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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패션위크 ‘한국 쇼룸’ 운영

    내년 2월 열리는 뉴욕패션위크 기간에 한국 패션의 매력을 알릴 한국 패션문화 쇼룸이 현지에서 구축·운영된다. 한국 패션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현지 언론에 대한 홍보 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정부 예산만 낭비하는 일회성 행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뉴욕패션위크 기간인 내년 2월12~14일 현지 뉴욕 퍼블릭 라이브러리에서 한국 패션문화 쇼룸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 측은 뉴욕 현지에서 세계적인 사진가인 잭 피어슨에게 화보촬영을 맡기고, 영문 웹사이트를 구축·운영하며, 로즈마리 트로켈과 커티스 앤더슨과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연계한 의상 전시를 기획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공공도서관의 패션 쇼룸은 전시 큐레이터인 윌프레드 딕호프가 참여할 예정이다. 3일간의 뉴욕행사를 위해 정부는 12억원가량의 정부예산을 투여한다. 이번 행사는 국내 유명디자이너가 패션쇼에 참가하면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뉴욕 행사에 참여하게 된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씨는 “개별 디자이너들이 뉴욕 패션쇼에 참여하게 될 경우 현지 언론으로부터 반응을 얻기도 어렵지만,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후원하고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게 될 경우 바이어와 프레스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현지언론과의 구체적인 홍보계획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일반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니라 뉴욕 등의 패션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을 만들기 위한 것이므로, 일차적으로 웹사이트를 통해 홍보를 할 것”이라고 밝히고, “CFDA를 통해 홍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한 답변을 내놓았다. 뉴욕패션주간에 패션쇼를 제외하고 근방에서 열리는 패션 관련 행사는 1000여개로, 적극적으로 홍보와 마케팅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행사에 대한 흔적이 뚜렷하게 남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올 7월 LA카운티미술관(라크마)에 한국관을 신설하면서 문화부와 외교통상부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여했지만 현지 언론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서울 구석구석 돌며 만난 사람·풍경 이야기

    ‘서울, 북촌에서’(김유경 글, 하지권 사진, 민음인 펴냄)는 경향신문 문화부장을 지낸 김유경씨가 북촌을 비롯해 서울 구석구석을 돌며 만난 사람과 풍경을 촘촘히 엮어놓은 책이다. 중견 사진가 하지권씨 등이 찍은 200여컷의 사진들이 북촌의 향취를 그대로 아로새긴 듯 생생하다. “서울 사람이 갖는 감수성의 맥을 따라 처녑 속 같은 북촌의 문화를 관통하는 여정이었다.”고 저자는 감회를 전한다. 수많은 주민, 문화인, 건축물, 자연의 모습이 옴니버스처럼 펼쳐진다. 가회동과 삼청동 중심의 종로구 일대 한옥은 “북촌 풍경의 백미”로 꼽을 만큼 아름답다. 흔히 북촌 하면 양반 대가들의 동네를 떠올리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집들이 많단다. 철물점 주인, 한옥을 재건축하는 대목장, 서울 토박이인 음악 칼럼니스트 등과의 대화가 한옥 생활의 묘미, 옛것의 가치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도심에서 북악산으로 접어드는 삼청동길은 호젓한 주택가에서 인파가 북적이는 상가로 변신했다. 눈요깃거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이어 생기와 활력이 넘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희비의 시선이 엇갈린다. 저자는 북촌이 서울시의 보호 정책 아래 되살아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디자인 한옥’으로 획일화되고 도시계획 명목으로 골목길이 확장되면서 많은 전통가옥들이 잘려나갔다고 말한다. 무심히 지나쳤던 공간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원서동의 언더그라운드 미술학파 ‘인사 미술 공간’, 프랑스인 미셸 빌모트가 설계한 평창동 관경재, 57년째 빈대떡에 막걸리와 소주를 파는 피맛골 열차집, 그리고 종로 보신각과 광화문 네거리 등. 저자는 “의식주만이 아니라 개인을 넘어선 여러 의례, 얼굴 모습과 눈초리, 말씨 하나까지 북촌 특유의 분위기가 감춰진 듯 들어 있었다. 관광객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오래된 서울 사람의 사는 모습이 깊디깊은 문을 지나 섬광처럼 보일 때가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600년 고도의 정수, 어제와 오늘이 드러나기도 한다. 가령, 순정효 황후 윤씨의 송현동 친정집은 시대의 흐름을 타며 변해왔다. 일제 강점기엔 일본 식산 은행의 관사 터로 넘어갔다가 해방이 되자 미국 대사관 직원 사택 단지로 쓰이고, 지금은 한 기업이 소유한 빈터로 남아있다. 대부분의 한옥들이 변화를 겪는 가운데, 안국동 윤보선 전 대통령 집안 정도가 한옥 저택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건축가 엄덕문, 서울에서 100년을 산 법학자 고 최태영 박사, 조선 마지막 황후 순정효 황후의 후손 윤흥로씨 같은 산증인들에게서 육성으로 듣는 근현대사 이야기는 역사의 무게와 잔향을 실감하게 한다. 대한제국의 황실 복식 유물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사연, 군사 정권 시절의 이면을 엿보게 하는 삼청각 뒷이야기 등 이 책이 발굴한 사실들도 흥미롭다. 1만 8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2010 서울신문 신춘문예] 예비 문인들이여 내일에 도전하라

