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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구청장 새꿈 새구정]고재득 성동구청장 “교육·보육 천국… 행복한 區로”

    [서울 구청장 새꿈 새구정]고재득 성동구청장 “교육·보육 천국… 행복한 區로”

    “12년간의 구정 경험을 바탕으로 성동구를 교육과 보육 천국으로 만들겠다.” 고재득(63) 서울 성동구청장은 1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육과 보육’ 사업 확충을 통해 모든 주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 구청장은 “주민들이 행복한 도시는 바로 구청 직원들이 친절하고 깨끗한 도시이며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도시”라고 강조했다. ●전국 최다 4선 ‘맏형’ 구청장 그는 전국 최다인 4선 민선구청장이다. 1995년부터 민선 1~3기 성동구청장을 역임한 뒤 ‘3선 연임 제한’ 때문에 2006년 지방선거에 입후보하지 않았다. 4년이 지난 올해 6·2지방선거에서 다시 성동구청장으로 입성했다. 4선 구청장에 대한 소감을 묻자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구정을 펴겠다.”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저의 모든 역량을 모아 세계 최고의 도시 성동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25개 서울구청장협의회 회장도 겸한다. 맞형 구청장답게 “여당 시장과 야당 구청장들이 반목하거나 불신하지 않도록 중간고리 역할을 하겠다.”면서 “시민과 주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데는 여와 야가 없는 만큼 오직 ‘주민을 위한 마음’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선 구청장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도 했다. “구정은 구청 직원 1200여명과 함께 꾸려가는 것이지 단체장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면서 “개혁을 하고 싶다면 성황에 맞게 서서히 변화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청 직원에게도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세월이 변했다고 해도 지금의 구청장이나 공무원들이 추구해야 할 최상의 선은 ‘청렴’”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행정의 눈높이를 주민에게 맞추고 현장 중심의 깨끗한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감사관을 외부 인사로 뽑겠다고 말했다. “감사 기능이 살아야 ‘투명하고 객관적인 행정, 주민에게 신뢰를 주는 행정’을 이룰 수 있다.”면서 “앞으로 감사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공모뿐 아니라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고 구청장은 평준화 교육과 수월성 교육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과 같은 평준화교육으로는 제2의 김연아, 박태환이 나올 수 없다.”면서 “평준화 교육은 하되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공립 특수목적고’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부족한 명문 인문계고를 유치, 성동구를 교육특구로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구립 어린이집 확충계획도 있다. 그가 15년 전 구청장으로 첫발을 내디딜 당시 성동구의 20개 동에 구립어린이집은 17곳 뿐이었다. 재임하는 동안 28곳으로 늘렸다. 각 동에 2곳 이상씩 더 짓는다는 게 그의 목표다. 이를 위해 구청에 보육지원과를 신설할 방침이다. ●고층건물 자제… 재개발은 그대로 추진 그는 지역개발에 대한 ‘철학’도 밝혔다. 성동구를 ‘시골 정서가 묻어나는 사람 사는 동네’로 만들고 싶단다. 고 구청장은 건물을 짓더라도 14층 이상은 짓지 못하도록 할 생각이다. 때문에 전임 구청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온 110층짜리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립은 전문가와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등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십층 높이로 사람을 압도하는 건물은 위화감을 조성할 뿐 아니라 각종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누가 봐도 편안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29개 지구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사업은 차질 없이 추진한다. 그는 “방만하게 운영되는 재개발, 재건축 등 7~8곳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재검토하고 주민과 의견을 나누는 등 원만히 처리할 생각”이라면서 “민선 1~3기 때 33곳의 재개발 사업을 무리 없이 추진한 경험으로 차질 없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그는 청년일자리 확충, 경로시설 예산지원 확대, 무상급식 지원 등으로 복지성동의 이미지도 굳힌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고 구청장은 “지난 3선 구정운영 경험과 대학에서 연구하던 지방자치를 접목, 제2의 획기적인 성동 발전을 이뤄 내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고재득 성동구청장 민주당 사무총장과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으며 1995~2006년 민선 1~3기 성동구청장을 역임한 정치·행정가이다. ‘친밀감’이 장점인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성동 30여만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월간 ‘문학세계’ 수필부문 신인문학상 수상하기도 했으며 한양대학교 행정자치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 [보고 듣고 즐기세요] 연극·뮤지컬

    ●연극 ‘의자들’ 18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 부조리극의 대명사 이오네스코의 소품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무대에 올렸다. 극단 인혁의 고전 재해석 두번째 작품이다. 전석 2만원. (02)923-7888. ●뮤지컬 ‘모차르트 할아버지’ 15일부터 9월19일까지 서울 구로5동 상상나눔씨어터. 꼬마들이 모차르트 음악 연주를 배워가면서 음표요정들과 함께 모차르트와 음악세계를 이해하게 된다는 설정의 가족 뮤지컬. 전석 2만 5000원. (02)741-2002. ●연극 ‘알파치노 카푸치노’ 18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등단한 작가 전진오가 쓴 장막극으로 88만원 세대의 고통과 아픔을 다룬다. 전석 2만원. 1588-7890.
  • 이 시대 육체란… 우스꽝스런 남자 먼로의 역설

