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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맞은 광화문 글판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가을 맞은 광화문 글판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광화문글판이 가을을 맞아 새로 단장했다. 교보생명은 광화문글판 ‘가을편’에 이생진 시인의 시 ‘벌레 먹은 나뭇잎’의 글귀를 실었다고 2일 밝혔다. 이생진은 섬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원로 시인이다. 대표작 ‘먼 섬에 가고 싶다’로 윤동주 문학상을, ‘혼자 사는 어머니’로 상화시인상을 받았다. 이번 글귀에는 벌레 먹은 잎사귀의 모난 흠집에서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희생의 고귀함’이 담겼다고 교보생명은 설명했다. 글판의 디자인은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홍나라(성신여대·22)씨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홍씨의 작품은 시의 대표 소재인 나뭇잎을 명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표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광화문글판은 교보생명 빌딩 외벽에 걸리는 가로 20m·세로 8m의 대형 글판으로, 1991년부터 메시지를 전해오고 있다. 가을편은 11월 말까지 광화문 교보생명빌딩과 강남 교보타워 등에 걸린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김천 직지사서 6일 ‘호국성사 사명당 문화대제전’

    김천 직지사서 6일 ‘호국성사 사명당 문화대제전’

    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직지사는 오는 6일 ‘제2회 호국성사 사명당 문화대제전’을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사명대사는 조선 중기 고승으로, 경북 김천 황악산에 있는 직지사 주지를 지냈다. 문화대제전은 추모다례제, 찬불가합창제, 산사음악회 등으로 나눠 진행한다. 특히 산사음악회에는 인기가수 장윤정, 최백호, 박애리, 금잔디, 강민 등이 출연한다. 앞서 5일엔 ‘사명대사 문집에 나타난 선교(禪敎)의 가르침’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와 직지신인문학상, 청소년 백일장 등 부대행사가 열린다. 학술세미나는 1·2부로 나눠 이이화 교수의 ‘호국·민중불교의 입장에서 본 사명대사의 행장’과 오경후 교수의 ‘사명대사의 문집에 나타난 교학적 특성’ 등을 발표한다. 직지신인문학상은 시와 소설 부문으로 나눠 시 당선자에게는 200만원, 소설 당선자에게는 3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청소년 백일장은 대상(경북도지사상 상금 100만원) 1편, 최우수상(김천시장상 상금 50만원씩) 2편, 우수상(김천·상주·문경·예천교육장상 상금 20만원씩) 4편을 시상한다. 김천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제7회 수림문학상에 최영

    제7회 수림문학상에 최영

    제7회 수림문학상에 최영(43) 작가의 장편소설 ‘로메리고 주식회사’가 선정됐다.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은 29일 “예심을 통해 후보작 6편을 추려 최종 심사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친 끝에 로메리고 주식회사를 뽑았다”고 발표했다. 상금은 5000만원. 최영은 부산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번역가로 활동하며 틈틈이 글을 써왔다. 창작문학에서는 완전한 신인 작가인 그는 지난 2017년부터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심사위원단은 “손해사정회사에 입사한 화자의 사회생활 적응기가 남다른 흥미를 전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입담에 비해 소설의 주제적 측면이 약한 것 아니냐는 평이 없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돌이켜보면 흔히 짐작할 수 있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이 정도로 흥미롭고 따뜻하게 그려내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평했다. 심사위원으로는 위원장인 소설가 윤후명과 소설가 성석제·강영숙, 문학평론가 정홍수·신수정이 참여했다. 시상식은 10월 중 개최되며, 당선작은 단행본으로도 출간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현대시조 선구자’ 정완영 탄생 100주년… 김천서 백수문화제 개최

    ‘현대시조 선구자’ 정완영 탄생 100주년… 김천서 백수문화제 개최

    자연과 아름다운 삶을 노래한 고(故) 정완영(1919~2016)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1회 ‘백수문화제’가 오는 30일부터 새달 1일까지 경북 김천문화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1941년 첫 작품 ‘북풍’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한 정완영은 1946년 김천에서 ‘시문학 구락부’를 발족한 뒤 이듬해 동인지 ‘오동’(梧桐)을 발간했다. 1960년 국제신보 신춘문예에 ‘해바라기’ 당선,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 ‘골목길 담모퉁이’ 입선 등 잇따라 당선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채춘보’, ‘실일의 명’, ‘다홍치마에 씨 받아라’ 등의 시조집 등 20여권의 책을 펴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고문 등을 역임했으며 은관문화훈장과 한국문학상, 만해시문학상을 받았다. 정 시인은 2016년 98세의 일기로 별세할 때까지 시와 시조 3000여편을 남겼으며, ‘조국’ ‘분이네 살구나무’ ‘부자상(父子像)’ 등의 작품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백수문화제 첫날인 30일에는 오후 7시 김천 안산공원 야외공연장에서 백수가곡제가 열린다. 정 시인을 비롯해 권숙월 시인 등 김천지역 시인의 시에 임주섭 영남대 교수 등의 작곡가들이 곡을 붙인 가곡을 선보인다. 김천시립교향악단과 소프라노 윤아르나, 메조소프라노 김정화, 테너 차문수 등 성악가들이 ‘김천은 흐른다’ ‘그리운 금강산’ 등 창작 가곡과 정겨운 한국가곡을 들려준다. 31일 오전 11시 직지문화공원에서 백수문화제 개막식이 개최된다. 이를 기점으로 전국시조백일장, 백수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 시민장터 및 시화전, 백수문학상 시상식, 기념 리셉션, 백수한마당 기념 콘서트 등 문인과 시민이 함께하는 장이 이어진다. 오후7시 김천 직지문화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백수한마당 기념 콘서트는 언리미트 밴드의 프리공연, 가수 더나은, 옐로비, 디셈버 윤혁, 배진아, 오보이스트 최아름, 테너 오영민, 프리소울 앙상블 등이 출연한다. 또한 백수문학상 수상자인 박현덕 시인과 신인상 수상자인 구애영 시인 시상식과 함께 정완영 시인의 작품에 담긴 문학정신을 기린다. 마지막 날인 새달 1일에는 직지공원과 김천시민대종, 남산공원 등 정 시인과 관련된 유적지를 탐방하는 ‘백수문학기행’으로 막을 내린다. 정준화 백수문화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백수 정완영 선생의 업적을 새롭게 조명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분단국가서 태어나… ‘잘려나간 팔’ 상실·아픔 기억”

