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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의 희생·미덕·향수 못잊어”

    “어머니의 희생·미덕·향수 못잊어”

    광주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 중인 소설가 문순태(65)가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소설집 ‘울타리’와 산문집 ‘꿈’(이룸)을 동시에 펴냈다. 소설집은 2002년 ‘된장’이후 아홉 번째이며, 산문집은 세 번째다.‘타오르는 강’‘그들의 새벽’‘느티나무’등을 통해 분단과 5·18이라는 격동의 현대사에 천착했던 작가는 이제 역사인식의 틀에서 비켜나 자신의 문학적 뿌리인 어머니의 존재를 깊이 응시한다. ●어머니는 언제나 가족 감싸는 울타리 “올해 아흔셋의 노모는 도시 생활을 한 지 5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농사 걱정을 하십니다.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나 전형적인 가부장제 아래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셨던 어머니는 언제나 우리 가족을 든든히 감싸는 울타리였지요. 점점 잊혀져가는 농경사회 어머니 세대의 강인한 생명력과 삶의 미덕을 일깨우고 싶었습니다.” 수록작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에는 어머니의 냄새를 못 견뎌하는 아내가 나오는데 작가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하는 말을 빌려 어머니의 냄새를 ‘에미가 자식 놈들을 위해서 알탕갈탕 살아온, 길고도 쓰디쓴 세월의 냄새’라고 표현한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작품으로 작가는 2004년 이상문학상 특별상을 받았다.‘은행나무 아래서’‘느티나무와 어머니’등이 삶의 가치를 어머니와 관련지어 쓴 글들이라면 ‘울타리’는 작가가 요즘 화두로 삼고 있는 ‘경계인’에 관한 소설이다. 젊은 시절 빨치산 활동을 같이 했던 두 친구가 오랜 세월이 흘러 한명은 탈북자로, 한명은 비전향 장기수로 재회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그렸다.“‘된장’이후 역사에서 비켜서려 했는데 쓰다보면 결국 역사의 자리에 와있더라.”는 그는 “그게 작가로서 내 운명인 것 같다.”며 웃었다. 산문집 ‘꿈’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전쟁을 체험한 세대로서의 성찰, 그리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성하는 시각을 담았다.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쏟아지는 인파를 보며 시골길의 한적한 버스정류장을 떠올리고,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보며 시골 우물가를 떠올리는 작가의 글은 광속의 시대 아날로그의 미덕을 돌아보게 한다. ●교단 퇴직후 고향서 창작활동할 것 “홀가분하다”는 말로 15년 교단 생활을 마감하는 소회를 전한 작가는 퇴직 후 고향인 담양으로 돌아가 창작활동에 몰두할 것이라고 했다. 무등산 깊은 골짜기에 집필실 겸 창작교실을 지어 지역 문인들과 일반인들을 위한 문학 사랑방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당장 해야 할 일은 20년째 미뤄온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의 완간. 작가는 “7권까지 써놓고 시간이 없어 손대지 못했던 것인데 앞으로 3권을 더 써서 10권으로 완간하겠다.”고 말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역사 기억 바르게 하는게 지식인 역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작가 오에 겐자부로(71)가 18일 고려대 강단에 섰다. 오에는 ‘개인적 체험’‘만연원년(萬延元年)의 풋볼’ 등 작품으로도 유명하지만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비판하고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반대하는 등 현대 일본의 대표적인 양심으로 존경받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고려대 LG-포스코 경영관 대강당에서 열린 ‘나의 문학과 지난 60년’이라는 강연에서 “역사의 기억을 바르게 하는 것이 지식인의 일”이라면서 “미래 사회를 건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가들로부터 반성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문과대 60주년 기념 ‘제1회 금호아시아나 석학 초청 학술강연’ 연사로 초청받은 그는 “고려대가 101년 전 조국이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구국교육의 기치를 들고 설립됐다는 내용을 보고 일본인으로서 가슴이 벅차고 매우 괴로운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흔히들 역사를 잊지 말자고 하지만 정말 맞는 말입니다. 특히 지식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권력이 매스컴이나 여러 통로를 통해 비튼 역사의 기억을 항상 바르게 하고 확실한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주말화제] 수필문학상 받은 목경희씨

