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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으로 영화로… 그 배와 그 아이들을 기억하는 방법

    책으로 영화로… 그 배와 그 아이들을 기억하는 방법

    4·16합창단 공연 이야기 담은 책 출간 ‘잊지 않을게’ 등 10곡 담은 앨범도 수록 영화 ‘로그북·당신의 사월·부재의 기억’ 종로 인디스페이스서 18일 추모상영회“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 않게.” 참사로 소중한 아이를 잃은 엄마들의 합창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우리는 점차 잊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을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한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문화계가 책으로, 영화로 추모를 이어 간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4·16합창단’이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 공연한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을 최근 출간했다.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 학생의 부모 등으로 구성한 4·16합창단은 2014년 12월 작은 노래모임에서 시작해 5년 동안 270여회에 이르는 공연을 해 왔다. ‘잊지 않을게’, ‘어느 별이 되었을까’, ‘약속해’ 등 합창곡 10곡을 담은 CD도 책에 수록했다. 함께 출간한 ‘슬이는 돌아올 거래’는 상실과 이별, 그리고 이를 이겨낼 희망을 담아낸 동화집이다. 깜깜한 밤하늘에도 별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의 시 ‘우린 그래’를 비롯해 달 체험 여행에 나섰다가 길을 잃고 머나먼여행호에 탑승해버린 슬이가 돌아올 거라 말하는 동화 ‘슬이는 돌아올 거래’ 등 2편의 시와 6편의 동화를 엮었다. 출판사 측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자 주제부터 인물, 단어 하나하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섬세한 문체로 고르고 골라 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오는 18일 세월호 참사 추모상영회 ‘기록과 기억’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서울극장 6관)에서 연다. ‘로그북’, ‘ 당신의 사월’, ‘부재의 기억’을 이날 연속 상영한다. 복진오 감독의 ‘로그북’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구조한 민간 잠수사들의 200일을 담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전원 구조’ 뉴스가 오보로 알려지자 바로 달려간 베테랑 잠수사 강유성, 경력 30년 잠수사 황병주, 해병대 출신 한재명과 부산사나이 백인탁 등을 쫓았다. 누구보다 먼저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당시 해경은 수색 방법을 바꿔야 한다며 이들을 현장에서 퇴출했다. 다시 뭍으로 돌아온 이들은 정신과를 찾아야 했다. 주현숙 감독의 ‘당신의 사월’은 세월호 참사 이후 남은 사람들의 모습을 스크린에 담았다.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은 당시 현장 영상과 통화 기록을 중심으로 국가의 부재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한국 영화 최초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라 관심을 받았다. 상영 후 이 감독과 관객의 대화 시간이 이어진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50년, 詩만 보고 달렸다…칠순·팔순, 詩가 터졌다

    50년, 詩만 보고 달렸다…칠순·팔순, 詩가 터졌다

    “‘나 건드리지 마, 또 시(詩) 나온다!’ 친구들을 만날 때 인사말 대신 건넨 농담이 제 트레이드마크가 됐습니다. 이제 시를 그만 써야 할 때도 됐는데. 허허허.” 문학을 천명으로 알고 50여년 외길을 걸어온 한국문인협회 원로시인 이운룡(83·전 중부대 국문과 교수·전북 전주시 중화산동) 박사. 그는 팔십 중반의 나이지만 아직도 시를 써야 삶의 의미를 느끼고 행복한 현재 진행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 마음은 문학청년이다. 솟구쳐 오르는 시상을 억누르지 못해 매일 시를 쓴다. 머리는 백발이지만 통 좁은 청바지와 스니커즈 스타일을 좋아하는 ‘멋쟁이 시인’이다. 깨끗한 피부와 살아 있는 눈빛, 힘이 있는 목소리, 밝은 표정에서 건강미가 넘친다. 항상 깔끔한 차림에 활기가 느껴진다. 젊은이도 따라가기 힘든 총기와 지성미가 풍기는 화법은 올곧게 살아온 문인의 향기를 내뿜는다. 이 박사는 ‘삶의 방정식’을 ‘근면’, ‘성실’, ‘정도’, ‘직진’으로 만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시인의 길을 한평생 쉼 없이 달려왔다. 집념과 의지로 밤낮없이 시에 매달려 살았다. 두 번의 암 수술도 그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그래서 입버릇처럼 “문학은 나의 인생이고, 나의 인생이 문학”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을 보낸 농촌의 자연은 꿈을 키웠고, 꿈은 문학을 키웠으며, 문학은 나를 키웠다”면서 “나와 시, 시와 나는 분리할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한다.그는 1969년 등단한 이후 1355편의 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70~80대에 쓴 것이다. 시인으로서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가 많은 시를 쉬지 않고 쓸 수 있는 비법은 시상과 영감, 제재가 떠오를 때마다 잊기 전에 메모하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주제의식에 따라 언어를 구조화하면서 첨삭을 거듭한다. 시상을 더 정확하고 표상하기 위해서다. 전심전력 언어의 형상화에 투신하면 무르익은 시를 쓰고 후회하는 일을 덜 수 있다. “혈기 넘치는 젊은 시절에는 좋은 시를 쓰려고 고뇌했지만 인생을 숙고하고 성찰하면서 우주의 충만한 존재 문제에 천착하려는 시 정신과 시작 태도가 나이 든 시인의 소명임을 늦게 깨달았지요. 이제야 시가 쉽게 나옵니다.” 이 박사는 2018~2019년 2년 동안 무려 555편의 시를 발표했다. 하루에 0.76편, 나흘에 세 편꼴로 시를 쓴 셈이다. 어떤 날은 하룻밤에 80개의 제재가 떠올랐고 사흘 밤낮 16편의 시를 내리 쓰기도 했다. 최근에는 시집 2권을 한꺼번에 펴냈다. 그는 이런 현상을 “시가 터졌다”고 표현한다. 그는 긍정적 사고와 규칙적인 운동, 문인들과 진솔한 교류, 어릴 적부터 계속해 온 문학활동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한 목욕과 편식 없는 식사는 건강을 유지하고 일상을 즐기는 그만의 방법이다. 치아 관리도 철저해 아직도 상한 이가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시를 쓰는 작업이 마음을 늙지 않게 하는 비결이다. 문학계 후배와 자녀들에게는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 항상 준비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 자강불식(自强不息) 정신을 주문한다. 평생 교육자이자 시인으로 살아온 이 박사는 얼핏 ‘금수저’ 같아 보이지만 ‘흙수저’ 출신이다. 그는 일제강점기인 1937년 전북 진안에서 가난한 농사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들이 구름 위로 솟아오른 용이 되라는 뜻으로 운룡(雲龍)이라고 이름을 지어 줬다. 그러나 광복 이후 1946년 진안초등학교에 재입학한 아홉살 소년은 평범한 시골뜨기였다. 그에게 인생의 길라잡이가 돼준 책은 한국전쟁 당시 전주에서 시골로 피란 온 친구의 초등학교 교지였다. 동시 “하늬바람 불어오면/ 전깃줄은 쓰르릉 피리 불고요”라는 구절을 보는 순간 시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무작정 시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쓴 최초의 동시 ‘달밤’이 학급 문집 ‘글벗’에 수록됐던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1959년 전북대 국문과에 진학하면서 이 박사는 시인이 되기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을 시작했다. 대학 2학년이던 1962년 10월 경북대 주최 제5회 전국대학생문예작품 현상공모에 ‘기도’가 당선됐다. 이어 1964·1965·1969년 ‘현대문학’에 연 3회 추천되면서 등단에 성공했다. “앞만 보고 뛰어가는 외곬으로 뚫린 성격, 철저한 준비성과 꼼꼼한 정리벽,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긍정적 사고, 끝장을 내야 직성이 풀리는 근성이 저의 유일한 자산이지요.” 그가 시인으로서 문학의 앞길을 열기까지 과정은 시련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격동기를 살아오면서 시대적 상황에 휩쓸리고 지독한 가난과 싸워야 했지만 오직 정신력 하나로 이겨냈다. 중학생 때부터 학비 마련을 위해 장작 장사를 했고 공사판에서 등짐을 졌다. 대학 시절 굶기를 밥 먹듯이 하는 바람에 영양실조에 시달렸지만 장학금을 받아 학업을 마쳤다. 가난은 시련과 고통이었으나 성취욕 강한 그는 오히려 성장의 자양분으로 치환했다.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나는 주제넘게 시인이 되기를 꿈꾼 비현실주의자입니다. 시와 함께 사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 믿었지요.” 이 박사는 오로지 좋은 시를 쓰기 위해 노력했을 뿐 경제적으로는 빵점짜리 가장이었다. 부인이 생활고를 탓하며 바가지를 긁으면 “선비가 돈 버는 것 봤느냐”며 되레 큰소리치고 헛기침을 했다. 이 박사는 전북문인협회장, 초대·2대 전북문학관장을 역임하며 향토문학계에 족적을 남겼다. 그가 22년 동안 이끈 ‘열린시문학회’와 ‘시창작교실’은 전북 지역 문인 배출의 산실 역할을 했다. 그가 닦아 놓은 문학 기반은 전북도 문화상,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서울신문 향토문화대상 등 수많은 수상 경력이 증명해 준다. “나는 어린 시절 희망대로 여전히 시를 쓰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생활력과는 담을 쌓고 살았지요. 저승의 부모님에게는 불효막심이고 형제에겐 자기 이상만 고집해 온 이기적이고 염치없는 졸장부지요. 어찌 보면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는 “돈도 백(배경)도 없는 촌놈이 문학생활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불꽃’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불꽃은 가난 속에서 팔순까지 지칠 줄 모르고 문학인으로 담금질하는 에너지원이었다. 또 세 자녀를 낳은 아내가 3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을 때나, 10년 전 전립선암과 위암 수술로 사경을 헤맬 때도 그를 지탱해 주고 일으켜 준 힘이 됐다. “그동안 옆걸음 치면서 타인의 어깨 너머를 넘보지 못했고 유유자적 느림의 미학도 탐할 수 없었지요. 자녀들도 모두 자리잡아 걱정이 없다 보니 이제야 숨 돌리고 인생과 문학을 정리할 때가 왔다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불청객 세월이 가르쳐 준 결과지요.” 이 박사는 한때 이 세상 사람으로 살았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시집 20권, 문학이론서 및 시론서 등 13권의 저서를 남겼다. 이제 소망이 있다면 작은 개인 문학관을 건립하고 자신이 제정한 ‘중산문학상’이 계속 후배 문인들에게 희망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가함을 즐기지 못하는 그의 문학사랑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는 ‘언제까지 문학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이제 그만 써야겠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2022년에 단행본 시집 7권을 합본한 3번째 ‘이운룡 시 전집’과 시론집 ‘시와 비평의 등가성’을 발간할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글 사진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사업 본궤도… 강원 판도 바꾼다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사업 본궤도… 강원 판도 바꾼다

