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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쏠림’ 반도체학과… 설 자리 좁아지는 지방대

    ‘수도권 쏠림’ 반도체학과… 설 자리 좁아지는 지방대

    ‘총량규제’ 수도권정비법 해제대학설립 4대 요건 완화 거론온라인 강의·국고지원 특혜도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학과 인력 증원 지시에 교육부가 제시한 정책 방향은 24년 만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푸는 방안과 금과옥조로 여기던 대학설립·운영규정 4대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투트랙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교원 부족 상황은 온라인 강의를 허용하면서 기업체 인력을 교수로 활용하고, 대학이 반도체학과 설립 시 국고를 지원하는 방법도 논의된다. 그러나 자칫 대학 생태계를 흔들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교육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풀어 수도권 대학들이 반도체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는지 살피고 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이 반도체 인력 양성 대책을 주문하면서 국가 미래가 달린 문제이니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를 풀도록 지시하면서 힘을 얻었다. 이 법은 1982년 인구·산업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풀기 위해 제정됐다. 1998년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대학 입학정원을 국토교통부 장관이 심의를 거쳐 정하는 ‘학교 총량규제’를 담았다. 이에 따라 수도권 지역에선 그동안 대학을 새로 짓지도 못했고, 정원을 늘릴 수도 없었다. 수도권 대학과 기업들이 완화를 요구했지만, 지방대 황폐화 지적에 따라 24년 동안 유지됐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있어 그나마 지방대가 지금의 명맥을 유지했다. 규제를 푸는 순간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대가 순식간에 몰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은 수도권정비계획법보다 수월하다. 교육부는 2015년부터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수도권 정원을 1만 2000명 정도 줄였고, 국가가 주도하는 첨단분야 학과를 만들 때 대학설립·운영규정 4대 요건(교지, 교사, 수익용 기본재산, 교원)을 지키면 증원을 허용했다. 지금까지 반도체학과 350명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에서 모두 4000명 정도 정원이 늘었다. 나머지 8000명 정도를 반도체학과에 대폭 할당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 수준이라면 4대 요건을 만족하며 반도체학과를 설립할 수 있는 대학은 전체의 30% 수준 정도”라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라인 수업을 해 보니 (교원 부분에서) 4대 요건을 굳이 적용해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했다. 교원이 부족할 때 온라인 수업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석·박사 학위가 없어도 산업체에서 일정 경력을 쌓으면 교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교수진을 확보하는 방법도 나온다. 이 밖에 기자재가 부족하더라도 학과를 개설할 수 있게 해 주는 방법도 모색 중이다. 현재 전국에 30개 대학이 반도체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모두 취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기업이 절반을 내고 대학에서 절반을 내 학과를 설립해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 뒤 기업이 졸업생을 데려가는 계약학과 졸업생들이 대부분 기업에 취직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반도체학과를 신설할 때 대학들이 초기 시설에 대해 부담이 많다. 기업과 연계하면 일정 부분 인정해 주는 식의 제도 개선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학과 설립 시 재정지원을 해 주고, 교육부가 직접 국립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관련 규제를 대폭 풀고 특혜를 주면서까지 반도체학과를 늘리는 방법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방대 교수는 “수도권정비법을 푸는 일은 수도권과 지방의 대학에 엄청난 균열을 가져온다. 반도체학과 쏠림 현상 역시 인문학과 예체능학과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미세 운석과 충돌했다 [이광식의 천문학+]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미세 운석과 충돌했다 [이광식의 천문학+]

    미 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은 발사 후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처음으로 눈에 띄는 미세 운석 충돌을 몇 차례 겪었지만, NASA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고 있다.  2021년 12월 25일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은 중간 몇 달 동안 심우주 기지로 비행하면서 과학관측을 준비하는 데 보냈다. 복잡한 점검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최근 NASA는 7월 12일 망원경에서 처음으로 '과학 품질'의 이미지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8일(현지시간) 우주망원경이 미세 운석이라고 불리는 작은 우주 먼지로부터 처음으로 몇 차례 충돌을 경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이 천문대의 일정이나 과학장비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메릴랜드에 있는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웹 광학망원경 파트 관리자인 리 파인버그는 성명에서 "웹의 거울이 우주에 노출된 상태에서 가끔 발생하는 미세 운석 충돌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망원경 성능을 약간씩 저하시킬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히면서 "발사 이후 우리가 예상한 대로 4개의 측정 가능한 미세 운석 충돌이 있었는데, 이것은 최근 우리가 가정한 성능 저하 예측치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충격은 5월 23일부터 5월 25일 사이에 발생했으며, 18개로 이루어진 금도금 육각형 주경의 C3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모든 우주선은 미세 운석 충돌을 경험하고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는데, 이는 JWST도 예외가 아니다.관측소의 엔지니어들은 거울 샘플을 실제 충격에 노출시켜, 그러한 사건이 임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  그러나 성명에 따르면, 최근의 영향은 임무 요원이 모델링했거나 지상에서 테스트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컸다. 이 같은 미세 운석 충돌이 우주망원경의 임기 초기에 영향이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NASA 요원들은 100억 달러 규모의 망원경이 여전히 적절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우리는 웹이 태양의 가혹한 자외선과 하전 입자는 물론, 외부 은하계에서 오는 우주선, 우리 태양계 내의 미세 운석에 의한 충돌을 포함해 우주 환경에서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항상 잊지 않고 있다"고 NASA 고다드의 프로젝트 부책임자는 성명에서 밝히면서 "우리는 성능 마진(광학, 열, 전기, 기계)을 갖춘 웹을 설계하고 제작하여 우주에서 수년이 지난 후에도 야심찬 과학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JWST는 해당 기관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양호한 상태로 광학 제품을 생성했다고 관계자들은 성명에서 언급하면서 일부 미세 운석 충돌은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우주망원경이 유성우를 통과하도록 설정되면 직원은 이러한 이벤트에 대해 JWST의 광학 시스템을 안전하게 조종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충돌은 그러한 유성우의 일부가 아니었으며, 성명서는 이를 "피할 수 없는 우연한 사건"으로 분류했다.  충돌이 발생한 후 엔지니어는 천문대에서 18개의 낱개 거울 부분을 개별적으로 조정하여 거울 전체의 상태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  웹 망원경은 지구-태양 라그랑주 2포인트라는 중력 평형점을 공전하고 있는데, 이곳은 지구에서 태양 반대 방향으로 약 150만km 떨어져 있는 우주공간이다.  파인버그는 "이 비행 데이터를 사용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 분석을 업데이트하고 웹의 이미징 성능을 최대한 극대화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해왕성 바깥에서 태양 공전주기 1500년 천체 발견

    해왕성 바깥에서 태양 공전주기 1500년 천체 발견

    한국 천문학자들이 태양계 막내 행성인 해왕성의 궤도 바깥 태양계 최외곽에서 천체 26개를 새로 발견했다. 태양계는 ‘수금지화목토천해’로 알려진 행성 궤도 바깥 왜행성, 소행성대, 카이퍼벨트와 오르트구름대까지 포함한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우주탐사그룹 연구팀은 2019년부터 최근까지 태양계 가장 바깥에서 천체 26개를 발견하고 ‘소행성센터’(MPC)로부터 공인받았다고 9일 밝혔다. 이번에 우리 과학자들이 발견한 천체 갯수는 최근 3년간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보고한 ‘해왕성바깥천체’(TNO) 86개 중 3분의1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TNO는 태양계 9번째 행성이었다가 2006년 국제천문연맹의 행성분류법 변경으로 그 지위를 잃고 왜행성으로 범주가 바뀐 명왕성이다. 이번 발견은 천문연이 남반구인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설치해 24시간 운영 중인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중 칠레 관측소의 1.6m급 망원경으로 관측한 결과이다. TNO는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이 어두워 대부분 4m급이나 8m급 대형 망원경으로 발견한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망원경 구경은 작지만 2019년부터 매년 4월 태양계 천체가 모여 있는 황도면을 오랜 시간 집중 관측해 26개 천체를 발견했다.천문연은 이번에 발견한 여러 천체 중 ‘2022 GV6’으로 임시 명명된 천체는 태양 공전주기가 1538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천체들의 공전주기는 219~417년에 불과하다. 천문학자들은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초기에 많은 천체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궤도를 바꾸는 이주 현상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TNO들은 태양계가 형성될 때부터 화석처럼 변하지 않고 같은 궤도를 돌고 있기 때문에 이들 궤도 분포를 연구하면 태양계 초기 역사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문연 우주탐사그룹장 문홍규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TNO들이 정식 고유번호를 발급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천문학계는 정식 고유번호를 부여받을 때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동물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 발견된 TNO의 이름을 국민공모로 정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 서울시립대, 스마트시티·메타버스 주제 온라인 포럼

