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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인종차별 고발 흑인 여성의 삶 25센트에 처음 각인되다

    미국 인종차별 고발 흑인 여성의 삶 25센트에 처음 각인되다

    미국의 시인이자 인권운동가인 마야 안젤루가 흑인 여성 처음으로 25센트 주화에 각인됐다. AP통신 등은 10일(현지시간) 미 조페국이 새로 제작한 25센트 동전을 공개했디. 동전에는 두 팔을 좌우로 뻗은 안젤루의 모습과 새와 태양이 떠오르는 이미지가 담겼다. 미 재무부는 “안젤루의 시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그녀가 살았던 방식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동전 앞면에는 기존의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흉상이 담겨 있고, 뒷면에 안젤루의 이미지가 새겨졌다. 안젤루는 17세 때 미혼모가 되는 등 순탄치 않은 성장기를 보냈다. 1969년 자서전 형식의 소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로 흑인 여성 최초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 책은 미국 사회의 생생한 인종차별과 폭력, 성범죄를 묘사했다. 보수적인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현재까지 미국 고등학교의 필독서로 읽혀지고 있다.문학 뿐 아니라 가수, 극작가, 배우, 인권운동가 등으로 활동했다. 시낭송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3차례 수상했고,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취임식 때 흑인 여성 처음으로 축시를 낭송했다. 2010년 버락 오마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큰 영예인 대통령 자유메달을 수여받았다. 1928년 4월 4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안젤루는 2014년 5월 86세로 타계했다. 미 언론들은 그의 타계에 “거인이 영면했을 때, 우리는 마야 안젤루가 그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설명해주길 기다렸다”고 한 시대의 거인이었던 그를 추모했다. 미 조폐국은 자국 역사에서 중요한 업적을 이룬 여성들을 25센트 동전에 새기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4년 동안 20가지 이상의 25센트 동전을 선보일 방침이다. 안젤루 외에도 미국 최초 여성 우주인 샐리 라이드, 인디언 체로키 부족의 첫 여성 족장을 지낸 윌마 맨킬러 등이 25센트 동전에 각인될 후보들이다.
  • 반도체에 올인하는 日 “보조금 받고 싶으면 10년 생산 계약”

    반도체에 올인하는 日 “보조금 받고 싶으면 10년 생산 계약”

    일본 정부가 국내에서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때 ‘10년 이상 생산’을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1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러한 조건으로 대만 TSMC의 구마모토현 공장 신설에 4000억엔(약 4조 14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업체인 TSMC는 지난해 구마모토현에 22~28㎚(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일본 소니도 투자해 2024년부터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2022년 착공 예정으로 1500명이 고용될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보조금 지급에 장기적으로 생산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운 데는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역 내 고용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업체가 단기간 생산에 그친다면 보조금 반환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 신문은 “장기간 생산 외에도 반도체 수급이 어려울 때는 증산하고 반도체 기술을 해외에 유출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 등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반도체 분야에 대한 지원은 보조금만이 아니다. 자국 반도체 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 고등전문학교에서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방안을 실행하기로 했다. 일본 고등전문학교는 중학교 졸업 후 진학하는 5년제 교육기관으로 기계, 전자, 화학 등 전문 과목을 교육 과정으로 두고 있지만 반도체에 특화한 교육 과정은 없었다. 또 미국과 일본 정부는 반도체 제조 장치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 수출 규제를 위한 틀을 만들기로 했다. 미일은 중국이 이러한 첨단 기술을 이용해 자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강화에 나선다고 보고 이를 견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조성은 한국외대 교수, 한국번역학회 제12대 회장 취임

    조성은 한국외대 교수, 한국번역학회 제12대 회장 취임

    한국외국어대학교(HUFS)는 조성은 EICC학과 교수가 한국번역학회(Korean Association for Translation Studies) 제12대 회장에 취임했다고 11일 밝혔다. 임기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이다. 조성은 교수는 현재 한국외대(서울) 교무처장직을 맡고 있으며, 영상번역과 한국문화 콘텐츠 번역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해 왔다고 대학 측은 전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한국번역학회는 1999년 설립돼 명실상부 국내 최대 규모의 통번역학 단체”라면서 “한국번역학회의 성과와 위상은 ‘번역학연구’(등재학술지) KCI 피인용지수 1위 유지(통번역학 분야)와 인문학 전체 분야 KCI(2년) 영향력 지수 1위(2019년) 등의 영역·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학술서 ‘열하일기 연구’ 32년 만에 개정증보판 발간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열하일기’를 종합 고찰한 학술서 ‘열하일기 연구’ 개정증보판이 32년 만에 나왔다. 김명소 전 서울대 교수가 1990년 창비에서 낸 ‘열하일기 연구’ 초판본을 보완한 개정판을 돌베개를 통해 펴냈다. 박지원이 1780년 청나라 건륭제 칠순 잔치 참석을 위해 중국에 다녀온 뒤 남긴 ‘열하일기’는 앞서 북학론의 사상서로 인식됐고 또 ‘허생전’ 등 소설만 뽑아 분석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김 전 교수는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보고 문학·역사·철학 관점에서 두루 들여다봤다. 개정판 1부는 저자가 30년 넘게 축적한 학업 성과를 바탕으로 초판본을 보완했고 2부에는 초판본 이후 저자가 발표한 관련 논문 세 편을 실었다. 박지원 연보도 대폭 보완해 초판본의 두 배가 넘는 842쪽 분량이 됐다. 4만 5000원.
  • 인기 작가, 기다리는 대신 길러낸다… 아동문학 출판사 ‘워크숍’ 대세 굳혀

    인기 작가, 기다리는 대신 길러낸다… 아동문학 출판사 ‘워크숍’ 대세 굳혀

    신진 작가를 발굴해 교육하고 출간까지 연결하는 아동문학 출판사 워크숍이 늘어나 눈길을 끈다. 출판사는 우호 작가군을 만들 수 있고 예비 작가와 신진 작가들은 출판 현장 트렌드를 익히며 책을 낼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라는 평을 받는다. 위즈덤하우스는 지난 6일 처음으로 ‘그림책 워크숍’을 시작했다. 서현, 정진호 등 인기 작가들이 실제 작업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해 한 권의 그림책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출판사는 지난해 6~9월 보린, 방미진, 김혜정 등 유명 작가를 강사로 ‘판타지 동화 창작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박현숙 편집자는 “예비 작가만 고군분투하는 게 아니라 현직 작가와 전문 편집자, 출판사가 함께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며 “독자 설문 조사를 하다 보면 ‘학교 이야기 좀 그만 읽고 정말 재밌는 판타지를 읽고 싶다’는 답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딱 맞는 작품이 투고되길 기다리기보다 적극 발굴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웅진주니어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자사 문학상에서 아깝게 고배를 마신 신진 작가를 대상으로 ‘작가 아카데미’를 운영했는데 우수작 출간이 꾸준히 이어졌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책으로 선정된 ‘후의 목소리’ 신지명 작가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수강생 대부분 각종 문학상 수상과 책 출간 등의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신 작가의 책은 웅진주니어가 젊은 작가의 참신한 시도를 응원하며 새롭게 선보인 어린이 문학 시리즈 ‘뉴온’의 첫 책이 됐다.북극곰 출판사와 보림 출판사는 각각 ‘이루리 볼로냐 워크숍’과 ‘그림책 창작 스튜디오’라는 이름의 워크숍을 수년째 진행 중이다. 대만 등으로 수출된 조승혜 작가의 ‘동동이와 원더마우스’, 하선정 작가의 ‘스트로 베리 베리 팡팡’, 주윤희 작가의 ‘다고쳐 박사의 비밀’, 최은진 작가의 ‘나비아이’ 등은 이루리 볼로냐 워크숍을 거쳐 나온 작품이다. 해마다 9명을 뽑는데 150여명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인 그림책 창작 스튜디오를 통해서는 2020년 모스크바국제도서전 한국 전시 도서였던 권정민 작가의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비롯해 박은정 작가의 ‘채소 이야기’, 이미나 작가의 ‘터널의 날들’ 등이 탄생했다. 이루리 북극곰 편집장은 “아마추어 작가들은 드라마틱한 콘티를 만들고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것을 어려워하는데 워크숍을 통해 프로 작가로 성장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며 “작가가 기획한 것을 독자와 소통하도록 돕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 1997년 국가적 외환위기 재앙 속 실직·사업 실패 가장의 아픔 대변, 가족 몰래 방황한 사람들 큰 공감