    국토 최북단 동서로 가로지르는 철도 2026년 서울~속초 100분도 안 걸려 춘천·화천·양구·인제·백담·속초역 설치 6개 역세권 숙박·상업·관광단지 개발 낙후된 최전방 지역 ‘상전벽해’ 기대 최문순 지사 “유럽까지 잇는 교두보”우리나라 최북단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고속화철길시대가 열린다. 서울~춘천(81.3㎞) 경춘선 전철에 이어 춘천~속초(93.74㎞)를 잇는 동서고속화철길이 뚫리기 때문이다. 철도 노선은 지난달 말 입찰 공고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1987년 대선 공약으로 처음 언급된 이후 33년 만이다. 모두 2조 284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단선으로 개통되는 고속화철도는 시속 250㎞의 준고속열차(EMU250)가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 용산역에서 속초까지 빠르면 1시간 20분, 늦어도 1시간 40분이면 갈 수 있다. 춘천·화천·양구·인제·백담·속초 등 역사가 놓이는 지역마다 개발에 대한 희망에 부풀었다. 남북 평화시대 북한을 경유해 시베리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길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14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만나 동서고속화철도의 청사진을 들여다봤다.통일시대 이후 ‘미래의 땅’으로 남은 강원 북부지역이 고속화철도시대를 맞아 기대에 부풀었다. 백두대간 험준한 산악지형과 비무장지대(DMZ)를 가까이에 두고 있어 개발에서 소외됐던 강원지역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주민들은 “가난한 산촌에서 전국 최고의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남북한 첨예한 대결지대에서 평화시대를 이끄는 허브지역으로 변신하고 있다”며 “분단된 군사지역, 험준한 산악지역, 산업이 낙후된 지역에서 벗어나 청정 자연자원을 기반으로 힐링의 고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환영 일색이다.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지난달 31일 전체 8개 공구 가운데 6개 공구의 기본설계 입찰을 공고하면서 본격화됐다. 오는 6월 공구별로 용역사가 선정되면 1년간 설계작업에 들어간다. 사실상 행정절차를 모두 마치고 착공을 위한 첫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최대 난코스인 1공구 구간의 춘천역 지하화와 7공구 미시령터널 구간은 이번 입찰에서 빠졌다. 유청담 강원도 철도시설팀 주무관은 “이들 구간은 많은 공사비와 기간이 필요한 구간으로 이르면 5월 중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시행하는 턴키방식으로 별도 입찰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춘천역구간 1공구(춘천 근화동 춘천역~의암호~신북읍 산천리)는 7.4㎞ 구간 가운데 6.5㎞가 지하터널로 건설된다. 현재 춘천역 정거장의 궤도와 시스템을 개량하고 환기구 등을 추가로 만들면서 모두 2454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다. 미시령터널 7공구(인제 북면 용대리~고성 토성면 원암리)도 터널 2곳(14.13㎞)과 경사갱 3곳(5.01㎞)을 포함해 14.3㎞ 구간으로 2339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다. 역사는 화천군 간동면 간척리와 양구군 양구읍 하리, 인제군 원통리, 용대리 백담사 입구로 정해졌고 종착역은 속초시 노학동 인근으로 정해졌다. 상반기에 모든 공구별 설계가 시작되면 남은 행정절차는 내년 실시설계 과정의 환경영향평가만 남게 된다. 손창환 강원도 건설교통국장은 “수년간의 행정절차를 마치고 설계에 본격 착수하면서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며 “동서를 가로질러 철길이 완성되면 개발에서 소외됐던 강원 북부권의 발전과 남북 철도시대를 여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철도가 지나는 춘천, 화천, 양구, 인제, 백담, 속초 등 6개 역세권의 개발계획 밑그림도 그려졌다. 춘천역은 철도역사와 문화상업시설이 들어서는 도심권 복합환승센터로 개발된다. 주변의 의암호와 레고랜드, 캠프페이지를 연계하고 인근의 근화동 하수종말처리장을 복합용지로 개발해 대단위 호텔·콘도미니엄 등 숙박·상업·관광의 중심지로 가꿀 전망이다. 첫 경유지인 화천역에는 스타트업 빌리지를 조성해 청년층과 탈북민 유입을 꾀한다. 지역의 농특산품을 가공하는 생산가공단지로 구상 중이다. 양구역에는 인근 스포츠타운을 연계한 체험형 문화·레포츠시설을 배치하고 인문학 마을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제군 북면 원통리에 들어설 인제역은 버스터미널을 역사 주변으로 이전해 환승시스템을 갖추고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테마형 상업시설이 세워진다. 이곳에는 산과 계곡, 내설악을 이용한 모험스포츠를 활성화시키고 상업 카페거리와 군장병 테마거리도 만들 예정이다. 미시령터널 입구에 위치할 백담역에는 목공예 테마 상업단지와 펜션 등 수익형 주거단지를 건립하고, 종착역인 속초역은 양양국제공항 등을 연계한 복합환승센터와 함께 호텔과 복합전시산업(MICE) 시설을 유치해 고층형 고밀도 개발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 화천역 인근과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에는 철도 배후도시로 귀촌·귀농·은퇴자들이 머물 수 있는 주거단지를 만든다. 은퇴자들의 생활공간인 전원타운, 시니어타운 등의 뉴라이프시티를 건설한다. 민자 유치로 건설되는 역세권 개발에는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한효종 도 역세권개발과 개발지원팀장은 “설악권의 수려한 자연자원 등을 활용해 특성화된 역세권 개발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춘천~속초 고속화철도가 놓이면 서울(용산역)에서 속초까지 1시간 20~40분이면 갈 수 있다. 현재 서울(청량리역)~춘천 경춘선 전철구간은 시속 180㎞급 준고속열차인 ITX로 50분가량 소요된다. 하지만 속초까지 연장되고, 노반공사가 업그레이드되면 시속 250㎞로 달릴 수 있는 준고속열차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에서 속초 간 왕복 반나절 생활권이 가능해진다. 오후 퇴근길에 동해안을 찾아 저녁을 먹고 귀경해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사업은 1987년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선거 때마다 주민들의 숙원사업으로 회자됐다. 올해 입찰 공고가 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꼭 33년 만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기본설계에 이어 1년간의 실시설계를 거치고, 2022년 하반기 시공업체가 선정되면 일사천리로 공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당초 목표대로 2026년 개통된다면 2010년 서울~춘천 경춘선복선전철 완공 16년 만이고, 대선 공약으로 거명된 지 39년 만에 동서 최북단 고속화철길이 완전히 뚫리는 셈이다. 2018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뚫린 서울·양양고속도로와 강릉선 KTX에 이어 춘천~속초 고속화철길까지 놓이면 동해북부 관광산업에도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양양국제공항과 동서축 고속도로, 철길 등으로 해마다 강원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이 1억 5000만명 이상 될 것으로 점쳐진다. 부산~강릉 전철, 제천~영월~삼척 고속도로까지 완공되면 강원 관광은 또다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춘천~속초 고속화철도사업의 본격화로 분단의 상징이고 발전에서 소외됐던 강원 최전방지역이 각광받는 시대가 열렸다”며 “남북평화시대 북한을 경유해 시베리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민주 또… 막판에 터진 이낙연 ‘간담회 비용 대납’ 의혹

    민주 또… 막판에 터진 이낙연 ‘간담회 비용 대납’ 의혹

    李측 “선거법 위반 아냐”… 黃측 “고발” 김남국 논란엔 “조치 취할 수준 아니다” 통합당 “金 감싸기·조로남불 행태” 공세더불어민주당은 14일 경기 안산단원을 김남국 후보의 ‘여성 비하’ 팟캐스트 출연 논란 등 야당발 공세를 일축하며 총선 막판 악재 차단에 힘썼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동 선거대책위 회의 후 “당에서 무슨 조치를 취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두 차례 정도 게스트로 나가서 자신이 한 발언도 별로 없다는 상황이 어느 정도는 해명된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전형적인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또 마타도어(흑색선전)”라며 “특별한 조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이 ‘조국 키즈’인 ‘김남국 감싸기’에 나섰다며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위선적 행태라고 공세를 이어 갔다.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조국 사태부터 쭉 봐 왔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걸 보지를 못했다”고 비판했다. 통합당·미래한국당 여성 후보자·당직자들은 공동 성명에서 “(민주당은) 사회적 성범죄 방조자’”라고 비난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팟캐스트 ‘쓰리연고전’ 공동 진행자인 김 후보, 박지훈 변호사 등이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다며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이 원내대표가 전날 고민정(서울 광진을) 후보 지원 유세에서 “고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저와 민주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박 위원장은 “재난지원금이 국모 하사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생당도 비판 논평을 냈다. 하지만 문정선 대변인이 논평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은 당신이 함부로 흔들어도 좋은 ‘룸살롱 골든벨’이 아니다”라며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해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지난달 25일 종로 낙원상가 근처 카페에서 주민 간담회를 주최했을 당시 음료값 40만원가량을 낙원상가 상인회가 대납해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3월 25일 저녁 7시 30분 이 후보는 인문학회 모임이 친목을 위해 정례적으로 주최하는 ‘종로인문학당 21차 정례회의’에 참석했다“며 ”이 후보가 ‘주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당연하게도 상인회가 그 모임의 찻값을 대납할 리도 없다“며 ”간담회 식음료 값은 25만원으로 인문학회 회원들이 갹출한 회비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며 통상 월말 지출을 해왔기에 아직 지출도 안됐다고 한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는 마타도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황교안 후보 측은 낙원상가 상인회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김우석 선대위 상근수석대변인은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와 관련해 후보자나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위해 제3자가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며 ”이번 총선에 처음 출마한 정치 신인이 아닌 이 후보가 제3자 기부행위 제한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이 후보는 이번 사건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아하! 우주] “외계서 온 오무아무아, 항성에 찢겨져 우주로 축출됐다”

    [아하! 우주] “외계서 온 오무아무아, 항성에 찢겨져 우주로 축출됐다”

    지난 2017년 10월 마치 시가처럼 길쭉하게 생긴 특이한 외형을 가진 천체가 발견돼 전세계 천문학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에이브러햄 러브 교수 연구팀이 발견한 이 천체의 이름은 ‘오무아무아'(Oumuamua)로 태양계 너머 '외계에서 온 첫 손님'으로 분석됐다. 길이가 400m 정도인 오무아무아의 정식 명칭은 ‘1I/2017 U1’로, 이름에 붙은 ‘1I’의 의미는 첫 번째 인터스텔라라는 뜻이다 오무아무아는 2017년 10월 14일 2400만㎞거리로 지구와 최근접했으며 이후 페가수스 자리 방향으로 사라졌다. 당초 전문가들은 오무아무아의 정체를 혜성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태양 인근을 지나가면서도 오무아무아가 혜성의 특징인 꼬리 분출같은 현상이 보이지 않아 소행성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여전히 학자들 사이에 정체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에서도 우주선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후에도 학자들은 오무아무아의 기원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으며 어떻게 형성돼 이같은 특이한 모양을 갖게되었는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과 중국과학원 공동연구팀은 오무아무아가 항성에 의해 찢겨져 생긴 천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최신호에 발표했다.시뮬레이션 결과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오무아무아는 한때 지구만한 행성의 일부였으나 인근에 있던 항성에 너무 가깝게 다가가면서 찢겨졌다. 그리고 항성계 밖으로 축출돼 태양계까지 왔다는 설명. 이같은 '과거' 때문에 건조한 표면과 길쭉한 시가같은 모양을 하고있으며 우주선으로 의심되는 특이한 궤적을 보인다는 주장이다. 또한 지구보다 10배나 큰 행성이라도 적색왜성 근처를 시속 4만㎞의 속도로 지나간다면 중력의 영향으로 갈기갈기 찢겨질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장 윈 연구원은 "대부분의 행성체는 수많은 바위조각이 중력의 영향아래 뭉친 형태"라면서 "우주를 떠다니는 모래성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각 행성계는 오무아무아와 같은 천체를 수백조 개 밖으로 방출한다"면서 "오무아무아는 빙산의 일각으로 앞으로 이와같은 외계 천체가 태양계에서 발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별지기 대선배’ 유영모를 아십니까?

