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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뮈·지드… 사르트르와 교감 나눈 사람들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작가, 빼어난 평론가이자 강연자였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계약 결혼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1964년 ‘말’이라는 저작을 통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으나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가 ‘세기의 지성’으로 추앙받는 까닭은 세상과 담을 쌓고 고고하게 지낸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자신을 던진 ‘행동하는 지성’이었기 때문이다. 지식인의 직접적인 사회참여, 즉 ‘앙가주망’을 강조했던 좌파 지식인이었다. 그는 종종 동시대를 살았던 또 다른 지식인들과 우정을 깨뜨릴 정도의 격렬한 논쟁을 벌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알베르 카뮈와의 논쟁이 대표적인 경우다. 사르트르와 카뮈는 실존주의의 길을 함께 걸으며 레지스탕스 공동전선에 서기도 했으나 1952년 공산주의와 소련의 역할에 대한 견해 차이로 갈라서게 됐다. 카뮈는 혁명에 대한 신중한 유보를 이야기했으나 사르트르는 반대 입장이었던 것. 사르트르는 1952년 8월 잡지 ‘현대’ 82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어쨌거나 내가 생각하던 바를 당신에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일이었습니다. 당신은 내 글에 답하고 싶다면 우리 잡지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난 더 이상 응수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당신이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를 다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으로 당신이 어떤 말을 하건, 어떤 일을 하건 간에 당신과 싸우는 일은 거절하겠습니다. 우리의 침묵으로 이 논쟁이 잊혀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는 1960년 1월 주간지 ‘옵세르바퇴르’ 505호에 카뮈에 대한 글을 다시 써야 했다. 이번에는 추도사였다. 카뮈가 교통사고로 숨졌기 때문이다. “그와 나는 불화를 겪었다. 불화란 아무것도 아니고-설사 절대로 다시 만나지 않는다 해도-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이 비좁은 작은 세상에서 서로 시선을 잃지 않은 채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다… 그는 현 세기 안에서 ‘역사’에 반대하며 모럴리스트라는 기나긴 대열의 현재적 후예를 대표했고, 그의 작품은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독창적인 어떤 것을 구성했다…그가 무엇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카뮈는 언제나 우리 문화영역의 중심세력으로 계속해서 남아 있을 것이며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프랑스와 금세기의 역사를 표현해 냈을 것이다.” 자신과 교감을 나눴던 작가와 예술가에 대한 사르트르의 성찰을 담은 ‘시대의 초상-사르트르가 만난 전환기의 사람들’(윤정임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이 나왔다. 카뮈를 비롯해 누보로망의 대표적인 소설가 나탈리 사로트, 폴란드 출신의 음악가로 12음기법을 널리 전파했던 르네 라이보비치, 오스트리아 출신 사상가이자 언론인 앙드레 고르,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학가 앙드레 지드, ‘지각의 현상학’로 유명한 철학자 메를로퐁티, 중세 베네치아 시대의 화가 틴토레토, 스위스 화가이자 조각가 자코메티 등이 다뤄진다. 이 책은 2차 대전 직후부터 1976년까지 계속 발표된 ‘상황’ 시리즈 가운데 1964년 나온 네 번째 권이다. 원래 제목은 ‘상황Ⅳ-초상’. 이 시리즈에는 시사적인 주제들에 대한 사르트르의 즉각적인 반응을 담은 100여 편에 달하는 글과 10여개의 대담이 실려 있다. 사르트르는 1975년 미셀 콩타와 가졌던 대담에서 후세대가 다시 읽어 줬으면 하는 자신의 저작으로 ‘상황’ 시리즈를 꼽기도 했다. 철학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철학적이 아닌 분야, 즉 비평과 정치를 다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는 이 시리즈 가운데 ‘상황Ⅱ-문학이란 무엇인가’와 ‘상황Ⅴ-식민주의와 신식민주의’가 완역됐고, ‘상황Ⅰ’, ‘상황Ⅲ’, ‘상황Ⅹ’ 등의 일부가 발췌 번역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완역된 ‘시대의 초상’은 배경 지식이 없다면 읽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책 뒤에 부치는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어보는 게 그나마 가깝게 다가가는 길이다. 2만 8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한국 작품은 인간문제에 천착… 중국은 탄탄한 서사구조 자랑”

    “한국 작품은 인간문제에 천착… 중국은 탄탄한 서사구조 자랑”

    │상하이 박록삼특파원│번역(飜譯)은 어렵다. ‘완벽한 번역’이란 애당초 성립될 수 없는 명제다. 오죽했으면 “번역은 반역(反逆)”, “모든 번역은 오역(誤譯)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을까. 실제 원작 속의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오롯이 담긴 그 사회의 문화, 역사, 철학, 그리고 작가의 삶의 흔적, 정신세계 등을 다른 문화권의 언어로 바꿔서 고스란히 살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이런 탓인지 국내외 문단에서 번역가가 작가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세태와 관행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가 있다. 그는 엄연히 자신의 작품으로 1993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뒤 ‘계수나무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등 장편소설 2권을 펴낸 소설가다. 하지만 그는 번역에 목숨을 걸었고, 꼬박 17년 동안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두 나라의 주요 작품들을 상대의 언어로 옮겼다. ●양국 오가며 주요작품 상대 언어로 풀어 그 결과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빠짐없이 거론되는 중국의 대표적 작가인 모옌(莫言), 자핑와(賈平凹)를 비롯해 ‘80후 세대’로 쓰는 책마다 수백만부씩 팔리는 젊은 작가 한한(韓寒), 그리고 서구에서 더 평가받는 왕안이(王安憶), 리얼, 류전윈(劉震云) 등 내로라하는 당대의 작가들이 작품을 싸들고와서 번역을 부탁하는, 그러나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돈도, 명예도 모두 거부한 채 싸늘히 손 내젓는 번역가가 됐다. ●최근 ‘태백산맥’ 중국어판 번역 부탁받아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최수철, 박상우, 임철우 등이 그를 통해 중국 독자들에게 소개됐고, 중국에서만큼은 국내 어떤 베스트셀러 작가보다 유명한 작가로 통한다. 최근에는 소설가 조정래가 ‘태백산맥’의 중국어판 번역을 직접 부탁하기도 했다. 물론 워낙 방대한 분량이기에 단시간에 번역되기 어렵다. 또한 해방과 분단을 둘러싼 이념과 정치체제의 문제가 등장한 작품이기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쉬 허가가 나올지도 미지수다. 아무튼 중국과 한국 문단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소설가이며 한·중문학 번역가인 박명애(47)씨. 그는 대륙과 한반도의 문단에서 공히 알아주는 ‘대찬 여자’다.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중국의 여류 소설가인 탕모(唐墨·31)와 함께 한 자리에서 내내 중국어와 우리말을 섞어가며 유쾌하게 자리를 주도했다. 번역 작업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남달랐다. 그는 “나는 출판사에서 의뢰받고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작품을 번역해 출판사에 작품 출간을 의뢰한다.”면서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작품이 애정을 받을 때의 뿌듯함이란 내 것, 남의 것을 뛰어넘은 예술적 희열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십수년 동안 남의 소설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에 주력하던 박씨는 올해 하반기 모처럼 자신만의 창작물을 내놓는다. 자전적 내용을 담은 작품 ‘광인의 사랑(狂人的愛情)’이다. 애초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내놓으려 했으나 일단 중국에서 먼저 출간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중국 문단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예지로 꼽히는 ‘쭤자(作家)’에서 특집 기사로 다룬다. ●자전적 작품 ‘광인의 사랑’ 출간 예정 그는 “중국이나 한국 모두 세계 문학의 비주류라는 피해의식이 강한 것 같다.”면서 “인간의 문제에 천착하는 한국 문학과 탄탄한 서사구조를 자랑하는 중국 문학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교류한다면 세계문학의 주류로 나아가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상호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youngtan@seoul.co.kr
  • 세기의 中문인 36명 비명횡사 왜?

    세기의 中문인 36명 비명횡사 왜?