    1997년 국가적 외환위기 재앙 속 실직·사업 실패 가장의 아픔 대변, 가족 몰래 방황한 사람들 큰 공감

    ‘무시로’ 등 4개의 노래 거친 뒤에조항조 리메이크곡 불러 ‘대폭발’20년 무명가수 생활 떨치고 비상드라마 주제가로 인기가수 반열 전국 등산로·오락실 메운 가장들‘절창’ 들으며 속울음 삼키며 위안아픔 딛고 재기할 힘 얻는 데 한몫4년여의 ‘IMF 참혹한 어둠’ 극복흔히 한 시대를 풍미할 불세출의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자질과 노력 외에도 때를 잘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대중가요에도 얼핏 보기에는 거저 뜬 노래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오랜 시간 담금질을 거치다 때를 만나 희대의 명곡으로 화려하게 등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대중가요의 운명을 여러 각도에서 이야기해 주는 노래가 바로 조항조의 ‘남자라는 이유로’다. ●1994년 박우철 노래 큰 반향 못 일으켜 이 노래의 제목은 맨 처음엔 ‘무시로’에서 ‘미워도 미워 말아요’로, 또 ‘바람불이’를 거쳐 ‘길어야 백년인데’로 바뀌다가 마지막으로 ‘남자라는 이유로’라는 이름을 달고서야 빛을 봤다. ‘이미 와버린 이별인데 슬퍼도 울지 말아요’로 시작되는 나훈아의 그 유명한 ‘무시로’가 실은 ‘남자라는 이유로’에 맨 처음 붙었던 가사다. 원래 임종수의 곡에 나훈아가 가사를 썼던 ‘무시로’는 나훈아가 그대로 발표하지 않고 스스로 곡을 다시 붙여 노래함으로써 대히트를 쳤다. 이후 김순곤이 원래의 ‘무시로’ 곡에 가사를 붙였고 ‘남자라는 이유로’가 된 것이다. ‘남자라는 이유로’는 ‘천리먼길’로 유명한 박우철이 1994년 먼저 불렀지만, 이때는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다가 조항조가 리메이크한 1997년에 대폭발을 일으켰다. 누구나 알다시피 1997년은 ‘IMF 사태’로 불리는 외환위기로 국가적인 재앙이 휘몰아쳤던 해다. 그해 한국은 국가 부도 상황에 내몰렸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나자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상응한 회생 프로그램에 따라 기업 및 경제 주체의 전방위적인 체질 개선과 구조 조정이 단행됐다.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부동산 매각에 따른 기업 사냥이 횡행했으며, 부도·명예퇴직·조기퇴직 등 대량 실업 사태가 일어났다. 이 무렵 서울의 북한산·청계산·관악산은 물론 전국의 산에는 양복을 입은 넥타이 부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가장들은 해고됐다거나 직장이 없어졌다는 말을 가족들에게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충격을 받을 가족들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가장들은 아침이면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아내가 싸 주는 도시락을 챙겨 들고 출근을 했다. 그러나 집을 나서는 순간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전국의 등산로, 또 오락실은 직장을 잃은 수많은 가장들로 붐볐다. 트로트는 아니지만 IMF 사태 이듬해 발표된 한스밴드의 ‘오락실’에도 이런 상황이 절절하게 나타나 있다. 바로 이 무렵 조항조는 박우철이 불렀던 ‘남자라는 이유로’를 리메이크해 세상에 내놓았다. ‘누구나 웃으면서 세상을 살면서도/말 못할 사연 숨기고 살아도/나 역시 그런저런 슬픔을 간직하고/당신 앞에 멍하니 서 있네/언제 한번 가슴을 열고 소리 내어/소리 내어 울어 볼 날이/남자라는 이유로 묻어 두고 지낸/그 세월이 너무 길었어’ 직장을 잃고 사회에서도 단절되고 가족들 모르게 혼자만 아픔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했던, 희망과 절연된 상태로 방황하고 있던 이 가장들에게 조항조의 절창은 바로 자신의 주제가로 들렸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실직을 당해 사랑하는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게 되면 그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시절 가장들은 ‘남자는 일생에 세 번만 우는 것’이라는 전통적 규율 아래에서 가족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눈물을 보일 수 없었고, 이 곡을 들으면서 속울음을 삼키며 위안을 얻었다. 4년여에 걸친 IMF의 기나긴 어둠의 터널 속에서 수많은 실직 가장들과 사업 실패의 아픔을 겪던 사람들을 껴안고 함께 운 곡이 바로 ‘남자라는 이유로’였다. 박우철이 부른 ‘남자라는 이유로’ 역시 가슴에 뭉클한 감동을 안겨 주는 최고의 노래였지만, 조항조의 ‘남자라는 이유로’만큼 큰 반향을 얻지 못했던 것은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항조는 이 곡을 만나 일약 스타로 부상했다. 조항조는 원래 미 8군 무대 등에서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해 오다 1978년 그룹 ‘서기 1999년’의 리드보컬로 데뷔했다. 1983~1986년엔 그룹 ‘코리아 환타지’의 리드보컬로 활동했고, 1987년엔 미국으로 건너가 ‘뉴 웨이브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오랜 기간 음악 활동을 해 왔지만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 ‘노래 잘하는 미래의 비기’로 묻혀 있던 그는 ‘남자라는 이유로’를 만나 비로소 20년 가까운 무명 생활을 떨치고 화려하게 비상했다. 조항조는 2013년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주제가 ‘사랑 찾아 인생 찾아’로도 큰 인기를 얻으며 인기 가수의 반열을 확고히 했다.●IMF 때 남자들 마음 헤아려 사랑받아 조항조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도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IMF가 오면서 남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노래라고 사랑받았다”고 곡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에 “길거리에서 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고 회상한 그는 “그래서 더 열심히 부르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사상 초유의 IMF 위기에 우리 국민들은 조국을 구하기 위한 금 모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1907년 일제가 반강제적으로 제공한 차관 1300만원을 갚기 위해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국채보상운동과 같은 애국심의 발로였다. 국가적 위기를 구하기 위해 금붙이를 들고나와 언론사마다 장사진을 치고 있는 우리 국민의 모습은 전 세계에 중계됐다. 그리고 3년 8개월 만에 IMF로부터 빌린 긴급 자금을 모두 상환함으로써 국가 부도 사태를 벗어났다. IMF의 참혹한 어둠 아래서 해고와 실직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데 ‘남자라는 이유로’도 한몫을 했을 터다. 실로 절망의 심연 속에서 핀 꽃이자 수많은 가장들을 치유해 준 희대의 명약이었던 것이다. 작곡가·문학박사
  • [이광식의 천문학+] 주경 완성!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모든 전개작업 완료

    [이광식의 천문학+] 주경 완성!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모든 전개작업 완료

