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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봉초, 전세대를 아우르는 아뜰리에 오픈

    대구시교육청은 대구비봉초등학교가 비봉 아뜰리를 오픈했다고 17일 밝혔다. 교사와 학생 및 성인기초문해력교실 어르신들과 함께 커팅식을 했다. ‘비봉 아뜰리� ?� 비봉초등학교가 2019학년도 4월부터 진행시켜온 교내예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예술교육 인프라를 교내에 구축하여 모든 학생들에게 균등한 예술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예술 격차를 해소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턱 낮은’ 예술교육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비봉 아뜰리에 전시에서는 대표동아리인 날뫼농악동아리의 모습을 담은 ‘비봉의 얼굴’과 유치원 작품전 ‘새싹 전시회’ 뿐만 아니라 한글교실 어르신들의 얼굴을 담은 ‘우리 할매, 우리 할배’ 및 5학년 서수환 학생의 개인전 ‘수환이가 나가신다’ 등의 다양한 전시 구성을 통하여 단순한 교내 그림 전시가 아닌 아뜰리에로서의 면모를 선보였다. 특히 한글교실 어르신들과 학생들이 함께 한 프로젝트인 ‘우리 할매, 우리 할배’는 성인기초문해력교실 운영으로 세대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한 것에 이어 ‘비봉 아뜰리� ?� 어르신들의 모습을 전시함으로써 장년층의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줄여 예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시도되었다. 비봉초 최선화 교장은 “예술교육의 인프라가 학교와 지역사회를 총망라하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태어났다는 점이 참으로 뿌듯하다. 또한 작은 이 공간들이 앞으로도 모두의 역량이 익어가는 문화의 메카이자 교육성과의 지속적인 선순환 모델로 자리매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전북교육청 독서교육 활성화

    전북도 교육청이 독서교육과 학교도서관을 활성화 한다. 전북교육청은 ‘말하기·쓰기·읽기, 인문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30일 밝혔다. 민주시민 양성을 목표로 하는 22개 사업에는 8억 2000여만원이 투입된다. 세부적으로 ‘손안에 책 한 권 프로젝트’, ‘한 학기 한 권 읽기’, ‘사제동행 독서토론 동아리’ 등 읽기 교육과 ‘학생 저자 출간 기념회’, ‘고등학교 글쓰기 워크숍’ 등 글쓰기 교육이 운영된다. 정규 교육과정 중 프로젝트·발표형 수업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이와 별도로 도내 14대 시·군 교육지원청은 총 6억 3000여만원을 들여 토의·토론 수업, 찬반토론캠프, 동아리 독서캠프, 작가와 만남 등 50가지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독서교육을 통해 학생의 문해력과 표현력 등이 증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열린세상] 새해 인사 유감/최준식 이화여대 한국어과 교수

    [열린세상] 새해 인사 유감/최준식 이화여대 한국어과 교수

    또 해가 바뀌었는데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작은 불만들이 생긴다. 그런 것을 자꾸 이야기하면 까탈스럽다고 할까봐 삼가고 있었는데 마침 이런 지면이 마련됐으니 잠깐 언급할까 한다. 우선 간지 문제다. 새해가 되면 그해의 간지를 발표한다. 올해는 기해년으로 돼지해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간지를 쓸 때에는 음력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해년은 설인 2월 5일부터 시작되는 해이다. 그러니까 아직은 개띠 무술년이고 기해년까지는 20일 정도 남은 것이 된다. 일전에 명리학 하는 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설이 지나도 당분간은 그전 해의 기운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주를 볼 때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것을 믿어야 할지 모르지만, 이런 시각에서 보면 진짜 기해년은 앞으로도 많이 기다려야 할 판이다. 그다음은 인사 문제다. 가장 많이 받는 새해 인사는 말할 것도 없이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다. 이런 인사를 받고 나는 답을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복을 받으려면 먼저 복 받을 짓을 했어야 하는데, 내게는 그런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점심도 공짜가 없다는데 아무 짓도 안 한 내가 어떻게 복같이 엄청난 것을 받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덕담을 제대로 하려면 ‘새해엔 복 지을 일 많이 하세요’라고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런가 하면 이 인사는 표현도 조금 거슬린다. 왜냐하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명령조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명령조로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만일 그 인사를 받은 상대방이 ‘내가 복을 받건 말건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면 어쩔 건가? 특히 이것은 웃어른들에게는 좋지 않은 표현이다. 따라서 정확히 하려면 ‘복 많이 받기를 기원합니다(혹은 바랍니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세배를 할 때에도 발견된다. 절은 어른들에게 하는 것이니 더 조심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벌써 알아챘을 것이다. 우리가 세배를 하면서 ‘절 받으세요’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여기에도 또 명령조가 등장한다.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는 다양한 연령층에 하는 것이라 그래도 괜찮지만 ‘절 받으세요’는 어른들께 하는 언사라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1960년대) 세배를 하면서 이 말을 하면 어른들은 “네 놈이 뭐라고 어른 보고 절을 받으라 말라 해” 하면서 가볍게 핀잔을 주었다. 그때에는 ‘공연히 깐깐하기는’ 하면서 볼멘소리를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분의 말씀이 맞았다. 이 말의 정확한 표현은 ‘절 올립니다(혹은 드립니다)’일 것이다. 그러니까 윗사람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랫사람으로 내가 하는 일을 알려 드리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다. 이것과 꼭 같은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들은 헤어질 때 앞뒤 다 생략하고 ‘가세요’라는 인사를 많이 한다. 이 인사도 이것만 들으면 명령조가 된다. 이 인사를 잘못 이해하면 ‘(그만 떠들고 빨리) 가라’는 식으로 들릴 수 있다. 나도 학생에게 이런 인사를 받고 기분 나쁜 적이 있어 잘 안다. 물론 대부분 경우 이 인사는 ‘조심해서 가라’는 뜻의 인사다. 그러나 여전히 명령조인 것은 맞다. 한국인들의 인사가 언제부터 이렇게 명령조 비슷하게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전에는 분명히 이렇게 하지 않았다. 그때에는 언어 표현이 더 정확했다. 예를 들어 음식 먹는 것과 관련해 지금 한국인들이 많이 쓰는 ‘식사’라든가 ‘조식’, ‘회식’, 혹은 ‘외식’ 같은 단어들은 내게는 아주 어색하다. 표현이 조야해 문향(文香)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 눈에는 한국인의 문해력이 자꾸 떨어지는 느낌이다. 내가 이렇게 사소하게 보이는 것을 가지고 트집 잡으면 ‘당신은 왜 쓸데없이 까다롭게 사느냐?’는 힐난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언어라는 것은 자꾸 변하는 것인데, 왜 자꾸 옛것만 고집하느냐고 할 것만 같다. 나도 이런 인사법이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알고는 가자는 게 내 생각이다.
  • [이정수의 B-Side] 누구를 위한 진혼굿, 무엇을 위한 ‘젖가슴’인가