    “분단국가서 태어나… ‘잘려나간 팔’ 상실·아픔 기억”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0개 넘는 상을 받았는데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제 활동과 작품,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이라 의미가 더 각별합니다. 5개로 분열된 분단국가 소말리아에서 태어난 저처럼 한국인들도 ‘잘려 나간 팔’에 대한 고통과 상실을 기억하고 계시죠. 그래서 어떤 지역 작가보다 제 정체성과 이어진 이호철 작가가 가깝게 느껴지네요.” 매년 가을 노벨문학상 시즌이면 후보로 호명되는 소말리아 출신 작가 누르딘 파라(74)가 서울 은평구가 주관하는 제3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을 찾았다.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그는 제국주의의 폭력과 억압에 힘없이 찢어지는 조국을 밀도 높은 언어로 쌓아올린 소설 ‘지도’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약이 없거나 말라리아에 걸리는 등 아주 사소한 것으로 목숨을 잃는 아프리카 사람들과 달리 지금껏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글을 쓰며 불의와 싸우고 모든 인간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문학이라는 바다에 제 창조물이라는 작은 물방울을 떨어뜨려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은평구가 50여년간 지역에서 살며 집필 활동을 해 온 고 이호철 선생의 문학 세계와 통일을 희구해 온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7년 제정한 상이다. 구가 미래 통일 시대에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 마련한 상인 만큼 수상자는 언어, 국경의 경계를 뛰어넘어 분쟁, 난민, 차별, 폭력, 전쟁, 젠더 등의 문제에 대해 문학적으로 실천해 온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해 말 은평구가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이호철 선생께서 병상에서 투병하시면서도 강한 의지로 노력을 기울여 주신 덕분이었다”며 “그의 정신을 되새기는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통해 평화와 화합의 가치를 널리 퍼뜨리고 문학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버팀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특별상에는 쇠잔해 가는 농촌 공동체의 삶을 해학과 활력 넘치는 문체로 그려온 김종광(48) 작가가 선정됐다. 김 작가는 “이 시대 양심과 상식을 지키는 유일한 파수꾼 역할을 하는 게 문학이라고 생각한다”며 “문학계에서 농촌소설을 쓰는 5%의 작가로서 앞으로도 농촌에서 치열하게 살고 계신 분들의 삶을 써 나가겠다”고 했다. 시상식은 이날 오후 서울혁신파크에서 ‘통일로 문학 페스티벌’ 개막식과 함께 치러졌다. 파라 작가는 축제 기간인 29일 오후 3시 서울기록원에서 한국 독자들과 문학으로 교감할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한국 문학의 내일을 묻다

    한국 문학의 내일을 묻다

    작가스테이지 열어 독자와 소통 눈길문학 작가들과 독자가 직접 소통하는 ‘문학주간 2019’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국제펜(PEN) 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등 7개 문학단체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는 국민 참여형 문학축제로 열린다. 올해 4회째를 맞이한 문학주간 주제는 ‘문학, 다음으로 가는 길’로, 문학의 현주소와 한국문학의 내일을 조명한다. 여러 행사 가운데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작가 스테이지’를 눈여겨볼 만하다. 공모를 거쳐 작가들이 직접 기획하고 출연한 20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31일 작가스테이지 ‘옛이야기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서는 한국 옛이야기로 익숙한 소재를 현대 문학에서 어떻게 다루는지 살핀다. 곽재식 작가가 소설 창작을 위해 모은 옛이야기가 민속학, 게임, 웹툰 시나리오 등 참고 자료로 활용된 사례를, 김환희 작가가 옛이야기가 영화·애니메이션·그림책 등에서 서사를 창작하는 작가들에게 자양분이 되었던 사례를 설명한다. 이어 2일에는 황인숙, 조은, 신미나 작가 3명이 ‘야옹다옹 삼묘삼인(三猫三人) 낭독회’를 통해 고양이와 더불어 사는 시인의 삶을, 6일에는 캐나다 그리핀시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이 후배 시인 6명과 그의 저서 ‘죽음의 자서전’ 속 시 49편을 낭독한다. 개막식은 31일 오후 7시 서울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정흥수 평론가와 권여선 작가가 고 김윤식 선생 추모 낭독을 한다. 4일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에서는 ‘등단 제도와 문학의 경계’에 대한 포럼을 열어, 등단의 개념과 문학 범주, 문예지 편집 기준, 문화 권력 등 등단제도의 현주소를 논한다. 문학주간은 마로니에공원 외에도 전국 지역문학관 16곳, 서점 34곳, 학교 6곳, 군부대 병영도서관 11곳 등에서도 열린다. 행사의 모든 강연은 무료로, 네이버 예약으로 신청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주간 블로그(blog. naver. com/arkomunhak)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씨줄날줄] ‘대륙 시인’ 이용악/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륙 시인’ 이용악/박록삼 논설위원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는 “노래도 자욱도 없이 사라질”(시 ‘전라도 가시내’ 중) 운명은 결코 아니었다. 함경북도 두만강 근처에서 태어난 이용악(1914~1971)은 1930~1940년대 한국 문단에서 서정주(1915~2000) 등과 함께 두세 손가락에 꼽힐 만큼 뛰어난 시재(詩才)를 드러낸 이였다. 하지만 ‘월북 작가’라는 꼬리표 탓에 소수의 문학연구자 아닌, 대중에게는 완벽한 미지의 존재였다. 그리고 1988년 해금되며 존재를 드러내자마자 오장환, 백석, 정지용 등과 함께 한국 시의 지평을 확 넓혔다. 반도에 갇혀 있던 시의 공간을 북방 대륙으로 넓혔고, 정주(定住) 아닌 이주(移住)의 삶의 기억이 우리 민족의 DNA 어딘가에 박혀 있음을 확인시켰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시(詩)가 얼마나 적합한 장르인지 보여 줬다. 민족의 역사와 민중 개인의 삶이 씨줄날줄로 얽혀 만들어진 유장한 서사는 사랑과 이별 타령의 서정시를 시의 전부로 알고 자라던 세대에게는 충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수험생들에게는 괴로울 일이었겠지만, 학력고사, 수능시험, 임용고시 등의 단골 출제 시인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그의 시집 ‘낡은 집’(1938), ‘오랑캐꽃’(1947) 등을 보면 우리 시의 대상 공간은 한반도 남쪽 끝에서 만주 벌판에 이르기까지 확장된다. 시를 배우는 이에게도, 공부하는 이에게도 일종의 파천황적 경험이었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빼앗긴, 그러면서도 가난하디가난한 민중의 삶의 계급적 필연성 또한 빽빽한 밀도의 서사에 담았다. 뿐만 아니다. 모더니즘 시인으로 출발한 이답게 손에 잡힐 듯 세밀하면서도 아름다운 시어, 토속적 언어들이 서사의 미학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털보네는 또 아들을 봤다우/ 송아지래두 붙었으면 팔아나 먹지”(시 ‘낡은 집’ 중)처럼 민족의 해체, 나라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민중의 가난과 가족의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80년이 흐른 지금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기품 있는 정서들이다. 그럼에도 안타깝지만 그를 오롯이 기억하고 그의 문학세계를 계승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문학상이 홍수를 이룰 정도로 난무하는 시대지만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은 아예 없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신, 연고 등을 내세워 문학상을 만드는 것이 정석과도 같은 방식이기에 남쪽 땅에 연고가 없는 이용악은 여기저기 떠도는 노마드 시인이 될 운명이었다. 고맙게도 최근 이용악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만들어졌다. 시종합문예지 ‘문학청춘’이 ‘이용악문학상’을 제정하고, 첫 수상자로 시인 김영승(60)을 선정했다. 부디 문학상을 통해 이용악이, 그리고 그의 시가 기려지고 이어지길 바랄 따름이다. youngtan@seoul.co.kr
  • ‘한국 문단의 증인’ 강민 시인 별세

