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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집이야, 동화책이야?… 알록달록 그림 위에 새긴 동심

    화집이야, 동화책이야?… 알록달록 그림 위에 새긴 동심

    그림이 돋보이는 동화책들이 눈길을 끈다. 화집이라 해도 모자라지 않을 수준 높은 그림을 비롯해 정감 있고 아기자기한 그림들 보는 재미에 책장 넘기기가 아쉬울 정도다. ●진득한 색감 ‘할머니의 뜰에서’ ‘할머니의 뜰에서’(책읽는곰)는 고속도로 옆 오두막에 사셨던 할머니의 삶을 손자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담아냈다. 아이는 아침마다 할머니가 좁은 부엌을 오가며 차려 내는 아침을 먹고 함께 학교에 간다. 할머니가 풀이 무성한 텃밭을 가꿀 때면 곁에서 거들고, 비 오는 날이면 함께 지렁이를 주워 모아 텃밭에 넣기도 한다. 둘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눈빛, 손짓, 웃음으로 마음을 주고받는다. 시인인 조던 스콧과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수상 작가인 시드니 스미스가 함께 만들었다. 진득한 색감의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특히 역광으로 사물 주변을 빛나게 그린 장면들은 볼수록 감탄을 자아낸다.●상상력 버무린 ‘어린 화가에게’ ‘어린 화가에게’(킨더랜드)는 이탈리아의 화가 줄리아노 쿠코가 생전에 남긴 그림을 그의 친구인 존 밀러 작가가 서정적인 문장으로 엮어 낸 그림책이다. 성인이 된 쿠코가 화가가 되려는 어린 친구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쿠코는 아버지가 먼바다로 나가면 집에서 고요히 그림을 그렸다. 아버지가 찾던 빛이 자신의 그림에 담기길 바랐던 그는 하늘을 날아오르는 사람이나 거울에 인형을 던지는 엄마 등 상상력이 가득 담긴 그림을 그렸다. 각각 따로였던 그림들을 밀러가 하나로 이어 가면서 쿠코의 어린 시절을 서정적으로 그려 냈다. 포근한 수채 물감이 자아내는 알록달록한 그림 위에 쿠코의 상상력도 번져 간다.●만화책의 변신 ‘옥춘당’ 고정순 작가의 만화책을 그림책으로 구성한 ‘옥춘당’(길벗어린이)은 늘 다정하고 따뜻한 할아버지 고자동과 낯을 많이 가리는 할머니 김순임의 사랑 이야기다. 전쟁고아였던 둘은 서로를 아끼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생을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갑작스레 폐암 말기 선고를 받고 할머니 곁을 떠난다. 홀로 남겨진 할머니는 조금씩 말과 기억을 잃어 간다. 초반부 둘의 예쁜 사랑을 그릴 땐 아기자기했던 그림들이 후반부에 점점 기억을 잃어 가는 할머니를 그릴 땐 더없이 슬픈 느낌을 자아낸다. 그림을 더 담기 위해 기존 만화보다 판형을 키웠고, 원래 그림을 매만져 색감과 질감이 풍부해졌다. 지난해 ‘우수만화도서 50선’에 선정됐고, 올해 ‘평택시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펜으로 그린 멸종기 ‘도도가 있었다’ ‘도도가 있었다’(시금치)는 동물의 멸종을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새 도도를 따라간다. 400년 전 도도가 처음 발견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 이후 200년 동안 멸종에 이르기까지를 촘촘하게 담았다. 세계 각국 자연사박물관과 동물 백과사전 및 문학, 역사, 자연과학 분야의 방대한 자료를 압축했다. 펜으로 복잡한 그림의 선을 살리고 파스텔 등으로 도도의 보송한 털 질감을 살려 그렸다. 중간중간 코믹한 그림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지난해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상 논픽션 그림책 후보에 올랐다.
  • ‘마지막 황제’ 작곡 日영화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 별세

    ‘마지막 황제’ 작곡 日영화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 별세

    영화 ‘마지막 황제’ 등의 음악을 작곡한 일본의 유명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사카모토 류이치가 지난달 28일 별세했다고 교도통신이 2일 보도했다. 71세. 1952년 도쿄에서 태어난 사카모토는 1978년 데뷔한 3인조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선구적인 전자음악과 일렉트로 힙합에서 록 음악, 오페라를 비롯한 클래식까지 경계를 확장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음악가로 평가받았다. 사카모토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를 계기로 영화음악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마지막 황제’(1986)로 1987년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작곡상을 받았다. ‘마지막 사랑’(1990)과 ‘리틀 붓다’(1993)로 골든글로브와 영국영화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영화음악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중인두암이라는 첫 번째 암 진단을 받았으나 복귀작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로 골든글로브상, 그래미상 후보에 선정됐다. 2017년에는 한국 영화 ‘남한산성’의 음악 감독을 맡았으며 2018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2020년 6월 직장암을 다시 선고받은 후 투병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지난해 12월 11일에는 직장암 투병의 고통을 승화한 온라인 피아노 독주회를 통해 전 세계 팬을 만나기도 했다. 사카모토는 당시 약 1시간 동안의 공연에서 ‘마지막 황제’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더 라스트 엠퍼러’ (The Last Emperor)를 비롯해 영화 ‘리틀 붓다’의 OST, ‘랙 오브 러브’(Lack of Love), ‘아쿠아’(Aqua) 등 13곡을 연주했다. 이 공연은 지난 2020년 암 선고 이후 치료를 받는 사카모토의 건강을 고려해 미리 녹화된 연주 영상을 편집해 송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공연은 한국을 포함해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 20여 개 국가로 송출됐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71세 생일인 올해 1월 17일에는 6년 만에 새 앨범 ‘12’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투병 중 만든 음악 스케치 가운데 12곡을 골라 정리한 작품집이다. 앨범 아트워크는 사카모토와 친분이 있는 그림 ‘점으로부터’로 유명한 이우환 화백이 그린 드로잉을 사용했다. 고인은 생전에 음악뿐 아니라 환경, 평화 문제 등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예술가로도 유명했다. 지난달 별세한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와 함께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며 탈원전을 주장하는 사회 운동에 참여했다. 또 삼림 보전단체 ‘모어 트리즈’(more trees)와 일본 지진 피해 지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를 설립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는 이날 사카모토의 별세 소식에 자신의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선생님 머나먼 여행 평안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추모의 메시지를 적었다.
  • “80년대보다 못하다” 우리 얘기 아니라 미국 작가 주디 블룸 얘기