    [이정수의 B-Side] 누구를 위한 진혼굿, 무엇을 위한 ‘젖가슴’인가

    지난 4일 강동수(58) 작가의 소설 ‘언더 더 씨’의 한 구절이 온라인상에서 크게 논란이 됐다. 기자는 이튿날 해당 논란을 ‘세월호 희생자 시점 소설 ‘젖가슴’ 논란… “고민 없는 개저씨 문학”’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에 출고했고, 강 작가와 출판사 측의 힐난과 “법적 대응”이라는 심난한 상황에 처했다. 논란은 ‘개저씨 문학’으로 일컬어지는 기득권 남성 중심의 기성 한국문학이 단 한 문장에 절묘하게 축약된 것에서 촉발했다. 이에 대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넓은 반감이 일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문학 흐름이 투영돼 빚어진 사건이었다. 6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강 작가로부터 메일 한 통이 와 있었다. 원고지 19매 분량의 장문의 글이었다. “전직 기자로 30년 ‘신문밥’을 먹었다”며 대선배임을 자처한 그는 “여성의 그 부위를 지칭할 때 젖가슴이 아니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유방?”이라고 되물었다. 오랜 세월 문학담당 기자였고 등단한 소설가이자 한 대학의 교수인 그가 적은 질문이 이랬다. 강 작가의 소설 ‘언더 더 씨’ 도입부의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큼하고 달콤한 즙액’이라는 표현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 문장이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여고생을 화자로 한 1인칭 시점 서술이기 때문이다. 우리 문학에서 여성, 생명, 풍요 등을 상징해온 닳고 닳은 상투어 ‘젖가슴’에 국한한 찬반이었다면 논란이 이 정도로 커지진 않았을 터였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여고생이 결코 쓰지 않을 법한 어휘와 표현을 한데 모아 놓은 것도 모자라 자두에 앞니를 ‘박아 넣으며’ 자신의 가슴을 떠올린다는, 그 또래의 독자라면 누구도 공감 못할 발상이었기에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강 작가는 기자에게 보낸 메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해명글에서 ‘언더 더 씨’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일종의 문학적 진혼굿이라는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에게 “단편소설 전부를 읽어보지 않고 쓴 엉터리 기사”라고 비난했지만, 차라리 문제의 한 단락만을 봤던 때가 마음이 편했다. 1인칭 화자인 10대 여고생 입장에서 고민한 흔적이 좀체 느껴지지 않는 진혼굿과 바리데기 설정은 더욱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아직 수습 딱지를 붙이고 있던 기자는 세월호 침몰 소식이 전해진 직후 경기 안산 단원고로 달려갔다. 강당에 모인 학부모들이 언론의 ‘전원 구조’ 오보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다가 다시금 불안감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을 지켜봤다. 이후 몇날며칠 전남 진도 팽목항에 머물며 시신이 한 구씩 수습될 때마다 울부짖던 가족들의 모습, 슬픔과 분노에 몸서리치던 현장 분위기를 생생히 느꼈다. 그렇기에 더 세월호 희생자와 그들을 잃은 가족의 슬픔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망자가 된 10대 여고생이 누군가가 자신의 진혼굿을 한다며 ‘젖가슴’을 입에 담거나 ‘불가사리에 종아리를 한 움큼 파먹히는’ 묘사하는 걸 듣는다면 반기기는커녕 소름 끼쳐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문학에 엄숙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려는 게 아니다. 여론을 등에 업고 창작의 자유를 옥죄려는 시도 역시 아니다. 강 작가가 50대 남성 화자의 시점에서 같은 주제를 다뤘다면 ‘61년생 강동수’가 그대로 드러나는 문체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기성세대의 서사와 은유가 문학이요 예술이라고 배워왔으니까. 그러나 거의 손녀뻘인 화자를 1인칭 시점으로 삼는 어려운 도전을 선택했다면 접근 방식도 당연히 달랐어야 했다. 강 작가는 독자들이 이 문장에서 ‘생기발랄한 젊디젊은 여학생’을 떠올리길 원했지만 대다수 독자들의 귀엔 중년 남성의 탁한 음성만 들렸고, 결과적으로 불쾌한 이질감만 갖게됐다.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려 했다는 강 작가의 주장은 분명 선의였을 거라고 믿는다.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개저씨 문학’이라는 말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개저씨’는 나이와 지위를 내세워 자신이 옳다고 믿고 큰소리치는 중년 남자를 비하하는 신조어다. 강 작가는 중년 남성에게 너무도 익숙해 새삼 문제될 것 없는 시각에서 글을 썼지만 젊은 세대는 성별을 막론하고 그것을 거부하고 조롱했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수많은 지적마저 해명글을 통해 ‘파블로프의 개’에 비유해 “가련하다”며 귀를 닫은 태도는 스스로 비난을 자처한 대응이었다. 출판사는 한술 더 떠 독자와 기자의 “문해력”을 지적했고, 일련의 비판을 “대중파시즘”으로 받아들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강 작가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쓴 칼럼에서 ‘홍대 몰카 사건’과 ‘안희정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여성이 세상을 바꾼다”고 역설했다. 그는 칼럼에서 “세상이 변하고 있다”면서 “남성과 사회, 국가가 열린 마음으로 여성들의 항변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글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모두 ‘극렬 페미니스트’로 몰아붙인 그의 지금 모습과 대비된다. 강 작가와 출판사는 6일 오후 게재했던 각각의 입장을 이날 자정을 전후에 삭제했다. 출판사 호밀밭은 최초 입장문 삭제 후 페이스북 공지사항에 “더 듣고, 더 살펴보려 한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조만간 다시 글을 올리겠다”고 알렸다. 독자들이 강씨와 출판사에 바라는 것은 이 상황을 비껴갈 절묘한 대응책이 아닐 것이다. 그저 상식적인 수준의 진심 어린 사과와 그에 걸맞는 조치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80권 넘는 책, 쌓아만 둬도 아이 머리 좋아져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80권 넘는 책, 쌓아만 둬도 아이 머리 좋아져요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렇지만 책 읽기보다는 책장 가득 책을 쌓아 놓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책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을 ‘장서가’(藏書家)라고 부릅니다. 어떤 형태로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장서가를 보며 부러워하지만 내심 ‘저 책들을 다 읽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렇게 책을 쌓아 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호주와 미국 연구진이 책을 단지 집 안 가득 쌓아 놓는 것만으로도 지적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호주국립대 사회학과, 미국 네바다대 응용통계학과와 국제통계센터 공동연구진은 집에 책이 많이 있는 것만으로도 교육 성취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책은 읽는 사람에게만 도움이 된다는 통념을 깨고 책의 존재만으로도 학업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사회학 및 통계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회과학 연구’ 최신호(2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1개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언어 능력, 일상 속 수학 문제 해결 능력, 컴퓨터 조작관련 능력 3개 지표를 조사하는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2011~15년 결과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25~65세 성인남녀 16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PIAAC는 시험에 앞서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집에 책이 얼마나 있었는지 등을 묻는 환경 설문 조사도 실시합니다. 