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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과학 따라잡기] 우주시대와 원자력기술

    지난 2월 미국 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가 성공적으로 화성 표면에 착륙했다. 앞으로 최소 2년간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토양 표본을 수집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화성 대기에서 산소를 만들어 내고 우주헬기 ‘인저뉴어티’를 띄우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우주선진국들은 천문학적 비용을 쏟으며 미래에 대한 투자로서 우주 탐사에 과학적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 인류가 개발한 최첨단 기술이 총동원된다는 점에서 우주는 앞으로 일상생활에서 접할 첨단 과학기술을 미리 볼 수 있는 전시장이기도 하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혁신기술 대부분은 항공우주기술에서 출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퍼시비어런스에 실린 수많은 첨단장비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원자력전지’다. ‘우주배터리’로 알려진 원자력전지는 작동 방식에 따라 방사성동위원소가 방출하는 붕괴열을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와 방출하는 베타선으로 만들어진 전자ㆍ정공쌍을 활용해 전류를 생성하는 ‘베타전지’로 나뉜다. 퍼시비어런스의 경우 약 4.8㎏의 플루토늄238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RTG가 적용됐는데, 최소 14년의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오는 2030년 달 탐사에 활용할 목적으로 탐사선에 전력을 공급할 RTG를 개발 중이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원자력전지가 실린 탐사선이 달 표면에 착륙하는 그날을 기대한다. 임상호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화학연구실장
  • 부동산·주식·비트코인·목재… 오를 수 있는 건 전부 올랐다

    부동산·주식·비트코인·목재… 오를 수 있는 건 전부 올랐다

    목재 선물 올해 57% 올라 최고가 경신美 뉴욕증시 등 연일 최고가 갈아치워 주요 성장주 주춤·코인 폭락 ‘경고등’美 연준, 202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투자자들 자산 가격 상승 기대는 여전 글로벌 자산 시장에 버블 공포가 커지고 있다. 목재 등 건축자재부터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까지 모든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목재 가격은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목재 5월물은 지난 23일 1000보드피트(bf)당 1372.50달러에 거래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목재 선물가격은 올 들어서만 57%가량 폭등했다. 미국의 주택 매매 건수는 부동산 거품 붕괴 직전인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시도 불타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호주 등 대부분 국가의 주가는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올 들어 각각 23번, 21번이나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증시가 얼마나 과열된 상태인지는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S&P500의 실러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은 지난 20년 새 가장 높은 37.6으로 역대 최고였던 1999년 12월 44.2에 근접했다.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도 26배에 이른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테슬라의 PER은 무려 1130배이고, 엔비디아는 86배 수준에서 거래된다. 암호화폐 역시 급등하고 있다.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최근 급락 직전 개당 6만 달러를 돌파했고 심지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장난삼아 만든 도지코인은 최근 폭등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연초보다 1000% 가까이 급등한 상태다. 글로벌 자산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천문학적 돈 풀기와 초저금리 정책을 펴는 까닭이다. WSJ는 글로벌 자산시장이 100년 전 ‘광란의 1920년대’와 비슷하고 기술주 고평가 현상은 20여년 전 ‘닷컴버블’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일본 버블 붕괴와 2000년 닷컴버블 붕괴를 예측한 유명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은 “이번 상황은 우리가 과거 겪었던 다른 어떠한 버블과도 다르다”며 “과거의 버블은 경제 여건이 완벽에 가까워 보일 때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서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치솟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전과 다른 것은 세계의 중앙은행 격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버블을 오히려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탄한 경제 성장이 견인한 과거 호황기 때는 연준이 금리를 올려 거품을 터뜨리는 역할을 자임한 반면 지금 연준은 아예 ‘저금리가 자산 거품을 키운다’는 개념 자체를 부인한다고 WSJ는 전했다. 연준이 ‘제로금리’를 2023년까지 유지할 방침이고, 조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는 수조 달러의 천문학적 재정부양으로 경기회복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이런 만큼 상당수 투자자는 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한 자산 가격이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믿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980억 달러(약 109조원)가 유입돼 월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는 사실도 아직 버블이 정점에 다다르지 않았다는 주장을 방증한다. 하지만 요즘 뉴욕증시에서 주요 성장주의 상승세가 꺾이고 급등하던 비트코인이 20% 이상 빠지면서 버블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사생활 노출’ 소설 논란 김세희 작가 “명예 훼손엔 법적조치”

    ‘사생활 노출’ 소설 논란 김세희 작가 “명예 훼손엔 법적조치”

    소설 두 편이 친구의 사생활과 사적 비밀을 폭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세희 작가가 26일 소설은 허구이며 특정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고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김세희 작가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지평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분신과 같은 작품에 대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결과물이라는 공격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만큼 명예를 걸고 진실을 밝히며 대처하고자 한다”면서 “문학작품에 대한 평가를 법의 잣대로 축소하고 싶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법적 판단을 받는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김 작가 측은 “진실이 아닌 허위에 기댄 위법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부득이 법적 조치도 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3일 ‘김세희와 18년 동안 친구’라고 소개한 A씨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김세희의 장편 ‘항구의 사랑’(민음사 펴냄)에 등장하는 ‘인희’이자 ‘H’이며, 단편 ‘대답을 듣고 싶어’(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 게재)에 등장하는 ‘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세희 소설가로 인해 아우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을 포함한 3가지의 피해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김세희 측은 A씨의 주장을 모두 강하게 반박했다. 이들 소설 두 편의 서사는 모두 허구인 동시에 소설 속 인물들은 “현실에 기반했더라도 실존 인물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한편 ‘항구의 사랑’ 출판사인 민음사 측은 “피해 사실에 대한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현 시점에서 출간된 작품에 대한 판단이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日 만요슈 새 해석한 아동문학가 이영희 前 의원 별세

    日 만요슈 새 해석한 아동문학가 이영희 前 의원 별세

    아동문학가 이영희 전 의원이 25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90세. 1931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이 전 의원은 한국일보 문화부장·정치부장·논설위원을 지냈고, 1981년에는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제11대 국회의원이 됐다.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조각배의 꿈’으로 당선되며 아동문학가의 길을 걸었다. 1989년 일본에서 발간한 ‘또 하나의 만요슈’는 종래의 학설을 뒤엎으며 100만부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고인은 그동안 뇌경색 등으로 여러 해 동안 투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김이선, 김이정, 김유리씨 등 3녀가 있다. 빈소는 남해 추모누리묘지 장례식장, 발인은 27일 오전 7시 30분, 장지는 추모누리묘지다. 055)862-0442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노숙인과 난민 소년의 동행… 감추어진 세상을 보다

