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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당신 서가에 꽂힌 올해의 책은 무엇입니까

    벌써 연말입니다. ‘책골남’을 맡은 지도 1년입니다. 시간 참 빠르네요. 1년 동안 책을 몇 권 정도 읽었는지 세어 봅니다. 책 리뷰를 쓰고자 명절과 하계휴가를 제외하고 매주 1권씩 읽었습니다. 여기에 시간 날 때 틈틈이 봤던 책까지 합치면 70여권 정도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연간 성인 평균이 8.3권이었으니, 8배 정도 되는 셈입니다. 리뷰 쓴 책 가운데 인상 깊었던 책을 꼽아 봅니다. 그러니까 저만의 ‘베스트10’인 셈입니다. ▲대학과 권력(휴머니스트)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뜨인돌) ▲민청학련(메디치미디어)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문학동네) ▲복학왕의 사회학(오월의봄) ▲재판으로 본 세계사(휴머니스트) ▲인듀어런스(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김영사) ▲두 사람(갈라파고스) ▲중독의 시대(개마고원). 대형 서점에서 발표한 베스트셀러 목록과 많이 다릅니다. 말랑한 책보다는 읽기 다소 어려운 책이 많았습니다. 책을 읽다가 이해를 못 한 부분은 억지로 머릿속에 집어넣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침 흘리며 꾸벅꾸벅 졸기도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래도 1년 동안 꾸준히 책을 고르고, 읽고, 글을 쓰는 일이 참 행복했습니다. 매일 밀려오는 새 책의 냄새가 좋았고, 읽지 않은 책 내용을 짐작해 보는 일도 즐거웠습니다. 변변찮은 글 실력으로 독자에게 매주 편지 쓰듯 리뷰 쓰는 일도 좋았습니다. 모르는 사실을 알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내 생각으로 소화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금 책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생각해 본 한 해였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베스트10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수험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종이책을 1권 이상 읽은 사람 비율이 60%가 채 안 됐습니다.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이들이 10명 가운데 4명이란 뜻입니다. 책골남은 소망합니다. 내년 연말에는 모두가 자랑스레 자신만의 베스트10을 말해줄 수 있기를. gjkim@seoul.co.kr
  • 루비·사파이어가 한가득…21광년 거리 ‘보석 행성’ 찾았다

    루비·사파이어가 한가득…21광년 거리 ‘보석 행성’ 찾았다

    루비와 사파이어가 풍부한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최근 스위스 취리히대 등 국제연구팀은 2015년 발견된 외계행성 ‘HD219134 b’의 광물구성을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영국왕립천문학회 월간보고’(MNRAS) 12월호에 발표했다. 이른바 ‘보석 행성’으로 불리는 이 행성은 북반구 별자리로 21광년 거리에 있는 카시오페이아자리 속에 있다. 지구보다 질량이 거의 5배나 많아 ‘슈퍼지구’로 분류되는 HD219134 b는 모항성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어 공전 속도가 우리시간으로 3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같이 모항성과 바짝 붙어있는 특성 때문에 이 행성의 주 성분은 칼슘과 알루미늄 그리고 사파이어와 루비가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자들은 태양과 같은 별은 초기에 가스와 먼지로 된 원시 행성계 원반에 둘러싸여 있었고 이런 원반에서 행성들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본다.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가스가 흩어지고 남은 고체 물질이 응축돼 형성되는데 철을 비롯해 마그네슘과 실리콘 같은 광물이 주성분을 이룬다. 따라서 암석형 행성은 지구처럼 중심 핵이 주로 철로 돼 있다. 반면 모항성에 더 가까워 훨씬 더 온도가 높은 행성에서는 칼슘과 알루미늄이 주성분이 되며 거기에 마그네슘과 실리콘 등이 더해져 철 성분이 거의 없는 전혀 다른 형태의 새로운 행성을 형성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생각이다. 연구팀은 “보석 행성은 지구와 달리 중심에 있는 핵의 주성분이 철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며, 그 대신 칼슘과 알루미늄이 주를 이뤄 이런 보석이 풍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주저자로 참여한 취리히대 천체물리학자 카롤린 도른 박사는 “이같은 특징이 보석 행성과 같은 행성이 지구형 행성과 달리 자기장을 가질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보석 행성을 전혀 새로운 형태의 슈퍼지구라고 설명하면서 이런 행성을 현재 총 3개나 찾았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2012년 이른바 ‘다이아몬드 행성’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던 슈퍼지구 ‘55 캔크리(Cancri·게자리)e’에 관한 추가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행성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사파이어로 뒤덮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취리히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안 보스트리지, 내년 슈베르트 3대 가곡으로 내한

    이안 보스트리지, 내년 슈베르트 3대 가곡으로 내한

    세계적인 리트(가곡) 가수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가 내년 슈베르트 3대 가곡 무대를 선보인다. 서울국제음악제는 내년 봄 콘서트로 5월 10일과 12일, 14일 3일간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이안 보스트리지& 율리우스 드레이크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고 20일 밝혔다. ‘노래하는 인문학자’로도 불리는 영국 출신의 보스트리지는 1990년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옥스퍼드대 강단에 서던 중 성악가로 전향해 독일 가곡의 최고 해석자로 이름을 알렸다. 1996년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수상한 데뷔앨범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에 이어 발표한 슈베르트 ‘겨울여행’은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와 함께 가장 사랑받는 ‘겨울여행’ 음반으로 꼽힌다. 올해 서울시향의 첫 상주음악가로도 국내에 더욱 많이 알려졌다. 이번 한국무대에서는 슈베르트의 3대 가곡집인 ‘겨울여행’,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를 모두 선보인다. ‘겨울여행’과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가 각각 하나의 연작시에 곡을 붙힌 연가곡집인 반면 ‘백조의 노래’는 슈베르트 사후 출판업자가 그의 노래를 묶어 내놓은 가곡집이다.보스트리지와 함께 내한하는 율리우스 드레이크는 많은 가수들이 함께 무대에서 서고 싶어하는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그는 보스트리지 외에도 제랄드 핀리, 로레인 헌트 리버슨, 조이스 디도나토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과 함께 음반 및 연주를 펼치며 이름을 알렸다. 드레이크는 현재 하이페리온 레이블에서 프란츠 리스트의 가곡 전곡을 녹음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문화마당] 서점의 진화일까, 식당의 진화일까/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서점의 진화일까, 식당의 진화일까/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하루가 다르게 서점이 어렵다, 문 닫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데 서울 을지로 노른자위 땅에 대형 서점이 들어선다는 말을 듣고 반가웠다. 셀렉트 다이닝으로 ‘핫플레이스’ 제조 공장으로 불리는 오티디코퍼레이션이 나섰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아크앤북’의 공간 연출은 과연 독특했다. 문학, 인문 등 도서관식 분류법이 아니라 일상, 주말, 스타일, 영감 등 네 가지 큰 테마로 책을 나눈 점이 눈을 끌었다. 그 아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등 소분류를 제시한 후 ‘쓰타야 스타일’에 따라 책과 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실험도 흥미로웠다. 일본 쓰타야서점 큐레이션과 수준 차이가 느껴지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는 전문가와 협업을 반복하면서 독자 데이터를 축적하면 나아질 테니 박수를 보낼 일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독립서점 ‘더 라스트 북스트어’에서 콘셉트를 가져온 느낌이지만,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북 터널’도 사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인증’하기 좋아 보였다. ‘연출의 창조성’을 생명으로 하는 오티디가 서점의 시그니처를 ‘흉내’로 축조한다는 것은 자존감 측면에서 놀랍긴 했다. 그러나 진짜 우려하는 것은 책장 사이사이에 위치한 태극당 등 여러 유명 음식점에 사지도 않은 책을 마음대로 들고 들어가 읽도록 방치한 일이다. “책을 매개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리딩테인먼트 공간을 표방”하는 것은 오티디의 사업적 자유다. 그러나 이것은 금도를 넘어선 서비스로, ‘식당 서비스의 진화’일지는 몰라도 ‘서점의 퇴화’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책은 신성한 것인데, 어찌 음식하고 같이…’ 이런 엄숙주의는 아니다. ‘책’도 필요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사용성을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위탁’이라는 출판사와 서점 사이의 기본 거래 규약을 악용하는 방식이라면 아주 곤란하다.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이 잘 모르는 게 있다. 서점의 책이 모두 서점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건을 파는 가게와 책을 파는 서점은 운영 원리가 다르다. 가게의 물건들은 대부분 주인이 제 돈 들여 사들인 후 적당한 이윤을 붙여 소비자한테 판매하는 것들이다. 제조사와 미리 협약하지 않았다면 법에 저촉되거나 불량품이 아닌 한 물건을 반품할 수 없다. 반품이 불가능하니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가게 주인이 마음대로 값을 깎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서점에 쌓여 있는 책들은 상당 부분 출판사 물건이다. 책이라는 상품의 문화적 속성을 고려해 서점과 출판사가 ‘위탁’이라는 특별한 거래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등 일부 도서를 제외하면 서점이 구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진열한 뒤 판매된 책에 대해서만 출판사에 대금을 지불하고 판매되지 않은 책은 반품한다. 책은 읽어 보기 전에 효용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독자한테 책의 내용이나 물성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어서 이런 거래 방식이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서점은 최대한 손상 없이 책을 관리해 판매한 뒤 출판사에 되돌려 주는 것이 거래 예절이며, 제 물건이 아니므로 출판사가 정한 가격, 즉 ‘정가’대로 책을 판매해야 한다. ‘아크앤북’의 경우 ‘봉이 김선달’처럼 남의 책을 가지고 책 문화와 관계없는 요식업에 무료로 서비스하면서 생색을 내는 중이다. 이런 일을 하려면 책을 전량 구매해 반품 없이 사업하는 게 도의일 것이다. 일부 출판사가 거세게 항의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어쩌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서점이 진화하는 현실과 위탁이 기본인 출판의 오래된 거래 시스템이 더이상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지 모른다. 문체부 관계자를 비롯해 출판 관련 단체들은 빠르게 지혜를 모아 ‘거래의 현대화’와 관련한 문제들을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황규관의 고동소리] 서부발전은 무죄다