연구팀은 시험 결과와 이 환경 설문 조사를 비교 분석한 것입니다. 그 결과 어린 시절 집에 책이 많이 있는 분위기에서 자란 성인들의 언어 능력, 수학 능력,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학창시절 학업성적도 집에 있는 장서의 규모와 정비례한다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집에 쌓여 있는 책들을 읽지 않았더라도 단지 책이 “있었다”는 기억만으로도 인지능력과 학업성취도가 향상된다는 말이지요. 연구팀은 책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자란 성인들은 읽고 쓰는 문해력, 수리력, 컴퓨터 활용 능력이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정에 있는 장서의 규모는 80~350권 이상이어야 교육 성취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특히 고소득층 가정보다 저소득층 가정에서 책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이 학업 성적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밝히고 있습니다. 연구를 이끈 요하나 시코라 호주국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규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했더라도 책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자란 10대 청소년들은 책이 별로 없는 환경에서 자란 대학 졸업생만큼이나 지적 수준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일 성직자 토마스 아 켐피스(1380~1471)는 “내가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사실 책이 가득한 곳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밖에 없겠지요. 책 읽는 데 좋은 때가 따로 있겠냐마는 흔히 얘기하듯 ‘독서의 계절’ 가을이 됐습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정부가 정한 ‘책의 해’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보이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 소식을 잠시 뒤로 미뤄 두고 아이들과 함께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함께 고르고 평소 읽고 싶었던 소설이나 시집을 집어 드는 것은 어떨까요. edmondy@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책 안읽고 쌓아두는 것만으로도 생기는 놀라운 효과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책 안읽고 쌓아두는 것만으로도 생기는 놀라운 효과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렇지만 책 읽기보다는 책장 가득 책을 쌓아놓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책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을 ‘장서가’(藏書家)라고 부릅니다. 어떤 형태로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장서가를 보며 부러워하지만 내심 ‘저 책들을 다 읽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렇게 책을 쌓아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호주와 미국 연구진이 책을 단지 집안 가득 쌓아놓는 것만으로도 지적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호주국립대 사회학과, 미국 네바다대 응용통계학과와 국제통계센터 공동연구진은 집에 책이 많이 있는 것만으로도 교육 성취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책은 읽는 사람에게만 도움이 된다는 통념을 깨고 책의 존재만으로도 학업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사회학 및 통계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회과학 연구’ 최신호(2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1개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언어 능력, 일상 속 수학 문제 해결 능력, 컴퓨터 조작관련 능력 3개 지표를 조사하는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2011~15년 결과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25~65세 성인남녀 16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PIAAC는 시험에 앞서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집에 책이 얼마나 있었는지 등을 묻는 환경 설문 조사도 실시합니다. 연구팀은 시험 결과와 이 환경 설문 조사를 비교 분석한 것입니다. 그 결과 어린 시절 집에 책이 많이 있는 분위기에서 자란 성인들의 언어능력, 수학능력, 컴퓨터 활용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학창시절 학업성적도 집에 있는 장서의 규모와 정비례한다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집에 쌓여있는 책들을 읽지 않았더라도 단지 책이 “있었다”는 기억만으로도 인지능력과 학업성취도가 향상된다는 말이지요. 연구팀은 책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자란 성인들은 읽고 쓰는 문해력, 수리력, 컴퓨터 활용 능력이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정에 있는 장서의 규모는 80~350권 이상이어야 교육성취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특히 고소득층 가정보다 저소득층 가정에서 책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이 학업 성적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밝히고 있습니다. 연구를 이끈 요하나 시코라 호주국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규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했더라도 책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자란 10대 청소년들은 책이 별로 없는 환경에서 자란 대학 졸업생만큼이나 지적 수준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일 성직자 토마스 아 켐피스(1380~1471)는 “내가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사실 책이 가득한 곳에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밖에 없겠지요. 책 읽는 데 좋은 때가 따로 있겠냐마는 흔히 얘기하듯 ‘독서의 계절’ 가을이 됐습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정부가 정한 ‘책의 해’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보이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 소식을 잠시 뒤로 미뤄두고 아이들과 함께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함께 고르고 평소 읽고 싶었던 소설이나 시집을 집어드는 것은 어떨까요. edmondy@seoul.co.kr
  •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인포그래픽 디자인 실무서 나왔다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인포그래픽 디자인 실무서 나왔다