    ‘한국 문단의 증인’ 강민 시인 별세

    원로 강민 시인이 22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86세. 1933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공군사관학교와 동국대 국문과를 중퇴했다. 1962년 ‘자유문학’에 시 ‘노래’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는 전쟁과 분단, 독재로 이어지는 역사를 몸소 겪으며 삶의 애환과 시대의 고통을 노래했다. 시집 ‘물은 하나 되어 흐르네’, ‘기다림에도 색깔이 있나보다’, ‘미로(迷路)에서’, ‘외포리의 갈매기’를 내놨고, 올 초 시선집 ‘백두에 머리를 두고’를 펴냈다. 윤동주문학상, 동국문학인상, 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 동인지 ‘현실’과 드라마 동인 ‘네오 드라마’에도 참여했다. 고인은 등단 30년 만에 첫 시집을 내고 시력 반세기 동안 단 네 권의 시집만 펴냈지만 여러 문인들과 교류하며 ‘걸어다니는 한국문단사’로 불렸다. ‘학원’ 등의 잡지사를 비롯한 출판계에 몸담은 그는 잡지 ‘주부생활’ 편집국장, 금성출판사 상무이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을 지내며 적극적으로 실천문학 운동을 벌였다. 빈소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발인은 24일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한국 문단의 증인’ 강민 시인 별세

    ‘한국 문단의 증인’ 강민 시인 별세

    원로 강민 시인이 22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86세. 1933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공군사관학교와 동국대 국문과를 중퇴했다. 1962년 ‘자유문학’에 시 ‘노래’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는 전쟁과 분단, 독재로 이어지는 역사를 몸소 겪으며 삶의 애환과 시대의 고통을 노래했다. 시집 ‘물은 하나 되어 흐르네’, ‘기다림에도 색깔이 있나보다’, ‘미로(迷路)에서’, ‘외포리의 갈매기’를 내놨고, 올 초 시선집 ‘백두에 머리를 두고’를 펴냈다. 윤동주문학상, 동국문학인상, 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 동인지 ‘현실’과 드라마 동인 ‘네오 드라마’에도 참여했다. 고인은 등단 30년 만에 첫 시집을 내고 시력 반세기 동안 단 네 권의 시집만 펴냈지만 여러 문인들과 교류하며 ‘걸어다니는 한국문단사’로 불렸다. ‘학원’ 등의 잡지사를 비롯한 출판계에 몸담은 그는 잡지 ‘주부생활’ 편집국장, 금성출판사 상무이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을 지내며 적극적으로 실천문학 운동을 벌였다. 빈소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발인은 24일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문학으로 ‘통일의 미래’ 그리는 은평

    문학으로 ‘통일의 미래’ 그리는 은평

    국립한국문학관의 터전이 된 서울 은평구가 문학으로 통일의 미래를 그려 나간다. 은평구는 오는 28~31일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2019 통일로 문학 페스티벌’을 연다고 21일 밝혔다. 올해 첫선을 보이는 이번 문학 행사에 대해 구 관계자는 “통일로, 양천리 등을 품고 있는 은평구가 남북 화해 시대의 중심 도시로 큰 지리적,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만큼 문학으로 통일 미래의 중심 역할을 주도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축제 첫날인 28일 개막제와 함께 3회째인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 시상식이 진행될 예정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분단 문학의 거장인 고 이호철 작가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은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일깨운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 팔레스타인 여성 작가 사하르 칼리파 등 국내외 저명 작가를 수상자로 내며 화제를 모았다. 축제는 지역의 대표 구립도서관을 중심으로 한국고전번역원, 사비나미술관, 은평역사한옥박물관 등 다채로운 문화시설 등에서 나흘간 펼쳐진다. 29일 서울기록원에서는 올해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 수상 작가와의 만남이, 30일 같은 장소에서는 이호철 문학포럼과 특별상 수상 작가의 강연이 진행된다. 29일 은평구립도서관에서는 젊은층을 시 앞으로 불러 모은 박준 시인을 만날 수 있다. 소설가 조해진은 30일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 ‘분단국가에 사는 어느 소설가의 고민’에 대해 관객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31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리는 ‘2019 은평도서문화축제 여름피서, 책을펴서(書)’ 행사는 책과 함께하는 휴식을 시민들에게 안긴다. 전시,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 외에 책 장터, 먹거리 부스 등도 마련돼 책과 함께 다채로운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자수견본집’·‘저녁의 고래’ 첫 한영대역 신작 시집 출간