    이 시대 육체란… 우스꽝스런 남자 먼로의 역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끝내 피를 본 검투사 막시무스(러셀 크로)는 칼을 관중석으로 집어던지며 “도대체 얼마나 더 해야 만족하겠냐.”고 일갈한다.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조최효정 연출, 극단 여행자 제작)은 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연극은 세기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가 ‘가슴 큰 멍청한 금발여인’ 대신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어했으나 아무도 이를 봐주지 않자 절망 속에 죽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먼로의 삶의 이면을 들춰보는 셈인데 1971년 독일의 극작가 게를린드 라인스하겐에 의해 처음 무대에 올려졌다. 1971년이었다면 나름대로 신선한 접근이었을 터. 그러나 지금은 ‘신선한 주제’라고 말하기 어렵다. ●남자배우 10명 출연… 먼로 삶의 이면 조명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이 주제를 어떻게 풀어서 관객에게 전달할 것이냐이다. 이 지점에서 극단 여행자는 장황한 대사보다 간결한 춤이나 움직임을 중시하는 자신들만의 연출을 무기로 내세웠다. 때문에 원래 라인스하겐의 대본과 극단 여행자의 대본을 비교해 보면, 같은 작품이라고 하기 어색할 정도로 많이 고쳐져 있다. 우선 먼로를 다루는 연극임에도 ‘쭉쭉빵빵’ 여배우는 없다. 대신 10명의 남자배우만 등장한다. 이 가운데 3명의 배우가 금발 가발을 번갈아 쓰며 먼로 역을 연기한다. 그리 잘생기지도 않은 남자배우가 볼품없는 몸매를 과시해대며 예쁜 척하면서 하이힐 신고 뒤뚱거리며 돌아다니고, 가슴을 앞으로 쭉쭉 내밀고, 다리를 섹시하게 치켜든다. 처음에는 그 모양새가 우스꽝스럽지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육체’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만든다. 아이디어도 빛난다. 먼로는 양키스의 간판 타자 조 디마지오,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아서 밀러는 물론 무명시절에 만난 남자들과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다. 이들에 대한 먼로의 기억을 예전에 종영된 TV 프로그램 ‘반갑다 친구야’의 컨베이어 벨트 장치처럼 처리한다. 먼로가 20세기폭스사의 배우 오디션을 통과하는 과정을 격투 오락게임처럼 코믹하게 처리한 것도 눈에 띈다. ●당시 배경음악·카메라 소리… 아이디어 반짝 연극 주제와 더 밀접한 것은 배경음악이다.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먼로가 활동했던 시기 영화 소리나, 먼로가 케네디 대통령 생일파티에서 직접 불러 화제를 모았던 노래 ‘해피 버스데이’ 같은 것들이 잡다하게 섞여 쓰인다. 섹스 심벌이라는 점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오르가슴 신음소리도 배경음악에서 빠지지 않는다. ‘먼로와 오르가슴’이라는 조합이 대중에게 주는 환타지성을 살리기 위해 그 소리는 리얼하다기보다 안개 낀 듯 희뿌옇게 처리됐다. ●대중매체 ‘먼로 소비법’ 통렬하게 질타 가장 압권은 느린 카메라 소리다. 철컥 드르륵 하고 촬영 순간 카메라가 돌아가는 기계음을 느리게 반복적으로 처리했다. 스타 시스템과 대중매체가 만나 돌아가는 과정에서 고정적 이미지만 반복해서 찍어내는 ‘먼로 소비법’에 대한 통렬한 질타다. 우리가 먼로를 기억하는 방식은 기껏해야 지하철 환풍구 위에서 부풀어오른 치마를 내리누르는 장면 같은 몇몇 컷에 불과하지 않던가. 그랬기에 “그대들 끝까지 이겨내요!”라는 먼로의 마지막 대사에 몇몇 관객들은 끝내 눈시울을 붉히는지도 모른다. 극단 여행자의 접근법은 꽤나 성공적인 듯하다. (02)889-3561~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음식을 노래하다… 안도현 동시집 ‘냠냠’

    음식을 노래하다… 안도현 동시집 ‘냠냠’

    백석(1912~1995)의 시를 읽다 보면 배가 고파온다. ‘꼿꼿이 지진 달재 생선’이며, ‘시커먼 맨 메밀국수’, 무를 숭덩숭덩 썬 ‘무이징게국’, 산꿩고기 등 백석의 음식 사랑은 하염없다. 그는 월북 뒤 자의반 타의반으로 동시(童詩) 창작에 흠뻑 빠져들었다. 안도현(49)의 행보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2년 전 펴낸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에서 음식을 통한 총체적 감각과 추억을 백석 못지않게 지극히 풀어냈던 그다. 읽는 이로 하여금 ‘두어근 끊어온 돼지고기’와 ‘햇볕 묻은 시래기로 끓인 갱죽’ 등 정제된 시어(詩語)를 타고 지난 시절의 가난과 정겨움의 정서로 훌쩍 건너가게 했다. 안도현이 이제 동시를 쓴다. 이미 ‘연어’, ‘관계’ 등 어른을 위한 동화를 여러 차례 펴냈으니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두 번째 동시집 ‘냠냠’(비룡소 펴냄)은 음식을 노래한 동시 40편으로 이뤄져 있다. 주변에 있는 단무지, 라면, 누룽지, 김치, 물김치, 깻잎장아찌 등 온갖 음식들에 대한 애정을 몽땅 쏟아냈다. 때로는 소박한 시선으로, 때로는 익살스럽게 어린 욕망을 드러낸다. 안도현에게는 음식이 그저 ‘먹고 소화시키는 것’ 이상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밥 한 숟가락’에서 결식아동에 대한 배려심을, ‘된장국’에서 식구의 의미로 심화되는 민족의 정서를 노래한다. 그는 “다른 시인들 또한 동시 창작에 많이 참여해 동시의 외연을 넓히기를 바란다.”며 각별한 동시 사랑을 드러냈다. 1984년 등단한 뒤 소월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이수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휩쓴 그가 지난해 백석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래저래 의미심장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1530년 설립… 프랑스 3대 ‘명품’

