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문학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 도전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 습도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0,806
  • 광주대 ‘반려동물’ 전문 인재 육성 시동

    광주대 ‘반려동물’ 전문 인재 육성 시동

    광주대가 올해 신설한 반려동물보건산업학과 신입생의 등록금 면제와 실무 교육 등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5일 광주대에 따르면 반려동물학과는 2025학년도 첫 신입생 34명을 모집한다. 입학학기 등록금 전액을 면제하는 한편 국가자격증 취득과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첫 학기부터 전문학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동물보건 실습실, 반려동물 미용 실습실, 반려동물 실내 훈련실습실 등 최신 시설이 구비된 실습장 조성도 마쳤다. 첫 신입생을 모집하는 와중에도 지난 16일에는 교내에 한국예술문화명인 반려동물 발전협의회가 주관한 ‘2024 한국 반려동물 문화예술대전’을 유치하는 데 성공, 이목을 끌었다. 250여명의 참가자들이 반려견 미용대회와 전시대회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고 중·고등학생 참가자들은 광주대 진학을 희망하기도 했다. 광주대 반려동물학과 진학으로 취득할 수 있는 국가 자격증은 반려견스타일리스트,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축산기사, 축산산업기사, 축산기능사, 가축인공수정사 등이 있다. 졸업 후 진로도 다양하다. 동물병원, 반려동물센터, 동물테마파크 등으로 취업을 비롯해 축산 관련 자격증 취득을 통해 동물방역사, 동물위생사, 사료회사, 농림축산검역본부 및 축산직 공무원 생활도 가능하다. 또 실험동물연구센터 등 의료 및 연구 분야와 동물원, 반려동물 미용실 등 다양한 반려동물보건산업분야로의 취·창업, 대학원 진학, 대학교수와 교육전문가 등 교육계 진출도 모색할 수 있다.
  • 양구서 만나는 ‘거장들의 혼’…인문학박물관 재개관

    양구서 만나는 ‘거장들의 혼’…인문학박물관 재개관

    강원 양구 인문학박물관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오는 27일 정식 재개관한다. 양구군은 인문학박물관 1관 리모델링을 최근 완료했다고 25일 밝혔다. 2관 리모델링은 지난 9월 말 마쳤다. 군이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한 인문학박물관 리모델링에는 총 10억원이 투입됐다. 리모델링을 통해 1관은 국내 대표 시인 10인을 소개하는 공간에서 이해인 수녀, 박완서 작가, 박수근 화백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인 2관에는 김형석 철학자의 자택과 흡사한 공간이 만들어졌고, 김형석 철학자가 기증한 도자기 100여점도 전시했다. 양구 출신 이해인 수녀는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시작으로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고, 박수근(1914~1965) 화백은 양구가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로 한국 근대 서양화의 거장으로 불린다. 박완서(1931~2011) 작가는 박수근 화백과 1951년 미군 PX 초상화부에서 함께 일하는 등 인연이 깊다. 김형석 철학자는 한국 1세대 철학자로 올해로 105세를 맞았고, 안병욱(1920~2013) 철학자는 김형석 철학자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힌다. 군은 재개관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내년 4월 말까지 연다. 특별전에서는 이해인 수녀, 박완서 작가, 박수근 화백의 작품과 소장품, 유품 1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서흥원 군수는 “인문학박물관이 삶의 등불이 되는 곳이자 양구가 대한민국의 1등 문화도시가 될 수 있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 “굿바이! 미니문”…잠시 지구 곁 머물던 ‘두번째 달’ 우주 저 멀리로 [아하! 우주]

    “굿바이! 미니문”…잠시 지구 곁 머물던 ‘두번째 달’ 우주 저 멀리로 [아하! 우주]

    잠시나마 지구의 ‘또다른 달’이었던 소행성이 ‘속박’을 벗어나 제갈길을 가게됐다.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소행성 ‘2024 PT5’가 25일부터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먼 우주로 날아간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7일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원하는 ATLAS(Asteroid Terrestrial-impact Last Alert System) 망원경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발견된 2024 PT5는 지름이 10m에 불과한 소행성으로, 지난 9월 29일부터 최근까지 지구 주위를 말굽 모양으로 돌았다. 이처럼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일정 시간 지구 주위를 완전히 공전하는 소행성을 ‘미니 문’(mini-moon)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은 크게 두가지 중 하나의 운명을 갖는다. 지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가던 길을 가거나 가끔 지구에 떨어지는 경우다. 그러나 매우 드물게 소행성이 지구에 중력에 사로잡히면서 본의 아니게 지구 주위를 돌며 달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2024 PT5가 그같은 사례다. 다만 지구와 2024 PT5가 영원히 작별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 1월 2024 PT5는 지구에서 약 180만㎞거리까지 접근한 후 태양계 저 멀리로 날아가며, 오는 2055년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2024 PT5를 처음으로 발견한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 천문학자 라울 데 라 푸엔테 마르코스는 “진짜 달(위성)이 매장에서 물건을 사는 고객으로 비유한다면 2024 PT5는 눈으로만 쇼핑하는 고객”이라면서 “엄밀히 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연구할 가치가 있는 흥미로운 천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지구를 공전하다가 사라진 소행성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20년 2월 미국 애리조나 대학 카탈리나 스카이 서베이(Catalina Sky Survey) 천문학자들에 의해 처음 존재가 확인된 2020 CD3은 자동차만한 크기로, 지구 주위를 돌다가 그 다음달 경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 과학기자協, 올해의 과학자상에 김창영·백민경·조일주 교수 선정