    ‘자수견본집’·‘저녁의 고래’ 첫 한영대역 신작 시집 출간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읽을 수 있는 최초의 신작 시집이 나왔다. 아시아 출판사는 김정환(왼쪽·65) 시인의 ‘자수견본집’, 정일근(오른쪽·61) 시인의 ‘저녁의 고래’를 한영대역으로 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한영대역 시집은 한국어 시와 영어 시가 상호 보완하며 독자의 해석을 돕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전에 안도현·고은·백석 등 시인들의 시선집이 한영대역으로 나오긴 했지만, 신작을 이렇게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만해문학상·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번역가로도 활동 중인 김 시인은 직접 자신의 시를 번역했다. 김 시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자기를 표현하는 매체를 하나 더 갖는다는 것,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보람 있었다”며 “번역을 하다 보니 앞으로는 쉽게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웃었다. 세계 최초로 고래 시집을 출간하며 생명·생태·평화의 관심을 이어 간 정 시인은 “내 시가 영역된다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며 “어떻게 시가 번역될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이건 내 몫이 아니다, 번역자의 몫이다’라고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정 시인의 시집 ‘저녁의 고래’는 ‘허수경 시선’ 등을 번역한 지영실·대니얼 토드 파커 부부가 번역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갈등 만져보기… 이렇게도 살고 저렇게도 살지

    갈등 만져보기… 이렇게도 살고 저렇게도 살지

    작은마음동호회/윤이형 지음/문학동네/356쪽/1만 4500원 윤이형(43) 작가는 올 초 중편소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로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혼한 부부가 함께 기르던 고양이의 죽음을 기리는 내용이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자기 소설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작가는 “강점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제게 굉장히 강렬했던 감정에 대해서 끝까지 가 보고 싶었다”고 했다. “무슨 문제가 있으면 단순하게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굉장히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사회의 남녀 갈등 양상은 피해 갈 수 없고 어떤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쉽게 ‘옳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소설집 ‘작은마음동호회’에는 남녀 갈등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갈등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 나온다. 그런데 이 사람들, 이를테면 우리의 ‘스테레오 타입’을 비껴 간다. 퀴어,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가둘 수 없는 누군가, 세상 속 일종의 여집합 같은 사람들이다. 집회에 참여하고 싶은 엄마, 아이를 갖고 싶은 레즈비언, 여성성을 버리고자 평생을 투쟁해 온 딸과 딸이 버리고 싶은 바로 그 자궁에 암이 생겨 세상을 떠난 엄마 등이다.일찍이 SF문학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작가의 연작 ‘의심하는 용- 하줄라프1’, ‘용기사의 자격- 하줄라프2’에 등장하는 용조차도 이를테면 경계에 서 있다. 싸우는 용과 번식하는 용이라는 두 세계에서 비껴난, 번식을 하고 싶지 않은 암컷을 사랑하는 암컷 용. 최근 페미니즘 진영에서 뜨거운 기혼·비혼 여성 간 갈등을 그린 표제작 ‘작은마음동호회’는 남녀 갈등으로 국한되는 기존의 논의에서 한 발짝 더 들어간 작품이다. 정치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대통령 탄핵 집회에 나가기로 한 일련의 기혼 여성들은 ‘작은마음동호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그 결심을 책으로 묶는다. 편집장을 맡은 ‘경희’가 옛 친구 ‘서빈’에게 일러스트를 의뢰하면서 둘의 묵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서빈은 결혼 후 소식이 뜸해진 경희를 ‘남자 없이는 살지 못하는 친구’로 오해하고 배신감을 느꼈지만, 경희는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서빈의 오해를 풀어 줄 여력이 없었다. 서로를 잘 알아서 더욱 물러섬이 없는 여여(女女) 갈등의 끝에서, 친구라는 이름의 이들은 어떤 행보를 보일까. 작가의 소설에서 눈에 띄는 것 하나는 3인칭 서사다. 책에 실린 소설 중 ‘승혜와 미오’, ‘피클’, 하줄라프 연작을 3인칭으로 썼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갖는 일에 대해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레즈비언 커플 ‘승혜와 미오’, 편집장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은 선배가 등장하는 ‘피클’ 등에서 3인칭 서사는 너와 나의 구분을 넘어 모두를 공평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준다. 승혜를 베이비시터로 고용한 이호 엄마는 “왜 승혜 누나는 여자를 사랑해?”라는 아들의 말에 이렇게 답한다. “엄마도 모르겠어, 엄마가 좋은 엄만지 나쁜 엄만지. 엄마는 그냥 엄마지. 회사에서 늦게 오지만 그래도 엄마지. 마찬가지야. 세상에는 다른 누나랑 사랑해서 같이 사는 누나도 있는 거야. 그냥 원래 그런거야.(중략) 모르는 건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되는거야.”(56~57쪽) 이호 엄마의 입을 빌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집약된 문장 같다. ‘말을 할 때마다 상처가 생기지만 그래도 말을 건넨다. 화해나 행복이나 위로를 위해서는 아니다. 나는 우리가 왜 함께할 수 없었는지 정확히 알고 싶다. 우리가 서로의 어떤 부분에 무지했고 어떤 실수들을 했는지, 어떻게 해야 같은 오해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지, 자세히 이야기 나누고 부끄럽게 적어 두고 오래 기억하고 싶다. 함께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은 우리가 마지막이 아닐 테니까.’(353~354쪽). 책 말미에 남긴 진짜 ‘작가의 말’이다. 첨언하기보다 ‘그냥’ 읽어 보라고 말하고 싶은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황성기 칼럼] ‘65년 체제’ 깨든가 고치든가