    [2010 서울신문 신춘문예] 예비 문인들이여 내일에 도전하라

    ‘행인임발우개봉(行人臨發又開封)’이라고 했던가. 당나라 시인 장적(張籍)은 그리운 이에게 보내는 편지에 행여 할 말을 다 못했을까 편지 들고 막 떠나려는 아이를 붙잡고는 다시 봉투를 뜯어봤다. ‘춘향전’의 이몽룡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테고 말이다. 소슬한 찬바람이 분다. 또다시 신춘문예의 계절이 돌아왔다. 다듬고 또 다듬어 만들어낸 ‘유일한 최고의 작품’이겠지만 우체통에 넣기 전 다시 뜯어 고쳐보고픈 충동이 일곤 한다. ‘임발우개봉’ 하지 말자. 이제껏 나를 키워낸 땀과 눈물, 불안과 두려움, 희망, 열정 등 모든 것을 믿고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25번지 신춘문예 담당자 앞’으로 자신있게 원고를 보내자. 다음달 11일까지 신춘문예 원고를 접수하는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어느덧 61회째로 접어들며 회갑을 맞았다. 첫 해인 1950년 김성한, 오영수부터 시작해서 올해 한국 문단의 최고 히트상품인 김경주(2003년·시), 문제 작가 편혜영(2000년·소설), 백가흠(2001년·소설), 김이설(2006년·소설) 등 젊은 신예까지 한국 문단의 자양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자칫 시, 소설에 밀려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시조와 동화 등에서도 한분순(1970년) 한국시조시인협회장, 한국아동문학협회장을 지낸 조대현(1966년) 등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작가들을 배출했다. 권성우(1987년), 유성호(1999년) 등 평단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이렇듯 한국 문단의 ‘어제와 오늘’이 되는 작가들이 쏟아졌다. 소설가 백가흠은 “당선에 대한 막연한 집착보다는 나의 열정을 쏟아부은 그 작품에 대한 신뢰, 믿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하면서 “수 백대 1의 경쟁률을 거쳐야 하는 만큼 좋은 꿈을 꾸는 것도 필요조건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백가흠이 말하는 ‘좋은 꿈’은 요행이 결코 아니며 ‘불행의 방지’에 가깝다. 실제 모든 평가의 명백한 기준은 투고 작품의 질이다.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신경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는 백가흠의 조언처럼 불행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원고지 첫 표지는 물론, 겉봉투에 응모 분야를 정확히 명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작법상 기존의 형식 파괴가 주조를 이루는 요즈음 시인지, 시조인지, 심지어 소설인지조차 헷갈리는 원고도 있곤 한다. 신춘문예 담당자의 자의적 분류가 응모자의 뜻과 맞아떨어지면 다행이지만 아닐 경우 낭패가 아니겠는가. 서류 봉투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숱한 불면의 밤을 거치며 피만큼 진한 눈물로 낳은 살덩이같은 자식들을 딱지 접듯 두 번, 세 번 접어서 편지봉투에 넣으면 스스로 너무 안쓰럽지 않은가. 어떤 이들은 조금이라도 구겨질까 염려하며 세 번, 네 번 테이프로 감싸고, 일명 ‘뽁뽁이 봉투’에까지 담기도 하니 소중한 원고를 대하는 자세는 예비문인들 간에도 대비된다. 시 부문의 경우 응모 조건은 ‘3편 이상’인 만큼 4~5편이면 충분하다. 지난해 어떤 응모자는 15편을 보내는 열정을 과시했지만, 신춘문예는 절대량으로 뽑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 심사위원은 “너무 많은 원고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세 작품이 심사위원에 마음에 쏙 들었다가도 균질의 수준을 보장하지 않은 채 나머지가 수준에서 떨어질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응모할 때 알아두면 좋아요 1. 응모분야 명확히 기재할 것 2. 서류봉투 이용해 깔끔하게 3. 시 부문 응모 땐 4~5편이면 충분 ●보내는 곳 서울시 중구 태평로 1가 25 서울신문사 편집국 문화부 신춘문예 담당자앞
  • [사고] 2010 서울신문 신춘문예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신문 신춘문예가 한국 문학의 미래를 밝힐 참신한 문재(文才)를 찾습니다. 모집 분야는 단편소설, 시, 희곡, 시조, 동화, 문학평론 등 6개 부문입니다. 문학을 향한 열정과 패기로 가득 찬 예비 문인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모집 부문 및 상금 ●단편소설(80장 안팎) 500만원 ●시(3편 이상) 300만원 ●희곡(90장 안팎) 250만원 ●시조(3편 이상) 200만원 ●동화(30장 안팎) 150만원 ●문학평론(70장 안팎) 250만원 ※장수는 200자 원고지 기준 ■마감 2009년 12월11일 금요일(우편접수는 11일 도착분까지만 유효) ■보내실 곳 100-745 서울시 중구 태평로 1가 25 서울신문사 편집국 문화부 신춘문예 담당자 앞 ■당선작 발표 2010년 1월1일자 서울신문 지면 ■응모 요령 -응모작은 기존에 어떤 형태로든 발표되지 않은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같은 원고를 타사 신춘문예에 중복 투고하거나 기존의 작품을 표절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당선을 취소합니다. -직접 방문도 가능하나 이메일이나 팩스로는 접수하지 않습니다. -응모작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문의 (02)2000-9191~9198
  • [이사람]하계열 부산진구청장

    [이사람]하계열 부산진구청장

    현직 기초자치단체장이 시집을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는 하계열 구청장이 첫 시집 ‘탱고를 추세요’(계간문예)를 최근 발간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시집은 140쪽 분량으로 모두 81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수록돼 있다. 이번에 발표한 시들은 하 청장이 40여년간의 공직 생활 틈틈이 써온 자작시들이다. 앞서 하 청장은 지난 6월 ‘계간문예’에 ‘아침 의식’과 ‘막달레나 이야기’ 등의 시를 발표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등단 이전에도 ‘석필’ ‘길’ 등의 문학동인회에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왔다. 또 2007년 11월에는 공직생활의 소회와 강연 내용을 엮은 수상록 ‘바다를 두려워하라’를 펴낸 바 있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에 대해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그의 가슴 안에는 바닷속같이 깊은 시의 상상력과 산호 같은 신비한 시어들이 심해어처럼 유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인 이해인 수녀는 추천사에서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따뜻한 인간애가 넘치며 사물을 보는 예리함과 삶에 대한 예의, 이별에 대한 애틋함이 잘 녹아 있다.”고 감상평을 밝혔다. 하 청장은 “살아온 날들을 시로 들려줌으로써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 청장은 1969년 동사무소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부산시,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대통령비서실, 합천군수, 관선 부산진구청장 등을 거쳤으며 2006년 부산진구청장으로 선출됐다. 현재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구조주의 대가 레비 스트로스 타계

