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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역지사지(김민정 지음, 난다) “자고로 풀을 잘 뽑으려면 서서는 안 되고 일단 쪼그리고 앉아야 할 것이고 슬며시는 안 되고 깊이 고개를 파묻어야 할 것이고 힐끗은 안 되고 부릅뜬 눈으로 풀을 보아야 할 것이다. 하물며 풀과 책뿐이랴. 만들고 있는 책 제목도 뽑아야 하는데 당분간 사람 뽑는 일로 참 바쁠 우리겠다.” ‘과거로 쓸려간 생의 사소한 순간을 다시 붙들어서 빛나는 순간이 되도록 만든’(신형철 문학평론가) 시인 김민정의 글을 모았다. 2009년부터 2025년까지 여러 매체에 발표한 산문을 연도별로 묶고 첫 산문집 ‘각설하고’에서 추린 산문 17편을 추가했다. 사사로운 기록으로 보이지만 보편적인 삶, 여성의 눈으로 본 지난 16년의 사회 흐름도 엿보인다. 304쪽, 1만 8000원. 남극(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다산책방) “이 사람들은 사실을 반도 모른다. 내가 그들을 어떤 모습으로 바꾸었는지, 힘들게 얻은 지금의 얼굴에서 어떻게 20년을 지워내고 벌꿀 같은 금발을 어떻게 지웠는지 모른다. … 어떻게 낡고 더러운 양말처럼 뒤집어 놓았는지. 내가 한 온갖 거짓말을.” 아일랜드 문단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구축한 클레어 키건이 1999년 내놓은 데뷔작. 이 책으로 키건은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 윌리엄 트레버상 등 4개 문학상을 휩쓸었다. 불행한 여성, 구원받지 못하는 남성의 이야기로 어리석고 게으르며 위험한 인물들이 만드는 아일랜드 지역사회를 응시한 키건의 날카로운 시선을 만날 수 있다. 344쪽, 1만 8000원. 낮은음자리의 어린이(김준현 지음, 창비) “창작자의 내면에서 많은 의문과 고민이 거듭될수록 청소년시가 말하는 현실과 실재하는 청소년의 삶이 공명하는 지점 또한 다양해질 것이며, 돌올한 자기-고유의 목소리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될 것이다.”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등단한 이후 시와 동시, 소설, 평론을 넘나들며 활동해 온 김준현의 첫 평론집. 동시가 오늘의 어린이와 어떻게 만나는지, 어린이의 목소리를 어떤 높이와 거리에서 듣는지, 어떻게 말의 가능성을 여는지 차분하게 짚었다. 동시 논의의 외곽에 머물던 청소년과 청소년시 영역도 끌어와 사유한다. 책은 우리 동시의 현장을 점검하며 동시를 읽는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416쪽, 2만 7000원.
  • 자전과 허구, 꿈과 현실을 섞은… 독자를 배신하는 유쾌한 반전의 반전

    자전과 허구, 꿈과 현실을 섞은… 독자를 배신하는 유쾌한 반전의 반전

    선생님의 설명을 엉뚱하게 이해하는 열 살 소년에서 열등생에게 글을 가르치는 교사로, 은퇴 후엔 시골 오두막집에서 글짓기에 몰두해온 한 몽상가의 삶이 투영된 자전적 소설이다. 각 단계의 화자가 꿈을 꾸고 추적하는 이야기를 예측불허의 전개와 몽환적인 문체로 담아냈다. 작가 다니엘 페낙은 ‘말로센 시리즈’ 등 환상소설로 프랑스에서 국민작가 대접을 받는 소설가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의 생각을 거스르고 배신하는 유쾌한 반전이 거듭된다. 모두가 잠든 시각, 막 잠자리에 든 ‘나’와 노란 스탠드가 눈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스탠드는 눈이 노란부엉이처럼 보였다. 치기 어린 열 살 꼬마지만 부엉이와 눈싸움에서 질 수는 없다. 황금빛 전구를 뚫어져라 쳐다봤더니 한순간 ‘퍽’ 소리를 내며 꺼졌다. 이어 쩍 벌어진 전구에서 노란 액체가 꿀럭이며 나왔다. 이겼다는 승리의 기쁨도 잠시, 액체는 노란빛의 홍수가 돼 집과 도시 전체를 집어삼켰다. ‘나’를 꿈에서 끄집어낸 건 함께 잠들었던 친구 루이와 부모님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꿈 내용을 적어보라고 제안한다. 이탈리아 초현실주의 영화 거장인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의상 담당자였던 엄마는 펠리니가 잠에서 깨자마자 꿈 내용을 적고 그림으로 그리며 성장했던 일화를 떠올렸던 것이다. ‘나’는 루이와 함께 꿈속의 일을 짚어보며 이상야릇한 꿈의 시작을 추적한다. 어느새 어른이 된 ‘나’와 루이. 어릴 때 소풍 갔던 곳에서 함께 스킨스쿠버를 하다 노란빛에 잠긴 마을과 똑같은 풍경을 발견한다. 물속을 부지런히 헤엄쳐 내 방을 찾아간 ‘나’는 꼬마였던 ‘루이’와 마주한다. 예상했겠지만, 이 역시 꿈이다. 작가가 설치해둔 함정에 또 빠진 독자는 이제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길을 잃고 “미로처럼 뒤얽힌 매력적인 이야기”를 따라 몽환적인 발걸음을 이어간다. 꿈 이야기의 가지들은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 속으로, 현재의 가족 이야기로, 펠리니의 꿈속으로 뻗어간다. 과거와 현재, 사실과 허구, 현실과 꿈이 마구 뒤섞인다. “나는 꿈속의 일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꿈을 기억해내는 일인 동시에 상상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감각을 이야기로 바꾸는 일이다. 엄밀한 의미로,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다.” 책 끝자락쯤에 나오는 글귀다. 형식은 소설 속 문장이지만, 사실 작가 자신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그대로 표현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 [책꽂이]

    [책꽂이]

    자연은 포기하지 않는다(이원영 지음, 교보문고)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이 극한의 환경을 진화로 극복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16종의 동식물을 소개한 책이다. 꼭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살아남는다’는 목표 하나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이겨 내는 일은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가. 삶은 그 자체로 빛난다는 걸 동식물들을 통해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216쪽, 1만 6800원. 서른에 시작하는 30일 사주명리(이지형 지음, 청어람 미디어) 과학 교양잡지 ‘스켑틱’에 ‘주역을 믿어서는 안 되는 7가지 이유’란 글을 실어 주목받은 저자가 쓴 ‘마흔에 시작하는 30일 주역’의 후속작이다. 사주나 주역이 비과학적이라는 비판과 별개로, 저자는 사주는 자신만의 길을 찾게 돕는 안내서이자 인문학 책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주명리의 한계까지도 명확히 짚어주면서, 삶의 걸림돌을 만났을 때 어떻게 활용할지를 알려준다. 300쪽, 1만 7000원. 세상을 바꾼 화폐들 그리고 비트코인(홍익희 지음, 책과삶) 화폐를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인 ‘인간의 상호 신뢰’를 인간의 손에서 기술로 옮긴 문명사적 사건인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의 출현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 의미를 다시 묻는다. 디지털 화폐가 이끄는 금융과 통화의 혁명, 글로벌 금융의 탈중앙화 등 급변하는 세계경제의 현실을 직관, 분석한 책이다. 364쪽, 2만 3000원.
  • 대구간송미술관, 문화유산 수리 허브로 뜬다