    “80년대보다 못하다” 우리 얘기 아니라 미국 작가 주디 블룸 얘기

    “1980년대보다 더하다.” 우리 작가나 기자 얘기인가 싶겠지만 아니다. 미국의 청소년 문학 작가로 국내에서도 탄탄한 독자를 거느린 주디 블룸(85)의 걱정이다. 자신의 소설 몇 권이 플로리다주의 공립 학교와 도서관 등에서 축출된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이 소수의, 다른 의견을 참아내지 못하는 풍토를 개탄한 얘기다. 성(性)이나 인종, 젠더 정체성과 같은 복잡미묘한 주제들을 탐험하는 일을 두려워하며 무조건 못하게 막고 보는 경향을 안타까워한 것이다. 블룸은 2일 영국 BBC ‘선데이 모닝을 진행하는 로라 쿠엔스버그와의 대담을 통해 책들을 금지하는 행위가 “차츰 정치적이 돼간다. 1980년대보다 더하다”고 말했고, 미국에서의 불관용에 대해 걱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절대적으로, 모든 것, 젠더, 성 정체성, 인종차별 등에 대해 관용하지 못한다. 다시 한 번 우리는 반격을 해야 할, 맞서 싸울 지경에 이르렀다”고 답했다. 블룸의 소설들은 일간 워싱턴 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지금껏 32개 언어로 옮겨졌으며 9000만권 이상 판매됐다. 그의 1970년 작품 ‘아 유 데어 가드? 잇츠 미 마가렛’(Are You There God? It‘s Me Margaret)가 오는 28일 애비 라이더 포트슨, 레이철 맥애덤스, 캐시 베이츠 등 주연의 영화로 각색돼 미국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원작 소설은 어린 소녀가 종교와 성 정체성을 탐험하며 사춘기 소녀를 걱정하는 시선들과 마주하는 얘기를 다룬다.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0대 소녀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지만 발간 시점에도 그랬고 지금도 노골적으로 성과 종교 얘기를 발가벗겨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진다. 블룸은 “여러분도 알다시피 모든 면에서는 아니겠지만 우리가 80년대로 돌아가 더욱 나빠지리라고는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책 판금 조치가 정점에 이르렀던 80년대를 통과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끔찍했다. 도서관들과 학교들이 그런 정책들을 내놓고 우리는 책을 검열하겠다는 열망을 꺾지 못했음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돌아왔고, 더 나빠졌다. 이것이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80년대보다 훨씬 나빠졌다. 정치적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주 고향인 플로리다주 의회 의원들이 소녀들이 학교에서나 그들끼리 더 이상 생리에 대해 얘기하면 안된다는 법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6학년이 되기 전에는 월경을 화제로 삼을 수 없도록 막는 법안을 채택했다. “진짜 미친 짓이다. 정말 미쳤다. 너무 놀라서 난 유일한 답은 우리 스스로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갈 길을 잃을 것이다.”블룸에게 다음 질문은 론 디샌티스 지사가 제안한 젠더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관한 토론을 학교에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지난주 플로리다주 교육위원회의 매니 디아즈 주니어 위원장은 트위터에 “학생들은 학교에서 강요된 젠더와 성적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핵심 학문 주제들을 배우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적었다. 블룸은 이에 대해 “권력에 취한 나쁜 정치인들이 실제로 무얼 증명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엄마들은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들을 무엇으로부터 보호한다고? 여러분도 알듯 그런 일들을 얘기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한다? 그런 일들을 아는 것으로부터 보호한다? 그들이 책을 잃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의 몸은 여전히 바뀔 것이고 몸에 대한 감정도 바뀔 것이다. 그것을 통제 못하면 읽을 수 있게 하고 질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책꽂이]

    [책꽂이]

    수소경제의 과학(김희준·이현규 지음, 사회평론) 수소는 기후위기의 구원자로 불린다. 수소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고, 경제·산업 규모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빅뱅 이후 가장 먼저 생겨나고, 우주 질량의 4분의3을 차지하는 수소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2명의 과학자가 수소와 수소경제의 모든 것을 과학적 원리로 풀었다. 140쪽. 1만 2000원.보이지 않는 군대(맥스 부트 지음, 문상준·조상근 옮김, 플래닛미디어) 게릴라, 테러리스트, 반군 등이 치르는 비정규전은 21세기 전쟁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비정규전의 5000년 진화사를 돌아보고 게릴라전의 대가, 유명했던 테러리스트, 반란전 해결사들 등 흥미로운 사례로 그 본질을 분석했다. 884쪽. 4만 5000원.순례(박범신 지음, 파람북) 박범신 작가가 데뷔 50주년을 맞아 산문집 2권을 냈다. ‘순례’는 예전에 쓴 히말라야와 카일라스 순례기에 최근 산문을 붙였다. 육체의 한계를 맞닥뜨리면서 겪는 병고의 여정도 순례로 여긴다. 다른 산문집 ‘두근거리는 고요’는 고향, 문학, 사랑, 세상에 관해 썼다. 숨겼던 아픈 기억과 문학을 향한 치열한 갈망을 담았다. 320쪽. 1만 7000원.통영이에요, 지금(구효서 지음, 해냄) 휴식차 통영을 찾은 37년 차 소설가 이로는 한 카페의 단골이 되고, 문학상 심사에서 끝내 당선시키지 못한 원고의 내용을 곱씹는다. 1980년대에 보안분실로 잡혀가 여러 차례 고문당하고 왼팔을 쓸 수 없게 된 박희린과 그의 연인 주은후, 보안분실에서 일하던 경찰 김상헌에 관해 쓴 소설이 어느 순간 현재와 얽힌다. 284쪽. 1만 6800원.그러나 절망으로부터(마이클 이그나티에프 지음, 김한영 옮김, 까치) 고통으로 가득한 현실 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했던 종교와 철학, 많은 사람이 꿈꿨던 내세나 미래의 이상향, 깊은 절망과 슬픔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돼 준 음악이나 편지 등 17편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인류가 구해 온 절망 속 위로가 무엇인지 여러모로 탐구했다. 400쪽. 2만원.누구나 할 수 있는 NFT 아트테크(강희정 지음, 아라크네) 대체불가토큰(NFT) 작품이 수백억원대에 팔렸다는 이야기가 한창 돌더니 코인 열풍이 식으면서 관련 이야기도 쏙 들어갔다. 미술을 전공한 저자는 여전히 NFT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 NFT의 개념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즐기면서 돈 버는 방법들도 소개한다. 256쪽. 1만 8000원.
  • 저출산국인데 난임 병원 북적… “난임, 여성 아닌 사회적 문제”