    [황성기 칼럼] ‘65년 체제’ 깨든가 고치든가

    지난 3월 일본 NHK에서 방송한 드라마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는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가 1986년에 펴낸 같은 이름의 소설이 원작이다. 주인공인 노화가가 일본의 침략전쟁 와중에 일본 정신과 천황을 찬양하는 그림을 그려 부와 명예를 누렸으나, 패전과 동시에 미 군정에 의해 ‘전범’으로 몰려 붓을 꺾고 180도 뒤집힌 가치관 속에서 살아가는 내용이다. 일견 과거를 반성하고 고뇌하는 듯 흘러가던 드라마는 마지막에 충격적인 대사를 시청자에게 던진다. “스스로를 부당하게 비난할 필요는 없어. 적어도 우리들은 신념에 따라서 행동하고 최선을 다해 일했으니까.” 침략과 전쟁, 식민지배의 음습한 역사를 ‘신념’과 ‘최선’이란 말로 포장하거나 덮으려는 세력이 일본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시구로는 ‘전범 화가’를 통해 암시하려고 했을지 모른다. 패전 70주년을 하루 앞둔 2015년 8월 14일 아베 신조 총리는 담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 그리고 그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담화에는 분명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란 옹색한 표현이 있긴 하다. 하지만 아베가 진정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죄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데 있지 않았을까. 노화가가 자신에게 던지는 과거의 합리화 궤변은 ‘전후 레짐(체제)의 탈피’를 역설해 온 아베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죄의 숙명’에서 벗어나려는 아베의 행동은 담화 발표 후 4년 뒤 강제동원 판결을 핑계로 한 백색 국가 제외라는 기습적 조치로 구현된다. 한국에 65년 협정을 지키라며 50여년 지켜 온 양국의 신뢰 관계를 허무는 경제보복은 사실상 ‘65년 체제’의 종언을 일본이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1965년의 한일 청구권협정은 54년간 성역이었다. 성역이 뭔가. 들여다봐서도, 만져서도 안 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지금도 한일협정을 깬다는 소리를 하면 기겁부터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비교적 진보 성향의 사람들조차 한일협정에 손상이 가면 나라가 결딴나기라도 하는 양 예민하게 반응한다. 일본과 관계를 끊어서 어쩌자는 거냐며 호들갑 떠는데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맺은 ‘65년 체제’는 이제 더이상 성역과 동의어가 아니다. 민주화한 사법부가 2012년 5월 강제동원 피해자의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2018년 10월 30일 그 판결을 확정했다. 이미 그들 판결로 협정은 협정일 뿐 성역이 아니라고 주문을 읽어 내린 것이다. 처음부터 협정에 결함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반세기 넘게 한일의 침묵 카르텔이 유지됐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보복 7·4(반도체 부품 3품목 수출규제), 8·2(백색국가 제외) 조치는 역설적으로 협정에 숨은 모순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줬다. 이제는 그 카르텔이 깨졌다. 누더기로 변한 65년 체제는 기워서 재활용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3일 1965년 한일협정 체제의 청산을 제안했다. 심 대표는 65년 협정의 불평등한 요소를 수용해 우리 국민의 인권을 짓밟는 결정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면서 ‘65년체제청산위원회’를 대통령 산하에 구성하자고 말했다. 왜 이런 소리가 협정이 체결되고 50년이 더 지난 지금에서야 공당의 대표 입에서 나왔는지 놀라울 정도다. 87년 민주화에도 꼭꼭 숨어 있던 65년 협정 신화는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 세상에 영원불멸은 없다. 국가끼리 맺는 조약, 협정도 예외가 아니다. 한미 군사훈련을 ‘터무니없고, 돈 든다’고 새털처럼 조롱한 트럼프야말로 협정·조약의 탈퇴·파기의 선수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 파리협정 이탈 그 모두 트럼프 작품이다. 이란 핵 합의를 내동댕이치고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도 서슴없이 깼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를 위협해 미국에 유리하게 개정하고, 일본의 아킬레스건 미일안보조약도 흔들어 댔다. 최강자가 부릴 수 있는 횡포이지만 탈퇴와 파기가 반드시 강자의 전유물은 아니다. 누더기가 된 65년 체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제 그 물음과 솔직하게 대면할 시간이 왔다. 더는 한국과 같은 편이 될 수 없다는 일본 횡포에 우리도 결기를 보여야 한다. 언제까지 피식민국 보는 듯한 무례한 언행을 참고 견뎌야 하나. 65년 체제를 깨든가, 고치든가 양단간에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
  • 차기 주한 일본대사에 도미타 고지 내정…미시마 유키오 사위

    차기 주한 일본대사에 도미타 고지 내정…미시마 유키오 사위

    G20 담당 특명전권대사…나가미네 현 대사 후임노무현 정부 시절 주한 정무공사로 근무한 경력 다음달 이임하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의 후임에 한국 근무 경력이 있는 도미타 고지(62) 특명전권대사가 내정됐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외무성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업무를 맡아 온 도미타 대사를 차기 주한 일본대사로 지명하고 한국 정부에 지난 7월 말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을 요청했다. 2016년 8월 부임해 3년 임기를 채운 나가미네 대사는 내달 이임하고 새 대사 부임 시기는 아그레망 절차가 완료된 후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효고 현 출신으로 도쿄대 법학부에 재학 중이던 1980년 10월 외무공무원 시험에 합격, 이듬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외무성에서 근무를 시작한 도미타 대사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이후 종합외교정책국 총무과장과 주한·주영·주미 공사, 북미국장, 주이스라엘대사 등을 거쳤다. 올해는 특명전권대사로 오사카에서 지난 6월 개최된 G20 정상회의 업무를 맡았다. 도미타 대사가 주한 정무공사로 재직했던 때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4~2006년이다. 일본 외무성 내에서는 조용한 성격에 업무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 재직 당시 한국 노래를 자주 듣고 노래방을 즐겨 찾았고, 한국어 공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도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도미타 대사의 장인이 일본에서 극우 소설가로 유명한 미시마 유키오(본명 히라오카 기미타케)라는 점도 특기할 만한 점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미시마 유키오는 1970년 11월 25일 ‘일왕을 보호하는 방패’라는 의미의 민병대 ‘다테노카이(楯の會·방패회)’ 대원 4명과 함께 도쿄 육상자위대 이치가야 주둔지(현 방위성 본부)에 난입해 발코니에서 쿠데타와 자위대의 국군화(전쟁을 수행하는 국가의 군대)를 촉구하는 연설을 한 뒤 할복자살했다. 한편 주한 일본대사관의 2인자인 총괄공사에는 소마 히로히사 전 주한 경제공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2~2015년 한국에서 근무한 소마 내정자는 1980년대 후반 서울대 외교학과에 유학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모두가 함께 나누는 빵’ 같은 詩를 만나다