    [주말화제] 수필문학상 받은 목경희씨

    고향과 나를 갈라놓았던 높은 재보다 더 높은 고개 수십개를 넘고 또 넘었다. 그렇게 나이 80이 됐다. 남들은 몸 건강을 1순위로 여겨야 하는 나이라고 하지만 추억 그리고 역사를 하나하나 정리하고 싶다. 수필가 목경희(80·여)씨의 바람이다. “어떤 느낌이 들 때면 순간 어디든 적어둬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죠. 글쓰기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6·25가 끝난 뒤 편물 장사를 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양장, 한복을 만들어 살림을 꾸렸다. 옷을 만들다가도 재단지 한 귀퉁이에 생각나는 것을 긁적이며 삶의 고단함을 달랬다. 목씨는 “고통을 글로 쓰면 객관화가 돼 마음이 편해졌다.”면서 “그러다 보니 물이 줄줄 새는 집에서도 빗방울 소리를 즐길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비교적 유복한 집에서 자랐지만 어머니는 늘 아버지의 뒷모습만 보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 목씨는 시앗을 보고 남편의 폭력에 한 맺힌 삶을 사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랐다. 공부 욕심이 많았지만 정신대에 끌려갈 위기에 처해 학업을 접고 억지로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힘들었던 그 시절이 오롯이 하나의 추억이다. 최근에 펴낸 ‘그리움의 나라’에는 한이나 슬픔보다는 보드라운 담담함이 묻어난다. 목씨는 이 책으로 13일 한국수필문학가협회와 월간 수필문학이 주관하는 제16회 수필문학상을 받는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엔 삶이 버거웠다. 살림을 하는 것은 물론 병상에 있는 남편과 친정 아버지를 돌봐야 했다. 생계를 꾸리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래도 늘 긍정적으로 살아왔다.“원래 인생은 홑으로 사는 게 아니라 겹으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넘어졌을 때 다음을 구상하면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제대로 펜을 잡은 것은 오십줄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첫 수필집을 1987년 회갑 기념으로 냈다. 본격적으로 ‘수필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모녀산문집 ‘분홍옷 갈아 입고 꽃길을 가네’가 큰 반향을 얻으면서다. 교사였던 맏딸은 사위와 함께 일본 문부성의 지원을 받아 유학길에 올랐다. 힘든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딸에게 남은 것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이 아닌 암이었다. 엄마의 간호를 받다 딸은 86년 세상을 떠났다. 사위로부터 딸의 사진부터 편지까지 모든 유품을 넘겨 받고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순간순간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그래서 무려 5년이 걸려 딸의 간병기를 써냈다. “딸의 생명으로 만들 글이죠.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지금껏 제가 펜을 놓지 않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80세 수필가는 마음이 급하다. 예전에 냈던 책들을 다시 펴내 수익금으로 굶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 오래 살아온 만큼 나보다는 시대를 써서 남기고 싶다. 동시에 마음이 느긋하다. 그는 “이제는 아등바등 살기보다는 죽음을 준비해야할 시기”라면서 “몸의 건강보다는 정신의 건강을 돌보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책꽂이]

    ●단테의 빛의 살인(줄리오 레오니 지음, 이현경 옮김, 황매 펴냄) ‘신곡’의 시인 단테를 탐정으로 부활시킨 이탈리아 추리소설가 줄리오 레오니의 소설. 중세시대 피렌체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연쇄살인을 파헤치는 단테의 활약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전작 ‘단테의 모자이크 살인’은 이탈리아 ‘올해의 베스트셀러상’을 수상했다.9800원. ●뷰티풀 네임(사기사와 메구무 지음, 조양욱 옮김, 북폴리오 펴냄) 2004년 도쿄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계 일본인 작가의 유작집.1987년 열여덟의 나이로 ‘문학계 신인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단한 사기사와 메구무는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세차례나 오르는 등 유미리, 이양지와 함께 대표적인 한국계 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유작집에는 재일동포들이 이름 때문에 겪는 고뇌와 갈등을 다룬 ‘안경 너머로 본 세상’등 4편이 실렸다.8500원. ●떠나보낼 수 없는 세월(최숙렬 지음, 윤성옥 옮김, 다섯수레 펴냄)미국에서 전업작가로 활동중인 저자의 자전소설. 외세의 침탈, 강제징용의 아픔, 이산과 분단의 비극을 고스란히 겪어왔던 저자의 고통스런 가족사를 이야기한다.1938년 평양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월남한 저자는 이화여대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도서관협회 최우수 도서선정작.9000원. ●레바논 감정(최정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밀도높은 언어를 구사하는 시인’이란 평가를 받아온 최정례 시인이 이수문학상 수상작 ‘붉은 밭’이후 5년 만에 펴낸 네번째 시집.‘옛 애인들은 왜 죽지 않는걸까요/죽어도 왜 흐르지 않는 걸까요’(‘레바논 감정’중)처럼 기억과 시간을 통해 자아의 결핍을 치유하는 존재론을 담은 시편들을 묶었다.6000원. ●칸트의 동물원(이근화 지음, 민음사 펴냄) 200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 나쓰메 소세키의 산문, 릴케의 시 등 다양한 텍스트를 차용하고, 일상의 묘사에 신화와 동화적 모티프를 뒤섞는 독특한 언어구사가 인상적이다.7000원.
  • [부고] 노동자 시인 박영근씨

    운동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작시를 쓴 노동자 출신 시인 박영근(朴永根) 씨가 11일 오후 8시45분 서울 백병원에서 결핵성 뇌수막염과 패혈증의 악화로 별세했다.48세. 전북 부안 출신으로 전주고를 다닌 고인은 상경해 노동자로 일하다 1981년 ‘반시(反詩)’ 제6집에 시 ‘수유리에서’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뒤를 이어 박노해 백무산 김해화 김기홍 등 노동자 출신 시인들이 잇따라 등장해 1980년대 이른바 ‘노동문학’을 꽃피웠다. 고인은 생전에 민중문화운동협의회, 노동문화패 ‘두렁’ 등에서 활동했고, 인천민예총 사무국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위원장과 이사 등을 지냈다. 1980년대 대학가에서 널리 읽힌 첫 시집 ‘취업공고판 앞에서’(1984)를 비롯해 ‘대열’(1987),‘김미순전(傳)’(1993),‘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1997),‘저 꽃이 불편하다’(2002) 등 다섯 권의 시집을 남겼다.1994년 제12회 신동엽창작상과 2003년 제5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빈소는 강남성모병원이며, 장례는 15일 오전 8시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시인장으로 치른다.(02)-590-2135.
  • 12일 ‘자비대상 부문상’ 받아

    윤기태 충용회 회장은 12일 서울 을지로6가 스칸디나비안클럽에서 열리는 일붕문학상 시상식에서 상이군경 위문, 이웃돕기 선행 등 공로로 ‘자비대상부문상’을 받는다.
  • 8년만에 소설집 ‘소설 쓰는 밤’ 펴낸 윤영수씨

