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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오른 국감] ‘복지사업 구조조정’ 서민혜택 축소 논란

    [막오른 국감] ‘복지사업 구조조정’ 서민혜택 축소 논란

    강원 태백시는 한 달 수입이 20만원에도 못 미치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이 내는 건강보험료는 한 달에 1만원 정도로 소액이지만 곧 지원이 끊길지도 모른다. 정부가 의료급여와 중복된다며 구조 조정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복지재정 지출 효율화 차원에서 추진 중인 유사·중복 복지사업 구조 조정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11월 말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중복 복지사업 1496개를 구조 조정할 계획이다. ●野 “무차별적 정비 복지 축소 초래” 야당 의원들은 ‘중복 복지’ 딱지가 붙은 지자체의 상당수 사업이 수요자에게 꼭 필요한 복지인 경우가 많다며 무차별적인 구조 조정은 결국 복지 후퇴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태백시와 함께 전남 장흥군을 예로 들었다. 장흥은 장애인 가구에 월동 난방비로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제도는 정부의 기초생활수급자 에너지 바우처 사업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구조 조정 대상에 올랐다. 최 의원은 “장애인 가구에 대한 난방비 지원과 기초생활수급자 에너지 바우처는 엄연히 다른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은 지난 5월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이 결재한 ‘지역복지평가 개선 방향 및 2015년 추진 계획’이라는 내부 문건을 공개하며 “복지부가 유사 중복 사업 정비에 소극적인 지자체를 포상에서 배제해 지자체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또 “시·도별 예산 배분액의 20% 내 범위에서 가감 조정이 가능하도록 해 지방정부를 돈으로 옥죄고, 기획재정부 역시 지역발전특별회계 평가에 구조 조정 실적을 반영해 성과에 따라 차등 재정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지자체의 복지 후퇴를 조장하는 매우 악질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엽 장관 “중복사업 정리” 재확인 이에 대해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이 “복지 후퇴를 위해 악질적 수법을 동원한다는 말까지 듣고선 복지부 장관은 뭘 하고 있는가”라고 반박하는 등 잠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중복 복지는 정리해 다른 분야 복지를 확대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데스크 시각] 질병관리본부 개편, 조직 정상화가 핵심이다/박찬구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질병관리본부 개편, 조직 정상화가 핵심이다/박찬구 정책뉴스부장

    최근 두바이를 경유해 입국한 지인이 보건 당국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열이 나지 않는지, 이상 증세는 없는지 물어보더라는 것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를 실감했다고 한다. 진작에 감염병 관리 시스템이 그랬다면 싶었다. 무고한 인명이 스러지는 일도, 전 국민이 공포에 떠는 일도 없었을 테다. 이제는 좀 나아지려나 싶지만, 한편으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교훈을 잊고 메르스로 또다시 곤욕을 치른 일을 생각하면 언제까지 갈까 하는 노파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임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그는 메르스 유입 이전에 공부가 부족했고 평상시 역량을 키우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후임 장관이 반면교사로 삼아 국가 방역체계 완성이라는 결실을 이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참담한 이임사로 남을 만하다. 누군들 평정심을 갖고 냉정하게 감염병과 맞서 싸울 수 있었을까 싶다. 그래도 회한은 깊다. 사스를 일선에서 경험한 보건복지부 직원들이나 안팎의 전문가들이 내놓은 처방전이 메르스 초기부터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복지부 수장으로서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메르스라는 괴물을 상대하기에 조직은 너무나 불통이었고 시스템은 지나치게 엉성했다. 논란 끝에 질병관리본부가 수술대에 올랐다. 당연한 수순이다. 처방은 제각각이다. 정부는 지금처럼 복지부 산하로 두고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의료계와 학계는 복지부에서 떼어내 청으로 승격시키고 부처 이기주의에 휘말리지 않도록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질병관리본부를 복지부에서 독립시킬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물론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예방과 관리라는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게 해야 한다는 기본 인식에는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다만 정부든, 전문가 집단이든 조직 개편이나 기능 조정 같은 형식 논리에 매달리다 보면 실속 없이 소리만 요란한 땜질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질병관리본부 개편론이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메르스 이전부터 복지부 주변에서는 조직 구성원의 전문성과 소명 의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내부 구성원의 이직이 잦고, 시약 납품을 둘러싼 횡령 등 비리 문제가 잊힐 만하면 터져 나왔다. 소수의 정규직과 다수의 비정규직이 혼재하는 인적 구조를 제대로 추스를 조직 문화도 척박한 게 현실이다. 질병관리본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당국자는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사람으로 치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곧잘 비교되기도 한다. 과학 수사로 범인을 가려내는 국과수와 감염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질병관리본부는 둘 다 생명을 다루는 조직이지만 직원들의 사명감과 소명 의식, 업무 장악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결국 질병관리본부 개혁의 선결 과제는 조직 개편이나 기능 조정이 아니라 조직의 정상화를 이루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직 정상화 없이는 차관급 격상이든, 독립성 확보든 임시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본부 개편은 생명에 대한 공동체의 자세를 되돌아보는 작업이어야 한다. 어떤 방안이든 전문성과 소명 의식, 직업윤리를 갖춘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그것이 메르스로 숨져 간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할 수 있다.ckpark@seoul.co.kr
  • 닻 올린 복지부 정진엽 체제… “국가 방역체계 틀 재정비”

