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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달진문학상 시상…곽효환 시인·김문주 평론가

    김달진문학상 시상…곽효환 시인·김문주 평론가

    “김달진 선생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곽효환 시인) “선생의 이름으로 주어진 상 앞에서 저의 비평의 길을 다시 생각합니다. 제 안에서 오랫동안 수런거렸던 생각들이 좀 더 깊어지고 무르익어서 앞으로 몇 편의 글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김문주 문학평론가) 올해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곽효환(52·왼쪽) 시인과 김문주(50·오른쪽) 문학평론가가 이번 상을 계기로 작품 활동에 더 힘쓰겠다고 28일 열린 시상식에서 밝혔다. 수상자는 지난 5월 30일 결정됐으며, 시상식은 이날 경남 창원 진해문화센터에서 열렸다. 곽 시인은 시집 ‘너는’으로 수상자가 됐다. 그는 “지난해 늦가을 새 시집을 내고서도 예외 없이 길을 잃었고 방황하며 세상공부를 다시 하고 있던 참에 김달진문학상 수상 소식을 받았다. 길을 잃은 자에게 상이라니 난감하고 또 과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상으로 잠시 길을 잃은 제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전기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김달진 시인에 관해 “그의 시 ‘샘물‘에서 보듯 우주 안의 작은 존재인 자신을 광대한 사변적 사상적 차원으로 전이시키는 간결하고 맑은 정신주의의 구도자로 제 머리에 각인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달진 선생의 시 ‘용정’을 들어 “깊은 고독과 슬픔에 잠긴 눈으로 간난의 역경에 처한 ‘흰 옷 입은 사람들’의 수난사를 응시한 시인으로 제 가슴에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평론집 ‘낯섦과 환대’로 상을 받은 김문주 문학평론가는 “수상 소감을 정리하는 자리에서 비로소 문학에 관심을 두고 지나온 경로를, 나의 문학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내게 문학은 여전히 종교적인 물음들에 닿아 있고 공동체의 문제나 역사를 사유하는 자리로서 기능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문학하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고 밝힌 그는 “공동체의 역사를 고통스러운 삶으로서 고스란히 살아내는 입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저만치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 그 변방의 삶은 저에게 여전히 종교적이고 역사적인 사유들을 불러일으키는데, 그러한 생각들이 당분간 내 삶과 문학을 이루어가는 동기가 될 듯하다”고 했다. 곽 시인은 1996년 세계일보로 등단, 시집 ‘인디오 여인’, ‘지도에 없는 집’ 등을 펴냈다. 김 평론가는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200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김달진문학상은 월하 김달진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자 선생의 1주기인 1990년 6월 제정했다. 창원시와 서울신문사 후원으로 (사)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주최한다. 대상은 매년 3월을 기준으로 최근 2년 이내 발간한 시집, 평론집, 학술서다. 지난해부터 문단 경력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고, 시는 매년, 학술과 평론은 격년으로 선정한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는 허성무 창원시장을 비롯해 300명이 참석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제39회 계명문학상 수상자 선정

    ‘제39회 계명문학상’ 시상식이 성서캠퍼스 행소박물관 시청각실에서 개최됐다. ‘계명문학상’은 계명대 창립120주년을 맞아 기존의 ‘계명문화상’을 격상시켜 ‘계명문학상’으로 명칭을 바꾸고 공모부문도 기존 2개 부문에서 극문학 부문과 장르문학 부문을 추가해 4개 부문으로 늘렸다. 시상규모도 크게 확대해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에 대해서는 상장 및 상금 1000만원을, 시 부문, 극문학 부문, 장르문학 부문 등 3개 부문의 당선작에 대해서는 각각 상장 및 상금 500만원을 시상했다. 시 부문에 김지현(단국대 문예창작학과 3) 학생의 ‘몽파르나스’가, 단편소설 부문은 양아현(명지대 문예창작학과 3) 학생의 ‘라운지 피플’이, 장르문학 부문에는 박민혁(인하대 사학과 4) 학생의 ‘장례’가 선정됐으며 극문학 부문은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40여 년을 이어온 ‘계명문학상’은 전국 대학 문학상으로서는 외형과 내실에서 최대 규모이며, 그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이번에 훌륭한 작품들이 많아 심사과정이 더욱 신중하게 진행됐으며, 앞으로 신예 작가 배출의 등용문으로서 역할을 다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계명문학상은 전신인 계명문화상을 통해 ‘아홉살 인생’, ‘논리야 반갑다’등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위기철 씨를 비롯해 동인문학상과 김유정 문학상을 수상한 계명대 출신 소설가 김충혁 씨 등 20여 명의 등단 작가를 배출하여 우리 문단의 신예작가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최갑수 작가의 문장으로 떠나는 여행] 율리시스와 걷다… 펍의 성지 악사의 땅

