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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에게 편지 쓸 때 연필도 두근거려요

    친구에게 편지 쓸 때 연필도 두근거려요

    어린 시절 학교에서 연필로 글씨를 꾹꾹 눌러쓰다가 심이 부러질 때면 이 연필이 얼마나 아플까 생각했다. 깎을 때마다 짧아지는 연필의 모습을 보며 “언젠가 이 친구와 작별하겠구나”라는 아쉬운 마음도 간직했다. 제10회 비룡소 문학상을 받은 길상효 작가의 동화 ‘깊은 밤 필통 안에서’는 학용품을 의인화해 동심을 그려 냈다. 담이의 필통 속 연필들은 매일 아침 멀미로 하루를 시작한다. 날마다 늦잠을 자는 담이가 늘 허겁지겁 학교로 뛰어가서다. 연필들은 쓸 얘기도 없는 일기를 쓰느라 고민하는 담이에게 잘근잘근 씹혀 여간 괴로운 게 아니다. 어려워진 수학 문제 풀기도 힘들다. 또 영어는 왜 배우는 건지, 연필들의 고민은 결국 주인인 담이의 고민을 대변한다. 하지만 삶이 마냥 괴로운 건 아니다. 친구가 하루 빌려 간 연필이 재미난 일기를 쓰고, 수학 문제를 풀었을 때는 신난다. 담이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편지를 쓸 때의 두근거림도 연필들은 고스란히 느낀다. 담이가 쓰지 않고 필통에 간직해 두기만 하자 초조해진 새 연필의 얼굴이 안쓰럽고, 처음으로 연필깎이에 깎여 현장에 투입될 때 긴장하는 모습에 함께 가슴을 졸이기도 한다. 귀엽고 착한 연필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함께 웃음 짓는 따뜻한 경험이야말로 이 동화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연필은 생김새가 명확하다 보니 이를 의인화한 모습은 자칫 뻔할 수 있다. 심보영 작가의 그림은 이를 고려해 딸기 연필, 물방울 연필, 고래 연필 등으로 각자 개성을 뚜렷이 살렸다. 여기에 익살스럽고 풍부한 표정과 몸짓이 더해져 눈이 즐거워진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수학머리 타고난게 아니라오

    수학머리 타고난게 아니라오

    수학에 ‘젬병’이어서 어문학부를 선택한 학생이 나중에 공학부의 교수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현관문을 열었을 때 뜨개질하고 있는 좀비를 만날 확률과 비슷하려나. ‘이과형 두뇌 활용법’은 이른바 ‘수포자’(수학포기자)로 학창 시절을 보내다 미 오클랜드대 공학부 교수가 된 이가 쓴 수학 학습법 책이다. 스스로 체득한 방법뿐 아니라 다수의 유명 교수, 이과생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노하우들을 곁들였다. 여기에 신경과학, 인지심리학 등 ‘수학 근육’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이론도 함께 담았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수학 머리는 타고나는 게 아니고, 누구나 연습만 하면 ‘수학 근육’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시절 깡말랐던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세계 최고의 보디빌더가 된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수포자’에서 벗어나 수학 애호가가 되려면 특정한 시점을 넘어서야 한다. 육상 종목의 ‘사점’(dead point)처럼 말이다. 저자는 그 지점을 비교적 완만하게 벗어날 방법 열 가지를 펼쳐 놨다. 가장 먼저 강조한 건 집중모드와 분산모드의 활용이다. 집중모드는 고도로 집중한 상태, 분산모드는 일종의 휴식 상태다. 공부할 때는 집중모드만 필요할 것 같지만 분산모드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19세기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그 예다. 수학계의 전설로 꼽히는 그는 수학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휴가를 즐기며 반짝 해답을 찾곤 했다. 다소 의미 차이는 있지만 ‘놀 때 놀고 공부할 때 공부하기’ 정도로 이해하면 맞을 듯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나 토머스 에디슨 등 과학자,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예술가 등 ‘위인전’을 통해 접했던 인물들이 두 모드를 조화롭게 활용했다고 한다. 여기에도 전제는 있다. 휴가를 가거나 잠자리에 들거나 심지어 낮잠을 자기 전까지는 문제 풀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두뇌는 다른 데로 눈을 돌린다. 반복 학습(복습)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기억하고 싶은 것을 반복하지 않으면 머릿속 ‘대사 뱀파이어’가 해당 기억이 강화되기 전에 신경 패턴을 쪽쪽 빨아먹어 없앨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정 시간 집중한 뒤 그보다 많은 시간을 보상에 할애하는 ‘포모도로 기법’ 등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흔히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건 요령”이라며 최대 효율을 내는 학습법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공부를 망치는 것들도 있다. ‘수포자’들에게 악몽의 서곡은 ‘미루기’다. 저자가 “소량의 독을 꾸준히 먹는 일”이라며 서둘러 버려야 할 것으로 꼽은 습관이다. 미루기 전문가(외국엔 이런 전문가도 있다!)인 리타 에밋은 “어떤 작업에 대한 두려움이 실제 그 작업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했다. ‘수포자’의 과정을 겪느니 차라리 수학 공부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정보사회의 필수 기능으로 여겨지는 ‘멀티태스킹’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다. 저자는 “한번에 여러 일을 진행하는 멀티태스킹은 뿌리내리려는 식물을 계속 (위로) 잡아당기는 일과 같다”고 지적했다. 주의 집중의 대상을 계속해서 바꾸면 아이디어나 개념이 뿌리를 내리고 번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따뜻하게 냉철하게… 40년 詩인생