    서구인의 눈에 비친 브라질 원주민은 그저 야만인이었고 길들여야 할 대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슬픈 열대’ 이후 그들은 비로소 인격체로 인식됐다. ‘슬픈 열대’로 서구인의 사상체계를 흔들었던 세계적 석학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지난 1일(현지시간) 타계했다고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100세. 고인에 이어 콜레주 드 프랑스 인류학 연구소장에 부임한 필리프 데콜라는 “2년 전 대퇴골이 부서진 뒤 만성피로에 시달리다 노환으로 사망했다.”면서 “장례식은 리녜롤의 코트도르에서 이미 치렀다.”고 말했다. ●대퇴골 골절이후 만성피로 시달려 세계 지성사에 큰 자취를 남긴 고인의 별세 소식은 오는 28일 101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어서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특히 프랑스는 충격에 빠진 듯 추모사가 잇따르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인본주의자였고 그 덕분에 우리는 브라질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고 애도했다. 프레데릭 미테랑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그는 예술가였고 과학자였고 지식인이었다.”고 조의를 표했다. 1908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고인은 프랑스 파리로 건너와 1927~32년 대학에서 철학과 법학을 전공했다. 이후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장 폴 사르트르 등과 지적인 만남을 이어 갔다. 그러다 1934년 브라질 상파울루대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문적 전환기를 맞았다. 브라질 원주민의 생활상을 현장조사한 뒤 본격적으로 인류학에 뛰어든 그는 뉴욕 시의 사회연구학교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의 저작을 접하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구조주의를 인류학에 적용, 문화체계와 관련된 엄청난 양의 정보를 핵심 요소들 사이의 형식적 관계들로 환원시키는 방법론을 제창했다. 이를 바탕으로 1949년 최초의 저서 ‘친족의 기본구조’를 출간하면서 구조주의 인류학의 탄생을 알렸다. ●사르코지 “지칠 줄 모르는 인본주의자” 특히 1955년에 대표작 ‘슬픈 열대’로 세계 지성사에 널리 알려졌다. ‘슬픈 열대’는 브라질 오지탐험을 토대로 문화와 인간의 보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다. 그는 이 저작으로 원주민들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을 통해 서구인들의 선입관을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1년 방한한 바 있는 그는 이후 왕성한 학문 활동을 하면서 ‘구조인류학’ ‘야만적 사고’ ‘토테미즘’ 등 다수의 저서를 발표했다. 특히 ‘날것과 요리된 것’ 등 4권으로 집대성한 대작 ‘신화’를 출간하면서 인류학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최근까지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최고령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데스크 시각] 헌재와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문소영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헌재와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문소영 문화부 차장

    이완용, 나라와 민족을 팔아먹은 매국노라는 그에 대해 4~5년간 생각이 많았다. 미술관 갤러리를 다니면서 이완용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더 많았다. 가까이는 올 초 상업화랑에서 근대 서화전이 몇 차례 열려 이완용의 글씨가 등장하면 꼼꼼히 살펴보게 됐다. 중국 북송의 시인 소동파가 ‘서당대유가서후’에서 “무릇 글씨는 그 사람을 닮는다. 옛적에 글씨를 논하는 사람들은 작가의 평생도 아울러 논하였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완용의 유려하고 맺히는 데 없는 글씨체와 항일독립운동의 군자금을 댔다는 김진우의 단정하고 깐깐한 글씨체, 거칠 것 없이 호방한 안중근의 글씨체를 비교해 보기도 했다. 이완용을 생각할 때 문득 머릿속으로 더듬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이완용은 외교권을 헌납한 을사늑약과, 국권을 고스란히 갖다바친 경술국치를 체결했을 때 나라를 팔아먹는다는 스스로의 자각이 과연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완용은 당시 최고의 지식인이자 예술인, 고위 공무원, 노회한 정치인이었다. 일본·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최신 저서를 직접 읽었을 것이고, 국제 정세에 대한 고급 정보도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국호를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꾼 조국의 운명이, 사실은 풍전등화라고 직감했을 것이다. 그는 메이지 유신을 통해 나라를 일신하고, 청나라와의 전쟁은 물론 서양인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로 서양과 대등하게 올라선 일본과 손을 잡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그의 불행은 일본이 1945년에 그렇게 빨리 패권을 잃어버릴 줄 몰랐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2009년 11월에 광화문에서 안중근 의사의 얼굴이나, 약지를 단지한 그의 손바닥 도장 대신 이완용의 얼굴이나 글씨를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가정과 상상도 해본다. 정치인이자 고위 공무원인 이완용의 오판을 1905년, 1910년에 막아줄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행정부의 잘못된 결정을 평가해 뒤집을 수 있는, 이를테면 의회라든지, 법적으로 효력을 다투는 사법부 말이다. 그랬더라면 이완용의 판단은 국회나 사법부를 통해 바로잡힐 수 있지 않았을까. 이완용의 처지에서 100여년 전에 절차로서의 민주주의나,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도 없었던 것이 안타까울 수 있겠다. 요즘 헌법재판소(헌재)를 자주 생각해본다. 헌재는 최근 미디어법과 관련해 국회 본회의에서 대리투표 등 위법행위가 있었지만, 미디어법의 국회 통과는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다.’라는 민주주의적 의사 결정 방식에 대해 배우고 자라온 상식선에서 볼 때 의외의 판결이다. 대리시험을 봤지만, 합격은 유효하다, 도둑질은 위법이지만 장물취득은 유효하다, 커닝해도 좋은 성적은 유효하다, 간통을 했지만 기존 결혼은 유효하다는 식의 인터넷 유머가 나돌아다니는 까닭 또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헌재는 1987년 학생·직장인 등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호헌철폐, 직선쟁취’를 외치고, 꽃 같은 목숨을 여럿 잃어가며 만든 제6공화국 헌법으로 탄생한 기구이다. 그간 사법부가 워낙 행정부(검찰)의 시녀처럼 굴었던 탓에 사법부를 불신하며, 헌법정신을 지켜보자고 대법원 위에 옥상옥으로 만들어졌다. 헌재는 집권당의 통치행위를 옹호하고 국민의 법 감정과 법질서를 교란하는 정치적 판단을 내리라고 만들어진 기구가 아니다. 이번 미디어법 결정을 볼 때 절차로서의 민주주의를 수호하지 못하는 헌재가 존재할 이유를 통 모르겠다. 헌재는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나 수단이 없었던 이완용처럼 핑계도 없으면서 말이다. 문소영 문화부 차장 symun@seoul.co.kr
  • 민간단체 임직원 보조금 21억 횡령