    데이터 인포그래픽 디자인 제작실무/이수동·김선주 지음/ 예문사/397쪽/2만원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를 비롯한 정보홍수의 시대다. 현대인은 서로 관계없는 지식까지 활용할 줄 아는 통찰력은 물론 제시된 데이터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데이터 문해력, 편집기술력까지 갖춰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능력이 데이터 인포그래픽이다. 이 책에서는 일상이나 업무에서 마주하게 되는 리서치 자료, 표, 그래프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이에 더해 제목짓기 노하우, 그래프 등을 자유롭게 변형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저자인 이수동 브이랩인포그래픽연구소장은 “실제 교육 및 디자인 제작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내용을 바탕으로,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편집 노하우를 다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책은 일반 기업부터 학생까지 누구나 활용 가능한 인포그래픽 실무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 중3·고1 학업성취도 ‘뒷걸음질’

    한국 중3·고1 학업성취도 ‘뒷걸음질’

    읽기·수학·과학 세 과목 비교 3년 전보다 19~30점 모두 하락 최상위권 ‘창의적 인재’ 더 적어 55세 이상 성인 언어 최하위권 “고교만 못한 대학 교육 보여줘”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3년 전보다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을 지닌 최상위권 성적의 학생 비율은 다른 상위권 나라들에 비해 적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일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15 결과를 발표했다. PISA는 읽기, 수학, 과학 과목의 성취와 그 추이를 국제적으로 비교하고자 3년 주기로 시행된다. 2012년 65개국에 이어 이번 평가에는 OECD 회원국 35개국과 비회원국 37개국 등 72개국 만 15세 학생 54만여명이 참여했다. 우리나라는 168개교에서 중3과 고1 학생 5749명이 참여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점수는 2012년 536점(3~5위)에서 2015년 517점(3~8위), 같은 기간 수학은 554점(3~5위)에서 524점(1~4위), 과학은 538점(5~8위)에서 516점(9~14위)으로 모두 하락했다. PISA 평가는 전체 평균을 500점으로 하며, 같은 점수라도 나라별 참여인원 크기와 오차를 고려해 순위를 범위로 내고 있다. 최하위권인 1b 수준부터 최상위권인 6 수준으로 나눈 영역별 비율로 따졌을 때 가치 창출 능력을 지닌 최상위권(5·6수준)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었다. 예컨대 ‘읽기’의 경우 한국은 지식노동자로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갖춘 3등급이 28.9%로 1위인 싱가포르 26.2%보다 2.7% 포인트 더 높았다. 그러나 5·6등급은 12.7%로 싱가포르(18.3%), 캐나다(14%), 핀란드(13.7%)보다 적었다. 이런 현상은 수학과 과학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는 PISA에서 상위권이라도 정부가 지향하는 ‘창의적 인재’는 적고 최소한의 능력을 갖춘 등급 학생이 다른 나라들보다 많은 이른바 ‘허리가 두꺼운’ 형태임을 시사한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이런 현상마저 곤두박질치는 점을 고려할 때 중·고교 교육은 물론 대학 교육의 변화도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OECD가 24개국 만 15~65세 성인 16만명을 대상으로 언어와 수리 능력,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 능력을 조사해 2013년 발표한 ‘성인문해력평가’(PIAAC) 결과에서 15세는 상위권을 기록했지만 전체 평균은 중간 정도였고, 특히 55세 이상은 언어에서 ‘자신에 대한 글을 읽고도 그게 자기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수준’으로 최하위권이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PISA 분포는 고교에서 창의적 인재를 기르지 못하는 모습을, PIACC에서는 대학 교육이 고교 교육만 못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국어처럼 수화도 공용어