    대구간송미술관, 문화유산 수리 허브로 뜬다

    지난해 문을 연 대구간송미술관이 ‘문화유산 수리·복원’ 허브로 떠올랐다. 대구 지역 지류(紙類)문화유산 30점에 대한 복원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다. 미술관을 위탁운영하는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앞서 오랜 기간 쌓아온 지류문화유산 수리·복원 전문성을 지역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공공문화시설 수리복원 협력 및 지원 사업’과 ‘시민 참여 수리복원 공모사업’ 등을 통해 대구·경북 지역 기관이 소장한 지류문화유산 18건 26점, 대구시민 소장자료 4건 4점 복원을 마무리했다고 24일 밝혔다. 대구시가 소장하고 있는 아동문학가 윤복진의 가요곡집과 졸업앨범이 이번 사업을 통해 복원됐다. 또 대구미술관 소장품인 근대서예가 서동균의 작품 군자화목은 낱장 상태였던 8점의 작품을 원래 모습인 8폭 병풍으로 복원했다. 예천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중기 학자 초간 권문해가 남긴 유서도 곰팡이와 충해로 훼손 상태가 심각했으나, 오염 제거와 글자 보전 처리를 마쳤다. 예천박물관은 수리·복원이 완료된 자료를 받아 국가유산 등재를 추진할 예정이다. 개인 소장품 중 복원된 자료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활동을 기록한 독립혈사, 지역 공익단체의 역사를 보여주는 동대구로타리클럽 가입승인서, 경북대학보와 혼서 등이다. 한편 문화유산 복원 과정은 미술관 1층에 있는 ‘보이는 수리·복원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하나 수리복원팀장은 “앞으로도 지역 문화·예술 공공기관과 시민들과의 협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가 소장한 지류문화유산의 가치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 ‘문화유산 수리 허브’ 떠오른 대구간송미술관…지류유산 30점 복원

    ‘문화유산 수리 허브’ 떠오른 대구간송미술관…지류유산 30점 복원

    지난해 문을 연 대구간송미술관이 ‘문화유산 수리·복원’ 허브로 떠올랐다. 대구 지역 지류(紙類)문화유산 30점에 대한 복원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다. 미술관을 위탁운영하는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앞서 오랜 기간 쌓아온 지류문화유산 수리·복원 전문성을 지역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공공문화시설 수리복원 협력 및 지원 사업’과 ‘시민 참여 수리복원 공모사업’ 등을 통해 대구·경북 지역 기관이 소장한 지류문화유산 18건 26점, 대구시민 소장자료 4건 4점 복원을 마무리했다고 24일 밝혔다. 대구시가 소장하고 있는 아동문학가 윤복진의 가요곡집과 졸업앨범이 이번 사업을 통해 복원됐다. 또 대구미술관 소장품인 근대서예가 서동균의 작품 군자화목은 낱장 상태였던 8점의 작품을 원래 모습인 8폭 병풍으로 복원했다. 예천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중기 학자 초간 권문해가 남긴 유서도 곰팡이와 충해로 훼손 상태가 심각했으나, 오염 제거와 글자 보전 처리를 마쳤다. 예천박물관은 수리·복원이 완료된 자료를 받아 국가유산 등재를 추진할 예정이다. 개인 소장품 중 복원된 자료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활동을 기록한 독립혈사, 지역 공익단체의 역사를 보여주는 동대구로타리클럽 가입승인서, 경북대학보와 혼서 등이다. 한편 문화유산 복원 과정은 미술관 1층에 있는 ‘보이는 수리·복원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하나 수리복원팀장은 “앞으로도 지역 문화·예술 공공기관과 시민들과의 협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가 소장한 지류문화유산의 가치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 “남자는 다 싫어!” 조커의 ‘철벽녀’ 꼬시기 대작전…결말은? [요즘 뭐봐?]

    “남자는 다 싫어!” 조커의 ‘철벽녀’ 꼬시기 대작전…결말은? [요즘 뭐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99년 개봉해 하이틴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수작입니다. 당시 ‘이프 온리’의 질 정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영원한 조커이자 뛰어난 연기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히스 레저를 비롯해 줄리아 스타일스, 조셉 고든 레빗 등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들이 총출동해 주목받았습니다. 시애틀 파듀아 고등학교에 전학 온 순수 청년 카메론(조셉 고든 레빗)은 학교 최고의 퀸카 비앙카(라리사 올레이닉)를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하지만 비앙카에게 접근하는 길은 첩첩산중입니다. 엄격한 아버지가 내건 철칙 때문입니다. 바로 언니 캣(줄리아 스타일스)이 데이트를 해야만 동생 비앙카도 연애할 수 있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죠. 문제는 언니 캣이 남자라면 질색하는 것은 물론, 독설과 괴팍함으로 전교생을 벌벌 떨게 만드는 ‘철벽녀’라는 사실입니다. 절망에 빠진 카메론은 머리를 굴려 학교 최고의 위험한 아웃사이더 패트릭(히스 레저)을 섭외하기에 이릅니다. 돈을 받고 캣의 마음을 사기 위해 접근한 패트릭. 하지만 캣의 철벽은 생각보다 견고하고, 가짜로 시작된 이 작전은 시간이 흐를수록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영화 뒷이야기’ 이 영화는 2008년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의 할리우드 데뷔작으로도 유명합니다. 당시 호주에서 온 무명 배우였던 그는 특유의 낮게 깔리는 중저음과 반항적인 매력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는데요. 특히 그가 학교 운동장 스탠드에서 마이크를 잡고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부르며 춤을 추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영화 역사상 최고의 세레나데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극 중 캣이 울먹이며 제목과 같은 시를 낭송하는 장면은 단 한 번의 테이크(One Take)로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줄리아 스타일스의 눈물은 연출된 것이 아닌 실제 감정이 터져 나온 것이었고, 현장의 모든 스태프가 숨을 죽인 채 그 경이로운 순간을 지켜봤다는 후문입니다. 또한 극 중 앙숙처럼 보였던 히스 레저와 줄리아 스타일스는 촬영 당시 실제 연인 사이였으며, 조셉 고든 레빗은 극 중 프랑스어를 못하는 연기를 했지만 실제로는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수재였다고 합니다. 시나리오 작가 카렌 맥컬라는 인터뷰에서 “제목은 고등학교 시절 썼던 실제 일기장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당시 맥컬라에게는 ‘앤서니’라는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앤서니가 싫은 점들의 목록’을 일기에 적어 내려갔다고 합니다. 훗날 공동 작가인 커스틴 스미스와 각본을 집필하던 맥컬라는 소재를 찾기 위해 고교 시절 일기장을 뒤졌고, 과거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이 목록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들은 커스틴이 “바로 이게 우리 영화의 제목이야!”라고 외치면서, 전 세계 로맨틱 코미디 역사에 남을 명제목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이런 게 있었어? 영화 곳곳 숨겨져 있는 ‘셰익스피어’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 중 상당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캣(줄리아 스타일스)과 비앙카(라리사 올레이닉)는 연극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페트루치오는 패트릭(히스 레저)으로 바뀌었습니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언급은 작품 전반에 걸쳐 계속됩니다. 캣의 가장 친한 친구인 만델라는 그 극작가에게 푹 빠져 있습니다. 또한 카메론은 비앙카를 처음 본 후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대사를 직접 인용하며 “나는 불타오르고, 갈망하고, 죽어간다”고 말합니다. 또한 모건 선생님 교실에는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영국에 관한 게시판이 통째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캣은 자신을 “격렬한”(tempestuous) 사람이라고 묘사하는데,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가 ‘템페스트’(The Tempest)입니다. 질 정거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이프 온리’ 제작진의 감성이 녹아있는 이 작품은 2009년 동명의 TV 시트콤으로 리메이크될 만큼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의 찬란했던 청춘을 기억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여전히 가장 완벽한 선택지입니다. 관람 포인트 1 미치광이 조커에서 설레는 ‘썸남’으로 완벽 변신한 히스 레저의 연기를 즐겨보세요. 관람 포인트 2 최근 하이틴 패션 등 과거 유행했던 패션이 다시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요. 지금 봐도 예쁜 그 당시 패션에도 주목해보세요. 관람 포인트 3 앞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영화 곳곳에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단서들이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단서들을 찾아보며 영화를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해요 ‘퀸카로 살아남는 법’,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키싱 부스’ 등 하이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별로일 수가 없는 영화입니다. 하이틴 영화 특유의 통통 튀는 감성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 [열린세상] 도쿄 책 거리 韓 문학의 빛과 그늘