    “프랑스에 있어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세 가지를 꼽으라면 에펠탑, 파스퇴르연구소, 콜레주 드 프랑스다.”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의 이 발언은 콜레주 드 프랑스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을 그대로 나타낸다. 1530년 ‘모든 것을 가르치는 사명감’을 대학에 심기 위해 프랑수아 1세가 설립한 뒤로 9명의 노벨상 수상자, 4명의 필즈메달 수상자를 배출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앙리 베르그송과 철학자이자 작가인 미셸 푸코도 이 학교 교수였다. 프랑스의 다른 대학 교수는 교육부 장관이 임명하지만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만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교수 자리는 52개로 정해져 있다. 교육과정은 수학, 자연과학, 철학, 사회학, 역사학, 언어학, 고고학 등 7개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다. 현대세계연구소, 생물연구소 등 4개의 대형 부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학 연구소도 있다. 연간 운용 예산은 1480만유로(약 226억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월드컵 마케팅 안녕…”홈쇼핑 방학 특수 잡는다”

    월드컵 마케팅 안녕…”홈쇼핑 방학 특수 잡는다”

    [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도전이 아쉽게 막을 내린 가운데 홈쇼핑업체가 방학특수 잡기에 나섰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11학년도 대입전형부터 활용할 수 있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올해 2학기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홈쇼핑 측에서는 도서상품 수요가 높을 것을 전망해 도서 전집류를 대거 편성한 것. GS샵은 7월 1일 오전과 오후 8시 10분에 ‘시공 초등창작 필독선 120권 세트’를 2회에 걸쳐 방송한다. 문화관광부와 교보문고 등 각종 단체 권장도서 및 안데르센상, 독일문학상 등 유명 수상작가 작품들로 구성한다. 독후활동 준비 도서로 인기가 높으며 초등학교 3학년생부터 6학년생이 권장 대상이다. 자동주문 시 3만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삼성 주니어필독선’와 ‘웅진 초등창작 필독선’, ‘마법의 시간여행’ 등 초등학생을 위한 도서상품을 집중 편성하고 자동주문 할인 및 추가도서 증정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방학을 앞두고 자녀들의 영어 학습으로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해 오는 30일 오전 9시 15분부터 영어 학습 프로그램 ‘로제타스톤’도 1시간 동안 선보일 예정. ‘로제타스톤’은 아기가 모국어를 습득하는 방식을 학습에 적용한 것으로 지난 16일과 22일 방송에서 각각 9억 원과 4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이에 관계자는 영어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을 증명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GS샵은 7월 1일부터 23일까지 ‘여름방학 막강베스트 상품전’ 특집방송을 실시한다. 도서 및 컴퓨터와 같은 특집 방송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 중 50명을 추첨해 결제금액 전액을 적립금으로 환급해주는 이벤트다.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
  • “어릴적 고향 얘기 이제 그만할래요”

    “어릴적 고향 얘기 이제 그만할래요”

    그는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이다. 그의 이야기는 여러 이유로 독서의 집중을 방해한다. 담임 선생과 부잣집 아이가 반장인 자신을 빼고 작당 모의를 할까봐 자리를 뜨지 못하다가 바지에 똥 싼 이야기며, 개똥에 돼지 쓸개까지 갈아넣어 만든 것을 동네 할아버지에게 불로장생약이라고 먹인 이야기, 갈치 몇 토막으로 과부 인심 얻으려다 망신당한 동네 유부남 이야기 등은 책으로 얼굴 가리며 낄낄거리게 만든다. 그러나 한때 박치기왕으로 명성이 자자하다가 이제는 알츠하이머에 시달리고 있는 퇴역 레슬러와의 만남, 20년 전 유족도, 남도 아닌 채 연인을 떠나보내고 검은 상복을 입었던 대학 시절 여자 선배의 기억, 치매에 시달리고 있는 어머니 얘기 등은 먹먹하게 퍼지는 울림에 잠시 책을 덮고 먼산을 바라보도록 한다. 1994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채만식문학상, 무영문학상, 민족문학연구소 올해의 작가상 등을 받은 17년차 소설가 전성태(41)가 유쾌하면서도 가슴 저릿해지는 산문집 ‘성태 망태 부리붕태’(좋은생각 펴냄)를 내놓았다. 좋은생각 웹진(www.positive.co.kr)에 올해 초까지 일곱 달 동안 연재한 글을 묶었다. ‘개똥 든 불로장생약’을 먹은 할아버지가 불렀던 어린 시절 별명을 그대로 제목 삼았다. 부제는 ‘전성태가 주운 이야기’다. 28일 서울 태평로 한 음식점에서 만난 전성태는 “어머니, 할머니, 동네 이웃 등 함께 지낸 사람들이 만들었고, 그것을 그냥 옮겨 적었다.”면서 “잃어가던 기억을 되찾는 시간이었고 독자들과 함께 공감, 소통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의 고향은 까마득한 남쪽 바닷가 전남 고흥군 도덕면 신성리다. 이름 바꾸기 전에는 귓등마을로 스무 집 남짓 모여 사는 곳이었다. 고갯길 지나던 트럭에서 훔쳐낸 연탄을 보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며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으니 문명과 떨어진 거리감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전성태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슷한 세대들보다는 열댓 살 윗줄 선배들과 기억을 공유할 때가 많았다.”면서 “작가가 되고 나서야 느꼈는데, 이러한 경험들이 소설적 자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책으로 충분히 풀어냈겠건만, 기자들과의 만남 내내 그의 이야기 보따리는 채 다물어지지 않았다. 갯벌에서 축구하던 얘기, 자책골 넣고 동네 형한테 귀싸대기 맞은 일 등…. 해학적이면서도 민중적인 묘사와 문체는 여전하건만 그동안 그가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보여준 선 굵은 서사, 민중들에 대한 진지한 애착과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김일, 유제두, 백인철 등 고흥 출신 스포츠 영웅들과 교직하는 한국 현대사, 슬픈 지역사를 장편소설로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이번 산문집으로 고향 얘기, 어릴 적 얘기는 그만하고 좀 더 본격적으로 소설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로맹가리 필명 ‘에밀 아자르’의 데뷔작