    서울시립대, 스마트시티·메타버스 주제 온라인 포럼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는 오는 14일과 21일 2회에 걸쳐 스마트시티 및 메타버스를 주제로 온라인 포럼을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포럼에서는 각각 ‘스마트시티의 현재와 미래’, ‘구술성·문자성 이론에서 탐색해본 메타버스 미디어 환경’에 대해 다룬다. 강연자로는 최귀남 델 코리아 전무와 이동후 인천대 교수가 나서며 국내외 스마트시티의 현황 및 방향성, 매체학의 입장에서 바라본 메타버스에 대해 논의한다. 포럼은 오는 14일 오후 5시와 21일 오후 4시에 ZOOM을 이용한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되며 참가 가능한 ZOOM 주소는 994 6795 3651(스마트시티), 925 8070 1851(메타버스)이다. 자세한 사항은 도시인문학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정은귀의 詩와 視線] 살아야 하는 이유/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정은귀의 詩와 視線] 살아야 하는 이유/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 )이 ( )을 시도하면 굴뚝은 술 취한 사람처럼 무너지고 개는 자기 꼬리를 씹어 삼키고 부엌은 반짝이는 주전자를 폭파하고 진공청소기는 먼지 주머니를 삼키고 변기는 눈물로 목욕을 하고 화장실 체중계는 할머니 귀신의 무게를 재고, 창문들, 거기 조각난 하늘들은 보트처럼 미끄러지고 풀은 집 앞 진입로를 말아 내리고 그 ( )는 자기 혼인 침상에 누워 계란 둘 해치우듯 심장을 파먹는다. -앤 섹스턴 ‘그런 모험’ 시 수업 시간에 이런 놀이를 할 때가 있다. 제목 없이 시를 읽은 다음에 제목을 넣어 보기. 시 중간을 괄호로 비워 놓은 후에 괄호 채워 넣기. 시는 이런 놀이, 이런 실험이 가능한 장르다. 각자의 상상력을 시험하며 읽기의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를 더 꼼꼼히 생각하게 되니까. 이 시는 어떠할까? 저 빈칸에 무얼 넣을 수 있을까? 기이한 이 세계를 보며 독자들은 무얼 상상하시는지? 어제 일이 생각난다. 막힌 글을 두고 고민하던 때 방에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왔다. 좁은 방 안을 왱왱 휘젓는 파리의 급습. 궁리 끝에 창문을 열어 내보냈다. 열어젖힌 창문으로 비 갠 유월의 대기가 상큼하다. 내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구나 싶어 밖으로 나갔다. 밤하늘이 참 아름다웠다. 처음 보는 것 같은 하늘색. 삶이란 건 그런 거다. 잔잔한 평화를 깨는 당황스런 급습이 있기도 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이 예기치 않은 일로 숨통이 트이기도 한다. 가르치는 일이 뭘까. 심각한 내적 회의에 시달리다가 학생의 글 한 조각에 생기가 돋기도 한다. 자, 다시 시로 돌아가 보자. 괄호 속 단어가 뭘까. 어떤 일이 있기에 세계가 저리 엉망으로 뒤집힐까. 행복해야 할 혼인 침상에서 심장을 파먹는 이는 누굴까? 괄호에 들어갈 말은 1. 딸, 2. 자살, 3. 엄마다. 자살을 시도하는 딸을 바라본 엄마의 절망을 이야기하는 시다. 얼마나 기가 막히는지, 감정적인 단어를 쓰지 않고 왜 죽고 싶었는지 설명도 없다. 그저 밀도 있는 이미지로만 딸의 절망을 지켜보는 엄마의 절망을 전한다. 얼마나 끔찍하면 인간 대신 물건들이 온통 주어가 되는 시선을 택했을까. 고통을 시로 쓰는 일은 이토록 버겁다. 독자로서 고통을 읽는 일도 쉽지 않다. 이 시를 골라 놓고 몇 주간 만지작거리기만 한 것도 자살에 이르는 절망의 무게를 풀어놓기 두려워서다. 하지만 이게 또 현실이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산다. 죽음을 듣는다. 죽고 싶어, 길이 안 보여, 도처에 한숨과 눈물이 있는 세상이다. 희망을 긷기가 쉽지 않은 세계의 비참 위에서 시인이 전하는 통렬한 물건들의 반란. 그 뒤집힌 시선을 통해 내가 하고픈 한마디는 이거다. 그러니 죽지 말고 살자는 것. 저 바람, 햇살, 저 여름 나무의 성성함에 기대 오늘을 버티자는 것. 걷자는 것. 말하자는 것.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자는 것. 그거다.
  • 여론 살폈던 지도자들… ‘우환’ 막을 선진 패턴 예방적 외교 필요[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