    문화예술단체 등 민간단체 임직원들이 거액의 국고보조금을 상습적으로 빼돌려 오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민간단체 임직원들이 최근 3년간 횡령한 정부보조금 액수는 약 21억원에 이른다. 감사원은 2일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실태’ 감사 결과를 중간발표하고, 보조금 약 21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있는 16개 민간단체 임직원 21명을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보조금을 위법·부당하게 지원하거나 집행된 보조금도 140여개 단체 500억원 상당에 달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국회 감사청구를 받아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연간 8000만원 이상 보조금을 받은 543개 민간단체와 보조금을 지급한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환경부를 상대로 감사를 벌여왔다. 감사원이 밝힌 16개 단체는 영리단체(주) 5곳, 예술가협회 3곳, 시민운동단체 2곳, 공연단체 2곳, 기타문화예술단체 4곳 등이다. 소관 부처별로는 문화체육관광부 14곳,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1곳씩이다. 특히 문화부 소관 보조금을 받은 단체가 543개 단체 가운데 516곳이나 되고 보조금 액수도 전체 4637억원의 95.5%인 4428억원에 이른다. 감사원 관계자는 “문화부의 보조금 집행실태 관리감독에 소홀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법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화예술 민간단체인 A단체 김모 팀장은 지난 2006~2007년 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지원받은 문화진흥기금 보조금 19억2000만원 중 4억 9290만원을 횡령했다. 그는 34개 보조사업에 교부된 보조금 지출영수증을 중복 제출하거나 허위로 작성된 소득세원천징수영수증을 제시하는 수법을 썼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역대 정부 대북 밀사 정보기관장이 해결사

    남북정상회담을 위해서는 보안유지가 필수인데도 ‘비밀 접촉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만났다는 설도 있고, 다른 동남아시아에서 접촉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북측의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남측 고위 인사가 접촉했다는 얘기가 비교적 그럴듯하게 흘러나오는 등 제 3차 정상회담 추진설(說)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는 23일 기존의 강한 부정에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한발짝 물러나는 모양새다. 역대 정부의 남북 접촉이나 두 차례 정상회담과 비교하면 ‘군불도 지피기 전’에 접촉만 노출된 셈이다. 이와 관련, 남북정상회담을 원하지 않는 쪽에서 고의로 흘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동안 특사 혹은 밀사를 통한 남북 접촉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등에서 남북관계의 돌파구로 활용됐다. 정치적 파장뿐 아니라 흥행성(?)도 고려되다 보니 보안 유지는 필수였다. 역대 정부마다 주로 정보기관장을 밀사로 가장 많이 활용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을 평양에 보내 7·4남북공동성명을 이끌어 냈다. 전두환·노태우 정부 때는 각각 장세동·서동권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장이 북한을 방문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북측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비밀 협상을 벌였다. 임동원 당시 국가정보원장도 두 차례 극비리에 방북했지만 협상은 ‘박-송’을 통해 이뤄졌다. 당시 박 전 장관이 나선 이유는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뿐 아니라 비밀 접촉을 위장할 수 있는 장점도 작용했다. 문화부장관은 남북접촉 창구가 아니기 때문에 북측 인사를 만나는 게 노출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배경이 됐다. 노무현 정부 때의 패턴도 비슷하다. 2006년 10월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가 베이징에서 이호남 북한 참사를 접촉했다. 이듬해 발표된 2차 정상회담은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전권을 위임받아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하면서 성사됐다. 당시 김 원장의 카운터 파트가 김양건 통전부장이었다. 이번 남북간 접촉은 북한이 먼저 신호를 보낸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돌아간 김양건 통전부장의 동선이 남측 언론에 감지된 것도 북측의 의도적 노출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女談餘談] 습관의 힘/이순녀 문화부 차장

    [女談餘談] 습관의 힘/이순녀 문화부 차장

    출근 시간, 지하철 계단 앞에서 잠시 망설인다. ‘우측통행’이란 표지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올라가자니 같은 방향으로 바삐 내려오는 사람들과 정면충돌이 뻔하고, 왼쪽으로 가자니 교통법규를 어기는 것처럼 마음이 살짝 불편하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 틈을 비집고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많은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계단을 오르내린다. 이달부터 지하철, 철도, 공항 등 대중교통시설에서 우측통행이 시범적으로 실시되면서 등장한 풍경이다. 사실 우측통행이 실시되기 전까지 내가 오른쪽으로 걷는지, 왼쪽으로 걷는지 신경쓴 기억이 거의 없다. 그냥 몸에 익숙한 쪽으로 움직였을 뿐인데 알고 보니 그게 좌측통행이었던 거다. 우리나라에서 보행자 좌측통행의 역사는 무려 88년에 이르니 이 땅에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익힌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꿔야 할 처지다. 심리적 안정감이 들고, 교통사고가 줄며, 국제관행에도 부합한다고 하니 우측통행을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한동안 몸과 이성의 불일치 사이에서 헤맬 생각에 슬그머니 짜증이 인다.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도 마찬가지다. 바쁜 사람을 위해 에스컬레이터 한 쪽을 비워 두는 한 줄 서기가 안전사고의 위험 때문에 2년 전부터 두 줄 서기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한 줄 서기가 대세다. 일행이 있어 두 줄로 나란히 서있을라 치면 매너 없단 소릴 들으까봐 은근히 신경이 쓰여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습관의 힘은 무섭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한번 몸에 밴 습관은 고치기 힘들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처음부터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안중근 의사의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 같은 위대한 습관은 못 되더라도 길을 걷다 부딪쳤을 때 먼저 사과하기, 지하철 승강장에서 다른 사람이 내린 다음에 승차하기 같은 사소한 습관부터라도 빨리 들여야겠다. 이순녀 문화부 차장 coral@seoul.co.kr
  • ‘팝페라 여제’ 신문희, ‘환경콘서트’ 오프닝