    따뜻하게 냉철하게… 40년 詩인생

    연륜이 빚어낸 온기가 깃든 시는 가슴을 따스하게 적셔 준다. 분단과 군사독재로 점철된 현대사를 마주하며 혼을 다해 쓴 시는 억압에 시달려 온 민중의 아픔을 함께 나눈다. 전통적 서정을 바탕으로 인간 본래의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해 온 곽재구 시인이 등단 40년을 맞아 아홉 번째 시집 ‘꽃으로 엮은 방패’를 펴냈다. 곽 시인은 이 시집에 대해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많은 모순이 존재해 고통과 모순의 창칼을 막아 내는 아름다운 ‘방패’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오롯이 시의 길을 걸어온 곽 시인의 눈길은 따뜻하다. “천지사방 꽃향기 가득해라/ 걷다가 시 쓰고/ 걷다가 밤이 오고”(‘세월’)에선 어느덧 노년에 이른 시인이 순박하고 무구한 시심을 가다듬는다. “저녁의 항구에서 모여드는 세상의 모든 시를 읽을 것이다”(‘세상의 모든 시’)라고 다짐하며 “사람은 좀 느리게 살아야 해”(‘기차는 좀 더 느리게 달려야 한다’)라고 삶의 여유를 찾을 것을 권한다. 그러나 시인은 냉철한 역사의식도 함께 보여 준다. “돌아오는 저물녘/ 우리는 언제부터 형제가 아니었던가/ 생각하고 생각하였다”(‘형제’)에선 분단 현실로 고통을 겪는 한민족의 동포애를 체감한다. 특히 여행길에서 만난 고려인들의 한 맺힌 삶 앞에서는 왜 그들이 중앙아시아에 버려졌는지 한 번도 묻지 않은 조국의 무정함을 부끄러워한다. ‘저녁의 꽃 냄새’에선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먹잇감이 되지 말자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 준다. 이번 시집에는 용오름마을, 소뎅이마을, 파람바구마을, 선학, 초적, 쇠리 등 정겨운 지명이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삶의 안식처이자 마음의 고향인 이곳에서 시인은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외로움을 달래는 손편지를 띄운다. 시 71편 이외에 시인이 해설 대신 곁들인 산문도 새겨 읽을 만하다. 1980년 5월 광주를 겪은 일은 뭉클하고, 한국 시문학사에 길이 남을 ‘사평역에서’가 세상에 나오게 된 이야기는 흥미롭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바이든 서명만 남은 코로나 부양법안… 美 ‘작은 정부’ 역할 40년 만에 마침표

    미국 하원이 10일(현지시간) 1조 9000억 달러(약 216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부양 법안을 가결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만 남게 됐다. 막대한 지원액에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던 ‘레이거니즘’이 40년 만에 마침표를 찍는 상징적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향후 관심사는 이 막대한 자금이 미국을 넘어 세계경제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느냐 여부다. 바이든은 이날 부양 법안의 하원 가결(찬성 220표, 반대 211표) 직후 성명에서 “이제 우리는 국가적인 코로나19 예방접종에 필요한 자원을 갖추고 전진한다. 법안에 따라 미국 가정의 85%가 1400달러(1인당 최대 160만원)를 받게 된다”며 12일 법안에 서명하기로 했다. 바이든은 취임 50일 만에 가구별 현금 지급 외에 실업급여 기간 연장, 자녀 세액공제 확대, 저소득 가구 임대료 지원, 백신 접종·검사 확대, 학교 정상화 지원 등을 추진할 재정 실탄을 쥐게 됐다.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는 바이든의 ‘큰 정부’ 전략은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3년에 취임해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미국 경제를 부활시킨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가디언은 이날 부양책 가결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작은 정부’ 기조가 “40년 만에 끝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단행됐던 다섯 번의 부양책까지 미국은 여섯 차례에 걸쳐 무려 5조 6000억 달러(약 6370조원)를 쏟아붓는다. 전례 없는 팬데믹 위기를 앞세워 국가채무 급증 같은 우려와 이견은 어렵지 않게 넘어섰다. 특히 부통령으로 몸담았던 오바마 행정부 당시 2009년 금융위기에 적극 대응코자 했지만, 1조 달러도 안 되는 예산 탓에 회복이 지연됐다는 경험이 부양안을 밀어붙이는 동력이 됐다. 퓨리서치센터가 전날 발표한 설문에서 70%가 부양책을 지지하는 등 우호적인 여론도 바이든의 동력이 됐다.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한 기대도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984년 이후 최고치인 6.5%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모건스탠리가 전날 전망을 7.3%로 높였다며 “1951년 한국전쟁 붐 이래 유례없는 폭”이라고 했다. 다만 막대한 재정지출 규모가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을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가격이 크게 뛰면 외려 빈부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총부양 규모를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27.09%여서 일본(54.9%)보다 낮고 주요국보다 크게 높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조시 립스키 애틀랜틱카운슬 지오이코노믹스 센터장은 “다른 국가들이 미국식 부양책에 동조하지 않으면 미국은 향후 저성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반면 바이든이 다른 국가들을 규합해 재정 화력을 투입하면 세계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역인종차별?…스페인 작가 ‘美흑인 女시인’ 고먼 작품 번역 계약 해지