    닻 올린 복지부 정진엽 체제… “국가 방역체계 틀 재정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홍역을 치른 보건복지부에 새 장관이 취임했다. 문형표 전 장관이 복지 전문가라면 정진엽 신임 장관은 의사 출신으로는 17년 만에 복지부 장관이 된 보건 전문가다. 신종감염병에 무너진 국가 방역체계를 바로 세울 보건 전문가가 없다는 비판에 청와대가 고심 끝에 선택했다. 정 신임 장관은 당장 ‘소 잃은 외양간’부터 고쳐야 할 책무를 안게 됐다. 27일 복지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정 장관은 자신의 첫 번째 과제로 “메르스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후속작업에 착수하는 것”을 꼽았다. “국가 방역체계의 틀을 재정비하고, 투명한 위기대응체계를 만들어 위기소통 능력을 키우고, 방역 조직과 인력을 강화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또 자신은 복지 정책 전문가가 아니라며 “복지부 직원들과 협력하고 현장과 소통하며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갖추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취임사에서 그는 새로운 정책 목표를 제시하는 대신 “그간 추진해 온 보건복지 정책을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방역체계 개편을 제외하고 정 장관이 유일하게 강조한 분야는 원격의료 등 보건의료 산업이다. 정 장관은 “우리나라는 우수한 의료기술과 정보기술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사업을 세계화하는 것은 우리의 새로운 과제”라며 “이 분야에 선도적으로 나서서 국민께 최대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보건의료 산업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전국 시도의사회장단은 이날 정 장관에게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의도된 오류, 환자의 정보보호와 안정성, 오진의 문제를 엄정하게 재검토하고, 전문가들이 모여 원점에서 다시 출발할 것”을 촉구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내일 대국민 담화 키워드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할 대국민 담화의 양대 축은 4대 개혁(공공·금융·노동·교육)과 경제 활성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당면 과제는 노동 개혁이다. 박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노동 개혁과 관련, “한마디로 청년 일자리 만들기”라고 강조했다. ‘노동 개혁→청년 일자리 확충→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로 가는 첫 단추이자, 지난 5월 마무리한 공무원연금 개혁에 이어 금융·교육 개혁으로 가는 징검다리 성격도 갖고 있다. 노동 개혁이 성공할 경우 1998년 정리해고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한 노동 개혁 이후 17년 만의 성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노사정위원회 조기 재가동과 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 등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또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 등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이 이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을 전격 경질한 이상 추가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광복절 특별사면의 기준, 남북 관계와 한·일 관계에 대한 구상 등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박 대통령은 그러나 평소 스타일상 국가정보원 해킹 논란과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사태 등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복지라인 동시교체…朴대통령 ‘속도전’

    복지라인 동시교체…朴대통령 ‘속도전’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보건복지부 신임 장관에 정진엽(왼쪽·60)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를 내정하는 등 보건복지 라인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에는 김현숙(오른쪽·49)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문형표 장관과 최원영 수석을 동시 경질하며 새 인물을 기용한 것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사실상 종식됨에 따라 그동안 미뤄 왔던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지우는 ‘원포인트’ 인적 교체를 마무리하고 6일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힐 계획이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는 25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의료 경험을 통해 한국 의료 체계 전반에 대해 깊은 이해와 높은 식견을 갖고 있어 공공 의료를 강화하고 국민 건강에 안정을 이룰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서울대 의대 출신의 소아 뇌성마비 치료 분야 권위자로 2008년 분당서울대병원장에 취임한 이후 3연임했다. 민 대변인은 김 신임 수석에 대해선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과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19대 의원을 하면서 복지·여성 정책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복지부 장관은 연금 전문가에서 의료인 출신, 고용복지수석은 복지행정 관료에서 조세·연금 전문가로 바뀜에 따라 집권 후반기 보건의료·연금 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6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후반기 국정 운영 구상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휴가 복귀 후 처음 열린 이날 국무회의에서 “노동 개혁은 한마디로 청년 일자리 만들기”라며 노동 개혁과 경제활성화 등 후반기 국정 운영에 속도전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더 많은 청년이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는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게 개혁의 핵심”이라고 정의한 뒤 “기성세대, 기업, 정규직이 기득권을 좀 더 양보해야 한다”면서 노동 개혁 추진의 선결 과제인 노사정위원회의 재개를 강조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임기 반환점… 노동개혁·경제활성화 초점

    임기 반환점… 노동개혁·경제활성화 초점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3일부터 공식 업무에 복귀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31일 청와대 관저에서만 머물렀다. 업무 복귀와 함께 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구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오는 25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일 “집권 후반기를 어떻게 힘 있게 시작할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박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이 있는 8월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은 1차적으로 임박한 광복 70주년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8·15 관련 일정을 소화하는 한편 대외적인 메시지도 내놓을 전망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준비하고 있는 ‘종전 70주년 담화’를 고려한 메시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적으로는 ‘노동 개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노동 개혁은 경제 활성화와 청년 등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므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라는 전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휴가 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노동 개혁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면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세대 간 상생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7일 국무회의에서도 “노동 개혁은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필수 생존 전략”이라고 말하는 등 노동 개혁을 강조해 왔다. 청와대는 공공, 금융, 교육 등 다른 4대 개혁 과제와 24개 국정 핵심 과제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지만 결과적으로 8월에는 광복 70주년과 노동 개혁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8·15까지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광복절 특사 문제도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한편 이달 말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종식이 공식 선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계기로 메르스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을 수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교체를 포함한 인적, 제도적 후속 조치가 단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메르스 종식 선언] 여권 일각 “문형표 8월쯤 경질할 듯”… 진짜 문제는 뿌리깊은 관료주의

    [메르스 종식 선언] 여권 일각 “문형표 8월쯤 경질할 듯”… 진짜 문제는 뿌리깊은 관료주의

    정부가 감염병을 유입 단계에서부터 차단하고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현장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 방역 체계 개편에 착수했다. 우선 메르스 대응 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 평가한 백서를 제작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가급적 이른 시기에 조직 개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8일 총리 주재 범정부 대책회의 결정에 따라 이런 내용의 ‘메르스 후속 조치 관리 계획’을 발표했다. 국가 방역 체계 개편 작업이 시작되면 그간 논의만 분분했던 보건복지부 또는 질병관리본부 개편 문제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격상하는 방안,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따로 떼어내는 방안, 복지부에 각각 보건과 복지를 담당하는 2명의 차관을 두는 방안 등이 아이디어 수준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를 격상하는 것보다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쪽에 방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내심 복수 차관제를 원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를 끝내고 8월 초쯤 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복지팀’을 경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또 한편에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메르스가 아직 ‘완전한 종식’에는 이르지 못했는데 인사를 단행하겠느냐는 신중론도 있다. 과거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사례로 볼 때 사안을 완전히 정리하는 차원에서 인사를 할 텐데 아직은 그럴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조직 개편 문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고 정부의 방안도 구체화된 게 없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조직 개편이 이뤄진다 해도 메르스 사태 때 여실히 드러난 관료주의를 뿌리 뽑지 못하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민관합동대책반 즉각대응팀에서 복지부 공무원들과 함께 일한 엄중식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관료적인 문화를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엄 교수는 “문제 발생 초기에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고 대응책을 빨리 내놔야 하는데, 공무원들은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변명만 늘어놓는 데 매달리느라 밤새 일하고 가수면 상태에서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세종시 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서 공무원과 한솥밥을 먹던 민간 전문가들은 결국 열흘 만에 “도저히 같이 일을 못 하겠다”며 서울에 따로 사무실을 꾸렸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이런 관료적 구조에서는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질병관리본부를 인사권과 예산권이 독립된 별도의 기구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복수 차관제?보건부 독립? ‘복지부 개편’ 정치권 시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후속 대책으로 보건복지부에 대한 조직개편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대한 조직개편 방안으로 가장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복수차관제 도입’과 ‘보건부 독립’이다. 이 중 복수차관제는 차관을 한 명 추가해 2명의 차관이 복지와 보건을 각각 담당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 ‘투 톱’인 문형표 장관과 장옥주 차관은 모두 복지 분야 전문가여서 메르스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서 비롯된 해법이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지난 4월 발의했으며 22일에는 국회에서 ‘복수차관제 도입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복수차관제와 관련해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계에서 그런 요구를 듣고 있지만 이쪽(정부나 청와대)에서 그런 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의 올해 전체 예산(53조 4000억원) 중 보건·의료 예산은 4%(2조 38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상호 불균형이 심하다. 청와대와 정부는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개편 방향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열린세상] 메르스 사태, 공무원의 공공의식 추락 /이상일 호원대 초빙교수·언론인