    ‘모두가 함께 나누는 빵’ 같은 詩를 만나다

    “우리 시인들은 낯선 사람들과 섞여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낯선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해변에서 낙엽 속에서 문득 시를 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만 우리는 진정한 시인이며 시는 살아남을 수 있다.”시의 효용을 노래했던 시인, 분명하게 민중의 삶을 향했던 시인. 칠레의 국민 시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파블로 네루다(1904~1973)의 시집 ‘너를 닫을 때 나는 삶을 연다: 기본적인 송가’(민음사)가 완역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단순한 언어의 미학으로 높은 예술성을 달성한 네루다 후기 시 미학을 잘 보여 주는 대표작이다. 모든 시는 짤막한 시행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신문 지면에 싣기 위해 판형에 맞췄기 때문이다. 네루다는 지역 일간지에 일주일에 한 번씩 시를 연재하기로 하면서, 문화면이 아니라 스트레이트 뉴스를 싣는 면에 시를 실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는 시는 모름지기 모두가 함께 나누는 빵 같은 것이 돼야 하며 최고의 시인은 우리에게 일용할 빵을 건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읽히는 그의 시들은 그가 평생에 걸쳐 옹호해 온 가난한 민중에 의해 폭넓게 읽혔다. 시집에서 시는 알파벳 순서대로 정렬돼 있다. 공기(Aire)에서 시작해 포도주(Vino)까지, 그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시로 썼다. 이 순서에는 위계나 차별이 존재하지 않고, 소박한 일상 사물에서부터 기쁨과 슬픔 등의 감정, 아메리카라는 땅과 세사르 바예호 같은 자신이 사랑했던 동료 시인 등 세상 온갖 것들이 시가 됐다. 소박한 보통 것들은 시인이 노래함으로써 숭고의 차원으로 격상됐다. ‘가난한 사람들의 별이여,/ 고운 종이에/ 싸인/ 요정 대모여,/ (중략)/ 부엌칼이/ 널 자를 때/ 하나뿐인 고통 없는/ 눈물이 솟는다./ 넌 괴롭히지 않고도 우리를 울게 했다.’(‘양파를 기리는 노래’ 중)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日, 주한 대사에 ‘극우작가 사위’ 도미타 내정

    日, 주한 대사에 ‘극우작가 사위’ 도미타 내정

    한일 갈등 고려해 주한 대사 격 낮춘 듯신임 주한 일본대사로 도미타 고지 일본 외무성 주요20개국(G20) 담당 대사가 내정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도미타 대사는 일본 극우 작가로 유명한 미시마 유키오의 사위다.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도미타 대사의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신청했으며, 정부가 현재 심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현 대사는 이달 말까지 임기 3년을 채운 뒤 귀국하며, 도미타 대사는 아그레망 절차가 완료된 후 10월쯤 부임할 예정이다. 도미타 대사는 북미국장을 지낸 ‘북미통’으로 참사관 재임 시절 미일 안보를 담당했다. 한일 갈등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여부 등 한미일 안보 협력 문제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일 안보 전문가를 주한 대사로 내정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미타 대사는 나가미네 대사나 전임 벳쇼 고로 대사와 달리 외무성 관료 중 사무차관에 이어 ‘넘버2’에 해당하는 외무심의관을 거치지 않았다. 이에 일본이 한일 갈등을 고려해 주한 대사의 격을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도미타 대사의 부인 노리코는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장녀다.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미시마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오르기도 했다. 미시마는 1960년대 극우 황국주의 사상에 경도돼 자위대에 입대하고 ‘일왕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겠다는 의미의 민병대 ‘다테노카이’를 결성했다. 1970년 다테노카이 대원 4명과 자위대의 이치가야 주둔지(현재 방위성 본부)에 침입해 발코니에서 자위대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연설을 한 뒤 할복자살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조영주 지음, 라이킷 펴냄) 2016년 ‘붉은 소파’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의 ‘덕질’ 라이프 에세이. 셜록 홈스, 추리소설, 만화, 드라마, 커피, 떡볶이 등 일단 꽂혔다 하면 덕후가 되고 마는 작가가 인생 장면마다 스민 덕질과 그 의미를 유쾌하게 포착했다. 208쪽. 1만 2000원.수집가의 철학(이병철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유일무이 휴대전화 전문 ‘폰박물관’을 열고 나라에 기증한 저자가 휴대전화 수집에 얽힌 얘기를 전한다. 휴대전화를 수집하고 박물관을 세워 기증한 사연, 전시 유물에 대한 설명을 통해 휴대전화의 역사를 소개한다. 박물관은 세계 최초의 전화기, IBM이 개발한 최초의 스마트폰 등 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408쪽. 1만 9800원.현재의 판결, 판결의 현재(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지음, 북콤마 펴냄)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채 5년이 되지 않는 기간에 나온 주요 판결에 대한 비평을 담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낙태죄 위헌 결정, 세월호 참사 국가 배상 책임 인정, 삼성 뇌종양 산업재해 대법원 인정 등 굵직굵직한 판결들에 대해 ‘국민들의 상식선’을 지향하며 비평했다. 268쪽. 1만 4500원.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애덤 알터 지음, 홍지수 옮김, 부키 펴냄) 하루 평균 3시간 이용하고, 1시간에 평균 세 번 마주하며 인간의 집중력 지속 시간을 평균 8초(2013년 기준)로 만든 주범인 스마트폰. 심리학,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는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낳은 이런 강박적 사로잡힘을 ‘행위 중독’이라고 부르며 목표, 피드백, 향상, 난이도, 미결, 관계 같은 여섯 요인이 중독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고 진단한다. 420쪽. 2만 2000원.자금성의 노을(서인범 지음, 역사인 펴냄) 중국 명나라 두 황제의 후궁이 된 조선 출신 한씨 자매의 이야기. 언니 한씨는 명나라 3대 황제인 영락제의 후궁 여비(麗妃)가 됐다가 영락제가 죽자 함께 순장됐다. 동생 한계란은 6대 정통제를 거쳐 7대 경태제에 이르기까지 황실에서 어른 대접을 받으며 지냈다. 명청 시대사를 전공한 저자가 정사에 단 몇 줄로만 기록된 이 자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살렸다. 432쪽. 2만 4000원.폭풍 전의 폭풍(마이크 덩컨 지음, 이은주 옮김, 교유서가 펴냄) 팟캐스트 ‘로마사’로 유명세를 얻은 저자가 고대 문헌과 사료들을 종합해 로마 공화정의 몰락을 기록했다. 원로원 위주의 기존 관례를 옹호하는 ‘귀족파’와 민회를 통해 대중 및 신흥 기사 계급의 이익을 옹호하는 ‘민중파’의 갈등을 씨줄날줄로 풀어냈다. 496쪽. 2만 2000원.
  • 비잔티움 꽃피운 문명의 용광로… 500년간 멈추지 않는 오스만의 심장