    한국어처럼 수화도 공용어

    농인(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이 사용하는 수화(手話·한국 수어)가 한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고유한 공용어로 인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일 한국 수어를 공용어로 인정하는 내용의 ‘한국수화언어법’이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하위 법령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법안은 한국 수어 사용환경 개선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시하는 한편 한국 수어의 보전과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시행, 한국 수어 사용환경 등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 교원 양성 등 한국 수어 사용 촉진과 보급, 수어 통역이 필요한 농인 등에 대한 통역 지원 등의 조항도 포함한다. 국내 농인 및 언어장애인은 2014년 말 기준으로 27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국어 대신 한국 수어를 제1언어로 쓰고 있지만 정보 이용이나 학습 등에서 많은 제약을 받아 왔다. 이는 교육 및 취업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했으며 사회적 소외계층으로 머물게 되는 요인이 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법 통과로 수화가 공식 언어가 됐고, 수화의 연구·조사·보급 등 제도적 기반 확충 등 5년마다 수어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한국 수어가 공용어가 되면서 주요 공공기관의 안내판과 표지판에 수어가 표기될 전망이다. 농인은 한국어 독해력이 비장애인보다 많이 떨어진다. 실제 농인 학생의 국어 문해력 지수는 10.9점으로, 비장애인 학생(16.7점)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 한국수어능력검정시험도 실시될 예정이다. 문체부는 한국 수어의 전반적인 발전과 함께 청각장애인들의 일상생활 편의가 증진되고 전반적인 권익 신장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씨줄날줄] 국어 실력/문소영 논설위원

    당나라에서 관리를 등용할 때 인물 평가의 기준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다. 이 신언서판의 기준은 21세기 한국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특히 타인과의 소통과 공감을 중요시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대에는 말과 글이 중요하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유머를 섞어 감각적으로 문장을 쓰는 사람들이 인기다. 몇 줄의 글들도 쌓이면 그럭저럭 한 인간의 총체적 실체에 접근하게 한다. ‘보그 병신체’가 있다. 세계적인 패션 잡지인 ‘보그’에 비속어인 ‘병신’을 붙인 신조어다. 한글로 썼지만, 사실은 영어랑 다를 바가 없는 국적 불명의 문장으로 문해력이 떨어진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사이드 쉐입을 고려해서 플랜을 플렉서블하게 레벨을 풍성하게~” 하는 식의 대사들이 그것이다. 한글로 고쳐 표현할 수가 없다. “아티스틱한 감성을 바탕으로 꾸띄르적인 디테일을 넣어 페미닌함을 세력되고 아트적인 느낌으로 표현한다”는 문구는 또 어떤가. 이를 “작가의 감성으로 맞춤복 같은 섬세한 장식으로 여성성을 세련되고 예술적으로 표현했다”라고 우리말로 고쳐도 어색하다.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패션·미용 잡지들은 한자 문화권인 일본 잡지를 모방했던 만큼 ‘보그 병신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언어 사대주의’가 아닌가 싶은데, 무분별한 영어 조기교육이나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 부재를 탓하기도 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섬뜩하거나 살벌한 표현으로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규제개혁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는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겠다”거나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암 덩어리”, “한 번 물면 살점이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 진돗개 정신”과 같은 발언들이다. 올 초부터 대통령의 발언들 중에는 문장이 어색하거나 조리가 맞지 않는 대목들이 두드러진다. “퉁퉁 불은 국수를 먹게 된 경제가 불쌍하다”를 시작으로, 최근 “우리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할 것을 이것이다 하는 것을 정신 차리고 나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걸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셔야 한다”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졌다. 즉석 연설은 주어와 종결어미가 잘 맞지 않기는 한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잦다면 받아 적는 장관들은 어떻게 대통령의 뜻을 파악해 일을 할까 걱정이 됐다. 지난 남미 순방 중에 교포들과의 자리에서도 “도전을 극복하고”라고 표현해 당혹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말실수가 됐구나 싶었다. 리콴유 장례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조문록에 영어로 ‘his loss’라 표현한 것을 두고 영어 문법 실력이 대단하다는 칭송들이 자자했다. 영어·중국어·프랑스어 등 외국어 연설 능력도 자랑이겠으나, 토론회 등에서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 만큼 국어 실력도 훌륭해야 하지 않겠나. 말은 소통의 도구이자 의식의 집인데 말이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손편지/황수정 논설위원

