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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전원일기] 초지 달리고, 한우 먹고, 펜션서 자고 ‘테마공원 같은 농장’ 제주서 영근다

    [新전원일기] 초지 달리고, 한우 먹고, 펜션서 자고 ‘테마공원 같은 농장’ 제주서 영근다

    제주는 ‘신화의 땅’이다. 1만 8000개 신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창조신 ‘설문대할망’이 제주도를 만들었다면 그의 아들 ‘오백장군’은 바위로 굳어 제주도를 지킨다. 서울에 살던 여신 ‘금백주’가 제주 송당의 ‘소천국’이라는 남자와 결혼해 자식을 낳았고, 그 자손들이 흩어져 마을마다 수호신이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제주의 마을마다 지금까지 1~2개씩 남아 있는 당(堂)은 그런 신화들의 흔적이다. 제주 곳곳에 남아 있는 당 중에서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본향당은 제주도 구좌읍 송당리에 있다. 당 안에 오래된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어서 마을 사람들은 소나무가 있는 집이라는 의미로 ‘송당’이라고 부른다.신화의 마을 송당에서 ‘한울타리 농장’을 키우는 안석찬(47)·강인자(44)씨 부부를 만났다.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혀질 정도로 사나운 날씨였다. 도착하자마자 250마리의 황우 한우를 키우는 축사를 둘러봤다. 거기서 좀 떨어져 있는 다른 축사에는 200마리의 소들이 있다고 한다. 천장이 높은 조립식 축사 안은 눅눅한 볏짚 냄새와 소들의 분뇨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사료가 쏟아져 내려오자 소들이 일제히 머리를 내밀고 사료를 핥기 시작했다. 몸집이 큰 소 사이에 있는 송아지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송아지는 등에 천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어제 태어난 송아지라고 했다.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됐다는 말을 들으니 어쩐지 걸음도 불안해 보였다. 송아지는 당연히 아직 귀표도 부착되어 있지 않았다. 모든 소들은 축산물 이력제에 의해 귀표를 부착해야 한다. 귀표는 개체별 식별번호로 구제역과 같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방역이나 추적 관리, 품질 향상을 위해 축산물의 원산지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 제주, 1995년부터 축산물 수출 전지기지로 육성 축사 안쪽 끝까지 들어갔을 때, 몇 마리의 소가 축사를 벗어나 비를 맞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진흙을 딛고 비탈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언덕을 올라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축사로 돌아오지도 않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놈들의 행동이 이상해 이유를 물었더니 경사진 길을 올라서면 9만평의 초지와 연결돼 있는데 습관적으로 거기로 향하는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비를 맞으며 비탈길에 서 있는 녀석들은 넓은 초지가 그리워 비를 맞으면서도 그 너머로 가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제주도에 본격적으로 축산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특히 제주 동부 지역 중산간에 분포된 방대한 초지는 조사료(건초)를 만들 수 있는 유리한 자연 조건이다. 1995년에는 한우 축산뿐 아니라 낙농, 양돈 등을 장려하고 축산물 수출 전진 기지화의 중심으로 육성됐다. 안 대표의 한우 사육은 선대로부터 시작됐다. 안 대표의 부친은 축사 60평에서 20마리의 소를 키웠다. 이런 환경 때문에 안 대표는 자연스럽게 소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소에게 물을 먹이는 일이 그의 주된 임무였다고 한다. 초지는 넓지만 습지가 부족한 제주에서는 풀을 먹이기 위해 초지를 찾아갈 필요는 없었지만 물을 먹이기 위해서는 물웅덩이로 소들을 데리고 가야만 했다. 이때 하나의 물웅덩이에서 사람과 소가 함께 물을 마셨는데, 가운데에 돌담을 쌓아서 그 경계를 나누었다고 한다. 경계만을 나눴을 뿐 결국 같은 물이었지만 이쪽과 저쪽, 사람과 소가 그 물을 나눠 먹었다고 한다. 그때 꼭 챙겨 갔던 것이 수건이란다. 그래도 소와 같은 물을 마실 수는 없다고 생각해 물 위에 수건을 놓고 필터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제주대 축산학과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축산인의 꿈을 키웠다. 아버지에 이어 축산을 업으로 삼으려는 계획이 구체화된 시기였다.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축산 이론을 공부했고 축사 관리나 전산 관리같이 농장 경영에 실제로 필요한 것을 익혔다. 그는 정치에도 관심이 많아서 ‘흥사단’ 동아리 활동도 했다. 그때 부인 강씨를 만났다. 대학 졸업 후 조립식 건축 현장에 다니면서 기술을 익혔다. 트랙터나 포클레인 같은 농기계 조작 방법도 배웠다. 축산은 소나 돼지를 잘 사육하는 것 못지않게 경영이나 기계 조작 능력과 같은 외적 요소도 중요하다. 초기 투자에서 출하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각각의 과정마다 전혀 다른 영역의 능력이 요구된다. 특히 소사육은 초기 투자 비용도 많이 들고 출하까지 대략 3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조사료 비용과 인건비를 얼마나 절감하느냐가 중요하다. 안 대표는 일찍 그것을 깨달았다. 조립식 건축 현장에서 배운 기술로 그는 지금의 축사 2개 동을 직접 지었다고 한다. 트랙터나 포클레인뿐 아니라 노우어 컨디셔너, 테더와 같은 건초 생산 장비로 초지에서 직접 조사료를 만듦으로써 원가를 절감했다. 이런 끊임없는 노력은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소고기의 단가가 떨어져 마리당 50만원 정도의 이익밖에 남지 않을 때에도 무사히 버틸 수 있다고 한다.# 관광자원 결합한 체험프로그램 개발 필요 그가 한우 농장을 시작한 것은 20년 전이다. 처음 25마리로 시작한 농장은 이제는 450마리를 키우는 제법 큰 규모의 농장이 됐다. 한울타리 농장은 여기서 태어난 송아지를 한 마리도 내보내지 않으며, 또한 외부의 송아지를 받아들여 키우지도 않는다고 한다. 오로지 자신의 농장에서 태어난 송아지를 키워서 출하하고 있다. 한 달 평균 10마리의 소를 출하해 연간 12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농장을 더 확대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앞으로 그의 행보가 궁금했다. “지금이 딱 기로인 것 같아요. 이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더 확장할 것인가. 만약 농장을 확대한다면 2000마리까지 늘려야 해요. 초지가 9만평 있으니까 조사료를 만들어 먹이고 부족할 경우 수입 건초를 먹이면 사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문제는 전문가예요. 송아지 관리, 농기계 사용, 전산 관리 등을 할 줄 아는 전문가가 더 있어야 해요. 그래서 쉬운 얘기가 아니죠.” 안 대표는 농장을 확장하는 것보다는 좀더 다른 방향을 잡은 듯 보였다. “거의 대부분의 농가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고, 귤을 재배하는 1차 산업만으로 농촌은 힘들죠. 농촌의 미래는 1차 산업과 결합할 수 있는 것들을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바다가 보이는 넓은 초지를 이용한 관광객들의 체험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초지를 달리고, 식당에서 맛있는 고기를 먹고, 송당 펜션에서 자는 이른바 ‘즐길거리’와 ‘먹거리’와 ‘자는 곳’이 어우러진 큰 그림이었다. 송당이 속해 있는 구좌읍은 농축산업을 바탕으로 해서 다른 산업과 결합시킬 좋은 향토 자원을 갖고 있다. 구좌읍에서 시작해 지미봉에 이르는 제주 올레 21코스 ‘하도 종달올레’는 올레 코스 중에서도 그 아름다움이 손에 꼽힌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가 당근밭과 감자밭 사이를 지나면 다랑쉬오름을 비롯해 성불오름, 아부오름, 용눈이오름 등 크고 작은 오름들로 이어진다. 수령이 1000년 된 비자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비자림도 있다. 초지 위의 풍력발전소도 이색적인 풍광을 더한다. 또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산마을곳’이라는 활엽수림 지대도 있다고 한다. 예전에 마을이 있었던 산마을곳은 제주 4·3 때 소개(疏開)돼 지금은 무성한 활엽수 숲이 돼 있다고 한다. 기본적인 정비는 이미 끝났고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절차만 남아 있다니 기대되는 곳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그 땅에 뿌리를 내린 송당 토박이인 안 대표가 고향을 중심으로 농축산업을 연계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발전을 위해 그는 전국한우협회 제주도지부 부회장을 비롯해 제주대 동문회, 동아리연합회, 초등학교 동창회 등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 최소 ㎏당 2만 2000원 보장돼야 한우산업 유지 미국을 비롯해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도 소고기가 수입되는 현실에서 한우 농장에 대한 전망과 축산 농가가 살아남기 위한 조건 등이 궁금했다. “한우는 ‘만숙종’(晩熟種)입니다. 그래서 사육하는 데 경비가 많이 듭니다. 그 대신 육질의 조직이 촘촘해 식감이 뛰어나고 풍미가 좋습니다. 교잡우에 비할 바는 아니지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가격 경쟁력도 중요합니다. 최소 ㎏당 2만 2000원은 보장돼야 한우산업은 할 만합니다. 한 마리를 400㎏으로 잡았을 때 800만원은 돼야겠지요.” “안 대표는 선친의 일을 물려받아서 이렇게 잘 이어 가고 계시는데 혹시 아들이 소사육을 하겠다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아들이 초등학교 때 장래 희망이 소사육사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이니까 하겠다면 물려줄 생각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대에서는 가족 노동력으로 소를 사육했고 그래서 다른 일도 같이 해야 했지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전문화되고 기계화됐죠. 아마 앞으로는 더 전문적인 기술이나 시스템이 필요하겠죠. 아들은 아직 어리니까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래요. 기본적인 것을 익힌 다음 판단하고 선택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빗소리도 더 거세게 들렸고 바람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한울타리 농장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비행기 시간을 계산한다면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공항으로 가는 길은 한적하고 어두운 산길이었다. 송당 사거리를 지나 중산간을 가로지르는 1112번 도로를 따라갔다. 공항은 비행기 이착륙이 지연돼 혼잡스러웠다. 언젠가 TV에서 본 적이 있는 제주공항 장면이 떠올랐다. 폭설로 며칠 동안 비행기가 결항되면서 공항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던 뉴스가 연일 보도된 때였다. 겨우 대합실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침부터 종종거리며 돌아다닌 피곤함이 밀려왔다. 비행기가 뜨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과 오늘 못 가면 내일 가면 되지라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 심정이 뒤섞여 머릿속에 떠돌아다녔다. 나중에 송당 본향당의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하면서 잠깐 이런 생각을 했다. 그날 밤 무사히 서울에 도착한 것은 본향당 신의 가호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우리가 지나왔던 1112번 도로에 제주 수호신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신을 모신 본향당이 있었다.■글쓴이 소설가 강진 2007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건조주의보’로 등단. 소설집 ‘너는, 나의 꽃’, ‘피크’(공저), ‘캣캣캣’(공저) 등.
  • “세상의 편견이 더 쓰라린 화상”