    “중국에는 300명이 넘는 황제가 군림했지만 황제들 가운데 비교적 교양이 있었던 사람은 문인을 질투했고, 교양이 없었던 사람은 문인을 증오했으며, 반푼이 같은 이들은 아예 문인을 괴롭혔다.” 지식인들은 시대정신을 가장 치열하게 여긴다. 특히 문인들은 촌철살인의 문장과 세상의 흐름을 꿰뚫는 통찰로 대중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고, 권력에 맞서는 혁명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을 통치하는 황제에겐 문인들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유교문화 속에서는 앞장설 자와 뒤따를 자, 먼저 입을 열 자와 의견을 덧댈 자 등 순서와 자리를 따지는 것이 당연했기에 ‘제 잘난 맛에 사는’ 문인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중국의 원로 문인 리궈원(79)은 ‘중국 문인의 비정상적인 죽음’(김세영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의 서문에서 옛 문인들이 왜 그렇게 고단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지 명쾌하게 설명한다. “중국에는 300명이 넘는 황제가 군림했지만 그 속에서 지식인을 높이 평가하고 진정으로 대접한 현군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황제들 가운데 비교적 교양이 있었던 사람은 문인을 질투했고, 교양이 없었던 사람은 문인을 증오했으며, 반푼이 같은 이들은 아예 문인을 괴롭혔다.”(10쪽) 저자가 말하는 ‘비정상적인 죽음’은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비명횡사한 경우다. 책에서는 중국 황제의 정치 보복 등으로 희생양이 된 36명의 문인을 다룬다. ●사마천 거세당하는 궁형 받아 가장 먼저 언급되면서 가장 치욕적인 삶을 산 이는 역사학자 사마천으로, 그는 무장 이릉이 흉노에게 항복한 일을 변호하다가 한 무제의 노여움을 사 거세를 당하는 ‘궁(宮)’ 형을 받았다. 국사관장 사마천이 노예봉건제 초기에 성행했던 궁형을 당한 것은 “장이 하루에도 아홉번이나 꼬이고 생각할 때마다 식은땀이 흘러 흥건히 옷을 적실 정도로 모욕적인 것”이었다. 저자 역시 “군주가 이처럼 비열한 방법으로 지식인에게 복수한 것은 중국사의 치욕”이라고 평가한다. 후한 시기에 문화계의 큰 별로 칭송받던 채옹도 무리하게 박학다식함을 드러내다 주변 사람들에게 질투를 샀다. 폭군이었으나 채용만은 존중했던 동탁의 죽음을 두고 울다가 왕권을 접는 왕윤의 미움을 받고 황당한 이유로 처형당했다. “한 무제가 사마천을 죽이지 않아 그(무제)를 비방하는 서적이 후세에 전해졌다.”가 그것이다. ●여색에 빠진 이욱, 태종에 독살당해 문인이 권력을 좇고 정치병에 걸리면 약도 없다고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두 시인 이백과 이욱이다. 이백은 현종에게 수준급의 아첨을 하고 허풍떠는 시를 바치며 고위관직의 맛을 진하게 봤다. 이형이 즉위하자 반란을 꾀한 이형의 동생 이린과 손잡았다가 실패하고, 유배까지 갔다 온 뒤 이백은 목숨을 버렸다. 술에 취한 채 달을 잡으려다 강물에 몸을 던진 것이 아니라 참담함에 목숨을 버린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이욱은 시인으로서 남당의 왕위에까지 올랐지만 급박한 정치 정세는 나몰라라 한 채 여색에 빠져 결국 송 태종에게 잔인하게 독살당했다. ●저자도 우파로 낙인… 22년간 붓 꺾어 리궈원 자신도 정치의 희생양이 된 현대의 문인 중 한 사람이었기에 이들의 모습에 스스로가 투영됐을지 모른다. 저자는 1957년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단편소설 ‘재선거’를 내놓았다가 우파로 낙인 찍혀 20여년 동안 사상개조 작업의 일환으로 철도공사의 인부로 살다가 1976년에야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 저자는 “문인들이 권력자의 탄압에 목숨 걸고 맞서는 장면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오고 무릎이 쳐지는 반면 그들이 서로 원수 대하듯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면 슬프고 비통하다 못해 눈물이 다 나온다.”면서 “목구멍에 가시라도 걸린 듯 내뱉지 않고서는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이 문제가 결국은 필자로 하여금 붓을 들어 문인의 죽음을 적어가도록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제1회 마오둔 문학상, 루쉰문학상, 올해의 산문대상 등 많은 상을 받은 저자는 이 작품으로 중어권 문학 미디어 대상, 산문대상을 수상했다. 2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김춘수·유치환·박경리·김상옥·김용익 통영출신 문인 기리는 문학제 열린다

    통영 출신의 걸출한 문인들을 동시에 기리는 문학제가 다음달 초 열린다. 경남 통영시는 18일 통영문인협회 주최로 김춘수, 유치환, 박경리, 김상옥, 김용익 등 유명 문인 5명을 함께 기리는 통영문학제를 중앙동 ‘강구안 문화마당’ 등에서 7월1~4일 연다고 밝혔다. 통영 출신 문인 5명을 함께 기념하는 문학제는 처음이다. ‘꽃의 시인’ 김춘수(1922∼2004)는 동호동, ‘깃발의 시인’ 청마 유치환(1908∼1967)은 태평동, ‘한국 소설의 어머니’ 박경리(1926∼2008)는 문화동, 붓글씨와 그림에 능했던 시조 시인 김상옥(1920∼2004)은 항남동, 영어로 쓴 소설 ‘꽃신’이 미국 교과서에까지 실린 김용익(1920∼1995)은 중앙동 출신이다. 통영문학제는 중앙동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통영문학상과 청마문학상 시상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2, 4일에는 김용익·김춘수·김상옥을 집중 조명하는 심포지엄이 열려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 등이 주제발표를 한다. 통영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4회 윤동주상에 공광규시인

    공광규(49)시인이 제 4회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놀랜 강’ 외 9편. 86년 ‘동서문학’에 ‘저녁1’ 등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말똥 한 덩이’ 등 시집과 ‘시창작수업’, ‘시 쓰기와 읽기의 방법’ 등 시론집을 냈다. 특별문학상에는 최연홍(67) 시인의 ‘금강산 온정리에서’ 외 6편이, 젊은작가상에는 이근화(33) 시인의 ‘우아한 침의 세계’ 외 4편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새달 11일 서울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다.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야생초 이야기⑥] 방울꽃

    [야생초 이야기⑥] 방울꽃

    5월이면 은방울꽃이 피기 시작한다. 날이 풀리고 4월이면 땅을 뚫고 뾰족뾰족 붉은 막에 싸인 은방울 싹이 돋는다. 끝이 날렵한 한 장의 계란형 잎이 또 다른 한 장의 잎 밑 부분을 감싼 채, 모두 두 장의 잎이 다 자라면 그 사이에서 작은 망울이 맺힌 꽃대가 나온다. 드물게 석 장의 잎을 가진 개체가 없진 않으나 대개가 두 장의 잎을 가진다. 은방울은 숲 가장자리의 반그늘을 좋아한다. 낙엽이 두껍게 쌓여 썩은 부엽토 층에 아주 넓게 퍼져 군락을 이루어 자란다. 세간에 제비꽃, 민들레만큼 그 이름이 널리 흔하게 알려진 야생화 가운데 하나가 은방울꽃이 아닐까? 그 꽃을 보기 전에도 그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형상이 어떠할지 짐작하게 해주는 꽃 이름이다. ‘아마 은백색의 빛깔로 꽃모양은 방울을 닮았겠지’하고 상상이 되지 않은가? 그렇다. 말 그대로 은으로 만든 작은 방울 같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그 향기 또한 아름다우리라 짐작을 한다.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대명사로 흔히 쓰이는 이름이 이 은방울 아닌가 한다. 신석정 시인이 쓴 <은방울꽃>이라는 시가 있다. 나는 / 그때 외롭게 / 산길을 걷고 있었다. …(중략)… 숲길에선 / 은방울꽃 내음이 솔곳이 / 바람결에 풍겨오고 있었다. 너희들의 / 그 맑은 눈망울을 / 은방울꽃 속에서 난 역력히 보았다. 그것은 / 나의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 너희 가슴 속에 핀 꽃이었는지도 모른다. <은방울꽃> 부분, 신석정 그 향기로 먼저 다가오는 꽃, 그리운, 간절하게 그리운 “너희들의 그 맑은 눈망울”을 닮은 꽃, 얼마나 맑으면 얼마나 향기로우면 그리운 “너희들을” 그 꽃에서 떠올렸을까? 시인이 외롭게 산길을 걸으며 떠올렸을 그리운 “너희들의 가슴 속에서 핀 꽃”이니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향기로운 꽃일까? 5월과 6월의 숲에 짙은 향기를 뿜어대는 풀꽃이 있다면 이 은방울꽃이라 생각하면 된다. 반원을 그리며 잎보다 낮은 위치에서 땅을 향하며 휘어진 꽃대, 거기에 송알송알 10개 정도의 앙증맞은 꽃이 피어난다. 순백색이다. 모두들 수줍은 듯 땅을 향하여 피어나기 때문에 좀처럼 그 안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순백의 빛깔에 걸맞게 그 향기 또한 맑고도 그윽하다. 시인이 노래했던 대로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오는 향기다. 그 싱그러움은 언설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렇다. 이 꽃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5월의 숲을 찾아보라. 5월만큼 아름다운 계절이 있을까? 그 5월이 아름답다면 분명 우리 곁에 숲이 있어서일 것이고 5월의 숲은 이 은방울꽃의 빛깔과 향기로 완성된다. 고급 향수의 재료로 쓰인다니 그럴 만도 하다. 작아서 고개 숙이고 앉아야 오롯이 그 모습을 보여주는 꽃, 좀처럼 제 속을 보여주지 않고 향기로 말하는 꽃, 그 꽃말대로 “기쁜 소식”을 줄 것 같은 즐거운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꽃이다. 또 다른 꽃말이 “다시 찾은 행복”이라는데 그럴 것도 같다. 그 순결한 빛깔과 향기 앞에서는 지난 고통들은 싹 가시고 다시 행복이 찾아올 것 같이 가슴이 두근거린다. 바람이 살짝 불어준다면 그 작은 은방울들이 찰랑찰랑 맑고 청아한 방울 소리를 낼 것 같지 않은가? 전설에 의하면 5월의 은밀한 숲엔 하늘의 천사들이 밤이면 무도회를 연단다. 달빛을 타고 내려온 천사들은 목에 달았던 작은 방울을 풀잎에 걸어두고 노래 부르며 춤추며 날이 밝도록 놀다가 새벽이 되면 하늘로 올라간다. 그런데 어느 날은 날이 훤하게 밝은 줄도 모르고 무도에 취했다가 서둘러 하늘로 올라가는 바람에 벗어두었던 방울을 잊고 갔단다. 우리가 보는 이 은방울꽃이 바로 천사의 목에 걸렸던 그 은방울이었던 것이다. 그 말고도 다른 전설이 있다. 대개 죽은 자의 영혼이 꽃으로 태어나거나 그의 피가 꽃으로 태어난다는. 그리스에 전해오는 전설이다. 세인트 레오나르도는 의협심이 강한 청년인데 사람들을 괴롭히는 독사와 맞서 싸우다가 독사를 죽이게 되지만 그 자신 또한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그의 상처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이 땅에 떨어져 꽃을 피우게 되는데 그것이 은방울꽃이라고 한다. 꽃의 빛깔과 어울리지 않는 얘긴데 그런 의심에 대한 답이라도 되는 듯 처음 은방울의 싹이 돋을 때 보면 붉은 색의 막에 싸여 있다. 전설이란 게 믿거나 말거나 얘기지만 아무래도 천사의 목걸이 쪽을 믿고 싶다. 있다면 말이다. 없다해도 은방울꽃을 보면서 그와 같이 아름다운 세상, 천국, 그리고 천사를 상상해보는 게 더 즐겁지 않을까? 가슴 속에 천국의 모습 하나 그려보지 않은 사람도 가난한 사람 아닐까 한다. 천국의 모습을 그려보라 하면 은방울꽃들이 가득 피어 있는 그런 나라를 떠올려본다. 요즘은 관상용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은방울꽃을 만날 수 있다. 화분에 담아서 팔기도 한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야생화는 야생에서 만났을 때 온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두고두고 잘 기를 수 있다면 집에서 길러 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이 은방울꽃은 약재로도 쓰인다. 강심제와 이뇨제로 쓰인다 하나 이 야생초 역시나 독이 있어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한다. 조심할 일이다. 마음의 상처엔 특효가 있으나 몸이 아프다면 역시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니다. 5월엔 숲에 가서 이 은방울꽃을 만나고 나면 몸도 마음도 쇄락해질지도 모른다. 복효근·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계간 《시와시학》 등단.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등. 1995년 편운문학상 신인상, 2000년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수상. 글 복효근 시인
  • [엄마와 읽는 동화] 늦둥이/김옥애