    [이광식의 천문학+] ‘별지기 대선배’ 유영모를 아십니까?

    한국의 20세기 사상사에 늘 앞줄을 차지하는 철학자로 다석 유영모라는 분이 있다. 호 다석(多夕)은 평생 저녁 한 끼만 먹었다는 데서 온 것이라 하니, 이것부터가 범상치 않은데, 일단 정인보, 이광수와 함께 1940년대 조선의 3대 천재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유영모를 특징짓는 요소들을 들자면, 정주 오산학교 교장을 지낸 것, 일찍이 기독교에 귀의하여 <성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관점의 해설로 YMCA에서 35년간 성서연구반을 이끌었다는 것, 독립운동에 참가해 일제에 투옥경험이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함석헌이 그의 제자라는 점도 빠뜨릴 수 없겠다. 또 특이한 점은 도쿄 물리학교에서 수학한 후 약관 21살에 오산학교 교장으로 2년간 교편을 잡으면서 물리와 화학을 가르쳤다고 하니, 보기 드문 이과형 사상가할 할 수 있겠다. 다석은 어릴 때 배운 한학으로 고전에도 밝았는데, 오산학교 부임 초 <논어>의 첫 구절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하냐)의 ‘학(學)’ 하나를 놓고 무려 2시간을 강의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전설을 남겼다. 어쨌든 유영모의 종교사상은 1998년 영국의 에든버러 대학에서 강의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상계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 다석이 한국에서 최초의 별지기 반열에 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과학에 밝았던 다석은 그의 아들과 함께 자작 망원경을 만들어 방에다 두고는 수시로 천체관측을 했다고 한다. 다재다능한 인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긴 천재를 누가 말리랴. 다석은 천체관측을 함으로써 별에서 영원성을 발견하고 우주의 광대함에서 신을 발견했다. 따라서 그의 신관은 매우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영모는 자연의 위대함이 곧 신의 위대함이라고 믿었다는 점에서 “우주는 신이다”고 말한 스피노자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처럼 철학자나 시인, 작가, 예술가 중 천문학에 관심이 깊었던 이가 적지 않다. 청마 유치환 역시 그러한 사람 중 한 분인데, 만년에 제자가 “선생님은 시인이 안되었으면 무엇을 하셨을까요?” 물으니 “그야 천문학자가 되었을 거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끝으로 다석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다석이 젊었을 때 맞선을 본 처녀가 있었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처녀의 집에서 신랑감에 장래성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결혼을 허락지 않았다. 그러자 다석은 붓으로 긴 편지를 써서 처녀 부친에게 보냈는데, 명필로 도도하게 흐르는 문장을 보니, 이건 뭐 편지라기보다 저작이라 할 만한 것으로, 이로써 그의 결혼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다시 말해, 천재를 누가 말리랴.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역병과 정치에 염증난 조선 선비의 자가격리

    역병과 정치에 염증난 조선 선비의 자가격리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감염을 극복할 근본 해법은 아직 없다. 물리적 거리두기로 전염 속도를 줄이는 것이 유일하다. 300년 전 더 참혹한 역병 속에서 한 지식인은 반생의 노력으로 안전하고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만들었다. ●치사율 30% 넘는 역병에 정중기가 택한 방역법 경북 영천시 임고면 선원동은 무릉도원으로 불릴 정도로 이상적인 영일 정씨들의 씨족마을이었다. 1719년 이 지상 낙원을 전염병 두창이 휩쓸었다. 두창은 천연두의 옛 이름으로 전염력이 강하고 치사율이 30%를 넘으며, 회복되더라도 피부가 얽어 곰보가 되는 무서운 역병이었다. 원인도 치료법도 모르니 두창 여신을 ‘별성마마’라고 극존칭으로 대접하는 수밖에 없었다. 신라의 선덕왕도 앓았으니 역사가 오래됐고, 청나라 황제 강희제도 앓았다니 국제적인 역병이었다. 조선의 숙종도 감염돼 한때 혼수상태로 위중했다니 귀천도 가리지 않았다. 선원마을의 유지, 35세의 선비 정중기(1685~1757)는 이때의 두창으로 부친을 잃었고, 그 전해에 모친도 잃었다. 부모 봉양을 위해 과거시험도 거부했던 정중기는 절망에 빠졌다. 이제 선원동은 부모를 앗아간 상실의 땅이며, 언제 역병에 걸릴지 모르는 위험 지역이었다. 그래서 찾아낸 ‘피두지’가 지금의 삼매리, 매곡이었다. 이곳에 간소(艮巢)라는 서재를 짓고 틈틈이 머물며 공부했다. ‘간’이란 주역 팔괘 중 하나이며, ‘소’란 나무에 얼기설기 지은 둥지를 뜻한다. 소박한 초가였지만 철학적 의미를 지닌 만만찮은 집이었다. 43세에 과거에 응시해 장원급제, 수석으로 합격했다. 곧바로 등용돼 고향을 떠나 벼슬길에 올랐다. 그러나 세속은 꽃길이 아니었다. 그는 워낙 출세와 성공 따위에 초연한 성품이었다. 기뻐해야 할 출발 길부터 “원래 얻고 잃음은 모두가 운명이기에/ 어느덧 마음속에 생각이 아득해지네” 하며 마땅찮아 했다. 당시 정계는 노론의 세상이었고, 그가 속한 영남 남인들은 소외된 재야 세력이었다. 나이 많고 꼿꼿한 신참 비주류 선비가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계에서 버티려니 험한 자갈길에 아득할 수밖에 없었다. 46세에 관직을 사양하고 잠시 낙향했다. 이듬해 선원동을 비롯한 경상도 일대에 천연두가 더 심각하게 창궐해 정중기의 사촌과 친아우들이 목숨을 잃었다. 실의 속에서 다시 벼슬길로 떠났다가 결성현감을 끝으로 은퇴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56세 때 고향인 선원동을 아우 중보에게 넘겨주고 아예 매곡으로 이주하게 된다. 장자로서 말년에 고향을 떠나 오지로 가는 파격적인 모험을 감행했다. 친척은커녕 인적조차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 첩첩산골에 그만의 세계를 꾸준히 만들어 나갔다. 64세에 오록서당을 건립해 후학을 길러내고, 68세에 멋진 산수정을 지었다. 간소 자리에 살림집을 새로 짓다가 세상을 떴고, 아들 일찬이 완공한 집이 바로 지금의 매산고택이다. 참혹한 전염병과 지저분한 세속을 피하기 위한 정중기식 거리두기는 멀리 떠나서 새로운 낙원을 만드는 일이었다.●정중기와 후손이 120년 4대에 걸쳐 이룩한 매화골 매곡, 매화의 골짜기는 선원동으로 이어지는 선원천의 상류에 자리한다. 도가나 선가에서 상류란 미지의 근원을 뜻한다. 마치 시냇물에 흘러 내려온 복숭아 잎을 보고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신선들의 도원을 발견했듯이. 영천의 주산인 보현산이 흘러 기룡산에 이르고 그 지맥이 매곡에 이른다. 정중기는 이곳을 겹겹이 싸인 산과 돌아 흐르는 시냇물 사이에 우묵하게 들어간 곳이라 했다. 풍수가들은 ‘매화낙지형’이라 하여 뒷산이 매화나무이며 그 가지가 늘어진 곳이 마을 자리라 한다. 둥글한 앞산 봉우리들은 매화를 향해 날아드는 나비 형상이다. 매화가지 끝에 간소를 짓고, 나중에 매산고택을 증축해 꽃을 피웠다. 앞산에 정중기는 산수정을, 후손들은 산천정을 지어 한 쌍의 나비를 완성했다. 후대에 다른 매화가지에 향양정을 지어 매화골을 완성하게 된다. 120년 4대에 걸친 노력의 결과였다. 정중기는 자신의 호를 매산으로 지을 정도로 매화를 사랑했다. 매화는 사군자 중 으뜸으로 강인한 기품과 고결한 향기를 상징한다. “매화는 은둔하고 낙향하는 선비를 위한 나무다. 도시보다는 시골의 나무이며, 젊은이보다는 명상의 맛을 아는 중년에 어울린다.” 마치 정중기에 맞춘 것 같은 이 비평은 그보다 350년 전 정도전이 쓴 글이다. 매곡이야말로 매화 마니아를 위해 준비해 둔 땅이었다. 그리고 그와 후손들은 매화 동산을 훌륭하게 가꾸었다. (실물 매화는 드물고 풍수적 상징이다.) 정중기가 태어나고 자란 선원마을에 조카 일룡이 건립한 연정고택이 있다. 연정고택은 4동의 독립건물이 모여 마당을 감싸는 ‘튼ㅁ자집’이다. 별당인 연정도 본채와 떨어져 있다. 또한 건물들은 나지막하게 땅에 붙어 있다. 전체적으로 수평적이고 개방적이다.반면 매산고택은 건물이 모두 하나로 이어진 ‘막힌ㅁ자집’이다. 높은 축대 위에 누마루 사랑채와 2층 안채를 세웠다. 전체적으로 수직적이며 폐쇄적이다. 사촌 간인 두 집은 8㎞ 남짓 거리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매산고택의 폐쇄성은 격리와 보호를 위함이고, 수직성은 펼쳐진 자연을 음미하기 위함이다. 정중기의 건축관과 자연관이 강하게 반영된 집이다. 균형 잡힌 형태와 날렵한 누각형 사랑채 등, 가장 아름다운 살림집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맞은편 절벽에 지은 산수정의 의미는 더욱 명확하다. “우뚝 솟은 청산은 천년의 빛이요/ 길게 달리는 벽간은 만리를 흐르는 소리다/ 자연의 물상을 관찰해 인과 지의 묘한 이치를 깨닫는다.” 산과 물이란 인(仁)과 지(智)의 상징이다. 논어에 “인자한 이는 산을 즐기고, 지혜로운 이는 물을 즐긴다”고 했다. 3칸 정자는 절벽에 반쯤 걸려 뒷면에서 출입한다. 1층 집인 줄 알고 들어오면 툭 터진 산수의 경관이 펼쳐진다. 대청 양옆의 방 이름은 인수재와 지급재다. 산수정이란 인과 지의 집으로, 자연과 인문학이 하나가 된 철학적 정자다.●그때도 지금도 거리두기와 희망만이 치료제 1347~1350년 유럽에 페스트가 창궐해 인구의 3분의1 정도가 죽었다. 페스트의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없었다. 단지 온몸이 시커멓게 굳으며 죽는다고 흑사병이라는 이름만 붙였다. 믿었던 교회가 알려준 치료법이란 비둘기 피 바르기, 담배 피우기, 피 뽑기 등으로 흑사병마를 몰아내는 정도였다. 인문주의자 보카치오가 발견한 최상의 방법은 격리와 피신, 그리고 이상향의 희망이었다. 그의 소설 데카메론은 피렌체 교외 피에솔레의 고립된 별장에 남녀 10명이 피신해 10일 동안 풀어놓은 100개의 이야기다. 데카메론 에피소드 중에 이상적인 정원들이 종종 등장한다. 둘째 날 이야기 무대인 빌라 팔미에리의 레몬 정원을 지상 천국으로 묘사했다. 사방이 담으로 막히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 그리고 향초와 약초가 있는 치유의 장소다. 생지옥 같은 도시를 탈출한 피난자들이 갈구하는 이상적인 빌라와 정원이었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천연두의 원인과 치료법을 몰랐다. 기껏 치료법이란 제사와 성생활을 금지해 별성마마를 공손히 모시는 수준이었다. 1721년 전국적인 천연두 감염 앞에서 국왕 영조는 “전염은 거센 불길 같아 치료할 방법이 없다. 예전의 처방이 전혀 없고 의원조차 어떤 증상인지 모른다”고 한탄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맑은 정신을 가진 정중기는 안전한 골짜기로 떠나는 것만이 근본적인 대책임을 알았다. 일시적 피난이 아니라, 아예 마을을 새로 만들고 정착해 후손들까지 보호하려 했다. 집안의 아우 정윤문 역시 역병을 피해 남쪽으로 잠시 대피하려 하자 이렇게 조언했다. “임시로 피하는 것보다 인근 길지를 찾아 한 마을을 만들고 굳건히 대대로 사는 것이 낫다.” 뚜렷한 봉우리가 없는 매곡 같은 지형은 재복이 머물지 않고 흘러나간다고 한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겹겹이 싸여 외부로부터 보호받는 천혜의 격리지이다. 임진왜란 때 여기에 성곽을 쌓고 영천고을의 피란처로 운영한 적도 있었다. 정중기는 이러한 지리적 장점 때문에 매곡을 택했다. 풍수적 단점이란 다분히 심리적인 것이어서, 지속적인 건축과 조경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적극적인 건축과 철학적 의미 부여를 통해 매화가지로 나비가 날아드는 치유의 낙원을 만들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었던 암울한 시대에 가능한 유일한 선택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격리와 거리두기, 그리고 새로운 희망만이 백신이자 치료제이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유시민 “‘민주 180석’ 말한 적 없어…범진보 희망사망 말한 것”