    [열린세상] 도쿄 책 거리 韓 문학의 빛과 그늘

    최근 원로 시인과 중진 소설가를 각기 다른 일로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11월 하순 일본 도쿄에서 열린 K-BOOK 페스티벌에 다녀왔다며, 인상적인 것을 넘어서 감명을 받았다고 입을 맞춘 듯이 말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행사로만 알았는데 ‘K-BOOK 페스티벌 2025’와 연계했다는 데 짐짓 놀랐고 행사의 내용과 수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국 작가와의 대화는 전석 사전 예약이 끝났고 당일 배정하는 입석권을 구하기 위해 긴 줄을 서는가 하면 작가 사인회는 많은 일본 독자들로 북적였다고 했다. 또 ‘동주’를 비롯해 원작이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 모여든 관객들을 보며 문학 한류를 실감했다고 했다. 행사는 올해 7회째로 도쿄의 책 거리인 진보초 출판클럽 빌딩에서 ‘우리 모두 다 같이’를 주제로 열렸다. 이와나미, 슈에이샤를 비롯한 일본 45개 출판사와 한국 12개 출판사가 참여해 부스를 개설했으며 일본 전역의 74개 서점이 함께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라고 했다. 2019년 처음 시작한 이래 전 세계를 휩쓸고 간 코로나 팬데믹 때도 멈춤 없이 내실과 규모를 더해 가고 있어 우리 출판계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시대를 넘어 교류하는 한국문학 100년 여행’ 전시이다. 전시 프로그램을 보면 맑고 순연한 청년 시인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와 일본의 대표적인 심미주의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1949)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인훈의 ‘광장’(1961)과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1964)이 동시대 작품이라는 점 또한 흥미로웠다. 전시는 우선 19세기 말부터 10년 단위 연표로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과 그 시기에 발표된 한국의 주요 문학 작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런 다음 동시대 한일 간의 문학 교류 내용과 일본 주요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 독자들이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과 시대별 주요 작품을 확인하는 동시에 같은 시기 일본 작가들의 주요 작품들을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섬세함과 일목요연함이 돋보인다. 특히 K-BOOK 페스티벌은 일본 출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사단법인 K-BOOK진흥회가 주도하는 자생적인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비용의 절반 이상을 회비와 부스 대관료 등으로 충당하고 일본과 한국의 공공기관과 민간재단 등의 후원을 받아 꾸려 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구심점 역할을 한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 ‘쿠온’ 김승복 대표의 역할이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필자가 대산문화재단에 근무하던 때 그가 찾아와 ‘K-BOOK 페스티벌’ 개최를 상의한 적이 있다. 그때 선뜻 답하지 못했는데, 속칭 전문가를 자처하는 입장에서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장벽을 뛰어넘어 일본에 문학 한류를 심고 책 축제라는 값진 교류의 장을 만들며 지속하는 바람직한 사례를 만들어 낸 것에 늦었지만 감사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밝은 빛으로 가득해야 할 K-BOOK 페스티벌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고 한다. 후원의 큰 축인 우리 국제교류재단과 민간재단들이 앞으로의 후원을 장담하지 못하거나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학·출판이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는 알 듯 모를 듯한 이유 때문이다. 더욱 씁쓸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상찬해 마지않았던 ‘시대를 넘어 교류하는 한국문학 100년 여행’ 전시와 프로그램에 일본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 기관이 지원에 난색을 표해 계획과는 다르게 후원 없이 진행되었다는 후문이다. K컬처라는 큰 흐름을 형성하며 문화강국을 자임하는 이면의 그늘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가누기 어렵다. 곽효환 시인·전 한국문학번역원장
  • 장성군, 2년 연속 국가유산청 ‘전통산사 활용사업 우수기관’ 선정

    장성군, 2년 연속 국가유산청 ‘전통산사 활용사업 우수기관’ 선정

    전남 장성군이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인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전통산사 문화유산 활용사업 분야에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며 국가유산청장상을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군은 올해 ‘백학 타고 백양에 노닐다’를 주제로 백양사에서 △산사 인문학 △법당 지은 사람들 △양이의 탐험 등 다양한 치유·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번 평가에서 국가유산청은 천년고찰 백양사가 지닌 역사성과 불교문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대중과 친밀하게 소통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이번 수상을 기점으로 장성이 지닌 역사·문화적 가치를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성군은 내년에 운영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필암서원 활용 프로그램에서도 한층 풍성한 역사·문화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 야구붐 효과… 야구장 상권도 대박

    야구붐 효과… 야구장 상권도 대박

    올해 프로야구가 시즌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운 가운데 경기일 야구장 인근 외식업 매출이 경기가 없는 날보다 최대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 성적을 거둔 팀을 중심으로 관중 유입이 늘면서 지역 상권 매출도 함께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올해 KBO 프로야구 정규시즌(3월 22일~10월 4일) 동안 전국 9개 야구장 반경 1.5㎞ 이내 외식업 사업장의 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홈경기 기간 일평균 매출은 원정경기 기간 대비 평균 7.1% 증가했다. 단일 구단이 홈팀인 구장은 원정경기 기간에 해당 구장에서 경기가 열리지 않는 점을 고려해 비교했다. 구장별로는 부산 사직구장의 매출 증가율이 19.0%로 가장 높았고, 창원(11.4%), 대전(6.9%), 고척(5.1%), 문학(4.2%), 수원(3.4%) 순으로 나타났다. 광주구장은 홈경기 기간 평균 매출이 0.01% 감소했는데, 조사 대상 구장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대비 일평균 관중 수가 줄어든 곳이다. 창원구장은 홈경기일 평균 매출이 10.1%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사직(2.5%), 수원(2.4%), 고척(1.2%), 대전(0.9%)도 소폭 증가했으나, 문학(-1.3%)과 광주(-3.7%)는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흥행팀 홈구장을 중심으로 경기일 효과가 뚜렷했다. 프로야구 우승팀 LG트윈스의 홈구장인 서울 잠실구장 인근에서는 중식 전문점(62.5%), 분식점(57.5%), 국·탕·찌개 전문점(49.6%) 매출이 비경기일보다 크게 늘었다.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구장에서도 국·탕·찌개 전문점 매출이 경기일에 약 두 배로 증가하는 등 상권 활성화 효과가 두드러졌다.
  • 프로야구 흥행에 야구장 상권 ‘후끈’… 경기일 외식 매출 최대 19%↑