    “세상의 편견이 더 쓰라린 화상”

    “4년 전, 옆에서 작업하던 직장 동료가 실수로 내친 불붙은 알코올에 얼굴과 손이 탔습니다. 손을 못 쓰니 피임약을 먹었는데 생리를 했고 사춘기 아들이 생리대를 갈아줘야 했습니다. 비참했죠. 그래도 어떻게든 재활해 다시 일을 할 겁니다. 아들에게 카페 하나 차려주는 게 꿈입니다.”-A씨(43·안면과 손 등 화상범위 24%)전신에 화상을 입었던 이지선(39·여)씨가 오는 3월 한동대학교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로 강단에 서게 됐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화상 환자는 여전히 주변의 편견과 차가운 시선에 고통받고 있다. 화상 환자들은 치료 과정의 끔찍한 고통을 넘어 화상 치료 이후 일상에서 겪는 ‘왜곡된 시선’이 화상 못지않게 고통스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화상 환자의 트라우마 치료체계와 함께 이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사회의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31일 만난 오찬일(54·화상환자 모임 해바라기 대표)씨는 “무전기 대리점을 운영하던 2007년 누전으로 가게에 불이 나 발바닥 장애와 함께 전신 59%에 3도 화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31번의 수술을 받았습니다. 사고 이후에 한동안 온몸을 싸매고 땅만 보고 걸었습니다. 흉터는 있지만 옮기는 병도 아닌데 지하철에 타면 어르신들이 불쌍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피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화상 범위가 85%나 되는 박모(54)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화상을 입기 전에는 소위 부촌에 살았습니다. 하지만 직장을 잃고 수술과 치료를 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다 보니 지금은 연탄불을 갈아야 하는 원룸에 침대 하나 놓고 삽니다. 화상 치료 때문에 전 재산을 다 잃은 겁니다.” 화상 환자는 건강보험 산정 특례를 적용받아 최대 1년 6개월간 무상으로 치료를 받지만, 특례 기간 이후에도 재건 치료 및 수술을 수십 차례 받아야 한다. 또 심리상담 치료는 별다른 지원이 따르지 않는다. 원미선씨의 백석대 박사 논문 ‘화상 환자의 외상 극복 경험 연구’엔 화상 환자의 아픔이 담겨 있다. 환자들은 통상 “상처에 고춧가루를 들이붓고, 용광로에 담겨 뼈와 삶이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기분”이라고 치료 과정을 회상했지만 치료 후 겪게 되는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이 더 아프다고 했다. 논문에 나오는 세간의 시선은 크게 세 가지다. 쉽게 대해도 된다고 여기거나, 지나치게 불쌍하게 보거나, 이유 없이 꺼리는 식이다. 목욕탕 입장을 거절당하고, 장애인 하이패스를 만들고 싶은데 지문인식이 안 돼 포기한다. B(52·화상 범위 59%)씨는 “서너 살 되는 애들이 ‘아줌마 괴물 같다’ 말하고, 어디 가서 막일도 못하고 받아 줄 사람도 없다”며 “그릇도 깨 보고, 죽겠다고 스타킹도 목에다 둘러매 봤는데 더이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따르면 지난해 화상 치료를 받은 사람은 55만 7085명이다. 이 가운데 신체 면적 20% 이상, 3도 화상을 입은 사람 중 신체 주요 관절부위가 오그라들었거나, 신체 일부를 잘라낸 사람, 안면장애를 입은 사람은 지체장애 등급을 받는다. 원 박사는 “미국이나 일본은 화상전문병원에 트라우마 센터 등을 설치해 정신적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며 “환자 치료 외에 화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상환자 후원단체인 베스티안재단 설수진 사회복지사업본부 대표는 “특히 아동 화상의 경우 트라우마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렵고 심지어 교육을 포기한다”며 “신체적인 치료에서 나아가 멘토링과 심리 재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최순실 인사 의혹’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는 30년 삼성영업맨

    ‘최순실 인사 의혹’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는 30년 삼성영업맨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도움으로 대사 자리에 올랐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진 유재경(58) 주미얀마 대사는 삼성전기에서만 30여 년간 근무한 정통 영업맨이다. 31일 삼성에 따르면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5년 삼성전기에 입사, 2014년 말까지 상파울루사무소장(과장), 유럽판매법인장(상무), 글로벌마케팅실장(전무) 등을 역임했다. 해외 주재원 생활을 오래 해 경험이 풍부하고 3∼4개 외국어를 할 정도로 외국어 실력이 유창한 편이라고 한다. 임원이 된 후에도 후배 직원들과 소통에 활발해 직원들 사이에 신망이 두터웠다고 삼성 직원들은 전했다. 글로벌마케팅실장 시절 그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현장 경험을 담아 응원의 메일을 매주 보냈다. 2015년 말에는 이를 모아 ‘나는 지구 100바퀴를 돌며 영업을 배웠다’를 출간했다. 유 대사가 기업인이나 경제 전문가를 재외 공관장에 영입한 첫 사례는 아니다. 정부는 비외교관 출신으로 경제, 군사, 문화 등에서 전문성을 인정해 발탁하는 ‘특임 공관장’ 인사를 한다. 다만 대기업 출신 임원이 임명된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외교가에서는 유 대사가 오랜 해외 근무로 시장개척 분야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들어 미얀마와의 경제협력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얀마에는 한국 기업 150여 곳이 진출해있다. 주로 유럽에서 근무한 그는 미얀마에는 가본 적이 없다. 삼성 내부에서도 그의 소식에 놀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삼성전기는 물론 삼성그룹 수뇌부인 미래전략실에서도 외교부 발표 전까지 몰랐다고 밝혔다. 유 대사의 임명 시기는 2014년 말 글로벌마케팅실장에서 물러나 비상근 자문역으로 지내는 동안이었다. 삼성에서는 통상적으로 임원이 비상근 자문역이 되면 퇴사로 간주하는 게 관행이다. 삼성 관계자는 “공식 발표 전까지 회사에서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소식을 듣고 놀랐다”며 “개인 차원의 경력개발로 이해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유 대사의 임명 과정에 최순실 씨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특검은 최 씨의 인사 개입이 이권과 관련됐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날 특검 조사를 위해 입국한 유 대사는 “최씨가 (이권을 노리고) 저를 추천해 대사 자리에 앉혔다면 사람을 잘못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오전 조사할 때는 최순실을 여러 차례 만났고 본인이 최순실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점은 현재 인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8년도 수능 준비 도약 위한 수험생들의 재도약, 2·3월 재수학원 정규반 모집 시작

    2018년도 수능 준비 도약 위한 수험생들의 재도약, 2·3월 재수학원 정규반 모집 시작

    2018학년도 수능에서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한 수험생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3월부터 재수생활을 시작하지만, 일찍이 상위권을 선점을 위해 이미 재수준비에 시동을 거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수원 재수전문 MK정진학원에서는 Pre정규반과 재수정규반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2018학년도 수능 준비생을 대상을 모집하며 Pre정규반은 2월 13일, 정규반은 3월 2일 개강한다. MK정진학원은 개인별 학습능력을 고려한 선택형 맞춤수업인 S.I.M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관리한다. S.I.M(Selection, Immersion, Master)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영어 성적이 최상위권인 경우 영어를 제외한 취약과목을 선택하여 자기주도학습과 함께 해당과목을 집중관리 받을 수 있다. 전체적인 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이라면 과목별 멘토링을 통한 목표설정 이후, 자기주도학습을 중심으로 취약과목들을 집중관리 받는다. 또한 국·영·수 각 과목의 등급이 중.하위권인 학생은 고득점을 목표로 기본개념부터 쌓는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실질적으로 종합반 형태의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MK정진학원 홍성복 실장은 “SIM프로그램은 학생의 학습능력과 성적향상도에 맞춰 최적화된 학습전략으로 집중관리 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며 “기숙학원, 재수종합반, 독학재수 등의 재수전략에 관한 고민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MK정진학원은 다양한 약점 보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수학의 경우 개인별 취약부분을 파악하여 약점 보완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국어는 문제 출제 비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문학을 극복하기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 밖에도 개별 심층 1:1 멘토링을 통해 학습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다. 기숙학원식 관리로 철저한 면학분위기를 조성하며, 무엇보다도 기본개념부터 심화·실전·파이널에 이르는 체계적인 커리큘럼 구성과 논술·입시컨설팅까지 대입전형에 관한 모든 부분을 원스톱으로 관리 가능할 수 있다. 한편 MK정진학원은 수원지역뿐 아니라 병점, 동탄, 용인, 수지 등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를 제공한다. 오는 3월에는 신학기를 맞아 중. 고등부 단과반 프로그램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MK정진학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구는 46억년 전 폭발한 별 껍질에서 왔다”

    “지구는 46억년 전 폭발한 별 껍질에서 왔다”