    과학기자協, 올해의 과학자상에 김창영·백민경·조일주 교수 선정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 유용하)가 ‘기자가 뽑은 올해의 과학자상’ 수상자로 김창영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백민경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조일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선정했다고 25일 발표했다. 고체물리학자인 김창영 교수는 지난해 상온 초전도체 논란 때 ‘LK-99 검증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과학적 팩트체크에 앞장서고 언론 소통에 이바지해, 과학자로서 책임과 전문가 집단의 중요성을 알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백민경 교수는 올해 인공지능으로 단백질 예측한 업적으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의 수제자로 AI로 단백질 구조와 상호작용, 결합구조 예측 등 생체분자 기능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선도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서 선정한 ‘올해의 혁신 연구’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학계와 산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조일주 고려대 의대 교수는 브레인칩 및 뉴럴 인터페이스 시스템의 연구개발과 광자극용 브레인칩 상용화 등 국내 뇌공학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 왔으며 대중 강연과 언론 인터뷰, 관련 위원회 활동으로 뇌 과학의 대중화와 정책 발전에도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과학기자상’에는 박상욱 JTBC 기자와 양훼영 YTN사이언스 기자가 공동 수상했으며 하반기 과학 취재상에는 과학계 인재의 국외 유출문제를 짚은 고재원 매일경제 기자, 한국 R&D 성과에 대한 국제적 평가와 국내 과학계 문제를 짚은 최지원 동아일보 기자, 디지털 치료제의 시장성과 전망을 분석하고 국내 기업의 성장 기회, 제도적 지원을 제시한 조선비즈 사이언스조선부 의학바이오팀(이정아·허지윤)에 돌아갔다. 머크의학기자상은 희소병 환자들의 의료비 문제를 짚은 SBS 정책사회부 취재팀(박하정·조동찬)과 의정 공백을 계기로 한국 의료가 나갈 방향을 심층 취재한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취재팀(조백건·안준용·오경묵·오유진·정해민)이 수상했다. 또, ‘과학커뮤니케이터상’에는 장혜리 아트앤사이언스 대표, 강태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부설 한국뇌연구원 책임행정원, 오은성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대외협력홍보팀장, 이현정 한국원자력연구원 미디어소통팀장, 정지호 한국재료연구원 대외협력실 선임행정원이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예년에 비해 많은 기사와 보도, 실적과 활동들이 출품되었기 때문에 심사위원들도 신중하고 꼼꼼하게 심사했다”며 “과학 언론상 주인공들의 활약에 대한 가치와 의미는 너무나 놀랍고 뛰어나 그들의 진지한 노력을 접하며, 스스로 많이 배웠다”는 심사 소감을 밝혔다. ‘2024과학언론상’ 시상식은 오는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소공동점에서 개최되는 ‘2024 과학언론의 밤’ 행사와 함께 열린다.
  • “올해 가기 전 꼭 하고 싶은 건”…2024년 한 달 앞두고 사람들이 꼽은 1위는

    “올해 가기 전 꼭 하고 싶은 건”…2024년 한 달 앞두고 사람들이 꼽은 1위는

    2024년이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사람들은 올해가 가기 전 꼭 이뤄야 할 일로 운동과 건강 관리를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에 따르면 당근이 지난 12~17일 ‘동네생활’ 게시판을 통해 ‘2024년이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을 주제로 이용자 대상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1위는 응답자의 39.5%가 꼽은 ‘운동·건강관리·다이어트’가 차지했다. “하루 2시간 걷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달 보름 동안 운동 열심히 하겠다” 등 구체적 계획을 밝히는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고 당근 측은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응답자의 26.1%는 ‘일상 속 감사와 사랑 표현’을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로 꼽았다. “세 번 이상 사랑한다고 말하기”, “매일 더 감사하며 살기” 등 연말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3위는 전체의 24.5%를 차지한 ‘자기 계발’이었다. 자격증 취득, 외국어 공부, 일기 쓰기 등 자기만의 계획을 연말까지 마치겠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독서 계획을 세운 이들도 많았다. “매일 50페이지씩 읽겠다”, “읽다 만 책 완독하기” 등 응답자 7명 중 1명은 올해가 가기 전 책 읽는 습관을 기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 외에도 국내 여행, 금주·금연, 운전면허 취득 등의 응답도 나왔다. “하루라도 행복하게 살기”, “취미 하나 새롭게 시작하기”, “자존감 회복하기” 등 일상 속 작은 변화를 약속하는 사연도 이어졌다고 당근 측은 전했다.
  • [서울on] N수하는 게 맞을까요

    [서울on] N수하는 게 맞을까요

    “저 재수하는 게 맞을까요. 정시 파이터인데 모의고사보다 등급이 떨어졌어요.” 매년 11월 둘째 주 목요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면 절망 섞인 수험생들의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린다. 2025학년도 수능이 끝나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08학년도 이후 20%대 초중반을 유지하던 재수생 등 ‘N수생’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2025학년도 수능에선 33.9%를 차지했다. 16만 1784명으로 21년 만에 최대 규모다. 올해 고3 재학생이 늘어난 만큼 내년에는 재수생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대학을 다니다가 수능을 다시 보는 반수생은 정확한 통계도 없다. 학고반수(학사 경고를 감수하는 반수), 휴학반수, 무휴학반수, 삼반수(재수로 대학 입학 후 반수) 등 유형도 다양하다. 사교육 업계는 이들을 겨냥해 별도의 반을 꾸리는 등 발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최상위권인 의대에 진학했는데 더 상위권 의대에 가려는 반수생을 보면 이 경쟁의 끝은 어디일지 감도 안 잡힌다. 실제로 올 수능에서 경북 수석으로 추정되는 학생은 이 지역 의대 1학년 휴학생이라고 한다. 이 학생은 서울권 의대 입학을 위해 수능에 재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채점 결과 국어·수학·영어·탐구영역에서 총 1문제 틀렸다고 한다. ‘수능 낭인’으로 불리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건 개인을 넘어 사회적 낭비다. 당장 10개월간 재수 종합학원에 다니는 학원비만 3000만원 이상 ‘태워야’ 한다. 등록금도 부담이다. 올 1학기 전국 4년제 대학 국가장학금 수혜자 58만 3099명 중 N수생 출신은 3만 4329명으로, 이들이 다른 대학을 다니며 받은 국가장학금은 1531억원에 달한다. 국가장학금은 이전 학교 수혜 실적을 포함해 횟수를 제한하므로 이 한도를 벗어난 등록금은 학생의 몫이 된다. 가족과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그럼에도 N수가 늘어나는 건 뿌리 깊은 학벌주의 때문일 것이다. 이 구조적인 문제는 장기적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동시에 조금이라도 빠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수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교사들은 “수능은 고3이 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N수’의 N이 무한대로 갈수록 유리하단 얘기다. 상대평가 수능을 중심으로 1등부터 줄 세우는 한 N수생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수능은 “대학에서 수학하는 능력을 평가한다”는 본래 뜻과 달리 가장 효율적인 줄 세우기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 수능을 출제·관리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가 변별력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가의 본질에 접근했으면 한다. 대학도 초점을 옮겨야 한다.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로 위기라고 하면서 점수 높은 학생을 고르는 데만 열중한다. 학생을 어떻게 잘 교육할지, 각 대학을 어떻게 차별화할지 연구하고 실천하면 위기도 극복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대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할 국가교육위원회는 내부 갈등으로 제대로 된 논의를 못 하고 있다. 2026~2035년 중장기 교육 계획 수립이 내년 3월로 다가왔다. 공론화할 시간이 많지 않다. 김지예 사회부 기자
  • 이용악문학상에 ‘후투티에 대하여’ 성선경 시인