    ‘팝페라 여제’ 신문희, ‘환경콘서트’ 오프닝

    팝페라 가수 신문희가 오늘(23일) 방송되는 ‘MBC 특집 환경콘서트’에서 화려한 오프닝 무대를 선사한다. 신문희는 ‘환경콘서트’의 서막을 자신이 재편곡한 ‘아름다운 나라’로 수놓는다. 그의 무대에는 30여명의 대형 합창단과 10명의 스페셜 댄스 팀까지 어우러져 그야말로 웅장한 스케일을 더했다. 풍성한 감수성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노래를 열창한 신문희는 관객들로부터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는 후문. 무대를 마친 뒤 방송 관계자는 “신문희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정말 가슴속을 울렸다. 정말 ‘천상의 목소리’라는 예명이 아깝지 않다.”고 극찬했다. 한편 오데사국립음악대학 교수직에 있는 신문희는 2003년 제20회 코리아 베스트 드레서 문화부문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에는 우크라이나 교육공로상을 받는 등 팝페라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네팔 친구 구하기

    가수 강산에(44)가 최근 강제출국 위기에 직면한 ‘우리의 네팔 친구’를 위해 노래한다. 23일 오후 8시 서울 홍익대 인근 브이홀에서 인권콘서트 프로젝트 ‘휴먼’의 두번째 공연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연다. 강산에와 밴드 뜨거운 감자는 9월부터 매달 한 차례 인권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번 공연은 지난 8일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단속돼 경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된 네팔 출신 미누(본명 미노드 목탄·38)의 석방을 노래하는 자리로 꾸려진다. 1992년 한국에 온 미누는 이주노동자 인권과 미디어, 다문화 운동을 펼쳐왔다. 1999년 외국인 예능경연대회에서 대상을 타며 문화부장관 감사패를 받았던 그는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을 만들어 활동하는 한편, 이주노동자방송에 참여하며 한국 사회와 이주민들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강산에는 6월 이주노동자영화제 기금 마련 콘서트 등으로 미누와 인연을 맺어왔다. 이날 공연에는 미누가 보컬을 맡고 있는 스탑크랙다운이 특별 게스트로 오프닝 무대를 꾸린다. 또 미누를 위한 영상이 상영되며 그의 석방을 위해 관객들의 서명도 받는다. 강산에는 “국가와 민족을 떠나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는 존재이고 친구인데 국적에 따른 경계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보이지 않는 ‘의식의 선’으로 인해 내 친구가 곤경에 빠졌다면, 누구라도 그를 위해 노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544-1555.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만 18세 이하 청소년 국립박물관 무료관람

    청소년들을 위해 박물관 문턱이 없어진다. 내년부터 만 18세 이하는 전국의 국립박물관을 언제든지 공짜로 드나들 수 있다. 이로써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선대의 역사와 전통의 향기를 마음껏 누림과 함께 전통 문화 강국의 위상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19일자로 공포된 관보 문화체육관광부령 제44호 ‘국립 박물관 전시품 관람규칙 전부개정령’에서 ‘만 18세 이하 65세 이상은 박물관 관람료를 면제한다.’고 명시했다. 지금까지 초·중·고생은 물론 유치원생까지 입장료를 최소 500원에서 1000원씩 받아 오던 것을 아예 무료로 전환한 것이다. 국립박물관은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전국 시·도 단위 12개 국립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어린이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등이 있다. 올해에는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한시적으로 무료 입장하고 있어 사실상 내년부터 제도적으로 정착되는 셈이다. 이미 유럽의 대부분 박물관에서는 만 18세 이하 무료 입장이 이뤄지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지난 4월부터 루브르 박물관 등 유적지, 박물관 100여곳에 대해 무료 입장 대상을 만 18세에서 25세 이하로 확대시킨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전통과 역사의 의미와 가치를 오늘의 것으로 되살리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에게 박물관 접근성을 높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향후 무료 입장의 대상과 할인율을 더욱 넓혀 가겠다고 밝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정부-지자체 취소된 축제비용 정산 줄다리기

    정부-지자체 취소된 축제비용 정산 줄다리기

    신종플루 확산으로 취소된 축제의 준비 비용 정산 문제를 놓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줄다리기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예산을 조기 집행했고, 지자체들은 정부의 시책에 따라 일찌감치 축제 준비 작업에 들어가 예산을 미리 썼기 때문이다. 19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57개 국비 지원 축제 가운데 10개가 신종플루 여파로 취소됐다. 나머지 47개 축제는 이미 개최됐거나 예정돼 있다. 취소된 축제는 ▲안성 바우덕이축제 ▲천안 흥타령축제 ▲충주 세계무술축제 ▲봉화 춘양목송이축제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진주 남강유등축제 ▲횡성 한우축제 ▲울주 외고산 옹기축제 ▲정선 아리랑제 ▲공주·부여 백제문화제 등이다. 이들 지자체는 지난 1월부터 발빠르게 국내외에 축제를 사전 홍보하고 기획사와 계약하는 등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중앙정부도 총 16억 9000만원의 국비 보조금을 지원하며 발 맞췄다. 그러나 신종플루 확산을 우려한 행정안전부 등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축제 취소를 강권했다. 이들 지자체는 부득이하게 축제를 취소해야 했다. 비용 정산 문제를 떠안게 됐다. 지자체들은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미 교부받은 국비 및 시·도비 보조금의 전액 또는 일부를 반납해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 게다가 이들 지자체는 기대했던 지역 홍보와 경제활성화 등도 한순간 물거품이 됐다. 실제로 안동시는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4일까지 10일간 개최 예정이었던 국제탈춤페스티벌에 국비 8억원과 도비 4억원 등 모두 12억원을 지원 받았다. 이미 기획사 계약 등으로 5억 6200만원을 집행한 안동시로서는 답답한 형편이 됐다. 올해 송이축제 준비에 2500만원을 들인 봉화군도 국·도비 1억 4000만원을 되돌려 줘야 한다. 다른 8개 지자체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축제 보조금을 반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들 지자체는 축제를 사실상 정부가 강권해 취소한 만큼 비용 전액 또는 상당액을 보전해 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가뜩이나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들로서는 상당한 부담이기 때문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올해 축제 조기 준비 및 취소는 중앙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과 신종플루 확산 방지 지침에 따른 만큼 비용 전액을 지원해 주든지 최소한 당초 예산 배분 비율만큼 보조금으로 보전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비 보전 비율에 따라 시·도비 보조율도 정해지는 만큼 신속한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중앙정부는 원칙적으로 해당 지자체의 축제 준비 비용 전액을 국비로 보전해 준다는 것은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개최되지도 않은 축제의 준비 비용 전액을 보전한다는 것은 무리”라며 “올해처럼 신종플루로 국비 지원 축제가 무더기 취소되는 사례가 드문 만큼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모닝 브리핑]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명칭 확정