    [황규관의 고동소리] 서부발전은 무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해안의 제철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 한 달에 이틀 쉬는 3조 3교대 근무였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라인이 아니어서 근무 환경은 나쁘지 않았지만, 힘든 것은 언제나 야간 근무였다. 지금도 하루 일과 중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출근하자마자 회람했던 ‘안전사고’(산업재해를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를 알리는 문서들이다. 예를 들어 어느 공장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원인은 이렇고 사고 경과는 저러하니 되풀이하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내용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런 ‘안전사고’의 일상화가 얼마나 재해에 대한 감각과 문제의식을 일깨웠는지는 잘 모르겠다.산업재해가 일어나는 이유는 아마도 현장마다 그리고 노동 조건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 이전에 서울 노량진의 사출기 공장에서 일할 때 손이 기계에 눌려 버린 사고는 자동 모드를 풀고 수동으로 생산량을 더 늘리려다 벌어졌다. 야간 일을 하다가 벌어진 사고였다. 재해를 입은 사람은 그 뒤로 공장에 가끔 놀러 오기는 했지만, 손이 예전에 비해 영 못쓰게 되고 말았다. 그게 계기가 됐던 건지 1987년 6월항쟁이 일어나기 전에 함께 일하던 형들이 스트라이크를 일으켰다. 마르크스는 상품이 시장에 나와서 판매가 이뤄질 때 이윤이 발생한다는 부르주아 정치경제학자들을 비판하면서 이윤은 자본가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부불노동’의 다른 이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마르크스가 착취 대신 횡령이란 말을 가끔 쓰는 것은 그것이 부불노동이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익히 들어온 잉여가치가 발생한다. 그 잉여가치를 투하된 자본으로 나누면 이윤이라는 값이 나온다. 마르크스의 지적이 맞다면 자본이 이윤을 내는 것은 노동력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노동력의 가치를 최대한 횡령하고, 생산 과정에 자본을 최대한 덜 투여하면 이윤은 늘어난다는 간단하고도 명백한 공식이 성립된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은 김용균씨의 경우도 바로 이런 간단한 이윤 공식 때문에 벌어졌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설비 개선비용 3억원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3억원 대신 노동자의 목숨을 밀어 넣은 꼴인데 이것은 근검절약이 아니라 자본투여를 최소화해 이윤을 늘리려고 한 것에 불과하다. 당연히 그 이윤은 사회를 위해 사용되거나 공공의 자산으로 흡수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이윤은 누구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는 걸까.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천문학적인 분식회계 범죄를 저질렀지만 주식시장에서 내쫓지 않았다. 이 일은 현 정권이 박근혜 정권의 사실상 공범으로 알려진 이재용 부회장에게 정치적 면죄부를 준 사실과 맥을 같이 한 것처럼 보인다. 투자자 보호 차원이라고 하지만, 다르게 보면 사적인 축적과 욕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범죄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것이 자본주의의 일반 도덕이라고 보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따라서 청년 노동자 김용균 씨를 죽게 만든 서부발전은 무죄다! 서부발전의 주식을 가진 금융자본과 주주들도 무죄다! 따라서 김용균의 죽음은 무의미한 것이다! 거의 일보로 전달되던 제철소의 ‘안전사고’도 알고 보면 수많은 하청회사와 협력회사의 노동자들은 제외했을 것이다. 왜냐면 소속된 회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노조를 핑계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는 그) 제철소가 하청업체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대하던 태도를 보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그들은 퇴근할 때 헌병 흉내를 내는 제철소 경비 노동자들의 검문을 통해 수시로 수모를 당해야 했다. 알고 보면 노동자들 사이의 위계 구조와 차별은 오래된 자본의 통치 기술이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하고 살았다. 그래야 상품(전기도 당연히 포함된다)을 죄책감 없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상품에 새겨진 상품 이전의 파괴와 고통과 수모를 은폐한다. 그 대신 상품과 기업 가치가 광휘를 발하며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그 은폐는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사람살이의 윤리를 굳이 의식할 필요를 없애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어느새 분열적이고 파괴적인 상태에 다다른다. 이게 무죄의 심연이다.
  • 일상 담은 SNS ‘공감툰’ 출판시장서도 폭풍 공감

    일상 담은 SNS ‘공감툰’ 출판시장서도 폭풍 공감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연재된 ‘SNS 웹툰’이 인기를 얻고 있다. 출판시장에서도 승승장구다.19일 온라인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 한 해 출간된 SNS 웹툰 도서는 10여종이다. 연애(‘우리가 함께 걷는 시간’, ‘훗날 내 청춘을 떠올리면 네가 가장 먼저 생각날 거야’), 결혼·육아(‘며느라기’,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재밌는 건 다 내 꺼!’), 직장생활(‘직장인 해우소’, ‘감자’,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 등 주로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을 다뤘다. 이들 웹툰은 특별한 스토리 전개 없이 일상의 단면을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10컷 내외, 이른바 ‘좋아요’를 부르는 ‘공감툰’이다. 전문 작가의 통찰이나 교훈적인 내용 대신 쉬운 단어와 익숙한 표현으로 술술 잘 넘어간다. 극적인 갈등 없이 기혼 여성이면 누구나 느꼈을 법한 불편·부당함을 그린 SNS 웹툰의 시초 ‘며느라기’는 페이스북 계정 폴로어만 약 23만명이다.SNS 웹툰은 출판 이후에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짧은 컷들을 한꺼번에 모아 소장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올 1월 단행본으로 출간한 ‘며느라기’(귤프레스)의 수신지 작가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을 접하거나 20·30대 젊은 독자들이 부모님께 선물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책으로 한 번에 이어서 보고 싶어 구매했다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12쇄가 제작 중인 ‘며느라기’는 약 2만 3000부가 팔렸다. 초보 아빠의 좌충우돌 육아기를 그린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위즈덤하우스)도 지난 8월 예스24 종합베스트셀러 5위에, 사랑에 빠진 사람이면 누구나 상상해 보는 순간들을 포착한 ‘훗날 내 청춘을 떠올리면 네가 가장 먼저 생각날 거야’(필름)도 에세이 분야 10위권에 랭크된 바 있다. SNS 웹툰의 인기는 최근 SNS 기반의 에세이 작가들이 공감·위로를 키워드로 꾸준히 책을 출간하며 주목을 받은 것과 맞닿아 있다. 김도훈 예스24 문학 MD는 “고단한 삶에 지친 2030세대에게 특별한 의미나 교훈을 주기보다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SNS 작가, 작품의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태양계 끝으로, 달 뒷면으로… 설레는 2019 우주 여행

