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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스트셀러]SNS의 영향력…‘리틀 라이프’ 1위

    [베스트셀러]SNS의 영향력…‘리틀 라이프’ 1위

    8년 전 국내 출간한 미국 소설 ‘리틀 라이프’가 이번 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숏폼(짧은 동영상) 앱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책을 읽고 눈물 흘리는 독자들 영상이 널리 퍼지면서다. 교보문고가 14일 발표한 6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한야 야나기하라 장편소설 ‘리틀 라이프’가 지난주보다 17계단 상승하며 1위를 차지했다. 책은 어린 시절 끔찍한 학대와 폭력에 따른 트라우마를 간직한 변호사 주드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5년 맨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커커스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책의 인기에는 틱톡 숏폼 등 SNS의 인기가 한몫했다. 이 책을 소개한 국내 숏폼 조회 수가 620만에 달한다. 특히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책 표지처럼 독자들이 우는 장면들이 화제가 됐다. 교보문고 측은 “애초에 해외 틱톡에서 시작해 이를 번역해서 소개한 국내 숏폼이 인기를 얻고, 여기에 트위터(현재 엑스)를 통해 그 내용이 리트윗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유명인의 언급이 아닌 숏폼만의 힘으로 화제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소개했다. 구매 독자 가운데 40대가 31.8%로 가장 많았다. 30대(28.9%), 50대(17.8%), 20대(16.8%)가 그 뒤를 이었다. 통상 소설 독자는 여성들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이 책은 남성 독자가 45.1%나 됐다. 인기 만화 ‘던전밥’ 시리즈 작가 쿠이 료코의 ‘쿠이 료코 낙서집 데이드림 아워’가 3위, 마티아스 뇔케의 자기계발서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가 4위를 차지했다.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등이 장기간 상위권에 포진 중이다. 다음은 교보문고 6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 리틀 라이프 1(시공사) 2. 불변의 법칙(서삼독) 3. 쿠이 료코 낙서집 데이드림 아워(소미미디어) 4.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퍼스트펭귄) 5.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유노북스) 6. 모순(쓰다) 7.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위즈덤하우스) 8. 흔한남매 16(미래엔아이세움) 9. 세이노의 가르침(데이원) 10. 원피스 108: 죽는 편이 나은 세계(대원씨아이)
  • 한없이 사소하고 끝없이 구체적인… 詩에 미쳐살았지

    한없이 사소하고 끝없이 구체적인… 詩에 미쳐살았지

    고3 때 쓴 연애시 ‘즐거운 편지’‘사랑의 사소함’으로 신기원 열어마지막을 예고한 이번 시집서도 참새·멧새 등 작은 것 향한 시선“구체적인 것에 대한 관심 거두는‘나이 들어감’과 치열하게 싸워 와그래야 예술이고, 문학이고, 시죠” 사랑은 한없이 사소하고 일상은 구체적인 것으로 가득하다. 노(老)시인의 평생은 여기서 멀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황동규(86) 시인의 18번째 시집 ‘봄비를 맞다’를 펼쳤다. 울다가 웃다가, 끝에서는 놀란다. 외로움을 직시하면서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 시인의 태도 때문이다. 공수래공수거, 늙는다는 건 인간이 본디 외로운 존재임을 깨닫는 과정. 하지만 시인은 외로움을 향해 ‘어디 한번 해 보자’고 맞선다. 시집을 후딱 읽어 치우고, 마음에 박힌 시편을 몇 개 접어 시인을 만나러 갔다. 지난 10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 근처 삼일공원 벤치에 그와 나란히 앉았다. 195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해 첫 시집 ‘어떤 개인 날’을 펴낸 게 1961년이다. 어느덧 고희를 바라보는 시력(詩歷)을 시인과 기자가 함께 찬찬히 톺았다. 기자의 질문은 다소 헤맸으나, 시인의 대답은 막힘이 없었다. “82세 때부터 썼으니까 늙음을 이야기하게 돼 있죠. 물리적으로 마지막 시집이 될 게 분명해요. 물론 죽을 때까지 쓸 것이고, 최근에도 몇 개 메모했는데…. 이 시집에는 도달하지 못할 겁니다.” 건강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올해 초부터 확 꺾였단다. 그러면서도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없다”고 단언했다. 죽음이 없으면 삶이 무슨 의미인가. 죽을 존재만이 삶의 아름다움에 경탄할 수 있음을 시인은 모르지 않았다. “직전 시집을 마지막으로 할까도 했는데, 코로나가 나를 불러일으켰어요. ‘집콕’ 하면서 시에 매달리게 됐습니다. 늙는 건 외롭고 코로나가 더 그렇게 만들었지만, 외로움에 패배한 시는 없을 거예요. 성공하든 못 하든 일단 마주치고 봤으니까.” ‘즐거운 편지’(1956)는 한국 연애시의 신기원으로 평해도 모자람이 없는 시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고3 때 짝사랑을 생각하며 썼다는 이 시의 당대 파급력은 엄청났다. 스물도 안 된 청년이 어찌 “사랑의 사소함”을 논하는가.“초등학교 6학년 때 부산 미군 부대 앞에서 동생과 엉터리 영어로 장사를 했었어요. 왕복 전차 푯값이 아까워 오가는 트럭에 몰래 매달려 다녔죠. 그러다 어느 날은 기사가 속력을 너무 내는 거라. 죽을 뻔했는데, 그 기억이 몇 년간 괴롭혔어요. 고3 때는 그걸 이겨 냈다는 자존심이 생기더라고. 사랑이 사소한 건 죽음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죠.” 황동규는 문단에서 ‘문지시인’으로 호명된다. 올해 600호를 넘긴 문학과지성사 ‘문지시인선’ 1호 시집이 바로 그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1978)다. 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이름을 날렸던 문학평론가 김병익과의 인연으로 이후에도 주로 문지에서 시집을 냈다. “처음엔 얼마나 욕을 먹었는데요. 당대 이름 있는 시인들이 다 이걸 노렸거든. 황동규를 1호로 하면서 이전에 나온 시인들은 (여기서) 못 낸다는 거야. 다들 내가 얼마나 미웠겠어요.” 반대편 ‘창비시인’의 거목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신경림이다. 고인과의 인연을 물었더니 “그 사람 판과 내 판이 따로 있었지만, 만나면 세상일 많이 얘기했지”라고 답했다. “두 사람 다 서로의 시를 좋아했죠. (신경림이) 민요를 해서 (시의) 리듬이 참 좋았지. ‘농무’도 괜찮았고.” 70여년간 시작(詩作)을 밀어붙인 원동력을 그는 “시에 미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평생 일하면서도 장(長)자리는 되도록 피하고자 애썼다. 혹여 시에 영향을 끼치는 게 싫었단 이유다. “나이가 들면 구체적인 것에 관심이 줄어요. 나는 그것과 싸우면서 왔지. 어떤 비평가가 이상한 칭찬을 하더라고. ‘아직도 사실을 사랑하는 거의 유일한 시인’이라고. 치열하게 싸워야 해요. 그래야 예술이고, 문학이고, 시죠.” 참새, 멧새, 여우, 다람쥐….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작은 것들을 향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처음부터 ‘사소한 사랑’을 노래했던 시인은 아직도 ‘구체적인 것’들을 향한 사랑을 이어 가고 있다. ‘묘비명’이라는 제목의 시가 마음에 걸린다. 진짜 묘비명으로 염두에 둔 거냐고 물었더니 한바탕 웃으며 아니라고 했다. 기자가 ‘살아 있는 게 아직 유혹일 때 갑니다’라는 시구가 나오는 시 ‘뒤풀이 자리에서’를 들이밀었더니 시인은 “이걸로 해야겠다”며 무릎을 쳤다. 시가 무엇인 것 같냐고 묻자 대답을 사양했다. “시인은 그걸 모르고 죽어야지”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물 흐르듯 이어지던 인터뷰가 마지막에 탁 멈췄다. 어떤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이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우리 삶의 중요한 일면을 형상화하려고 일생을 보낸 시인. 시에 미쳐 살았으니까, 지금껏 내내. 그거죠.”
  • 금화부터 비트코인까지… 역사 이면엔 ‘돈’ 있었다