    8년만에 소설집 ‘소설 쓰는 밤’ 펴낸 윤영수씨

    작가 윤영수(54)가 8년 만에 신작 소설집 ‘소설쓰는 밤’(랜덤하우스중앙)을 내놓았다. 1990년 단편 ‘생태관찰’로 서른여덟의 나이에 늦깎이 등단한 작가는 소설집 ‘사랑하라, 희망없이’‘착한 사람 문성현’(1997년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등을 통해 ‘90년대 소설의 성과이자 가능성’으로 일컬어지며 평론가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98년 ‘자린고비의 죽음을 애도함’이후 책을 내놓지 않아 문단에서 잊혀지는 듯했다. 오랜 침묵의 이유에 대해 그는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했다.“세 권의 소설집을 내면서 ‘내가 참 소설을 모르는구나’싶었어요. 문학소녀도 아니었고, 어쩌다 소설을 쓰게 된 건데 문운이 좋았던 거죠.” ‘소설쓰는 밤’에는 모두 6편의 단편이 실렸다. 등장인물과 사건이 유기적으로 얽히는 연작소설 형식으로,98년 이후 드문드문 문예지에 발표했던 글들을 묶은 것이다. 종합병원 4인용 병실에 입원한 네 명의 환자 이야기인 ‘무대 뒤의 공연’으로 시작해 엉뚱하고 수상한 소설가가 주인공인 ‘소설쓰는 밤’으로 마무리되는 소설집은 다양한 사람들의 요지경 인생사가 끝없이 반복되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연상케 한다. 소설에는 각기 다른 병을 앓는 네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중풍에 걸려 운신이 불가능한 ‘통나무 노파’,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제초제로 자살을 시도한 ‘제초제 여자’,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 하나 믿고 사는 ‘당뇨 여자’, 그리고 무병을 앓는 ‘불명열 여자’다. 생판 남남인 이들은 그러나 ‘알고보면’ 저마다 인연의 끈으로 연결돼있다. 이를테면 ‘제초제’와 ‘불명열’은 어릴 때 시장통에서 헤어진 친자매이며,‘통나무 노파’는 제초제 남편의 어머니가 예전 부엌일을 나가던 부잣집의 안주인이라는 식이다. 이들의 가족들도 병실 밖에서 여러 형태의 인연으로 엮인다. 개연성을 무시한 우연의 남발은 일부러 의도한 것이다.“소설의 기본도 모르는 엉터리같은 이야기라고 볼 수 있지만 현실이 때론 소설보다 더 소설같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작가는 마지막 연작 ‘소설쓰는 밤’의 화자인 소설가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인간의 삶이라는 게 너무 빤해요. 그래서 소설도 빤해요. 조금은 외롭고 조금은 어처구니없고, 살아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울고 싶고, 또 살아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불쌍하고.’(238쪽)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로 리듬감있게 펼쳐놓는 이야기의 바닥에는 인간에 대한 짙은 연민이 깔려있다.“비슷한 인물,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건 재미없다.”는 작가는 “다양한 경험을 안고 사는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를 폭넓게 담고 싶다.”고 했다.9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형식의 운명, 운명의 형식(문흥술 지음, 역락 펴냄) 문학 형식과 운명과의 상관 관계를 분석해 우리 문학이 나아갈 방향성을 모색한 평론집. 송경아, 구효서, 황지우 등의 작품을 통해 포스트 모더니즘소설과 해체시, 환상문학의 올바른 전망을 점검하는 한편 최인훈, 김춘수 등의 작품에서 문학의 운명이 어떤 형식으로 귀결되는지를 고찰한다. 올해 김달진문학상 수상작.1만 8000원. ●아모르 파티(송혜근 지음, 작가정신 펴냄)1990년 ‘현대소설’,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저자의 신작 장편소설. 이국적인 옷가게 ‘타멜라’를 운영하는 주인공이 수련을 통해 자신을 지우는 경험을 한 뒤 이혼한 남편과 불편한 감정을 정리하고, 딸에게 15년 간 숨겨온 이혼사실을 고백함으로써 스스로 삶을 긍정하는 과정을 그렸다.7000원. ●센티멘털(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문학동네 펴냄)‘일식’‘장송’등을 통해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떠오른 히라노 게이치로의 첫 단편집. 철학적인 주제를 환상문학적인 분위기와 고풍스러운 문체로 풀어낸 ‘청수(淸水)’등 4편 수록.9500원. ●시인의 가슴에 심은 나무는(김후란 지음, 답게 펴냄)‘문학의 집, 서울’이사장인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자연은 위대한 예술작품/온갖 생명/신비롭게 어울러져//사람도 짐승도 애벌레까지도/저마다의 얼굴로 제 갈길 가며/끼리끼리 모여 사는/이 놀라움.’(‘자연의 신비’중)처럼 자연이 주는 감동을 예찬한다.8000원.
  • DCN 미디어, 일본영화 대거 수입

    최신 일본 영화가 이르면 7월부터 스크린은 물론, 안방 극장을 대거 공략하게 된다. 일본문화채널 채널J를 운영하고 있는 DCN미디어(대표 엄홍식·전상균)는 1일 영화수입·배급사 스폰지(대표 조성규)와 일본 영화 소개와 저변 확대를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미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작을 원작으로 한 ‘박사가 사랑한 수식’과 ‘란포지옥’,‘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녹차의 맛’ 등 10편의 수입을 결정한 상태. 이 작품들은 오는 7월 스폰지전용극장에서 열리는 일본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뒤 이르면 10월 채널J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 자연·일상 보듬는 햇살같은 시선

