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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분에 9.6권 팔린 ‘채식주의자’…새달 출간 소설 ‘흰’ 사인본 예약 완판

    1분에 9.6권 팔린 ‘채식주의자’…새달 출간 소설 ‘흰’ 사인본 예약 완판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수상 작가가 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일부 서점에서는 책이 품절될 정도다. 곧 나올 신작에도 벌써부터 독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17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는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하루 동안에만 4500여부 팔려나갔다. 전날(200부)에 비해 판매량이 무려 22배 넘게 뛰었다. 오프라인 매장에 있던 500부가량의 재고는 오전 중에 모두 품절됐다. ‘소년이 온다’ 등 한강의 다른 작품도 관심을 받으면서 그의 저서 10여종이 5400여부가량 판매됐다. 인터넷 서점 예스24도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채식주의자’가 6700부 팔렸다고 전했다. 전날(180권)에 비해 37배나 치솟은 판매량이다. 예스24는 “1분당 약 9.6권씩 팔린 셈이고, 최근 15년간 가장 빠르게 팔린 2012년 ‘안철수의 생각’의 1분당 9.4권을 근소하게 앞섰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도 ‘채식주의자’는 오후 6시 기준으로 3500부가량 팔렸다. 이들 주요 서점의 판매량을 합하면 ‘채식주의자’는 이날 하루에만 1만 4000부가 넘게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다음달 1일 문학동네 임프린트 난다에서 출간할 소설 ‘흰’은 지난 12일 예약판매를 건지 사흘 만에 작가의 친필 사인본 2000부가 모두 동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흰색을 소재로 한 65개의 소설 같기도, 시 같기도 한 이야기다. 책은 국내 출간 전 이미 영어 번역 작업이 시작되는 등 이미 해외 수개국에서 번역, 출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영국에서는 ‘채식주의자’ 번역자인 데버러 스미스가 번역을 맡았으며 내년 겨울 출간될 예정이다. 지난해 계간 창비 수록작이자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3부작 연작소설로 출간될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폭력적 문명에 대한 끈질긴 탐구… 문학의 힘으로 현실 투시

    폭력적 문명에 대한 끈질긴 탐구… 문학의 힘으로 현실 투시

    1994년 단편 ‘붉은 닻’(서울신문 신춘문예)으로 등단한 이래 한강의 소설은 비극적인 세계 속에서 고투하면서 살아가는 개별 인간들의 운명을 주시해왔다.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1995)에서 장편 ‘소년이 온다’(2014)에 이르기까지 한강 소설의 중요한 바탕이 되는 것은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문명세계에 대한 끈질긴 탐구라고 할 수 있다. 초기 소설들에서 이러한 탐구는 주로 관계불능에 빠진 고립된 존재들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등단작에서부터 뚜렷하게 드러나는 시적인 비유와 묘사의 문체, 강렬한 색채 이미지는 한강 소설이 호소하는 인물들의 절망과 고통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고유한 역할을 하고 있다. ‘채식주의자’(2007)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세계문학의 영역에서 현재의 독자들에게 와 닿는 것도 삶의 비극성에 맞서는 뜨겁고 강렬한 개인의 욕망을 감각적인 상징들로 구체화한 데 힘입고 있다. 지금까지 한강의 소설은 삶과 죽음, 동물과 식물, 어둠과 빛, 문명과 자연, 고통과 구원이라는 대조적인 테마를 극화시켜 그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뚫고 나아가려는 인간의 내면적인 분투를 집중적으로 부각해왔다. 특히 여성으로 자각하는 가부장적 폭력의 현실은 한강 소설의 개인들이 부조리한 세계를 인식하고 사유하는 중요한 통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단편집인 ‘내 여자의 열매’는 여성 자아가 감지하는 일상의 균열과 폭력을 예민하게 묘파함으로써 ‘채식주의자’로 연결되는 한강 소설의 심화과정을 잘 보여준다. 인물들이 힘겹게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탈주의 상상력은 ‘식물 되기’의 변신 모티프를 통해서 한강 소설의 가장 인상적인 상징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현실의 삶에 뿌리 박고 있는 존재들의 고투를 보여주는 이 절실한 상징은 문명세계에 대한 치열한 비판적 사유라는 점에서도 폭넓은 공감대를 가져온다. 무엇보다도 광주항쟁의 역사적 기억을 증언하는 장편 ‘소년이 온다’와 단편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은 최근 한강 소설의 중요한 변모를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노랑무늬 영원’과 ‘희랍어시간’부터 전면화하기 시작한 아포리즘과 고백의 화법은 ‘소년이 온다’에서 역사적 기억과 접합되면서 인물 개개의 내면을 생생하게 끌어올리는 절실한 목소리로 확장된다.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역시 공동체의 기억과 개인이 결부되는 지점에서 구원과 평화의 테마를 섬세하게 탐색함으로써 앞으로 한강 소설이 어떠한 변모와 확장을 더해나갈지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폭력과 야만의 세계를 투시하는 독자적이고 고유한 문학의 언어로서 세계의 많은 독자들과 만나게 된 ‘채식주의자’는 이렇듯 20여년 이상 꾸준히 심화되고 확장되어온 한강 소설의 전체적인 지평 속에서 더욱 새롭고 의미 있게 읽힐 수 있을 것이다.
  • 세계가 한강에 빠진 날… ‘읽히는 책’ 문학 한류 뜬다