    종이 만드는 기술은 조선 전기에 절정을 맞았다. 그래도 종이는 늘 귀했고 비쌌다. 여염집에서 부담 없이 쓰기가 쉽지 않았다. 국립한글박물관에 가면 그 생생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의 특별기획전 ‘한글 편지, 시대를 읽다’에서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건 430년 전 경북 안동의 ‘원이 엄마’가 부쳐온 사부곡(思夫曲)이다. “어째서 나를 두고 먼저 가십니까. 당신은 내게 어떤 마음을 가졌었고 나는 당신을 향해 어떤 마음을 가졌나요. 이런 마음으로 내가 어떻게 자식을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 세상에서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원이 엄마는 이름 없는 필부다. 1998년 안동시내 택지 공사를 하느라 고성 이씨 집안의 묘를 이장하던 중 관 속에서 그의 편지가 발견됐다. 무덤의 주인은 이응태(1556~1586년). 유복자를 남긴 채 서른 살을 갓 넘기고 떠나는 남편의 마지막 길에 애끓는 마음을 전했던 것이다. 머리칼을 베어 신을 삼는다는 옛말은 그저 언표인 줄 알았다. 원이 엄마는 제 머리카락을 섞어 삼은 미투리 한 켤레도 편지 옆에 나란히 두었다. 종이가 귀했던 옛날에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편지지 한 장에 모든 사연을 담아야 했다 한다. 한정된 지면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으니 편지쓰기 요령이 따로 있었다. 우선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려가면서 글자를 앉히되 내용이 혼동되지 않도록 글을 써내려가는 방향도 제각각 달리 잡아야 했다. 종이 한 장 위에 입추의 여지 없도록 한 글자라도 더 적으려 애태운 원이 엄마도 그렇게 썼다. 430년 전에 발신된 편지 앞에 오래 붙들려 있었다. 세상에 그 어떤 연서가 저렇게 간곡할 수 있을까. 무한 리필 되는 이메일, 카톡 같은 소통공간 하고는 애당초 댈 게 못 되는 얘기다. 지울 수 없는 먹글씨였으니 한 글자 한 글자에 온 마음을 졸였을 것이다. 그렇게 들어간 심력은 또 얼마나 크고 높았겠나. 18년을 귀양살이로 보낸 다산 정약용에게 편지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강진 귀양살이 10년째 되던 해 다산은 멀리 부인에게서 낡은 치마 다섯 폭을 전해 받았다. 누렇게 빛바랜 천을 종이 삼아 아들에게 훈계의 편지를 적어 보냈다. 시집간 딸에게는 화목을 기원하는 시화 편지를 보냈다. 그 아들딸은 차마 삶을 비뚜로 살지 못했을 터다. 일상에서 글을 읽어 이해하는 능력이 문해력(文解力)이다. 문맹과는 다른 개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01년 조사에서 우리나라 비문해 인구가 이미 전체 성인의 24.8%였다. 이후 공식 조사가 없었다. 액정 속에서 비문(非文)의 파편들로 소통하는 지금 우리의 문해력은 어디까지 떨어졌을지 알고 싶지도 않다.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근원적인 능력의 싹이 손편지에도 있다면, 과장일까.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사회적 소통’ 書簡, 근대화 이끌다

