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문화강국
    2025-12-11
    검색기록 지우기
  • 전투기
    2025-12-11
    검색기록 지우기
  • 더불어민주당(더민주)
    2025-12-11
    검색기록 지우기
  •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5-12-11
    검색기록 지우기
  • 시­알리스약국판매가격-시­알리스 100mg 효과-【pom5.kr】-씨알리스정 Visit our website:(cia830.wordpress.com)
    2025-12-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07
  • [서울광장] ‘종친부 옆 미술관’의 탄생을 기다리며/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종친부 옆 미술관’의 탄생을 기다리며/함혜리 논설위원

    저물어 가는 햇살 아래 아무 말 없이 정독도서관 마당 한구석을 지키고 있는 경근당과 옥첩당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장중한 팔작 지붕과 높은 기둥이 어우러져 정갈함과 고상함을 풍기는 건축물의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 30년째 매여 있는 그 처지가 너무나 안타까워서였다. 경근당과 옥첩당은 조선시대 국왕의 친인척 관련 사무를 보던 종친부(宗親府)의 건물이다. 19세기 말 조선시대의 대표적 관청 건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9호로 지정돼 있다. 종친부는 원래 경복궁 동쪽 문인 건춘문 맞은편에 있었다.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가장 먼저 종친부를 다시 지었는데 본관인 경근당을 중심으로 남쪽을 바라보며 왼편에 옥첩당, 오른편에 이승당을 두었다. 이승당은 1920년대 경성의학전문학교 신축시 뜯겨 나가고 경근당과 옥첩당이 남아 있었지만 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의 요구로 198 1년 8월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고, 그 자리는 기무사 군인들의 테니스장으로 변했다. 정부가 기무사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짓기로 하고 지난 3월 실시한 문화재 발굴조사에서 경근당과 옥첩당의 기단이 거의 원형 그대로 발견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9일 두 건물을 원위치에 이전·복원하기로 결정했다. 박수를 치며 환영해야 할 일이거늘,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논란이 불거지는 계기가 됐다. 미술관 건립을 백지화하고 옛 종친부를 완전히 복원하자는 문화유산 보존 시민단체의 의견이 대두되는가 하면, 기무사 터 미술관 건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무사에 미술관을 원하는 모임’은 미술관이 협소해진다는 이유로 종친부 복원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1929년에 지어진 기무사 본관 건물은 현재 근대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외관을 보존해야 하는데, 종친부까지 복원한다면 제대로 된 현대 미술관을 짓는 것은 애당초 틀렸으니 아예 다른 장소를 찾아 미술관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나름대로 일리가 없지 않지만 모두가 정답은 아니다. 공자가 일찍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말한 것은 역사와 문화의 전개가 전통 및 인습과 창조의 조화 속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과거에 집착해서도 안 되고, 과거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옛것을 잊지 않고 익혀서 새것을 알아나가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문화 발전 방식이다. 미술관 건립 문제도 여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갑론을박할 필요도 없다. 종친부 건물은 이전·복원하고, 그 건물의 전통적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루는 현대미술관을 지으면 된다. 지리적으로도 너무나 훌륭한 조건이다. 경복궁에서 북촌으로 이어지는 아트밸리의 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에 제대로만 짓는다면 21세기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미술관은 유럽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 미술관은 초현대적인 유리 피라미드와 함께 새롭게 태어났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유리피라미드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지만 끈기있게 국민들과 의회, 그리고 전문가들을 설득해 공사를 추진했다. 공사 중 발굴된 중세시대의 성벽을 그대로 살려 새로운 전시공간을 만드는 지혜도 발휘했다. 오스트리아 빈의 박물관·미술관 밀집단지인 ‘뮤지엄 쿼터’도 벤치마킹해 볼 만하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구간을 개조해 2001년 6월 개관한 뮤지엄 쿼터에는 레오폴드 미술관, 현대미술관 무목, 어린이 미술관과 전용극장, 전시전용 공간인 ‘쿤스트할레 빈’, 무용이벤트 공간인 단츠 쿼르티에, 뉴미디어 전시공간인 퍼블릭넷베이스 등 10여개의 독립적인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종친부 옆 미술관’은 전통이 살아 숨쉬고 현재와 미래가 과거와 대화를 하는 아주 독특한 공간이 될 것이 틀림없다. 이제 종친부 이전·복원을 둘러싼 논쟁은 접고 미술관을 어떻게 지을지, 무엇을 담을지를 고민하자. lotus@seoul.co.kr
  • “호방한 민족의 얼 담아 국운융성 계기로”

    “호방한 민족의 얼 담아 국운융성 계기로”

    “동상 하나와 물줄기 몇 가닥밖에 없는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이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까. 한국의 인왕산 호랑이도 동상을 세우고 우리 민족의 얼을 담아 낸다면 로렐라이 언덕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진 관광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호랑이해인 경인년을 맞아 올해 2월 서울 인왕산에 세워질 대형 호랑이 동상을 제작하고 있는 성선옥(50) 성균관대 교수는 인왕산 호랑이 동상이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 될 것” 성 교수는 “인왕산은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수십마리의 호랑이가 살았던 한국호랑이의 근거지”라며 “청와대와 경복궁을 둘러싼 곳에 세워지는 동상들이 국운을 융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사신 중 우백호인 인왕산에 살았던 호랑이의 명성을 되살려 관광명소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호랑이 조형물 설치를 추진해 왔다. 설치 장소는 인왕산 정상, 청운공원 윤동주 시비 옆, 사직동 인왕산 초소 삼거리 등 세 곳이다. 성 교수는 “당초 각각의 의미를 가진 24마리의 호랑이 동상을 제작하려고 기획했지만 우선 세 마리만 설치하기로 했다.”면서 “세 마리는 각각 ‘국가와 민족의 융성을 기원하는 호랑이’, ‘청와대와 경복궁을 지키는 호랑이’, ‘문화강국 호랑이’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60년 만에 돌아온 백호의 해에 국가적인 대형 작업을 맞게 돼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며 “호방하고 기운 넘치는 동양의 정신을 작품에 담아 민족혼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형 제작 완료… 설날 제막식 현재 점토를 이용한 모형 제작이 완료된 호랑이 동상들은 스테인리스, 금도장, 화강암 등을 이용해 만들어지며 크기가 2~3.4m에 달하는 대형 조형물이다. 이들 호랑이 동상은 설날인 2월14일 오후 1시를 기해 제막식을 갖고 본격적인 위용을 드러내게 된다. 성 교수는 동양화가에서 출발해 수묵추상, 설치작업, 레이저, 컴퓨터, 비디오 등 다양하게 영역을 넓혀온 대표적인 한국작가다. 특히 1994년 대전엑스포에서 홀로그램 작품을 선보이는 등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성 교수는 “발전하는 첨단기술을 동양화의 ‘먹’으로 쓴다는 생각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예술가는 어디까지나 변신의 선봉에 서야 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글로벌 시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중국의 딜레마/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글로벌 시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중국의 딜레마/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코펜하겐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 총회가 18일 구속력 있는 합의 없이 막을 내렸다. ‘지상 최대의 정치쇼’라는 환경단체들의 비난에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나마 성과라면 선진국이 매년 1000억 달러의 기금을 모으기로 한 것과, 한 달 후까지 미국과 중국 등 5개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기로 약속한 것 등이다. 눈길을 모은 대목은 중국이 미국과 함께 기후 대응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점이다. 폐막을 앞두고도 협상이 별 진전을 보지 못하자 미국과 중국의 정상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대표해 두 차례나 긴급회동을 갖고 담판을 벌였다. 중국이 정치, 경제뿐 아니라 환경 문제에서도 세계의 중심축이 됐음을 확실하게 보여준 장면이다. 하지만 주역이란 그 역할만큼이나 부담도 큰 것이 세상 이치이다. 중국은 특히 지구온난화 방지를 선도하는 주역이기 전에 온난화의 주범국이라는 배역을 맡고 있어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은 당장 구속력 있는 의무감축 비율이 결정되지 않은 것에 안도하지만 한 달 후에 자율감축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투명하게 집행해야 할 입장이다. 물론 중국은 부과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약속이행을 확인하기 위한 국제검증 제안은 국가주권 침해라며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처럼 에너지를 과다 사용하는 선진국이 온난화의 책임을 개도국에 전가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면서, 선진국이 환경개선에 필요한 기술을 개도국에 전수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책임 있는 대국’과 ‘조화세계’를 강조함으로써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이웃과 공존공영하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중국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배출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미국 다음이고 이산화황 배출은 세계 1위다. 미국처럼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설령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객관적인 조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지 중국의 가스 배출량이 세계 1위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비판으로 일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중국이 처한 상황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인구가 세계의 22%나 되고 중국 총에너지 생산에서 차지하는 석탄의 비중이 68%로 높다. 둘째, 공업의 에너지 효율이 일본의 4분의1에도 못 미칠 정도로 기술수준이 낮다. 셋째, 중국인의 1인당 평균 에너지 사용량은 세계 평균에 이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13분의1 수준에 불과해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에너지 소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넷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보유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에너지자원의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도 오염으로 인한 손실이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그린GDP를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집행하고 있으나, 국민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에너지 공급을 더욱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3억의 중국이 처한 지금의 이 딜레마는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그래서 중국 총리도 온실가스 감축 약속의 진정성을 호소하면서도 선진국과 동일한 조건이 부과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정적으로 각인된 이미지를 개선하고 새로운 문화강국으로 세계를 선도하려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험난한 장애물이 너무나 많은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환경기술 이전에 소극적인 선진국에 대한 비판이 없는 중국에 대한 질책은 따라서 매우 제한적으로만 정당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서울광장] 神의 지문, 人間의 지문/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神의 지문, 人間의 지문/김성호 논설위원