    금화부터 비트코인까지… 역사 이면엔 ‘돈’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세계 자금 몰려英 38년 치 예산 전쟁비용 투입美 126억 달러 채권국으로 부상‘무역’ 기록용 문자 알파벳 기원설로마 기독교 공인 배경엔 ‘재정난’부에 대한 개인·가문·국가의 갈망명분·위선 걷어 낸 역사 다시 보기 사라예보의 총성으로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 참전국들은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특히 영국은 무려 38년 치 예산을 전쟁에 투입했을 정도였다. 당시 미국의 막대한 자금이 유럽의 전쟁통으로 흘러들어 왔다. 이전까지 세계 최대 채무국 중 하나였던 미국은 프랑스에 빌려준 96억 달러를 포함해 총 126억 달러의 채권국이 됐다. 세계경제의 중심축도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했다. 책은 고대 중동 국가의 금속 주화부터 시작해 현대의 비트코인에 이르기까지 화폐의 역사는 물론 금융의 측면에서 수천년 세계사의 56가지 주요 사건을 묶었다.알파벳의 발명도 사실은 돈 때문이었다고 한다. 유능한 상인이었던 페니키아인들은 소금을 팔아 금과 주석을 얻으려 지브롤터해협을 지나 대서양 그리고 영국까지 다녔다. 장사한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글자가 필요했다. 알파벳은 표음문자인데 교역을 위해 다른 나라 언어를 소리 나는 대로 빨리 적는 데 유용했다. 성경의 출애굽기를 종교가 아닌 세금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면 어떨까. 고대 유대인들은 이집트에 450년간 정착했는데 인구가 늘어나고 점차 부유해졌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이집트의 파라오는 징벌 수준의 세금을 부과했다. 모세가 이집트에서 탈출할 때 유대인들은 세금을 내지 못해 노예 신분으로 전락한 상태였음을 돌아보면 세금을 피해 탈출한 난민들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로마를 통일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서기 313년 기독교를 공인한 배경에는 재정난이 있었다. 당시 로마제국은 재정 악화로 국가 통치마저 어려울 지경이었다. 황제는 기독교에 수익의 10분의1을 내는 ‘십일조’의 전통이 있음을 눈여겨보고 기독교를 받아들여 세제 개혁을 이뤘다.책은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사 여러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카노사의 굴욕’, ‘아비뇽 유수’ 등 황제와 교황의 갈등, 환전상에서 유래한 ‘은행’의 어원, ‘성전’(聖戰)을 내세웠지만 ‘성전’(聖錢)을 위해 변질한 십자군 전쟁 등에서 공통점을 찾아낸다. 정치, 민족, 종교, 사상 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진짜 원인은 바로 ‘돈’이었다는 것이다. 화약 무기와 용병 시스템으로 근세 세계를 제패한 서유럽의 국가들, 신대륙 발견으로 대항해시대를 연 벤처사업가 콜럼버스, 후추와 황금을 위해 세계를 누빈 포르투갈의 부흥과 동인도 항로 개척, 무적함대 에스파냐의 쇠퇴, 뉴욕까지 소유했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활약에 대한 분석도 흥미진진하다. 이어 선진 기술과 자본으로 산업혁명을 이끈 대영제국이 자유무역 시대를 꽃피우며 근대에 전성기를 맞는 과정과 이에 맞서 미국이 현대에 세계 패권을 잡기까지를 두루 살핀다.돈의 관점에 맞는 사건들을 주로 선별한 탓에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긴 부족하다. 사건들끼리의 인과관계 역시 미흡하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기획재정부에서 일한 저자가 쓴 터라 경제 관점만 강조해 역사적 시각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도 부에 대한 개인·가문·국가의 갈망이 인류를 움직였다는 주장에 반대하기는 어렵다. 책의 부제대로 ‘명분’과 ‘위선’을 걷어 내면 포장된 역사를 좀더 신랄하게 바라볼 수 있겠다. 예컨대 노예해방이라는 성과를 남긴 미국의 남북전쟁을 따져 보자. 당시 정말로 흑인 노예들의 인권에 관심을 뒀던 위정자는 몇이나 됐을까. 책의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읽다 보면 돈이 인류에 미친 영향의 범위가 우리 생각을 훨씬 넘는다는 것 하나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 뭉크의 명작, 그리그의 선율… ‘피오르’가 빚은 낭만을 품다[조현석 기자의 투어노트]

    뭉크의 명작, 그리그의 선율… ‘피오르’가 빚은 낭만을 품다[조현석 기자의 투어노트]

    ‘세계문화유산, 피오르, 그리그, 뭉크.’노르웨이 서부 해안 도시 베르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여행 키워드다. 문화, 예술, 자연이 어우러진 ‘낭만과 힐링’의 도시 베르겐은 네 가지 단어로 함축할 수 있다. 베르겐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브뤼겐 역사지구’가 있고, ‘피오르 여행’의 관문 도시답게 탁 트인 바다가 도시를 마주하고 있다. 베르겐 출신의 세계적인 낭만주의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1843∼1907)가 살았던 ‘트롤하우겐’과 노르웨이 국민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베르겐미술관’이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나오는 아렌델 왕국의 모티브가 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뽐낸다. 여름은 북유럽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지난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새롭게 떠오른 시원한 인기 여름 휴양지’로 베르겐이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덥지 않고 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 베르겐을 꼽았다.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베르겐을 돌아봤다.# 세계문화유산 ‘브뤼겐 역사지구’ 베르겐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항구를 따라 이어진 파스텔 색조의 아름다운 목조 건물이 발길을 멈춰 세운다. 구시가지 중심인 브뤼겐 역사지구는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 뾰족한 삼각형 지붕으로 이뤄진 붉은색, 노란색, 흰색 건물들은 북유럽 풍경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원색의 건축미가 뛰어난 브뤼겐 역사지구는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베르겐은 1070년 올라프 3세(1050~1093)가 세운 도시로 12~13세기 노르웨이의 수도로 번성했다. 중세 북유럽 상인연합체인 ‘한자 동맹’의 주요 거점 도시였다. 현재는 인구 25만명이 살고 있는 노르웨이 제2의 도시다. 역사지구 골목 안에는 한자동맹 당시 부유한 독일 상인들이 부둣가에 정착하며 세웠던 목조건물을 만날 수 있다. 여러 번 큰 화재를 겪었지만 복원을 통해 옛 모습을 이어 오고 있다. 지금도 62채가 남아 있다. 1702년 건립된 한자박물관은 베르겐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인근에 있는 베르겐 어시장에는 청정 바다 북해에서 잡아 올린 연어와 대구 등 다양한 생선을 맛볼 수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11세기 초부터 이어 온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시장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플뢰위엔산(해발 320m)에 오르면 베르겐의 탁 트인 전경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베르겐 어시장 인근에 있는 탑승장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정상까지 8분 정도 걸린다. 플뢰위엔산은 일몰 시간에 맞춰 올라가는 것이 좋다. 케이블카는 오전 7시 30분부터 밤 12시까지 운행된다. # ‘피오르’ 여행 관문서 만나는 장엄함 많은 사람들이 베르겐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스칸디나비아반도를 덮고 있는 빙하가 녹아 만들어 낸 협곡인 ‘피오르’를 보기 위해서다. 노르웨이 북서쪽은 말갈기처럼 들쑥날쑥한 복잡한 해안선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피오르가 만들어 낸 협곡이다. 피오르 여행의 출발점은 ‘피오르의 수도’로 불리는 베르겐이다. 북쪽으로는 노르웨이 4대 피오르인 ‘송네 피오르’와 ‘게이랑에르 피오르’가 있고, 남쪽으로는 ‘하르당게르 피오르’, ‘뤼세 피오르’ 등 많은 피오르가 얽혀 있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긴 송네 피오르는 길이가 204㎞에 이른다. 베르겐에서 북동쪽으로 140㎞ 떨어진 구드방겐에서 플롬까지 2시간 동안 페리를 타고 가며 피오르의 웅장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바위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U자형 협곡에는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 낸 폭포와 에메랄드빛 호수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노르웨이 관광청에서 개발한 여행 코스인 ‘넛셀투어’는 고속열차, 버스, 페리, 산악열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갈아타고 베르겐에서 오슬로까지 480㎞를 횡단하며 웅장한 자연과 송네 피오르를 감상할 수 있다.# 낭만주의 작곡가 그리그의 숨결 ‘그 겨울 지나 봄이 가고, 봄이 또 가고 여름이 가면, 한 해가 저무네….’ 베르겐은 ‘솔베이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작곡가 그리그의 고향이다. 솔베이의 노래는 문학의 거장 헨리크 입센(1828~1906)의 극시에 곡을 붙인 ‘페르퀸트 모음곡’에 나오는 노래로, 노르웨이 민요에서 영향을 받았다. 솔베이가 돈을 벌기 위해 떠난 남편 페르퀸트를 기다리며 부르는 애틋한 사랑 노래다. 노르웨이인들의 서정이 느껴지는 애절한 곡이다. 그리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은 그가 1885년부터 죽기 전까지 22년간 살았던 저택인 트롤하우겐이다. 시내에서 남쪽으로 10㎞ 떨어진 한적한 언덕 위에 세워져 있다. 바다가 굽어보이는 트롤하우겐에서는 박물관, 별장, 콘서트홀, 오두막집 작업실 등을 볼 수 있다. 오두막집에서는 그리그가 사용하던 가구와 피아노 등을 볼 수 있다. 그리그는 이곳의 절벽 묘지에 성악가인 아내 니나와 영면에 들었다. 트롤하우겐은 도심과 베르겐공항 사이에 있다. 시내에서 1번 트램을 타고 호프역에 내려 20여분(1.8㎞) 걸어야 한다. 택시를 타면 20분 정도 걸린다. # 뭉크의 진화 볼 수 있는 베르겐미술관 베르겐미술관(KODE)은 오슬로 뭉크미술관과 노르웨이 국립박물관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뭉크 작품을 많이 소장한 미술관이다. 베르겐미술관은 주제별로 4개(KODE 1~4)의 전시관 건물이 있는데 뭉크 작품은 3전시관(KODE 3)에서 볼 수 있다. 베르겐미술관은 1889년 사업가 크리스티안 순트가 소장품을 기증한 이래 부자들의 작품 기증과 기부로 세워졌다. 1916년 노르웨이 최고 컬렉터이자 사업가인 라스무스 마이어가 뭉크 작품 등을 포함한 유명 작가의 작품 962점을 기증했다. 미술관은 뭉크를 비롯해 하리에트 바케르, 니콜라이 아스트루프, 요한 크리스티안 달 등 노르웨이 대표 화가들의 작품 등 4만 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KODE 3에서는 뭉크의 예술적 진화 과정에 따라 ‘카를요한거리의 아침’(1892), ‘해변의 달빛’(1892), ‘여자의 세 시기’(1894), ‘소녀’(1884), 멜랑콜리(1894~1896), ‘질투’(1895), ‘임종’(1895), ‘병실에서의 자화상’(1909) 등 초기 작품부터 후기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베르겐미술관의 작품과 동일한 모티브로 뭉크가 그린 작품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뭉크 전시회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에서 볼 수 있다. 뭉크는 한 가지 모티브로 시기와 계절에 따라 유화, 파스텔화, 판화 등으로 여러 작품을 그렸다. 한가람미술관에는 ‘카를요한거리의 저녁’(1896~1897)과 ‘여자의 세 시기, 스핑크스’(1899), 멜랑콜리 III(1902) 등 핸드 컬러드 판화 작품 등이 전시되고 있다. [여행수첩] ■항공 : 서울에서 베르겐까지 직항편은 없다. 오슬로, 파리, 암스테르담 등 유럽의 도시를 경유해야 한다. 유럽 도시에서 편도 항공료는 10만~30만원이다. 베르겐공항에서 도심까지는 12㎞ 떨어져 있으며, 1번 트램(44크로네)이나 공항버스(169크로네)를 이용하면 된다. 도심까지는 45분 정도 걸린다. ■호텔 : 베르겐은 유럽 도시 중에서도 물가가 비싼 편이다. 브뤼겐 역사지구 주변 호텔을 이용하면 여행하기 편리하다. 호텔은 위치와 시설 규모, 요일에 따라 1박에 20만~40만원까지 다양하다. ■관광 : 베르겐 카드를 구입하면 버스와 트램 무료 탑승과 함께 미술관, 박물관, 수족관, 콘서트홀, 관광명소 등을 무료 입장하거나 할인받을 수 있다. 카드는 여행자센터나 앱으로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성인 24시간 380크로네, 48시간 460크로네 등이다. 1크로네는 128원(6월 현재)이다.
  • 윤시현 작가 ‘생명의 푸가’전, 다음달 5일까지 순화동천에서

