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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직고 옆 금정산 자락 쾌적한 입지 ‘두비앙 에코힐’ 모델하우스 25일 공개

    사직고 옆 금정산 자락 쾌적한 입지 ‘두비앙 에코힐’ 모델하우스 25일 공개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에 지어질 ‘두비앙 에코힐’이 오는 25일 모델하우스를 오픈하고 분양에 나선다고 밝혔다. 두비앙 에코힐은 부산 도심이면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이 제공되는 명당에 위치하고 있어 실 수요층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비앙 에코힐은 금정산 자락에 위치하여 단지가 산책로로 바로 연결되어 있어 쾌적하고 건강한 생활이 가능하다. 그리하여 금정산의 자연 전망과 사직의 화려한 도심전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또한 두비앙 에코힐은 사직고 바로 옆 온천동에 위치하며 사직동과 경계지역으로 사직 생활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하고자 하는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지역이다. 전통적으로 부산의 8학군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부산의 내로라하는 명문학교가 밀집되어 있다. 단지 반경 300m 이내에 사직고, 온천중, 달북초교가 위치해 도보통학이 가능하며 동인고, 사직여고, 사직중, 사직여중이 인접해있어 최고의 교육환경을 자랑한다. 인근 부동산 중계업자는 25일 “동래구 일대는 오래 전부터 부촌이었던 지역이며, 교육여건이 좋다”며 “교육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이 이주하려는 경우가 잦다”고 전했다. 또한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메가마트, 부산의료원 등 풍부한 편의시설과 사직종합운동장, 시청, 교육청, 법조타운이 인접해 주거지역 선호도 1순위로 꼽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지하철, 버스 등 풍부한 대중교통과 제2만덕터널로 경부·남해고속도로의 진출입이 편리해 교통여건도 좋다. 쾌적한 자연 환경의 수혜를 극대화하기위해 전 세대를 남향위주로 배치하였고, 3.5Bay 구조와 수납공간이 극대화된 평면을 구현했다. 한편 '두비앙 에코힐'의 견본주택은 동래구 중앙대에 마련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사고] 서울신문 신춘문예 샛별 기다립니다

    어둠이 짙었던 올 한 해 우리에게 환희의 순간을 안긴 주인공이 있습니다. 세계 문학계의 시선을 한국 문학으로 끌어모은 소설가 한강입니다. 그는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22년 전 한강을 알아본 눈 밝은 서울신문이 우리 문단을 밝힐 샛별을 찾습니다. 밀도 높은 성찰, 팽팽하게 벼려진 감각으로 시대를 들깨울 당신을 기다립니다. “무릎이 꺾인다 해도 그 꺾이는 무릎으로 다시 한 발자국 내딛는 용기”(1994년 한강의 당선 소감에서)로 도전하십시오. ■마감 2016년 12월 8일 목요일(당일 도착 우편물까지 유효) ■모집 부문 및 상금 ●단편소설(80장 안팎) 500만원 ●시(3편 이상) 300만원 ●시조(3편 이상) 250만원 ●희곡(90장 안팎) 250만원 ●문학평론(70장 안팎) 250만원 ●동화(30장 안팎) 250만원 ※원고량은 200자 원고지 기준 ■당선작 발표 2017년 1월 1일자 서울신문 지면 ■응모 요령 -응모작은 기존에 어떤 형태로든 발표되지 않은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같은 원고를 타사 신춘문예에 중복 투고하거나 표절로 인정될 경우 당선을 취소합니다. -컴퓨터로 작성한 원고는 반드시 A4 용지로 출력해 우송하십시오. 팩스나 이메일 원고는 받지 않습니다. -겉봉투에 ‘신춘문예 응모작 ○○ 부문’이라고 붉은 글씨로 쓰고 이름(반드시 본명), 주소, 연락처(집·직장 전화, 휴대전화)는 A4 용지에 별도로 적어 원고 뒤에 첨부해 주십시오. -응모작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보내실 곳 (우편번호 04520) 서울 중구 세종대로 124 서울신문사 3층 편집국 문화부 신춘문예 담당자 앞 ■문의 서울신문 문화부(02)2000-9192~5
  • [지금, 이 영화] ‘캡틴 판타스틱’

    [지금, 이 영화] ‘캡틴 판타스틱’

    벤(비고 모텐슨)은 여섯 아이의 아버지이자 교사다. 그는 곧 성년이 되는 첫째 보(조지 매케이)부터 벌거벗고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막내 나이(찰리 쇼트웰)까지 혼자 가르친다.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는 벤의 교육 목표는 플라톤적 이상 사회를 건설할 철인 양성이다. 그래서 그는 철학과 과학(기하학), 신체 단련을 병행하는 전인 교육을 실시한다. 벤의 가르침은 결실을 맺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또래에 비해 월등한 지력과 체력을 갖게 된다. 예컨대 이제 겨우 열 살 남짓한 다섯째 사자(슈리 크룩스)는 비상한 암기력과 논리력―‘권리 장전’에 대한 설명으로 고등학교에 다니는 사촌을 압도한다. 그런데 영화 ‘캡틴 판타스틱’을 연출한 맷 로스 감독은 이런 장면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이렇게 묻는 것 같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로만 유지될 수 있는 이상 (가족) 사회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것은 우리 모두의 천국이 아니라, 실은 벤 ‘당신만의 천국’이지 않을까. 그런 질문에 답하려는 과정이 작품에서는 로드 무비적 요소로 나타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사람은 레슬리다. 여섯 아이의 어머니이자 교사였던 그녀는 조울증에 시달리다 병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덩그러니 남겨진 일곱 식구는 긴 여행에 나선다. 마지막으로 레슬리를 만나고 제대로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다. 여정은 낯선 것과 마주치는 경험의 연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길 위에 있는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다.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 철인이 되어 가는 듯 보였던 여섯 아이는 물론이고 이들로 하여금 작은 이상 사회를 구현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벤의 인식도 차츰 바뀌게 된다. 벤의 가족이 향하는 곳은 더 나은 쪽이라기보다는 덜 나쁜 쪽이다. 적어도 자식들은 마땅히 따라야 한다고 여겼던 ‘아버지의 법’을 의심할 수 있게 되었고, 벤도 자신의 신념이 과욕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번도 회의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는 사람은 맹목이기 십상이다. 집 밖에 나가 항해하면서 벤과 아이들은 자기 인생의 진짜 선장(캡틴)이 된다. 벤이 참조했던, 플라톤을 전유한 루소의 교육론에 쓰여 있는 것처럼. “삶을 사는 것이 내가 그에게 가르치고 싶은 일이다. 내 손을 떠날 때 그는, 나도 인정하건대, 법률가도 군인도 성직자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는 필요할 경우 누구 못지않게, 한 인간이 되어야 할 바가 무엇이든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운명이 그의 위치를 바꾸려 해도 소용없이, 그는 언제나 그의 자리에 있을 것이다.”(장 자크 루소, 이용철·문경자 옮김, ‘에밀 또는 교육론 1’, 한길사, 2007, 67쪽) 벤과 아이들은 책에 적힌 삶을 넘어선다. 그들은 실제 삶을 살며 다시 배운다. 30일 개봉. 15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연세대 언더우드가 기념관 화재 발생…소방관 1명 쓰러져 병원 이송

    연세대 언더우드가 기념관 화재 발생…소방관 1명 쓰러져 병원 이송

    연세대 신촌캠퍼스 안에 있는 언더우드가(家) 기념관에 불이 났다. 학생 및 교직원의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화재 진압 중 소방관 1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24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8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내의 언더우드가(家) 기념관에 불이 났다. 지하 1층에서 시작된 불이 2층 꼭대기까지 번지는 바람에 건물 내부 상당 부분이 타거나 그을렸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32대와 소방관 92명을 출동했다. 그런데 화재 진화 과정 중 소방관 1명이 작업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기를 마셔 어지럼증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 다른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원이 아침에 출근해 보일러실을 점검하러 왔다가 연기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서대문소방서 관계자는 “기념관 내부에 있던 중요 전시품은 대부분 밖으로 꺼냈다”면서 “자세한 재산 피해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물 외부는 석조지만 내부가 전부 목조여서 불이 금방 꼭대기까지 옮겨붙었다”면서 “지붕 기와를 깨면서 서까래에 붙은 불을 끄느라 화재 완전 진압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언더우드가 기념관은 연세대 설립자인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한국명 원두우) 선교사 일가가 살던 연희동 사택을 복원·개조해 만든 건물이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아들이자 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3대 교장인 호러스 호튼 언더우드(한국명 원한경) 박사가 1927년 지었으며 2003년 복원·개조돼 ‘언더우드가 기념관’으로 이름 지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토요일, 촛불을 들고 수확하는 신/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