    [엄마와 읽는 동화] 늦둥이/김옥애

    등을 구부린 할아버지는 사과나무 밑동을 다독거렸다. ‘너는 올해도 꽃을 피우지 않는구나. 그래도 언젠가는 피겠지.’ 엄마가 뱃속에 들어 있는 자기 아이를 기다리듯 할아버지는 사과 꽃 피기를 기다렸다. 삼 년 전 봄에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과 충청도 여행을 떠났다. 속리산과 충주댐을 둘러본 후 휴게실에서 잠시 쉬었다. 그때 계단에서 묘목을 늘어놓고 있던 젊은 남자가 할아버지를 불렀다. “할아버지” “나 불렀는가?” 대머리 할아버지가 묻자 젊은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옆에 서 계신 눈이 크고 얼굴이 새까만 할아버지요.” 무슨 일이냐며 할아버지가 다가가자 젊은 남자는 어린 나무 한 그루를 집었다. “이거 가져다 심으세요.” “그게 무슨 나문데?” “사과나무요. 그냥 가져가세요.” 할아버지는 공짜라는 말에 머뭇머뭇했다. “나한테만 왜 줘?” “삼 년 후면 열매가 열릴 거네요.” 젊은 남자는 어린 나무의 뿌리를 물기 묻은 거적으로 감쌌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할아버지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자기 아버지와 얼굴이 꼭 닮아 묘목을 한 그루 드리고 싶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무를 받아 든 할아버지는 서울에서 자라는 손녀의 모습을 떠 올렸다. 하얀 피부에 웃으면 보조개가 팬 손녀가 늘 보고 싶었다. 여섯 살이지만 요즘은 뭐가 그리 바쁜지 전화 목소리 듣기도 힘들다. 할아버지는 그런 손녀를 생각하며 입을 헤헤 벌렸다. 벌써 빨간 사과 알들이 또르르 손녀 손으로 굴러갔다. 새콤하고 단 맛이 나는 빨간 사과를 베어 먹으며 손녀가 흠뻑 웃는다. 잠시 손녀의 생각에 잠긴 할아버지는 기분이 좋아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다음 날 할아버지는 텃밭으로 나갔다. ‘삼 년 후면 열매가 열릴 거네요.’라고 했던 젊은 남자의 말을 곱씹으며 흙구덩이를 팠다. 구덩이 안에 거름과 흙을 섞어 뿌렸다. 뿌리를 얕게 심은 후 흙을 다독다독 밟았다. 맨 나중엔 지주대도 세워 줬다. 4월은 아지랑이처럼 소리 없이 지나갔다. 텃밭은 고추와 상추와 무 같은 푸성귀들로 가득 채워졌다. 며칠만 게으름 피우면 푸성귀들을 제치고 풀들이 쑥쑥 자랐다. 할머니를 먼저 보낸 할아버지는 낡은 기와집에서 그 텃밭을 가꾸며 혼자 살았다. 가끔 마을회관 옆에 사는 대머리 할아버지가 드나들긴 했다. 그 날도 대머리 친구가 찾아왔다. 텃밭에서 풀을 뽑던 할아버지는 잠시 일손을 놓았다. “석주야, 풀 없애는 약을 뿌리면 될걸. 고생을 사서하는구나.” “고생은 무슨.” 대머리 친구가 할아버지 옆으로 와서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저 사과나무는 올해도 꽃이 안 피었네.” “응, 난 필 줄 알았거든.” 대머리 친구가 할아버지를 놀려댔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냐? 난 처음부터 엉터리 나무라 생각했었다.” “설마? 사람을 믿고 살아야지.” 대머리 친구는 킥킥 웃었다. 차라리 나무를 뽑아 버리고 믿는 곳에서 새로 구해 심으란 말까지 했다. 그러더니 마을에서 생긴 소식을 하나 전해 줬다. “야, 우리 마을에 앞으로 요양 병원이 들어선다고 하더라.” “병원이 생기면 좋겠지.” 머지않아 할아버지도 그 병원에 들어갈 것만 같아 담담하게 대답했다. “너는 찬성이냐, 반대냐? 병원이 못 들어오게 막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라.” “양쪽 다 이유가 있겠지.” “대답이 그게 뭐냐? 나 그만 갈란다.” 이 집 저 집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아줌마처럼 대머리 친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정신 좀 봐. 우리 집 개한테 아침 밥 주는 걸 잊었네.” 대머리 친구는 엉덩이를 털었다. 할아버지는 친구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한참을 더 앉아 있었다. 날씨가 무더웠다. 햇볕이 뜨거워진 8월에도 할아버지는 텃밭에 나갔다. 얼굴에 선 크림을 바르고 붉게 익은 고추를 따냈다. 할아버지는 고추를 한바구니씩 따 와 마당 평상 위에 부었다. 빈 바구니를 들고 다시 밭 가운데를 지나치던 할아버지가 걸음을 멈추었다. 사과나무 앞에서 입을 떡 벌리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머슬머슬 사과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초록의 긴 꽃자루에 하얀 꽃잎들이 달려 있었다. 처음에 할아버지는 반가움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곧 걱정이 앞섰다. 꽃이 피는 것은 열매를 만들기 위함이 아닌가. “이일을 어찌한담. 내가 늦둥이를 어떻게 키워?” 할아버지는 안타까움에 속이 타 들었다. “이 녀석아, 남들은 벌써 굵직한 사과를 달았는데….” 이제 한 달만 지나면 익은 사과가 거리에 쏟아질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 일을 생각하니 사과나무의 꽃이 반가우면서도 안쓰러워졌다. 할아버지는 늦둥이 사과나무를 찬찬히 살폈다. 잎 뒤에 누런 벌레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었다. 벌레가 아삭아삭 잎을 갈아먹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귓속에서 벌레의 움직임이 삭삭거렸다. “이런 고약한 것들! 언제부터 이 나무에 붙어 있었던 거야?” 할아버지는 사과나무 잎사귀들을 하나씩 들추며 벌레들을 없앴다. 벌레가 있는 걸 미리 알지 못해 사과 꽃이 늦게 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양분을 죄다 빼앗기고도 늦게 꽃을 피운 사과나무를 할아버지는 칭찬했다. “너는 훌륭해! 대단한 나무야.” 할아버지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자세이지.” 할아버지는 담배를 뽑아 물었다. 앞으로는 사과를 잘 길러야 할 엄마의 입장이 된 것 같았다. 사과나무는 하얀 꽃잎을 떨구고 마침내 콩알만 한 열매들을 달았다. 콩알만 하던 열매는 날마다 쑥쑥 자라 풋감만 하게 커졌다. 그러나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싸늘해졌다. 할아버지는 자나깨나 사과나무 걱정에 잠겼다. 추워지면 땅 속 뿌리가 물을 빨아올리기 힘들 거였다. “너를 잘 키워야 하는데, 어쩔거나?” 이파리들을 쓰다듬으며 할아버지는 나무에게 물었다. 사과나무는 대답이 없다. 할아버지도 방법을 못 찾았다. 할아버지는 하늘을 보며 부탁을 했다. 해야, 해야, 뜨거운 빛을 보름동안만이라도 더 쏟아 주렴. 그때 할아버지의 바지 주머니에서 손 전화 신호 음악이 울려왔다. 랄 라라 랄 라라. “여보세요.” “나야, 대머리.” “무슨 일인데?” “지금 마을 회관 쪽으로 빨리 와 줄래?” “왜?” “우리 초등학교 친구를 오십 년 만에 만났다. 네가 보고 싶대.” 대머리 친구는 점심을 함께하자며 할아버지를 불렀다. “와! 그 친구가? 알았다. 곧 갈게.” 할아버지는 간단히 몸을 씻은 후 나갈 때에 입을 옷을 골랐다. 벽에 걸려 있는 회색 바지와 윗도리 황토 옷을 집어 들었다. ‘에 헴’ 기침소리를 낸 후 할아버지는 텃밭의 사과나무에게 나들이를 알렸다. “얼른 다녀오마.” 할아버지는 골목을 빠져나와 사거리의 꽃가게 앞을 지났다. ‘무지개 꽃가게’란 간판만 붙었지 꽃보다는 비어 있는 화분들이 더 눈에 띄었다. 그동안 마을회관을 들락거릴 때 눈으로 스쳐만 다니던 가게였다. 바쁘게 걷던 할아버지가 그 꽃가게를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옳지! 바로 그것이야. 내가 진즉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할아버지는 좋은 생각이 떠올라 손뼉을 ‘탁’ 쳤다. 가게 유리창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저기 저 큰 화분 얼마요?” 할아버지가 가리킨 갈 색 화분은 곡식을 빻는 절구통만 했다. 손녀의 키만큼 높아 사과나무가 편안하게 자랄 수 있어 보였다. 가게 아줌마가 놀라는 눈치였다. “저렇게 큰 화분을 어디다 쓰시려고요?” “아니, 그런 건 묻지 말고 얼마냐고요?” “그 화분 새 것 아닌데요. 옛날에 우리 집에서 쓰던 걸 놓아 뒀어요.” “그래도 가격을 알아야지요.” “필요하시면 할아버지가 그냥 가져가세요.” “그냥?” 이상하다. 사과나무를 준 젊은 남자처럼 꽃가게 아줌마도 ‘그냥 가져가세요.’라는 말을 했다. “허허허. 그것 참. ” “제가 마을 어르신한테 왜 거짓말하겠어요. 크기에 비해 무겁지 않아 할아버지가 들고 가실 수 있을 걸요.”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아줌마는 화분을 끄집어냈다.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화분 밑바닥엔 붉은 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깨끗한 옷에 흙 묻겠어요.” “그런 것 염려할 것 없소. 옷이야 다시 빨면 되니까.” 할아버지는 화분을 들고 집으로 다시 왔다. 그러고는 텃밭의 사과나무 앞에 그 화분을 내려놓았다. “이제 됐다. 추워지기 전에 너를 보호해 줄 수 있게 됐다니까.” 잽싸게 일할 때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할아버지는 화분 맨 밑바닥의 구멍을 막았다. 그 위에 비료 흙을 절반이 넘게 채워뒀다. 그러고는 사과나무 지주 대를 떼어냈다. 할아버지는 나무의 뿌리가 다치지 않게 가만가만 삽질을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흙을 떠 낸 할아버지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천천히 사과나무 뿌리가 드러났다. 할아버지는 사과나무를 화분으로 옮겨 넣었다. 할아버지 바지 주머니에서 손 전화가 울렸다. 흙 묻은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왜 늦느냐.’는 대머리 친구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할아버지는 친구에게 한마디 들은 뒤끝을 바투 마무리했다. “나 지금 못 간다. 아주 소중한 일이 생겼어. 그러니까 그 친구 데리고 네가 이리로 오너라.” 할아버지는 사과나무가 심어진 화분에 흙을 뿌렸다. 친구들을 부른 후엔 손 움직임이 느려지고 꼼꼼해졌다. 그들이 오면 함께 따뜻한 방으로 화분을 옮길 참이다. 이제 사과나무는 남쪽 창가에서 햇볕을 받으며 잘 지낼 것이다. 할아버지는 겨울에 주렁주렁 달린 빨간 사과를 손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사과나무야, 너를 늦둥이로 만들어 미안하다.”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리던 할아버지가 사과나무에게 소곤소곤 속삭였다. ●작가의 말 늦게 난 자식을 늦둥이라 부릅니다. 부모들은 그 늦둥이를 키우며 각별한 사랑을 퍼붓지요. 내가 아는 50대 초반의 어떤 아저씨는 틈만 나면 자기 배 위에서 아이를 키우더라고요. 늦둥이 아이처럼 늦둥이 과일나무를 나는 보았어요. 사람이든 식물이든 기르고 가꾸는 엄마의 마음은 똑같은가 봐요. 그런데 나무의 엄마인 할아버지는 몇 점 엄마가 될 것 같나요? ●약력 전남 강진에서 출생했다.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우물가를 맴도는 아이들’과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너는 어디로 갔니?’가 당선됐다. 전남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동화집 ‘이상한 안경’ ‘너는 어디로 갔니?’ ‘별이 된 도깨비누나’외 다수를 펴냈다.
  • [엄마와 읽는 동화] 새들이 나는 하늘/김용택