    ‘사회적 소통’ 書簡, 근대화 이끌다

    문맹이 수두룩하던 시절 시골 마을. 대처에 나간 자식의 편지가 오면 어머니는 동네를 돌며 언문을 뗀 사람을 찾았고, 그의 입을 보며 자식의 얼굴을 떠올렸다. 문맹률이 ‘0’에 가까워진 뒤에도 사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때 글줄깨나 쓰는 친구는 연애편지를 대필하다 보니 친구들의 연애사를 줄줄이 뀄고, 어느 날 문득 시인이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옛 선비들 역시 편지를 품격 있게 교유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편지를 통해 남녀 연애는 물론 정치적 밀담 등도 모두 담아냈다. 편지. 서간(書簡)이다. 서간은 간독, 간찰, 서신, 서찰, 서한, 척독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 왔다. 발신자와 수신자 두 사람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지극히 사적인 교감을 나누는 개인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편지는 이미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문화사적 의의를 내포하고 있었다. 김성수 성균관대 교양학부 교수는 근대적 텍스트로서 서간 양식, 근대적 글쓰기로서 서간에 주목했다. 20세기 전반 한국 근대문학사, 문화사 연구에서 존재론적으로 소외됐던 서간(문)의 의미를 학술 연구의 대상으로 회복시켰다. ‘한국 근대 서간 문화사 연구’(성균관대 출판부)는 1920~1940년대 공공을 대상으로 출판된 서간집 등을 중심으로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 및 계몽적 기능을 살펴보며 당대 문학과 어떻게 조우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서간론’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아닌,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갖는 서간의 문화사적 의미를 학술적 연구 대상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서간은 역사 연구의 자료로만 취급되거나 서간을 쓴 사람을 좀 더 잘 알기 위한 작가론의 보조 자료로 대상화되는 한계를 보였다”면서 “소설과의 관련에서만 문제 삼던 종래의 연구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간 자체의 존재 양상과 사적 변모를 중심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가 살핀 서간 텍스트의 역사적 계보를 보면 근대 서간은 긴 철학적 서간과 구별되는, 짧은 정감적 편지를 일컫는 척독(尺牘)류를 모범으로 삼는 단계로 출발해 1920년대에는 ‘사랑의 불꽃’과 같은 연애 서간집의 유행을 거쳤다. 1930년대에 이르러 ‘조선문인서간집’ 같은 명사들의 문인 서간집으로 변천하는 통시적 흐름을 보인다. 문인 서간집은 기행문, 시, 소설 등 근대문학의 형성에 큰 영향을 줬다. 실제 서간체 양식은 고스란히 문학이 되기도 했다. 1920~1930년대 논설문 등의 글쓰기나 문화예술인들의 상호 비평, 시, 소설 등을 보면 가상 혹은 실제의 수신인을 설정해 특정한 이에게 글을 써 보내듯 편지글 형식을 취한 것들이 제법 눈에 많이 띈다. 최서해의 단편소설 ‘탈출기’는 대표적인 서간체 소설의 하나다. 소설은 ‘김군’을 수신인으로 계속 호명하며 자신이 간도로 떠난 뒤 겪었던 경험과 감회를 상세히 적어 나간다. 그리고 집을 떠나 ‘××단’ 활동을 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한다. 이 밖에도 조명희의 ‘R군에게’, 송영의 ‘다섯해 동안의 조각 편지’ 등도 서간체 소설 작품들이다. 김 교수는 “서간체 소설은 새로운 시대 조류의 도래로 인해 민감한 문제를 공론화시키되 이 과정에서 따를 수 있는 윤리적 비난이나 책임을 면제받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서간체 소설이 갖는 사회적 기능을 설명했다. 이는 서간체 소설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불특정한 수신인들에게 자살 충동을 부추기며 ‘베르테르 신드롬’을 일으켰음을 상기하면 이해가 더욱 쉬울 법하다. 서간체 시는 특히 임화, 김해강 등 카프 작가들을 통해 많이 활용됐다. 임화는 ‘네거리의 연인’, ‘우리 옵바와 화로’ 등을, 김해강은 ‘변절자여! 가라-변절자인 남편에게 주는 투사인 젊은 안해의 절연장’ 등 시를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문학적 이념을 구체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카프의 서간체 시는 묵독을 해야만 하는 근대시와 달리 낭독성을 강조하면서 대중을 끌어들이려는 대중화 의도의 산물이라고 평했다. 또한 일제강점기 문학평론가이자 언론인인 오용순은 1943년 ‘조광’ 6월호에 ‘여인윤리관-동서신화의 비교 고찰’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제목만을 보자면 딱딱한 논설문이 될 법하지만 글의 스타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서간체를 차용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서간체 기행, 서간체 수필, 서간체 비평 등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 편지글 형식을 빌린 문학의 장르는 더욱 확대된다. 김 교수는 “서간문이 품고 있는 자기 이야기의 의미화와 사회적 소통의 다양화라는 특징은 언문일치를 통한 사회적 소통의 근대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면서 서간문이 갖는 근대적 의의를 설명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광장]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노무현의 ‘NLL’/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노무현의 ‘NLL’/문소영 논설위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아름따다 가실길에 뿌리오리다/…/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일제강점기에 평안도 정주의 오산학교를 다닌 김소월이 1925년 펴낸 시집 ‘진달래꽃’의 표제작 ‘진달래꽃’이다. 지금이야 김소월의 서정이 다소 촌스럽다며, 누구는 평안도 정주 출신 시인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을 더 세련된 정한 이라며 읊조릴 것이다. 그러나 김소월은 늘 상당한 사랑을 받았고, 2003년 가수 마야의 ‘진달래꽃’으로도 되살아났다. 그만큼 호소력이 있다는 의미다. ‘진달래꽃’은 강렬한 사랑을 ‘반어법’으로 표현한 시라는 점에서 재론의 여지가 없다. 쉽게 말해 “나, 당신을 너무 사랑하니 절대 떠나면 안돼”가 ‘진달래꽃’에 대한 당연한 해석이다. 이 시를 문자 그대로 이해해 “임이 떠난다니 기쁜 마음으로 붉은색 주단 같은 진달래꽃을 쫙 뿌리겠다”고 한다면 남다른 해석일지 모르나, 국어 점수는 ‘빵점’일 것이다. 이른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文解力)은 기역, 니은 등 한글 자모를 안다고 되는 일은 아니고, 행간과 자간을 읽어내는 능력도 겸비해야 한다.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라는 주장들을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이 대중에 주장했다. 그런데 6개월 만에 ‘노무현 NLL 포기’ 주장이 다시 표면화됐다. 국가정보원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훼손했다는 의혹의 한가운데 있을 때다. 여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드린다’는 굴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여론몰이도 했다. 하지만 ‘보고 운운’은 문맥을 잘못 해석한 오해로 밝혀졌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6월 24일 외교문서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한 덕분이다. 문서가 공개되자, ‘노무현의 NLL 포기’에는 ‘사실상’이란 단어가 하나 더 얹혀졌다. 이는 그렇게 해석할 만한 언급은 있을지 모르나, ‘NLL을 포기한다’라는 똑 떨어지는 발언은 없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NLL을 북한의 해주와 남한의 인천을 포함한 ‘서해평화지대’ 속의 ‘공동어로수역’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 때문에 여야가 정치적 입지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읽다 보면,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반어적인 어법이 떠오른다. NLL에서 남북한이 평화를 쌓고 더 크게는 통일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구상은 그 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뜻을 따른 것도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서해교전 1주년(6월 29일)을 앞두고 NLL에 ‘남북 공동 꽃게잡이 추진’을 검토한 적이 있다.<서울신문 2003년 6월 25일자 3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없애고, 우리 어민들이 중국어민들에게 떠밀리는 것을 막으려는 구상이었다. 이 계획은 국방부 등에서 북한의 NLL 무력화 전술을 우려하면서 더 진전을 보지 못했다가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다시 나온 것이다. 공개되지 말아야 했을 외교문서가 기왕에 공개된 마당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국민이 직접 읽어볼 가치가 있다. 여야의 정파적 주장에 오락가락하지 않을 수 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아야 한다. 김대중 정부에서 정상회담과 관련해 컨설팅을 한 한 관계자는 “노련한 김정일 위원장과의 밀고당기기에서 밀리지 않았고, NLL과 관련해 실무회의를 하기로 회담을 마무리지었기 때문에,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도 2일 통화에서 “정상회담은 공동선언이나 합의문으로 평가해야지, 그 과정인 회의록을 중심으로 파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는 기사로,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하듯,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symun@seoul.co.kr
  • 검정고시 없이 초중학력 인정

