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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보다 해남…힐링정원과 만남…땅끝까지 신남

    꽃보다 해남…힐링정원과 만남…땅끝까지 신남

    새롭게 들어선 여행지 ‘산이정원’200살 넘은 동백 등 곳곳에 서사인근엔 해남 최초 4성급 ‘126호텔’윤선도가 낙향해 지은 ‘녹우당’도맨 아래 땅끝엔 ‘무장애 걷기길’핫플 ‘울돌목 스카이워크’ 지나이순신 기린 명량대첩비도 보고닭요리·삼치회 ‘맛라도’ 경험까지올봄, 전남 해남의 꽃들이 수상하다. 예년 같으면 벌써 만개했을 매화 등 봄꽃들이 감감무소식이다. 올봄 해체 수리 작업을 마치고 5년 만에 다시 열릴 예정이던 미황사 대웅보전도 여전히 공사 가림막에 가려져 있다. 그렇다고 실망하긴 이르다. 이즈음 해남엔 꽃보다 예쁜 여행지들이 수두룩하게 열렸으니 말이다. 이야기가 아름다운 수목원 산이정원, 땅끝탑까지 놓인 무장애 목재 데크길, 해남126호텔 등 새로 들어선 ‘신상’ 여행지에 봄 풍경으로 갈아입은 녹우당 등 전통의 명소까지 돌아볼 곳이 한가득이다. 먼저 새로 들어선 여행지부터. 산이정원을 앞줄에 세울 만하다. 목포와 영암, 해남이 경계를 이룬 간척지에 조성 중인 미래형 거대 도시 ‘솔라시도’의 핵심 시설이다. 전체 16만평 가운데 3분의1이 완료됐고 나머지 3분의2는 올해 안에 조성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산이정원이 들어서기 전에는 고구마밭이었다고 한다. 이 거대한 정원을 일군 이는 이병철(57) 대표다. 경기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을 사실상 키워 낸 식물전문가다. 그는 늘 남쪽에 정원을 만들고 싶었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야 한다면 정원은 남도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 결과물이 산이정원이다. 산이정원은 광활한 경관이 자랑이다. 주변에 인문학 여행지가 많고 바다도 가깝다. 우리나라 최고의 ‘K정원사’ 고산 윤선도의 흔적이 남은 곳도 해남이다. 이 대표는 “화가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린다면 정원사는 땅에 그림을 그리는 이”라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정원을 그리기에 해남만 한 곳이 없었던 거다. 산이정원은 수십 년 뒤를 염두에 두고 조성한 곳이다. 쉽게 부수고 지을 수 있는 테마파크와 달리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멀고 먼 미래를 기약하자니 버틸 힘도 필요했을 터. 수목원 외에 젊은이들이 좋아할 ‘약속의 정원’이나 미술관, 카페, 친환경 놀이시설 등을 둔 건 미래를 위한 심모원려의 장치였을 것이다. 그가 땅에 심은 건 식물만이 아니다. 이 땅에 얽힌 서사도 심었다. 정원 어디든 이야기가 스미지 않은 곳이 없다. 이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중심 건물인 카페 뮤지엄 뒤의 후박나무숲이다. 그는 이곳에 ‘나비의 숲’이란 이름을 안겼다. 후박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쁜’ 청띠제비나비가 사는 공간이다. 봉황이 벽오동에 깃들 듯 청띠제비나비는 후박나무숲에만 머문다고 한다. 다 자란 나비가 후박나무 아래서 짝짓기를 한 뒤 알을 까면 훗날 애벌레가 새순을 먹고 자라 나비로 환골탈태한다는 것이다. ‘나비의 숲’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가꿀 계획이다. 월계수, 치자나무 등 향기 나는 식물을 주로 심고 카이스트와 협업해 어린이 명상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늙은 동백나무가 있는 노리정원이다. 동백나무의 수령은 200년이 넘는다고 한다. 이 구역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존재다. 원래 있던 곳은 산이면의 밭이다. 나무는 가지마다 상처가 가득하다. 긴 세월 동안 농기계에 치이고 소를 매 놓은 줄에 쓸리면서 생긴 것들이다. 조상이 후손을 위해 심은 나무가 고통받는 걸 보다 못한 밭 주인이 이 대표에게 이식을 권했고 나무 의사들이 애면글면 치료한 뒤 산이정원의 명당 터에 번듯하게 자리를 잡게 됐다고 한다. 산이정원 인근 오시아노 관광단지엔 해남126호텔이 들어섰다. 한국관광공사가 지은 해남 최초의 4성급 호텔이다. 관광공사가 호텔을 지은 건 강원 강릉 주문진가족호텔 이후 23년 만이다. 현지에선 정체된 오시아노 관광단지가 재도약할 계기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해남126호텔은 해남 윤씨의 고택인 녹우당을 모티브로 지어졌다. 가운데 너른 중정을 둔 게 특징이다. 객실은 120개다. 모두 시원한 바다 조망(오션뷰)이다. 연회장, 바다와 마주한 인피니티풀, 카페 등의 부대시설도 갖췄다. 오시아노 관광단지에서 매화로 유명한 보해매실농원은 멀지 않다. 3월 중순까지 매화 개화율은 0%에 그쳤고 이달 하순쯤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해남 맨 위에 거대한 관광도시가 생겼다면 맨 아래 땅끝엔 걷기 길이 조성됐다. 올 초 완공된 ‘땅끝 꿈길랜드’다. 종전의 낡은 계단을 없애고 목재 데크를 깔아 노인, 장애인 등 여행 약자들도 오갈 수 있는 ‘무장애 걷기길’로 만들었다. 길 이름에 ‘랜드’가 들어간 건 다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땅끝 꿈길’이라 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길의 들머리는 땅끝 모노레일 승차장이다. 여기서 땅끝탑까지는 800m 정도. 전체 구간에 경관 조명 등이 설치돼 밤에도 걸을 수 있다. 중간에 41m짜리 땅끝스카이워크도 조성했다. 바닥은 물론 강화유리다. 짜릿하게 땅끝의 풍경을 즐기라는 취지다. 땅끝탑 아래엔 칡머리당할머니 조각상이 있다. 칡머리는 이 마을 지명인 ‘갈두’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칡 갈(葛) 자에 머리 두(頭) 자를 쓴다. 칡머리당할머니의 위엄은 예부터 대단했다고 한다. 한반도 전역의 뱃사람들이 이 일대를 지날 때면 칡머리당할머니가 보이는 곳에 배를 멈추고 안전과 풍어를 기원했다. 제때 제삿밥을 주지 않으면 풍랑을 일으켜 배를 침몰시키기도 했단다. 현재 조각상은 2023년 제작된 것이다. 녹우당은 봄을 재촉하는 푸른 비에 마음이 젖는 곳이다. 당호는 푸를 녹(綠) 자에 비 우(雨) 자를 쓴다. 말 그대로 ‘초록비’라는 뜻이다. 바람이 불면 집 뒤 비자나무에서 우수수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단다. 녹우당은 조선의 17대 임금 효종이 고산 윤선도에게 하사한 집이다. 82세가 되던 해 낙향을 결심한 고산이 당시 수원에 있던 집을 뜯은 뒤 배로 싣고 와 해남에 다시 지었다. 비와 햇빛을 막는 겹처마, 높낮이로 아버지와 아들의 기거 공간을 구분한 공간 배치, 회랑 형태의 나무 기둥 등이 인상적이다. 녹우당 아래 ‘오우가 정원’이 새로 조성됐다. 윤선도의 시조 ‘오우가’를 모티브로 한 전통 정원이다. 아직 정식 개장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다. 윤선도 유물전시관도 반드시 들러야 한다. 비록 모사본이긴 하지만 국내 최고의 초상화로 꼽히는 ‘윤두서 자화상’(국보),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한 ‘오우가’, ‘어부사시사’ 등의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전통 명소인 우수영 관광지도 무척이나 번듯해졌다. 이 일대는 1597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승리를 거둔 명량대첩의 현장이다. 곳곳에 이를 기념하는 공간들이 늘어서 있다. 해남 쪽은 우수영 관광지, 맞은편 진도는 녹진 관광지다. 두 관광지 사이를 명량해상케이블카가 오간다. 길이는 약 1㎞. 거친 울돌목을 하늘에서 가로지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케이블카 캐빈에서 굽어보는 풍경도 빼어나다. 국내 최초 사장교라는 진도대교와 울돌목, 멀리 다도해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울돌목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물살이 빠른 해협이다. 썰물 때 특히 빠른데 속도가 시속 20㎞에 달하기도 한다. 모터보트가 물 위를 질주할 때의 속도와 비슷하다. 워낙 급류다 보니 일본 세토내해 국립공원의 나루토 해협처럼 소용돌이도 생긴다. 이게 볼거리다. 우수영 관광지 관계자에 따르면 밀물과 썰물을 기준으로 1~2시간 내외에 소용돌이가 자주 생긴다. 물때도 영향을 미친다. 조수의 흐름이 거의 없는 조금 때는 소용돌이 숫자가 적고, 물고기가 잘 잡히는 7물~8물때는 소용돌이도 많아진다. ‘울돌목 스카이워크’가 핫플레이스다. 울돌목 위에 세운 110m 길이의 바다 전망대다. 강강술래를 모티브로 설계됐다. 스카이워크에 서면 포효하는 듯한 바닷물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 왜 이곳이 ‘바다가 울면 물이 돈다’는 뜻의 울돌목(명량·鳴梁)인지 여실히 느껴진다. 인근에는 우수영 문화마을이 있다. 쇠락해 가는 마을을 되살리려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덕에 잠시나마 ‘화사해졌던’ 마을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 닫은 집이 늘고 벽화도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찬찬히 돌아볼 만하다. 잡풀만 무성했던 이 마을 법정 스님 생가터엔 도서관, 조형물 등이 새로 들어섰다. 명량대첩비(보물)도 잊지 말고 돌아봐야 한다.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의 공을 기리기 위해 1688년(숙종 14)에 건립된 비석이다. 비록 비석 전문의 뜻은 헤아릴 수 없지만 충무공의 당시 활약상을 그대로 표현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우수영 문화마을 끝자락에 있다. ‘맛라도’에 갔으니 음식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읍내에서 삼산면으로 넘어가는 돌고개 일대에 닭요리촌이 형성돼 있다. 10개 업소가 닭 전문점을 자처한다. 대부분 토종닭으로 코스 요리를 낸다. 모래주머니와 가슴살을 저며 낸 육회, 고추장 양념으로 볶아 낸 닭 불고기, 오븐에 구운 바삭한 닭구이, 한약재를 넣고 푹 삶은 보양백숙, 깔끔한 닭죽 등을 즐길 수 있다. 끝물이긴 하지만 삼치회도 빼놓을 수 없다. 삼치를 급속 냉동시킨 뒤 숙성시켜 선어회로 먹는다. 보통 3월 말까지는 삼치회를 즐길 수 있다. 살짝 구운 김에 밥을 조금 얹고 양념장에 찍은 삼치와 묵은지, 고추, 마늘, 된장 등을 식성대로 얹어 먹는다. 해남 특산물인 겨울 배추에 싸 먹는 것도 별미다. 피낭시에는 해남 특산물인 고구마로 만든 제품이 유명한 빵집이다. 금괴 모양의 케이크를 일컫는 피낭시에, 밀가루 대신 해남 쌀을 써 쫄깃하고 달달한 고구마빵, 고구마 누룽지, 카스텔라 등을 판다. 읍내에 있다. 삼산브레드 역시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빵을 내는 집이다. 토요일 하루만 빵을 팔고 다른 요일엔 문 닫고 빵을 만든다. 삼산면에 있다. 송지면 토문재는 작가를 위한 창작 레지던스, 북카페 등을 갖춘 곳이다. 자동 판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북카페는 24시간 문을 연다. 새벽에 여객선을 타기 위해 땅끝 선착장으로 가는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함박꽃은 한지공예 공방을 겸한 카페다. 일가족이 함께 운영하는데 꽤 평이 좋다.
  • 악착같이 살아낸 엄마, 폭싹 울었수다

