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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붕어빵이죠”…헤밍웨이 닮은꼴 대회 1위

    미국 텍사스에 사는 50대 남성이 20세기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닮은꼴로 뽑혔다. 탄생 110주년을 맞아 헤밍웨이가 즐겨찾은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에 있는 선술집 ‘슬로비 조 바(Slobby Joe‘s Bar)’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열린 이 대회에서 데이비드 더글러스(53)이 1위를 차지했다. 넉넉한 체형과 하얀 수염 등 비슷한 외모를 가진 더글라스는 헤밍웨이 닮은꼴로 인정 받으려고 지난 8년 간 이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헤밍웨이가 즐겨 입은 두꺼운 스웨터를 입고 무더운 날씨를 견딘 끝에 139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닮은꼴로 뽑혔다. 기술자인 더글라스는 “평소 책을 잘 읽지 않지만 헤밍웨이처럼 술을 마시고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헤밍웨이는 1930년대 키웨스트에 살면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등 명작을 집필했다. 그 뒤 ‘노인과 바다’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매년 7월 21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헤밍웨이의 날’ 축제는 닮은꼴 대회를 비롯해 단편소설 발표대회, 연극 공연, 청새치 잡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장르문학이 주류문단서 인정받아 기뻐”

    “장르문학이 주류문단서 인정받아 기뻐”

    원형(原型)의 스토리는 개별 민족이나 특정 문화, 시대를 뛰어넘어 형태를 바꿔가면서 쉼없이 노래되고, 회자된다. 손에 잡힐 듯 깔끔하게 풀어지는 한 편의 소설 역시 굳이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영화와 드라마의 원형이자 모티브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즈’의 시대다. 27일 발표된 ‘2009 멀티문학상’에 김이환(31)씨의 ‘절망의 구’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멀티문학상’은 올해 처음으로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와 방송사 SBS, 영화투자사 쇼박스가 1억원 고료를 내걸고 공동 주최한 문학상으로 공모 당시부터 ‘원소스 멀티유즈’를 표방했다. 지난 4월부터 진행됐던 예심부터 ‘출판-방송-영화’ 영역에서 고르게 9명이 심사를 맡았으며 본심 심사위원단 역시 소설가 이외수를 위원장으로 해서 드라마 PD(고흥식 CP), 영화감독(‘음란서생’의 김대우), 소설가(정이현) 등 각 장르별로 구성됐다. ‘절망의 구’는 어느날 정체모를 ‘공’이 지구에 나타나며 사람들을 빨아들인다는 판타지적 소설이다. 이러한 지구의 대위기 상황에서 마지막에 남는 것은 고독하고 나약한 한 명의 개인이라는 결론을 갖고 있다. 김씨는 2004년 첫 장편소설 ‘에비터젠의 유령’을 내놓은 이후 PC통신, 인터넷 공간을 통해 SF 등 장르 문학을 주로 내놓고 있는 작가다. ‘절망의 구’는 당초 취지대로 위즈덤하우스에서 다음달 중 단행본으로 출간되며, SBS와 쇼박스에서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이 준비될 예정이다. 시상식은 다음달 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SBS ‘스타일’, ‘찬유’ 시청률 이어 받을까?

    SBS ‘스타일’, ‘찬유’ 시청률 이어 받을까?

    SBS 새 주말드라마 ‘스타일’이 현재 인기 1위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찬란한’ 시청률을 이어 받을 수 있을까? 현재 전국시청률 40%를 돌파하며 인기 고공행진 중인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 후속으로 방영될 ‘스타일’(극본 문지영 김정아ㆍ연출 오종록ㆍ원작 백영옥)에게 많은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세계문학상 당선작이자 베스트셀러 ‘스타일’을 원작으로 제작되는 SBS 새 주말드라마 ‘스타일’은 김혜수 류시원 이지아 이용우 등의 출연으로 제작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20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스타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SBS 드라마국 허웅 국장은 “2009년 여름에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 스타일리시한 드라마를 선보이게 돼서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최고의 패션 아이콘 4명의 배우가 함께해 감각적으로 연출된 마술같은 드라마를 마음껏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함께 자리한 책임프로듀서를 맡은 이현직 CP는 “‘스타일’은 2008년 4월부터 기획을 시작했다. 2009년 현재를 살아가는 20, 30대 여성들의 삶과 사랑, 패션 트랜드를 드라마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이어 “백영옥 작가의 ‘스타일’ 원작을 구매한 후 배우 캐스팅 부분에 가장 역점을 뒀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을 선정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공을 들였다.”면서 김혜수와 이지아를 캐스팅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현직 CP는 “현재 ‘찬란한 유산’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 관심을 이어받아서 우리 ‘스타일’도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연출을 맡은 오종록 PD는 “드라마 작가와 나이가 20살 차이난다. 배우 이지아와는 25살 차이가 난다.”면서 “제가 90년대는 젊고 감각적인 드라마를 만들었지만 지금 하려니 힘들다.(웃음)”고 너스레를 떨었다. ‘스타일’은 화려하고 치열한 패션업계를 배경으로 고군분투하며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네 남녀의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리얼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SBS 새 주말드라마 ‘스타일’은 현재 방영중인 ‘찬란한 유산’ 후속으로 다음달 1일 첫 방송된다.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 / 사진=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지독하게 웃기지만 씁쓸한 뒷맛이…

    우리 사회의 현실은 코미디보다 더 웃긴 경우가 많다.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열외인종 잔혹사’(주원규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는 지독하게 웃기지만 웃음 속에 쓴맛이 배어나는, 이 사회의 현실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사건은 11월24일 하루 동안에 일어난다. 작가는 극우 노인 장영달, 비정규직 여성 윤마리아, 중년 노숙자 김중혁, 백수 게임폐인 기무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 ‘열외인간’들의 하루 생활을 시간대별로 추적해 간다. 네 명의 주인공은 서로 스치고 얽히다 결국 대형쇼핑몰인 코엑스몰에 모인다. 그리고 오후 4시, 갑자기 코엑스몰의 불이 꺼지고 양의 탈을 쓴 정체 모를 무리가 총을 들고 나타나 인질극을 벌인다. 하지만 열외인간들의 반응은 제각각. 극우 노인은 이를 ‘빨갱이들의 쿠데타’라 여기고, 게임폐인은 게임회사의 이벤트라고 여기는 식이다. 이런 능글맞은 유머를 들이대는 작가는 이력부터가 특이하다. 공대를 중퇴하고 신학을 공부해 목사 안수를 받아 현재는 대안 교회를 꾸려가고 있다. 그러면서 꾸준히 신학과 창작을 병행하고 있다. 그런 탓인지 이번 작품에도 종말론적 설정 등 종교적 색채가 다분히 묻어난다. “천민자본주의의 노예로 착취당하는 삶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면서 코엑스몰을 점령한 양떼들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심판’한다. 이들은 60세 이상 노인들과 70㎏이 넘는 여자들을 처단한다고 하는데, 이 역시 유머러스하지만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빗댄 뼈가 있는 얘기들이다. 하지만 양떼들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헤매는 등 시종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공분을 표출하고도 이를 시스템으로 연결시킬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이들은, ‘목자 없이는 살 수 없는 양’의 속성과 닮았다. 결국 양떼들도 네 명의 주인공과 다르지 않은 비주류일 뿐이다. 비주류들의 위협이 주류세력이 아닌, 같은 열외인간들에게 향한다는 데 이 작품의 아이러니가 있다. 작가는 짜임새 있는 구성을 통해 결국 이 사회를 가득 메우고 있는 열외인간들의 삶을 날카롭게 제시한 것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때 작품을 구상했었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보면서 작품의 결말을 생각했다.”면서 “그 역시 비주류이자 크게 보면 ‘열외인간’이 아니었겠는가.”라고 창작의도를 밝혔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책꽂이]

    ●산남수북(한샤오궁 지음, 김윤진 옮김, 이레 펴냄) 위화, 모옌과 더불어 현대 중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에세이집.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떠난 ‘팔계’라는 산골마을의 생활상을 그렸다. 특유의 기개와 해학이 묻어나며, 때로는 날카로운 필치로 도농간의 문화적 격차, 문명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2007년 루쉰문학상 수상작. 1만 6000원. ●바다의 성분(허만하 지음, 솔 펴냄) 등단 이후 30년간 의사로 활동했던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2006년 이후 발표한 작품 66편을 모았다. ‘내 목숨 최초의 열 달을 한 마리 물고기처럼 캄캄한 그 안에서 촉감으로 사귀었던 태초의 바다’(‘바다의 성분’ 중)처럼 원시적 풍경이나, 사물 사이 ‘틈새’의 이미지를 주로 다뤘다. 7500원.
  • 시인 고은 이어 소설가 황석영 급부상