    전 세계 천문학자와 우주 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복잡한 전개작업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원)가 투입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웹 망원경은 1월 8일(이하 미국동부시간) 거대한 주경의 두 번째 '날개'를 펼쳐서 주경의 단일 집광표면을 완성함으로써 길고도 위험했던 모든 전개작업을 완벽하게 매조졌다. 오전 10시 30분 직전에 마지막 거울 부분이 제자리에 고정되었다. 3시간도 채 안 된 오후 1시 17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관제센터에서 환성과 하이파이브가 터지면서 웹 망원경의 완전한 탄생을 축하했다. NASA 과학담당 부국장인 토마스 주부큰은 마지막 이정표가 세워진 뒤 웹 팀에 "우리는 궤도에 망원경을 배치했다"라고 선포하면서 "세상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놀라운 망원경이다"라고 감개무량해했다.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에서 라이브로 웹캐스트를 진행한 NASA 천체물리학자 미셸 탈러는 "나는 지금 가슴에서 이런 종류의 빛이 느껴진다. 주경의 크기는 웹과 인류에게 빅뱅이 시작된 지 불과 1억 년 후의 우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웹은 지난 크리스마스 날 남미의 유럽 우주공항에서 발사되어 우주 최초의 별과 은하를 관찰하고 흥미로운 외계행성의 대기를 탐색해 생명체의 증거가 될 수 있는 흥미로운 화학물질의 발견에 나선다. 웹은 우리가 열로 느끼는 파장인 적외선으로 우주를 볼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망원경의 광학장비와 기구는 이러한 희미한 열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극도로 차갑게 유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웹은 햇빛을 차단하는 테니스장만 한 크기의 5겹 차광막을 자랑한다.차광막의 구조 속에는 140개의 이탈장치와 70개의 힌지 조립체, 400개의 도르래 장치, 총 400m의 케이블 90개와 8개의 전개 모터가 있으며, 이 모두가 5장의 펼침막이 계획대로 전개되도록 작동해야 한다. 발사 3일 만에 시작해 일주일 정도 걸린 차광막 전개 기간 이 모든 부품은 완벽하게 작동했다. 거울을 적절한 위치에 고정함으로써 웹의 복잡한 기본 전개 단계는 종료되었다. 다음 주요 이정표는 발사 후 29일 동안 예정된 엔진 분사로, 웹은 최종 목적지인 태양-지구 라그랑주 2지점(L2) 주위의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지구로부터의 거리는 지구-달 거리의 약 4배인 150만㎞이다.웹 팀원들은 망원경이 L2에 도착한 후에도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예컨대, 웹의 주경 18개를 정확하게 정렬하여 각 낱개 거울이 단일 집광 표면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고난도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거울 정렬은 150㎚(10억분의 1m)의 정확도까지 완벽해야 한다. 이 작업은 5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종이 한 장의 두께는 약 10만㎚다. 정기적인 과학 작업은 발사 후 6개월 후인 2022년 6월 말이나 7월 초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후 최소 5년 동안 웹은 우주 최초의 별과 은하를 연구하고, 주변 외계행성의 대기에서 생명체 흔적인 화합물을 찾는 등 다양한 관측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계획 활동 기간은 10년이지만, 상황이 허락하면 수명을 그 이상으로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아하! 우주] 근무시간 ‘10억 초’ 돌파…허블우주망원경의 무한도전

    [아하! 우주] 근무시간 ‘10억 초’ 돌파…허블우주망원경의 무한도전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싶은 인류의 꿈을 담은 허블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이 작동을 시작한 지 10억 초를 돌파했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새해 1일 허블우주망원경이 작동한 지 공식적으로 10억 초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1년을 초로 환산하면 31,536,000초로 따라서 10억 초는 무려 31년의 긴 시간이다.   인류 최초로 우주 공간에 보낸 허블우주망원경은 지난 1990년 4월 25일 NASA의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힘차게 발사됐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공동 개발한 허블우주망원경은 대기의 간섭없이 멀고 먼 우주를 관측하기 위해 제작됐다. 허블우주망원경의 지름은 2.4m, 무게 12.2t, 길이 13m로, 지금도 지상 500㎞ 안팎에서 97분 마다 지구를 돌며 먼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그러나 허블우주망원경은 발사와 운영과정에서 수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초기에 보내온 사진들이 광학기기 결함으로 선명하지 못해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 그러나 NASA 측은 우주비행사들을 직접 보내 허블우주망원경의 개·보수작업을 했으며 당초 예상 수명보다 2배나 긴 지금까지도 작동 중이다.이렇게 31년의 세월동안 허블우주망원경은 150만 건이 넘는 관측 활동을 벌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천문학자들은 1만 7000건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인류는 우주의 팽창속도와 암흑에너지가 우주의 7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됐다. 30여 년 전 만 해도 우주망원경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분위기는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으며 그 바통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물려받았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발사된 JWST가 현재 '근무지'로 날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JWST는 허블과는 전혀 다른 우주망원경이다. 육각형 거울 18개를 벌집의 형태로 이어붙여 만든 주경은 지름이 6.5m로, 2.4m인 허블보다 2배 이상 크다. 따라서 집광력은 7배가 넘는다. JWST가 머무는 곳도 허블과는 판이하다. 고도 500㎞ 안팎의 지구 저궤도를 돌며 우주를 관측한 허블과는 달리 지구-달 거리의 약 4배쯤 되는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이 근무 지역이다. 또한 JWST는 적외선 관측으로 특화된 망원경인데, 긴 파장의 적외선으로 관측할 경우 우주의 먼지 뒤에 숨은 대상까지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이런 특징을 종합하면 JWST의 관측 능력이 허블 망원경보다 100배 클 것으로 평가된다.    
  • 들어는 봤니, 그림책 영상 잡지 ‘그림책왓’ 눈길

    들어는 봤니, 그림책 영상 잡지 ‘그림책왓’ 눈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는 국내 최초 그림책 영상 잡지 ‘그림책왓’이 눈길을 끌고 있다. 책읽는곰 출판사는 한국 그림책·그림책 작가에 대한 전문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그림책을 깊이 있게 들여보기 위해 ‘그림책 왓’을 만들었다고 7일 밝혔다. ‘그림책왓’은 김서정·김지은 아동 문학 평론가, 신혜은 그림책 심리학자, 천상현 그림책 기획자 등 그림책 분야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 꾸려나간다.지난 4일 공개된 첫 호 영상에는 백희나 작가가 깜짝 등장해 대표작인 ‘알사탕’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했다. 나무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고 낙엽이 주인공 동동이에게 인사하는 장면을 두고 백 작가는 “작품 전체를 통틀어서 이 장면이 제일 중요한 장면이었고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라며 “동동이가 햇살 속에서 성장하는 장면이자 이별과 만남의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또 동동이 친구의 스웨터가 ‘구름빵’의 홍시가 입었던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보관해 왔는지는 아실 거다. 이게(구름빵이) 내가 만든 것이라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서 백 작가는 한솔수북 등과의 ‘구름빵’ 저작권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바 있다.‘그림책왓’은 그림책 토크, 그림책 히스토리, 그림책 아티스트, 그림책 패런팅, 그림책 인사이드까지 모두 다섯 개의 카테고리로 운영된다. 그림책 토크는 최근 화제가 된 그림책을 네 전문가가 함께 깊이 들여다보고 작가와 이야기 나누는 코너이다. 백 작가에 이어 이수지, 이지은, 소윤경 작가 편도 제작될 예정이다. 그림책 히스토리는 김서정 평론가가 그림책의 역사 전반에 대해 들려주는 코너이다. 고전 그림책을 통해 앞으로 그림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한다. 그림책 아티스트는 김지은 평론가가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꾸준히 작업을 해 나가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들려주는 코너다. 그림책 패런팅은 신혜은 교수가 맡아 그림책으로 영유아의 발달심리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림책 인사이드는 천상현 그림책 기획자가 작가들의 작업 현장을 찾아가 작업 과정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된다. 우지영 책읽는곰 편집장은 “최근 국내 그림책 작가들의 창작 역량이 쌓이고 해외 유수의 그림책상 수상이 이어지면서, 한국 그림책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림책과 작가에 관한 이야기의 장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며 “‘그림책왓’이 이러한 독자와 작가, 업계 종사자들의 요구를 두루 충족시킬 수 있는 공신력 있는 매체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전시] 서울갤러리 추천 1월 두 번째 주말 전시