    노숙인과 난민 소년의 동행… 감추어진 세상을 보다

    프랑스를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은 파리 센강을 꼭 찾는다. 실제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검색해 보면, 센강 유람선을 타고 본 파리 야경이 예쁘다는 글과 사진이 잔뜩 나온다. 그것은 겉에 드러난 ‘지상의 센강’이다. 반대로 안에 감추어진 ‘지하의 센강’도 엄연히 실재한다. 외국 관광객은 예쁘지 않은 지하의 센강에 관심이 없다. 외국 관광객뿐일까. 지상의 센강만 즐기는 것은 프랑스 국민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파리의 별빛 아래’는 지하의 센강에 사람이 살고 있음을 역설한다. 거기에는 정말로 크리스틴(카트린 프로 분)의 보금자리가 있다. 좋은 집은 아니다. 냉난방 시설은 물론이고 화장실도 없는 창고다. 밤에는 촛불 하나에 의지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곳은 파리에 몸을 누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크리스틴은 노숙인이니까. 낮에는 무료 급식소에서 식사하고, 벤치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며, 남이 버린 과학 잡지를 주워 읽던 그녀의 일상. 그런 크리스틴의 규칙적인 생활은 술리(마하마두 야파 분)의 등장으로 끝이 난다. 술리는 엄마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배를 타고 프랑스로 밀입국한 난민 소년이다. 한데 무슨 사연인지 지금은 엄마와 떨어져 파리 시내를 헤매다 크리스틴의 거처까지 오게 됐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얇은 옷을 입고 떠는 술리를 차마 외면하지 못한 그녀는 딱 하룻밤만 재워 주는 거라며 철문을 연다. 이렇게 철문과 같이 마음의 문을 연 크리스틴이 결국 술리의 ‘엄마 찾아 삼만리’ 여정까지 따라나선다는 것이 ‘파리의 별빛 아래’ 내용이다. 이런 노숙인과 난민의 만남과 동행을 관객은 어떻게 보면 좋을까. 두 가지를 추천할 수 있겠다. 하나는 서로의 언어는 모르지만 소통은 능숙한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하는 감상법이다. 술리는 크리스틴이 자신을 헌신적으로 도와준다는 사실을, 크리스틴은 술리가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때로 느낌이 주는 앎은 지식이 주는 앎보다 강한 힘을 낸다. 사회 맨 밑바닥에 있는 이들끼리 뭉쳐야 한다는 의식은 그럴듯한 배움이 아니라 생생한 감각의 교류에서 비롯된다.다른 하나는 감독 클로스 드렉셀의 말 “파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보여 주는 메타포”라는 힌트에 집중하는 감상법이다. 위에 언급한 대로 세상에는 지상의 센강과 지하의 센강이 공존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상의 센강만 있다고 착각한다. 지하의 센강은 보이지 않는 탓이다. 여기 있으나 없는 취급을 받는 대상을 온전히 조명하려는 시도, 그러니까 비가시적 존재를 가시화하는 행위를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감각적인 것의 재배치’라고 불렀다. 또한 그는 이것이 정치에 속하는 사건이라는 걸 분명하게 밝힌다. 영화 등의 예술을 통해 감각적인 것의 재배치는 가능하나, 동시에 현실 정치 영역에서도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시조로 읊어내는 시대정신… 세상의 어둠을 걷어내다