    역인종차별?…스페인 작가 ‘美흑인 女시인’ 고먼 작품 번역 계약 해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빛낸 젊은 흑인 여성 시인 어맨다 고먼(23)의 작품을 카탈루냐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맡은 현지 유명 작가가 성별과 나이 그리고 인종 등 약력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10일(이하 현지시간) 계약을 해지당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고먼의 시집 ‘우리가 오를 언덕’의 번역 작업을 맡은 작가가 교체되는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주 네덜란드 유명 여성 작가로 지난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인터내셔널 부커상(구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상해 화제를 모은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30) 역시 “흑인, 소수자로서의 차별을 겪지 않은 백인은 감수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번역을 포기한 바 있다.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자치주의 주도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작가이자 번역가이며 음악가로 셰익스피어와 오스카 와일드 등 유명 작가의 번역 작업을 맡았던 빅토르 오비올스(60)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들(미국 측)은 내가 번역 작업을 맡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내 능력을 의심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프로필(약력)을 찾고 있었다”면서 “여성이고 젊고 운동가여야 하며 가능하면 흑인이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오비올스는 3주 전쯤 바르셀로나의 한 출판사로부터 미국 TV 스타 오프라 윈프리의 서문이 새겨진 고먼의 카탈루냐판 시집을 번역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번역 작업을 끝낸 뒤 바르셀로나 출판사로부터 내게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이번 계약 해지가 원작 출판사 측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고먼 측 대리인에게서 나온 것인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출판사 측은 계약 해지와 관계없이 그에게 번역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비올스는 또 “이 주제는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것이지만, 시인이 21세기 미국의 젊은 흑인 여성이므로 내가 시를 번역할 수 없다면 난 기원전 8세기의 그리스인이 아니므로 호메로스의 작품을 번역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난 16세기 영국인도 아니므로 셰익스피어도 번역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한편 취임식을 계기로 스타덤에 오른 고먼의 시집은 아마존과 반스앤드노블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몇만 명에 불과했던 그녀의 SNS 팔로워는 트위터 160만 명, 인스타그램 370만 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그/그녀’는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그/그녀’는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저명한 문학상인 부커상 수상자이자 지난해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인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지복의 성자’에는 흥미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그녀’의 이름은 안줌이다. 그/그녀는 1950년대 중반 델리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한 몸에 지닌 채 태어났다. 안줌은 히즈라다. 히즈라는 남성과 여성의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는 제3의 성을 가리킨다. 부모는 안줌을 아프타브라는 이름을 지닌 남자 아이로 키우려고 애쓴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이들은 안줌을 놀린다. “쟤는 여자야. 쟤는 남자나 여자가 아냐. 쟤는 남자이고 여자야. 여자ㆍ남자, 남자ㆍ여자 히히히.” 어느 하나의 성적 정체성으로 규정되지 못할 때 그/그녀는 사회에서 추방의 위협을 당한다. 안줌은 자신의 정체성을 여성으로 규정하고 가족을 떠나 히즈라들이 모여 사는 공동 거주지로 거처를 옮긴다. 그곳에서 안줌은 왜 신이 히즈라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고통스러운 질문과 답을 듣는다. “일종의 실험이었어. 신은 행복할 수 없는 생물체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한 거야. 그래서 우리를 만들었지.” ‘지복…’에서 안줌은 자신처럼 혼종된 성적 정체성을 지닌 사람이 “행복할 수 없는 생물체”가 아니라 당당히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처럼 사회에서 버림받고 추방당한 이들이 모인 대안적 공동체를 상상하고 꾸린다. 그러나 작품 밖의 현실은 어떤가? 각자가 지닌 다양한 정체성이 부여한 틀과 렌즈를 통해서만 우리는 세계를 감각하고 해석한다. 인종, 계급, 세대, 그리고 성(sexuality) 등이 그런 틀이다. 한국 사회같이 성에 대해 경직되고 위선적인 시선과 압박이 강한 곳에서는 성의 다양성, 복합성, 혼종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복’이 묘사하는 소수자를 대하는 편협함은 인도만의 것이 아니다. 어느 곳이든 있는 것이다. 성적 정체성(sexual identity)과 성적 취향(sexual orientation)은 단순하지 않다. 다수의 사람에게 생물학적 성과 성적 정체성의 인지 과정은 일치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들은 몸과 정체성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위험한 성전환 수술을 감행하기도 한다. 성적 취향도 마찬가지다. 이성애자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그 다수에 포함되지 않는 성적 취향도 존재한다. 다수이기 때문에 옳은 것이 아니다. 다수는 단지 숫자가 많다는 것뿐이다. 숫자가 많다는 것이 성, 계급, 인종, 세대의 문제에서 소수자를 무시하거나 배제하거나 추방할 이유는 될 수 없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 정의의 문제가 주목을 받고 관련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있다. 어떤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인가? 현대 정의론을 대표하는 중요한 사상가 중 한 명인 존 롤스는 정의론의 고갱이를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혜택”이라고 정리한다. 사회에서 가장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만드는 것. 소수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회적·경제적 가치가 배분되도록 시스템을 촘촘히 짜는 것이 정의론의 핵심이다. 사회적 정의는 단지 기회균등이 아니다. 균등은 공정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성적 소수자에게 정의의 원칙은커녕 균등한 기회조차 주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 얼마 전 변희수 전 하사가 슬프게 세상을 떠났다. 성전환(성확정) 수술로 여성의 정체성을 선택했던 그녀에게 군 당국은 성기 상실 등을 이유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 전역 처분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 처분이 부당하다고 밝혔으나 군은 권고를 묵살했다. 그리고 1년 뒤 그녀는 세상을 등졌다. 남성이 자신의 선택으로 여성이 된 것이 “심신장애”에 해당하는가? 다른 나라에서는 성전환자들도 아무 문제 없이 직업군인으로 일하는데 왜 한국에서는 허용이 안 되는가? 변 전 하사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SNS에서 읽은 구절이 기억에 생생하다. “한 달간 트랜스젠더 세 명의 부고를 접했다.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죽음은 더욱 많을 것이다.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사회적 소수자가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 잔인한 사회다. 더이상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삼가 변희수 전 하사의 명복을 빈다.
  • ‘전통문화 계승 강동’… ‘바위절마을 호상놀이’ 기록화

    ‘전통문화 계승 강동’… ‘바위절마을 호상놀이’ 기록화

    서울 강동구가 무형문화재 기록화 사업으로 전통문화 계승에 앞장선다. 강동구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0호인 ‘바위절마을 호상놀이’의 상여, 의류복장 등 장비·시설에 대한 정밀 현황 실측과 설계도서 작성을 통한 기록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바위절마을 호상놀이는 출상 전날 밤 선소리꾼과 상여꾼들이 빈 상여를 메고 상엿소리를 부르며 노는 놀이다. 이번 사업은 호상놀이 참여인력의 고령화, 장비 노후화 등을 고려해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전승·보존을 위해 추진하게 됐다. 기록화 사업대상은 쌍상여(부부) 2점, 만장기 20점, 의류복장 10점, 제반도구 10점 등이다. 구는 각종 사진 촬영과 호상놀이의 소리도 녹음할 예정이다. 호상놀이 재현행사 영상과 문화적 배경, 가치, 전승 실태 등에 대한 해설과 관련한 인문학적 자료는 서울시의 협조를 얻어 시가 2018년 제작한 ‘바위절마을 호상놀이’ 책자 일부를 담아 제작한다. 구는 현재 상여 등 장비에 대한 정밀실측과 설계를 마무리했다. 또 전문가의 자문·검토를 거쳐 5월쯤 인문학적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제작·배포할 계획이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이번 기록화사업은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귀중한 향토문화유산의 보존 및 관리를 위해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문체부,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 도서관·생활문화시설 공모