    프로야구 흥행에 야구장 상권 ‘후끈’… 경기일 외식 매출 최대 19%↑

    사직·창원 등 홈구장 매출 증가외식업 중심 경기일 효과 뚜렷올해 프로야구가 시즌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운 가운데 경기일 야구장 인근 외식업 매출이 경기가 없는 날보다 최대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 성적을 거둔 팀을 중심으로 관중 유입이 늘면서 지역 상권 매출도 함께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올해 KBO 프로야구 정규시즌(3월 22일~10월 4일) 동안 전국 9개 야구장 반경 1.5㎞ 이내 외식업 사업장의 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홈경기 기간 일평균 매출은 원정경기 기간 대비 평균 7.1% 증가했다. 단일 구단이 홈팀인 구장은 원정경기 기간에 해당 구장에서 경기가 열리지 않는 점을 고려해 비교했다. 구장별로는 부산 사직구장의 매출 증가율이 19.0%로 가장 높았고, 창원(11.4%), 대전(6.9%), 고척(5.1%), 문학(4.2%), 수원(3.4%) 순으로 나타났다. 광주구장은 홈경기 기간 평균 매출이 0.01% 감소했는데, 조사 대상 구장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대비 일평균 관중 수가 줄어든 곳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창원구장은 홈경기일 평균 매출이 10.1%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사직(2.5%), 수원(2.4%), 고척(1.2%), 대전(0.9%)도 소폭 증가했으나, 문학(-1.3%)과 광주(-3.7%)는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흥행팀 홈구장을 중심으로 경기일 효과가 뚜렷했다. 프로야구 우승팀 LG트윈스의 홈구장인 서울 잠실구장 인근에서는 중식 전문점(62.5%), 분식점(57.5%), 국·탕·찌개 전문점(49.6%) 매출이 비경기일보다 크게 늘었다.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구장에서도 국·탕·찌개 전문점 매출이 경기일에 약 두 배로 증가하는 등 상권 활성화 효과가 두드러졌다.
  • “외계 생명체 발견된다” 과학자가 못 박은 시점은?

    “외계 생명체 발견된다” 과학자가 못 박은 시점은?

    영국의 저명한 우주과학자가 향후 50년 안에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가 발견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생명체의 형태는 미생물 수준일 가능성이 크지만, 인류가 우주에서 ‘혼자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매기 애더린-포콕 박사는 21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인터뷰에서 “우주에는 약 2000억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며 “이런 규모에서 생명이 지구에만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2075년 이전에 외계 생명체에 대한 ‘긍정적 탐지’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긍정적 탐지는 외계 생명체와의 직접적인 접촉이나 문명 발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외계 행성의 대기나 토양에서 생명 활동이 있어야만 설명 가능한 화학 물질이나 생명 지표가 과학적으로 확인되는 단계를 뜻한다. 다시 말해 비생물학적 과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신호가 관측되는 수준이다. 애더린-포콕 박사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물리·천문학과 소속으로, 이번 발언은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리는 왕립연구소의 연례 과학 강연을 앞두고 나왔다. 이 강연은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중 과학 강연 시리즈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전망은 우주의 규모와 통계적 접근에 기반한다. 박사는 은하 하나에만 수천억 개의 별이 존재하고 최근 수십 년 사이 이들 주변에서 수많은 외계 행성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 “2075년 이전 긍정적 탐지”…외계 생명 발견 시점 전망 애더린-포콕 박사는 이러한 확신의 배경으로 1961년 제시된 드레이크 방정식을 언급했다. 이 이론은 은하 내 별의 수와 행성 존재 확률, 생명 발생 조건 등을 종합해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박사는 “이미 행성은 흔하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제 남은 질문은 그중 어디에 생명이 존재하느냐”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외계 생명체 발견이 곧바로 ‘외계 문명과의 조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박사는 초기 단계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미생물 수준의 단순한 생명체라고 밝혔다. 최근 관측 결과도 이러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지구에서 약 124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K2-18b의 대기에서는 생명 활동이 있어야 장기간 유지되기 어려운 분자가 탐지됐다. 과학자들은 이 행성이 두꺼운 수소 대기 아래 거대한 바다가 존재하는 ‘하이시언(Hycean) 세계’, 즉 지구형 행성보다 더 넓은 조건에서 미생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의 고대 강바닥 퇴적층에서 특이한 광물 구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화성에 미생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단서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관측 결과들은 아직 초기 단계로, 비생물학적 원인을 배제하기 위한 추가 관측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과학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애더린-포콕 박사는 외계 생명체를 발견할 경우 지구 생태계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계 생명은 완전히 격리된 상태에서 분석돼야 한다”며 화성 토양 샘플을 지구로 가져와 연구하기 위한 시설이 준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사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에는 국경도 경계도 없다”며 “우주 탐사는 인류를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우주에 생명 있다” 과학자가 못 박은 발견 시점은? [아하! 우주]

    “우주에 생명 있다” 과학자가 못 박은 발견 시점은? [아하! 우주]

    영국의 저명한 우주과학자가 향후 50년 안에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가 발견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생명체의 형태는 미생물 수준일 가능성이 크지만, 인류가 우주에서 ‘혼자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매기 애더린-포콕 박사는 21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인터뷰에서 “우주에는 약 2000억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며 “이런 규모에서 생명이 지구에만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2075년 이전에 외계 생명체에 대한 ‘긍정적 탐지’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긍정적 탐지는 외계 생명체와의 직접적인 접촉이나 문명 발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외계 행성의 대기나 토양에서 생명 활동이 있어야만 설명 가능한 화학 물질이나 생명 지표가 과학적으로 확인되는 단계를 뜻한다. 다시 말해 비생물학적 과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신호가 관측되는 수준이다. 애더린-포콕 박사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물리·천문학과 소속으로, 이번 발언은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리는 왕립연구소의 연례 과학 강연을 앞두고 나왔다. 이 강연은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중 과학 강연 시리즈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전망은 우주의 규모와 통계적 접근에 기반한다. 박사는 은하 하나에만 수천억 개의 별이 존재하고 최근 수십 년 사이 이들 주변에서 수많은 외계 행성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 “2075년 이전 긍정적 탐지”…외계 생명 발견 시점 전망 애더린-포콕 박사는 이러한 확신의 배경으로 1961년 제시된 드레이크 방정식을 언급했다. 이 이론은 은하 내 별의 수와 행성 존재 확률, 생명 발생 조건 등을 종합해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박사는 “이미 행성은 흔하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제 남은 질문은 그중 어디에 생명이 존재하느냐”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외계 생명체 발견이 곧바로 ‘외계 문명과의 조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박사는 초기 단계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미생물 수준의 단순한 생명체라고 밝혔다. 최근 관측 결과도 이러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지구에서 약 124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K2-18b의 대기에서는 생명 활동이 있어야 장기간 유지되기 어려운 분자가 탐지됐다. 과학자들은 이 행성이 두꺼운 수소 대기 아래 거대한 바다가 존재하는 ‘하이시언(Hycean) 세계’, 즉 지구형 행성보다 더 넓은 조건에서 미생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의 고대 강바닥 퇴적층에서 특이한 광물 구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화성에 미생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단서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관측 결과들은 아직 초기 단계로, 비생물학적 원인을 배제하기 위한 추가 관측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과학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애더린-포콕 박사는 외계 생명체를 발견할 경우 지구 생태계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계 생명은 완전히 격리된 상태에서 분석돼야 한다”며 화성 토양 샘플을 지구로 가져와 연구하기 위한 시설이 준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사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에는 국경도 경계도 없다”며 “우주 탐사는 인류를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한강의 물결’ 본격화… “동시대 작품 많이 읽어야”