    문화부는 19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건립위원회 규정’ 개정에 의해 그동안 잠정적으로 사용해온 ‘국립대한민국관’의 명칭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으로 공식 확정됐다고 밝혔다. 또 실무 업무는 현재처럼 문화부 소속 대한민국역사박물관건립추진단이 맡지만 건립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됐다.문소영기자 symun@sepul.co.kr
  • [어린이 책꽂이]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6~10권(이어령 글, 노인경 외 그림, 푸른숲 펴냄) 창조적인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대표 지성,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들려주는 창의적인 생각법이 10권으로 완간됐다. 각권 9500~9800원. ●큰 고추 작은 고추(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 나무꾼 옮김, 김고은 그림, 양철북 펴냄) 일본의 대작가 하이타니 겐지로가 만난 아이들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8편의 동화를 묶었다. 못 말리는 악동 큰 고추와 형을 귀찮게 따라다니는 동생 작은 고추, 강아지가 갖고 싶어 거짓말을 한 유코, 아픈 선생님을 찾아 어두운 밤길을 나서는 말썽꾸러기 마코토 등 아이들이 들려주는 웃음과 감동의 이야기. 9000원. ●너 왜 울어?(바실리스 알렉사키스 글, 장 마리 앙트낭 그림, 전성희 옮김, 북하우스 펴냄) “코트 입어” “장화 어디 있니?” “문 열지마” “빨리 걸어”…. 끊임없는 엄마의 명령과 채근 앞에 아이는 콩알만큼 작아진다. 엄마들이 무심코 내뱉는 명령투의 말과 부정문이 아이에게 어떤 심리변화를 일으키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 9500원. ●아기 거미의 생일 초대(한상남 글, 신유미 그림,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생일을 앞둔 아기 거미 봄이는 나비, 호박벌, 베짱이에게 잔치 초대를 하지만 거절당한다. 거미의 집에 있는 거미줄 때문이다. 크게 실망한 봄이에게 엄마는 ‘거미줄은 우리에게 날개와 같은 것’이라고 위로하지만 봄이는 슬프기만 하다. 이튿날 아침, 엄마가 새로 친 거미줄의 아름다움에 봄이는 깜짝 놀란다. 외모에만 집착하는 아이에게 ‘나만의 장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전해주는 동화책. 9000원. ●페이퍼 파일럿(이희우 글, 이영란 구성, 송미령 그림, 럭스키즈 펴냄) 어린이에게 비행기는 모험과 자유의 상징이며, 비행기를 조종하는 파일럿은 선망의 대상이다. 진짜 비행기와 똑같이 생긴 종이 비행기, 일명 페이퍼 파일럿의 원리를 통해 비행원리를 배우고, 시험비행의 전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책. 직접 조종할 수 있는 조립형 페이퍼파일럿 5종이 수록돼 있다. 1만 5000원.
  • [주말 데이트] 판소리 ‘수궁가’ 두번째 완창하는 정옥향 명창

    [주말 데이트] 판소리 ‘수궁가’ 두번째 완창하는 정옥향 명창

    이 가을날, 토끼 잡으러 가 보자. 자진모리 장단에 맞춘다. 좌우나졸금군 모조리 순영수 일시에 대달아 토끼를 에워쌀제, 진황 만리장성 쌓듯 산양 싸움에 마초 싸듯, 첩첩이 둘러싸고 토끼 부듯쳐 잡는 모양, 영문출사 도작잡듯 토끼 두 퀴를 꺽 잡고, “네놈이 토끼냐?” 토끼 기가 막혀 벌렁벌렁 떨며 “아니 내가 토끼 아니오.” “그러면 니가 무엇이냐.” “내가 개요.” “개 같으면 더욱 좋다. 삼복 다름에 너를 잡아 약개정도 좋거니와 네 간을 내여 오계탕 대려먹고 네 껍줄 벗겨내여 잘양 모아사 깔거드면 어혈내종혈담에는 만병회춘의 명약이라.이 강아지를 몰아가자~”(얼쑤) 판소리 ‘수궁가’에서 백미로 꼽히는 대목 중 일부이다. 토끼를 잡아들이는 장면이 여간 해학적이 아닐 수 없다. 토종의 힘이 드라마틱하게 다가온다. 얼핏 들어도 흥미진진 ‘수궁’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옛날에는 이렇게 매양 질펀하게 사람들의 애간장을 휘어잡았을 터. 세월이 지난 지금도 판소리를 우리의 으뜸으로 여기는 까닭이다. 세계도 감동받아 유네스코는 2003년 판소리를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했다. 하여 판소리가 있어 한국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들 한다. ●3시간 30분간 수궁가 진수 선봬 정옥향(57·중요무형문화재5호 준보유자) 명창이 그 무진(無盡)한 자랑스러움으로 새달 28일 오후 국립극장 달오름무대에서 판소리 수궁가를 완창한다. 2002년에 이어 두번째 완창무대. 흔히 판소리를 완창한다는 것은 ‘위대한 도전’으로 여긴다. 3~5시간 동안 쉬임없이 불러야 하기 때문에 부르는 사람이든 듣는 사람이든 예술적 능력의 극치를 맛본다. 그만큼 특별한 공력을 필요로 하기에 옛 명창들도 섣불리 도전할 수 없었다. 정 명창은 이번 무대에서 고수 정화영·류인상 명인의 추임새와 함께 3시간30분동안 수궁가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1964년 판소리계 최초로 인간문화재가 된 스승 정광수(1909~2003) 국창의 탄신 100주기를 맞아 스승에게 헌정하는 각별한 의미도 담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 고제(古制)소리를 제대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고제소리를 온전히 보존한 정광수 스승님의 소리에서 보듯 소리가 변화무쌍한 게 특징입니다. 하탁성(下濁聲·단전성)으로 내려갔다가도 어느새 상청으로 올라가는 것이 무궁무진하지요.” 서울 종로3가 연습실에서 완창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정 명창의 ‘고제 수궁가’는 고운 가락이면서 힘이 넘치는 우람한 동편제다. 그는 “소리를 단전에서 끌어올려야 하니 웬만큼 잘해서는 잘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서 “밀고 부수면서 자진모리 장단붙임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궁가는 우리 판소리 다섯마당 가운데에서도 가장 해학이 넘친다면서 이번 무대에서 그 백미를 선사하는 감동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창 정광수의 소릿제를 잇는 정 명창은 소리가 실하고 구성지며 발림에 절도가 뛰어나고, 중하성(中下聲)을 잘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신뺑파전’ 등 자신의 국악무대에서 가끔 대중가요와 감칠맛 나게 잘도 버무려내 대중들에게 ‘찐한’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무대에 설 때마다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스승 정광수 탄신 100돌에 헌정 그는 현재 ‘국악로문화보존회’와 ‘양암원형판소리보존연구원’ 이사장직을 맡아 정월대보름맞이 선유도축제, 3·1절 기념 국악행사, 광복절 기념 국악무대 등 주요 국악행사를 도맡아 주관하고 있다. 또한 광주 임방울국악제, 전주대사습놀이, 인천국악제 등에서 심사를 맡기도 한다. 충북 괴산 출신으로 1968년 4촌 언니 집에 놀러 갔다가 박농월 선생이 소리하는 것을 듣고 판소리와 인연을 맺었으며 1976년 정광수 국창에게 ‘수궁가’와 ‘적벽가’ ‘흥보가’ 등을 익혔다. 2001년 준인간문화재인 전수조교가 됐으며 국악 40여년의 길을 걸어오면서 판소리 다섯마당을 모두 뗐다. 김문 문화부장 km@seoul.co.kr
  • 소녀시대, 장관 표창 ‘2009 젊은 예술가상’ 영예