    [열린세상] 메르스 사태, 공무원의 공공의식 추락 /이상일 호원대 초빙교수·언론인

    메르스 확산 원인을 가족 문병, 병원 내 조치 미흡과 다인병실 등 온갖 문제를 세계보건기구(WHO)가 거론했다. 한국에 특유한 문화를 모두 거론하다 보면 모든 것이 원인이고 그래서 책임 규명이나 대책도 아리송해지는 문제가 있다. 메르스 사태의 이른바 티핑포인트(폭발적으로 번지는 순간)는 첫 환자 확진 이후 18일간 감염 병원 정보의 공개를 미적인 점이다. 사태 초기에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호루라기’를 불 사람과 집단이 없었는가, 아니면 있었는데도 ‘감염 병원 명단 공개’를 주저하거나 방해한 역학관계가 무엇인지를 규명해야 한다. 일각에서 대통령 리더십까지 거론되지만 큰일만 터지면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본질 파악을 흐리는 일이다. 먼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이 위험 신호를 적극 위에 전달하고 고위직들을 설득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밝혀야 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우리는 사전에 메르스라는 신종 전염병에 대한 정보를 갖지 못했고 그에 대비하기 위한 역학조사원 등 전문 인력도 부족했다”며 “초기 대응 판단이나 대응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 장관의 말대로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게 정부의 한계다. 앞으로도 정부 안에 민간 수준의 전문가들을 채용하기는 정부의 보수 수준 등으로 볼 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의 말 가운데 주목할 것은 사태 초기에 “병원 상황에 따라 판단했고 전문가들이 당시 검토해 상황에 맞춰 대응했다”는 대목이다. 공무원들은 전문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국민의 건강과 사태의 파장을 고려할 공공 의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이 민간 병원 전문가들의 지식에 의존하면서 민간 병원의 이해관계와 위세를 뛰어넘을 용기와 공공의식이 있었는지 여부다. 이는 유사 사태가 재발할 경우 정부와 공무원들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병원 폐쇄라는 조치가 나중에 여론에 밀려 취해졌지만 초기에는 분명 “그럴 필요까지야 없다”거나 “과잉”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과연 일선 공무원들이 병원 폐쇄를 주장했을까, 또 이를 제기해 설득했는데도 복지부 고위직들이 망설였거나 거부했을까, 그런 강력한 조치를 일선 공무원들이 처음부터 제기하지 않았다면 공무원들에게 어떤 고려가 작용한 것일까 궁금한 대목이다. 대형 병원을 갖고 있는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 관료, 언론인 등으로부터의 민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생산 제품 할인 혜택이 아니라 ‘특정의사 진료, 수술, 병실, 장례식장 예약 부탁’ 등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른바 ‘병원 커넥션’은 적지 않다. 대형 병원은 금융계에서 유행한 말인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대마’에 해당된다. 감히 쉽게 삼성병원의 문을 강제로 닫게 할 수 있는가. 아직 위험도 확신하지 못하고 질병 최고 전문가가 삼성병원에 있고 공무원들이 그 삼성병원 전문가 의견을 구하는 초기 상황에서 말이다. 더욱이 공무원들은 요즘 크게 위축돼 있다. 노무현 정부는 공무원을 개혁 대상으로 삼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건설업자 출신으로 공무원을 불신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사건 이후 관피아 척결을 내세워 공무원 사기는 내리막이다. 여기에 전직 고위관료 출신인 김인호 무역협회장은 얼마 전 “정부는 무슨 일이든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공무원이 일을 많이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고까지 말했다. 전문 정보 부족보다 심각한 것은 민간 분야 위세에 눌려 공무원들이 위축돼 공공의식까지 약화되는 문제다. 특히 복지부 장관은 이슈를 선점하거나 ‘의제설정’할 권한이 있는데도 미적거리다 사태를 악화시켰다. 문 장관은 연금 전문가로 질병에 관한 지식은 부족하겠지만 민간 병원을 누를 만한 기개도, 공공의식도 부족했다. 상대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밤중 기자회견이 ‘정치쇼’라는 비판은 있지만 정부의 병원 정보 공개를 촉발한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메르스 사태 초기 병원 정보를 공개하지 못한 의사결정 과정과 배경을 철저히 밝히는 일이다. 그래야 유사 사태 재발 때 정부의 실패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데스크 시각] 메르스, 탐욕과 오만이 부른 재앙/박찬구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메르스, 탐욕과 오만이 부른 재앙/박찬구 정책뉴스부장