    이집트 카이로 남서쪽 15㎞ 지점의 쿠푸왕 피라미드. 그리스 사가 헤로도투스가 ‘역사’ 권2에 이 유적과 관련해 남긴 기록은 인부 10만명이 3개월 교대로 20년 공사 끝에 완성했음을 보여준다. 높이만 137m, 저변길이 230m, 사면각도 51도의 거대한 위용. 수레도 없던 BC 2550년, 피라미드에 쓰인 2.5t짜리 돌 230만개를 운반한 수단과, 종이 한 장도 못 끼울 만큼 정교하게 석재를 쌓아낸 건축술은 지금 과학으로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의 영역이다. 1911년 미국인 교수가 발견해 세상에 알려진 2000년 전 고대 잉카의 마추피추. 해발 2280m 고산에 총면적 5㎢의 규모로 세워진 마추피추는 험한 산과, 절벽, 울창한 숲에 가려 공중에서만 볼 수 있다 해서 ‘공중도시’로 통한다. 1만명이나 되는 인총이 어떻게 경사진 산꼭대기에 넓은 제국을 이뤄 살았을까. 크기 8m가 넘는 361t짜리 돌들을 수십㎞씩 옮겨 한 치의 틈새 없이 정교히 쌓아올린 신전, 성벽은 신기라 할 건축술의 결정이다. 현대 건축술과 공법으로도 섣불리 밝힐 수 없는 신비의 흔적은 피라미드, 마추피추 말고도 흔하며 그 신비의 영역을 사람들은 ‘불가사의’라 한다. 2000∼3000년 전 지금 문명 못지않게 찬란했던 문명의 흔적들을 차라리 하늘과 신의 영역으로 돌려놓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른바 ‘신의 지문’이다.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만 할 이 흔적들에 모아지는 의문은 왜 사라졌는가이다. 고대, 선사의 ‘신의 지문’들을 훑어내 센세이션을 불렀던 그레이엄 핸콕은 그래서 이 사라진 문명처럼 지금 문명 또한 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음을 경고하며 그 보존과 관리를 역설한다. 얼마 전 강강술래를 비롯한 우리 무형문화유산 5건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된 것을 놓고 자화자찬이 무성하다. 유네스코 총회에서 아태무형문화유산센터의 한국유치가 승인된 겹경사에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위기에 처한 아시아태평양지역 무형문화유산들을 보호 지원할 총책을 맡았으니 ‘문화강국’을 입에 올리는 자랑이 이어짐이 괜한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이 달뜬 분위기에 전해진 ‘1인 창무극’ 예인 공옥진의 서글픈 사연은 예사롭지 않다. 흰 무명저고리에 버선발로 우리네 정서와 한을 마른 무대 젖은 무대 가리지 않고 풀어냈던 공옥진. 교통사고 후유증과 뇌졸중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에 얹혀 그의 ‘1인 창무극’이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이 더 안타깝다. 1999년 전남도 문화재위원회가 무형문화재 인정을 부결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도 영광군이 다시 신청했지만 여의치 않다고 한다. ‘전통의 계승이 아닌 개인적으로 창작한 작품’이 이유란다. ‘전통에 기반한 문화재의 자격을 충분히 갖는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들도 별 효력을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우리의 정신과 혼이 담긴 무형의 원형질을 되살려내 전파하자는 몸짓들은 공옥진 말고도 숱하다. 고려시대 이후 사라지다시피 한 사경(寫經)을 전통 그대로 복원해 내려는 힘겨운 고행들을 비롯해 명맥이 끊겨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전통 먹이며 전통인형, 화칠 복원의 힘겨운 작업들이 있지만 시선을 받지 못한다. 47년 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이 무형문화재의 지정과 보존, 관리에 얼마만큼 실효성을 갖고 있는지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 지금 누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렸던 우리 문화의 원형질들을 그저 아쉬운 ‘신의 지문’쯤으로 남겨서야 될 말인가.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한국 문화강국 ‘성큼’

    한국이 전통 문화 강국으로서 잇따른 쾌거를 올렸다.문화재청은 지난 1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5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유네스코 후원기관(카테고리 2급)인 ‘아·태무형문화유산센터’의 한국 유치를 최종 승인받았다.”면서 “아·태 지역의 위기에 처한 무형문화유산 보호와 지역 회원국들에 기술적·행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임무를 띤 기구의 유치를 통해 문화 강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채택 직후부터 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국제 사회에 제안하고, 유치를 추진해온 한국은 이로써 아·태지역의 무형문화유산 보호와 관련해 정보 및 네트워킹 기능 수행의 주축 역할을 맡게 됐다. 또한 무형문화유산 관련 정보를 수집·가공·보급하는 연구 정보센터의 기능과 함께 무형문화유산 관계자와 일반 대중을 서로 연결하는 네트워킹 센터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날 유네스코 총회에서 한국은 ‘문화재 반환촉진 정부간위원회’(ICPRCP) 위원국에 다시 뽑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300여개 해외공관 전주 한지로 꾸민다

    세계 300여개 해외공관이 ‘전주 한지’로 장식되고 ‘전주 한식’이 해외 주요 인사들에게 제공될 전망이다. 전북도와 외교통상부는 17일 한식·한지 세계화 지원을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전통의 맛과 멋의 국제화 실현을 통한 문화강국의 이미지 및 브랜드 가치 제고는 물론 새만금을 통해 전북과 국가경제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투자 유치와 해외진출 관련 협력 지원 ▲국제회의 지원 ▲재외동포 전통문화체험 지원 ▲한식·한지 세계화 지원 ▲새만금사업 해외홍보 등이다. 이에따라 전북도는 가장 한국적인 맛과 멋·소리·전통문화가 잘 보전된 문화자원,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 등을 해외 300여개 공관을 통해 홍보함으로써 지역의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외통부도 한지 세계화를 위해 300여개 해외 공관의 내부 인테리어를 전주 한지와 한지 공예품 등 한(韓)스타일로 꾸미기로 했다. 또 전북도는 해외공관 주요 행사에 전주에서 양성된 한식전문가를 파견해 한식의 세계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열린세상] ‘新아시아 외교구상’을 보면서/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열린세상] ‘新아시아 외교구상’을 보면서/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뉴질랜드·호주·인도네시아 등 3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아시아 외교구상’을 밝혔다. 이로써 우리 외교가 동아시아를 벗어나 범아시아권으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구체적으로는 아시아 역내의 모든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빨리 체결해 한국이 아시아 FTA 네트워크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또 아·태지역에 자유무역을 늘리고 녹색성장 벨트를 만들어, 금융위기와 기후변화 대책을 주도하겠다 한다. 이는 또 “미국·중국·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과의 관계가 재정립된 만큼 외교의 초점을 아시아권으로 돌리는 ‘귀(歸) 아시아 정책’”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우리 한국이 외교를 할 때 문서상으로는 친구와의 관계, 우정 이런 표현을 많이 하지만, 사실상 우리 외교가 정상회담을 하든 (다른 회담을 하든) 만찬으로 끝나고 돌아오고, 돌아오면 그냥 끝나 버리고 이런 식의 외교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소 우리의 외교가 그저 미국만 따라하다 보니, 외교다운 외교가 없다고 생각하던 터라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은 자못 반갑다. 특히 실속은 없고 그냥 밥만 먹고, 폼만 잡고 돌아오는 외교에 대한 대통령의 지적은 따갑고 적절하다. 그리고 기존의 한반도 주변 4강 ‘몰입’ 외교를 벗어나 저 멀리 아시아판을 내다보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도 정부측이 밝힌 신아시아 외교 구상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드는 의구심이 한둘이 아니다. 아마 ‘만찬으로 끝나는’ 외교란 참여정부 시절의 외교를 지칭하는 듯한데, 여기에 공감하면서도 어쩐지 ‘신아시아외교’론을 보면서 그때 그시절 ‘동북아 균형자론’의 운명이 연상되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과거 균형자론이 걸려 넘어진 바로 그 돌부리에 신아시아외교론 역시 또 넘어지는 것은 아닐까. 모름지기 외교란 것은 결국 힘에 기반한다. 그 어떤 외교도 힘의 법칙 바깥에서 작동되지 않는다. 그렇게 보자면 외교란 군사력·경제력 그리고 문화에 의해 그 크기가 가름된다. 첫번째 군사력을 보더라도 우리가 미국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인 계획 속에서 자신의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이 전원 철수하는데 혼자 이라크에 남을 수 있을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요구를 끝까지 거절할 수 있을지도 그러하다. 한·미관계 ‘복원’을 내세웠지만 과연 무엇이 ‘복원’된 것일까. 오바마 행정부 아래 북·미 관계의 급속한 ‘복원’에도 남북관계의 ‘복원’은 오히려 요원해졌다. 둘째, 전 세계 경제위기 와중에 보호주의 흐름이 도도하다. 단순히 통상을 넘어, 금융 그리고 일자리 보호주의가 고개를 쳐들고 있다. 이런 내외 상황에서 ‘아시아 FTA 허브’를 자임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신자유주의가 한계에 봉착한 현실에서 신자유주의를 내세워 나홀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우리만의 ‘자유무역’을 말한다고 신아시아 외교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잘해야 그저 통상정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데도 정부측은 FTA에 과도하리만치 집착한다. 무분별한 FTA 확산에 따른 통상비용 증가를 볼 때, 아시아 모든 나라와의 FTA가 과연 바람직한지 좀 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시아 어디보다 혹독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에겐 우리 문제가 더 급하다. 셋째, 문화는 이른바 ‘스마트파워’의 핵심이다. 하지만 한때 상종가를 기록한 한류도 이제 그 동력이 바닥이다. 한류 역시 아시아의 상업주의화에 크게 기여했을지 몰라도, 이로 인해 우리의 국가 ‘위신’이 문화강국의 수준이 되었는지 아직은 글쎄다. 신아시아외교, 그것은 오직 ‘실력’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른바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 역시 마찬가지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 [옴부즈맨 칼럼] 문화의 다양·창의성 북돋워야/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문화의 다양·창의성 북돋워야/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 교수