    윤시현 작가 ‘생명의 푸가’전, 다음달 5일까지 순화동천에서

    윤시현 작가의 ‘생명의 푸가’전(展)이 다음달 5일까지 서울 중구 순화동 순화동천에서 열린다. 전시명 ‘생명의 푸가’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명저 ‘코스모스’ 2장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일종의 돌림노래를 의미하는 푸가라는 제목에 대해 윤 작가는 “생성과 소멸, 진화를 예찬하는 작품의 주제를 설명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Stella(비움)’, ‘Stella(채움)’ 등을 비롯해 ‘생명의 푸가 64’, ‘생명의 푸가 52’, ‘환원과 확산’ 등 우주적인 상상력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 다수 전시된다. 윤 작가는 국내외 아트페어와 단체전에 130회 이상 참가하며 입지를 다진 작가로 코리아나호텔, 가나개발, 남원여고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휴관하며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전시관람은 무료다.
  • 용산구의 용산역사박물관 수준 높이기

    용산구의 용산역사박물관 수준 높이기

    서울 용산구는 용산역사박물관의 매력을 알리고 관람객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내·외부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지역사 전문 박물관으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화제 도서 ‘서울 건축 여행’(파이퍼프레스)의 저자 김예슬 작가 등을 초청해 오는 15일 인문학 특강을 진행한다. 내부로는 품격 높은 안내와 전시 해설을 제공하기 위해 자원봉사자 대상 전문교육을 추진 중이다.●MZ ‘건축 덕후’와 ‘역사 덕후’가 함께하는 인문학 특강 오는 15일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 용산역사박물관에서 인문학 특강 ‘용산 역사문화 여행’이 열린다. 김 작가와 안지영 역사 해설가가 서울, 용산, 용산역사박물관 역사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구성했다. 용산역사박물관 누리집에서 모집한 선착순 정원 20명은 마감됐다. 김 작가는 2015년부터 1000곳이 넘는 근현대 건축물을 여행했다. 그 중 용산역사박물관을 포함, 총 54곳을 선정해 올해 3월 ‘서울 건축 여행’을 출간하고 활발히 강연을 하고 있다. 안 해설가는 활동한 지 올해로 16년 차가 됐다. 역사 관련 강연과 투어를 3600차례 이상 진행한 베테랑이다. 김예슬 작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강연한다. 작가와의 만남에서 ▲서울 속 근현대 건축 여행기 ▲건축물 여행기가 책으로 나온 과정 ▲용산역사박물관을 책에 싣게 된 이유와 그 의미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오후 4시부터는 안지영 역사 해설가가 전하는 용산역사박물관 상설 전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수준 높은 안내와 해설을… 자원봉사자 전문성 강화 교육 용산역사박물관 안내와 전시 해설은 모두 자원봉사자가 맡고 있다. 안내 분야 4명과 전시 해설 분야 11명이 현재 활동 중이다. 구는 자원봉사자의 전문가급 역량 강화를 위해 해마다 상·하반기 각 2차례, 총 4회에 걸쳐 전문교육을 실시한다. 올해 전문교육은 상설 전시 파트와 연계한 내용으로 꾸려 자원봉사 활동에 깊이를 더했다. 지난해 전문교육은 용산 근현대사 전반에 대해 다뤘다. 교육은 ▲용산의 부군당 탐방(김홍렬 박사) ▲한양 천도와 용산 이야기(신병주 교수) ▲한반도와 일본군 유적 등록문화유산(신주백 교수) ▲만초천의 변화와 용산 형성(김영환 건축사) 순으로 진행한다. 1회차 교육은 지난달 27일 실시했다. 상설 전시 ‘용산의 다채로운 종교문화’와 연계해 지역 내 이태원 부군당, 둔지미 부군당, 동빙고 부군당 등을 실제로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부군당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마을 수호신을 모셔 놓은 신당으로 특히 용산에 많이 남아있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2회차 교육은 상설 전시 ‘한양의 길목 용산, 조선을 움직인 경강상인’과 관련이 있다. 수도 한양과 용산 지역의 발달, 정조의 배다리에 활용된 경상선 등에 대해 알아본다. 건국대학교 사학과 신병주 교수가 강연한다. 신 교수는 TV 방송 ‘역사저널 그날’, ‘차이나는 클라스’ 등에 출연하고 여러 도서를 펴낸 바 있는 조선시대 역사 전문가이다. 3회차 교육에서는 일제강점기 용산철도병원 본관(현 용산역사박물관)이 국가등록유산으로 지정된 이유와 보존 가치를 들여다본다. 4회차 교육은 상설 전시 ‘용산으로 모이다, 용산으로 이어지다’와 연계해 만초천을 따라 형성되고 변화되는 용산에 대해 알아본다. 모두 하반기에 진행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용산역사박물관을 찾는 분이 끊이지 않으려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관람 편의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지역사 전문 박물관으로서 구민들이 다채로운 역사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 “콜럼버스가 원주민에게 문명 가르친다” 日 유명 밴드 MV ‘인종차별’ 뭇매