    시조로 읊어내는 시대정신… 세상의 어둠을 걷어내다

    빼어난 문화민족은 저마다 고유한 정형시 양식을 계승해 왔다. 영미 쪽의 소네트, 한자 문화권의 한시, 일본의 와카나 하이쿠 등이 그 사례다. 우리의 경우에는 시조가 오랜 사랑을 받아 왔다. 그리고 시조는 지금도 왕성하게 쓰이고 읽히고 있는 현재형이다. 이렇게 우리의 운문 양식 가운데 거의 모든 것이 소멸했거나 다른 장르로 흡수된 데 비해 시조는 민족문학의 장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면면히 이어 가고 있다. 시조시단의 종가인 한국시조시인협회는 이러한 시조시인들의 열정과 역량을 모아 문학장(場)에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지난 3월 20일 제26대 이사장으로 선출된 이정환 시인은 40년 이상 시조를 써 온 우리 시조시단의 대표 중진이다. 그를 만나 시조만의 매혹을 느껴 보고 그 미래를 예감해 보리라 생각했다.●‘목숨 그 자체’인 시조시인의 길 이정환 시인은 1954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다. “대구 영신중 3학년 가을 국어 시간에 박상근 선생님께서 예이츠의 ‘이니스프리의 호도’ 육성 파일을 들려주셨습니다. 뜻은 못 알아들었지만 그 운율과 음악이 몸에 감겨 왔습니다. 시에 관한 첫 기억이지요.” ‘소년 이정환’은 이때부터 날마다 시를 생각했고 대학에 가서는 직접 시와 시조를 쓰는 습작생이 됐다. 그러다가 시조로 안착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76년 월간 ‘샘터’에 시조를 응모해 한 해에 세 번이나 뽑혔던 것이었다. 여기서 용기를 얻은 ‘청년 이정환’은 본격적인 시조시인의 길을 걷게 된다. “연말에 가작으로 입상했을 때 잡지가 한 권 배달됐어요. 처음 보는 ‘시조문학’이라는 시조 전문 계간지였습니다. 보낸 분은 오래전 돌아가신 류제하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마음 내키면 신인 추천에 응모해 보라는 권유의 쪽지가 들어 있었다. 류 선생의 권면에 따라 그는 1978년 겨울호에 ‘시조문학’으로 추천을 완료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그 후 거침없이 시조시단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갔다. 1984년 ‘오류’ 동인을 결성해 시조시단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킨 것이 그 첫걸음이었다. 이때 그는 민족문학의 자존심인 시조가 자신을 선택한 것 같은 떨림을 체험했다고 한다. 시조가 민족정신의 위의를 세워 가고 시대의 어둠을 걷어 내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고 믿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그에게 시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일한 것이 돼 갔다. 문청 시절에 ‘시림’, ‘순수연대’ 등 자유시 동인 활동을 했지만 시조를 쓰면서 “시조가 숙명이라는 자각을 했고 길은 하나뿐이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떠올린 그는 “시조 형식이 몹시 갑갑할 수 있을 터인데 처음부터 몸에 잘 맞았다”고 했다. 그는 시조를 쓰면 쓸수록 오묘하다는 것을 느꼈고, 시조 3장으로 무슨 노래든지 다 부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 깨달음이 40여년을 관통해 시조의 길을 달려오게끔 해 준 것이다. “시조는 제게 목숨 그 자체”라고 단언한 이정환 시인은 “시조가 더욱 사랑받는 양식이 되기 위한 길은 본령에 충실한 창작이다. 전통적 기율을 잘 지키는 가운데 다채로운 변용과 변주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인은 창의적 의미 공간인 종장의 반전을 잘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시조는 반드시 3장을 구비해야 하는데 그것이 시조의 존재론적 전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형식의 확장과 축소를 내세우더라도 매력과 마력의 율격인 3장이 훼손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시조가 많은 이로부터 사랑받는 일은 그 길밖에 없습니다. 자유시와는 판연히 다른 시조만의 고유성을 등한시하고서는 널리 사랑받기 어렵습니다. 시조의 생명은 가락에 있거든요.” 나아가 시인은 시조를 쓰는 이들이 고시조와는 변별되는 ‘다른 목소리’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다중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봤다. 뜨겁게 읽히는 시조가 어떤 것인지 끊임없이 궁구하지 않으면 시조시단이 ‘우리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었다.●엄격한 제약… 그럼에도 왜 시조인가? 정형시와 자유시 사이에는 일정한 차이가 존재한다. 정형시에는 선험적 율격이 주어져 있고 자유시에는 시인의 호흡에 따른 자유로운 운율이 부가될 뿐이다. 그러니 시조를 쓰는 게 불편해 보이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왜 굳이 시조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게 된다. 자유시로도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왜 제약이 큰 시조라는 형식을 통해 표현하려 하는가? 이 첨단의 디지털 시대에 시조라는 오랜 양식이 왜 필요한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이정환 시인은 “시조는 분명히 자유시와 다른 특성이 있다”면서 “그것을 ‘시조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시조성을 얼마나 잘 구현하고 있는지, 즉 전통적 기율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적 요청에 답하는 길을 잘 감당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대답했다. 시인은 시조의 다양한 형식은 인정하되 시조의 본령인 단시조 창작에 주력하는 일이 더 요청된다고 덧붙였다. 그것만이 ‘왜 시조인가?’에 대한 명징한 답변이 된다고 했다. 시조를 해외에 알리는 데 단시조가 가장 적절한 텍스트인데 단시조야말로 가장 맞춤한 ‘존재의 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묻자 그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새와 수면’을 들었다. “강물 위로 새 한 마리 유유히 떠오르자// 그 아래쪽 허공이 돌연 팽팽해져서// 물결이 참지 못하고 일제히 퍼덕거린다// 물속에 숨어 있던 수천의 새 떼들이// 젖은 날갯죽지 툭툭 털며 솟구쳐서// 한순간 허공을 찢는다. 오오 저 파열음!” 역동적인 팽팽함과 퍼덕거림의 몸짓이 새 떼의 솟구치는 비상을 감각적으로 잘 전달해 준다. 시인은 이 밖에도 ‘애월 바다’, ‘에워쌌으니’, ‘주상절리’ 등을 떠올렸다. 시조시인으로 살아오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정음시조문학상을 제정해 시행한 것입니다. 2019년에 제1회 수상자를 냈고 올해로 3회째를 맞습니다.” 제정 취지에서 시인은 훈민정음에서 찾아낸 ‘정음’의 정신을 받들겠다고 선언했다. 등단 15년 미만인 신진 시인의 창작 의지를 북돋우기 위한 의도로 시작된 이 문학상이 한국 시조시단의 청량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시인은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구원할 것이라고 문청 시절부터 믿었던 것이 한순간 무너져 내린 순간을 들려줬다. 1987년 첫 시조집 ‘아침 반감’을 내러 갔던 서울 길에서 체험한 종교적 회심이 그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진정한 영혼 구원의 길을 찾아가는 데 종교와 문학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더불어 이정환 시인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조를 꾸준히 쓰고 있는데, 2000년에 펴낸 첫 동시조집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에 수록된 ‘친구야, 눈빛만 봐도’가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가진 역량과 열정이 빛을 발하는 단면들일 것이다.●공복으로서, 시인으로서의 지극한 울림 이제 그는 1000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한다. 3년 동안 이 협회를 이끌어 간다. “공복이라는 말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공공을 위한 일꾼’이라고 여기고 항상 낮은 자세로 일하고자 합니다. 종가는 한 문중에서 맏아들로만 이어 온 큰집이기에 그 책무가 무겁고 중차대합니다.” ‘이사장 이정환’은 협회의 소중한 자산인 회원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참여 지분을 적극 넓혀 나가도록 힘쓸 것이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여러 시조단체가 활동 중인데 모두 함께 시조 발전을 위해 협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그는 ‘한국현대시조문학사’ 편찬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의 전통 시가인 현대시조가 100년 역사를 맞고 있으나 아직 현대시조문학사를 정리한 전공 서적이 없는 실정이라 문학사 간행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3년 안에 우리는 비교적 두툼하고도 정치한 시조문학사 한 권을 그의 노력으로 받아 보게 될 것 같다. 막중한 임무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시인 이정환’임을 한순간도 잊지 않는다. 그는 팔순이 넘어서도 시조와 동시조를 쓰면서 명작을 남긴 백수 정완영 선생을 떠올리며 “시인의 길에 나이는 조금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조는 삶을 향한 태도와 마음 상태가 중요하지요. 여력을 확보해 시조의 본질에 근접해 가는 활동을 이어 가고 싶습니다.” 이정환 시인의 밝고 굵은 목소리에서 시조를 통해 빛을 뿌리는 미학적 순간들이 지극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봄날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유치’ 드림팀 띄운 송파

    ‘한국예술종합학교 유치’ 드림팀 띄운 송파

    서울 송파구가 정·관계 및 문화예술 분야 등 15명의 전·현직 주요 인사가 참여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송파구 유치 상임자문단’을 발족했다고 25일 밝혔다. 상임자문단 인사들의 오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송파구의 한예종 유치 활동 전반에 큰 힘을 실어 줄 것으로 구는 내다봤다. 이번 상임자문단에는 ▲라종일 전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신영희 국악인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조재기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박윤해 전 대구지검 검사장 ▲안용규 한국체육대 총장 ▲김선광 롯데문화재단 대표이사 ▲조현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이범헌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장 등이 참여한다. 또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전보삼 사단법인 한국문학관협회장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철 카피라이터 ▲김사엽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 ▲이경묵 서울대 교수 등도 이름을 올렸다. 한예종은 전문예술인 양성을 위해 설립된 문체부 소속 국립예술종합학교다. 그러나 조선왕릉 유네스코 등재에 따른 의릉 복원을 위해 석관동 캠퍼스의 이전이 불가피하다. 이에 송파구는 한예종 유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송파구는 연극원, 영상원 등 6개 원 통합캠퍼스 조성이 가능한 최적지이고 풍부한 문화예술 및 교통 인프라를 갖춰 학교의 성장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한예종 이전 부지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 정·관계 및 문화예술 분야의 주요 인사들이 송파구 유치에 뜻을 모았다”면서 “한예종이 더욱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상임자문단과 함께 송파구 이전에 행정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깔끔한 거리·태릉시장 상생… 제2 도약 모색하는 중랑