    [최갑수 작가의 문장으로 떠나는 여행] 율리시스와 걷다… 펍의 성지 악사의 땅

    “더블린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면 세계 모든 도시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아일랜드 더블린.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꼭 가 보고 싶어 하는 이 도시는 아이리시해(海)를 사이에 두고 영국 리버풀과 마주하고 있다. 음악팬들에겐 세계적인 록밴드 U2를 배출한 도시, 영화팬이라면 음악영화 ‘원스’의 배경이었던 도시, 문학 애호가들에겐 노벨상 수상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의 무대가 됐던 도시로 알려졌다. 아 참, 주당들에게는 흑맥주 ‘기네스‘의 고향으로도 알려져 있다.●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소설 먼저 제임스 조이스를 이야기하자. 1882년 2월 2일 더블린에서 출생한 제임스 조이스는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금자탑을 이룩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20세기의 셰익스피어’라고도 불리는 그를 빼놓고는 20세기 문학을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의식의 흐름’이나 ‘현현’(顯現: epiphany) 같은 말들은 조이스를 통해 문학용어사전에 새로 등재됐다. 그의 책은 아일랜드 가정마다 한 권씩은 비치돼 있다고 하니 아일랜드 국민들의 제임스 조이스 사랑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대표작은 ‘율리시스’다. 신문사 광고 판매인인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의 하루 일상을 따라가는 소설이다. 정확히 말하면 1904년 6월 16일 아침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18시간 동안 블룸에게 일어난 일을 묘사한다. 블룸은 에클레스가 7번지에 있는 그의 집에서 아침 8시에 나와 아침거리를 사서 아내에게 식사를 차려 주고 9시 45분에 집을 나서 우체국과 약국, 묘지, 신문사, 주점, 도서관, 식당과 호텔 바 그리고 해변 모래사장과 병원, 사창가, 오두막 주점을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이튿날 새벽 2시에 집에 돌아온다. 그가 종일 다닌 거리가 18마일(약 30㎞), 발로 걸어 다닌 거리가 8마일(약 13㎞)이다. 그가 들른 곳들은 모두 소설 속에 손에 잡힐 듯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의식의 흐름’을 따라 묘사한 까닭에 내용을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 소설에 사용된 약 3만개 어휘와 수많은 인용, 은유는 독자를 진저리 치게 한다. ‘이 작품을 연구한 문학박사가 일반 독자 수보다 많다’는 농담이 전해질 만큼 어렵고 재미없다. 제임스 조이스 스스로도 1922년 출간된 ‘율리시스’의 서문에 “나는 이 작품 속에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감춰 뒀기에, 앞으로 수세기 동안 대학교수들은 내가 뜻하는 바를 거론하기에 분주할 것이다. 이것은 나 자신의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적어 놓기도 했다. 메릴린 먼로는 이 책을 읽고 있는 사진을 찍으며 “철학적인 시인 같은 지성파 배우”의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블룸의 발자취를 따라서 제임스 조이스의 흔적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곳은 더블린 시내에서 남쪽 해안 쪽으로 8마일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는 제임스 조이스 센터다. 제임스 조이스의 서한과 사진, 작품 초판본과 희귀본, 개인 집기 그리고 소설 ‘율리시스’와 연관된 전시품들을 보관하고 있다. ‘블룸스 데이’(Bloomsday) 라는 기념일도 있다. ‘율리시스’에 블룸이 등장한 6월 16일이다. 이날 더블린에서는 ‘율리시스’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마련된다. 제임스 조이스 센터에서 ‘블룸스 데이 브렉퍼스트’를 먹는 것을 시작으로 조이스 마니아들이 참가하는 ‘율리시스’ 낭독회와 연주회, 뮤지컬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하이라이트는 워킹 투어다. 주인공 블룸의 발길을 따라 데이비 번스 펍, 스웨니 약국, 올먼드 호텔 바, 오코넬 다리, 그라스네빈 묘지, 마텔로 탑(조이스 탑), 벅 멀리건 찻집, 아일랜드 국립도서관 등 소설에 등장한 장소를 방문한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조이스의 열혈팬들이 줄지어 걷는 행렬은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제임스 조이스 센터 가까운 곳에 더블린 작가 박물관도 있다. 조이스 외에도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으로 유명한 조지 버나드 쇼, 자신이 천재인 것 말고는 신고할 게 없다고 한 ‘진짜 천재’ 오스카 와일드,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너선 스위프트,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대의 부조리극을 쓴 사뮈엘 베케트, 199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셰이머스 히니 등을 만날 수 있는 이곳에서는 더블린이 왜 ‘유럽 문화의 수도, 세계 문학의 심장’으로 군림하는지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조이스 마니아라면 데이비 번스도 빼놓을 수 없다. 듀크가 21번지에 있는 이 펍은 블룸이 소설 속에서 점심을 들었던 곳으로 건너편에 있는 베일리 식당과 함께 조이스가 실제로 즐겨 찾았던 펍이기도 하다. ‘율리시스’ 때문에 장사가 잘돼 돈을 번 주인은 사례의 뜻으로 ‘데이비 번스 아일랜드 창작상’을 제정한 후 매년 2만 유로의 상금을 지원, 유능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템플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이스의 또 다른 단골 펍이었던 스태그스 헤드도 있다. 22살에 노라 바너클을 만나 사랑의 도피를 떠난 제임스 조이스는 이탈리아 로마와 프랑스 파리, 스위스 취리히 등을 떠돌며 살았다. 하지만 그는 한순간도 “사랑하는 더러운 더블린”을 떠난 적이 없다. 그는 “나는 언제나 더블린에 대해 쓴다. 더블린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면 세계 모든 도시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블린의 중심가에는 더블린에 대한 그의 사랑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제임스 조이스의 청동 입상이 서 있다. 비쩍 마른 몸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턱을 들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그의 표정은 고집스러우면서도 수수께끼처럼 보인다. 동상 뒤에는 그의 단골 카페였던 킬모어가 있다.●펍 명소 ‘템플바’ 더블린 여행에서 꼭 가 봐야 할 곳이 템플바 거리다. 파리가 ‘카페 문화’로 유명하다면 더블린은 ‘펍(pub) 문화’로 유명하다. 제임스 조이스는 “펍을 피해서 더블린을 걷는다는 것은 마치 퍼즐게임을 벌이는 것과 같다”고 했을 정도다. 인구 100만의 도시 더블린에 펍이 무려 1000개가 넘는다. 템플바 거리는 더블린을 관통하는 리피 강 남쪽 웨스트모얼랜드 거리와 피샘블가 사이의 세 개 블록을 일컫는데 이곳에 아이리시 펍이 잔뜩 몰려 있다. 한때 버스터미널로 재개발될 뻔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고 대신 예술가들이 몰려들었다. 저녁 무렵이면 사람들은 템플바 거리로 모여들어 기네스 맥주를 마신다. 펍은 곧 아일랜드 사람의 생활공간이다. 낮에는 점심을 팔기도 하고, 밤이면 친구들과 맥주 마시며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댄다.템플바 거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펍은 템플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거나 앉아서 다들 기네스 맥주를 한 잔씩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와글와글하는 모습에 놀란다. 펍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밴드가 통기타 반주에 맞춰 아일랜드 민요를 부르고 있다. 노랫가락에 맞춰 낯선 이들도 금세 친구가 된 듯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맥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펍에서 반드시 마셔 봐야 할 술은 기네스다. 창업자 아서 기네스는 1755년 더블린의 북동쪽에 위치한 레이크스리프에서 처음 양조장을 시작했다. 대부(代父)가 유산으로 남겨 놓은 100파운드를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 자리를 잡자 그는 공장을 동생에게 맡기고 더블린으로 온다. 더블린에 도착한 아서 기네스는 더블린의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에 방치돼 있던 낡고 허름한 양조장을 매년 45파운드의 임대료에 계약한다. 그런데 임대 기간이 무려 9000년이다. 기네스는 당시 영국에서 노동자들에게 인기 높았던 포터(Porter)를 발전시켜 스타우트(Stout)를 탄생시켰는데 맥아에 세금을 매겼던 조세 제도를 피하기 위해 볶은 보리를 사용했다는 설과 기네스가 맥아를 볶던 중 깜빡 졸다가 맥아를 까맣게 태운 것이 계기가 됐다는 설이 있다. 기네스는 51개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전 세계 150개 국가에서 매일 1000만잔씩 팔리고 있다고 한다.더블린 북쪽에 위치한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는 기네스의 역사 및 제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방문객들은 입장료를 내고 기네스 맥주의 역사를 보여 주는 시청각 자료와 거대한 기네스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기네스 따르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전용 잔에 2번 나눠 기네스를 따르는 것이 포인트. 먼저 45도로 기울인 잔에 80% 정도 기네스를 따른 후 질소가 충분히 섞이게 테이블에 놓은 뒤 약 2분(119.5초)을 가만히 두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고는 나머지 부분을 보드라운 거품으로 촘촘하게 채우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완벽한 한 잔’이 완성된다. 기네스를 즐기는 사이 아카데미에서 발급해 주는 ‘기네스 교육 인증서’도 맥주 마니아에게는 잊지 못할 선물이다. ●거리의 악사로 가득한 더블린의 저녁 문학도 문학이지만 음악을 이야기할 때도 아일랜드는 빠질 수 없다. 더블린은 1976년 이곳에서 결성돼 지금까지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록밴드 U2의 도시다. 멤버 보노, 디 에지, 래리 멀린, 애덤 클레이턴은 모두 더블린에서 나고 자란, 그야말로 뼛속까지 더블리너다. 벤 모리슨, 크랜베리스, 에냐, 시네이드 오코너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수들도 모두 아일랜드 출신이다. 우리에겐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을 통해 친숙해졌다. 그보다 먼저 더블린의 음악을 알렸던 영화는 2006년 개봉한 ‘원스’다. 길거리 악사인 청소기 수리공과 그의 음악에 매료된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거리 음악가들의 도시, 더블린의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 있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이 버스킹(길거리 연주)을 하던 그래프턴 거리와 악기점은 이미 유명한 관광지가 됐고 거리에서는 수많은 ‘원스’의 주인공들이 1년 365일 노래를 한다.더블린의 저녁 풍경은 영화 그대로다. 더블린 거리는 저녁 무렵이면 술렁이기 시작한다. 하루 일과를 마친 직장인들과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합류한다. 그리고 하나둘씩 등장하는 거리의 악사들. 이들은 거리 곳곳에 자리를 잡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이 모퉁이에서는 록이 흘러나오고 저 거리에서는 통기타 연주가 들려온다. 어느 모퉁이에서는 재즈가 연주되고 반대편 모퉁이에서는 타악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색소폰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행인들은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여행자들은 마음에 드는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 앞으로 가 몸을 흔든다. 어떤 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또 어떤 이는 연인의 팔짱을 끼고, 또 어떤 이는 기네스 캔맥주를 홀짝거리며 악사들의 노래를 듣는다. 이 모든 풍경이 영화에서 봐 왔던 모습 그대로다. 간혹 경찰관들이 밴드 앞으로 가 다른 곳에서 연주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관객들의 야유에 어깨를 으쓱하고는 돌아가고 만다. 연주가 끝날 때마다 관람객들은 “We want more”(한 곡 더)라고 외친다.■여행수첩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의 주요 도시들을 거쳐 더블린으로 갈 수 있다. 시간은 한국보다 9시간 늦다. 오코넬 거리와 템플바 지구는 시내 중심부답게 숙박시설이 풍부한 편인데, 유명 펍들이 몰려 있는 템플바 지구의 숙소는 밤이 깊어도 좀 시끄러울 수가 있다. 트리니티 칼리지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로 아일랜드의 자랑이기도 하다. 1592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 때 설립됐다.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도서관 관람은 필수.
  • 본지 탐사기획부 ‘간병살인’, 노근리평화상 언론상 수상