    무너진 건 시스템이었다. 고속 성장과 이윤 창출의 신화가 내려앉았다. 휘어진 철골 사이로 앙상한 우리 사회의 몰가치, 그 민낯이 드러났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일상의 갑남을녀가 한순간에 삶을 앗기고 꿈을 잃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로 500여명이 숨지고 900여명이 부상했다. 설계와 시공, 감리의 총체적 부실과 비리 덩어리였다. 대다수 피해자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쓰러진 건 시민의 일상이었고 공동체의 믿음이었다. 그로부터 꼭 20년 후, 우리 사회는 또다시 시스템의 붕괴를 직시하고 있다. 양적 팽창에 매몰되고 수익성에만 매달린 의료 체계가 중동발 메르스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허물어졌다.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질병관리 시스템은 휑한 구멍을 드러냈고, 국내 굴지의 민간 병원은 고개를 떨궜다. 총체적인 보건의료 체계와 함께 ‘국가’가 뚫렸다. 보건 당국, 나아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무색하게 하는 참담한 현실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3월 23일자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의료시장의 중동 진출 성과를 언급하며 “우리나라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이 상당히 높고 인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며, 가격 경쟁력도 높다”며 보건의료 인프라가 약한 중동인이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공치사를 했다. 장기간 수조원의 수익과 지속적인 고용창출 효과도 언급했다. 문 장관은 우리 공공의료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에 “민간 병원이 90% 이상이니 공공병원을 더 세우라고 하는데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다. 이미 의료 접근성과 형평성, 의료의 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민간 병원에 정부가 돈을 들여 공공 기능을 더 강화하면 된다”고 자신했다. 문 장관의 발언에 메르스의 현실을 겹쳐 보면 헛된 신기루이며 허황된 욕심이다. 메르스의 침투에 세계 최고 수준이라던 보건의료는 컨트롤타워도 전문성도 없이 헛돌기만 했고, 공공의료는 제 역할과 기능을 상실한 채 속수무책이었다. 일선 공무원과 보건 인력은 눈만 뜨면 ‘윗분용 보고서’를 올리랴, 잡히지도 않는 현황을 파악하랴, 우왕좌왕, 난리법석만 떨고 있다. 그 현란한 ‘세계 최고’와 ‘수조원 수익’의 레토릭이, 메르스에 온 나라가 뚫린 지금도 유효한지 묻고 싶다. 기본과 시스템을 망각한 채 이윤과 고속 성장으로 치닫던 삼풍백화점식 개발 논리나 다를 게 없다. 그 피해는 삼풍백화점이든, 메르스든 고스란히 일반 시민의 몫이다. 메르스 사태는 시일이 걸려도 진정될 것이다. 하지만 참화에 내성이 생기고 망각이 이성을 압도한다면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에도 사회 구조적인 인재(人災)가 끊이지 않았고, 종국에는 세월호 참사를 맞은 것과 같은 이치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 같은 정치 과잉의 사회에서는 국가 지도자나 위정자의 인식과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부작위(不作爲)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일상의 비극은 쳇바퀴처럼 반복되기 마련이다. 메르스를 창궐시킨 사회 부조리와 모순의 본질을 직시하고, 성장과 외형보다는 생명과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는 근본의 성찰이 중요한 이유다. 시스템 복원이라는 기본을 도외시한 채 메르스를 일회성 유행병 정도로 치부하거나 민감한 의제를 부각시켜 메르스의 파장을 축소하려 든다면, 그런 ‘정치의 배신’을 시민들은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다. ckpark@seoul.co.kr
  • 朴대통령 “메르스 대응 문제점 분석해 근본 대책 마련”

    朴대통령 “메르스 대응 문제점 분석해 근본 대책 마련”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및 보건복지부(DHHS), 세계보건기구(WHO)의 방역 전문가 5명과 간담회를 갖고 조언을 구했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겪는 신종 감염병이어서 대비가 부족했고 또 그 유입과 확산을 초기에 막지 못했다”며 “앞으로 메르스가 종식되면 전문가들과 함께 대응 과정 전반을 되짚어 문제점을 분석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정부가 메르스 신속 대응을 위해 설치한 즉각대응태스크포스(TF)의 김우주(대한감염학회 이사장) 팀장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등도 참석했으며 청와대와 정부세종청사 간 영상회의로 진행됐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세종청사에서 ‘한국의 메르스 대응 현황 및 감염병 대응체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미국 CDC 및 DHHS 전문가의 방한은 지난 12일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 때 오바마 대통령이 메르스 조기 극복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우리 측이 요청해 이뤄졌다. 간담회에서는 감염병 대응체계 혁신 방안, 글로벌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 방안,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세부 과제 등이 논의됐다. 한편 청와대는 야당의 메르스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 사과 요구와 관련, “현재로선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고 이를 종식시키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전반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면하겠다는 게 아니라 현재로선 메르스 사태 종식이 최우선 과제이고,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메르스 사태 수습 이후 적절한 시점에 사과 또는 유감을 표명하면서 감염병 방역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메르스 꺾이나] 민간 전문성·당국 행정력 결합… 감염병 즉각 대응 매뉴얼 시급

    [메르스 꺾이나] 민간 전문성·당국 행정력 결합… 감염병 즉각 대응 매뉴얼 시급

    “정부와 국민이 협업해 정책 품질을 향상시키고 현안 문제를 해결해 투명하고 신뢰받는 정부 구현.” 안전행정부가 2013년 5월 발표했던 ‘정부 3.0 추진 기본계획’ 10대 과제 중 하나다. ‘민관협치’를 통해 더 나은 정책을 제시하고 현안을 해결해 나간다는 취지로, 전문가와 이해 관계자, 일반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도록 했다. 그러나 만 2년이 지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민관 협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메르스 확산의 주요 고비마다 오판과 미숙한 대응이 반복됐고, 전문가들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애초부터 정부의 힘만으로 메르스를 극복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고, 역학조사관도 턱없이 부족했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역학조사관(총 34명)의 94%(32명)가 공중보건의다. ‘베테랑 역학조사관’은 단 두 명뿐인 현실이다. 공중보건의 중 10명은 지난 5월 배치됐고, 군 복무(3년)를 대신하는 만큼 ‘연속성’과 ‘전문성’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밀접 접촉자(2m·한 시간 체류) 기준이 세심하게 고려되지 못해 화를 키운 것도 이 같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예방의학과로 구성된 의료 전문가와 함께 논의해 초기 진압에 성공했다면 메르스 확산 상황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는 “전염병이 퍼져 나가는 흐름을 아는 것은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만큼 방역 전문가들이 초기에 재빨리 투입됐어야 했다”며 “첫 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일부 전문가들에게 조언만 받았을 뿐 일주일 넘게 내버려둬 지금의 사태까지 키운 꼴이 됐다”고 말했다. 병원 명단 공개도 마찬가지다. 대한의사협회는 메르스 사태 초기부터 보건당국에 메르스 발생 병원 명단을 의료진에게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국민에게 공개했던 지난 7일까지 제공하지 않았다. 일선 의료진은 메르스 의심 환자가 왔을 때 어느 병원을 거쳤는지 알 수 없었다. 강청희 의사협회 메르스 대책본부장은 “일선 의사들도 감염 병원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진 소문과 귀동냥으로 알았다”며 “정부의 정보 독점은 일선 의료진의 혼란을 크게 부추겼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이 의료 전문가들과의 협업에 나선 건 지난 4일부터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공동 본부장으로 하는 ‘메르스 민관 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와 공동으로 정책 결정 방향을 논의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초기엔 조언 정도의 역할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팀을 만들도록 지시한 이후에야 ‘즉각대응 TF’가 발족됐다. 무엇보다 병원의 감염관리 지도에 관한 전권과 행정지원 요청 명령권이 비로소 이 TF에 부여됐다. 김 이사장은 “처음보단 나아졌지만, 민간 전문가가 깊숙이 개입하다 보니 공무원들 가운데 불편해 하는 사람도 있다”며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민관이 함께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침이 사전에 있어야 하고 훈련도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염병 재난은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전문 영역인 만큼 예방 단계부터 민관 협치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특히 전문성이 떨어지는 만큼 메르스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단계부터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간 의료진은 전문성은 있지만 공식 권한이 없는 만큼 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본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의료진뿐 아니라 위기관리 전문가도 참여해 국민과의 소통을 매끄럽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진의 권한을 정부 측 실무자가 갖는 권한 수준만큼 확대하고 책임도 지게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본부장은 “전날 의사협회 차원에서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전염병 예방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의료계와 정부가 합동 추진단을 꾸리자고 정부에 제안했다”며 “이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에게도 의사 결정권과 행정권, 예산권 등이 부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안철수 “문형표 자진 사퇴하라”