    ‘한강의 물결’ 본격화… “동시대 작품 많이 읽어야”

    국내 일간지 중 노벨상 최초 배출최고 수준 부문별 상금 수여 영예총 6985편… 작년보다 1434편 늘어12·3 계엄 주제 다수… AI 소재도 ‘한국에 이리도 문청(文靑, 문학청년)이 많았던가.’ 올해 서울신문 편집국으로 밀려든 원고를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든 생각이다. ‘한강의 물결’은 이번 신춘문예가 돼서야 제대로 흐른 듯하다. 국내 주요 일간지 중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신춘문예답게 올해 서울신문 편집국으로는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많은 원고가 쏟아졌다. 지난 1일 응모를 마감한 ‘2026 서울신문 신춘문예’에는 단편소설, 시, 시조, 희곡, 동화, 평론 등 6개 부문에서 모두 6985편의 작품이 모였다. 지난해(5551편)보다 무려 1434편(26%)이나 늘어났다. 지난해 투고됐던 응모작 편수가 최근 20년 사이 최대였는데 1년도 되지 않아 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부문별로는 시가 5194편으로 가장 많았고, 소설(815편), 시조(589편), 동화(238편), 희곡(122편), 평론(27편) 순이었다. 모든 부문에서 투고 작품 수가 늘어났다. 응모 인원은 2680명으로 지난해(2155명)보다 525명이나 늘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경쟁률이 지난 2년 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이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부문별 상금을 주요 종합일간지 최고 수준을 높이면서 작가 지망생들의 관심이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응모작들의 수준은 부문별로 편차가 있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시조는 지난해보다 수준이 다소 높아졌고 소설·평론은 비슷했다. 반면 시·동화·희곡은 아쉬운 원고가 많았던 걸로 파악된다. 같은 부문 안에서도 편차가 극심했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어수선했던 시국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 많이 보였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소재로 가지고 온 것도 다수였다. 시조 부문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시조가 정형시이긴 하지만 제한된 율격 안에서 탄력적으로 쓰려는 형식적 의지가 보이는 작품이 많았다”고 평했다. 희곡 부문을 심사한 고연옥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교수는 “양적으로 늘기는 했지만, 어떤 이야기와 주제를 활용해야 인물들이 연극이라는 장르에서 살아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작품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동화 부문 황선미 작가는 “기본적인 문장 수준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응모작이 많았는데, 동화를 쉽다고 생각하고 너무 가볍게 투고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지적했다. 시 부문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감정이라는 게 진짜 창의적인, 나만의 것인지 명확하지 않으므로 그것을 단순히 토로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동시대 시인들이 어떤 시를 쓰고 있는지 충분히 읽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학평론 부문 최진석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문학평론은 단순히 작품에 대한 감상이나 해설이 아니므로 자기만의 관점으로 끝까지 주제 의식을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부문에서 예·본심 통합으로 심사를 진행한 ‘2026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은 새해 1월 1일자에 발표된다.
  • “음악은 살아 있는 예술”

    “음악은 살아 있는 예술”

    기교와 서정. 피아니스트에게 요구되는 두 성질은 흔히 대척점에 놓인 것으로 이해되곤 한다. 하지만 정상급의 피아니스트라면 둘 중 어느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다. 오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관객과 만나는 러시아 태생의 미국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46)은 정상급의 연주자가 발휘할 수 있는 기교가 무엇인지, 또 피아노로 전달할 수 있는 감정의 한계가 어디인지 들려줄 예정이다. 21일 게르스타인을 서면으로 만났다. “낭만주의적 상상력의 두 가지 유형을 나란히 배치했다. 프란츠 리스트는 표제음악과 문학적 연상을 대표하고, 요하네스 브람스는 절대음악을 구현한다. 이는 19세기 후반을 지배했던 중요한 논쟁이었다. 리스트·바그너 진영과 브람스의 대립으로 자주 표현되곤 했다. 관객이 이를 단순한 대비가 아니라 통합된 경험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리스트의 ‘세 개의 페트라르카의 소네트’와 ‘단테를 읽고: 소나타 풍의 환상곡’을 통해 커다란 스케일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준다. 반면 브람스의 피아노곡 ‘스케르초’, ‘피아노 소나타 3번’에서는 서정성과 중후함을 아울러 담아낸다. 음악에 하나의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듯 게르스타인도 한 가지 면모만 가지고 있는 연주자가 아니다. 심지어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의 언어도 품었다. 그래서일까. 게르스타인은 2023년 바흐트랙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적으로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배웠다. 하나는 악보에 쓰인 전통, 다른 하나는 즉흥의 전통이다. 재즈는 음악이 단순히 종이에 찍힌 검은 음표 이상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즉흥 연주는 음악을 단순히 재현하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것이 클래식을 연주하는 방식에도 스며들길 바란다.” 게르스타인을 보면 ‘경계가 없는’ 연주자로 보인다. 피아니스트뿐만 아니라 큐레이터, 교육자로도 활동한다. 장르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서 재즈 외에도 현대음악, 카바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아우르며 음악 자체의 외연을 확장코자 힘쓴다. 음악을 조금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안다.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이, 재즈와 클래식과 카바레가 얼마나 다른지. 하지만 이런 ‘다름’은 게르스타인의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음악은 여전히 살아 있는 예술이다. 토마스 아데스(현대음악 작곡가)의 음악에 접근할 때나 로베르트 슈만(낭만주의 작곡가)의 음악을 대할 때나 본질적으로 다르게 접근하지 않는다.”
  • 힐링·치유·재충전… ‘하루 더 머물고 싶은 담양’ 만든다