    악착같이 살아낸 엄마, 폭싹 울었수다

    제주도 배경으로 파고 견뎌낸 3代 삶의 희로애락 4계절 빗대 풀어내서정적 스토리로 문학책 보듯 여운‘동백꽃’ 작가와 ‘나의 아저씨’ 감독아이유·박보검 등 배우들 호연에한국적인 정서로도 전 세계서 인기 엄마의 청춘은 충분히 푸르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수줍은 문학소녀였던 엄마는 딸을 위해 소중한 꿈을 바다에 묻었다. 자신의 엄마가 꼭 그랬던 것처럼.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잔잔한 감동을 주며 국내외 시청자의 눈물을 쏙 빼는 힐링 드라마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7일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196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오애순의 인생 궤적을 좇으며 삶의 희로애락을 4계절에 빗대 풀어낸다. 서정적이면서도 통찰력 있는 대사는 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는 것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폭싹 속았수다’는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드라마는 주인공 애순과 관식을 비롯한 도동리 사람들을 통해 순수하고 인간적이었던 그 시절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에는 시대의 파고를 온몸으로 버텨 낸 3대가 등장한다. 애순의 엄마 광례는 해방 전후 가난과 힘겹게 싸웠던 조부모님 세대에 해당한다. 제주 해녀인 광례는 남편과 사별한 뒤 아이 셋을 키우기 위해 악착같이 삶을 살아 낸다. 귀신보다 배곯는 자식들이 더 무섭다는 광례는 전복 한 마리라도 더 따기 위해 가장 늦게 바다에서 나온다. 애순은 그런 엄마가 늘 못마땅하다. 광례가 원하는 것은 딱 하나. 똑소리 나는 딸이 자신과 같은 운명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를 살아가는 애순에게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다. 여자라는 이유로 늘 부급장에 머물러야 하고 대학은 꿈도 못 꾸고 동생들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세상천지에 자신의 편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애순은 서럽기만 하다. 어릴 때부터 그림자같이 따라다니던 관식만이 오직 애순의 결을 지킨다. “노스탤지어도 모르는 섬놈에게 시집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던 애순은 무쇠처럼 한결같은 관식의 마음을 결국 받아들인다. 대본을 집필한 임상춘 작가는 남녀 주인공의 쌍방 구원 서사를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왔다. 전작인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도 사회적인 편견으로 소외당하던 미혼모 동백이 경찰 용식의 해바라기 같은 사랑으로 인해 활짝 피어나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 큰 사랑을 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폭싹 속았수다’는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의 통찰력이 더욱 깊어지고 짙어진 작품”이라면서 “평범해 보이는 삶도 임 작가의 필력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다시 그려진다”고 말했다. 어느덧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애순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첫째 딸 금명을 낳은 애순은 “세상이 다 내 품에 들어왔다”며 행복해한다. 고된 시집살이와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시댁 식구의 눈칫밥 속에서도 바람막이가 돼 주는 남편 관식 덕에 버티며 살아간다. 거친 비바람이 몰아쳐도 두 사람은 손을 놓지 않고 삶이라는 거센 파도를 함께 넘어간다. 이 작품의 또 하나의 특징은 뚜렷한 악인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장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성격파탄자 부상길이 ‘최대 빌런’으로 등장하지만 그의 모습은 상당히 희화화돼 묘사된다. 대신 작가는 도동리 사람들의 연대에 주목한다. 광례와 함께 물질을 했던 해녀들은 엄마처럼 애순의 곁을 묵묵히 지켜 주고 주인집 노부부는 텅 빈 애순이 집 쌀독에 몰래 쌀을 채워 놓는다. 얄밉게 굴던 새엄마도, 어렵기만 하던 시댁 식구들도 마음만은 따뜻하다. 작가는 ‘착한 끝은 있다더라’는 대사를 빌려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전한다.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모성애뿐만 아니라 부성애도 애틋하게 그려진다. 애순에게 ‘소 죽은 귀신이 씌었냐’고 핀잔을 들을 정도로 말이 없는 관식은 묵묵하게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다. 대학생이 됐지만 영원히 크지 않는 딸 금명을 하루 종일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은 세상 모든 딸의 코끝을 시큰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호연은 작품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아이유는 젊은 애순과 금명 1인 2역을 맡아 극을 영리하게 이끌어 가고 박보검은 한결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 관식을 탄생시켰다. 성인이 된 애순과 관식 역은 문소리와 박해준이 맡아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광례 역의 염혜란은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온 이 시대 어머니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살면 살아진다’, ‘쫄아 붙지 마 너는 푸지게 살아’라는 광례의 대사는 인생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드라마 ‘미생’, ‘나의 아저씨’ 등을 통해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인 김원석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공감을 선사한다. 6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은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지만 넷플릭스가 자체 집계하는 글로벌 톱10에서 비영어 드라마 부문 2위까지 등극했다.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칠레, 멕시코, 튀르키예, 필리핀, 베트남 등 41개 국가에서 톱10에 올랐다. 총 16부작인 이 작품은 매주 4회씩 공개되고 있는데 지난 14일 선보인 2막부터는 캐나다를 비롯한 영어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를 공동 제작한 바람픽쳐스의 박호식 대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지만 한국적 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승부수를 띄워 보고 싶었다”며 “사회적인 갈등을 봉합하고 시대를 보듬는 메시지가 세대와 국가를 넘어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말했다.
  • 김소해 시인, 신작 시집 ‘바람의 집에 벽이 살고 있다’ 출간