    [엄마와 읽는 동화] 새들이 나는 하늘/김용택

    비가 옵니다. 오랜만에 비가 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비꼬이며 쓰러질 것 같던 풀잎들이 싱싱하게 살아납니다. 시들거리던 운동장 가 벚나무 잎들도 다시 활짝 펴져 비를 맞으며 수런거립니다. 나뭇잎과 풀잎과 곡식들이 두 손을 쫙 펴고 모두 씩씩하게 일어서서 신나게 내리는 빗줄기로 시원한 목욕을 합니다. 산과 들이 다시 싱그럽게 살아납니다. 유치원 아이들도 형아들도 선생님들도 모두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운동장을 신나게 뛰어다니기도 합니다. 땡땡땡 들어 갈 종을 치자 비를 맞던 아이들은 교실로 뛰어 들어가고 비를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의 얼굴들도 창가에서 사라졌습니다. 학교가 아주 조용해졌습니다. 빗줄기도 가늘어졌습니다.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자 엄마 박새가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애들아, 아이들이 교실로 다 들어갔다. 얼른 나와 날기 연습을 하자꾸나.“ “네, 네, 네….” 아기 박새들이 어리고 예쁜 날개를 파닥이며 좋아합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말이야, 저쪽 유치원 교실을 벗어나면 안 돼 알았지.” “네, 네, 네, 네.” “자, 그럼 너부터 날아가 봐” “엄마, 그런데 비가 와요 날개가 젖으면 어떻게 해요,” “이슬비라 괜찮아, 그리고 우리 날개는 물이 잘 묻지 않는다.” 아기 박새들이 박새의 집인 홈통에서 한 마리씩 포롱포롱 살구나무 가지로 날아가 앉습니다. 풋살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살구나무 가지가 흔들거렸습니다. 푸른 살구에 걸려 대롱거리던 물방울들이 후두둑 땅으로 덜어졌습니다. 살구가 말했습니다. “야, 너 누군데 내 허락도 없이 내 가지에 앉니? 무거운데.” “으응, 미안해 살구야! 안녕, 나는 박새야. 지금 날기 연습을 하는 중이거든.” “어? 너 내가 살군지 어떻게 알았어?” “우리 엄마가 그랬거든 살구나무를 벗어나면 안 된댔어.” 어린 박새들이 비를 맞으며 이 살구나무 가지에서 저 살구나무 가지로 포롱포롱 날아다녔습니다. 형아가 먼저 저쪽 살구나무 가지로 날아 건넙니다. 다음은 둘째 형아, 그 다음은, 그 다음은… 마지막으로 막둥이가 포로롱 날아갑니다. 어떤 새는 살구나무 잎 밑에 숨어서 이슬비를 피하기도 합니다. 살구만 한 작은 새들이 비비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은 낙엽 위에 떨어지는 이슬비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음악소리를 냅니다. 살구나무에서 몇 발 떨어진 곳은 2학년 교실입니다.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책을 읽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다 읽은 선생님이 칠판에다가 동시를 써 놓고 외우라고 해 놓고 선생님은 가만가만 내리는 이슬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수선스러운 새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어? 어디서 저렇게 많은 새들이 날아왔지?’ 선생님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창밖으로 더 내밀고 밖을 내다봅니다. 그때였습니다. 선생님은 무엇이 유리창에 탁 탁 탁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살금살금 걸어 탁탁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미 박새가 유리창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유리창에 자기 몸을 부딪치며 울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어? 왜 저러지?” 이게 웬일입니까 아주 작은 박새 새끼 한 마리가 교실 복도로 날아들어 왔지 뭡니까. 언제 보았는지, 아이들이 “우와! 새다 새! 새!” 하며 새를 잡으러 뛰어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쉿 조용히 해, 조용히.” 어린 박새가 밖으로 나가려고 또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칩니다. 유리창 밖은 너무나 소란했습니다. 엄마 새가 복도 안을 날아다니는 새끼 새를 보고 유리창에 몸을 부딪치는 소리, 살구나무 가지에서 가지로 어린 새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우는 소리, 다른 교실에서 아이들이 책 읽는 소리, 선생님은 아이들을 교실로 들여보내고 살며시 복도로 다시 나갔습니다. 복도 유리 창문이 열린 곳으로 어린 박새가 잘못 날아들어 온 모양입니다. 복도로 날아들어 온 어린 박새는 유리 창문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습니다. 어린 박새가 밖으로 나가려고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면 밖에 있는 엄마 새도 안타깝게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며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얼른 유리창 틀로 올라가 창문 몇 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저쪽에서 퍼덕이고 있는 어린 박새에게 가만가만 다가가 휘휘 하며 열린 유리창 쪽으로 어린 박새를 몰았습니다. 그렇지만 어린 박새는 열린 유리창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만 닫힌 유리창에 머리를 들이받고 있었습니다. 밖에 있는 엄마 새는 더 안타까운지 온몸을 유리창에 부딪치며 울었습니다. 선생님도 안타까워하며 훌쩍훌쩍 뛰며 어린 박새를 열린 유리창 쪽으로 몰았지만 어린 박새는 계속 닫힌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며 퍼덕거렸습니다. 나중에는 지쳤는지 유리창 틀에 가만히 앉아 숨을 할딱거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얼른 뛰어올라 어린 새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얼른 새를 밖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새는 포로롱 날아갔습니다. 그때 새들의 울음소리가 더욱 요란했습니다. 새가 밖으로 날아가자 세상이 온통 환호 소리로 들뜨는 것 같았습니다. 아! 어린 새는 참으로 따뜻했습니다. 새를 잡았던 그 짧은 순간 손끝에 전해 온 그 온기를 선생님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인가 자기 손에 전해 오던 그 새의 심장 뛰던 느낌이 너무나 선명해서, 뛰던 심장이 느껴지던 자기 손가락 끝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까만 눈을 뜨고 선생님을 쳐다보던 그 불안한 아기 새의 눈빛이 자꾸 어른거립니다. 밖에서는 교실에서 빠져 나온 어린 새를 둘러싼 새 가족들이 모여들어 비비거리며 울고 있었습니다. “엄마, 선생님이 나를 잡을 땐 너무 놀랐다니까.” “아냐, 그 선생님은 새, 나무, 꽃, 강,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이야. 내가 여기 태어나기 훨씬 전에도 이 학교에 있었대. 돌아가신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선생님은 이 학교를 졸업했대. 그러니 이 학교에서 산 지가 몇십 년이 된 거지.” “선생님의 손은 정말 따뜻했어요.” 새들은 다시 살구나무와 살구나무 사이를 포롱포롱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과 공부를 하는지 선생님의 까만 머리통이 유리창 너머로 보였습니다. 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은지 선생님의 큰 소리가 유리창 밖까지 들렸습니다. 그때 비 그친 하늘을 날던 꾀꼬리가 뻐꾸기에게 말했습니다. “야, 꾀꼬리야, 저 선생님은 시인이래.” “시인 선생님도 화를 내나봐.” 살구나무에도, 새들이 나는 하늘에도 비가 그치고 맑은 햇살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새는 포로롱 날아갔습니다. 그때 새들의 울음소리가 더욱 요란했습니다. 새가 밖으로 날아가자 세상이 온통 환호 소리로 들뜨는 것 같았습니다. ●작가의 말 봄이 되면 학교 홈통에 박새가 날아 와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새끼를 기릅니다. 마른 풀잎이나 새털을 물고 홈통을 드나들던 박새가 어느덧 벌레들을 입에 물고 집을 드나듭니다. 새끼들은 보이지 않고 재재거리는 소리만 들리다가 조금 지나면 새끼들이 노란 주둥이를 집 밖으로 드러내 놓고 먹이를 받아 먹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면 새들이 집을 나와 나는 연습을 합니다. 풋살구가 달린 살구나무를 차례차례 날아가는 모습은 신비롭습니다. 아이들과 창가에서 새들이 나는 연습을 하는 것을 바라보곤 했지요. 그러다가 어린 새끼가 잘못해서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교실 안으로 날아들 때도 있지요. 그러면 아이들이 새를 잡으려고 난리지요. 우리들은 유리 창문을 열어놓고 새가 그 유리창으로 날아가기를 바랍니다. 새가 유리 창문을 통해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면 마음이 후련하지요. 어느 날 그런 어린 새를 잡아 밖으로 날려 보낸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새의 다사로운 몸과 뛰는 심장의 그 감각이 살아 난 듯합니다. ●약력 1948년 임실에서 태어나 1968년 순창농림고를 졸업했다. 1970년 청웅초등학교 교사로 교단에 들어섰으며 이후 1971년 덕치초등학교 교사, 1997~2002년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 교사, 20 02년부터 지난해까지 덕치초등학교 교사로 몸담았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 ‘21인 신작시집’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02 제11회 소충사선문화상, 1997 제12회 소월시문학상, 1986 제6회 김수영문학상 등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콩 너는 죽었다’(동시집), ‘풍경일기’(산문집) 등과 함께 시집 ‘섬진강’ ‘맑은날’ ‘꽃산 가는 길’ ‘누이야 날이 저문다’ ‘그리운 꽃편지’ ‘그 여자네집’ ‘강같은 세월’ 외 다수가 있다.
  • [유통플러스]