    유시민 “‘민주 180석’ 말한 적 없어…범진보 희망사망 말한 것”

    “범보수 200석 이상 가졌던 선거 있어”“범진보는 그런 희망 가지면 안 되느냐”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3일 “범보수가 200석 이상을 가졌던 선거도 있었는데 범진보는 그러면 안 되느냐. 그런 희망을 가지면 안 되느냐”라고 말했다. 아울러 ‘180석’ 발언에 대해 “희망사항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 이사장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미국 의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나흘 만에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을 만든 반면 우리 국회는 지금까지 보면 그런 것을 못하지 않느냐. 그래서 이 위기 극복을 위해 지금까지 무작정 반대만 일삼고 국회를 마비시킨 정당(미래통합당)의 의석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 이사장은 ‘유시민의 알릴레오’ 유튜브 방송에서 내놓은 ‘범진보 180석’ 전망이 여권 내에서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저는 민주당이 비례를 포함해 180석을 얻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전혀 없다”며 “범진보는 민주당,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 정의당, 민생당까지 다 포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제가 180석을 예측하지 않았다. 시청자 질문에 ‘민주당이 180석이 안 될까요, 비례 포함해서?’라고 질문이 나와 ‘불가능하다. 과한 욕심이다. 그런데 투표를 열심히 하면 범진보를 다 합쳐 180석은 불가능한 일, 목표는 아니지 않겠느냐’며 희망사항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표를 정말 남김없이 다 참여한다면 현행 국회법에 따라 원만하게 코로나19 대책 추가경정예산을 진행할 수 있는 의석 180석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상식적인 얘기를 제가 한 것”이라며 “범진보가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최대한 의석을 가져보자는 희망을 얘기하는 게 무엇이 오만이고 무엇이 폭주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그런 호언을 하는 사람은 저의가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저 보고 한 말이 아닐 것이다. 저 보고 한 말이더라도 제가 한 비평 때문에 생긴 비평이기에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의석은 충분하니 정의당을 도와주라는 이야기가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에는 “해석은 각자의 자유”라면서도 “제가 굳이 뭐하러 그런 의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답했다.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을 합쳐 교섭단체를 만드는 방안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구상이 아니고 선거 결과가 나오면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뻔한 가난보다 상대적 박탈감, 그게 더 아프다

    뻔한 가난보다 상대적 박탈감, 그게 더 아프다

    한국 문학에서 서울로 상경한 여성 청년들의 서사는 유구한 전통을 가진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 ‘외딴방’(1994)은 주경야독하는 구로공단의 여공 이야기였다. 최근 그레타 거위그 감독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한 고전 ‘작은 아씨들’도 따지고 보면 ‘조’라는 인물의 뉴욕 상경기다.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유담(37) 작가의 첫 소설집 ‘탬버린’(창비)에도 그런 인물들이 한아름 등장한다. 이는 ‘부산 출생, 밀양 출신, 서울로 유학’이라는 작가의 인생과 닮아 있다. 최근 서울 서교동 까페창비에서 만난 작가는 “흔한 얘기라는 비판을 들을까 걱정했다”면서도 “제가 가장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얘기였기 때문에 썼다”고 밝혔다. “그레타 거위그 같은 감독을 보면서 힘을 내기도 했고요. 이게 시대를 뛰어넘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여성이 갈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얘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흔한 얘기’라고 했지만, ‘탬버린’ 속 인물들은 다 같은 ‘지방러’가 아니다. 작가는 하나하나 미묘하게 다른 인물들의 결을 크레이프처럼 겹겹이 쌓아 올렸다. 인물들은 성별·경제적 수준 등에 따라 묘하게 다른 입장, 다른 처지를 지닌다. 가령 단편 ‘가져도 되는’에 나오는 인희와 승규 부부는 둘 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온 캠퍼스 커플이다. 그러나 인희는 월 28만원짜리 여성 전용 고시원에 살고, 승규는 40만원짜리 하숙집에 산다. 취업 시장에서도 남자라는 스펙을 가진 승규에 비해 ‘B형 간염 보균자’라는 결격사유를 하나 더한 인희는 번번이 어려움을 겪는다. 인생에 있어 일견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는 승규와 달리 천신만고 끝에 9급 공무원이 된 인희는 어렵게 쌓아 올린 자신의 현실을 더욱 그악스럽고, 야무지게 움켜쥔다. 같은 ‘상경 서사’라도 이전과 다른 이유는 시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밥을 굶는 수준의 가난한 인물은 제 소설에 안 나오죠. 지방에서 꽤 잘산다고 했는데 서울에 오니 가난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뭔가를 더 해보기에는 잘 안 되는 정도인 거죠. 그런 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요즘 세대들한텐 더 큰 거 같아요.”이는 같은 자리에서도 차이와 차별을 미묘하게 감지하는 작가의 관찰력에서 비롯됐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도, 회식 자리 가면 사원 마음 다르고 팀장 마음 다르잖아요? 피라미드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나한테 할 수 있지만, 나는 할 수 없는’ 그런 관계들을 예민하게 살펴보는 거 같아요.” ‘사원 마음 다르고, 팀장 마음이 다른’ 현실은 표제작 ‘탬버린’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회사 대표의 인솔하에 찾아간 노래방에서 쉴 새 없이 탬버린을 흔들 수밖에 없는 사원인 ‘나’와 그를 둘러싼 복잡한 셈법을 작가는 세밀하게 그려 냈다. 작가가 선망해 마지않는 김애란 작가는 “소설이 주는 위로란 따뜻함이 아니라 정확함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김유담의 소설은 정확하다 못해 가차 없다는 느낌을 준다. 가령 이런 문장. ‘체력이 좋은 암 환자, 듬직한 신용불량자, 젖이 나오지 않는 수유부, 소설을 손에서 놓은 소설가가 커다란 불판 하나를 둘러싸고 장어를 굽고 있었다.’(272쪽) IMF 이후 실패만 거듭하다 암 환자가 돼 돌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두고두고 후회’의 한 대목이다. “좀더 아름답게 그리고도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제 성격이 소설에 반영되나 봐요. 제가 항상 관계에 있어서도 머뭇거리는 편이고, 대책 없는 해피엔딩을 못 보거든요.” 그렇다고 무조건 해피엔딩이면, 독자는 행복할까. 더욱 부아만 돋우는 소설이 아닐는지. 김유담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 ‘정확한 가차 없음’으로 우리는 되레 위로를 받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인터뷰 도중 ‘서바이브’(Survive·생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서울로 유학한 ‘지방러’로서도, 신춘문예에 갓 등단한 신인으로서도 ‘서바이브’하기 위해 줄곧 노력했다는 뜻이다. ‘나’와 비슷한 생존기를 들으면,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고독하고 찬란한 내 청춘의 나날들…여름은 언제까지 계속될 줄 알았다

    고독하고 찬란한 내 청춘의 나날들…여름은 언제까지 계속될 줄 알았다

    “나에게는 이 여름이 언제까지라도 계속되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9월이 돼도 10월이 돼도 다음 계절은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분위기를 집약하는 문구는 이것일 수밖에 없다. 감독 미야케 쇼는 그렇게 여긴 듯하다. 안 그랬다면 영화 초반 ‘나’(에모토 다스쿠 분)의 내레이션으로 그 문장을 읽게 했을 리 없다. 이 구절은 사토 야스시(1949~1990)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에 쓰인 그대로다. 여기에서 여름은 청춘의 은유다. ‘시대와 장소를 바꿔 어떤 스타일로 변주하든, 내가 발견한 소설의 심장만은 영화에 똑같이 이식하겠다.’ 이와 같은 포부를 미야케 쇼는 이런 식으로 선언했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주인공이 세 명이다. 서점에서 일하는 ‘나’를 포함해 ‘나’의 룸메이트 시즈오(소메타니 쇼타 분)와 ‘나’의 아르바이트 동료 사치코(이시바시 시즈카 분)가 긴밀하게 엮인다. ‘나’와 사치코가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고, 자연스럽게 시즈오도 사치코와 친구가 된다는 설정이다. 셋은 다 같이 어울려 다닌다. 클럽에서 춤추고, 당구장에서 당구 치고, 집에서 술 마시며 왁자지껄한다. 이럴 때 세 사람은 청춘의 트리니티(trinity)처럼 보인다. 어디로부터 왔는지 모르는 열기에는 휩싸여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무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청춘의 속성. 바로 그것으로 이들은 한몸이다.그러나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그들의 관계는 그 안에서 변화한다. 사랑과 우정이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 사건도 생긴다. 시즈오가 제안한 캠핑이 그렇다. 사치코는 승낙. 반면 ‘나’는 거절한다. 시즈오와 사치코만 캠핑을 가도 괜찮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순간 ‘나’의 마음이 어땠는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유추해 볼 수는 있다. ‘나’와 사치코가 사귀기 시작할 무렵의 에피소드다. “질척거리는 사이는 싫어.” 사치코의 말에 ‘나’는 동의를 표했다. 실제로 ‘나’는 사치코에게 질척거리는 언행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쯤에서 곰곰 물어야 할 점이 있다. 상대에게 연연하지 않는 태도, 최소한의 감정 소비가 그를 행복하게 했을까? 그냥 할 뿐이지 행복과는 상관없다. 누군가는 그리 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음을 점점 깨닫는다. 질척거리지 않으려고 캠핑에 따라가지 않았지만, 이후 뭔가 어긋나 버렸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결말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본인의 행복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살아온 ‘내’가 처음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서다. 맨 앞에 쓴 대로 ‘나’의 계절은 여름청춘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한낮의 쓸쓸함과 한밤의 흥성임이 공존한다. 고독하고 찬란하다. 그렇지만 여름이 청춘인 한 영원히 한자리에만 머물 리 없다. 다음 계절이 온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매절계약에 눈물 젖은 ‘구름빵’… 저작권 누구 품으로