    유명한 햄버거 광고 중에 ‘소고기는 어디에 있나(Where is the beef)?’라는 헤드라인의 광고가 있다. 타사의 햄버거는 소고기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을 만큼 양이 적은 데 비해 자사의 햄버거는 소고기의 양이 매우 많다는 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광고이다. 우리 언론에서 이 광고의 소고기만큼 찾기 어려운 것이 바로 문화기사가 아닐까.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이지만 문화는 보도기사에서도, 옴부즈맨 칼럼에서도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 문화기사의 뉴스가치를 발굴해 내는 전문성과 노력 및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존 요셔네시와 니컬러스 잭슨 오셔네시는 자신들의 저서 ‘광고와 설득커뮤니케이션’에서 정보를 전달할 때는 수용자의 시각(perspective)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술관과 공연장이 인파로 넘쳐날 정도로 시민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독자는 풍부한 문화기사를 원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문화기사의 양이 부족한 편이었지만 음악, 미술, 공연, 박물관 등 문화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다만 적은 양에 여러 분야를 담다 보니 심층취재 기사는 드문 편이었다. 지난 한 주 동안 서울신문 1면의 머리기사 중에서 문화 관련 기사는 ‘한국의 닌텐도 나오려면’(2월6일)뿐이었다. 게임에 대한 정부의 지원,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은 독자의 시각보다는 게임 산업계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창의적인 문화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사고를 제약하는 억압적인 교육환경 때문일 것이다. 정책담당자의 시각을 담은 정책 홍보성 기사도 있었다. ‘현대사박물관→국립대한민국관 변경’(2월3일) 기사는 박물관의 명칭 변경과 함께 전시내용이 미래형으로 바뀐다는 점을 보도하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의 정책 홍보성 언급만 소개되어 있을 뿐 명칭변경이 적합한지, 박물관에서 미래형 전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광화문광장 청사진 완성’(2월5일) 기사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없던 광장은 새롭게 만들면서, 있던 피맛길은 없애버리는 몰지각함을 잘 지적하지 못했다. 모로코의 고대도시 페스의 구시가지인 메디나는 미로 같은 골목길이 명물이다. 피맛길만큼 좁은 길이지만 짐을 실은 낙타도 오가며 수많은 관광객이 북적인다. 피맛길은 왜 안 되는가? 역사가 숨 쉬는 구시가지에서는 재개발을 신중히 해야 한다. 부족한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언론은 다른 언론사가 주최하는 행사는 축소하거나 보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황금빛 관능미, 숨이 멎는다’(2월3일)는 그러한 관행에 견주어 본다면 예외적이고 참신한 시도였다.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에곤 실레와 더불어 국민적 우상으로 여기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전시를 깊이 있게 소개했다. 무형유산과 지역밀착형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물관, 지역사회에 뿌리내려야 산다’(2월2일), 공연예술의 기초가 되는 연극 분야의 ‘연극올림픽 내년 서울서 열린다’(2월4일), 신예음악가 3인의 ‘노다메 칸타빌레 리사이틀’을 소개한 ‘무대위 그들의 진짜 연주와 이야기’(2월6일), ‘명성황후’와 ‘화성에서 꿈꾸다’로 대표되는 창작 뮤지컬의 성취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김훈 베스트셀러 남한산성, 성남 대표 뮤지컬로 만난다’(2월7일)도 주목할 만했다. 문화가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세상이다. 문화강국이 되려면 문화정책에서 정치적 성향을 벗어나고 교육내용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해 창의성을 길러 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신문이 앞장서 주기를 당부한다. 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 교수
  • [전국플러스] ‘축제박람회’ 5월 인천서 개최

    제4회 ‘대한민국축제박람회’가 오는 5월1∼5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축제, 문화강국의 중심에 서다’란 주제로 열릴 이번 박람회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 100여개를 비롯, 70개의 단체가 참가해 다양한 볼 거리와 즐길 거리가 선보인다. 또 평소 접하기 힘든 전국의 민속공연과 축제사진전시회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지난 2006년 시작된 대한민국축제박람회는 1∼3회를 부산에서 개최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 순회 개최 방침에 따라 이번에 인천에서 열리게 됐다.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2009 위기극복 대안을 찾다

    2009 위기극복 대안을 찾다

    EBS TV는 5일부터 13일까지 신년기획 5부작 ‘국가경쟁력 리포트’를 방송한다. EBS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기획한 이번 프로그램에서 KDI 박사들은 기업경쟁력,인재양성,문화경쟁력,사회적 자본,정부 거버넌스 등을 국가경쟁력의 조건으로 강조했으며,제작진은 두 달여 간 10여개 국을 취재해 이 주제들을 각각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완성했다. 5일 오후 9시50분에 방송되는 1부 ‘기업이 국가의 힘이다’에서는 불황 속에서도 굳건하게 세계 경제를 지탱해 가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알아본다.먼저 인공위성 분야를 연구 개발하고 있는 일본의 ‘SOHLA-히가시오사카 우주개발협동조합’을 찾아간다.이곳은 산·관·학의 협력으로 기업의 이윤 창출과 지역 활성화 등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6일 2부 ‘인재가 미래다’에서는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을 소개한다.치열하고 광범위한 채용과정을 갖고 있는 ‘구글’,전문 지식과 복합적인 지식을 다룰 수 있고,특정한 분야에 추진력을 지닌 ‘T자형 인재’를 보유함으로써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으로 도약한 ‘아이데오’등의 인재 확보 비결을 알아본다. 7일 3부 ‘문화강국이 되는 길’에서는 세계 문화콘텐츠 산업의 점유율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일본과 영국을 찾아가 문화강국이 되는 비결을 알아본다.이 프로그램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스토리임을 강조한다. 미국영화협회(MPA) 댄 글리크만 회장, MGM 제프 프라이어 마케팅 이사,‘심슨’의 작가이자 전미작가협회장(WG A)인 패트릭 베론 등이 할리우드의 성공비결에 대해서 말해 준다. 영국은 문화인프라와 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배출하는 시스템이 돋보이는 나라다. 영국 전역에 있는 미술관,박물관 등은 주민이 전시 내용을 기획,디자인하고 직접 자신의 물건들을 전시하는 등 실질적으로 문화시설의 주인이 되도록 운영된다. 12일 4부 ‘신뢰가 자본이다’에서는 지역 파트너십의 모델로 자리잡은 미국 위스콘신주를 찾아가 저숙련 노동자들의 구직난과 고숙련노동자에 대한 인력난을 해결한 사례를 소개한다. 13일 5부 ‘거번먼트(Gov ernment)에서 거버넌스(Gover nance)로´에서는 아래에서 위로 의견을 수렴하는 ‘거버넌스´ 형태로 발전한 선진국 정부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글로벌 시대]단결이 기회를 만든다/ 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글로벌 시대]단결이 기회를 만든다/ 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지난 8월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한국인은 그 저력을 세계 속에 활짝 펼쳐 보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올림픽 동안 메달 순위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또는 메달 순위가 한단계 떨어지면 아쉬움이 가득 찬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한국인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열정, 그리고 능력이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통해 세계에 드러나게 되었다. 세계 7위라는 성적은 우리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어떻게 우린 그런 쾌거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그것은 전 국민이 승리라는 오직 한가지 목표만을 가지고 열성적인 응원단으로 단결됨으로써 가능했을 것이다. 영어의 opportunity(기회)라는 단어를 보면 뒤 음절이 unity(단결)라는 단어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확실히 모든 기회는 단합과 일치를 통해 비로소 만들어진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재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팀과 단결하지 못하는 인재는 오히려 왕따가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조직원들의 단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이 공통의 확실한 목표와 성취 후 뚜렷한 혜택이 필수적이다. 스포츠에서는 승리라는 단순하고도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단결이 쉽다. 그리고 목표달성 후에는 스포츠강국 나아가 경제강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림으로써 국민 전체가 느낄 자부심이라는 혜택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확실히 알 수 있다. 둘째, 방향을 제시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신속하게 해주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야구 대표팀의 승리와 여자 핸드볼팀의 선전도 우수한 감독들의 감성적이고 합리주의적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셋째, 확실하고도 분명한 적이 필요하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상대팀이 너무도 확실하기 때문에 적을 향해 단결하기가 쉬워진다. 회사나 조직에서도 경쟁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조직내부의 단결을 확실히 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조직 구성원들끼리 서로 편을 가르게 되고 그 결과는 기회의 상실로 나타나기 일쑤다. 야구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강한 체력과 탄탄한 수비, 선수들의 개인기와 훈련 여건이 좋은 여러 야구강국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무릎을 꿇은 것은 경쟁국가를 이기고자 하는 선수들과 5000만 국민들의 열정과 간절한 염원으로 일구어낸 단결력 때문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모여있는 조직도 하나의 뚜렷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강력한 팀워크를 가진 조직과는 경쟁이 되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올림픽을 통해 하나가 되었고 세계강국의 대열에 당당히 합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스포츠를 통해 이뤄낸 국민적 자신감을 어떻게 더욱 증폭시켜 IT강국, 경제강국, 나아가 선진 문화강국으로 한국을 완전히 변모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이제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경제가 힘들수록, 조직이 힘들수록 지도자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단결을 통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이번 올림픽은 전국민의 단결(unity)을 통해서 우리에게 숨어있는 열정과 잠재력을 깨우고 세계적인 스포츠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opportunity)였고, 우리는 때맞춰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열매를 수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갓 잉태된 그 씨앗을 탐스러운 열매로 거두기 위해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 새로운 시작이다! 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 [기고] 한 발자국도 못나간 ‘문화창작 발전소’/이철영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 교수