    여론 살폈던 지도자들… ‘우환’ 막을 선진 패턴 예방적 외교 필요[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세계 문제의 여러 양상을 분석하는 월간 ‘모노클’은 올 1월호에 주요국의 연성국력(soft power) 순위를 발표했다. 세계적 위상과 매력을 기준으로 하여 한국을 스웨덴, 포르투갈 다음으로 13위에 올렸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산업 공급망, 방탄소년단(BTS)과 ‘오징어 게임’ 등 창의적 문화, 치안과 보건 역량에 주목했다. 반면 한국 영화의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사회 병폐와 반이상향 현상이 우려되고, 국제사회에서 의사결정과 문제해결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유보 의견을 달았다. 연성 국력은 외교 역량을 펼치는 데 필요한 중요 기반의 하나이다. ‘외교’라는 거대 영역을 현실에 대입해 보면 죽느냐 사느냐를 다루는 ‘안보 외교’, 잘사느냐 못사느냐를 다루는 ‘경제외교’, 세계에서 어떻게 대접받고 사느냐를 다루는 ‘영사문화 외교’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세 분야는 다분히 융합 상태에서 움직인다.모노클이 적시한 것처럼 한국은 여러 면에서 선진국 대열에 서 있다. 주요국 모임인 G20을 넘어 이제는 총체적으로 세계 10위권의 국가로 성장하고 있다. 외교도 한반도 문제의 그늘에서 벗어나 무역규범 수립, 기후변화 대응, 국제평화 유지, 개발도상국 지원 같은 분야에서 선진 외교 패턴에 접근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캐나다나 호주 같은 국가들은 물론 더 작은 나라보다 국제무대 영향력과 위상에 차이가 난다. 왜 그럴까? 한국은 전후 복구와 남북 대결, 군사정부 시절에는 정통성 확보와 수출시장 개척, 냉전 종식 이후에는 북방 진출 및 남북 관계에 외교의 초점을 두었다. 자기 문제에 매달리다 보니 국제사회에서는 문제 해결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간주됐다. 1988년 올림픽 개최 후 한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에 갇힌 외교에서 벗어나 새 지평을 열고자 했으나 1992년 발생한 북한 핵 위기 등으로 다시 위축됐다. 한국 외교가 이처럼 선진과 후진의 문턱에 걸쳐 있는 데는 몇 가지 제약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 한반도 냉전구도의 지속이다. ‘분단의 안정’과 ‘분단의 해소’라는 상충된 외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북한 핵을 둘러싸고 수시로 대두되는 안보 위기는 한국 외교의 블랙홀이다. 어지러운 앞마당을 두고 먼 동네까지 가기란 어렵다. 분단대립의 강도가 훨씬 낮았던 독일마저도 통일 후 30년이나 지나서야 비로소 정상 외교 궤도에 오른 것으로 자평한다. 둘째, 한국은 안보를 과도하게 다른 나라에 의존한다. 자신의 안위를 일차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국가의 목소리가 국제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공간은 좁다.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핵심 가치의 동맹국인 미국과 같은 노선을 걷는 것은 타당하지만,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에 비해 자율성 차이가 크다. 셋째, 외교 정책이 단명으로 끝난다. 주로 5년 단임 정부의 폐해이고 타국이 한국의 목소리를 지원하는 데 주저하는 배경 중 하나이다. 대외 정책은 씨를 뿌리고 물을 주어 과실을 맺는 과정이 길고 복잡하다. 북한 핵 문제나 남북 관계의 지속적인 진전, 한국 주도의 한미 동맹 전환, 한미일과 한중일 협력 사이의 조화, 거대 통상 협상 같은 핵심 외교 과제는 5년 임기 중 끝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국제회의 유치나 대통령 외국 순방 같은 시각효과 중심의 행사를 외교의 업적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넷째, 이념과 민족주의의 과잉으로 대외 관계를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친북·반북의 잣대는 물론 주변 국가들을 친·반의 대상으로 삼아 선입관에 따라 재단한다. 지정학적 환경도 작용하지만 국내 정치 진영과의 연계가 유독 심하다. 한 국가를 판단할 때는 그들의 정책과 행동이 객관적 논리를 갖추고 있는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가,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초하는가 하는 기준이 작동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다섯째,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에 인색하고 예산과 인력을 포함한 외교 기반 구축에 소극적이다. 자기 문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피를 흘리고 돈을 쏟는 데 외교 선진국처럼 능동적이지 못하다. 근래 다소간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비슷한 나라들의 대외관계 투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밖으로 활동을 넓히고 남을 도와줌으로써 더 큰 규모의 국익과 더 높은 차원의 위상을 확보해 본 역사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새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한다고 선언했다. 국제사회에서 의사결정과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이다. 의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위에서 열거한 제약들을 완화시킬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반도 냉전구도 :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에서, 공존하는 두 국가의 ‘보통관계’로 점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통일 지향’을 규정한 헌법 4조를 발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미중 관계를 위시한 세계정세와 핵을 보유한 북한 정권의 행동 전망에 비추어 한반도 냉전구도가 가까운 장래에 해소될 여지는 극히 희박하다. 통일은 계획이 아니라 공존의 결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민족공동체를 주장할수록 북한 정권의 잘못으로 생긴 국제적 부담을 한국이 같이 짊어지면서 외교도 위축되고 통일 가능성도 멀어진다. #과도한 대외 안보의존: 세 개의 트랙을 병행하면서 점진적으로 의존도를 축소해야 한다. 우선 과감한 핵 협상이 필요하다. 협상을 통한 타결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다른 두 가지 행동을 위한 정당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하나는 미국의 핵우산과 더불어 자체적인 대량 보복 능력을 확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이나 독일처럼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테두리 안에서 ‘무기화되지 않은 핵무기 체계’의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외교 정책의 단명 : 내각제 개헌, 중대선거구 도입, 다당제와 이에 따른 연립정부 구성 등 일련의 정치 발전이 필요하다. 특히 연립정부는 정책의 진폭을 조절하는 장치가 된다. 한국은 안보와 경제의 대외 노출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외 정책의 지속성이 사활적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도 정치개혁이 요청된다. 협치를 통한 정책의 지속은 누군가의 의지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강제될 때 가능하다. #이념과 민족주의: 남북의 보통관계 전환, 안보 의존도의 축소, 정치제도의 개선이라는 3대 과제를 추진할 때 이념 외교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정치제도의 개선은 정책과 교육 내용의 좌표 이동을 조정함으로써 청소년들이 편향된 이념 교육을 받을 가능성을 축소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국제사회 기여와 외교 인프라 부족 : 예산, 인력, 제도의 현실화이다. 국민총생산 대비 개도국 지원 예산 비율은 주요국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30년간 국민총생산은 6배, 무역 규모는 15배, 해외여행자 수는 20배 증가하는 동안 외교 인력은 1.4배 증가했다. 외교가 외교부의 독자 영역은 아니지만 왜소한 수치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대외관계 정부 부서 간 업무의 중복과 분절화로 인한 고비용·저효율이 해소되도록 조직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외교는 기본적으로 외부로부터의 우환을 막기 위한 예방적 행위이다. 외교에 대한 투자 결정권을 가진 정치 지도자들은 여론을 살핀다. 그런데 유권자는 외부 우환이 눈앞에 닥치기 전까지는 대외 환경이 바로 나의 삶을 지배한다는 인식을 갖기 어렵다. 여론은 상황에 따라 형성되기 때문에 예방적 기능을 할 수 없다. 외교 선진국으로 자리잡기 위해 한국이 안고 있는 제약은 국민들의 일상 관심에서 벗어난 거대 담론들이다. 여론을 앞서가면서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는 국가 지도층의 예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송민순 前 장관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안보실장을 거쳐 외교부 장관을 지냈다.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거쳐 북한대학원대 총장도 역임했다. 외교부 북미국장,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9·19 공동성명), 주폴란드 대사도 지냈다. 1948년생 서울대 독문학과 출신. 저서로는 외교 비망록 격인 ‘빙하는 움직인다’가 있다.
  • 예산 중고생들, 이연복 셰프 가게로 견학 간 까닭

    예산 중고생들, 이연복 셰프 가게로 견학 간 까닭

    “서울로 견학 가 이연복 셰프 가게에도 들르게 하죠.” 충남 예산 대흥중·고등학교와 광시중학교 학교법인 대흥학원 육광심(56) 이사장은 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학생들에게 도시적 사고를 길러 주기 위해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호텔관광서비스 직업 전문학교인 한국호텔관광실용전문학교(한호전)를 경기 안산에 설립하고 국내 최초로 ‘바리스타학과’를 설치했다. 육 이사장은 2016년 9월 이 시골의 중고교를 인수했다. 그는 “순천향대에서 관광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알게 된 지인이 권유해 인수했다”면서 “고령화로 농촌 내 학생이 줄어 인수하기를 꺼리는데 다른 봉사보다 교육봉사가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육 이사장은 학교를 인수한 뒤 전교생 기숙학교로 바꿨다. 두 중학교의 학생은 모두 150명. 고등학생은 140여명에 불과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 2년 전에는 고려대에 입학한 대흥고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했다. 그는 “독서 토론, 명언 실천하기 등으로 인성을 길러 주고 음악·미술인도 수시로 초빙해 예술적 감각을 심어 주고 있다”고 했다. 한호전 교수진인 이연복, 정호영 등 스타 셰프의 가게를 방문하거나 만남을 주선하는 것도 이런 차원이다. 육 이사장은 1989년 한호전을 설립했고, 한국호텔관광교육재단을 만들었다. 조리, 제과제빵, 소믈리에, 바리스타 전공까지 현장 중심 실습으로 학생들의 경쟁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린 덕에 졸업생들은 호텔 요리사와 스타벅스 등에서 바리스타로 활약 중이다. 사실에 토대를 둬 진리를 탐구하는 실사구시의 교육 철학으로 차별화해 대학 교육의 판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재정이 열악한 시골 중고등학교여서 재단 이사장 월급으로 행정실 직원과 조리사 등의 4대 보험료를 매년 수천만원씩 지원한다”며 “좋은 인성을 갖추고 꿈이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도 보람이 있지만 누군가 책임지고 60~70년 전통의 학교를 지켜 농촌지역의 구심점이 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 영원한 현역, 만인의 오빠… ‘전국노래자랑’ 34년 함께 울고 웃다