    [전시] 서울갤러리 추천 1월 두 번째 주말 전시

    서울신문이 운영하는 미술전문 아트플랫폼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는 1월 두 번째 주말을 맞아 주변의 가볼 만한 미술 전시를 추천한다. 시각 예술가 파트리샤 비엘의 개인전 ‘스모크 시그널 투 아더 월드(Smoke signals to other worlds)’가 다음 달 2일까지 부산시 해운대구 뮤지엄 다에서 열린다. 파트리샤 비엘의 첫 국내 개인전으로 미디어 영상 작품 3점과 사진 작품 20점을 포함해 총 23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의식적으로 어느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는 행위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방법인 연기 신호를 통해 소통의 가능과 불가능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018년부터 4년에 걸친 작업은 파타고니아의 황량한 풍경에 연기 신호를 발사하기 시작해 대서양의 해변, 고원의 협곡, 안데스산맥 등지에서 진행됐다.김도형 사진전 ‘풍경이 마음에게 그 두 번째, 겨울’이 오는 14일까지 서울신문사 1층 서울신문·서울갤러리 특별전시장에서 열린다. 지난해 서울신문 서울갤러리가 진행한 ‘제 2회 전시 작가 공모’ 선정작가 11인 중 첫 번째 전시다.  김 작가는 중학교 때부터 풍경 사진을 찍기 시작해 30여 년간 언론사 포토저널리스트로 활동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40여 년간 찍은 많은 분량의 사진 중에 비교적 최근에 찍은 겨울풍경을 선보인다.  그가 담아낸 풍경사진은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닌 인간 내면의 감정이 담겨있다. 새, 나무, 안개, 눈 등의 피사체를 즐겨 포착하며, 대부분 사진에는 여백이 있다. 여백은 작품을 감상하는 이에게 심리적 이완을 주면서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이정숙, 한정혜, 최향정, 신승혜 외 총 17인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 ‘자수 오디세이’가 다음 달 27일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자수 문화의 발전을 연대기 별로 살펴보며 작품의 아름다움과 다양한 기법을 소개한다. 동시에 자수 문화를 지켜나가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주목한다.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인 자수장들의 인내와 끈기가 담긴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시에는 새해를 맞아 복되고 경사스러운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자수의 주요 테마인 길상의 의미를 담았다. 전시를 돌아보며 저마다 새해 소망과 염원을 함께 비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정남선 작가의 개인전 ‘태평성대 -호랭이 꽃愛 빠지다’가 다음 달 5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장은선 갤러리에서 열린다. 호랑이 작가로 알려져 있는 정 작가가 임인년 호랑이해를 맞아 어려운 시국에 태평성대를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꽃에 빠진 행복한 호랭이’ 작품을 선보인다.  그가 묘사하는 호랑이는 포효하는 용맹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상징적이고 친근감 있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호랑이와 까치, 모란, 나비 그리고 가옥과 아이들이 어우러지는 구성은 조형공간을 뛰어넘는 문학적인 서정미를 발설하고, 환상의 세계를 넘나든다. 작품 속 호랑이는 희화적이고 해학적인 이미지로 묘사해서 핑크와 하늘색의 따듯한 색감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한 해의 시작을 유쾌한 호랑이 기운을 받으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산지천갤러리 기획전 ‘산지천, 복개를 걷어내고’가 오는 3월 13일까지 제주도 제주시 산지천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에는 김기라, 박지혜, 이승수, 진계영, 프로젝트레벨나인 등이 참여했다. 복개와 복원을 거치며 변화해 온 산지천의 역사와 기억을 미디어, 설치, 증강현실 등 새로운 예술의 형태를 통해 조명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산지천갤러리에서 아카이빙한 자료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작업을 진행하며 산지천을 예술적 시각에서 탐구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식물원, 극장, 게임 플레이그라운드와 같은 다양한 컨셉을 통해 제시된다. 더불어 증강현실을 통해 산지천의 미래 풍경을 제시한다. 전시는 산지천 지역이 가진 고유의 가치를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롭게 모색하고자 한다. 더 많은 전시 소식과 자세한 전시내용은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 사이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 휴관 혹은 예약제로 전시장 운영 상황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방문 전, 전시장 운영정보를 확인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바란다.
  •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 동화작가 정채봉 21주기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 동화작가 정채봉 21주기

    ‘오세암’과 ‘초승달과 밤배’ 등으로 유명한 동화작가 정채봉 선생의 21주기를 맞아 아동문학 문인들이 기일인 9일까지 추모 기간을 갖는다. 선생의 지인과 제자 문인들은 생전에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공부한 공간 사진, 고인의 육필 원고, 추억이 담긴 물건 등을 선생이 만든 동화창작 아카데미인 ‘동화세상 동화학교’ 커뮤니티에 공유한다. 8일에는 선생이 오랫동안 근무했던 샘터사와 가까운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당에서 위령 미사를 봉헌한다.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믿었던 선생은 동화의 독자층을 성인으로 확대시켜 한국 아동문학의 예술적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8년부터 동화창작 강좌를 열었고 이후 ‘동화세상 동화학교’로 확대하는 등 후배 작가를 양성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지난 10주기에는 제자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정채봉문학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선안나 작가는 “과거에 아동문학을 성인 문학의 아류 정도로 치부하던 그릇된 인식을 바꾸는 데 굉장한 기여를 한 분이 정채봉 선생님”이라며 “‘아무리 세상이 흙탕물 같아도 거기에 동심 한 방울 보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던 선생님을 기억하고 동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마음을 생각하며 추모의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 ‘눈요기’ 전락한 디스토피아

    ‘눈요기’ 전락한 디스토피아

    유독 물질 유출됐던 마을 관광재난의 타자화에 일종의 경고“시간 흐르면 죽음도 투어 대상”잔혹한 참상이 일어났던 비극의 장소를 여행하는 ‘다크 투어리즘’은 재난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다시는 이런 고통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이뤄진다. 하지만 여행객은 자신에게 직접 닥치지 않은 재난에 대해 그 고통을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재난의 피해를 직접 겪은 이들은 이 같은 외지인의 방문을 접하고 어떤 심정을 느낄까. 2017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 이후 한국 문학의 미래를 여는 젊은 작가로 자리매김한 김초엽의 신작 SF소설 ‘므레모사’는 출입이 금지된 재난 지역에 감춰진 진실과 예상을 뒤엎는 결말로 독자들을 전율케 한다.가상의 국가 이르슐에는 유독성 화학물질 유출 사고로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마을 므레모사가 있다. 이르슐 정부는 사고 이후 수십 년이 지나 재난지역인 므레모사 관광을 허용하고,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어 기계 다리를 착용한 무용수 유안을 비롯한 6명이 추첨을 통해 관광에 참가하게 된다. 유안은 여행 첫날밤 다른 방문객들로부터 끔찍한 참사를 겪은 뒤 므레모사로 귀환한 사람들의 신체가 ‘좀비’처럼 변했다는 소문을 듣는다. 하지만 실제 만나 본 귀환자들은 겉보기에 멀쩡했고, 므레모사는 오염된 땅처럼 보이지 않았다. 방문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에 홀린 듯 저마다 여행 목적도, 돌아갈 생각도 잊은 채 므레모사에 머물게 되고 유안이 홀로 분투하는 과정에서 귀환자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작가는 전작 ‘지구 끝의 온실’에서는 독성 먼지에 고통받는 세계 속에서 고립된 공간 프림빌리지를 인류의 유일한 희망으로 제시했었다. 이번엔 지구 전체가 아닌 특정 지역에만 닥친 재난으로 범위를 축소하며 재난이 불러일으키는 공포와 트라우마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내 재앙이 아니기 때문에 관광할 수 있다’며 남의 재난을 눈요깃거리로 삼는 세태도 꼬집었다. 유안을 제외한 므레모사 방문객들은 아무에게도 공개된 적 없는 이곳을 자신들이 최초로 방문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때로는 주민들을 도우러 왔다는 시혜의식을 내비치기도 한다. 끔찍한 비극 이후에도 기이하게 이 죽음의 땅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 이목을 끄는 가장 큰 이유다.하지만 방문객들이 기억을 잃고 의식을 장악당하는 것은 재난을 타자화하는 데 대한 일종의 경고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주목할 만한 것은 주인공 유안이 기계 다리에 의존해야 하는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살던 세계에서 다리를 절단한 뒤 환지증에 시달리고 무용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재활훈련을 거듭 했다. 이런 유안에겐 오히려 남을 의식하며 살 필요 없는 므레모사라는 기형적 공간이 더욱 편안하게 여겨진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일본 후쿠시마나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연상케 하는 므레모사에서 발생한 재난이 그려 내는 풍경은 재난 이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와 함께 ‘왜 우리는 재난을 그토록 재현하며 반복하려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시간이 흐르면 어떤 죽음은 투어의 대상이 된다. 여행자는 자유롭게 넘나드는 존재이면서 침범하고 훼손하는 존재”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SF소설이지만 미스터리와 공포, 판타지적 상상력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어우러진다는 점이 이 소설의 묘미다. 디스토피아를 인간사의 다양한 풍경과 결합해 인상적으로 부각시킨 이 작품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 [이광식의 천문학+]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설치 9부 능선 넘었다