    “콜럼버스가 원주민에게 문명 가르친다” 日 유명 밴드 MV ‘인종차별’ 뭇매

    일본의 유명 밴드가 공개한 뮤직비디오가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지 하루만에 공개가 중단됐다. 밴드 측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13일 빌보드 재팬 등에 따르면 일본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은 지난 12일 공개한 ‘콜럼버스(コロンブス)’ 뮤직비디오가 공개 직후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로 가득하다”는 비판을 받자 하루 만에 뮤직비디오를 비공개 처리했다. ‘콜럼버스’는 지난 4월 코카콜라의 광고 음악으로 공개된 곡으로, 미세스 그린 애플은 음원을 발표한 지 2개월만에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 뮤직비디오는 대항해시대의 유럽 탐험가들이 ‘원숭이’로 묘사된 원주민들에게 문명을 전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파장이 일었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연상시키는 탐험가 역할을 맡았다. 이들이 도착한 외딴 섬에는 원숭이와 흡사한 모습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멤버들은 이들 원주민의 집으로 들어갔다. 멤버들은 원주민들에게 인력거를 끌게 하는가 하면, 이들에게 피아노와 승마, 천문학 등을 가르쳤다.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수천 건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네티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이 잘못됐다”, “다른 나라에서 항의받기 전에 빨리 내려라”며 비판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인종차별적 메시지로 가득한 뮤직비디오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제작돼 공개됐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본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유명 밴드를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해 모두가 결탁한 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공감을 얻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이날 오후 2시쯤 비공개 처리됐다. 이어 밴드의 레이블인 EMI레코드와 소속사인 프로젝트-MGA는 입장문을 내고 “역사 및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어 공개를 중단했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여러분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3인조 남성 밴드인 미세스 그린 애플은 2013년 결성돼 2020년 한 차례 휴식기를 가진 뒤 이듬해 복귀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들의 싱글 ‘케세라세라’가 제65회 일본 레코드 대상을 받는 등 일본의 정상급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 구체적 일상을 향한 사소한 사랑…“詩에 미쳐 살았지”

    구체적 일상을 향한 사소한 사랑…“詩에 미쳐 살았지”

    사랑은 한없이 사소하고 일상은 구체적인 것으로 가득하다. 노(老)시인의 평생은 여기서 멀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황동규(86) 시인의 18번째 시집 ‘봄비를 맞다’를 펼쳤다. 울다가 웃다가, 끝에서는 놀란다. 외로움을 직시하면서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 시인의 태도 때문이다. 공수래공수거, 늙는다는 건 인간이 본디 외로운 존재임을 깨닫는 과정. 하지만 시인은 외로움을 향해 ‘어디 한 번 해보자’고 맞선다. 시집을 후딱 읽어 치우고, 마음에 박힌 시편을 몇 개 접어 시인을 만나러 갔다. 지난 10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 근처 삼일공원 벤치에 그와 나란히 앉았다. 195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해 첫 시집 ‘어떤 개인 날’을 펴낸 게 1961년이다. 어느덧 고희를 바라보는 시력(詩歷)을 시인과 기자가 함께 찬찬히 톺았다. 기자의 질문은 다소 헤매었으나, 시인의 대답은 막힘이 없었다. “82세 때부터 썼으니까 늙음을 이야기하게 돼 있죠. 물리적으로 마지막 시집이 될 게 분명해요. 물론 죽을 때까지 쓸 것이고, 최근에도 몇 개 메모했는데…. 이 시집에는 도달하지 못할 겁니다.” 건강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올해 초부터 확 꺾였단다. 그러면서도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없다”고 단언했다. 죽음이 없으면 삶이 무슨 의미인가. 죽을 존재만이 삶의 아름다움에 경탄할 수 있음을 시인은 모르지 않았다. “직전 시집을 마지막으로 할까도 했는데, 코로나가 나를 불러일으켰어요. ‘집콕’ 하면서 시에 매달리게 됐습니다. 늙는 건 외롭고 코로나가 더 그렇게 만들었지만, 외로움에 패배한 시는 없을 거예요. 성공하든 못하든 일단 마주치고 봤으니까.” ‘즐거운 편지’(1956)는 한국 연애시의 신기원으로 평해도 모자람이 없는 시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고3 때 짝사랑을 생각하며 썼다는 이 시의 당대 파급력은 엄청났다. 스물도 안 된 청년이 어찌 “사랑의 사소함”을 논하는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산 미군 부대 앞에서 동생과 엉터리 영어로 장사를 했었어요. 왕복 전차 푯값이 아까워 오가는 트럭에 몰래 매달려 다녔죠. 그러다 어느 날은 기사가 속력을 너무 내는 거라. 죽을 뻔했는데, 그 기억이 몇 년간 괴롭혔어요. 고3 때는 그걸 이겨냈다는 자존심이 생기더라고. 사랑이 사소한 건 죽음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죠.”원래 음대에 가려고 했다. 시인이 고2였을 적 서울은 똥오줌이 가득한 폐허였다. “여기서는 도저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청각적인 즐거움을 좇아 음악을 탐미했던 것. 그런데 웬걸. 머지않아 자신이 ‘음치’라는 걸 깨닫고 음악을 포기한다. “음악하고 가장 가까운 시를 택했다”는 말을 시인은 껄껄 웃으며 전했다. 걸출한 영시들을 한국어로 옮긴 장본인이기도 하다. 20세기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T.S. 엘리엇의 ‘황무지’가 대표적이다. 숱한 영시를 번역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쳤지만, 그는 “영문학을 쫓아가자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내 시를 보면 엘리엇과 싸운 기록이 남지, 비슷하게 쓴 것은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황동규는 문단에서 ‘문지시인’으로 호명된다. 올해 600호를 넘긴 문학과지성사 ‘문지시인선’ 1호 시집이 바로 그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1978)다. 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이름을 날렸던 문학평론가 김병익과의 인연으로 이후에도 주로 문지에서 시집을 냈다. “처음엔 얼마나 욕을 먹었는데요. 당대 이름있는 시인들이 다 이걸 노렸거든. 황동규를 1호로 하면서 이전에 나온 시인들은 (여기서) 못 낸다는 거야. 다들 내가 얼마나 미웠겠어요.” 반대편 ‘창비시인’의 거목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신경림이다. 고인과의 인연을 물었더니 “그 사람 판과 내 판이 따로 있었지만, 만나면 세상일 많이 얘기했지”라고 답했다. “두 사람 다 서로의 시를 좋아했죠. (신경림이) 민요를 해서 (시의) 리듬이 참 좋았지. ‘농무’도 괜찮았고.” 70여년간 시작(詩作)을 밀어붙인 원동력을 그는 “시에 미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평생 일하면서도 장(長)자리는 되도록 피하고자 애썼다. 혹여 시에 영향을 끼치는 게 싫었단 이유다.“나이가 들면 구체적인 것에 관심이 줄어요. 나는 그것과 싸우면서 왔지. 어떤 비평가가 이상한 칭찬을 하더라고. ‘아직도 사실을 사랑하는 거의 유일한 시인’이라고. 치열하게 싸워야 해요. 그래야 예술이고, 문학이고, 시죠.” 참새, 멧새, 여우, 다람쥐….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작은 것들을 향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처음부터 ‘사소한 사랑’을 노래했던 시인은 아직도 ‘구체적인 것’들을 향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묘비명’이라는 제목의 시가 마음에 걸린다. 진짜 묘비명으로 염두에 둔 거냐고 물었더니 한바탕 웃으며 아니라고 했다. 기자가 ‘살아 있는 게 아직 유혹일 때 갑니다’라는 시구가 나오는 시 ‘뒤풀이 자리에서’를 들이밀었더니 시인은 “이걸로 해야겠다”며 무릎을 쳤다. 시가 무엇인 것 같냐고 묻자 대답을 사양했다. “시인은 그걸 모르고 죽어야지”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물 흐르듯 이어지던 인터뷰가 마지막에 탁 멈췄다. 어떤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이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우리 삶의 중요한 일면을 형상화하려고 일생을 보낸 시인. 시에 미쳐 살았으니까, 지금껏 내내. 그거죠.”
  • 고양이가 지키는 고양이서점 ‘책보냥’ [인마이포캣]