    [열린세상] 토요일, 촛불을 들고 수확하는 신/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

    요즘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요일은 토요일이다. 토요일이란 무엇인가? 토요일은 학교에 처음 다니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내게 최고의 날이었다. 그것은 일요일보다 훨씬 멋진 날이다. 일요일은 휴일이지만,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시작하는 노동의 일주일을 예고하기에 마음이 무거운 하루였다. 반면 토요일은 일요일이라는 광대한 자유를 앞에 두고 있는 예외적인 시간, 희망과 자유와 축제의 날이었다. 그것은 다른 여섯 날 동안 숨어 있던 모든 기쁨이 등장하는 시간이다. 토요일만이 지니는 특별한 들뜬 분위기는 문학 작품들 속에서도 확인되는데, 가령 하루키의 대표작 ‘노르웨이의 숲’의 주인공은 썸 타는 여인을 토요일에 이렇게 기다리기도 한다. “토요일 밤이 되면, 나는 전화기가 있는 현관 로비의 의자에 앉아서 나오코의 전화를 기다렸다.” ‘노르웨이의 숲’의 중요 키워드는 토요일이다. 미신이 유행이니까 우리도 천문학보다는 점성술의 어법으로 말해보자. 토요일은 사투르누스 신의 날이다. 이 신의 영어식 표기가 새턴이고 새턴의 날이 새터데이, 토요일이다. 그리고 사투르누스, 즉 새턴은 토성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에 대응하는 로마 신 사투르누스는 매우 접근하기 어려운 신이다. 너무도 다양한 성격을 지닌 이집트의 세트만큼이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신이라 할 수 있다. 사투르누스의 복잡한 성격은 그가 서로 대립하는 영혼들로 이루어진 데서 기인한다. 발터 베냐민이 ‘독일 비애극의 원천’(최성만·김유동 옮김)에 쓰고 있는 것처럼, 사투르누스는 ‘우울함’과 ‘광적인 황홀감’이라는 두 개의 영혼을 가졌다. 이 사실은 벌써 사투르누스의 날이 우리의 토요일 자체임을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토요일 광화문 앞에서 우리는 통치자 때문에 우울하고, 촛불 때문에 황홀하다. 사투르누스가 이중적인 만큼 이 신의 기원인 그리스 신 크로노스 역시 이중적이다. 크로노스는 지배자이기도 하지만 왕위를 잃는 신이기도 하다. 파노프스키가 말하듯 그는 “서투른 쾌락에 속아 넘어가는 흉물이자, 대단히 영리한 자”이기도 하다. 고대 신앙의 중심에는 사투르누스가 있다. 사투르누스는 크로노스와 마찬가지로 시간을 지배하기에 당연히 일 년 열두 달의 지배자이다. 그런데 일 년 열두 달을 지배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주어진 시간 동안 거두어들이는 수확을 지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토요일의 신은 단지 곡물만을 수확하는 게 아니다. 너는 너에게 맡겨진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가 질책하며, 인간도 수확한다. 베냐민의 표현을 빌리면 사투르누스는 “더이상 곡식이 아니라 인간을 거둬들이는 데 필요한 낫을 갖고 죽음을 수확하는 자가 되었다.” 그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따져 묻는 판관처럼 인간을 수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토요일의 신은 낫 대신, 더 무서운 촛불을 들고 있다. 토요일은 바로 너울대는 광선 검, 촛불이 수확하는 날인 것이다. 사투르누스는 우리들의 토성 요일에 대해 또 귀띔해 준다. 베냐민이 길로우를 인용하며 말하듯 사투르누스의 행성, 즉 토성은 고대의 관념에서 ‘가장 높이 떠 있고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먼 행성으로서, 모든 심오한 명상의 주창자로서 영혼을 계속해서 더 높은 곳으로 고양해 결국에는 지고한 지식과 예언적인 재능을 부여하는’ 별이다. 이제 알겠다. 왜 일상생활의 천편일률적인 연속이 갑자기 중지될 수밖에 없는 토요일이라는 놀라운 하루가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모두 일상이 정지할 수밖에 없는 일주일의 예외적인 하루, 사투르누스의 날을 지금 가장 그날답게 살고 있는 것이다. 토요일이 다른 모든 요일을 먹여 살릴 것이다. 토요일은 심오한 명상의 산물이며, 우리 모두를 높은 곳으로 고양하는 날이자, 무엇보다도 장차 도래해야만 하는 일을 예언적으로 알려주는 날이다. 토요일의 국민은 앞으로 어떤 사건이 도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운명의 고지자이자 참다운 지식 자체, 진리인 것이다. 이 진리가 탄생하기 위해 여섯 날이 토요일 앞에서 멈춘다. 그러니 진리에 눈을 열라. 우리에겐 11월 26일도 예외 없는 토요일, 필연적인 하루다.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If thou must love me)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다른 아무것도 아닌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 주세요. “난 그녀의 미소 때문에, 외모 때문에, 상냥스러운 말투 때문에, 내 생각과 잘 어울리는 재치 있는 생각 때문에, 어느 날 즐겁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해”라고 말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이러한 것들은 스스로 변하거나, 당신 마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니, 그렇게 엮인 사랑은 또 그렇게 풀릴지도 모릅니다. 내 뺨에 눈물을 닦아 주고픈 그대의 연민 때문에 나를 사랑하지도 마세요. 그대의 위로를 오래 받은 사람이 울기를 잊어버리면, 그대의 사랑을 잃을지도 모르니까요!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 나를 사랑해 주세요, 사랑의 영원함 속에서, 언제까지나 그대가 나를 사랑하도록. If thou must love me, let it be for nought Except for love’s sake only. Do not say “I love her for her smile-her look-her way Of speaking gently,-for a trick of thought That falls in well with mine, and certes brought A sense of pleasant ease on such a day-” For these things in themselves, Beloved, may Be changed, or change for thee,-and love, so wrought, May be unwrought so. Neither love me for Thine own dear pity’s wiping my cheek dry: A creature might forget to weep, who bore Thy comfort long, and lose thy love thereby! But love me for love’s sake, that evermore Thou mayst love on, through love’s eternity. * 철없던 시절에 읽은 엘리자베스 브라우닝(1806~1861)의 시를 나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아무것도 아닌, 사랑 그 자체만을 위해 사랑해 달라니. 뭔 뜻일까. 연애소설만 들입다 읽었지 연애의 문턱에도 가 보지 못했던 스무 살의 내게 브라우닝의 저 유명한 연애시는 물음표로 남아 있었다. 작년이던가. 관악구민들을 위해 시 강의를 준비하며 ‘If thou must love me’가 새롭게 다가왔다.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은 영국의 시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이 그녀의 남편이 될 로버트 브라우닝(1812~1889)에 대한 애정과 고민을 녹여 쓴 14행의 소네트다.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이 아니라 ‘사랑해야 한다면’이다. 그만큼 절박하고, 아무 사랑이나 받지 않겠다는 결의가 내비친다. 대화체에 인용문이 삽입돼, 사랑이라는 단어가 열 번이나 나오는데도 지루하지 않다. 내가 감탄한 구절: ‘그대의 위로에 익숙해진 내가 울기를 잊어버리면, 그대의 사랑을 잃을지도 모르니까요!’ 얼마나 재치 넘치는 표현인가. 연민과 사랑의 차이를 귀엽게 증명한 그녀. 여섯 살이나 어린 로버트가 그녀에게 왜 반했는지 짐작이 간다. 장애인이었던 그녀는 당시 의학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통증을 달고 살았다. 지금은 뜨겁지만 언젠가 로버트가 병약한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두려웠으리. 환자였던 그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진실을 보았다. 미소 때문에, 외모 때문에, 상냥스러운 말투 때문에, 재치있는 말 때문에 나를 사랑하지 마세요.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달라는 말투에서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스트의 자의식이 엿보인다.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은 자메이카에서 사탕수수 농장을 경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12명의 자녀 중 맏딸로 영국의 더럼에서 태어났다. 소녀 시절은 시골집에서 행복하게 보냈다. 어머니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여섯 살부터 시를 지었고, 열네 살에 첫 시를 발표했다. 열다섯 살에 척추를 다쳐 극심한 두통과 척추통을 앓아 하루 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책을 벗 삼아 지냈다. 1838년에 처녀 시집을 펴내고 시골의 저택에 칩거하다 남동생 에드워드가 물에 빠져 죽은 뒤로는 가까운 몇몇 외에는 사람 만나는 것을 병적으로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이름은 문단에 두루 알려져 있었고, 1844년에 나온 ‘E 배럿의 시집’에 영국의 독자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녀의 시는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1845년 1월에 그녀는 6살 연하의 무명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으로부터 뜨거운 편지를 받았다. “친애하는 배럿양. 귀하의 시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건대 귀하의 시집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리고 배럿양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문학 사상 가장 아름다운 로맨스라는 브라우닝 부부의 러브스토리는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엔 편지만 주고받다 초여름에 두 사람은 만났다. 이들의 만남은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에게는 비밀에 부쳐졌다. 이즈음 그녀가 쓴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에는 주저하는 여자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1846년, 마흔 살의 신부 엘리자베스는 런던의 아버지 집에서 브라우닝과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한 뒤에도 그녀는 1주일을 더 런던의 친정집에서 살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알려지자 아버지는 물론 남동생들도 그녀를 비난했다. 브라우닝 부부는 이탈리아로 이주했고, 엘리자베스의 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딸을 용서하지 않았다. 부부는 피렌체에 정착했고 1849년 아들을 낳았다. 말년에 그녀는 사회·정치 문제에 관심을 쏟아 미국의 노예제도를 비판하는 시를 썼다. 엘리자베스는 1861년 여름, 심한 독감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부인이 죽은 뒤 로버트는 재혼하지 않고 77세까지 장수하며 영문학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을 생산했다. 사랑이 영원한 건지, 예술이 영원한 건지. 변치 않을 무엇이 그리운 계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0>TBWA코리아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대표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0>TBWA코리아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대표