    문체부,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 도서관·생활문화시설 공모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도서관 지혜학교’, ‘생활문화시설 길 위의 인문학’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도서관과 생활문화시설을 공개 모집한다고 10일 밝혔다. 올해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프로그램 운영 경험이 없는 작은 도서관 등이 지역 거점 도서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신청은 19일까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누리집’(libraryonroad.kr)에서 할 수 있다. ‘생활문화시설 길 위의 인문학’은 올해 처음 도입한 인문 프로그램 공모 지원 시스템(inmun360.culture.go.kr/b2b)에서 사업 신청과 접수를 진행한다. 전국 문화의 집과 생활문화센터, 기초문화재단, 독립서점 등을 대상으로 31일까지 신청받는다. 지역 인문대학 강사 등이 도서관에서 참여형·토론형 인문심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도서관 지혜학교’를 운영할 도서관은 19일까지 전자우편(wisdom@kpipa.or.kr)으로 신청하면 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울포토] 대산청소년 문학상 공모

    [서울포토] 대산청소년 문학상 공모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문학인재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전국의 중ㆍ고교 재학생 및 해당 연령 청소년을 대상으로 대산청소년문학상을 공모한다. 이번 제29회 대산청소년문학상은 2021년 3월 2일(화)부터 6월 1일(화, 오전 10시 마감)까지 작품을 공모하며 응모작품(시 5편, 소설 원고지 60장 내외 1편)과 학교장추천서(비재학 청소년의 경우 소속단체장 추천서)를 온라인 접수페이지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대산청소년문학상은 문예작품 공모를 통해 약 80명의 수상후보를 선발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중 문예캠프와 백일장을 실시하여 최종수상자를 선정, 총 2천2백여만 원의 장학금을 시상한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홍준표 “변창흠 장관 해임해야...정의에 반하는 후안무치”

    홍준표 “변창흠 장관 해임해야...정의에 반하는 후안무치”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해임과 신도시 정책 취소를 요구했다. 10일 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정책 실패로 광란의 집값 파동을 일으킨 문 정권이 대안으로 내놓은 신도시 정책이 관계자들의 투기로 얼룩진 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분노에 차 있다. 그러나 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보는 국민들은 더 분노에 차 있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당시 LH 사장을 하면서 신도시 입지 선정에 관여하고 정보를 독점했던 현 국토부장관이 신도시 비리 사건의 조사에 관여 한다는 것은 누구든 자신 관련 사건에 심판관이 될 수 없다는 자연적 정의에 반하는 후안무치”라면서 해임을 촉구했다. 이어 “무분별한 땜질식 처방인 신도시 정책은 수도권의 집중 현상만 심화하고 연결도로 신설, 전철 확장 등으로 천문학적인 예산만 늘어난다”면서 “투기의 원천인 신도시 정책을 즉각 취소하고 도심 초고층 재개발로 정책 전환을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 정권의 신도시까지 조사해서 물타기 해 보려는 속보이는 짓은 이제 그만 하시고 지금 문제된 비리사건 해결에만 집중하라”고 말했다. 또한 홍 의원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후 불거진 초대형 비리사건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비리 연루자들을 과연 성역 없이 조사 할 수 있는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민생 문제는 정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세상 떠난 90년대 청춘스타 이지은…아들 입대후 홀로 생활

    세상 떠난 90년대 청춘스타 이지은…아들 입대후 홀로 생활

    1990년대 청춘스타 이지은(50)이 세상을 떠났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전날 오후 8시쯤 서울 중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유서나 타살 흔적 등이 발견되지 않아 유족과 논의 후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이지은은 1994년 SBS ‘좋은 아침입니다’에서 모델로 데뷔했다. 그해 KBS2 드라마 ‘느낌’에서 김민종 상대역을 맡으면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호세이 대학교 일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일본어에 능통해 일본인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는 시청률 62.7%를 기록한 KBS2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서 남장여자 소매치기 역할을 맡아 중성적인 매력을 뽐냈다. 영화 ‘금홍아 금홍아’(1995)로 청룡과 대종상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호평을 받았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파란 대문’(1998)에서는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2000년 벤처사업가 이진성씨와 결혼하면서 KBS2 ‘해신’(2004)을 끝으로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았다. 아들 입대 후 최근까지 홀로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영국 상공 가로지른 불덩어리…‘로또 운석’ 마침내 발견