    세계가 한강에 빠진 날… ‘읽히는 책’ 문학 한류 뜬다

    정유정·신경숙 등 4050 작가 작품 주도 아시아 넘어 유럽·남미 등서 인기몰이 한국적 소재 ‘작품성·대중성’ 모두 잡아 소설가 한강(46)이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문학 한류를 이끌고 있는 국내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도 배출돼 한국 문학의 금자탑을 세울지 주목된다. 최근 문학 한류는 40·50대 작가들의 작품이 주도하고 있다.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을 비롯해 신경숙(53), 황선미(53), 천명관(52), 정유정(50), 편혜영(44), 구병모(40) 등 순문학부터 추리소설, 아동문학까지 폭넓게 번역 소개되고 있다. 정유정의 장편소설 ‘7년의 밤’은 지난해 말 독일 유력 주간지 ‘디 차이트’가 선정한 ‘올해의 추리소설 리스트’ 9위에 오르며 한국 추리 문학의 저력을 과시했다. 천명관의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은 미국 잡지 ‘오늘의 세계문학’(WLT)에 ‘주목할 만한 번역도서’로 선정됐다. 배수아의 중편소설 ‘철수’는 지난해 국제펜클럽이 주관하는 ‘PEN 번역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아동문학가 황선미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28개국에 번역 소개됐고, 구병모의 청소년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는 멕시코에서 초판만 1만부를 찍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편혜영의 장편소설 ‘재와 빨강’과 ‘홀’은 내년과 2018년 미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1년 미국에서 출판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부터라는 게 문학계의 중론이다. 이 책은 현재 34개국에 번역, 출간돼 있다. 출판계 관계자들은 “이전 책들은 해외에 번역 소개됐다는 정도였는데, ‘엄마를 부탁해’는 많이 팔리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고은(83)을 비롯해 1990년대 문학 한류의 초석을 쌓은 이문열(68), 황석영(73) 등 원로작가들의 작품들도 프랑스, 독일, 미국 등지에서 꾸준히 조명을 받고 있다. 올 들어 세계 유수의 문예지들도 한국문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하는 아시아 문학 전문 영자 문예지 ‘ALR’은 지난달 천명관, 김애란, 김사과 등 한국문학 특집호를 실었고, 미국의 ‘마노아’, 프랑스의 ‘마가진 리테레르’, 러시아의 ‘외국문학’ 등도 한국문학 특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학평론가 이경재 숭실대 국문과 교수는 “한강은 문학 한류와 관련해 주목을 받지 않았다. 문학 본질에 충실하며 자기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문학 본령과 자기가 추구하는 문학에 충실하면 세계적인 보편성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해외 독자들은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같은 장르 소설을 많이 읽는다. 국내 순문학 작가들이 장르소설 기법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소재를 세계적인 주제로 살려낸다면 해외 독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新전원일기] 年1억대 수익 다육이 농장 ‘에버그린’

    [新전원일기] 年1억대 수익 다육이 농장 ‘에버그린’