    태양계 끝으로, 달 뒷면으로… 설레는 2019 우주 여행

    열흘 정도 지나면 ‘다사다난’했던 무술년(戊戌年) 한 해가 저물고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시작된다. 기해년이 시작되는 첫날 메시지는 지구로부터 약 65억㎞ 떨어져 있는 태양계 가장 바깥쪽인 카이퍼벨트에서 날아온다.2006년 1월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발사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태양계 경계탐사선 뉴허라이즌스호는 2015년 7월 명왕성의 최근접점을 통과하고 얼음과 소행성들로 구성된 태양계의 끝자락인 ‘카이퍼벨트’와 ‘오르트 구름대’로 날아가고 있다. 뉴허라이즌스호는 2019년 1월 1일 카이퍼벨트에 있는 천체인 ‘울티마 툴레’와 첫 조우를 한다. 울티마 툴레는 ‘알고 있는 세계의 너머’라는 뜻의 라틴어로 천문학계 공식 명칭은 ‘2014 MU69’라는 천체이다. 카이퍼벨트는 태양계 가장 끝 행성인 해왕성 궤도 바깥쪽에 있는 천체들이 도넛 모양으로 밀집한 영역이다. 명왕성이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의 행성분류법 변경에 따라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이 되면서 태양계 행성의 가장 끝은 공식적으로 해왕성이다. 카이퍼벨트도 태양계의 일부분이지만 태양과 거리가 너무 멀어 카이퍼벨트에서 바라본 태양은 작은 별 정도로만 보인다. 카이퍼벨트에는 행성의 지위를 잃은 명왕성 같은 왜소행성뿐만 아니라 수십억 년 전 태양계 행성들이 만들어지면서 남겨진 잔해, 물과 얼음으로 된 천체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계의 탄생을 기록한 화석’이라는 카이퍼벨트 내 천체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새해 첫날 뉴허라이즌스호의 조우에 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허라이즌스호는 울티마 툴레에서 3450㎞ 떨어져 있는 곳까지 초근접해 촬영한다. 뉴허라이즌스호가 울티마 툴레와 조우하는 시간은 24시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카메라와 감지기, 스캐너 같은 관측장비로 형태와 지질학적 구성 등을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 울티마 툴레는 30㎞가량의 폭을 가진 길쭉한 암석이 두 개로 나눠져 서로를 돌면서 하나처럼 움직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뉴허라이즌스호가 보내오는 사진을 통해 그 비밀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뉴허라이즌스호는 울티마 툴레와 짧은 조우를 마치고 카이퍼벨트 바깥 오르트 구름대로 여정을 계속하게 된다. 오르트 구름대에는 10의 12승~10의 13승개의 천체가 존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태양계를 껍질처럼 둘러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대를 벗어나면 완전한 외계로 빠져나가게 된다. 뉴허라이즌스호가 1월 1일 울티마 툴레와 만나지만 지구와 멀리 떨어져 있고 정보를 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날 조우 결과를 모두 수신하는 데는 20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NASA 측은 추정하고 있다. 2019년 1월 1일 찍은 영상정보를 완전 수신하는 것은 2020년 9월쯤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새해 첫날 뉴허라이즌스호의 심우주 천체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2019년 1월에는 세계 각국의 우주 관련 이벤트들이 쏟아진다.지난 8일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 착륙을 목적으로 발사된 중국 달 탐사선 ‘창어 4호’는 현재 달 공전 궤도에 진입했으며 궤도 수정 등의 과정을 거쳐 2019년 1월 1~3일쯤 달 착륙을 시도한다.일본과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달 탐사선을 발사한 인도는 두 번째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를 1월 3일 발사할 예정이다. 달 표면을 조사할 탐사선과 착륙선, 탐사로봇 로버로 구성된 찬드라얀 2호는 2008년 찬드라얀 1호 발사 뒤 2012년 발사될 계획이었지만 착륙 모델 변경 같은 기술적 문제로 여러 차례 연기됐다. 올해도 8월 발사 예정이었지만 최종적으로 내년 1월 초 발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NASA는 민간우주기업들과 손잡고 2019년을 ‘우주 비행 상업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NASA는 스페이스X와 보잉사와 함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인을 실어나르기 위한 유인 우주선 시험발사를 1월 7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발사가 성공해야 현재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이 전담하고 있는 ISS 우주인 운송 업무를 미국이 다시 나눠 수행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미국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과 영국 리처드 브랜슨이 운영하는 ‘버진 갤럭틱’ 등 민간우주업체들도 2019년 상반기 중에 재사용 로켓이나 우주왕복선을 활용해 본격적인 우주 관광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교육시설·병원… 성범죄자 131명 아동·청소년 기관서 일했다

    교육시설·병원… 성범죄자 131명 아동·청소년 기관서 일했다

    71명 해임·17명 운영자 변경·43곳 폐쇄 체육시설 34.4%로 최다… 학원 19.9% 인원대비 적발비율 게임시설 가장 높아 일부 위헌 결정에 2년 입법 공백 점검 여가부 홈페이지에 3개월 이상 공개교육시설과 병원 등에서 일하던 성범죄 경력자 131명이 퇴출됐다. 여성가족부는 학교와 학원, 어린이집, 유치원, 병원 등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대한 성범죄 경력자 취업 여부를 점검한 결과 132개 기관에서 131명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30만 5078개 기관 종사자 193만 5452명을 조사한 결과다. 성범죄 경력이 있는 종사자 71명은 해임하고 운영자일 때는 운영자 변경(17명)이나 기관 폐쇄(43곳) 등의 조치를 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유형별로는 체육시설이 34.4%(45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학원이나 가정방문학습지 사업장 등 사교육 시설이 19.9%(26명), 게임시설 16.0%(21명), 경비시설 14.5%(19명), 의료기관 7.6%(10명), 문화·여가시설 5.3%(7명), 돌봄·복지시설 2.3%(3명) 순이었다. 기관 유형별 전체인원 대비 성범죄자 적발 비율은 게임시설(0.08%), 체육시설(0.05%)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게임시설 종사자 1만 명 중 8명이 성범죄자라는 뜻이다. 이번 점검은 2016년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일부 위헌 결정에 따른 입법 공백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취업제한제도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되지만 범죄의 경중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10년의 취업제한 기간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입법 공백으로 성범죄자들이 학교 등에 취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률 개정안이 지난 7월 17일 시행돼 성범죄자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이 제한됐다. 법 시행 이전에 판결받은 성범죄자는 징역 3년 이상이면 취업제한 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징역 3년 미만이면 3년, 벌금형은 2년을 적용했다. 이번 점검을 통해 2년간의 입법 공백기에 취업한 성범죄 경력자뿐 아니라 취업 후 성범죄를 저질러 취업 제한을 명령받았지만 이를 숨긴 경력자도 적발됐다. 여가부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한 성범죄 경력자 취업 점검·확인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www.sexoffender.go.kr)에 3개월 이상 공개하고 있다. 적발된 성범죄 경력자에 대해서는 해임 요구, 운영자 변경, 기관 폐쇄 등의 조치를 하고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기관에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최창행 권익증진국장은 “그동안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취업이 가능했던 성범죄자에 대해 조치를 취해 보호자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베트남 고아들과 합창단 운영 박성민씨 올해 해외문화홍보 유공자에