    야구선수의 타율이나 방어율과 비슷한 지표가 광고인들에게도 있다. 기업들이 어느 광고 대행사에 자사 광고를 맡길지를 정하는 경쟁입찰에서 얼마만큼의 수주를 해내느냐가 그것이다. 통상 2할5푼(4회 입찰해 1회 수주) 정도가 광고업계의 평균인데 박웅현 대표는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10건의 입찰에 참여해서 9건을 수주한 해도 있었다. 그에게 광고를 맡기면 다른 곳보다 확실한 결과를 낸다는 것을 광고주들이 두루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제일기획에서 17년을 보낸 뒤 글로벌 광고회사 TBWA코리아로 옮겨 2014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대표(CCO)를 맡고 있다. 광고만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콘텐츠를 책, 다큐멘터리, 공연 등 다양한 틀에 접목 해보는 실험가이기도 하다. 그의 ‘책은 도끼다’와 ‘여덟 단어’가 요즘 출판계에서 보기 드물게 각각 ‘100쇄’를 돌파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유명해졌다. ▲1961년 경기 동두천 출생 ▲돈암초, 용호중, 배재고,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뉴욕대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제일기획(1987년), TBWA코리아 제작 전문임원(2004년) ▲칸국제광고제 심사위원, 아시아퍼시픽광고제 심사위원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 ‘다시, 책은 도끼다’ 등 저술 그에게 명함 뒷면은 하얀 도화지다. 줄이 쳐져 있지 않은 작은 공책이다. 그때그때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일들을 글자나 그림으로 새겨 넣는다. ‘진심이 짓는다’와 같은 광고 카피가 그곳을 채운 적도 있었고, ‘돈키호테’의 이미지가 거기를 다녀간 적도 있었다. 지금은 ‘망치’란 두 글자가 빨간색 해머와 함께 그려져 있다. 2014년부터 젊은이들의 꿈과 창의력을 키워 주기 위해 진행해 온 강연 프로젝트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세상을 두드리는 작은 망치질’의 의미를 소리 높여 말해 주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박웅현(55)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대표를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1993년 가을 어느 날. 우리는 오디션 경연장에 선 가수 지망생 같은 심정으로 앞에 앉은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제일모직 의류 브랜드 ‘빈폴’의 TV CF 최종 시안 발표를 조금 전에 막 끝낸 참이었다. 우리 앞의 그들은 우리에게 CF 제작을 의뢰한 제일모직 간부들이었다. 몇 달을 고민한 결과를 쏟아낸 우리는 그들이 ‘OK’ 사인을 내주기만을 숨죽여 기다렸다. 당시 제일모직은 커져 가는 고급 캐주얼 시장에 자체 브랜드 ‘빈폴’을 내놓았지만 ‘폴로’, ‘라코스테’ 같은 외국 회사들에 밀려 고전하고 있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라는 메인 카피를 배우 한석규의 목소리에 담아낸 영상이 끝났지만, 그들은 한참을 팔짱만 끼고 있었다. 얼마 후 한 임원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에 들어와서 뭐가 어쨌다는거요?” 아, 우리가 만용을 부린 걸까. 사실 광고주들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요구했던 카피가 있긴 했다. 브랜드의 슬로건이 ‘도심 속의 자연주의’이니 그 표현을 그대로 광고에도 살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카피로는 소비자들에게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을 게 뻔했다. 나는 ‘라코스테’의 악어나 ‘폴로’의 말(馬)과 같은 ‘빈폴’의 자전거에 주목했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잖아요. 사랑하는 여인의 가슴에 붙은 상징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차가운 반응 속에 시안 발표 자리가 파하려는데, 한 임원이 불쑥 제안을 했다. “40~50대인 우리들이 빈폴의 주요 타깃 고객층은 아니잖아요. 20, 30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들어봅시다.” 잠시 후 제일모직의 젊은 여직원들이 불려왔고, 상황은 그걸로 끝이었다. 빈폴은 우리가 제작한 CF를 기점으로 소비자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광고를 잘 만들어서 브랜드가 떴다고 말해 주는 광고주는 없다. 자신들이 브랜드 콘셉트를 잘 잡고 제품을 잘 만들어서 그렇다고 말할 뿐이다. 반대로 제품이 뜨지 않으면 광고주들은 “광고를 못 만들었기 때문”이라 탓을 돌린다. 그것은 우리 직업의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1975년 중2 때부터 나의 방대한 양의 책 읽기가 시작됐다. 이유는 수업 때문이었다. 당시 선생님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같은 작품들을 읽고 감상문을 써오는 숙제를 많이 내주셨는데, 나는 독후감 낭독에 단골로 호명이 됐다. 그때 나 같은 친구들이 몇 명 더 있었는데 ‘내가 좀더 잘써야지’, ‘내가 더 많이 읽어야지’ 같은 일종의 경쟁심리 같은 게 생겼다. ‘호밀밭의 파수꾼’(샐린저), ‘개선문’(레마르크), ‘폭풍의 언덕’(브론테), ‘수레바퀴 아래서’(헤세), ‘인간의 굴레’(몸) 같은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배재고에 들어가서는 학교신문을 만드는 데 빠져 살았다. 누가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언제나 ‘칼럼니스트’였다. 결국 재수까지 해서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갔고, 여기에서도 꿈을 이루겠다며 14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학보사에 발을 들였다. 대학 때에는 한국문학에 심취했다. 이문열, 황석영, 이외수, 김원일, 이청준, 오정희 등을 찾아 도서관에서 살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책읽기는 내가 기자가 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문학과 철학, 역사를 두루 섭렵하는 것을 기자가 되기 위한 소양으로 생각하던 나에게 사법시험 준비 수준의 언론사 공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었다. ‘피터팬 신드롬’이니 ‘레임덕’이니 하는 시사용어를 모르면 기자가 될 수 없다는 건 내게 난센스였다. 상식책을 덮어버린 그날, 나는 친구들 보란 듯이 도서관에 가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펼쳐들었다. 친구들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그들에게 독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그게 상식이냐, 이게 상식이지.” -대학을 졸업한 1987년의 크리스마스 이브, 나는 학교 다닐때 상상도 하지 않았던 광고회사(제일기획)에 들어갔다. ‘뉴스 콘텐츠’ 대신에 ‘광고 콘텐츠’를 생업으로 택한 것이었다. 내 또래에 나만큼 책을 많이 읽은 사람도 없고 사고의 깊이가 나만 한 사람도 별로 없을 거란 막연한 자신감이 나에겐 있었다. 하지만 그건 요즘 말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다독(多讀) 때문이었을까, 광고인으로서 나는 너무 사변적이었다. 81학번으로 군사정권 치하에 학교를 다녔고, 대학 학보사 기자로서 현실을 비판해 왔으며, 학과 선배들과 사회과학의 벽을 깨는 훈련을 받아 온 나는 논리적으로 정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다. “야, 박웅현, 향수 파는데 무슨 논리가 그렇게 장황하냐.” 선배들은 나와 함께 일하기를 싫어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 주는 배움과 성장의 섭리는 나에게도 아주 예외는 아니었다. 입사 4년 정도가 지난 1992년. 당시 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던 오영곤(현재 서울광고기획 부사장) 국장이 우연히 내 카피를 보게 됐다. “야, 이거 누가 썼냐. 광고의 맥을 아주 잘 짚었네. 특히 논리가 뛰어나다.” 그는 이후에도 나를 여러 번 칭찬해 주었다.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논리적인 게 나의 발목을 잡았는데, 그래서 나는 이 바닥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외려 그것 때문에 칭찬을 받게 되다니….’ 자신감은 성과로 이어졌다. 얼마 후 나는 ‘성깔 있는 두부’라는 풀무원 제품 카피를 써서 사내 입지를 확연히 넓힐 수 있었다. 선배들이 “같은 팀이 돼서 일해 보자”며 손짓을 해 왔다. -1995년 삼성그룹 이미지 광고 카피로 나온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시리즈는 ‘빈폴’ 못지않은 성공을 거뒀다. 삼성의 ‘세계 일류’ 캠페인이었는데, 신문광고를 통해 ‘(닐 암스트롱에 이어) 달에 두 번째로 도착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느냐’, ‘손기정이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일등했을 때 2등이 누구였는지 아느냐’와 같이 1등을 강조하는 광고였다. -어떤 광고에 가장 만족하느냐는 질문을 꽤 많이 받는데, 우리 사회에 담론을 던졌다는 측면에서는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KTF) 같은 것들이 의미 있었다고 본다. ‘진심이 짓는다’(대림 e편한세상)는 아파트 광고의 프레임을 바꾸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가 지은 책들이 이렇게 잘 팔릴 줄은 나는 물론이고 출판사도 상상하지 못했다. 2011년에 출간된 ‘책은 도끼다’가 5년이 흐른 지금도 인기가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 ‘책은 도끼다’가 107쇄, ‘다시 책은 도끼다’가 26쇄를 찍었고 ‘여덟단어’는 119쇄까지 갔다. 100쇄 도서가 많지 않은 요즘 한 사람의 책 2권이 동시에 100쇄를 넘어간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들었다. 사람들에게 어떤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책에 대해 말한 기존의 도서들이 “이 책들을 통해 내가 뭘 배웠다”고 이야기하는 식이라면, 내 책은 그냥 ‘책으로 접근하는 다리’ 정도의 역할만 해준게 외려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책을 잡아도 잘 읽히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그건 사실 나도 똑같다. 눈으로 받아들인 활자의 내용이 머리에 와닿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에는 안 읽는 게 답이다. 잘못하면 보석 같은 페이지를 다 놓칠 수 있다. 어떤 책이 눈에 안 들어오면 다른 책을 읽어 보고 그것도 안 읽히면 놓는 것이 상책이다. 사람이 물리적 시간만 확보된다고 텍스트에 빠져드는 게 아니다. 심리적인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 -책읽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존중이다. 같은 책이어도 10대 때 읽은 것과 50대에 읽은 것이 다를 수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중국·일본 기행 ‘천상의 두 나라’가 나에겐 딱 그랬다. 40대 중반쯤에 그 책을 읽었는데 카잔차키스의 다른 책들과 달리 그다지 재미있게 읽히지 않아서 서가에 꽂아 두고 있었다. 2~3년 후 서가를 뒤적이다 우연히 책이 손에 잡혀서 펼쳐봤는데 완전히 달랐다. 물리적인 상태의 책은 전과 지금이 같겠지만, ‘나’라는 유기체와의 관계에서 본 그 책은 전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좋은 책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책이 될 확률은 적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권장도서’, ‘고전 100선’ 같은 것들을 믿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이유다. 그건 바깥에서 부여한 권위일 뿐이다. 나라는 유기체와 불꽃이 튀겨야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내가 낸 책들이 잘 팔리면서 마치 ‘인문학의 전도사’ 같은 평가를 받게 됐는데 사실 부담스럽다. 나는 광고를 만들어서 먹고사는 사람이다.(인터뷰를 하는 3시간여 동안 그의 휴대전화에는 업무와 관련한 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이 쉴새없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앞으로 책으로 다뤄 보고 싶은 단어를 고르라고 하면 ‘사유’나 ‘사색’을 고르겠다. 작은 불 하나 켜 놓고 눈감고 20~30분 동안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내 위치도 한번 돌아보고 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중요하다. ‘인풋’도 ‘아웃풋’도 없는 ‘노풋’의 시대가 와야 한다.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강박이 있다. 그 결과 지식과 정보의 소화불량에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차로에 갇혔던 광화문광장 ‘촛불’에 열렸다

    차로에 갇혔던 광화문광장 ‘촛불’에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차도로 꽉 막힌 반쪽짜리 서울 광화문광장을 시민들의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공권력의 상징으로 불린 여의도광장이 현대적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첫 광장이었지만, 2004년 서울광장이 등장하면서 효순·미선이 사건, 광우병 집회 등 광장은 촛불로 민의를 표현하는 공간이 됐다. 전문가들은 광화문광장도 조성 초기에 집회를 금지하는 등 서울광장보다 여의도광장과 비슷한 성향이었지만, 결국 시민들이 세종대로를 점거하면서 고립된 섬을 열린 공간으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또 향후 광장은 정치적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일상의 의견이 만나는 곳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2013년 2월 25일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광화문광장에서 오방낭으로 뒤늦게 유명해진 ‘행복주머니 행사’에 참여했다. 3년 9개월 뒤 같은 곳에서는 주말마다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실 2009년 8월 등장한 광화문광장은 ‘반쪽짜리’라는 비난을 받았다. 조선 시대 왕·신하·백성이 교류하던 육조거리의 전통을 부활시키려 했지만 왕복 12차선인 세종대로의 중앙에 위치한 데다 화단·분수대 등으로 통행 흐름도 끊었다. 서울시는 당시 조례를 만들어 집회·시위 등의 정치적 활동도 제한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광장은 가게로 둘러싸여 사람들의 출입이 자유로운데, 광화문광장은 넓은 차로가 보행자의 접근을 차단한다”며 “또 가로세로 길이가 비슷할 때 방향성 없이 다원적인 행동이 일어나는데, 광화문광장은 세로로 긴 형태라 다수의 행동에 제약을 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2000년 이전에는 ‘광장’이 소통의 통로로 거의 기능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에는 ‘대로’가 광장의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하상복 목포대 정치학과 교수는 “민주화운동으로 시민들의 머릿속에 광장, 즉 열린 공간에 대한 욕구가 자리잡게 됐다”며 “하지만 대로나 거리가 그 역할을 대체했다”고 말했다. 그는 “광장이 모든 목소리를 인정하고 교류하는 다원적 공간이라면, 방향이 있는 대로는 돌격과 투쟁의 공간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1972년 탄생한 여의도광장은 현대적 의미에서 첫 광장임에도 ‘권력자의 과시 공간’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영문학과 교수는 “여의도광장은 정부의 목소리가 표출되고 국민의 목소리는 봉쇄되는 공간이었다”며 “광장이 아니라 권력자를 위한 ‘무대’로서 기능했다”고 말했다. 여의도광장은 1999년 여의도공원으로 바뀌었다. 2004년 5월에 생긴 서울광장은 ‘광장의 태동’으로 불린다. 정치적 집회 장소이자 문화 공간으로도 이용됐다. 하상복 교수는 “2002년 월드컵,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 등 사회·문화적 이벤트를 여는 장소가 됐고, 촛불문화제 공간이 된 광화문광장의 씨앗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열린 공간으로서의 광장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전상현 도시컨설턴트는 “서울시가 인위적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광화문광장도 태생적인 한계를 갖는다”며 “그러나 그 한계를 촛불집회라는 문화를 통해 시민들이 극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택광 교수는 “광화문광장은 청와대와 가깝다는 ‘위치의 상징성’ 때문에 시민들이 ‘자발적 점령’을 하게 되면서 구조적 한계를 딛고 광장으로서 걸음마를 떼게 됐다”고 말했다. 유현준 교수도 “광화문광장의 접근성과 비율의 문제는 시민들이 차도를 통째로 점령하는 순간 해결됐다”고 전했다. 그는 “남은 과제는 정치적 집회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광장이 문화와 의견을 나누는 공간으로 남을지 여부”라고 말했다. 하상복 교수도 “광장이 다원적 기능을 할 수 있을 때 정치 참여의 무대로서 균형을 갖출 수 있다”고 밝혔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채점기준 파악 후 과목별 공략 효과봤죠”