    지난 주말로 17일간 열렸던 ‘2016 고양국제꽃박람회’가 끝났다. 이 세계적인 꽃들의 잔치에 참여한 전국 화훼 농가와 관련 기관 가운데 다육이와 선인장만 전문으로 하는 부스가 유독 눈에 띄었다. 가까운 곳에 농장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포장재료 도매업을 하다가 19년 전 경기 고양시로 이주해 온 임병주(55), 오연희(52)씨 부부의 농장이다. # 기찻길 너머 농장 가는 길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도시에서 기찻길 하나를 건너 큰길가의 건물들 사이로 들어가니, 집들이 낮아지다가 거짓말처럼 초록이 풍성한 들판이 펼쳐진다. 새로 모종을 낸 농작물이 파릇파릇 새싹을 올리는 밭 너머로 말갛게 정비된 하우스의 문들이 활짝 열려 있다. ‘다육이 농장 에버그린’이라고 쓰인 작고 예쁜 나무 간판이 서 있는 농장 입구에 차를 세웠다. 밝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 흙냄새가 훅하고 끼쳐 드는 하우스 안은 벌써 여름이다. ‘다육 식물’은 건조한 기후나 모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육질의 잎에 물을 저장하고 있는 식물을 말한다. 선인장과 알로에 등이 대표적이다. 울긋불긋 앙증맞은 다육이 모종들이 다섯 개의 대형 하우스 안에 꽉 차 있다.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잎꽂이를 해 둔 모종판을 비롯해 구석구석 제법 오랜 수령을 자랑하는 목대 굵은 각양각색의 다육이들이 화분에, 혹은 바닥에 그대로 심겨져 있다. 주로 국민 다육이라 불리는 국내종인데, 더러는 제법 몸값이 나가는 수입종도 눈에 띈다. 한쪽으로는 각종 선인장이 종류별로 심겨 있고, 비누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에 오는 고객들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는 식물들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제각기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둘러보다 보니, 오전 중 한바탕 전쟁을 치르듯 분갈이를 하고 상품을 출하하고 잠시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는 오씨가 부랴부랴 도착한다. 4월과 5월은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거기에 꽃 박람회까지 겹쳤다. 부부는 원래 남대문 시장에서 포장재료 도매업을 했다고 한다. 맨손으로 시작해 밤잠 안 자며 열심히 일해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낮에 자고 밤에 일해야 하는 시장 생활이 점차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더란다. 그즈음 의류 산업의 유통 구조도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그전에는 거의 모든 의류들이 시장을 통해 나갔는데, 의류 브랜드가 다양해지며 백화점을 비롯해 직영 매장이 생기고, 동대문 시장 주변이 정비되며 젊은 소비층이 그쪽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알게 된 것이 초록색 선인장 기둥에 빨갛고 노란 열매 같은 선인장을 올려서 붙인 ‘접목 선인장’이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부부가 세계 선인장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고양시로 터전을 옮겨 왔을 때에는, 기찻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일산 신도시가 개발되고 있을 무렵이었다. 원래 생활 기반이었던 서울과도 가깝고,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아이들의 교육 여건도 나쁘지 않았다. 도시 생활권이면서 흙과 함께할 수 있는 생활, 나이가 들어서도 소일 삼아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농사일이라는 것이 생각했던 것처럼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거기에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는 바이러스가 퍼져 있었다는 것을 출하될 시기가 되어서야 발견했다. 생산량이 40%로 뚝 떨어졌다. 그런 식으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투자 비용을 고스란히 날리고 빚까지 지게 됐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감당해야 할 몫이 있었다. 집을 포함해 아내 오씨 앞으로 된 모든 재산이 압류됐다. 집안의 가재도구에도 빨간딱지가 붙었다. 배우자 우선순위라는 제도가 있어 어찌어찌 급한 불은 껐지만 오씨는 막막하고 사는 게 허무하기만 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직하게 열심히, 앞만 보며 묵묵히 살아왔는데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오씨는 정말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오면 흙 만지던 손을 털고 일어나 낡은 차를 끌고 무작정 나갔다. 어디인지도 모를 길 위를 달리고 또 달렸다. “한번은 그냥 멍하니 달리다 보니 군인이 앞을 가로막고 차를 세우더라고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죠. 자유로를 달리다 끝까지 갔던가 봐요. 판문점 넘어가는 다리 위더라고요.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하고는 얼른 돌아 나왔죠.” 하마터면 북쪽으로 넘어갈 뻔했다는 농담을 하며 웃는 그녀의 웃음 끝이 쓸쓸하다. # 재기를 꿈꾸며- 선인장과 다육이 모아심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연신 도매업체의 트럭들이 농장으로 들어왔다. 그때마다 남편 임씨가 다육이며 선인장을 담은 상자들을 실어 보낸다. 분갈이용으로 잘 배합된 흙을 자루에 담아 서비스라며 차에 실어 주기도 한다. 가벼운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젊은 여성 한 분이 들어오자 오씨가 반갑게 맞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곳 농장의 다육이와 선인장을 예쁘게 다시 심어 프리마켓에서 직접 판매하는 고객이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식물을 골라 가는데, 다른 분야를 전공했는데도 손재주가 많아 인기리에 판매를 잘하고 있다고, 마치 딸 자랑을 하듯 고객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부부는 선인장과 다육이 모아심기로 7~8년 만에 재기에 성공했다. 처음에는 이 역시 좀 힘들었는데, 수입종으로 국내 마니아층이 형성되며 국내종의 매출도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나라의 수입 규제 등으로 잠시 주춤하지만 한 때는 러시아와 중국 등지로 수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훼는 원래 굴곡이 심하단다. 유행을 타고, 국내 소비의 한계도 있었다. 미래를 위한 또 다른 대비책이 필요했다. 남편 임씨는 그동안 농장 일을 하는 한편으로 ‘고양시선인장연구회’의 일을 맡아 하며 선인장 쪽으로는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그동안의 재배 노하우를 바탕으로, 뜻을 같이하는 다섯 농가가 모여 2006년 ‘손바닥선인장영농조합’(http://cjssusch.modoo.at)을 설립했다. # 손바닥선인장영농조합과 6차 산업 ‘손바닥 선인장’은 한국 토종 선인장으로, 일반 선인장과 달리 영하 25도의 혹한에서도 월동이 가능한 다년생 식용 식물이다. 골다공증, 류머티즘 관절염, 고혈압, 당뇨, 위염을 비롯한 각종 위장 질환과 변비, 혈액순환, 기관지천식, 숙면, 숙취 해소 등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1만평을 목표로 해 8000평으로 시작했는데 100% 친환경 무농약의 노지 재배이다 보니 잡초를 뽑는 데 드는 인건비만 연 2000만원 이상이 나갔다. 수익은 아직 200만원도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때부터 임씨는 단지 농사를 짓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고양시농업기술센터와 선인장연구소, 고려대와 연계한 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2014년 4월 식품사업부를 설립했다. 설비를 갖추고 천년초 선인장을 원료로 해 직접 가공, 판매까지 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농장을 개방해 다육이 심기나 선인장 가루를 이용한 비누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였다. 이는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농촌 융·복합 산업(6차 산업)의 표준 모델로, 인증제도가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부부는 최초 1호로 신청해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림수산업, 2차 산업인 제조·가공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복합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말한다. 어느 분야에서나 그렇듯 처음에는 생산된 가공 상품의 판로 개척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시장에서 오래 도매업을 했으니까, 다른 분들보다는 나름대로 노하우를 갖고 있었죠.”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고 안테나숍을 이용한 홍보에 집중해 현재는 인터넷 택배나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작물, 생산물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로컬푸드 매장에서 주로 판매한다. 전날 주문받은 물품은 다음날 새벽부터 하루 동안 모두 생산해 내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부부는 이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며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노력해 왔다. 부부가 함께 농협대학에서 농업전문 경영인 과정을 이수하고 땅과 사람을 생각하는 바른 농사법에 대한 강연 교육은 물론이고 온라인 활용 방안이라든가 마케팅과 관련된 강연에 적극 참여하는 등 언제나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런데 무엇보다 저희는 사람들을 참 잘 만난 거 같아요. 같이 농사를 짓는 이웃들도 그렇고 온라인에서 만난 블로그 이웃들도 그렇고, 많이 배우고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역시 사람이 자본이고 자산인 거죠.” 젊은 여성 고객과 함께 농장 구석구석을 돌며 식물을 골라 담던 오씨의 말이다. 2014년 남편 임씨는 각 품목에서의 최고 1인을 매년 10명 안쪽으로 선정하는 ‘경기도 CEO 농업 경영인’에 선정된 바 있다. 기수별로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전국의 다른 분야 농가를 시찰하고 다른 이의 강연을 듣기도 하고, 직접 강연자로 나서 나름의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한다. 현재는 8000평의 선인장 재배 면적을 2000평으로 줄이고 대신 종자를 분양해 주변 농가를 중심으로 수매하여 가공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 가는 과정인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 매출도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단다. 순이익은 매출의 35~40%. 1560평의 다육이 농장에서는 2년 연속 6500만~7500만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두 곳 모두 꾸준히 늘어 가고 있는 추세란다. 남편 임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내 오씨가 고객의 무거운 박스를 염려하며 자동차 열쇠를 챙겨 든다. 도매 업체의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국제박람회에서 다육이 모아심기 체험 등을 주관할 정도로 큰 규모인 농장 사장님의 고객 사랑이 유별나다. 오씨가 운영하는 블로그 ‘천년초소녀 에버그린’(http://blog.naver.com/dusgml6077)에서 읽은 일상의 진솔한 글들에서 받은 느낌과 부부의 실제 모습이 똑같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늘 앞서가는 자세와 깨어 있는 정신으로 공부하고, 사람을 귀히 여기는 마음과 손길이 모여 이 부부의 오늘이 있게 되었을 것이다. 글쓴이 - 소설가 서진연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13년 제2회 EBS 문학상 우수상 수상. 소설 ‘붉은 나무젓가락’, 그림동화 ‘옥상에 텃밭이 생겼어요’, 옴니버스 에세이집 ‘가족이 힘이다’, ‘수업’,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등.
  • 인문계 대학생 위한 ‘융합 직업’ 눈길