    영국 상공 가로지른 불덩어리…‘로또 운석’ 마침내 발견

    지난달 말 영국 남부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던 운석들이 과학자들에 의해 회수됐다. 9일(현지시간) BBC뉴스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들 운석은 최근 글로스터셔주 윈치컴에서 발견됐다.가장 큰 운석은 윈치컴에 있는 한 익명의 개인 주택 차도에서 발견된 300g짜리 덩어리다. 이보다 작은 운석들도 같은 지역에서 각각 회수됐다. 운석은 단백질의 구성요소인 아미노산을 포함한 미네랄과 유기 화합물의 혼합물로 이뤄진 탄소질 콘드라이트(carbonaceous chondrite)로 확인됐다. 이는 태양계 초기에 형성돼 약 45억 동안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 보존됐다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다. 말 그대로 우주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이 운석은 연구 가치가 극히 높아 가격 또한 g당 857달러(약 97만원) 정도로 매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에 가장 운석을 발견한 사람의 경우 단순 계산으로 25만7100달러(약 2억9300만원)를 벌어들인 셈이다. 그야말로 이런 운석은 ‘우주의 로또’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들 운석의 모체가 되는 소행성은 음속의 약 40배인 4만9890㎞ 정도의 속도로 지구 궤도로 진입해 마찰에 의해 불타올라 유성이 됐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유성과 달리 지난달 28일 오후 9시 54분쯤 글로스터셔주 상공을 가로지르며 땅에 떨어질 만큼 충분히 컸다. 땅에 떨어져 이들 운석이 되기 전 상태인 유성은 3년 전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 관계자들이 주도해 설립한 영국 유성 관측협회인 유케이 파이어볼 얼라이언스(이하 유케이폴·UKFall)가 처음 포착했다. 유케이폴 연구진은 이번 유성을 아일랜드와 네덜란드와 같은 먼 지역에서도 볼 수 있었던 이유가 너무 밝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이 유성은 가정용 CCTV와 차량용 블랙박스 그리고 적어도 6대의 유성 전문 카메라에 찍혔다. 천문학자들은 땅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큰 이들 운석을 가능한 한 빨리 찾기 위해 애썼다. 왜냐하면 운석은 산소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구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영상 분석 결과 이들 운석은 글로스터셔주 첼트넘 바로 북쪽 농지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리처드 그린우드 영국 오픈대(개방대) 행성학과 연구원은 지난 3일 윈치컴에서 운석을 발견한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린우드 연구원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희귀한 운석이고 완전히 독특한 사건이라는 점을 즉시 알수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후 운석들은 빠르게 수집돼 보호됐고 자연사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이 과정은 유케이폴 회원인 영국 자연사박물관의 애슐리 킹 박사가 감독했다. 킹 박사는 “거의 모든 운석은 지구와 같은 행성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는 태양계의 남은 재료인 소행성에서 날아온다”면서 “떨어진 거의 직후 회수된 이 운석을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초의 사람들 중 한 명이 될 수 있는 기회는 꿈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 운석을 초기 분석한 결과 신속한 대응 덕분에 소행성 류쿠에서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가져온 물질에 버금갈 만큼 좋은 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이런 예외적인 상황 외에도 이 운석은 매우 희귀한 것이다. 지구에서는 지금까지 약 6만5000개의 운석이 발견됐지만, 그중 오직 1206개(18%)만이 떨어지는 모습이 목격됐다. 거기서 다시 51개(4.2%)만이 탄소질 콘드라이트인데 이번에 윈치컴에 떨어진 운석은 30년 만에 영국에서 회수된 것으로 알려졌다.연구진은 앞으로 더 많은 운석 조각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검은 돌이나 작은 바위 또는 먼지 더미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들은 만일 이 지역에서 운석으로 의심되는 것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고 위치를 기록한 뒤 장갑이나 알루미늄 호일로 표본을 수집하고 연락 달라고 권고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DBpia, 자체 연구자 지원사업 ‘아카루트’ 통해 신진연구자 지원

    DBpia, 자체 연구자 지원사업 ‘아카루트’ 통해 신진연구자 지원

    학술지 논문 투고 과정에서 겪는 신진연구자들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DBpia(디비피아)가 발 벗고 나섰다. 국내 대표 학술 플랫폼 DBpia는 ‘아카루트’와 손잡고 ‘젊은 연구자 논문 투고료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DBpia와 함께 학술 전문 기업 누리미디어에 속한 아카루트는 2020년 4월부터 논문 투고료 지원, 해외 논문번역 지원, 연구자 단체 지원 등 국내 학술 생태계를 위한 연구 지원 사업을 지속해 왔다. 아카루트는 아카데미(Academy)와 루트(Root & Route)의 합성어로 연구자들이 학술계에 뿌리를 내리고, 연구자로 나아가는 길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카루트가 단독으로 논문 투고료 지원 사업을 진행했던 지난해와 달리, DBpia와 힘을 합친 올해는 지원 규모와 학문분야가 늘어났다. 지원하는 연구자는 40명에서 70명으로 인문, 사회과학 분야로 제한됐던 학문분야는 자연과학, 공학, 예술체육에까지 확대됐다.이번 지원 사업 신청은 오는 3월 31일까지이며, 신청 자격은 한국연구재단 분류 기준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예술체육 분야를 전공하는 석박사 대학원생 및 수료생과 박사학위 취득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비정규직 연구자들이면 가능하다. 이번 지원 사업의 자세한 신청 요강과 방법은 DBpia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학술지 논문 투고를 준비하는 한 대학원생은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할 때마다 심사비와 게재료 등을 납부하는 게 적잖은 부담이었다”며 “연구지원 사각지대에 지속적으로 관심갖는 DBpia의 이런 지원이 정말 반갑다”고 반색했다.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연구자들은 단독 또는 제1저자로 집필한 논문이 KCI 등재지나 등재후보지 게재가 확정되면, 심사비와 게재료가 포함된 투고료 일체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단, 다른 기관에서 해당 학술지 투고료를 지원받지 않아야 한다. 이와 관련, DBpia 최순일 대표는 “DBpia는 독립연구자, 학문후속세대, 신진연구자 등 지원 사각지대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번 지원사업도 DBpia의 오랜 노력의 일환이다”라며, “논문 투고료 지원사업을 통해 학문후속세대 등 신진연구자들의 발돋움에 기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학술콘텐츠의 발굴과 학술 커뮤니케이터로 활약하는 기업인 누리미디어는 국내 대표 학술플랫폼 DBpia를 비롯, 한국학 전문 지식콘텐츠 KRpia, 연구 지원사업 아카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루시 그레코와의 대화, LG에 보내는 공개편지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루시 그레코와의 대화, LG에 보내는 공개편지