    ●빙그레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끌레도르가 끌레도르 마케팅 어드벤처 5기 참가 대학생 70명을 모집한다. 26일부터 5주 동안의 프로그램을 통해 마케팅 실무 경험과 전문가 강의를 듣는다. 15일까지 홈페이지(www.cledor.co.kr)에서 접수를 받는다. ●린나이코리아가 공기방울 세정과 순간온수 가열 방식을 갖춘 샤워 비데 L시리즈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순간온수 가열 방식으로 갑작스럽게 온수 온도가 변하지 않게 했고, 절전 효과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38만 9000원. 1577-7300. ●김정문알로에가 색조 라인 베루시에 베이스 메이크업 라인을 출시했다. 프라이머 기능으로 주름과 모공을 가려주는 ‘실크베일 에이지 리파이너’·자외선 차단효과를 지닌 ‘메이크업베이스’·자외선 차단과 주름개선 효과를 낸 ‘파운데이션 비비크림’ 등 3종이다. ●사조해표가 포도씨유·올리브유·카놀라유·해바라기유·현미유 등 고급유 5종을 새로운 디자인과 패키지로 리뉴얼해 출시했다. ‘건강’을 주제로 신선한 열매가 담긴 바구니 이미지 등을 사용해 고급화시켰다고 한다. ●오는 9일 창립 55주년을 앞둔 AK플라자의 이벤트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구로본점에서 7일 오후 3시와 5시에 수영복 패션쇼를 열고, 9일 티 소믈리에가 만든 청은차 시음 및 샘플 증정 행사를 진행한다. 수원점에서 11일까지 비치웨어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7일 오후 3시에는 프로게임단 KTF매직엔스 소속 프로게이머 팬사인회를 연다. 온라인 AK몰은 8~19일 퀴즈풀이 경품 행사를 진행한다. ●독일 세탁세제 퍼실이 한국 진출을 기념, 10~30일 매주 주말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자판기 분장을 한 사람이 직접 7차례 정도 세탁할 수 있는 분량의 샘플을 나눠주는 퍼실 인간 자판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1982년 발매된 동아제약 가그린이 리뉴얼됐다. 기존 플루오르화나트륨 성분에 살균력이 강한 염화세틸피리디늄을 추가해 충치원인균을 살균하고 치아 표면을 불소코팅해 충치를 예방한다고 소개했다. ●한국스티펠이 HP미니노트북·닌텐도 위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내 친구에게 드리클로를 추천합니다 사연 공모 이벤트를 6월 한달 동안 홈페이지(www.driclor.co.kr)에서 진행한다. 드리클로는 자기 전에 겨드랑이·손·발 부위에 바르고 아침에 씻어내면 땀이 덜 나고 체취도 제거할 수 있는 땀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 승인을 받은 제품이다. ●동서식품이 동서커피문학상 20주년을 기념, 나의 20년 지기에게 보내는 편지 이벤트를 진행한다. 20년 지기나 20년을 함께 하고픈 사람들에게 보낼 편지를 접수하면, 작품을 선정해 상금·커피세트·동서문학상 수상작품집 등을 증정한다. 22일까지 홈페이지(www.dongsuh.co.kr)에 등록하면 30일 발표한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양심층수 브랜드 리리코스에서 마린 셀프 에스테틱 키트를 선보였다. 한달 동안 매일 저녁 기초 손질 단계에서 세럼과 콜라겐필러를 바르고 이온 마사저로 5분 동안 마사지하면 탄력과 주름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소개했다.
  • 제17회 공초문학상 신달자 시인

    서울신문사가 주관하는 제17회 공초문학상 시상식이 4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수상작은 현대시학 2009년 3월호에 실린 신달자 시인의 ‘헛눈물’. 무소유의 삶을 살다간 공초 오상순(1894~1963년) 시인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공초문학상은 등단 20년 이상의 중견시인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 발표한 신작 중 수상작을 선정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TV 김상인VJ bowwow@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동서식품, ‘나의 20년 지기에게 보내는 편지’ 이벤트

    동서식품, ‘나의 20년 지기에게 보내는 편지’ 이벤트

    동서식품은 메세나 사업인 ‘동서커피문학상’ 20주년을 기념해 ‘나의 20년 지기에게 보내는 편지’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 행사는 20년 지기 또는 20년을 함께 하고픈 이에게 보낼 편지 중 우수 작품을 뽑아 상금 및 동서커피세트, 동서커피문학상 수상작품집 등의 상품을 주고 이를 낭송할 기회도 준다. 당첨자뿐 아니라 해당 20년 지기에게도 동서커피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준다. 우수 작품은 오는 25일 경기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진행되는 환우와 가족들을 위한 문학나눔콘서트에서 낭송된다.  참가자는 22일까지 동서식품 홈페이지(www.dongsuh.co.kr)에 등록하면 된다. 수상작은 30일 홈페이지에 발표된다.  동서식품 안경호 홍보실장은 “아마추어 문학상으로 출발한 동서커피문학상이 성장을 거듭해 여성들의 자아발견 및 작품 발굴 그리고 이를 통해 삶의 향기를 나누는 가교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10회째를 맞는 ‘동서커피문학상’은 여성들의 문학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동서식품이 제정한 문화후원사업이다. 1973년 ‘주부에세이’로 출발, 1989년에 ‘동서커피문학상’으로 명칭이 바뀐 뒤 20년간 격년으로 실시된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시인 구광렬 울산대교수 브라질 국제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구광렬(53) 울산대 교수가 ‘21세기 문학예술인 연합회(Alpas xxi)’ 문학상의 시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2일 “오늘 주최측으로부터 수상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수상작은 시 ‘Estrella de mar(불가사리)’ 외 31편. 시인은 1986년 멕시코 유학시절 현지 문예지 ‘엘 푼토(El Punto)’로 등단한 이후 스페인어와 한국어 등 2개 언어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다. 등단 이후 ‘자해하는 원숭이’, ‘텅 빈 거울’, ‘하늘보다 더 높은 땅’, ‘팽팽한 줄 위를 걷기’ 등의 스페인어 시집과 ‘나 기꺼이 막차를 놓치리’, ‘밥벌레가 쓴 시’ 등의 한국어 시집을 냈다. 이번에 수상한 상은 브라질에 본부를 두고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등으로 쓰인 작품을 대상으로 매년 수상작을 정하는 국제문학상이다. 2003년에 시집 ‘텅 빈 거울’로 멕시코 문협상을 수상했고, 올해까지 2년 연속 ‘중남미 시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시상식은 21일 브라질 현지에서 열린다. 수상작은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등으로 변역·출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연합뉴스
  • [엄마와 읽는 동화]기태야아!/소중애