    깔끔한 거리·태릉시장 상생… 제2 도약 모색하는 중랑

    노후 노점 대신 특화거리 조성 6월까지보행로 3m로 넓히고 통신·전선 지중화류 구청장 “활기 되찾게 최대한 뒷받침”“시장 상인과 거리가게 운영자, 지역 주민이 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거리가게 특화거리 조성’이라는 멋진 상생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사업은 주민의 삶과 애환이 어린 태릉시장을 되살리는 계기뿐 아니라 중랑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지난 22일 서울 중랑구 동일로 태릉시장.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시장 상인과 거리가게 운영자, 지역주민들이 모인 ‘중랑마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랑마실은 류 구청장이 주민과 현장에서 만나 소통하는 자리로 이날 67회를 맞았다. 중랑구는 이달부터 6월 말까지 지역 대표 시장인 태릉시장을 특화거리로 조성하는 사업을 벌인다. 이날 태릉시장에서는 노후된 노점이 다닥다닥 인도를 점령하고 있던 모습을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노후 상하수관 교체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흙먼지가 날리는 가운데 류 구청장은 시장을 걸으며 관계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였다. 태릉시장은 중랑역과 중화역 사이에 있는 지역 대표 전통시장 중 하나이다. 그러나 ‘노후된 시설과 지저분한 비가리개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쌓아놓은 상품과 장비 그리고 좁은 보도 등으로 지나다니기 어렵다는 지역 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구는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주민과 상인이 모두 만족하는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2019년 서울시 거리가게 시범사업에 공모해 선정됐다. 특화거리 사업은 영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 630m의 거리가게 108곳을 네 구간으로 나눠 단계별로 진행한다. 사업별 세부 내용은 구간별 ▲기존 거리가게 시설물 및 상가 앞 적치물, 차양막 철거 ▲노후 상하수관 교체·정비 ▲전선 및 통신 지중화사업 ▲가로등 및 상가 앞 차양막 설치 ▲보·차도 포장 공사 ▲신규 거리가게 판매대 설치 등이다. 특히 이번 사업으로 주민 보행로 2m에서 3m로 넓어져 편하고 안전하게 시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전선 지중화 사업으로 어지럽게 늘어진 전선이 사라져 도시미관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신문학 태릉시장 노점연합회 회장은 “시장이 만들어진 이후 이렇게 큰 공사는 처음”이라면서 “이번 특화거리 조성으로 태릉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사업 초기부터 협조해 준 거리가게 운영자, 점포주, 주민이 없었다면 이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태릉시장이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구에서도 최대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소설 속 사생활 노출’ 또 논란…“작가로 인해 아우팅” 주장

    ‘소설 속 사생활 노출’ 또 논란…“작가로 인해 아우팅” 주장

    신인 작가 김세희의 소설 두 편이 타인의 사생활을 노출하고 침해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김봉곤 작가에 이어 사생활 아우팅에 따른 문단 윤리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세희와 18년 동안 친구’라고 소개한 A씨는 최근 ‘별이, H, 칼머리’라는 이름의 계정으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김세희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희’이자 ‘H’이며, 김세희 단편 ‘대답을 듣고 싶어’에 등장하는 ‘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로 인해 아우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을 포함한 3가지의 피해 사실을 겪었다”면서 “김씨는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김씨로 인해 성 정체성 노출과 함께 자신과 가족들의 사생활과 사적 비밀이 노출돼 고통을 받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구의 사랑’은 민음사에서 2019년 6월 출간됐고, ‘대답을 듣고 싶어’는 2019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작품이다. A씨는 지난해 말 민음사와 문학동네에 이런 피해 사실을 알리고 사과를 요청하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학동네 측은 문학동네 2019년 여름호를 이번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한시로 판매 중지한다고 회신해왔다고 전했다. 민음사 측은 25일 A씨의 주장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별이, H, 칼머리’(이하 별이)님이 받았을 심적 고통에 대해 더 섬세하게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면서도 “별이님과 작가 사이에 입장 차이가 확연함을 확인했다. 이에 민음사는 별이님에게 작품 속 인물이 자신임을 특정한다고 생각하는 장면에 대해 알려줄 것을 조심스럽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사실에 대한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문단은 지난해에도 일부 작가의 사적 대화 및 사생활 노출, 아우팅으로 몸살을 앓았다. 김봉곤 작가가 단편소설 ‘그런 생활’과 ‘여름, 스피드’를 통해 지인들과 나눈 사적 대화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사생활을 노출한 게 드러났다. 이에 해당 소설이 실린 소설집을 출간했던 창비와 문학동네는 판매 중지와 환불 조치를 해야 했다. 김봉곤 작가는 또 문학동네에서 받은 제11회 젊은작가상을 반납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아시아판 나토’ 출현 우려 中 “韓 쿼드 참여 가능성 수차례 문의”

    ‘아시아판 나토’ 출현 우려 中 “韓 쿼드 참여 가능성 수차례 문의”

    중국이 한국에 미국 주도 ‘반중 블록’인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참여 여부를 수차례 문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쿼드를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두고 중국이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이 쿼드를 자국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참여국 확대를 염려하고 있다고 SCMP는 설명했다. 매체는 “한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쿼드 참여 초청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왔다”고 전했다. SCMP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이 머지 않아 쿼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버릴 수 있다”면서 “한국이 쿼드에 참여하면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안보에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첸융 저장대 인문학원 한국연구소 부교수는 “미국이 한국에 구애해서 미일·한미 동맹을 삼각동맹으로 통합하고자 한다”면서 “한국이 쿼드에 참여하면 결국 삼각 동맹이 만들어진다. ‘동북아시아의 나토’가 될 것”이라고 봤다. 비잉다 산둥대 동북아학원 부원장은 “동북아 지역에서 반중국 연합이 형성되면 중국에 큰 압박이 되고 군사적 충돌 위험도 커질 것”이라면서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북중러 대 한미일’의 진영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탕샤오양 칭화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중국은 쿼드 확대가 태평양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지정학적인 포위망을 형성할 가능성을 걱정한다”면서 머지않아 영국·캐나다 등 ‘파이브 아이스’(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동맹국이 쿼드에 참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사설] SH공사 매입 임대주택 24%가 비어있다니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2002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사들인 임대주택 1만 9495가구 가운데 24.1%인 4697가구가 비어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SH공사는 빌라나 원룸 등 기존주택을 사들여 저소득층 등에게 주변 시세보다 낮게 임대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자금력이 딸리는 젊은 세대가 서울에 주거를 마련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잘만 시행하면 의미 있는 주택 정책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집값 폭등의 광풍에 속에서도 비어있는 임대주택의 71.6%인 3365가구는 6개월 이상이나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SH 매입 임대주택의 입주 경쟁률은 구(區)별로 최고 24대 1에 이른다고 하니 인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2017~2019년 매입 임대주택 5972가구 가운데 19.5%인 1166가구는 감사가 이뤄진 지난해 5월 말 현재까지 한 차례도 입주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SH공사가 이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5조원 남짓이다. 그런데 1조 2000억원 안팎의 예산으로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젊은층과 서민층을 기만하고 일반 시민의 세금을 헛되게 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SH는 감사과정에서 매입 임대주택이 비어있는 이유로 승강기가 없고, 입지와 교통 연계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SH가 비인기가 예상되는 입지의 주택을 왜 무더기로 매입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은 엘리베이터 없는 집은 아무리 임대료가 싸도 입주할 수 없다. 이런 집이 과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돕는다는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지 진지하게 뒤돌아봐야 한다. 감사원은 SH의 매입 임대주택이 일부 지역에 편중되고 있으며, 입주자격을 갖춘 신청자가 있어도 모집공고 당시 예비입주자에 한정해 공급하는 등 경직되게 운영해 빈집 발생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SH가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을 투입하면서도 공급자 편의 위주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간 주택 매입 목표라는 성과에만 급급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SH는 이제부터라도 ‘내가 살 집’이라는 자세로 정책 수요자인 입주 희망자의 고통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행복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 [아하! 우주] 지구서 가장 가까워…1500광년 거리 블랙홀 발견