    영원한 현역, 만인의 오빠… ‘전국노래자랑’ 34년 함께 울고 웃다

    34년간 매주 일요일 시청자들의 안방을 밝은 웃음과 감동의 눈물로 가득 채운 원조 국민 MC, 죽는 날까지 마이크를 손에서 놓지 않은 프로 방송인, 영원한 현역이자 만인의 오빠. ‘전국노래자랑’의 상징이자 한국 방송사의 산증인이었던 송해는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6·25전쟁 때 피란 대열에 섞여 부산으로 내려왔다. 해주예술전문학교에서 성악을 배운 경험을 살려 1955년 창공악극단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실향민으로 바닷길을 건넌 경험 때문에 예명으로 ‘바다 해’자를 썼다. 가수로 연예 활동을 시작한 만큼 노래 실력이 수준급이고, 방송 초기엔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조연급 코미디언으로도 활약했다.  그를 영원한 ‘송해 오빠’, ‘일요일의 남자’로 우뚝 서게 해 준 KBS ‘전국노래자랑’과의 인연은 1988년 5월 시작됐다. 공연을 진행하며 남다른 입담을 발휘한 게 평생 직업으로 이어졌다. ‘딩동댕동’ 하는 프로그램 시그널과 “전국~ 노래자랑~”으로 시작하는 송해의 목소리는 아직도 많은 시청자들의 귀에 생생히 남아 있다. 1994년 개편 때 잠시 하차한 걸 제외해도 국내 단일 프로그램 진행자 중 최장수, 최고령이다.  송해는 ‘전국노래자랑’에 누구보다 큰 애정을 보였다. 현장 녹화 전날 촬영지를 찾아 식당, 목욕탕 등에서 주민들과 대화하고, 무대를 통해 수백만명을 만난 일화는 유명하다. 밀고 당기듯 재치 있는 진행, 참가자에게 친구처럼 다가가는 모습은 그를 국민 MC를 넘어 만년 오빠로 거듭나게 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평생 안고 살던 그는 1998년 금강산 관광단으로 고향 땅을 밟고 2003년엔 ‘전국노래자랑’ 평양 편도 촬영했다. 당시 모란봉공원 평화정 앞 무대에 오른 송해는 “평양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게 소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꿈이 이뤄졌으니 여한이 없다”며 감격했다.  기력이 떨어져 힘들어하다가도 카메라 불만 켜지면 작두를 타는 무당처럼 기운이 펄펄 솟아나는 것 같다 해서 방송가에서는 ‘작두장군’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지역, 직업, 장애, 성별, 세대로 인한 갈등이 ‘전국노래자랑’에서는 해소된다”며 “이 프로그램은 내 인생의 교과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후임 MC를 누구에게 맡기겠냐는 질문을 받고는 “아직도 이렇게 또렷한데 누굴 줘”라고 말할 정도였다.  송해는 생전 구수한 입담으로 대중을 울리고 웃겼다. 사람을 워낙 좋아한 그는 “이 세상에서 제일 부자는 사람을 많이 아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바로 나”라고 했고, 최근까지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 소탈한 삶을 살았다. “즐겁게 해 주는 사람들이 ‘딴따라’다. 나는 영원히 딴따라의 길을 가겠다”는 자부심도 잊지 않았다. 그랬기에 어머니를 북에 두고 온 아픔과 장성한 아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슬픔, 사별한 부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슴에 묻고 늘 웃음을 전하려 애를 썼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참가자를 심사하는 실로폰의 ‘땡’과 ‘딩동댕‘ 소리를 인생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설 연휴 대기획으로 방송된 KBS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에서 “‘땡’을 받아보지 못하면 ‘딩동댕’의 정의를 모른다”며 “나 역시 ‘전국노래자랑’에서 내 인생을 딩동댕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부쩍 건강이 나빠지며 프로그램 진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송해는 지난해부터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에도 확진돼 걱정을 샀다. 별세 직전인 지난 4일엔 코로나 이후 2년 만에 현장 녹화가 전남 영광 법성포에서 재개됐지만, 장거리 이동 부담 등의 이유로 불참했다.
  • ‘미투’ 3년 만에 국민참여재판 받은 서울대 서어과 교수 1심 무죄

    ‘미투’ 3년 만에 국민참여재판 받은 서울대 서어과 교수 1심 무죄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미투 폭로가 나온 지 3년 만에 이뤄진 사법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승정)는 8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대 교수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수리를 만진 사실과 피해자의 불쾌감은 인정되지만 강제추행죄에서 정하는 추행으로 볼 수 없다”면서 “다른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데 일관되지 않고 번복된 점을 고려할 때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은 A씨의 신청으로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배심원 7명이 참여한 가운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을 지켜본 배심원들은 4시간 가까이 논의한 끝에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했다. 재판부도 배심원단 평결을 받아들였다. A씨의 공소사실은 대학원생 B씨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 3가지다. 구체적으로 ▲2015년 2월 페루에서 고속버스로 이동하던 중 앞 좌석에 앉은 B씨의 정수리를 만진 혐의와 ▲2017년 6월 스페인 학회 참석 후 뒤풀이 자리에서 B씨의 치마를 들춰 허벅지 흉터를 만지고 ▲같은 날 새벽 호텔 근처에서 B씨와 산책을 하면서 강제로 팔짱을 낀 혐의다. A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재판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수리는 지압을 해준 것이고 허벅지는 화상이 걱정돼 붕대 부분을 손가락으로 톡톡 만진 것뿐인데 피해자의 진술이 주변 조력자들에 의해 오염됐다”는 것이 A씨 측 입장이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증명하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면서 “최선을 다해 지도했다고 생각했는데 인생에 대해서도 사람 관계에 대해서도 깊은 회의를 느끼고 너무나 억울하다”고 말했다. 반면 피해자 B씨는 재판에 출석해 “기억과 다른 내용을 진술한 적 없고 A씨를 피해 유학을 간 뒤에도 A씨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와 피해를 신고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B씨는 “대학원 생활을 하며 ‘한국에서 교수하고 싶으면 나한테 잘보이라’는 말을 수시로 들었다”며 “불만을 표시하면 졸업을 못 할까 봐 당시에 바로 저항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교수를 하면 안되는 사람”이라며 “징역이 선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변호인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가 바로 증거이고 이 사건은 증거가 충분하다”면서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현재까지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피해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상당한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국민참여재판은 무작위로 선정된 국민 배심원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형사재판으로 배심원의 의견은 권고적 효력을 갖는다. 이 사건은 B씨가 A씨에 대해 정직 3개월을 권고한 서울대 인권센터 결정에 불복해 대자보를 붙이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B씨는 2019년 6월 A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2020년 1월 A씨를 재판에 넘겼다.
  • [이광식의 천문학+] 철 운석은 초기 태양계 혼돈을 증명한다