    “채점기준 파악 후 과목별 공략 효과봤죠”

    2017년도 5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 일정이 확정됐다. 내년 1월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2월 25일 1차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치른다. 3개월 후 시작될 내년도 공채 시험에 응시할 수험생을 위해 올해 최고득점 또는 최연소로 합격 문턱을 넘은 일반행정, 교육행정, 국제통상, 재경 직렬별 합격자 4명을 인터뷰했다. 과목별 공부 방법, 수험 기간 생활패턴 등 합격 비결을 들어봤다. ●일반행정-입법·사법고시 기출까지 정복 올해 일반행정 직렬 응시자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로 합격한 최일암(30·서울대 행정대학원)씨는 2010년 여름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1차 시험만 7차례, 2차는 4차례 응시했습니다. 마지막 단계인 3차 면접은 올해 첫 응시였는데, 다행히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최씨는 처음에는 재경직에 지원했다가 대학원 진학 후 정책학을 전공하면서 일반행정으로 응시 직렬을 변경했다. 최씨는 “일반행정직으로 응시할 경우 1차 PSAT합격이 재경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고, 거의 모든 부처에 지원할 수 있는 직렬이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최씨는 반드시 필요한 1차 시험 대비법으로 기출문제 분석을 꼽았다. “기출문제를 철저히 분석해 출제자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논리학, 법률, 어림산 요령 등 지식이 요구되는 부분은 공부를 했고요.” 2차 논술형 필기 과목인 행정학에 대해서는 “사례집 중심으로 서브노트를 만들고 헌책방에서 여러 교수의 사례집을 구입해 발췌했다”고 최씨는 전했다. 이와 함께 5급 공채 필기시험뿐만 아니라 입법고시, 사법고시 등 모든 기출문제를 풀면서 교수들의 채점평, 고시계 강평 등을 참고해 채점자인 교수가 원하는 답안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응시직렬을 재경에서 일반행정으로 바꾸면서 최씨가 가장 단시간 안에 공부했던 과목은 정치학이다. “수험기간이 짧을수록 공부범위의 한계선을 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합격생 강의를 선택해 강의내용을 컴퓨터로 필기하고, 그 자료에 추가할 내용을 덧붙여 풀어쓰는 방식으로 서브노트를 만들었습니다.” 그에게 가장 극복하기 어려웠던 과목은 행정학이다. 최씨는 “행정학은 경제학과 달리 많은 현상을 설명하기 때문에 논리적 엄밀성이 떨어져 명쾌하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며 “신문 등을 읽으며 실사례를 찾아 이해도를 높였고, 아는 이론이나 사례를 동원해 답안을 완결하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3차 면접 준비를 위한 스터디를 2차 합격자 발표 전부터 시작했다. 직접 인력을 배치한다면 어느 부서에 우선적으로 할 것인지 묻는 질문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최씨는 수험생에게 “방대한 내용을 먼저 공부한 후 채점기준을 맞춰 나가기보다 과목, 문제별 채점기준을 알아내고 그에 맞춰 공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국제통상- 교재 하나 정해 통째로 암기 올해 국제통상 직렬 최고득점자 최우진(27·고려대 영문학과 4학년)씨는 2013년 2월부터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1차 PSAT 준비 방법과 관련, “학원에서 치르는 PSAT 문제가 깔끔하진 않지만, 긴장감이나 부담감 때문에 체감 난도는 실제 시험과 유사하다”며 “시험일 20일 전부터는 기출문제와 모의고사를 반복해 풀며, 틀린 문제를 검토했고 과목별로 유념해야 할 주의사항, 함정 피하기, 자주 하는 실수 등을 A4용지 1장에 정리해 시험 시작 직전까지 살폈다”고 말했다. 최씨는 2차 시험 때 행정법, 국제정치학, 국제경제학, 국제법, 영어를 치렀다. “기본적으로 모든 과목을 한 권으로 정리해 통째로 암기했고, 이를 기반으로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행정학은 직접 손으로 정리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씨는 “학원강사들이 제작한 암기노트 중심으로 일부 내용을 추가해 통째로 외웠다”며 “국제법은 김대순 교수의 국제법론을 기반으로 직접 주요 내용을 정리했고, 국제경제학은 학원 강사가 만든 모의고사 문제집을 통째로 베껴 쓰고 외웠다”고 말했다. 수험 기간 동안에는 학교 고시반에서 생활하고 강의는 모두 인터넷 동영상을 활용했다고 한다. 면접 때는 공직사회의 소극행정 행태에 대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이 나왔다. 최씨는 수험생들에게 “자신만의 템포를 찾아 공부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제 경우 학원 강의는 2순환까지만 들었고, 2차 답안을 작성할 때는 최대한 출제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하나의 주제나 흐름으로 소문제 답안을 엮어 논리, 문맥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조언했다. ●교육행정-교육심리학 5년 기출 풀고 첨삭 최성용(30·서울대 물리교육과 졸업)씨는 교육행정 직렬 응시자 가운데 최고 득점을 올렸다. 최종 합격까지 5년 남짓 시간이 걸렸다. 최씨가 1차 PSAT 시험을 대비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시간관리다. 최씨는 “10문제마다 시간을 측정해 속도를 조절했다”며 “기출문제나 모의고사를 풀면서 중요한 팁은 인터넷 클라우드에 업로드시켜 놓고 식사 때나 이동 시간에 봤다”고 말했다. PSAT 언어논리 과목은 참·거짓 문제나 벤다이어그램 등을 정리해놓으면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출제된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자료 해석은 숫자 계산 연습을 많이 했고, 상황판단 문제는 학원 강의를 2년 정도 들었습니다.” 2차 시험 과목에 대해 최씨는 “경제학은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 기본서를 읽으며, 내용·문제별 서브노트를 정리했다”며 “미시경제학은 문제를 많이 풀면서 답을 정확히 도출하는 연습을 했고, 거시경제학은 교과서를 여러 차례 읽은 뒤 가정과 모형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답안을 써내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행정법에서는 판례를 암기하고 사례에서 쟁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최씨는 “판례 암기는 먼저 핵심 키워드를 암기한 뒤 판례문구를 스스로 만들어보며 조사와 서술어를 판례문구와 비슷하게 적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행정학 답안 작성 시에는 현실 행정사례 해결에 중점을 뒀다고 최씨는 설명했다. 교육행정직과 같은 소수직렬 과목은 학원 강의나 모의고사를 접하기가 어렵다. 대안으로 최씨는 기출문제를 철저히 분석하고, 학부시절 공부했던 교육학 교과서를 통독한 뒤 복사집에서 판매하는 합격생 서브노트를 구해 내용을 추가하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가장 취약했던 과목은 교육심리학이다. “지난해 26점을 받다가 올해 시험에서는 40점 정도로 크게 올랐습니다. 지난해 겨울 교육심리학 교과서 2권을 꼼꼼히 1회독 한 후 최근 5년간 출제됐던 문제에 대한 답안을 작성해 첨삭을 받았습니다.” ●재경-모의고사 풀때 시간 더 촉박하게 올해 최연소 합격자는 재경 직렬에 응시한 유형석(20·서울대 경영학과 2학년)씨다. 유씨는 “대학 1학년 2학기 때부터 학업과 병행하며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며 “시험 준비기간은 총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 반년간은 학교 수업 때 5급 공채 2차 시험과 겹치는 경제학, 행정학 등 과목을 수강했다. “학교 수업 외 시간에는 인터넷 동영상으로 학원 강의를 들으면서 단기간에 시야를 넓히고 회독 수를 높일 수 있었지만, 시간·체력 관리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1차 PSAT시험 준비기간은 단 1개월이었다. 유씨는 “준비기간이 짧았던 탓에 기출문제에만 집중했다”며 “3월부터는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학원과 독서실을 오가며 2차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1차 시험 관련 팁으로 유씨는 “실전에서는 항상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모의고사를 풀 때 실제 시험 시간보다 짧은 시간에 문제를 풀어내는 연습을 했다”며 “매일 기출문제를 풀면서 반복해 읽고 암기했다”고 말했다. 2차 시험일까지 4개월간은 모의고사와 강의, 자습의 반복이었다. 유씨가 치른 과목은 경제학, 행정법, 행정학, 재정학, 국제경제학이다. “경제학을 공부할 때는 항상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답안지에 나타낼 수 있는가’를 염두에 뒀습니다. ‘정의, 가정-수식, 그래프-함의, 한계’ 틀을 계속 떠올리며 현재 공부하고 있는 내용이 이 중 어떤 단계에 포함되는지 생각해보려고 했습니다.” 경제학은 범위가 워낙 방대해 여러 책을 동시에 읽기보다는 한 책을 반복해 읽는 게 전체적인 틀을 파악하며 암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유씨는 전했다. 행정법은 가장 난해했던 과목이다. 그는 “기본서 두께에 위축돼 요약집을 반복해 읽다가 나중에는 문제점-학설-판례-검토별 키워드를 만들어 암기하니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행정학에 대해서는 “공부했던 내용과 시험문제가 크게 달라 가장 당황했던 과목”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또 “재정학의 이론 부문은 경제학적 측면, 제도 부문은 행정학적 측면에 가깝다고 판단해 풀이방법도 다르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국제경제학은 가정 및 설정에 따라 모형, 그래프, 함의 등이 달라진다”며 “A4용지 한 장에 무역론의 모든 모형을 가정에 따라 정리하면서 체계화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장지현 첫 시집 출간, 시 50여 편과 일러스트 작품 25편 함께 담아

    장지현 첫 시집 출간, 시 50여 편과 일러스트 작품 25편 함께 담아

    일상적으로 짧은 문자적 텍스트를 공유하고, SNS를 통해 짧은 문장과 한 장의 이미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현대인들은 이미 시와 늘 가까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고 압축적인 문장, 수많은 의미를 담아내는 한 장의 이미지를 소비하는데 익숙한 현대인들의 취향을 관통한 장지현 시인의 첫 시집 ‘다시’가 출간됐다. 푸른사상을 통해 펴낸 신간도서 ‘다시(푸른시인성6)’에는 시집 이름이기도 한 ‘다시’를 비롯해 맑고 순수한 세계를 개성적인 표현과 언어로 포착한 50여 편의 작품과 시에 어울리는 일러스트 25점이 함께 실려 있다. 한정판으로 출간된 초판에는 시인이 직접 그린 캐릭터 누비와 이비 엽서 두 장도 함께 포함돼 있다. 시인이 직접 그린 귀엽고 천진난만한 일러스트와 함께 시의 매력인 짧고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형식에 위트와 유머도 담고 있어 읽는 재미와 보는 즐거움을 시집 한 권에서 누릴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시를 접하고, 그에 공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푸른사상은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대부분 길이가 짧은데, 이는 장황하게 말하지 않고 간결하게 핵심을 전하는 어린아이의 화법을 닮아 있다. 순수한 세계를 짧은 형식으로 구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아이와 같이 깨끗하고 순진한 마음에서 우러난 다정한 기다림과 포용, 바라봄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장지현 시인은 2003년에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후 2006년 ‘오늘의 동시문학’으로 동시 시인이 됐다. 이어 올해 2016년에는 시 부문에서 수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에 당선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고운·정지연 디자이너 SFDF 수상