    소녀시대, 장관 표창 ‘2009 젊은 예술가상’ 영예

    소녀시대가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표창하는 ‘2009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다. 문화부는 15일 오전 2009년 문화예술발전 유공자에 대한 문화훈장 서훈자와 제41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상) 및 ‘2009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자 등을 선정, 발표했다. 시상 내역 중 장래가 촉망되는 20~30대 젊은 예술가들에게 수여되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의 대중예술부문에는 소녀시대가 영예를 안았다. 올해 수상자와 서훈대상자는 전국의 문화예술단체, 지방자치단체, 대학 및 일반국민으로부터 후보자 추천을 받아, 각 분야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후보자 공적심의·추천 및 정부 공적심사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했다. 영화부문에는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이 선정됐고 문학부문에는 김병곤 시인이 상을 받는다. 이들에게는 문화부장관 명의의 상창과 상금 500만원이 수여된다. 한편 시상 및 서훈은 오는 17일 오전 10시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되는 ‘2009년 문화의 날 기념식’에서 거행된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금천구 15일 구민의 날 행사 풍성

    금천구 15일 구민의 날 행사 풍성

    서울 금천구가 분구(分區) 열네돌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금천구는 15일 오후 4시30분부터 구 종합청사 광장에서 ‘금천구민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행사에는 한인수 금천구청장과 박준식 구의회의장, 지역주민 등 1500여명이 참석한다. 오후 4시30분에는 바이올린·아쟁·대금 등으로 구성된 퓨전국악공연 한마당과 금천구립합창단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 가곡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오후 5시부터는 본행사가 펼쳐진다. 이상필 총무과장의 보고로 금천구의 유래 및 개청 등 지난 14년간의 금천구 역사와 발전상을 되돌아본다. 이어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금천구민상 시상식이 펼쳐진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한 모범구민과 단체를 표창하는 금천구민상의 올해 수상자는 ▲지역사회발전부문 김재동(56·가산동) ▲사회봉사부문 호광문(67·시흥2동) ▲미풍양속부문 박연화(57·시흥4동) ▲문화부문 한학수(62·독산2동) 등이다. 그러나 매년 수상해 오던 체육부문의 경우 올해는 선정하지 않았다. 오후 6시에는 개그맨 김한국씨의 사회로 가수 태진아, 배일호, 권성희, 한석영 등 인기가수들의 무대가 이어진다. 구는 신종플루 유행에 대비해 행사장 곳곳에 항바이러스제, 마스크, 손세정제를 비치하는 등 신종플루 예방대책반을 운영해 구민들이 안심하고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계획이다. 금천구는 삼국시대부터 역사기록이 존재하는 유서깊은 지역으로, 경기도에 속해 있다가 1963년 서울이 확장되면서 영등포구에 편입됐다. 이후 1980년 신설된 구로구에 편입됐다 1995년 3월1일자로 독산동 및 시흥동과 가리봉동 일부가 구로구에서 분구돼 지금에 이르렀다. 한인수 구청장은 “앞으로도 모범구민 및 단체를 발굴해 밝고 건전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2030]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