    [이광식의 천문학+] 철 운석은 초기 태양계 혼돈을 증명한다

    과거 금속성 소행성의 속심이었던 철 운석을 분석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태양이 형성된 직후 780만년에서 1170만년 사이에 소행성과 행성들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거대한 난장판이 벌어졌다.  국제 연구 팀은 지구에서 발견된 18개의 철 운석에서 그 모천체의 진화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라팔듐, 은, 백금의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금속성 소행성은 조밀한 철 속심을 포함하고 있으며, 철 운석은 다른 소행성과 충돌하여 폭발한 소행성의 속심에서 유래한 것이다.  팔라듐 107은 방사선 붕괴를 일으켜반감기가 650만년인 은 107로 변한다. 질량 분석기로 두 동위원소의 상대적 존재비를 측정한 이전의 측정에서는 운석의 일부였던 소행성 핵이 빠르게 냉각되었음이 밝혀졌다. 문제는 이러한 급속 냉각이 언제 발생했는가하는 점이다.  시기의 폭을 좁히기 위해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의 선임 연구원인 앨리슨 헌트와 스위스의 국립 행성연구역량센터가 이끄는 연구팀은 질량 분석기 프로세스를 개선한 후, 운석이 우주를 여행하는 동안 충돌하는 우주선으로부터 백금의 동위원소를 검색했다.  헌트는 성명에서 "백금 동위원소 존재비에 대한 추가 측정을 통해 왜곡된 샘플의 은 동위원소 측정을 수정할 수 있었다"라고 밝히면서 "그래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정확하게 충돌 시점을 측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헌트 팀이 결정한 시기는 태양계 형성 후 780만에서 1,170만 년 사이였다. 다른 운석을 조사하면 연대가 더 길어질 수 있지만, 45억 년 태양계의 역사에 비추어볼 때 이는 비교적 짧은 기간이다.  이 발견은 초기 태양계가 극도로 혼란스러웠음을 시사한다. 행성은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으며, 소행성과 원시행성은 쉼없이 충돌함으로써 일부 큰 소행성에서 규산염 맨틀이 벗겨져 금속 코어를 우주에 노출시켰고, 뒤이은 충돌이 코어를 부수기 전에 빠르게 냉각되었을 것임을 시사한다.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이 서로 뒤얽혀 결렬한 충돌을 빚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헌트가 말했다. ​이 혼돈을 불러온 것은 태양을 형성한 가스 구름인 태양 성운의 소멸과 크게 관련이 있다고 헌트 팀은 생각한다. 성운이 소멸되면서 구름의 잔해가 젊은 별 주위의 원반에 정착했다. 가스가 냉각되면서 먼지와 얼음이 응결되었고, 강착이라는 과정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행성, 소행성, 혜성으로 축적되었다.  그러나 행성이 뭉쳐질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태양이 점차 켜지면서 태양풍이 태양 성운의 잔해를 외부 공간으로 날려버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젊은 행성들은 가스와의 마찰로 인해 궤를 도는 속도가 느려졌다. 행성체를 억제할 가스가 없었기 때문에 행성의 빠른 공전속도로 인해 충돌의 소용돌이로 이어지는 혼돈의 기간이 있었음에 틀림없다고 연구원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일어난 다른 사건들도 혼란에 일조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거대 가스 행성, 특히 목성과 토성은 초기 태양계 무렵 안쪽으로 이주해왔으며, 그들 중력의 영향으로 인해 보다 작은 천체들의 궤도가 붕괴되어 소행성대와 카이퍼대를 형성했다.​ 특히 '거대한 압정(Grand Tack)'으로 알려진 한 모델은 목성이 현재 위치로 다시 이동하기 전, 토성의 중력이 목성에 영향을 주어 오늘날 화성처럼 태양에 가깝게 안쪽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한다. '거대한 압정' 모델은 이 사건이 태양계 역사가 시작된 후 1천만 년 이내에 일어났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45억 년 전에 일어난 일을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철 운석을 생성한 소행성의 운명을 다룬 이 새로운 연구는 초기 태양계가 얼마나 폭력적인 장소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제공한다.  올해 말 발사 예정인 NASA의 프시케 미션이 2026년 금속 소행성 프시케(16 Psyche)에 도착하면 이에 관해 더 많은 정보가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는 네이처 천문학 저널 온라인판에 5월 23일 발표되었다. 
  • [알기 쉬운 우리 새말] ‘안테나 숍’은 ‘탐색 매장’으로

    [알기 쉬운 우리 새말] ‘안테나 숍’은 ‘탐색 매장’으로

    안테나 숍? 안테나를 파는 상점인가? 안테나는 브라운관, 미사일, 로켓, 로봇, 컴퓨터, 스마트폰처럼 아예 우리말로 토착화한 말이 아닌가? 이걸 어떻게 고치지? 그러나 이런 말이 사실상 우리말로 더 굳어지기 전에 우리말 용어를 만들어서 제안하고 바꿔 쓰게 노력하는 것이 새말 모임 위원들의 일이니 다듬어 보기로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안테나 숍’은 “제조업체들이 자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를 파악하거나 타사 제품의 정보를 입수하기 위하여 운영하는 유통망을 이르는 말. 판매가 최우선의 목표인 일반 유통망과는 달리 제품 기획과 생산에 필요한 정보 입수를 우선 과제로 삼기 때문에 마치 공중의 전파를 잡아내는 안테나와 같은 기능을 하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라고 돼 있다.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기 전에 소비자의 선호나 반응을 파악해 반영하기 위해 운영하는 점포라는 뜻이다. ‘견본 주택’과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번에도 열띤 토론이 있었는데, 위원들은 간혹 황희 정승이 되기도 한다. 싸우는 두 하인들에게 모두 ‘네 말이 맞다’고 했던. 이 위원의 말을 들어 보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저 위원의 말을 들어 보면 저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한 위원은 ‘간보기 점포’ 또는 ‘간보기 매장’을 제안했다. 또 한 위원은 파일럿 프로그램에 빗대 “안테나 숍이 파일럿 숍으로도 쓰이잖아요. 파일럿 프로그램이 맛보기 프로그램, 시험 프로그램으로 다듬어지듯이 ‘맛보기 점포’, ‘시험 점포’ 이런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제안했다. 한 위원은 안테나라는 뜻 자체가 더듬이(절지동물의 머리 부분에 있는 감각 기관. 후각, 촉각 따위를 맡아 보고 먹이를 찾고 적을 막는 역할을 한다)라는 뜻도 있으므로 ‘더듬이 매장’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 후 ‘맛보기’와 ‘간보기’의 어감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다. ‘간보다’는 전남 지방 방언으로 음식이 아닌 사람에게 쓰일 때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파일럿 프로그램을 맛보기 프로그램이나 시험 프로그램으로 다듬은 것도 그런 비슷한 논의 과정을 거쳐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맛보기 매장’이 후보로 먼저 선정됐다. 이후 탐색과 탐지 중에서 탐색은 뭔가 샅샅이 뒤진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고 탐지는 뭔가 가늠해 보는 의미가 있는데, 안테나의 의미와 연관한다면 탐지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어감으로는 탐색이 더 어울린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탐색 매장이 후보로 채택됐다. 역전의 역전이었다. 촉각을 세우자는 의미로 “안테나를 계속 세우자”고 말한 한 위원의 의견에 회의 진행자는 “안테나를 후보로 올리자구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더듬이를 계속 세워 나간 위원들은 더듬이 매장을 나머지 후보로 정했다. 국민수용도 조사에서 ‘안테나 숍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는 응답은 65.2%였고, 우리말 대체어 선호도는 ‘탐색 매장’이 74.8%로 가장 높았다. ‘맛보기 매장’(69.3%), ‘더듬이 매장’(19.7%) 순이었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 [마감 후] 창대한 계획보다 진실한 결실이 더 간절하다/정서린 산업부 차장