    힐링·치유·재충전… ‘하루 더 머물고 싶은 담양’ 만든다

    별이 빛나는 곳으로 정비꽃·정원 있는 치유 여행지로 변신전통 미식 연계 웰니스 도시 조성명상센터·생태탐방로 심신 치유담양호권 생태탐방로 2027년 완공다실·멀티홀 갖춘 국제명상센터도여행 문화가 바뀌고 있다. 일반 여행이 ‘구경·먹거리·사진’ 중심이라면 요즘 여행은 ‘웰니스’(Wellness) 여행이다. 웰니스는 웰빙, 행복, 건강의 개념이 합쳐진 말로 단순히 아프지 않은 상태를 초월해 삶의 질을 높이는 전반적인 건강을 뜻한다. 웰니스 여행은 ‘쉬러 가는 여행’을 넘어 여행 자체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끌어올리도록 설계된 여행 방식이다. 힐링·치유·재충전이 핵심이다. 전남 담양군은 최근 자연·정원·생태를 기반으로 한 ‘치유·휴식 중심의 체류형 관광’ 전환을 선언했다. 밤과 낮을 잇는 웰니스 여행 모델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담양의 대표 관광지들은 이제 밤에도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재정비되고 있다. 여행객들이 담양에서 가장 많이 찾는 죽녹원, 메타세쿼이아길, 영산강 문화공원 등 핵심 공간들에는 앞으로 음악분수가 만들어지고 달빛 보트가 띄워지며, 밤의 풍경이 새롭게 그려진다. 군은 여기에 모두 111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여행객들이 밤에도 즐길 수 있는 야간경관이 조성되고 장소별 특성을 살린 테마 조명이 낮과 다른 이색 정취를 선사한다. 죽녹원 봉황루에는 자연과 이야기를 담은 미디어파사드가 설치될 예정이다. 메타랜드에는 생태를 기반으로 한 LED(발광다이오드)가 연출돼 색다른 야간 산책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여기에 조성되는 음악분수는 야간 공연형 콘텐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서 깊은 관방제림과 영산강 문화공원에는 담양의 문화예술과 이야기를 담은 조명이 설치된다. 낮과는 또 다른 결의 풍경이 연출될 예정이다. 2026년 6월부터 운항 예정인 관방천 달빛 보트는 수면 위에서 야경을 즐기는 새로운 체류 콘텐츠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여기에 국제명상센터와 생태탐방로 같은 심신을 보듬고 치유하는 콘텐츠가 더해지면, 사계절 언제든 하루 종일 머무르고 싶은 담양만의 ‘웰니스 스테이’가 차츰 모양을 갖추게 된다. 2027년 담양 추월산 아래 들어설 국제명상센터는 명상실·다실·멀티홀 등이 포함된 복합 치유시설로 조성된다.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깊이 있는 휴식을 원하는 방문객에게 새로운 치유 공간이 될 전망이다. 담양호권 생태탐방로는 2027년까지 14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조성한다. 보도교·데크 쉼터·전망 구간 등이 새롭게 마련된다. 담양호 수변을 따라 펼쳐지는 트래킹 코스는 힐링의 명소로 기대를 모은다. 바람과 물, 산세가 어우러지는 담양호의 풍경은 걷기만 해도 충분한 치유를 느끼게 해,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체류형 휴양단지가 될 전망이다. 금성면 국립정원문화원은 담양의 웰니스 관광을 이끄는 또 다른 중심 공간이다. 15개 주제 정원과 갤러리 온실, 한옥 쉼터 등이 조성돼 있다. 정원 드림 프로젝트·인문학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정원을 매개로 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정원 문화가 치유 콘텐츠와 결합하며 담양만의 ‘정원 기반 치유관광’이 확실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군은 또 내년부터 주요 관광지와 도로변, 유휴 공간을 활용해 담양을 사계절 꽃이 피는 아름다운 도시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봄의 샤스타데이지와 덩굴장미, 여름의 맥문동·백일홍, 가을의 구절초와 코스모스가 만발한 도시 전체가 정원으로 꾸며진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도심 경관은 머무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욱 높이게 된다. 군은 야간경관, 명상 시설, 생태탐방로, 정원 공간을 전통 미식과 연계시켜 체류형 웰니스 여행 콘텐츠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장 담그기’ 전통을 기반으로 한 미식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전통장은 담양 미식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로, 올해 군은 관내 일반음식점 영업주를 대상으로 전통장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내년에는 일대일 컨설팅과 메주틀, 항아리 등 전통장 담그기에 필요한 물품 지원을 통해 건강하고 깊이 있는 관광 먹거리를 체험형 관광과 연결할 계획이다. 인근에 있는 순창군의 고추장 마을, 장성군의 치유 편백숲과도 연계된 담양은 휴식과 치유를 위해 하루 더 머물고 싶은 곳으로 다시 설계되고 있다. 정철원 담양 군수는 “밤을 채우는 빛에서 자연 속 치유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담양의 여정은 여행자가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순간들을 만들어준다”며 “담양에서 진정한 쉼을 발견하고, 활력을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져 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 “그림책은 경계 허무는 세계… 돌돌 말려 있어도 책이죠”[월요인터뷰]

    “그림책은 경계 허무는 세계… 돌돌 말려 있어도 책이죠”[월요인터뷰]