    안철수 “문형표 자진 사퇴하라”

    “국민의 한 사람,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묻고 싶습니다. 지난 34일 동안 국가가 있었습니까.” 23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대정부질문 첫 ‘데뷔전’을 치렀다. 안 의원은 지난해 4월 야당 대표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이후 이날 두 번째로 본회의 연단에 섰다. 의사 출신인 안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컨트롤타워 부재와 감염법 관련 기본원칙 미준수 등을 정부의 주요 실책이라고 지적하며 “자진 사퇴 의향은 없나”고 추궁했다. 전문성을 내세우려는 듯 안 의원은 파워포인트까지 동원해 질의를 시작했다. 문 장관은 “어떤 경우에서 어떤 이유로라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안 의원은 “사망자나 환자 가족을 볼 면목이 있느냐”고도 따졌다. 안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국민이 전쟁 상황에서 애타게 사령관을 찾을 때 국가원수이면서 행정부 수반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조항을 인용하며 “제대로 된 나라는 국민 한 명의 생명을 위해 모든 것을 하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문형표 “메르스 병원 비공개 제 결정”

    23일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은 정부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에 대한 성토장을 연상케 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관련자 문책과 정부 대응 시스템의 보완을 요구했다. “전문 인력 부족, 물적 인프라 미비, 위기 대응 시스템의 부실 등 문제가 있다”는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전에 메르스라는 신종 전염병에 대한 정보를 저희가 갖지 못했고, 그에 대비하기 위한 역학조사원 등 전문 인력도 부족했다”며 “초기 상황 판단이나 대응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이채익 의원은 “정부의 대응은 감염자 발생을 뒤쫓는 등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며 “중앙 컨트롤타워의 지시만큼 현장에서 사태 파악과 감염경로 추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신속한 초기 대응도 부족했다”고 질타했다. 야당 의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문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은 문 장관을 향해 “복지부 방역관리체계가 완전히 뚫렸다. 메르스 사태가 종료된 후에 책임지겠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문 장관은 “어떤 경우에서, 어떤 이유로라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메르스 사태 초기 병원 비공개를 누가 결정했느냐”는 새정치연합 남인순 의원의 질문에 “병원 상황에 따라 판단했고, 전문가 등이 당시 검토해 상황에 맞춰 판단해 제가 수용했다”고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주장에 대해 문 장관은 “대책에 대한 책임은 복지부가 맡고 있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은 야당 인사들이 검찰 소환 대상이 된 데 대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노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유력 여권 인사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구색 맞추기, 공안통치의 신호탄”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황교안 국무총리는 “총리는 수사에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만 내놓았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기자회견에 대해 검찰이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린 것을 언급하며 “메르스를 잡아야 할 국가가 박 시장을 잡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안철수 “자진사퇴할 생각 있나” 문형표 “책임 회피할 생각 없다”

    안철수 “자진사퇴할 생각 있나” 문형표 “책임 회피할 생각 없다”

    안철수 문형표 안철수 “자진사퇴할 생각 있나” 문형표 “책임 회피할 생각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23일 국회 대정부질문 데뷔 무대를 치렀다. 안 의원은 지난해 4월 야당 대표로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며 처음으로 본회의 연단에 섰지만, 대정부질문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두 번째 질의자로 나선 안 의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과 관련한 정부 대응을 질타하며 황교안 국무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코너로 몰아붙였다. 안 의원은 문 장관을 상대로 ▲감염법 관리 기본원칙 미준수 ▲사태 초기 컨트롤타워 부재 ▲대규모 병원감염에 대한 사전 경고가 있었던 점 ▲삼성서울병원에서 평택성모병원과 같은 실수를 반복한 점 등을 정부의 4대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문 장관은 “부족한 점에 대해 누누이 말씀드렸고 그런 점은 최대한 보강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자진 사퇴 의향은 없나”라고 재차 추궁했고 문 장관은 “어떤 경우에서 어떤 이유로라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문 장관에게 “사망자나 환자 가족을 볼 면목이 있느냐”고 따졌고, 문 장관은 “그 점은 정말 송구스럽고 안타깝다. 책임을 느낀다”고 답했다. 황 총리를 상대로는 정부가 관련법과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을 거듭 추궁해 “사태가 종결된 뒤에 면밀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안 의원은 또한 “이제는 확진자 치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조했고, 이에 황 총리는 “공감하면서 차제에 지적한 부분에 대해 조속히 보완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안 의원은 모두 발언을 통해 “메르스와 싸우기 시작한 지 벌써 34일째이다. 그동안 국가가 있었느냐”며 “국민은 의무를 다하면 국가가 지켜줄 거라고 믿었지만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국가에 대한 신뢰가 연이어 무너졌다”고 목청을 높였다. 안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국민이 전쟁상황에서 애타게 사령관을 찾을 때 국가원수이면서 행정부 수반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헌법조항을 인용, “제대로 된 나라는 국민 한 명의 생명을 위해 모든 것을 하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민 58% “朴대통령” 전문가 50% “文장관”