    정고운·정지연 디자이너 SFDF 수상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제12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정고운·정지연 디자이너를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SFDF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신진 패션 디자이너를 발굴해 해외 진출을 돕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올해 SFDF에서는 수상자를 포함해 총 20팀의 디자이너들에게 290만 달러(약 34억원)를 지원했으며 수상자인 정고운·정지연 디자이너에게는 각각 10만 달러(약 1억 1700만원)와 국내외 홍보활동 후원이 제공된다. 정고운 디자이너는 2012년 서울에서 여성복 브랜드인 ‘고엔제이’(Goen.J)를 론칭해 현재 런던 셀프리지, 뉴욕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 등에 입점해 있다. 정지연 디자이너는 2015년 봄·여름 시즌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 ‘렉토’(Recto)를 운영하고 있다. SFDF 사무국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SFDF를 통해 젊고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후원해 K패션의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향후에는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디자이너라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충분한 잠재력을 보인다면 국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에게도 수상의 기회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SFDF는 2012년부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패션 명문학교인 서울의 사디, 뉴욕의 파슨스,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재학생에게도 장학금을 주고 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영화로 만나는 거장들의 삶

    영화로 만나는 거장들의 삶

    30일 개봉하는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탄생 과정 그려 새달 22일에는 ‘에곤 쉴레’ 여동생 눈으로 본 표현주의 화가의 生 새달 예정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친구 에밀 졸라와 우정·성장과정 조명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괴테’(위)는 독일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탄생 과정을 담고 있다. 괴테의 청춘 시절 열정에 집중하는 것. 문학가를 꿈꾸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법학도가 되어야 했던 그는 법관 시보 시절 새로 사귄 친구인 변호사 요한 케스트너의 약혼녀 샤를로테 부프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이 사랑은 그러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좌절한 괴테는 자신의 열병을 녹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20대 중반에 일약 스타 작가가 된다. 이후 ‘파우스트’, ‘빌헬름 마이스터’ 등의 걸작을 쓰며 고전주의 문학의 거목이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영화는 2010년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괴테를 연기한 알렉산더 페링은 뮌헨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8세에 요절한 천재 화가의 불꽃 같은 삶을 그린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가운데)은 다음달 22일 개봉한다. 에곤 쉴레(1890~1918)는 인간의 관능적인 욕망과 실존 문제를 뒤틀리고 왜곡된 육체로 그려낸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다. 영화는 여동생 게르티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게르티를 비롯해 무용수 모아 만두, 구스타프 클림트의 모델이었던 발리 노이질, 아내 에디트 하름스까지 영감을 줬던 여인들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 곳곳에서 ‘검정 스타킹을 신은 여인’, ‘죽음과 여인’ 등의 걸작들을 만날 수 있다. 쉴레에게 큰 영향을 줬던 클림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역시 12월 개봉 예정인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아래)은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프랑스 화가 폴 세잔(1839~1906)과 자연주의 문학을 확립한 프랑스 문호 에밀 졸라(1840~1902)의 우정을 그린다. 영화는 1886년 화가 난 세잔이 졸라를 찾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실패한 화가의 삶을 그린 졸라의 소설 ‘작품’을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했기 때문. 졸라는 ‘테레즈 라캥’, ‘목로주점’ 등을 내놓으며 30대부터 일찌감치 명성을 쌓아갔던 반면, 세잔은 천재적인 재능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세잔이 대중적으로 이름을 얻은 것은 50대 중반에 이르러서다. 영화는 이들이 함께 자란 프랑스 남부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서로 교류하며 예술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되짚는다. 풍경화 ‘생트 빅투아르 산’를 비롯해 인물화, 정물화까지 다양한 세잔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세잔의 스승 격으로 평가받는 카미유 피사로, 프레데리크 바지유,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두아르 마네 등 인상파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들도 스크린을 스친다. ‘라붐’, ‘유 콜 잇 러브’ 등으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출신 다니엘르 톰슨이 연출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新전원일기] 물려받은 ‘손맛’ 청정 계룡산 ‘물맛’ 3년 숙성 ‘장맛’

    [新전원일기] 물려받은 ‘손맛’ 청정 계룡산 ‘물맛’ 3년 숙성 ‘장맛’

    사회적 기업 ‘소망’ 연매출 5억 ‘희망’ 해외 진출 ‘야망’ 처음에는 귀농도 귀촌도 아니었다. 사 남매 중 셋을 잘 키워 시집 장가 보내고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근무하던 남편도 은퇴했으니, 이제 남은 여생 우리 둘째딸 효진(42)이 곁에 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처음엔 뇌성마비 둘째딸 곁에 살려고 내려왔죠” “저 산 너머에 성모마을이라는 중증 장애인 시설이 있어요. 우리 효진이 집이죠. 뇌성마비 1급이거든요. 대전 살 때도 주말마다 왔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귀농 귀촌이라는 개념도 없이 이제 됐다. 가자, 우리 효진이랑 놀아 주고 봉사도 하며 살자. 그렇게 생각했던 거죠.” 충남 논산시 상월면에 위치한 ‘궁골식품영농조합’의 최명선(67) 대표가 오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계룡산 자락의 한 작은 마을로 이주해 오게 된 이유였다. 2005년 8월 마을의 농가 주택을 구입해 들어와서는 그저 매일 행복했다. 아침마다 성모 마을로 가서 효진이와 나란히 앉아 미사를 보고, 효진이 친구들과도 놀아 주고, 하루종일 자연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런데 밤에는 좀 무섭더라고요. 천지가 온통 다 캄캄해서 아예 밖을 내다볼 수도 없었죠. 한동안은 밤마다 미쳤어, 미쳤어, 여길 왜 왔어, 맨날 그랬어요. 새벽이면 이상한 새소리, 산짐승 소리까지 들려서 거의 잠을 잘 수도 없었고요.” 그러다가도 창밖이 부옇게 밝아오면 다시 다른 세상이 되더란다. 거실 창으로 황금 들판이 내다보였다. 초록이 우거진 산등성이에 드리운 구름 그림자, 지천으로 피어 있는 이름도 알 수 없는 갖가지 야생화, 온몸을 정화시키듯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나가는 맑디맑은 공기, 천지가 다 내 것인 듯 흐뭇해지더란다. “사람이 아무리 많이 가져도 손에 쥘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다 쳐다보며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부자가 된 듯 행복했어요.” 차츰 이 마을에 뜨는 달이 얼마나 예쁜지도 알게 되었다. 상월면, 대명리, 항월리, 사월리 인근의 마을 이름이 모두 달과 관련된 것들이다. 달이 얼마나 예쁜 동네이면 그런 이름들이 붙었을까. 다시 국문학 공부라도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마당 한편에 장독대 놓고 이집 저집 ‘장’ 담가 줘 당시만 해도 10여 가구뿐이었다는 마을에서 외지인으로서 갈등은 없었는지,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전통장 법인까지 설립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이사 와서 보니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의 저 나무 밑이 마을 어르신들의 놀이터더라고요. 제가 원체 성격이 좋아서 친구들이 많이 드나들어 먹을거리가 풍족한 편이었죠. 그래서 늘 간식거리도 내다 드리고 시간 날 때는 부침개도 부쳐다 드렸죠. 농작물이 나오면 도시 친구들에게 가져다 팔아드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콩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콩 한 말 팔아봐야 1만 8000원인데 메주로 띄워 팔면 6만원이었다. 어르신들에게 “이렇게 좋은 콩을 어찌 이리도 싸게 파느냐. 메주를 한 번 담가 보시라. 제가 팔아드릴게”라고 권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긴 하지만 어차피 집집마다 1년 먹을 장을 담그기 위해 직접 메주를 띄웠다. 이왕 하는 김에 양만 조금 늘리면 되는 것이었다. #‘장맛 좋다’ 입소문에 지인의 지인까지 찾아와 그런데 이번엔 도시의 지인들이 아파트에서 장을 담그면 맛이 없다고 푸념들을 했다. “우리 집 마당 넓잖아. 우리 집에다 담가 놓으면 되지”라고 했다. 그래서 하루종일 짱짱하게 햇볕 드는 마당 한쪽이 지인들의 장독대가 되었다. “그래 놓고 보니 더 많은 사람이 수시로 저희 집을 드나들게 된 거죠. 제가 담가 놓은 장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서 지인의 지인들까지 찾아와서 좀 팔면 안 되냐고 하기도 하고.” 그러기를 2년. 이걸로 아예 사업을 한 번 해 보면 어떨까 해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소일거리 삼아 시작했다. 2008년 허가를 내고 지역 농산물에 대해 알아가며 좀더 전문화하기 위해 발효 식품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2009년 법인으로 등록하고 소상공인 대출로 5000만원을 받아 시설을 갖추고 유통과 마케팅, 비즈니스 등까지 시간만 맞으면 모두 배우러 다녔다. 장맛은 절반이 물맛이란다. 청정지역인 계룡산 자락이니 물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친정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손맛에 마을 어른들의 조언까지 더했다. 인근 지역에서 수매한 콩으로 띄운 메주와 고추로 담근 장맛에 대한 자신감은 그래서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시행착오도 참 많이 겪었어요. 사실 이렇게 많은 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일 자체도 너무 힘들고. 도시에서 전업주부가 일을 해 봐야 얼마나 해 봤겠어요. 거기에 장은 또 숙성기간이 필요하잖아요. 보통 공장에서는 6개월 정도 숙성시키는데 전통 기법은 3년은 숙성을 시켜야 제대로 된 맛이 나거든요. 일단 시작은 해 놓았는데 돈은 끝도 없이 들어가고 눈만 뜨면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정말 내가 이걸 왜 벌였을까 후회도 많이 했죠.” 더욱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홍보와 유통이었다. 지인들을 통해 입소문만으로 판매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궁리 끝에 논산시청에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담당 직원이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축제에 대해 안내해주었다. “전국에 축제가 얼마나 많아요. 거길 장돌뱅이처럼 죄다 돌아다녔어요. 전단지 만들어서 일일이 돌려가며 맛보라고 장 끓여가며 고생도 엄청 했죠. 그런데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아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면서 어떤 연결고리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매출이 올라가던 중에….”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 기사를 계기로 TV 방송에도 나가게 되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순식간에 홈페이지가 마비되었다. 전화 두 대가 마비되고 작업장 일대 교통까지 모두 마비되었다. “15일 만에 1억원의 매출을 올렸어요. 그동안 담가 놓은 장을 다 팔고 인근의 맛있는 장이란 장은 다 가져다 팔아드렸죠. 시청으로도 문의가 엄청나게 갔던 모양이에요. 한창 바쁜데 시청에서도 나왔더라고요. 그런데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여기서 일을 하고 있으니 자기들도 놀란 거죠.” #사회적기업·농가 체험·농가 맛집으로 선정도 “우리는 그때만 해도 사회적기업이 뭔지도 몰랐어요. 시에서 먼저 인증을 내준다며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도와주더라고요.” 사회적기업이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생산과 판매 등의 영업 활동을 한다.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으면 직원 임금이 보조되고 각종 지원 사업에서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대신 1000원을 벌면 200원은 사회에 환원해야 해요. 우리 같은 경우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여러 형태의 후원을 많이 하고 있어요.” 6차 산업 인증도 수월하게 받았다. 전부터도 지인들이며 고객들이 항아리를 가져와 직접 장을 담가 두거나 가져가기도 했으니 6차 산업 인증 제도가 생기기 전부터 이미 제반 조건들이 갖춰져 있었던 셈이다. 사업이 커지며 3년 전부터는 대전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막내아들 이경환(37)씨가 들어와 마케팅을 돕고 있다. 남편 이종일(72)씨는 농사 담당이다. 그동안 마을 어르신 10명 중 5명이 돌아가셨다. 남은 어르신들도 연로해 함께 일하지는 못하지만 늘 곁에서 장맛을 봐 주신다. 그리고 10가구가 이 산자락 마을로 새로 집을 지어 들어왔다. 모두 최 대표의 지인이거나 지인의 지인들이다. 사회적기업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변 농가의 소득을 올려 주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비롯해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그러는 가운데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해 해마다 전국 단위의 발효식품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메주와 장을 비롯해 딸기 고추장, 천연 소스 등 여러 특허도 보유하게 되었다. 특히 논산의 특산물 중 하나인 단무지 무는 바로 밭에서 손질해 공장으로 보내지고 무청은 그대로 밭에 버려지는데, 이를 아깝게 여겨 활용할 방안을 모색한 끝에 ‘시래기 된장국’과 ‘시래기 된장무침’ 등의 즉석요리로 개발해 매출 상승의 큰 요인이 되었다. #“연매출 4억~5억… 해외 진출이 최종 목표” 현재 연매출 4억~5억원을 올리고 있는 궁골식품의 장에는 여전히 방부제나 색소 등 화학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절반 정도는 수작업, 절반 정도는 기계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토종 콩을 가마솥에 삶아 맥반석 황토방에서 띄우고 태안에서 채취해 3년 동안 간수를 뺀 천일염에 재워 500여개의 항아리에서 숙성시키는 전통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콩을 비롯해 고추, 소금, 시래기 등 철저하게 지역 농산물만으로 원재료만 1억 5000만원어치 이상을 수매하고 있다. 한 해 다녀가는 체험객만 해도 3000명이 넘는다. 지난해는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하는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에 선정돼 지원금(국비 50%·지방비 50%)으로 가공 시설과 체험 시설을 확충했다. 또 방문객들에게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친환경 식단을 제공할 수 있는 농가 맛집도 개장하게 되었다. 단지 장을 생산하는 사업장을 넘어 마을 전체가 누구나 이용 가능한 테마 파크로까지 기능하게 된 것이다. 최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지역과 같이 걸어가는 기업으로서 해외 시장으로까지 진출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반평생을 전업 주부로 살다가 불과 11년 전 소박한 꿈을 안고 이 작은 마을로 들어온 최 대표의 소망은 이제 마을의 소망을 넘어 지역의 소망으로, 나아가 한국의 소망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람을 좋아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최 대표의 푸근한 마음이 담긴 우리의 구수한 전통장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그날을 생각하며 길 위로 나서자, 예쁜 초저녁달이 마주 보이는 산자락에 걸려 있다. 글쓴이 소설가 서진연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13년 ‘괴산’으로 EBS 라디오 문학상 수상. 저서로는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 장편소설 ‘수목원’ 등이 있다.
  •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일제·독재정권 시퍼런 서슬…남산골 곳곳 인권 옥죈 사슬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일제·독재정권 시퍼런 서슬…남산골 곳곳 인권 옥죈 사슬