    [기고] 한 발자국도 못나간 ‘문화창작 발전소’/이철영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 교수

    당인리문화창작발전소 조성은 산업화시대 유산을 재창조해 예술창작벨트를 만드는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다. 이 과제는 ‘당인리발전소 부지 11만 9454㎡ 중 8만 1649㎡를 매입하여 문화창작발전소를 조성한다.’는 상당히 구체화된 대통령 공약에 근거한 것이다. 새 정부는 기존 발전소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근대화의 산 역사이지만, 이제 문화 창작 분야에서 서울과 한국을 대표할 새로운 동력이 돼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을 수렴해 이 정책과제를 수립했다. 때문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국정 현장방문 1호로 당인리를 선정하는 등 이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 사업이 문화체육관광부로 넘어간 지 6개월 동안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문화창작발전소의 아이디어를 구현할 시설은 무엇이 될지 누가 이 시설을 만들고 운영해야 할지, 필요한 예산은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 등 구체화된 모습은 하나도 없다. 문화강국 건설을 위한 청사진은 ‘기존의 발전소를 그 자리에 둘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에 멈춰 의견 대립의 공회전만 계속하고 있다. 이 사업이 첫 실마리부터 꼬인 것은 무엇보다 기존 발전소 자리를 차지한 것을 기득권으로 생각하는 한전측의 완강한 반대 때문이다. 한전측은 수도권 전기 수요 1%를 채우기에도 팍팍한 발전소가 폐지되면 서울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올 수 있다는 위협적 가설을 내세우며 문화창작발전소 구상을 흔들었다. 도리어 지금보다 세 배나 큰 발전소를 땅속에 짓겠다며 문화강국 건설을 위한 새 정부의 청사진을 비웃는 듯한 계획도 세웠다. 문화창작발전소가 무엇이든 ‘국가기간시설’인 기존 발전소를 침해할 수 없으니 만일 지으려면 남은 땅에 지으라고 했다. 한전측의 주장을 따라준다면 문화창작발전소가 반쪽이 될 수도 있고 아예 없는 이야기로 돌릴 수도 있게 된다. 과연 대통령 공약이자 새 정부의 국정과제가 이런 식으로 처리돼도 괜찮은 것인가. 주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접근법을 바꿔보길 권한다. 특히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조성계획은 이곳이 발전을 통해 국가사회에 이바지하던 소임을 끝냈다는 새 정부의 확고한 정책 판단이 전제가 돼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 문화부는 우선 기존 발전소와 문화창작발전소 사이의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우선순위 논란을 시급히 잠재워야 한다. 대신 문화창작발전소 구상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시설의 청사진을 먼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전 등 관계기관을 설득해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 한전의 주장에 이끌려 반쪽짜리 문화창작발전소를 만든다거나 결정을 미뤄 새 정부가 국민과 한 약속을 없는 것으로 만든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한전도 국민을 위한 공기업으로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1조원의 자산가치가 있는 자리에서 매년 엄청난 적자만 쌓여가는 시설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공기업 경영일까. 정부와 국민의 지원과 지지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국민의 기업으로서 문화창작발전소 조성이라는 국가적 사업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가를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한다. 국가와 도시의 생존차원에서 경쟁력강화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에 겉으로는 다들 아무런 이견이 없다고는 하지만, 진정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모든 유관부처들이 무엇보다 희생적이며 전향적인 자세를 기본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는 탁상공론에서 그치고 말 것이다. 이철영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 교수
  • [문화마당] 방학때 미술관이 붐비는 이유/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국민대 겸임교수

    [문화마당] 방학때 미술관이 붐비는 이유/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국민대 겸임교수

    폭염이 계속되지만 요즘의 내 심정은 긴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격이다. 왜냐하면 미술관의 문을 열기가 무섭게 관객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관객들은 개관시간을 기다리면서 줄을 서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한다. 세상에, 문화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을 한국에서도 보게 되리라고 감히 상상인들 했을까. 비단 사비나미술관뿐만 아니라 다른 미술관에도 눈에 띄게 관객이 늘었다고 한다.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스타작가의 작품이나 블록버스터형 전시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인데도 관객들은 줄지어 미술관을 찾는다. 특이한 점은 난생 처음 미술관을 찾은 왕초보 관객들이 유독 많다는 것이다. 왕초보 관객이란 초중고교 학생과 학부모들을 가리킨다. 삼복더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와 자녀들이 미술관 나들이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해답은 바로 각 학교에서 방학기간 학생들에게 예술과제를 내주기 때문이다. 즉 학생들은 미술작품을 보고 감상문을 쓰려고, 학부모들은 ‘아트 바캉스’ 삼아 자녀들과 함께 미술관에 찾아오는 것이다. 평소에는 미술관 근처에도 가지 않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오직 방학숙제를 해치우기 위해 전시장에 가는 것에 대해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자발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예술을 강제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고, 공부시간을 축내는 공연한 짓이라면서 볼멘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 긍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만일 학교에서 예술과제를 강요하지 않는다면 공부기계로 전락한 학생들이 과연 미술관을 찾을 엄두조차 낼 수 있을까. 문화강국을 꿈꾸는 한국인들 중 대다수가 미술맹인 상태로 살아가는 것은 어릴 적부터 미술관에 다니는 습관이 길러지지 않아서이다. 반면 문화선진국에서는 미술관을 열린 예술학교 혹은 예술놀이터로 여긴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미술관을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예술적 감성과 창의성을 기르는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술관의 높은 문턱을 일반인들이 처음으로 넘어서기란 무척 어렵지만 일단 경험한 이후에는 열혈관객이 될 확률이 높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로버트 치아디니는 첫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문간에 발 들여 놓기 기법’이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지금 국내 미술관들은 관객 숫자를 늘리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정부에서 미술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짜라는 미끼(국공립미술관 무료관람정책)를 내세워 관객들을 유혹할 생각까지 했을까.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에 반짝 쇼가 아닌 관객의 발길이 저절로 미술관으로 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문화·교과부가 권장도서를 선정해 학생들의 독서가이드가 되어주듯, 방학기간에 열리는 전시 중에 우수전시를 선정해 학생들에게 관람하도록 적극 권장하는 방법이다. 이를 활용하면 미술관들은 학생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맞춤형 전시를 안정적으로 기획할 수 있고, 학생들은 과제에 적합한 작품을 감상하면서 교육적 효과를 높이고, 학부모는 예술적 소양을 쌓을 수 있다. 재정이 열악한 사립미술관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우수전시에 공공기금을 배정해 전시비용을 지원한다면 가족들이 방학기간에 가까운 미술관을 찾아가 다양한 예술체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방학 때면 미술관에 철새처럼 등장하는 일회용 관객들을 단골관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살아 있는 미술관정책을 만들자는 나의 제안에 관계기관의 응답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국민대 겸임교수
  • [대한민국 60돌-미래로 세계로] 미래 60년 준비는