    베트남 고아들과 합창단 운영 박성민씨 올해 해외문화홍보 유공자에

    베트남 고아들과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박성민(사진)씨, 러시아에 한국 음악을 알린 카라티기나 마르가리타씨, 태국에 한국 소식을 전하는 피앙오 라오하윌라이씨 등 9명이 정부 포상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문화·예술·체육 등 각 분야에서 우리 문화를 외국에 널리 알리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이바지한 유공자 9명을 올해의 해외문화홍보 유공자로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박성민씨는 2013년 8월 주베트남 한국문화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베트남 고아들로 구성한 ‘미러클 합창단’, 2015년에는 ‘미러클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운영 중이다. 카라티기나 마르가리타씨는 지난 2007년부터 주러시아 한국문화원과 차이콥스키 국립음악원이 협력한 한국 음악인 초청 공연을 27회 열었다. 지난해에는 대통령 국빈방문 기념 한-러 클래식 음악회 등을 열기도 했다. 피앙오 라오하윌라이씨는 2008년부터 10년 동안 매주 1회 태국 주요 신문사인 ‘포스트 투데이’에 ‘성까올리(Watch Korea)’라는 제목으로 한국 문화와 한류, 관광, 정치, 한·태 수교 60주년 등 다양한 한국 관련 칼럼 530여건을 기고했다. 이밖에 재외 한국문화원과 협력해 한국 문화 홍보에 이바지한 홍엘리(미국·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비즈니스센터), 나선나(캐나다·The Swan at Carp Restaurant 대표), 백인성(아르헨티나·Baek & Asociados 대표), 아파프 아라브(프랑스·봉주르코레 한국문화협회장), 시모야카와 교스케(일본·쇼와음악대학 이사장), 쉬웨이펑(중국·중국현대문학관 연구원)이 선정됐다. 수상자들에게는 각국 한국문화원을 통해 문체부 장관 표창과 소정의 부상을 전달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한 점 티끌 지구…“천문학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이광식의 천문학+] 한 점 티끌 지구…“천문학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강력한 ‘조망효과'(Overview Effect) 2013년, 인간이 만든 피조물로는 최초로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공간으로 진입한 보이저 1호를 따라 지난주에는 보이저 2호가 두번째로 태양계를 떠나 성간우주로 진출했다. 이들 인류의 두 우주 척후병은 한국어를 비롯한 55개 언어로 된 지구 행성인의 인사말과 사진 110여 장 등이 담긴 골든 레코드를 지니고 있다. 보이저 1호가 출발한 지 13년 만인 1990년 2월 14일, 지구로부터 60억㎞ 떨어진 명왕성 궤도 부근을 지날 때 뜻하지 않은 명령을 전달받았다.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가족사진을 찍으라는 명령이었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은 천문학 동네의 아이디어 맨이자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이었다. 그러나 반대가 만만찮았다. 그것이 인류의 의식을 약간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과학적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게다가 망원경을 지구 쪽으로 돌리면 자칫 태양빛이 카메라 망원렌즈로 바로 들어가 고장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 이는 끓는 물에 손을 집어넣는 거나 다름없는 위험한 행위라고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생각했다. 이런 상황인지라 칼 세이건도 아쉽지만 한 발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는데, 마침 새로 부임한 우주인 출신 리처드 트룰리 신임 국장이 결단을 내렸다. “좋아, 그 멀리서 지구를 한번 찍어보자!” 트룰리는 우주의 조망이 인간의 의식에 얼마나 강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몸소 체험한 우주인 출신이기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날 태양계 바깥으로 향하던 보이저 1호가 지구-태양 간 거리의 40배(40AU)나 되는 60억㎞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를 돌려서 찍은 지구의 모습은 그야말로 광막한 허공중에 떠 있는 한 점 티끌이었다. 그 한 티끌 위에서 70억 인류가 오늘도 아웅다웅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때 보이저 1호가 찍은 것은 지구뿐이 아니었다. 해왕성과 천왕성, 토성, 목성, 금성 들도 같이 찍었다. 이 모든 태양계 행성들도 우주 속에서는 역시 먼지 한 톨이었다. 지구 주변의 붉은 빛띠는 행성들이 지나는 길인 황도대에 뿌려진 먼지들이 태양빛을 받아 만들어내는 빛깔이다. 칼 세이건은 이 ‘한 점 티끌’을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으로 명명하고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라고 시작되는 감동적인 소감을 남겼는데, 그 중에 “천문학은 흔히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인격형성을 돕는 과학”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제껏 찍은 모든 천체 사진 중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으로 꼽히는 이 ‘창백한 푸른 점’을 보면 인류가 우주 속에서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를 느끼게 되며, 지구가, 인간이 우주 속에서 얼마나 작디작은 존재인가를 절감하게 된다. 이러한 우주를 보고 받는 충격을 ‘조망효과'(Overview Effect)라 한다.천문학으로 ‘혁신도시’ 만들다 이 같은 조망효과는 우리 주변에서도 더러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 별지기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바로 그러한 사례의 하나가 될 것 같다. 별지기 친구는 어느 날 동네의 학교 운동장에 천체망원경을 새팅하고 목성 관측을 시작했다. 대략 밤의 학교 운동장은 빛공해가 비교적 적어 별지기들이 즐겨 찾는 장소의 하나다. 그날은 유난히 밤하늘이 투명하고 목성 관측하기가 좋은 시기인지라 한창 관측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신발 끄는 소리와 침 뱉는 소리를 내면서 서너 명의 청소년들이 주위를 에워싸고는 “대체 뭐하는 거야?” “망원경 보는 거 같은데...” 하면서 저희끼리 말하며 서성거리는 거였다. 이런 상황이면 웬만한 사람이라면 긴장되게 마련인데, 그 별지기는 현명한 친구였다. “야, 오늘밤 정말 목성이 예쁘게 보이네. 대적점도 뚜렷하군. 저거 봐. 4대 위성이 나란히 다 보이는구만.” 그러고는 아이들에게 말을 건넸다. “얘들아, 너희도 망원경으로 목성 한번 볼래?” 망원경으로 천체를 보여주겠다는데 거절하는 사람을 나는 아직껏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이 줄레줄레 다가와 망원경 접안 렌즈에 눈을 갖다대고 들여다본다. 그런 와중에도 별지기는 열심히 목성에 대해 설명한다. “저 목성 말야, 태양계 행성 중에서 가장 큰 놈인데, 지름이 우리 지구의 무려 열 배나 된단다. 몸통에 붉은 점 보이지? 대로 대적점이라는 건데, 목성의 푹풍이야. 지구 몇 개는 너끈히 들어가는 크기란다. 그리구 그 옆으로 나란히 늘어서 있는 작은 별들 보이지? 그게 사실은 별이 아니고 목성의 달들이란다. 갈릴레오가 발견했다고 해서 갈릴레오 위성이라 불리지.” 아이들은 별지기의 설명을 들으며 한 순배 관측을 끝냈다. 그 다음 변화가 놀라웠다. 신발 끌며 침 틱틱 뱉던 아이들이 하나같이 머리를 깊숙이 숙이며 “잘 봤습니다” 하고 인사한 후 가더라는 것이다. “천문학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는 칼 세이건의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고 별지기는 전해주었다. 이보다 클래스가 다른 조망효과가 또 있다. 남미 콜롬비아의 메데인 시의 일인데, 아시다시피 남미는 마약과 갱단,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라, 메데인 시 역시 그런 문제점을 많이 지닌 도시였다. 시장이 범죄로 물든 도시의 분위기를 혁신하기 위해 4가지 테마로 의욕적인 프로젝터를 추진했다. 4가지 테마는 곧, 음악, 미술, 스포츠, 천문학이었다. 시장은 특히 천문학 테마에 심혈을 기울여 시민 천문대와 천체투영관(플라네타리움)을 건립하고, 시민 누구나 언제든 천문대에 와서 천체관측과 천체투영관 감상을 하게 오픈했다.그 결과는 놀라웠다. 대표적인 예로, 어느 날 그 도시의 10대 청소년 갱 보스가 부하 수십 명을 거느리고 천문대를 찾아 천체투영관도 감상하고 천체관측도 한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주가 이렇게 넓은데 우린 그 동안 너무 좁쌀같이 살았어. 골목 하나를 뺏기 위해 피나게 싸웠다. 우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해야 한다.” 그러고는 중퇴한 학교로 돌아갔다고 한다. 메데인 시는 천문학을 포함한 4가지 프로젝트로 도시 분위기를 일신하여 2013년 <월 스트리트 저널>에 의해 ‘세계의 혁신도시’로 선정되었다. 이처럼 천문학은 힘이 세다. 천문학은 사람의 인성과 정신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과학이자 철학이다. 천문학처럼 사람들에게 정서와 의식 양면으로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도구는 달리 없을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우주를 되도록 많이 보여주는 데 투자해야 하며,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이쪽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乙의 눈물 따라 흐른 서사… ‘현실 그대로’ 노래하다