    서울신문은 ‘서울미래유산’을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서울시·문화지평과 함께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을 매주 토요일 진행한다.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co.kr)에서 답사 코스 확인과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오는 26일 19회차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은 세종대로 일대를 전상봉 서울미래유산해설사의 설명으로 오전 10시부터 2시간가량 살펴본다. 이 지역은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게이트’에 분노한 100만 시민이 모여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민주주의 새 성지로 떠오른 곳이다. 6개월 전 기획한 코스가 우연치 않게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이다 보니 답사가 숙연히 기다려진다.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세종대로 일대에 역대 최대 규모의 시민들이 모인다고 하니, 이번 답사는 사상 최대 규모(?)가 예상된다. 광화문광장은 이런 국민들의 공통의 기억 속에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한 곳으로 향후 서울미래유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가 서울미래유산을 지정하는 이유는 급속한 사회 변화로 인해 근현대 서울 시민의 생활상이 담긴 문화유산이 사라지거나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미래세대에 물려줄 문화유산을 시민 스스로 보전하는 사업이 서울미래유산 지정·보존 사업이다. 이 사업은 문화유산의 획일적 보전을 위한 규제가 아니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유연한 보전 방식을 강조한다. 서울에는 현재 372개의 미래유산이 지정돼 있다. 11월 초입 남산골 한옥마을은 가을 한가운데 푹 빠져 있었다. 오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울긋불긋한 단풍과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는 푸름이 어울려 도심 한가운데서 가을 정취를 물씬 느끼게 했다. 지난 5일 16회차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은 남산 둘레길을 걸으며 ‘인권’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시작해 한양공원비까지 이필용 서울미래유산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역사 공부와 남산 일대 단풍 구경까지 일거양득이었다. 그러나 이날 우리가 맞닥뜨린 역사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이 해설사는 “남산 둘레길은 두 개의 역사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하나는 일제가 할퀸 역사의 생채기이고, 또 하나는 분단의 비극이 가져온 ‘반공’이 국시(國是)이던 시절 유린된 인권”이라고 말했다. ‘딸깍발이’ 서생 모여 살던 남산골 조선통감부 관저·일본인 집단 거주촌 생겨나 남산은 국권을 일본에 빼앗긴 경술국치의 현장이자 일제강점기 무단통치의 전초기지였고 ‘인권의 블랙홀’ 중앙정보부와 부속 건물들이 진을 치고 있던 곳이다. 한옥마을 언저리는 필동으로, 원래는 부동(部洞)이었던 곳이 붓동으로 불리다 와전돼 정착된 이름이다. 조선시대에는 서울을 수비하는 금위영의 별영인 남별영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 집단 거주촌인 왜성대(倭城臺)와 조선통감부(후일 조선총독부), 통감(총독) 관저가 자리잡고, 경복궁을 내려다보며 민족 정기를 짓눌렀다. 조선에 대한 무단통치와 독립운동 탄압에 혈안이 됐던 일본군의 조선헌병사령부도 남산에 있었다. 이같이 짙게 드리운 ‘억압의 그림자’가 후일 중앙정보부가 남산에 자리잡는 단초를 제공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해방 후에는 국군 수도경비사령부, 헌병사령부 등이 있다가 각각 남태령(1991년)과 용산(1972년)으로 이전했다. 합동참모본부 역시 이 동네에 있었고 1965년 주월한국군사령부가 이곳에서 창설됐다. 옛날엔 가난한 ‘딸깍발이’ 서생들이 모여 살았던 남산이 총포가 난무하는 무력 기지로 변한 것이다. 딸깍발이는 청렴과 결백을 생명으로 삼는 선비를 상징하는 우리말이다. 한옥마을 한쪽에는 국어학자 일석 이희승 선생의 추모비가 있다. 일석이 생전에 남산골 선비를 ‘딸깍발이’라고 했다. 한옥마을 안에는 순정효황후 윤씨 친가와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 부마도위 박영효, 오위장 김춘영, 도편수 이승업 가옥을 옮겨다 놨다. 순종비인 순정효황후는 1910년 친일파들이 순종에게 한일합병 날인을 강요하는 것을 엿듣게 되고 옥새를 치마에 숨겨 내주지 않았다. 끝내 백부인 친일파 윤덕영(벽수산장 주인)에게 빼앗겼다는 일화가 전한다. 한옥마을 전통정원 남쪽에는 서울 정도(定都) 600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이 있다. 이 해설사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4년 11월 29일 지하 15m 지점에 타임캡슐을 묻었는데, 보신각종 모형의 캡슐 안에는 서울의 도시 모습, 시민생활사회문화를 대표하는 각종 문물 600점을 넣었다”며 “400년 뒤인 2394년 11월 29일에 후손들에게 공개된다”고 말했다. 교통방송,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소방방재본부 등이 있는 곳은 예장동으로 불린다. 조선시대 5군영 군사들의 무예훈련장이 있던 곳을 줄여서 예장이라고 한 것이 지명으로 이어졌다. 경복궁이 내려다보인다고 해서 백성들이 살지 않고 공터로 남아 있던 것을 일제가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쓰나미처럼 밀려들면서 이곳을 장악했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에는 왜장 마스타 나카모리가 진을 쳐서 왜장대로 불렸다는 설도 있다.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긴또강’(김두한)과 세력을 다퉜던 일본 건달들이 살았던 곳도 이곳이다. 정부는 1946년 일본식 동명 정리 작업을 하면서 왜색을 지우기 위해 이곳 도로 이름을 충무로로 했다. 남산에 안중근 의사 동상이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애니메이션센터 앞 통감부 표지석총독부에 폭탄 던진 김익상 의사 표지석도 남산을 본거지로 삼았던 일제는 예장동에 경성신사(대성궁)를 세우고 근처에는 일본군 헌병사령부를 지었다. 또 한양공원을 조성하고 조선신궁도 지었다. 조선통감부는 현재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앞에 표지석으로 남아 있다. 일제는 처음에는 광화문 육조거리의 대한제국 외부(外部) 청사를 통감부 건물로 사용하다가 1907년 2월 28일 예장동 8번지 일대 남산 왜성대에 르네상스 양식의 2층 목조 건물로 신청사를 건립했다. 신청사는 1910년 8월 29일 을사늑약 후에는 조선총독부 청사로 사용됐다. 1920년 조선 총독과 총독부를 암살·파괴하려는 계획이 있었지만 미수에 그쳤고, 1921년에는 의열단 김익상이 전기수리공으로 위장해 총독부 청사에 들어가 폭탄을 던진 사건이 있었다. 김익상 의사의 의거를 기리기 위한 표지석이 통감부 표지석 옆에 나란히 서 있다. 이 건물은 조선총독부가 이전하자 광복 전후 과학관으로 사용되다가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 통감부 관저는 현재 서울종합방재센터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다목적 광장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유스호스텔 오른쪽 동산에 있는 통감관저 표지석에는 ‘일제침략기 통감 관저가 있던 곳으로, 1910년 8월 22일 3대 통감 데라우치 마사다케와 총리대신 이완용이 강제병합 조약을 조인한 경술국치 현장이다’라고 새겨져 있다. 글씨는 고 신영복 선생이 경술국치 100주년이 되던 2010년에 쓴 것이다. 이곳에는 또 일본군 위안부를 위한 ‘기억의 터’ 조형물이 있고, 고종을 겁박해 을사늑약을 강요한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 잔해를 거꾸로 처박아 놓은 ‘거꾸로 세운 동상’도 놓여 있다. 이날 답사에 나온 방송통신대 국문학과 동기 오남희(69)·황정례(65)·장종영(59)씨는 “서울 시내 한복판이지만 그동안 말로만 들었지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었다”며 “이곳에 남겨진 가슴 아픈 조선의 역사를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심우용(47) 서울대병원 복지팀장은 “구한말 역사에 관심이 많은데 인터넷 검색 중 이번 답사를 알게 됐다”며 “해설사 설명을 들으며 답사를 하는 게 재밌고 유익해서 주위에도 많이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인권의 블랙홀’ 중앙정보부지금은 유스호스텔·종합방재센터 등 활용 명동에서 바라본 남산 북쪽 기슭은 대공 수사의 본실인 옛 중앙정보부 본관과 부속 건물이 두루 포진한 곳이다. 음습한 북쪽 기슭, 설계자인 건축가 김수근식의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다람쥐 꼬리만 한 햇볕 한줌에 끌려온 이들이 목숨을 부지했던 엄혹한 시절이 있었다. 1961년부터 1995년까지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란 이름으로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된 인권 유린의 시대가 얼마 전이다. 한옥마을을 벗어나자 소릿길이 나왔다. 길이 84m의 터널로 시내에서 옛 중정 제5별관(대공수사국)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였다. 영문도 모르고 두 눈을 가리운 채 이곳을 지났던 이들은 얼마나 큰 두려움에 떨었을까. 환청처럼 들렸던 철문 소리, 타자기 소리, 물소리, 발걸음 소리, 노랫소리가 지금도 들린다. 이는 ‘네 개의 문’이란 서울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작품으로 버튼을 누르면 여러 가지 소리가 뒤섞여 나온다. 터널을 지나면 지금은 서울시청 남산별관으로 쓰이던 중정 제5별관이 나온다. 멀쩡한 사람도 간첩단에 엮여서 산 송장이 돼 나왔던 곳이 이곳이다. 서울종합방재센터는 옛 중정 제6별관이다. 지상 구조물이 없고 지하 3층으로 이뤄진 ‘지하고문실’이다. 이 해설사는 “1973년 서울대 최종길 교수는 이곳에서 고문을 받던 중 사망했으나 투신 자살한 것으로 조작됐고,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들도 이곳에서 무지막지한 고문을 당하는 등 1970~1980년대 수많은 간첩 사건들이 이곳에서 조작됐다”며 “특히 많은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끌려와 모진 고초를 당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제6별관은 옛 중정 본관(서울유스호스텔)과 지하로 연결돼 있다. 중정 본관은 오랫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있다가 유스호스텔로 변신했다. 유스호스텔 오른편 문학의 집은 중앙정보부장(안기부장)의 공관이었다. 1961년부터 1981년까지 이곳을 관저로 사용했던 중앙정보부장은 모두 11명이다. 그 옆 산림문학관은 경호원 숙소였다. 문학의 집에서 명동 쪽으로 내려오면 ‘주자파출서 터’가 있다. 이 파출서는 안기부에 끌려온 이들의 가족들이 소재 파악을 위해 몸부림치던 곳으로 극소수 시민들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숭의여대 한편엔 경성신사 참배 터1938년 신사 참배 거부·자진 폐교 역사 서울시청 남산별관, 서울유스호스텔, 교통방송, 문학의 집 등이 모두 서울미래유산이다. 2009년 서울시가 이 일대 국가안전기획부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남산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추진하려 했으나 통감부 터가 발견되면서 무산됐다. 지난 8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교통방송청사·남산2청사 등 건물 4개 동 철거를 시작으로 남산 예장 자락 2만 2833㎡를 도심공원으로 종합 재생하는 ‘남산 예장 자락 재생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 코스 후반부인 리라초등학교를 지나 숭의여대에 다다랐다. 운동장 한쪽에는 1898년 경성신사 참배 터의 흔적이 남아 있다. 경성신사는 서울의 일본 거류민단이 주도해 남산 왜성대에 세운 신사다. 1903년 평양에 세워진 전신 숭의여학교는 신사 참배를 거부하고 1938년 자진 폐교를 했다. 해방 후 정부로부터 경성신사 부지를 불하받아 재개교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을 따라 나왔다는 민병홍(54)씨는 “오늘 걸었던 길은 생전 처음 걸어 본 길이어서 첫사랑으로 기억될 어느 가을날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해설사는 “남산 둘레길은 일제와 국가 폭력이 민중을 어떻게 유린했는지 극명하게 보여 주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남산을 오르내릴 때 이런 역사적 사실을 잊지 말고 주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눠 보시라”고 마무리했다. 한양공원비 앞에서 답사 마무리를 하는 도중에도 관광객을 태운 삭도(케이블카)는 쉼 없이 오가고 있었다. 글 사진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 [국내외 전문가 2인 기조연설] 사물인터넷, 4차 산업혁명 주도…10년간 19조 달러 혜택 만들 것