    [마감 후] 창대한 계획보다 진실한 결실이 더 간절하다/정서린 산업부 차장

    ‘보여주기 식, 갑질, 횡포, 꼰대 문화, 책임전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신기업가 정신 선포식’에서는 첫머리부터 영상에 이런 키워드가 등장했다. 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압축한 것이었다. 반기업 정서 바꾸기는 재계의 오랜 염원이자 숙제다. 그 해법으로 내놓은 게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주도한 ‘신기업가 정신 선언’이다. 기업이 먼저 역할을 새롭게 해야 사람들의 인식도 바뀐다는 믿음에서 뿌리를 낸 것이다. 기업의 기술과 아이디어로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 사회문제를 풀겠다는 선언 자체도 의미 있지만 더 눈길을 끈 건 ‘액션’과 그 이후의 행보였다. 선언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경제계 전체와 개별 기업별 실천과제를 각각 정해 행동으로 옮긴 뒤 성과를 수치로 측정하고 국민들과 공유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스스로 환골탈태를 증명해 냄으로써 ‘보여주기’란 오해는 걷어 내고, 부족했다면 부족한 대로 자성하겠다는 의지다. 최 회장은 “국민들은 기업들에 ‘변하라’고 하는데, 기업은 ‘라떼’만 계속 얘기하면 꼰대로 낙인찍힌다”며 “액션과 측정, 소통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변했는지 알려야 ‘조용한 암살자’가 ‘따뜻한 동반자’로, ‘종잡을 수 없는 조커’가 ‘합리적인 해결사’로 변모하며 변화에 대한 인정과 박수를 받고 기업인들의 역할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액션, 측정, 소통’을 내세운 신기업가 정신의 첫 과제가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 최근 윤석열 정부 출범에 발맞춰 대기업들이 쏟아낸 투자 계획이 자연스레 포개졌다. 향후 4~5년간 국내 주요 그룹이 10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투자 규모를 발표하며 환영과 응원 못지않게 ‘달성 가능하냐’는 의심과 회의가 돌올하기 때문이다. 실제 관련 기사 댓글에는 “발표만 하고 실행은 검증하지 않을 테니 쇼 아니냐”, “정권 초기에 기업들이 의례적으로 하는 행사니 두고 볼 일이다”, “계획은 늘 창대하나 실제로는 확 쪼그라드는 게 현실”이라는 등 냉소가 곳곳에 박혀 있다. 기업인들은 각 사업부에서 치밀하게 따져 보고 검증해 취합한 숫자인 만큼 ‘부풀리기’는 불가하다고 말한다. 시가총액, 실적 등 우리 기업의 체급도 커졌을뿐더러 주요 산업의 미래 성장성까지 감안한 것이라 실현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집행 과정에서도 투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채용은 고용노동부 등이 ‘체크’를 하기 때문에 실천을 허투루 할 수도 없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미래에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들이닥쳐 투자 집행이 지연될 수는 있을지언정 새 권력에 잘 보이려 섣부른 수치를 내놓은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하지만 곧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내놓는다거나, 계획을 달성한 뒤 증명하겠다는 기업은 아직 없다. ‘목표 달성을 입증하면 어떠냐’는 물음에 “학생들이 학기 초에 ‘공부 잘하겠습니다’ 하고 목표를 세우는데 학기 말에 성적 잘 나왔는지 가져와 보라고 하면 공부 잘하겠다고 결심할 학생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 기회에 “기업의 투자 계획은 아니면 말고 식, 보여주기 식일 것”이라는 일각의 의구심을 지우기 위해 ‘신기업가 정신 선언’의 실천과제처럼 액션과 측정, 소통을 적용해 보는 건 어떨까. 창대한 계획보다 진실한 결실이 더 간절하다.
  • [윤경희의 동네 서점에 숨다] 비플랫폼 - 그림책의 무영토/문학평론가

    [윤경희의 동네 서점에 숨다] 비플랫폼 - 그림책의 무영토/문학평론가

    서울 마포구에 ‘비플랫폼’이라는 그림책 전문 서점이 있다는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찾아 나선 것은 올봄의 일이다. 단추 출판사에서 마리아 라모스의 책을 번역 출간하면서 서점에 원화 전시 공간을 꾸몄다는 소식을 들어서였다. 라모스는 스페인의 그림책 작가로 프랑스어로 ‘왕 없는 왕국’을 쓰고 그렸다. 막연한 개념과 상상을 실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창작자가 어떤 수행과 노동을 하는지 나는 감상자의 입장에서 늘 알고 싶다. 그림책의 질료로서 원화란 무엇인지도 새로 보고 싶었다. 비플랫폼은 합정역에서 아주 가깝다. 지도 앱을 따라 서점이 있는 골목까지 가뿐하게 들어갔다. 하지만 지형지물 인식에 서투른 자답게 어느 건물인지는 분간하지 못해 밖에서 한참을 오락가락했다. 그러다 바로 눈앞의 적갈색 벽돌 건물 현관에서 전시 홍보 포스터를 발견하고 폭이 좁고 낡은 계단을 오르고 올라 3층의 서점 문을 열었다. 시야에 개방된 서점의 모습은 다소간 얼떨떨할 만큼 낯설었다. 처음 방문해서가 아니었다. 감각의 마비에 가까운 이 생경함은 어디에서 연원할까. 곧 알아차렸다. 서점을 채운 책은 거의 다 외국어로 제작됐다. 크기, 형태, 색이 제각각인 책들이 현란하게 범람하는데, 그것들의 표지에서 내가 즉각 해독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일상에서 읽고 쓰는 이 국가의 공식어가 아닌 다른 말들이 모여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에 나는 일순간 비문해 상태에 사로잡혔다. 책 가까이 서가와 진열대 사이를 배회하자 차차 마비가 풀렸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내가 읽을 수 있거나, 뜻은 모를지라도 적어도 어느 나라에서 쓰는지 아는 말들이었다. 한쪽 벽에는 한국어 책도 배치됐다. 원한다면 아무 책이든 자유롭게, 그러나 조심스럽게 만지고 펼치고 보고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읽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이날 서점에서의 체험을 되새겨 본다. 문자에서 의미가 급속 냉각돼 마치 순수한 선처럼 인식되는 현상. 문해력을 상실한 자 주위에서 국적에서 해방된 기호들이 제멋대로 율동하는 환상. 그것은 주눅들게 하기보다 오히려 신선했다. 인간과 언어의 관계에서 국가, 영토, 민족,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은 부인할 수 없는 영향을 행사한다. 그림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림책에 어떤 언어를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언어를 배제하고 말 없는 그림책을 제작할 것인가. 창작자와 편집자는 이를 결정할 때 특정 언어의 문자를 미적 요소로 활용할 가능성에 더해 책의 상품화와 시장 확보까지 중층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그림책과 언어 사이 정치와 자본의 문제를 망각하지 않으면서, 그럼에도, 비플랫폼의 문을 처음 연 순간만큼은, 나는 마치 생태 공동체의 어느 시점에 상상할 수 있을 법한 열락의 이상적 세계에 들어서는 느낌이었다. 사람의 말이 국경선을 풀어헤치고 구름과 숲과 꽃과 동물과 추상적 도형과 선 바깥으로 폭죽처럼 솟구쳤다 점점이 부서져 내렸다. 눈 비비니 사라진 백일몽이었다.
  • 국립생태원, 제7회 생태문학 공모전

    국립생태원, 제7회 생태문학 공모전

    환경부 국립생태원은 생태와 환경에 대한 이해, 생태적 감수성 함양을 위해 ‘제7회 국립생태원 생태문학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2016년부터 시작한 생태문학 공모전은 생태동화, 생태동시 부문을 매년 번갈아 열고 있다. 올해 공모전은 생태동시를 대상으로 한다. 공모전 출품작에는 생태와 환경을 주제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심각성, 탄소중립 등 환경보전에 대한 내용이 다뤄야 한다. 초등부문과 중학생 이상 일반부문으로 나뉘어 지원이 가능하며 현재 활동 중인 작가들은 지원할 수 없다. 응모를 원하는 사람은 국립생태원 누리집이나 공모전 누리집에서 응모 양식을 내려받아 분량 제한 없이 1인당 2편의 동시를 작성해 8월 31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전문가 심사를 거쳐 출품작 중 28편을 선발한다. 부문별로 대상(환경부장관상) 1편, 최우수상(국립생태원장상) 2편, 우수상 3편과 장려상(초등 10편, 일반 6편)으로 나눠 시상한다. 최종 결과는 국립생태원 누리집을 통해 10월에 발표된다. 수상작 28편은 내년 상반기에 생태동시책으로 발간된다.
  • 전우의 시체를♪ 미아리 눈물고개♫… 마디마디 서린 동족상잔의 비극 [이호섭의 트로트 숨결]

    전우의 시체를♪ 미아리 눈물고개♫… 마디마디 서린 동족상잔의 비극 [이호섭의 트로트 숨결]