    ‘고은, 박경리, 황석영, 조정래, 이문열, 김지하….’ 국내 작가들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을 점쳐 볼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름들이다. 국내 신문, 방송 문학담당 기자들은 노벨상이 발표되는 매년 하순 즈음이면 ‘올해야말로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 있다.’는 식의 기사를 쓴다. 또 후보로 올라 수상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여겨지는 문인-지금까지는 거의 고은 시인이었다-의 집 앞에 기자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진을 치는 것도 연례 행사가 됐다. 물론 아직껏 국내 문단에서는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1901년 노벨문학상이 제정된 이후 105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최종 후보 5명은 물론, 1차 후보 200명 명단도, 선정 기준도, 그 어떤 것도 공개된 바가 없다. 그저 국내·외 언론 등에서 추측할 뿐이다. 어쨌든 국내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에 몇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연말 수상자 발표석상 마이크 앞에 선 스웨덴 한림원 사무총장의 입에서 국내 작가의 이름이 불려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있다. 국내의 문학적 성취를 세계적 보편성으로 공유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늘 얘기되다시피 ‘번역’이다.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최명희의 ‘혼불’, 박경리의 ‘토지’ 등에서 빈번히 등장하곤 하는 토속민의 삶과 정서, 문화 등에 녹아든 살가운 방언을 다른 문화권의 언어로 바꿔서도 작품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서 답은 나온다. 번역을 거쳐 작가의 일부 문장과 표현이 훼손될지라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원형이 남도록 만드는 것이다. 불교와 동양사상의 바탕 위에 서구 신화가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 세계를 가진 고은이 어느 작가들보다 더 많은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며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고은이 1970~80년대 민주화운동가로서, 또한 1990년대 미국 하버드대 초빙교수로 다녀오는 등 문인으로서도 활발한 국제 활동을 해왔던 점도 충분히 감안되는 요소다. 이와 같은 작품 세계, 작가의 개인 이력 등 측면에서 갖는 강점은 황석영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며 최근 들어 노벨상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한국문학의 세계화… 노벨상도 머지않았다

    한국문학의 세계화… 노벨상도 머지않았다

    한국 문학은 세계 문학의 변방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고들 얘기하면서도 세계 문학의 보편성을 좇는 이율배반적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문단에서 차마 말하지 않거나 애써 부정하면서도 내심 갈망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노벨문학상 수상. 이를 통해 세계 문학의 중심부로 들어섰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 들어 번역 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우리의 문학 작품이 해외에 활발히 소개되고 있지만 주류로 나아가는 데는 여전한 한계를 안고 있다. 노벨문학상이 영광의 극점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성과만이 아닌, 세계 문명사의 한 구성원으로서 2009년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에서 차지하는 현주소를 정확히 짚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이 올초 해외 번역사업을 벌이는 기관의 실적을 합계 조사한 결과 역시 고은, 황석영, 이문열 등이 앞줄에 놓였다. 특히 시는 국내에서처럼 해외에서도 ‘찬밥 신세’이기 십상임에도 고은의 시집 ‘만인보’, ‘화엄경’, ‘뭐냐’ 등이 15개 언어로 51종이나 번역 소개됐다. 영어(14종), 독일어(7종), 스페인어(7종), 스웨덴어(4종) 등으로 문화권을 가리지 않았다. 소설가 이문열 역시 무려 9개 언어로 출간된 장편소설 ‘시인’을 비롯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사람의 아들’ 등 작품 50종이 번역됐다. 번역원 박혜주 교육자료실장은 “한국문학은 지난해까지 28개 언어로 번역됐고 가장 많이 번역된 언어는 영어,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순으로 나타났다.”면서 “30년 남짓한 번역 역사에서 미미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제교류 나서는 문학, 번역의 질도 높여 이처럼 문학의 국제 교류가 제대로 꽃을 피운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열렸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100여개 나라에서 6000여개의 출판사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의 도서행사이자 매해 전세계 인류의 지적, 문학적 발전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한국이 주빈국(主賓國)이 됐고, 90여명의 국내 소설가·시인이 참가해 문학 행사를 열었다. 한국 문학의 커다란 줄기가 도도히 펼쳐졌고,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이 세계 문학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거의 없다시피 미미했던 한국 문학의 존재감을 한 방에 떨쳐낸 성과를 거뒀다. 도서전 현장에서만 2000건이 넘는 출판 계약이 이뤄졌을 정도였다. 이뿐만 아니다. 2006년부터 ‘서울 젊은 작가들’ 모임이 시작돼 연례 행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동아시아 문학포럼’ 등을 통해 세계 문학과 한국 문학, 세계 문학과 아시아 문학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풀어가기 시작했다. 번역원은 최근 국내 문학 작품 번역의 질을 확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문학번역원(KLTI) 공식 번역가 5명을 지정했다. 기존의 번역료 1800만원을 3000만원으로 높였고, 공식 번역가들로 하여금 한국 문학의 국제 교류 활동에 대한 가교 역할까지 맡도록 했다. 김주연 번역원장은 “이러한 조치는 번역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물론 번역의 질이 좋아져 결과적으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작가들은 하지만 행복한 고민도 있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쓴 작품이 ‘한국 문학’의 좁은 개념 규정이다. 하지만 이 범주를 고민하게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바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들. 영어권 한국계 작가들이 가장 눈에 띈다. 이들이 풀어내는 작품 세계의 주조는 국가와 민족,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개인적 체험과 기억이다. 범세계적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대상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홍콩 출신의 한인 2세 제니스 리(37)는 올초 내놓은 소설 등단작품 ‘피아노 티처’가 미국과 홍콩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선풍을 일으키며 23개 국가에 판권이 팔렸다. 재미교포 1.5세 문나미(41) 역시 자신의 첫 소설 ‘마일즈 프롬 노웨어’를 영문으로 펴내며 전세계 여류 작가들의 문학상인 오렌지상 신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밖에 고려인 3세인 러시아 국적의 아나톨리 김 역시 톨스토이 문학상 등을 받으며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등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세계적 문학 흐름 조망하고 성찰할 때”

    “세계적 문학 흐름 조망하고 성찰할 때”

    “우리는 한국 문학을 알리려고만 하지 다른 나라의 문학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세계적인 시야 속에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조망하고 성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2006년 5월 문예잡지 ‘계간 아시아’를 창간한 방현석 편집주간이 바라보는 세계 속에서 한국 문학의 위치는 ‘한반도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서구의 가치를 지향하는 괴리된 인식의 공간’ 언저리다.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출판사 사무실에서 방 주간을 만났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그는 ‘내일을 여는 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 등 소설집을 내고 오수영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평가는 박하기만 하다. 그는 “한국 문학은 서구 중심 가치에 쏠려 있으며 다른 세계 문학을 읽어내는 독해력이 떨어진다.”면서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구의 가치 중심이 아닌)우리나라를 포함, 아시아가 갖는 다채로운 문화, 사회, 인간 등을 성찰하고 그 문화가 갖고 있는 서사, 담론을 아는 것은 상상력 확대를 꾀하는 일임과 동시에 작가와 독자 모두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무리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변방에 있다고 하지만 한 해 수십 편의 소설과 시가 수십 개 국가의 언어로 바뀌어서 소개되는 등 활발한 교류가 있는데 이렇게 인색한 평가를 내리다니….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면 그가 쏟아내는 비판의 지점은 가시적 성과를 놓고 벌이는 양적(量的) 비판과는 궤를 달리한다. 노벨문학상이 하나의 예가 됐다. 방 주간은 “노벨문학상은 이제 우리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무르익었다.”면서도 “더욱 중요한 것은 세계 문학의 지평에서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때만 되면 너나없이 노벨문학상을 얘기하지만 실제 우리의 문학이 세계 문학 전체 맥락에서 어떤 지점에 놓여 있고, 어떤 점이 주목받고 있으며, 높게 평가받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지 않은가.”라면서 “고은, 황석영, 이문열 등 원로 작가 몇몇을 제외하고 젊은 작가들이 거론조차 되지 않는 현실을 단순히 번역 작업의 미비 정도로 보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방 주간은 “아시아는 오랜 문화예술적 전통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서구 문학으로 일관했다.”면서 “이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른 영역의 교류와 비교해도 굉장한 불균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서구 중심에서 벗어나고자 하면서 아시아에서도 중국, 일본과 문학의 패권 연대를 꾀하는 것은 일종의 자가당착”이라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옹호하는 활동을 넓힐 때 비로소 세계 속에서 한국 문학의 자리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글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新아시아시대-한국의 미래] 황석영·김지하 구상 재구성