    [이광식의 천문학+]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설치 9부 능선 넘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우주선에서는 한 번도 수행된 적이 없는 전개 작업 중 하나인 부경 전개를 오늘 성공적으로 완료함으로써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부경은 삼각 지지대를 구성하는 8m 길이의 다리 3개의 꼭지점에 고정됐다.   주경의 맞은편 삼각대에 부착되어 있는 지름 0.74m의 부경의 임무는 금으로 코팅된 주경이 수집한 빛을 받아 주경의 중앙에 있는 구멍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 구멍을 통해 빛은 세 번째 거울에 도달하여 망원경의 기기에 반사된다.  1월 5일(이하 미국 동부표준시) 볼티모어에 있는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 웹 운영센터 운영자는 발사 중 다리를 접어 고정하는 걸쇠를 풀었다. 모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처음에 아주 작은 움직임을 수행한 후, 전개 절차를 시작하여 10분 동안 다리들이 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는 TV 채널을 통해 이 작업의 전개과정을 생중계했다.거울이 정위치했다는 확인 메시지는 오전 11시 30분경에 도착했다. 그런 다음 작업자는 최소 10년 임무 기간 동안 부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걸쇠로 삼각대를 고정시키기 위해 30분을 더 작업했다. 메릴랜드주 그린벨트에 있는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제임스웹 프로젝트 매니저인 빌 오크스는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 지구에서 약 100만km 떨어진 지점에 실제로 망원경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정말 모두 축하합니다" 하고 덧붙였다. 부경 전개는 웹의 전체 전개 중 최고난도인 테니스장 크기의 차광막을 전개한 지 하루 만에 이루어진 셈이다.  1월 6일 운영자는 과학 기기에서 열을 제거하도록 설계된 망원경 뒷면의 라디에이터 포장을 해체한다. 그런 다음 발사를 위해 접어서 탑재시켰던 6.4m 주경 조립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웹은 육각형 거울 18개를 벌집의 형태로 이어붙여 만든 주경은 지름이 6.4m로, 2.4m인 허블보다 2배 이상 크다. 따라서 집광력은 7배가 넘는다. 18개의 육각 거울은 얇은 금을 코팅한 베릴륨으로 만들었다. 금의 빛 반사율이 98%로 가장 높기 때문이다.  웹이 머무는 곳도 지구 저궤도를 도는 허블과는 판이하다. 웹의 임무 수행지는 지구-달 거리의 약 4배쯤 되는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이다. 이 L2 지점은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과 지구의 원심력이 같은 곳으로, 별도 추진 장치 없이 망원경이 지속적으로 지구 궤도를 돌 수 있다. 1월 말이면 웹은 모든 전개를 끝낸 상태에서 이 주차구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웹의 관측 능력이 허블 망원경보다 100배 클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웹이 ‘빅뱅’ 직후, 즉 135억 년 전쯤 출발한 빛을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주가 탄생 직후 어떤 모습이었는지 볼 수 있다면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세밀한 우주 진화 과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웹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천문학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 [문화마당] 서명본전을 기다리며/손택수 시인·노작홍사용문학관 관장

    [문화마당] 서명본전을 기다리며/손택수 시인·노작홍사용문학관 관장

    한 해 동안 쌓인 책이 채석강 퇴적층이 되었다. 서가를 넘쳐난 책들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뻗쳐올라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의식 중의 하나가 이 퇴적층을 깎아 내는 일이다. 나는 변산반도를 휘감는 파도처럼 켜켜이 쌓인 층층을 남독하는 것으로 새해맞이 여행을 대신한다. 가장 많이 정체된 잡지류가 제일 먼저 뚫리고, 다음으로 출판사 증정본들이 관심사의 유무에 따라 분류된다. 마지막은 곤혹스러운 선택의 시간이다. 저자의 친필 서명본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을 남기고 버릴 것인가. 출산의 기쁨을 지인들과 먼저 나누고자 정갈한 마음으로 돌에 새기듯이 집중을 했을 작가들을 생각하면 저마다의 고유한 필체가 뿜어내는 숨결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담백한 서체부터 짧은 인사말을 겸하거나 낙관을 곁들이고 그림을 더해 저마다의 개성을 뿜어낸다. 이해인 수녀님의 서명본은 문방구의 반짝이 스티커들과 사인펜 꽃그림까지 어우러져서 그대로 하나의 장르라고 봐도 무방하지 싶다. 작품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자료적 가치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한다. 쉽지 않다. 여기에 작가들과의 친분 관계가 더해지면 장서인을 남길 책의 운명이 결정된다. 그마저 쉽지 않다. 과욕을 절제하지 못하면 그렇지 않아도 좁은 집안이 온통 책무덤이 되고 말 것이다. 문단 말석에 첫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품을 수 있는 평수의 한계가 분명해서 삼엄하고 강파른 칼날을 휘둘러야만 했다. 이사가 잦던 시절 내게 미니멀리즘은 유행하는 소비 패턴이 아니라 숨 쉴 틈을 마련하고자 하는 애면글면의 안간힘 같은 것이었다. 그러다가 버린 책을 다시 구입해야 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한번은 헌책방에서 자신의 친필 서명본을 발견한 후배 소설가로부터 항의를 받고 적잖이 난감했던 일도 있다. 창작촌과 카페를 작업실로 하여 유랑하던 시절이었으나 할 말이 없었다. 작품집을 내기 위해 겪었을 인고의 시간을 모르지 않았기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날 밥과 술을 사며 겨우 용서를 구했을 것이다. 그 뒤로 내 이름이 있는 서명본과 독하게 이별을 결심했을 때는 꾀를 내서 서명이 있는 내지를 잘라내거나 서명 부분만을 가위로 오려 내어서 파기하는 버릇을 들였다. 짓궂은 독자들이 헌책방에서 구한 서명본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봉변을 당하는 일도 간혹 일어난다고 하니 책에 상처를 내는 곤혹 따위는 어서 떨쳐 버려야 했다. 그러나 이 잔꾀가 어쩐지 떳떳치 못하고 찜찜했다. 명색이 간서치를 꿈꾸면서 책에 상처까지 내며 지켜야 할 명예란 게 무엇인가. 몇 해 전부터는 아예 내지에 따로 포스트잇처럼 별지를 붙여서 책을 손상하지 않고 떼어낼 수 있도록 배려를 한 책들이 오기 시작했다. 참으로 민망한 일이었다. 헌책방과 고서점에서 친필 서명본은 환영을 받는다. 일본의 수집가들에겐 곱절로 유통된다고 한다. 인사동의 근대서지 전문가들도 그 가치를 인정한다. 저자의 친필 서명본일수록 폐지가 될 운명을 벗어나 새 주인을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시절 인연이 다하여 떠나보낸 책들이 또 다른 공유의 장 안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야속한 마음에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올해는 비난을 감수하고 책에 상처를 내지 않았다. 눈 밝은 누군가 수집한 서명본전을 기획해 볼 법도 하다.
  • [정은귀의 詩와 視線] 사랑하지 말라는 사랑/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정은귀의 詩와 視線] 사랑하지 말라는 사랑/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나 바라노니 내 아이가절대로 사랑하지 않기를.나 바라노니 내 아이가절대로 사랑하지 않기를.사랑은 널 다치게 할 테니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랭스턴 휴스 ‘사랑을 탄식함’에서 첫 시작이 중요하다며 새해 첫날 만보 걷기를 했고 뻣뻣한 몸을 늘리며 요가를 했다. 다음날엔 시를 쓰며 보람된 새해 아침을 축원했다. 칼럼도 첫 글이 중요하다며 희망의 말로 독자들을 만나려고 많은 시들을 미리 골라 놓았다. 시의 바다를 유영하며 글을 쓰려는 찰나, 전화를 받았다. 투병 중이던 이모님이 갑자기 나빠지셨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은 준비 안 된 시간에 들이닥친다. 나를 특히 아껴 주신 분과의 영별은 상상 너머의 일. 희망의 시들이 낯설다. 눈물 그렁그렁, 간신히 마음 다잡아 컴퓨터 앞에 앉는다. 며칠 전 뵐 때 정신 혼곤한 중에 이모님 하신 말씀. “은귀야, 젊을 때 진 너무 빼지 마라.” 랭스턴 휴스(1901~1967)의 이 삐딱한 시는 그 황망 중에 생각난 시다. 휴스는 미국의 남성 시인인데, 이 시는 사랑에 빠졌다가 배신당한 여성의 목소리를 취한다.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내세워 시를 쓰는 시인들이 많기에 여성 화자의 등장이 놀랄 일은 아니다. 믿었던 사랑을 잃고 상심한 화자는 강으로 간다. 강가에서 사랑을 생각한다. 사랑은 위스키와 같고 적포도주와 같기에 행복하려면 늘 사랑에 빠져 있어야 한다니, 그건 불가능한 일. 화자는 높은 탑에 올라가 자기를 배신하고 떠난 남자를 생각한다. 시는 “바보 같은 나, 그만 떨어져야지”로 끝난다. 통속소설 같은 비극적인 결말! 사랑? 해? 말아? 아니, 해야지, 사랑 안 하고 어찌 사는가!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사랑을 고상하고 아름답게만 다루는 습속을 깨고 싶었다 한다. 엄마는 딸에게 사랑은 아프고 슬픈 일이라는 걸 미리 알려 주고자 한다. 살며 사랑하는 일은 늘 어렵다. 환희와 아픔, 믿음과 배반, 숭고와 통속, 지리멸렬이 함께하는 일이다. 휴스의 독특한 사랑 시는 이모님이 병중에서 자기 생을 돌아보며 내게 전하신 간곡한 사랑의 메시지와 닮은 ‘살핌’의 시선이다. 늘 최선을 다하신 결곡한 분이 “살아 보니 아무것 아니더라. 너무 애쓰지 말고 너를 아껴라” 당부하셨다. 시인의 시는 믿음이 망가진 세상의 통속성을, 이모님 말씀은 생의 필멸을 직시하게 한다. 영원하리라 생각했던 것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게 된 눈이다. 눈 뜨고 있어도 보지 못하는 우리를 깨우치는 시선이다. 죽을 것 같던 시의 화자는 아마도 죽지 않고 눈물 쓱 닦고 다시 씩씩하게 잘 살았을 것 같다. 사랑 별거 아니야, 하며. 팬데믹 시절의 병동,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모님은 어쩔 줄 몰라 서성대는 자손들의 당혹을 오히려 달래 주신다. 괜찮아. 겁먹지 마. 오는 일은 굳건히 맞으면 돼. 별일 아니야. 너무 진 빼지 말고 살아. 너무 진 빼지 말고 살아.
  • 오래된 도시 한켠, 고래잡이 시절 추억을 걷다