    지난 1월, 짧은 영상 하나가 미국의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2분이 채 되지 않는 이 영상은 시각 장애를 가진 루시 그레코라는 여성이 올린 것이었다. 이 영상에서 그레코는 최근 신형 LG 세탁기를 샀는데 이 제품이 왜 자신과 같은 시각 장애인에게는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제품인지를 설명한다.(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 영상을 꼭 한 번 보시기를 권한다. 유튜브에서 ‘Lucy Greco’를 검색하면 제일 위에 뜬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그레코가 겪는 어려움은 이 제품이 최신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인 것이 세탁기 상단에 있는 다이얼이다. 과거에 이런 다이얼은 시작과 끝이 분명했다. 따라서 그런 구형 아날로그 다이얼을 가진 제품들은 시각장애인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다이얼을 돌리면서 클릭 수를 세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기기의 다이얼은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면서 시작과 끝이 없이 계속 돌아가는 ‘무한 다이얼’로 변했다. 가령 다이얼이 10개의 단계를 가지고 있으면 1단계부터 시작해서 10단계까지 간 후에는 다시 1번부터 시작하는 식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이얼을 돌릴 때 디지털 화면에 선택한 메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레코처럼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에게는 다이얼을 아무리 돌려도 자신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다이얼 대신 오른쪽에 있는 디지털 버튼을 누르는 방법이 있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이 역시 쓸모가 없다. 과거 기계식 버튼과 달리 매끈한 투명창에 있는 버튼들은 눈으로 보지 않는 한 어디를 눌러야 어떤 기능이 선택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레코는 왜 굳이 이런 제품을 구입했을까? 사기 전엔 몰랐을까? ●테크기업의 실력 차이 그레코는 LG 세탁기가 스마트폰 앱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구입을 결정했다고 한다.(여기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더 설명하겠지만, 많은 장애인에게 스마트폰은 세상과 연결해 주는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정작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고 조작하려 했더니 세탁기의 전원을 먼저 켠 후에 특정 버튼을 눌러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실망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어느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영상이 올라가자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고 그레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자주 받은 질문 중 하나가 “그럼 아날로그 버튼이 달린 구형 세탁기를 사는 게 낫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개의 답을 할 수 있다. 우선 그레코는 두 번째 영상에서 이렇게 답한다. “LG 세탁기는 사용자 평이 좋았다. 기능이 좋고 세탁을 잘한다고 해서 샀다. 시각장애인은 좋은 제품을 사면 안 되나? 우리는 2등 시민인가?” 그레코의 이 말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더 중요한 것은 ‘디지털 기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애인에게 불편한 것’이라는 인식이다.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무한 다이얼이나 매끈한 스크린에 붙은 버튼은 디지털 기술이지만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됐기 때문에 불편할 뿐이다. 디지털 터치 스크린을 한 번 생각해 보자. 터치 스크린은 거의 예외 없이 소프트 키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소프트 키는 하나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버튼을 말한다. 가령 현금입출금기의 화면 속 버튼들은 같은 위치에 있는 버튼이라도 메뉴가 변하면서 다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내가 누르는 버튼이 무슨 기능을 수행하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이런 기술은 시각 장애인에게는 재앙일 수 있다. 특히 물리적인 버튼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스마트폰은 화면 속의 모든 버튼이 소프트 키인 셈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스마트폰은 이제는 장애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도구가 됐다. 이걸 가능하게 한 것은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면서 장애인들의 접근성(accessibility)을 연구하고 설계, 반영한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레코는 여기에 더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해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돕는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스마트폰처럼 장애인의 접근이 힘들어 보이는 디지털 제품은 기업들의 노력으로 접근이 가능해진 반면 세탁기처럼 접근성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제품은 디지털화되면서 오히려 장애인들이 넘을 수 없는 문턱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바람에 그레코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세탁기를 조작하려고 했지만 LG는 그것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결국 장애인들에게 장벽이 되는 것은 디지털이라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업의 무관심’이다.●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그레코의 유튜브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이 “LG에서 연락할 것 같다”, “세탁기를 바꿔 주지 않을까?” “루시 그레코라는 이름의 약자가 LG이니 LG가 협업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고객들의 목소리, 특히 온라인에서 오가는 대화를 세심하게 모니터링하고 혹시 모를 PR 문제에 대비하는 미국 기업들에 익숙한 사람들의 기대였던 것 같다. 이들 기업은 이런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연락해서 개선을 약속하는 등의 발 빠른 조치를 취한다. 나는 이 글을 준비하면서 그레코에게 이메일을 보내 혹시 LG에서 연락이 왔느냐고 물었다. 그레코의 영상을 내 페이스북에 공유한 후 몇몇 지인들이 LG 담당자에게 전달했다고 했기 때문에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레코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앞에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사실 그레코는 장애인 접근성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전문가이고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에서 웹(Web) 접근성을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LG에서 자신들의 제품이 가진 접근성 문제를 개선할 마음이 있다면 제일 먼저 대화를 나눠야 할 사람이다. 그런데 왜 LG는 제품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썩히고 있을까? 사실 이건 LG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은 장애인 접근성의 문제에 전반적으로 둔감하다. 예전 같으면 눈에 띄지 않았을 문제가 근래 들어 이렇게 부각되는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LG나 삼성 같은 기업의 가전제품은 이제 미국 내 전자제품 매장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진 최고가의 제품으로 팔리고 있다. 이름 없는 브랜드의 싸구려 제품이었다면 무시하고 말았을지 모르지만 최고의 제품이 되니 접근성의 문제가 눈에 띄기 시작한 거다. 한국 기업들이 이렇듯 세계시장에서 잘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조직의 다양성이다. 생각해 보라. 이 세탁기의 개발 과정에서 조직 내에 장애를 가진 직원이 있었으면 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을까? 내가 사용하는 전기밥솥은 중소기업 제품이지만 메뉴가 바뀔 때마다 ‘백미’, ‘현미’, ‘취사를 시작합니다’ 같은 메뉴를 일일이 말로 해 준다. LG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그 정도의 기능을 넣을 능력이 없을까? 얼마든지 해결할 능력이 있지만 그들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기업들은 “실력(=점수)만으로 뽑다 보니 장애인들을 고용하지 못한다”는 핑계를 대기도 한다. 외고와 같은 명문학교들에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나라에서 장애인들에게 우수한 교육에 접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은 차치하고라도, 이건 더이상 핑곗거리가 되지 못한다. 유리창이 철판처럼 강하지 않다고 창문 없는 자동차를 만드는 자동차 회사는 없다. 조직의 다양성이 기업의 실력이다. 애플의 발표를 보면 전동 휠체어를 탄 여성 임원이 나와서 대수롭지 않게 서비스 발표를 한다. 애플과 한국 기업의 실력 차이는 이런 데 있다. 이제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조직의 다양성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글은 LG에 보내는 공개편지다. LG는 해외에서 기업명(LG)을 이용해 ‘Life is Good’(삶이 좋다)이라는 홍보문구를 사용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좋은 삶이 누구의 삶인지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앞을 볼 수 있고 신체에 불편한 곳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의 삶만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의 삶이 좋은 것인지 말이다. 코드미디어 디렉터
  • “QAIST 전략으로 카이스트 새 50년 이끌 것”