    저출산국인데 난임 병원 북적… “난임, 여성 아닌 사회적 문제”

    난임 병원서 만난 3040 여성들경제력·경력단절… 늦어진 임신시술 고통·사회문제 묘사 생생수림문학상 ‘콜센터’ 김의경 신작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저출산 대책도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남성이 30세 이전에 자녀를 3명 이상 두면 병역을 면제한다느니, 0~18세까지 매달 10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느니 별별 안이 다 나온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각 부처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가에선 아이를 낳아 달라고 호소하지만, 불확실한 출산을 향해 혹독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는 정작 관심이 적어 보인다. ‘헬로 베이비’는 시험관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아기천사병원’에서 만나 친해진 30~40대 여성들을 통해 난임과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소설은 경제적 이유로 임신을 계속 미루다 아기를 갖기로 결심한 프리랜서 기자 문정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난임 병원을 찾은 그는 동갑내기 변호사 혜경을 만나 친해지고, ‘헬로 베이비’라는 단톡방을 만들어 다른 이들을 초대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그러던 어느 날 더이상 시험관 시술을 받지 않겠다고 한 뒤 오프라인 모임에도 나오지 않았던 정효가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갑자기 단톡방에 올린다. 회사를 그만두고 난임 병원을 찾은 지은,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난자 냉동 프로젝트를 시작한 수의사 소라, 아동학대 현장에서 생명의 의미를 되새기는 경찰 은하 등 여러 직업, 여러 환경의 여성들이 등장해 난임이 단지 여성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변한다. 의사들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을 임신 성공률이 높은 시점으로 꼽지만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취직하고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 나이에 아이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갖추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남편들은 때때로 무심하고, 아이를 원하는 시댁과 친정의 관심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훤칠하고 몸도 건장한 지은의 남편은 무정자증이고,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혜경의 남편은 혜경이 일곱 번이나 시험관 시술을 받았지만 인공수정과의 차이를 잘 모른다. 문정의 남편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지만 소용없다. 정효의 남편은 잦은 출장으로 거의 집에 없다시피 한데, 함께 사는 시어머니는 손자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정효를 자주 벼랑 끝으로 내몬다. 회사 화장실에서 여성 혼자서 홀로 배에 주사기를 찌르고, 민망한 자세로 진찰을 받고, 고통을 견디며 난소를 채취하는 모습이라든가 근종 수술을 비롯한 각종 수술 등 난임 병원 내 여러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 밖에 의사의 경력이나 성향까지 비교해 가며 담당 의사를 고르는 여성들의 모습도 현실감이 느껴진다.장편소설 ‘콜센터’(광화문글방)로 제6회 수림문학상을 받은 김의경 작가의 이번 소설도 특정한 장소에서의 인물,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일들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한 꺼풀 벗겨 낸다. 소설 첫머리에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은 문정이 대기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고 ‘심각한 저출산 국가의 난임 병원이 이렇게 붐비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저출산과 난임은 사실상 맞닿아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생생한 취재로 난임이라는 문제를 생생하게 그려 낸 소설은 그저 문학으로만 두기엔 아깝게 느껴진다.
  • “내가 받은 공쿠르상, 문학·정치적 의미 담겨”

    “내가 받은 공쿠르상, 문학·정치적 의미 담겨”

    “제가 공쿠르상을 받은 건 문학적이면서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도 담겨 있어요.” 2021년 프랑스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세네갈 출신 작가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33)가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수상이 지닌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그는 주한프랑스대사관이 개최하는 ‘공쿠르 문학상-한국’ 행사의 홍보 작가로 전날 한국을 찾았다. 30여개 국가에서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는 프랑스어를 배우는 각국 학생들이 작품을 읽고 직접 공쿠르상을 뽑아 본다. 수상 당시 서른한 살이었던 그는 1976년 파트리크 그랑빌(당시 29세)에 이어 두 번째로 젊은 수상자였으며, 1921년 르네 마랑 이후 100년 만의 흑인 수상자였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작가로는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 그는 “제 이름이 보부아르, 프루스트 등 공쿠르상의 전통을 만들어 낸 작가들의 명단에 들어간 것은 문학적인 의미”라며 “식민지 잔재로 프랑스어를 배운 젊은 세대가 멋진 작품을 쓸 수 있다면 젊은 작가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어 상징적이고 정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저와 글쓰기 사이엔 누구도 끼어들 수 없죠. 제 목소리로 문학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글쓰기의 핵심이니까요. 작가로서의 제 투쟁만 있죠.” 그는 유망주란 표현에 대해 “작가를 판단할 때 어떻게든 사회학적 측면부터 문체, 연령 등의 어떤 칸에 작가를 분류하려 한다”며 “작가는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칸에서 탈출할 줄 알아야 한다. 결국 작가라는 칸만 남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씨줄날줄] 오에 겐자부로를 읽는 시간/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오에 겐자부로를 읽는 시간/박록삼 논설위원