    로맹가리 필명 ‘에밀 아자르’의 데뷔작

    올초 소설가 박범신은 이렇게 얘기한 적 있다. “요즘에는 한번 필명으로 작품을 써서 신춘문예나 문학상에 응모해 볼까 싶은 생각도 가끔 들곤 해, 로맹 가리처럼 말이야.” 물론 박범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최근 펴낸 장편소설 ‘은교’에서 소설가를 등장시켜 마음 속 욕망과 속물적 충동을 여과없이 폭발시키는 식으로 그 바람을 해소한다. 프랑스의 소설가 로맹 가리(1914~80)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한 사람에게 결코 두 번 주지 않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공쿠르상을 각각 다른 이름으로 받았다는 것 역시 유명한 얘기다. 그는 로맹 가리의 ‘하늘의 뿌리’(1956)로 한 번,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1975)으로 또 한 번 공쿠르상을 받았다. 그리고 두 개의 문학적 자아를 오가며 활동하다가 1980년 자신이 ‘에밀 아자르’라는 유서를 남기고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이미 일가를 이룬 대가(大家) 만이, 그것도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문학적 열정을 가진 대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로맹 가리가 60세가 되어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표한 소설 ‘그로칼랭’(이주희 옮김, 문학동네 펴냄)이 번역 출간됐다. 1974년 발표 당시, 편집자는 원고의 높은 문학적 성취에 놀라 출간을 결정하면서도 그가 로맹 가리라는 것을, 당연히, 알지 못했기에 ‘감히’ 결말의 삭제를 요구했고, 로맹 가리는 편집자의 의견에 따랐다. 그 해 상업적 성공은 물론,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르노도상의 유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사후에 공개된 원고에서 삭제된 결말이 출판되기를 원한다는 뜻을 남겼고, 결국 33년만인 2007년 프랑스에서 ‘결정판’으로 출간됐다. 그 결말이 국내에 소개되는 셈이다. ‘그로칼랭’은 ‘열렬한 포옹’이라는 뜻이다. 파리에 사는 서른일곱 살의 독신남 미셸 쿠쟁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기르는 220㎝ 비단뱀의 이름이기도 하다. 조직과 인간의 관계 속에 편입되지 못한 채 고독함에 허우적대는 쿠쟁은 점점 비단뱀과 자신 사이의 정체성에서 혼란을 느낀다. 우스꽝스럽거나 부적절한 언어, 착란의 문장이 반복되는 이유다. 결말 역시 현대인의 허무함에 대해 토로하는 즈음에서 머무는 것이, 당시 편집자의 의도처럼 1974년 즈음에는 가장 대중적이었으리라. 하지만 당시 로맹 가리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생태학적 결말을 이끌어냈고, 결국 30년 넘은 뒤에야 빛을 보며 그가 시대를 앞서갔음을 확인시켜준다. 그러고보니 알 수 없는 일이다. 박범신, 또는 유명한 그 누군가도 아직 ‘공표’만 하지 않고 있을 뿐, 또 다른 필명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을는지. 로맹 가리처럼! 1만 3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문화계는 전쟁 중… 당신도 사정권

    문화계는 전쟁 중… 당신도 사정권

    전쟁의 기억은 쉬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1950년 6·25전쟁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기념’(紀念)이 아니다. 처참함에 대한 기억(記憶)이자 평화에 대한 갈망이다. 문화계도 연극, 영화, 미술, 출판 등 여러 분야에서 그 기억을 더듬으며 갈망을 달래고 있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고향 떠난 화가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이응노, 이쾌대, 배운성, 권옥연, 김흥수, 도상봉, 박고석, 장리석, 최영림….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60년 전 포화 속에서 월북했거나 월남한 화가들이다. 이들의 작품과 당시 상황을 담은 그림을 모은 ‘고향을 떠나야 했던 화가들’ 전이 25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열린다. 9월26일까지 계속된다. ‘태극기 휘날리며’,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 6·25전쟁 소재 영화들도 함께 상영되며 ‘전선 야곡’ 등 당시 대중가요를 들을 수 있는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같은 날 개막하는 사진전도 있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는 6·25전쟁 60주년 기념 ‘경계에서? On the Line’ 전이 8월20일까지 계속된다. 주요 전적지와 전후 세대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해석했다. 공연예술 관점에서 전쟁을 재조명한 ‘6·25전쟁, 공연예술의 기억과 흔적’ 전도 새달 31일까지 장충동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에서 열린다. ●분단 주제 100페스티벌·윤이상 등 연극계도 가세 젊은 극단들이 주축이 된 ‘100연극공동체’는 27일까지 대학로 동숭극장에서 ‘100페스티벌 2010’을 연다. 주제가 ‘전쟁, 그리고 분단’이다.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사이공의 흰옷’(임세륜 연출, 극단 다 제작) 등을 무대에 올린다. 같은 기간 대학로 우석레파토리극장에서는 ‘윤이상 나비이마주마’(이동준 연출, 극단 은세계 제작)가 공연된다. 간첩 혐의를 받았던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의 삶을 다뤘다. 29일부터 새달 4일까지 대학로 행복한극장에 오르는 ‘인내의 돌’(이성구 연출, 극단 가변 제작)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투영된 한 가정의 불행을 다룬다. 출판계는 체험과 증언에 무게를 뒀다. 미국의 전쟁다큐 작가 존 톨랜드는 ‘존 톨랜드의 6·25 1, 2’(김익희 옮김, 바움 펴냄)를 통해 1950년 6월24일부터 포로 교환이 진행된 1953년 9월까지를 추적했다. 국군과 미군은 물론 중국·북한군의 증언까지 생생히 전달하며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불의 제전, 낙동강, 순교자 등 소설도 잇따라 6·25전쟁 때 남편을 잃은 여성들과 그들의 자녀를 인터뷰한 ‘전쟁 미망인, 한국 현대사의 침묵을 깨다’(이임하 지음, 책과함께 펴냄)도 나왔다. 전쟁이 남기고 간 삶의 궤적이 신산하다. 원로작가 김원일은 18년에 걸쳐 탈고한 대하소설 ‘불의 제전’(강 펴냄) 다섯 권을 13년 만에 새로 개작 출간했다. 자신이 직접 겪은 전쟁과 사람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김은국의 소설 ‘순교자’도 6·25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씨의 ‘한국전쟁과 대중가요, 기록과 증언’(책이 있는 풍경)은 25일 출간 예정이다. ●체험과 증언으로 전하는 평화와 반전 메시지 일찌감치 포화 속으로 빠져들었던 영화·방송가는 포연이 자욱하다. 6·25전쟁 당시 학도병 71명의 감동 실화를 다룬 영화 ‘포화 속으로’는 개봉 5일 만에 120만명을 돌파하며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스무살 남짓의 앳된 군인들의 증언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60년 전, 사선에서’도 24일 개봉한다. KBS는 1975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전우’를 최수종, 이태란 주연의 동명 드라마로 리메이크해 내보내고 있다. MBC는 블록버스터 드라마 ‘로드 넘버 원’을 23일 첫 방송,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다. ‘내가 겪은 6·25’를 주제로 한 원로 만화가 29명의 작품전도 열린다. 박록삼·윤창수·조태성·이경원기자 youngtan@seoul.co.kr
  •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 사라마구 타계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 사라마구 타계