    [新아시아시대-한국의 미래] 황석영·김지하 구상 재구성

    동북아연합은 한국, 중국, 일본이 전세계의 중심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특히 서구열강이 제국주의,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넓히면서 수백년간 변방으로 밀려났던 아시아 지역의 부활에 한국이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동북아연합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는 개념이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일본과 13억 인구를 기반으로 언젠가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인정받는 중국에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그 힘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이같은 연합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다. 세 나라와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할뿐더러 이 지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이들 사이에 끼어있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논의의 진전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동북아 연합은 ‘아세안과 같은 경제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문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연대가 되어야 한다.’ 등 아이디어 차원에서만 거론돼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북아 연합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다. 1970년대 이후 한국 문학계에서 진보진영을 대표했던 김지하(69·작가, 동국대 석좌교수)씨와 황석영(67·작가)씨다. 이들은 풍부한 작가적 상상력을 펼치며 정치·경제적 문제를 뛰어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북아 연합이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다. 생명·평화를 기반으로 ‘동북아 문화공동체’를 말하는 김씨와 남·북한과 몽골을 중심으로 한 ‘알타이 문화연합’을 주창하고 있는 황씨의 주장은 ‘연합’이라는 대전제에서는 닮았지만 방법은 판이하다. 김씨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문화’를, 황씨는 ‘민족성에 기반한 공감대’를 연합의 핵심으로 생각한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두 사람은 본인들의 주장이 학문의 영역으로 승화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현실에 참여할 수 있는 실제 영역에서 평가되고 논의되기를 바란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주장은 국내·외 상황에 맞춰 끊임없이 발전하고 바뀐다. 황씨는 “큰 틀에서 우리 민족의 문제를 풀어 보자는 희망적 시각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북아 연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지난 세월동안 내가 펼쳐왔던 동북아 문화연대론은 희망이자 긍정적인 생각의 발로였다.”면서 “북한 문제를 대하는 오바마의 강경한 정책과 중국의 어정쩡한 태도를 지켜보면 당초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2000년대 이후 각종 언론 인터뷰와 기고, 학술대회 등에서 주장해온 동북아 시대의 의미와 구상을 재구성해 봤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황석영씨의 주장 “친(親) 한국적인 국가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황석영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동북아 연대 전도사’다. 황씨가 주장해온 한반도와 유라시아 연합 구상은 최근 ‘알타이 문화 연합’과 ‘몽골+2코리아’로 구체화됐다. 특히 황씨의 이 같은 구상이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신아시아 외교’와 일치하면서 황씨는 이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순방에 동행하기도 했다. 황씨가 동북아 연대를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자신감은 그의 국제적인 인맥에서 나온다는 해석이 많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몽골의 문화계 인사들과 한국의 가교 역할을 해 왔으며 미국이나 유럽 학자들과도 폭넓게 교류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황씨에 대해 “한국 문단에서 노벨상에 근접한 유력 후보 중의 하나로 범세계적인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고 있다.”고 전제한 뒤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가장 세계적인 구상을 할 수 있는 작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황씨의 알타이 연합 개념은 민족적인 동질성에 기반하고 있다. ‘몽골의 한 유력 학자가 한글을 자신들의 문자로 수입하자고 제의할 정도로 민족성이 친밀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황씨의 주장이다. 이를 발판으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6개국과 중국, 일본까지 포함하는 ‘정치적 컨소시엄’이 바로 ‘알타이 연합’이다. 황씨 역시 이 같은 일이 손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들고 나온 개념이 사전 정지 단계인 ‘알타이 문화 연합’이다. 문화예술인과 학자가 앞장서 알타이 문화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서구식 근대 문명의 대안도 찾아보는 작업을 거치면서 서서히 정치,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씨의 이 같은 구상은 그가 참여한 ‘한·중 문학인대회’나 현재 계획 중인 ‘알타이 국제 학술·문화 행사’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황씨는 참여하는 국제 모임마다 동북아 작가들끼리 거주지를 맞바꿔 생활하고 작품을 쓰는 레지던스 프로그램 등을 제안하고 있다. 그의 구상에는 동북아 연대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남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담겨 있다. 남한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몽골의 광대한 땅에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해 농사를 짓자는 것이다. 그는 “광활한 토지에 옥수수, 밀, 콩 등을 심으면 북한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남한은 이들 작물의 부산물에서 무공해 연료인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것이 바로 ‘몽골+2코리아’ 구상이다. 동몽골의 개발대상 농지는 400만㏊로 남한 경작지 120만㏊의 세배가 넘는다는 것이 그의 추산이다. 이에 대해 “이것이 바로 한국의 진보진영이 꿈꿔왔던 ‘느슨한 연방제’”라면서 “남북관계가 풀린다면 곧바로 동북 중앙아시아 연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황씨의 또 다른 구상인 ‘유라시아 평화열차’는 남북 철도 연결을 좀더 확대한 개념이다. 파리에서 출발해 서유럽, 동유럽을 거쳐 압록강과 서울을 잇는 유라시아 평화열차가 실제 연합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김지하씨의 주장 황석영씨의 ‘알타이 연합’이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데 반해 김지하씨의 ‘동북아 문화연대’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다. 개념 자체도 추상적이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듣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난해한 용어들이 등장하고, 이미 사멸한 것으로 간주돼 역사책 속에서나 다뤄지던 동학사상도 서슴없이 끌어낸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정치학자나 사회학자처럼 현안을 분석하기 위해 애쓰지 않고 최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제시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김씨만큼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문명과 연합에 대해 고민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평가한다. 특히 실질적이고 당면한 과제인 개념을 역사 속의 사상이나 세계적 흐름 속에서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김씨가 처음부터 동북아 문화연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1980년 7년간의 옥고를 마치고 형 집행정지로 석방된 이후 그가 처음에 들고 나온 화두는 ‘생명’이었다. 10년 넘게 홀로 생명의 길을 모색하던 김씨는 유라시아 여행을 통해 고조선 시대의 ‘신시(神市)’ 정신이 중앙아시아 국가에 남아 있다는 데 주목했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상징하는 상생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김씨의 구상을 본격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는 세계생명문화포럼으로 이어져 전세계의 생태학자와 환경운동가, 사상가, 문화이론가들이 참여해 생명담론을 실천하기 위한 대안적 사회를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김씨의 구상이 학자들의 학설과 다른 점은 현실의 변화와 긴밀하게 교감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의 역사적 대응이 본격화되자 “동아시아 고대사의 르네상스가 세계적 문화 대혁명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한반도와 동북아는 기존 세계를 지배해온 유럽의 생태학, 생물학의 한계를 넘어 우주적 생명학을 창조하고 이를 통해 새 문화로서 풍류(風流), 새 정치로서 화백(和白), 새 경제로서 신시(神市)를 재창조해 민주·자본주의 정치·경제와 이중적 교호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때문에 상고사(上古史)와 동학정신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상을 기저에 갖고 있는 한국민이 새로운 시대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본격화된 촛불시위는 김씨에게 한국사회에서도 풍류, 화백, 신시 등 세 가지 현상이 모두 나타날 수 있다는 증거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그는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는 거대한 정치·경제·문화·사상적 대변동이 오는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상·철학적 대응이 시급하다.”면서 “초창기의 순수한 촛불시위에서 보여줬던 집단 지성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해 동북아 문화 르네상스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만 김씨의 주장이 동학의 예언론적 사고에 상당부분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그의 주장이 확산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제주올레/박재형