    김소해 시인, 신작 시집 ‘바람의 집에 벽이 살고 있다’ 출간

    김소해 시인이 신작 시집 ‘바람의 집에 벽이 살고 있다’(한강출판사)를 출간했다. 자연을 통해 인생을 성찰하고, 어머니들의 삶과 희생을 조명하는 작품들이 주로 담겼다. 대표작인 ‘꽃물’, ‘해일’, ‘새벽길’, ‘어머니의 땅’은 삶의 무게를 이겨낸 여성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평가다. 특히 ‘꽃물’에서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통해 절망을 딛고 새롭게 시작하는 희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시집은 ‘내 안의 광야에 집을 짓고’, ‘삼밭에서 불어오는 은밀한 바람’, ‘바람의 집에 벽이 살고 있다’, ‘숲은 거기에 있었다’ 등 모두 4부로 구성됐다. 한국문인협회 고문인 도창회 문학박사는 “서정시의 본질을 잘 살린 작품”이라고 했고, 정재승 문학비평가는 “절망을 넘어 희망을 노래하는 시”라고 평했다. 김 시인은 한맥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고, 이후 허난설헌 문학상 우수상을 받는 등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다. 김 시인은 “이번 시집이 많은 독자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구로구, 매월 전문가 초청 특별강연 ‘월간 평생학습’

    구로구, 매월 전문가 초청 특별강연 ‘월간 평생학습’

    서울 구로구가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 구민 대상 ‘월간 평생학습’을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월간 평생학습’은 구가 사단법인 인문공동체 책고집과 연계해 기획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3월부터 6월까지 매월 둘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책과 작가를 주제로 한 새로운 특강이 진행되며, 구로구청 신관 2층 구로평생학습관 2관에서 열린다. 3월 12일 첫 강연은 김경집 교수가 맡아 ‘인문학을 통한 사고혁명: 생각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를 주제로 진행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탐구, 영감, 통찰력, 직관,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인간 가치로 수렴될 수 있는 21세기의 사고혁명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 달 9일에는 정인경 교수·과학 저술가가 ‘내 삶을 바꾸는 과학책 읽기’라는 주제로 과학책을 읽으며 죽음, 질병, 사랑, 행복 등 인문학적 주제를 탐색해 본다. 이어 5월 14일엔 최준영 교수가 ‘인문학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을 주제로 노숙인과 지역자활센터 참여자 등 인문학 강좌에 참여해 삶의 희망을 만들어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상반기 마지막 강연인 6월 11일에는 조천호 교수·대기과학자의 ‘기후 위기에서 기후 회복으로’ 강연을 통해 미래 기후는 자연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드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을 고찰한다. 구로구민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강연 전까지 구로평생학습관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 신청하면 된다. 회차당 정원은 40명으로 선착순 마감한다. 자세한 사항은 구로평생학습관에서 확인하거나 구로구청 교육지원과(02-860-2840)로 문의하면 된다.
  • [김민식의 알 수 없어요] 일본을 생각한다, 아름다운 문학

    [김민식의 알 수 없어요] 일본을 생각한다, 아름다운 문학

    삼일절 폭설이 내 발을 묶어 이용덕의 장편소설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를 읽게 되었다. 이용덕은 재일교포 3세대며 나는 한국어 번역본을 읽었다. 책은 자이니치(재일교포)의 다양한 삶을, 가까운 미래를 상상해 쓴 소설이다. 일본 자이니치들의 삶, 그들의 들쑥날쑥 이야기. 나는 이용덕의 소설을 한민족의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구분하지 않으련다. 엄연한 일본 문학이다. 제목이 너무 강력해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머뭇했으나, 작가 이용덕의 넉넉한 세계관은 나의 기우를 가볍게 넘어 버렸다. 글을 시작하며 작가는 “아아 일본, 일본인은, 정말로 구제 불능의 차별 국가, 차별적 민족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제 붓이 패배했다는 뜻이겠지요. 그게 아니라, 이건 한국에서도 혹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비극적인 체계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으신다면 제 붓이 얼마간의 승리를 거둔 셈입니다”라고 썼다. 저자가 밝혔듯 소설 제목은 1923년 관동 대지진 혼란 속에 일본인 자경단이 이웃 조선인을 학살할 때 ‘죽창’을 사용한 역사적 사실을 의미한다. 작가는 시대의 모습 앞에서 한국인·일본인 혹은 피해자·가해자로 구별하지 않는다. 작가는 “비극적인 체계”로 비극을 해부한다. 인간의 굴레,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정치철학자 해나 아렌트는 무사유(생각 없음)의 범죄를 묘사하는 데 그쳤으나, 소설가 이용덕은 그의 글을 읽는 사람이 본질의 구조를 사고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 형의 방에 꽂혀 있던 일본 문학 선집. 시마자키 도손, 나쓰메 소세키, 미시마 유키오 등의 소설은, 중학교를 입학하며 만난 이광수, 심훈, 김동리의 장단편 작품들과 어떤 차이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마자키 도손의 ‘초연’에 나오는 “앞머리에 꽂은 꽃빗을 꽃다운 그대라 생각했네”의 감흥은 아직도 나에게 김소월의 진달래꽃, 박목월의 나그네와 다르지 않다. 계절이 바뀌면 곧잘 한시를 지어서 내게 보내는 친구가 있다. 나도 한자 4자 혹은 7자 절구로 뜻 화답은 하지만 주고받는 한시의 라임에는 통 자신이 없다. 문자로 이해는 하나 중국어 음과 운율에 익숙하지 않으니 이백과 두보도 ‘뜻’으로만 읽는다. 아쉽게도 바이런, 보들레르의 시에서도 나는 아무런 흥취를 느끼지 못한다. 번역된 ‘말테의 수기’를 읽고 또 읽어도 릴케의 서정은 어쩔꼬, 터럭 하나 내게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어는 다르다. 바쇼의 하이쿠, 시마자키 도손의 시는 한국어 번역을 읽어도 리듬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내 몸이 일본시의 리듬에 편안히 반응하듯 거개 일본인들에게도 한국 시의 운율이 다르지 않게 전달되리라. 교토 도시샤대학 교정에는 윤동주의 ‘서시’와 정지용의 ‘압천’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나란히 새겨져 있다. 윤동주의 ‘서시’ 첫 연,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을 한국어로 또 일본어(死ぬ日まで空を仰ぎ一点の恥辱なきことを·시누히마데 소라오 아오기 잇텐노 하지나키 고토오)로 읽어도 시의 가락에 별반 차이가 없어 묘하다. 오늘날 한국인과 일본인이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한데도, 우리 민요와 일본 시 운율의 흡사함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시에서 한일 두 나라 운율의 흡사함을 보며 까마득한 날 아마 우리는 실제 동족이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한다. 동북아시아나 세계 지도를 펼쳐 보자. 한국과 일본만큼이나 안보, 경제, 외교, 문화를 의제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그러함에도 대중 정치인, 방송 언론 심지어는 직업 외교관마저 상대국에 관해 혐오 발언을 태연히 내뱉는다. 가장 도타워야 할 이웃 간에 주고받는 선동과 혐오의 언어에 망연자실하다가 자이니치 이용덕의 글을 만났다. 문학이 이런 힘을 가졌으리라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이용덕의 세계관은 탈민족적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 문제에 천착했던 오에 겐자부로의 세례를 받았음이 분명해 보인다. 승리한 작가의 붓. 이용덕을 배출한 일본 문학의 활연함에 나의 경의를 보낸다. 오겡키 데스카? 김민식 내촌목공소 고문
  • “목관 앙상블에 경쟁은 없어… 서로 보완할 뿐”

    “목관 앙상블에 경쟁은 없어… 서로 보완할 뿐”