    자연·일상 보듬는 햇살같은 시선

    “느티나무 집/부엌 아궁이에서 불 지피던 아낙이/우는 아이 달래러 방에 들어갔군요./…/예쁜 개울 토닥이다가 아낙도/함께 잠들었군요.” (‘개울가 눈 오는 풍경’중/김영남) “바람 불고/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그 가녀린 것들의 생이 한순간,/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풍경의 깊이’중/김사인) 5월 햇살처럼 깊고 따스한 시선으로 자연과 일상을 보듬는 두 중견 시인의 서정시집이 나왔다.19년 만에 두번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창비)을 펴낸 김사인(51) 시인은 이땅의 남루한 일상들에 연민의 눈길을 보내고, 세번째 시집 ‘푸른 밤의 여로’(문학과지성사)를 출간한 김영남(49)시인은 마냥 고향으로 달음박질치는 시심을 시집 안에 가뒀다. 오랜 성찰과 정제된 시어로 담금질된 시편들은 눈보다 먼저 마음으로 읽힌다.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차리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묻는다/어떤가 몸이여.”(‘노숙’중) 첫 시집 ‘밤에 쓰는 편지’(1987) 이후 김사인 시인은 오랫동안 시를 발표하지 않았다.“90년대 초 ‘노동해방문학’지 사건으로 수배 중일 때 시집 한 권분량의 원고를 잃어버린 뒤 한동안 시를 쓰지 못했다.”고 한다.2000년대 들어서야 그동안 메모해 뒀던 시들을 정리해 발표하기 시작했고, 앞서 인용한 시 ‘노숙’으로 지난해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의 시선은 작고, 가녀린 것들에 닿아 있다.“바람 불고/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눈여겨 보는 이 아무도 없다.//그 가녀린 것들의 생이 한순간,/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풍경의 깊이’ 중)는 우주적 깨달음이나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빈 호주머니여//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그간의 일들을/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코스모스’전문)라는 탄식은 지상의 고된 일상을 견디는 순박한 영혼들을 따듯하게 위로한다. 오랜 진통 끝에 세상에 나온 시집은 선후배 문인들의 뜨거운 환대를 받고 있다. 신경림 시인은 “너무 슬프고 너무 아름답다.”고 평했고, 평론가 임우기는 무려 40여쪽에 이르는 공들인 해설을 보탰다. 시인은 “(시쓰기는)금욕과 고행이 수반되지 않으면 보람을 이룰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이 몇해의 안팎의 소강이 마냥 편치만은 않다.”고 시집 말미에 소회를 적었다.6000원. “구두가 미리 알고 걸음을 멈추는 곳, 여긴 푸른 밤의 끝인 마량이야. 이곳에 이르니 그리움이 죽고 달도 반쪽으로 죽는구나. 포구는 역시 슬픈 반달이야. 그러나 정말 둥근 것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거고 내 고향도 바로 여기 부근이야.”(‘푸른 밤의 여로-강진에서 마량까지’ 중) 김영남 시인의 고향은 전남 장흥이다. 동향인 소설가 이청준, 화가 김선두와 함께 고향을 소재로 한 시·소설 화집 ‘옥색 바다 이불 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를 내는 등 수구초심이 각별하다. 그에게 올해 현대시작품상을 안겨준 작품 ‘마량항 분홍 풍선’도 고향에 대한 향수를 노래한 것이다. ‘정동진역’(1998)‘모슬포 사랑’(2001)에 이어 세번째 내놓은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어린 시절 고향의 아늑한 품속으로 회귀한다. 시인의 말마따나 “‘정동진’에서 시작해 제주도 ‘모슬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고향 땅인 ‘정남진’(장흥)으로 귀향하는 시의 행로를 갖게 됐으니 우연치고는 참 묘한 우연”이다. 시집엔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인상적으로 형상화한 시편들이 도드라진다.“달, 저 달을/싸리울에 묶어본다. 허름한 말뚝에 매어본다.”(‘가을밤이 되면’ 중)라거나 “느티나무 집/부엌 아궁이에서 불 지피던 아낙이/우는 아이 달래러 방에 들어갔군요./…/예쁜 개울 토닥이다가 아낙도/함께 잠들었군요.”(‘개울가 눈 오는 풍경’ 중) 등은 독특한 서정의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평론가 김주연은 “자신의 주관을 주변 환경과 자연속에 개입시켜 서정의 위기를 극복해 가는 진정한 신서정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고 평했다.6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혼불’에 깃든 민족 생명력 기린다

    ‘혼불’에 깃든 민족 생명력 기린다

    장편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1947∼1998)를 기리는 기념관이 25일 전주에서 문을 열었다. ‘혼불 기념사업회’는 2001년부터 국비 등 16억여원을 들여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에 80여 평 규모의 ‘최명희 문학관’을 건립해 이날 개관식을 가졌다. 지상·지하 각 1층 규모로 마련된 문학관의 본관인 ‘독락재(獨樂齋)’에는 ‘혼불’의 원고 원본과 최씨의 친필 서신, 유품, 최씨의 문학 철학을 담은 영상물 등이 전시됐다. 지하 공간인 ‘비시동락지실(非時同樂之室)’은 문학 강연장과 상설 전시장 등으로 활용된다. 초대 관장인 장성수(58) 전북대 국문과 교수는 “전주는 최명희 작가가 고교 교사와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활동해온 곳”이라며 “문학관은 최 작가가 소설 ‘혼불’에 담아낸 우리 민족의 생명력을 기리는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희는 조선시대 남원지역 양반가의 몰락과정과 3대째 종가를 지켜온 며느리의 애환을 그린 대하소설 ‘혼불(10권)’을 17년 동안에 걸쳐 완성해 전북 애향대상과 세계문학상, 단재문학상, 호암상 등을 받았으나 1998년 12월 암으로 타계했다. 전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책꽂이]