    [엄마와 읽는 동화]기태야아!/소중애

    주방에서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가 들리고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겼어요. 엄마가 오셔서 텔레비전을 끄며 말씀 하셨어요. “기태 좀 찾아 봐.” 내가 뭐 기태 찾아오는 사람인가요. 만날 나보고 기태 찾아오라고 하게. 만화 영화 보고 있는데…. “빨리 기태 찾아와. 저녁 먹게.” 정말이지 귀찮아 죽겠어요. 베란다에 나가 밖을 향해 소리쳤어요. “기태야아! 기태야아!” 이렇게 부르면 어디선가 기태가 나타나 손을 번쩍 처 드는데 오늘은 멀리 갔나봐요.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아기 업고 서성이던 옆집 아줌마만 올려다 봤어요, “기태 없어요.” 눈치를 보면서 텔레비전 앞으로 슬금슬금 갔어요. 엄마가 나물 무치던 일회용 장갑 손으로 현관문을 가리켰어요. “나가서 찾아.” 아이 정말 짜증나요. “현관 문 살살 닫고 나가.” 엄마는 내 맘 속을 훤히 들여다봐요. 마음을 들키는 바람에 쾅 닫으려던 현관 문을 살며시 닫았어요. 엘리베이터는 20층 꼭대기에 올라가 있네요. 아이 짜증나. 쿵쾅쿵쾅 5층에서부터 뛰어 내려갔어요. “기태야아! 기태야아!” 코 찔찔이 바보 같은 게 어딜 쏘다니는지 모르겠어요. 놀이터에도 없어요. 아, 마침 기태 친구들이 있네요. 모래를 쌓아 올리며 놀고 있어요. “야, 너희들 기태 못 봤니?” “못 봤어.” “우린 기태랑 안 놀아.” “왜 안 놀아. 친구끼리 사이좋게 놀아야지.” 어렸을 때부터 친구를 가려가며 사귀는 것은 좋지 않아요. 기태 친구들은 아직 학교도 안 다니니 1학년인 내가 가르쳐줘야 해요. “기태는 바보잖아.” “우린 바보랑 안 놀아.” 나는 깜짝 놀랐어요, “기태가 왜 바보야?” 아이들이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어요. “오빠가 기태보고 바보라고 했잖아.” “형이 기태 부를 때마다 바보라고 불렀잖아.” 내가 그랬던가? 기태는 코를 흘려요. 코 끝에 콧물이 매달려 있을 때가 많아요. 엄마는 기태가 코에 병이 있어서 그렇다고 했지만 나는 창피해요. “넌 왜 바보같이 코를 흘려?” 옷도 항상 더럽히고 다녀요. 아침마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데 저녁에는 집 없는 아이처럼 옷이 더러워져요. “더러워 죽겠네. 바보같이 옷이 그게 뭐야?” 그러고 보니 나는 말끝마다 기태보고 바보라고 했네요. “아저씨, 기태 못 봤어요?” 경비실에 가서 아저씨에게 물어봤어요. 아저씨는 경비실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내다보니 알 거예요. “저 아래로 가더라.” 아저씨가 아파트 문을 가리켰어요. 기태가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고요?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바보 같은 게…. “기태야아! 기태야아!” 아파트문을 나가면 길이 세 갈래예요. 오른쪽은 학교 가는 길, 가운데 길은 시장 가는 길, 왼쪽으로는 유치원 가는 길. 기태는 학교를 싫어하니깐 오른쪽으로는 가지 않았을 거예요. “선생님은 조금만 잘못해도 막 혼내고 손바닥을 때린단 말야. 기태 너는 한글도 모르니깐 학교에 가면 만날 혼날 거야.” 내가 겁을 줬거든요. 유치원으로 가는 왼쪽으로도 가지 않았을 거예요. 기태는 유치원에도 가기 싫어하거든요. 유치원, 도란도란 이야기 방에서 예슬이라는 애에게 뽀뽀했는데 예슬이 엄마가 쫓아와 야단쳤거든요. 난 기태가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시장으로 가는 가운데 길만 남았네요. 난 시장에 가 본 적이 없어요. 우리 엄마는 아파트에 있는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든요. 기태도 시장에 가본 적이 없을 거예요. “기태야아! 기태야아!” 아 정말 짜증 나. 아무리 불러도 기태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시장 쪽에서 맛있는 냄새가 퐁퐁 흘러나왔어요. 한발한발 시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어요. 기태는 먹는 것을 좋아하니깐 어쩌면 냄새 따라 시장에 갔을지도 몰라요. 시장 가까이 가자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시끌시끌 시끄러워지고 맛있는 냄새도 진해졌어요. 배에서 꼬르륵 꼬륵 먹을 것 달라고 졸랐어요. 떡볶이 가게의 떡볶이가 맛있게 보였어요. “아줌마. 떡볶이 500원어치 주세요.”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던 500원짜리 동전을 꺼냈어요. “여기는 학교 앞처럼 500원어치는 안 파는데…” 하면서도 아줌마가 떡볶이를 줬어요. 시장 떡볶이가 학교 앞 것보다 맛은 있는데 더 매운 것 같아요. 호-. 떡볶이를 다 먹고 일어나면서 물었어요. “아줌마, 내 동생 못 보셨어요?” “네 동생이 누군데?” “기태요. 왕기태. 키는 요만하고요. 좀 통통해요.” 손으로 내 가슴 쯤을 가리켰어요. 창피해서 코 흘린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아줌마가 내가 먹은 떡볶이 그릇을 치우면서 고개를 저었어요. “못 봤어. 그렇게 작은 애는 못 봤어.” “기태야아! 기태야아!” 도대체 기태는 어딜 간 거지? 시장 안으로 더 들어갔어요. 비릿한 냄새가 훅 콧속으로 들어왔어요. 커다란 그릇 속에서 생선들이 퍼덕거리고 게가 부글부글 거품을 뿜고 있어요. 어? 살아있는 문어도 있네요. 옆으로 난 골목에는 둥근 수족관에서 새우들이 등을 구부리고 헤엄쳐 다녔어요.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네모난 수족관에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가득 차 있었어요. “얘, 저리 비켜.” 뜰채로 물고기를 건져내던 아저씨가 말했어요. 커다란 물고기가 뜰채 안에서 퍼덕거리는 바람에 내게로 물이 튀었어요. 아이, 짜증 나. 아무래도 기태는 시장에 오지 않았나 봐요. 돌아가야 겠어요. 기태가 이렇게 멀리 왔을 리 없잖아요. “……?” 그런데 어느 쪽으로 가야 집이죠? 올 때는 길이 하나였는데 돌아서니 길이 여러 개예요. 새우 옆을 지나 커다란 그릇에 생선 퍼덕거리는 곳을 지나 걸었어요. 어? 그런데 이상해요. 아까 떡볶이 사 먹었던 가게는 보이지 않고 떡 가게들만 죽 있어요. 되돌아 걸으니 이번에는 생선 가게들은 없고 채소 가게들이 나타났어요. “……” 아무래도 내가 길을 잃어 버렸나 봐요. 바보같이. 겁이 덜컥 나고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어요. 바보같이 울면 안 되는데… “어어헝. 기태야아. 기태야아. 엄마아 -” 그때, 어디선가 기태가 달려왔어요. 코 찔찔 흘리며 집 없는 아이처럼 더러워진 옷을 입은 기태, 내 동생이었어요. “형아, 왜 울어? 누가 때렸어? 형아 왜 울어?” 기태가 내게 안겼어요. “…기태야아.” 콧물이 척척하게 뺨에 닿았어요. 그런데 이상해요. 더럽지가 않아요. “형아, 떡볶이 먹었어?” 나는 뺨에 묻은 콧물을 닦는 척하면서 눈물을 닦았어요. “형아, 떡볶이 먹었지?” 기태가 또 물었어요. “어떻게 알았어?” “여기에 고추장 묻었어.” 기태 손가락이 가리킨 가슴에 뻘건 떡볶이 국물이 묻어 있었고. 그 옆에는 얼룩도 있었어요. “형아, 생선 먹었어?” “아니.” “형아한테서 생선냄새 나.” 나는 창피하지도 않았어요. 집에 갈 일만 걱정 되었어요. 또 눈물이 나려고 했어요. “형아. 집에 가자. 배 고프다.” 아무 것도 모르는 기태는 집에 가자고 했어요. “……” 주위를 둘러 봤어요. 순대 가게에 돼지머리고기 가게들이 늘어서 있어요. 시장 속에 있는 가게들이 멋대로 돌아다니는 것 같아요, 이제는 정말이지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어요. “그만 구경하고 집에 가자. 배 고프다.” 기태가 내 손을 잡아끌었어요. “…너, 집으로 가는 길 알아?” “그럼 알지. 만날 여기 와서 구경하고 노는데.” 기태야아. 기태에게 어깨동무를 했어요. 기태 키가 이렇게 큰가? 기태 머리가 귀 옆에 있고 팔이 위로 당겨 올라갔어요. 슬그머니 팔을 내려 기태 허리를 감쌌어요. 기태가 이렇게 뚱뚱했나? 손이 겨우 기태 옆구리에 닿았어요. 슬그머니 기태 손을 잡았어요. 따뜻하고 도톰한 손이었어요. 우리는 잡은 손을 흔들며 걸었어요. 기태는 골목길을 요리조리 잘 찾아 걸었어요. 아까 사먹었던 떡볶이 집이 나타났어요. “동생을 찾았구나.” 떡볶이 아줌마가 웃었어요. “아줌마 안녕 !” 기태가 인사했어요. “저 아줌마 알아?” “알지. 단골인데.” 어? 기태가 말도 잘하네요. 우리는 마주보고 씨익 웃었어요. 엄마한테 시장에서 떡볶이 사 먹은 것 비밀로 하자는 뜻이에요. 드디어 시장 골목길을 나왔어요. 우리 아파트가 보였어요. “아저씨 안녕 !” 아파트 문을 들어서면서 경비실 아저씨에게 기태가 큰소리로 인사했어요. 기태가 인사도 잘해요 ! “안녕. 형이 널 찾았구나.” “우리 형은 날 잘 찾아요. 우리 형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해요.” ‘…기태야아.’ 나는 힘차게 손을 흔들었어요. 기태도 깔깔웃으며 잡힌 손을 힘차게 흔들었어요. “기태야아. 기태야아.” 엄마가 베란다에 나와 기태를 부르고 있어요. “엄마아아.” 우리는 엄마를 향해 소리를 질렀어요. . ●작가의 말 어렸을 때 자주 동생을 찾으러 다녔습니다. 아주 귀찮은 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은 집 근처에서 찾았는데 어느 날인가는 아무리 찾아도 동생이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아저씨와 아줌마에게 내 동생을 봤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동생 키가 얼마나 크고 얼굴이 어떻게 생겼으며 무엇을 입었는지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함께 사는데, 매일같이 봤는데도 말이에요. 나는 동생을 찾다가 길을 잃어버려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동생을 만났을 때의 반가운 마음이 오늘 이 글을 쓰게 하였습니다. ●약력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1982년 ‘아동문학평론지’에서 ‘엄지 병아리’로 등단했으며 ‘개미도 노래를 부른다’ 외 최근 저서로는 ‘선생님과 줌이 함께 쓴 교환일기’ ‘꼼수강아지 몽상이’ ‘거북이 장가보내기’ ‘ 잉카야 올라’ ‘작은 기적들’ 등 124권이 있다. 2009년 2월 초등학교를 퇴직한 뒤 현재는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해강아동문학상(1986). 중·한작가상(87), 어린이가 뽑은 작가상(94), 한국아동문학상(2002), 방정환 문학상(2004) 등을 수상했다.
  • 日 사회병폐 다룬 연극 국내무대 오른다