    乙의 눈물 따라 흐른 서사… ‘현실 그대로’ 노래하다

    구조 탄탄·문체 안정감… 준비된 신인作 장르문학 대신 노동 현실 다룬 소설 많아 희곡은 청년의 좌절·페미니즘 소재 다뤄 성정체성 등 내면에 침잠한 시 주류 이뤄 예스러운 소재 대신 자아성찰 시조 등장 판타지적 동화보다 보편적 주제로 회귀 “준비된 신인들이 낸 작품 같다. 기본적으로 안정감을 갖춘 문장에 서사 구조상의 밀도가 높았다.”(편혜영 작가) 지난 5일 마감한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곳곳에서 문청(文靑)들의 소중한 원고가 날아들었다. 교복 차림의 여고생이 수줍게 두고 가기도 했고, 미국·중국 등 멀리 해외에서, 교도소에서도 모두 수천편의 작품이 서울신문사로 몰려들었다. 컴퓨터가 없어 원고지에 수기로 쓴다는 고백, 삽화를 곁들인 시 등 ‘한 해 농사’ 신춘문예에 들이는 정성이 살뜰했다. 올해 응모작은 총 3968편. 분야별로는 시 2860편, 단편 소설 421편, 동화 161편, 희곡 73편, 시조 445편, 평론 8편이다. 단편 소설에서는 직장 내 상하관계, 비정규직 문제, 물류창고 택배기사 이야기 등 노동 현실을 다룬 글들이 눈에 띄었다. SF소설이나 장르문학이 자취를 감추고 철저하게 현실 그대로의 상처나 고통을 다뤘다. 친척이 알려오는 부고로 시작하는 작품, 이국적 공간 안에서의 여행 이야기 등 죽음이나 여행 등 예년에 자주 볼 수 있던 소재들도 재등장했다. 반면 페미니즘·퀴어 등 올해 문단계를 휩쓴 이슈들은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었다. 단편 부문 예심 심사위원을 맡은 황예인 문학평론가는 “문장이 별로여도 글 자체로 에너지가 있는 신인들이 있을 수 있는데 다들 안정감 있게 자기가 다룰 수 있는 이야기를 잘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태용 작가는 “(문체가) 너무 안정감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시적이거나 파격적이라든지, 문장 그 자체로 뭔가를 시도하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시에서는 개인의 내면 풍경에 침잠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시 부문 예심 심사위원 박연준 시인은 “사회적 이슈보다는 개인에 대한 자아성찰이 많았다”며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룬 시들도 몇 편 보였다”고 말했다. 김언 시인도 “‘촛불 정국’이라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이 많았던 2년 전과는 비교되는 양상”이라고 했다. 중요한 건 소재가 아니라 언어와 사유가 함께 단련된 시라야 본심에 올라갈 수 있다고 두 시인은 입을 모았다. 동화에서도 SF 등 판타지적 요소가 사라지고 아이들의 삶, 자연 등 보다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 박숙경 아동문학평론가는 “전반적으로 아동문학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왔다”고 평했다. 유영진 아동문학평론가는 “아무리 독자를 어린이로 상정하고 쓰더라도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가르치려는 계몽 의지가 발현된 작품들이 몇몇 있었다”며 “정말 뛰어난 작품들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스러운 테마, 자연친화적인 주제 일색이었던 시조도 달라졌다. 사물에 대한 관찰과 사유, 생존 현장에 대한 묘사를 다룬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시조 심사를 맡은 이송희 시인은 “일상적 소재를 낯선 화법으로 다룬 세련된 작품들이 돋보였다”며 “이런 작품들은 기존의 시조 질서에 던지는 물음과 도전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평론에서는 최은영, 박솔뫼 등 비교적 젊은 작가 대상의 평론들이 도드라졌다. 그러나 왜 지금 이 시기에, 이 작가를 다루는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았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정홍수 문학평론가는 “기존의 철학 사상에 소설을 부분적으로만 차용하는, 소설이 증거로만 제시되는 경향이 있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평론은 예년에 비해 작품 수가 급격히 줄었다. 희곡에서는 사회적 안전망이 파괴된 현실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공포가 극대화됐다. 파괴된 가정, 취업에의 어려움, 각박한 노동 환경 등이다. 희곡 부문 심사를 맡은 김태형 연극연출가는 “희곡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무대에 올렸을 때의 모습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지금 바로 (무대에) 올려도 될 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이 꽤 보였다”고 말했다. 소설 부문과 달리 페미니즘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도 많았다. 예심 결과 시는 10명의 작품이, 소설은 9편이 본심에 올랐다. 당선 결과는 이달 말까지 개별 통보하고 내년 1월 1일자 서울신문 신년호에 심사평과 함께 발표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현장 행정] 도올이 그리고 종로구청장이 펼친 ‘국학 보물서고’

    [현장 행정] 도올이 그리고 종로구청장이 펼친 ‘국학 보물서고’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전통문화 특화 김용옥 석좌교수가 자문·현판 글씨도 2400여권 소장… 옥상정원·놀이방 갖춰 구비 한 푼 없이 시·국비 15억으로 건립“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우리 역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 전통문화 전반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공공 도서관으로 키워 가겠습니다.”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은 지난 14일 구의 17번째 공공도서관인 명륜동 ‘어린이청소년국학도서관’ 개관식을 갖고 도서관의 주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 구청장은 2010년 민선 5기 취임 이후 문학, 생태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공공도서관 16곳을 건립했는데 이번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 국학 전문 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개관식에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김 구청장은 이날 “당초 어린이들을 위한 역사 도서관을 지으려고 널리 의견을 수렴하던 중 도올 김 교수로부터 국학도서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국학 특화 도서관으로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과 김 교수는 같은 광산 김씨로 김 구청장이 김 교수보다 항렬이 2개 위다. 김 교수는 도서관 주제에 대한 자문뿐 아니라 도서관 현판을 써 주기도 했다. 국학이란 고유의 제도에서부터 언어, 역사, 예술, 신앙, 풍속 등을 통틀어 일컫는 것인 만큼 도서관은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역사 도서 2100여권과 예학, 역서 등 국학 주제도서 2400여권을 소장하고 있다. 유아들도 보호자와 별도로 책을 볼 수 있는 작은 놀이방을 갖춘 것은 물론 청소년이나 성인을 위한 소규모 세미나실도 있다. 일반 열람석은 80석 규모이며, 정기간행물을 열람할 수 있는 전자신문, 책 위치 표시 등을 제공하는 스마트서가 등 정보통신기술(ICT)도 접목시켰다. 도서관 위로는 날씨가 따뜻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옥상정원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국학 특화 도서관이란 아이디어로 도서관 조성에 국비 10억원, 시비 5억원을 지원받으면서 구비는 하나도 쓰지 않아 주민들 사이에 호평이 나온다. 구는 지난 7월 주택 밀집 지역인 명륜동에 와룡 공영주차장(78면)을 문화센터 등이 있는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복합시설(연면적 5273㎡)로 만들어 개관했는데 그 5층에 국학도서관을 개관했다. 김 구청장은 “2020년 종로구의 18번째 공공도서관인 영어특화도서관(창신길 84)을 개관하고 나아가 언론 특화 도서관 건립도 연구하고 있다”면서 “곳곳에 책 읽는 향기가 가득한 종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여기는 중국] 中 최대 공유자전거 오포의 몰락…실패 원인은?