    ●근대문학의 종언(가리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도서출판b 펴냄)‘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은유로서의 건축’등을 펴낸 일본 비평가이자 사상가 가리타니 고진의 최신작.2003년 10월 긴키대학 국제인문과학연구소 부속 오사카칼리지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었다. 저자는 “문학이 근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았고, 특별한 가치가 있었지만 그런 것이 이젠 사라졌다.”고 주장한다.2만원. ●강산무진(김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베스트셀러 ‘칼의 노래’의 작가가 데뷔작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을 발표한 지 11년 만에 내놓은 첫 창작집.2003년 발표한 ‘화장(火葬)’에서 올봄 계간지에 발표한 표제작까지 8편을 묶었다. 수록작 중 ‘화장’은 2004년 이상문학상,‘언니의 폐경’은 2005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1만 1000원. ●살다(오토가와 유자부로 지음, 이길진 옮김, 열림원 펴냄)‘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산다는 것의 진정한 기쁨과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묵직한 주제를 깊이있게 파고든 소설. 정교한 인물묘사, 아름다운 장면구성 등으로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한편의 시처럼 그렸다. 저자는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시대소설 작가로 2002년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을 수상했다.9800원. ●정오의 희망곡(이장욱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자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을 펴낸 소설가, 그리고 문학평론가로도 활동중인 저자의 두번째 시집.‘먼지처럼’‘새들의 비밀’등 정형화된 이미지를 뛰어넘는 언어표현을 통해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시 세계를 선보인다.6000원.
  • 정지용문학상에 강은교 시인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의 문학정신을 기려 지용회(회장 이근배)가 제정해 시행하는 정지용문학상의 올해 제18회 수상자로 시인 강은교(61) 동아대 국문학과 교수가 15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초록거미의 사랑’에 수록된 시 ‘너를 사랑한다’. 시상식은 지용문학축제 기간인 새달 13일 오후 2시30분 충북 옥천 관성회관에서 열린다.
  • “문학 대중화” 꿈꾸는 두 잡지 창간

    ‘친근한 문학’‘쉽고 재밌는 문학’을 표방한 대중적 문학 잡지들이 잇따라 창간돼 눈길을 끈다. 5월호로 첫선을 보인 월간 ‘에세이플러스’(범우사)는 창간 배경부터 남다르다.10년간 활동해온 문학동아리 ‘에세이 포럼’의 회원 150여명이 주주로 참여해 창간을 주도했다. 수필 문학을 문단 장르에서 해방시켜 보통 사람들이 함께 즐기며 웃고 위로받을 수 있는 생활문화로 정착시키려는 게 창간 취지이자 목적이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눈높이에 맞춘 산문 문학을 지향하는 만큼 수필외에 실록, 수기, 기행, 서간, 칼럼 등 다양한 형식의 산문은 물론 연극, 영화, 미술 등 각종 문화예술 정보도 두루 아우른다. 필진도 마찬가지. 공지영, 장영희, 도종환, 이주향 등 유명 문인들의 칼럼과 일반 독자들의 글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 모든 주주들이 경영인이자 편집인, 독자 겸 보급자이기 때문에 창간호가 나오기도 전 이미 정기구독자 3000여명을 확보할 정도로 판매 전망도 밝다.‘에세이플러스’의 편집주간을 맡은 문학평론가 임헌영씨는 “양적인 팽창 일로에 있는 에세이문학의 풍토를 개선하면서 대중적인 독서층의 저변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 창간에 앞서 맛보기호를 내놓은 청소년 문학계간지 ‘풋,’(문학동네)은 1318세대를 위한 ‘문학놀이터’를 자임한다. 소설가이자 국어교사인 유소영과 고교 자퇴후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인 김현진이 편집위원을 맡고, 계간 ‘문학동네’의 편집위원인 남진우, 류보선, 서영채 등이 자문을 맡았다. 맛보기호에는 소설 속 십대들의 캐릭터 분석, 영화 속 친구들, 청소년 필자들이 쓴 친구 이야기를 비롯해 소설가 김연수의 서재, 시인 신현림 인터뷰, 소설가 김중혁의 콩트 등이 실려있다. 문학동네측은 “당장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청소년들이 함께 꿈꾸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청소년 편집위원들을 뽑고,‘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을 통해 재능있는 청소년들의 창작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소월시문학상 대상에 문태준씨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21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시인 문태준(36)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그맘때에는’외 15편. 우수상 수상자로는 송찬호 김완하 김신용 나희덕 이정록 시인이 선정됐다. 중진·원로 시인들에게 시상해온 소월시문학상 특별상 수상자는 올해 내지 못했다. 상금은 대상 1300만원, 우수상 각 100만원이며, 시상식은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이상문학상 등과 함께 11월에 열린다.
  • [부고] 원로 아동문학가 박홍근씨