    日 사회병폐 다룬 연극 국내무대 오른다

    폭 1.8m, 높이 1.2m, 깊이 0.9m의 작은 상자. 한 명이 편히 다리 뻗고 눕기도 힘든 사다리꼴 모양의 이 공간이, 무려 17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 ‘다락방’의 주 무대다. 믿기지 않지만 동시에 15명이 상자에 들어가는 장면도 있다. 일본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사카테 요지는 스스로 갇혀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의 심각성을 이처럼 극단적인 시각 이미지로 형상화해 낸다. 현대 일본 사회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주목받고 있는 사카테 요지의 대표작 ‘다락방’(6월8~28일)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7월2~12일)가 잇따라 국내 무대에 오른다. 아르코예술극장이 기획한 ‘사카테 요지 페스티벌’에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일본 대표 연출가의 고민과 생각을 교류하는 기회”(최용훈 아르코예술극장장)로 마련됐다. ‘다락방’은 은둔형 외톨이들의 안식처로 고안된 조립식 상품인 다락방을 배경으로 저마다 각자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엮어낸 블랙코미디다. 왕따를 당해 학교에 못 다니게 된 소녀, 비디오와 인터넷으로만 바깥 세상과 접촉하다 오래 전 죽은 남자, 범인의 행적을 쫓느라 잠복 중인 형사 등 수십 명의 인물이 다락방에서 웅크리고 지낸다. 사카테 요지는 이 작품으로 요미우리 문학상과 요미우리연극대상 연출가상을 받았다. 그는 “히키코모리는 일본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지만 어느 나라 사람이든 갇혀 있는 느낌은 있다.”면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간에서 연극을 해 보자는 공간적인 시도와 인간의 소외에 관한 사회비판적 의식이 결합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주제는 무겁지만 대사와 표현 양식은 가볍고 경쾌하다. 이 작품은 8개국 15개 도시에서 공연되면서 그 나라의 문화에 따라 조금씩 각색됐다. 지난 3월 내한해 선종남, 장성익, 정만식 등 출연배우를 직접 캐스팅한 사카테 요지는 “한국 배우들은 자기 이미지를 만들고 캐릭터를 완성하려는 욕심이 강하다. 그래서 한층 역동적이다.”라고 말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원제 오뚝이가 자빠졌다)는 지난해 사카테 요지의 작품 ‘블라인드 터치’를 연출했던 극단 청우의 김광보 연출이 맡았다. 오뚝이는 지뢰를 밟아 팔다리가 잘려나간 사람의 상징으로, 전쟁으로 인한 비인간적인 현실을 대변한다. 2004년 일본 자위대가 이라크 전쟁에 파병되는 원작의 배경은 우리의 자이툰 부대 파병과 비무장지대(DMZ)로 바뀌었다. 김광보 연출은 “전쟁의 참혹함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상처를 안긴다는 점을 무겁지 않게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2만원. (02)889-3561.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국경 너머 독자 상상할 수 있게 돼 신선해요”

    “국경 너머 독자 상상할 수 있게 돼 신선해요”

    소설가 신경숙(46)씨의 장편소설 ‘외딴방’이 프랑스의 ‘주목받지 못한 작품상(Prix de l‘lnapercu)’을 수상했다. 29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프랑스에서 발간한 ‘외딴방(La Chambre solitaire)’(자크 바틸리요·정은진 옮김)이 올해 2회째를 맞는 이 상의 외국작품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노동자·여성의 삶 놀랍게 잘 그려” 주요 문학상에 반기를 든 비평가들과 기자들이 선정하는 이 상은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받지 못한 ‘숨은 걸작’에 주어진다. 일체의 외부 조건을 제외하고 오직 작품만으로 평가해 프랑스와 외국 작품 각 1편씩을 정한다. 심사위원들은 “아니 에르노, 프루스트, 에밀 졸라의 작품 속 노동자들의 서사시를 한데 엮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면서 “신경숙은 놀라운 힘과 열정적 감수성, 무겁지 않은 필치로 이 모든 것을 ‘외딴방’ 안에 녹여냈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의 민주주의 탄생 과정뿐 아니라 노동자 및 여성의 삶, 거기에다 자신의 성장기를 놀라울 정도로 잘 그려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프랑스어로 번역·출간… 상금 1000유로 ‘외딴방’은 1970년대 구로공단을 배경으로 소설가를 꿈꾸며 공장일을 했던 작가의 자전적 모습이 잘 담긴 작품. 프랑스에서는 ‘주목받지 못한 작품’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았고, 2005년에 한국문학번역원이 지원하는 ‘한국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프랑스어로 번역·출간됐다. 신경숙씨는 “프랑스에서 처음 번역된 책이 의미있는 상을 받았고, 또 개인적으로 그 대상작품이 ‘외딴방’이라 더 기쁘다.”면서 “이로써 국경 너머 독자를 상상할 수 있게 돼 신선하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또 “이런 소통이 가능하게 해 준 건 순전히 번역자의 노고”라며 영예를 돌렸다. 이번 상의 상금은 1000유로로 원작가와 번역가가 반씩 나눈다. 프랑스에서는 도미니크 코닐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공초문학상] 17년 전통 공초문학상은

    공초 문학상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그 삶을 고스란히 시 세계에 투영했던 공초(空超) 오상순(1894~1963) 시인을 기리기 위해 1992년 제정된 시 문학상이다. 17년의 세월을 건너 오는 동안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1992년 초대 수상자인 이형기(1933~2005) 시인을 비롯해 박남수(1918~1994·1993년 수상), 신경림(1998), 오세영(1999), 김종해(2002), 김지하(2004), 성찬경(2006) 시인, 그리고 지난해 조오현 시조시인 등까지 예술 세계의 정점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중진-혹은 원로-시인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혹시 지명도에 수상 여부가 좌우됐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볼 수 있다. 일단 ‘등단 20년 이상 시인의 작품’이라는 심사 대상의 엄격한 제한이 그 배경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더욱이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다소 모호한 기준이 절묘하게 수상작 선정에 관철됐음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공초문학상이 단순히 작가 이름값으로 가려지지 않음은 수상 작품을 읽어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매회 수상작가의 작품은 우주와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관조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것이 단순한 관념의 세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천의무봉의 시어를 빌려 나타나니 독자들로 하여금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깨달음까지 안겨 준다. 소박하며 고졸한 시어와 폭풍처럼 몰아치는 광대한 격정의 시어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공초 시 세계의 형식적 특징이다. 또한 집착과 욕심으로부터 완전한 해탈을 담아낸 시의 내용은 쉬 흉내내기 어려운 공초의 높은 경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아침에 눈 떠 저녁에 잠들 때까지 담배를 놓지 않는 등 김관식, 고은, 천상병 등과 함께 ‘문단의 대표 기인(奇人)’으로 유명했던 공초의 시 세계가 후배들에게 드리운 자락이 지금까지도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공초문학상] “詩는 질투 많은 연인… 무릎 꿇어야 좋은 작품 보답”

    [공초문학상] “詩는 질투 많은 연인… 무릎 꿇어야 좋은 작품 보답”

    “시가 없이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시를 버린다는 건 삶을 포기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겠죠.” 제17회 공초문학상을 수상한 신달자(66) 시인은 평생 곁에 두고 살아온 시에 대해 “질투가 많은 연인”이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시인은 “한때는 소설을 쓴 적도 있고, 에세이도 쓰고 있지만 역시 제게는 시뿐이며 나의 존재보다 시의 존재가 더 크다.”고 말했다. ●“어머니 생각하며 쓴 작품” “시는 자기만 바라보고 무릎을 꿇어야 좋은 작품을 내보여 준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까지 열한 권의 시집을 냈다. 1972년 ‘현대문학’으로 재등단한 이후 37년 동안 한순간도 놓지 않고 꾸준히 시를 써온 셈.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애초 ‘여상’에서 1964년 등단했던 것에 습작기까지 치면 50년이 훌쩍 넘는다. 시인은 여고생 시절 학교대표로 경남백일장에 참석해 상을 받고 그렇게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와 인연을 맺었다. 오래 시를 쓰며 이제는 피할 수 없게 된 세월의 무게를 글로 쓴 것이 수상작 ‘헛 눈물’(현대시학 2009년 3월호)이다. 수상작은 눈물이라는 소재를 명료하면서도 절제된 언어로 다듬어 내며 삶의 본질을 노래한 작품. “세월이 지나며 여성성을 상실해 가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작품이지요. 어릴 때는 어머니가 했던 말들이 참 싫었지만 어느날 새벽에 일어나 앉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후두둑 흐르더라고요. 예전 내 어머니처럼요.” 시인이란 이름으로 오래 지냈지만 스스로도 시인의 삶은 한 없이 외롭다고 한다. “시인은 스타도 아니고, 좋은 시를 위해서는 언제나 혼자여야 하고, 또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어야 하고, 그렇다고 독자들이 그 고통스러운 결과물을 열심히 보지도 않지요.” 시를 쓰기 위해 고통 속에서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또 “시가 있었기에 삶의 고통을 이겨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대학 시절까지는 오만했지만 문학에 눈을 뜨고부터는 자기존재를 잠식하는 시가 두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과 시어머니의 오랜 투병, 남편과의 사별, 홀로 된 외로움 속에서도 그 곁을 지켜 준 건 바로 시였다. 원로시인이지만 그 역시 슬럼프가 많았을 터. “젊을 때 고통과 상처를 받다 보니 시가 관념적으로 변했습니다. 또 상처를 숨기기 급급하다 보니 시가 공감을 얻기 힘들었죠. 그러다가 그걸 확 터뜨려 보이자 시가 좋아졌다는 얘기가 나오더군요.” ●“숨겨진 상처 터뜨리니 시 좋아져” 생전 공초에 대한 기억은 한 컷의 그림으로만 남아 있다고 한다. 옛날 학생 때 명동의 한 주점에 들어 갔는데 담배 피우는 공초를 보면서 ‘괴팍한 예술가’의 모습을 연상했다. 산다는 게 무엇일까. 누구나 궁금해진다. 시인은 “외롭게 사는 게 사는 재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정희(1948~1991) 시인의 시구절 하나를 인용한다.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디든 못 가랴.’ 가끔 집 주변에 있는 탄천을 산책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 외 시간은 강연과 글쓰기 등으로 보낸다. 지난해 에세이집을 냈고, 곧 새로운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 ‘종이’를 소재로 인간 정신의 근원을 노래할 50편 정도의 연작시도 책으로 낼 예정이다. 글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헛 눈물 슬픔의 이슬도 아니다 아픔의 진물도 아니다 한 순간 주르르 흐르는 한줄기 허수아비 눈물 내 나이 돼봐라 진곳은 마르고 마른곳은 젖느니 저 아래 출렁거리던 강물 다 마르고 보송보송 반짝이던 두 눈은 짓무르는데 울렁거리던 암내조차 완전 가신 어둑어둑 어둠 깔리고 저녁 놀 발등 퍼질 때 소금끼조차 바짝 마른 눈물 한 줄기 너 뭐냐? ■ 약력과 낸 책 ▲1943년 경남 거창 출생 ▲숙명여대 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1989년 대한민국 문학상 수상 ▲1997년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 ▲2001년 시와시학상 수상 ▲2004년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2007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2008년 영랑시문학상 수상 ●시 집 ‘봉헌문자’, ‘겨울축제’, ‘아가’, ‘황홀한 슬픔의 나라’, ‘백치슬픔’, ‘아버지의 빛’, ‘열애’ 등 ●산문집 ‘백치애인’, ‘아버지의 빛’, ‘어머니, 그 삐뚤삐뚤한 글씨’ 등 ●소 설 ‘물 위를 걷는 여자’
  • [책꽂이]