    인문계 대학생 위한 ‘융합 직업’ 눈길

    산업보안요원·아트 디렉터 등 고용정보원, 직업정보서 발간 한국고용정보원이 17일 취업난을 겪는 인문계 대학생들이 도전할 만한 융합 직업을 소개한 직업정보서 ‘인문계열 진출 직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전통적인 인문계열 강세 직업뿐만 아니라 언어·소통 능력, 기획력, 창의력 등 인문학적 소양에 정보통신기술(ICT), 의료, 공학 등을 더해 자신만의 경쟁력을 높여 취업에 도전할 만한 유망 융합 직업 15개를 간추렸다. ▲산업보안요원 ▲감성공학 전문가 ▲국제의료코디네이터 ▲소프트웨어 개발자 ▲웹 기획자 ▲테크니컬 라이터 ▲아트 디렉터 ▲게임 기획자 ▲디지털 마케터 ▲UX(사용자 경험) 디자이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분석가 ▲6차 산업 컨설턴트 ▲할랄 전문가 ▲크루즈 승무원 ▲홀로그램 전문가 등이다. 산업보안요원은 언어 능력과 보안 지식을 활용해 회사의 중요 자료가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직업이다. 반도체 제조업체 산업보안팀에서 근무하는 박영미(22·여)씨는 “중국 지사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 보안상 문제가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중국의 반도체 기업 동향도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마케팅과 농업 지식을 활용하면 농산물 가공·제조 등의 전통적인 2차 산업과 유통·판매·체험·관광서비스를 담당하는 3차 산업을 융합해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6차 산업 컨설턴트’가 될 수 있다. 테크니컬 라이터는 기술 관련 제품의 설명서 등을 작성해 사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직업이다. 책은 이달 말에 전국의 대학과 고등학교, 공공도서관 등에 배포되며 워크넷(www.work.go.kr/jobMain.do)에서도 볼 수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더민주 김현권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더민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비례대표 당선자는 20대 국회 유일한 ‘농민 대표’다. 서울대 천문학과 재학 중 학생운동을 하다 2년간 징역을 살기도 했던 김 당선자는 졸업 후 고향인 경북 의성으로 내려가 25년간 부인과 소를 키우며 농업에 종사했다. 당초 더민주 비례대표 후보자 중에서 당선권 밖으로 분류됐지만, 순위 투표를 실시하자 단숨에 1위에 오른 돌풍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Q. 정치적 최대 관심사는. A. 농업 정책. 한두 가지 문제만 고친다고 개선될 수 없다. 농업 정책의 큰 틀을 새로 짜야 한다. 우선 농업 예산의 편성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은 사업비 위주로 짜여 있다. 낭비되는 예산이 많다. 농민들에게 예산이 직접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Q. 중점 추진 정책은. A. GMO 표시 의무화. 유전자재조합식품(GMO)는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다. 그러나 아직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GMO의 실상을 자세히 알리고 공론화해야 한다. 현재는 GMO 표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완전히 의무화해야 한다. 또 최소한 학교 급식에는 GMO 농산물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Q. 쌀 과잉 생산 대책은. A. 단기적으로는 대북 지원. 농업정책은 한 번 삐끗하면 돌이키기 어렵다. 쌀이 일시적으로 남는다고 생산을 축소하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단기적으로는 북한에 주는 방법이 있다. 지금 정부는 북한과 대화의 문을 닫은 상태다. 쌀을 먼저 주면서라도 관계를 풀어야 한다. Q. 비례대표 투표 1위 비결은. A. 진정성. 중앙위원들에게 내가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했다. 진정성이 느껴졌던 것 같다. 그동안 농업이 소외된 데 대한 부채의식도 작용했다. 우리 농업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농촌 고령화, 수입 농산물 등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나는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다. 누구보다도 농업의 현실을 잘 안다. 절실하게 느껴본 사람만이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칠 수 있다. Q. 소속 정당과 잘 맞는가. A. 생각보다 잘 맞는다. 밖에서 봤을 때 싸움만 하는 것 같았다. 같은 정당 소속 의원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20대 국회에서는 ‘개인플레이’보단 ‘팀플레이’를 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당선자 워크숍에서도 다선 의원들이 초선 당선자들을 많이 배려했다. 한 중진은 “선수는 계급이 아니다. 소신껏 발언하라”고도 하더라. Q. 당내 운동권 세력이 부활했다. A. 운동권 타이틀이 생경하다. 당선되고 나서 언론에서는 나의 학생운동 경력을 조명한다. 내가 청년 시절을 뜨겁게 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뒤로 오랫동안 농사만 지었다. 나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일하는 선비’다. 갑자기 운동권으로 묶이는 데 대해 생경하기만 하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프로필 ▲1964년 경북 의성 출생 ▲충암고, 서울대 천문학과, 경북대 행정학 석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경북북부지역혁신협의회 산업발전분과위원장, 의성한우협회 회장
  • [한강 맨부커상 수상] 맨부커상은

    맨부커상은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독립기금인 북 트러스트의 후원을 받아 제정한 문학상이다. 2002년 맨 그룹이 후원을 시작하면서 맨부커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노벨문학상이 한 작가의 작품 세계 전체를 평가한다면 맨부커상은 작품을 우선으로 평가해 수여한다. 맨부커상은 원래 영연방 출신 작가들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권을 아우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5년 인터내셔널 부문을 신설해 격년제로 시상했다. 영어로 널리 읽히는 작가의 공을 기리는 취지로 수여되던 상은 올해부터 번역상의 의미를 포함해 영어로 번역돼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에 수여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인터내셔널 부문 상금은 5만 파운드(약 8600만원)로 작가와 번역가가 나눠 갖는다. 역대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들은 2013년 노벨상 수상자인 캐나다의 앨리스 먼로(2009)를 포함해 대부분 노벨상 후보에 오르내리는 거장들이다. 미국 작가 필립 로스(2011)·리디아 데이비스(2013), 나이지리아 작가 치누아 아체베(2007),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2005) 등이 이 상의 영예를 안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한강 맨부커상 수상] “딸이지만 질투 나는 감수성·시적 문체”

    [한강 맨부커상 수상] “딸이지만 질투 나는 감수성·시적 문체”

    오빠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딸이지만 같은 소설가로서 질투가 날 정도로 감수성이 예민하고, 문체가 시적이다. 내 세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갖고 있다. 딸의 문장을 보면서 나도 내 글을 더 아름답게 다듬으려고 애쓴다. ”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인 원로 작가 한승원(77)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딸의 맨부커상 수상에 대해 “기쁘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면서 “딸이 아침에 전화해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하길래 ‘네가 효녀다. 아버지의 세계를 뛰어넘는 자식이야말로 효녀다’라고 말해줬다”고 뿌듯해했다. 한 작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포구의 달’ 등을 펴낸 한국 문단의 거장으로, 고향인 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토속적 세계와 원초적인 생명력을 탁월하게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년 전부터 전남 장흥군 ‘해산토굴’에서 터를 잡고 있다. 한 작가는 ‘딸의 수상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반반이었다.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감수성과 문학세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번역만 잘 됐다면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딸은 영국으로 가기 전 나와 통화할 때 ‘기대하지 마시라’고 했다”면서 웃었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에 대해선 “인간의 폭력에 저항하는 식물성 나무가 돼보자 하는 그런 세계를 그렸는데 그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신화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 소설이 전설적인 신화의 세계라면 딸은 현대적인 신화를 창조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는 아버지뿐 아니라 오빠와 남편도 문인이다. 오빠 한동림은 19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이며, 남편은 김달진문학상과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한 홍용희 문학평론가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강 맨부커상 수상] 인간의 폭력과 존엄 녹아든 아름다운 문장… 세계를 홀렸다