    비잔티움 꽃피운 문명의 용광로… 500년간 멈추지 않는 오스만의 심장

    200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오르한 파무크는 자신의 책 ‘이스탄불-도시 그리고 추억’에서 이스탄불을 이렇게 말했다. 파무크는 ‘내 이름은 빨강’, ‘순수박물관’, ‘새로운 인생’ 등을 쓴 터키 작가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를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로 지목하며 “문화들 간의 충돌과 얽힘을 나타내는 새로운 상징들을 발견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파무크는 터키 작가라기보다 이스탄불 작가라는 게 맞다. 스스로도 “나는 이스탄불 소설가”라고 말한다. 이스탄불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그는 현재까지 발표한 여덟 편의 장편소설 중 ‘눈’(雪)을 제외한 모든 작품을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썼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이스탄불을 이렇게 말한다.“내 어린 시절의 이스탄불이 내게 불러일으킨 강렬한 비애의 감정의 원천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역사나 오스만제국의 몰락이 가져온 결과뿐만 아니라 이 역사가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보아야 할 것이다.”그의 말대로 이스탄불은 오스만제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다.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그 영향력을 뻗었던 나라 오스만튀르크. 지금 그 땅에는 그 문명과 기독교, 이슬람교가 오랜 시간 뒤엉킨 흔적이 남아 있다. 실크로드 상인들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도시였던 이스탄불은 동서양 문물 교류의 중심점이었다. 고대 히타이트부터 시작해 프리지아, 우라티아, 리디아와 로마문명,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이 녹아든 곳이 바로 터키다. 그래서일까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터키를 두고 ‘인류 문명의 살아 있는 옥외박물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이스탄불의 시작은 기원전 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의 통치자 비자스는 오랜 기도 끝에 ‘눈먼 땅에 새 도시를 건설하라’는 델피 신전의 신탁을 받는다. 이 의미를 깨닫기 위해 고심하던 비자스는 보스포루스 해안 맞은편의 언덕과 마주친 순간 무릎을 치게 된다. 보스포루스해협과 마르마라해, 에게해, 이 세 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요새에 세상의 절경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 누구도 미처 보지 못했던 언덕 위에 비자스의 도시 비잔티움이 태어나는데, 이것이 바로 이스탄불의 시작이다. 하지만 도시의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서기 330년에 로마의 콘스탄틴 대제가 수도를 로마에서 이곳으로 옮기면서 콘스탄티노플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200년에는 십자군의 침략을 받고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초토화된다. 그러다가 1453년에 비잔틴 제국이 무너진 후 술탄 메흐메트 2세에 의해 오스만제국의 수도인 이스탄불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스탄불은 6세기에 이미 인구가 50만명, 9세기에는 100만명이 넘었던 거대도시였다. 지금의 인구도 1200만명에 달한다. 그리고 해마다 평균 2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든다. 이런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바로 아야소피아 성당이다. 세계 4대 교회 건축물 중 하나다. 이 성당이 처음 지어진 것은 4세기인데, 이스탄불이 콘스탄티노플이란 이름으로 동로마(비잔틴제국)의 수도로 번영을 구가하던 시기였다. 인부 1만명을 동원해 5년에 걸쳐 지었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함락되기 전까지 약 900년 동안 동방정교회의 총본산이었으며, 1593년 성베드로 대성당이 들어서기 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성당이 건립되었을 당시 이름은 하기아소피아인데, 터키 사람들은 아야소피아라고 부른다. ‘성스러운 지혜’라는 뜻. 현재 이스탄불에 있는 성소피아 성당은 532년 반란으로 파괴된 것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다시 지은 것이다.아야소피아 성당은 고난이 많은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십자군 전쟁 때는 십자군들의 약탈 대상이 됐고,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는 이 성당에서 밀려오는 튀르크 군을 바라보며 화염 속에 몸을 던져 자결하기도 했다. 메흐메트 2세는 이스탄불을 점령하고도 성당을 파괴하지는 않았다. 다만 1453년부터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면서 종, 제단 등은 제거됐고 기독교 풍의 모자이크는 회반죽으로 덮었다. 이후 터키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케말 파샤(아타튀르크)가 정교 분리 원칙에 따라 이곳을 박물관으로 바꾸면서 아야소피아는 고난의 시대를 마감했다. 성당 내부에는 코란의 경전을 새긴 금문자와 최근에 복원한 성화가 있는데, 그것들이 파란만장했던 이스탄불의 역사를 웅변할 뿐이다. 까다로운 보안검색을 거쳐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장엄한 분위기와 웅장한 규모에 압도당한다. 드높은 천장의 화려한 모자이크는 보는 이의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중앙 돔의 높이가 자그마치 55m에 지름이 31m다. 돔에는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 성화가 그려져 있고 양옆에는 커다란 원반에 이슬람을 상징하는 금색 문자가 나란히 걸려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혼재하는 것이다. 2층 회랑에서는 곳곳에 자리한 모자이크 성화를 눈여겨보자. 비록 많이 훼손됐지만 정교함과 화려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야소피아 성당의 개장식 때 황제가 내부의 화려함을 보고는 “오, 솔로몬이여! 내가 당신을 이겼소”라고 소리쳤을 정도였다.아야소피아와 마주한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는 오스만 제국의 14대 술탄 아흐메트 1세가 17세기에 세운 이슬람 사원이다. 직경 27.5m의 커다란 중앙 돔과 이 돔을 받치고 있는 작은 돔으로 지붕이 이뤄져 있다. 웅장한 외관에 걸맞게 첨탑 미너렛이 여섯 개 서 있다. 당시 술탄이 모스크의 미너렛을 황금으로 짓도록 했는데 자금이 부족하자 건축가가 황금(알튼·altin)과 숫자 6(알트·alti)의 발음이 비슷한 것에 착안해 황금 대신 미너렛을 여섯 개 세웠다고 한다. 내부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2만 개 이상의 파란색 타일과 260개 파란 유리창이 푸른 빛을 띠어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이로 인해 블루 모스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그랜드 바자르다. 바자르는 중앙아시아의 도시마다 있는 시장을 뜻하는데 이스탄불에 있는 그랜드 바자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자르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하다. 역사는 무려 500년에 달한다. 현재 무려 5000개의 상점들이 몰려 있는데 보석과 장신구에서 화려한 터키의 그릇, 조명, 가죽류, 입맛을 유혹하는 터키식 젤리, 향신료, 액세서리 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그랜드 바자르의 모든 입구에는 번호가 쓰여 있는데 내가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고 싶다면 꼭 이 번호를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워낙 큰 시장이다 보니 어느 입구로 나오느냐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번호를 모르면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지중해기행’을 쓴 동화작가 한스 안데르센은 “콘스탄티노플에 가면 꼭 그랜드 바자르를 보고 와야 한다. 이 도시의 심장부가 거기 있다”고까지 했다. 파무크의 이스탄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읽어볼 만한 책은 ‘순수박물관’이다. 2008년작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 발표한 소설이다. 한 남자가 단 44일 동안 사랑을 나눈 한 여자를 평생 동안 사랑하면서, 그녀와 관련된 추억을 간직한 물건들을 모으고, 결국 그 물건들을 전시할 박물관을 만들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는 내용이다.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이해했더라면, 절대로, 그 행복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깊은 평온으로 내 온몸을 감쌌던 그 멋진 황금의 순간은 어쩌면 몇 초 정도 지속되었지만, 그 행복이 몇 시간처럼, 몇 년처럼 느껴졌다.”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내내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아주아주 사랑하면, 그를 위해 우리의 가장 귀중한 것을 내주어도 그로부터 해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 희생은 바로 이런 거야.”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파무크가 진짜로 이 순수박물관을 만들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파무크는 작품을 쓰기 전에 이미 ‘순수박물관’의 배경이 될 공간을 구입했으며, 자신이 직접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다. 박물관에는 소설의 각 장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이 하나의 상자 안에 들어 있는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작가에게 이스탄불은 애증이 교차하는 도시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이스탄불을 이렇게 한탄하곤 했다. “몰락하여 붕괴된 제국의 잔재, 잿더미 아래서 무기력, 빈곤 그리고 우울과 함께 퇴색되며 낡아가는 이스탄불에 태어났기 때문에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곤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스탄불을 사랑하는가 보다. 자주 이렇게 말하곤 하니까. “삶이 그렇게 최악일 수는 없어. 여전히 보스포루스로 산책 나갈 수 있으니까.” [여행수첩] 터키항공은 인천~이스탄불 직항편을 주 11회 왕복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1시간 30분. 시차는 한국보다 6시간 늦다. 통화는 리라(YTL)를 사용한다. 1리라에 약 240원이다. 물가는 저렴한 편이다. 터키 사람들이 즐겨 먹는 빵 시미트가 1.5리라(약 400원) 정도다. 터키 음식은 프랑스,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불린다. ‘케밥’은 ‘구이’라는 뜻으로 물이 풍부하지 않은 유목생활에서 비롯된 음식이다. 케밥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긴 쇠꼬챙이에 고기를 꿰어 구워 먹는 요리를 떠올리는데, 사실 육류를 불에 구워내는 것은 모두 케밥이다. 케밥은 지역, 굽는 방식, 그리고 육류에 따라 수없이 분화돼 오늘날 터키 케밥의 종류는 200~300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아이란은 터키의 국민 음료다. 요구르트에 물을 섞어 희석한, 묽은 요구르트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흔히 터키시 딜라이트라고 부르는 로쿰은, 하나를 집어 입에 넣는 순간 그 달콤함으로 여행의 모든 피로와 근심을 잊게 해 준다. 이스탄불 히포드롬 광장 북쪽에 자리한 ‘요리사 셀림의 쾨프테집’은 터키식 떡갈비 ‘쾨프테’로 유명하다. 터키항공은 환승객을 위해 ‘투어 이스탄불’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환승을 위해 6~24시간 머무르는 레이오버 승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무료 관광프로그램이다. 현지 가이드와 버스가 제공되고 아침·점심 식사가 포함돼 있다.
  • 노벨문학상 수상한 토니 모리슨 88세 일기로, 오바마가 남긴 추모