    “QAIST 전략으로 카이스트 새 50년 이끌 것”

    “섬기는 리더십으로 카이스트에 새롭고 따뜻한 변화를 일으키겠다. ‘교육, 연구, 국제화, 기술사업화, 신뢰’(QAIST)라는 5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달 23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이광형(67) 카이스트 제17대 총장이 8일 카이스트 대전 본원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참석자를 최소화하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실시간 중계된 이날 취임식에서 이 총장은 “카이스트는 앞으로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찾아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대한민국 번영을 위한 글로벌 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미래 50년을 위한 카이스트 신문화 전략’으로 ‘QAIST’를 제시했다. 교육(Question), 연구(Advanced research),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기술사업화(Start-up), 신뢰(Trust)라는 다섯 가지 혁신전략을 통해 글로벌 선도대학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교육혁신은 인문학을 포함해 학과 간 경계 없는 융합교육으로 글로벌 창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1랩 1독서 운동’, 연구혁신은 무엇을 연구할지 스스로 정의하기 위해 연구실마다 세계 최초의 것을 시도하자는 ‘1랩 1최초 운동’을 제안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2000년 초 SBS 드라마 ‘카이스트’를 쓴 송지나 작가, 이 총장의 제자로 알려진 김정주 NXC 대표가 직접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대산문화재단,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 지원 대상자 모집

    대산문화재단이 우수한 우리 문학을 세계에 소개하기 위한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 지원’ 대상자를 오는 5월 31일까지 모집한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을 영어, 프랑스어, 독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어 등 전 세계 언어로 번역·연구하고 해당 언어권에서 출판해 보급하는 지원 사업이다. 번역 지원 신청자는 외국에 소개할 가치 있는 한국문학 작품이나 제2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인 김행숙 시집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김혜진 작가의 소설 ‘9번의 일’ 중 하나를 선택해 번역하면 된다. 번역 지원은 한국문학 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로서 한국인과 외국인의 공동 번역, 단독 번역 모두 신청 가능하다. 선정된 번역가에게는 최고 1500만원까지 지원한다. 연구 지원의 경우 해외에서 한국 문학을 연구하는 교수, 연구인, 학생, 번역가, 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최고 1000만원까지 지급한다. 응모를 원하면 신청서와 공동번역자 이력서, 번역 원고, 번역 대상 원작 및 번역·출판 계획서를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www.daesan.or.kr)에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된다. 선정 결과는 8월 중 홈페이지에서 발표한다. 대산문화재단은 한국문학번역원과 함께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지원해 왔다. 2016년 맨부커상 국제 부문을 받은 소설 ‘채식주의자’(한강), 2018년 프랑스 카멜레온 문학상을 받은 ‘방각본 살인사건’(김탁환) 등이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번역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1,000,000볼리바르=600원

    연 2600%가 넘는 살인적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가 고액권 지폐를 새로 발행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8일(현지시간)부터 20만, 50만, 100만 볼리바르짜리 지폐 3종을 새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액권을 새로 발행하면 돈을 너무 많이 가져가야만 했던 사람들이 현금을 좀더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데다 암시장으로 흘러든 돈도 양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주로 통용된 지폐는 1만과 2만, 5만 볼리바르짜리다. 100만 볼리바르는 베네수엘라에서 발행되는 최고액권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하이퍼(초) 인플레와 볼리바르 가치 약세 탓에 공식 환율 기준으로 100만 볼리바르 가치는 고작 52센트(약 589원)에 불과하다. 세계 4위의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2012년 이후 국제원유 가격 급락으로 경제 위기를 맞았고 천문학적인 인플레를 겪고 있다. 2014년에도 물가 상승률이 연평균 60%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2015년엔 세 자릿수로 뛰더니 2018년에는 무려 백만 단위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베네수엘라 정부의 경제 실책 등이 맞물려 볼리바르 가치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정부의 지폐 발행 확대와 잇단 최저임금 인상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 때문에 고액권 발행이나 화폐개혁도 해법이 되지 못했다. 2016년에 물가 상승률이 800%까지 치솟자 2017년 초 500, 5000, 2만 볼리바르 신권을 발행했지만 폭등하는 물가상승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1년도 채 안 된 11월 10만 볼리바르짜리를 새로 발행했다. 그래도 2018년 들어 물가가 무시무시하게 치솟으면서 시장을 보려면 돈다발을 싸 들고 가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같은 해 기존 화폐에서 0 다섯 개를 없애는, 즉 10만대1의 화폐개혁이 단행됐다. 10만 볼리바르가 1볼리바르로 평가절하된 것이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다소 진정되긴 했으나 올 1월 기준 물가 상승률은 2665%에 이른다. 이럴 경우 화폐 가치의 하락은 불 보듯 뻔한 만큼 고액권 발행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는 곧 오게 마련이다. 당장의 현실을 조금 완화하는 임시방편 조치에 불과할 뿐 근본적으로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고액권을 발행하기가 무섭게 가치가 뚝뚝 떨어져 휴지조각보다 못한 일이 무한 반복되면서 베네수엘라에서는 국민의 달러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내 전체 거래의 66%는 외화로 이뤄지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문체부,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설계 공모

    문체부,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설계 공모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개관하는 국립한국문학관을 건립하고자 한국건축가협회와 함께 설계안을 공모한다고 8일 밝혔다.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문학 유산을 수집·보존·연구하고, 전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현재 서울 은평구 진관동 1만3248㎡ 부지에 총 사업비 601억원을 투입해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 건축가 누구나 이번 국제 설계공모에 참여할 수 있으며 외국 건축사 자격만 있는 이는 국내 건축사와 공동으로 참여해야 한다. 다음 달 9일까지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국제설계공모’ 홈페이지(www.nmkl-compe.org)에서 참가 등록을 받고, 5월 31일까지 설계안을 접수한다. 기술검토와 작품심사를 거쳐 6월 18일 최종 당선작을 발표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표면 온도 430℃ ‘슈퍼지구’ 가까운 우주서 찾았다