    [한강 맨부커상 수상] 인간의 폭력과 존엄 녹아든 아름다운 문장… 세계를 홀렸다

    “나는 왜 이토록 인간을 의심하며 바라보나. 인간을 껴안는다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건가. 제 소설 속엔 늘 이런 투쟁이 있어요. 결국 인간을 뚫고 나가는 게 제가 소설을 쓰는 가장 강력한 동기죠.”(한강 작가) ‘인간을 뚫고 나간 소설’에 세계도 홀렸다. 무참한 폭력을 저지르는 인간, 그에 대응해 존엄을 되찾으려는 인간은 한강 소설을 꿰뚫는 큰 화두다. 이를 치열하게 탐색해온 그의 작가정신은 ‘채식주의자’가 올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의 승자가 된 이유다. 공신은 또 있다. 시인으로 먼저 등단한 한강의 시심(詩心) 어린 문장과 섬세한 감수성을 스타일리시한 문체와 정밀한 뉘앙스로 세공하듯 옮긴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다. 2007년 출간된 ‘채식주의자’(창비)는 스스로 나무가 되어가고 있다고 믿으며 육식을 거부하고 죽음으로 다가가는 영혜의 이야기다. 세 화자의 관점으로 풀어 쓴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3개의 중편이 연작소설로 묶였다. 상처입은 인물의 고통에 식물적인 상상력을 결합시킨 소설은 기괴한 이미지, 아름다운 문체로 발표 당시에도 큰 주목을 받았다. 스미스의 번역으로 지난해 1월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더 베지터리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작품은 지난 1월 미국 호가드 출판사에서도 발표됐다. 이후 영미권에서 잇단 호평을 받으며 지금까지 전 세계 25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이고 한 문장 한 문장이 놀라운 경험”이라고 서평을 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나온 가장 에로틱한 소설 중 하나”라며 “이 치밀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책은 독자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며 꿈에까지 나올 수 있다”고 평했다. 미국 소설가 에이미어 맥브라이드는 “허술한 데가 한 군데도 눈에 띄지 않아 놀랍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는 맨부커 후보 발표부터 수상의 순간까지 줄곧 역자에게 공을 돌렸다. 스미스는 포르토벨로 편집자에게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한 20쪽짜리 샘플과 홍보 자료를 처음 건네 출간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6년 전 처음 한국어를 배웠다는 스미스의 정교한 번역은 한강의 문학성을 세계에 알린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런던대 소아스(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밟은 그는 단어마다 일일이 사전을 뒤졌던 ‘번역 초보’에서 한국 문화와 언어의 뉘앙스를 간파한 ‘언어의 연금술사’가 됐다. BBC는 이날 별도 기사를 통해 스미스의 한국어 번역에 주목했다. 스미스는 앞으로 한강 작품 이외에도 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 등을 번역해 미국 출판사를 통해 출간할 계획이다. 또 자신이 세운 비영리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아시아·아프리카 문학 전담)를 통해 황정은과 김연수 등의 작품도 영국에 소개할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한강 맨부커상 수상]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소설가 첫발

    [한강 맨부커상 수상]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소설가 첫발

    ‘한강현’ 필명… 1994년 ‘붉은 닻’ 당선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토대는 서울신문 신춘문예다.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을 실으며 시인으로 먼저 등단한 한강은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첫발을 내딛었다. 그는 당시 당선소감에서 “아파서 쓴 것인지, 씀으로 해서 아팠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아프면서 썼다. 밤은 아득하여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 새벽은 늘 여지없었다. 어둠의 여지없음만큼이나 지독한 힘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무릎이 꺾인다 해도 그 꺾이는 무릎으로 다시 한 발자국 내딛는 용기를 이제부터 배워야 하리라”라고 다짐했다. 등단 이후 22년간 무릎이 꺾이는 순간마다 새벽의 힘을 믿고 한 발자국 내딛는 용기로 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결과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받게 됐다. 한강을 발굴한 1994년도 신춘문예 심사위원은 고 서기원(1930~2005) 작가와 김병익(78) 문학평론가다. 김 평론가는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 축하할 일”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당시 신춘문예 응모작들은 밀물처럼 휩쓸던 운동권 소재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내면적이고 개인적인 우수로 채운 작품들이 주를 이뤘었다. 큰 주제보단 요즘 말하는 미시권력에 집중하던 시기였는데 ‘붉은 닻’도 그런 작품들 중 하나였다. 서기원 선생과 큰 이견 없이 이 정도면 당선작이 될 만하다고 합의해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처음엔 남자인 줄 알았다. 한강이라는 이름도 아니었고, 이런저런 약력을 보고 한승원 선생 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여자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한강은 당시 ‘한강현’이라는 필명으로 응모했다. 김 평론가는 당시 심사평에서 “‘붉은 닻’은 그 제목이 암시하듯 매우 서정적인 작품이어서, 육체적인 병과 마음의 병을 앓아온 형과 동생과, 그들 간의 미묘한 갈등, 사라진 남편 대신 그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안쓰러운 모습이 섬세한 문장 속에 깊이 박혀 잔잔한 긴장과 화해의 밝은 전망을 유발시킨다. 그러나 이 소설도, 정황의 서정성은 아름답지만 이야기의 구체성은 모호하다는 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K문학, 세계 속 ‘큰 강’ 되다