    고양이가 지키는 고양이서점 ‘책보냥’ [인마이포캣]

    서울 성북구 성북동 한옥마을 한켠에 자리잡은 고양이 서점 ‘책보냥’에 한 발 내딛는 순간 감탄이 절로 쏟아졌다. 책보냥은 집사들에겐 성지이지만 고양이를 키워보지 않은 방문객도 30%가 넘는다. 무엇이 이들을 책보냥으로 이끄는 걸까. ‘호국영령’의 뜻을 기리는 지난 6일 현충일에도 책보냥의 초인종은 계속 울렸다.초인종을 누르면 한옥의 책방문이 열린다. 책보냥은 성북동 한옥마을에 있는 작은 독립서점이다. ‘책보를 멘 고양이’와 ‘책을 보냥?’ 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책보냥은 놀랍게도 코로나 팬더믹이 한창이던 2020년 10월 문을 열었다. 원래 이 곳은 책방지기 김대영 대표가 십수 년전부터 함께 해온 두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지내던 1인 작업실이었다. 김대표는 하로(2015년 구조묘)와 하동(2017년 입양묘)을 키우며 길고양이의 삶을 사진으로 담아왔고 자연스레 고양이에 대한 전 세계의 여러 책을 수집하게 됐다. 집사들끼리는 안다. 강아지와 달리 은둔형인 고양이들을 모시며 느끼는 그 끈끈한 교감을. 집사라는 이름표에는 한없는 행복감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이 함께한다는 것을. 그는 이 책들을 통해 집사들과 마음을 나누고 지혜와 지식을 선사하며 이 생명들과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싶었다. 그렇게 혼자 약 20평 한옥작업실 이곳 저곳을 살뜰히 꾸며 책방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어느 새 4년차에 접어든 책보냥은 한국의 멋까지 스며들어 외국인들에게도 소문이 났다. 책보냥은 하로와 하동이가 지키고 있어 한옥대문은 늘 굳게 닫혀 있다. 초인종을 누르면 책방지기가 반갑게 열어준다.고양이에게 읽어주는 고양이책 책보냥은 고양이 전문서점 답게 고양이에 대한 책이 정말 많다. 언뜻 고양이를 잘 키우는 방법 같은 정보서적 뿐일 듯하지만 고양이 역사, 그림, 에세이, 시 등 인문학적 관심을 자극시키는 책들이 많아 시간을 순삭시킨다.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은 어림잡아 1000여권이 넘는다. 동물관련 전문 출판사, 동물작가들의 희소성있는 책들은 물론 고양이의 나라 일본에 있는 독립서점 ‘네코야북스’와 자매결연을 맺어 고양이책들을 교류해 소개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구하기 힘든 해외 고양이서적들을 찾는 일은 그의 일상 중 하나다. 김대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고되는 책을 소개하며 고객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운이 좋으면 저자의 사인이 담긴 1~2권 뿐인 책을 내 책장으로 옮겨둘 수 있다. 책장에 빠져있던 내게 김대표가 슬그머니 내민 딱 1권 남은 책이 있다. 보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집사가 고양이에게 읽어주는 책이라니! 잠시, 많은 고양이 관객들을 모시고 낭독회를 하는 상상을 했다.책보냥과 페어링하기 좋은 성북동 코스 책보냥이 좋은 이유는 이렇게 흥미로운 책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내 집 거실처럼 편히 앉아 책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런 내 옆에 고양이가 잠들어 있다는 것, 책 만큼 많은 아기자기하고 특별한 고양이굿즈들을 만나는 것, 그리고 다정하고 친절한 책방지기가 있다는 것이다. 성북동 한옥골목 사이사이에는 책보냥 이외에도 개성과 가치가 남다른 문화공간들이 많다. 책보냥을 나서는 손님들에게 그는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건너편에서 열리는 개인 작가전시회와 10여분 거리의 맛있는 동네식당, 지역주민이 인정하는 카페를 먼저 소개한다. 언젠가 고양이서점을 찾아 지방에서까지 올라온 손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던 마음이 시작이었다. 책보냥에는 그가 직접 그린 성북동문화지도가 있다.“고양이로 받은 행복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어” 건축 설계를 전공하고 3D 디자이너로 일했던 감각으로 그는 지금도 계속 디자인과 사진 작가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책보냥 여기저기에 있는 그의 고양이그림과 캘리그라피 작품은 훌륭한 인테리어 역할을 한다. 그는 조만간 책방 한 켠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개방해 갤러리로 꾸밀 생각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더 많이 만날 수 있고, 작가들과 만남의 시간도 더 자주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책보냥을 시작한 지 4년차. 점차 유명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그는 지난 3년간 계획했던 방향이 다행스럽게 잘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집객이 어려웠던 코로나 시기에 프라이빗한 작은 책방을 운영하며 오히려 입소문이 났고 한옥이라는 개성있는 공간을 찾는 드라마, 독립영화 등의 로케이션이 되어 촬영도 꽤 많이 진행됐다. 오는 6월 말까지 진행되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출품된 독립영화 ‘고양이 통역기’ 속 잡화점이 책보냥에서 촬영됐다.고양이가 좋아서 고양이에 묻혀서 고양이와 함께 매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보냥을 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가쿠다 미쓰요의 책을 한 권 사고 한옥 대문을 나서는데 이제 고양이서점을 모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 책보냥은 매주 목요일에서 일요일 오후 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월요일에서 수요일은 정기 휴무다.
  • 전남도, 해상풍력 인력양성 본격화

    전남도, 해상풍력 인력양성 본격화

    전라남도가 12일 도청에서 해상풍력 인력 양성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인력양성 계획 수립에 나섰다. 글로벌 터빈사 베스타스와 해상풍력 발전사, 유지보수업체 청남, 전남풍력협회, 한전KPS, 목포대학교, 목포해양대학교, 전남도교육청 등 관계기관이 함께한 이날 회의에서는 해상풍력 발전단지 본격 조성에 따른 관련 기관과 기업의 인력 양성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논의했다. 특히 풍력발전과 유지보수 기업의 인력 수요와 지역 교육기관의 인력양성 계획 등의 의견 수렴과 정보 공유, 종합적인 인력양성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전라남도는 기업에서 필요한 실제 인력 수요에 기반해 종합적인 해상풍력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협의체를 구성·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앞으로 기관별 역할과 교육프로그램 운영 시기와 내용, 강사 인력, 교육 장소, 예산 확보 등을 담은 구체적인 종합계획도 수립한다. 이밖에 기업 맞춤형 인력양성과 함께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방안 마련에도 적극 힘쓸 방침이다. 강상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전남도는 30GW의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며 “지역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도내 해상풍력 기업체에 취업하고 고소득으로 전남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목포대학교 포함 8개 대학과 연계해 융합 전공 학사·전문학사 과정을 개설해 운영 중이며 전문학사 과정은 지난 2월 24명이 처음 수료했고 학사 과정은 2025년 2월 첫 수료생을 배출할 예정이다.
  • 청사 부지에 英 명문학교 품은 40층 쌍둥이 빌딩… 노량진 스카이라인 바꾼다