    [엄마와 읽는 동화] 제주올레/박재형

    “나현아, 아빠 이상하지 않니?” “뭐가?” “아빠가 요샌 잘 웃지도 않고. 아무래도 이상해.” 나래가 아빠 눈치를 보며 말했습니다. 나현이도 아빠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전보다 같이 놀아주지도 않고. 그러나 아빠는 여전히 잘 웃고 부드럽습니다. “이상하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 나현이는 큰 소리로 언니에게 말했습니다. 아빠는 퇴근해서 돌아오자마자 거리에서 거저 주는 신문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빠가 신문을 보는 건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창밖을 내다보면서 멍하니 앉아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래나 나현이랑 눈이 마주치면 예전처럼 활짝 웃습니다. “우리 음악을 들을까?” 아빠가 오디오를 틀면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그러면 아빠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춥니다. 나래와 나현이도 따라합니다. “난 개밥에 도토리냐? 딸들하고만 놀고, 난 부엌데기 취급이야.” 저녁밥을 차리던 엄마가 투정을 부리면 아빠는 활짝 웃으며 말합니다. “당신은 왕비님이지.” 아빠는 싱크대로 달려가 엄마의 두 팔을 잡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춥니다. “나 저녁밥 해야 해요.” 엄마가 손을 빼려고 힘을 주지만 아빠는 손을 놓지 않습니다. 춤을 추는 아빠 엄마를 보며 나래와 나현이는 정말 행복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아빠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여름방학하면 우리 제주도로 여행가자. 아빠도 오랜만에 고향에 가고 싶어.” “중국에라도 가지. 지영이는 일본에 간다는데.” “민주는 미국엘 간다고 자랑했어. 아빠, 우리도 미국에 가요.” 나래와 나현이는 여행을 간다는 말에 외국으로 가자고 졸랐습니다. “대기업 과장님이 외국으로는 못 갈망정 제주도가 뭐예요. 제주도는 늘 가는 곳인데.” 엄마도 실망했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다음에, 이번에는 제주도에 가고.” 아빠가 낮은 목소리로 짧게 말했기 때문에 엄마도, 나래와 나현이도 입을 다물었습니다. 아빠가 제주도에 안 간다고 하면 그건 큰일이니까요. 아니 그보다 아빠의 목소리가 낮을 때에는 기분이 나쁘다는 뜻입니다. 방학식을 하자마자 나래네는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제주공항에 내리자 아빠는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아빠, 렌터카 안 빌렸어요?” “응, 이번 여행은 걸어서 할 거야.” “걸어서?” 엄마가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응, 자동차를 타고 하는 여행도 재미있지만 걸어서 하는 여행도 좋아요.” 아빠는 걷는 게 무슨 마법의 양탄자라도 타는 것같이 신나는 일이라는 듯이 말했습니다. 나래와 나현이는 걸어서 여행을 한다는 게 탐탁지는 않았습니다. 엄마도 그리 기분이 썩 내키지 않는지 입을 다물었습니다. 나래네는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시외버스를 탔습니다. 거리에는 관광버스와 택시가 손님을 싣고 씽씽 달립니다. 그러나 시외버스는 마을마다 멈추기 때문에 굼벵이처럼 느립니다.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가 타기도 하고, 다리가 아픈지 아주 조심스럽게 걷는 아저씨도 탔습니다. 에어컨을 틀어 버스 안은 시원했지만 느린 것이 아주 짜증이 납니다. “아빠, 언제 도착해? 어디로 가는데요?” 나현이가 묻자 아빠가 대답했습니다. “아빠 고향.” “아빠 고향에는 아무도 없잖아요. 모두 돌아가셨으니까.” “내 친구도 있고, 추억도 있고.” 아빠는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습니다. 나래네는 아빠의 고향인 시골에 내렸습니다. 그리고 먼 친척집에 들러 인사를 한 후 바닷가에 있는 펜션에 짐을 풀었습니다. 시원한 푸른 바다에는 하얀 발자국을 내며 파도가 달려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신이 났습니다. “언니, 점심 먹고 수영하자.” 나현이가 좋아서 입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에 가자고 떼쓰던 것도 잊고 파란 바다를 흠뻑 사랑하게 된 모양입니다. “안 돼. 수영은 내일. 오늘은 제주올레를 걸을 거야.” 그런데 아빠가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예? 수영도 안 하고 걸어요? 제주올레가 무슨 관광지예요?” 나래가 실망했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관광지라면 양보할 수도 있습니다. “시골길을 걷는 거야. 돌담도 보고, 밭도 보고, 풀이랑 나무를 보면서.” “아빠, 그럼 차를 타고 가요. 걷는 건 너무 힘이 들어요.” “아냐, 그냥 걸어서 갈 거야. 모자랑 수건이랑 물병이랑 잘 챙기고 나가자.” “아빤 너무해요.” 뜨거운 대낮에 걷는다니요. 아빠가 고집을 부리는 게 밉습니다. 엄마도 어이가 없는지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싫으면 서울로 돌아가고. 다신 여행을 안 갈 테니까.” 아빠는 심술꾸러기처럼 말했습니다. 아빠가 앞장을 서는 바람에 모두들 화가 나서 입을 꾹 다물고 따라나섰습니다. 시골길은 아름다웠습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돌로 만든 돌담이랑, 집들, 나무들, 들꽃, 새들과 나비. 그렇지만 너무 더웠습니다. 그리고 다리도 이내 아팠습니다. “아빠, 너무 힘들어요. 안 가면 안 돼요?” “힘들면 쉬었다 가자. 급할 건 없어. 싫으면 돌아가고.” 아빠는 조금 전보다 더 낮고 굳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불평을 하지 않고 걸었습니다. “아빠 말 들어. 아빠 말 들어 손해날 거 없잖아.” 엄마가 아빠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습니다. 아빠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지만 화를 내면 무섭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길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골목길, 큰길, 숲길, 언덕길, 바닷길. 길가 나무에는 파란 헝겊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걸으면서 보니까 제주도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버스를 타고 휙휙 달려가서 관광지를 볼 때보다 아름다운 경치를 더 많이 보았습니다. 나래네는 걷다가 쉬다가 앉았다가 물을 마시고 다시 걸으며 갔습니다. 나래네는 낮은 산에 올라갔습니다. 제주말로 오름이라고 부른다고 하였습니다. 오름 봉우리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니 제주도가 더욱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힘들었지? 날씨도 덥고.” “그래요. 다신 이런 걷기 하지 말아요. 다리가 아파 죽겠어요.” 나현이가 엄살을 부렸습니다. 나래랑 엄마도 그렇다는 듯이 얼굴을 끄덕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걸었던 길을 나는 4학년 때부터 걸었어. 그것도 등짐을 지고. 누나랑 엄마가 땔감으로 쓰기 위해 이런 풀을 베어 말리면 같이 와서 지고 집까지 갔었다. 할아버지가 실직을 하는 바람에 집안이 어려웠거든. 등짐을 지고 걸어가면 새끼줄에 닿은 어깨가 너무 아팠어. 그래서 손바닥으로 어깨에 닿는 줄을 잡고 걷기도 했지. 어깨가 너무 아파 다리 아픈 건 생각도 못했다.” 아빠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는데 목소리가 젖어 있어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맨손으로 걷기도 힘든데.” 아빠의 말을 들으며 나래도, 나현이도, 엄마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빠가 할 말이 더 있다.” 아빠가 다시 심각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무슨 말요? 불평하지 말라는 말요?” 나래가 냉큼 받았습니다. “아빠가 두 달 전에 실직을 했어. 회사가 어려워 직원들을 줄이는 바람에 쫓겨난 거지.” “어머, 정말이에요? 왜 말 안 했어요? 그럼 우린 앞으로 어떻게 살아요?” 엄마가 큰일이 났다는 듯이 총알처럼 빠르게 물었습니다. 엄마의 표정은 한마디로 하얗게 질렸습니다. 아빠가 돈을 벌어오지 않으면 큰일이니까요. 두 달 동안 아빠는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꿍꿍 앓아오며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나래와 나현이도 아빠의 말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럼 우린 가난해지는 건가요?” “걱정하지 마. 작은 회사에 들어가기로 했으니까. 전보다 월급이 적으니까 많이 힘들 거야. 다신 여행도 못할지도 모르고. 아빠는 어렸을 때 내가 걸으며 결심했던 길을 다시 걷고 싶었어. 희망만 버리지 않으면 행복은 언젠가는 찾아올 거야. 우리 두 딸 아빠 도와줄 거지?” 아빠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엄마와 나래, 나현이도 아빠를 보며 웃었습니다. 힘든 일을 묵묵히 헤쳐 나가는 아빠는 정말 믿음직스러웠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작가의 말 올레란 대문에서 큰 길까지 이어지는 길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제주올레는 골목길, 바닷길, 들길, 산길을 걷는 새로운 관광코스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놀면서, 쉬면서, 구경하면서, 게으름 피우며 한가롭게 걷는 길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입니다. ‘제주도에 올래?’ 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서 회사에서 잘리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가족이 힘을 모으면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작가약력 1951년 제주에서 태어남. 아동문예 신인상, 계몽아동문학상, 제주문학상 받음. 주요 저서로는 ‘검둥이를 찾아서’, ‘내 친구 삼례’, ‘이여로 간 해녀’,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 ‘까마귀오서방’ 등의 창작집이 있음. 현재 서귀포학생문화원장.
  • 쿠바 소설 ‘저개발의 기억’ 국내 소개