    K문학, 세계 속 ‘큰 강’ 되다

    3대 문학상… ‘채식주의자’로 “아름다움·공포의 기묘한 조화” 폭력 앞에 선 인간, 그의 존엄을 지켜내려는 한강의 집요한 분투가 응답받았다. 소설가 한강(46)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작가가 됐다. 그는 이 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시아인이자 최연소 작가라는 기록도 세우며 한국 문학사의 별이 됐다. 16일 밤(현지시간)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 및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 보이드 턴킨이 ‘채식주의자’를 들어 보이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올해 심사대상이었던 세계 155개 소설 가운데 심사위원단 5명이 만장일치로 뽑은 단 하나의 ‘주인공’이었다. 노벨문학상 작가인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 중국의 가장 강력한 노벨상 후보 옌롄커도 한강의 적수는 되지 못했다. 한강 작가는 “제가 써온 소설들은 대중성이나 상업성이 없는, 인간에 대한 질문들을 붙잡고 씨름하는 소설들”이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독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나눠 갖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문학 기자 보이드 턴킨은 ‘채식주의자’에 대해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할 가치가 넘치는,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근원적인 소설”이라며 “압축적이고 정교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고 상찬했다. 그는 “한 평범한 여성을 집과 가족, 사회에 옭아매는 모든 관습을 거부하는 궤적을 쫓는, 서정적이면서도 격렬한 이 소설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각인돼 꿈에까지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국 문학의 빛나는 순간으로 남을 이번 ‘사건’은 지난해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으로 진통을 겪은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은 “한강의 맨부커 수상으로 이제 한국 문학은 세계 문단의 관심사가 됐고 노벨상에도 한발 더 다가가게 됐다”며 “벌써부터 한강 외에 다른 재능 있는 작가들을 추천해달라는 해외 출판사의 의뢰가 줄을 잇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남성 작가, 분단의 역사 등 거대 서사를 중심으로 해외 문단에 알려져 온 우리 문학에 여성 작가, 젊은 작가들이라는 다양한 자산이 있음을 확인한 계기도 됐다. 이광호 문학평론가(서울예대 교수)는 “한강이 우리 문단에서 대중적이거나 최고의 권위를 누린 작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수상은 남성 작가, 팔리는 작가 중심으로 양극화됐던 문학계를 되돌아보게 한다”며 “이번 기회에 실험적이고 시적 상상력을 품은 여성 작가, 젊은 작가, 시인 등 우리 문학의 좋은 자산들을 조명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어권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는 맨부커상은 스웨덴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묶인다. 책을 번역해 해외에 처음 소개한 영국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도 한강과 함께 공동 수상자로 호명됐다. 두 사람은 상금 5만 파운드(약 8500만원)를 나눠 가진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우주를 보다] 우주의 붉은 루비, 정체는 잔혹 그 자체

    [우주를 보다] 우주의 붉은 루비, 정체는 잔혹 그 자체

    지구에서 약 25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에는 붉은색 루비처럼 아름답게 빛하는 천체 ‘외뿔소자리 V838 별’이 존재한다. 사실 이 천체는 하나의 별이 빛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큰 별이 작은 별을 집어삼키는 과정에서 나온 빛이라는 것을 천문학자들이 밝혀냈다.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최신호에 실린 이 연구논문에 따르면, 이 별은 2008년과 2015년에 관측된 ‘고휘도 적색 신성’(Luminous red nova)으로, 갑자기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지는 기묘한 특징을 지녔다. 밝아지는 과정에서는 우리 태양보다 50만 배 더 밝아지는 데 이는 안드로메다 은하에서도 가장 밝은 밝기라고 한다. 우리 은하에서도 2008년, ‘전갈자리 V1309 별’로 불리는 고휘도 적색 신성이 발견된 바 있다. 이 천체는 두 개의 별이 회전하면서 융합하고 그 과정에서 가스를 주변으로 확산해 사진 속 천체와 비슷한 형태를 나타낸다. 사진 속 외뿔소자리 V838 별은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관측돼 강한 붉은 빛과 적외선 빛을 보여준다. 사진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이 별은 그 밝기가 몇 주에서 몇 개월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다시 어두워졌다는 것이다. 현재 외뿔소자리 V838 별이나 전갈자리 V1309 별과 같은 고휘도 적색 신성은 새로운 천체로 분류되고 있으며 아직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앞으로 허블 망원경의 후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등의 고성능 망원경이 운용을 시작해 관측에 참여하게 되면 고휘도 적색 신성의 정체를 밝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천문학자들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NASA, ESA, H.E. Bond (STScI) and The Hubble Heritage Team (STScI/AUR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세계에서 저력 인정받는 한국문학

    세계에서 저력 인정받는 한국문학

     소설가 한강(46)이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문학 한류를 이끌고 있는 국내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도 배출돼 한국 문학의 금자탑을 세울지 주목된다.  최근 문학 한류는 40·50대 작가들의 작품이 주도하고 있다.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을 비롯해 신경숙(53), 황선미(53), 천명관(52), 정유정(50), 편혜영(44), 구병모(40) 등 순문학부터 추리소설, 아동문학까지 폭넓게 번역 소개되고 있다.  정유정의 장편소설 ‘7년의 밤’은 지난해 말 독일 유력 주간지 ‘디 차이트’가 선정한 ‘올해의 추리소설 리스트’ 9위에 오르며 한국 추리 문학의 저력을 과시했다. 천명관의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은 미국 잡지 ‘오늘의 세계문학’(WLT)에 ‘주목할 만한 번역도서’로 선정됐다. 배수아의 중편소설 ‘철수’는 지난해 국제펜클럽이 주관하는 ‘PEN 번역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아동문학가 황선미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28개국에 번역 소개됐고, 구병모의 청소년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는 멕시코에서 초판만 1만부를 찍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편혜영의 장편소설 ‘재와 빨강’과 ‘홀’은 내년과 2018년 미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1년 미국에서 출판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부터라는 게 문학계의 중론이다. 이 책은 현재 34개국에 번역, 출간돼 있다. 출판계 관계자들은 “이전 책들은 해외에 번역 소개됐다는 정도였는데, ‘엄마를 부탁해’는 많이 팔리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고은(83)을 비롯해 1990년대 문학 한류의 초석을 쌓은 이문열(68), 황석영(73) 등 원로작가들의 작품들도 프랑스, 독일, 미국 등지에서 꾸준히 조명을 받고 있다. 올 들어 세계 유수의 문예지들도 한국문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하는 아시아 문학 전문 영자 문예지 ‘ALR’은 지난달 천명관, 김애란, 김사과 등 한국문학 특집호를 실었고, 미국의 ‘마노아’, 프랑스의 ‘마가진 리테레르’, 러시아의 ‘외국문학’ 등도 한국문학 특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학평론가 이경재 숭실대 국문과 교수는 “한강은 문학 한류와 관련해 주목을 받지 않았다. 문학 본질에 충실하며 자기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문학 본령과 자기가 추구하는 문학에 충실하면 세계적인 보편성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해외 독자들은 이데올로기나 어두운 현실을 다룬 소설보다는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같은 장르 소설을 많이 읽는다. 국내 순문학 작가들이 장르소설 기법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소재를 세계적인 주제로 살려낸다면 해외 독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세계 3대 문학상’ 맨부커상은 어떤 상?

    ‘세계 3대 문학상’ 맨부커상은 어떤 상?