    실베스트리니 ‘육중주’ 세계 첫 연주 “목관 앙상블에는 같은 종류의 악기가 두 개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악기가 고유한 개성을 지닙니다.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어요. 각자 색채로 서로를 보완할 뿐입니다.”(라도반 블라트코비치) 세계 최정상 목관악기 연주자로 구성된 ‘레 벙 프랑세’가 한국에 온다. 세 번째 내한이다.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관객에게 목관 앙상블의 진수를 들려준다. 팀명은 ‘프랑스의 바람’이라는 뜻이다. 에마뉘엘 파위(플루트), 프랑수아 를뢰(오보에), 폴 메이어(클라리넷), 질베르 오댕(바순), 블라트코비치(호른), 에리크 르 사주(피아노)로 구성됐다. “작곡가 메시지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것”이 철학인 이들을 지난 18일 서면으로 만났다. “플루트는 가장 높은 음역을 담당합니다. 그다음은 오보에, 그리고 클라리넷은 높은음과 낮은음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기에 중간을 담당하죠. 호른은 깊고 풍부한 음색을 가지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저음을 담당하는 바순은 선율을 표현하는 악기로도 사용됩니다. 목관 앙상블에서 모든 악기는 끊임없이 역할을 바꿉니다. 그것으로 화려한 색감과 조화를 이루죠.”(메이어) 레 벙 프랑세는 베토벤과 모차르트 등 고전 레퍼토리는 물론 투일레, 온슬로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의 작품도 발굴해 소개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익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사로잡을 계획이다. 1부에서는 브람스의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그리고 베르디의 ‘오중주’를 준비했다. 목관 오중주 버전으로 편곡해 원곡과는 다른 음색으로 풀어낸다. 2부에서는 루셀, 투일레의 ‘육중주’를 연주한다. 목관 오중주에 피아노 음색을 더해 풍성하고 입체적인 음향을 선사한다. 프랑스 현대 작곡가 실베스트리니의 ‘육중주’는 이번 공연에서 세계 최초로 연주된다.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놀라는 것은 젊은 관객층이 많다는 것입니다. 악기 케이스나 악보, CD에 사인을 받으러 오는 모습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동질감을 느낍니다. 음악은 보편적인 언어이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닫죠. 최근에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책을 한 권 구매해서 읽기도 했어요. 새로운 인연들과 깊게 교류하길 기대합니다.”(블라트코비치)
  • 달에서 본 신비로운 일몰… 美 민간탐사선 ‘블루 고스트’ 포착

    달에서 본 신비로운 일몰… 美 민간탐사선 ‘블루 고스트’ 포착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민간 달 탐사선 ‘블루 고스트’의 일몰 사진. 태양이 달 지평선에 걸리자 반지의 보석처럼 신비로운 광채를 발산하는 모습이 담겼다. 위에서 밝게 빛나는 물체는 금성이다. ‘달 지평선의 빛’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1972년 아폴로 17호 임무 중이던 유진 서난(91)이 처음 포착했다. 이번에 촬영된 사진으로 천문학계는 이 현상의 정확한 원리를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AFP 연합뉴스
  • 관세는 거들 뿐… 영구채 강매할 ‘마러라고 협정’이 트럼프 목표 [글로벌 인사이트]

    관세는 거들 뿐… 영구채 강매할 ‘마러라고 협정’이 트럼프 목표 [글로벌 인사이트]

    미란 美경제자문위원장 쓴 보고서트럼프 행정부의 ‘예언서’로 재조명무역 상대국들과 새 통화협정 맺어100년 만기 무이자 채권으로 대체재정·무역 ‘쌍둥이 적자’ 탈출 제시한국도 협정에 포함될 가능성 높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 이후 동맹인 캐나다와 유럽연합(EU)에 50~200% 관세 부과를 경고하는 등 ‘미치광이 행보’를 이어 가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스티븐 미란이 작성한 ‘글로벌 무역시스템 재구조화를 위한 사용자 가이드’ 보고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헤지펀드인 허드슨베이 캐피털 수석전략가로 활동하던 지난해 11월 발표한 41쪽 분량 보고서에서 그는 “달러화 과대 평가로 미 제조업과 노동자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본다”며 궁극적으로 무역 상대국들과 새 통화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트럼프 행정부 예언서’로 재조명되는 미란 위원장의 보고서를 18일 분석했다. ●“미국병 근본 원인은 强달러” 기축 통화국이 패권을 지키려면 자국 화폐를 전 세계로 퍼뜨려야 하지만 이 때문에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를 떠안게 된다. 이 모순을 처음 지적한 로버트 트리핀(1911~1993) 전 예일대 교수의 이름을 따 ‘트리핀 딜레마’로 불리는 현상이다. 특히 미국은 천문학적 적자에도 강달러가 유지되는 기현상을 겪고 있다. 전 세계가 너도 나도 달러화를 준비 자산으로 쟁여 둬서다. 이는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더 저하해 무역 적자를 심화시킨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제조업이 쇠퇴해 공장이 문을 닫고 일자리도 사라진다. 많은 노동자가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지원금에 의존하거나 고향을 떠난다. 상당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펜타닐 등에 손대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우리의 불행은 중국이 일자리를 빼앗아 간 데서 비롯됐다”고 일갈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병’을 치유하려면 달러화 가치를 재조정해 미국인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미 1985년 일본·서독·프랑스·영국과의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 환율을 내려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한 사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화폐 가치를 조정할 것으로 미란 위원장은 내다본다. ●에너지 가격 낮춰 인플레 해소 그는 미국이 20% 정도의 ‘관세 장벽’은 충분히 소화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 전 세계를 상대로 선포하려는 ‘상호관세’ 실효 세율을 17%(중국 60%·나머지 국가 10%) 수준으로 예상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 근거한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9년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 평균 세율이 18% 상승했지만 실제 수입 가격 상승폭은 4%에 그쳤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14% 내려 제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서다. 미국은 거액의 관세 수입도 챙겼다. 적절한 관세는 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이다. 인플레이션이 생겨나도 이를 상쇄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규제를 풀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에너지 가격을 낮춰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에 알래스카 자원 개발을 압박하고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 전쟁·가자지구 전쟁)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것도 에너지 가격 하락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마러라고 합의 통해 달러 가치 절하” 미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으로 기선을 제압한 뒤 ‘마러라고 협정’으로 불리는 통화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서 무역 상대국이 보유한 미국 채권을 100년 만기 무이자 영구채로 갈아타도록 강제할 수 있다. 이는 미 재무부 전직 선임고문 졸탄 포자르의 아이디어다. 이자를 주지 않는 국채에 투자할 나라는 없다. 그래서 미국은 이 제안을 수용하는 국가에 충분한 통화 스와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다. 미 국채 이자를 포기하는 대신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달러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준다는 것이다. 동맹이나 파트너 국가가 마러라고 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안보 우산을 빼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을 포기하고 워싱턴에 대가를 지급하는 나라만 지키는 ‘사설 보안업체’로 변신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다. 미국의 8번째 무역 적자국이자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을 요구받는 한국도 이 협정에 초대될 것이 확실시된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재정 적자는 1조 8300억 달러(약 2644조원)에 달했다. 이자로만 1조 1600억 달러(1676조원)가 나갔다. 미국이 기존 채권을 무이자 영구채로 바꾸면 막대한 이자 비용을 아껴 재정 적자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EU나 중국은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워싱턴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해 이들 국가가 보유한 미 국채에 수수료를 매기거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협력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는 등 일방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 이렇게 미국은 쌍둥이 적자에서 탈출하고 첨단 제조업 국가로 거듭날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미국이 고환율을 바로잡아 중산층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들이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나라로 돌아가는 것이다. 미란 위원장의 보고서를 두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와룡봉추의 꾀주머니’로 생각하는 것으로 비쳐진다는 점이다.
  • 정미소 문학상 1회 수상자에 시인 이선식

    정미소 문학상 1회 수상자에 시인 이선식

    ‘정미소 문학상’ 1회 수상자로 시인 이선식이 선정됐다고 정미소문학회가 18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귀를 씻다’(문학수첩)이다. 바람, 꽃, 강 등 자연의 생리와 그것을 주관하는 신의 섭리를 섬세한 감성과 시어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인은 1999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시간의 목축’ 등을 출간했다. 정미소 문학회는 소설가 조세희를 중심으로 최인석, 이승우, 방현석, 곽효환 등의 문인들이 오랫동안 문학적 교류를 이어오다 지난해 정식 출범한 모임이다. 문학상은 지난 5년간 출간한 회원들의 작품집을 대상으로 독회와 토론 과정을 거쳐 투표로 수상작을 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28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공간문정에서 열린다. 부상으로 중견 화가 김선두 화백의 작품이 수여된다.
  • 수학여행 가볍게 가렴... 동작구가 시원하게 쏠게