    약 46억 년 전, 태양보다 6배쯤 큰 거대 질량의 별이 강렬한 폭발로 그 외각층을 우주공간으로 날려버렸으며, 그 우주먼지로부터 태양계의 행성들이 만들어진 것으로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우주먼지의 기원을 밝힌 새 연구가 발표되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주먼지를 이루는 알갱이들은 지금도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 속에서 발견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우주 먼지의 기원을 추적한 끝에 오래 전 어떤 거대 질량의 별이 우주에 흩뿌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자들은 천문학의 오랜 퍼즐을 풀기 위해 거성 안에서 일어나는 핵반응의 효과를 규명해냈다. 중소 질량(0.6-10 태양질량)의 별이 일생 말기에 진입하는 과정인 점근거성가지(Asymptotic Giant Branch/AGB)에 있는 별은 그들의 외각층을 우주공간으로 분출시킬 때 엄청난 양의 우주먼지를 생산한다. 그러나 지구상에 떨어진 운석 속 우주먼지의 화학조성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AGB의 화학조성과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운석 속 우주먼지의 화학조성은 우주먼지를 형성하는 별 속의 핵반응이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갖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생각한다.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논문에서 루나(Luna - Laboratory for Underground Nuclear Astrophysics) 소속의 저자들은 우주먼지의 기원이 AGB 별의 껍질이라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루나는 이탈리아의 그란 사소(Gran Sasso) 산 지하 1km에 위치한 핵물리학 실험실이다. 연구진은 별 속에서 일어나는 양성자와 산소 동위원소 17O(사람이 숨쉬는 산소보다 좀 무겁다)와의 핵융합반응이 종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2배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핵물리학자에 따르면, 이 같은 반응이 우주먼지 알갱이에 흔적을 남길 수도 있다고 한다. LUNA UK 연구진 대표 마리아루시아 알리오타 교수는 "오랜 퍼즐이었던 우주먼지의 기원을 알아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성과"라면서 "우리의 연구는 별 속에서 일어나는 핵반응을 보다 정확하고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우주먼지 알갱이들은 우리 태양계가 생성되기 오래 전에 만들어졌으며, ​연구자들은 이 우주먼지 알갱이들이 어떻게 진화해왔는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콘콜리 관측소의 마리아 루가로 박사는 "별이 폭발했을 때 나온 잔해들이 어떻게 되었는가 하는 것은 오래된 의문으로 과학자들을 괴롭혔다"면서 "이번 루나 팀의 연구로 이 우주먼지의 진화과정이 최종적으로 밝혀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남과 다른 그의 시선… 새콤 달콤 그의 시 맛

    남과 다른 그의 시선… 새콤 달콤 그의 시 맛

    그의 시는 해독하려 들자면 외려 허우적대게 된다. 사물과 동물, 인물들이 느닷없이 등장해 예측 불가한 행동과 사건, 감정으로 튀고 또 튀어간다. 이 종잡을 수없는 개성과 낯섦, 이미지와 리듬에는 그저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자꾸 눈에 밟히는 시구들이, 마음 안쪽에 들어와 오도카니 자리를 잡는다.1991년 등단해 시적 전통을 간단히 뒤집는 시들로 신선한 충격을 안긴 박상순(54) 시인 얘기다. 그가 ‘러브 아다지오’(2004) 이후 13년 만에 네 번째 시집 ‘슬픈 감자 200그램’(난다)를 냈다. 오랜 시간의 간극을 두고 엮은 시집인 만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지만 지순한 목소리의 소감은 담백했다. “스스로 시에 대해 부족함을 느꼈던 것도 있고 쓸 만한 여유도 없었다”는 것. 시 짓기뿐 아니라 책 만들기가 그의 삶을 관통해온 업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9년 북디자이너로 민음사에 입사, 편집자를 거친 그는 17년 만에 월급쟁이 편집자에서 대표 자리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보르헤스 전집을 비롯해 1990년대 민음사 중흥기의 책 표지는 대부분 그의 손길을 거쳤다. 이번 시집도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직접 도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편집 일은 쉬고 있다. “예술가나 작가가 되려고 했는데 많이 미흡하단 생각이 들어 편집자로서의 삶은 잠시 쉬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최근 박맹호 회장님 빈소에 가서도 끝까지 잘 못 모셨고, 시집도 오랫동안 못 냈고 뭐 하나 잘 못하고 있구나, 란 생각이 들더군요.” 스스로를 자꾸 낮추는 말과 달리 표제시 ‘슬픈 감자 200그램’을 시작으로 한 52편의 시들은 한 점의 기시감도 허용치 않고 고정관념에서 멀찍이 달아난 채로, 풍요롭고 다채로운 언어와 이미지의 향연을 펼친다. ‘요리사가 된 내 봄날이 아침부터 요리를 하고/뒤뚱대로, 자빠지는 아장아장 새싹들이 오물오물 점심을 다/먹고 나면, 바닷가 빵집 지나, 섬마을 우체국 지나 쉰살 넘은/내 봄날이 파도 소리 들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내 봄날은 고독하겠음)“화가의 길을 걷다 시를 해야겠다 마음먹고 방향을 틀었어요. 기존 문인들과는 출발선도 성장 배경도 달랐던 거죠. 과거 한국 시가 사진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는 방식이었다면 저는 이상한 자리에 렌즈를 클로즈업 하거나 전개가 빠른 사건을 영화처럼 묶어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나게 해요. 나중에 저보다 나이 든 문인들은 젊은 시인들의 시가 난해하면 “이게 다 네 탓”이라고 여담을 하시기도 했어요(웃음).” ‘우리’를 시적 화자로 둔 게 한국 시의 특징이었다면 그의 시에서는 낱낱의 개인들이나 사물들이 복작거리며 시적 화자로 등장한다. 예술은 결국 각각의 문제적 인간들의 이야기라는 그의 문학관에 기인한다. ‘봄은, 가을은, 달아나는 나를 모방한다. 망설이는 나를 모방한다. 겨울은, 여름은, 내 가슴속의 돌들을 모방한다. 쌓인다. 무너진다. 사라지는 나를 잊으려 하지 않는다.//현실은 내 웃음을 모방한다. 벽들이, 벽돌들이, 그런 아이들이 웃는다. 텅빈 복도에는 아무도 없는데,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를 모방한다. 길을 막는다. 길을 막는다.’(현실은 내 웃음을 모방한다) “‘나’라는 지극히 예외적이고 세계에서 보면 한 점에 불과한 존재의 기쁨과 슬픔을 정말 가까이서 들어주고자 하는 태도를 유지해요. 이를 통해 제가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한국 사회의 인간관에 어떤 변화를 보여왔는지도 이야기할 수 있죠.” ‘머리를 떼어버렸더니/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발도 잘라버렸더니/갈 길도 사라졌다//(중략)나머지 한쪽 팔을 버리려면 어찌해야 하는가.’라는 시 ‘새콤달콤 프로젝트’는 그가 시인으로 걸어온 길이자 걸어갈 길이다. “지금까지 제 시는 ‘문학은 이래야 하지 않느냐’는 보편성이나 전통을 하나둘씩 떼어내고 오는 길이었어요. 그게 제겐 새콤달콤했으면 좋겠어요. 힘들지만 앞으로도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고) 떼어내는 일은 더 할 것 같아요(웃음).”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전통시장 가업승계율’ 4.9%, 어둠 속 꽃 피운 2·3세대 청년 상인들의 희망가