    이용악문학상에 ‘후투티에 대하여’ 성선경 시인

    제6회 이용악문학상 수상자로 성선경(64) 시인이 선정됐다고 계간 시 종합문예지 ‘문학청춘’이 24일 밝혔다. 문학청춘은 ‘월북 작가’라는 주홍글씨로 1988년 이전까지 한국 문단에서 금기어였던 이용악(1914~1971) 시인을 기리기 위해 이 상을 제정, 운영하고 있다. 앞서 문정희(제4회) 시인 등이 수상하기도 했다. 성 시인은 1988년 등단해 시집 ‘널뛰는 직녀에게’, ‘옛사랑을 읽다’, ‘몽유도원을 사다’ 등을 출간했고 시조집, 시선집, 시작 에세이 등을 펴냈다. 수상작은 ‘후투티에 대하여’다.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평이한 어법을 통해 근원의 질문을 던지는 시적 탐색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심사위원인 김종태 호서대 교수는 “사물에 감정을 이입해 존재의 본질과 의의에 관한 성찰의 시 정신을 다채로운 이미지와 자연스러운 수사로 명징하게 형상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문학청춘은 또 제8회 문학청춘 작품상 수상자로 동시영(72) 시인을 선정했다. 수상작은 시 ‘해석을 넘어가고 질문으로 간다-갬미페스’다. 시상식은 다음달 20일 서울 서초구 호서대 벤처대학원 서울캠퍼스에서 함께 열린다.
  • 오지 않았던 고도는 이렇게 왔다…‘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오지 않았던 고도는 이렇게 왔다…‘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노벨문학상 수상자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추상적인 연극의 대표로 꼽힌다.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린다는 내용인데 도대체 고도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왜 기다리는지, 왜 기다려야 하는지 등등 작품 이해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인기는 많지만 그래서 ‘고도를 기다리며’는 관객 입장에서 한편으로 불친절한 연극에 속한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다 쉽게 풀어낸 작품이다. 원작을 따라 지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고도를 기다리며’를 작품에 담아냈으며 그것을 기다리는 대역 배우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제목 그대로 작품은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는 작품이다. 원작이 정체가 불분명한 고도를 기다리는 것과 달리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대역 배우라는 배역 설정을 통해 기다림의 대상을 명확히 했다. 작품을 쓴 작가이자 연출가인 데이브 핸슨이 명쾌한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원작의 추상성을 구체화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에스트라공은 에스터, 블라디미르는 밸이 됐다. 에스터가 맞지 않는 신발 때문에 끙끙대고 밸이 자꾸만 모자를 벗었다 썼다 하는 모습에서 원작과 쉽게 연결된다. 무대를 기다리는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큼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연극이 시작할 때 나오는 안내방송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에스터와 밸이 있는 공간 멀리서 아련하게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 대사가 흘러나온다. 지난해 12월 개막했던 ‘고도를 기다리며’를 봤던 관객들이라면 목소리의 주인공이 작품에 출연한 박근형과 신구임을 눈치챌 수 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에스터가 밸에게 연극을 가르치는 등 작품은 배우들의 구체적인 일상을 담아냈다. 상대방의 대사를 따라 해보라고 하고 잘 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에스터가 허풍으로 가르치는 것 같아도 실제 현장에서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다 무대조감독인 로라가 구두를 찾으러 들어오면서 두 사람은 간절히 기다리던 고도, 즉 연출이 온 것으로 착각하고 호들갑을 떤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이렇듯 에스터와 밸이 기다리는 것이 무대에 설 기회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지만 원작의 부조리성 역시 놓지 않은 것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특징이다. 작품 중간중간 무의미한 대화가 오가기도 하고 부조리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공연은 계속되어야 하니까”라는 에스터의 대사, 즉 “쇼 머스트 고 온”이라는 공연계에서는 흔한 대사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는 보다 의미 있게 소화된다. 갑자기 문제가 생겨도 공연이 계속될 수 있도록 기다리는 대역 배우들의 숙명을 나타내는 대사인 동시에 마지막에 발생하는 비상 상황으로 인해 두 사람이 마침내 둘만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시작해 공연이 계속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난해한 원작을 이토록 빛나고 재치 있는 상상력으로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대역 배우들의 구체적인 일상을 통해 관객들이 웃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면서 ‘고도를 기다리며’가 이렇게 매력적인 이야기임을 새삼 일깨운다. 원작의 재창작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배우 이순재의 출연분이 진작부터 매진 행렬을 이뤘던 작품이다. 이순재가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해 곽동연, 박정복, 정재원만 출연하고 있지만 그래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12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
  • 제73회 ‘서울시 문화상’에 故 김민기 전 학전 대표 등 12인 선정

    제73회 ‘서울시 문화상’에 故 김민기 전 학전 대표 등 12인 선정

    서울 문화 예술 발전에 기여한 대학로 문화의 상징 고(故) 김민기 전 학전 대표와 구혜자 국가무형유산 침선장 보유자 등 12명이 ‘서울시 문화상’을 받았다. 서울시는 22일 시청 다목적홀에서 ‘제73회 서울시 문화상 시상식’을 열고 9개 분야에서 12명의 수상자를 선정했다. 우선 연극 부문에선 소극장 문화와 아동청소년극 발전에 헌신, 대한민국 연극계 발전에 기여한 김민기 전 학전 대표가 수상했다. 시상식에선 대학로 학전 극장의 팀장을 맡고 있는 김 전 대표의 조카가 대리수상했다. 이어 문학 부문은 이승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미술 부문 정승호 서울예술대 공연학부 교수, 국악 부문 허윤정 서울대 국악과 교수, 서양음악 부문 강순미 성신여대 명예교수, 무용 부문 안병주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문화예술후원 부문 유자야 유리지공예 관장, 문화재 부문 구혜자 국가무형유산기능협회 이사 등이 선정됐다. 독서문화 부문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읽기 쉬운 책’을 만드는 ‘소소한 소통’이 받았다. 올해 신설한 신진예술인 부문은 문학에선 이단비 번역가, 서양음악 부문에선 한국인 단원으로 구성된 발트앙상블, 연극 부문에선 김로완 창작집단 결의 대표가 선정됐다. 이날 오 시장은 “여러분과 같은 예술가가 묵묵히 쌓아온 기초 예술의 토대가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시민들의 삶 속에 예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문화가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문화상은 1948년에 제정돼 한국전쟁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시상하여 지난해까지 총 741명의 공로자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는 처음으로 온라인 시민투표를 진행, 6744명이 참여했다.
  • 태양계 형성 비밀 풀 거대 행성 발견했다 [달콤한 사이언스]