    본지 탐사기획부 ‘간병살인’, 노근리평화상 언론상 수상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유영규·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가 25일 노근리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근리평화상심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이날 제12회 노근리 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언론상 신문보도 부문’으로는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을 보도한 서울신문 탐사기획부가, 방송보도 부문은 ‘체육계 성폭력’을 연속 보도한 SBS 이슈취재팀이 차지했다. 문학상은 장편소설 ‘그 남자 264’의 고은주 작가에게 돌아갔다. 인권상 수상자로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영화배우 정우성씨가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간병살인 보도에 대해 우리 사회 가족간병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국내 최초로 불러일으켰으며, ‘쉼’이라는 가족 간병의 사회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은 2008년부터 세계평화와 인권 신장에 이바지한 개인이나 단체를 뽑아 3개 부문에서 평화상을 주고 있다. 시상식은 다음달 18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평화공원 교육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소월시문학상에 나태주 시인…김유정문학상에 편혜영 작가

    소월시문학상에 나태주 시인…김유정문학상에 편혜영 작가

    소월시문학상에 나태주(왼쪽·74) 시인, 김유정문학상에 편혜영(오른쪽·47) 작가가 선정됐다. 도서출판 문학사상은 올해 제30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나 시인의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를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상금은 1000만원.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나 시인은 50여년간 수천편의 시를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다. 박용래문학상, 편운문학상, 황조근정훈장,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김삿갓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이상문학상 및 신인문학상 시상과 함께 열린다. 같은 날 김유정기념사업회는 제13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으로 편 작가의 단편소설 ‘호텔 창문’을 뽑았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편 작가는 지난해 한국 작가 최초로 미국의 셜리 잭슨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시상식은 새달 1일 오전 11시 강원 춘천시 김유정문학촌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원.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말뿐인 낙관보다 노력하는 비관이 성공을 부른다

    말뿐인 낙관보다 노력하는 비관이 성공을 부른다

    비관하는 힘/모리 히로시 지음/더난출판/200쪽/1만 3000원 툭 떨어져 톡 터지는 은행 위로 검은 머리털이 흩날린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머리를 미는 사람들의 표정은 다양하다.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참담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자고 일어나면 또 한 사람이 언론을 불러 머리를 민다. ‘삭발 챌린지’라도 하는 듯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외치는 대한민국 야당의 모습이다. 일본 공학박사이자 인기 소설가 모리 히로시는 현대 정치의 특성으로 ‘엔터테인먼트화’를 꼽는다. 본디 정치의 목적과 기능은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지만, 지금의 정치는 대중의 인기를 끌기 위한 오락적 성격으로 변질됐다는 게 작가의 시각이다. 이런 배경에는 가치 있는 정보 전달이 아닌, ‘돈이 되는 감정’(시청률과 조회수) 전달에 빠진 언론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런 모든 상황을 ‘비관’한다. 비관하기 때문에 ‘머리 좋은 사람들도 많으니 언젠가는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도 동시에 갖는다. 지금 자신의 성공은 매사 비관하는 태도에서 왔다고 강조하는 작가의 신간 ‘비관하는 힘’은 친절하지 않은 자기계발서다. 작가는 자신의 인생관을 압축해 담은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문제 해결 방법이나 성장하는 방법 등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성공하는 7가지 방법’ 같은 콘텐츠가 난무하는 ‘낙관 중독 사회’에 조금이나마 제동을 걸고자 6만엔(약 66만원)짜리 의자에 앉아 펜을 들었다. 박봉의 교수 시절 아르바이트로 글쓰기를 결심한 작가가 처음 한 일은, 아내의 반대에도 값비싼 의자를 산 일이다. ‘집에서 오래 앉아 글을 쓰면 엉덩이가 아플 것이다’라는 비관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낸 소설로 일본 내 문학상을 받으며 1996년 화려하게 데뷔, 지금은 의자 가격의 몇백 배를 인세로 받고 있다. “‘할 수 있다’, ‘불가능한 것은 없다’라고 아무리 주문처럼 외워 봤자 절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해야 할 일을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자신감이란 99%의 노력으로 유지되는 마지막 1%에 불과하다. 이 점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작가가 말하는 비관하는 힘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박경리문학상에 알바니아 출신 이스마일 카다레