    ‘전통시장 가업승계율’ 4.9%, 어둠 속 꽃 피운 2·3세대 청년 상인들의 희망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공단)에 따르면 2015년 ‘전통시장 가업승계율’은 4.9%에 불과하다. 전국 전통시장 점포 18만 6620곳 중 극히 소수만 자식들에게 가업을 물려줬다. 가업승계자를 위한 정부 지원도 전무하다. 굳이 뽑자면 공단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청년창업 및 가업승계 아카데미’ 하나뿐이다. 창업 자금 지원, 인큐베이터, 멘토링과 같은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은 찾아보기 힘들다. 곳곳이 지뢰밭이지만 성공기를 써내려 가는 2·3세대 청년 가업승계자들이 있다. 자신이 하던 일을 내려놓고 전통시장에서 꿈을 찾은 이들의 희망가를 30일 들어봤다.■김도희 연희데코 대표 “사장님 아닌 언니처럼 고객과 소통” “3개월 된 여자 아이라면 ‘범퍼가드’ 색깔은 노랑보다는 핑크를 추천합니다.” 30일 경기 성남중앙시장에서 만난 김도희(23) 연희데코 대표의 휴대전화는 온종일 견적을 문의하는 아기 엄마들의 전화로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이들이 찾는 건 아기 침대 사방을 두를 수 있는 쿠션인 범퍼가드. 김 대표는 “제품이 나올 때까지 고객들과 자주 소통하며 원하는 크기로 맞춤 제작을 해주는 게 인기 비결”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 대표는 성남중앙시장에서 나고 자라 3대째 가업을 이어 가는 청년상인이다. 연희데코의 모체는 외할머니가 1970년 성남중앙시장에 문을 연 오복상회. 간호사 출신 어머니 고백연(55)씨가 2000년 ‘중앙이불커텐’으로 상호를 바꿨으나 이제는 김 대표가 전면에서 뛴다.처음부터 가업을 물려받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2012년 또래처럼 대학에 진학해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적성에 맞지 않아 그해 여름 휴학계를 던지고 어머니를 도왔다. 당시 신근식(57) 성남중앙시장 상인회 부회장으로부터 ‘상인대학’에 나가볼 것을 권유받으면서 인생의 반전이 시작됐다. 상인대학은 시장 상인들에게 한 달간 기본적인 영업 기법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 기대 없이 나갔지만 김 대표는 이곳에서 머리가 띵해지는 경험을 했다. “일본의 성공사례를 듣는데 내가 금수저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가업승계인 만큼 사업의 밑바탕이 될 재봉틀과 원단은 이미 갖췄고, 이것만 수저로 잘 섞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배운 대로 블로그를 만들고, 어머니와 내 이름의 뒷글자를 하나씩 따 연희데코라는 새 이름도 지었습니다.” 블로그를 꾸린 지 1년 반이 흘러 극적인 전환기를 맞았다. 지금의 연희데코를 있게 한 범퍼가드를 맞춤형으로 제작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면서다. 성인이 아이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엄청난 크기의 범퍼가드를 만들었다. 원단 색상부터 솜의 두께까지 4주간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한 끝에 완성했다. 제품은 대박이 났다. 백화점 등에서 파는 규격화된 제품이 아니라 원하는 대로 제작해주는 게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김 대표는 “매출이 오르면서 직원도 어머니를 포함해 8명까지 늘어났다”면서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까지 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공도 경영학으로 바꿨다.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내용들을 학문으로 하나씩 깨우치는 게 재밌어서다. 오는 3월 복학해 사업과 병행할 예정이다. “원단 사업하는 사람 중에 저처럼 20대 초반인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일하는 것을 보고 자란 덕분인지 저도 모르게 쌓인 내공이란 게 있죠. 연희데코를 기업으로 키워보고 싶습니다. 나중에 제 자식이 4세대 가업승계자가 될 때까지 말이죠.”■김태응 남도반찬 대표 “혼밥족 위한 소포장 등 차별화 성공” “여기 고사리와 도라지나물은 방금 만든 거예요. 얼마나 고소한지 한번 드셔 보세요.” 30일 서울 양천구 신월1동 신영전통시장. 검정테 안경을 쓴 곱상한 외모의 김태응(38) 남도반찬 대표가 손님들에게 나물들을 가리키며 반찬을 추천했다. 갓 볶아낸 나물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김 대표네 가게에서는 간장게장, 명이나물, 꽈리멸치볶음 등 80가지가 넘는 반찬을 취급한다. 나물 반찬은 하루에 5~6번을 조리해 금방 내놓는 게 특징이다. 김 대표의 삶은 반찬과 거리가 멀었다. 2002년 대학 졸업 후 프린트 소모품을 취급하는 회사에 다녔지만 창업에 뜻을 품고 뛰쳐나왔다. PC방 등 전에 다니던 직장과 관련 있는 쪽으로 사업을 모색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다른 점포들과 차별성이 없는 게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 대표는 “고민이 깊던 2008년 추석 즈음 부모님 가게에 나가 일을 도왔는데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리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 집만의 맛으로 사업을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세웠다. 김 대표는 이후 2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반찬 사업을 키웠다. 부모님은 “네가 클 자리는 네가 만들어야 한다”며 처음엔 반대했지만 아들이 매출로 보여주겠다고 설득하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우선 반찬을 24가지에서 80가지로 늘렸다. 반찬의 약 30%는 반드시 간장게장 등 고급 반찬으로 채워넣었다. ‘근’ 단위로만 팔았던 명란젓은 마트에서처럼 1~2인용의 작은 사이즈로 포장해 5000원에 팔면서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월 40만원으로 시작한 매출은 3000만원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1월부터는 일본, 중국 등에서 6년간 제과제빵을 공부한 동생까지 합류했다. 김 대표를 중심으로 아버지는 판매준비, 어머니와 동생은 조리를 맡는다. 아버지 김종덕(64)씨는 “가족이 한곳에 모여 살갑게 지내는 게 그저 좋기만 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그가 지난 9년간 영업을 통해 터득한 교훈은 무엇이든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존에 쓰던 검정 봉투를 속이 비치는 하얀 봉투로 바꾸자 매출이 30%가량 줄어든 사례를 소개했다. 남자손님들이 ‘남자가 반찬을 사 간다’는 주변의 시선에 발길을 끊었고 곧바로 조치해서 매출을 회복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제 ‘전통시장 살리기’ 쪽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8월 540명으로 구성된 ‘전국청년상인연합회’ 회장을 맡았다. 전국의 가업승계 청년들이 연합회로부터 교육과 컨설팅을 받아 ‘제2의 김태응’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신영시장상인회 총무로서 ‘대형마트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도 고민한다. “제 개인의 성공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가업승계자들의 사다리가 돼 전통시장이 살아나고, 마을이 살아나는 데 기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단독] [빅뱅! 4차 산업혁명-새 물결을 주도하자] AI로 소설·그림·작곡… 엔터·레저산업 활용 넓혀야

    [단독] [빅뱅! 4차 산업혁명-새 물결을 주도하자] AI로 소설·그림·작곡… 엔터·레저산업 활용 넓혀야

    바둑, 체스 등 인간과 두뇌 싸움을 벌여 온 인공지능(AI)이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 창작 분야까지 넘보고 있다. 인간의 창의력마저 흉내내는 AI가 인간을 빠르게 대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AI가 인간의 창의력이나 직관을 완벽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인간의 삶과 희로애락을 섬세한 문장으로 풀어내는 문학계에 지난해 ‘AI 작가’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일본 마쓰바라 진 공립하코다테미래대 교수 연구진이 AI를 활용해 쓴 4편의 단편소설 중 일부가 SF 작가 호시 신이치의 이름을 딴 ‘호시 신이치’ 문학상에서 1차 심사를 통과한 것. 심사위원들은 AI가 창작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연구진이 대략의 이야기 구성이나 등장인물을 설정하고 AI는 주어진 단어와 형용사 등을 조합해 문장을 만드는 방식으로 소설을 썼지만 당시 연구진은 “수천 자에 달하는 의미 있는 문장을 쓸 수 있었던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지난해 수개월에 걸쳐 2865편의 로맨스 소설을 AI 엔진에 읽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도록 학습시켰다. AI는 소설 속 어떤 문장이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감지하고 언어 속 미묘한 차이를 파악하는 훈련을 통해 문장을 완성했다. AI는 문학뿐 아니라 음악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자사의 예술 창작 AI ‘마젠타’가 작곡한 80초짜리 피아노 곡을 공개했다. 이 곡은 첫 4개 음표가 주어진 상태에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생성됐다. 공개된 음원 중 피아노 파트 외에 드럼과 오케스트라 반주는 사람이 덧붙였다.2015년 미국 예일대 컴퓨터공학 강사 도냐 퀵은 자신이 개발한 작곡 프로그램 ‘쿨리타’를 통해 음원을 공개하기도 했다. 쿨리타는 입력된 음악 자료를 이용해 특정 규칙을 분석하고 음계를 조합해 작곡한다. 실제로 쿨리타가 독일의 작곡가 바흐의 음악적 요소를 조합해 만든 곡을 100명에게 들려준 결과 음악 애호가조차 실제 바흐의 곡과 구별하지 못할 정도였다. AI 전문가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어떻게 보면 바흐보다 더 바흐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느냐고 질문하면 대답하기 어렵듯이 창작을 기존의 것을 참고해 바꾸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면 인간의 개입 없는, AI에 의한 완벽한 창작이 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그림을 그리는 AI도 있다. 지난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와 렘브란트미술관, 네덜란드 과학자들은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를 통해 네덜란드 대표 화가 렘브란트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한 그림을 완성했다. ‘딥러닝’이라고 불리는 기계학습 기술을 통해 학습한 인공지능이 렘브란트의 작품 346점에서 특징을 파악한 뒤 3D 프린터를 통해 그림을 그려 낸 것이다. 구글의 AI ‘딥드림’이 그린 추상화 29점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2200~8000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AI의 창작은 모방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다. 미래학자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는 “현재 AI가 만든 창작물은 어떤 모티브를 주면 그 스타일을 흉내 내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AI에 ‘이것저것 섞어서 네가 원하는 대로 만들라’고 명령하면 어느 스타일도 닮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창작물이란 것은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기에 봤을 때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인간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AI가 만든 작품이 과연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다음달 지구와 소행성 충돌…음모론?vs은폐론?

    다음달 지구와 소행성 충돌…음모론?vs은폐론?

    지난해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 또는 혜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나사 관련자는 이 정체불명의 소천체가 2월 25일 지구로부터 5100만km 떨어진 우주공간을 스쳐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구-달 사이 거리인 38만km에 비해 130배 먼 거리에 해당한다. 그런데 러시아의 한 자칭 천문학자가 이와는 다른 주장을 하고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문제의 소행성이 2월 16일 지구와 충돌해 거대한 쓰나미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6 WF9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문제의 소천체'는 지난해 발견된 4.9년 주기를 가진 것으로, 지구 궤도 안쪽으로 들어오기 전 소행성대와 화성 궤도를 지날 것으로 예측된다. 혜성과 소행성의 구분이 모호한 이 문제의 소천체는 나사가 발사한 네오와이즈(NEOWISE) 탐사선에 의해 발견되었다. 러시아의 자칭 천문학자 됴민 다미르 차카로비치 박사는 "문제의 소행성이 지구로 곧장 날아오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NASA가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행성은 지난 9월 니비루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공전 방향을 바꿀 때 니비루 시스템에서 이탈했다고 주장하는 그는 "그때부터 NASA는 이미 문제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만약 그 소행성이 지구를 강타한다면 도시들을 파괴하고 메가 쓰나미를 일으킬 것이며, 인류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NASA는 이러한 주장을 일축하고, 문제의 소천체가 지구로부터 무려 5100만km 떨어진 우주공간을 지날 거라고 예측하면서 지구와 충돌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밝혔다. '2016 WF9 의 궤도는 명확히 파악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 내에 지구를 위협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문제의 소천체는 비교적 큰 덩치로, 지름이 0.5~1km 정도로 추정된다. 그리고 빛깔이 어두운 천체로 표면에 받는 햇빛 중 극히 일부만 반사하고 있다. 생긴 모습이나 반사율, 궤도상 특징은 ​혜성을 닮았는데, 혜성의 특징인 먼지와 가스 꼬리가 없다는 점이 그 정체를 미심쩍게 만들고 있다. '2016 WF9 는 아마도 혜성에 기원을 둔 천체로 보인다.'고 밝히는 NASA JPL의 제임스 바우어 차석 연구원은 "오랜 세월 휘발성 물질을 모두 날려보내고 현재는 어두운 비휘발성 먼지로 뒤덮인 천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차카로비치 박사는 자신의 데이터는 그와는 다르다고 밝히면서, 그 소행성은 가상의 행성인 니비루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음모론자들은 태양을 동반성으로 하는 쌍성계에 ​이탈한 니비루 행성이 오는 10월 지구와 충돌할 것으로 믿고 있다. 물론 그에 관한 증거는 없다. 니비루 행성은 종종 행성X로 불리며, 우리 태양계 외곽에 있다고 하는 가상의 행성이다. '니비루나 이와 관련된 가상의 행성에 관한 얘기들은 명백히 인터넷 가짜 뉴스로,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고 NASA는 강조한다. 니비루는 제9의 행성과는 다른 행성이다. 제9의 행성은 행성X로 불리기도 하는데, 지난해 1월 칼텍의 천문학자들에 의해 그 존재를 주장하는 가설이 발표되었다. 음모론자들은 몇백 년 전 '떠돌이 행성' 니비루의 중력에 의해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 궤도가 흐트러졌으며, 니비루가 다시 태양계 안쪽으로 도래해 언제든 그러한 중력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됴민 다미르 차카로비치라는 이름이 가상의 행성 니비루에 의한 지구 종말론과 관련해 온라인상에 나타난 것은 몇달 전부터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태초의 은하를 엿보다…114억 광년 거리 ‘초기 은하’ 포착