    안데르센상 ‘왕관의 무게’는타 장르와 협업 등 일거리 많아져 좀먹은 옛 그림, 내 그림책이 되고동명 소설에 이어 음악으로 빚어져그림책 속 원화에 체험 더한 전시도옛것·실험적인 책에 대한 로망 각자 스타일로 다시 쓰는 해외 고전우리 이야기도 다양하게 소비되길‘2.4m 두루마리’ 형태로 신작 출간詩와 만난 새 프로젝트도 기대를 이수지(51) 그림책 작가는 한국 아동문학계의 자부심 그 자체다. 2020년 백희나 작가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 수상에 이어 2022년 이수지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거머쥐었을 때, 세계는 ‘K그림책’의 저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있기 전, 한국의 어린이책이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먼저 두드리고 길을 열어놓았던 셈이다. 안데르센상의 무게감은 역대 수상자를 확인하는 순간 한층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삐삐 롱스타킹’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작가 모리스 센닥. ‘고릴라’의 앤서니 브라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그린 퀜틴 블레이크 등 세계 그림책 발전사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가 명단에 이수지가 한국인 최초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수지는 책의 물성을 활용한 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글 없는 그림책’이라는 문법으로 독자에게 생각의 공간을 내어준다. 펼친 책장 사이의 ‘접힌 선’은 현실과 환상을 가르는 경계가 되고, 푸른 물감 한 방울은 거대한 상상의 바다가 된다. 음악, 미술 등 다른 장르와의 유연한 연대로 그림책의 정의를 계속해서 확장한다. 50년, 100년 뒤 그림책의 고전이 될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를 지난 19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덧 안데르센상을 받은 지 3년이 흘렀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나. 혹 ‘왕관의 무게’로 힘들진 않았나. “일거리만 많아졌어요(웃음). 농담이 아니라 진짜 일거리가 많아졌죠. 물론 개인에게 주는 상이지만, 그 과정에서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KBBY) 등 노력한 분들이 많이 있기도 하고 또 ‘한국 그림책 업계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사명감에 대부분 요청에 응했어요. 여기저기서 협업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생기고요. 나중에는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은 제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잠깐 비춰준 ‘빛’ 같은 거예요. 대단한 고마움과 응원으로 받아들이지만, 그 무게에 짓눌리지는 않아요. ‘메타인지’가 잘 되는 편이라, 세상 사람이 저한테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는 걸 잘 알거든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타 장르와 협업이 유독 많다. “국악을 기본으로 활동하는 ‘솔솔’이라는 듀오가 조선시대 정가(감정을 절제하고 품위 있게 부르는 전통 성악곡) 형식으로 제 책 ‘눈 내리는 삼일포’로 음악을 만들고 곧 음원 발매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간송미술관에 가서 우연히 본 옛 그림이 그림책이 되고 또 김연수 작가가 그 얘기를 듣고 단편 소설을 쓰고, 솔솔의 음악이 되는 과정이 너무 뿌듯하고 재미있어요. ‘그림에 눈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벌레 먹은 구멍이었다’는 모티브에서 출발한 건데 각자 다른 걸 보잖아요.” 이 이야기의 시작은 202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간송미술관은 심사정(1707~1769)이 그린 ‘삼일포’를 복원·보존 처리해 전시회를 열었다. 금강산에서 흘러나온 신계천이 36개 봉우리에 가로막혀 절경을 이루는 곳을 그린 그림인데, 쪽빛 배경 곳곳에 하얗고 동글동글한 눈이 내리는 모습이 운치를 더한다. 하지만 눈처럼 보이는 흰 점들은 사실 넓적나무좀이 갉아 먹어 구멍이 난 흔적이다. 화첩 형태의 ‘해동명화집’ 속에 접혀 있던 까닭에 데칼코마니처럼 좌우대칭으로 구멍이 났다. 간송미술관은 전시를 앞두고 이 구멍이 보이지 않게 메울 것을 고민했지만 그동안 관람객들이 그림의 일부로 사랑해 온 역사를 감안해 결국 눈 내리는 모습을 유지한 채 복원했다. 여기서 영감을 받은 이수지는 지난해 ‘눈 내리는 삼일포’라는 그림책을 선보였고 이수지의 책에 영감받은 김연수는 동명의 소설을, 솔솔은 이를 음악으로 빚었다. -지난해 전남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 올해 상반기 제주현대미술관에 이어 현재는 경북 의성군 조문국박물관에서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보통 원화전이라고 해서 그림책에 쓰였던 그림을 많이 전시하는데, 작가로서 작업의 완성본은 인쇄돼 나온 ‘책’ 그 자체라고 생각하거든요. 완성된 책을 두고 굳이 다시 원화로 돌아가 ‘원래는 이런 그림이었어’라고 보여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어요. 이런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은 전시가 제가 하고 싶었던 이면을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좋은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부터예요. 전시는 공간에서 몸으로 체험하기 때문에 다시 기획해야 하는 게 있죠. 어린이들이 오는 만큼 ‘그림자 극장’ 같은 놀거리를 만들었는데, 기본 2시간, 심지어 6시간씩 보는 관람객도 있더라고요. 전시 개막식에 온 의성군수가 ‘의성은 어린이가 정말 귀한 곳’이기 때문에 이런 기획을 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조문국박물관 본관 전체에서 열리는 이수지의 ‘이렇게 멋진 날’ 전시는 ‘파도야 놀자’ 등 대표작 원화를 비롯해 미디어 영상과 체험 공간을 마련해 관람객이 그림책을 다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열린수장고에서는 ‘반대말 백자’ 도서와 실제 백자를 함께 전시해 화제가 됐다. -한국의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들과 함께 ‘바캉스 프로젝트’를 한 것을 비롯해 문화유산, 옛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해외 도서전을 자주 다니는데, 갈 때마다 발견한 점이 해마다 어느 나라든 누군가는 새로운 ‘빨간 모자’를 만든다는 것이었어요. 고전에 자기만의 그림 스타일을 입히는 건 기본이고, 어떤 책은 아이에 대한 성적 가해라는 무거운 주제로 비틀기도 하고, 또 어떤 책은 아주 유머러스하게 풀기도 해요. 그걸 보면서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빨간 모자’라는 원형을 다 알고 있으니까, 패러디도 다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구나. 그런데 ‘우리나라 옛이야기는 왜 잘 그리는 데만 집중할까?’라는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우리 이야기도 해외에서 이런 식으로 소비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번 해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게 된 거죠. 동료 작가들에게 이야기했더니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재밌겠다’며 바로 나오더라고요. ‘너희 정말 심심했구나’ 싶었죠(웃음). 사실 그림책 작가는 누구나 나만의 실험적인 책을 만들고 싶은 로망이 있어요. 하지만 현실에 치이다 보면 쉽지 않은데, ‘바캉스 프로젝트’가 핑계가 되면 좋겠다 싶었던 거죠.” -올해 바캉스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공개한 두루마리 그림책 ‘연인, 인연’의 국제표준도서번호(ISBN)가 나왔나. “한 장짜리 그림이나 두루마리 형태는 책이 아니라며 ISBN 발급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네모가 아니면 안된다’, ‘교보문고에 들어갈 수 없는 책은 안된다’는 등 응답이 돌아왔죠. 담당자가 이런 민원을 많이 받았겠지만, 작가가 진심으로 의문을 가지고 물어보면 ‘책이라는 게 뭘까’ 잠깐이라도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책의 형태가 이토록 다양해지는 시대에 그 정의를 조금 더 넓게 바라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앞서 지난 6월 이수지는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에서 본 심사정의 ‘촉잔도’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에서 영감받아, 길이가 2.4m에 이르는 두루마리책 ‘연인, 인연’을 펴냈다. 작품에는 길고 긴 두루마리 양쪽 끝에서 각기 출발해 험난한 자연을 지나 인연을 찾아가는 여정이 담겼다. -내년에 나올 그림책 막바지 작업중이라 들었다. 또 다른 계획도 있다면. “제가 오랫동안 혼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중간에 진전이 안 돼서 그냥 묻어뒀어요. ‘이후에 어떻게든 다시 돌아갈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출판사에서 진은영 시인의 시를 보내주며 그림책으로 만들 수 있겠냐고 물어본 거예요. 그 시를 읽는데, 갑자기 제가 예전에 하던 프로젝트가 생각이 나서 거기에 시를 얹어 봤어요. 그랬더니 어떤 물꼬가 트이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시인의 시와 제 프로젝트가 만나서 시너지가 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또 충북도청을 리모델링 해서 만든 그림책 전용공간 ‘그림책정원 1937’에서 전시가 예정돼 있고 가을쯤 출판사 초청으로 브라질에 다녀올 계획입니다.” ■ 이수지 그림책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캠버웰 예술대에서 북아트를 공부했다. 그의 작업에서 책의 가운데 제본선은 현실과 환상을 가르는 경계가 되고, 책 넘기는 행위는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장치가 된다. ‘경계 3부작’이라 불리는 ‘거울 속으로’, ‘파도야 놀자’, ‘그림자 놀이’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으며, 2022년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 영진사이버대학교, 디지털문예콘텐츠학과 신설 기념 한국잡지협회와 업무협약 체결

    영진사이버대학교, 디지털문예콘텐츠학과 신설 기념 한국잡지협회와 업무협약 체결

    영진사이버대학교(총장 도한신)는 2026학년도 신설 학과인 디지털문예콘텐츠학과의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12월 17일 사)한국잡지협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식에는 ▲한국잡지협회 백동민 회장을 비롯한, 남기업 사무총장, 이선자 ·이종철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하였으며, ▲본교에서는 도한신 총장, 최형임 입학처장, 고상동 글로벌한국문화학과 교수, 손정순 디지털문예콘텐츠학과장이 참여하여, 디지털 창작 인재 양성과 원격학습의 평생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협약식 후에는 한국잡지협회 부속 기관인 한국잡지교육원과 한국잡지박물관, 납본실 등을 견학했다. 신설되는 디지털문예콘텐츠학과는 문예창작과 콘텐츠 기획을 기반으로 문화예술과 스토리텔링 역량을 갖춘 창작 인재를 양성하고, 문예·논술·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문예콘텐츠 전문가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한국어교육과 디카시 창작 및 지도 역량, 출판·잡지·미디어의 이해,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 등을 교육과정에 포함해, 한국문화 확산과 디지털 문예콘텐츠 시대에 대응하는 융합형 창작·교육 인재를 기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기관들은 ▲주문형·맞춤형 교육과정(교육교재 포함)의 개발·개설 ▲양 기관의 공동 목적 달성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 교류 ▲상호 현안사항에 대한 자문 및 협력 ▲산업체 위탁생 추천 및 산업체 위탁교육 협력에 대한 사항 ▲문예·영상 콘텐츠 공동 개발 ▲전문가 특강 및 실무형 워크숍 운영 ▲현장 기반 창작 프로젝트 지원 등 다방면에서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국잡지협회 백동민 회장은 “이번 영진사이버대학과의 협약은 잡지산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교육과 산업 현장을 긴밀히 연결하기 위한 뜻 깊은 첫걸음”이라며, “맞춤형 교육과 산업체 위탁교육 협력을 통해 현장에 즉시 활용 가능한 인재를 길러내고, 잡지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도한신 총장은 “디지털문예콘텐츠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원 콘텐츠인 창의적인 잡지미디어콘텐츠 능력이 바탕”이라며 “한국잡지협회와 부속기관인 한국잡지교육원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학과 교육의 전문성과 실무성을 더욱 강화해 미래형 창작 인재 양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당신의 삶이 콘텐츠가 되는 디지털문예콘텐츠학과는 앞으로 조용필문화연구회를 비롯한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조시인협회 등 문학단체와도 협약할 예정이며, 12월 1일부터 2026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직장인, 해외거주자 등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다. 글로벌 시대의 미래형 학과인 디지털문예콘텐츠학과는 현장에서 문화콘텐츠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손정순(시인, 문화전문지 쿨투라 발행인) 학과장을 중심으로 김종회(한국디카시인협회장·한국문학관협회장), 유성호(문학평론가, 조용필문화연구회장) 등 문학과 문화예술콘텐츠분야의 덕망 있는 최고의 교수님들을 모셨다. 취득가능 자격증은 문예교육지도사, 독서논술지도사, 창의력개발지도사, 디카시창작지도사(1급), 한국어교원자격증(3급) 등이다. 한국어교원자격증은 전공심화과정 수업과 연계하여 2급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글로벌 무대를 이끌 문예작가와 한국어 교육의 주역을 꿈꾸는 신입생들의 많은 관심과 입학을 바란다.
  • 서울도시문화지도사, 서울문화 전문가로 활동할 기회