     맨부커상은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독립기금인 북 트러스트의 후원을 받아 제정한 문학상이다. 2002년 맨 그룹이 후원을 시작하면서 맨부커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노벨문학상이 한 작가의 작품 세계 전체를 평가한다면 맨부커상은 작품을 우선으로 평가해 수여한다. 맨부커상은 원래 영연방 출신 작가들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권을 아우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5년부터 인터내셔널 부문을 신설해 격년제로 시상하다가 올해부터 해마다 시상하는 것으로 개편됐다. 인터내셔널 부문 상금은 5만 파운드(약 8600만원)로 작가와 번역가가 나눠 갖는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원작 소설인 토머스 커닐리의 ‘쉰들러의 방주’,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의 원작인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일본 출신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 등이 역대 수상작이다.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은 2008년 역대 ‘최고의 부커상’ 수상작으로 뽑혔다. 캐나다 출신의 앨리스 먼로와 남아공의 존 맥스웰 쿠체, 네이딘 고디머 등은 맨부커상과 노벨문학상을 모두 수상한 작가들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한강 아버지’ 소설가 한승원, “아버지 세계 뛰어넘는 자식이야말로 효녀”

    ‘한강 아버지’ 소설가 한승원, “아버지 세계 뛰어넘는 자식이야말로 효녀”

     “딸이지만 같은 소설가로서 질투가 날 정도로 감수성이 예민하고, 문체가 시적이다. 내 세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갖고 있다. 딸의 문장을 보면서 나도 내 글을 더 아름답게 다듬으려고 애쓴다. ”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인 원로 작가 한승원(77)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딸의 맨부커상 수상에 대해 “기쁘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면서 “딸이 아침에 전화해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하길래 ‘네가 효녀다. 아버지의 세계를 뛰어넘는 자식이야말로 효녀다’라고 말해줬다”고 뿌듯해했다. 한 작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포구의 달’ 등을 펴낸 한국 문단의 거장으로, 고향인 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토속적 세계와 원초적인 생명력을 탁월하게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년 전부터 전남 장흥군 ‘해산토굴’에서 터를 잡고 있다.  한 작가는 ‘딸의 수상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반반이었다.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감수성과 문학세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번역만 잘 됐다면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딸은 영국으로 가기 전 나와 통화할 때 ‘기대하지 마시라’고 했다”면서 웃었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에 대해선 “인간의 폭력에 저항하는 식물성 나무가 돼보자 하는 그런 세계를 그렸는데 그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신화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 소설이 신화적이고 전설적인 세계라면 딸은 현대적인 신화를 창조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는 아버지뿐 아니라 오빠와 남편도 문인이다. 오빠 한동림은 19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이며, 남편은 김달진문학상과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한 홍용희 문학평론가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강 신작에 서점가 벌써부터 들썩

    한강 신작에 서점가 벌써부터 들썩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수상 작가가 된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물론 곧 나올 신작에도 벌써부터 독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17일 예스24에 따르면 이날 오전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지 4시간 만에 ‘채식주의자’ 판매량이 2000부를 돌파하는 등 급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전일 대비 10배에 해당한다. ‘소년이 온다’, ‘여수의 사랑’ 등 한강 작가 전체 도서 판매량도 전일 대비 7배 증가했다.    다음 달 1일 문학동네 임프린트 난다에서 출간할 소설 ‘흰’은 지난 12일 예약판매를 건지 사흘 만에 작가의 친필 사인본 2000부가 모두 동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흰색을 소재로 한 65개의 소설 같기도, 시 같기도 한 이야기다. 한강 작가는 “세상의 흰 것들에 대해서 쓴 책”이라며 “제가 요즘 고민하는 삶의 발굴, 빛. 더럽히려야 더럽힐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책은 국내 출간 전 이미 영어 번역 작업이 시작되는 등 이미 해외 수개국에서 번역, 출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영국에서는 ‘채식주의자’ 번역자인 데보라 스미스가 번역을 맡았으며 내년 겨울 출간될 예정이다. 한강 작가는 ‘흰’에 실린 사진을 찍은 차미혜 작가와 함께 서울 성북동 한옥갤러리에서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가재 손수건으로 아기 배내옷을 만드는 등 한강이 직접 펼친 여러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이 전시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계간 창비 여름호 수록작이자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3부작 연작소설로 출간될 예정이다. 40대 초반의 여성 화자 k에게 3년 전 세상을 떠난 첫 직장(잡지사)의 남자 선배가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역시 고인이 된 여자 동료를 함께 회상하는 두 사람의 만남과 대화가 기묘한 온기를 전해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한국문학 새 이정표 세웠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수상

    한국문학 새 이정표 세웠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수상

     폭력 앞에 선 인간, 그의 존엄을 지켜내려는 한강의 집요한 분투가 응답받았다.  소설가 한강(46)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작가가 됐다. 그는 이 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시아인이자 최연소 작가라는 기록도 세우며 한국 문학사의 별이 됐다.  16일 밤(현지시간)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 및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 보이드 턴킨이 ‘채식주의자’를 들어보이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올해 심사대상이었던 세계 155개 소설 가운데 심사위원단 5명이 만장일치로 뽑은 단 하나의 ‘주인공’이었다. 노벨문학상 작가인 터키의 오르한 파묵, 중국의 가장 강력한 노벨상 후보 옌롄커도 한강의 적수는 되지 못했다.  한강 작가는 “제가 써온 소설들은 대중성이나 상업성이 없는, 인간에 대한 질문들을 붙잡고 씨름하는 소설들”이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독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나눠갖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문학 기자 보이드 턴킨은 ‘채식주의자’에 대해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할 가치가 넘치는,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근원적인 소설”이라며 “압축적이고 정교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고 상찬했다. 그는 “한 평범한 여성을 집과 가족, 사회에 옭아매는 모든 관습을 거부하는 궤적을 쫓는, 서정적이면서도 격렬한 이 소설은 독자들의 마음 속에 각인돼 꿈에까지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국 문학의 빛나는 순간으로 남을 이번 ‘사건’은 지난해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으로 진통을 겪은 한국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은 “한강의 맨부커 수상으로 이제 한국 문학은 세계 문단의 관심사가 됐고 노벨상에도 한 발 더 다가가게 됐다”며 “벌써부터 한강 외에 다른 재능있는 작가들을 추천해달라는 해외 출판사의 의뢰가 줄을 잇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남성 작가, 분단의 역사 등 거대 서사를 중심으로 해외 문단에 알려져온 우리 문학에 여성 작가, 젊은 작가들이라는 다양한 자산이 있음을 확인한 계기도 됐다.  이광호 문학평론가(서울예대 교수)는 “한강이 우리 문단에서 대중적이거나 최고의 권위를 누린 작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수상은 남성 작가, 팔리는 작가 중심으로 양극화됐던 문학계를 되돌아보게 한다”며 “이번 기회에 실험적이고 시적 상상력을 품은 여성 작가, 젊은 작가, 시인 등 우리 문학의 좋은 자산들을 조명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어권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는 맨부커상은 스웨덴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묶인다. 책을 번역해 해외에 처음 소개한 영국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도 한강과 함께 공동 수상자로 호명됐다. 두 사람은 상금 5만 파운드(약 8500만원)를 나눠 가진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주의 책] 서울대 교수들의 ‘낮은 인문학’…제소자를 위한 감동의 강연