    ●대답 없는 사랑(막심 고리키 지음, 이강은 옮김, 문학동네 펴냄) 러시아 대문호 막심 고리키의 마지막 단편집이다. 익히 알려진 혁명, 노동, 계급 등 이념 문제보다는 예술로서의 문학에 무게를 실은 단편소설 9편을 묶었다. 사상을 뛰어넘는 문학적 실험이 돋보인다. 1만 4000원. ●아버지의 여행가방(오르한 파묵 외 지음, 이영구 외 옮김, 문학동네 펴냄)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부터 1957년 알베르 카뮈까지 가려뽑은 열한 명의 수상연설문을 모았다. 각 작가들의 전문가라 할 국내 필진들이 연설문을 맡아 번역하고 연설 내용 및 작가·작품 해설도 함께 붙였다. 1만 2000원. ●지구에 하나뿐인 병원(캐서린 햄린 지음, 이병렬 옮김, 북스넛 펴냄) 1959년 의료봉사를 떠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50년간 3만 2000여명의 환자를 돌본 호주 의사 캐서린 햄린의 자전적 에세이. 그는 그동안 만나온 환자들을 차분하게 하나하나 되돌아보고,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1만 3500원.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북스코프 펴냄) 일본 영화감독인 다케시가 풀어놓는 생사, 교육, 관계, 예법, 영화에 대한 독창적이고 거침없는 독설들. 그의 방황하던 젊은 시절과 다양한 경험, 개인적 일화까지 엿볼 수 있다. 1만 2000원. ●저우언라이(김상문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펴냄) 뛰어난 지도력과 품격을 가진 중국의 정치가 저우언라이(주은래)를 고찰한다. 저자는 “지금 중국의 저력을 만든 원천은 훌륭한 지도자이며 그 중심에 저우언라이가 있다.”고 평가하며 “진정으로 인민과 국가에 충성을 바친 저우언라이같은 지도자가 한국에서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했다.”고 밝힌다. 1만 5000원. ●노무현과 함께 만든 대한민국(제16대 대통령 비서실 지음, 지식공작소 펴냄) 참여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의 국정 성과를 자평해 내놨던 책으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2년 만에 개정, 출간됐다. 2007년 출간한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에 ‘21세기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했던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문을 덧붙였다. 9000원.
  • 어린이책 출판사 수상작 3선

    출판사들이 너도나도 공모하고 있는 어린이책 수상작들은 정말 좋을까? 경쟁을 통해 수상작이 됐으니 아무래도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창작과비평이 제13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고학년 창작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이은정씨의 장편 동화 ‘소나기밥 공주’와 저학년용 ‘이상한 열쇠고리’를 펴냈다. 문학과지성사는 아동문학가 마해송을 기리는 마해송 문학상 5회 수상작으로 이송현씨의 ‘아빠가 나타났다’를 출판했다. 우선 ‘소나기밥 공주’(정문주 그림). 아빠 없이 혼자 사는 초등학생 6학년생 소녀의 이름은 공주. 성이 안, 안공주다. 실제 그의 삶처럼 말이다. 공주는 학교 급식시간마다 밥을 엄청나게 많이 먹어 ‘소나기밥 공주’로 불린다. 아빠와 단둘이 반지하방에서 사는데 아빠가 어느날 사라져 학교 급식이 가장 중요한 끼니가 됐기 때문이다. 담임 선생님은 체할까 걱정된다는데, 굶기를 밥먹듯 하는 공주는 체한다는 의미를 모른다. 아빠는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러 안산의 재활원에 들어갔다고 편지를 보내왔다. 공주는 있는 돈을 다 털어 홀로 아빠를 면회갔지만, 아빠를 만나지는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돈이 다 떨어졌고, 집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배고픔에 시달리던 공주는 해피마트에서 이웃집에 배달가던 장바구니를 가로챘다. 가로챈 장바구니로 저녁밥을 해먹는 공주는 배도 부르고 행복했을까? 잘못된 행동에는 양심의 가책이라는 통렬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8500원. 저학년 부문 대상을 받은 오주영씨의 ‘이상한 열쇠고리’(서현 그림). 우연히 열쇠고리를 주운 뒤로 지영이는 체육복이 필요하면 체육복을 얻고, 평소 못되게 구는 박동구를 혼내주기도 하고, 엉망진창으로 본 시험을 재시험치게 만든다. 그런데 지영은 자신의 소원이 이뤄질 때마다 친구들이 곤란을 겪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지영이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 열쇠고리를 줍기 직전으로 돌아간다. 열쇠고리가 다시 지영이의 눈앞에 놓이게 되는데, 지영이는 열쇠고리를 주울까 외면할까. 표제작 외 3편의 단편 수록. 8500원. ‘아빠가 나타났다’(양정아 그림)의 주인공 초등학생 5학년 남자아이 준영이는 숨기고 싶은 비밀 두 가지가 있다. 아빠가 댄스교습소를 운영하는 ‘춤선생’이라는 것과 2살 때 엄마와 아빠가 이혼해 지금은 아빠랑 산다는 것이다. 아빠는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러워하지만 아빠를 ‘제비’라고 사람들이 놀릴 때면 준영이는 괴롭다. 해마다 열리는 체육대회를 기다리던 준영이는 깜짝 놀랄 소식을 듣는다. 5학년들이 스포츠 댄스 공연을 하게 됐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춤선생님으로 아빠가 오신단다! 아빠를 숨기고픈 준영이와 자신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려는 아빠와의 사이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부자(父子)간의 갈등과 화해를 유쾌하게 그렸다. 아동문학에서 빈번하게 등장했던 폭력 아빠, 가출 아빠 등 어두운 아빠들 사이에서 ‘차차차’를 추는 아빠의 출현은 반갑다. 9000원. 문소영 박상숙기자 symun@seoul.co.kr
  • [공초문학상] 심사평 “잘 구워진 언어의 사리”

    일찍이 한국시는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 시인에 의해 눈을 떴고 그가 개척한 우주적 광활한 시세계를 딛고 오늘의 눈부신 팽창을 이루고 있다. 그 드높은 시의 정신을 받들고 기리기 위하여 제정된 공초문학상 제17회 수상작은 신달자 시인의 ‘헛 눈물’(현대시학 2009년 3월호)이 선정되었다. 공초문학상 운영조항에서 수상작 선정기준은 ‘등단 20년 이상의 시인을 대상으로 인품이 훌륭하며 최근 1년 간 발표한 신작시 가운데 수상작을 뽑는다.’로 되어 있다. 이 규정에 의해 선정된 신달자 시인은 40년 가까운 등단 햇수와 왕성한 창작활동, 작품의 우수성, 인품의 고매함까지 모든 조건에서 상의 권위를 덧입히는 수상자라 하겠다. 수상작 ‘헛 눈물’은 겉으로 읽어도 저 공초가 해냈던 깊고 넓은 사유와 맞닿고 있음을 알겠거니와 글자들이 감추고 있는 뜻을 헤아려 들어가면 시인이 삶의 문턱을 얼마나 아프게 넘나 들었으면, 또한 거기서 곪고 터진 생각을 얼마나 오래 깎고 다듬었으면 그 흔하고 비린 눈물을 이처럼 단단하고 빛나는 사리로 구워낼 수 있을까 하는 섬뜩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울렁거리던 암내조차 완전 가신’에서 이승을 몇 바퀴나 돌아나온 듯한 체관(諦觀)이 묻어 나오는가 하면 ‘소금끼조차 바짝 마른 눈물 한 줄기’, ‘너 뭐냐?’고 던지는 화두가 비어 있음(空)조차 넘어서는(超) 경지가 아닌가. 오늘의 시가 산문 쪽으로 넘어가고 ‘낯설게 하기’라는 탈을 쓰고 본래의 모습을 지워가고 있음에 비하여 신달자 시인은 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언어의 절제성과 명료성으로 그 울림의 폭을 드넓게 열어 가며 꾸준하게 앞서 나가고 있다. 이 수상의 후보에 그의 시선집 ‘바람 멈추다’가 참고되었음을 밝힌다. 심사위원 조오현 시조시인 임헌영 중앙대 교수 이근배 공초숭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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