    원로 아동문학가 박홍근씨가 28일 오후 10시4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87세. 고인은 함경북도 성진 출생으로 1950년 6·25전쟁 때 월남해 53년 해군본부 편수관,59년 KBS 문학프로담당,60년 월간 ‘새사회’ 주간 등으로 활동했으며,81∼86년 한국아동문학가협회장을 역임했다. 1945년 ‘문화’지에 동시 ‘돌아온 깃발’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고인은 동시집 ‘나뭇잎 배’‘날아간 빨간 풍선’, 시집 ‘입춘부’, 동화집 ‘할아버지들이 없는 마을’‘참, 야단들이야’‘이뽑기가 싫어서’ 등을 비롯한 다수의 장편 소년소설과 수필집을 남겼다.1999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대한민국 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가톨릭대 의류학과 교수를 지낸 부인 김미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한림대부속 강남성심병원, 장례미사는 31일 오전 9시 대림동 성당.(02)849-9004.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방송 진행자 변신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방송 진행자 변신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씨

    나는 마흔 셋이고 마흔 세 해를 살아온 힘으로 너를 사랑한다…. 그랬다. 온몸으로 사랑했다. 열심히 마음주고 상처도 많이 받았다. 좌절 앞에서 ‘진심’이라는 지줏대에 의지해 일어섰다. 그렇게 마흔 셋까지 열렬히 살아오면서 낳은 자식들, 즉 ‘봉순이언니’ 150만부,‘고등어’ 70만부,‘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40만부에 이른다. 또 있다. 최근에 발간된 ‘사랑후에 오는 것들’은 벌써 20만부 이상 팔렸다. 지난해 봄 발간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배우 강동원과 이나영의 주연으로 한창 영화촬영 중이어서 곧 스크린을 통해 재현된다. 더 이상 무슨 주저리가 필요할까. 이 시대의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43)씨.1980∼90년대를 치열하게 살면서 우리 문학의 특별한 개성으로 여전히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깊이 파고들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말 잘한다는 얘기 많이 들어 이런 그가 요즘 ‘외도’라는 신선한 맛을 보고 있다. 다름 아닌 방송 진행자로 변신한 것. 지난 13일부터 매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월∼토 오후 4:05∼5:00 98.1㎒, 연출 정혜윤) 코너를 맡아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88년 중편 ‘동트는 새벽’ 이후 소설가의 길을 쭉 걸어왔기에 얼핏 ‘방송 출전’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공씨를 만났다. 시간 약속 때문에 집에서 서둘러 나와서인지 머리모양은 덜 정돈된 듯한 ‘집안형’이었다. 옷차림은 소탈하고 수수한 아줌마의 느낌이다. 먼저 방송 진행의 소감을 물었다.“시간 제약만 안 받으면 재미있어요. 원래 인물탐구를 좋아하거든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잖아요.”라고 대답했다. 또 “고등학교와 대학 다닐 때 방송반에서 아나운서 경험을 했어요.”라고 덧붙인다. 이어 “시사평론가 정범구씨가 진행하는 CBS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어요. 말도 잘 한다고 판단했던지 담당 PD한테 연락이 왔더군요. 처음엔 거절했는데 나중에 고집이 꺾였죠.”라며 웃는다. 대신 조건을 내세웠다고 했다. 진행을 하면서 출연자들에게 예의나 차리는 식의 입에 발린 말로 동의해주는 것은 탈피하겠다고. 즉 ‘공지영식’으로 솔직하게 진행하는 여유를 달라고 했다.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방송진행에도 독특한 스타일이 어김없이 반영돼 톡톡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최고위원과 인터뷰에서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느냐.”고 질문한다.“옳은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라는 대답에 공씨는 즉각 “왜 혼자만 옳다고 생각하느냐.”고 치받는다. 영화배우 안성기씨한테 “연애 몇번이나 해봤어요.”라는 질문을 툭 던진다. 안씨가 부인과의 사랑 얘기로 피해가려(?) 하자 공씨는 “아니요, 아내는 빼고요, 첫사랑과는 왜 헤어졌어요.”라고 지체없이 잡아당긴다. 이에 대해 “푼수처럼 구니까 오히려 편안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라고 전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말을 잘 못한다는 속설이 있다고 하자 “글쎄요, 어렸을 때부터 말 잘한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사물을 늘 신선하게 아이의 눈으로 보고 싶거든요.”라고 일축해버린다. 공씨는 인터뷰 도중 물을 자주 마셨다.“어제는 술도 안마셨는데…, 잠을 못자서 그런가.”라고 설명했다. 사실은 어젯밤 집에서 그냥 우두커니 앉아 뭔가 골똘히 생각하다보니 두시간밖에 못잤다고 고백했다. 자연스럽게 술 얘기가 나왔다. 공씨의 술친구들은 두 그룹이 있다. 연세대 81학번 출신들로 모인 언론인·화가그룹, 또 얼마전에 생긴 ‘공사모’가 있다. 저녁 7시에 만나 새벽 2시까지 술판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술버릇은 음주가무. 