    태초의 은하를 엿보다…114억 광년 거리 ‘초기 은하’ 포착

    허블 우주망원경과 같은 최신 우주망원경의 도움으로 과학자들은 이제 100억 광년이라는 엄청나게 먼 거리의 은하도 관측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인간의 상식으로는 짐작도 하기 힘든 먼 거리에 떨어진 은하를 관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최근 국제 천문학 연구팀이 BG1429+1202라고 명명된 매우 밝은 은하를 발견했다. 이 은하는 슬론 디지털 전천탐사(Sloan Digital Sky Survey·SDSS) 연구에 등록된 은하 50만 개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것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비활동성 은하 가운데 가장 밝은 것 가운데 하나이다.(사진) 그 거리는 지구에서 114억 광년으로 보통 이 정도 거리에서 관측되는 은하는 중심 블랙홀이 활발하게 에너지를 내놓는 활동성 은하인 경우가 많다. BG1429+1202처럼 비활동성 은하가 이 정도 거리에서 쉽게 관측이 될 정도로 밝은 것은 예외적인 경우다. 사실 밝게 빛나는 비결 가운데 하나는 중력 렌즈다. 중력 렌즈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으로 예측한 현상으로 중력에 의해 빛의 경로가 변경되면서 렌즈처럼 작동하는 원리다. 이 경우에는 5억 광년 정도 떨어진 은하의 중력으로 인해 확대돼 지구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관측할 수 있다. BG1429+1202는 자외선 영역의 리만 알파선(Lyman alpha emission line)에서 강력한 빛을 내뿜고 있어 앞으로 초기 은하의 모습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 은하는 빅뱅 직후 23억 년 정도 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앞으로 건설될 차세대 대형 망원경이 완성되면 이 은하는 가장 완벽한 연구 대상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지금은 그 밝기에도 불구하고 세부 구조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차세대 망원경이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관측 결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이광식의 천문학+] 오리온자리 ‘10배 즐기기’

    ​[이광식의 천문학+] 오리온자리 ‘10배 즐기기’

    ‘별자리의 왕자’ 오리온자리 겨울 밤하늘 별자리 중에서 단연 압권은 오리온자리일 것이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88개의 별자리에는 모두 21개의 1등성이 있는데, 북반구에서는 오리온자리만이 1등성을 두 개나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의 좌상귀에 있는 붉은 별 베텔게우스와 우하귀 쪽의 푸른 별 리겔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요즘 오리온을 만나려면 밤 8시쯤 바깥으로 나가 남쪽 하늘을 보면 된다. 중천에 커다란 방패연처럼 걸려 있는 오리온자리를 찾기는 아주 쉽다. 앞에서 말한 두 1등성과 가운데 등간격으로 늘어선 삼성을 보면 금방 오리온자리인 줄 알 수 있다. 오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솜씨 좋은 사냥꾼의 이름이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로 태어난 오리온은 달과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를 사랑하지만, 아르테미스의 오빠인 아폴론이 이들의 사랑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 나머지, 사냥하고 있는 오리온을 발견하고는 동생에게 내기를 청한다. 오리온을 과녁 삼아 활쏘기를 하게 된 것이다. 오리온인 줄 모르는 아르테미스는 사냥의 여신답게 화살을 오리온의 머리를 정확히 명중시킨다. 나중에 자신이 쏘아 죽인 것이 오리온임을 알게 된 아르테미스는 큰 슬픔에 빠졌고, 신들의 왕 제우스는 아르테미스의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오리온을 밤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밤하늘의 오리온은 방패와 몽둥이를 들고 우람하게 버티어선 사냥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사냥꾼은 밤새 하늘을 질주해 새벽녘이면 서쪽으로 진다. 오리온의 허리에는 세 개의 별이 등간격으로 나란히 빛을 발하고 있다. 바로 오리온 삼성이다. 중앙의 세 별은 모두 푸른빛을 내는 비슷한 밝기의 2등성이다. 별지기들은 재미삼아 이 별 이름을 차례로 왼다. 민타카, 알릴람, 알니탁. 눈치 빠른 이들은 알아챘겠지만, 다 아랍어 이름이다. 기독교 교회의 품 안에서 미몽에 빠져 있던 서방세계가 코페르니쿠스가 나타나기 전까지 1000년 동안 천문학은 아랍 세계가 앞서 있어 별들 이름이 이렇게 지어진 것이다. ​이 삼성 아래쪽에는 오리온 대성운(M41)이 있다. 아름다운 나비 모양의 붉은색 성운이다. 하지만 크기는 무려 25광년, 거리는 1,500광년이다. 태양계를 만든 성운의 크기가 2~3광년이라 하니, 태양계 10개는 거뜬히 만들 수 있는 대성운이다. 당신이 오늘 밤 본 오리온성운의 빛은 신라, 백제, 고구려가 아웅다웅하던 삼국시대에 출발한 빛이다. 지금도 이 성운 안에서는 아기별들이 태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삼성을 더 따라가 보자. 삼성에서 북쪽으로 눈길을 주면 황소자리의 주황색 별 알데바란이 보이고, 좀생이별(플레이아데스)과 히아데스성단이 눈에 띈다. 또한 오리온자리 왼쪽으로는 큰개자리 알파 별로, 온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가 시퍼런 빛을 흘리고 있다. 늑대 눈처럼 시퍼렇게 보이는 시리우스는 사실 쌍성으로, 그중 밝은 별은 태양보다 23배 더 밝다. 거리는 8.6광년. 동양에선 시리우스를 천랑성(天狼星), 곧 하늘 늑대 별이라 불렀다. ​ 너무나 다른 베텔게우스와 리겔​ 하지만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하는 별은 바로 오리온자리의 두 1등성인 베텔게우스와 리겔이다. 두 별은 같은 1등성이기는 하지만, 개성은 너무 다르다. 먼저 베텔게우스는 임종을 앞둔 늙은 별이지만, 리겔은 젊디젊은 주계열성 별이다. 태양을 비롯한 거의 모든 별은 수소 핵융합을 하는 주계열성이다. 별은 생애의 대부분을 주계열성으로 지내다가 마지막에는 백색왜성으로 쪼그라들든가, 초신성 폭발로 최후를 장식한다. 별의 최후를 결정짓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바로 별의 덩치, 곧 질량이다. 청색 초거성인 리겔은 베타 별이지만 알파 별인 베텔게우스보다 더 밝다. 무려 태양 밝기의 12만 배나 된다. 온 하늘에서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다음 7번째로 밝은 별이다. 크기는 태양 크기의 약 80배이고, 지구로부터 거리는 860광년이다. 리겔과는 반대로 적색 초거성인 베텔게우스는 지름이 태양 크기의 900배나 된다. 만약 베텔게우스를 태양 자리에 끌어다 놓는다면 화성을 넘어 목성 궤도까지 잡아먹을 것이다. 변광성인 베텔게우스의 밝기는 태양의 50만 배, 거리는 640광년이다. 그런데 이 별은 지금 인류가 가장 주목하는 별이 되어 있다. 조만간 수명이 다해 초신성으로 폭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별이 터진다면 폭발로 인한 빛이 지구가 형성된 이후 가장 밝은 빛으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폭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우주 시간으로는 잠시인 100만 년 이내에 언제라도 가능하며, 2020년이 오기 전에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현장에선 이미 64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일 것이다. 640년 전이라면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군사를 돌릴 때이다. 베텔게우스가 폭발한다면 지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이가 850만 년인 이 늙은 거성은 중심에서 연료가 소진되면 내부로부터 붕괴해 엄청난 폭발과 함께 마지막 빛을 발하게 된다. 이때 우리는 약 1~2주간 밤하늘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의 밝은 빛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곧, 초신성 폭발하면서 발하는 빛은 몇 주일에 걸쳐 밤을 낮처럼 만들고 마치 하늘에 2개의 태양이 떠 있는 것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이후 몇 달간 서서히 빛이 사그라져 결국에는 성운이 될 것이다. 지구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지구가 직접 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초신성 폭발의 뒷이야기가 더욱 중요하다. 별이 수소로부터 시작해 철까지 만들면서 최후를 맞지만,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모두 별이 폭발할 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은 수소 외에는 모두 별 속에서, 그리고 별이 폭발할 때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것이 우주를 떠돌다가 태양계 초기 지구가 생성될 때 합쳐졌고, 이윽고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을 빚어냈던 것이다. 우리 몸속의 철, 칼슘, 마그네슘, 인, 요오드 등이 다 그렇다. 이건 픽션이 아니라 팩트다. 그러니 별들이 초신성 폭발로 온몸을 아낌없이 우주 공간으로 흩뿌리지 않았더라면 우리 인간도 다른 생명체들도 존재하지 못했을 거란 얘기다. 이것이 바로 사람과 별의 관계, 인간과 우주의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고은 시인은, “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이런 세상에서 내가 버젓이 잠을 청한다(‘순간의 꽃’ 중에서)”고 노래했던 것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씨줄날줄] 멕시코 장벽/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멕시코 장벽/이동구 논설위원