    오래된 도시 한켠, 고래잡이 시절 추억을 걷다

    냉동창고가 문화 공간으로 변신장생포문화창고서 ‘오션뷰’ 감상고래박물관·고래문화마을 인접 ‘울산큰애기 이야기길’ 3개 구간사람이 사라진 ‘똑딱길’에서 시작‘추억길’ ‘읍성길’까지 2시간 코스 태화강 따라 자박자박 걷는 재미저녁엔 십리대숲 은하수길 ‘반짝’어느 도시나 옛 도심은 있다. 울산도 마찬가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대 도시가 됐지만, 도시 한켠엔 뜻밖에 오래된 풍경들이 남아 있다. 문화와 예술의 새옷을 걸쳐 입은 채로다. 도시를 ‘광산’에 비유한다면 이런 공간들은 주민의 정서를 붙잡아 주는 ‘카나리아’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해돋이와 해넘이 여행을 취소한 이라면 더욱 제격이다. ‘고래의 고향’ 장생포항에서 서정적인 해넘이를, 명선도에서 장엄한 해돋이를 만나면 되니 말이다.‘장생포문화창고’부터 찾는다. 버려지다시피 했던 옛 냉동창고가 문화와 예술이 넘실대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문화창고 누리집은 스스로를 ‘엄혹한 세상의 카나리아로 살고 싶은 예술가들과, 그들이 만들어 낸 것들을 기꺼이 향유하기를 원하는 시민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광부들의 안전을 지켜 줬다는 ‘광산의 카나리아’에 비유한 표현일 텐데, 살벌한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이 따스한 정서를 잃지 않도록 든든한 받침목 노릇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장생포문화창고는 6층이다. 전망대를 겸한 ‘루프 톱’까지 포함하면 7층까지 활용되고 있다. 이름에서 보듯 문화창고가 들어선 곳은 장생포항이다. 예부터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명성이 ‘떠르르’했던 곳이다. 문화창고는 포경업을 비롯한 각종 어업이 활황일 때 고래 등의 생선을 보관하던 냉동창고였다. 주변을 압도하는 건물의 높이에서 당시 이 일대 어업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후 고래잡이가 금지되고 어업이 쇠퇴하면서 쓸모를 잃은 건물을 지난해 6월 문화 시설로 새단장해 개관했다.실질적인 전시공간은 2층부터다. 5층의 문화예술인 공유사무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모두 전시, 공연장이다. 6층 북카페에선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다. 이 건물의 최대 미덕은 모든 층이 ‘전망 맛집’이라는 거다. 항구 쪽 외벽은 모두 통창이다. 장생포항에 정박한 수많은 배들과 울산 공단이 만들어 내는 특유의 오션뷰가 창문 너머로 펼쳐진다. 특히 울산공단의 저물녘 풍경은 ‘백만불’짜리라 할 만하다. 화려하면서 음울한, 어딘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는 저물녘 풍경이 압권이다.●곱고 상냥한 중구여성 ‘울산큰애기’ 주변에 볼만한 곳이 많다. 고래박물관은 국내 포경 관련 자료와 유물들을 수집해 전시하는 공간이다. 맞은편의 고래생태체험관에선 다양한 바다생물과 만날 수 있다. 건물 초입에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미국의 동물학자이자 탐험가다. 1914년 당시 ‘악마 고래’라 불리던 귀신고래를 ‘한국계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라고 처음 이름 붙였다고 한다.고래문화마을은 포경산업이 절정에 달했던 1960, 70년대의 장생포 풍경을 실물 그대로 복원한 곳이다. 이 마을 뒷산에 고래조각공원이 있다. 혹등고래, 귀신고래 등의 실물 조형물을 전시하고 있다. 울산대교를 배경 삼아 ‘인증샷’ 찍기 딱 좋다. 울산 시내에선 중구 성남동과 옥교동 일대에 원도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울산은 1970, 80년대 한국의 ‘산업 수도’였다. 당대의 흔적 위에 트렌디한 요즘 문화가 덧씌워져 있다.이 일대를 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울산큰애기 이야기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울산큰애기’는 중구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유난히 피부가 곱고 상냥한 성품의 중구 여성을 일컫는다. 가수 김상희가 1969년 발표한 노래 ‘울산 큰애기’가 모티브가 됐다. 울산큰애기 이야기길은 3개 구간으로 나뉜다. 성남동 문화의거리~중앙동 주민센터 2.5㎞ 구간이 ‘울산큰애기길’, 똑딱길~청춘고복수길~시계탑 1.6㎞ 구간이 ‘추억길’, 울산읍성 일대 800m 구간이 ‘읍성길’이다. 전 구간을 다 돌아본다고 해도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편의상 이름으로 구분했을 뿐, 길은 어디로든 통한다. 외지인들은 관광안내소 역할을 하는 ‘울산큰애기하우스’를 기점으로 삼는 게 좋을 듯하다. 여기서 작은 길을 건너면 ‘똑딱길’이 시작된다. ‘똑딱길’은 시계소리를 차음해 지은 이름이다. 격동의 산업화 과정에서 성공과 좌절을 맞본 이들이 과거를 돌아보고 서로를 토닥토닥 위로하자는 의미를 담았다.●성남동엔 그시절 낭만 꽃피운 다방 ‘똑딱길’은 입구가 좁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현지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실제 1990년대 이후 이 골목에서 사람 그림자가 사라졌다고 한다. 더럽고 어두워서 간 큰 사람도 선뜻 들어가질 않았다는 것이다. 울산 사람들은 이 길에 ‘시간의 골목’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경제개발의 그늘에서 길러 낸 자식들이 먼바다를 돌아 회귀할 날을 기다린다는 바람을 담은 표현이다.화분, 벽화 등으로 장식된 ‘똑딱길’이 끝나면 곧바로 ‘청춘고복수길’이 이어진다. 가요 ‘타향살이’로 사랑받은 울산 출신 가수 고복수(1911~72)를 테마로 조성한 길이다. 150m 거리에 다양한 포토존과 볼거리를 조성했다. 예전엔 성남동 일대에 다방이 많았다고 한다. 문화 시설이 전무했던 그 시절, 다방은 전시장이자 문학과 낭만이 꽃 피던 공간이었다. 당시 이 거리를 활보하던 모던 걸, 모던 보이들의 아침 인사가 ‘모닝커피 했습니까?’였다나. 커피 잔을 내밀며 ‘모닝커피 했습니까?’라며 묻는 남성의 조형물이 이 거리에 세워진 이유다. 바로 옆의 시계탑은 울산 원도심의 랜드마크다. 일제강점기 성남역사 자리에 조성됐다. 매시 정각에 모형기차가 시계탑 돔 위를 도는 퍼포먼스를 펼친다.이웃한 복산동엔 서덕출공원이 있다. 아동문학가 서덕출을 기리는 근린공원이다. 울산에서 가장 많은 야외 조각작품을 전시한 곳이라는 홍보 문구와 달리, 작품의 수가 많지 않아 아쉽다. 사방이 아파트 공사장이어서 오가기도 쉽지 않다.도심을 어슬렁대다 시원한 풍경이 보고 싶어지면 태화강으로 나가면 된다. ‘젊음의 거리’에서 성남나들문을 나서면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인 태화강이다. 강변을 따라 자박자박 걷는 재미가 각별하다. 홍수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10리에 걸쳐 조성했다는 십리대숲이 핵심 볼거리다. 저녁엔 대숲 안에 ‘은하수길’이 펼쳐진다. 십리대숲 내 600m 구간에 조명을 달아 별들이 반짝이는 은하수처럼 꾸몄다. 해거름엔 겨울 철새인 까마귀들이 현란한 군무를 선보인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이번 여정에선 만날 수 없었다.
  • “언제, 어디서나 독서”… ‘책 읽는 금천’에서 ‘책 쓰는 금천’으로 진화