    [아하! 우주] 지구서 가장 가까워…1500광년 거리 블랙홀 발견

    관측 사상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블랙홀이 발견됐다. ‘더 유니콘’(The Unicorn)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이 블랙홀은 지구에서 불과 1500광년 거리에 있으며 질량은 태양의 3배에 불과하다. 더 유니콘을 발견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천문학과에 재학 중인 타린두 자야싱헤 박사과정 학생은 “이 블랙홀은 매우 독특하고 이상해서 유니콘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자야싱헤 학생과 동료 연구자들은 이 블랙홀은 본질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지만, 동반성으로 팽창 중인 적색거성에 의해서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적색거성의 움직임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현상을 알았을 때 이 별에 마치 뭔가가 달라붙은 것처럼 보이는 조석파괴(tidal disruption) 현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블랙홀의 인력에 의해 발생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더 유니콘은 크기가 태양 질량의 3배라는 점에서 매우 드물 뿐만 아니라 지구에 가까이 존재하는데도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공동저자인 크리스 스타넥 오하이오주립대 천문학과 교수는 “우리의 연구를 당신이 다른 시각으로 볼 때 당신은 다른 결과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타넥 교수는 또 “타린두 학생은 다른 많은 사람이 봤던 이 천체를 보고 질량이 작다는 점에서 블랙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축하는 대신 ‘그럼 만일 블랙홀일 수 있다면 어떨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달의 중력이 지구의 바다를 왜곡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눈물 방울 모양으로 끌려가던 이 동반성이 없었다면 새로운 블랙홀을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연구진은 관측된 파장의 변화인 도플러 이동과 동반성의 중력 효과로부터 항성의 왜곡된 타원체 변동률을 측정함으로써 블랙홀이 있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었다. 연구진은 “적색거성의 속도와 궤도 주기 그리고 조석 운동에 의해 왜곡되는 방식에 따라 블랙홀의 질량을 알 수 있었다”면서 “이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약 3배 즉 태량의 3배라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더 많은 질량 간극(태양 질량의 2.2~5배 사이의 천체)에 있는 블랙홀이 발견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이 분야의 연구는 실제로 얼마나 많은 저질량, 얼마나 많은 중질량, 얼마나 많은 고질량 블랙홀이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런 블랙홀을 발견할 때마다 어떤 별이 붕괴하거나 폭발하고 또는 그 중간에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자세한 연구결과는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간보고(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베스트셀러] 애니 인기에… 日만화 ‘귀멸의 칼날’ 완결판 출간 즉시 1위

    [베스트셀러] 애니 인기에… 日만화 ‘귀멸의 칼날’ 완결판 출간 즉시 1위

    172만 관객을 동원한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인기를 반영하듯 서점가에서도 일본의 인기 만화 시리즈인 ‘귀멸의 칼날 23’이 출간하자마자 1위에 올랐다. 이 책은 해당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23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4월 셋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 순위에 따르면 ‘귀멸의 칼날 23’의 판매 비중은 여성(68.1%)이 남성(31.9%)보다 높았다. 주 구매층은 20대 여성(28.4%)과 10대 여성(15.8%)이었다. ‘귀멸의 칼날’은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된 시대극 판타지 장르의 일본 만화다. 다이쇼 시대, 숯을 파는 마음씨 착한 소년이 도깨비에게 가족이 몰살당한 후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욱일기가 등장하면서 국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는 2017년 9월 단행본이 첫 출간 돼 지난 21일 완결판이 공개될 정도로 인기를 끄는 작품으로 알려졌다. 교보문고는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개봉 이후 더욱 주목을 받아 시리즈 전체가 인기몰이했다고 분석했다. 2014년 ‘미생’ 이후 오랜만에 만화 분야가 종합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아쿠타미 게게의 ‘주술회전 14’는 출간과 함께 5위를 기록했고, 오다 에이치로의 ‘원피스 98’은 전주보다 15계단 하락하긴 했지만 28위를 기록하는 등 일본 만화가 눈에 띈다. 이밖에 나태주 시인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그가 쓰거나 엮은 시집들의 순위도 올랐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83계단 상승해 15위를 기록했고, 시 분야 베스트셀러 20위 이내로 보면 9종의 시집이 이름을 올랐다. ●교보문고 4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 귀멸의 칼날 23 (고토게 코요하루·학산문화사) 2. 질서 너머 (조던 피터슨·웅진지식하우스) 3.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팩토리나인) 4.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등 7명·문학동네) 5. 주술회전 14 (아쿠타미 게게·서울문화사) 6.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염승환·메이트북스) 7. 흔한남매 7 (흔한남매·아이세움) 8.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16 (설민석·아이휴먼) 9.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로버트 기요사키·민음인) 10. 마지막 몰입: 나를 넘어서는 힘 (짐 퀵·비즈니스북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인터넷 제3의 물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몰려온다