    태양계 형성 비밀 풀 거대 행성 발견했다 [달콤한 사이언스]

    미국, 스페인 공동 연구팀은 생성된 지 오래되지 않은 젊은 별을 통과하는 거대 행성을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발견은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어린 ‘통과 행성’이다. 이 연구에는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천체물리학·우주 연구소, 애리조나대 스튜워드 천문대, 텍사스 오스틴대, 항공우주국(NASA), NASA 에임스 연구센터,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연구센터, 뉴멕시코대, 보스턴대 천체물리학 연구소, 콜로라도 볼더대 대기·우주 물리학 연구실, 다트머스대, 프린스턴대, 우주 망원경 과학센터,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 연구소,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천체물리학연구소(IAC), 라 라구나대 물리학자, 천문학자들이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11월 21 자에 실렸다. 지금까지 천체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은 1000만 년~4000만 년 사이의 나이를 가진 별들 주위에서 12개가량의 ‘통과 행성’을 발견했다. 천문학에서 ‘통과’는 특정 위치에 있는 관측자에게 한 천체가 더 멀리 있는 다른 천체 앞을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통과 행성은 별(항성)과 관측자 사이를 지나가는 행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지구와 태양 사이의 통과 행성은 수성과 금성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별보다 어린 통과 행성을 발견한 적은 없었다. 이는 행성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거나, 그런 행성을 관측하는 우리 시야를 새로 형성된 별 주위를 둘러싼 가스와 먼지 고리인 ‘잔여 원시 행성 원반’이 차단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NASA에서 운영하는 탐사 위성 ‘TESS’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했다. TESS는 천체면 통과 외계 행성 탐색 위성(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을 말한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보다 400배 더 넓은 우주를 탐색하면서 2만개의 외계 행성을 찾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지구와 비교적 가까운 160파섹(pc) 떨어진 300만년 된 젊은 별 ‘IRAS 04125+2902’을 관찰했다. 1파섹은 약 3.26 광년으로 30조 9000억㎞ 정도다. 160파섹이면 약 521광년에 해당한다. IRAS 04125+2902을 둘러싼 원시 행성 원반은 측면이 아닌 거의 정면을 보이는 방식으로 정렬돼 있고, 내부 원반은 고갈된 상태로 확인됐다. 이런 특징 때문에 통과 행성 ‘IRAS 04125+2902 b’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 행성은 8.83일의 공전 주기를 가지며, 지구보다 10.7배 큰 반지름과 목성 질량의 30%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앤드류 만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행성 진화)는 “이번에 관측된 통과 행성은 주계열별 주위를 도는 슈퍼 지구 또는 준 목성형 행성으로 보인다”라며 “행성과 주계열 별의 나이가 어리고, 원반의 정렬 상태가 잘못돼 있고, 지구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를 고려할 때 행성 형성 초기 단계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만 90만주 보유…‘1224억’ 최고 부자 공직자 누구?

    삼성전자만 90만주 보유…‘1224억’ 최고 부자 공직자 누구?

    이세웅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평안북도지사가 1224억원이 넘는 재산을 신고해 이달 수시공개 공직 대상자 중 전체 1위에 올랐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올해 8월 2일부터 9월 1일까지 신분이 변동한 고위 공직자 76명의 보유 재산을 관보를 통해 22일 공개했다. 신고 재산이 가장 많은 현직 고위 공직자는 이세웅 이북5도위원회 평안북도지사(차관급)로, 이 지사가 신고한 본인과 가족 명의 재산은 1224억 6425만원이었다. 이 지사는 본인 명의로 된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소재 등의 토지 367억 8520만원과 서울시 중구 장충동1가에 있는 단독주택 89억 100만원, 본인과 가족 명의의 주식 695억 4941만원 등을 신고했다. 특히 삼성전자 주식 90만5700주를 보유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21일 종가(5만6400원) 기준 510억 8000여만원에 달한다. 평북 의주 태생인 이 지사는 신일기업 회장, 한국유리 사장, 한국가스 대표, 신일학원·국립발레단·예술의전당 이사장,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을 지냈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본인과 모친 명의의 토지 64억 8255만원과 건물 46억 9566만원, 배우자와 함께 28억 9200여만원의 예금 등 총 194억 5838만원을 신고했다. 배상업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본인과 가족, 부모 명의의 예금 33억 2821만원 등 총 63억 8822만원을 신고해 현직자 재산 상위 3위를 신고했다. 배우자 소유 예금이 25억 36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가족들의 예금 자산이 총 33억 2800만원으로 파악됐다. 주식 자산은 10억 5600만원이었고 이중 본인 소유 주식 3억 2300여만원 어치는 처분했다고 신고했다. 이 밖에 현직 고위공직자 중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의 아파트 등 27억 4559만원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예금 5억 1045만원 등 10억 4041만원을 신고했다. 퇴직자 중에서는 주현 전 산업연구원장이 151억 5345만원으로 재산이 가장 많았으며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김효은 외교부 전 기후변화대사가 각각 124억 4037만원, 57억 3872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대통령비서실 최승준 전 시민사회비서관과 강훈 전 정책홍보비서관은 각각 54억 6153만원, 12억 6687만원의 재산을 보유한 채 퇴직했다.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재산은 12억 8814만원을 기록했다.
  • [베스트셀러] “내년엔 성공해볼까”…한강 강세 속 자기계발서 눈길