    청사 부지에 英 명문학교 품은 40층 쌍둥이 빌딩… 노량진 스카이라인 바꾼다

    서울 동작구는 지난 3일 현 구청 부지를 영국 명문 사립학교를 품은 40층 규모의 초고층 복합건물(투시도)로 재개발할 ‘SJ홀딩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노량진 일대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당초 동작구 청사는 하반기 장승배기역 인근의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부지를 신청사 부지 토지주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맞바꾸기로 했었다. 그러나 활발히 개발이 이뤄지는 노량진의 중심지인 현 청사 부지를 지역경제를 선도할 신성장 핵심지로 삼기로 하면서 지난 2월 민간사업자를 공모했다.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J홀딩스 컨소시엄의 계획안에 따르면 40층 규모 두 개 동으로 들어서는 초고층 건물에는 영국 최고의 명문 사립학교 위콤애비스쿨이 들어선다. 아이스하키·수영장 등 스포츠 시설을 포함한 최고급 주거복합시설도 만들어진다. 두 건물은 다리로 연결해 양쪽의 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예정이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량진역 바로 앞에 위치한 현 청사에 계획대로 건물이 들어서면 지역의 성장을 넘어 동작구의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면서 “오는 8월 사업협약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해 말까지 LH에 현금 정산 절차를 완료하고 설계와 착공 단계로 이어지게 된다. 빠르면 2026년 2월에는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현 청사에 지역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직능단체와 복지재단 등이 모여 지역 사업을 보다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 청사 부지 개발 계획은 박 구청장이 취임 이후 꾸준히 추진해 온 노량진 민자역사 개발과도 맞닿아 있다. 구는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기존 개발사의 회생 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즉시 기존 또는 신규 개발사와 민자역사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후속 절차를 준비해 두고 있다. 구는 수협 부지와 수도자재관리센터 등 개발 가능한 부지가 넓은 만큼 지난달 노량진 일대 이용 부지에 대한 개발 계획을 담을 ‘노량진역 일대 지역활성화 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박 구청장은 “여의도와 노량진을 600m 길이의 보행로로 연결하고 수도자재관리센터 부지는 서부선 차량기지 변경도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면서 “서울의 중심이자 여의도와 강남을 잇는 중간 거점인 노량진은 지리적 위치가 서울의 미개발 지역 중 가장 핵심 지역인 만큼 대기업 등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구감소 지자체 살리는 ‘지역특화형 비자’

    인구감소 지자체 살리는 ‘지역특화형 비자’

    지역특화형 비자가 지역소멸·생산인구 감소 대응에 단비가 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외국인 정착을 유도하며 사업 배정 인원 확대 등을 꾀하고 있다. 지역특화형 비자는 우리나라에 유학·취업 중인 외국인·외국 국적 동포가 인구감소지역에 일정 기간 거주하고 취업·창업하면 체류 자격을 완화해 장기 거주가 가능하도록 특례 비자(F-2·거주비자)를 발급해 주는 제도다. 지역인재 유형과 특화 동포 유형으로 나뉘는데 전년도 1명당 국민총소득 70% 이상의 소득·국내 전문학사 이상 학력·5년 이상 모집 지역 거주·취업 또는 창업, 모집 지역 2년 이상 거주·60세 미만 외국 국적 동포 등 유형별 조건이 있다. 경남도는 지난 3월 지역특화형 비자 접수를 시작한 후 두 달 만에 지역인재 유형으로 150명이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올해 배정받은 지역인재 정원(250명)의 60%를 채운 것이다. 도는 특히 생활인구개념 효과로 밀양·함안지역 신청자가 100여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생활인구는 통근·통학·관광 등의 이유로 월 1회·하루 3시간 이상 해당 지역에 체류하는 사람까지 그 지역 인구로 간주하는 개념이다. 도는 지역특회형 비자 사업에 생활인구를 적용, 인구감소지역 11개 시·군에 살아도 제조업·농어업 분야 취업과 창업은 경남 어디서든 가능하도록 했다. 경남도는 “경남 지역이 아닌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졸업한 유학생도 경남에 일자리를 구하고 정착하고자 찾아오는 사례가 있다”며 “인구감소지역에서 인구소멸관심지역(통영·사천)까지 사업 대상지를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도 지역특화형 비자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700명을 배정받은 경북은 지난 4월 93명에게 비자 혜택을 부여했다. 도는 또 2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유학생·외국인 노동자 지역 정착을 돕는 어학당을 개소, 한국어 교육도 시작했다. 지역특화형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가족까지 동반 거주·취업이 가능해 이탈률이 낮다. 인구를 늘리고 경제도 살릴 수 있는 대안이기에 각 지자체는 사업 확대·안착에 힘쓰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제도가 정착하려면 자녀 보육 지원 강화나 지속적인 모니터링·현장 컨설팅 등 정부 차원의 꾸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관련 정책을 총괄한 기구 출범, 지역주민 대상 다문화 수용성 증진 노력 등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독자가 해석할 때, 이야기는 완전해져”

    “독자가 해석할 때, 이야기는 완전해져”

    “우리는 난세를 살아가고 있어. 그러니 유일하게 도덕적인 선택은 비도덕적이 되는 것뿐이야.”(단편 ‘은랑전’ 일부) 평단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세계적인 SF환상문학 작가 켄 리우(48)의 단편집 ‘은랑전’(황금가지)이 최근 한국어로 옮겨졌다. 쫀쫀한 액션 묘사로 읽는 내내 박진감 넘치는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본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표제작 ‘은랑전’을 비롯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번뜩이는 상상력으로 역사와 인간을 고찰한 작품 13편이 실렸다.●‘종이 동물원’ 장르문학상 동시 석권 앞선 그의 단편집 ‘종이 동물원’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장르문학상인 휴고상·네뷸러상·세계환상문학상을 40년 만에 동시에 거머쥐며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중국 당나라 시대 전기소설인 ‘섭은낭전’에서 영감을 얻어 속도감 있는 문체로 써 내려간 단편 ‘은랑전’이 압권이다. 어린 시절 납치돼 암살자로 길러진 주인공 은랑이 끝끝내 없애지 못한 인간적인 감정으로 말미암아 혼란을 겪는 내용이다. 이미 영상화 판권이 계약되는 등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경계인의 삶을 살아온 켄 리우는 소설가뿐 아니라 프로그래머, 변호사, 번역가까지 아우르는 네 얼굴의 작가이기도 하다. 1976년 중국 서북부 간쑤성 란저우시에서 태어나 11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살았다. 하버드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이후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7년간 변호사로도 일했다고 한다. 지금은 보스턴에 거주하면서 기술 전문 법률 컨설턴트를 겸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여러 습작을 썼으나 정식으로 데뷔한 것은 2002년 ‘포보스 SF 단편선’에 발표한 소설 ‘카르타고의 장미’를 통해서다. ●‘삼체’ 번역 영미권 폭발적 관심 번역가로서 역량이 빛났던 순간은 중국 작가 류츠신의 SF소설 ‘삼체’를 영어로 번역했을 때다. 소설 중반부에 짤막하게 있던 문화대혁명 내용을 가장 앞에 올 수 있도록 재편집했고 영미권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도록 한 주역이기도 하다. 이는 올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이번 단편집 마지막을 장식한 짤막한 우화 ‘잘라내기’도 인상적이다. 성스러운 경전에 쓰인 말을 잘라 내며 나날을 보내는 승려들의 이야기로 독자에게 기억과 망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켄 리우는 서문에 “소설의 매체는 언어이고 언어는 소통이 지상 과제인 기술이건만, 작가인 나는 소통이라는 목적을 멀리해야 비로소 마음에 드는 소설을 쓸 수 있다”며 “모든 이야기는 독자가 찾아와 해석할 때 마침내 완전해진다”고 적었다.
  • 휠체어 타고 3년째 찾는 서울… “내게 여행은 성취감”

    휠체어 타고 3년째 찾는 서울… “내게 여행은 성취감”