    박경리문학상에 알바니아 출신 이스마일 카다레

    제9회 박경리문학상에 알바니아 출신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83)가 선정됐다. 18일 토지문화재단에 따르면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지난해 6월부터 세계 각국 소설가 350명을 대상으로 세 차례의 예심을 거쳐 8개월 간 5인의 후보를 압축, 두 달간의 최종 심사를 통해 카다레를 최종 선정했다. 1963년 첫 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카다레는 2000년 간의 외세 지배, 혹독한 스탈린식 공산독재를 겪으며 유럽에서조차 소외된 나라 알바니아를 역사의 망각에서 끌어낸 ‘문학 대사’로 일컬어진다. 그는 1992년 프랑스로 망명,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4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1992년 프랑스의 문화재단에서 수여하는 치노 델 두카 국제상, 2005년 제1회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2009년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왕자상, 2015년 예루살렘상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프랑스 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김우창 심사위원장은 “작가의 작품들은 삶의 절실한 진실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각하게 한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은 올해 원주박경리문학제 기간인 다음 달 26일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상금은 1억원. 카다레는 방한 기간 시상식 참석에 앞서 기자간담회, 강연회 등을 열 예정이다. 박경리문학상은 고 박경리(1926∼2008)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2011년 제정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만해문학상에 황정은 ‘디디의 우산’

    만해문학상에 황정은 ‘디디의 우산’

    제34회 만해문학상 수상작에 황정은 작가의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이 선정됐다고 18일 창비가 밝혔다. 만해문학상은 한용운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73년 제정됐다. 등단 10년 이상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최근 2년 새 발표된 한국 문학을 대상으로 선정, 시상한다. 상금은 3000만원이다. 심사위원단은 선정 이유에 대해 “사유와 언어를 새롭고 독특하게 벼려냄으로써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밀착하는 빼어난 윤리적 감수성과 예술적 혁신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2017년 신설된 특별상에는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법률가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11월 26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세계 유명 작가 32인 새달 한자리서 만난다

    퓰리처상 수상자와 맨부커상 최종 후보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글로벌 문학 축제가 새달 서울에서 열린다. 한국문학번역원은 17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문화재단, 서울디자인재단과 공동으로 새달 5~1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19 서울국제작가축제’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격년제였던 행사가 8회째를 맞는 올해부터 매년 열리고, 주최 기관도 번역원 단독에서 세 기관으로 확대됐다. 올해 행사는 ‘우리를 비추는 천 개의 거울’을 주제로 9일간 작가 대담, 낭독, 독자와의 만남 등이 다채롭게 진행된다. 국내외 작가 32명이 참여한다. 해외 작가는 올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번역가 포레스트 갠더(미국), 공쿠르상 수상자인 니콜라 마티외, 아틱 라히미(이상 프랑스),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영국 소설가 그레임 맥레이 버넷, 데이비드 솔로이 등 14명이다. 중국의 주요 문학상을 두루 수상한 류전윈과 나이지리아 시인 오순다레도 방한할 예정이다. 국내 작가로는 소설가 김금희, 박상영, 성석제, 오정희, 윤흥길, 이승우, 전성태, 정영선, 한유주, 황정은과 시인 김수열, 문정희, 백무산, 손택수, 정한아, 최승호, 황규관 등이 참여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소개는 공식 웹사이트(siw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그램 사전 예약은 오는 23일부터 웹사이트와 네이버에서 가능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노벨상 다음달 7~14일 차례로 발표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다음달 7일부터 14일까지 발표될 예정이다. 14일 노벨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등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이어서 10일 문학상과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노벨상은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재산을 상금으로 준다’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을 토대로 제정됐다. 1901년부터 수여되기 시작해 과학 분야에서는 지난해까지 118년 동안 생리의학·물리·화학 등 607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이가운데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216명으로 가장 많다. 물리학상 수상자는 210명, 화학상 수상자는 181명이다. 한편 가장 대중적인 관심이 쏠리는 문학상에선 2018년과 2019년 수상자를 동시에 발표한다. 문학상은 지난해 성 추문과 내분 등으로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었다. ㅣ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는 평화상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빼놓곤 전무하다. 김성호 기자 kimus@seoul.co.kr
  • 돌보는 이들을 위한 추석