    18일 오전 10시 베이징 시 하이뎬취(海淀区) 중관촌(中关村)에 소재한 오포(ofo) 본사 안팎으로 수 십 명의 인파가 몰렸다. 매일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계속되는 이들 인파 행렬은 99~199위안에 달하는 보증금 명목의 금액을 환불 받기 위해 찾아온 유료 회원들의 모습이다. 오포(ofo)는 중국 최대 자전거 공유 업체로 지난 2015년 베이징대학 캠퍼스에서 처음 문을 연 이래 약 3년 동안 유럽과 미국 등지로 진출하는데 성공했으나, 최근 긴급 자금 확보에 실패해 파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회원 모집 시 보증금 명목으로 받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제때 각 회원에게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연일 해당 본사 건물에는 현장에서 보증금을 회수하려는 회원들의 발길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베이징 현지 유력 언론은 중국정법대학 전파법연구소센터 주웨이(朱巍) 교수의 발언을 인용, “공유 자전거 업체 오포가 쓰러진 이유는 자금 문제 외에도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풀지 못한 데 있다”고 진단했다. 주 교수는 업체의 파산 원인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자금 부족을 원인으로 꼽으면서 “중국에 공유 산업이 처음 등장했을 시 정부는 물론 경제 분야에서 폭발적인 규모의 자금이 이 시장에 몰려들었다”면서 “이로 인해 공유 자전거는 베이징 시 기준 연평균 최대 7곳의 신생 업체가 등장하는 등 빠른 보급에 성공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해당 사업 연수가 3~4년 지속되면서 공유 자전거 차체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 시기가 돌아왔고, 자전거 한 대당 최소 900위안대에 이르는 원가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 파산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나친 간섭도 파산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고 꼬집었다. 주 교수는 “베이징 시정부는 지난해 8월 들어와 교통운수부, 중앙선전부, 국가개발위원회, 산업정보화부, 공안부, 주택도시건설부, 인민은행, 질검총국, 여유국 등 무려 10여곳에 달하는 정부 부문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만 해당 공유 업체의 사업 실행 및 자본 확보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신설했다”면서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간섭이 업체의 유동적인 사업 운영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오포의 경우 정부에서 금지한 자전거 차체 내의 광고 금지 정책에 따라 높은 광고비용 지속적으로 지출해왔다”면서 “사실상 타사 업체로부터 벌어들일 수 있는 차체 내 광고 수익이 금지된 상황에서 해당 업체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는 오직 새로운 회원을 모집하는 것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하지만 오포의 경우 이미 앞서 대거 모집한 회원들의 보증금 명목의 대규모 자본을 엄격하게 분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대부분의 스타팅 업체가 저지르는 실수인 반드시 확보해야 할 보증금 명목의 자금과 사업 확충 비용 등을 분별하지 않고 사용한 것이 업체가 자금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결정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오포의 파산이 곧 공유 경제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오포가 지난 3년 동안 시장 내에서 차지했던 공유 산업의 파급력은 단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정도의 크기가 아니다. 다만, 지나치게 거품이 많이 낀 이 분야 시장에 대해 각자가 반성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달콤한 사이언스] 토성, ‘고리’ 잃고 평범한 행성되나

    [달콤한 사이언스] 토성, ‘고리’ 잃고 평범한 행성되나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큰 행성이자 독특한 고리를 갖고 있는 유일한 행성인 ‘토성’. 그런데 토성을 특징짓는 이 고리가 점점 사라져 여느 태양계 행성들처럼 밋밋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행성자기표면연구소, 제트추진연구소, 보스턴대 우주물리학센터, 전미우주연구협회, 영국 랭카스터대 천체물리학과, 런던대 천체물리학과 대기물리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토성 자기장의 영향으로 고리를 구성하고 있는 얼음조각들이 녹거나 증발하면서 사라지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연구는 천문학 분야 국제학술지 ‘이카루스’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보이저 1호와 2호가 보내온 관측치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토성 자기장이 얼음조각들을 녹이고 암석조각들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행성의 중력 때문에 고리에 있는 얼음이 녹거나 증발하는 토성의 ‘고리 비’(ring rain) 현상은 30분만에 국제규격 수영장을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수분이 배출되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토성의 고리는 1609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처음 발견했지만 고리인지 확신하지 못했으나 50년 뒤 네덜란드 천문학자 호이겐스와 1675년 이탈리아 천문학자 카시니가 토성의 고리를 자세히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천문학자들은 여전히 토성 고리 생성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토성이 만들어지고 난 뒤 남은 물질들이 고리를 이룬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토성의 강한 중력에 못 이겨 부서진 위성이나 유성, 혜성 같은 천체들의 잔해라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 토성의 나이는 40억년이 훨씬 넘었을 것으로 보지만 고리의 나이는 1억년 미만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고리비 현상이 계속되고 암석덩어리들이 토성으로 끌려들어간다면 3억년 뒤에는 토성도 다른 태양계 행성들처럼 고리가 없는 밋밋한 행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토성 고리는 대부분 암석덩어리거나 미세한 분진 입자에서 수 m 크기의 얼음덩어리로 구성돼 있는데 고리를 구성한 입자들은 현재 토성의 전리층과 화학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토성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자기장 선이 형성되면서 토성의 전리층과 고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제임스 오도나휴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박사는 “토성의 고리비 현상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추세로 계절에 따라 고리 비가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대해 분석을 해야 아름다운 토성 고리의 수명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크리스퍼유전자가위 악당, DNA탐정, 그래핀 조련사 등…네이처 선정 ‘올해 10대 인물’

    크리스퍼유전자가위 악당, DNA탐정, 그래핀 조련사 등…네이처 선정 ‘올해 10대 인물’