적당히 술에 취하면 대부분 노래방으로 가 노래와 현란한 춤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애창곡은 ‘광화문연가’와 혜은이의 ‘열정’이다.1차 만나는 장소는 주로 홍익대 주변이다. 거나하게 취해도 집앞까지 데려다 주는 친구들이 있어 걱정이 없다고 했다. 그들 중 혹시 애인이라도? 그러자 “정들었다면 단둘이 마시지 왜 몰려다녀요?”라고 즉각 반박한다. ●“결혼하려면 다섯 남자와 동거를” 채플시간에 강의 방송 외에 다른 외도, 강사 러브콜은 없는지 궁금했다.“얼마 전이더라, 이화여대 채플시간에 강의를 한 적이 있었어요. 거기서 ‘결혼이 중요하다, 이혼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결혼하려면 다섯남자와 동거를 해보라.’는 식으로 했지요. 그것도 채플시간에. 다음부터는 연락이 안오데요.” 이어 소설이란 강의를 통해 가르칠 수가 없다는 지론을 편다. 음악과 미술, 무용 등과 달리 소설작법에는 어떤 정형이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인간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갖춰지면 그 자체가 소설의 시작이라는 주장이다. 공씨는 어렸을 때부터 시를 즐겼고 원래 시인이고 싶었다.85년 기성문단에 첫 발표된 것도 시였다. 하지만 곧 방향을 틀었다. 시는 천재의 장르이자 타고난 재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노력하는 소설’이 좋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책을 내는 족족 베스트셀러가 되는 까닭을 물었다. 잠시 망설이더니 “원래 지겨운 거 싫어해요. 성격도 급하고 직설적이지요. 쓸 때, 읽는 독자들이 바로바로 책장을 넘기는 것을 늘 염두에 두지요.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그럴 듯하게 잘 하나봐요.”라며 웃는다. 얼마나 벌었을까.“아직 빚도 다 못갚았어요.”라고 했다. 몇해전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 인간답게 사는 게 뭔지 절실해 강원도 평창에 집을 하나 큰 맘 먹고 사두었다고 했다. 주로 여름에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공간이다. 주위에 텃밭이 조금 있어 배나무 몇그루 등을 심어놓았다. 또 고3인 큰딸과 초등학생인 두 아들 등 네식구를 위해 자전거를 장만했다. 공씨 자신은 중학교때 이후 30년 만에 자전거를 샀다. 자택인 성남시 분당구 탄천 주변을 식구들과 가끔 자전거로 달린다. 아이들은 성씨가 각각 다르지만 어머니를 잘 따르고 화목하게 지낸다. 큰딸이 엄마의 기질을 닮아 글을 썩 잘 쓴다고 했다. 몇군데 대학에서 벌써 오라고 해 요즘 기세가 등등해졌다며 웃는다. 그러나 큰딸에게 이러쿵저러쿵 간섭 안 한다. 다만 “문학은 일단 놔두고 딴 곳의 삶을 봐라. 무슨 책이든 읽어라. 세상 어디든 가봐라. 밀림도 가고, 사막도 가고, 우주도 가봐라.”라는 말을 자주 해준다. 공씨는 잡·박식 스타일. 한달에 책구입 비용으로 적게는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쓴다.‘해방전선의 재인식’이라는 사회과학 서적을 비롯해 부동산, 요리, 탤런트 수기, 여행, 맛집멋집 등의 다양한 책을 구입한다. 잠 안오고 배고플 땐 여행과 요리책을 즐겨본다. 집안에는 6000여권의 책을 꽂을 수 있는 책장이 있는데 오래전부터 꽉 찼다. ●다음달 10년 만에 두번째 산문집 펴내 공씨는 요즘들어 글쓰기가 더욱 여유로워졌다. 한국사회도 많이 변했고 시대적 조건이 성숙해진 덕분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유쾌·경쾌하고 발랄한 소설을 쓸 생각이다. 우선 다음달 10년만에 두번째 산문집을 내고 오는 6월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주제로 한 월간지에 연재할 예정이다. “결혼과 이혼에 43년 꺼둘렀어요. 첫사랑에 결혼했고 헤어지고 또 사랑했어요. 그때는 너무 싫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다 이해와 용서가 돼요. 요즘 곰곰이 생각하면 저 멀리서 제 인생의 방향을 나침반의 각도처럼 가리키는 것 같아요. 여러 시냇물이 한군데 모이듯 편해진다고나 할까요.” 지나온 세월이 40년이라면 400년을 산 것 같다고 했다.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봐서 여한이 없단다. 공씨는 얼마전 자신의 사후(死後)에 누군가가 평전을 써준다면 머리에 올리고 싶은 글을 생각해봤다.‘나 열렬하게 사랑했고 열렬하게 상처받았고 열렬하게 좌절했고 열렬하게 슬퍼했으나, 모든 것을 열렬한 삶으로 받아들였다. 하느님, 이제 그만 쉴래요.’라고. 공씨는 사랑하지 않는 순간 영혼은 죽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이 70 넘어서도 연애를 할 것이고 그때에도 자신의 속을 다 퍼주고 말겠다며 활짝 웃는다. 주말매거진 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63년 서울 출생 ▲81년 중앙여고 졸업 ▲85년 연세대 영문학과 졸업 ▲85년 무크지 ‘문학의 시대’에 시 ‘이태원의 하늘’ 발표. ▲87년 구로공단 근처의 전자부품제조업체에 취업했다가 한 달 만에 프락치에게 걸려 강제 퇴사. ▲88년 ‘창작과 비평’에 중편소설 ‘동트는 새벽’으로 등단. ▲2006년 3월 CBS라디오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진행 ■ 주요 작품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89년),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91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93), 고등어(94), 착한 여자(97), 봉순이 언니(98), 별들의 들판(2004),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05), 시랑후에 오는 것들(05) 등. ■ 수상경력 21세기문학상(01), 한국소설문학상(01), 오영수문학상(04) 등.
  • 한국시인협회장에 오세영 교수