    돌보는 이들을 위한 추석

    거꾸로 매단 수액 주머니에 주사침을 찌르고 수액을 뽑는다. 주사기에서 바늘을 빼내고 기다란 관이 달린 나비침을 대신 연결한다. 고양이의 목덜미를 한 움큼 잡아 텐트 모양이 되게 들어올린 뒤 털가죽과 근육 사이 빈 공간에 나비침을 찔러 넣는다. 반항하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는다. 주사기 피스톤을 천천히 눌러 수액을 주입한다. 신장질환이 있는 고양이는 음수량이 부족해 보통 아침저녁으로 피하수액을 맞혀야 한다. 하루에 일고여덟 번 약도 먹인다. 인간의 알약을 먹도록 태어난 몸이 아니니 이물질을 목으로 넘기는 일이 즐거울 리 없다. 아니 상당히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살리기 위해서는 약을 먹여야 한다. 상태가 나빠 스스로 사료를 먹지 않는다면 반려인이 주사기나 젖병으로 강제급여도 해주어야 한다. 수시로 상태를 체크해야 하고, 이상이 있다면 케어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어떤 보조제는 다른 약들과 시간차를 두고 먹여야 효과가 있다. 새벽까지 깨어 있어야 한다. 수면부족이 당연해진다. 하루도 쉴 수 없다. 최대한 건조하게 썼지만 아픈 고양이를 집에서 돌보는 일은 웬만큼 체력이 좋은 사람도 탈진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중노동이다. 고양이의 나이가 많거나 병이 많이 진전되어 차도가 없는 경우엔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돌본다는 슬픔이 따라붙는다. 반대로 하루, 또 하루가 주어지는 것에 지극히 감사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나는 내 고양이들을 통해 죽음을 배웠다. 가족을 잃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웠고, 아픈 생명을 돌보는 일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알게 될 거라고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알고 싶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아주 빠른 시간에 후회와 자책과 함께 배웠다. 누군가는 사람을 걱정하기 전에 동물을 걱정하는 일이 온당하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소나 돼지는 먹고, 열대어에겐 이름도 붙여 주지 않으면서 개와 고양이는 각별하게 여기는 일이 기만이라고 할 것이다. 잘 모르겠다. 내겐 그냥 두 마리 고양이가 몹시 가까운 가족이었다. 단지 순서가 반대였을 뿐이다. 고양이들이 늙고 병드는 것을 보며 나는 인간을 떠올리게 되었다. 내 부모님을 간병하게 될 날을, 설과 추석에도 병상에 누워 있을 사람들을, 그들의 가족을, 그들이 의지할 의료진을, 고향에 가거나 쉬지 못하고 일할 다양한 직종의 많은 사람들을. 한국에서 반려동물은 가족이면서도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다. 그 사실이 가장 여실히 드러나는 때도, 가장 많은 동물이 유기되는 때도 명절이다. 건강하다면 데리고 갈 수도 있겠지만 환대받는 경우는 드물고, 예민해서 이동하기 어려운 동물은 호텔이나 병원에 맡기거나, 지인에게 펫시팅을 부탁하기도 하고, 그도 아니면 걱정을 하며 하루이틀쯤 집에 혼자 두고 가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중병을 앓고 있어 도저히 남의 손에 맡기거나 혼자 둘 수 없는 반려동물이라면 반려인이 집에 남아 돌봐주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 가족 구성원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것을 감수하면서. 20대 때 독립해 자취를 하던 내게 명절은 어쩐지 쓸쓸한 날이었다. 형제도 없이 혼자인 내가 혼자 사는 엄마를 찾아가 나보다 조금 더 쓸쓸한 엄마의 얼굴을 보고 돌아오는 날. 결혼을 하고 찾아갈 친정과 시가가 생긴 다음부터는 이 기름진 음식들 대신에 가볍게 샐러드와 파스타 같은 걸 해먹으면 안 될까, 함께 있지만 대화도 없이 각자 심심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다같이 영화나 한 편 보면 어떨까,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요즘은 명절 풍속도도 바뀌어 굳이 만나지 않고 각자 지내는 일도, 여행을 가는 일도, 여성의 노동을 고민하고 명절 파업을 하는 일도 늘어 가는 듯하다. 조금 더 가볍고 산뜻하고 평등한 명절이 되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픈 생명을 돌보는 사람들에겐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을, 내 고양이를 돌보는 일을 해본 뒤에야 겨우 알게 되었다. 명절에도 간병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아픈 생명의 안부를 묻는 한마디의 말, 고된 노동을 대신해 줄 수는 없더라도 잠시나마 곁에 있어 주는 일, 아주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할 시간이 아닐까. 우리는 거의 생각하지 않지만, 돌보는 사람에게도 돌봄을 받을 시간이, 활기를 재충전할 여유가 필요하다. 아픈 반려동물을 돌보는 이들과 그들의 동물 가족 모두가 이번 추석에는 고립감과 절망감을 조금이나마 덜 느끼기를, 고양이를 살리고 싶어해 본 사람의 아픈 마음으로 빈다. 그리고 그들이 잠시라도 따뜻함을, 휴식을, 마침내는 건강과 희망과 회복을 선물받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윤이형 작가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2005년 단편 ‘검은 불가사리’로 중앙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큰 늑대 파랑’, ‘러브 레플리카’, ‘작은마음동호회’, 중편소설 ‘개인적 기억’, 청소년소설 ‘졸업’, 로맨스소설 ‘설랑’ 등을 펴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 독일 대문호가 기록한 프랑스 혁명의 마지막 페이지…연극 ‘당통의 죽음’

    독일 대문호가 기록한 프랑스 혁명의 마지막 페이지…연극 ‘당통의 죽음’

    24년 짧은 생에 4편의 작품만 남기고도 ‘대문호’ 반열에 오른 독일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1813~1837)의 희곡 ‘당통의 죽음’이 6년 만에 한국 연극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은 뷔히너가 프랑스 혁명의 마지막 페이지를 기록한 ‘당통의 죽음’을 오는 27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당통의 죽음’은 뷔히너 작품 중 유일하게 그의 생전에 발표된 작품으로, 집필 당시 봉건체제를 비판하고 망명길에 오른 그가 단 4주만에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문단은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에 뷔히너의 이름을 붙여 그를 기리고 있다. 극은 프랑스 혁명의 마지막 국면, 실존 인물 조르주 당통과 로베스피에르의 첨예한 갈등을 다룬다. 특히 그간 열정적으로 주도해온 혁명에서 모순을 발견하고 반기를 드는 당통의 모습은 혁명가이기 이전에 고뇌하는 개인의 생각과 자유, 그에 대한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이수인 연출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에 몰입한 나머지, 타인을 함부로 단순화시키는 일이 만연한 현대사회에도 반드시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면서 “진지한 화두를 지닌 고전이지만, 관객들이 장황하거나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빠르고 힘 있게 작품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통 역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준 대로 받은 대로’에서 고전을 깊이 있게 해석해낸 백익남이, 로베스피에르 역에는 엄태준이 캐스팅됐다. 여기에 이원희, 주인영, 홍아론 등 다양한 무대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한 국립극단 단원들이 작품에 생기와 깊이를 더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김창길 지음, 들녘 펴냄) 15년간 언론사에서 사진기자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가 사진 그 너머 세계의 징후들을 담았다. 1989년 6월 중국 텐안먼에서 찍힌 한 장의 사진이 2019년 오늘의 홍콩을 소환하는 식이다. 미국의 대공황,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 그리고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었던 김주열과 이한열의 사진 등도 함께 꺼내놓았다. 398쪽. 2만 2000원.캉탕(이승우 지음, 현대문학 펴냄) 캉탕이라는 대서양의 한 작은 항구도시에서 과거를 스스로 단절시키고 이방인이 돼 낯선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 총 33장으로 구성된 소설에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홀수 장은 3인칭으로, 짝수 장은 1인칭 시점으로 기술돼 흥미를 더한다. 지난해 오영수문학상 수상작. 240쪽. 1만 1200원포톡스(한종인 지음, 품 펴냄) 얼굴 주름살을 펴주는 보톡스에서 착안해 마음 주름살을 펴주는 책이라는 뜻으로, ‘포토 톡 스토리’(PHOTO TALK STORY)의 준말이다. 신문사에서 편집기자로 일하고 대학에서 편집과 인쇄매체를 연구했던 저자가 은퇴 후 경기 광주 산속마을로 이주해 전원의 삶에서 마주하는 들꽃과 자연을 담았다. 짤막한 시적 문장이 여운을 더한다. 192쪽. 1만 5000원.감각의 역사(진중권 지음, 창비 펴냄) 인공지능, 복합현실, 디지털 예술 등 각종 기술과 매체의 발달로 감각지각의 대변동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 미학자인 저자가 물질이 스스로 감각하고 사유한다고 생각했던 고대의 물활론부터 중세 아랍의 광학, 감각을 이성 아래 포섭한 근대철학, 인간의 몸과 감각체험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524쪽. 2만 5000원.도둑맞은 손(장 피에르 보 지음, 김현경 옮김, 이음 펴냄) 1992년 프랑스, 누군가 타인의 잘린 손을 버렸다. 당시 법으론 이는 ‘무죄’다. 몸은 ‘존엄한 인격’이지만 여기서 잘려나간 신체 일부는 주인 없는 ‘물건’이라 버려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파리10대학에서 법의 역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이런 불합리를 타파하기 위해 인간에게 몸의 소유권을 주고, 물·햇볕·식량·환경 조건 등과의 관계 속에 몸을 놓자고 말한다. 364쪽. 1만 8000원.하우스 오브 갓(사무엘 셈 지음, 정회성 옮김, 세종서적 펴냄) 소설가, 극작가이자 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작가의 자전적 소설. 인턴인 로이 바슈의 눈을 통해 의료실습에 의한 심리적 고충과 병원 시스템의 비인간화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영국의 의학 저널 ‘란셋’으로부터 “20세기 가장 뛰어난 의학 소설”이라는 평을 들었다. 324쪽. 1만 3500원.
  • 이병주 국제문학상에 박상우·리광일