    최고 결정권자 권한 내려놓고 누구나 사업 참여 생태계 필요 “사물인터넷(IoT)이 전 세계에 낳을 혜택을 돈으로 환산하면 앞으로 10년간 19조 달러(약 2경 2300조원)나 됩니다.”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스마트시티 글로벌 허브를 꿈꾸다’ 지역 경제 활성화 포럼의 첫 기조연설자로 나선 아머 살럼 시스코 총괄이사는 첨단기술이 천문학적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의 스마트시티 담당 임원이다. 살럼은 스마트시티의 바탕이 되는 IoT 기술이 철도나 증기기관만큼이나 혁명적 변화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하 덕에 대륙이 바다와 연결됐고 철도 때문에 서로 다른 대륙이 연결됐다. 또 증기기관 덕분에 선박이나 공장 등이 새 동력을 얻었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세계인이 함께 소통하는 공동의 창구가 열렸다”면서 “이제 IoT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살럼은 미국 시카고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스웨덴 스톡홀름 등 스마트시티로 거듭난 국제도시를 예로 들며 기술이 가져올 편리성과 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카고는 수자원 관리와 안전·치안, 교통, 조명, 주차 등 도시의 5개 분야에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결과 지난 10년간 81억 달러(약 9조 5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르셀로나는 스마트 교통·주차 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도입 첫해에 시스템 구축 비용 이상의 이익을 봤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도로에 센서를 설치해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 또는 접촉사고 여부를 자동으로 가려내고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현장에 보내 비용을 절약하는 식이다. 살럼은 마지막으로 “부산이 스마트도시로 거듭나려면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권한을 내려놓고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뉴스 뜯어보기] ‘문단 성폭력’ 들불처럼 타오른 분노, 그 뒤

    [뉴스 뜯어보기] ‘문단 성폭력’ 들불처럼 타오른 분노, 그 뒤

    지난해 신경숙 표절 사태 이후 침체됐던 문단이 다시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지난달 중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성추행, 성폭행을 저지른 문인들이 잇달아 실명으로 폭로됐기 때문입니다. 문학에의 푸른 꿈을 품은 습작생, 또는 철저히 ‘을’일 수밖에 없는 편집자의 위치를 이용한 일부 문인들의 파렴치한 가해 사실이 터져 나오면서 ‘충격과 분노’가 들끓었습니다.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는 오타쿠 내, 미술계 내, 영화계 내 등 문화계 전체로 번지며 권력관계를 이용한 남성중심주의 문화의 추악한 민낯을 들춰냈습니다. ◆실명으로 불려나온 가해자들, 폭로 이후는 문단 성추문 사건은 충격적인 가해 사실과 실명이 하나씩 거론될 때만 해도 SNS에서 폭발력 있는 화두였습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리며 시선이 옮겨지고 일부 가해 문인들이 사과문을 내고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점차 수그러들었습니다. 또 일부 가해 문인들이 ‘합의된 성관계’ 등의 이유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할 움직임에 나서면서 SNS에서 힘겹게 용기를 냈던 피해자들이 꽁꽁 숨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작가의 꿈을 키우던 그들로서는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할 거란 두려움, 신분 노출에 대한 두려움 등이 클 수밖에 없으니까요. 한 문인은 “SNS에서 실명이 거론되며 여론은 들끓었지만 일부 문인들이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를 한다고 하니 피해자들이 2차 가해를 당할까봐 떨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대부분 학생이라 변호사 선임 비용 마련 등도 막막해 한다”고 전했습니다. 학교에서 문예창작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한 문인도 “애들이 ‘선생님 그게 사실이에요?’ 하며 문인 성폭력 사건을 물어오는데 너무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다”며 “문학을 한다는 게 이렇게 무력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개인 아닌 조직으로 대응해야” SNS를 통해 들불처럼 문제 제기는 됐지만 SNS에 가해자의 실명을 직접 올리는 것은 형사법상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섣부르게 SNS에 가해 사실과 실명을 올리면 매스미디어를 통한 파급력이 엄청나고 내가 삭제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피해자)이 처벌을 받게 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맞게 된다. 때문에 단체를 통해 피해 사실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귀띔했습니다. 단체는 변호사 연계 등 법적 지원, 언론을 통한 이슈화 등 체계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습니다. 김재련 변호사는 “단체의 대응이 자리잡으면 피해자는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좌절하거나 포기하기 않고 나아갈 수 있고, 성공 케이스가 나오면 숨어 있던 피해자들도 힘을 얻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검증이 되면 대중들도 가해 문인들을 제대로 평가하면서 문단 내 자정 노력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성폭력 뿌리 뽑겠다” 피해자 품으려 연대 나선 문단, 페미라이터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피해자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단체가 생겨났습니다. 특히 문단에서는 전례 없는 단체가 꾸려졌습니다. ‘창작, 출판, 교육 등 문학의 장에서 발생해 온 성폭력·위계 폭력을 뿌리 뽑겠다’고 뜻을 모은 작가들의 모임 ‘페미라이터’입니다. 페미라이터가 지난 15일부터 SNS를 통해 받은 문학출판계 성폭력 방지를 위한 서약에는 25일 현재 600명 이상의 문인들이 동참했습니다. 소설가 권여선, 김이설, 윤이형, 이은선, 정세랑, 천희란, 시인 김소연, 오은, 신해욱, 김현, 백은선, 유진목, 정영효, 이민하, 문학평론가 양경언 등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페미라이터 측은 “문학, 출판계에선 성폭력 사안이 터졌을 때 피해자를 보호하고 전문기관과 연계하면서 고민하는 단체가 없었던 만큼, 피해 생존자를 지원하는 공식 창구로 기능하는 게 목표”라며 “피해 생존자들의 용기에 답하기 위해 1차 서약 명단을 다음 달 1일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페미라이터는 앞으로 ▲문단 내 성폭력 사례 기록 및 아카이빙 ▲추가 피해 제보 받기 ▲피해자와 전문기관 연결 ▲관련 이슈에 대한 잡지 창간 ▲세미나, 포럼 진행 등 피해자와 연대하는 다양한 활동을 펴나갈 계획입니다. 문예창작학과 강사로 일했던 시인의 성폭력 행태가 폭로된 고양예고에서는 졸업생 107명으로 이뤄진 모임 ‘탈선’이 지난 11일 성명을 내며 피해자 지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주요 문학 출판사들 ‘문단 내 성폭력’ 돌아본다 지난해 신경숙 표절 사태 이후 문단 권력을 점검하고 반성의 목소리를 냈던 주요 문학 출판사들은 이번 사태도 예의 주시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낼 예정입니다. 문학동네는 이달 말 펴낼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를 페미니즘 이슈로 꾸미면서 문인, 사회학자, 여성학자들이 진행한 ‘문단 내 성폭력’ 좌담 등을 실을 예정입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내는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서도 같은 이슈를 내부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지면을 마련합니다. 지난달 문단 내 적나라한 여성 혐오 실태를 고발했던 김현 시인을 비롯해 강성은·박시하 시인이 함께 만드는 독립 문예지 ‘더 멀리’에서도 문단 내 성폭력을 겪은 이들의 경험담을 수집해 12월 말 펴낼 예정이라 논쟁은 장기전이 될 전망입니다. 창비는 지난 16일 주간논평(양경언 평론가)을 통해 이렇게 짚었습니다. “가해 지목자가 가책 없이 개인의 사적인 생활인 양 무마하려 하는 배후에는, 그리고 심지어 피해생존자들의 고발 뒤에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시도하려는 배경에는, 성폭력의 발생을 방조하고 묵인해 왔던 사회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일 거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중략) 이 고발과 생존의 말들이 출발한 이상, 우리는 더 이상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슈가 빠르게 소비되는 SNS에서 ‘ΟΟ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만큼은 진땀나는 손으로 그러쥐고 더 깊고 뜨겁게, 오래 논쟁해야 할 이유입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기고] AI 시대 국어 교육의 변화/민병곤 서울대 교수