    메르스 방역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일반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전문가 집단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목했다. 21일 서울신문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7.9%에 해당하는 575명이 메르스 확산의 가장 큰 책임자로 박 대통령을 꼽았다. ‘기타’를 선택하고 주관식으로 서술한 67명의 응답자 중 37명도 ‘박근혜 정부’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수뇌’ ‘위에 언급된 모두’ 등으로 답했다. 이를 합하면 박 대통령에 대한 응답률은 크게 높아진다. 한 응답자는 “박 대통령은 지난해 세월호 침몰 때부터 유체 이탈 화법을 계속했으며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문 장관을 꼽은 비율은 다음으로 많은 17.4%(173명)였으며 이어 ‘삼성서울병원 등 발생 병원의 미숙한 대응’ 9.2%(91명),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 8.8%(87명) 순이었다. 반면 의료 전문가 20명을 상대로 한 전화 설문조사에서는 전체의 50.0%인 10명이 문 장관을 최대 책임자로 지목해 일반 국민 응답률(17.4%)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들은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을 갖고도 제대로 된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박 대통령을 가장 큰 책임자로 꼽은 전문가는 35%에 해당하는 7명이었다. 한 응답자는 “역학조사에 대한 삼성서울병원의 저항이나 환자 발생 병원명 공개 등의 문제는 현 정권에서 장관 혼자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메르스 한 달-허술한 정부] 메르스 人災… 정부가 놓친 세 번의 ‘골든타임’

    [메르스 한 달-허술한 정부] 메르스 人災… 정부가 놓친 세 번의 ‘골든타임’

    지난달 20일 중동 지역을 방문한 A씨(68)의 몸에 무임승차해 한국에 상륙한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무서운 기세로 퍼져 18일까지 한 달 만에 165명을 감염시켰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을 막을 기회는 세 번이나 있었지만 보건당국은 무능과 실패를 거듭하며 ‘골든타임’을 번번이 놓쳤다. 전국이 메르스 공포에 뒤덮인 배경에는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매뉴얼만 고집하는 불통이 자리하고 있다. 첫 번째 방역 실패는 메르스의 감염력을 과소평가한 데 있다. 지난달 27~29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 A씨가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밀접접촉자 범위를 크게 잡고 해당 병실뿐만 아니라 병원 전체를 적극적으로 관리했다면 이 병원에서만 환자가 36명이나 발생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환자와 2m 이내에 머문 경우 ▲같은 병실에 머문 경우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과 직접 접촉한 경우만 따져 방역망을 짰다. 결국 방역 실패를 인정하고 병원 전체로 방역망을 넓혀 조사했더니 환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다른 병원으로 옮겨간 뒤였다. ‘환자와 2m 이내 1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이 밀접접촉자’라는 기준은 슬그머니 들어갔다. 방역망은 허술한 데다가 느슨하기까지 했다. 국내 첫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있었는데도 격리조치 되지 않은 10번째 환자(44)가 중국 출장을 가 국제적 망신을 산 사례까지 있었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27일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선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방역망은 ‘개미’는 물론 ‘낙타’도 지나갈 정도로 구멍이 컸다. ‘슈퍼 전파자’인 14번째 환자(35)가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아 이 병원 의사(38)에게 병을 옮길 때까지 보건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이 환자는 격리관찰 대상도 아니었고, 의료진의 3차 감염이 확인된 이후에도 보건당국은 14번째 환자의 동선을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14번째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에 가려고 대중교통까지 이용했지만 보건당국은 “상식적으로 고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홀로 버스를 탈 일이 없다”고 말하는 등 안일한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14번째 환자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에선 지금까지 81명이 메르스에 감염됐고 8명이 숨졌다. 보건당국의 실기(失期)가 아니었더라면 죽지 않았을 아까운 목숨이었다.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감염되고 서울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감염의사가 병원 심포지엄과 재건축조합 총회장에서 1500명을 접촉했다”고 밝히고 나서야 환자들이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 명단을 공개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2차 메르스 유행이 시작돼 환자가 다시 급증할 조짐을 보이자 ‘명단 공개는 안 된다’는 고집을 그제서야 꺾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명단이 공개되고서 병원과 시민사회가 촘촘하게 방역망을 폈지만, 이미 너무 많은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는 바람에 한 달 만에 격리자가 6700명을 넘는 등 통제 가능 수준을 벗어났다. 세 번째 실수는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에 밀접접촉자 통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한 것이다. 병원 측이 건낸 응급실 내원 환자 명단을 받아 밀접접촉자를 분류해 자가격리했고, 보호자와 문병객은 사실상 방치했다. 그러다 보니 격리관찰 대상은 물론 보다 약한 수준인 능동감시대상자에도 들지 못한 보호자 가운데 상당수가 최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137번째 환자(55)는 삼성서울병원에 파견 근무 중인 용역업체 직원이었지만 삼성서울병원도, 방역당국도 이 환자가 메르스에 걸렸다는 사실을 9일간이나 몰랐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4일 병원을 부분폐쇄하고 “국민께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18일에도 보호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의료진이 메르스에 감염되는 등 관리 부실이 계속되고 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메르스 한 달-허술한 정부] “당국, 문 꼭꼭 걸어놓고 낙관론만 전파… 재앙 키웠다”

    [메르스 한 달-허술한 정부] “당국, 문 꼭꼭 걸어놓고 낙관론만 전파… 재앙 키웠다”

    “정보가 부족한 전염병일수록 당국은 모든 걸 공개하고 국민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꼭꼭 문을 걸어 잠가놓은 채 낙관론만 전파하다가 재앙을 키웠다.” 메르스 사태 발생 30일째인 18일, 김춘진(새정치민주연합)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건 공포심이란 말은 맞다”면서도 “정책 집행자는 늘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데 메르스 사태에서 당국은 그 점을 간과했다. 근거 없는 낙관론보단 차라리 ‘과잉대응’이 절실했다”고 지적했다. 보건학 박사인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 출신으로 17대부터 내리 3선(전북 고창·부안)을 했다. 현재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 대응의 가장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첫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철저히 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공개해서 근거 중심 방역을 해야 하는 데 미흡했다. 적군이 불시에 상륙했는데 어떤 적인지 파악하지 모른 채 허둥거리다 시간을 흘려보낸 셈이다. 보건당국은 중동지역에서 1인당 0.6~0.7명을 감염시켰다는 사실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다인실 중심의 우리나라 병원의 특수성과 응급실 상황, 병문안 문화 등을 감안하지 않았다. 보건당국이 ‘쉬쉬’하기만 하고 정보공개를 늦춘 것도 패착이다. 적극 공개해 국민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 첫 확진 환자의 동선 등을 빨리 알렸더라면 이 정도까지 퍼지지는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물론, 청와대의 판단이 안이했다는 지적도 많은데. -애초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같다. 처음부터 문형표 장관은 “믿고 지켜 봐달라. 이번 주가 고비일 것”이란 얘기만 반복했다. 보건복지부나 참모들도 대통령에게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던 것 같다. 정책당국자에게 금기인 근거 없는 낙관론이었다. 안일한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에게는 당연히 마스크와 방호복을 우선 공급했어야 하는데 복지부는 손 놓고 있었다. 의사협회에서 내게 호소를 해 그나마 공급이 이뤄졌다. →문책도 불가피하겠지만, 향후 유사사태 대비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할 텐데. -신종 전염병이 외국에서 발생하면 바이러스를 분양받고 학술 논문을 들여와서 선제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해야 한다. 연구를 어느 정도 끝내놓은 상태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그때부터는 한국에서 해당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어떻게 다른지, 변이는 없는지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의 위상은 어떻게 재정립해야 하는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예산과 인사, 조직 모두 복지부에서 독립시켜야 한다. 질본이 자체 인사권을 가져야 전문가 양성도 가능하다. 지금 질본에는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대응 경험을 가진 감염학 전문가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대부분 민간으로 나가버렸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朴대통령 “삼성병원 감염 정보 다 공개해야” 질책