    [베스트셀러] “내년엔 성공해볼까”…한강 강세 속 자기계발서 눈길

    “내년에는 나도 성공해볼까.” 서점가는 10월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이어지고 있는 한강 작가 작품의 강제를 속에 연말이 가까워져 오면서 자기계발서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교보문고가 22일 발표한 ‘11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김미경의 딥마인드’가 14위, 세스 고딘의 ‘린치핀’은 16위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이맘때 인기를 끈 벤저민 하디의 ‘퓨처 셀프’는 27위로 지난주보다 7계단 뛰어올랐다. 지난해 역시 연말을 앞두고 ‘더 마인드’, ‘세이노의 가르침’, ‘퓨처 셀프’ 등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들었다. 출판 전문가들은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 목표를 세우는 연말연시에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끄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여전히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여섯 작품이 포함되는 등는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힘이 계속되고 있다. 소설 ‘소년이 온다’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그 뒤를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흰’이 뒤따르고 있다.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7위, 소설 ‘희랍어 시간’은 8위에 자리 잡았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회색에서 왔습니다(한요나 지음, 창비) “우주를 가로질러 네가 있는 곳으로 간다.” 외출이 어려울 정도로 대기가 오염된 ‘회색 행성’을 배경으로 가상 교실에서 만난 두 소녀 묘원과 서라가 우정을 쌓는다. 서라의 과거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빛나는 다정과 용기. 험난한 기후위기의 현실에서도 힘차게 발을 내딛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점차 달라지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손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달라진 세계에서 우정은 어떤 모양일까. ‘오보는 사과하지 않는다’, ‘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 등의 소설과 ‘연한 블루의 해변’ 등의 시집을 출간한 한요나의 장편 청소년소설이다. 204쪽. 1만 5000원. 호랑이가 돌아왔다(조명화 지음, 책고래) “우리 동네에 호랑이가 나타났다!” 호랑이가 우리 일상에 살아간다면 어떨까. 조명화의 그림책은 이런 상상에서 시작한다. 사람에게 쫓겨 숲을 벗어난 호랑이가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을 찾아 헤맨다. 공원에 숨기도, 어린아이 집에 몰래 들어가 보기도, 잡화점에서 전시물인 척 시치미를 뚝 떼 보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곳은 하나도 없다. 호랑이가 안전하게 머물 곳은 과연 어디일까. 시베리아 호랑이라고도 불리는 한국 호랑이는 우리나라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도시 개발로 동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는다. 그림책 속 호랑이는 조금 엉뚱하고 익살맞지만 왜인지 가엾고 애처롭기도 하다. 48쪽. 1만 5000원.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유수연 지음, 문학동네) “슬픔이 바나나보다 빨리 익는다//두면 먹겠다 싶었는데 한 개는 끝내 검게 변했다/생긴 건 저래도 맛은 있단 걸 잘 알지만//보기 좋은 슬픔이 울기도 좋은 걸 누가 모르나” 대화를 건네는 듯한 친숙한 어법, 부드럽고 섬세한 감정으로 우리 안의 닫힌 마음을 두드려 깨우는 유수연의 두 번째 시집이다. 2017년 일간지 신춘문예로 데뷔한 유수연은 이번 시집에서 “산다는 것”이란 슬픔을 마주하는 것을 넘어 “슬픔을 갱신하는 일”(‘정중하게 외롭게’)임을 깨닫는다. 사랑과 이별, 사람과 상처에서 발견되는 고유한 슬픔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시린 겨울, 지친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시집이다. 124쪽. 1만 2000원.
  • 혼란의 시대, 도덕적 나침반은 있다

    혼란의 시대, 도덕적 나침반은 있다

    인류는 수천년간 도덕적 앎 축적‘진보할 수밖에 없다’ 강조한 저자철학자로서 도덕적 실재론 고수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이 이랬을까. 민주주의 위기, 인종·성별·사상·종교에 따른 차별, 전 지구적 기후 재난, 끝 모른 곳으로 치닫는 디지털화, 포퓰리즘 확산 등 ‘카오스’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도덕적 근거에 따라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이전보다 더 많이 숙고해야 한다. 문제는 소셜미디어(SNS)의 짧은 글과 1~2분 분량의 짧은 동영상에 익숙해진 현대인은 깊이 생각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혼란의 시대에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죽비를 내려치는 사람은 마르쿠스 가브리엘 독일 본대학 철학과 석좌교수다. 인식론을 연구하는 강단 철학자인 그는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나는 뇌가 아니다’, ‘생각이란 무엇인가’라는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인본주의 3부작’의 작가로 일반 독자에게도 익숙하다. 물론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고 해서 그의 책이 자기 계발서 성격의 말랑말랑한 철학책들처럼 읽기 편하다는 말은 아니다. 이 책은 앞선 3부작보다 대중이 읽기 쉽다곤 하지만 이마누엘 칸트와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프리드리히 니체 등을 배출한 독일의 철학자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술술 넘어가진 않는다. 대신 글의 한 줄 한 줄을 천천히 꼭꼭 씹다 보면 현시대에 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저자는 지금의 혼란이 지난 30여년 동안 사회를 주도한 과학만능주의와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경제주의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현대사회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연 과학, 기술 과학, 인문학, 사회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하나로 묶어 인간으로서 우리는 누구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철학자로서 저자는 도덕적 실재론 입장을 고수한다. 도덕적 실재론은 수많은 개인적, 집단적 견해와는 별개로 독립적인 도덕적 사실들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해도 되는지, 또는 무엇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불변의 도덕적 나침반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도덕적 실재론을 근거로 한 도덕적 진보를 말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혼란의 시대임에도 불변의 도덕적 나침반을 따라서 인류는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다. 현재 인류가 처한 복잡한 상황은 체계적이고 깊은 생각을 요구하지만, 윤리적으로 옳은 것을 판단 내리지 못하는 수준은 아니란 말이다. 인류는 수천 년에 걸쳐 꽤 많은 도덕적 앎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그 앎을 바탕으로 아무리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도덕적으로 진보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모든 위기는 위험과 더불어 사회를 개선할 기회도 품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책의 맨 앞쪽에 인용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한 구절과 일맥상통하는 느낌이다. “세계 안의 악은 거의 늘 무지에서 나오며, 선한 의지도 만일 계몽돼 있지 않다면 악에 못지않게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사람들은 나쁘기보다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 K바다에 잠든 수많은 이야기

    K바다에 잠든 수많은 이야기

    K팝, K드라마, K영화 등 한국 문화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한국 음식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불고기, 김치 같은 음식 외에 요즘 외국인들에게 ‘핫’한 한국 식품은 바로 김이다. 2019년부터 김은 수산물 수출 부동의 1위였던 참치를 넘어섰고, 2010년 64개국에 수출하던 것이 지난해는 124개국에 수출하며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수출 효자상품으로 등극한 것은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김의 명산지를 내세우면서 품질 개선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책은 이처럼 한반도 주변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음식,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해양 생태계와 관련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내고 있다. 이렇게 우리 바다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들이 ‘아빠는 어부’라고 착각할 정도로 전국의 어촌을 돌아다니며 해양 문화를 조사한 저자의 노력 덕분이다. 물고기 인문학이라고 제목이 붙어 있지만, 어촌과 한반도 바다에 대해 풀어낸 어촌 인문학이자 바다 인문학이라 할 수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조기, 멸치, 고등어같이 우리 밥상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물고기부터 이전에는 버려졌다가 지금은 귀한 몸이 된 물메기, 베도라치, 등가시치 같은 어류 이야기 등을 풀어냈다. 2부에서는 어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3부에서는 한국 바다의 특성과 오염된 바다의 실상과 대책, 우리 전통 배, 사라진 포구 등 바다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가 이토록 사랑하는 우리의 어촌들은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다. 저자는 어촌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귀촌처럼 귀어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귀어가 성공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귀어인은 어촌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어민들은 귀어인의 막막함에 공감하는 ‘역지사지’의 정신이다. 사실 ‘역지사지’는 비단 어촌 활성화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서울여대 ‘제자 성추행’ 의혹 교수 사직…학생 고소는 계속