    포르투갈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가 18일 타계했다. 88세. AP통신에 따르면 사라마구의 출판사는 18일 그가 스페인 란사로테섬에서 지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1922년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공무원, 신문기자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1947년 첫 소설 ‘죄악의 땅’을 발표했으나 곧바로 절필을 선언한 뒤 정치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이후 1966년 ‘가능한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복귀, 1982년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1991년 예수 그리스도의 관점에서 예수의 삶을 그린 ‘예수 복음’을 출판하면서 논란을 일으켰고 정부에 의해 유럽문학상 후보에서 배제되는 등 박해를 받자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로 이주했다. 1995년에는 또 다른 대표작인 ‘눈먼 자들의 도시’를 통해 물질적 소유욕에 눈이 먼 현대인들을 통렬히 비판했다. 1998년에는 전 세계 1억 7000만명이 사용하는 포르투갈어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보통 ‘그는 좋은 사람이긴 한데 공산주의자’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는 공산주의자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그는 2004년작 ‘눈뜬 자들의 도시’를 비롯, 최근까지도 꾸준한 작품활동을 했다.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는 사라마구의 타계 소식에 “우리의 위대한 문화계 인물 가운데 한명이며, 그가 사망함으로써 우리의 문화는 더 빈곤해졌다.”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주제 사라마구 연보 ▲1922년 11월26일 포르투갈 히바테주 출생 ▲1944년 결혼 ▲1947년 첫 소설 ‘죄악의 땅’ 발표와 함께 절필, 정치 칼럼니스트로 활동 ▲1966년 ‘가능한 시’ 발표하며 문단 복귀 ▲1982년 ‘수도원의 비망록’ 발표 ▲1989년 ‘리스본 쟁탈전’ 발표 ▲1991년 ‘예수복음’ 발표 ▲1995년 ‘눈먼 자들의 도시’ 발표 ▲1997년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 발표 ▲1997년 ‘미지의 섬’ 발표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2001년 ‘동굴’ 발표 ▲2003년 ‘도플갱어’ 발표 ▲2004년 ‘눈뜬 자들의 도시’ 발표 ▲2005년 ‘죽음의 도시’ 발표 ▲2006년 ‘작은 기억들’ 발표 ▲2009년 ‘카인’ 발표 ▲2010년 6월18일 사망
  • 이 세상 다 읽고 간 사람… 그 이름 김현