    오세영(64) 시인이 25일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총회에서 제35대 한국시인협회장에 선출됐다. 오 회장은 1968년 박목월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반란하는 빛’ ‘시간의 쪽배’ 등의 시집을 통해 인간 존재의 실존적 고뇌를 서정적으로 노래해온 중진 시인이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만해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1985년부터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책꽂이]

    |실용| ●사람은 왜 만족을 모르는가(로리 애슈너 등 지음, 조영희 옮김, 에코의 서재 펴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만성불만족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의 주요 증상을 목표 앞에서 주저앉는 자포자기 우울증, 상대의 결점을 참지 못하는 완벽주의, 자신을 늘 ‘베푸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희생양 콤플렉스, 남을 믿지 못하는 강박적 자기의존증, 행복한 순간에도 다가올 불행을 염려하는 기분저하증, 어떤 일을 해도 따분함을 느끼고 새로운 일을 찾아 헤매는 증상,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비교 콤플렉스 등 7가지로 나눠 진단.1만 800원. ●인생의 동반자들(제인 비더 지음, 박웅희 옮김, 바움 펴냄) 장애인을 돕는 동반견에 얽힌 감동실화. 동반견은 장애인들의 생명유지장치로 100가지가 넘는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국내에선 삼성SDI 도우미견 훈련센터, 이삭도우미개학교 등에서 육성하고 있다. 동반견은 ‘선(禪)의 달인’ 같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매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기 때문이다. 한마리의 개가 수렁에 빠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 잃어버린 자신감과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9800원. ●새뮤얼 스마일즈의 검약론(새뮤얼 스마일즈 지음, 이은정 옮김,21세기북스 펴냄) ‘스마일즈의 4대 복음’으로 불리는 ‘자조론’‘인격론’‘검약론’‘의무론’ 시리즈 중 셋째권.19세기 영국의 작가이자 의사인 저자가 말하는 검약은 돈을 쓰되 제대로 쓰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영국의 성직자 에드워드 데니슨의 말을 인용, 미래를 위한 검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1만 5000원. ●사무실 삼국지(창얼 지음, 김지연 옮김, 럭스미디어 펴냄) 유비는 전투기술은 손권보다, 인재를 부리는 면에서는 조조보다 못했지만 촉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 인재를 알아보고 채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비는 도원결의로 관우와 장비를 얻었고 삼고초려로 제갈량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조운과 황충에게는 중책을 맡김으로써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게 했다. 이 다섯 명의 걸출한 인재를 얻었기에 유비는 천하를 삼분할 수 있었다. 책은 ‘삼국지’ 속의 지혜와 처세술을 빌리라고 조언한다.1만 2000원. ●황금보트(타고르 지음, 마 디얀 프라풀라 옮김, 작은이야기 펴냄) ‘기탄잘리’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인도 시인 타고르의 대표적인 단편 우화들을 묶었다. 일의 효율성을 비판하고 느림의 미학을 깨우쳐 주는 ‘실수로 일 중독자의 낙원에 보내진 남자’, 질투심에 사로잡힌 왕의 깨달음을 통해 ‘이긴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쳐 주는 ‘왕의 머리에 걸린 현상금’등 묘한 여운이 담긴 33편의 이야기가 담겼다.9800원.
  • [코드로 읽는책] 공포의 계절/월레 소잉카 지음

    21세기는 글로벌시대라고 한다. 경제적·문화적 국경이 하나씩 무너지면서 ‘세계는 하나’라는 지향점에 가까워지는 듯도 하다. 하지만 실상 그 이면은 폭력과 테러로 얼룩져 있다. 지난 8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제3세계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윌레 소잉카는 그래서 오늘날 세계를 설명하는 핵심적 키워드로 ‘공포’를 제시한다. ‘공포의 계절’(월레 소잉카 지음, 이완기 옮김, 루비박스 펴냄)은 오늘날 일상에 스며드는 공포의 정체를 정치와 종교라는 틀을 통해 자세히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지난 2004년 BBC라디오에 초빙된 윌레 소잉카의 강연내용을 묶은 것이다. 저자는 우선 공포의 근원과 그 영향을 추적하면서 국제정세가 강요하는 국가간 갈등, 국가와 테러조직 사이의 관계를 탐색한다. 그는 오늘날의 테러조직을 유사국가로 상정한다. 소잉카가 보기에 오늘날 심화된 공포를 유포시키는 근원은 바로 이 유사국가다. 하지만 국가 역시 현실 혹은 가상의 반역세력을 낙인찍는 방식을 통해 유사국가가 득세하는 데 모종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즐기고 있다. 저자는 유사국가의 뿌리에 예속과 맹종을 강제하는 광기의 종교적 수사학이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우리는 진정 종교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소잉카의 절규는 본질적 가르침에서 벗어나 세속에 대한 권력 의지로 광기의 온상을 제공하고 있는 종교의 잘못에 대한 따가운 질책이다. 유사국가 도발은 9·11테러에서 정점을 이룬다. 하지만 소잉카는 9·11에 대해 “수십년에 걸쳐 사하라 사막 위에 무참하게 피의 글씨로 덧칠해져 왔던 전조의 귀결이었다.”고 설명한다. 요컨대 9·11은 세계 정치학 속에 내재되었던 정치와 종교를 둘러싼 갈등의 파국적 확인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른바 제1세계 밖에서 증식하고 있던 갈등의 전조를 무시하며 다른 한편에서 이를 부추기던 서방세계를 강력 비판한다. 소잉카가 오늘날의 인간 존재 조건을 고찰하며 내놓은 처방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추구’로 나타난다. 그가 보기에 인간 존엄성에 대한 공격은 공포가 노리는 가장 큰 목적 가운데 하나이며 정신의 예속과 권력의 승리를 알리는 서곡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시급히 조명되고 복원되어야 할 게 바로 존엄성에 대한 가치라는 것이다. 존엄성은 오늘날 국가와 유사국가의 폭력, 그리고 종교의 수사학적 광기가 강제하는 ‘굴욕’에 맞설 수 있는 반(反)테제이며, 따라서 존엄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소잉카는 거듭 강조한다.1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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