    매절계약에 눈물 젖은 ‘구름빵’… 저작권 누구 품으로

    지난달 31일, 백희나(49) 작가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며 그의 책 ‘구름빵’이 관심의 중심에 섰다. 한국 작가의 첫 수상으로 큰 주목을 받으면서 ‘구름빵’을 둘러싼 저작권 논쟁도 재점화됐다. 수상 이후 백 작가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구름빵’ 저작권을 주장하고 나섰고, ‘백 작가에게 ‘구름빵’을 돌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에 12일 현재 1만 9954명이 동의했다. 이에 출판사 한솔수북은 해명자료를 내며 맞섰다. 2003년 백 작가는 출판사 한솔교육과 저작권양도계약을 통해 ‘구름빵’을 출간했고, 출판사로부터 추가 지급분까지 1850만원을 받았다. 이후 ‘구름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백 작가는 해당 출판사인 한솔교육, 한솔수북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걸었지만 1·2심 모두 패소해 최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2014년 ‘구름빵’ 저작권 논쟁이 불거진 이래 1·2심 판결을 거친 지금까지 논쟁이 달라진 것은 없다. 최종적인 법의 판결을 기다리는 지금, 사안의 법적 검토와 더불어 ‘갑과 을’이라는 윤리적 문제, 출판산업의 현실까지 아울러 살펴봤다.●백작가, 아동문학 노벨상 ‘린드그렌상’ 받자 재점화 최근 진실 공방의 초점은 ‘구름빵’이 창출했다는 수익 4400억원에 관한 것이다. 4400억원이라는 숫자는 한솔교육(2013년 출판사업 부문 분할해 한솔수북 설립)이 백 작가에게 지급한 1850만원과 대비되며 더욱 공분을 샀다. 그러나 한솔수북은 ‘구름빵’은 2004년 출간된 이래 40만부가 팔려 매출 20억여원, 수익 2억원가량을 올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구름빵’은 단행본 출간 외에도 이후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DSP 등에서 애니메이션, 뮤지컬, 캐릭터 상품 등 2차 콘텐츠로 가공돼 상당한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솔수북은 해명 자료에서 “2014년 4월 열린 문화융성위원회 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작권을 존중하자’며 ‘불법 복제 시장규모가 4400억원’이라고 언급한 후, 뜬금없이 ‘구름빵’을 거론했는데 어느 순간 ‘구름빵’ 수익이 4400억원으로 와전돼 보도됐다”고 했다. 백 작가가 소송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허위임을 알고 있음에도 여러 인터뷰에서 지속적으로 ‘4400억원’을 언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이에 대해 백 작가는 “제가 확인한 적도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는 ‘구름빵’ 사업 매출에 대한 언급을 할 리 없다”며 “제 관심은 오로지 ‘구름빵’ 저작권 회복에 있을 뿐 (매출은) 관심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백 작가가 한솔교육에서 받은 1850만원에 대해서도 양측은 의견이 엇갈린다. 애초 2003년에 맺은 계약 당시 ‘구름빵’은 유아 대상 회원제 북클럽 ‘북스북스’에 수록하는 책 중 하나로 백 작가는 850만원을 받았다. 이후 2006년 ‘구름빵’을 단행본으로 제작하기 위한 인센티브 계약을 맺으며 1000만원을 추가 지급했다는 게 한솔수북 측 설명이다. 그러나 백 작가는 “당시 그림책들에 관한 전시 기획을 준비하며 책을 냈던 출판사들에서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것 중 하나”이며 “전시 후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절차라고 하기에 서명을 했다”고 말했다.양측은 2014년부터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종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중재하에 저작권 협의를 진행했다 파행을 겪은 바 있다. 한솔수북은 “‘구름빵’ 책의 글·그림 저작권을 백 작가에게 넘겨주기로 하고, 2015년 2월 서로 구두합의까지 했으나 작가 측에서 그 이상의 무리한 요구를 하여 무산됐다”고 말한다. 조은희 한솔수북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백 작가가 2차 저작물에 관한 권리도 요구해 왔는데, 이미 애니메이션 등 2차 사업자들과 계약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계약 파트너를 바꾸는 위험을 감수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솔수북은 백 작가에게 인세를 지급하고, 소송이 끝나면 ‘구름빵’의 수익을 공익적 목적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백 작가는 ‘구름빵’에 관한 저작권 모두를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아동책 시장에서 큰 성공 사례인 ‘구름빵’이 ‘매절계약’으로 이뤄졌다고 하면 신인 작가들이 계약을 맺을 때 선례로 언급되며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며 “더불어 ‘구름빵’에서 파생된 2차 상품의 퀄리티를 지키기 위해서도 (저작권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양측은 백 작가의 린드그렌상 수상 이후에도 개별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는 대법원이 백 작가의 패소를 결정한 2심 판결을 유지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백 작가가 2003년 당시 한솔교육과 작성한 계약서에는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저작재산권 등 일체의 권리를 한솔교육에 양도한다’는 조항이 있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는 계약서에 일체의 권리를 출판사에 양도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시비를 걸 여지가 없어 보인다”며 “대법원이 (백 작가가) 해당 조항에 대해 ‘잘 몰랐다’고 볼 경우 비슷한 사안에 대한 재검토가 줄을 이을 텐데 개별 사건보다는 전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대법원의 특성상 실현이 어렵다”고 말했다. 권리 및 법률상의 지위 등을 모두 넘긴다는 뜻을 가진 ‘양도’라는 개념이 불러일으킨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3년 저작권 양도’라는 조항으로 물의를 빚었던 올 초 이상문학상 파동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양도’라는 건 힘의 우열에 따른 계약관계”라며 “당시에는 그걸 거절하기 힘든 사회적 맥락도 있었겠지만, ‘이용허락’이라는 개념으로 저작물에 관한 행위를 허락받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말했다. 백 작가는 “계약 당시 조건 수정을 요구했으나, 같은 시리즈물을 작업하는 다른 작가들도 같은 조건이기에 형평성에 따라 수정은 불가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구름빵 사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한 표준 계약서에는 저작재산권의 종류를 선택적으로 양도하게 하고, 기간을 작가와 출판사가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구름빵’ 분쟁 해결엔 법·윤리·산업적 측면 고려해야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백 작가가 한국 작가 처음으로 수상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전 세계적으로 그 권위가 대단하다. 덴마크 출신의 작가 안데르센(1805~1875)이 처음 창작동화를 만든 인물이라면 ‘삐삐 롱스타킹’을 만든 린드그렌(1907~2002)은 현대 아동문학의 출발을 알린 작가다. 린드그렌상이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최대 규모의 상금(약 6억여원)과 더불어 노벨문학상이 아동청소년문학에 수여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린드그렌상은 어느 한 작품이 아니라 작가 혹은 단체가 내놓은 작품의 질, 어린이 인권에 끼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여하는 상이다.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어린이가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는 현대아동문학의 형식을 백 작가는 16년 전에 ‘구름빵’을 통해 선구적으로 보여 줬다”며 “세계국제도서전에 가면 그해 린드그렌상 수상자가 누구인지부터 주목할 만큼 유무형의 이익이 엄청난 상인데, 그런 작가의 ‘구름빵’이 저작권을 빼앗긴 책으로 기억되는 건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을 일괄 양도하는 형태의 ‘매절계약’은 구습이지만, 당시로서는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솔수북의 설명처럼, ‘북스북스’ 시리즈의 하나로 제작될 당시 ‘구름빵’은 한 권당 3000원에 판매됐는데, 백 작가에게 처음 지급됐던 850만원이라는 금액은 4만부 판매에 해당하는 인세다. 매절계약은 당시 만화나 그림책처럼 초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성행했다. 신인 작가의 책이 성공을 거두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출판사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감수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1, 2심과 다른 판단을 내릴 경우 당시 관행들이 줄줄이 송사에 휘말릴 수도 있다. 사정을 잘 아는 한 출판계 관계자는 “저작권 개념이 무지하던 시절 출판사·작가의 상호 필요에 의해 ‘매절계약’이 많이 맺어졌다”며 “대법원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결정이 그대로 이어져 한솔수북이 법적 정의는 가져간 후, 윤리적·대승적으로 백 작가에게 저작권 일체를 넘기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매절계약에 눈물 젖은 ‘구름빵’… 빼앗긴 저작권 되찾을까