    “한때는 ‘콘텐츠’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무조건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는 분위기였다. 콘텐츠가 온통 문화계의 화두가 돼있던 2,3년 전엔 너도나도 기획서에 ‘콘텐츠’란 말을 들먹였다. 그런데 이해할 수가 없다. 그 많은 콘텐츠 진흥정책은 어디에 적용되고 있는지, 정작 영세한 제작현장에서는 혜택을 누리기가 어렵다.” 한 중소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대표의 하소연이다. 문화발전을 위해 공공의 콘텐츠 진흥기금이 적소에 효율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지적은 기실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미래는 콘텐츠에 달렸다는 명제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콘텐츠 정비가 우선되지 않고서는 21세기 문화강국을 이야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조사한 ‘2006 문화산업통계’에 따르면,2005년도 기준 국내 문화산업 총매출액은 53조 9481억원. 문화부 우진영 문화정책국장은 “문화산업 GDP 기여도는 2.38%로, 해외 주요국들(6∼7%)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치”라면서 “그런 만큼 앞으로 국내 문화산업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화산업을 콘텐츠 정비로 일으켜 나가야 한다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뤄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콘텐츠산업은 문화예술 정책에서 핵심적으로 다루지 않는 사각지대로 남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논의만 무성했을 뿐 정작 그것을 문화 부가가치 산업에 적극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지적들이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한류열풍이 허무하게 가라앉고만 현실이 대표적 방증이라는 것. 한국영화 시장이 최근 급속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술개발, 인력 양성, 금융 등 ‘공급위주’로 초점이 맞춰진 대책들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10년간 5000억원이 넘는 지원액이 투입된 영화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시장 메커니즘을 고려하지 않고 공급에만 매달린 결과라는 주장이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문화산업 정책이 선진국들처럼 일반 문화정책이나 제조업 정책에서 분리돼 다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서울예술대학 디지털아트학부 김재하 교수는 “예컨대 ‘콘텐츠산업 기본법’같은 콘텐츠 진흥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률이 서둘러 제정돼야 하며 문화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로 갈라져 있는 콘텐츠 산업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기구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기고] 쿠바 그리고 문화외교/배재현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

    [기고] 쿠바 그리고 문화외교/배재현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

    땅거미 질 무렵, 쿠바의 수도 아바나 골목길에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100여명의 군중이 음악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유도 없다. 그냥 음악소리를 좇으며 살사의 몸짓으로 춤을 추며 행렬을 이룬다. 마치 하멜론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뒤따르는 아이들처럼…. 우리에게는 체 게바라, 혁명, 미국의 경제봉쇄, 피델 카스트로, 미사일 위기 등으로 알려진 쿠바에 가서 겪은 문화충격이다. 충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거리와 건물 곳곳에 배어 있는 문화유산의 향기, 일반 사람들 곁에 있는 문화적 소양. 이것이 진정한 문화강국의 모습이 아닐까? 쿠바. 멀리 떨어진 캐리비안 지역의 섬나라, 또한 우리와는 공식 관계도 없는 미수교국. 얼핏 보면 우리에게 별 관계없는 나라 같지만, 쿠바인들의 마음에는 나름대로 우리의 존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쿠바와 교역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베트남, 일본보다 많다. 쿠바를 찾는 우리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현대중공업은 이동식 발전기 수주를 통해 쿠바 국책산업인 에너지 혁명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작년에는 쿠바 국가예술·영화산업위원회(ICAIC) 주관으로 아바나에서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 등 한국영화제를 열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아울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로스 반반(Los Van Van) 밴드 등 쿠바의 대표적 음악가들의 방한 공연, 영화 ‘저개발의 기억’ 부산영화제 상영 등 문화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외교 담당자로서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난달 말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하였다. 양국간 이뤄지고 있는 문화교류를 보다 제도화하고자 함이었다. 나아가 정식수교를 위한 환경 조성을 희망하면서 쿠바행 비행기에 올랐다. 문화는 모든 것을 초월한다. 서로간 소통을 저해하는 상이한 언어, 정치체제, 지리적 원격성 등은 문화를 통해 사라지고, 우리는 서로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문화외교가 주목받는 이유이다. 뉴욕 필하모닉 평양 공연, 미·중 핑퐁 외교 등 미수교국간 문화교류 행사는 세계 주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넘어, 양국 국민간 소통과 관계개선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문화는 치유제 역할도 한다. 타자의 문화를 수용하는 모습은 문화 다양성을 이해하는 우리의 관용을 보여주며, 또한 타자 스스로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게 된다. 자원외교 및 경제외교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문화를 통해 보완·강화할 수 있다. 이번 쿠바 방문은 그간 일회성으로 그쳤던 문화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거나 제도화하는 방안을 협의하였다. 또한, 양국간 쌍방향 문화교류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내년도 외교통상부가 개최할 중남미지역 문화축전에 쿠바 공연단 초청과 우리 공연단의 쿠바 방문, 그리고 쿠바 문화전문가 방한 초청, 쿠바 대학생의 한국 유학을 비롯해 양국 국민간 교류증진 문제를 논의하였다. 쿠바측도 우리측 문화외교 대표단 방문을 의미있게 받아들였다. 외교부 한반도 담당 과장이 모든 공식·비공식 일정을 수행하는 등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분야의 인사를 만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였다. 쿠바측의 환대는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의 발로며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에서 나왔을 것이다. 봄날의 황사와 같이 불분명한 양국 관계에도 불구, 확실한 것은 양국간 문화교류는 진전해 나갈 것이며, 나아가 활발한 문화교류가 봄비와 같이 양국관계의 황사를 일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문화는 이념, 정치 체제를 초월하고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를 맺어 주기 때문이다. 배재현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
  • [이명박대통령 취임] 17대 대통령 취임사