    만리장성은 우주 공간에서도 볼 수 있는, 인간이 만든 유일한 구조물로 알려져 있다. 조만간 이에 버금갈 새 구조물이 아메리카 대륙에도 만들어질 것 같다. 멕시코 장벽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서에 공식 서명했다. 불법 이민자나 각종 범죄자의 무단 입국을 막겠다는 것이 장벽 설치의 목적이다. 미국 정부는 조만간 멕시코 정부와 협상을 거쳐 수개월 안에 장벽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장벽 건설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비용(약 150억 달러)은 전적으로 멕시코에 부담시키겠다고 한다. 멕시코 정부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발끈하고 있지만 벌써 시멘트 회사의 주가가 상한가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니 실제 건설될 가능성은 커 보인다. 멕시코 장벽으로 불리는 이 장벽은 길이가 약 3200㎞에 이른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주 등에 걸쳐 있다. 만리장성(약 6000㎞)에 비해 짧지만 북아메리카 대륙의 허리를 가로지른다. 이 가운데 서쪽 1000여㎞ 구간에는 2006년 조지 부시 행정부 때 서명된 안보장벽법(Secure Fence Act)에 따라 울타리가 이미 설치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울타리보다 훨씬 견고한 콘크리트로 장벽을 설치할 모양새다. 장벽은 원래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 설치되기 마련이다. 유럽의 중세 성들이나 중국의 만리장성, 우리나라의 산성들 모두가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영토를 지키고 백성의 목숨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국가나 체제 간의 장벽은 세계인들이 모두 기억하는 베를린 장벽일 것이다. 1961년 세워진 베를린 장벽은 1989년 9월 동독 시민 수만 명이 장벽을 허물고 서베를린으로 넘어갈 때까지 냉전 시대의 상징물이었다. 30여년의 세월 동안 베를린 장벽은 독일 국민에게 눈물과 아픔을 안겨 줬다. 6·25 전쟁 이후 생겨난 한반도의 휴전선과 비무장지대(DMZ) 또한 마찬가지다. 콘크리트나 성벽과 같은 장벽은 아닐지라도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단단한 민족 분단의 장벽으로 지금껏 남아 있다. 장벽은 단절을 의미한다. 마음의 장벽, 언어와 문화의 장벽, 민족과 인종 간의 무형의 장벽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빨리 없애야 하는 제거의 대상으로 삼는 게 인류 보편적인 상식이다. 동·서독 국민을 가로막은 베를린 장벽은 길이가 43㎞에 불과했지만, 당시 서독 정부는 이를 ‘수치의 벽’이라고 불렀다. 미국민들은 멕시코 장벽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 궁금해진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운 사례로 꼽을까. 최고의 민주 국가로 자부하던 미국의 이미지를 국수주의에 빠진 2류 국가로 추락시킨 트럼프 정부의 상징물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 [자치광장] 4차 혁명기 대학, 지식 공유로 성장해야/서윤기 서울시의원

    [자치광장] 4차 혁명기 대학, 지식 공유로 성장해야/서윤기 서울시의원

    서울 소재 대학들이 학점 공유를 시작한다. 서울시는 31개 대학이 참여하는 학점 공유 시스템 정비에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서울 총장 포럼(세종대 신구 총장) 소속 대학들이 학점 공유에 합의하고, 서울시의 전격적인 지원 결정으로 시스템 완비가 가능해졌다. 이에 서울시립대에 학점 공유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학점 공유는 대학 경계를 넘어 타 대학의 교과목을 학생이 원하는 대로 수강할 수 있는 제도다. 선망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해당 대학의 공유된 교과목 수강이 가능하다. 미국에선 워싱턴DC의 14개 대학이 학점 공유를 한다. 그간 개별 인접 대학 2~3개가 협약을 통해 학점을 공유하기도 했지만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학이 극히 제한돼 이를 활용하는 학생도 소수에 그쳤다. 이번 시스템 구축과 운영으로 학생들은 공유된 다양한 교과목 수강을 통한 복수·부전공 기회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 후 취업 역량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점 공유로 대학 강의의 질적 수준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보다 강의가 더 좋은 학교로 수강 신청을 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강의를 준비하는 교수는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긴장감이 생길 것이고 결국 강의의 질도 좋아지게 될 것이다. 학생들 입장에선 강의 선택 폭이 매우 넓어진다. 학교 명성이 아니라 강의 잘하는 교수를 찾아가 수강할 수도 있다. 강의 질이 비슷하다면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서 강의를 들을 수도 있어 학습 여건이 매우 쉽게 됐다. 대학도 교육 과정 운영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영세 학과의 경우 타 대학과 교육 과정을 공동 개발하고 공유함으로써 교육 과정의 질적 수준 향상 및 교육 과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과제도 있다. 향후 시민에게 강의를 대폭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 학점은행제와 연계해 시민에게도 대학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 각 학교의 평생교육원과 연동해 재취업을 위한 강좌, 창업 관련 자격증과 인문학 강좌 등도 개설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학점 공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정부는 대학의 학과 운영제도와 커리큘럼 및 학기 운영에 전향적인 정책 전환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들이 울타리를 치고 경쟁했던 시대를 넘어 지식을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시대가 됐다. 긴 안목으로 보아 대학 서열화와 망국적인 학벌주의, 입시 열풍이 서서히 사라지길 고대한다.
  • [지금, 이 영화] ‘사랑의 시대’

    [지금, 이 영화] ‘사랑의 시대’

    혁명의 시간은 짧고, 혁명 이후의 나날은 길다. “모든 권력을 상상력으로!”라고 외치며 일체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꿈꾸던 ‘68혁명’도 그랬다. 열정과 환희에 휩싸였던 혁명의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그러니까 청년 시절 68혁명에 참여했던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말대로,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다. 그로 인해 변화된 자기 자신―주체의 진리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충실성이야말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테제다. 그렇지만 혁명의 시간을 간직한 채 혁명 이후의 나날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 과거에 경험한 찰나의 빛으로, 현재의 기나긴 어둠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시대’는 바로 그런 난관을 그린 영화다.이 작품은 1970년대 덴마크를 시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은 유럽을 휩쓴 68혁명의 세례를 직접적으로 받은 사람들이다. 안나(트린 디어홈)가 대저택을 개방해 친구들과 함께 사는 공동체 생활을 제안하고, 거기에 남편 에릭(울리히 톰센)이 동의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개연성이 있다. 그들은 남녀가 10명 정도 모여 사는 공동체를 조직해, 68혁명 이후의 일상적 혁명을 추구하려고 했다. 예컨대 공동체 구성원이 다 같이 벌거벗고 수영하는 모습이 그렇다.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경찰을 없애야 한다”던 68혁명의 구호는 이처럼 기성 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실현됐다. ‘사랑의 시대’ 원제가 ‘공동체’(The Commune)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는 7살 때부터 19살 때까지 공동체에서 자랐다. 그는 영화를 찍는 데 이때의 체험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고백한다. “‘더 헌트’를 포함한 내 영화의 대부분은 공동체와 개인을 다루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공동체는 확장된 가족 같다. 함께 살다 보면 어느 정도 선에서 노력을 멈춘다. 많은 결혼생활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같은 집에 살고 서로의 옆에서 자게 되면 겉모습은 벗어버리게 된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길 원하는 대로 자신을 꾸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동체에서는 인간의 모든 것을 보게 된다.” 68혁명의 여파로 탄생했으나, 공동체가 내건 이상은 현실과 부딪쳐 삐걱댄다. 가령 비싼 집세를 누군가는 내는데, 누군가는 내지 않는다는 경제적 문제로 인한 갈등이 불거진다. 그보다 심각한 것은 애정의 문제다. 대학생 엠마(헬렌 레인가드 뉴먼)와 사랑에 빠진 에릭은 그녀를 공동체에 들이자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본인이 대저택을 제공했고, 집세도 부담한다는 압력을 행사했다. 68혁명의 정신은 이렇게 변질됐다. 평소 자유연애 혹은 “자기감정을 따를 권리”를 존중하는 입장이던 안나의 내면도 그때부터 부서지기 시작한다. 집과 음식을 공유할 수는 있어도, 사랑을 공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혁명으로도 전복하기 힘들다. 사랑은 독점적 권력이다. 2월 2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실화, 그래서 더 빠져드는…