    한국을, 특히 서울을 좋아하는 프랑스 젊은이가 있다. 이제껏 그가 가장 좋아했던 영국 런던도 서울이 끌어내렸단다. 여류 화가 뤼시 귀요(28). 자신의 첫 한국 전시회를 마무리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그를 최근 종로구 서울다누림관광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늘 휠체어를 타야 한다. 어린 시절 발병한 척추근육위축증 탓이다. 휠체어를 타고도 유럽 일대는 곧잘 다녔다. 한국은 달랐다. 아시아의 동쪽 끝. 그가 여태 여행한 곳 가운데 가장 멀었다. 두려움이 일었다. 일본을 먼저 가 볼까 생각도 했다. 그래도 그를 끌어당긴 건 한국, 서울이었다. “한국을 좋아하게 된 건 문학, 음악, 드라마 순이었어요.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와 ‘파란 아이’라는 책이 계기가 됐죠. 방탄소년단(BTS)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스트레이키즈가 절 매료시켰고요.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고 한국의 풍경과 자연을 좋아하게 됐고, 마침내 방문을 결정하게 됐어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은 BTS의 RM”이라고 밝혔을 때 그의 볼은 이미 새빨개져 있었다. 귀요가 사는 곳은 벨기에와 바짝 접한 노르주의 올누아 에메리다. 프랑스에서도 북쪽 끝이다. 젊다고 해도 불편한 몸으로 파리를 거쳐 서울까지 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이 여행을 3년째 하고 있다. 서울에서 불편한 건 없었을까. 가장 궁금했다. 그는 “파리보다 낫다”고 했다. “서울은 무료로 보조기기를 대여해 주기도 하고, 일부만 장애인 시설을 갖춘 파리와 달리 모든 지하철역에 장애인 이용 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의 서울행에 현실적인 도움을 준 건 서울관광재단 다누림서비스다. 관광 약자를 위한 차량 지원, 장애인 보조기기 대여 서비스 등을 무료로 운영한다. “인천공항에서 서울까지는 미니밴 픽업 서비스를 이용했고, 호텔에서 쓸 이동형 리프트도 대여했어요.” 그는 해외여행을 주저하는 한국의 장애인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한국 여행은 큰 도전이어서 처음에는 매우 두려웠지만 여행을 마친 후 제 자신에 대해 매우 자신감이 생겼어요. 당신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다른 장소를 방문하는 건 개인의 성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시선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아름다운 이 세계를 즐기는 걸 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서울에 온 건 경기 평택에서 처음 진행한 자신의 전시회 ‘프렐류드’(시작)전 마무리를 위해서다. 서울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들을 주로 전시했다. 그는 한국의 많은 예술가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에 머무는 동안에는 갤러리 여행도 즐길 생각이다. “서울신문 건물에도 갤러리가 있다면서요. 기회가 된다면 그곳에서도 전시회를 열고 싶네요.(웃음)”
  • 이상문학상, 제정 후 처음으로 주관사 바뀐다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출판사가 문학사상에서 다산북스로 바뀐다. 주관사가 바뀌는 것은 상이 처음 제정된 1977년 이후 처음이다. 다산북스는 ‘이상문학상 출판 사업 양도 양수 협약식’이 지난 10일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다산북스 사옥에서 진행됐다고 11일 밝혔다.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는 “한국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이상문학상의 명맥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유지하고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상문학상이 새 옷을 입더라도 작가들에게는 존경 어린 지지를, 독자들에게는 유수의 걸작을 건네는 문학상의 본질은 변함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어질 국내 대표 문학상의 역사를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임지현 문학사상 대표는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와 궤를 함께해 온 이상문학상은 그동안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생각할 때 시행을 멈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더욱 발전적으로 운영할 새로운 시행 주체를 찾게 됐다”고 양도 배경을 설명했다. 제48회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내년 초 출간된다.
  • 6월 모평 의예과 전남대 277점·조선대 275점 예측

    6월 모평 의예과 전남대 277점·조선대 275점 예측

    광주시교육청이 지난 4일 진행된 2025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가채점 결과를 분석한 결과, 국·수·탐 원점수 300점 기준 전남대 의예과는 277점, 조선대 의예과는 275점 안팎에서 지원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11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진학부장협의회와 진로진학지원단 진학분석팀이 광주 지역 고등학교 6월 모의평가 가채점 점수를 분석한 결과, 전년도 수능과 유사한 수준에서 변별력을 갖춘 시험으로 분석했다. 광주 지역 전체 응시자는 1만 256명으로 전년도 6월 모의평가에 비해 약 500명 증가했다. 국어의 경우 매우 어렵게 출제된 작년 수능보다 다소 쉽게 출제됐다. 공통 과목 중 독서는 개념과 여러 관점을 다루는 지문에서 내용 파악이 어렵고, 문학은 현대소설과 현대시가 변별력 있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수학은 계산에 시간이 걸리는 문항이 다수여서 최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했지만, 전반적으로 작년 수능보다 다소 쉬운 수준으로 평가됐다. 영어는 작년 수능과 동일한 문항 구성으로 EBS 교재와 50% 안팎 연계율을 보였으나 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교육청은 전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대체로 지난해 수능보다 쉽거나 비슷한 난이도였으며 사회탐구 과목 중 윤리와 사상은 변별력을 갖췄다. 광주진학부장협의회와 진로진학지원단 진학분석팀의 분석이 6월 모평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학교 인문계열 259 내외, 자연계열 273점 내외에서 지원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고려대・연세대 인문계열 254점 내외, 자연계열 252점 내외에서 지원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원가능 점수는 255점 내외, 광주교육대학교는 215점 내외,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은 268점 내외에서 지원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남대 인문계열은 영어교육과 218점, 국어교육과 216점, 행정학과 207점, 경영학부는 214점, 정치외교학과 200점, 국어국문학과는 198점, 인문계열 지원 가능 점수는 190점 내외로 예상했다. 자연계열은 의예과 277점, 치의학전문대학원 273점, 약학부 270점, 수의예과 268점, 전기공학과 238점, 수학과 214점, 간호학과 213점이다. 자연계열 지원 가능 점수는 수학 지정(미적분/기하) 학과는 199점, 수학 미지정(미적분/기하/확률과 통계 모두 지원 가능) 학과는 188점 내외에서 지원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단, 의료보건 관련 학과는 지역인재 전형 기준으로 배치) 조선대는 의예과 275점, 치의예과 272점, 약학과 269점, 간호학과 208점 내외로 예상했다.(지역인재 전형 기준으로 배치) 광주시교육청은 관계자는 “배치기준 점수는 영어와 한국사를 제외한 국·수·탐 원점수 300점 기준인 만큼 영어 등급점수에 따라 변동이 클 것으로 판단됐다”며 “실채점 분석자료가 나오면 대학별 환산점수로 계산, 유불리 정도를 판단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모의평가 결과는 오는 7월2일 수험생에게 통보된다.
  • ‘윤상원, 전태일’ 시적 대화와 다큐로 만나다

    ‘윤상원, 전태일’ 시적 대화와 다큐로 만나다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인 두 인물, 광주의 윤상원과 대구의 전태일을 만나는 특별한 무대가 마련됐다. 광주 ‘동명책방’과 대구 ‘(사)전태일의 친구들’이 이 공동으로 마련, 동명책방에서 진행한다. 18일 오후 7시, 시인 김해자와 황규관의 시담회와 MBC 다큐멘터리 두 열사의 삶을 살펴보는 다큐 ‘두개의 일기’ 상영으로 진행된다. 5·18재단 30주년기념지원사업 오월시민야학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시인 김해자와 황규관의 시담회와 두 열사의 삶을 살펴보는 MBC 다큐멘터리 ‘두개의 일기’ 상영회로 구성된다. 광주와 대구에서 태어난 윤상원과 전태일은 각각 사회운동가로, 노동자로 한 시대를 뜨겁게, 불꽃깥은 삶을 살아냈다. 광주와 대구에서 태어난 윤상원과 전태일은 사회운동가로, 노동자로 한 시대를 살아내며 배움에 대한 열망, 사회모순에 대한 고민, 차별 없는 세상을 꿈, 민중에 대한 참다운 사랑으로 놀라운 유사점을 보인다. 윤상원의 경우 전남대를 거쳐 서울에서 은행을 다니다 고향 광주로 돌아와 노동자, 야학 강사로 사회 약자들과 함께 하며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도청을 마지막까지 지키다 계엄군의 총탄에 사망했다. 봉제노동자로 일하면서 열악한 노동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법 준수를 강조하며 분신한 노동운동자 전태일의 희생은 노동 운동 발전 및 근로 환경 개선 등 한국 노동운동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을 호흡하고,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의 여정과 기억의 연대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해자 시인과 황규관 시인의 시담회에는 ‘니들의 시간’으로 2024년 오월문학상을 수상한 김해자 시인의 시를 듣고, 29명의 시인과 함께 ‘나비가 된 불꽃, 전태일이라는 시’ 시집을 펴낸 황규관 시인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게 된다. 김해자 시인은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민중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 산문집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시평에세이 ’시의 눈 벌레의 눈‘ 등을 펴냈다. 만해문삭상, 백석문학상, 전태일문학상, 이육사문학상, 구상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전태일문학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황규관은 ’패배는 나의 힘‘ 등 시집과 김수영 시를 살핀 ’리얼리스트 김수영‘을 펴냈고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특별 손님으로 전태일문학상 수상 시인이자 (사)전태일의 친구들 이사로 전태일 옛집 공사 현장총괄을 맡고 있는 조선 남 시인이 함께한다. 조 시인은 지난 10년 동안 시민모금을 통해 전태일의 옛집을 매입하고 기념관으로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전태일의친구들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동명책방 김미순 대표는 “오늘 우리의 삶은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열정 위에 이어지고 있다”며 “그들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울림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특별기획의 배경을 설명했다. 7월 26일에는 (준)광주전남노동안전지킴이와 공동기획해 경향신문 작업복 팀이 출간한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북토크와 현장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 자세한 사항은 동명책방으로 문의하면된다.
  • 詩에 닿길 바랐던 화가… 김기린 화백을 기리며