    쿠바 소설 ‘저개발의 기억’ 국내 소개

    지식인이라는 존재는 늘 고민이 많다. 실제로 단순 명쾌하게 해석하기엔 세상은 너무 복잡하지 않은가. 하물며 대중이 하나의 이론을 갖고 한 방향으로 몰려 가는 체제혁명의 시기라면, 게다가 그가 부르주아 지식인이라면 더더욱 회색 분자로 전락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 된다. 카리브해의 농염한 태양빛과 바다빛깔도, 흥겨운 재즈 음악에 흐느적거리듯 철썩거리는 말레콘(방파제)의 흰 파도도 그러한 지식인의 고뇌를 막을 수 없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온 쿠바 소설이다. 에드문도 데스노에스가 쓴 ‘저개발의 기억’(정승희 옮김, 수르 펴냄)은 2003년 처음으로 레오나르도 파두라의 추리소설 ‘마스카라’가 국내에 소개된 이후 두 번째로 나온 쿠바 소설이다. ‘환상적 리얼리즘’ 등으로 표현되는 중남미 문학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쿠바 소설은 더욱 희귀하기만 하다. ‘저개발의 기억’은 1965년 쓰여진 뒤 포르투갈어 영어·독일어·일본어 등으로 번역됐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작품이다. 다만 ‘쿠바스러운’ 카리브해 느낌을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쿠바혁명은 작가의 삶을 바꿔 놨다. 혁명 이전에 미국 뉴욕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며 자유롭게 오가던 데스노에스는 1959년 혁명 직후 정부에서 미술평론을 쓰고 잡지를 만드는 등 문화부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197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받은 뒤 아예 미국으로 망명했다. 혁명의 외투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소설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르주아 사업가 ‘나’는 1959년 쿠바혁명을 맞으며 부모와 가족이 모두 마이애미로 몸을 피한다. 혼자 남아 자신이 처음으로 성을 샀던 창녀, 자신을 거쳐간 여인들, 가족들에 대해 회상하며 기술한다. 데스노에스의 자전적 소설로 읽혀지는 이 일기 형식의 작품 속에서는 이밖에도 ‘저개발’로 상징되는 쿠바에 대한 기억들이 곳곳에 묻어난다. 단편소설을 몇 편 쓴 ‘나’는 ‘쿠바에서는 내가 ‘벌레’(혁명의 변절자)이기 때문에 그것을 출간해 주지 않을 거고, 바깥에서는 내가 저개발 상태의 작가이기 때문에 출간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고 회색의 처지를 털어 놓는다. 또한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나는 산 자들 사이에 끼어 있는 죽은 자’라고 자학하며 ‘진정한 예술가는 항상 정부의 적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소설을 통해 훗날 자신의 정치적 망명을 사실상 예고한 거나 마찬가지다. 그는 20년 이상 고국 쿠바로 돌아가지 못하다가 2003년 중남미에서 가장 권위있는 ‘아메리카의 집’이라는 문화기구에서 주는 문학상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으며 다시 쿠바 땅을 밟았고, 이후 사실상 복권(復權)됐다. 일기처럼, 회고록처럼 자신의 감정과 술회를 다분히 주관적으로 쓰고 있지만 작가 특유의 무심한 듯 건조하고 짧은 문장은 읽는 이에게 감정의 전이를 부추긴다. 소설 맨 마지막에 나오는 짧은 단편소설 3편 ‘잭과 버스기사’, ‘믿거나 말거나’, ‘요도르’는 소설 본문의 맥락 속에 읽으면 더욱 재미있지만, 따로 빼내서 읽어도 슬며시 웃음짓게 만드는 ‘중남미 문학스러운’ 글편들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李대통령, 폴란드서 ‘건설 세일즈’

    李대통령, 폴란드서 ‘건설 세일즈’

    │바르샤바(폴란드) 이종락특파원│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7일 폴란드 바르샤바 오켄치에 공군기지에 도착, 7박8일간의 유럽 3개국 순방에 들어갔다. ●한·폴란드 경제협력포럼 참석 이 대통령은 이날 문화과학궁전에서 열린 한·폴란드 경제협력 포럼에 참석, 양국 간의 협력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 플랜트와 사회간접자본(SOC), 문화사업 등 3개 분야에서의 협력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플랜트 분야와 관련, 폴란드 원전과 LNG 터미널 건설계획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폴란드는 에너지원 다변화를 위해 원전 1~2기 건설과 ‘시비노우이시치에’에 폴란드 최초의 LNG 터미널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대통령은 SOC 분야 협력과 관련해 “세계 최첨단의 기술력과 풍부한 해외 수주 경험을 갖고 있는 정보기술(IT)과 건설업체들이 폴란드의 첨단 SOC·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 기금을 활용해 오는 2012년 유로컵 대회 관련 축구장, 공항, 호텔 및 정보통신 시스템 등 대규모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폴란드의 영상산업과 한국의 IT 기술을 접목한 문화사업 협력도 제안했다. 폴란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4명이나 배출한 신흥 영화강국이다. 이 대통령은 “유럽 중심부에 있는 폴란드와 동북아 중심부에 있는 대한민국이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서로 의지하고 협력해 간다면 두 나라에 무한한 발전의 기회가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폴란드 경제협력 포럼은 중유럽 국가 중 한국의 최대 교역대상국인 폴란드와의 경협활동을 평가하고,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바르샤바 한국상품전’ 시찰 이 대통령은 포럼 직후 열린 ‘2009 바르샤바 세계일류 한국상품전’을 시찰하고, 우리 기업들을 격려했다. 이번 상품전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총 55개사가 참여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시내 하이야트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폴란드내 동포사회 발전을 위해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jrlee@seoul.co.kr
  • “공식번역가 제도로 작품 질 높이고 해외서 상설포럼… 한국문학 홍보”

    “번역의 질을 확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노벨문학상 자체를 굳이 목적으로 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번역의 질이 좋아져 결과적으로 노벨상을 받는 데 기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죠.” 취임 6개월을 맞은 김주연(67) 한국문학번역원장은 6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원장은 한국문학번역원 공식 번역가(KLTI Translator) 다섯 팀을 선정했음을 밝히며, 국내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김 원장의 우선적 바람은 노벨상과 같은 가시적 성과보다는 한국 문학의 활발한 해외 소개와 번역의 질 제고다. 김 원장은 “번역가 제도 운용을 통해 작품 번역의 질을 높임은 물론 뉴욕, 파리, 베를린, 베이징, 도쿄 등에서 해외 상설 문학 포럼을 개최해 국내 작가들과 그 작품들이 활발히 소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선정된 번역가들은 영어권 브루스 풀턴·주찬 풀턴과 유영난씨 등 2개팀, 불어권은 최미경·장 노엘 주테, 독일어권은 김선희·에델트루트 김, 스페인어권은 고혜선·프란시스코 카란차다. 이들은 번역원이 고른 40권 안팎의 국내 작품들 가운데 한 권을 골라 번역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번역료는 기존 18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대폭 오른다. 김 원장은 “지금껏 수백편이 해외에 소개됐지만 제대로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은 없었다.”면서 “우선적으로 한두 권만 제대로 알려져도 우리 문학을 바라보는 바깥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와 함께 한국 도서의 해외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오는 13일 도쿄에서 일본 출판사, 한국 번역가 등이 참가해 ‘KLTI 도서포럼’을 여는 등 베이징(9월8일), 뉴욕(10월 중)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세 도시 외에도 파리, 베를린으로 해외 도서포럼의 영역을 넓히고 이후 모스크바, 스페인어권 도시 등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할머니는 알도 못 낳잖아요!/안선모