    이병주 국제문학상에 박상우·리광일

    이병주기념사업회는 4일 제12회 이병주국제문학상과 제5회 이병주문학연구상 수상자로 박상우 소설가와 중국 옌볜대 조선문학연구소(소장 리광일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상은 경남 하동군과 이병주기념사업회가 나림 이병주(1921~1992) 작가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해 해마다 시상한다.박상우 소설가는 감각적인 언어로 낭만주의적 특성이 강한 작품세계를 보여 온 작가로 평가된다. 조선문학연구소는 한국 언어와 문학, 중국 조선족 언어·문학, 민속 등 여러 영역에 걸쳐 국내외 관계기관과 지식·정보를 교환하고, 해외에서 한민족문학 연구·창작 지원, 문화적 유산 보존 등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김승옥문학상 대상에 윤성희 ‘어느 밤’

    김승옥문학상 대상에 윤성희 ‘어느 밤’

    2019 김승옥문학상 대상에 윤성희 작가의 ‘어느 밤’이 선정됐다. 우수상은 권여선·김금희·조해진·최은미·편혜영·황정은 작가에게 돌아갔다. 2013년 소설가 김승옥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KBS 순천방송국이 제정한 김승옥문학상은 올해부터 주관사가 문학동네로 바뀌었다. 심사 대상도 단행본에서 단편소설로 변경됐다. 대상 상금은 5000만원, 우수상은 500만원이다. 수상 작품들은 이달 중 ‘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려 출간된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열릴 예정이다. 문학동네는 또 ‘2019 문학동네신인상’ 수상자로 시 부문 한여진(‘검은 절 하얀 꿈’ 외 4편)과 소설가 전하영(‘영향’)을 뽑았다.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은 ‘마녀 독고솜’을 쓴 허진희가 받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道 깨치는 3칸 전각… 자연 담는 7칸 누각