    詩에 닿길 바랐던 화가… 김기린 화백을 기리며

    “나의 최종 목적은 언제나 시(詩)였다. 발레리, 랭보, 말라르메, 그리고 그 세대의 시인들 거의 모두를 좋아했다. 계속해서 시 작업을 했으나, 글이 아닌 그림을 통해서였다.”(김기린 화백) 평생을 시에 닿고 싶었던 화가, 그림을 통해 시를 쓰고자 했던 단색화의 선구자 김기린(1936~2021) 화백의 개인전 ‘무언의 영역’이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갤러리현대는 10일 김 화백 작고 이후 첫 개인전으로 캔버스 유화 작업과 생전에 공개된 적 없는 종이 유화 작업까지 40여점의 작품 및 아카이빙 자료를 소개한다고 밝혔다. 평론가 사이먼 몰리는 김기린의 회화를 텍스트 없이 색으로 씌어진 시라는 새로운 맥락으로 해석하길 제안한다. 문학도였던 김 화백은 1961년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향했고 20대 시절 랭보, 말라르메의 시를 읽었다. 그들과 같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 들자 30대에 이르러 시가 아닌 회화를 자신의 매체로 택하게 된다. 격자무늬 속에 나열된 물감 덩어리들은 마치 원고지 위에 꾹꾹 눌러쓴 시와 같다. 작가는 단색의 유화 물감을 여러 층, 때로는 30겹에 이르는 얇은 층으로 도포해 반투명 효과를 지닌 두꺼운 무광 코팅을 완성한다. 유화가 마르기를 기다려 점을 찍어야 하므로 1~2년의 세월이 걸리기도 했다. 그렇게 완성된 그리드 안의 덩어리들은 어느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반복된 리듬은 어쩐지 시의 운율과 닮아 있다. 작품을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 사진과 같은 이미지로 볼 때와 직접 볼 때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전시장을 찾아가 보기를 권한다. 전시의 주를 이루는 연작들의 제목이 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안과 밖’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7월 14일까지.
  • [서울광장] 멀고도 험한 산유국의 꿈

    [서울광장] 멀고도 험한 산유국의 꿈

    ‘동해안 유전’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중이다. 정부가 밝힌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리탐사 결과가 도화선이 됐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정브리핑 이후 정치적 이슈로 확대되면서 연일 진위 여부는 물론 경제성·신뢰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부가 밝힌 최대 매장량은 원유는 4년, 가스는 29년을 한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세계 10대 제조 강국이면서도 사용 에너지의 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선 자원 안보 차원에서도 자못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에너지 수급·가격 안정, 기업 경쟁력 제고 등 국가 경제 전체에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는 전환점에서 동해유전 자체가 정쟁의 한복판으로 빨려드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우선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컨설팅 업체 ‘액트지오’(Act-Geo)의 신뢰성 논란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발표한 석유·천연가스의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1조 4000억 달러)라고 했지만 여기엔 거품이 있다. 배럴당 100달러로 평가한 것인데 현재 두바이유의 가격이 배럴당 80달러 안팎이다. 클릭 한 번이면 확인되는 원유 가격조차 정부가 부풀린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책임자인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고문을 직접 불러 불거진 의문점을 잠재우려 했지만 1인 기업·세금 체납 등의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혹을 키운 꼴이 됐다. 우리나라는 1966년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가스 탐사를 시작으로 60년 가까이 산유국의 꿈을 한시도 버리지 않았다. 현재까지 국내 대륙붕에서 총 48공의 시추를 통해 2004년부터 17년 동안 울산 앞바다의 ‘동해 1·2’ 가스전에서 4500만 배럴의 천연가스를 생산했고 2021년 사업 종료 때까지 2조 6000억원의 수익도 올렸다. 물론 1조 2000억원의 비용을 써야만 했지만 산유국으로서의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다. 국제 유가를 좌우하는 북해 유전의 경우 시추 성공률은 3% 수준에 불과했다. 엑손이 1966년부터 했던 30여 차례의 시추는 모두 실패했고 바통을 이어받은 필립스사가 6번의 시추 끝에 가까스로 성공한 바 있다. 1998년에 시작했던 동해 천연가스전의 경우에도 10번의 실패 끝에 성공했다. 통상 석유탐사 및 개발은 물리탐사→탐사시추→경제성 평가→원유 생산 등 4단계로 이뤄진다. 동해 유전의 경우 이제 2단계 초입이다. 통상 10~12% 이상의 성공 확률이 있을 경우 시추 탐사에 들어간다고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금세기 발견된 최대 심해 유전으로 꼽히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성공률도 16% 정도였다. 정부가 다양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20%의 성공을 예측한 만큼 시추를 멈출 이유는 없다. 심해 시추의 경우 1공당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예상된다. 5개를 뚫으면 5000억원이 넘고 이후 생산 단계로 넘어갈 경우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해외투자를 유치해 혈세 낭비를 줄이고 채산성을 높이는 접근법도 고려할 만하다. 동해 유전은 개발에서 생산까지 최소한 10년 이상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이 과정에서 향후 탐사 시추 시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더이상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말기를 당부한다. ‘한건주의’ 유혹을 벗어나 차분하고 냉철하게,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국민들에게 정책 신뢰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불필요한 정쟁 유발이나 국론 분열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석유자원 개발을 포함한 자원 확보는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국가의 백년대계인 만큼 4전 5기의 도전정신과 다소의 리스크를 감수할 용기가 필요하다. 오일만 세종취재본부장
  • 화성에서 새로운 물 존재 증거 발견했다 [달콤한 사이언스]

    화성에서 새로운 물 존재 증거 발견했다 [달콤한 사이언스]

    화성 표면과 대기 사이에 활발한 물 교환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 스위스, 미국 등 9개국 공동 연구팀은 화성의 가장 높은 화산에서 물 서리(water frost)를 처음 관측했다. 물 서리는 수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액체상 서리로, 대기 중 수분이 승화해 생긴 서리가 기온 상승으로 그 일부가 녹기 시작하는 현상이다. 이번 연구에는 스위스 베른대 물리학 연구소, 미국 브라운대 지구·환경·행성과학과, 애리조나대, 벨기에 왕립 천문대, 브뤼셀 자유대, 루뱅 가톨릭대 천문학 연구소, 독일 항공우주센터(DLR) 행성연구소, 이탈리아 파도바 천체 관측소, 천체 물리학·행성 연구소, 프랑스 파리 샤클레대, 파리 대학연구소, 캐나다 웨스턴대 지구과학과, UAE 칼리파대, 영국 오픈대 등 천문학자와 천체물리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구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 6월 11일 자에 실렸다. 화성의 타르시스 산맥은 화성 적도 부근에 있는 고원지대로 21㎞ 높이의 올림포스산 포함해 에베레스트산의 1~2배 수준의 태양계에서 가장 크고 높은 화산들을 포함하고 있다. 올림포스산의 면적은 프랑스만큼 넓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들 화산은 지질학적으로 겉보기에는 활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화성은 햇빛과 얇은 대기층 때문에 낮 동안 지표면이나 산 정상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물 서리는 거의 관찰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적도 주변에서는 더더욱 물 서리를 관찰하기 어렵다고 생각됐다. 연구팀은 유럽 우주국(ESA)의 가스 추적 궤도선(TGO)이 수집한 이미지를 분석해 화산 정상과 올림포스산의 칼데라 바닥에서 얼음 퇴적물을 확인했다. 얼음 퇴적물은 화성의 겨울 이른 아침에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표면 온도가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로 구성된 서리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타르시스 산맥 위에 흐르는 대기에 의해 생성된 대기 순환 패턴이 지구의 고산 지역에서 나타나는 미기후와 유사하게 서리 응결 조건을 충족시킨다.연구팀은 타르시스 산맥에서만 형성되는 서리의 총질량은 약 15만t으로,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60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런 물 서리는 겨울철 화성의 대기와 표면 사이에서 매일 교환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화성 대기 중 수증기 총량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화성의 표면 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구를 이끈 니콜라스 토마스 베른대 교수(태양계 동적 물리학)는 “이번 연구 결과는 화성에서 물의 존재 위치와 이동 방식을 이해하고 미래 탐사와 생명체 흔적을 찾는 데 필수적인 행성의 대기 역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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