    인터넷 제3의 물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몰려온다

    미국의 기자 케이시 뉴턴, 그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테크 미디어 ‘더버지’에서 애플, 페이스북에 대한 특종, 단독 기사로 유명한 기자였다. 뉴턴은 지난해 10월 더버지에서 나와 ‘더플래포머’라는 독립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매체에서 일하지 않아도 ‘나홀로’ 기자를 해도 괜찮다, 즉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뉴턴은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작, 팔로어를 늘리고 있다. 뉴턴 기자가 나홀로 미디어를 창간할 수 있었던 것은 ‘서브스택’(Substack)이라는 뉴스레터 플랫폼이 만들어졌기에 가능했다. 서브스택은 기자, 작가 등 창작자(크리에이터)가 콘텐츠에만 집중하고 유통(배포)과 결제 등을 한번에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서비스다. 작가(기자)가 유료 구독 가격을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으며 구독 수익의 13%(스트라이프 결제 수수료 3% 포함)를 서브스택에 지불하는 구조다. 이 회사는 콘텐츠 제작을 독려하고 수익을 낼 때까지 창작을 보장하기 위해 작가에게 적게는 3000달러에서 많게는 10만 달러까지 보조금을 제공하기도 한다.서브스택 측은 상위 10개 서브스택 미디어들이 총 7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콘텐츠’만 좋으면 생활이 가능하고 수익도 얼마든지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서브스택 등 창작자에게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 이용 대가를 지불(D2C, Direct to Creator)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등 빅테크 기업들도 ‘D2C’에 뛰어들고 있다. 소위 창작자 경제(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란 무엇일까?●‘서브스택’ 작가에게 최고 10만달러 보조금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말 그대로 ‘창작자’들이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하면서도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를 말한다. 이들을 위한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결제 기술이 정착돼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탄생 배경은 창작자들이 그동안 써 온 글, 사진, 영상 등이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실리콘밸리 플랫폼의 수익을 올려 주는 수단일 뿐이었다는 ‘현실 인식’에 있다. 페이스북 등은 크리에이터에게 네트워크 확산 효과를 준다며 내세운 서비스(검색, 페이스북 피드 등)들이 실은 개인을 ‘수익 도구’로 활용했을 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는 개인이 글과 사진, 영상을 올리면 ‘맞춤형’이라는 이름으로 광고를 붙여 수익을 올려 왔다. 실제 페이스북의 지난 1분기 매출은 177억 7300달러(약 21조 6700억원)였고 한국의 페이스북 코리아도 지난해 매출 442억원을 달성했는데 그 수익의 대부분은 이용자 포스팅을 활용한 광고에서 나왔다. 하지만 크리에이터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제로’였다. 유명세를 탈 수는 있겠으나 공들인 시간과 비용에 일치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양질의 콘텐츠가 점차 사라졌고 페이스북 뉴스피드엔 가짜뉴스 또는 홍보성 이미지가 넘쳐 나게 됐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는 이용자가 창작자에게 직접 비용을 지불해서 ‘알고리즘’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서브스택에 투자한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 A16Z의 마크 안드레센은 “지금은 미디어 산업의 변곡점이며 인터넷의 제3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첫 번째 물결에서는 온라인에서 아무도 돈을 벌거나 쓰지 않았다. 두 번째 물결에서는 광고를 통해 수익이 발생했다. 세 번째 물결에서는 크리에이터와의 직접적 연결을 통해 수익이 발생하고 창작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서브스택처럼 이용자와 크리에이터를 연결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플랫폼 기업이 등장한 후 본격화됐다. 패트리온(Patreon), 카메오(Cameo), 클럽하우스(Clubhouse) 등 크리에이터 스타트업들은 높은 기업 평가를 받으면서 최근 상당한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특히 오디오 기반 소셜 미디어 서비스 클럽하우스도 디지털 지급 결제 업체 스트라이프와 손잡고 서비스 이용자들이 크리에이터를 자유롭게 후원할 수 있도록 ‘송금’ 기능을 탑재하면서 ‘광고’에서 벗어나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본격 합류했다.●크리에이터 스타트업 투자금 대거 유치 패트리온은 서브스택과 같이 창작자에게 직접 지불할 수 있는 D2C 서비스다. 팬들이 크리에이터들에게 펀딩하고 독점적인 보상 콘텐츠나 상품을 받을 수 있게 한다. 크라우드 펀딩과 구독형 멤버십을 혼합한 형태로 크리에이터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을 얻으면서 팬들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비스 초기에는 인디 뮤지션들을 후원하기 위한 사이트로 기획됐는데 지금은 애니메이션, 게임 관련 크리에이터 등 서브컬처 분야를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다. 약 3만~5만명의 크리에이터가 패트리온에서 활동하고 있다. 카메오는 유명인들이 팬들과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회사다. 좋아하는 셀럽에게 ‘개인 맞춤형 동영상’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이용자는 카메오에 등록된 4만명이 넘는 셀럽 중 원하는 사람을 선택, 원하는 메시지 내용을 최대 250자 이내로 작성하고 결제한다. 요청받은 셀럽은 7일 내 프로젝트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다. 거부 시 결제 금액은 환불된다. 미국의 유명 요리사에게 개인적인 격려의 메시지를 부탁할 수 있고 영화배우가 특정 영화의 캐릭터로 생일 축하 비디오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다. 일부 연예인들은 줌(Zoom) 비디오콜을 하기도 한다.●알고리즘 종속 안 돼 독립적 콘텐츠 제작 애플,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비스를 내놨다. 애플은 지난 20일 구독 모델을 탑재한 팟캐스트 오디오 플랫폼을 출시했다. 팟캐스트 크리에이터들이 광고를 듣지 않거나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애플 플랫폼 안에서 구독자들에게 월간 과금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큐레이션 기능도 있다. 이용자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크레에이터를 통해 자신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찾을 수 있게 한다. 범죄, 스포츠, 문학, 미술 등 선호도가 뚜렷한 장르의 팟캐스트 크리에이터는 애플 팟캐스트에서 새로운 유료화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에 앞서 지난 19일 사용자가 실시간 음성 대화를 할 수 있는 ‘버추얼 룸’(Virtual Room), 쇼트 폼 형태의 개인 취향 오디오 클립을 만들거나 들을 수 있는 ‘사운드 바이트’(Sound Bite) 등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메인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사용자가 직접 팟캐스트를 내려받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팟캐스트 기능도 추가했다. 이와 함께 트위터는 오디오 서비스와 함께 뉴스레터 스타트업 리뷰(Revue)를 인수하면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구현하고 있다. 리뷰는 서브스택처럼 창작자에게 직접 지불하는 서비스다. 트위터는 CEO 잭 도시가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 지불결제 스타트업 ‘스퀘어’와 함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더밀크 대표 [용어 클릭]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란 ‘창작자’ 또는 개인이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을 하면서도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들을 위한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결제 기술이 정착돼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 죽음, 불행 속에 꽃피는 인간애