    지난달 말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윤리적 비난을 받은 중국 과학자, 1970~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연쇄살인범을 검거하도록 한 데이터 과학자, 네안데르탈인 엄마와 데니소바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자손을 찾아낸 인류학자….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올해 전 세계 과학계를 뒤흔든 10명의 과학자를 선정해 19일 발표했다. 리치 모나스터스키 네이처 수석 편집장은 “이번에 선정된 인물들은 올해 가장 기억될만한 과학적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부터 출발했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만나도록 한 과학자들”이라고 강조했다.네이처는 약관에 불과한 중국과기대 출신 물리학자 위안 차오(Yuan Cao) 박사를 올해의 첫 번째 인물로 꼽았다. 네이처는 22살에 불과한 차오 박사가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그래핀 조련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래핀의 ‘마법 각도’를 개발해 냄으로써 저항 없이 그래핀의 전도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냄으로써 새로운 물리학 분야를 개척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차오 박사의 연구는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과 전송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두 번째 올해의 인물로는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및진화유전학연구소 비비안 슬론 박사가 꼽혔다. ‘인류의 역사학자’ 슬론 박사는 2012년 러시아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굴한 소녀의 화석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 엄마와 데니소바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이종교배 인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슬론 박사의 연구는 약 40만년 전 완전히 다른 종으로 분리된 것으로 알려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서로 교류를 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세 번째는 지난 11월 말 전 세계 과학계를 충격으로 빠뜨린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킨 중국의 유전학자 허젠쿠이이다. 네이처는 그를 ‘크리스퍼 불한당’이라고 부르면서 유전자 편집기술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중국 선전 남방과기대 교수로 유전자 편집 연구를 해온 허젠쿠이는 홍콩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유전자 편집으로 쌍둥이 여자아이 2명이 에이즈 유발 HIV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도록 했다’고 발표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그의 발표 이후 과학계는 물론 중국 정부에서도 그의 연구를 비판하고 나서는 등 곤란에 빠진 상태다. 네이처는 그의 연구가 역설적으로 유전자 기술의 미래와 가야할 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소속 물리학자 제스 웨이드 박사는 과학계에서 여성의 위치를 재조명한 ‘다양성 챔피언’으로 소개되며 올해의 인물로 꼽혔다. 웨이드 박사는 남성보다 여성은 과학분야에서 활약이 덜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여성과학자 페이지를 하루에 한 개씩 만들어 현재 400개에 이르는 여성과학자 페이지를 만들었다. 웨이드 박사는 여성 과학자 페이지 만들기라는 온라인 활동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여성 과학자의 업적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네이처는 소개했다.‘지구 감시자’ 발레리 메송-델모트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 박사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부의장으로 기후변화의 물리적 과학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IPCC 발족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메송-델모트 박사는 지난 10월 한국 송도에서 열린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가 생태계를 변형시키고 많은 산호초를 파괴함으로써 인류의 생존과 지구환경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도록 이끌었다.말레이시아 에너지, 과학, 기술, 환경 및 기후변화부(MESTECC) 장관 비 인 예오(Bee Yin Yeo)는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환경을 위한 강력한 힘’이라는 표제로 ‘올해의 과학인물’로 선정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화학공학 석사출신인 비 인 예오 장관은 2010년부터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비 인 예오 장관은 지난 7월 초부터 MESTECC를 맡아 2030년까지 현재 2%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하고 전력시장과 발전비율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처는 비 인 예오 장관의 이런 행보에 대해 ‘환경의 미래를 생각하는 대범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네덜란드 라이덴천문관측소의 천문학자 안소니 브라운 박사는 ‘별 지도 작성자’로 올해의 과학인물로 선정됐다. 네이처는 지난 4월 25일 오전 10시(국제시)는 천문학자들에게 ‘크리스마스’ 같은 날이라고 소개하며 이날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 위성이 우리 은하계에 있는 별들을 관찰해 13억개에 이르는 별들의 밝기와 색깔, 밀도 등의 정보를 이용해 3차원 지도를 만들어 발표한 것이다. 브라운 박사는 이 가이아 프로젝트를 이끈 인물이다.1970~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벌어진 40여건의 강간사건과 10여건의 살인을 저지른 ‘골든스테이트 킬러’ 사건은 영원한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했다. 그렇지만 ‘DNA 탐정’ 바바라 레이-벤터(Barbara Rae-Venter)에 의해 42년만에 당시 경찰이었던 범인이 잡혔다. 북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레이-벤터는 은퇴한 특허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오픈 데이터를 활용해 DNA를 정밀 분석해 범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DNA를 활용해 DNA대조라는 과학적 방법을 이용해 범인을 체포할 수 있도록 한 레이-벤터는 올해의 중요 과학 인물로 꼽히게 된 것이다.유럽연합(EU) 연구혁신총국장을 역임한 로버트 얀 스미츠(Robert-Jan Smits) 유럽정치전략센터(EPSC) 오픈액세스및혁신 수석어드바이저는 EU내 국가에서 공적자금으로 수행된 연구결과물은 2020년까지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오픈액세스 학술지에 투고하거나 오픈액세스 플랫폼에 등록하도록 한 ‘플랜S’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지금까지 네이처나 사이언스로 대표되는 폐쇄적인 학술지 시스템이 아닌 오픈액세스 기반 학술활동을 장려해 더 자유로운 연구활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네이처는 전망하기도 했다.지난 6월 27일 일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지구에서 2억 8000만㎞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 안착하는 프로젝트를 이끈 마코토 요시카와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 하야부사-2 프로젝트책임자가 ‘소행성 헌터’로서 올해의 과학계 인물로 선정됐다. 2014년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한지 3년 반만에 류구에 안착한 하야부사-2는 류구 표면의 지형과 화학성분, 중력장 등을 관찰해 지구를 향해 날아드는 소행성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예정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아하! 우주] 토성의 아름다운 고리, 비처럼 내리며 사라진다

    [아하! 우주] 토성의 아름다운 고리, 비처럼 내리며 사라진다

    토성의 아름다운 고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토성의 고리는 태양계에서 어떤 행성의 고리보다도 크며, 수 ㎛에서 수 m에 이르는 입자들로 구성돼 있다. 토성을 공전하며 고리입자는 거의 대부분 암석이 섞여있는 얼음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스페이스 플라이트 센터 연구진에 따르면 토성의 고리에서 주로 암석이 섞인 얼음이 일명 ‘고리 비’(Ring Rain) 현상 때문에 사라지고 있으며, 이 현상이 지속될 경우 고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리 비 현상은 자기장의 영향으로 고리에 있는 얼음입자들이 비나 먼지처럼 내리는 것을 뜻한다. 1980년대 초 당시 토성을 탐사한 NASA 보이저호가 수집한 자료에서도 이 현상이 언급된 바 있다. NASA는 “자기장의 영향을 받은 얼음입자들이 먼지나 비처럼 내리고, 이렇게 떨어진 입자들이 중력에 의해 토성 본체로 끌려들어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예상보다 고리 비 현상의 속도가 매우 빠르며, 이런 상황으로 미뤄 봤을 때 토성의 고리는 1억 년 후 소실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성의 고리 비 현상으로 30분 만에 토성의 고리에서 올림픽 경기 전용 수영장을 채울 수 있을 만큼의 많은 양의 수분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카시니호가 토성의 적도로 떨어지는 고리 물질을 측정한 결과, 적어도 1억 년 이내에 그 형체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성의 아름다운 고리는 지난 1655년 네덜란드 천문학자 크리스티앙 호이겐스가 처음 발견했다. 주요 고리는 3개로 바깥쪽부터 A, B, C라 칭해졌으며 이후 탐사기의 관측 결과 추가로 D, E, F, G고리의 존재가 확인됐다. 그러나 토성의 고리가 어떤 과정을 통해 생성됐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토성의 역사는 40억 년, 토성 고리의 역사는 약 1억 년 밖에 되지 않았으며, NASA의 예측대로라면 1억 년 만에 다시 토성의 고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우주 전문 과학저널 '이카루스'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CBS, ‘미투’ 폭로로 낙마한 CEO에 1300억원대 퇴직금 안 준다

    CBS, ‘미투’ 폭로로 낙마한 CEO에 1300억원대 퇴직금 안 준다

    미국 지상파 방송사 CBS가 지난 9월 성폭력 추문으로 최고경영자(CEO)·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미 방송계 거물 레슬리 문베스(68)에게 퇴직금 1억 2000만 달러(약 1342억원)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CBS 이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 “문베스는 사규를 어기고 회사와 체결한 고용 계약을 위반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사회는 과거 문베스가 10여명의 여성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 보도가 나온 직후인 올 8월 2곳의 로펌을 고용해 문베스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였다. 이후 추가 보도가 나오자 이사회는 성명을 내 그의 사임 소식을 알렸다. 당시 그가 받기로 한 퇴직금의 천문학적 액수가 알려지면서 여성단체들은 강력 반발했다. CBS는 여론을 의식해 문베스가 퇴직금 중 2000만 달러를(약 255억원)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지원하는 단체들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비판은 잦아들지 않았다. FT는 “고위 간부 개인이 저지르는 문제는 기업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 및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는데도 죗값은 애먼 주주에게만 돌아간다. ‘미투’ 운동의 시대에 불명예 퇴진과 억대 퇴직금을 함께 챙겨 달아나는 CEO들의 명단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거침없는 비판을 내놨었다. 직장 내 성폭력에 반대하는 단체인 ‘타임스업’은 지난주 열린 CBS 투자자 회의 장소를 찾아가 건물 밖에서 “문베스에 대한 무(無)보상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995년부터 CBS에 몸담은 문베스는 2006년 CE0 자리에 올랐다. 그는 쇠퇴해가던 TV·라디오 방송국을 디지털 플랫폼의 성공적인 프로그램 제공자로 변신시켜 CBS의 성공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았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소아마비·유대인 이민자… 그는 어떻게 클래식 전설이 됐나