    道 깨치는 3칸 전각… 자연 담는 7칸 누각

    2019년 7월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이 드디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현재도 영향력이 있는 한국 성리학의 문화적 증거이며, 그 변화의 역사적 과정을 보여 준다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상은 총 9곳으로 대구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 정읍 무성서원 등이다. 이 가운데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은 서원건축의 특징을 이해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례이다. 여기에 모신 이황과 류성룡은 사제지간으로, 두 서원은 퇴계학파의 사상을 잘 드러내는 정신적인 건축이기도 하다.●퇴계 이황과 도산서원 퇴계 이황(1501~1570)은 조선 성리학의 체계를 구축한 최고의 학자지만, 조선 성리학의 위대한 5인으로 꼽은 ‘동방5현’ 순위는 다르다. 유명 서원에 모셔 기념하고 있는 이들은 김굉필(도동서원), 정여창(남계서원), 조광조(용인 심곡서원), 이언적(옥산서원), 그리고 도산서원의 이황이다. 이 순위는 시대적 순서이기도 한데, 이언적까지는 성리학의 도를 실현하기 위해 목숨을 건 개척자요 순교자라 할 수 있다. 반면 이황은 이들이 구축한 토대 위에서 성리학의 사상을 체계화하고, 실천적 방향을 제시한 완성자이다. 또한 이후의 성리학자들은 거의 이황의 제자라 할 만큼 거대한 퇴계학파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총 14동이나 되는 도산서원의 건물들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것은 퇴계가 직접 지은 도산서당이다. 그는 잠깐 성균관대사성 등의 관직에 있었으나, 정치보다는 학문과 수양에 뜻이 있어서 20여 차례 관직 사퇴와 거절을 되풀이할 정도였다. 고향에 내려와 환갑 무렵에 도산서당과 기숙사인 농운정사를 지었다. 퇴계는 말년까지 이곳에 거하면서 제자를 가르쳤다. 도산서당은 퇴계사상의 핵심인 깨어 있음, 한적함, 실용적 실천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집이다. 이 집은 퇴계가 직접 설계도까지 그렸다고 전한다. 그 설계도는 없지만 설계 개념과 내용을 공사담당자에게 설명한 편지가 남아 있다. 그는 “군자의 집은 3칸이면 족하다”고 선언한다. 자신이 거하는 방 한 칸, 제자를 지도하는 마루 한 칸, 그리고 불을 때는 부엌 한 칸. 이 최소한의 건축은 몸과 마음을 깨어 있게 한다. 그러나 도산서당은 실제로 3칸이 아니다. 부엌은 반 칸을 늘렸고 마루는 아예 한 칸을 더 확장했다. 결국 4.5칸이지만 퇴계는 3칸의 제도를 따랐다고 주장한다. 확장부의 지붕은 한 단 낮게 붙인 눈썹지붕이고 마루도 듬성한 줄마루를 깔았다. 정식 건물이 아니라는 강력한 차별이다. 즉 본질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필요에 따라 확장하고 변형한다는 실용적인 실천이며, 원칙에만 집착하지 않는 한적한 여유다.옆에 있는 농운정사는 몸체 양쪽으로 날개가 붙은 공(工)자형 각기 방·마루·부엌을 가진 두 기숙사가 대칭으로 붙은 꼴이다. 이 집 역시 이황의 설계 작품으로, 완전한 대칭 같지만 동쪽 방의 문은 두 짝이고 서쪽 방은 외짝으로 차별을 두었다. 같음 속에 다름을 둔 실용적 변용이 번뜩인다. 퇴계가 죽은 후, 쟁쟁한 제자들은 선생을 기념하고 퇴계학파의 근거지가 될 서원 건립을 논의한다. 논쟁과 숙고 끝에 선생의 마지막 서재인 도산서당 뒤에 서원을 건립하기로 한다. 6년 후인 1576년, 드디어 도산서원이 완공됐다. 마치 선생이 앞에 앉고 제자들이 뒤에 둘러선 모습의 건축적 집합체를 이루었다. 도산서원의 주인은 영원히 퇴계이기 때문이다. ●서애 류성룡과 병산서원 서애 류성룡(1542~1607)은 퇴계의 수제자지만, 재야 선비를 고집한 스승과 달리 평생을 관료와 정치인으로 살았다. 임진왜란 이태 전인 49세에 우의정과 이조판서를 겸직한다. 이때 이순신을 수군사령관으로, 권율을 육군사령관으로 발탁한다. 전쟁이 터지자 서애는 영의정까지 올라, 명나라를 참전시키고 승군을 일으키는 등 백방의 노력을 기울인다. 서애가 없었다면 과연 임진왜란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서애가 없었으면 이순신도 권율도 없고, 명나라의 원병도 의승군도 없었을 것이다. 시기 세력의 탄핵을 받아 종전 직전에 고향인 안동 하회마을에 낙향, 은거하면서 지은 책이 그 유명한 ‘징비록’이다. 임진왜란의 원인과 참상을 “회고하고 반성하여 앞으로 잘못을 되풀이 않도록 경계한다”는 게 ‘징비’의 의미다. 영국의 처칠 총리는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종전과 동시에 하야했고, ‘2차 세계대전 회고록’을 지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서애는 조선의 처칠이었다.서애의 근본은 성리학자다. 관직 생활 틈틈이 고향의 풍악서당에서 제자를 양성했으며 하회마을에 원지정사를, 건너편 부용대에 옥연정사를 지어 학문과 저술에 몰두했다. 서애가 죽은 후에 제자들은 풍악서당을 중건하고 위패를 모셔, 1614년에 병산서원을 창건하게 된다. 오랜 관직생활 때문에 서애의 제자는 많지 않다. 또한 도산서원에 비하면 건축적 규모도 작고 정치적 위상도 높지 않았다. 창건 후 250년이 지난 1863년에야 비로소 사액서원이 되었다. 그러나 병산서원은 서원건축의 백미이며 현대 건축가들이 최고의 한국 전통건축으로 꼽는 명작이다. 넓은 백사장에 흐르는 낙동강변, 앞으로 병풍같이 펼쳐진 병산을 바라보며 서원은 자리잡았다. 밖에서 보면 7칸의 기다란 누각, 만대루가 가로막아 서원 전체 모습을 알 수 없게 방해한다. 이 누각은 서원의 여러 모임을 열었던 곳으로, 위아래층이 모두 텅 비어 있다. 서원의 전모를 보려면 안으로 들어가 강당인 입교당 대청 중앙에 앉아 밖을 내다보아야 한다. 텅 빈 만대루를 통해 낙동강의 흐름이 들어오고 누각 지붕 위로는 병산이 펼쳐진다. 누각 아래로는 입구가 있어 사람들의 출입을 알 수 있다. 만대루의 존재는 자연경관을 산·강·사람의 수직적인 천지인 경관으로 나눈다. 성리학자들이 자연을 이해하는 태도이며 이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는 서원의 주인인 원장이 앉는 바로 그 자리다. 주인이 보는 이 장면이 바로 서원의 정면이다. 만대루에 오르면 더욱 감탄할 경관을 대하게 된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과 앞산이 어우러진 풍경을 누각의 기둥들이 수평으로 나누고 연결시킨다. 그야말로 7폭의 자연 병풍을 만든 것이다. 자연을 선택해 인공적 환경으로 치환시키는 이러한 수법을 ‘차경’이라 한다. 경제적이고 생태적인 차경 수법은 한국의 대표적인 조경법이었다. 건축물은 자연을 그림으로 담는 액자 역할을 한다. 액자가 크고 화려하면 그림이 죽는다. 만대루는 기둥과 지붕밖에 없는 매우 간단한 건물이며, 화려한 단청도 장식도 일절 없다. 건물은 자연을, 학문을, 정신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며, 그 내용물이 건축의 실체다. 성리학자들은 이러한 생각으로 서원을 건축했다. ●존현과 천일합일, 서원건축의 의미 퇴계는 서원운동의 개척자요 주창자였다. 한국 최초의 서원은 알려진 대로 1542년 풍기 군수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서원이다. 1550년 후임 군수로 부임한 퇴계는 서원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국가적 차원의 교육기관으로 승격시켰다. 임금이 서원의 간판을 하사하는 최초의 ‘사액서원’이 되어 소수서원으로 이름도 바꾸었다. 전국적인 서원 건립이 촉발되어 전성기에는 700여개에 달하는 서원이 운영됐다. 서원의 목표는 성리학의 전사를 양성하여 이상사회를 여는 것이었다. 핵심 교육방법은 선현들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존현’이었다. 그래서 서원 건축은 선현 제사를 위한 사당과, 강학을 위한 강당으로 구성된다. 퇴계가 정착시킨 시스템이며 도산서원은 그 완전한 모범이다. 성리학적 진리의 시작과 끝은 결국 자연이기에, 자연과 일체가 되는 ‘천일합일’의 경지가 수양의 목표가 된다. 서애는 생전에 하회에 원지정사를 지어 병산서원의 원형을 보여 주었다. 학문을 닦는 서재 옆에 텅 빈 작은 누각을 두었다. 징비록을 저술한 옥연정사는 강과 산의 자연 속에 파묻힌 서실이다. 서애는 자연을 떠난 학문을 인정하지 않았고, 제자들은 그 결정판을 병산서원에서 완성했다. 서원은 존현을 통해 스승과 제자가 하나가 되고, 천인합일을 통해 자연과 일체화하는 수양의 장소였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가을 맞은 광화문 글판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가을 맞은 광화문 글판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광화문글판이 가을을 맞아 새로 단장했다. 교보생명은 광화문글판 ‘가을편’에 이생진 시인의 시 ‘벌레 먹은 나뭇잎’의 글귀를 실었다고 2일 밝혔다. 이생진은 섬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원로 시인이다. 대표작 ‘먼 섬에 가고 싶다’로 윤동주 문학상을, ‘혼자 사는 어머니’로 상화시인상을 받았다. 이번 글귀에는 벌레 먹은 잎사귀의 모난 흠집에서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희생의 고귀함’이 담겼다고 교보생명은 설명했다. 글판의 디자인은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홍나라(성신여대·22)씨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홍씨의 작품은 시의 대표 소재인 나뭇잎을 명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표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광화문글판은 교보생명 빌딩 외벽에 걸리는 가로 20m·세로 8m의 대형 글판으로, 1991년부터 메시지를 전해오고 있다. 가을편은 11월 말까지 광화문 교보생명빌딩과 강남 교보타워 등에 걸린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김천 직지사서 6일 ‘호국성사 사명당 문화대제전’