    서울여대 ‘제자 성추행’ 의혹 교수 사직…학생 고소는 계속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서울여대 교수가 사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서울여대에 따르면 이 대학의 성폭력 의혹 당사자인 독어독문학과 A교수는 전날 학교 본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A교수는 20일 자로 사직 처리됐다”며 “그가 맡았던 이번 학기 수업들은 해당 학과 다른 교수들이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여대는 A교수가 학생들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신고를 받고 지난해 9월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이 사실을 올해 9월에야 알게 됐다며 A교수와 학교 측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고, A 교수는 대자보 내용이 허위라며 작성자들을 고소했다. 이에 학생들은 교내에서 ‘래커 시위’를 벌였으며, 지난 19일에는 노원경찰서 앞에서 고소 대상자들을 무혐의 처리하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A교수는 대자보를 작성한 학생들에 대한 법적 대응은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한 고소 취하는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
  • 역제곱의 법칙, ‘재미’를 찾는 나와 사건의 거리 [이광식의 천문학+]

    역제곱의 법칙, ‘재미’를 찾는 나와 사건의 거리 [이광식의 천문학+]

    재미란 무엇인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말 ‘재미’는 원래 ‘양분이 많고 좋은 맛’이라는 한자어 ‘자미’(滋味)에서 온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이라고 풀이한다. 하지만 재미는 이처럼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부연하자면, 재미란 어떠한 것에 대한 흥미이고 그것에 관한 일종의 만족감이자, 마음이 편한 기쁨, 즐거움, 떠들썩한 유쾌함 등으로 정의된다. 이런 재미는 사람의 수많은 육체적-정신적 활동에서 비롯된다. ​인류는 본능적으로 재미를 추구해왔다. 춤과 노래, 축제와 게임 등이 그 대표적인 목록들이다. 이러한 성향을 유희정신이라고 하는데, 이처럼 뛰고, 소리치고, 노는 유희정신은 어린아이들의 행동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이들에게 재미는 놀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자연스럽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재미를 추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놀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능력, 즉 잠시만이라도 무한히 즐길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된다.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는 “인간은 놀이를 즐기고 있을 때만이 완전한 인간이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유희는 인간 활동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며, 인간의 가장 기본적 ·정신적 요소의 하나인 것이다. ​재미는 또한 사람들의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고 삶의 보람을 주기 때문에 때때로 ‘인생의 즐거움을 더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는 윤활유로 간주되며, 인간의 육체적-심리적 상태를 개선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 정도면 재미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의 속고갱이가 바로 다름 아닌 재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일찍이 장자(BC 369-286)는 “인생은 한바탕 신명나게 잘 놀다 가는 놀이터”라고 ‘소요유(逍遙游)’편에서 설파했다. ​근엄한 유교문화 속에서 오래 몸담고 살아온 우리는 자칫 이 재미란 항목을 가벼이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태도라 하기 어렵다. 사람에게 행하는 어떤 교육도 재미가 없으면 임팩트가 없고 따라서 입력이 잘 안된다. 재미가 있을 때에야 비로소 사람은 그것을 잘 받아들이고 임팩트를 느끼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재미가 없는 영화, 재미없는 소설은 만들 것이 못되며 재미없는 강의나 수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 ​ 재미있는 수학은 수포자를 줄일까​그러면 어떤 요소가 사람을 재미있게 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요소들을 들자면, 극적인 변화, 통찰과 개안(開眼)을 주는 것, 상상을 벗어난 것, 놀라운 반전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재미는 또한 하나의 중요한 속성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역제곱 법칙이라는 것이다. 이 역제곱 법칙은 특정 물리량에 해당되는 정보가 보존되면서, 그 원인으로부터 정보가 3차원 공간을 퍼져나갈 때 만족하는 법칙이다. 예컨대 촛불을 2배 먼 거리에서 보면 그 밝기는 4분의1로 줄어든다.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이 대표적인 역제곱 법칙의 하나인데, 두 물체 m1, m2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은 두 물체 사이 거리의 역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재미 삼아 공식을 내려놓으면 다음과 같다. ​재미의 역제곱 법칙은 중력의 법칙처럼 ‘나’와 ‘사건’ 사이 거리의 역제곱에 비례한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외신에 이런 뉴스가 떴다. ‘미국 앨라배마주의 흑인대학으로 알려진 터스키기 대학에서 10일 새벽(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고 AP 통신 등 미국 언론이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상사처럼 반복되는 미국의 총기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관심을 불러일으킬까? 우리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총기의 나라 미국에서 툭하면 벌어지는 사건이니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대부분의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사는 아파트 같은 동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면 누구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관심을 쏟을 것이 분명하다. 재미의 역제곱 법칙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어떤 사건이 나와 가깝고 때로는 직결된 것이라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자기의 손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손익에는 민감하게 마련이니까. 따라서 우리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전하려 할 때는 그 ‘사건’이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점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 이 지점을 놓쳐버리면 영화든 소설이든 강의든 성공하기 힘들다. ​고3 교실의 3분의2는 수학을 포기한 학생, ​‘수포자’라고 한다. 이것은 꼭 수학이 어려운 과목이기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인류 최고의 천재로 게임 이론을 창시한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폰 노이만은 “수학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인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아이들을 수포자로 만든 더 큰 원인은 수학 교사가 이들이 ‘수학 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이 ‘이 어렵기만 한 수학이 대체 내 삶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가?’ 