    [이주의 책] 서울대 교수들의 ‘낮은 인문학’…제소자를 위한 감동의 강연

    “난 누구고, 인간의 본질은 무엇일까.”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탐구에서 시작되는 인문학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로 가득찬 세상에서 찬밥 신세다. 인문학을 전공한 대졸자들은 이공계 졸업자들에 비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기획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그 첫걸음이다. 17일 출판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낮은 인문학’(21세기북스)이 출간돼 많은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서울대와 법무부가 기획해 지난해 서울 구로구에 있는 교도소에서 서울대 교수 8명이 제소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문학 강연을 책으로 엮었다. 철학, 종교, 역사, 문학 등 각 분야의 대표 교수들이 각각 다른 내용을 강의했지만 주제는 ‘인간의 삶’으로 일맥상통한다.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의 강연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고대 이집트인이 생각한 삶에 대한 가치관과 종교의 핵심을 통해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자비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도 철학에서 말하는 행복과 생각의 관계, 고대 그리스 문학인 ‘일리아스’를 통해 본 삶의 우선 순위, 나치 시절을 기억하려는 독일 사람들의 삶과 노력,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 현대인이 불행한 이유 등도 이 책에 담겨있다. 마지막 강연에서는 신화 속에 담긴 삶과 죽음의 관계를 통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우리의 인식 변화를 살펴본다. 출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낮은 인문학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성찰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킬 용기를 얻었다”면서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와 연속성으로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어떤 내용? “인간성 스펙트럼 고민”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어떤 내용? “인간성 스펙트럼 고민”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소설 ‘채식주의자’는 한강(46)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이다. 2004년 계간 ‘창자과 비평’에 처음 소개된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와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소설 3편을 하나로 연결한 연작 소설집이다. 이 가운데 ‘몽고반점’은 지난 200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채식주의자’는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멀리하고 그러면서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소설은 주인공의 남편과 형부, 언니 등 3명의 관찰자 시점에서 서술된다. 주인공인 ‘영혜’는 폭려에 대항해 햇빛과 물만으로 살아가려고 하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한강은 결국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하게 되는 영혜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폭력적 본성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한다. 한강은 지난 2월 제41회 서울문학회에서 ‘채식주의자’에 대해 “인간은 선로에 떨어진 어린아이를 구하려고 목숨을 던질 수도 있는 존재이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잔인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면서 “인간성의 스펙트럼에 대한 고민에서 소설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이어 “4년 6개월에 걸쳐 쓴 이 소설은 우리가 폭력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를 견뎌낼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면서 “대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완성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는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으로 지난해 1월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영문명 ‘더 베지테리언(The Vegeterian)’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또 올해 1월 호가드 출판사를 통해 같은 제목으로 미국 독자들에게도 선보였다. 한강과 공동 수상한 번역가 스미스가 문학적 뉘앙스를 잘 살린 수준 높은 번역을 했다는 것이 맨부커상 측의 설명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한 스미스는 영국에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번역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21살에 직접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런던대학교 소아스(SOAS)에서 한국학 석사·박사과정을 밟았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매료된 스미스는 책의 앞부분 20페이지를 번역해 영국 유명 출판사 포르토벨로에 보냈고 결국 책을 출간했다. 그는 아는 출판사와 평론가, 독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직접 홍보를 하기도 했다. 스미스는 한국문학번역원 주최 세미나에서 “한국어와 같이 소수 언어권에서 온 책들은 소위 ‘다른 문화로의 창’과 같은 진부한 문구로 포장돼서 출간된다”며 “저는 그런 점을 지양하고 문학서로만 홍보하고 싶다.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한국을 들먹이며 마케팅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81광년 떨어진 별의 흑점 포착…태양의 젊은 시절?

    181광년 떨어진 별의 흑점 포착…태양의 젊은 시절?

    17세기 초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태양을 관측하면서 여기서 예기치 않은 흠집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당시 사람들은 천구에 있는 천체들은 완전한 존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통해서 태양의 흑점은 물론이고 달의 계곡과 크레이터 등을 발견하면서 중세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이미 갈릴레오 이전 기록에도 흑점을 본 것이라 추정되는 문헌이 있기는 하지만, 흑점에 대한 과학적인 관측이 시작된 것은 갈릴레오 시대 이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흑점은 태양 표면의 일부분이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서 검게 보이는 것으로 태양 자기장 및 태양 플레어같은 태양 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오랜 세월 인류가 관측 가능했던 별의 흑점은 태양 흑점이 유일했다. 하지만 최근 관측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가까이 있는 별의 흑점을 관측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영국 엑서터 대학의 스테판 크라우스(Stefan Kraus) 교수가 이끄는 국제 천문학팀은 지구에서 181광년 떨어진 별인 제타 안드로메다(Zeta Andromedae)의 표면에서 흑점을 직접 관측하는 데 성공해 이를 최근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몇 개의 대형 망원경을 간섭계 방식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330m 구경 망원경 같은 분해능을 가진 망원경을 만들어 이를 관측할 수 있었다. 이 관측 사진은 비록 낮은 해상도이긴 하지만, 별의 북극 지방과 남위도에 걸쳐 검은색의 지형이 펼쳐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갈릴레오가 흑점의 위치 이동을 보고 태양의 자전을 알아냈듯이 과학자들도 이 별이 18일을 주기로 자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더 중요한 것은 제타 안드로메다가 태양과 비슷한 별이지만, 그보다 젊은 별로써 태양의 과거 역사를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관측 결과를 통해 태양이 초창기에는 지금보다 더 큰 흑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분포 역시 극지방에 몰려 있는 등 지금과는 다른 흑점 활동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갈릴레오의 시대에서 400년 후에 이제 다른 별의 흑점을 관측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면서 이번 관측 결과를 자축했다. 앞으로 강력한 망원경과 간섭계 기술을 통해서 다른 별의 흑점을 더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Roettenbacher et al.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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