    매절계약에 눈물 젖은 ‘구름빵’… 빼앗긴 저작권 되찾을까

    지난달 31일, 백희나(49) 작가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며 그의 책 ‘구름빵’이 관심의 중심에 섰다. 한국 작가의 첫 수상으로 큰 주목을 받으면서 ‘구름빵’을 둘러싼 저작권 논쟁도 재점화됐다. 수상 이후 백 작가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구름빵’ 저작권을 주장하고 나섰고, ‘백 작가에게 ‘구름빵’을 돌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에 12일 현재 1만 9954명이 동의했다. 이에 출판사 한솔수북은 해명자료를 내며 맞섰다. 2003년 백 작가는 출판사 한솔교육과 저작권양도계약을 통해 ‘구름빵’을 출간했고, 출판사로부터 추가 지급분까지 1850만원을 받았다. 이후 ‘구름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백 작가는 해당 출판사인 한솔교육, 한솔수북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걸었지만 1·2심 모두 패소해 최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2014년 ‘구름빵’ 저작권 논쟁이 불거진 이래 1·2심 판결을 거친 지금까지 논쟁이 달라진 것은 없다. 최종적인 법의 판결을 기다리는 지금, 사안의 법적 검토와 더불어 ‘갑과 을’이라는 윤리적 문제, 출판산업의 현실까지 아울러 살펴봤다.●백작가, 아동문학 노벨상 ‘린드그렌상’ 받자 재점화 최근 진실 공방의 초점은 ‘구름빵’이 창출했다는 수익 4400억원에 관한 것이다. 4400억원이라는 숫자는 한솔교육(2013년 출판사업 부문 분할해 한솔수북 설립)이 백 작가에게 지급한 1850만원과 대비되며 더욱 공분을 샀다. 그러나 한솔수북은 ‘구름빵’은 2004년 출간된 이래 40만부가 팔려 매출 20억여원, 수익 2억원가량을 올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구름빵’은 단행본 출간 외에도 이후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DSP 등에서 애니메이션, 뮤지컬, 캐릭터 상품 등 2차 콘텐츠로 가공돼 상당한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솔수북은 해명 자료에서 “2014년 4월 열린 문화융성위원회 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작권을 존중하자’며 ‘불법 복제 시장규모가 4400억원’이라고 언급한 후, 뜬금없이 ‘구름빵’을 거론했는데 어느 순간 ‘구름빵’ 수익이 4400억원으로 와전돼 보도됐다”고 했다. 백 작가가 소송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허위임을 알고 있음에도 여러 인터뷰에서 지속적으로 ‘4400억원’을 언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이에 대해 백 작가는 “제가 확인한 적도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는 ‘구름빵’ 사업 매출에 대한 언급을 할 리 없다”며 “제 관심은 오로지 ‘구름빵’ 저작권 회복에 있을 뿐 (매출은) 관심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백 작가가 한솔교육에서 받은 1850만원에 대해서도 양측은 의견이 엇갈린다. 애초 2003년에 맺은 계약 당시 ‘구름빵’은 유아 대상 회원제 북클럽 ‘북스북스’에 수록하는 책 중 하나로 백 작가는 850만원을 받았다. 이후 2006년 ‘구름빵’을 단행본으로 제작하기 위한 인센티브 계약을 맺으며 1000만원을 추가 지급했다는 게 한솔수북 측 설명이다. 그러나 백 작가는 “당시 그림책들에 관한 전시 기획을 준비하며 책을 냈던 출판사들에서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것 중 하나”이며 “전시 후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절차라고 하기에 서명을 했다”고 말했다.양측은 2014년부터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종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중재하에 저작권 협의를 진행했다 파행을 겪은 바 있다. 한솔수북은 “‘구름빵’ 책의 글·그림 저작권을 백 작가에게 넘겨주기로 하고, 2015년 2월 서로 구두합의까지 했으나 작가 측에서 그 이상의 무리한 요구를 하여 무산됐다”고 말한다. 조은희 한솔수북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백 작가가 2차 저작물에 관한 권리도 요구해 왔는데, 이미 애니메이션 등 2차 사업자들과 계약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계약 파트너를 바꾸는 위험을 감수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솔수북은 백 작가에게 인세를 지급하고, 소송이 끝나면 ‘구름빵’의 수익을 공익적 목적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백 작가는 ‘구름빵’에 관한 저작권 모두를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아동책 시장에서 큰 성공 사례인 ‘구름빵’이 ‘매절계약’으로 이뤄졌다고 하면 신인 작가들이 계약을 맺을 때 선례로 언급되며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며 “더불어 ‘구름빵’에서 파생된 2차 상품의 퀄리티를 지키기 위해서도 (저작권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양측은 백 작가의 린드그렌상 수상 이후에도 개별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는 대법원이 백 작가의 패소를 결정한 2심 판결을 유지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백 작가가 2003년 당시 한솔교육과 작성한 계약서에는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저작재산권 등 일체의 권리를 한솔교육에 양도한다’는 조항이 있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는 계약서에 일체의 권리를 출판사에 양도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시비를 걸 여지가 없어 보인다”며 “대법원이 (백 작가가) 해당 조항에 대해 ‘잘 몰랐다’고 볼 경우 비슷한 사안에 대한 재검토가 줄을 이을 텐데 개별 사건보다는 전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대법원의 특성상 실현이 어렵다”고 말했다. 권리 및 법률상의 지위 등을 모두 넘긴다는 뜻을 가진 ‘양도’라는 개념이 불러일으킨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3년 저작권 양도’라는 조항으로 물의를 빚었던 올 초 이상문학상 파동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양도’라는 건 힘의 우열에 따른 계약관계”라며 “당시에는 그걸 거절하기 힘든 사회적 맥락도 있었겠지만, ‘이용허락’이라는 개념으로 저작물에 관한 행위를 허락받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말했다. 백 작가는 “계약 당시 조건 수정을 요구했으나, 같은 시리즈물을 작업하는 다른 작가들도 같은 조건이기에 형평성에 따라 수정은 불가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구름빵 사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한 표준 계약서에는 저작재산권의 종류를 선택적으로 양도하게 하고, 기간을 작가와 출판사가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구름빵’ 분쟁 해결엔 법·윤리·산업적 측면 고려해야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백 작가가 한국 작가 처음으로 수상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전 세계적으로 그 권위가 대단하다. 덴마크 출신의 작가 안데르센(1805~1875)이 처음 창작동화를 만든 인물이라면 ‘삐삐 롱스타킹’을 만든 린드그렌(1907~2002)은 현대 아동문학의 출발을 알린 작가다. 린드그렌상이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최대 규모의 상금(약 6억여원)과 더불어 노벨문학상이 아동청소년문학에 수여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린드그렌상은 어느 한 작품이 아니라 작가 혹은 단체가 내놓은 작품의 질, 어린이 인권에 끼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여하는 상이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어린이가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는 현대아동문학의 형식을 백 작가는 16년 전에 ‘구름빵’을 통해 선구적으로 보여 줬다”며 “세계국제도서전에 가면 그해 린드그렌상 수상자가 누구인지부터 주목할 만큼 유무형의 이익이 엄청난 상인데, 그런 작가의 ‘구름빵’이 저작권을 빼앗긴 책으로 기억되는 건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저작권을 일괄 양도하는 형태의 ‘매절계약’은 구습이지만, 당시로서는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솔수북의 설명처럼, ‘북스북스’ 시리즈의 하나로 제작될 당시 ‘구름빵’은 한 권당 3000원에 판매됐는데, 백 작가에게 처음 지급됐던 850만원이라는 금액은 4만부 판매에 해당하는 인세다. 매절계약은 당시 만화나 그림책처럼 초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성행했다. 신인 작가의 책이 성공을 거두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출판사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감수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1, 2심과 다른 판단을 내릴 경우 당시 관행들이 줄줄이 송사에 휘말릴 수도 있다. 사정을 잘 아는 한 출판계 관계자는 “저작권 개념이 무지하던 시절 출판사·작가의 상호 필요에 의해 ‘매절계약’이 많이 맺어졌다”며 “대법원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결정이 그대로 이어져 한솔수북이 법적 정의는 가져간 후, 윤리적·대승적으로 백 작가에게 저작권 일체를 넘기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다시 불거진 ‘구름빵’ 저작권 논쟁… 해법은?

    다시 불거진 ‘구름빵’ 저작권 논쟁… 해법은?

    저작권 소송 1·2심 출판사 승소… 대법원 상고한솔수북 “인세 지급할 것… 수익은 공익 목적”백 작가 “선례 남기면 신인 작가 부당 대우” 법조계 “시비 여지 없어” 작가 패소 무게출판계 “매절계약, 구습이나 당시 불가피”“법적으론 출판사가 명분 가져가되대승적으로 저작권 넘겨줘야” 의견도지난달 31일, 백희나(49) 작가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며 그의 책 ‘구름빵’이 관심의 중심에 섰다. 한국 작가의 첫 수상으로 큰 주목을 받으면서 ‘구름빵’을 둘러싼 저작권 논쟁도 재점화됐다. 수상 이후 백 작가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구름빵’ 저작권을 주장하고 나섰고, ‘백 작가에게 ‘구름빵’을 돌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에 12일 현재 1만 9954명이 동의했다. 이에 출판사 한솔수북은 해명자료를 내며 맞섰다. 2003년 백 작가는 출판사 한솔교육과 저작권양도계약을 통해 ‘구름빵’을 출간했고, 출판사로부터 추가 지급분까지 1850만원을 받았다. 이후 ‘구름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백 작가는 해당 출판사인 한솔교육, 한솔수북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걸었지만 1·2심 모두 패소해 최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2014년 ‘구름빵’ 저작권 논쟁이 불거진 이래 1·2심 판결을 거친 지금까지 논쟁이 달라진 것은 없다. 최종적인 법의 판결을 기다리는 지금, 사안의 법적 검토와 더불어 ‘갑과 을’이라는 윤리적 문제, 출판산업의 현실까지 아울러 살펴봤다. ●다시 시작된 진실 공방최근 진실 공방의 초점은 ‘구름빵’이 창출했다는 수익 4400억원에 관한 것이다. 4400억원이라는 숫자는 한솔교육(2013년 출판사업 부문 분할해 한솔수북 설립)이 백 작가에게 지급한 1850만원과 대비되며 더욱 공분을 샀다. 그러나 한솔수북은 ‘구름빵’은 2004년 출간된 이래 40만부가 팔려 매출 20억여원, 수익 2억원가량을 올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구름빵’은 단행본 출간 외에도 이후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DSP 등에서 애니메이션, 뮤지컬, 캐릭터 상품 등 2차 콘텐츠로 가공돼 상당한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솔수북은 해명 자료에서 “2014년 4월 열린 문화융성위원회 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작권을 존중하자’며 ‘불법 복제 시장규모가 4400억원’이라고 언급한 후, 뜬금없이 ‘구름빵’을 거론했는데 어느 순간 ‘구름빵’ 수익이 4400억원으로 와전돼 보도됐다”고 했다. 백 작가가 소송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허위임을 알고 있음에도 여러 인터뷰에서 지속적으로 ‘4400억원’을 언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백 작가는 “제가 확인한 적도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는 ‘구름빵’ 사업 매출에 대한 언급을 할 리 없다”며 “제 관심은 오로지 ‘구름빵’ 저작권 회복에 있을 뿐 (매출은) 관심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백 작가가 한솔교육에서 받은 1850만원에 대해서도 양측은 의견이 엇갈린다. 애초 2003년에 맺은 계약 당시 ‘구름빵’은 유아 대상 회원제 북클럽 ‘북스북스’에 수록하는 책 중 하나로 백 작가는 850만원을 받았다. 이후 2006년 ‘구름빵’을 단행본으로 제작하기 위한 인센티브 계약을 맺으며 1000만원을 추가 지급했다는 게 한솔수북 측 설명이다. 그러나 백 작가는 “당시 그림책들에 관한 전시 기획을 준비하며 책을 냈던 출판사들에서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것 중 하나”이며 “전시 후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절차라고 하기에 서명을 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2014년부터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종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중재하에 저작권 협의를 진행했다 파행을 겪은 바 있다. 한솔수북은 “‘구름빵’ 책의 글·그림 저작권을 백 작가에게 넘겨주기로 하고, 2015년 2월 서로 구두합의까지 했으나 작가 측에서 그 이상의 무리한 요구를 하여 무산됐다”고 말한다. 조은희 한솔수북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백 작가가 2차 저작물에 관한 권리도 요구해 왔는데, 이미 애니메이션 등 2차 사업자들과 계약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계약 파트너를 바꾸는 위험을 감수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솔수북은 백 작가에게 인세를 지급하고, 소송이 끝나면 ‘구름빵’의 수익을 공익적 목적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백 작가는 ‘구름빵’에 관한 저작권 모두를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아동책 시장에서 큰 성공 사례인 ‘구름빵’이 ‘매절계약’으로 이뤄졌다고 하면 신인 작가들이 계약을 맺을 때 선례로 언급되며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며 “더불어 ‘구름빵’에서 파생된 2차 상품의 퀄리티를 지키기 위해서도 (저작권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양측은 백 작가의 린드그렌상 수상 이후에도 개별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는 대법원이 백 작가의 패소를 결정한 2심 판결을 유지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백 작가가 2003년 당시 한솔교육과 작성한 계약서에는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저작재산권 등 일체의 권리를 한솔교육에 양도한다’는 조항이 있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는 계약서에 일체의 권리를 출판사에 양도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시비를 걸 여지가 없어 보인다”며 “대법원이 (백 작가가) 해당 조항에 대해 ‘잘 몰랐다’고 볼 경우 비슷한 사안에 대한 재검토가 줄을 이을 텐데 개별 사건보다는 전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대법원의 특성상 실현이 어렵다”고 말했다. 권리 및 법률상의 지위 등을 모두 넘긴다는 뜻을 가진 ‘양도’라는 개념이 불러일으킨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3년 저작권 양도’라는 조항으로 물의를 빚었던 올 초 이상문학상 파동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양도’라는 건 힘의 우열에 따른 계약관계”라며 “당시에는 그걸 거절하기 힘든 사회적 맥락도 있었겠지만, ‘이용허락’이라는 개념으로 저작물에 관한 행위를 허락받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말했다. 백 작가는 “계약 당시 조건 수정을 요구했으나, 같은 시리즈물을 작업하는 다른 작가들도 같은 조건이기에 형평성에 따라 수정은 불가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구름빵 사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한 표준 계약서에는 저작재산권의 종류를 선택적으로 양도하게 하고, 기간을 작가와 출판사가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구름빵’ 분쟁 해결엔 법·윤리·산업 측면 고려해야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백 작가가 한국 작가 처음으로 수상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전 세계적으로 그 권위가 대단하다. 덴마크 출신의 작가 안데르센(1805~1875)이 처음 창작동화를 만든 인물이라면 ‘삐삐 롱스타킹’을 만든 린드그렌(1907~2002)은 현대 아동문학의 출발을 알린 작가다. 린드그렌상이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최대 규모의 상금(약 6억여원)과 더불어 노벨문학상이 아동청소년문학에 수여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린드그렌상은 어느 한 작품이 아니라 작가 혹은 단체가 내놓은 작품의 질, 어린이 인권에 끼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여하는 상이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어린이가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는 현대아동문학의 형식을 백 작가는 16년 전에 ‘구름빵’을 통해 선구적으로 보여 줬다”며 “세계국제도서전에 가면 그해 린드그렌상 수상자가 누구인지부터 주목할 만큼 유무형의 이익이 엄청난 상인데, 그런 작가의 ‘구름빵’이 저작권을 빼앗긴 책으로 기억되는 건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을 일괄 양도하는 형태의 ‘매절계약’은 구습이지만, 당시로서는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솔수북의 설명처럼, ‘북스북스’ 시리즈의 하나로 제작될 당시 ‘구름빵’은 한 권당 3000원에 판매됐는데, 백 작가에게 처음 지급됐던 850만원이라는 금액은 4만부 판매에 해당하는 인세다. 매절계약은 당시 만화나 그림책처럼 초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성행했다. 신인 작가의 책이 성공을 거두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출판사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감수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1, 2심과 다른 판단을 내릴 경우 당시 관행들이 줄줄이 송사에 휘말릴 수도 있다. 사정을 잘 아는 한 출판계 관계자는 “저작권 개념이 무지하던 시절 출판사·작가의 상호 필요에 의해 ‘매절계약’이 많이 맺어졌다”며 “대법원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결정이 그대로 이어져 한솔수북이 법적 정의는 가져간 후, 윤리적·대승적으로 백 작가에게 저작권 일체를 넘기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지방러’도 경제 수준 따라 달라… 짠내나는 생존 노력 그려”