    실화, 그래서 더 빠져드는…

    →실제 스노든 외모·버릇까지 세밀하게 복사… 조셉 고든 레빗의 메소드 연기 빛나 거장이 뷰파인더로 바라본 세상은 어떨까. 실제 사건,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사회에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해온 올리버 스톤 감독의 ‘스노든’이 새달 9일 개봉한다. 미국 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통신 감청과 개인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고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실제 스노든의 외모와 중저음의 목소리, 버릇까지 세밀하게 복제하는 조셉 고든 레빗의 메소드 연기가 빛난다. 이라크전 참전을 위해 자원 입대했고, 의병 전역 뒤에도 미 정보기관에 투신할 정도로 애국심에 불타던 인물이 내부고발자가 되어 가는 과정을 스릴 넘치게 그려낸 스톤 감독의 연출력도 빛난다. 니컬러스 케이지, 재커리 퀸토, 셰일린 우들리 등 출연진도 탄탄하다. 다만 얼마 지나지 않은 2013년 사건이고, 스노든과 글렌 그린월드, 로라 포이트라스 등 언론인들이 첩보 작전처럼 준비했던 폭로 현장을 셀프 카메라로 담은 다큐멘터리 ‘시티즌포’가 한발 앞서 개봉한 것은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10년 만에 메가폰 잡은 멜 깁슨 감독… 전쟁영웅 그린 영화로 오스카 작품·감독상 또 도전 배우 출신으로 거장 반열에 다가서고 있는 멜 깁슨 감독의 전쟁 영화 ‘핵소 고지’가 22일 개봉한다. ‘브레이브 하트’(1995)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쓸었던 그다. ‘아포칼립토’ 이후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총을 잡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전쟁 영웅이 된 한 남자의 실화를 그렸다. 종교적 신념을 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지켰기 때문에 전쟁 영웅이 되는 과정이 아이러니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에 자진 입대한 데스몬드 도스(앤드루 가필드)는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다며 집총 훈련을 거부하는 등 부대 내 골칫거리가 된다. 하지만 의무병으로 참전한 오키나와 전투에서 무려 75명의 목숨을 구해내며 미군 최고 영예인 명예 훈장을 받는다. 멜 깁슨은 이 작품으로 올해 오스카 작품, 감독상에 또 도전하게 됐다. 6개 부문 후보다. 앤드루 가필드는 생애 첫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종교 영화 ‘사일런스’에서도 주인공을 맡은 그는 스파이더맨 복면을 완전히 벗어 던질 것으로 보인다. 샘 워싱턴과 휴고 위빙, 빈스 본 등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등장한다. 혈혈단신으로 전장에 남겨져 아군을 구해내는 장면이 장렬한 분위기로 연출됐다.→17세기 포르투갈 출신 예수회 페레이라 신부의 이야기… 日 소설 ‘침묵’ 읽고 28년 만에 영화 완성 ‘사일런스’는 28일 개봉한다. 다큐멘터리 작업에 더 관심을 기울였던 스코세이지 감독이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이후 4년 만에 내놓는 장편 극영화다. 다른 사람의 고통과 구원을 이유로 배교(믿던 종교를 배반함)하며 가톨릭 교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17세기 포르투갈 출신의 예수회 페레이라 신부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페레이라 신부 이야기를 모티브로, 일본 문학 거장 엔도 슈사큐가 쓴 소설 ‘침묵’을 접한 뒤 28년 만에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카메라는 17세기 천주교 박해가 이뤄지던 일본에서 소식이 끊긴 스승 페레이라(리암 니슨) 신부를 찾아 나선 로드리게스(앤드루 가필드)와 가르페(아담 드라이버) 신부를 쫓는다. 참혹한 상황을 거듭 마주하며 믿음이 흔들린 이들은 결국 예수상이나 성모상을 그린 그림 즉 ‘후미에’를 밟고 지나가며 가톨릭을 등지게 된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종교에 대한 관심은 처음이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예수를 그려 논란을 부른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8)과 14대 달라이 라마의 삶을 그린 ‘쿤둔’(1997)이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경기 북부 테크노밸리 유치…10년내 제2의 강남 만들 것”

    “경기 북부 테크노밸리 유치…10년내 제2의 강남 만들 것”

    경기 구리시는 교통 등 지리적 환경이 웬만한 서울시 자치구보다 낫다. 서쪽으로 아차산을 경계로 서울시 노원·중랑·광진구와 접했고, 동북쪽으로는 왕숙천을 경계로 경기 남양주시와 마주한다. 남쪽에는 한강이 흐르고, 그 너머에 서울시 강동구가 있고 양옆으로 서울 송파구와 경기 하남시가 있다. 사실상 서울 안에 있다. 강남권 및 서울 중앙 접근성이 경기지역에서 가장 뛰어나다. 총면적은 여의도의 4배가량인 33.29㎢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20만명에 가깝다. 하지만 구리시 가치는 저평가돼 있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백경현 구리시장은 구리의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 시장은 26일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유적지 연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와 경기북부테크노밸리 유치 등 자족기반 강화만이 저평가된 도시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워터파크씨티 개발로 경쟁력 확보 구리시는 올해 한강변 일대에 수변공원 및 워터파크시티 개발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발주한다. 아차산 자락에는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유스호스텔을 포함한 역사공원을 조성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동구릉은 ‘조선왕릉문화벨트’와 연계해 관광객 유치뿐 아니라 청년 일자리 창출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한예종 유치 전망도 밝아 육군사관학교·서울여대·한국과학기술대 등이 인접한 갈매지구 일대는 새로운 대학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남양주시와 함께 경기북부테크노밸리 유치를 추진, 경기동부판 판교테크노밸리를 꿈꾼다. ●고품격 맞춤형 평생교육 도시 구현 시는 한예종과 손잡고 구리아트홀을 경기동부권의 대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고, 고 박완서 작가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토평도서관 옆에 박완서 문학관을 건립한다. ‘시민행복아카데미’ 등 맞춤형 평생교육을 지원하고 지역의 인재 육성을 위한 특성화사업 등 ‘구리혁신교육지구사업’ 2차연도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진학센터’도 개설하고 쉼터도 신축할 계획이다.●안전하고 행복한 복지 도시 실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생명의 존엄을 일깨우는 사업도 추진한다. 독거노인 돌봄서비스와 친구 만들기, 복지기관별로 흩어진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구리 복지넷’도 구축한다. 경로당 주치의 제도와 실버인력뱅크를 확대해 어르신들의 사회참여와 일자리 제공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시민 안전을 위해 1400대 폐쇄회로(CC)TV를 엮은 통합관제센터도 구축한다. ●인간·자연 공존 녹색 환경도시 구현 구리시는 사람과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연내에 시청 앞 이문안 저수지를 수변생태공원으로 바꾸는 등 그동안 답보상태였던 각종 도심공원 조성사업을 차례로 추진한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 조성사업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진행사항을 점검해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시청 앞 교문1지구 단독주택은 3층에서 4층으로 층수를 완화하고, 공동주택은 용적률이 완화될 수 있도록 도시관리계획 변경결정고시를 추진한다. 구리선(지하철 6호선) 연장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 중이고 오는 6월 세종~구리~포천을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하면 교통환경도 크게 개선된다. 백 시장은 “구리시의 새해 시정 계획은 결론적으로 10년 내 강남 같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원년을 삼자는 것”이라면서 “시민 모두가 화합해 역량을 하나로 모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대내외적 부동산시장 악재 불구, 수요자 부담 낮춘 ‘동천파크자이’ 눈길

    대내외적 부동산시장 악재 불구, 수요자 부담 낮춘 ‘동천파크자이’ 눈길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국내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금융혜택 제공을 통해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5일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25% 올린 0.5~0.75%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3차례 추가로 올릴 가능성을 시사한바 있어 국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올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 될 경우 금리인상폭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3일 전매제한 강화와 1순위 및 재당첨 금지를 골자로한 11.3대책에 이어 11월 24일에는 아파트 잔금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여 집단대출에 고강도 규제를 가하는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이러한 대내외적인 부동산시장 악재속에서도 건설사들은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하는데 있어 부담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금융혜택을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GS건설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일대에 선보이는 ‘동천파크자이’는 다양한 금융혜택 제공을 통해 수요자들의 부담을 확 낮췄다. 우선 분양가의 10%에 달하는 계약금을 2회 분납으로 납부가 가능하다. 1차 계약금은 500만원 정액제이며, 나머지 계약금은 계약체결 후 한달 후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차 중도금 납부시기를 전매제한(6개월) 이후인 올해 8월로 늦춰 전반적인 중도금 대출이자 총액을 낮춘 것은 물론 분양권 전매도 수월할 수 있도록 했다. 동천파크자이의 경우 11.3대책의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계약 이후 6개월 이후에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단지다. 이와함께 금리인상을 대비한 ‘이자안심보장제’도 적용된다. 추후 금리인상에 따라 중도금대출금리가 올라가도 계약자들은 3.4%까지만 부담하면 돼 실수요자들은 물론 투자자들의 금융부담을 확 줄였다. 우수한 입지여건도 동천파크자이의 자랑거리다. 단지 북측으로 판교신도시가, 서측으로 분당신도시가 위치하고 있어 판교·분당 생활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 여기에 신분당선 연장선 동천역과 수지구청역을 통해 판교역이 10분 이내, 강남역이 20분대 이동이 가능하다. 단지 앞 버스정류장(수지고)에는 건대, 서울역, 압구정, 잠실 등을 연결하는 광역버스 8개 노선과 구미동, 광교, 수원, 성남, 서현동, 죽전 등 시내외를 연결하는 일반버스 14개 등 총 22개 노선이 지나고 있어 대중교통 이용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단지 바로 옆으로는 경기지역의 명문학교로 손꼽히는 수지고가 위치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토월초, 손곡중, 수지중, 한빛중 등의 명문학교시설이 까깝고, 롯데마트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아브뉴프랑 판교 등 판교·분당 생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광교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친환경 조경과 쾌적성이 높아 수요자들의 거주 만족도를 높였다. 단지 사방이 공원과 경관녹지로 둘러싸여 있는 공원형 아파트로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 동천파크자이는 지하 4층, 지상 16~22층 6개동 전용면적 61㎡ 단일주택형 총 388가구로 이뤄졌다. 주택형별로는 전용면적 △61㎡A 146가구 △61㎡B 106가구 △61㎡C 43가구 △61㎡D 39가구 △61㎡E 37가구 △61㎡F 17가구 등 총 6개 주택형으로 최근 수요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소형으로만 이뤄졌다. '동천파크자이' 모델하우스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해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황야도 천국이 되리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황야도 천국이 되리