    [이명박대통령 취임] 17대 대통령 취임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해외동포 여러분, 이 자리에 참석하신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 그리고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엥흐바야르 남바르 몽골 대통령, 삼덱 훈센 캄보디아 총리, 후쿠다 야스오 일본 내각총리대신, 빅토르 줍코프 러시아 연방 총리, 무하마드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을 비롯한 각국 경축사절과 내외 귀빈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국민 여러분의 부름을 받고 대한민국의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한없이 자랑스러운 나라, 한없이 위대한 국민 앞에 엄숙한 마음으로 경의를 표하며 제게 주어진 역사적, 시대적 사명에 신명을 바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국민을 섬겨 나라를 편안하게 하겠습니다.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통합하겠습니다. 문화를 창달하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겠습니다. 안보를 튼튼히 하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국제사회에 책임을 다하고 인류공영에 이바지 하겠습니다. 올해로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맞이합니다. 우리는 잃었던 땅을 되찾아 나라를 세웠고, 그 나라를 지키려고 목숨을 걸었습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리하여 세계 역사상 최단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과업을 동시에 이루어 내었습니다. 오로지 우리의 의지와 우리의 힘으로 일구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베푸는 나라로 올라섰습니다. 이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들은 이것을 ‘기적’이라고 부릅니다.‘신화’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우리가 다 함께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입니다. 그것은 신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진실한 삶의 이야기입니다.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 전선에서 산화한 장병들, 뙤약볕, 비바람 속에 땅을 일군 농민들, 밤낮없이 산업현장을 지켜낸 근로자들, 젊음을 바쳐 민주화를 일구어낸 청년들의 눈물겹도록 위대한 이야기입니다. 장롱속 금붙이를 들고 나와 외환위기에 맞섰던 시민들, 겨울 바닷가에서 기름을 걷고 닦는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사회 각 영역에서 맡은 바 소임을 묵묵히 수행해온 수많은 직장인들과 공직자들, 이들 모두가 대한민국 성공신화의 주역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내놓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러나 떳떳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자부심이 미래를 여는 대한민국의 힘입니다. 이제 저는 여러분과 함께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로 가는 길을 찾아 열어가고자 합니다.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현실의 제약을 여유롭게 바라보면서, 미래의 가능성을 향해 함께 전진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첫해인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실을 소중하게 가꾸고, 각자가 스스로 자기 몫을 다하며, 공공의 복리를 위해 협력하는 사회, 풍요와 배려와 품격이 넘치는 나라를 향한 장엄한 출발을 선언합니다. 지난 10년, 더러는 멈칫거리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이제 성취의 기쁨은 물론 실패의 아픔까지도 자산으로 삼아 우리는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야 합니다. 실용정신은 동서양의 역사를 관통하는 합리적 원리이자, 세계화 물결을 헤쳐 나가는 데에 유효한 실천적 지혜입니다.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개인과 공동체가 건강하고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삶을 구현하는 시대정신입니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데에 나와 너가 따로 없고, 우리와 그들의 차별이 없습니다. 협력과 조화를 향한 실용정신으로 계층갈등을 녹이고 강경투쟁을 풀고자 합니다. 정부가 국민을 지성으로 섬기는 나라,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고 노사가 한마음 되어, 소수와 약자를 따뜻이 배려하는 나라, 훌륭한 인재를 길러 세계로 보내고, 세계의 인재를 불러들이는 나라, 바로 제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이룩하고자 하는 선진 일류국가의 꿈입니다. 기적은 계속될 것입니다. 신화는 이어질 것입니다. 세계를 놀라게 한 발전의 엔진에 다시 불을 붙여 더욱 힘차게 돌아가게 하겠습니다. 제가 앞장서고 국민 여러분이 하나 되어 나서면 우리는 반드시 해낼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이 시점에서 우리 함께 다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각오를 새로이 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 세계는 우리를 저만치 앞질러가고 있습니다. 후발국들도 바짝 추격해오고 있습니다. 국가경쟁력은 떨어지고 자원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내 사정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중산층은 위축되고 서민생활은 어려워졌습니다. 계층간, 집단간의 관계는 여전히 갈등과 투쟁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시민사회는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권리주장이 책임의식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오고 있습니다. 분단국으로서 지고 있는 짐도 무겁습니다. 다음 60년의 국운을 좌우할 갈림길에서, 이 역사적 고비를 너끈히 넘어가기 위해서 저는 국민 여러분이 더 적극적으로 변화에 나서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변화를 소홀히 하면 낙오합니다. 변화를 거스르면 휩쓸리고 맙니다. 변화의 흐름을 타고, 변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어렵고 고통스럽더라도 더 빨리 변해야 합니다. 불합리하거나 시대에 맞지 않으면 익숙한 것들과 과감히 헤어져야 합니다. 방향은 개방과 자율, 그리고 창의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여 더 활기차게 성장하고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정부부터 유능한 조직으로 바꾸고자 합니다.‘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효율성을 높이겠습니다.‘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잘 하는 곳은 더 잘 하게 해주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힘이 되는 역할을 맡겠습니다. 꼭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 것은 민간에 이양하겠습니다. 공공부문에도 경쟁을 도입하겠습니다. 세금도 낮춰야 합니다. 그래야 투자와 소비가 살아납니다. 공무원 수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빠른 시일 내에 혁파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머지않아 새 정부가 효율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기업은 국부의 원천이요, 일자리 창출의 주역입니다. 누구나 쉽게 창업하고 공장을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인이 나서서 투자하고 신바람 나서 세계 시장을 누비도록 시장과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겠습니다. 기술혁신을 추구하는 중소기업들이 활기를 가져야 합니다. 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서 대기업들과 협력하고 경쟁하도록 돕겠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영하는 기업인들이 존경받고,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이 사랑받아야 합니다. 노(勞)와 사(使)는 기업이라는 수레를 움직이는 두 바퀴입니다. 어느 하나가 제 몫을 못 하면 수레가 넘어집니다. 선진국에서는 노사분규가 현격히 줄어들었습니다.“과격한 투쟁은 결국 자멸을 가져온다.”는 인식을 노사 모두가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노사문화의 자율적 개선은 선진화의 필수요건입니다. 이제 ‘투쟁의 시대’를 끝내고 ‘동반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기업도, 노조도 서로 양보하고 한걸음씩 다가서야 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이 힘을 내야 합니다. 기업이 먼저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으로 노동자를 끌어안아야 합니다. 이런 때 노동자도 더 열심히 일해 주어야 합니다. 불법투쟁은 지양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래야 노사관계가 건강해집니다. 정부도 원칙과 성의를 가지고 노력하겠습니다. 시장개방은 피할 수 없는 큰 흐름입니다. 수출산업이 경제의 큰 몫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부를 늘려가야 합니다. 그러나 개방에 취약한 부문에서는 걱정이 많습니다. 특히 농어민들이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앉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우리 국민 모두가 농어민의 아들딸입니다. 농업, 농촌, 농민 걱정이 곧 나라 걱정입니다.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정부가 함께하겠습니다. 농림수산업이 더 이상 1차 산업으로 머물러선 안 됩니다. 첨단 생산기술을 접목하고 유통 서비스 경영과 결합시켜 경쟁력 있는 2차,3차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농어민과 정부가 뜻을 합치고 지혜를 모으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고, 다 함께 건강하고 편안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도움이 절실한 사람은 국가가 보살펴야 합니다. 시혜적, 사후적 복지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능동적, 예방적 복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낙오자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됩니다. 여성은 시민사회와 국가발전의 당당한 주역입니다. 여성의 사회참여는 사회를 성숙하게 만듭니다. 양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서 시민권과 사회권의 확장에 힘쓰겠습니다. 더 많은 여성이 의사결정의 지위에 오를 수 있도록 기회를 늘리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생애주기와 생활형편에 따른 수요에 맞추어 맞춤형 보육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정부가 보육의 짐을 덜어주면 저출산 문제가 개선될 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인적 자원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청년세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국내외에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젊은이들의 사회 진출을 돕겠습니다. 주거생활을 안정시킴으로써 개인 생활은 물론 사회의 안정 기반을 확보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복지대책도 시급합니다. 노령연금을 현실화하고, 공공복지를 개선하겠습니다. 고령자를 위한 의료혜택과 시설을 늘리고, 근로의욕이 있는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힘쓰겠습니다. 장애인들에게도 더 따뜻한 배려와 함께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입니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국가가 책임지고 보살피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진화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위해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는 얼마나 훌륭한 인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꿈과 활력의 발전기입니다. 청소년들의 적성과 잠재력을 개발하고 디지털,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일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교육개혁은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획일적 관치교육, 폐쇄적 입시교육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고 교육현장에 자율과 창의, 그리고 경쟁의 숨결을 불어 넣어야 합니다. 학교 유형을 다양화하고 교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겠습니다. 그래야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 열풍이 잦아들게 됩니다. 학생들의 적성과 창의력이 살아납니다. 대학의 자율화는 국가경쟁력뿐 아니라 한국 사회 선진화의 관건입니다. 교육과 연구의 역량을 늘려서 세계의 대학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지식기반사회의 전선에 서야 합니다. 교육의 기회를 질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형편이 어려워도 공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복지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습니다. 과학이 사회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선진화시킵니다. 한국의 몇몇 과학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20년,30년을 내다보면서 과학기술의 창의적 역량을 키워 가겠습니다. 우수한 과학도를 길러내고, 과학자를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과학기술이 미래로 가는 문을 열어줍니다.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거대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국가가 장기계획을 가지고 밀어 주어야 합니다. 대학과 기업과 정부의 연구개발 협력체제도 보다 실질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주택은 재산이 아니라 생활의 인프라입니다. 주거생활의 수준을 높이고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주거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나가겠습니다. 국토의 구조를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하고자 합니다. 해양지향, 광역화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미래의 생활양식에 필요한 공간 활용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든 친환경, 친문화적 기조를 유지하여 국토의 건강성과 품격을 높여나가겠습니다. 환경보전은 삶의 질을 개선하고 환경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냅니다. 지구 환경 변화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상재해가 잦아지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우리 경제가 이에 적응하려면 당장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아픔을 참고 창의적으로 적응해야만 합니다. 식량, 환경, 물, 자원, 에너지 등과 관련된 정책 전반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문화국가입니다. 최근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한류는 그런 전통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전통문화의 현대화와 문화예술의 선진화가 함께 가야 경제적 풍요도 빛이 날 것입니다. 이제는 문화도 산업입니다.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문화강국의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 문화수준이 높아지면 삶의 격조가 올라갑니다. 문화로 즐기고, 문화로 화합하며, 문화로 발전해야 합니다. 정부는 우리 문화의 저력이 21세기의 열린 공간에서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더 넓은 시야, 더 능동적 자세로 국제사회와 더불어 함께하고 교류하는 글로벌 외교를 펼칠 것입니다. 우리는 인종과 종교, 빈부의 차이를 넘어 세계의 모든 나라,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되겠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인류 공동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지구촌의 평화와 발전에 동참하겠습니다. 미국과는 전통적 우호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맹관계로 발전, 강화시키겠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형성된 역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동맹관계를 굳건히 해 나가겠습니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일본, 중국, 러시아와 고루 협력관계를 강화하여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겠습니다. 우리 경제의 엔진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자원과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에도 힘쓸 것입니다. 아울러 평화와 환경을 위한 국제협력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우리의 경제규모와 외교역량에 걸맞게 인류 보편의 가치를 구현하는 기여외교를 펴겠습니다.UN 평화유지군(PKO)에 적극 참여하고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겠습니다. 문화외교에 역점을 두어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더 원활히 하겠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이 어우러지면 한국의 매력을 세계로 내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통일은 7000만 국민의 염원입니다. 남북관계는 이제까지보다 더 생산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겠습니다. 남북한 주민이 행복하게 살고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비핵. 개방 3000 구상’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남북협력에 새 지평이 열릴 것입니다.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10년 안에 북한 주민 소득이 3000 달러에 이르도록 돕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동족을 위하는 길이고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의 정치 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7000만 국민을 잘 살게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서로 존중하면서 통일의 문을 열 수 있는가 하는 생각들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이런 일을 위해서라면, 남북 정상이 언제든지 만나서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살맛나게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변하지 않고는 선진일류국가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국가의 발전 방향과 실천 대안을 만들어 제시해야 합니다. 민생고를 덜어주고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실용정치의 기본입니다. 길은 멀어 보입니다. 그러나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 봅시다. 소모적인 정치관행과 과감하게 결별합시다.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생산적인 일을 챙겨 합시다. 여와 야를 넘어 대화의 문을 활짝 열겠습니다. 국회와 협력하고, 사법부의 뜻을 존중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던 시골 소년이 노점상, 고학생, 일용노동자, 샐러리맨을 두루 거쳐 대기업 회장, 국회의원과 서울특별시장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꿈을 꿀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나라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꿈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되길 바랍니다. 저는 이 소중한 땅에 기회가 넘치게 하고 싶습니다. 가난해도 희망이 있는 나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라, 땀 흘려 노력한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성공의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고자 합니다. 국민의 마음속에 있는 대한민국 지도를 세계로 넓히겠습니다. 세계의 문물이 거침없이 들어와서 이 땅에서 새로운 가치로 창조되게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이 세계를 향해 새로운 가치를 내보내는 나라, 선진 일류국가가 되게 하겠습니다. 선대의 기원이고, 당대의 희망이며, 후대와의 약속입니다. 저, 이명박이 앞장서겠습니다. 정부만의 힘으로는 어렵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나서 주셔야 합니다. 각자가 스스로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더 튼튼하게 길러야 합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더 열심히 가르쳐야 합니다. 기업인과 노동자들은 손잡고 더 진취적으로 매진해야 합니다. 청년들은 자기 개발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합니다. 군인과 경찰은 국가와 사회를 더 성실히 지켜야 합니다. 종교인, 시민운동가, 언론인도 더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합니다. 공직자들은 더 성심껏 국민을 섬겨야 합니다. 대통령부터 열심히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의 시대적 과제, 대한민국 선진화를 향한 대전진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새로운 신화를 향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저, 이명박이 앞장서겠습니다. 국민이 합심하여 떨치고 나서면 해낼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2월25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
  • [옴부즈맨 칼럼] 숭례문 소실 보도와 언론의 책무/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옴부즈맨 칼럼] 숭례문 소실 보도와 언론의 책무/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숭례문이 다섯 시간이 넘도록 불타는 모습을 지켜 보아야 하는 심정은 참으로 충격적이고 참담하다. 처음에는 지붕에서 새어 나오던 연기가 점점 더 커지고, 두어 시간 후에는 시뻘건 불길이 솟아 나오더니, 이른 새벽에 커다란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아직도 안타깝기만 하다. 600여년 동안 서울 한 복판에서 그 위용을 자랑하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상징이 된 숭례문이 이처럼 허망하게 우리 눈 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탁월한 건축술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숭례문을 물려 준 우리 조상들은 무슨 낯으로 대할 것인가. 후손들이 21세기 초반에 문화강국,IT 강국을 자랑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서울 한 복판에서 숭례문 하나를 지키지 못하였는지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숭례문의 당당하면서도 우아한 자태를 기대하며 서울을 찾는 외국의 관광객들에게는 무어라 설명할 것인가?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서울신문은 광화문에서 서울시청에 이르는 구간을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명품 보행로’로 조성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을 보도한 바 있다. 따지고 보면 숭례문은 광화문에서 시청광장을 마주 보는 덕수궁에 이르는 통로의 끝자락에 있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숭례문은 서울의 중심인 것이다. 숭례문이 ‘명품 보행로’의 한 축이 되기도 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은 참담한 비극이다. 서울신문은 설 연휴 전전날인 2월4일 자에서 지난 3년 간 설 연휴 기간 4700여건의 화재와 교통사고가 발생하였고 특히 그 중 화재는 900여건이나 되었음을 전면을 할애하여 보도하였다.‘느슨해진 안전’과 ‘다가오는 사고’를 염려하고 설 연휴 기간 중에 각종 사고와 안전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는 하였지만 아무도 숭례문 소실의 참사를 예견하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숭례문이 소실되는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우선 처음 화재가 발생한 당시 왜 초기에 진화하지 못하였는지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목조건축물의 화재에 대한 소방당국의 준비와 대처는 어떠하였는지? 화재 발생 초기에 상황판단은 적정하였는지? 소방호스로 분사되는 물로는 잡히지 않는 불길을 진압하는 다른 방안은 없었는지? 문화재청의 책임도 문제이다. 목조건축물인 숭례문에 왜 그 흔한 화재감지기와 스프링클러와 같은 예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는지? 오래된 목조문화재의 건조에 대비하여 목재의 표면에 방염처리를 하는 등의 보호책은 왜 하지 않았는지? 숭례문을 관리하는 서울시와 중구청의 책임도 막중하다. 일반인이 누각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충분한 방책을 왜 하지 않았는지? 휴일과 야간의 관리가 어쩌면 그토록 허술하였는지? 화재의 위험성을 체크하고 대비하는 안전점검을 실시한 적은 있는지? 숭례문의 소실은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기록될 만한 ‘대사건’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관련부서의 공직자들은 이번 숭례문 화재의 책임을 둘러싸고 이러 저러한 이유를 들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치부하여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커다란 ‘대사건’을 보도하는 서울신문은 소실된 숭례문을 다시 복원하는 심정으로 이 화재의 전모를 철저하게 파헤치고 관련된 모든 기관과 최고위 책임자에서부터 고위관리자, 중간관리자 그리고 실무자에 이르는 담당 공직자의 크고 작은 책임을 철저하게 규명하여 독자에게 전달하기 바란다. 숭례문의 소실은 ‘인재’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인재’라고 포괄적으로 치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무와 책임을 소홀히 한 해당 공직자들의 과실과 태만, 그리고 무능을 철저히 가려내어 엄정한 처벌을 하는 것만이 ‘죽은’ 숭례문을 진정으로 다시 ‘살려내는’ 길이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 “이젠 문화적 창조성이 국가경쟁력”