    죽음, 불행 속에 꽃피는 인간애

    사랑하는 아들이 갑자기 사고로 죽게 되고(‘허물’), 6년 만에 어렵게 임신한 아이를 유산한다(‘하얀 바다’).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어느 시인의 죽음’). 이상욱 작가의 소설집 ‘기린의 심장’ 속 등장인물들은 이처럼 예기치 못하게 죽음을 맞닥뜨린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불행을 겪으며 공허함과 고독, 절망을 느낀다. 작가는 SF와 순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종합선물세트’처럼 기발한 상상력으로 한데 묶어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세상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불행은 사회 부조리와 연결돼 있다. 수록작 ‘연극의 시작’에서 지하철 화재로 딸을 잃은 노인은 자식의 죽음과 관련된 인물들을 납치해 복수한다. 영준은 공장에서 과도한 연장근무와 팀장의 폭력으로 왼손을 잃고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하지만 새로 시작한 일이 지하철 화재 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이유로 노인에게 납치된다. 영준은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받고 가해자는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는 연쇄적으로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느 시인의 죽음’에서는 외계인 가브족이 등장하고 지구인들은 그들에게 백기 투항한다. 가브족이 인류를 멸종시키지 않는 대신 일부 인간만 식재료로 사용하기로 하자, 지구 대표는 인육 공급 시스템을 만들었다. 제물이 되는 대상은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없는 계층이다. 하지만 작가는 적자생존의 시대에도 인류애를 포기하지 않는다. 공무원 대수는 가브족의 식재료로 선택된 고등학생 용천의 시를 읽고 감동해 대신 제물이 된다. “죽음이 주는 안식은 절대 돌아올 수 없는 비가역성을 담보로 합니다”(153쪽)라는 고백처럼 죽음은 되돌릴 수 없고 모든 것이 끝처럼 여겨진다. 그럼에도, 작가가 설정한 죽음은 이처럼 무언가 변화를 가져온다. 단편 9편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읽으면서 계속 불행을 되새기게 되지만 그 끝에선 그것을 견디는 힘과 희망으로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네는 듯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김상준 지음, 아카넷 펴냄) 김상준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가 ‘내장’과 ‘팽창’이라는 관점으로 근대 세계 문명사의 흐름을 짚었다. 저자는 서양 근대 팽창문명으로부터 동아시아의 내장 문명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대전환을 분석하고, 공화·민주 전통에 기반을 둔 ‘협동과 우애의 공동체’가 갈 길이라고 강조한다. 968쪽. 4만 5000원.국경일기(정문태 지음, 원더박스 펴냄) 국제분쟁 전문 기자인 저자가 태국과 미얀마(버마), 라오스, 캄보디아 국경에서 만난 인도차이나반도의 비극적 현실을 에세이로 그렸다. 미얀마 소수민족 반군, 이주 노동자 등 권력이 멋대로 그어 놓은 경계선 밖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엮었다. 440쪽. 2만 2000원.감시자본주의시대(쇼샤나 주보프 지음, 김보영 옮김, 문학사상 펴냄) 쇼샤나 주보프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정보통신(IT) 기업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이 커진 현 상황을 ‘감시 자본주의’로 명명하고 비판적으로 진단했다. 페이스북 등에서 누른 ‘좋아요’가 이들 감시 자본가들이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근원이 되고, 이들이 권력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888쪽. 3만 2000원.부모님의 집 정리(주부의 벗사 편집부 엮음, 박승희 옮김, 즐거운상상 펴냄) 일본 ‘주부의 벗사’ 출판사가 고령화 시대에 맞춰 자식의 관점에서 부모님 집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엮은 책. 2013년 일본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부모의 안전한 노후를 위해 물건을 정리한 다양한 사례와 버릴 물건들, 요양 시설 등에 대한 정보를 담았다. 240쪽. 1만 5000원.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권기대 옮김, 민음사 펴냄) CNN 국제정세 프로그램 진행자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가 코로나19와 관련한 10가지 변화와 기회에 대해 설명했다. 코로나19가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분기점이며, 글로벌 경제의 디지털화, 미국의 쇠퇴, 불평등 문제 등이 팬데믹 이후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388쪽. 1만 8500원.올해의 선택(황지운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소설가 황지운이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12년 만에 출간한 첫 소설집. 성소수자와 저소득 비정규직 등 소외 계층의 비애가 담긴 단편 8편이 실렸다. 성별과 성 정체성을 넘어 인간이 인간을 깊이 사랑하는 순간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췄다. 304쪽. 1만 4000원.
  •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 누군가 손잡아 준다면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 누군가 손잡아 준다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고 10여개 언어로 번역된 에세이집 ‘공감연습’(2014) 등으로 주목받는 칼럼니스트 레슬리 제이미슨이 자신의 알코올중독 경험과 회복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12살에 첫 술을 시작으로 술독에 빠져 지낸 20대, 이후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A) 모임을 통해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을 풀어냈다. 저자 특유의 치밀함과 솔직함을 무기로 회고록에는 그가 술과 함께 느꼈던 모든 고통과 두려움, 욕망, 수치스러운 기억까지 여과 없이 담겼다. 특히 연인이었던 데이브와의 만남과 갈등, 이별, 재결합과 그 전후로 여러 인연들이 얽힌 사랑 이야기는 이 두꺼운 책을 계속 붙잡고 싶게 만드는 주요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책은 저자의 사적 체험담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경험은 알코올중독을 다루는 시선을 더욱 날카롭게 벼렸고, 취재와 인터뷰, 아카이브 조사 연구 및 AA 모임에서 만난 수많은 중독자들의 다양한 사연은 탄탄한 데이터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사회문화적 쟁점들이 촘촘히 엮여 나간다. 알코올중독으로 잘 알려진 천재 작가들의 삶, 중독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역사, 알코올중독과 젠더·인종 차별의 관계 등 매우 광범위한 주제까지 뻗어 나간다. “모든 중독 이야기는 악당을 원한다. 그러나 미국은 중독자가 피해자인지 범죄자인지, 중독이 질병인지 범죄인지 한 번도 제대로 판단해 낸 적이 없다”는 저자의 지적은 중독 문제를 처음 바라보는 시선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무조건 처벌만 가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호전되게 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시각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독자들을 “안에서 바깥으로, 특수성에서 보편성으로, 독백에서 합창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거듭 이야기한다. 인간은 누구나 무엇에든 의존하고 중독될 수 있는 공허한 존재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작가 김진명과 온택트 만남… 강남에 ‘책꽃이 피었습니다’

    작가 김진명과 온택트 만남… 강남에 ‘책꽃이 피었습니다’

    코로나19로 지역 문화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가운데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서울 강남구가 인기 소설가와 주민들의 온택트(비대면 온라인 접촉) 만남을 준비했다. 강남구는 세계 책의 날인 23일 저녁 7시 대치동 대치2문화센터 3층에서 ‘김진명, 시대의 물음에 답하다’(포스터)를 주제로 온라인 북콘서트를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고구려’ 등으로 유명한 김 작가는 최신작 ‘직지’와 ‘바이러스 X’를 중심으로 한국인의 정체성, 인류의 역사 및 사회적 현상에 대해 강연한다. 사회는 국내 1호 북뮤지션 제갈인철이 맡으며, 가수 조다빈의 공연도 진행된다. 강연은 강남구립도서관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다. 강남구 관계자는 “누구나 실시간 댓글로 자유롭게 질문 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문화행사가 줄어들면서 느끼게 되는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2019년부터 김영하 작가와 유현준 건축가, 이국종 교수 등을 초청해 강연과 공연, 토론 등 다채로운 형식의 ‘주제가 있는 월간 인문학’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11월까지 이시형·박상미(6월), 오은영(7월), 타일러 라쉬(8월), 임홍택(9월), 채사장(10월), 김중혁(11월) 등이 북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올해는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온택트를 중심으로 한 강남열린대학을 출범시켜 한층 더 격을 높일 계획이다. 강남열린대학은 ▲세계 석학 온라인 강연회 ▲주민연사 강연회 ▲명사특강 ▲특별강좌 등으로 구성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자산어보’에서 배우는 것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자산어보’에서 배우는 것