    김천 직지사서 6일 ‘호국성사 사명당 문화대제전’

    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직지사는 오는 6일 ‘제2회 호국성사 사명당 문화대제전’을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사명대사는 조선 중기 고승으로, 경북 김천 황악산에 있는 직지사 주지를 지냈다. 문화대제전은 추모다례제, 찬불가합창제, 산사음악회 등으로 나눠 진행한다. 특히 산사음악회에는 인기가수 장윤정, 최백호, 박애리, 금잔디, 강민 등이 출연한다. 앞서 5일엔 ‘사명대사 문집에 나타난 선교(禪敎)의 가르침’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와 직지신인문학상, 청소년 백일장 등 부대행사가 열린다. 학술세미나는 1·2부로 나눠 이이화 교수의 ‘호국·민중불교의 입장에서 본 사명대사의 행장’과 오경후 교수의 ‘사명대사의 문집에 나타난 교학적 특성’ 등을 발표한다. 직지신인문학상은 시와 소설 부문으로 나눠 시 당선자에게는 200만원, 소설 당선자에게는 3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청소년 백일장은 대상(경북도지사상 상금 100만원) 1편, 최우수상(김천시장상 상금 50만원씩) 2편, 우수상(김천·상주·문경·예천교육장상 상금 20만원씩) 4편을 시상한다. 김천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제7회 수림문학상에 최영

    제7회 수림문학상에 최영

    제7회 수림문학상에 최영(43) 작가의 장편소설 ‘로메리고 주식회사’가 선정됐다.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은 29일 “예심을 통해 후보작 6편을 추려 최종 심사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친 끝에 로메리고 주식회사를 뽑았다”고 발표했다. 상금은 5000만원. 최영은 부산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번역가로 활동하며 틈틈이 글을 써왔다. 창작문학에서는 완전한 신인 작가인 그는 지난 2017년부터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심사위원단은 “손해사정회사에 입사한 화자의 사회생활 적응기가 남다른 흥미를 전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입담에 비해 소설의 주제적 측면이 약한 것 아니냐는 평이 없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돌이켜보면 흔히 짐작할 수 있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이 정도로 흥미롭고 따뜻하게 그려내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평했다. 심사위원으로는 위원장인 소설가 윤후명과 소설가 성석제·강영숙, 문학평론가 정홍수·신수정이 참여했다. 시상식은 10월 중 개최되며, 당선작은 단행본으로도 출간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현대시조 선구자’ 정완영 탄생 100주년… 김천서 백수문화제 개최

    ‘현대시조 선구자’ 정완영 탄생 100주년… 김천서 백수문화제 개최

    자연과 아름다운 삶을 노래한 고(故) 정완영(1919~2016)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1회 ‘백수문화제’가 오는 30일부터 새달 1일까지 경북 김천문화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1941년 첫 작품 ‘북풍’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한 정완영은 1946년 김천에서 ‘시문학 구락부’를 발족한 뒤 이듬해 동인지 ‘오동’(梧桐)을 발간했다. 1960년 국제신보 신춘문예에 ‘해바라기’ 당선,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 ‘골목길 담모퉁이’ 입선 등 잇따라 당선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채춘보’, ‘실일의 명’, ‘다홍치마에 씨 받아라’ 등의 시조집 등 20여권의 책을 펴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고문 등을 역임했으며 은관문화훈장과 한국문학상, 만해시문학상을 받았다. 정 시인은 2016년 98세의 일기로 별세할 때까지 시와 시조 3000여편을 남겼으며, ‘조국’ ‘분이네 살구나무’ ‘부자상(父子像)’ 등의 작품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백수문화제 첫날인 30일에는 오후 7시 김천 안산공원 야외공연장에서 백수가곡제가 열린다. 정 시인을 비롯해 권숙월 시인 등 김천지역 시인의 시에 임주섭 영남대 교수 등의 작곡가들이 곡을 붙인 가곡을 선보인다. 김천시립교향악단과 소프라노 윤아르나, 메조소프라노 김정화, 테너 차문수 등 성악가들이 ‘김천은 흐른다’ ‘그리운 금강산’ 등 창작 가곡과 정겨운 한국가곡을 들려준다. 31일 오전 11시 직지문화공원에서 백수문화제 개막식이 개최된다. 이를 기점으로 전국시조백일장, 백수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 시민장터 및 시화전, 백수문학상 시상식, 기념 리셉션, 백수한마당 기념 콘서트 등 문인과 시민이 함께하는 장이 이어진다. 오후7시 김천 직지문화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백수한마당 기념 콘서트는 언리미트 밴드의 프리공연, 가수 더나은, 옐로비, 디셈버 윤혁, 배진아, 오보이스트 최아름, 테너 오영민, 프리소울 앙상블 등이 출연한다. 또한 백수문학상 수상자인 박현덕 시인과 신인상 수상자인 구애영 시인 시상식과 함께 정완영 시인의 작품에 담긴 문학정신을 기린다. 마지막 날인 새달 1일에는 직지공원과 김천시민대종, 남산공원 등 정 시인과 관련된 유적지를 탐방하는 ‘백수문학기행’으로 막을 내린다. 정준화 백수문화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백수 정완영 선생의 업적을 새롭게 조명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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