    수학여행 가볍게 가렴... 동작구가 시원하게 쏠게

    서울 동작구가 중·고등학생 수학여행 경비를 1인당 최대 20만원까지 지원한다고 18일 밝혔다. 자치구 최초다. 동작구는 학교별 신청에 따라 이달 총 5억 5821만원을 지원한다. 수학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19개교(중학교 15곳, 고등학교 4곳) 학생 2839명이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학생이 실제 부담하는 수학여행 여비에 한정해 학교별 1개 학년 및 재학 중 1회를 기준으로 지원된다. 다만 동작구에 주소지를 둔 ‘구민 학생’에 한정한다. 동작구는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학여행 외에도 ▲독서 토론 및 인문학 수업 ▲학생 심리정서 지원 ▲어린이 1인 1악기 교습 등 프로그램에 보조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떠나 깊은 사고와 넓은 시각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치구 최초 시행이라는 정책적 용단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 [열린세상] K컬처의 미래와 국격

    [열린세상] K컬처의 미래와 국격

    “동아시아학 선호도가 오랫동안 중국-일본-한국 순이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일본-중국 순으로 드라마틱하게 바뀌었어요. 70명 정원의 한국학과에 2500명이 넘는 학생이 지원하는 것보다 더 놀라운 건 한국학과에 떨어져 일본학과나 중국학과에 진학한 학생들 상당수가 한국학과 편입을 준비한다는 거예요. 이런 변화가 놀랍기도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가 더 큰 과제라고 생각해요.”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학에 한국학과를 창설하고 한국문학 전문 드크레센조출판사와 한국문학 웹진 ‘글마당’을 설립·운영하며 여러 권의 한국문학 비평서와 번역서를 낸 유럽 한국문학의 산증인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명예교수와 김혜경 교수 부부의 이야기다. 실제로 이 학교에 방문한 여러 한국 문인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한국문학에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질문할 뿐만 아니라 더러는 자신이 한글로 쓴 작품을 낭독하는 학생들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많은 학생이 한국에 어학연수를 가고 싶어 하고 한국인을 사귀고 싶어 한다며 한국학과의 증원과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부상과 중국의 몰락(?)’으로 요약되는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마어마한 인구와 유구한 역사, 문화 그리고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중국의 몰락은 배타적인 제국주의 면모와 폐쇄적이고 경직된 정치·사회·문화 구조에서 기인한다.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표방하며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겠다는 신실크로드 전략의 본심이 협력과 공진이 아닌 경제적 제국주의의 확장에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실망감과 경계심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시진핑 1인 장기 집권체제 노골화와 시계를 과거로 되돌려 놓는 듯한 닫힌 체제에 관심과 호감이 급감한 것이다. 반면에 한국의 부상은 K컬처, 즉 문화 한류에 힘입은 바가 크다. 자유롭고 다양하고 역동적인, 그러면서도 동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게 K컬처다. 또한 세계적인 흐름을 형성했던 문화 가운데 K컬처만이 유일하게 제국주의적 배경이나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수용성을 더 높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문화콘텐츠의 힘 못지않게 그것을 만들어 내는 나라의 품격이 보이지 않게, 그러면서도 크게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열려 있으면서 다양한 것을 포용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으로 불이익이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 나아가 다름을 존중하며 공존·공진할 수 있는, 그리고 때로는 소란하고 자유분방해 보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가는 공동체의 힘이 그것일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K컬처는 놀라울 정도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왔고 지난가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적어도 지난겨울 모두를 경악과 혼돈에 빠뜨린 계엄과 탄핵 국면을 맞기 전까지는. 그런데 최근 K팝을 비롯해 K컬처의 정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여기에 얼마 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한국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전년 대비 10계단 떨어진 ‘결함 있는 민주주의’ 범주로 분류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후속 정치 교착상태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전망 또한 어둡게 보며 그동안 한국이 받은 점수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준 것이다. 그 밖에도 극단적인 대립과 혼돈, 경제와 대외신인도를 우려하는 뉴스가 뒤를 잇고 있다. 1990년대 말에 시작돼 2000년대 후반 시들했던 1차 한류의 경험을 떠올려 본다면 K컬처는 지금 다시 한번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서 있다. 분명한 것은 문화는 그 나라의 총체적인 품격과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이다. 곽효환 시인·전 한국문학번역원장
  • 600개 부스 품는 ‘오스코’… 마이스 산업, 충북의 등불로 빛난다

    600개 부스 품는 ‘오스코’… 마이스 산업, 충북의 등불로 빛난다

    5월 준공하는 청주 오스코국제회의·전시·컨벤션 기능 갖춰KTX·청주공항 등 접근성 뛰어나 지속성장으로 경제 활성화월드로봇 올림피아드 등 13건 유치생산유발 4783억·고용창출 3285명 민관 공동 마이스협의체 운영충북형 유니크베뉴 발굴 사업 진행마이스 아카데미·연례포럼도 준비 충북이 마이스(MICE) 산업의 변방에서 중심지로 도약할 전망이다. 올해 대형 컨벤션센터가 건립되는 데다 마이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이 추진돼서다. 마이스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다. 초대형 박람회, 각종 국제회의, 상품·지식·정보 등의 교류 모임, 각종 이벤트, 전시회 등이 모두 마이스 산업에 포함된다. 충북도는 전시·컨벤션 기능을 갖춘 청주 오스코(Osong Convention Center)가 오는 5월 준공한다고 17일 밝혔다. 2318억원이 투입돼 KTX 오송역 인근에 들어서는 오스코는 연면적 3만 9725㎡(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다. 전시시설(1만 31㎡), 국제회의가 가능한 대회의실 1개(2065석), 중회의실 4개(각 300석), 소회의실 4개(총 32석) 등을 갖췄다. 전시장 높이는 13.3m로 600개 부스 설치가 가능하다. 전시장과 회의실은 분할 또는 통합해 쓸 수 있다. VIP 대기실 4개, 미술관, 편의점과 카페 등이 들어서는 근린생활시설, 업무시설 등도 꾸며진다. 주차공간은 1050대다. ●전시 면적 전국 컨벤션센터 중 7번째 전시 면적 규모는 전국 17개 컨벤션센터 가운데 7번째다. 국내 최대 규모는 경기 고양의 킨텍스로 전시 면적이 10만 8566㎡다. 뒤를 이어 부산 벡스코(4만 6458㎡), 서울 코엑스(3만 6007㎡), 대구 엑스코(2만 9415㎡), 인천 컨벤시아(1만 7022㎡), 대전 DCC(1만 2671㎡) 순이다. 충북도가 오스코 건립에 나선 것은 국토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서도 마땅한 시설이 없어 마이스 산업의 불모지로 불렸기 때문이다. 국제회의 참가자 1인당 지출액이 279만 7000원에 달하면서 마이스 산업이 주목받았지만 충북에는 ‘그림의 떡’이었다. 실제 그동안 충북의 마이스 산업은 초라했다. 2022년 기준 마이스 개최 수는 2256건으로 전국 총건수 대비 2.4%에 불과했다.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13위였다. 마이스 사업체 매출액은 572억 1900만원으로 전국 대비 1.4%에 그쳤다. 도가 2013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는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마저 오송역과 야외 임시 행사장에서 개최했다. 충북도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는 국내 최대 바이오 행사인 ‘바이오 코리아’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었다. 도는 청주 오스코가 문을 열면 각종 회의·전시 유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각종 회의와 행사를 자주 하는 정부 부처가 인근 세종시에 있는 데다, KTX오송역과 청주공항 등을 통한 뛰어난 접근성까지 갖춰 경쟁력이 크다는 것이다. 도는 충북 특화산업의 지속적인 성장도 전망한다. 의약·바이오산업, 화장품·뷰티산업 등 지역 주력산업 관련 기업들의 상거래와 무역을 촉진하고 최신 기술과 정보 등을 공유하는 최적의 장소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친환경, 무예, 유기농, 기록문화 등 충북이 보유한 무형자산들의 회의, 전시, 컨벤션 등이 활발해지는 효과도 예상된다. 청주 오송에서 세계적 기업들의 비즈니스와 권위 있는 학회·세미나 등이 개최될 경우 지역민의 자긍심 향상과 도시의 위상도 높일 수 있다. 도가 예상하는 오스코 효과는 생산 유발 4783억원, 부가가치 유발 1600억원, 고용 창출 3285명 등이다. ●오스코 개관 행사 ‘오송 화장품엑스포’ 오스코의 존재감은 벌써 빛나고 있다. 월드로봇 올림피아드 한국대회, 추석맞이 선물박람회, 2025오송화장품 뷰티산업엑스포, 우수 중소기업 농특산물 선물박람회 등 13건의 전시회를 유치했다. 한국천문학회 하계 학술대회, 대한응급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지역신문 콘퍼런스, 대한토목학회 추계학술대회 등 9건의 콘퍼런스 개최도 확정했다. 콘퍼런스 참여 예상 인원만 합해도 1만 1250여명에 달한다. 오송 화장품엑스포는 오스코 공식 개관 행사로 오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올해 처음으로 전문 컨벤션센터에서 열려 내실 있는 행사가 기대된다. 행사장 조성을 따로 하지 않아도 돼 지난해 31억원이던 총사업비가 올해 25억원으로 줄었다. 참가 기업은 150개사에서 250개사로 늘어난다. 도는 오스코 개관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 마이스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한다. 도는 올해 민관 공동 마이스협의체를 운영할 예정이다. 도내에서 기업 회의, 포상관광, 전시회, 컨벤션 등을 열면 주최한 기업이나 단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사업도 마련했다. 도는 충북 대표 행사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의를 선정해 지원하는 마이스 콘텐츠 발굴 및 육성 공모사업도 추진한다. 충북형 유니크베뉴 발굴 사업도 진행한다. 충북만의 지역 특색이 반영된 장소를 찾아내 차별성 있는 마이스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유니크베뉴는 ‘독특한’이란 뜻의 유니크(Unique)와 ‘장소’를 의미하는 베뉴(Venue)의 합성어다. 도는 2027년까지 유니크베뉴 30곳을 선정하고 동시에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는 코리아 유니크베뉴에 도전할 예정이다. 마이스 아카데미도 운영된다. 도내 관광 및 컨벤션 관련 학부가 있는 대학과 손을 잡고 마이스 산업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이다. 대상은 충북 거주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이다. 교육시간은 총 15시간이며 교육비는 무료다. ●2027년까지 국제회의 개최 10위 진입 마이스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마이스 통합 플랫폼 구축, 주요 국제학회 참여 교수와 기업 대표자 등을 중심으로 한 마이스 홍보대사 위촉, 주요 학회 및 협회 관계자 대상 마이스 행사 팸투어도 펼쳐진다. 도는 한국마이스협회, 국제협회연합, 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 등 국내외 마이스기구 가입 및 네트워크 구축, 충북 마이스 연례포럼 개최도 준비 중이다. 이런 사업 등을 통해 도는 2027년까지 마이스 행사 국내 개최 전국 7% 달성, 국제회의 개최 10위 진입, 2개 이상의 충북형 특화 마이스 발굴 등을 달성할 계획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마이스 산업의 후발주자지만 우수한 접근성을 갖춘 데다 육성 의지도 강하다”며 “충북이 향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마이스 개최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근대 건축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지자체들