    [기고] AI 시대 국어 교육의 변화/민병곤 서울대 교수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고, 이에 따라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새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를 사용하게 된다. 잦은 교육과정 개정으로 인해 교육 현장의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국가 교육과정을 개정해야 할 국가·사회적 요구가 있었다면 그것은 교육 혁신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반영하는 데 있을 것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그러한 염원을 실현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하는지 살피는 것도 국민의 책무가 아닌가 싶다. 필자가 이번 교육과정 개발에 교과 전문가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고민한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교육과정 개정의 취지를 국어 교과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변화로 인한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교육 실천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기본 취지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과 학생의 다양한 적성과 진로를 지원하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있었다. 최근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는 경제·산업계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분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단편적인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국어 교육도 마찬가지다. 국어 교육을 통해 진정 국어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길러 내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서로 토론하고 조정하고 수용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 줘야 한다. 문학교육은 이론 중심이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며 인간과 삶,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적용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길러 줘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새 교육과정에서는 ‘국어’의 학습을 통해 추구해야 할 역량을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 자료·정보활용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대인관계 역량, 문화향유 역량, 자기성찰·계발 역량’의 여섯 가지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국어에 대한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국어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교수·학습 및 평가의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핵심 개념 중심으로 성취 기준 수를 줄여 학습량을 20% 정도 감축했고, 이를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학습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학기에 책 한 권 읽기를 비롯해 학습자들이 주도적으로 학습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들을 마련한 것도 새 교육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아울러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이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다양한 학습자의 요구를 반영한 진로 탐색에 기여할 수 있을지, 학습량 감축이 의미 있게 실현될지, 그리고 그 시간이 학교의 창의적인 교육 활동으로 채워질 것인지 등 점검하고 확인해야 할 질문들이 쌓여 있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실행을 앞두고 교육계 안팎이 매우 분주한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교육과정이 그러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지 찬찬히 살피고 점검하고 개선할 여지를 찾고 기록하고 남겼으면 좋겠다.
  • 생존 위협하는 온난화 새 ‘인류 대이동’ 오나

    생존 위협하는 온난화 새 ‘인류 대이동’ 오나

    북극해 빙하 비율 23%로 줄어 남극 온난화 완충 역할도 미지수 호킹 “지구서 생존 1000년 뿐” 지난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제22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2)에서 세계기상기구(WMO)는 “2016년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 역시 올 들어 매달 전 세계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분석을 발표해 세계기상기구의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WMO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평균기온은 19세기 산업혁명 이전보다 1.2도 상승해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기온 상승제한 목표치(1.5도)의 턱밑에 다다랐다. 온도 상승의 요인으로 물론 지난해와 올여름까지 위력을 발휘한 엘니뇨 현상을 꼽는다. 하지만 1998년에 비하면 강도가 약했기 때문에 결정적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엘니뇨만큼 위험한 요소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최신호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지구 온난화는 중국의 거짓말’이라면서 이산화탄소의 감축 대신 화석연료의 사용을 주장하면서 전 세계 지구온난화 대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난화로 향후 기온 최대 6도 상승 지난 18일 대전에서 기초과학연구원(IBS) 개원 5주년 행사로 열린 과학대중강연에 참석한 액슬 티머먼 미국 하와이대 해양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온난화 추세가 계속돼 급격한 기후변화가 발생할 경우 새로운 인류 대이동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양기후학 분야 석학으로 내년 IBS 기후변화연구단 단장으로 합류할 예정인 그는 이날 ‘초기 인류 대이동의 천문학적 요인’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티머먼 교수는 컴퓨터 기후모델을 이용해 12만 5000년 전 과거부터 지금까지 기후변화와 초기 인류의 이동경로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지난 9월 ‘네이처’에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기후모델은 기후에 영향을 주는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와 세차운동, 공전궤도 이심률의 변화 같은 천문학적 요인들에 다양한 변수를 넣어 만들었다. 변수들은 고문서 기록, 빙핵, 바다와 호수 밑 퇴적층, 나이테 등이다.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추정한 과거 기후변화에 해수면 변화와 식량 생산성, 기온, 지형 등을 변수로 한 인류이동모델을 결합시켜 기후에 따른 초기 인류의 이동경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에 거주하던 초기인류가 10만년 전 아라비아 반도로 처음 이동했으며 8만년 전 중국으로, 6만년 전에는 호주로, 4만 5000년 전에는 유럽, 2만년 전에는 국동아시아와 시베리아, 1만년 전에는 북아메리카로 이주하며 영역을 넓혔다는 것을 밝혀냈다. 티머먼 교수는 “앞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최대 4~6도까지 평균기온이 상승할 경우 특히 지중해 지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운 인류 대이동이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남극해의 열(熱)포화도 한계 ‘네이처’는 최근호에 ‘남극해가 지구온난화를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까’ 라는 제목의 분석에서 남반구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 열평형에 관여하는 남극해가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와 열을 더이상 흡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반구의 바다는 대기에서 이산화탄소와 열을 흡수해 순환시키면서 지구 전체의 열적 균형을 만들어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인간이 만드는 이산화탄소와 열 생성 속도가 빨라 바다의 수용 능력을 초과해버린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로 높은 평균 기온 때문에 빙하의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지난 8월 기준 북극해의 빙하 비율이 23.1%로 줄어들어 1979년 이후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NOAA가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남극조사단 소속 해양학자 마이클 메레디스 박사는 “남반구의 바다는 지구 전체의 기후라는 입장에서 봐도 상당히 큰 ‘완충지대’(buffer zone) 역할을 하는데 미래에도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과학적 사실들을 뒷받침하듯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난 18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열린 과학콘퍼런스에서 “현 지구에서 인류는 1000년 이상 생존할 수 없어 새로운 장소를 찾아 나서야 한다”며 “현재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핵심요소는 다름 아닌 지구 온난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치안 우선·관광거점·지식 전당 ‘3色 정책’] 신사동 도서관 은평, 오늘 첫삽

    [치안 우선·관광거점·지식 전당 ‘3色 정책’] 신사동 도서관 은평, 오늘 첫삽

    서울 은평구에 일곱 번째 공공 도서관이 들어선다. 은평구는 22일 신사근린공원 안에서 ‘신사동 공공도서관’(조감도) 건립 기공식을 연다고 밝혔다. 공원 내인 신사동 산80-66에 들어서게 될 도서관은 대지면적 1200㎡에 지하 1층, 지상 2층, 전체면적 1982㎡ 규모로 내년 말 개관을 목표로 착공에 들어간다. 도서관은 신사종합자료실, 어린이자료실, 디지털자료실 및 은평구를 대표하는 문인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테마 전시공간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그동안 신사동 지역은 독서문화시설이 관내 다른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해 도서관 건립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앞서 지난해 8월 공공도서관 건립을 바라는 주민 1만 2800여명의 요청서가 구에 전달되기도 했다. 문화 기반 시설이 다른 자치구 대비 열악한 편이었던 은평구는 김우영 구청장 취임 이후 ‘인문학 행정’에 집중하며 적극 투자에 나선 모양새다. 구는 지난해 11월 설계공모를 통해 공원시설과 어우러지고 기능성을 갖춘 설계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뒤 지난 4월 설계안이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며 도서관 건립이 급물살을 탔다. 예산 68억여원에는 국비와 시·구비가 모두 투입된다. 앞서 주민들은 은평 구립도서관을 비롯해 구산동도서관마을, 증산·응암 정보 도서관 등을 활용해 왔지만 신규 도서관에 대한 갈증이 높았다. 김 구청장은 “신사동 공공도서관이 도서관 이용에 불편을 겪던 주민들에게 균등한 독서활동 기회를 보장함과 동시에 구민이 즐겨 찾는 정보의 보고이자 지역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32.7광년 떨어진 곳에서 ‘슈퍼 지구’ 찾았다

    32.7광년 떨어진 곳에서 ‘슈퍼 지구’ 찾았다

    지구에서 32.7광년(1광년=10조㎞) 떨어진 곳에 슈퍼지구로 추측되는 적색왜성을 발견했다는 주장이 나와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페인 라 라구나대학과 카나리아 천체물리학연구소(Instituto de Astrofisica de Canarias, IAC)는 최근 연구를 통해 지구 질량의 5.4배 정도인 적색 왜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GJ 536b로 명명된 이 적색 왜성에 생명체 서식 가능 지역이 존재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지구와의 거리가 멀지 않고 질량이 비슷하다는 점 등 많은 특징이 제2의 지구를 찾는 과학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질량이 지구의 15배를 넘지 않는 등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을 제2의 지구 즉 ‘슈퍼지구’로 분류한다. GJ 536b의 경우 질량 기준을 충족하는데다, 전체적인 형태가 지구처럼 둥글고 바위로 이뤄져 있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구진은 “우리는 GJ 536b 주위에 이보다 질량이 더 작은 또 다른 슈퍼지구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태양보다 훨씬 작고 온도가 낮으며, 북반구와 남반구를 관측할 수 있어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GJ 536b의 주위를 둘러싼 전자기장의 형태는 태양과 매우 비슷하지만, 태양활동주기(흑점수, 플레어 발생수, 코로나의 밝기 등으로 미루었을 때 활동이 활발한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로 나누는 주기)가 11년인데 반해 GJ 536b의 활동주기는 3년 정도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현재 반경과 밀도가 지구와 유사한 행성을 찾는 프로그램을 통해 슈퍼지구 탐색 모니터링을 계획하고 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 천문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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