    “이젠 문화적 창조성이 국가경쟁력”

    “지난 시대가 자유·민주화가 목표였다면, 이 시대에는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창조적 비약이 절실합니다.” 생명 공해추방운동을 이끌어온 김지하(67·동국대 석좌교수) 시인은 9일 광화문문화포럼이 주최한 ‘아침공론’ 강연을 통해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일변도에서 벗어나 문화적 창조성을 창발시키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로운 한해를 열며:신 르네상스를 생각한다’는 주제로 강연한 시인은 “새로운 시대의 중요한 동력은 바로 문화인 만큼 문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이 시대에는 문화가 정치·경제의 양념과 같은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선기간 동안 문화 공약을 제대로 내놓은 후보가 없어 안타깝다는 시인은 “문화관광부 예산을 늘려야 할 때 오히려 깎는 국회의원들의 인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 문화부 예산 400억원 삭감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사회문제화된 청년실업 문제를 문화적 측면으로 접근해줄 것을 주문했다. 시인은 “10∼30대 청년들의 키워드는 문화인 만큼 문화적 노동이나 창조적 노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청년실업 문제를 물질적 노동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시인은 새 시대에는 한국적 가치가 문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2002년 월드컵 당시 온 나라를 뒤덮은 ‘붉은 악마’에서 한국적 가치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그때 한반도에 넘실댔던 태극 물결은 역동과 균형, 디지털과 생태가 결합된 새로운 세상의 삶의 양식을 보여주는 집단적 예언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서구에서는 동아시아적 가치에 눈을 돌리는 ‘이스트 터닝(East-turning)’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앞으로 10년내 지구 온난화 등 산업화가 초래한 재앙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는 한국적 가치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인은 자신이 그동안 주창해온 남성·가부장·제후 중심 문화인 ‘율(律)’과 여성·민중 중심 문화인 ‘려(呂)’가 조화를 이루는 ‘율려사상’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 범여권, 中·러 연계개발 주력… 이명박은 대운하