    1994년 일왕 아키히토는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당시 59세)에게 문화훈장과 문화공로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그해 ‘만엔 원년의 풋볼’이라는 장편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을 치하하기 위함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이은 일본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다. 하지만 오에 겐자부로는 “나는 전후(戰後) 민주주의자이므로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는 권위와 가치관을 인정할 수 없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1958년 만 23세 5개월 최연소 나이에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젊은 작가의 치기와 패기가 남아서가 아니었다. 그의 작품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실존적 사유, 그가 바라는 사회와 공동체의 상이 교직되며 하나의 완성된 세계가 구축된다. 단편 ‘사육’에서 윤리와 순수성을 말살하는 전쟁의 끔찍함을 높은 수준의 문학적 완성도로 담아냈고, 장편 ‘만엔 원년의 풋볼’은 일본의 패전 이후 학생운동에서도 전향한 이들을 내세워 역사적 사실과 개인의 치유를 공동체의 과제로 그려 냈다. 또 르포 ‘히로시마 노트’는 원폭 피해를 고발하고 피폭된 이들의 존엄성과 그들이 만들어 낸 공동체의 위대함을 기술했다. 개인적 삶의 여정을 담담히 적어 낸 에세이집 ‘회복하는 인간’은 오에 겐자부로를 더욱 친숙하게 만든다. 그는 우리에게도 각별하다. 1975년 시인 김지하, 1993년 소설가 황석영 등의 구명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일본의 천황제와 국가주의 등에 대해 일관되게 비판해 온 작가로서 그는 2015년 반전 평화운동에 전념하겠다며 아예 절필을 선언했다. 그해 한국을 찾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충분히 사죄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계속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야스쿠니 문제, 독도 문제, 난징대학살 그리고 일본의 군사 재무장 등 군국주의 회귀에 대해 타협하지 않은 ‘실천적 지식인’의 전형과도 같은 활동이었다. 지난 3일 세상을 떠난 오에 겐자부로(1935~2023)의 부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떠났지만 울림 깊은 작품들은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남겨진 이들에겐 오에 겐자부로를 읽는 시간이 시작됐다.
  • 천명관 ‘고래’, 3대 문학상 부커상 후보에

    천명관 ‘고래’, 3대 문학상 부커상 후보에

    천명관(59) 작가의 ‘고래’가 14일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롱리스트)에 올랐다. ‘고래’는 천 작가에게 2004년 문학동네 소설상을 안긴 작품이다. 한국의 외딴 마을을 배경으로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다.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고래’에 대해 “한국이 전근대 사회에서 포스트모던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겪은 변화를 새롭게 조명한다. 놀라움과 사악한 유머로 가득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천 작가는 평범한 회사원에서 30대에 충무로 영화사에 들어가 영화 ‘총잡이’와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마흔 살에 처음 쓴 단편소설 ‘프랭크와 나’로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지난해에는 누아르 영화 ‘뜨거운 피’를 통해 감독으로도 데뷔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최종 후보 여섯 편은 오는 4월 18일 발표되며, 수상작은 5월 23일 결정된다.
  • 천명관 ‘고래’ 부커상 후보 올랐다

    천명관 ‘고래’ 부커상 후보 올랐다

    천명관(59) 작가가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 천 작가의 ‘고래’는 14일 부커상 홈페이지에 발표된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인 롱리스트에 올랐다.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한국의 외딴 마을이 배경인 ‘고래’는 세 인물의 삶을 따라간다”면서 “한국이 전근대 사회에서 포스트모던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겪은 변화를 새롭게 조명한다. 놀라움과 사악한 유머로 가득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천 작가는 평범한 회사원에서 30대에 충무로 영화사에 들어가 영화 ‘총잡이’와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마흔 살에 처음 쓴 단편 소설 ‘프랭크와 나’로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고래’로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은 뒤 지난해 누아르 영화 ‘뜨거운 피’로 감독 데뷔도 하는 등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2005년 신설된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작가와 번역가에게 상금 5만 파운드를 지급한다. ‘고래’를 번역한 김지영씨도 함께 후보에 올랐다. 이전 이름은 맨부커상으로 2016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수상하며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한강의 ‘흰’(2018년)과 정보라의 ‘저주토끼’(2022년)가 최종 후보에 올랐고,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2022년), 황석영의 ‘해질 무렵’(2019년)은 1차 후보에 선정된 바 있다. 1차 후보로 13편이 발표한 뒤 최종 후보인 쇼트리스트 6편을 선정한다. 최종 후보작 6편은 오는 4월 18일 발표하며 수상작은 5월 23일 결정된다.
  • 노벨문학상 수상 ‘일본의 양심’ 별이 되다

    노벨문학상 수상 ‘일본의 양심’ 별이 되다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가 지난 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교도통신이 13일 보도했다. 88세. 오에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이미 치러졌고, 추후 고인을 추모하는 작별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1935년 에히메현에서 태어난 고인은 도쿄대 불문과 재학 중이던 1957년 ‘기묘한 일’이라는 작품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듬해 ‘사육’으로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그는 1994년 작품 ‘개인적 체험’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설국’으로 196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이어 일본인으로서는 두 번째 수상이었다. 고인에게 노벨상을 안겨 준 ‘개인적 체험’은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작품이다. ‘장애인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가 술과 여자에 집착하고 아프리카 여행을 꿈꾸는 것으로 현실 도피를 하려 하지만 결국 아들을 받아들이는 내용을 그린 것으로 출구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에는 작품 속에서 일본 사회의 불안한 상황을 꼬집는 한편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과 평화를 주제로 ‘오키나와 노트’, ‘히로시마 노트’ 등 많은 글을 썼다. 일본이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 것을 적시한 평화헌법을 지키는 모임 등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일본의 탈원전을 호소하기도 했다.고인은 평소 민주주의를 옹호하며 일왕 제도를 비판해 왔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당시 아키히토 일왕이 문화훈장과 공로상을 수여하려 했지만 거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그는 친한파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2015년 한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나 국민이 충분히 사죄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 국가가 사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과거에 일본이 침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日의 군국주의 비판한 대표적인 작가, 오에 겐자부로 별세