    이 세상 다 읽고 간 사람… 그 이름 김현

    김현(1942.7.29~1990.6.27).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꼭 20년이다. 반복되는 노동과 휴식 등 일상의 삶에 치여 사는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다. 그는 문학평론가다. 한자 또는 식민지 언어가 아닌, 모국어로 사유하고 그 감성으로 글을 쓴 첫 세대인 ‘4·19세대’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의 짧은 삶을 아쉬워하는 것은 단순히 한 세대의 빼어난 인물이어서가 아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왕성한 독서욕과 성실한 읽기로 한국 평단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를 두고 “이 세상을 다 읽고 간 사람”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문체로 전개되는 그의 감수성 넘치는 비평은 훗날 수사학적 인상 비평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야기하기도 했지만, 비평을 독자적인 문학 장르로 끌어올린 첫걸음이었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없다. 지금도 그의 매혹적인 문장과 문체는 ‘김현체(體)’로 불리며 후학들의 전범으로 통한다. ●‘문학과 지성’ 창간… 48세 생애에 저서만 50권 순수·참여 문학 논쟁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던 1970년 가을, 그는 문학평론가 김병익, 김치수, 김주연 -이들은 ‘4K’로 불렸다-과 함께 계간지 ‘문학과지성’을 만든다. 이른바 ‘문지’가 또 다른 대척점에 섰던 ‘창작과비평’(창비)과 함께 한국 문단의 묵직한 성처럼 우뚝 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문학주의 이데올로그’인 그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1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비평가”(황지우 시인)라는 찬사에 걸맞게 그는 한국 문학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다. 김현은 담배만을 안주 삼아 거의 매일 문인들과 그리고 제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대학 3학년 때 늦깎이로 배운 술이었지만 그는 1980년대 ‘불꽃의 말’이라는 에세이에서 “술자리의 분위기를 지워 버린 나의 삶을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했을 정도로 술을 예찬했다. 심지어 몸이 너무 아플 때조차 “나 대신 마시라.”며 주변에 술값을 건넬 정도였다. ●건강 나빠지자 술값 건네며 “대신 마셔 다오” 그럼에도 1990년 마흔여덟 나이에 간경화로 세상을 뜨기까지 23권의 책과 6권의 공저(共著), 7권의 편서(編書), 19권의 번역서를 남겼다. 어디 그뿐인가. 무수한 논문에 소설까지 몇 편 얹었다. 김현식 표현을 빌리자면 ‘아, 놀라워라.’다. 문청들의 가슴에 시(詩)의 지독한 우울함과 설렘, 외로움을 심어 놓고 떠난 시인 기형도(1960~1989)의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을 만들고 해설한 이도 그다. 그러고는 이듬해 훌쩍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기형도처럼 숱한 문청들에게 좌절과 동경을 함께 안겨준 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이면 ‘김현 신화’는 얼추 완성된다. 김현은 전남 목포에서 약품공급업을 하는 부유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 덕분에 구김살 없이 특유의 다독(多讀) 습관을 익힐 수 있었지만, 이는 또한 쉼 없는 갈등의 배경이 됐다. 김현은 언젠가 사석에서 “판사나 검사를 하지 않고 문학 나부랭이를 했다고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나를 꾸짖었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갈등이 없었다면 뒷날 그가 정립한 ‘무용한 문학의 유용성론(論)’이 탄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김현은 “유용함은 인간을 억압한다. 문학은 쓸모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으며 억압이 인간에게 얼마나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 보여 준다. 이것이 바로 쓸모없는 문학이 쓸모 있는 이유다.’라고 설파했다. 창조적인 문장과 수사적 표현은 평단(評團)을 넘어 작단(作團)까지 넘겨봤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966년 발표한 단편소설 ‘노숙’ 등이 대표적이다. ●고향 목포에 문학관 건립… 김현문학상 제정 주장도 20주기를 맞아 추모 열기도 뜨겁다. 문학과지성사는 18일 서울 동교동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말들의 풍경과 비평의 심연’이라는 주제로 ‘김현 20주기 문학 심포지엄’을 열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박성창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김현 비평은 인식론에서 논증의 구조, 그리고 문체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개성과 특이성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고유명사로 통용이 가능하다.”며 김현의 문학사적 좌표를 명확히 했다. 이어 “일방적인 찬사를 통해 옹호하는 일이나, 수사적 전략으로 폄하시키는 일 모두 그를 특정한 테두리 안에 가두는 일인 만큼 폭넓은 연구를 통해 세대론적 시각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조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의 서울대 제자인 소설가 이인성은 스승에게서 받은 편지 한 통을 공개해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1977년 9월8일 날짜가 적힌 편지에서 김현은 “바 선생(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 지칭)의 ‘몽상의 시학’을 번역하고 있다.”고 근황을 밝힌 뒤 “가짜로 살고 가짜로 싸우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아플 때 아프다고 소리 지르지 마시오. 그 순간에 아픔은 말이 되어, 아픔을 잃어버리게 될지 모르오.”라고 적었다. 너무 심각했다 싶었는지 “이러니까 교과서를 쓰는 것 같소.”라며 “일요일쯤 심심하면 놀러 오시오. 소주나 한 컵 합시다.”라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애주가의 면모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문학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김현의 고향인 전남 목포시는 올 연말까지 ‘김현문학관’을 세워 주요 저서와 필기도구, 편지, 일기장, 그림, 병상일지, 영수증 등 수천점의 유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김현문학상’을 제정하자는 주장도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김현 ▲1942년 전남 진도군 진도읍 남동 출생(본명 김광남) ▲1957년 목포 문태고 입학한 뒤 서울 경복고로 전학 ▲1960년 서울대 문리대 불문학과 입학 ▲1962년 ‘자유문학’에 평론 ‘나르시스의 시론’으로 등단. 필명 ‘김현’ 처음 사용 ▲1968년 4·19세대 문인들이 대거 참여한 ‘68그룹’ 동인 결성 ▲1970년 김병익, 김치수, 김주연 등과 함께 ‘문학과지성’ 창간 ▲1974년 서울대 불문과 교수 임용 ▲1990년 간경화로 타계
  • “문학의 깊이와 재미 함께 추구”

    “문학의 깊이와 재미 함께 추구”

    “순수 문학이 담고 있는 깊이와 엔터테인먼트 문학이 주는 스릴,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오에 겐자부로 문학상을 받으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른 일본 신예 나카무라 후미노리(33)가 수상작 ‘쓰리’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한국어판 출간(양윤옥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을 기념해서다. 지난 14일 서울 서교동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장르 경계짓기와 같은 기존 질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젊은 작가답게 거침없이 펼쳤다. 그는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문학의 성취를 동시에 이뤘던 것을 의식하면서 썼다.”고 말했다. 소매치기라는 뜻의 일본어 제목인 ‘쓰리’는 순수 문학처럼 인간 존재 본연의 탐구에 천착하면서도, 장르 문학적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 소설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문학의 원로이자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75)는 자신이 직접 120여권의 후보작을 다 읽고 수상작으로 골라 더욱 화제가 됐다. 나카무라는 2002년 신초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뒤 노마 문예상, 아쿠타가와상 등을 휩쓴 일본 문단의 떠오르는 인기 작가다. 그는 “인류 최초의 직업이 매춘 다음에 소매치기라는 것을 어디에선가 읽고 인간의 근본적인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면서 “운명의 존재 여부와 이를 만들려는 쪽과 깨부수려는 쪽의 대결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선거끝… 지자체 행사 봇물