    근대 건축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지자체들

    지자체들이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근대 건축물을 발굴해 새롭게 활용하고 있다. 대구시는 1950년대 한옥 구조 건물을 지난해 사들여 손본 뒤 ‘도심캠퍼스 1호관’을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구상 시인이 6·25 직후 전쟁의 참상을 노래한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 곳으로 유명한 ‘꽃자리 다방’ 건물도 매입·보수해 지난해 말부터 동성로 도심캠퍼스 2호관으로 사용 중이다. 또 1930년대 민족 자본으로 지어진 대구 최초의 백화점 무영당을 매입해 청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도심 재생의 성공 사례로 보고 전국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는 6·25 당시 피해가 다른 지역보다 적었던 터라 70여 곳의 근대 건축물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시는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이 매물로 나올 경우 매입할 방침이다. 대구시는 현재 5곳을 매입했다. 인천에서는 인천도시공사(iH)가 2020년 한국 건축의 거장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주택을 사들인 뒤 ‘이음 1977’이라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 1900년대 초반 외국인들의 사교장으로 쓰이던 제물포구락부와 옛 인천시장 관사, 소금창고 등은 문학 강의·지역 문화·예술가 네트워킹·전시 공간 등으로 재탄생했다. 부산시는 201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근대건조물 보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뒤 개항기, 6·25 전쟁 전후 건립된 건축물을 보존하고 있다. 김성준 경북99대 행정학과 교수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인 만큼 정밀한 수요조사를 거쳐 시민이나 관광객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활용한다면 도시재생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 “이젠 골칫거리 아니라 보물”…지자체들, 근대 건축물 활용 붐

    “이젠 골칫거리 아니라 보물”…지자체들, 근대 건축물 활용 붐

    지자체들이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근대 건축물을 발굴해 새롭게 활용하고 있다. 대구시는 1950년대 한옥 구조 건물을 지난해 사들여 손본 뒤 ‘도심캠퍼스 1호관’을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구상 시인이 6·25 직후 전쟁의 참상을 노래한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 곳으로 유명한 ‘꽃자리 다방’ 건물도 매입·보수해 지난해 말부터 동성로 도심캠퍼스 2호관으로 사용 중이다. 또 1930년대 민족 자본으로 지어진 대구 최초의 백화점 무영당을 매입해 청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도심 재생의 성공 사례로 보고 전국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는 6·25 당시 피해가 다른 지역보다 적었던 터라 70여 곳의 근대 건축물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시는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이 매물로 나올 경우 매입할 방침이다. 대구시는 현재 5곳을 매입했다. 인천에서는 인천도시공사(iH)가 2020년 한국 건축의 거장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주택을 사들인 뒤 ‘이음 1977’이라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 1900년대 초반 외국인들의 사교장으로 쓰이던 제물포구락부와 옛 인천시장 관사, 소금창고 등은 문학 강의·지역 문화·예술가 네트워킹·전시 공간 등으로 재탄생했다. 부산시는 201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근대건조물 보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뒤 개항기, 6·25 전쟁 전후 건립된 건축물을 보존하고 있다.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인 만큼 정밀한 수요조사를 거쳐 시민이나 관광객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활용한다면 도시재생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 한강 작가 시선으로 떠나는… ‘런케이션’ 이달부터 시작