    노벨문학상 수상한 토니 모리슨 88세 일기로, 오바마가 남긴 추모

    “우리는 죽는다. 어쩌면 그게 삶의 의미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언어를 구사한다. 어쩌면 그게 우리 삶의 척도가 될지 모른다.”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던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미국의 유명 소설가 토니 모리슨이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93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리슨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밤 뉴욕의 한 메디컬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6일 성명을 통해 “고인이 짧은 투병 끝에 어젯밤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인 채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녀는 미국 흑인들의 삶을 여성적인 시각에서 그려왔고, 탄탄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지난 1970년 장편소설 ‘가장 푸른 눈’으로 등단해 ‘술라’(Sula,1973), ‘솔로몬의 노래‘(1977), ‘타르 베이비’(1981), 비러브드’(Beloved, 1987), ‘재즈’(1992), ‘파라다이스’(1997), ‘러브’(2003), ‘은총’(2008), ‘홈’(2012), ‘신은 아이를 돕는다’(2015) 등의 소설 11편과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생애를 다룬 희곡 ‘꿈꾸는 개미’ 외에 다수의 수필을 펴냈다. 특히 ‘비러브드’는 흑인 여인이 사랑하는 딸이 노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딸을 살해한다는 내용의 작품으로 퓰리처상 등 많은 문학상을 받았고 1998년 오프라 윈프리 주연의 영화로 제작됐다. 모리슨은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또 랜덤 하우스 출판사 최초의 여성 편집장으로 1967년부터 1983년까지 일하기도 했다. 또 게일 존스, 앙리 뒤마, 무하마드 알리, 안젤라 데이비스 등 흑인 유명인들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프린스턴 대학에 재직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고인에 대해 “훌륭한 스토리텔러로, 페이지 위에서처럼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이었으며 국보급 작가였다”고 돌아본 뒤 “잠시나마 그와 같은 공기를 호흡한 것은 은총이었다”고 추모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흑인여성 첫 노벨문학상’ 토니 모리슨 별이 되다

    ‘흑인여성 첫 노벨문학상’ 토니 모리슨 별이 되다

    ‘가장 푸른 눈’ ‘비러브드’ 등 인기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소설가 토니 모리슨이 별세했다. 88세. 6일(현지시간) 모리슨의 유족들은 성명을 통해 “모리슨은 뉴욕 몬트피오레 메디컬센터에서 어젯밤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인 채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태어난 모리슨은 하워드대와 코넬대를 졸업하고, 텍사스서던대와 하워드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1970년 금발에 파란 눈을 미의 기준으로 보는 사회에서 소외감을 겪는 흑인 소녀를 그린 장편소설 ‘가장 푸른 눈’으로 등단했다. 이후 ‘술라’, ‘솔로몬의 노래’, ‘비러브드’, ‘재즈’ 등 소설과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생애를 다룬 희곡 ‘꿈꾸는 개미’ 등을 펴냈다. 미국 사회 흑인들의 삶을 여성의 시각에서 그리면서 탄탄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1988년에는 사랑하는 딸이 노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살인을 감행하는 흑인 여성을 이야기한 ‘비러브드’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1993년 흑인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2012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는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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