    박시춘 작곡한 ‘전우야 잘 자라’ 서울 수복 맞아 군 사기 북돋아 ‘아내의 노래’ ‘전선야곡’ 등엔 남편·아들 보낸 심정 고스란히 ‘굳세어라 금순아’ ‘단장의…’ 생지옥 같았던 흥남부두 철수 끌려가는 양민들 참상 담아내 호국보훈의 달 6월이 오면 전장의 참상과 상흔을 담은 대중가요 또한 우국충정처럼 되살아난다. 동족 간에 총부리를 겨눈 6·25 전쟁은 불러도 불러도 그 아픔을 지울 수 없는 대중가요 여러 곡을 탄생시켰다. ‘전우야 잘 자라’, ‘님 계신 전선’, ‘아내의 노래’, ‘전선야곡’, ‘단장의 미아리 고개’, ‘굳세어라 금순아’, ‘이별의 부산 정거장’, ‘경상도 아가씨’, ‘향기 실은 군사우편’ 등이 대표적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 공산군이 38선을 넘어 남침을 개시하면서 1129일간의 민족 대참화가 시작됐다. 북한의 기습 남침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남한은 3일 만에 서울이 함락되고, 7월에는 낙동강 전선까지 밀렸다. 전쟁 발발 이틀 만인 6월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한민국에 대한 군사 지원을 결의했다. 이로써 전쟁은 김일성과 스탈린의 계산과는 달리 미국 등 16개 유엔 회원국과 북한·중국·소련이 맞붙은 국제전 양상을 띠게 됐다. 9월 15일 맥아더 사령관의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독 안에 갇힌 쥐 꼴이 된 북한군에게 9월 23일 김일성은 총후퇴 명령을 하달하게 된다. 때를 같이해 10월 1일에는 국군 제3사단과 수도사단이 38선을 돌파해 북진을 개시했다. 서울을 수복할 무렵 일제강점기 최고의 작곡가로 손꼽히는 박시춘은 자원입대 후 군예대(軍藝隊)를 이끌고 전장을 누비며 국군 사기 진작을 위한 위문공연을 하고 있었다.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 극작가 겸 작사가 유호는 서울 수복을 맞아 명동에서 박시춘을 만나 술을 마시게 됐다. 이때 박시춘이 “이제 북진 통일이 임박했으니 우리 군인들의 사기를 돋울 노래를 만들자”고 유호에게 제안해 ‘전우야 잘 자라’가 현인의 노래로 탄생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떨어져 간 전우야 잘 자라’ 1절은 후퇴를 거듭하며 최후 방어선을 구축한 처절했던 전장 낙동강, 2절은 추풍령, 3절은 한강, 4절은 38선이 주제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우야 잘 자라’는 박시춘이 아는 정훈장교가 가져가 정훈국에서 발표함으로써 전군에 보급됐다. 진격하는 국군 장병들은 북진에 대한 벅찬 감명과 잃어버린 전우에 대한 슬픔에 눈물로 노래를 열창했다. 그러나 이 노래는 1·4 후퇴 즈음에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2절)라는 가사가 불길하다는 이유로 육군본부에 의해 금지됐다가 휴전 이후에야 해금됐다. 풍전등화 같은 조국을 구하기 위해 남성들만 나선 것은 아니다. 이제 갓 신혼 초야를 치른 새 신부는 조국의 부름을 받고 내일이면 전장으로 떠나야 하는 남편을 위해 밤새 꽃수를 놓았다. 이제 가면 살아서 돌아올지 죽어서 돌아올지 모르는 남편이지만, 조국을 지키러 가는 숭고한 길이기에 새 신부는 눈물 대신 웃음으로 남편을 전송했다. ‘님께서 가신 길은 영광의 길이옵기에/ 이 몸은 돌아서서 눈물을 감추었소/ 가신 뒤에 님의 뜻은 등불이 되어/ 바람 불고 비 오는 어두운 밤길에도/ 홀로 가는 이 가슴에 즐거움이 넘칩니다’ 심연옥이 부른 ‘아내의 노래’는 전쟁 중이던 1952년 대구의 오리엔트레코드에서 나왔다. 총을 들고 직접 싸우지는 않았지만 여성들도 사랑하는 가족을 힘차게 응원하며 구국의 전선에 함께 섰던 것이다. ‘아내의 노래’는 1948년 K.B.C레코드에서 조영출 작사·손목인 작곡으로 김백희가 부른 ‘안해의 노래’로 먼저 발표했던 것을 유호가 가사를 고쳐 쓴 뒤 1952년에 심연옥의 노래로 발표한 곡이다. 심연옥은 1947년 이난영의 남편인 김해송에게 발탁돼 KPK에 입단한 뒤 ‘한강’, ‘도라지 맘보’, ‘전화통신’ 등의 히트곡을 불렀다. ‘아내의 노래’와 같은 음반에 수록된 신세영의 ‘전선야곡’에는 아들을 전장에 보낸 어머니의 비장한 마음과 어머니를 그리는 아들의 마음이 그림처럼 그려져 있다.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소리 없이 나리는 이슬도 차가운데/ 단잠을 못 이루고 돌아눕는 귓가에/ 장부의 길 일러 주신 어머님의 목소리/ 아 그 목소리 그리워’ 뺏고 뺏기는 고지전에서는 밤낮없이 교전이 일어나 병사들은 총소리에 잠이 들고 폿소리에 잠이 깬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오늘 밤엔 적군의 기습 없이 온 세상이 조용하다. 폭풍전야가 고요한 것처럼 적의 엄습이 가까웠다는 뜻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병사는 단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막사 사이로 떠오른 둥근 달을 본다. 달 속에는 고향의 어머니 얼굴이 들어 있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전선야곡’은 1951년 10월 공교롭게도 녹음하는 날 신세영의 어머니가 별세하는 바람에 목멘 상태로 불러 더 진한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1926년 부산 동래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한 신세영은 1947년 오리엔트레코드 주최 콩쿠르에서 입상한 뒤 전속 가수가 됐다. 1948년 ‘로맨스 항로’로 데뷔했으며 나훈아의 ‘청춘을 돌려다오’를 작곡하기도 했다.순조로운 북진으로 조국 통일을 눈앞에 둔 1950년 12월 3일. 중공군 약 6개 사단이 미 해병대와 보병부대를 포위하며 전쟁은 새로운 양상으로 치닫게 됐다. 치열한 장진호 전투를 고비로 12월 9일 맥아더 사령관이 미 제10군단에 흥남부두를 통해 해상 철수할 것을 명함으로써 군인과 피난민이 뒤엉켜 아비규환의 생지옥과 같았던 흥남철수작전이 시작된다. 이 참상을 그린 노래가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다.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이 체결되며 총성은 멎었지만 너무나 많은 상처가 이 땅을 할퀴고 갔다. 작사가 반야월(가수명 진방남)은 전쟁 발발 이튿날 먹을거리를 구한다며 서울 수유리에 가족을 남겨 두고 경북 김천에 있는 처가로 갔다. 인민군에 의해 길이 막혀 서울로 돌아오지 못하다 서울 수복이 이뤄지면서 집으로 돌아온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비보를 들었다. 미아리에 인민군이 쳐들어오자 부인은 딸을 데리고 집을 떠났는데, 다섯 살 딸 수라가 아사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전쟁 중이라 무덤도 채 만들지 못하고 미아리 고개에 흙을 파서 묻었다는 부인의 말을 듣고 반야월은 슬픔에 몸부림쳤다. 이러한 체험을 담아 이해연의 노래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1956년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발표했다.‘미아리 눈물 고개 님이 넘던 이별 고개/ 화약 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맬 때/ 당신은 철사 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 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이 노래에는 화약 연기 자욱한 전장의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인민군에게 끌려가는 양민들의 참상이 피눈물로 그려져 있다. 당시 인민군은 군인, 경찰, 공무원, 대지주와 그 가족들을 모조리 끌고 갔다. 포승 대신에 철사로 두 손을 묶고 도망하지 못하도록 맨발로 끌고 가는 천인공노할 참상이 이 가사에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휴전 협정 체결 이후 70년이 흘렀지만 아직 남북은 총부리를 놓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금도 미사일 실험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월남패망과 보트피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으면 아무도 우리를 지켜 주지 않는다. 반만년 동안 숱한 외침을 받았지만 굳세게 이 땅과 이 나라를 지켜 왔던 호국영령들의 희생에 답하는 일은 세계 질서의 중심축으로서 강하면서도 조화로운 대한민국을 지켜 나가는 일일 것이다. 작곡가·문학박사
  • 용산, 주민·전문가 함께하는 낭독회