    “언제, 어디서나 독서”… ‘책 읽는 금천’에서 ‘책 쓰는 금천’으로 진화

    서울 금천구에 사는 주민 A씨는 이른 새벽 독산역 2번 출구 앞 스마트 도서관을 찾았다. 자판기처럼 생긴 기기에는 신간, 베스트셀러 등 500여권이 비치돼 있었다. A씨는 터치스크린으로 책을 검색한 뒤 모바일 회원증으로 책을 대출했다.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이동하며 책을 읽었다. 퇴근 후 A씨는 동네 미용실을 방문했다. 염색하는 동안 미용실 한쪽에 있는 ‘살롱책방’ 책장에서 책을 골라 읽었다. 살롱책방의 책들은 인근 구립도서관에서 매달 새로운 책으로 바꾼다. A씨는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책을 기부했다. ‘매일 20분으로 독서기부’ 프로그램 참여자인 A씨는 책을 읽을 때마다 포인트가 적립되고 일정 부분 포인트가 쌓이면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과 함께 공동 책 기부자로 등록된다. 날이 어둑해지자 A씨는 도서관을 찾았다. ‘퇴근하고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A씨는 마음속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면서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A씨와 수강생들의 글이 완성되면 작품집도 발간하고 출판기념회도 열릴 예정이다. 집에 돌아온 A씨는 초등학생인 아이와 식탁에 앉았다. ‘테마가 있는 책꾸러미’에 들어 있는 책을 아이와 읽고 서로 대화를 나눴다. 꾸러미에는 관련 체험 키트가 들어 있어 아이와 독후 활동을 하며 추억을 쌓았다. 가상 인물 A씨의 하루를 통해 그려 본 ‘책 읽는 도시’ 금천구의 모습이다.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회장 도시인 금천구는 주민이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독서 문화를 활성화하고 있다. 구는 내년까지 진행하는 독서문화활성화 중기계획을 발표하고 30개의 추진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구는 주민이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어디서나 10분 내 도서관 ▲금천 구립대표도서관 건립 ▲희망도서 바로대출 ▲살롱책방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동네 미용실에 ‘살롱책방’ 설치 구는 1999년 2월 독산도서관 첫 개관 이후 현재 공공도서관 4개, 공립작은도서관 11개, 사립작은도서관 13개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부터 공공도서관 2곳을 리모델링하고 책달샘숲속도서관을 개관했다. 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24시간 무인대출 반납시스템인 스마트도서관을 만들었다. 새마을문고에서 운영하던 공립작은도서관은 구 운영체제로 변경해 주민이 좀더 편하게 다양한 책과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시흥동 기아자동차 특별계획구역 내 대표도서관 건립을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내년 착공해 2026년 개관 목표인 도서관은 전체면적 5113㎡에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언제나 일상생활 속에서 독서가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매일 20분으로 독서기부 ▲시니어 인문학·노년의 몸 공부·복된 인생 북(BOOK)된 인생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독서기부는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매일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마련됐다. 또 주민의 독서와 기업의 사회공헌을 연계, 저소득층에게 책을 기부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사업이다. 시니어 인문학과 같은 프로그램은 노인이 일상에서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문화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고안됐다.책을 혼자 읽는 게 아니라 가족, 주민과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책 읽는 가족 ‘테마가 있는 책 꾸러미’ ▲책볶음밥·책 엄마 등과 같은 사업도 추진한다. 책 읽는 가족 사업은 초등학생 자녀와 부모가 함께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통해 정서적 교감을 느끼도록 하는 사업이다. 책볶음밥·책 엄마 사업은 지역 초등학교와 학부모, 작은 도서관이 협력해 책 읽어 주는 수업을 진행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부터 이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지만, 2019년의 경우 모두 140여명의 책 엄마가 8개 작은도서관과 13개 초등학교에서 활동을 진행했다. 또한 금천구는 ‘책 읽는 금천’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책 쓰는 금천’으로 진화하고 있다. 구는 ▲퇴근하고 글쓰기 ▲금천 역사 기록단 ▲꿈꿈프로젝트 ▲나도 작가다 등의 사업을 통해 주민 작가를 배출하고 있다. 퇴근하고 글쓰기는 1인가구 혹은 직장인 대상이며 꿈꿈프로젝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금천 역사 기록단은 초등학생부터 전문 작가까지 참여하며 사라져 가는 골목 등 지역의 구석구석을 다양한 시각에서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지난해 구립도서관에서 주관한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은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될지 몰랐어’, ‘우리들의 행복한 동화’ 등과 같은 책을 출간했다.●시흥동 대표도서관 2026년 개관 이 밖에도 구는 영상과 오디오 장비를 갖춘 온스테이지를 구축해 비대면 독서프로그램 등을 만들고 오디오북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변화하는 독서 환경에 발맞추고 있다.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마을사서’도 양성하고 있다. 마을사서는 도서관 관리에 필요한 책 분류, 도서 정리 방법 등 전반적인 사서 교육을 받고 작은도서관 등에서 자원활동가로 일하는 사업이다. 이재활 구 문화체육과장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타 도시와 차별화된 독서문화를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민주도형 독서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조성하고 지역 내 학교, 기업 등과 연계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게 책 읽는 도시의 기본 추진 방향”이라고 밝혔다.
  • 서울시립대, 정시모집 3742명 지원… 경쟁률 전년보다 소폭 상승

    서울시립대학교는 2022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이 4.42대 1로 마감됐다고 5일 밝혔다. 지난 3일 마감한 정시모집 원서접수 결과 총 847명 모집에 3742명이 지원해 4.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가군 일반전형 5.11대 1, 나군 일반전형 4.26대 1이다. 가군에서는 2021학년도부터 모집한 인공지능학과가 8.92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며 도시행정학과, 자유전공학부는 각각 6.23대 1과 5.21대 1을 기록했다. 그 외 음악학과 피아노전공이 10대 1, 클라리넷전공이 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반면 바순전공, 튜바전공이 각각 2대 1을 기록해 비교적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나군 인문계열에서는 영어영문학과가 5.17대 1의 경쟁률을, 자연계열에서는 컴퓨터과학부가 5.11대 1을 기록했다. 서울시립대학교는 오는 6일부터 12일까지 예체능 계열 실기고사를 시행한다. 정시모집 최초 합격자는 다음달 8일 오후 5시에 발표할 예정이다.
  • 웹 우주망원경 차광막 모두 펼쳐, 전체 임무의 70~75% 완수