    [지금, 이 영화] 소아마비·유대인 이민자… 그는 어떻게 클래식 전설이 됐나

    클래식 음악, 특히 바이올린 전공자에게 이차크 펄만은 ‘살아 있는 전설’로 받아들여질 테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 깊은 조예가 없는 나는 이차크를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딱 그 정도로만 알았다. 이제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단지 유명할 뿐인 평범한 사람과 전설이 된 천재의 차이를 확실히 느끼게 됐으니까. 그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원제: Itzhak)을 본 덕분이다. 이 글에서는 이차크가 도달한 음악적 경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를 늘 따라다니는 두 가지 키워드 소아마비 장애인과 유대인 이민자의 정체성도 여기에 녹아들 것이다.먼저 이차크의 말부터 들어보자. 그가 음악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친구에게 설명하는 장면이다. “테크닉이 좋다는 건 속주를 잘하는 게 아냐. 악절을 제대로 표현하는 기술이 바로 테크닉이지. 음악에 색채와 개성을 담아 아름답게 들리도록 하는 거야. 테크닉 다음으로는 비전이 있어야 해. 테크닉을 어떻게 쓸 건지. (…) 나는 연주할 때 계획을 세우지 않아. 음악이 내게 말을 걸면 응답할 따름이지.” 이차크의 말을 나는 이렇게 요약했다. 기술자가 테크닉만 과시하려 든다면, 예술가는 음악과 자신이 나누는 대화를 정확하게 나타내기 위해 애쓴다고 말이다. 이는 기술자와 예술가를 구별 짓는 핵심적인 요소다. 원래 테크닉이 뿌리를 둔 단어 ‘테크네’(techne)는 기술과 예술을 함께 의미했다. 또한 이것은 상투화된 일상성을 뛰어넘는 힘을 가리키기도 한다. 따라서 테크네를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는 음악에만 한정된 물음이 아니다. 영화에도, 문학에도, 심지어 인생에도 적용 가능하다. 그것의 구체적 방법을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없다. 역경을 극복한 성공담이야 이미 차고 넘치니까. 이런 점에서 나는 이차크가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자유 훈장을 받는 모습, 수많은 청중의 환호를 받으며 공연하는 모습 등에 별반 흥미를 갖지 못했다.차라리 나는 그가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사는 불만을 퉁명스레 표출하고, 그가 유대인 이민자로서의 자부심을 지나치게 드러낼 때가 좋았다. 행복해 보이는 웃음 뒤에 가려진 이차크의 진짜 얼굴을 언뜻 본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 그는 여전히 스스로와 격렬하게 싸우며 새로운 길을 찾는 중이다. 만약 이차크가 안온한 자기 화해에 머물렀다면 단지 유명할 뿐인 평범한 사람이 되고 말았으리라. 그가 전설이 된 천재일 수 있는 까닭은 지금도 계속되는 자기 불화에 기인한다. 이차크는 바이올린이 영혼을 그대로 복제한 악기라고 말한다.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의 바이올린 연주가 왜 섬세한 감동을 주는지 납득돼서다. “영혼이 있는 자에겐 평온이 없다.”(페르난두 페소아) 이차크는 얼마나 복잡한 영혼을 가졌는지! 허 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12개 시군 에너지 융복합 도시로 조성” “건설비 편익 산정에 지역 낙후도 반영”

    “12개 시군 에너지 융복합 도시로 조성” “건설비 편익 산정에 지역 낙후도 반영”

    17일 황기연(왼쪽·도시공학과) 홍익대 교수를 좌장으로 펼쳐진 동서균형발전 종합토론에서 류종현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부권 동서균형발전의 대전환을 이루려면 중부경제권과 거시적·통합적 관점에서 철도와 항만 고속도로를 갖춘 12개 시·군 에너지 융복합 북방경제권 도시 조성을 위한 전략적 접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북방자원에너지경제권 및 북방자원에너지 물류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새로운 국토발전 틀을 모색하고 보강경제 게이트웨이 선도적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송영관(가운데) KDI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국가균형발전정책은 한국경제의 조화롭고 포용적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정책으로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의무임에도 광역시와 제주도를 뺀 8개 광역지자체 중 충북·강원도의 발전은 미흡하다. 지역 발전을 위해 도로와 철도 등 교통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지만 현재 제천~삼척 동서고속도로와 서산~울진 동서횡단철도 건설엔 각 4.7조원과 6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돼 이를 상회할 편익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지역 낙후도가 반영되고 장래 교통수요를 추정하는 방법론, 관광수요, 주말 수요를 어떻게 반영할지가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이용욱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과장은 “평택~삼척 간 250㎞ 고속도로는 동서 6축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택~제천 127㎞ 구간은 2002~2015년 단계적으로 개통해 운영되고 있지만, 제천~삼척 구간 123㎞에 대한 사업도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2016~2020년 추진되는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 수립 때 제천~영월 구간을 중점 추진 사업으로 선정해 올 10월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는 경제적 타당성을 중심으로 평가했지만 경제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국토균형발전 요소가 많이 반영돼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기재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후삼(오른쪽·제천·단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예비타당성 제도의 정책 취지로 이 사업을 판단했다면 KTX 호남선은 도입되지 못했을 텐데 막상 도입한 이후 3년 운영한 결과 영업이익은 연평균 26.3%에 달했다. 우선공급을 하니 수요를 창출한 대표적 사례다. 대한민국에 KTX가 도입된 국민의 정부 때(2004년)만 해도 좁은 국토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이젠 KTX를 뺀 대한민국 철도 시스템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해 발표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인 H축을 포함하면서 북한 금강산과 함경남도 단천, 함북 청진, 나선 경제특구 등이 언급됐다. 이런 계획의 실천을 위해 동서 6축 고속도로는 꼭 필요한 국가 기간산업망이다”고 말했다.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나흘 만에 3쇄… 일본서도 ‘82년생 김지영’ 인기

    나흘 만에 3쇄… 일본서도 ‘82년생 김지영’ 인기

    국내 베스트셀러인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발간된 지 나흘 만에 3쇄까지 돌입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17일 이 소설의 일본 출판사 지쿠마소보에 따르면 일본어판 ‘82년생 김지영’은 지난 8일 발간과 동시에 2쇄 중쇄에 들어갔고, 독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서 발간 나흘 뒤인 지난 12일 다시 3쇄 중쇄를 결정했다. 이 소설은 이날 일본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재팬의 ‘문학·평론 분야’ 판매 순위 44위에 올랐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책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또 이용자들이 구입 의향을 밝힌 ‘구입하고 싶은 책’ 순위에도 5위에 올랐다. 한국 여성들의 현실을 기록한 국내 밀리언셀러라는 점에서 일본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지쿠마소보는 3쇄 중쇄 소식을 전한 12일 트위터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중쇄하는 것은 좀처럼 없다. 감개무량하다”며 “지금 책을 입수하기 어렵다. 서둘러 인쇄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판사 측은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 방탄소년단의 RM, 소녀시대의 수영이 이 책에 대해 언급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 때 선물로 받은 소설이라고 홍보했다. 이 책은 평범한 서른넷 전업주부의 삶을 통해 여성이 학교와 직장에서 받는 성차별, 고용시장에서 받는 불평등, ‘독박 육아’를 둘러싼 문제점 등을 사실적인 자료와 함께 보여 줬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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