    황야도 천국이 되리 -오마르 하이얌 새해가 되니 옛 욕망이 되살아나, 생각에 잠긴 영혼은 고독을 찾아 숨어드네, 거기는 모세의 하얀 손이 나뭇가지에서 뻗어 나오고 예수가 땅속에서 한숨 쉬는 곳. Now the New Year reviving old Desires, The thoughtful Soul to Solitude retires, Where the WHITE HAND OF MOSES on the Bough Puts out, and Jesus from the Ground suspires. *설을 앞두고 페르시아의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아랍어로 ‘4행시들’을 뜻한다)를 읽고 있다. 새해가 되어 옛 욕망이 되살아난다니. 얼마나 절묘한 표현인가 감탄하면서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 나오는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mixing Memory and desire)라는 구절이 연상되었다. 엘리엇도 오마르 하이얌의 시를 읽었음이 틀림없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을 보며 모세의 하얀 손을 생각하고, 대지에서 예수의 숨결을 느끼며 들판을 거니는 시인. 페르시아에서는 새해가 춘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계절, 대기에 충만한 봄기운을 받으며 욕망이 다시 꿈틀댔으리. 왜 인류는 새해를 기념했을까. 우리의 몸과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마음은 새순처럼 젊어지기를 소망해서가 아닌지. ‘모세의 하얀 손’은 구약의 출애굽기 4장 6절에 나오는 기적을 일컫는다. “여호와께서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손을 외투에 넣으라 하여 그가 손을 품에 넣었다 꺼내 보니 그의 손에 나병이 생겨 피부가 눈같이 하얗게 된지라.” 내가 페르시아어를 배웠다면 원문을 더 깊이 이해하련만. 저 훌륭한 영국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1809~1883)가 영어로 옮긴 것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려니 정말 힘들다. 루바이야트에는 제목이 달려 있지 않다. 번역본마다 엮인 순서대로 번호를 붙여 놓았다. 앞에 소개한 시는 ‘루바이 4’다. 피츠제럴드가 번역한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를 뒤적이다가 압운을 발견하고 놀라 기절할 뻔했다. Desires, retires, 그리고 한 행 건너 suspires. ‘-ires’로 끝나는 AABA의 각운을 만들려 얼마나 머리가 아팠을까. 피츠제럴드를 만나 오마르 하이얌은 다시 태어났다. 구글에서 ‘Omar Khayyam’을 치면 위키피디아에 아주 기다란 글이 딸려 있다. 시인을 소개하는 글에 웬 포물선과 원이 나오나 의아해하면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이며 철학가인, 그리고 어쩌다 시도 썼던 오마르 하이얌의 생애를 따라가 보았다. (세계의 명시를 소개하며 내가 그 골치 아픈 3차 방정식을 다시 공부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다재다능했던 하이얌은 이슬람의 셰익스피어이며 또한 아이작 뉴턴이었다. 오마르 하이얌(1048~1131)은 페르시아의 북동부 지역 거점도시인 니샤푸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직업에서 따온 하이얌이라는 성은 ‘천막 제조업자’를 뜻한다. 어린 오마르는 사마르칸트의 학교를 거쳐 부하라로 옮겨 이슬람 문화의 황금기를 이끄는 학자가 되었다. 그는 당시로서는 굉장히 새로운 발견을 담은 수학 논문들을 썼고 그중 일부가 서양에 전래돼 근대과학을 낳는 토대가 되었다. 셀주크의 술탄 말리크샤 1세의 요청으로 1079년에 그가 만든 새로운 달력은 16세기에 나온 그레고리 달력보다 더 정확했다. 지금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하이얌의 달력에 기초한 ‘이란 달력’을 사용한다. 그는 원과 포물선을 교차시켜 3차 방정식을 푸는 기하학적 방법을 연구한 최초의 수학자였다. 그리고 그는 천 편의 시를 쓴 시인이었다. 한 사람이 어떻게 그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길 수 있는지. 그의 시를 읽으며 게으른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 여기 나뭇가지 아래 빵 한 덩이, 포도주 한 병, 시집 한 권- 그리고 당신이 내 옆에서 노래 부르니- 황야도 천국이 되네. Here with a Loaf of Bread beneath the Bough, A Flask of Wine, a Book of Verse - and Thou Beside me singing in the Wilderness - And Wilderness is Paradise enow. * 빵과 치즈, 포도주 한잔, 그리고 재미난 읽을거리가 있으면 당신이 내 옆에 없어도 천국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나. 하이얌의 4행시에 보이는 현실주의. 어디까지나 여기 이곳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라는 현세주의는 고대 수메르인의 길가메시 서사시와 일맥상통하지 않나. * 황금의 알갱이를 아껴 썼던 사람이나, 비처럼 바람에 날리게 마구 뿌렸던 사람이나, 황금빛 대지로 돌아오지는 못하지 죽어 묻히면, 누가 다시 파 보기나 할까. And those who husbanded the Golden Grain, And those who flung it to the Winds like Rain, Alike to no such aureate Earth are turn‘d As, buried once, Men want dug up again. * 조금의 감상도 허용하지 않는, 번뜩이는 허무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이런 시가 있는데 내가 뭘 더 보태나, 참담한 마음에 그만 은퇴하고픈 충동이 일어난다. 새해에 절대로 읽어선 안 되는 시를 괜히 집적거렸다.
  • [아하! 우주] 암흑물질 비밀 풀 왜소은하군 최초 발견

    [아하! 우주] 암흑물질 비밀 풀 왜소은하군 최초 발견

    2000억에서 4000억 개의 별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 은하나 안드로메다은하와 달리, 몇십 억 개의 별을 가진 작은 은하를 왜소은하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런 왜소은하 여러 개가 중력으로 결합해 있는 ‘왜소은하군’이 사상 처음으로 관측됐다고 천문학자들이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발견은 이런 은하가 모여 우리 은하와 같은 커다란 은하를 형성하고 이때 수수께끼의 암흑물질이 작용한다는 유력한 이론을 뒷받침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아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 최신호에 실린 이 연구논문에 따르면, 왜소은하군은 이미 이론화돼 있지만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최근 ‘슬론 디지털 전천탐사’(SDSS)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탐사 자료에서 발견됐다. 이 자료는 2008년 발표된 뒤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됐다.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왜소은하군은 총 7개. 각각 3~5개의 왜소은하로 구성돼 있다. 그 크기는 우리 은하의 10분의 1에서 1000분의 1 정도까지 다양하다. 왜소은하의 특징은 우리 은하와 달리 새로운 별의 생성을 오래전부터 멈추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미국국립전파천문대(NRAO)의 천체물리학자 사브리나 스티어월트 박사는 “이런 은하군은 중력으로 묶여 있어 미래에는 융합돼 하나의 큰 중간질량 은하를 형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발견으로 초기 우주에서 은하 등 구조가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한 문제를 해명하는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하 형성에 관한 유력한 이론은 약 137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난 뒤 더 작은 은하들이 생겼고 이들이 결합해 더 큰 은하를 형성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융합 과정이 왜소은하 정도의 작은 규모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지금까지 답답할 정도로 거의 없었다고 스티어월트 박사는 말한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로 왜소은하의 관측이 어렵다는 것을 꼽고 있다. 참고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왜소은하는 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가 유일하다. 천문학자들은 10년 전 시점에서 왜소은하를 몇십 개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망원경의 대형화로 발견 횟수가 늘어나긴 했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왜소은하는 고립된 낱은하(Field galaxy)나 더 큰 은하에게 잡아먹힐 위성은하(satellite galaxy) 중에 한 유형일 뿐이었다. 이에 대해 스티어월트 박사는 “우리가 발견한 것과 같은 저질량 은하로만 구성된 독립적인 은하군은 우리 은하와 같이 더 큰 은하들이 만들어지게 되는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에서 2억~6억50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이번 은하군에 대해서는 “거리가 매우 먼 것처럼 생각되지만 우주의 엄청난 크기를 생각하면 비교적 가까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확인하기 위해 칠레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 있는 발터바데 망원경 등 세계 각지의 망원경으로도 관측을 시행했다. 이제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우주의 4분의 1을 구성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정체불명의 암흑물질에 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다른 천체에 미치는 중력을 통해서만 감지되는데 미지의 소립자로 구성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왜소은하에는 이보다 큰 은하보다 훨씬 더 많은 암흑물질이 존재하는 경향이 있다고 스티어월트 박사는 말한다. 이는 이런 작은 은하군이 암흑물질의 중력에 영향을 더 잘 받는다는 것. 또한 왜소은하는 비교적 나이가 오래돼 있어 가스나 먼지 같은 파편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아 방해 없이 암흑물질을 조사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왜소은하군은 이런 암흑물질을 이해하기 위한 탐구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천체라고 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말하고 있다. 사진=Kelsey E Johnson, Sandra E Liss, and Sabrina Stierwalt(위) Nature Astronomy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블랙리스트 실행 ‘건전콘텐츠 TF’, 김기춘 질책 한마디에 급조됐다”

    문화체육관광부 내 ‘블랙리스트’ 작업을 총괄 실행한 것으로 알려진 ‘건전콘텐츠 티에프(TF)’는 김기춘(구속)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청와대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라”는 호통에 급조된 기구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겨레가 전했다. 다양한 문화예술인을 지원해야 할 문체부가 김 전 실장의 말 한 마디에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정권 보위대’로 전락한 셈이다. 24일 한겨레에 따르면 2014년 10월쯤 김 전 실장은 김종덕(구속) 당시 문체부 장관을 “청와대 지시가 왜 이렇게 이행이 안 되고 있느냐”며 강하게 질책했다. 김 전 실장은 ‘좌파척결’과 ‘보수가치 확립’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지원을 끊으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그해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다이빙벨’과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불안한 외출’이 상영됐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일지에는 그해 10월12일 ‘불안한 외출’에 출연했던 윤기진씨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회 의장이라는 사실과 함께 ‘검토, 보고 소홀, 누락-문체부 관계자’라고 적혀 있다. 청와대에서 문체부가 정권 입맛에 맞지 않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계속 문제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문체부 관계자들로부터 김 전 실장이 언급한 ‘지시’가 “정부 비판적인 인사들의 지원을 배제하라는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한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특검 조사에서 “김 전 장관이 ‘김 전 실장이 진노했다’며 얼굴이 달아올라서 빨리 보고서를 만들어 올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문체부는 곧바로 블랙리스트 작업을 실행하는 ‘건전콘텐츠 TF’를 만들었다. 당시 TF 팀장이었던 송수근 현 문체부 장관 직무 대행은 각 실국으로부터 문화예술인들 보조금 추진 상황을 확인하고, 정부 입맛에 맞는 단체 지원 방안이 담긴 보고 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문체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2014년 10월 말 티에프 첫 회의가 열린 뒤 작성된 보고 문건을 확보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특검 조사에서 “김종덕 전 장관이 보고 자료를 들고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얘기를 했다. 우리는 대통령을 만나러 갔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문체부에 ‘TF 팀 주요업무 현황, 활동내용, 회의록, 내외부 공문’ 등 자료를 요청했으나, 문체부는 “TF는 특별한 형식 없이 일부 실국과장들이 부정기적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관련 자료도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또 압색 과정에서 확보한 컴퓨터의 포렌식 등을 통해 문체부가 작성한 각종 리스트를 확보했다. 청와대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세종도서 선정 작업과 관련해 ‘창작과 비평’ ‘문학동네’ 등에 대한 지원을 줄이라고 지시했고 문체부는 이행사항을 꼼꼼히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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