    朴대통령 “삼성병원 감염 정보 다 공개해야” 질책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에게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사실상 ‘질책’이었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와 즉각대응태스크포스(TF)를 방문하면서 송 원장을 접견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이 꺾이려면 전체 환자의 반이 나오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이 어떻게 안정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삼성서울병원의 모든 감염 관련 내용들이 아주 투명하게 공개되고, 그래서 의료진 중에서 모르는 사이 뭔가 접촉이 있었다든지 그런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전부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에서의 문제가 확실하게 여기서 차단되면 종식으로 가는 데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협조를 해서 힘써 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송 원장은 “메르스 사태로 대통령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렸다.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보건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하루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본부에서 문형표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메르스 대응 상황에 대해 보고받고 감염의 연결고리가 차단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메르스 추가 확산 차단을 위해 작은 불씨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환자가 경유한 의료기관 등이 새로운 메르스의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접촉자를 추적해 촘촘히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13) 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독박(讀博) 육아일기](13) 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육아’라는 공통점 만으로도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엄마들이지만, 대화를 하다 꼭 편이 갈려 부딪히는 사안들이 있다.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모유수유 vs 분유수유, 전업맘 vs 직장맘.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폭발적인 댓글을 통해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핫’한 게 전업맘과 직장맘인 것 같다. 옳고 그름을 정할 수 없는 문제인데도 이상하게 꼭 감정적으로 어긋난다. 특히 어린이집을 보내는 문제에서 그렇다. 솔직히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전업주부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지. 그래서 입소 1순위 맞벌이인데도 임신한 상태에서 태명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야 하고 그렇게 했는데도 언제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을 때까지만 해도 불만이 튀어나왔다. 그나마 400번대에 머물던 대기번호가 이제서야 100번대 후반으로 당겨졌다. ●전업맘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이유 비록 1년 남짓에 불과했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육아를 하다 보니 어린이집에 대한 이런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니, 거의 어린이집 예찬론자 수준이다. 육아나 보육 관련 기사에 꼭 등장하는 댓글들, “하루종일 집에서 노는 엄마들이 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느냐?”거나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엄마들이 커피나 마신다”는 등의 내용을 보면 격한 거부 반응이 든다. 항변할 말들이 줄줄 새나온다. 전업맘들이 왜 어린이집에 보내냐는 생각 자체가 육아의 ‘ㅇ’자도 모르고 하는 말 같다. 물론 아이를 엄마가 보살피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사정이 녹록치 않은 경우가 많다. 겨우 여자 아기 한 명이었지만, 이 아기를 낳고 돌쟁이를 만들기 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친정 엄마는커녕 그 어떤 ‘찬스’도 쓰지 못하고 24시간 내내 아이와 함께했다. 물론 정말 사랑스럽고 행복했지만 몇 달 만에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 그 상황에서는 아이도 예뻐보이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나는 화를 아이에게 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앉아 있는 몇 분 동안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일상이 매일, 그것도 혼자. 숨통이 필요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혼자 보낸 첫 날, 처음으로 집에 혼자 있게 되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어린 아기를 보내기 시작한 죄책감에 당분간 딱 한 시간만 보냈는데, 한 시간 내내 거실 쇼파에 드러누워 TV의 아무 채널이나 틀어놓고 넋을 놓고 봤다.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있는 아기가 무척 걱정이 됐다. 그런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한 시간 뒤에 만난 아기는 더 반가웠고, 그래서 더 많이 안아주고 애정을 표현했다. 출퇴근 시간도 없는 전업 육아의 삶에 단 몇 시간의 쉬는 시간을 용납하지 않은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도 사람인데, 자유를 허락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더 행복하다. 그렇다고 어린이집에 단순히 엄마가 쉬기 위해 보낸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다고 해서 엄마들이 ‘논다’는 것은 더 큰 오산이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에 돌아오면 그동안 아이와 함께 있느라 미뤄두었던 집안일이 산더미였다. 복직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한 시간에서 두 시간, 그 다음 네 시간. 이런 식으로 시간을 늘렸는데 사실 네 시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해서 마음이 편하거나 실컷 놀았던 적은 하루도 없다. 아이를 데리고 가기 어려웠던 병원 진료, 은행 및 관공서 업무도 처리해야 했고, 장도 봤다. 아이의 식사와 간식, 남편의 저녁식사 준비 등 오후 내내 일정이 빡빡했다. 매일 밤 그렇게 잠을 못자 피곤하고 힘들었으면서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 동안 늘어지게 자보지도 못했다. 할 일은 많고 마음도 마냥 편하진 않았다. ●전업맘에게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허(許)하라 그리고 많은 전업맘들이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다시 일을 하기 위해 그 시간에 학원을 다니거나 재취업 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전업맘에게 어린이집에 아예 보내지 말고 애만 보라는 것은, 전업맘은 직장맘이 될 기회,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 조차 갖지 말라는 소리로까지 들린다. ’엄마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고 수다나 떤다’는 흔한 댓글에 특히 불만이 많다. 내게는 엄마들과 어울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육아였다. 친정이 멀리 있는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외로움이었다.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친구들이 없어서 만나기가 어려웠다. 육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인터넷 카페 뿐이었다. 그러다가 아이 돌을 앞두고 드디어 어린이집 엄마, 동네 엄마들과 커피 한 잔을 하게 된 날은 저녁까지 충전이 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이유식, 발달상황 등 아이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내가 고민하던 아이의 문제를 다른 아이들도 다 겪었다는 걸 알고 위안을 삼았다. 