    [2030]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

    가을 입사철이다. 심각한 취업난을 뚫고 입사했지만 오래지 않아 꿈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다. 이른바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입사 뒤 업무에 의욕을 잃고 주위를 냉소적으로 보는 것)을 앓는 사람들이다. 직장을 얻었지만 막상 부딪쳐 보니 생각했던 길이 아닌 것 같아 괴로워하는 이들도 있고 일벌레로 살다가 어느날 뒤를 돌아보니 인생에 정작 내가 없음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아 희망을 외치는 2030들의 직장인 사춘기 극복기를 들어봤다. 유대근 오달란 박성국기자 dynamic@seoul.co.kr 기업에서 민원업무를 맡고 있는 전모(34)씨에겐 직장인 사춘기가 조금 일찍 찾아왔다. 거친 항의를 견디며 지내던 그는 입사 2년이 지나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근본적인 회의감에 시달렸다. 그럴수록 자신이 애초 꿈꿨던 사회복지 분야 공무원에 대한 미련이 되살아났다.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그는 왁자지껄한 술자리 문화에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사소한 트집으로 일주일 동안 전화를 걸어와 항의하는 고객과 입씨름을 벌인 전씨는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결의를 하게 됐다. 사회복지대학원 진학을 마음먹은 그는 6개월을 준비해 야간 전문대학원에 당당히 합격했다. ‘주경야독’을 시작한 전씨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려니 몸은 힘들었지만 무기력증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부지런하게 생활한다고 생각하니 자신감도 더해졌다. 5학기를 거쳐 ‘지역상담복지’를 주제로 논문까지 써낸 그는 내년 영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전씨는 “한때는 아침에 눈뜨기가 죽기보다 싫을 때도 있었지만 그 때의 괴로움이 나를 공부의 길로 인도해 준 것 같아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신모(28·여)씨는 지난달 치른 영어인증시험인 IELTS 성적표를 받아들자마자 맥이 탁 풀렸다. 9점 만점에 6점이었다. 영국 유학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3년차 직장인인 신씨는 석 달 전부터 무기력증에 빠졌다. 그는 “반복되는 일상과 업무에 진절머리가 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주어진 일은 대충 처리하고 멍하니 앉아 의미 없는 웹서핑에 빠져 지내기 일쑤였다. 취미생활을 가져보라는 친구의 조언에 영국문화원 회화프로그램에 등록한 것을 계기로 신씨는 유학의 꿈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한국만 떠나면 답답한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슬럼프 극복엔 ‘시간이 약’ 영국유학을 위해 필요한 IELTS 시험을 신청한 신씨는 그날부터 주경야독을 하는 ‘샐러턴트’ 생활을 시작했다. 장학금을 받으면서 대학원 유학을 하려면 6.5점 이상의 점수가 필요했다. 신씨는 대학 때 ‘토익박사’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만큼 영어시험에는 자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무난히 목표를 달성하리라 믿었지만 목표점수에 0.5점 모자란 6점을 받은 것이다. 꿈이 깨진 신씨는 정신이 번뜩 들었고 현실로 돌아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3·6·9 징크스’. 5년차 회사원 김모(31·여)씨가 굳게 믿고 있는 직장생활의 법칙이다. 3년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2년 전 김씨는 ‘삼재에 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였던 그가 회계부서로 발령난 것이었다. 김씨는 “충격 그 자체였다. 회계의 ‘회’자도 몰라서 첫 회의에서는 상사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속 상관인 A차장은 악명 높은 일벌레였다. 일주일에 4~5일씩 야근이 계속됐다. 피곤한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식욕도 떨어지고 불면증까지 찾아와 결국 이직 생각까지 하게 됐다. 김씨는 실제로 헤드헌팅 업체에 인재로 등록하고 두세 차례 면접도 보았다. 하지만 그가 이직 생각을 접은 건 5년 선배인 여자 상사의 조언 덕이었다. 그 선배는 “아직 경력이 많지 않아 이직이 어려운 만큼 조금만 참아라. 3년마다 찾아오는 이 고비만 넘기면 편해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선배의 말을 들으면서 누구나 다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는 “‘시간이 약’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면서 “3개월쯤 지나자 새 일과 새 상사에게 익숙해지더라.”며 웃어 보였다. 출판사 직원인 이모(26)씨의 다이어리에는 점심·저녁식사 약속이 빼곡히 적혀 있다. 점심 약속은 고등학교 동창 등 옛 친구들이 주 대상이고 저녁에는 다른 출판사 선배들과 주로 만났다. 이씨에게 식사 약속은 직장인 사춘기를 떨쳐내기 위한 수단이다. 입사 뒤 1~2년간 개인생활도 없이 주말마다 서점에 들러 시장조사를 하고 야근을 자처했던 그는 3년차가 되니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박봉인 데다 비전이 있는 업계가 아니니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한번 자신의 일에 회의감이 들고 나니 예전처럼 의욕이 생기지도 않고 회사의 나쁜 점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이씨.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이씨가 택한 방법은 ‘주위 사람들에게 상담받기’였다. 혼자 끙끙 싸매고 고민하느니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서다. 점심엔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기분 전환을 한 이씨는 저녁엔 소주 한 잔 하며 진지한 얘기를 주고받기 위해 인생 선배들을 주로 만났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기분도 나아지고 선배들로부터 슬럼프를 이겨내는 노하우도 전수받았다고 한다. 중견 무역회사의 바이어인 유모(30·여)씨는 2년 전만 해도 현장을 누비던 취재기자였다. 인지도가 높은 인터넷 언론사에서 기자로 3년간 일하며 문화부와 체육부 등을 오갔고 각종 문화·체육행사를 다녔다.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에서 자신이 바라는 일을 했던 그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유씨는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 어려서부터 품었던 언론인의 꿈은 이뤘지만 일에 쫓겨 자신의 시간을 거의 가지지 못하면서 조금씩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은 일에 빠져 지내는 동안 친구들은 하나 둘씩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렸고 그러다 보니 점점 주말에도 만날 사람 없이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오랜 시간 고민해온 그는 지난해 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적 여유가 보장된 회사로 이직하게 됐다. 유씨는 “지난 3년간의 시간은 이제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면서 “일상의 소소한 재미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지금에 만족하며 지낸다.”고 말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올해 초 두 번째 직장으로 이직한 전모(30)씨도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혹독하게 앓은 케이스다. 전씨는 2005년 대학 졸업 직후 국내 굴지의 증권사에 입사했다. 20대엔 치열하게 살고 싶다는 전씨의 바람이 그대로 반영된 직장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전씨는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이 금융계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주위 친구들도 “너같이 지적이고 꼼꼼한 성격에는 천직”이라며 격려해줬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날수록 ‘이 생활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쳇바퀴 돌듯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게 끔찍했다. 지난해 7월 전씨는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아직 결혼 전이라 딸린 식구가 없었던 것도 이직 결심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 처음엔 반대하던 부모님도 나중엔 “네 인생이니 네가 고민해봐라.”며 허락했다. 전씨는 일단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어 그동안 모아놓은 돈 1000만원을 들고 해외여행을 떠났다. 퇴직금은 부모님께 전부 드렸다. 인도, 뉴질랜드 등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나라들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글도 썼다. 인생을 돌이켜보는 시간도 가졌다. 전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이전 직장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회사를 다니며 유학 준비를 하고 있다. “취업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입사 전 생각했던 것과 현실이 많이 다를 수도 있어요. 또 예전과는 달리 기대수명도 길어지고, 노동시장도 바뀌었으니 한 직업에만 목을 맬 수는 없잖아요. 기왕 온 사춘기라면 이를 자신의 인생 항로를 재탐색하는 계기로 삼는 게 어떨까요.”라고 전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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