    日의 군국주의 비판한 대표적인 작가, 오에 겐자부로 별세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가 지난 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교도통신 13일 보도했다. 88세. 오에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이미 치러졌고, 추후 고인을 추모하는 작별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1935년 에히메현에서 태어난 고인은 도쿄대 불문과 재학 중이었던 1957년 ‘기묘한 일’이라는 작품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듬해 ‘사육’으로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그는 1994년 작품 ‘개인적 체험’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설국’으로 196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이어 일본인으로서는 두 번째 수상이었다. 고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개인적 체험’은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작품이다. ‘장애인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가 술과 여자에 집착하고 아프리카 여행을 꿈꾸는 것으로 현실 도피를 하려고 하지만 결국 아들을 받아들이는 내용을 그린 것으로 출구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에는 작품 속에서 일본 사회의 불안한 상황을 꼬집은 한편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과 평화를 주제로 ‘오키나와 노트’, ‘히로시마 노트’ 등 많은 글을 썼다. 일본이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 것을 적시한 평화헌법을 지키는 모임 등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일본의 탈원전을 호소하기도 했다. 고인은 평소 민주주의를 옹호하며 일왕 제도를 비판해왔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당시 아키히토 일왕이 문화훈장과 공로상을 수여하려고 했지만 거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그는 친한파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2015년 한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나 국민이 충분히 사죄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 국가가 사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과거에 일본이 침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비판했다.
  • [속보] “일본, 사죄해야”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 별세

    [속보] “일본, 사죄해야”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 별세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建三郞)가 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교도통신이 13일 보도했다. 향년 88세. 오에 겐자부로는 1957년 등단해 ‘개인적 체험’으로 1994년 노벨문학상을 탔다. ‘설국’으로 196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이어 일본인으로는 두 번째 수상이었다. 생전 고인은 일본 사회의 불안한 상황과 정치적 문제에 대한 비판, 천황제와 군국주의, 평화와 공존 등을 주제로 수많은 글을 발표했고으며 국내외 여러 사회 문제에 참여했다. 그는 2015년 한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나 국민이 충분히 사죄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 국가가 사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 소설에 대해서는 “현대소설을 애독하고 높이 평가한다”며 “그중에서 황석영은 현대의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는 큰 소설을 쓴다. 개인의 내면을 그리면서도 사회로 이어지는 인간을 묘사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 홍보 제로, 보편성 프로… ‘이심전심’ 소설 완판

    홍보 제로, 보편성 프로… ‘이심전심’ 소설 완판

    8년간 투병 끝에 심신 추슬러지난해 16년 전 단편 묶어 출간우생학·재택근무 등 세태 담아인기 끌면서 7개월 만에 매진 “홍보를 거의 안 했는데 벌써 매진이라니,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나우주 작가가 자신의 소설집 ‘안락사회’(북티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길게는 16년 전 쓴 단편을 담은 책은 큰 홍보 없이 7개월 만에 모두 나갔다. 책을 펼쳐 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첫 작품 ‘클리타임네스트라’는 2007년 영목문학상을 받았고, 표제작 ‘안락사회’는 2014년 토지문학상을 받았다. 나머지 단편들 역시 여러 문학상 최종심까지 올랐던 것들이다. 나 작가는 “마음에 들 때까지 문장을 고치고 고치느라 1년에 한 편 정도밖에 쓰지 못한다”고 했다. 특히 2014년 이후 글을 거의 쓰지 못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를 받았지만 몸에 이상이 생겨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부터 숨을 쉴 수가 없었고, 책을 보면 소름이 끼쳐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8년 동안 마음의 병과 싸운 뒤 지난해에야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단편 ‘봄의 시’를 덧붙여 책을 낼 수 있었다. 이후 유명 서평 인스타그래머가 릴레이로 추천하는 ‘올해의 책’으로 지난해 유명세를 탔다. 나 작가는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소설을 쓴 지 16년 만에 첫 ‘북토크’도 해 봤다.그는 자신의 단편이 여전히 인기를 끄는 이유로 보편성을 꼽았다. 대표작 ‘안락사회’는 안락사를 기다리는 유기견이 주인공인데, 2014년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더 구체화했다. ‘국회의원 아들 한 명만 배에 있었어도 구조가 저리 늦어졌을까’라는 생각은 근대까지 횡행하던 우생학으로 연결됐다. 작가는 “안락한 사회를 위해, 쾌적한 사회를 위해 가난하거나 없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제거되고 있다는 생각이 지금도 여전하다”고 밝혔다. 2008년 쓴 단편 ‘코쿤룸’은 재택근무를 하는 여성 그래픽디자이너가 가족을 버린 채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다. 집에 갇혀 인터넷으로 일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코로나19를 예견했던 것일까 싶을 정도다. 나 작가는 “재택근무가 현실화하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편하게 일하려고 만든 기계에 거꾸로 예속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소설은 작가의 삶, 살아왔던 경험과 환경, 작가의 감수성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사회와 끊임없이 연결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보편성이 현재의 독자들에게 의미를 얻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 “작품 보편성 때문에 인기”···‘안락사회’ 나우주 작가