    “‘지방러’도 경제 수준 따라 달라… 짠내나는 생존 노력 그려”

    첫 소설집 ‘탬버린’ 펴낸 김유담 작가 자전적 경험 기반한 ‘청년 상경 서사’ 더욱 세밀한 상대적 박탈감 ‘직조’한국 문학에서 서울로 상경한 여성 청년들의 서사는 유구한 전통을 가진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 ‘외딴방’(1994)은 주경야독하는 구로공단의 여공 이야기였다. 최근 그레타 거위그 감독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한 고전 ‘작은 아씨들’도 따지고 보면 ‘조’라는 인물의 뉴욕 상경기다.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유담(37) 작가의 첫 소설집 ‘탬버린’(창비)에도 그런 인물들이 한아름 등장한다. 이는 ‘부산 출생, 밀양 출신, 서울로 유학’이라는 작가의 인생과 닮아 있다. 최근 서울 서교동 까페창비에서 만난 작가는 “흔한 얘기라는 비판을 들을까 걱정했다”면서도 “제가 가장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얘기였기 때문에 썼다”고 밝혔다. “그레타 거위그 같은 감독을 보면서 힘을 내기도 했고요. 이게 시대를 뛰어넘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여성이 갈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얘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흔한 얘기’라고 했지만, ‘탬버린’ 속 인물들은 다 같은 ‘지방러’가 아니다. 작가는 하나하나 미묘하게 다른 인물들의 결을 크레이프처럼 겹겹이 쌓아 올렸다. 인물들은 성별·경제적 수준 등에 따라 묘하게 다른 입장, 다른 처지를 지닌다. 가령 단편 ‘가져도 되는’에 나오는 인희와 승규 부부는 둘 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온 캠퍼스 커플이다. 그러나 인희는 월 28만원짜리 여성 전용 고시원에 살고, 승규는 40만원짜리 하숙집에 산다. 취업 시장에서도 남자라는 스펙을 가진 승규에 비해 ‘B형 간염 보균자’라는 결격사유를 하나 더한 인희는 번번이 어려움을 겪는다.인생에 있어 일견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는 승규와 달리 천신만고 끝에 9급 공무원이 된 인희는 어렵게 쌓아 올린 자신의 현실을 더욱 그악스럽고, 야무지게 움켜쥔다. 같은 ‘상경 서사’라도 이전과 다른 이유는 시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밥을 굶는 수준의 가난한 인물은 제 소설에 안 나오죠. 지방에서 꽤 잘산다고 했는데 서울에 오니 가난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뭔가를 더 해보기에는 잘 안 되는 정도인 거죠. 그런 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요즘 세대들한텐 더 큰 거 같아요.” 이는 같은 자리에서도 차이와 차별을 미묘하게 감지하는 작가의 관찰력에서 비롯됐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도, 회식 자리 가면 사원 마음 다르고 팀장 마음 다르잖아요? 피라미드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나한테 할 수 있지만, 나는 할 수 없는’ 그런 관계들을 예민하게 살펴보는 거 같아요.” ‘사원 마음 다르고, 팀장 마음이 다른’ 현실은 표제작 ‘탬버린’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회사 대표의 인솔하에 찾아간 노래방에서 쉴 새 없이 탬버린을 흔들 수밖에 없는 사원인 ‘나’와 그를 둘러싼 복잡한 셈법을 작가는 세밀하게 그려 냈다. 작가가 선망해 마지않는 김애란 작가는 “소설이 주는 위로란 따뜻함이 아니라 정확함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김유담의 소설은 정확하다 못해 가차 없다는 느낌을 준다. 가령 이런 문장. ‘체력이 좋은 암 환자, 듬직한 신용불량자, 젖이 나오지 않는 수유부, 소설을 손에서 놓은 소설가가 커다란 불판 하나를 둘러싸고 장어를 굽고 있었다.’(272쪽) IMF 이후 실패만 거듭하다 암 환자가 돼 돌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두고두고 후회’의 한 대목이다. “좀더 아름답게 그리고도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제 성격이 소설에 반영되나 봐요. 제가 항상 관계에 있어서도 머뭇거리는 편이고, 대책 없는 해피엔딩을 못 보거든요.” 그렇다고 무조건 해피엔딩이면, 독자는 행복할까. 더욱 부아만 돋우는 소설이 아닐는지. 김유담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 ‘정확한 가차 없음’으로 우리는 되레 위로를 받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인터뷰 도중 ‘서바이브’(Survive·생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서울로 유학한 ‘지방러’로서도, 신춘문예에 갓 등단한 신인으로서도 ‘서바이브’하기 위해 줄곧 노력했다는 뜻이다. ‘나’와 비슷한 생존기를 들으면,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달의 운석구덩이를 전파망원경으로…NASA, 획기적 프로젝트 발표

    달의 운석구덩이를 전파망원경으로…NASA, 획기적 프로젝트 발표

    달의 운석구덩이인 크레이터를 거대한 전파망원경으로 변신시키는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발표했다. NASA에 따르면, 원형 크레이터 안에 전파망원경을 설치함으로써 지구에서는 탐지할 수 없는 주파수를 파악할 수 있다. 달은 지구와 가까운 거리에서 공전하므로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일치하는 조석고정(tidal locking) 현상이 발생해 지구를 향해 항상 같은 면을 향하므로, 전파망원경은 달의 뒷면에 있는 크레이터에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달 크레이터 전파망원경(LCRT·Lunar Crater Radio Telescope)으로 불리는 이 관측기기의 크기는 지구에 있는 가장 큰 전파망원경의 두 배가 될 전망이다.설치 순서로는 공개된 첫 번째 이미지에서처럼 지름 3~5㎞의 크레이터 안에 달탐사로버를 이용해 와이어를 당겨 그 중심부에 지름 1㎞의 튼튼한 그물망을 만든다. 그 그물코에 매달아 내리는 형태로 수신기가 설치된다. 시스템의 가동은 수신기가 모두 자동으로 시행하므로 전파 관측과 기록에 수작업은 일절 필요 없다. 또 LCRT가 실현되면 태양계 최대의 구경을 가지는 전파망원경이 된다.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전파망원경은 중국 구이저우성 첸난주 핑탕현 산림지대에 설치된 지름 500m의 ‘구형 전파망원경 톈옌’(FAST)이다. 그전까지는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지름 305m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이 최대였다. FAST는 이미 우주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수수께끼 같은 ‘빠른 전파 폭발’(FRB·Fast Radio Burst)을 파악해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LCRT는 그보다 더 많은 전파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NASA 연구팀은 보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 지구의 저궤도대에는 인공위성의 수가 크게 늘어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포착하기가 어려워졌다. 또 지구를 둘러싼 전리층이나 다양한 전파 노이즈에 의해 지상의 전파망원경 성능이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LCRT에는 이런 장애가 없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로보틱스 기술자 셉타르시 반디요파디예 박사는 “LCRT는 10~50m 파장 대역(6~30㎒ 주파수 대역)으로 초기 시대의 우주를 관측하므로, 천문학에 있어서의 미지의 대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은 아직 준비 단계에 있어 어떤 크레이터를 LCRT에 사용할지는 결정하지 않았지만, 실현되면 우주 탄생의 비밀도 밝혀질지도 모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안녕? 자연] 바다에서 30일 만에 분해되는 플라스틱 개발

    [안녕? 자연] 바다에서 30일 만에 분해되는 플라스틱 개발

    일본 연구진이 바다에서 30일 만에 분해되는 신소재 플라스틱을 개발했다고 밝혀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사이신문 등 현지 언론의 4일 보도에 따르면 오사카대학과 일본 최대 옥수수녹말 제조업체인 일본식품화공 공동 연구진은 열대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카사바 나무에서 추출한 전분과 목재 펄프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섬유소)를 결합했다. 이후 이 혼합물을 수용액에 용해시킨 뒤 매우 얇은 투명시트 위에 펼치고 열을 가해 고체 형태의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플라스틱은 비닐봉투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등으로 만든 기존 플라스틱보다 내구성이 두 배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동시에 이 플라스틱의 친환경성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개의 용기에 각기 다른 농도의 미생물이 담긴 바닷물을 넣고 플라스틱을 담궜다. 그 결과 높은 농도의 미생물이 서식하는 해수에서는 30일 이내에 완전히 분해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미생물의 양이 적은 경우, 연구진이 개발한 신소재 플라스틱은 해수에서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다. 일반적으로 바다에 버려진 비닐봉투가 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0년, 플라스틱 병은 최대 45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약 8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며, 세계경제포럼은 2050년까지 바다의 미세플라스틱이 전 세계의 모든 어류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을 뒤덮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든 종류의 해양 생물과 인류를 위협하는 가운데, 연구진의 신소재 플라스틱이 해양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우리는 이 신소재 플라스틱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동시에 바다에 많이 버려지는 식품 포장재로 사용해보고 싶다”면서 “새로운 종류의 플라스틱은 제조단가가 저렴하고 공정이 단순해서 곧 실용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만든 플라스틱이 해양 쓰레기 축적으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전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영국에서 발행하는 바이오 소재 관련 전문학술지 ‘카보하이드레이트 폴리머스’(Carbohydrate Polymers)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판깨스트]‘망신주기’라더니 조국과 ‘한 법정’ 택한 정경심 속내는