    한강 작가 시선으로 떠나는… ‘런케이션’ 이달부터 시작

    “처음에는 그거 관광지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연계한 ‘한강 작가의 시선으로 떠나는 제주4·3’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제주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A씨는 전문 해설사와 함께 한 4·3유적지를 답사한 뒤 “혼자 둘러봤다면 스쳐 지나갔을 장소들이 소설 속 이야기와 해설사의 설명이 더해지면서 마치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간 것 같아 특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경험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A씨는 여름방학에는 가족과 함께 제주 곶자왈 생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계획이다. 제주도와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이 제주의 자연과 문화, 역사를 교육 현장으로 활용하는 ‘2025 제주가치공감 런케이션’ 프로그램을 이달부터 본격 추진한다. 런케이션(Learncation)은 학습(Learning)과 휴가(Vacation)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체류형 교육 프로그램이다. 일과 휴가를 접목한 워케이션이 코로나19 이후 각광받으면서 런케이션도 새로운 평생학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3회에 걸쳐 시범 운영된 ‘제주가치공감 런케이션’ 프로그램에 69명의 도외 거주자가 참여한 바 있다. 도 관계자는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5000만원을 투입해 제주 지질·목축문화탐방, 한강작가의 시선으로 떠나는 제주 4·3, 외국인 가족과 함게하는 제주와의 만남 프로그램이 일상적인 제주여행과 달리 만족도 98.1%에 달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며 “지난해 시범 운영했던 프로그램들은 단체들이 신청할 경우 상시 운영된다. 올해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홍보, 후기 모집 등을 위해 2억원 가량 투입해 단체·관광객들 유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28일에 오영훈 도지사가 서울시교육청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서울시교육청 소속 공무원,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런케이션을 운영해 지역체류형·문화형·역사형 등 제주만의 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담은 다양한 교육체험 교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제주가치공감 런케이션’은 평생학습과 여행이 함께하는 명품 런케이션 허브 제주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제주만의 특별한 교육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곶자왈·습지 등 제주생태자원을 환경교육과 병행·체험하는 제주 생태자원 체험을 비롯, 갈옷 물들이기 체험 등 지역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제주 전통문화 체험, 제주의 역사적 아픔을 재조명하는 ‘한강 작가의 시선으로 떠나는 제주 4·3’ 등 제주테마(자연·문화·역사)를 소재로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1박 2일 일정으로 희망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학습비와 교통비, 여행자보험비 등 활동범위 내 경비를 일부 지원받는다. 1인당 10만원 이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숙박비와 항공비, 식비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각 프로그램에는 해설사가 동행하거나 주요 현장에 미리 배치돼 심도 있는 해설을 제공한다. 김양보 도 문화체육교육국장은 “‘제주가치공감’ 런케이션을 통해 참가자들이 제주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특별한 배움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프로그램이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과 함께 삶의 새로운 영감을 얻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최후의 ‘헌법 수호자’는 누구인가… 대통령도 헌재도 아닌 ‘우리’[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최후의 ‘헌법 수호자’는 누구인가… 대통령도 헌재도 아닌 ‘우리’[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1931년 독일 ‘바이마르 헌법’ 논쟁카를 슈미트 ‘대통령 결단주의’ 이론히틀러에 절대 권력 쥐여주게 돼한스 켈젠의 ‘법실증주의’도 한계내란·외환 아닌데 계엄 위헌이지만헌법재판소는 제 역할 잘해 왔나사법부 대한 불만 위험수위 넘어야당의 탄핵 남발도 경고했어야헌재는 국민 설득에 최선 다하고尹·여야 모두 결정 승복 선언해야국민들도 정파적 유불리 떠나서 ‘민주공화국 수호’ 합의 도달해야 “피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문이 낭독됐다. 결과는 8대0.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인용된 것이다. 최초의 탄핵은 최초의 판례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이 어떤 이유와 근거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지 그 근거가 제시됐다. 헌재의 논리를 재구성해 보자.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 그 자리에 오른다. 따라서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헌법 수호’의 의무가 있으며, 그 의무를 어기는 것은 중대한 법 위배행위다. 설령 그 시점에 어떤 형사법상의 범죄를 저지르고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없더라도 헌재는 위와 같은 이유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다. ●헌법 가치 지켜낼 책임 누구에게 있나 이 대목에서 여러 의문이 생긴다. 대체 헌법 수호란 무엇일까. 위법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확정되지 않은 대통령을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파면할 수 있을까. 대통령에게 헌법 수호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권리가 헌재에 있다면, 헌재에 헌법 수호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누가 판단하는가. 궁극적인 헌법의 수호자는 과연 누구인가.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 질문들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인용하건 기각하건, 대한민국은 또 한 번 ‘헌법의 수호자 논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94년 전인 1931년,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에서 벌어진 ‘헌법의 수호자 논쟁’이 있으니 말이다. 독일의 헌법학자 카를 슈미트가 1929년 ‘헌법의 수호자’라는 논문을 발표하자 오스트리아 출신의 헌법학자 한스 켈젠이 1931년 “누가 헌법의 수호자여야 하는가?”라는 논문을 발표해 반박한 사건이다. 역사적 맥락부터 살펴보자.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통일 왕국이 출현할 때까지 독일이라는 단일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하나가 되자 독일의 잠재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인구와 경제 성장으로 주변국을 위협하더니 결국 1차 세계대전을 저질러 버리고 만 것이다. 1919년 쓰라린 패배를 맛본 독일 제국은 바이마르공화국으로 재탄생했다. 바이마르공화국은 이상주의의 산물이었다. 군주제를 폐지하고 대신 대통령을 선출했다. 다만 행정부의 수장은 연방의회의 다수당 대표가 맡았다. 대통령이 있지만 총리가 실권을 갖는 이원집정부제를 택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에게 총리가 제청한 장관의 임면권뿐 아니라 총리를 임명하고 파면할 수 있는 권리, 더 나아가 국회를 해산할 권리까지 부여했다. 바이마르 헌법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헌법이었다.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했을 뿐 아니라 여성의 참정권과 투표권을 명시하고 있었다. 독일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임을 확인하면서도 소유권의 행사가 공공복리에 어긋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인간다운 생존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오늘날 헌법학에서 ‘사회권적 기본권’이라 부르는 권리가 헌법에 도입된 최초의 사례다. 헌법 제19조에는 국사재판소(Staatsgerichtshof)가 규정돼 있었다. 국사재판소는 ‘헌법쟁의’, 즉 ‘헌법의 규정에 관한 모든 쟁송’을 다루는 행정부 산하 기관이었다. 문제는 이 헌법 조문을 뒷받침해야 할 국사재판소법이 정교하게 만들어지지 않았고, 바이마르공화국의 정치적 상황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었다는 것. 결국 온갖 종류의 헌법쟁의가 난무하며 국정 마비를 불러오고 있었다. 1929년 논문을 수정 개고해 1931년 출간한 단행본 ‘헌법의 수호자’ 서론에서 슈미트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獨 국민 경제 고통… 의회 정치는 마비 “이미 정당들, 정당의 원내단체, 대의사의 개개의 집단, 종교단체, 게마인데(최소 단위 지방자치 행정 조직), 나아가 귀족단체마저도 란트(주)나 란트 정부를 자주 고도로 정치적인 일에 관하여 국사재판소의 법정에 소환할 수 있었다는 것은, 사람에게 기이한 느낌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독일 국민들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의회 정치는 사실상 마비됐고, 새롭게 도입된 국사재판소마저 정쟁의 도구로 전락했다. 체제 전복을 꿈꾸는 공산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가 활개 치게 된 것은 당연한 일. 독일 국민 속에서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커져 갔다. 헌법의 수호자 논쟁은 이런 현실의 산물이었다. ●슈미트 “바이마르공화국 체제의 문제” 헌법의 가치를 지켜 낼 최종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슈미트는 바이마르공화국의 현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독일이 민주정을 택하고 있다면 그 주권은 마땅히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자신의 주권을 직접 행사할 수는 없는 일. 그렇다면 차선책은 온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주권의 대리자가 되는 것이다. 슈미트는 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연방의회와 국사재판소에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연방의회는 기껏해야 각 주 단위로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된다. 온 국민의 주권을 대리하는 자가 아니라 각 지방 주민들을 대변하고 있을 따름이다. 의회는 그런 연방 의원들이 모여서 정쟁을 벌이는 장소다. 연방 의회의 뜻은 국민 주권을 최종적으로 담지할 수 없다. 국사재판소의 경우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국사재판소 판사 중 그 누구도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았다. 요컨대 주권자로부터 직접 주권의 위임을 받지 못한 자, 21세기 대한민국의 ‘민주 진보 진영’에서 즐겨 사용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그런 이들이 어떻게 헌법의 수호자 노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바이마르 헌법의 최종적인 수호자는 대통령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의회 해산과 비상사태 선포 등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십분 활용해 헌법을 수호해야 한다. 그 유명한 ‘결단주의’ 헌법 이론이다. ●켈젠 “위법을 어떻게 통제하느냐 문제” 켈젠은 동의하지 않았다. 이른바 ‘법실증주의’의 관점에서 켈젠은 질문했다. 헌법 수호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의미할까. 대부분의 일상다반사는 법률을 통해 규제된다. 헌법 수호란 헌법을 위반한 법률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헌법의 수호를 대통령만 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잘못 만들어진 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의회 스스로 폐기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당시 독일 국사재판소에는 위헌법률심판이 규정돼 있지 않았지만, 잘못된 법으로 인해 국가 기관 사이에 분쟁이 벌어진다면 국사재판소가 제 역할을 다할 여지도 충분히 있었다. 그러므로 대통령뿐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모두가 헌법의 수호자다.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역사의 전개를 알고 있다. 바이마르공화국은 실패했다. 나치는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파울 폰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히틀러에게 절대 권력을 쥐여 주었던 것이다. 슈미트의 결단주의 이론이 참담한 역사적 비극으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켈젠 역시 역사의 승리자가 되지는 못했다. 국사재판소가 제 몫을 다한다면 헌법을 수호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순진한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프로이센 주정부는 나치에 대항해 바이마르 민주공화국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연방 정권이 강제로 프로이센 주정부를 해산해 버렸고, 국사재판소가 연방 정부의 긴급조치권을 승인했던 것이다. 헌법 질서의 최종 수호자여야 마땅한 국사재판소가 나치의 집권과 히틀러 독재의 길을 열어 준 셈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 명백한 내란이나 외환 상황이 아님에도 계엄을 선포하고 병력을 동원해 국회에 진입시킨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입장을 바꿔 보자. 가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명백한 내란이나 외환의 상황이 아님에도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병력을 보낸다면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헌정질서 회복의 길로 들어서야 하지만 헌재가 헌법 수호자로서 제 역할을 잘 해 왔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생각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헌재에 대한 불신, 사법부에 대한 불만은 현재 위험 수위를 넘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자 중 42%가 ‘탄핵심판 결과가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는데, 그 결과를 보면 서울서부지법 습격 및 방화 사건을 ‘소수의 일탈’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흘러오게 된 데에는 헌재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 이 대표 방탄을 위해 무책임하게 탄핵소추를 남발하는 민주당을 향해 ‘이런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일찌감치 분명하게 보냈어야 한다. 그랬다면 헌법 수호자로서 헌재가 갖는 위상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헌재를 탓하고만 있을 때는 아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를 잘 해결하고 헌정 질서를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헌재는 온 국민이 결정에 납득할 수 있도록 최선의 설득을 준비해야 한다. 윤 대통령 본인부터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선언하고 지지자를 다독여야 한다. 이 대표를 비롯한 여야의 대선 주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들 또한 정파적 유불리를 떠나 민주공화국을 지키겠다는 최소한의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최후의 헌법 수호자는 우리 자신일 수밖에 없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배움의 문 활짝 열린 은평구…성인 문해교육 지원