    서울도시문화지도사, 서울문화 전문가로 활동할 기회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서강대 미래교육원과 함께 ‘2026 서울도시문화지도사 과정’을 운영한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소양을 쌓아 서울 도시 문화를 알리는 지도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다.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은 2023년 이후 6차례에 걸친 도시문화지도사 양성과정 및 심화과정으로 100명 남짓한 1~3급 지도사를 배출했다. 배출된 인력은 이미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의 각종 프로그램에 해설자로 나서고 있다. 서울도시문화지도사 양성과정은 새해 1월 17일부터 10주 동안 30시간에 걸쳐 서울의 도시문화와 문화예술, 문화유산와 역사를 탐구한다. 학생과 직장인도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매주 토요일 서강대 미래교육원 김대건관에서 진행된다. 모든 과정을 수료하면 서울도시문화지도사 3급 자격증과 서강대 미래교육원 수료증이 주어진다. 참가비는 50만원. 심화과정은 현장 탐방 위주다. 3월 28일부터 8주 동안 매주 토요일 서울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을 찾아간다. 모두 이수하면 서울도시문화지도사 승급 자격이 주어진다. 참가비는 30만원.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은 서울예술기행, 무장애숲길 투어, 서울건축기행, 서울문학기행,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를 비롯한 서울시의 다양한 사업을 300차례 이상 수행했다. 일본지역 등의 해외문화탐방으로 참가자들의 문화적 시야를 넓히는 작업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양성과정 및 심화과정의 자세한 정보는 서강대학교 미래교육원 홈페이지 비학위과정(전문교육과정)의 강의계획서와 서울도시문화연구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트렌드 코리아 2026’ 12주 연속 종합 1위 [이주의 베스트셀러]

    ‘트렌드 코리아 2026’ 12주 연속 종합 1위 [이주의 베스트셀러]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저자로 참여한 ‘트렌드 코리아 2026’이 12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교보문고가 19일 발표한 ‘2025년 12월 2주간 베스트셀러 동향’에 따르면 ‘트렌드 코리아 2026’이 12주 연속 종합 1위에 오르면서, 역대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중 가장 오랫동안 종합 1위 자리를 지켰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독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컸다고 교보문고 측은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인기 역사 강사이자 크리에이터인 최태성 작가의 ‘최소한의 삼국지’는 삼국지에 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며 종합 2위를 기록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에서는 최 작가의 ‘최소한의 삼국지’ 는 3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한국 문단의 거목 황석영 작가의 신작 소설 ‘할매’는 종합 5위에 진입했다. 특히 남성과 여성 독자에 치우침 없이 사랑을 받았다. 오랫동안 활동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 때문에 주요 독자층의 연령대도 다른 소설 베스트셀러와는 다르게 고루 분포됐다. 구매 비중을 보면 50대가 31.4%로 높았고, 60대 이상 남성 독자 비중도 18.3%로 높은 비중을 보이는 등 연말 서점가에 시니어 독자들을 불러 모으는 동력이 됐다. 이번 주 역시 소설 분야가 강세를 보였다.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 도서인 일본 작가 스즈키 유이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가 7계단 상승한 종합 6위에 올랐다. 교보문고가 올해 10번째 기획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로 선정된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는 55계단이나 상승한 종합 23위에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도 판매가 다시 증가해 종합 17위에 올랐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베스트셀러 도서와 추천 도서들에 관한 관심이집중되고 있다”며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도서를 뒤늦게라도 읽어보겠다는 독자들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 “X같은 의사”… 평범하던 미소년, 열등감이 낳은 ‘악인 스릴러’

    “X같은 의사”… 평범하던 미소년, 열등감이 낳은 ‘악인 스릴러’

    ‘나’는 28세의 남자, 연수다. 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마른 체형에 큰 키, 고운 피부 덕에 남자라기보다 앳된 소년처럼 보인다. ‘나’의 표현처럼 “특별할 게 전혀 없는, 모래사장에 뒹구는 모래알 같은 존재”다. 여느 젊은이와 다른 점은 외모 안에 웅크린 “내부의 결함”이다. 연수는 어린 시절 죽은 형에 대한 죄의식과 열등감, 성적 성숙장애, 편집증 등의 정신적 문제로 병원에서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얼마간 ‘나’의 평이한 일상이 평이한 문장과 함께 흐른다. 그러다 남자의 생식기를 뜻하는 음절 하나가 갑자기 문장 안으로 ‘난입’한다. 연수가 정신과 의사의 외모를 떠올리며 “‘X’같은 대머리 의사”라고 회상하는 장면에서다. 뜬금없고 난데없다. 서너 페이지 앞부터 다시 읽어도 왜 갑자기 그게 튀어나왔는지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 예쁜 여자가 예쁜 말만 하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서늘한 저주를 내뱉은 느낌이랄까. 작가는 여기쯤에서 독자들이 심리 스릴러물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걸 알아채기를 바랐을까. ‘블랙 먼데이’는 악인에 관한 장편소설이다. 어린 시절 겪은 일들로 일그러진 욕망과 집착을 갖게 된 한 남자가 자신과 주변을 파국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을 그린다. 어린 시절 연수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형에게 의지하면서도 열등감을 느꼈다. 그러다 바다에서 함께 수영하던 형이 파도에 휩쓸려 죽은 뒤 연수는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병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심리학 교수인 아버지는 대학원생인 제자 현진에게 고교생이 된 연수의 심리치료를 맡긴다. 하지만 연수가 현진에게 동성애적 집착을 보이며 갈등이 폭발한다. 현진은 떼버리듯 연수에게 등을 돌리지만, 문제는 연수가 현진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등장인물 가운데 현진과 그의 아내 가희, 연수에게 동성애를 알게 해 준 지태 등은 이름을 가졌다. 대부분 연수의 양성애 대상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없다. 숫제 무생물 취급이다. ‘X같은 대머리 의사’가 닥터 K란 이니셜을 가졌을 뿐, 연수의 시선에선 그저 솜뭉치 노인이거나 하얀 이, 입 큰 개구리일 뿐이다. 어쩌면 주인공은 연수가 아닐 수도 있지 싶다. 작가가 정작 말을 건네고 싶은 대상은 연수 주변의 사람들, 예컨대 “참과 거짓이 한 몸통을 소유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속는 것에 익숙한 가희” 같은 여자들일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책 말미에 “열등감을 갖고 불행한 일을 겪는다고 모두가 악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두려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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