하고 생각하게 되면 수학은 재미없는 과목으로 전락한다. 그렇다면 수학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좋을까? 그 교실로 기원전 3세기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아리스타르코스(BC 310쯤~230)를 수학 교사로 초빙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300년 전 고대인인 아리스타르코스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동설을 발견한 사람이다. 그가 지동설을 세운 것은 오로지 직각삼각형 하나를 이용한 수학의 삼각법이었다. ​어느 날 해질녘 아리스타르코스는 중천에 뜬 반달을 보았다. 그 시각 해는 지평선에 걸려 있었고, 달은 정확히 반달이었다. 그 순간 번개 같은 아이디어가 그의 머리에 반짝 불을 켰다. “아! 저 달과 지구-태양이 이루는 각은 직각이고, 세 천제는 지금 직각삼각형을 만들고 있구나!” ​아리스타르코스의 천재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 직각삼각형의 한 예각을 알 수 있으면 삼각법을 사용하여 세 변의 상대적 길이를 계산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먼저 달-지구-태양이 이루는 각도를 쟀다. 87도가 나왔다(참값은 89.5도). 세 각을 알면 세 변의 상대적 길이는 삼각법으로 금방 구해진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달과 태양은 겉보기 크기가 거의 같다. 이는 곧, 달과 태양의 거리 비례가 바로 크기의 비례가 된다는 뜻이다. 아리스타르코스는 이 점에 착안하여, 다음과 같이 세 천체의 상대적 크기를 또 구했다. 태양은 달보다 19배 먼 거리에 있으며(참값은 400배), 지름 또한 19배 크다(참값은 400배). 고로 달의 3배인 지구보다는 7배 크다(참값은 109배). 따라서 태양의 부피는 7의 세제곱으로 지구의 약 300배에 달한다고 결론지었다. 그의 수학은 정확했지만 도구가 좀 부실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핵심은 놓치지 않았다. “지구보다 300배나 큰 태양이 지구 둘레를 돈다는 것은 모순이다. 태양이 우주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구가 스스로 하루에 한 번 자전하며 1년에 한 번 태양 둘레를 돌 것이다.” ​우주의 중심에서 인류의 위치를 몰아낸 지동설은 이렇게 한 천재의 기하학으로부터 탄생했다. 따지고 보면 직각삼각형 하나가 인류에게 지동설을 알려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수학의 위력이자 매력이 아닌가! 수학 개념으로 발견한 우주의 원리​천문학사에는 이런 예가 수두룩하지만, 하나만 더 들어보자면 아리스타르코스보다 약 한 세대 뒤에 태어난 에라토스테네스의 예가 또 쏠쏠하게 재미있다. ​역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에라토스테네스(BC 276~194)는 역사상 최초로 한 천체의 크기를 측정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가 잰 천체는 물론 지구였다. ​에라토스테네스는 터무니없이 간단한 방법으로 인류 최초로 지구 크기를 쟀는데, 참값에 비해 10% 오차밖에 나지 않은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그가 이용한 방법은 작대기 하나를 땅에다 꽂는 거였다. 해의 그림자를 이용한 측정법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이 역시 기하학을 이용한 건데, 어느 날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거리다가 ‘남쪽의 시에네 지방(아스완)에서는 하짓날인 6월 21일 정오가 되면 깊은 우물 속 물에 해가 비치어 보인다’는 문장을 읽었다. 이것은 그날 해가 그 지역에서 바로 수직으로 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스인들은 지역에 따라 북극성의 높이가 다른 사실 등을 근거로 지구가 공처럼 둥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구체인 지구의 자전축은 궤도 평면상에서 23.5도 기울어져 있다. 하짓날 시에네 지방에 해가 수직으로 꽂힌다는 것은 곧 시에네의 위도가 23.5도란 뜻이다. 이 지점이 바로 북회귀선, 곧 하지선이 지나는 지역이다. 여기서 천재의 발상법이 나온다. 그는 실제로 6월 21일을 기다렸다가 막대기를 수직으로 세워보았다. 하지만 시에네와는 달리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막대 그림자가 생겼다. 그는 여기서 이는 지구 표면이 평평하지 않고 곡면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에라토스테네스가 파피루스 위에다 지구를 나타내는 원 하나를 컴퍼스로 그리던 그 순간,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이것은 수학적 개념이 정확한 관측과 결합됐을 때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가를 확인해주는 수많은 사례 중의 하나다. ​​​에라토스테네스가 그림자 각도를 재어보니 7.2도였다. 햇빛은 워낙 먼 곳에서 오기 때문에 두 곳의 햇빛이 평행하다고 보고, 엇각과 동위각은 서로 같다는 원리를 적용하면, 이는 곧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 사이의 거리가 지구 대원(大圓)의 7.2도 원호라는 뜻이 된다. ​에라토스테네스는 걸음꾼을 시켜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걸음으로 재본 결과 약 925㎞라는 값을 얻었다. 그 다음 계산은 간단하다. 여기에 곱하기 360/7.2 하면 답은 약 4만 6250이라는 수치가 나오고, 이는 실제 지구 둘레 4만㎞에 10% 미만의 오차밖에 안 나는 것이다. ​이로써 인류는 우리가 사는 행성의 크기를 최초로 알게 되었고, 이를 아리스타르코스의 태양과 달까지 상대적 거리에 대입시켜 비록 큰 오차가 나는 것이긴 하지만 그 실제 거리를 알게 된 것이다. ​2300년 전 고대에 막대기 하나와 각도기, 사람의 걸음으로 이처럼 정확한 지구의 크기를 알아낸 에라토스테네스야말로 위대한 지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또 수학사에도 이름을 남겼는데, 소수(素數)를 걸러내는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를 고안해낸 수학자이기도 하다. 아리스타르코스나 에라토스테네스와 같이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친다면 누가 수학을 재미없는 과목이라 하겠는가. 수포자는커녕 수학의 위대한 매력에 푹 빠져들 것이다. 우리에게 눈이 두 개 있는 것은 그 시차(視差)로 나와 사물 간의 거리를 어림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지금이라도 한쪽 눈을 감고 길을 걸어본다면 무척 갑갑함을 느낄 것이다. 수학을 모르고 세상을 사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외눈박이로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수학이 바로 나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학생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그러면 분명 수학에 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아울러 무엇을 강의하거나 수업하든 교사는 항상 ‘나와 사건의 거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 지점을 놓쳐버리면 ‘재미’를 생산하기 힘들며, 학생들을 사로잡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교사는 자신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하는 데 있어 가장 재미있는 방법에 대해 항상 연구하고 고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그 일을 즐겁고 재미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것을 가르치는 사람과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가르치는 사람은 그 표정부터가 다르다는 사실을 피교육자는 민감하게 감지한다. 가르치는 사람의 열정이 상대에게 전해지고 그들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 “영등포 문래 예술의전당은 구민 염원... 2027년 꼭 착공”

    “영등포 문래 예술의전당은 구민 염원... 2027년 꼭 착공”