    표면 온도 430℃ ‘슈퍼지구’ 가까운 우주서 찾았다

    지구 이외의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지구형 행성인 ‘슈퍼지구’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슈퍼지구는 지구처럼 암석으로 이뤄져 있지만 질량은 지구의 2~10배에 이르는 천체를 의미한다. 중력이 강해 대기가 안정적이고, 화산 폭발 등의 지각 운동이 활발해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점 등으로 ‘슈퍼지구’라고 부른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막스플랑크천문학 연구소와 호주 뉴사우스웨일대학 공동 연구진이 발견한 슈퍼지구 ‘글리제 486b’(Gliese 486b)는 지구에서 불과 26광년 떨어진 처녀자리에서 관측됐다. 연구진은 스페인 칼라 알토 천문대에 있는 길이 3.5m의 망원경에 장착된 분광기를 이용해 적색왜성 주변의 지구형 행성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빛의 변화를 포착하는 방식과 중력의 영향으로 별빛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잡아내는 관찰 방식 등을 이용한 연구진은 천문단위로는 비교적 가까운 26광년 떨어진 곳에 암석형 행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행성은 적색왜성인 글리제 486를 1.467일 주기로 공전하며, 지구 크기보다 약 1.3배 크고, 질량은 2.8배 수준으로 추측됐다. 또 지구와 유사한 암석형 행성이긴 하나 표면 온도는 매우 높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태양과 약 250만㎞ 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탓에 행성의 최고 기온은 섭씨 430℃에 달한다. 곳곳에 용암으로 이뤄진 강이 흐를 가능성도 있으나, 행성 전체가 용암으로 뒤덮일 정도의 고온은 아닌 만큼, 대기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고온의 표면을 가진 글리제 486b에 현재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낮지만, 지구와 질량 및 크기가 유사한 암석형 행성이라는 점과 대기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통해 생명체 서식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만약 행성이 표면 온도가 100℃만 더 높거나 낮았더라도 대기 관측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글리제 486b는 우리가 수십 년 동안 꿈꿔오던 슈퍼지구 행성”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젠더 재난 범죄 …세계 홀린 문학

    젠더 재난 범죄 …세계 홀린 문학

    “‘밤의 여행자’들은 재치 있고, 터무니없기도 하며, 긴장감 넘치고 공포스럽다. 이 에코스릴러는 기후변화가 글로벌 자본주의와 어떻게 뗄 수 없는 관계인지를 흥미롭게 보여 준다.”(지난해 7월 9일 영국 가디언 서평) “‘82년생 김지영’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정확히 지적했고, 정치적 폭발력을 지녔다. 문학적 성숙도와는 별개로 사회적으로 높이 평가될 작품이다.”(2월 12일 독일 ‘도이칠란트 풍크’ 방송 서평) 2020년대 들어 해외 언론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문학의 주제는 젠더와 재난, 범죄 등 다양하다. 이들 작품을 관통하는 평가는, ‘간결하고 경쾌한 문체로 내면의 심리를 탁월히 묘사한다’는 점이다. 한국 문학의 다변화를 잘 반영하면서, 번역을 해도 문학성이 충실히 전달돼 호평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온다.7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문학 가운데 해외 주요 매체에 가장 많이 소개된 작품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①·5건)이며,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②·4건)과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③·3건)이 뒤를 이었다. 2016년 맨부커상 국제부문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와 ‘흰’,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배수아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도 2건씩 소개됐다. 이 밖에 황석영 ‘수인’, 한강 ‘소년이 온다’, 편혜영 ‘선의 법칙’, 하성란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 서미애 ‘잘자요 엄마’,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등이 해외 언론에 소개됐다.‘82년생 김지영’은 도이칠란트 풍크 이외에도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 프랑스 르피가로, 영국 더타임스와 가디언에서 호평을 받았다. 평범한 주부 김지영의 삶을 통해 여성이 가정과 학교, 직장 등에서 받는 불평등과 한국 사회에 내재된 성차별을 다룬 이 소설은 26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 단절, 소외의 감각이 국경을 넘어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보편적 주제라는 방증이다.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문장이 짧고 분명해 번역하기 쉽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분석했다.‘밤의 여행자’들은 재난 지역과 관광을 결합한 여행 상품 개발을 맡은 30대 후반 여성 여행사 직원이 동남아에서 재난 관광의 실상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다. 영국 가디언, 스펙테이터, 더타임스,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에 소개됐으며 5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코로나19로 실제 재난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재난 상품’이라는 독특한 상상력이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욱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고 설명했다.‘살인자의 기억법’은 은퇴한 연쇄 살인범이 치매에 걸리고 나서 딸을 구하기 위해 다시 살인을 계획한다는 내용이다. 해외 15개국에 판권이 팔린 이 소설은 영국 가디언, 스위스 데르 번드, 노이에 취르허 자이퉁에서 소개됐다. 김영하 작가는 지난해 독일 추리문학상 등 해외 문학상을 3개나 받았다.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과 경쾌한 문체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 교수는 “이전의 한국 문학은 분단·전쟁·경제적 갈등 등 한국의 독특한 문제를 다룬 사회적 문제가 주를 이뤘지만, 이젠 팬데믹이라는 독특한 상황에서도 환경·젠더 문제 등 세계인들이 원하는 문학이 자연스럽게 호응을 얻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한국 문학이 재미보다는 한국을 이해하는 코드로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이 수용한 것이었다면, 이젠 K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일반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문학 그 자체로서 받아들여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미현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도 “조남주, 윤고은, 김영하 작품은 시대적 특수성과 문학적 보편성을 동시에 반영했고 번역을 해도 문학의 분위기가 잘 살아난다”며 “다양성을 잘 반영하는 문학이 세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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