    선거끝… 지자체 행사 봇물

    6·2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밀렸던 지방자치단체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공직선거법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치르지 못했던 것들이다. 지자체들은 선거법 위반 시비, 현직 단체장의 일방적 홍보 등의 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축제와 각종 행사를 미뤄왔다. 또 천안함 사고와 구제역 파동으로 행사를 자제했으나 천안함 애도기간이 끝나고 구제역도 수그러들면서 미뤄왔던 축제와 행사 일정을 다시 잡고 있다. 6일 지자체에 따르면 충남 서해안 일대에서는 오는 18일부터 3일간 태안 청소년수련관 일대에서 ‘제4회 산수향 6쪽마늘축제’가 열린다. 태안 원북면 대기리와 소원면 법산리, 근흥면 마금리 마늘 밭에서 진행되는 마늘캐기 체험 코너에서는 태안 6쪽 마늘을 1접당 1만원에 살 수 있다. 마늘 비빔밥·막걸리·인절미 만들기 등 여러 체험놀이 코너가 마련되며 풍물공연과 그룹 산울림 콘서트, 소리짓 공연, 길놀이 등도 펼쳐진다. 19일과 20일에는 서산시 팔봉면 양길리 일대에서 제9회 서산 팔봉산 감자축제가 열린다. 서해 갯바람을 맞고 자라 맛과 품질이 뛰어난 햇감자를 맛볼 수 있는 축제다. 구입하지 못한 관광객들을 위해 감자 캐기 체험행사는 25일까지 열린다. 26일 당진군 송악면 부곡리 상록초등학교 일대에서는 ‘제1회 당진 황토감자축제’가 열린다. 태안지역 해수욕장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12일 근흥면 안흥항 일대에서는 ‘제7회 태안군수배 전국 바다낚시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다음달 14일부터 6일간 만리포 등 태안 북서부지역 해수욕장에서는 그린이 아닌 해변에서 골프를 치는 ‘제2회 비치골프대회’가 준비돼 있다. 대구에서는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12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24일간 열린다. 총 26개 작품이 초청됐다. 국내 초연작 중심으로 구성된 초청작 부문에는 외국 뮤지컬 4편을 비롯해 9편이 무대에 오른다. 앞서 동대구역에서는 4일과 5일 뮤지컬 콘서트를 개최했다. 콘서트에는 뮤지컬페스티벌 본선에 진출한 10개 대학팀 중 2팀의 공연이 선보였다. 또 대구의 대표적인 도심축제인 동성로축제가 11일~1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와 3차원(3D) 영상을 슬로건으로 펼쳐진다. 부산 해운대구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7일까지 ‘모래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해 관람객 100만명을 동원한 해운대모래축제는 올해 6회째를 맞아 조각전을 특화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참여형 체험행사를 늘리는 한편 주제관, 샌드보드 페스티벌 등 재미와 유익한 정보를 듬뿍 담았다. 서울 금천구는 3일부터 5일까지 시흥동 벚꽃십리길에 위치한 금나래아트홀 갤러리에서 문학축제를 열었다. 지역 문인들의 시화전과 백일장, 시 낭송, 문학상 시상식, 강좌 개최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전국종합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변동의 시대에 응답하는 문학적 자세를”

    “변동의 시대에 응답하는 문학적 자세를”

    시인 월하 김달진(1907~1989)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서울신문과 사단법인 시사랑문화인협의회(회장 최동호)가 함께 주최한 제21회 김달진문학상의 기념시(詩) 낭송회가 4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렸다. 시상식을 겸한 이 행사에는 올해 시 부문 수상자 시인 홍신선, 평론 부문 수상자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를 비롯, 문단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동화 서울신문 사장은 축사를 통해 “두 분 수상자가 김달진문학상을 받게 돼 상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면서 “앞으로도 탁월한 문인들에게 상을 수여함으로써 상의 영예는 물론, 한국문학의 의의도 드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축사에 이어 시·평론 부문 심사소감 발표, 수상소감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시집 ‘우연을 점찍다’(문학과지성사 펴냄)로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한 홍 시인은 “인생 이모작의 첫 수확인데 알곡보다는 껍데기가 많다는 건 제 자신이 견딜 수 없는 일”이라면서 “그 수확에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터무니없는 욕심 부리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평론집 ‘현대시의 정신적 감각’(천년의시작 펴냄)으로 상을 거머쥔 홍용희 교수는 “이 상은 오늘날 변동의 시대에 응답하는 문학적 자세를 가지라는 주문으로 생각한다.”며 “좀 더 깊은 문학 공부를 위한 용맹정진의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수상자인 시인 황동규, 평론가 최유찬 연세대 교수가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기념품을 전달했다. 또 김달진 선생의 유족들도 참석해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행사 후에는 이동순 영남대 국문과 교수 등의 축하 노래와 시 낭송이 이어졌다. 한편 올해 9월 경남 진해에서는 김달진문학제가 열린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무욕·가난·고독 보여준 공초는 시인의 고향”

    “무욕·가난·고독 보여준 공초는 시인의 고향”

    “공초는 모든 시인들의 고향과도 같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보여준 무욕, 가난, 고독은 시인들이 갖춰야 할 고향 같은 본질적 속성입니다.” 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8회 공초(空超)문학상 시상식에서 시인 이성부(68)씨는 “시를 쓴 시간만큼 고향을 떠나 있었고 하루도 고향을 잊은 적이 없었는데 ‘시인의 고향’과도 같은 오상순(1894~1963) 선생의 이름으로 된 문학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씨는 상금 500만원과 상패를 받았다. ●수상작 ‘백비’… 無爲而化정신과 닿아 이번 공초문학상 수상작은 올해 초 발간한 이씨의 시집 ‘도둑 산길’에 실린 ‘백비(白碑)’다. ‘백비’는 세월에 닳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감악산 정수리의 비석에 대한 감흥을 적은 시로, 공초의 무위이화(無爲而化) 정신과 맥이 닿는 절창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심사위원단(이근배, 임헌영, 신달자) 만장일치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구중서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이성부 시인의 산행시는 단순한 등산의 감흥을 담은 것이 아니라 공초 선생의 심오한 동양정신의 맥락을 잇고 있고, 노장(莊) 철학의 사유를 담고 있다.”면서 “사회과학적인 도식을 넘어 민족과 역사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인식을 갖고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고 축사를 보냈다. ●공초 묘소 찾아 47주기 추모행사 이날 시상식에는 구 이사장을 비롯해 이건청 한국시인협회장, 성찬경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이근배 공초숭모회장, 양성우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시인), 신달자 시인 등 문단 관계자들이 참석해 이씨의 수상을 축하했다. 공초숭모회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시상식을 마친 뒤 서울 수유리 빨래골 공초 묘소를 찾아 47주기 추모행사를 가졌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44일 사귀고 30년 그리워하는 무슬림 청년의 삶을 바꾼 사랑