    “작품 보편성 때문에 인기”···‘안락사회’ 나우주 작가

    “홍보를 거의 안 했는데 벌써 매진이라니,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나우주 작가가 자신의 소설집 ‘안락사회’(북티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난해 9월 나온 책은 7개월 만에 매진이 돼 현재 2쇄를 준비 중이다. 길게는 16년 전에 쓴 소설이 이제야 담긴 점, 홍보를 거의 안 했는데도 책이 다 팔린 점도 이례적이다. 책을 펼쳐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첫 단편 ‘클리타임네스트라’는 2007년 영목문학상을 받았다. 표제작 ‘안락사회’는 2014년 토지문학상을 수상했다. 나머지 단편 역시 발표 때 호평을 받았거나 여러 문학상 최종심까지 올랐던 것들이다. 작품 편수로만 따지면 글이 느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 작가는 “마음에 들 때까지 문장을 고치고 고치느라 1년에 단편 하나 밖에 쓰질 못한다”고 했다. 오래 공들인 단편을 두고 ‘압축적’이라는 서평이 많다. 단단한 문장이 촘촘한 서사를 빠르게 치고 나가는 느낌을 준다. 다만 2014년 이후 작품을 아예 쓰지 못했다. 당시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를 받았지만,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서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제법 수강생이 많았어요. 당시 대학원에서 졸업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고, 평론도 썼던 참이었죠. 지나친 욕심과 바쁜 활동에 몸이 버티질 못한 거 같아요. 어느 날 숨을 쉬지 못할 정도가 됐고, 책을 보면 소름이 끼쳐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생긴 마음의 병이 무려 8년을 괴롭혔다. 상을 받고도 책을 내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닌듯해 2021년 한 출판사와 함께 책을 냈다.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4개월 만에 모두 팔렸고, 이후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다시 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이렇게 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단편 ‘봄의 시’를 덧붙여 ‘안락사회’가 출간됐다.나 작가는 자신의 소설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작품이 지닌 보편성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단편 ‘안락사회’는 안락사를 기다리는 유기견이 주인공인데,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좀 더 구체화했다. ‘국회의원 아들 한 명만 있었어도 구조가 저렇게 늦어졌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근대까지 횡행하던 우생학으로 연결됐다. 작가는 “안락한 사회를 위해, 쾌적한 사회를 위해 사회적 약자들이 보이지 않게 제거되고 있다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2008년 쓴 ‘코쿤룸’은 재택근무를 하는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가 가족을 버린 채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다. 집에 갇혀 인터넷으로 일하는 모습이 마치 코로나19를 예견했던 것일까 싶은 정도다. 작가는 “디지털 사회가 점점 심화해 재택근무를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다. 편하게 일하려고 만든 기계에 거꾸로 예속되는 우리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소설은 작가의 삶, 살아왔던 경험과 환경, 작가의 감수성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사회와 끊임 없이 연결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획득한 보편성이 독자들에게 의미를 얻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책은 유명 책 서평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릴레이로 추천하는 ‘올해의 책’으로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리렸다. 1월엔 교보문고 기획전 ‘색깔있는 책’으로도 뽑혔다. 지인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글을 써보라 권해 글도 쓰고 있다. 번아웃된 자신을 소재로 삼아 ‘변덕죽을 끓이는 마녀’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썼고, 출판사 몇 곳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 이를 묶어 곧 단행본으로 낼 계획이다. 8년 동안 두문불출을 끊고 이제야 봄을 맞은듯 나 작가는 “힘을 빼고, 조금은 가벼운 이야기로 다시 글을 써보겠다”고 웃었다.
  • 아프리카 역사·문화·자연·인물 모두 알려 줄게 [어린이 책]

    아프리카 역사·문화·자연·인물 모두 알려 줄게 [어린이 책]