    서울 용산구는 주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제3회 용산꿈나무도서관 낭독회 ‘낭독의 꿈’을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낭독회는 오는 12일 오후 2시부터 용산꿈나무종합타운 5층 꿈나무극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다. 낭독 뮤지션 제갈인철과 조다빈의 책노래 오프닝 공연에 이어 일반 참가자 10팀의 낭독회, 전문 성우팀의 어린이 책 낭독 등으로 구성된다. 일반 참가자 10팀은 가족, 친구 등 2인 이상으로 구성된 주민을 대상으로 사전 신청을 받아 선정됐다. 참가자들은 공연 전 낭독의 기초와 발성법 강의 등 사전 교육을 받아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전문 성우팀 김아롱, 김희승, 박정수씨는 어린이 책 ‘아드님, 진지 드세요’ 공연을 선보인다. 이번 낭독회는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용산꿈나무도서관 홈페이지, 전화 등으로 사전 신청하면 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음악과 함께하는 낭독 공연 등 재미 요소도 담아 낭독이 생소한 어린이들에게 문학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고 흥미를 높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광주시 14일~23일 청소년종합예술제 참가자 모집

    경기 광주시는 ‘2022년 청소년종합예술제’에 참가할 청소년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4일 밝혔다. ‘2022년 청소년종합예술제’는 광주시 주최, 광주시 청소년수련관 주관 행사로 오는 7월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열린다. ‘청소년종합예술제’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예술적 재능을 표현하고 문화적 감수성을 개발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예술축제다. 올해 청소년종합예술제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지난해와 달리 ‘오프라인 경연 및 현장 심사’ 방식으로 진행해 청소년들이 생동감 있는 현장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맘껏 펼치게 될 예정이다. 참가 부문은 음악, 무용, 사물놀이, 문학등 4개 부문 18개 종목으로 서양음악 기악 부문이 시범종목으로 추가됐다. 참여를 원하는 관내 청소년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이번 광주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청소년은 오는 10월 경기도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신청 기간은 오는 14일부터 23일까지 10일간이며 행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광주시 청소년수련관 홈페이지 공지 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대한민국 사상 최초 ‘10대’ 시의원 나왔다

    대한민국 사상 최초 ‘10대’ 시의원 나왔다

    “정치에는 나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고양시의원 비례대표 후보에 1순위로 추천된 천승아 후보가 도내 유일 10대 당선인이 됐다. 천 당선인은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이 바뀌면서 만 25세 이상 기준의 출마 가능 나이가 만 18세로 낮춰지면서 이번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3일 천승아(19) 당선인은 “오히려 나이가 주는 우려를 극복하고 싶다”면서 연합뉴스에 당찬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 10대 청년 7명이 도전했는데, 저만 당선돼 너무 안타깝고 부담스럽다”며 “제가 당선될 수 있던 건, 제가 그들보다 능력이 뛰어났다기보다는 비례대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제게 주어진 기회를 더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더 열심히 잘 해내야 더 많은 청년이 정치에 관심을 두고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 당선인은 현재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를 휴학 중이다. 지방선거 출마에 대한 생각은 지역 봉사활동을 하면서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지역 도서관에서 영어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활동을 4년간 하면서 이런 프로그램이 고양시 전체로 확대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돌봄교실 필요성도 느꼈다”며 “시의회에서 체계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보려고 정치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의정활동 계획과 관련해서는 “교육·복지·문화예술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활동하고 싶다”면서 “학생과 청소년, 장애우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천 당선인은 “대학 휴학 중 당선된 만큼 우선 시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면서 “발로 현장을 뛰고, 신뢰받고 약속을 지키는 시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천 당선인은 2002년 11월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2학년 휴학 중이다. 그는 국민의힘 고양(정) 청년위원회 여성청년보좌역으로 활동해 왔다. 한편 이번 선거에는 천승아 의원 당선자를 포함 10대가 모두 7명 출마했다. 광역비례의원 이재혁(경기도) 정의당 후보, 이건웅(제주도) 녹색당 후보, 기초의원 경북 경주시의원에 도전한 김경주(민주당) 후보, 전남 무안군 선거에 나선오신행(무소속) 후보 등 4명이 18세다. 19세 출마자는 천 당선자 외에 서울시 광역비례의원 노서진(정의당) 후보, 경기도 신은진(진보당) 후보가 있다. 이들 중 천 당선자 외에 6명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 콜롬비아 작가는 왜 제주 해녀에 대해 썼나… 여행철학서 ‘아르카와 이라’

    콜롬비아 작가는 왜 제주 해녀에 대해 썼나… 여행철학서 ‘아르카와 이라’

    “그날은 걷기 좋은 날이었지. 그런데도 우리는 바다를 마주한 그곳에 앉아 평소처럼 대화를 나눴지. 동상이 아닌 진짜 해녀들이 헤엄치는 것도 보고.” 제주도의 해녀를 보면 어떤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을까. 바다에 비해 한없이 작은 인간의 몸이 뒤집혀 순식간에 전혀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뭔가를 가져오고, 그러기를 또 반복하는 해녀를 보며 아르카와 이라는 진지한 대화를 이어 간다. ‘아르카와 이라’를 쓴 미겔 로차 비바스 작가는 콜롬비아에서 중요한 젊은 작가로 꼽힌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 중인 서울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초청된 콜롬비아는 3일 오후 작가와 역자의 대담회를 열었다. ‘아르카와 이라’는 두 주인공 아르카와 이라가 나눈 대화집이다. 세계의 다양한 곳을 다니며 다양한 사유를 나누는 이들의 대화는 여행 문학과 철학서를 오간다. 저자는 “이 책은 휴머니티와 우정을 대화를 통해 푸는 책”이라며 “콜롬비아나 아르헨티나, 제주 등 여러 곳을 다니는 여정은 대화를 윤택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대화를 통해 새로운 여행의 가능성도 만들어진다”고 소개했다. 제주도는 저자가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에서 개최한 학술대회를 계기로 실제 방문하면서 책에 들어갈 수 있었다.두 주인공의 이름은 남미 지방의 전통 악기인 아르카와 이라에서 따왔다. 저자는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의 음악가들이 많이 쓰는 악기로 두 사람이 악기를 연주하듯 서로 대화한다고 이해하면 된다”면서 “대화를 통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복잡한가 드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철학적 사유를 담은 책이다 보니 등장하는 사물마다 다양한 메타포가 담겨 있다. 책은 2019년 과달라하라 대학 내 서점에서만 팔려 학생들 외에는 독자가 없었지만, 1년 반이 지나 디지털로도 발행하게 되면서 더 많은 독자가 만날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선 지난달 에디투스를 통해 출간됐다. 번역을 맡은 우석균 서울대 교수는 “미겔과는 2016년 처음 알게 됐는데, 이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안해줘서 인연이 계속 이어졌다”면서 “철학적인 성찰이 담겨 있고 동서양의 종교와 문화를 넘나드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힘들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분방한 성찰과 흐름을 가지고 일관되게 글을 쓴 것이 부러웠다”면서 “저도 그런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학교에서 요구하는 여러 가지가 있어서 이런 책을 못 쓴 지 10년도 지났다. 저도 다시 써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라고 전했다. 한국은 지난 4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보고타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가했다. 반대로 이번에는 한국이 콜롬비아를 주빈국으로 초청했다. 이번 교류를 계기로 독자들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콜롬비아 문화를 더 폭넓게 접할 수 있게 됐다.
  • 국무조정실장에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유력

    국무조정실장에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유력

    윤석열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에 방문규(60) 수출입은행장 임명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 행장은 경기 수원시 출생으로 수성고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28회) 출신 경제 관료로,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과장, 기획재정부 대변인, 예산실장, 제2차관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2017년 보건복지부 차관을 역임했으며 김경수 지사 시절인 2018년 경남도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조실장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을 사실상 내정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한편, 한 총리의 비서실장으로는 박성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변호사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광주지검 순천지청 지청장을 지냈다. 한 총리가 노무현 정부 총리이던 2007∼2009년에 국무조정실에 파견돼 일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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