    배움의 문 활짝 열린 은평구…성인 문해교육 지원

    서울 은평구는 비문해·저학력 성인을 위한 ‘2025 문해교육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기초문해, 생활문해, 디지털 리터러시 총 3개 분야로 진행된다. 기초문해교육은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읽기, 쓰기 등을 진행하고 생활문해교육은 인문학, 경제, 환경 및 직업역량 향상 등을 지원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학습자 맞춤형 교육을 운영한다. 사업 공모 대상은 학교 등 공공기관, 비영리 평생교육시설, 비영리 법인과 민간단체, 협동조합 등이다. 기관·단체당 1개 분야 1개 프로그램만 신청할 수 있으며, 구는 프로그램별로 강사비, 교재비를 포함해 450만 원 내외의 사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프로그램 운영 시간은 최소 50시간을 기준으로 하며, 학습 최소 인원은 10명 이상이다. 다만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의 경우는 10명 내외로 가능하다. 신청을 희망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오는 24일까지 구 누리집을 통해 신청서를 작성해 구청 시민교육과로 방문하면 된다. 공모 결과는 심사위원회를 거쳐 내달 중 은평구 누리집을 통해 공개하고 개별 통지할 예정이다. 김미경 구청장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비문해·저학력 성인들을 위한 우수한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지원함으로써 지역 내 교육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며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생활 문해와 디지털 문해교육을 통해 구민이 만족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문해교육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오세훈 시장의 ‘핵무장’ 발언 유감”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핵 잠재력이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논평을 냈다. 다음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논평 전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핵 잠재력이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며 또다시 ‘자체 핵보유’를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대표의원 성흠제, 은평1)은 오 시장의 경솔한 안보의식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우리의 ‘지방자치법’ 제15조는 외교, 국방, 사법(司法), 국세 등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에 관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 국가의 통수권자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장이 권한에 해당하지 않는 국가의 안보문제를 왈가불가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하다. ​더욱이 12·3 불법계엄과 내란사태로 대한민국의 경제적·사회적·외교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의 안정과 내수경기 진작을 통해 시민의 불안을 최소화해야 할 단체장이 권한 밖의 이슈에 대한 편향된 발언으로 사회적 논란을 자초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다. ​오 시장은 이미 2년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수동적 핵우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핵무장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경솔한 핵무장 주장은 지난 수년간 애써 쌓아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핵확산억제에 기반한 한미 간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1975년 핵확산 금지조약(Non-Proliferation Treaty, NPT)의 정식 비준국이 된 이래 ‘핵억지’를 정부의 일관된 안보 기조로 삼아왔다. 우리나라의 전술핵 개발은 남북간 핵 군비 경쟁심화와 북한의 오인에 의한 전쟁가능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안보적 판단이다. 국제정세 전문가들 역시 국의 자체 핵무장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외 전문가들과 시민사회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핵무장론’을 재차 주장하는 것은 국가안보를 극우 지지자들의 표심 결집 수단으로 삼기 위한 대권전략이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나아가 ‘자체 핵보유’와 같은 이슈로 확산될 경우 국제적인 고립을 자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국가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대권주자라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국제적 제재와 핵무기 도입을 위한 천문학적 비용, 핵확산으로 인한 전쟁위험성 등을 감안하여 더욱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이다. ‘안보’는 정치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시민의 복리 증진과 안전보호’라는 서울시장으로서의 책무와 권한을 망각한 채 경솔한 정치행보로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고 불필요한 안보논란을 조장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을 엄중히 규탄한다. ​더불어 북한의 핵위협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의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비핵 억지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점을 되새겨 서울시장으로서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과 행보를 보여주기를 거듭 당부한다.
  • 60년 전 소설의 이유 있는 역주행…존 윌리엄스 ‘스토너’ 돌풍

    60년 전 소설의 이유 있는 역주행…존 윌리엄스 ‘스토너’ 돌풍

    1965년 처음 발간됐을 때는 독자와 평단의 관심 밖에 있다가, 1994년 작가가 세상을 뜨고 난 뒤 한참을 지나 빛을 발한 작품. 60년의 세월을 거슬러 한국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 무서운 속도로 역주행하고 있다. 바로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 농사라는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농학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다가 영문학 개론 수업에서 접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읽고 문학에 빠져버린 주인공 스토너.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는 대신 대학에 남아 영문학도의 길을 선택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교수가 됐지만, 지루한 선생이나 남편으로 가족과 동료로부터 고립돼 쓸쓸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갑작스러운 병마와 싸우면서도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한 스토너.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웃의 이야기 같지만 섬세한 필체로 스토너라는 인간의 삶을 그려낸 소설은 한국 독자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교보문고가 14일 발표한 ‘2025년 3월 2주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방송인 홍진경의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편집한 책 소개 영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스토너’가 지난주보다 15계단 상승한 종합 3위로 껑충 뛰어올라,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턱 밑까지 쫓아왔다. 2015년 국내에서 출간된 뒤 꾸준히 사랑받고 있던 책이 유튜브를 타고 2차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주요 구매층은 40대 여성 독자로 전체 구매 비율의 27.6%를 차지하고 있다. 양귀자의 ‘모순’, 정대건의 ‘급류’, 한강의 ‘채식주의자’까지 베스트셀러 톱 10중 5권을 소설이 차지하면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스토너처럼 미디어를 통해 독자들에게 주목받은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속속 진입하고 있어 눈길을 끄는 한 주였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 원작 소설인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 7’은 종합 19위로 순위가 상승해 영화와 함께 쌍끌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에세이 분야에서도 국내 대표적인 진화학자이자 동물행동학 분야 석학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최근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하면서 ‘양심’이 138계단이나 상승한 종합 25위에 안착했다. ‘버럭 개그의 아버지’ 개그맨 이경규의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도 방송을 통해 출간 소식을 전해 30계단이 상승한 종합 30위를 차지했다.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일본어판, 한국 작품 첫 日 요미우리문학상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일본어판, 한국 작품 첫 日 요미우리문학상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일본어판이 일본 내 권위 있는 문학상인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았다고 한국문학번역원이 13일 밝혔다. 국내 단일 작가의 작품을 옮긴 책이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지난해 일본 출판사 하쿠스이샤에서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 일본어판은 지난 11일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제76회 요미우리문학상 연구·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사이토 마리코가 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일본에서 시인으로도 활동 중인 사이토는 한강 외에 조남주, 정세랑 등 한국 작가를 일본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요미우리문학상은 1949년 요미우리신문사에서 제정한 상이다. 소설, 희곡·시나리오, 수필·기행, 평론·전기, 시가(하이쿠), 연구·번역 6개 부문을 대상으로 매년 시상한다. 아쿠타가와상과 함께 일본 내 순문학 문학상의 쌍벽을 이룬다. 전년도 11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1년간 일본에서 출간된 단행본이 대상이다. 앞서 1990년 ‘한국현대시선’을 번역한 이바라키 노리코가 연구·번역 부문을, 2013년 재일 한국인 2세 영화감독 양영희가 희곡·시나리오 부문을 각각 수상한 바 있다. 상금은 200만엔(약 196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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