    ‘아프리카’에 대해 누군가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부터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에도 첨단 기술 도시가 있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뜨겁게 이글거리는 사막, 생명력으로 넘실거리는 열대우림,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는 기술 도시까지. 아프리카는 이렇게 극과 극이 공존하는, 다양성으로 가득한 경이로운 땅이다. 책은 아프리카를 북, 동, 중앙, 서, 남의 5개 지역으로 나눠 55개 나라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인물을 알록달록한 그림과 친근한 글로 소개한다. 25만년 전 중앙아프리카에 가장 먼저 등장한 현생 인류부터 시작해 3000년 전 서아프리카에서 남쪽으로 이주한 반투인, 여러 왕국의 역사, 유럽 식민 지배가 남기고 간 깊은 상처까지 보여 준다.아프리카의 경이로운 자연과 독특한 문화, 생명력 넘치는 축제와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에 대한 지식은 물론, 주목받는 ‘슈퍼스타’를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202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탄자니아 출신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아프리카 축구의 신 디디에 이브 드로그바 테빌리, 소말리아 길거리에서 찍힌 사진으로 세계적인 패션모델이 된 이만 압둘마지드 등 아프리카의 현대 인물들도 두루 살핀다. 콩고에는 거대한 로봇 교통경찰이 있고, 나이지리아에는 월레 소잉카와 치누아 아체베, 치마만다 응고지 등 문호들이 즐비하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는 2007년부터 모바일 화폐 서비스 ‘엠페사’를 이용한다. 이런 아프리카에 부는 변화의 바람도 주목할 만하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낯설었지만 알고 보면 가까운 아프리카로 독서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겠다.
  • “인간이 만든 신, 그들은 순순히 목줄 차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신, 그들은 순순히 목줄 차지 않는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즐거운 지식’이라는 책에서 “신은 죽었다. 신은 죽어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죽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누군가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대거리한다면 어떨까. ‘감히 니체의 말에’라며 저자를 보니 수긍이 되면서 무슨 얘기를 풀어놨을까 호기심이 앞선다. 이런 궁금증을 부추긴 작가는 테드 창과 함께 현재 세계 SF 문학계를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켄 리우다. 2011년 발표한 단편 ‘종이 동물원’으로 SF·판타지 문학 최고 권위의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 3관왕에 오른 그는 내놓는 작품마다 주목받는 ‘핫’한 작가다. 이번에 실린 단편 모두 훌륭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신들은 목줄을 차지 않을 것이다’, ‘신들은 순순히 죽지 않을 것이다’, ‘신들은 헛되이 죽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포스트휴먼 3부작’이다. 이야기는 인공지능 연구자인 아버지가 죽은 뒤 엄마와 함께 할머니 집에서 살고 있는 매디라는 여학생이 아빠의 유품인 노트북을 열면서 시작된다. 시골로 전학 간 매디는 친구들에게 왕따와 디지털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친구들의 괴롭힘에 펑펑 울다가 열어 본 아빠의 구닥다리 노트북에서 의문의 그림문자 채팅 메시지를 받는다.이 작품들에서는 천재들의 뇌가 디지털화돼 슈퍼컴퓨터와 결합한 디지털 인격이 등장한다. 디지털 인격들은 생전 기억을 통해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인류를 파괴하거나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벌인다. 최근 챗GPT, 달리2 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성장과 가상인간에 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책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매디가 하는 독백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머나먼 클라우드 속에서, 새로운 존재들로 이루어진 종이 인류라는 종의 운명을 설계하는 중이었다. ‘우리는 신들을 창조했어.’ 매디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신들은 순순히 목줄을 차지 않을 거야.’” 이번에 실린 단편 중 아무래도 한국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은 ‘북두’일 것이다. 작가는 임진왜란이 벌어진 이듬해인 1593년 1월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이끄는 수만의 군사가 일본군 눈을 피해 평양성 앞에 도달할 수 있었던 과정과 조명 연합군이 탈환에 성공한 역사적 사실에 과학적 상상력을 더했다. 명나라 군사가 낯선 조선 땅을 빠르게 이동하고 평양성 내부를 실시간으로 정찰해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거대한 풍등 덕분이었다. 풍등은 다름 아닌 기구다. 1783년 프랑스 몽골피에 형제보다 200년이나 앞서 동양에서 기구를 띄웠다는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켄 리우의 작품들은 어느 하나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단편집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주제를 모아 놓은 데다 대체 역사, 사이버펑크 등 SF가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다루고 있어 ‘딱 한 편만 읽어 볼까’라고 생각하고 책을 펼쳐도 눈을 떼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 버릴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이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벌어질 미래를 미리 만나 보고 싶다면 어려운 과학기술 관련 책보다는 켄 리우의 책을 먼저 집어 들라고 강력하게 권한다.
  • 10년, 20년 사랑받은 책… 옷 갈아입고 금의환향

    10년, 20년 사랑받은 책… 옷 갈아입고 금의환향

    표지를 바꾸고 문장을 손본 책들이 다시 출간돼 눈길을 끈다. 10년, 2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 독자를 다시 찾아온 데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지만,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 열림원은 한승원 작가의 ‘추사’, ‘초의’, ‘다산’을 최근 다시 내놨다. 소설은 한 작가가 평생에 걸쳐 좇아 온 이른바 ‘조선 천재 3인’을 다룬 평전 소설이다. 열림원이 2007년 ‘추사’를 냈지만, ‘초의’와 ‘다산’은 이후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 열림원이 이번에 ‘추사’를 개정하면서 다른 두 종의 출판권도 가져와 3부작을 낼 수 있었다. 출판사 관계자는 “‘추사’를 개정하면서 한 작가에게 ‘절판된 두 종의 책을 함께 내자’ 제안했고, 한 작가도 ‘독자들이 오랫동안 볼 수 있길 바란다’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3부작을 마치 한 세트처럼 보이도록 통일감을 줬다. 절판으로 책을 구하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이번 재출간은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지난해 ‘아버지의 해방일지’(창비)로 주목받은 정지아 작가 단편집 ‘숲의 대화’는 올해 10주년을 맞아 표지와 제목을 바꿔 나왔다. 전체 11편 수록 단편 가운데 하나였던 ‘숲의 대화’ 대신 다른 단편인 ‘나의 아름다운 날들’을 제목으로 내세웠다. 새로 책을 낸 은행나무출판사는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호평받으면서 독자들이 ‘숲의 대화’를 많이 찾았다. 지난 10년 동안 5쇄를 찍었는데 현재 재고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작가에 대한 주목도가 부쩍 높아진 상황이어서 다시 찍기보다 새로 내는 게 독자에게도, 작가에게도 좋을 것으로 여겨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던 김려령 작가 ‘완득이’도 15주년 만에 ‘펀치 에디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새로 나왔다. 예전과 달리 표지에는 다른 인물을 제외하고 주인공인 완득이만 등장한다. 창비 관계자는 “현재까지 80만 부수가 팔렸지만, 절판 이후에도 독자들의 재출간 요구가 이어졌다”면서 “독자들을 위해 우선 5000부만 한정판으로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아프리카에서 침팬지를 연구하며 자연과 동물 보호에 앞장서 온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의 자서전 ‘희망의 이유’는 2003년 궁리 출판사에서 한국어판을 처음 낸 이후 20년 만에 김영사에서 새로 선보였다. 이번 2023년 한국어판에는 제인 구달의 특별 서문을 수록하고, 양장본으로 제작해 소장 가치를 높였다. 특히 달라진 표지가 눈에 띈다. 침팬지와 함께 있던 젊었을 적 구달의 사진 대신 아흔이 된 저자를 내세워 현재성을 강조했다. 김영사 관계자는 “20년 전 출간했지만 독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이 책이 당시뿐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재출간 이유를 밝혔다.
  • 감시의 눈, 조용한 위협… 이게 진짜 스파이 세계