    [판깨스트]‘망신주기’라더니 조국과 ‘한 법정’ 택한 정경심 속내는

    정경심, 다음달 10일 구속기한 만료“추가기소 따른 구속기한 연장 막기위한 선택”병합 여부 관계없이 연장 신청 가능“조국과 일관된 진술로 방어권 높이려는 것”“피고인 측 변호인이 나서서 인권보호를 위해 병합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주장을 번복하는 거라면 주장의 이유를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검찰에 ‘부부 재판을 통해 망신주기 계획이다’ ‘인권침해 요소가 너무 많다’고 해왔는데 (병합 신청을 안한 것은) 소송 절차 지연을 통해 구속 기간 등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임정엽) 심리로 지난 8일 열린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9회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병합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정 교수 측의 결정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지난 3일까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안 하는 것으로 알겠다고 (재판부가) 말씀하셨고 그에 따라 저흰 결정을 한 겁니다”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재판부가 결국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하지 않기로 하면서 정 교수와 남편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은 한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법정에 설 일은 없을 거라는 세간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죠. 법조계에서는 다음달 10일로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정 교수가 추가 기소에 따른 구속 기한 연장을 피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檢 “부부 사건 합치자” 法 “정 교수 사건만 떼어오는 건 가능” 당초 검찰은 정 교수의 사건을 맡고 있는 기존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에서 형사합의21부(부장 김미리)가 맡고 있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함께 기소된 사건을 모두 가져와 병합 심리하길 희망했습니다. 혐의와 증거가 상당 부분 중복되는 점 등을 고려해달란 취지였습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이에 “과연 부부를 한 법정에 세워 조사하는 게 맞는 것인지 생각해야 할 것 같다”면서 “피고인의 효율성을 위한다는데 저희 생각엔 ‘망신주기’를 위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후 형사합의21부는 “두 사건에 다른 점이 많다”며 따로 심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형사합의25부도 이에 동의했습니다. 당시 형사합의21부는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 측의 의견에 따라 정 교수 사건만 형사합의25부로 보낼지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법원 정기 인사로 교체된 형사합의25-2부는 지난달 11일 5회 공판기일에서 “두 사건을 모두 병합할지, 정 교수에 대한 부분을 분리해 병합할지, 아니면 아무 사건도 병합하지 않을지 형사합의21부와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병합 가능성을 다시 넓혔습니다. 그러나 다음 공판기일에서 재판부는 형사합의21부와 논의한 결과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여전히 정 교수 사건만 따로 떼어올 가능성은 남아있다며 정 교수 측에 두 재판부에 ‘병합신청서’를 4월 3일까지 제출해달라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 교수 측이 기한 내 병합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은 함께 피고인석에 서게 됐습니다.■공식입장 없으니 ‘불구속 재판’ ‘방어권 보장’…해석 난무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지난 8일 재판이 끝난 뒤 병합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법정에서도 말했지만 피고인과 변호인단이 협의를 해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했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공식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음에 따라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다음달로 예정된 정 교수의 구속기한 만료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정 교수는 지난해 11월 11일 구속 상태로 기소됐기 때문에 그로부터 6개월 후인 다음달 10일이면 1차 구속기한이 만료됩니다. 조 전 장관과 혐의가 합쳐질 경우 심리가 길어져 추가 구속 영장 발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부부가 함께 재판에 서면서 잃을 수 있는 일종의 ‘체면’보다는 가능한 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실리’를 택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정 교수의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을 수 있습니다. 정 교수는 지난 1월 건강상의 이유와 증거 인멸의 이유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보석(조건부 석방)을 요청했으나 법관 인사 등 여파로 두 달이 넘게 지난 지난달 13일이 돼서야 재판부의 기각 결정을 받았습니다. 전자발찌 등 재판부가 제시하는 조건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재판부는 죄증(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할 지 여부와 관계없이 검참은 정 교수에 대한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보석 신청이 기각됐을 당시 검찰은 조 전 장관과 공모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것을 근거로 5월 전에 법원에 구속기간 연장을 요청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관측은 두 사람이 한 재판에서 서는 것이 방어에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은 2013년 3월 허위 또는 위조한 동양대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 수료증과 상장 등을 한영외고에 제출한 혐의를 받습니다. 그런데 같은 혐의에 대해 각자의 법정에서 다른 진술이나 주장을 내놓을 경우 논리적 모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지만 분명한 건 두 사람이 함께 법정에 서는 재판이 엄청난 사회적 관심을 끌 거라는 것입니다. 형사합의21부는 오는 17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나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공판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정경심 측, 입시비리 불리한 증언에 “혐의 입증할만한 건 없어” 한편 정 교수의 재판에는 자녀 입시비리 관련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성해 동양대 전 총장과 이광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 소장 등은 정 교수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쏟아냈습니다. 정 교수 측은 이들의 증언이 대부분 기억보다는 검찰이 제시한 자료 등에 근거하고 있다며 정 교수의 혐의를 입증하진 못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최 전 총장에 대해서는 검찰의 동양대 압수수색 이전부터 표창장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며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런 가운데 재판부는 지난해 8일 9회 공판기일에서 정 교수 측에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해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전혀 관여하지 않은 표창장을 단순 전달받았다는 것인지, 어학교육원장 자격으로 위임전결규정에 따라 처리했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면서 오는 30일까지 의견을 내달라고 했습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법정에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재판부가 그런 요구를 해서 조금 놀랐다”는 반응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22일 열릴 예정입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밥 딜런, 케네디 암살 다룬 노래로 빌보드 첫 1위

    밥 딜런, 케네디 암살 다룬 노래로 빌보드 첫 1위

    발매 2주만에 록디지털 싱글 차트 1위17분 길이 곡…스트리밍 180만회미국 포크록의 전설이자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78)이 빌보드 록 디지털 싱글 판매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9일(현지시간) 빌보드 등은 이날 “밥 딜런의 ‘머더 모스트 파울’(Murder Most Foul)이 이 차트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 노래는 1963년 존 F.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주제로 하는 17분짜리 곡으로 지난달 27일 발표됐다. 빌보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다운로드 1만회, 스트리밍 180만회를 넘겼다. 이번 2012년 ‘템페스트’ 이후 8년만의 신곡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햄릿과 비슷한 형태로 5절의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 음악 비평지 피치포크에 따르면 딜런이 빌보드 앨범 차트가 아닌 싱글 차트 부문에서 자신이 직접 부른 곡으로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딜런은 1965년 ‘라이크 어 롤링 스톤’과 1966년 ‘레이니 데이 위민 #12&35’로 각각 ‘핫 100’ 싱글 차트 2위에 올랐다. 2000년에 내놓은 ‘싱즈 해브 체인지드’는 ‘어덜트 얼터니티브 송’ 차트에서 2위에 랭크됐다. 딜런의 곡을 다른 가수가 불러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사례는 있다. 포크그룹 피터 폴 앤드 메리가 부른 ‘블로잉 인 더 윈드’는 1963년 싱글 1위에 올랐고, 록그룹 더버즈가 노래한 ‘미스터 탬버린 맨’도 1965년 1위에 랭크됐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우주를 보다] 예상과 다른 태양의 대기…초고화질 이미지 공개

    [우주를 보다] 예상과 다른 태양의 대기…초고화질 이미지 공개

    우리 태양이 그 어느 때보다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마셜우주비행센터(MSFC)와 영국 센트럴랭커셔대(UCLan) 공동연구진은 NASA의 ‘고해상도 코로나 이미저’(Hi-C·High-Resolution Coronal Imager)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태양의 부분 이미지를 연구·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에 어둡거나 대부분 비어있다고 생각된 태양의 대기가 폭 약 500㎞의 전기를 띠는 기체 가닥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가닥들의 온도는 100만℃에 달한다.Hi-C 우주망원경은 태양의 대기에 있는 구조를 항성 전체 크기의 약 0.01%인 약 70㎞의 크기 만큼 작은 부분도 자세히 볼 수 있다. 덕분에 연구진은 대양의 대기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자기성 가닥들을 포착할 수 있었고, 이들 가닥이 플라스마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UCLan 연구진은 이들 가닥을 정확히 무엇이 만들어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제 천문학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 가닥이 왜 형성됐는지와 이들의 존재가 어떻게 태양 플레어와 태양 폭풍이 나오는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 토론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양의 민낯을 촬영한 Hi-C 우주망원경은 준궤도 로켓 비행을 통해 우주로 간 특별한 천체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은 우주의 한켠으로 발사돼 태양의 이미지를 1초마다 포착해 지구로 전송한다. 이 망원경으로 이번 발견을 이뤄낸 연구진은 이제 Hi-C의 새로운 임무를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후에는 현재 NASA의 파커 태양 탐사선과 유럽우주국(ESA)의 태양 궤도선이 수집 중인 추가 자료와 종합할 예정이다.NASA MSFC의 Hi-C 연구책임자인 에이미 와인바거 박사는 “Hi-C의 이번 이미지는 우리에게 태양의 대기에 관한 놀라운 정보를 제공한다”면서 “다른 두 태양 관측우주선 같이 현재 진행 중인 임무와 함께 가까운 미래에 이런 우주 관측장비는 태양의 역동적인 외층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료의 분석을 주도한 제1저자인 UCLan의 톰 윌리엄스 박사후연구원 역시 이번 이미지는 지구와 태양이 서로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ApJ·Astrophysical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사진=영국 센트럴랭커셔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베스트셀러]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출간 동시 3위

    [베스트셀러]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출간 동시 3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인기가 높다. 10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4월 첫째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현황에 따르면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출간과 동시에 3위에 진입했다. ‘흔한 남매 4’가 2주 연속 종합 1위에 올랐고,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쓴 ‘당신이 옳다’가 뒤를 이었다. 이도우의 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4위,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이 5위에 올랐다.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출판사 문학동네가 등단 10년 이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 소설들 중 우수작에 수여하는 ‘젊은작가상’의 수상 작품을 모은 책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애독자층이 생겨나 매해 수상 소식부터 작품집이 출간될 때까지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는 강화길의 ‘음복’이 대상 수상작이다. 구매층을 보면 20대가 38.2%로 비율이 가장 높았다. < 교보문고 3월 넷째 주 베스트셀러 > 1. 흔한남매 4 (흔한남매·아이세움) 2. 당신이 옳다 (정혜신·해냄출판사) 3.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 (강화길 등 7명·문학동네) 4.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시공사) 5. 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소미미디어) 6. 1㎝ 다이빙 (태수·피카) 7.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정주영·한국경제신문) 8.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13 (설민석·아이휴먼) 9. 더해빙 (이서윤·수오서재) 10. 페스트 (알베르 카뮈·민음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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