    웹 우주망원경 차광막 모두 펼쳐, 전체 임무의 70~75% 완수

    지난해 성탄절(이하 미국 동부시간)에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날아가고 있는 100억 달러(약 11조 9500억원) 짜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4일 중요한 임무 하나를 완수했다. 적외선으로 열을 감지해 우주를 관측하는 웹 망원경은 초저온 상태에서만 역대 가장 크고 강력한 망원경의 성능을 십분 발휘하는데 태양 빛을 차단하는 다섯 겹의 차광막을 이날 모두 펼치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이 차광막들은 망원경과 과학장비를 섭씨 영하 235도의 초저온 상태로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렉 로빈슨 프로그램 국장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통제센터에서 “웹 망원경의 차광막을 우주에서 펼친 것은 믿을 수 없는 이정표이며, 임무 성공에 결정적”이라고 기뻐했다. 앞서 프로젝트 매니저 빌 오크스는 지난해 마지막 날 차광막을 접어 고정하고 있던 107개의 핀을 제거하고 펼친 것이 “정말로 큰 성과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웹 망원경의 우주 전개와 배치 과정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망원경을 못 쓰게 만드는 고비가 무려 344개에 달하는데, 차광막 전개가 완료되면 이 중 70∼75%를 넘어선다고 설명했다.NASA에 따르면 전날 웹 망원경은 가장 바깥에 있던 차광막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고정하는 작업을 5시간여 만에 완료했다. 이 차광막은 태양 빛을 그대로 받기 때문에 폴리이미드 초박막 필름으로 만든 다섯 겹의 차광막 중 가장 크고 두껍게 제작됐다. 이때만 해도 나머지 차광막을 팽팽하게 고정해 완벽한 형태를 갖추는 데 이틀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룻만에 끝냈다. 테니스코트 크기(21×14m)의 다섯 겹 차광막을 차례대로 펼쳐야 해 굉장히 섬세하게 작업해야 하는데 수십만㎞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이를 완수하도록 조종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면 웹 망원경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유튜브에 24시간 생중계되고 있어 발사 열흘을 넘긴 이 시간 현재, 지구로부터 94만㎞쯤 떨어진 곳을 통과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차광막을 완전히 펼친 이제 앞으로 남은 일은 부경 지지대를 펼치고 이어 양 옆으로 3개씩 접은 주경의 육각형 거울도 펴 완전한 모습을 갖추는 일이다. 이르면 주말쯤 이 단계까지 마무리되면 주요 전개는 사실상 끝나게 된다. 그 뒤 웹 망원경은 계속 날아가 이달 말쯤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제2라그랑 주점(L2) 궤도에 진입하며, 약 다섯 달에 걸쳐 주경 미세조정과 과학장비 점검을 마친 뒤 본격 관측에 나선다. 천문학계는 많은 성과를 낸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0배나 성능이 뛰어난 웹 망원경이 135억년 전 우주 초기의 1세대 은하를 들여다보며 우주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웹 망원경은 당초 10년 정도 활동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연료 효율이 기대했던 것보다 좋아 10년을 훨씬 넘겨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관계자들이 보고 있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암호화폐 밈 쌍둥이 형제 코로나로 엿새 간격 떠나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암호화폐 밈 쌍둥이 형제 코로나로 엿새 간격 떠나

    암호화폐와 비트코인 밈(meme)에 곧잘 등장해 낯이 익은 프랑스의 일란성 쌍둥이형제 이고르와 그리슈카 보그다노프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엿새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2. 2021년의 마지막 달 한날에 파리지앵 병원에 나란히 입원했는데 동생 그리슈카가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먼저 눈을 감았고, 형 이고르가 3일에 자녀와 가족들의 배웅 속에 뒤따랐다고 데일리비스트가 다음날 전했다. 형제와 친한 소식통은 둘이 건강한 습관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된다고 버티다 앞서거니뒤서거니 세상을 등졌다고 일간 르몽드에 알렸다. 그렇다고 해서 백신 반대주의자는 아니었으며 바이러스보다 백신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친구는 전했다.  하, 둘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모르겠다. 과학자이자 연예인이자 방송인이었다. 나란히 박사학위를 따 엄청 과학자인 척 굴었지만 알고 보면 지적 사기꾼들이었다. 그들이 아는 척 장광설을 늘어놓은 논문들은 의미없는 지식의 나열이고 자기과시일 뿐이었다. 1993년 둘이 함께 브로고뉴 대학에 제출한 박사논문 ‘초끈이론’은 빅뱅이론을 제대로 아는 이가 많지 않다는 것을 간파해 쓸모없는 지식들을 모은 것으로 과학사에 길이 남을 사기극으로 손꼽힌다. 레딧이나 4chan 같은 소셜미디어는 이들의 특이한 외모와 함께 특이한 생각과 기질을 밈에 최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1949년 8월 29일 프랑스 남서부 가스코뉴 성에서 러시아계 프랑스인의 후손으로 태어났는데 저세상 떠나는 길은 엿새 간격이었다. 아버지는 타타르인의 피를, 어머니는 체코-오스트리아계와 흑인 혈통을 각각 물려받았다. 할머니인 베르타 콜로브라트크라코프스크 백작부인이 형제를 양육했는데 롤랜드 헤이스와의 밀회로 유럽 사교계에 파문을 일으켰던 그 여인이다. 헤이스는 클래식 음악인으로 국제적 명성을 날린 최초의 흑인이었는데 둘은 형제의 엄마를 낳았다. 형제는 괜찮은 외모로 태어났다. 그런데 성형수술에 중독돼 이 모양이 됐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나 어릴적부터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며, 다양한 혈통의 영향인지 모국어 외에도 러시아어, 독일어, 영어도 자유자재였다. 이고르는 이론물리학, 그리슈카는 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76년 첫 공상과학 책을 쓰는 등 SF 관련 집필 활동을 했다. 1979년부터 시작해 1980년대 중반까지 Temps X를 비롯한 여러 과학 TV쇼를 진행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고르는 세 차례 결혼해 4남 2녀를 뒀는데 세 번째 부인이 첫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첫 아들보다 한 살 어렸다. 동생은 독신으로 일생을 마쳤다. 2016년에 4chan의 /pol/ 게시판에 보그다노프 형제에 관해 얘기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휴대폰 진동 소리) 뭔가? 보그다노프, 놈이 움직였습니다. 놈이 샀군? 놈이 올인했습니다. 폭락시켜.” 한 이용자가 ‘누가 (어떤 상황인지) 요약 좀 해봐’라고 하자 ‘로스차일드가 보그다노프에게 복종한다’, ‘보그다노프는 외계인과 소통한다’, ‘보그다노프는 전 세계 은행을 지배하고 있다’는 등 온갖 음모론이 올라왔다. 형제의 특이한 외모와 맞물려 음모론에 열광하는 이들이 밈 게시물을 잇따라 올렸다. 그 뒤 암호화폐와 비트코인 얘기를 늘어놓는 /biz/ 게시판에 ‘떡락’ 때마다 ‘보그다노프의 음모’라며 분노하는 밈이 넘쳐났다. 형제의 이름을 따와 아예 동사 ‘보그됐어(bogged)’가 ‘떡락됐어’를 대신했다. 코인 판을 좌지우지하는 암흑가의 큰 손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그리슈카는 지난해 6월 프랑스 쇼 ‘논스톱 피플’에 출연해 형과 함께 비트코인 소스코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둘은 나카모토 사토시란 가명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비트코인 창안자를 만나 ‘예측 코딩(Predictive Coding)’ 기법을 조언했다고 자랑했다. 당시 프랑스의 한 편집인은 뉴스 매체 디크립트(Decrypt)에 “신뢰성 측면에서 두 사람은 카다시안 가문에 필적할 만한 과학계 인물”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세상을 뜨기 전까지 반세기 전 자신들이 진행했던 과학쇼를 다시 진행할 꿈에 부풀어 실제적으로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까지 준비하고 있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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