    [엄마와 읽는 동화] 할머니는 알도 못 낳잖아요!/안선모

    “아함! 잘 잤다!” 뽕나무 그늘 밑에서 낮잠을 자던 거위 꾸룩이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어요. 하품을 하다 문득 아래쪽을 보니 아랫배가 불룩했어요. “어, 이상하다. 배가 고픈데 왜 배가 불룩 나왔지?” 꾸룩이는 고개를 휘휘 돌려 할머니를 찾았어요. 할머니는 빨갛게 녹슨 펌프 정수리에 마중물 한 바가지를 붓고 있었어요. 꺼억꺼억. 펌프에서는 트림하는 듯한 소리만 나왔어요. “할머니, 힘 좀 내봐, 힘 좀. 나 목 마르단 말이야.” 꾸룩이가 뒤뚱뒤뚱 다가가 할머니를 채근하였어요. “오냐, 오냐! 애써 보마.” 할머니의 깊게 파인 이마 주름살 사이로 또글또글 땀방울이 굴러갔어요. 할머니는 있는 힘을 다해 펌프질을 했어요. 펌프는 계속 쪼륵쪼륵 잔기침만 해댔어요. 하지만 잠시 후 콰륵콰륵 긴 기침을 토해 내더니 땅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물을 끌어올렸지요. 양동이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자 꾸룩이는 긴 부리를 집어넣어 꾸룩꾸룩 물을 들이켰어요. “할머니, 밥 언제 줄 거야? 빨리 서둘러. 나 배 고프단 말이야.” 꾸룩이는 부엌에 들어가 할머니 등을 콕콕 찔렀어요. “오냐, 오냐! 서둘러 보마.” 할머니가 눈을 비비며 아궁이에 불을 집어넣고 있는 사이, 꾸룩이는 이 밭 저 밭을 다니며 상추를 뜯어먹었어요. 그랬더니 배가 조금 불렀어요. “꾸룩아, 밥 먹자, 얼른 오렴.” 꾸룩이는 어기적어기적 작은 툇마루로 올라갔어요. 할머니가 댓돌을 놓아주어서 쉽게 올라갈 수 있었어요. “에이, 반찬이 이게 뭐야?” 꾸룩이가 상을 흘낏 보며 말했어요. 꾸룩이는 반찬 투정이 아주 심해요. 할머니가 싱긋 웃으며 생선 한 젓가락을 집어 올려 꾸룩이 입에 넣어 주었어요. “꾸룩아, 이것 좀 먹어 봐라. 너 주려고 내가 아껴둔 거다.” “에이, 맛도 없잖아.” 꾸룩이의 말에 할머니는 그저 빙그레 웃기만 했어요. 투정도 잘 부리고, 게으르고, 버릇은 없지만 그래도 꾸룩이가 있어서 할머니는 외롭지 않아요. “어, 갑자기 배가 아프네. 할머니, 나 배 아파!” 꾸룩이가 뽕나무 밭으로 내려가 납작 엎드렸어요. 앗,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죠? 갑자기 뱃속에서 뭔가가 꾸물꾸물 대더니 커다란 알이 쑥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이게 뭐지?’ 꾸룩이는 덜컥 겁이 났어요. 그런 꾸룩이를 보며 할머니가 기특하다는 듯 등을 쓰다듬어 주며 말했어요. “이게 바로 알이라는 거다. 옛날옛날에 너도 이 알에서 태어났단다. 이 알을 품어 주면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야.” ‘이 알을 품으면 아기가 나온다고?’ 꾸룩이는 갑자기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할머니가 고추밭에 김매러 간 사이, 꾸룩이는 자기가 낳은 알을 이리저리 쳐다보았어요. ‘그런데 도대체 이 알을 어떻게 품어야 하지? 이렇게? 아니면 저렇게?’ 꾸룩이는 알을 날갯죽지 속에 넣어 보기도 하고, 앞가슴에 넣어 보기도 하였어요. 그러다 꾸룩이는 겨우겨우 알을 품었어요. “꾸룩아, 밥 먹자.” 저녁 때가 되어 할머니가 불렀지만 꾸룩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알을 잘 품어서 꼭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보고 싶었거든요. 어디선가 노랑나비가 날아왔어요. 꾸룩이는 나비를 쫓아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꾹 참았어요. “할머니, 물 좀 갖다 줘.” 꾸룩이가 소리쳤지만 할머니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어요. 꾸룩이는 할 수 없이 잠깐 자리를 떴어요. 물 먹으러 갔다 툇마루에 올라가 잠깐 놀다 오니 알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꾸룩이는 깜짝 놀라 여기저기 알을 찾으러 다녔어요. “네가 알 가져갔니?” “내가 뭣 때문에?” 수탉이 볏을 세게 흔들었어요. “너니?” “내가 뭣 때문에?” 토끼가 귀를 쫑긋하며 말했어요. 이틀 후, 꾸룩이는 또 알을 낳았어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에요. 꾸룩이가 잠깐 자리를 비울 때마다 감쪽같이 알이 없어지곤 하는 거예요. 꾸룩이는 마음속으로 굳게 결심을 했어요. ‘이제는 더워서 알을 낳을 수 없을 것 같아. 이게 마지막 알이야. 잘 품어서 꼭 아기를 태어나게 할 거야.’ 꾸룩이는 며칠 동안 물도 먹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알을 품었어요. 갑갑했지만 꾹 참았어요. 장이 서는 어느 날 아침이었어요. 할머니가 소쿠리를 들고 나오며 말했어요. “꾸룩아, 장에 갔다 올 테니까 집 잘 보고 있어.” 꾸룩이는 이상한 느낌에 할머니가 들고 있는 소쿠리 쪽으로 달려가 그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소쿠리 안에는 커다란 알이 가득 들어 있었어요. “이, 이거, 혹시?” “그래, 맞아. 모두 네가 낳은 알이다. 장에 내다 팔려고 한단다.” “뭐라고요? 그러면 그 동안 내 알을 훔쳐 간 게 바로 할머니였단 말이에요?” “꾸룩아, 내 말 좀 들어봐. 그 알은 말이야. 아무 소용이 없어. 그래서 내가…….” 할머니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꾸룩이는 꽥꽥대며 소리소리 질러댔어요. “그 알 모두 내놓아요. 내 거예요.” “안 돼! 이 알은 줄 수 없어! 소용도 없는 알을 왜 달라고 하는 거야?” 할머니가 소쿠리를 등 뒤로 감추며 말했어요. 그 말에 꾸룩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쳐 올랐어요. “뭐라고요? 소용이 없다고요? 그러는 할머니는 알도 못 낳잖아요. 나처럼 알도 못 낳으니까 샘나서 그러는 거죠?” “그, 그래. 나, 나는 알도 못 낳는 늙은이다!” 꾸룩이의 말에 할머니는 기운 없이 고개를 푹 숙였어요. “그 알들 내놓으란 말이에요, 당장!” 꾸룩이가 다가오자, 할머니는 재빨리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잰걸음으로 대문을 나갔어요. “네가 아무리 그래도 이 알은 줄 수가 없어!” 할머니 발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꾸룩이는 할머니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어요. 할머니 모습이 사라지자 꾸룩이는 화가 나서 씩씩대며 할머니가 정성껏 만들어 놓은 밭을 죄다 헤쳐 놓았어요. 또 할머니가 아끼는 꽃들도 죄다 꺾어 놓았어요. 그래도 성이 풀리지 않아 꾸룩이는 꾸룩꾸룩 소리를 지르며 마당을 왔다 갔다 했어요. 해가 지고 별이 하나 둘 보이는데도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치, 누가 걱정할까 봐. 나 혼자서도 잘살 수 있다고!” 꾸룩이는 숨겨 놓았던 알을 다시 품었어요. 그러니까 마음이 좀 가라앉았어요. “나는 아기를 낳을 거라고! 아기가 태어나면 할머니랑 안 놀 거야! 할머니는 없어도 된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꾸룩이는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여태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 있은 적이 한번도 없었거든요. 꾸룩이는 알을 마른 풀로 살짝 덮어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어요. 아무래도 할머니를 찾아나서야 할 것 같았어요. 꾸룩이는 뒤뚱뒤뚱 마을길로 나갔어요. 저 멀리 어두운 길에서 허리가 굽은 그림자 하나가 느릿느릿 걸어오는 게 보였어요. 꾸룩이는 반가운 생각이 들어 뒤뚱뒤뚱 다가갔어요. 할머니 얼굴을 보자, 꾸룩이는 다짜고짜 소리를 버럭 질렀어요.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나 혼자 하루 종일 놔두고! 밥도 안 차려 주고!”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소쿠리에서 뭔가를 꺼내 땅에 내려놓았어요. “자, 네 신랑이다. 네 신랑을 데려오느라 이렇게 늦었어.” 깨룩깨룩. 소쿠리에서 나온 작고 볼품없는 하얀 거위가 시끄럽게 울어댔어요. “아무리 알을 품어도 혼자서는 아기를 낳을 수 없단다. 내년에는 아기들이 태어날 수 있을 거야.” 땅에 내려놓자마자 작은 거위 깨룩이는 꾸룩이 꽁무니를 졸졸 따라왔어요. 꾸룩이가 깜짝 놀라 도망을 치는데도 깨룩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졸졸 쫓아왔어요. 뽕나무 밑에 오자 꾸룩이가 귀찮은 듯 말했어요. “쪼끄만 게 까불고 있어! 저리 가! 나는 알을 품어야 한단 말이야.” 꾸룩이의 말에 깨룩이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어요. “저런, 쯧쯧. 아직도 몰라요? 그 알에서는 아기가 태어날 수 없어요.” “뭐라고! 너도 할머니랑 똑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 “할머니가 하루 종일 장에 나와 앉아 그 알을 파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그게 다 누구 때문인데……. 신랑이 있어야 알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온 거라구요.” 그러면서 꼬마 신랑 깨룩이가 꾸룩이 옆에 다가와 졸린 듯 눈을 감았어요. ‘아, 그랬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꾸룩이는 할머니가 주무시고 있는 안방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어요.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해요. ●작가의 말 예전에는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골살이를 하면서 동물들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고 그들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거위는 하지 때까지 열심히 알을 낳고 열심히 품는다. 신랑이 없으면 알에서 새끼가 태어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채. 장에 나가 꼬마신랑 깨룩이를 사오던 날, 거위 꾸룩이 얘기를 동화로 꾸며 보았다. ●약력 ▲월간 아동문예로 등단 ▲해강아동문학상(신인상), 한국아동문학상 수상 ▲‘마이 네임이즈 민캐빈’, ‘날개 달린 휠체어’,‘소리섬은 오늘도 화창합니다’, ‘우당탕탕 2학년 3반’, ‘딴 애랑 놀지 뭐’ 등의 작품집이 있음. ▲다음 카페 산모퉁이에서 자연과 동물 그리고 책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고 있음 ▲현재 인천연수초등학교 교사
  • 스페인 한림원 종신위원으로