    초·중학교를 다니지 못한 성인들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검정고시를 거치지 않고도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6일 초·중학교와 평생학습센터, 야학 등에 개설된 문자해득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검정고시에 합격하지 않아도 학력을 인정하도록 평생교육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지역 교육청에 구성되는 ‘성인학력인정심사위원회’의 학력검증 절차를 거치면 초·중학교 학력을 인정받게 된다. 검증절차도 문해교육 이수자들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학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검정고시가 연 1∼2차례 시행되는 것에 비해 학력 검증 절차는 수시로 진행될 예정이다. 신정철 평생학습과장은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 제때 교육받지 못한 성인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했다.”면서 “문해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강사 연수 등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무교육 확대에도 불구하고 성인 인구 가운데 초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한 사람은 241만명, 중졸 미만은 424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실시된 중입 검정고시 응시자는 2441명으로 이 중 64%인 1563명이 합격했다.연령별 합격률은 50∼59세 54%,60세 이상은 31%이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부터 초·중학교 교과서가 성인교육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초·중학교 교재를 따로 성인용으로 개발할 계획이다.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대한광장] 상황 주도력을 기르자

    미래는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희망이,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원하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을가져다 줄 수 있다.그렇지 못한 경우 미래는 얼마든지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특히 국가 공동체가 자력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경우,미래는 난폭하게 벌어질 수 있다. 특별히 이 한반도에 공동체적 삶을 가진 우리 한국인들은 지난 1세기 동안 역사의 난폭함을 겪을 만큼 겪어왔다.민족분단의 고통을 아직도 자력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처지에서,우리는 원하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민족 내부적으로 갖추었다고 자부하기 어렵다.원하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란 다른 말로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과 같은 말이다.어떠한 격변에서도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능력이다.상황주도력은 남에게 의지하거나 남의 것을 빌려서 쓸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우리 내부로부터 스스로 길러내지 않으면 안 되는 내생적이고 자기주도적인 능력이다.따라서 한국의 미래는 우리 사회가 그 구성원들로 하여금 얼마나 상황주도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느냐에 달렸다.상황주도력을 길러내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국가 사회의 확실한 의지와 목표점이설정되어 있어야 하고,사회 각 분야가 그 목표 달성을 위해서 공동의 노력을 펼쳐야 한다. 우선 상황주도력을 가진 사람들은 어떠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일 것인가에 대해서 중요하게 의식하여야 한다.가장우선하여야 할 요체는 자기주도적 세계관의 형성이다.만사는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고 믿고,어떠한 상황에서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정신을 삶의 지표로 삼는 것이다.그리고 이 정신적 지표가 개인과 사회 공동체의 행동을 규율하는 구심점으로 작용하여야 한다.예컨대 우리가 동아시아 문명의 한 아류가 아니라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향후 미래의 어떠한 격변에서도 주도력을 가질 수 있는 핵심 역량을 지속적으로 갖추겠다는의지와 같은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을 갖추고 상황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적어도 세 가지 면에서 우리의 인간적 자질을 성숙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첫째는 인간 개체로서 내가,그리고 그 모둠으로서 우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올바로판단할 수 있는 상황파악 능력이다.이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그리고 그 관계를 읽을 수 있는 능력에달렸다.다른 말로 말하면 높은 문해력(文解力)을 갖추는것이다.오늘날의 국제화 시대에 넓고 깊이 있는 의사소통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둘째는 우리 생존에 관련된문제를 제대로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기존의해결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보다 효능있는 새로운 해결을시도할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모방과 암기로는 안 된다.결과보다 문제해결과정에참여하여 문제해결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셋째는 공동체 구성원들과 조직들이 국부적 이익 때문에 분열하지않고 더 큰 공익을 위해 더불어 결집할 수 있는 공동체적역량을 쌓는 일이다.이견과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기보다타협과 절충으로 조화와 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적 규범과 기풍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상호신뢰,투명성,기본질서의 존중이 공동체적 덕목으로 굳건히 자리잡아야한다. 오늘날 우리 교육은 많은 현안으로 들끓고 있지만,이러한 근본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점에서 대부분은 지엽적인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집단간의 이해다툼으로 교육은개선되기 어렵다.교육은 근본을 최우선하여야 한다.상황주도력은 그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대안이다.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상황주도력을 갖추도록 돕는 일이 교육의 목표일뿐만 아니라 국가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자리잡도록 해야한다.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면,우리는 어떠한 개혁도 새롭게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곽병선 한국교육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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