    서울 영등포구가 ‘영등포구 예술인 총연합회’로부터 ‘영등포 문래 예술의전당 건립 촉구 건의문’을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영등포 미술, 국악, 무용, 문학, 서예, 사진,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로 구성된 ‘영등포구 예술인 총연합회’는 지난 19일 영등포 문래 예술의전당 건립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에게 전달했다. 영등포구는 예술인 총연합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예술의전당 건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영등포구는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치고 2027년 착공,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현재 지방행정 연구원의 지방재정 투자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내부에는 ▲1200석의 대공연장 ▲250석의 소공연장 ▲전시실·창작공방·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활동시설 ▲문화교육 시설·청소년 교육체험 시설·세미나실 ▲수영장·피트니스 시설 등 구민 편의 시설이 들어선다. 최 구청장은 “영등포 문래 예술의전당은 지역 예술가에게 창작과 교류의 장이 돼 영등포의 문화예술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전환점이자 문화생태계의 거점이 될 것”이라면서 “서울시 유일 법정 문화도시로서 구민의 염원이 담긴 예술의전당 건립을 차질 없이 진행해 1년 365일 문화가 흐르는 도시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 이종배 서울시의원 “서울 초중고 936개 학교 ‘채식주의자’ 비치…학부모 우려”

    이종배 서울시의원 “서울 초중고 936개 학교 ‘채식주의자’ 비치…학부모 우려”

    서울시의회 이종배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지난 20일 제327회 정례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서울시 936개 초중고 도서관에 소설 ‘채식주의자’가 비치된 문제를 지적했다. 청소년이 보기에 부적절한 성적 묘사에 학부모들 우려와 반대가 극심함에도 학생들이 쉽게 볼 수 있는 학교 도서관에 비치해 두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서울시 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관내 초중고 1,310개 도서관 가운데 936개(71.5%)가 ‘채식주의자’를 비치해 놓았다. 이에 이 의원은 시정질문에서 정근식 교육감에게 “형부․처제 간 부적절한 관계를 묘사해 논란이 되는 ‘채식주의자’를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는 것이 맞냐?”고 물었다. 교육감은 “학교 도서관은 교사, 학부모도 이용하기에 비치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 의원은 “학교 도서관에 책이 있으면 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는데, 형부와 처제 간 부적절한 관계를 묘사한 책을 학생들이 보면 학생과 그 부모들이 받게 될 충격과 혼란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며, 또한 이 의원은 ‘채식주의자’ 학교 도서관 비치와 관련해 “애들이 보기엔 좋은 책이 아니다”, “니 자식에게나 읽히세요”, “좌·우를 떠나서 내용 및 묘사 자체가 미성년이 봐서는 안 될 내용”이라는 언론 기사에 달린 여러 비난 댓글을 소개하며 “보수·진보 할 것 없이 대다수 시민이 도서관 비치를 성토하고 비치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교육감은 학부모들의 우려에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 비치할 수 있다는 교육감의 입장 변경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은 국가적 경사이고 한강 작가를 존중한다”면서 “하지만 아이들이 보기에 부적절한 채식주의자를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는 문제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 인간 결핍·오류가 이야기의 힘… AI는 항상 한발 늦을 겁니다 [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인간 결핍·오류가 이야기의 힘… AI는 항상 한발 늦을 겁니다 [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언어가 사라진 3000년 후의 세계자연 모든 것에 이름 붙이는 인간‘생태계의 이방인’이 된 존재 그려“이야기가 세상 바꿀 수 있다 믿어AI, 인간 의외성 흉내낼 순 있을 것” 안온하고 무해하며 다정하다. 소설가 천선란(31)이 구축한 세계는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스며든다. 정신을 차려 보면 우리가 그 따스함에 사로잡혀 있다는 걸 알아챈다. 그리고 거기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는 것도. 소설집 ‘모우어’(사진·문학동네)로 돌아온 천선란을 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릴 적 몽상가에 가까웠다”는 그의 관심은 인간과 지구를 뛰어넘는 곳에 있었다. 공상과학(SF)소설은 그런 천선란에게 딱 맞는 옷이다. “인간 속에 있을 땐 작은 것도 커 보이고 거기에 휘둘리게 되잖아요. SF소설을 쓸 땐 지구에서 멀어지는 느낌이에요. 그 거리감에서 오는 차분함이 좋아요.” 지금도 무한한 우주의 바다를 유영하고 있을 ‘보이저 1호’는 언젠가 시선을 잠시 지구 쪽으로 돌린 적이 있었다. 그때 보이저 1호의 눈으로 본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했다. 멀리서 보면 작디작은 점인 지구에서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아웅다웅하는가. 천선란의 말은 과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이 우리에게 일찍이 던졌던 질문을 새삼 상기시킨다. “만화를 보면 뒷이야기를 혼자 상상하곤 했어요. ‘우리 세상에 외계인이 섞여 있다면 어떨지’ 하는 생각도요. 소설은 이런 몽상을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수단이었죠.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내가 쓴 이야기가 절대 내게서 끝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독자가 받아들이는 건 다 다르니까요. 소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세계란 걸 알았죠.” 앞서 천선란의 대표작 ‘천 개의 파랑’(허블)은 올해 연극과 뮤지컬로 재창작됐다. 그는 자기가 원작자임에도 “처음 보는 느낌이었다”며 “마치 독자가 책을 읽는 순간을 훔쳐보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소설은 소설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가닿고 보통은 이야기를 전달한 사람의 예상을 넘어선다. 천선란 역시 자기가 창조한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서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즐기는 듯하다. “과연 동물이 사물에 이름을 붙일까요? 인간이 모든 것에 이름을 붙였던 건 결국 자연을 도구처럼 이용하기 위한 것 아니었을까요?” ‘모우어’는 언어가 사라진 3000년 뒤의 세계를 다룬다. ‘창세기’ 속 아담은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면서 ‘자연의 주인’으로 거듭났다. 천선란은 이것을 살짝 뒤튼다. 인간이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면서 오히려 ‘생태계의 이방인’이 됐다는 문장으로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독일에서 이 작품을 썼다는 천선란은 모국어를 ‘학살자의 언어’라며 부끄러워했던 어느 독일인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단 이것은 독일어와 독일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또 다른 단편 ‘얼지 않는 호수’에서는 이런 질문이 반복된다.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나요?” 이 질문을 그대로 작가에게 돌려줬다. 언어는 의심스러운 것이고 인간은 이야기를 언어로만 전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천선란은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이야기의 힘은 인간 내면의 결핍과 오류에서 비롯된 의외성에 있어요. 인공지능(AI)이 그걸 흉내 낼 순 있겠지만 언제나 한발 늦을 겁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아요. 재밌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다만 그 재미의 종류가 다 달라야겠죠. ‘천 개의 파랑’이라는 제 책의 제목처럼 천 가지 종류의 재미를 독자에게 드리고 싶어요.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일단 죽을 때까지 쓸 겁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