    스페인어 문학의 권위자이자 시인인 민용태 고려대 명예교수가 스페인 왕립 한림원의 종신 위원으로 선출됐다. 민 교수는 1일 지난달 25일 스페인 한림원(1717년 설립)의 정식 의원 총회에서 세계 대표적인 외국인 학자나 문인을 추대하는 종신 위원에 만장일치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그레고리오 살바도르 한림원 부원장은 추천사에서 “민 시인의 경탄할 만한 시작(詩作)들과 ‘돈키호테’ 한국어 완역 등의 공로를 높이 사 종신 위원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고 민 교수는 덧붙였다. 1968년 ‘창작과비평’으로 국내 시단에 등단하고 이듬해 스페인에서 마차도문학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데뷔한 민 교수는 지금까지스페인어 시집만 6권을 발간했다.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부고] 소설 ‘순교자’ 재미작가 김은국씨 별세

    소설 ‘순교자’로 유명한 재미작가 김은국(미국명 리처드 E 김) 씨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자택에서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77세. 1932년 황해도 황주에서 태어난 그는 월남해 서울대 상대에 입학했으나 한국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으며 전쟁이 끝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후 1964년 데뷔작 ‘순교자’(The Martyred)로 주목받았으며 이후 ‘심판자’(The Innocent)와 ‘잃어버린 이름’(The Lost Names) 등의 소설을 발표했다. 특히 한국전쟁 때 순교한 목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순교자’(영문소설)는 발표 당시 미국에서 2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이후 세계 10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국내에서는 연극(1964), 영화(1965), 오페라로 각색돼 널리 알려졌다. 고인은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덴마크계 미국인인 부인과 아들 데이비드, 딸 멜리사가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카뮈·지드… 사르트르와 교감 나눈 사람들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작가, 빼어난 평론가이자 강연자였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계약 결혼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1964년 ‘말’이라는 저작을 통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으나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가 ‘세기의 지성’으로 추앙받는 까닭은 세상과 담을 쌓고 고고하게 지낸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자신을 던진 ‘행동하는 지성’이었기 때문이다. 지식인의 직접적인 사회참여, 즉 ‘앙가주망’을 강조했던 좌파 지식인이었다. 그는 종종 동시대를 살았던 또 다른 지식인들과 우정을 깨뜨릴 정도의 격렬한 논쟁을 벌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알베르 카뮈와의 논쟁이 대표적인 경우다. 사르트르와 카뮈는 실존주의의 길을 함께 걸으며 레지스탕스 공동전선에 서기도 했으나 1952년 공산주의와 소련의 역할에 대한 견해 차이로 갈라서게 됐다. 카뮈는 혁명에 대한 신중한 유보를 이야기했으나 사르트르는 반대 입장이었던 것. 사르트르는 1952년 8월 잡지 ‘현대’ 82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어쨌거나 내가 생각하던 바를 당신에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일이었습니다. 당신은 내 글에 답하고 싶다면 우리 잡지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난 더 이상 응수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당신이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를 다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으로 당신이 어떤 말을 하건, 어떤 일을 하건 간에 당신과 싸우는 일은 거절하겠습니다. 우리의 침묵으로 이 논쟁이 잊혀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는 1960년 1월 주간지 ‘옵세르바퇴르’ 505호에 카뮈에 대한 글을 다시 써야 했다. 이번에는 추도사였다. 카뮈가 교통사고로 숨졌기 때문이다. “그와 나는 불화를 겪었다. 불화란 아무것도 아니고-설사 절대로 다시 만나지 않는다 해도-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이 비좁은 작은 세상에서 서로 시선을 잃지 않은 채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다… 그는 현 세기 안에서 ‘역사’에 반대하며 모럴리스트라는 기나긴 대열의 현재적 후예를 대표했고, 그의 작품은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독창적인 어떤 것을 구성했다…그가 무엇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카뮈는 언제나 우리 문화영역의 중심세력으로 계속해서 남아 있을 것이며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프랑스와 금세기의 역사를 표현해 냈을 것이다.” 자신과 교감을 나눴던 작가와 예술가에 대한 사르트르의 성찰을 담은 ‘시대의 초상-사르트르가 만난 전환기의 사람들’(윤정임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이 나왔다. 카뮈를 비롯해 누보로망의 대표적인 소설가 나탈리 사로트, 폴란드 출신의 음악가로 12음기법을 널리 전파했던 르네 라이보비치, 오스트리아 출신 사상가이자 언론인 앙드레 고르,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학가 앙드레 지드, ‘지각의 현상학’로 유명한 철학자 메를로퐁티, 중세 베네치아 시대의 화가 틴토레토, 스위스 화가이자 조각가 자코메티 등이 다뤄진다. 이 책은 2차 대전 직후부터 1976년까지 계속 발표된 ‘상황’ 시리즈 가운데 1964년 나온 네 번째 권이다. 원래 제목은 ‘상황Ⅳ-초상’. 이 시리즈에는 시사적인 주제들에 대한 사르트르의 즉각적인 반응을 담은 100여 편에 달하는 글과 10여개의 대담이 실려 있다. 사르트르는 1975년 미셀 콩타와 가졌던 대담에서 후세대가 다시 읽어 줬으면 하는 자신의 저작으로 ‘상황’ 시리즈를 꼽기도 했다. 철학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철학적이 아닌 분야, 즉 비평과 정치를 다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는 이 시리즈 가운데 ‘상황Ⅱ-문학이란 무엇인가’와 ‘상황Ⅴ-식민주의와 신식민주의’가 완역됐고, ‘상황Ⅰ’, ‘상황Ⅲ’, ‘상황Ⅹ’ 등의 일부가 발췌 번역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완역된 ‘시대의 초상’은 배경 지식이 없다면 읽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책 뒤에 부치는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어보는 게 그나마 가깝게 다가가는 길이다. 2만 8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한국 작품은 인간문제에 천착… 중국은 탄탄한 서사구조 자랑”

    “한국 작품은 인간문제에 천착… 중국은 탄탄한 서사구조 자랑”