혼자서만 끙끙대던 문제들이 풀리면서 스트레스도 풀렸다. 육아 기간에는 같은 아이 엄마들 말고는 딱히 만날 사람도, 친구도 없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피로를 풀기도 한다. 왜 유독 엄마들의 수다에는 날이 서야 하는지 모르겠다. 단지 엄마의 즐거움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어린이집의 가장 큰 장점은 말 그대로 ‘보육 기관’이라는 것이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물어볼 데도 마땅치 않았던 초보 엄마에게 보육교사들은 든든한 전문가였다. 혼자였기에 아무리 엄마라도 부족할 수밖에 없던 점들을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채워주었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의 발달 과정에 맞춰 잘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집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놀잇감으로 아이를 자극시켜 주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노력해도 삼시 세 끼 식사와 간식까지, 매일 다른 메뉴에 영양가 있는 식단을 만들어 먹이기가 쉽지 않았는데 적어도 어린이집에서 점심 한 끼는 다양한 반찬들을 먹어볼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방식도 잡혀갔다. 아직 아기이지만 친구들, 언니오빠들과 어울리며 놀고, 친구에게 장난감을 나누어주는 모습은 하루종일 나와 단 둘이 있었을 때보다 즐거워 보였다. 어린이집은 엄마인 나에게 더 의지가 되었다. 전업맘의 자녀라고 해서 이런 보육 기관의 도움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어떻게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엄마의 양육이다. 그렇지만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해서 마치 양육을 포기한, 소홀한 엄마처럼 생각하는 것은 또다른 횡포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벌이를 하다 보니 어린이집 문제에 있어서 안타까움이 아예 없을 순 없었다. 회사 동료들끼리 “어린이집에선 맞벌이가 을(乙)”이라는 말을 손뼉을 쳐가며 주고 받다 보면 괜한 서운함 마저 든다. 분명한 건 안타까움과 서운함의 대상이 전업맘은 아닌데도 알 수 없는 박탈감이 든다. 여러 경험들을 통해 직장맘들은 차별대우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일을 하러 나가기 위해서는 당장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어린이집 정원이 현원보다 많아…국공립은 5.7%에 불과 그런데 숫자상으로는 어린이집 정원이 아이들의 수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은 모두 4만 3742곳. 정원은 총 180만 659명이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149만 6671명이었다. 통계상으로는 전국 시·도 지역에서 모두 어린이집 정원이 현원보다 많았다. 이렇다 보니 대기 400번대에 머물러 있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다. 전체 어린이집 4만 3742곳 중에 국공립 어린이집은 2489곳(5.7%)에 불과했다. 가정 어린이집이 2만 3318곳(53.3%)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민간 어린이집(1만 4822곳·33.95%)였다. 지금도 집 근처 가정 어린이집에 문의하면 곧바로 입소할 수 있는 곳들이 상당수이다. 그럼 왜 그렇게 국공립 어린이집에 집착할까. 그나마 직장맘이 눈치를 덜 보고 아이를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급한 대로 집에서 가까운 가정·민간 어린이집에 보내다 보면 절반 이상이 전업맘의 자녀들이다. 전업맘 자녀들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전업맘 자녀들이 많으니 거기에 맞춰지는 어린이집의 일정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등하원 시간부터 그렇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법정 보육시간에 맞춰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그러나 복직을 앞두고 여러 가정·민간 어린이집에 상담을 갔을 때 마치 정해진 대본이라도 있는 양 똑같은 설명을 들었다. 오전 10시 전후로 아이들이 등원을 한다는 것과 법적으로는 오후 7시 30분까지지만 오후 3, 4시가 넘으면 아이들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 말을 듣고도 내 아이만 끝까지 남아 봐달라고 말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내가 보육교사라도 늦게까지 남아 있는 아이 한 명 때문에 매일 퇴근이 늦어진다면 곱게 봐지지 않을 것 같다. 해 뜨기 전에 등원해 해 떨어질 때까지 내 아이 혼자만 남아 있는 장면도 걱정스럽지만, 같은 직장맘인 보육교사를 괴롭혀 그들이 또 내 아이에게 눈칫밥을 먹일까 두렵다. 아이를 가장 보편적인 등하원 시간(오전 10시~오후 4시)에 보내느라 앞 뒤로 나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를 봐줄 베이비시터 이모님도 구해야했다.오후 4시에 데려와도 남아 있는 아이들이 몇 명 안 된다. 나 하나 일을 하기 위해 아이를 맡기는 비용만 어린이집 40만 6000원(0세·정부 지원)에 이모님 월급으로 내 월급의 절반 정도가 든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도, 나를 독박육아 직장맘으로 만들어 버린 친정 엄마를 또 다시 원망했다. 어린이집이 휴원을 결정하기 전부터 휴원을 하지 말길 기도했고, 휴원 통보가 나오자 막막했다. 다행히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를 배치해 맞벌이 자녀들을 봐주겠다고 배려했는데도 마음은 무거웠다. 매일 “오늘은 과연 몇 명이나 등원할까”를 걱정했다. 혹시 우리 아이만 나올까봐였다. 어린이집 수첩에는 계속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앞으로 어린이집의 여름·겨울방학, 교사들의 교육·연수기간, 부모 참여수업 등 어린이집과 회사, 베이비시터 이모님까지 모두에게 미안해 하며 마음 졸일 날들이 수도 없이 남아있다. ●전업맘·직장맘 편 가르고 싸우게 하는 보육정책 올해 초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자 지난 1월 22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엉뚱한 발표를 했다. “전업맘들의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런 발표가 어떻게 나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전업맘들이 너도 나도 어린이집에 보내서 어린이집에 자꾸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또 직장맘들에게 여러 어려움이 따르는 게 아닌데도 마치 ‘나 편하자고’ 아이를 떠맡긴 전업맘들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 세웠다.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직장 어린이집이 턱 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민간이나 가정 어린이집이더라도 완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제도가 확실히 마련되고 또 제대로 지켜지도록 해야한다. 보육 기관들이 부모의 취업 여부와 관계 없이 법정 보육시간을 무조건 지키도록 하려면 그 시간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인력과 비용이 충당돼야 한다. 화장실에 못 가 방광염에 시달릴 정도로 바쁘게 아이들을 돌보면서 한 달에 겨우 100만원 안팎의 돈을 받는 보육교사들에게 내 아이를 12시간 내내 붙잡고 있어 달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지난 1월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표는 앞으로 계속 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직장맘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나’대신 ‘엄마’라는 이름을 택하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전업맘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영원히 ‘집에서 아이나 보며’ 살라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 같았다. 전업맘이든 직장맘이든 아이를 맡기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정작 전업맘과 직장맘을 서로 싸우게 만드는, 그래서 모두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무슨 주문처럼 외치지만 “전업맘은 무조건 아이를 집에서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기본 바탕인 곳에서 그 길은 멀어 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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