구상 부문에 948점, 문인화 부문에 1531점, 서예부문에 1907점이 응모했으며 수상작은 대통령상 1점, 국무총리상 1점, 문화부장관상 2점, 미협 이사장상 7점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수상작 전시회가 개막하는 20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길섶에서] 송홧가루/심재억 문화부 차장

    소나무가 많은 나라이지만 도시에 갇혀 살다보면 소나무 꽃가루인 송홧가루를 체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송홧가루는 지금이 제철입니다. 비가 내린 뒤 산비탈 소발자국에 고인 물에 노란 송홧가루가 떠있습니다. 이 무렵이면 솔밭에서는 송진내가 진동하고 물오른 솔가지 끝에서는 새 순이 죽순처럼 자라 절정의 봄을 그려냅니다. 수삼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위패를 모신 사찰을 찾아 젊은 학승 한 분과 담소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자식 노릇 못한 죄책감에 등 떠밀려 혼자 절을 찾았던 것인데, 그래선지 이런저런 말 끝에 나도 몰래 어머니의 사후를 궁금해 했지요. 그때 그 스님이 말씀하시더군요.“사람이 죽어 산 사람과 헤어졌다고 여기는 것 또한 오로지 산 사람의 생각일 뿐입니다. 지금 보살님께서 드시는 차 한잔, 선과(禪菓) 한 조각에도 어머니는 계십니다.” 그 선과는 송홧가루로 만든 것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는 입안에 넣은 선과를 차마 씹을 수가 없었습니다. 길지 않은 자리를 파하고 솔밭 길을 되짚어 돌아오는 길. 사위에 솔바람 소리만 가득하고, 바람결에 노란 송홧가루가 뽀얗게 나부껴 눈자위가 시리던 그 해 오월 어느날.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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