    │상하이 박록삼특파원│번역(飜譯)은 어렵다. ‘완벽한 번역’이란 애당초 성립될 수 없는 명제다. 오죽했으면 “번역은 반역(反逆)”, “모든 번역은 오역(誤譯)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을까. 실제 원작 속의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오롯이 담긴 그 사회의 문화, 역사, 철학, 그리고 작가의 삶의 흔적, 정신세계 등을 다른 문화권의 언어로 바꿔서 고스란히 살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이런 탓인지 국내외 문단에서 번역가가 작가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세태와 관행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가 있다. 그는 엄연히 자신의 작품으로 1993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뒤 ‘계수나무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등 장편소설 2권을 펴낸 소설가다. 하지만 그는 번역에 목숨을 걸었고, 꼬박 17년 동안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두 나라의 주요 작품들을 상대의 언어로 옮겼다. ●양국 오가며 주요작품 상대 언어로 풀어 그 결과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빠짐없이 거론되는 중국의 대표적 작가인 모옌(莫言), 자핑와(賈平凹)를 비롯해 ‘80후 세대’로 쓰는 책마다 수백만부씩 팔리는 젊은 작가 한한(韓寒), 그리고 서구에서 더 평가받는 왕안이(王安憶), 리얼, 류전윈(劉震云) 등 내로라하는 당대의 작가들이 작품을 싸들고와서 번역을 부탁하는, 그러나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돈도, 명예도 모두 거부한 채 싸늘히 손 내젓는 번역가가 됐다. ●최근 ‘태백산맥’ 중국어판 번역 부탁받아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최수철, 박상우, 임철우 등이 그를 통해 중국 독자들에게 소개됐고, 중국에서만큼은 국내 어떤 베스트셀러 작가보다 유명한 작가로 통한다. 최근에는 소설가 조정래가 ‘태백산맥’의 중국어판 번역을 직접 부탁하기도 했다. 물론 워낙 방대한 분량이기에 단시간에 번역되기 어렵다. 또한 해방과 분단을 둘러싼 이념과 정치체제의 문제가 등장한 작품이기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쉬 허가가 나올지도 미지수다. 아무튼 중국과 한국 문단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소설가이며 한·중문학 번역가인 박명애(47)씨. 그는 대륙과 한반도의 문단에서 공히 알아주는 ‘대찬 여자’다.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중국의 여류 소설가인 탕모(唐墨·31)와 함께 한 자리에서 내내 중국어와 우리말을 섞어가며 유쾌하게 자리를 주도했다. 번역 작업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남달랐다. 그는 “나는 출판사에서 의뢰받고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작품을 번역해 출판사에 작품 출간을 의뢰한다.”면서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작품이 애정을 받을 때의 뿌듯함이란 내 것, 남의 것을 뛰어넘은 예술적 희열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십수년 동안 남의 소설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에 주력하던 박씨는 올해 하반기 모처럼 자신만의 창작물을 내놓는다. 자전적 내용을 담은 작품 ‘광인의 사랑(狂人的愛情)’이다. 애초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내놓으려 했으나 일단 중국에서 먼저 출간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중국 문단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예지로 꼽히는 ‘쭤자(作家)’에서 특집 기사로 다룬다. ●자전적 작품 ‘광인의 사랑’ 출간 예정 그는 “중국이나 한국 모두 세계 문학의 비주류라는 피해의식이 강한 것 같다.”면서 “인간의 문제에 천착하는 한국 문학과 탄탄한 서사구조를 자랑하는 중국 문학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교류한다면 세계문학의 주류로 나아가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상호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youngtan@seoul.co.kr
  • 세기의 中문인 36명 비명횡사 왜?

    세기의 中문인 36명 비명횡사 왜?

    “중국에는 300명이 넘는 황제가 군림했지만 황제들 가운데 비교적 교양이 있었던 사람은 문인을 질투했고, 교양이 없었던 사람은 문인을 증오했으며, 반푼이 같은 이들은 아예 문인을 괴롭혔다.” 지식인들은 시대정신을 가장 치열하게 여긴다. 특히 문인들은 촌철살인의 문장과 세상의 흐름을 꿰뚫는 통찰로 대중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고, 권력에 맞서는 혁명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을 통치하는 황제에겐 문인들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유교문화 속에서는 앞장설 자와 뒤따를 자, 먼저 입을 열 자와 의견을 덧댈 자 등 순서와 자리를 따지는 것이 당연했기에 ‘제 잘난 맛에 사는’ 문인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중국의 원로 문인 리궈원(79)은 ‘중국 문인의 비정상적인 죽음’(김세영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의 서문에서 옛 문인들이 왜 그렇게 고단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지 명쾌하게 설명한다. “중국에는 300명이 넘는 황제가 군림했지만 그 속에서 지식인을 높이 평가하고 진정으로 대접한 현군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황제들 가운데 비교적 교양이 있었던 사람은 문인을 질투했고, 교양이 없었던 사람은 문인을 증오했으며, 반푼이 같은 이들은 아예 문인을 괴롭혔다.”(10쪽) 저자가 말하는 ‘비정상적인 죽음’은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비명횡사한 경우다. 책에서는 중국 황제의 정치 보복 등으로 희생양이 된 36명의 문인을 다룬다. ●사마천 거세당하는 궁형 받아 가장 먼저 언급되면서 가장 치욕적인 삶을 산 이는 역사학자 사마천으로, 그는 무장 이릉이 흉노에게 항복한 일을 변호하다가 한 무제의 노여움을 사 거세를 당하는 ‘궁(宮)’ 형을 받았다. 국사관장 사마천이 노예봉건제 초기에 성행했던 궁형을 당한 것은 “장이 하루에도 아홉번이나 꼬이고 생각할 때마다 식은땀이 흘러 흥건히 옷을 적실 정도로 모욕적인 것”이었다. 저자 역시 “군주가 이처럼 비열한 방법으로 지식인에게 복수한 것은 중국사의 치욕”이라고 평가한다. 후한 시기에 문화계의 큰 별로 칭송받던 채옹도 무리하게 박학다식함을 드러내다 주변 사람들에게 질투를 샀다. 폭군이었으나 채용만은 존중했던 동탁의 죽음을 두고 울다가 왕권을 접는 왕윤의 미움을 받고 황당한 이유로 처형당했다. “한 무제가 사마천을 죽이지 않아 그(무제)를 비방하는 서적이 후세에 전해졌다.”가 그것이다. ●여색에 빠진 이욱, 태종에 독살당해 문인이 권력을 좇고 정치병에 걸리면 약도 없다고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두 시인 이백과 이욱이다. 이백은 현종에게 수준급의 아첨을 하고 허풍떠는 시를 바치며 고위관직의 맛을 진하게 봤다. 이형이 즉위하자 반란을 꾀한 이형의 동생 이린과 손잡았다가 실패하고, 유배까지 갔다 온 뒤 이백은 목숨을 버렸다. 술에 취한 채 달을 잡으려다 강물에 몸을 던진 것이 아니라 참담함에 목숨을 버린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이욱은 시인으로서 남당의 왕위에까지 올랐지만 급박한 정치 정세는 나몰라라 한 채 여색에 빠져 결국 송 태종에게 잔인하게 독살당했다. ●저자도 우파로 낙인… 22년간 붓 꺾어 리궈원 자신도 정치의 희생양이 된 현대의 문인 중 한 사람이었기에 이들의 모습에 스스로가 투영됐을지 모른다. 저자는 1957년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단편소설 ‘재선거’를 내놓았다가 우파로 낙인 찍혀 20여년 동안 사상개조 작업의 일환으로 철도공사의 인부로 살다가 1976년에야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 저자는 “문인들이 권력자의 탄압에 목숨 걸고 맞서는 장면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오고 무릎이 쳐지는 반면 그들이 서로 원수 대하듯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면 슬프고 비통하다 못해 눈물이 다 나온다.”면서 “목구멍에 가시라도 걸린 듯 내뱉지 않고서는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이 문제가 결국은 필자로 하여금 붓을 들어 문인의 죽음을 적어가도록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제1회 마오둔 문학상, 루쉰문학상, 올해의 산문대상 등 많은 상을 받은 저자는 이 작품으로 중어권 문학 미디어 대상, 산문대상을 수상했다. 2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김춘수·유치환·박경리·김상옥·김용익 통영출신 문인 기리는 문학제 열린다

    통영 출신의 걸출한 문인들을 동시에 기리는 문학제가 다음달 초 열린다. 경남 통영시는 18일 통영문인협회 주최로 김춘수, 유치환, 박경리, 김상옥, 김용익 등 유명 문인 5명을 함께 기리는 통영문학제를 중앙동 ‘강구안 문화마당’ 등에서 7월1~4일 연다고 밝혔다. 통영 출신 문인 5명을 함께 기념하는 문학제는 처음이다. ‘꽃의 시인’ 김춘수(1922∼2004)는 동호동, ‘깃발의 시인’ 청마 유치환(1908∼1967)은 태평동, ‘한국 소설의 어머니’ 박경리(1926∼2008)는 문화동, 붓글씨와 그림에 능했던 시조 시인 김상옥(1920∼2004)은 항남동, 영어로 쓴 소설 ‘꽃신’이 미국 교과서에까지 실린 김용익(1920∼1995)은 중앙동 출신이다. 통영문학제는 중앙동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통영문학상과 청마문학상 시상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2, 4일에는 김용익·김춘수·김상옥을 집중 조명하는 심포지엄이 열려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 등이 주제발표를 한다. 통영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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