    [정책선거 원년으로] 범여권, 中·러 연계개발 주력… 이명박은 대운하

    국토개발·건설과 관련된 역대 대통령 선거의 단골 공약은 ‘지역 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완화’다. 국토개발·건설 분야에서는 각 후보의 정책 비전이 드러나는 편이라 ‘큰 그림’이 많이 제시된다. 그러나 대선 때마다 반복적으로 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해소책이 제시됐지만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국토개발공약은 다른 정책분야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17대 대선 후보들의 국토개발·건설 관련 공약을 전체적으로 비교해보면, 범여권 후보들은 중국횡단철도(TCR)나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계, 한반도 상생경제, 항공우주 7대 강국, 한반도 시대, 환황해 경제권과 환동해 경제권, 한반도의 국제 물류 중심지화 및 세계적 관광지대화 등 한반도 전체를 중심에 두고 있다. 대륙을 연결하며 국토개발의 시야를 넓히는 가운데 발전의 근거를 찾는다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국토개발·건설 공약은 ‘대운하 건설’로 종합되고 있어 국내 개발 차원에 시각이 머물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孫·鄭·李의 장기계획´ 실현성 제고 과제로 국토개발과 건설 이슈는 국가발전의 견인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각 후보의 공약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비전이다. 그래서 국내 차원의 균형발전과 분산을 강조하던 데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과 사회·경제적 발전의 원동력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정동영·이해찬 후보의 공약이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 여부를 놓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설득력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도 한반도의 국제 물류 중심지화 및 세계적 관광지대화를 내세웠지만 다른 후보에 비해 구체성이 더 떨어진다. 지역밀착형 노동중심 혁신 클러스터 구축 공약은 노동 공약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과거 공약과 달리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인 지역의 발전을 어떻게 촉발시키고 기여할 것인가를 구체화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지역경제발전협의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갖춰져야 할 운영원리를 제시해야 하는 게 과제다. ●이명박 외엔 교통공약 찾아볼 수 없어 역대 대선에서 후보들은 물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규모 교통시설 건설, 대도시 교통난 해소, 대중교통 활성화 등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17대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는 이런 교통분야의 공약을 아직까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명박 후보만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서 광역교통 연합체인 수도권 광역교통 행정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다. 이런 공약은 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나왔던 공약이었고, 수도권 집중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없이는 미봉책 수준을 넘지 못할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대통합민주신당을 비롯한 다른 후보들은 교통분야 역시 민생분야임을 깨닫고 정책생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오수길 한국디지털대 교수 ■후보별 공약 점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건설 공약은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만약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공약 실현 과정 내내 시비가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공약으로, 사회적 통합을 결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당 내에서도 ‘내수시장 위주의 공약’이라거나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토목공사’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재검토 또는 수정을 시사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명박, 대운하 사회통합 미흡 이명박 후보가 최근에 밝힌 재개발 및 재건축 완화, 용적률 상향조정, 전매제한 단축 등의 입장, 그리고 수도권 광역도로망 및 광역철도망의 조속한 완성 등의 공약은 경부운하 건설을 통해 국가 전체를 균형 있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균형’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수도권 위주의 국토개발과 건설을 지속하려는 것이라면, 현재까지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상당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는 것인지, 시장원리에 따라 어차피 균형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이명박 후보의 공약은 그래도 상당부분 구체성을 갖추고 있는데, 여권 후보들의 공약은 아직 구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들 모두 이명박 후보의 공약에 대해 ‘토목공사’로는 국가발전을 이뤄낼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나름대로 각자의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실현가능성은 불분명한 상태다. 경제개발의 원동력을 남북 공동의 국토개발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후보들이 내세우는, 남북이 공동으로 나서야 하는 새로운 국가발전의 비전은 정치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로드맵과 병행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장기적인 사회·경제적 편익까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여권 후보들이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비용이나 예상치 못할 위험들을 고려하면, 그에 따른 편익이 훨씬 높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프라 구축 등에 들어갈 비용의 조달 방법, 정치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국내 정치적 합의과정과 남북의 합의과정에 대한 로드맵도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나아가 세계경제체제에 편입된 이상 안정적인 일자리는 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다른 대안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설득도 비전 제시와 함께 이뤄질 수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범여권, 공약 구체성, 실현 가능성 결여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후보는 토목공사가 아니라 창조적 국토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글로벌 비즈니스 포털로서의 광역수도권, 글로벌 물류 및 대일 비즈니스 포털로서의 광역영남권, 동북아 브레인 포털로서의 광역중부권, 대중 비즈니스 포털로서의 광역남부권 등 광역대도시권의 건설을 주장한다. 인천, 태안-안면, 새만금, 압해-화원, 광양-남해, 부산-진해 등 6대 개방특구 조성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공약을 ‘개발독재시대형 토건국가 중심’의 정책이라고 규정하고,‘삶의 질 성장을 위한 지속가능발전’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마련한 것이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위한 7대 공약’인데, 개발독재 시기의 건설 분야와 이후 성장한 제조업 분야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것은 ‘항공우주 7대강국 도약’ 비전이다.‘AIR-7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헬기를 포함한 중소형 대중항공기를 독자적으로 개발·운영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대중항공의 동북아 거점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해찬 후보는 ‘한반도 시대’를 추진하기 위한 4대 전략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경제공동체 형성, 한강·임진강·서해안 평화공동수역 조성,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등을 내세운다. 이 가운데 한반도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핵심과제로는 개성공단 3단계 조기완공, 북한 4대 경제특구 활성화, 북한 고속도로망 건설추진, 남북한 연계 관광사업 추진, 남·북·중·러 북방경제협력체제 구축 등을 제시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모델로 남포, 평양, 신의주를 특구로 개발하고 북한 동해안의 금강산, 원산, 단천, 나진·선봉이 개발되면, 미국-일본-남북한-러시아가 연결되는 환동해경제권이 완성돼 동해안 일대의 발전이 일어난다는 구상이다.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경의선과 동해선을 개통, 대륙횡단철도와 연결해 21세기 철의 실크로드를 만들어 아시아와 유럽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중국·몽골·러시아·중앙아시아와의 직교역을 활성화하며, 러시아 석유와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한반도종단 수송관으로 연결해 활용하고, 또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국제물류중심지로서의 한반도를 건설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한정된 국토와 환경용량을 소모하는 방식의 경제성장은 영원할 수 없고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는 한반도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다고 비판하며,‘생태적 경제 비전’을 제시한다. 이와 관련되는 것이 ‘노동중심 혁신 클러스터’라 할 수 있다. 울산 자동차산업, 포항 제철산업, 광양 석유화학산업, 창원 기계산업, 대구 섬유산업, 수원 반도체산업 등 지역경제의 핵심 축으로 특화된 공단들에 주목한다. 기존의 지역단위 노사정위원회를 발전시켜 노사정-금융-대학이 참여하는 지역경제발전협의체를 가동하고 특화된 공단의 지역경제적 특성을 살려 지역밀착형 노동중심 혁신 클러스터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손학규 “본고사 찬성 아니다”… 교육분야 입장 밝혀와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대통령 경선 후보 측은 11일 ‘손 후보가 본고사 부활을 찬성한다.’는 본지의 보도<11일자 4면>와 관련, 자료를 보내와 “본고사든 수능시험이든 대학이 결정할 수 있는 자율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손 후보 측은 ‘기여입학제 찬성’에 대해서는 “찬성한다고 얘기한 적이 없으며, 국민정서상 도입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일관성있게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자립형 사립고 설립 자율과 관련해 “자립형 사립고 설립 자율은 지방에 국한된 것”이라면서 “자사고만을 의미하지 않고 대안학교와 특성화고 등을 지방에 설립할 때 규제를 적극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 [문화마당] 나의 쇼핑문화 변천사/김수이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문화’라는 말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문화강국, 교육문화, 한류문화, 거리문화, 여가문화, 쇼핑문화, 차(茶)문화, 문화체험, 문화산업, 문화주권…. 우리 삶의 A에서 Z까지 모두 문화로 승화되고 재정비되고 있는 느낌이다. 현대인의 삶 전반을 관장하고, 현대인이 추구해야 할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잡은 ‘문화’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간단하다. 문화란 ‘인간’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것이다. 문화는 인간답게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인간의 모든 노력을 말한다. 비인간적인 것, 인간의 숨결과 온기가 빠져 있는 것은 문화가 될 수 없다. 문화는 즐거움이 되고, 감동이 되고, 추억이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 바탕에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물건을 사고 파는 인간의 경제적 거래행위도 훌륭한 문화가 될 수 있다. 어렸을 때 시골 장터나 읍내 재래시장에서 나물과 두부, 돼지고기 반근, 기차표, 운동화 등속을 산 일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경제적 기억이 아니라 문화적 기억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 기억은 이미 그 사람의 존재와 삶의 일부가 되어 있다. 실제로 시골 장터나 재래시장은 재화의 유통을 위한 경제공간이자, 인간을 위한 문화공간이었다. 그곳에는 질박한 웃음과 푸짐한 덤, 단골과 소문과 정보, 뚝배기문화와 도시의 새로운 물품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배추 한단이나 양말 몇켤레를 사러 가서도 시장을 몇바퀴나 돌았던 것은 단지 싸고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흥미진진하고 정겨운 문화를 한껏 누리기 위해서였다. 미당 서정주의 시구를 빌리면,“이빨 속까지 너무나 기뻐”(‘해일’)서 말이다. 그랬던 우리가 백화점과 할인마트로 발길을 돌린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백화점에서 쇼핑백을 몇개씩 채우고, 할인마트에서 대형카트 수북이 거의 ‘미친 듯이’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훗날 어떤 추억을 갖게 될까. 무표정한 얼굴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이 첨단의 문화적(?) 공간에 대해서. 이것이 ‘쇼핑문화의 진화(進化)’인지는 두고볼 일인데, 나만 해도 백화점과 할인마트의 시절을 지나 인터넷쇼핑 시대에 돌입했으니 이 진화의 대열에 열심히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엔 화면을 보고 물건을 사는 일이 어색했지만, 값도 싸고 시간도 절약된다는 점 때문에 금세 나는 인터넷쇼핑 마니아가 되었다. 지난 몇년 간 내가 단골인 S몰에 지불한 돈은 족히 차 한대 값이 될 것이다. 결국 나는 인터넷쇼핑이 디지털시대에 맞는 세련된 문화행위라는 자족감까지 갖게 되었는데, 그 자족감은 최근 산산이 깨어졌다. 의자를 산 것이 화근이었다. 직업상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 많은 나는 척추가 휘었다는 진단을 받고 체형맞춤형 고급의자를 샀다. 인체공학 디자인을 채택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의자였다. 제품 안내에는 의자의 전체 크기만 표기되어 있을 뿐, 체형조건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배달된 의자는 가장 낮게 조절한 목받침이 내 머리 중간부분에 닿았다. 대략 키 170cm 이상의 남성에게 맞는 의자였던 것이다. 반품이나 교환을 요청했지만, 내가 최종적으로 들은 대답은 이랬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산 고객이 전적으로 감수할 일이다. 바꿔줄 수도 반품해 줄 수도 없다.” 그 의자를 옆에 두고,20년 된 기우뚱한 의자에 앉아 나는 세가지 생각을 한다. 첫째, 문화는 인간과 인간적인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둘째, 나의 인터넷 쇼핑문화는 길을 잃었다. 셋째, 이 최신식 의자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나의 답은 이렇다. “‘문화’를 아는 나의 지인들이여, 연락하시라. 가능한 빨리!” 김수이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