    좋은 문학과 영화에서 얻는 것 중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곳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특정한 시대를 다룬 역사소설이나 시대영화를 읽고 보는 이유다. 역사적 사실을 아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건 시험용 지식이다.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에도 나오듯이 중요한 건 누가 뭐라고 떠들었다는 걸 외워 적는 것이 아니다. 공부(工夫)의 본뜻은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왜 배우고 익히는가? 영화에서 정약전(1758∼1816)이 창대에게 던지는 근본 물음이다. 공부에는 학문만이 아니라 기술도 포함된다. 창대처럼 물고기라는 대상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도 공부다. 공부는 단지 입신양명의 수단이 아니다. ‘자산어보’를 보면서 정약전, 정약용, 정약종 형제의 삶을 좀더 자세히 알게 됐다. 정약용은 실학의 대표자이기에 친숙한 이름이다. 형과 동생인 정약전, 정약종은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해양생물을 다룬 책 ‘자산어보’의 저자가 정약전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 책의 집필 과정에 숨은 사람과 시대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면서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영화의 힘이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모습을 영화에 비춰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나는 이 말을 인간 생활의 지속되는 반복이라는 뜻으로 우선 읽는다. 미래는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된 과거와 현재의 삶의 반복일 수 있다. 약 200년 전 시대를 다룬 영화 ‘자산어보’에서도 ‘오래된 미래’의 모습을 발견한다. 권력과 지식인의 관계가 한 예다. 영화에서 정약전과 정약용은 자신이 사는 시대의 사회 현실과 권력 구조에 대해 강한 비판의식을 지녔지만 그 대안은 사뭇 다르다. 영화에서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의 한 구절을 들어 정약전이 지적하듯이 정약용은 기본적으로 왕권 사회의 틀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개혁정치를 모색했다. 그와 달리 정약전은 왕도, 신하도, 신분차별도 없는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흑산도에서 만나 사제의 연을 맺는 창대의 행로가 보여 주듯이 두 길은 하나로 이어진다. 자신이 사는 시대가 뭔가 심하게 비틀린 시대라는 판단에서 정약전과 약용 형제는 하나로 묶인다. 창대의 착잡한 행적은 이들 형제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증거한다. 그들은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서로 존중한다. 창대가 택했던 ‘목민심서’의 길은 타락한 현실 정치의 벽 앞에서 좌절한다. 나는 여기에서 정치와 지식인의 간단치 않은 관계를 확인한다. 정치는 언제나 주어진 현실과 그 안에서 살아남는 법만을 강조한다. 공익을 앞세우는 본래의 마키아벨리즘이 아니라 타락한 마키아벨리즘인 정치공학이다. 이런 정치공학은 정치의 본뜻과 거리가 멀다. “정치(政治)는 평화 ‘治’의 실현 ‘政’이다. 평화(平和)란 글자 그대로 화(和)를 고르게 ‘평’(平)하는 것이다. 화(和)의 의미가 쌀 ‘미’(米)를 먹는 입 ‘구(口)’로 우리의 삶 그 자체라면 정치는 우리의 삶이 억압당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신영복, ‘유고집’)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창대가 목격하는 정치는 백성의 쌀을 고루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쌀을 빼앗고, 견디다 못해 백성이 자신의 양물(陽物)을 자르게 만드는 정치다. ‘자산어보’는 정치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우애와 배움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장면들이다. 우리 시대는 뭔가를 가르치려 하면 기계적 평등주의의 시각에서 ‘꼰대’ 취급하는 시대다. 배우기 위한 겸허함은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그렇게 스승도, 제자도 사라졌다. 저마다 자신만을 내세운다. 배움은 더 많은 재물과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런 배움의 역할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지만 허전하다. 정약전은 성리학을 창대에게 가르치고 창대는 자신이 아는 물고기 지식을 정약전에 가르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존중하며 가르침과 배움을 교환한다. 선생은 학생이 되고, 학생은 선생이 된다. 그런 관계는 정약전, 정약용 형제의 관계에서도 확인된다. 이들은 자신이 공부하는 것을 서신으로 알리고 배움을 청한다. 우애의 모습이다. 영화는 단지 현실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좋은 영화는 현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영화 ‘자산어보’는 그렇게 우리 시대의 모습을 비춰 보는 거울이 된다.
  • 문장부호까지 그대로… 고전 번역의 진화

    문장부호까지 그대로… 고전 번역의 진화

    세대를 불문하고 꾸준히 읽히는 해외 고전들이 새롭게 번역 출간되고 있다.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게 번역하는 작업은 번역가들에겐 도전의 영역이자, 높아진 독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기도 하다.도서출판 삼인은 최근 프랑스 소설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①를 고종석 작가의 번역으로 출간했다. 1943년 프랑스 갈리마르사에서 첫 출간한 ‘어린 왕자’는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소행성의 주인인 소년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풍자적 소설이다. 저널리스트이자 언어학자인 고 작가는 “독자들에게 프랑스어의 흐름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고 작가는 원작이 채택한 문장부호를 그대로 살렸다. 예컨대 “-다들 너무 잊고 있는 거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101쪽)에서 보듯 대화와 지문을 한 문장 안에서 분리하지 않고 프랑스식 표기를 존중한 것이다. ‘강들과 바다들’처럼 어색한 복수어도 일부러 프랑스어처럼 번역했다. 주인공 어린 왕자는 ‘그’라고 부르는 기존 번역서와 달리 ‘그 아이’라고 표현했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를 대변한다고 봤기 때문이다.새움 출판사는 영국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② 직역판을 이정서 번역가의 번역으로 내놓았다. 오웰이 1945년 공산주의를 비판하려고 지은 이 책은 동물을 의인화한 풍자 소설이다. 평소 직역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역자는 원작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기존 번역본에서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라고 했던 ‘I had no intention of doing that’을 “난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로, “내가 고의로 죽인 건 아냐”였던 ‘Who will believe that I did not do this on purpose’는 “이게 고의가 아니었다는 걸 누가 믿을까?”(53쪽)로 직역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각색 없이 부각시켰다. “캐릭터의 성격을 잘 보여 주기 위한” 의도다.문학세계사는 최인자·신현철 평론가가 번역한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③을 펴냈다. 1998년 미국 로버트 템플 부부가 주해한 책을 원문에 충실하게 완역했다. 기원전 6세기 그리스 노예 이솝이 쓴 것으로 알려진 ‘이솝 우화’는 원래 어른을 위한 처세술이 담긴 책이었다. 어린이들이 읽기에 부적합한 150여편을 삭제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교훈집으로 알려졌다. 역자들은 동성연애자의 사랑을 다룬 ‘제우스와 수치심’(32쪽)이나, 교훈보다 삶의 냉혹함만 느낄 수 있는 ‘굶주린 개’(251쪽)와 같은 이야기 등을 엮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번역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당대 사회와 문화에 맞게 번역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원전에 충실한 번역은 당연하게 추구해야 하며 이제는 학문적 깊이와 새로운 연구 경향도 반영하는 번역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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