    감시의 눈, 조용한 위협… 이게 진짜 스파이 세계

    ‘스파이’라고 하면 영화 ‘007’이나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부터 떠올릴 법하다. 탁월한 능력으로 기밀을 빼 오고 폼나게 적을 제거하는 스파이도 있겠지만, 정체를 숨기고 이웃처럼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스파이 조직 내부에서 서로를 감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2012년 개봉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이런 사례다.스파이 소설 작가로 존 르 카레(본명 존 무어 콘웰)를 꼽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터. 영국 외무부에서 첩보 활동을 하면서 쓴 첫 장편소설 ‘죽은 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시작으로, 지난 50년 동안 현실적인 스파이의 세계를 그려 왔다. ‘실버뷰’는 2020년 별세한 그의 유작이자 스물여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10여년 동안 퇴고를 거듭하다 결국 세상에 내놓지 못한 원고를 아들이자 소설가인 닉 콘웰이 마무리했다. 소설은 유산 덕에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던 줄리언 론즐리가 아버지가 살던 시골 마을 이스트앵글리아에 돌아와 작은 서점을 열면서 시작한다. 부친과 동창생이었다고 밝힌 에드워드 에이번이 찾아와 서점 지하에 비어 있는 공간을 ‘문학 공화국’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친분이 쌓이자 에이번은 론즐리에게 자신의 편지를 한 여성에게 은밀하게 전해 달라 부탁한다.과거 스파이로 활동했던 에이번은 우직하고 충직했지만, 어떤 사건으로 국가를 배신했다. 이를 알아차린 조직은 그를 생포하기 위한 작전을 진행한다. 소설은 론즐리가 바라보는 에이번, 그리고 에이번을 쫓는 조직의 다른 스파이 스튜어트 프록터의 시점에서 씨줄과 날줄을 서서히 꼬아 간다. 2개의 줄이 다 꼬아지는 그 지점에 진짜 에이번이 서 있다. 에이번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는 과정에 냉전 직후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을 배치했다.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이란, 폴란드 등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스파이 조직의 정치적 양면성을 밝힌다. 영국 해외 정보국 MI6에서 첩보활동을 했던 저자는 세 번째 소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로 성공한 뒤 전업 작가의 길을 걸었다. 이후 평생에 걸쳐 영국의 외교 행태와 세계 곳곳에서 자행한 비윤리적 행위들을 소설을 통해 알려 왔다. 전 세계 인권 관련 문제에 몰두하면서 2019년 올로프 팔메상을 받았다.사실적이면서도 치밀한 구성, 생생하고도 유려한 문체로 영국추리작가협회가 수여하는 골드대거상을 비롯해 수많은 문학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마거릿 애트우드, 스티븐 킹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이 존경하는 작가로도 꼽힌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소설을 읽노라면, 에이번이 저자와 흡사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평온한 일상을 지켜보는 감시자, 조직이 보내는 조용한 위협, 암묵적으로 지켜야 했던 스파이의 규칙 등 아흔에 가까운 생애 동안 그가 겪었던 고초가 그대로 작품에 녹았다. “이 소설이야말로 온전히 존 르 카레”라고 칭하는 이유다. 저자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연출을 고사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다 저자의 다른 작품인 ‘더 리틀 드러머 걸’을 드라마로 만든 ‘존 르 카레 마니아’ 박찬욱 감독은 책 머리에 이렇게 추천사를 남겼다. “한국어 독자여서 다행이다. 아직도 번역 안 된 작품들이 남아 있느니.”
  • 국내 유일 SF문학상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이형동·청예

    국내 유일의 SF 신인문학상인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으로 중·단편 대상에는 이형동의 ‘최후의 심판’, 장편 대상에는 청예의 ‘삼남매는 뒤돌아보지 않는다’가 선정됐다. 16일 SF 전문출판사인 허블출판사는 이형동, 청예 이외에 중·단편 우수상에는 박민혁의 ‘두 개의 세계’, 조민현의 ‘삼사라’, 최재혁의 ‘제니의 역’, 허달립의 ‘우주에서 우울이 낫는 순간’이 뽑혔다고 밝혔다. 이형동의 ‘최후의 심판’은 인간보다 공정한 판결로 대중의 신뢰를 얻은 인공지능(AI) 판사의 잇따른 오판에 관한 법정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청예의 ‘삼남매는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전대미문의 파격적인 사건을 일으켜 법정에 서게 된 휴머노이드 삼남매에 대한 재판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심사위원단은 “‘최후의 심판’은 AI를 변호하는 과정의 디테일한 상상력과 설득력이 훌륭하며 ‘삼남매는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유머러스한 모험 서사와 SF에서만 볼 수 있는 문제의식이 절묘하게 결합돼 있다”고 평했다. 장편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 중·단편 대상은 700만원, 중·단편 우수상은 각 200만원이 주어진다. 수상 작품집은 중·단편 부문은 5월, 장편은 8월 출간된다. 2016년부터 시작된 한국과학문학상은 SF 신인 작가의 등용문으로 한국 SF를 이끄는 김초엽, 천선란 등이 이 상을 받았다.
  • ‘신춘문예 3관왕’ 오탁번 前시인협회장 별세

    ‘신춘문예 3관왕’ 오탁번 前시인협회장 별세

    고려대 명예교수이자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낸 지천(芝川) 오탁번 시인이 15일 별세했다. 80세. 1943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학 중이던 1966년 동화 ‘철이와 아버지’, 시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 소설 ‘처형의 땅’이 각각 동아일보, 중앙일보,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신춘문예 3관왕’으로 등단했다. 1971년에는 당시 금기시된 정지용 시인을 연구한 석사 논문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육군사관학교 국어과 교관, 수도여자사범대 국어과 조교수를 거쳐 1978년부터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아침의 예언’, ‘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 ‘생각나지 않는 꿈’, ‘1미터의 사랑’ 등 시집과 ‘처형의 땅’, ‘새와 십자가’, ‘저녁연기’ 등 소설집, 평론집, 에세이 등을 내며 끊임없는 창작 활동을 했다. 1998년에는 시 전문 계간 ‘시안’을 창간했고, 2008~2010년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2020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다. 공초숭모회와 서울신문이 선정하는 공초문학상을 비롯해 한국문학작가상, 동서문학상등을 받았고, 2010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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