    44일 사귀고 30년 그리워하는 무슬림 청년의 삶을 바꾼 사랑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 출신 소설가 오르한 파묵(58)이 수상 이후 처음 발표한 장편소설 ‘순수 박물관’(전 2권, 이난아 옮김, 민음사 펴냄)이 국내에서 출간됐다.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다. 지금까지 이슬람의 전통적 민족주의와 서구 민주주의 등 새로운 가치의 충돌, 인류 문명의 본의 등을 주로 써 오던 파묵으로서는 처음으로 쓴 남녀간 사랑에 대한 본질적 탐구다. 파묵이 “내가 쓴 가장 부드러운 소설”이라면서 “장차 나의 것 중 기억될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스스로 높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최근 터키 이스탄불에서 파묵을 만난 번역자 이난아씨에 따르면 파묵은 “회교국인 터키는 남녀가 쉽게 한자리에 있을 수도, 만나서 사랑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고 관계를 발전시킬 수도 없었던 나라였다.”면서 “단지 사랑을 찬양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에 대해 성찰하도록 하는, 무척 무거운 면이 있는 소설”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약혼녀가 있는 청년 케말이 우연히 가난하고 먼 친척인 퓌순을 만나 44일의 시간을 보낸 뒤 헤어지고 나서 30년에 걸쳐 퓌순을 그리워하는 과정을 회상하듯 그려낸다. 첫 문장에서 ‘그때는 그게 사랑인지, 행복인지 미처 몰랐다.’고 말을 떼며 말이다. 퓌순이 사라진 뒤에야 사랑을 깨닫고 순결, 성, 우정, 결혼, 행복 등 가치를 고민한다. 미친 듯 그녀를 찾아 헤매는 것으로 삶의 내용과 이정표가 송두리째 바뀐 케말은 그녀와 추억이 담긴 물건을 모으고 이를 전시할 박물관을 설립을 준비한다. 실제 파묵은 이르면 오는 8월 말, 늦어도 연내에 이스탄불에 ‘순수 박물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책 속에 박물관 입장권이 숨겨져 있다. 성실한 독자에게 파묵이 주는 선물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제18회 공초문학상] 모국어 혈맥 타고 ‘무위이화’ 공초정신 구현

    올해는 국권 침탈에 의한 모국어의 수난이 시작된 지 100년을 맞는 해다. 저 사나운 어둠이 나랏말씀과 내 나라의 글자를 무너뜨릴 때 이 겨레 정신의 혼불을 피워 아시아의 여명을 노래한 한국시의 선각인 공초 오상순 선생의 문학세계와 사상을 기리기 위해 1992년 공초문학상이 제정되었다. 구상, 박두진, 설창수 선생 등이 나서 제정한 공초문학상 운영세칙에는 지난 1년간의 발표 작품과 등단 20년 이상의 시력을 가진 시인을 대상으로 하며, 인품을 참조한다는 좀 특별한 조항도 있다. 제18회 수상자는 시집 ‘도둑산길’을 출간한 이성부 시인으로 수상작은 ‘백비’(白碑)가 선정되었다. 시력 50년을 맞는 이성부 시인은 1960년대 한국시의 백두대간을 등반한 이후 시대정신과 모국어의 깊은 혈맥을 타고 독보적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이번 수상작 ‘백비’가 실린 시집 ‘도둑산길’은 그의 반 세기 시업(詩業)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이룬 절정의 경지를 이루고 있다. 어느 한 작품도 저 웅휘했던 공초시와 맥락이 닿지 않는 것이 없지만 ‘백비’는 특히 무위이화(無爲而化·힘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변하여 잘 이루어짐)의 공초정신이 구현된 선시의 어법을 밟고 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너무 크고 많은 생 담고 있는 나머지/ 점 하나 획 한 줄도 새길 수 없던 것은 아닌지’에서 글자를 새기지 않아도 마음으로 읽고 전하는 불립문자의 진수를 담고 있다. 산과 더불어 생각하고 산에서 시를 떠올리는 산의 시인 이성부, 아무리 파헤쳐도 다 알아낼 수 없는 대자연의 장엄과 온 몸으로 부딪쳐 써내고 있는 시들은 그가 쏟아 부은 시간과 내딛은 발걸음만큼이나 이 땅의 모국어의 높은 탑을 쌓아가는 것이다. 수유리 빨래골에 장좌불와(長座不臥)하고 계실 공초께서 시 ‘백비’를 보시고 아마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며 크신 손을 내밀 것이다. 공초문학상에 빛을 더 해준 이성부 시인의 수상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임헌영 문학평론가 신달자 시인·이근배 공초숭모회장
  • [제18회 공초문학상] 산 오르며 진폭 큰 삶의 성찰 담아

    [제18회 공초문학상] 산 오르며 진폭 큰 삶의 성찰 담아

    백비(白碑) 감악산 정수리에 서 있는 글자가 없는 비석 하나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너무 크고 많은 생 담고 있는 나머지 점 하나 획 한 줄도 새길 수 없었던 것은 아닌지 차마 할 수 없었던 말씀을 지녀 입 다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도 아니라면 세상일 다 부질없으므로 무량무위를 말하는 것은 아닌지 저리 덤덤하게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을 저렇게 밋밋하게 그냥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산과 시, 그리고 삶은 따로 떨어질 수 없죠. 오르고 내리며 보는 세상, 만나는 사람에게 늘 감동하고 있습니다.” 제18회 공초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이성부(68)의 시력(詩歷)은 올해로 꼬박 50년째다. 까까머리 고등학생 때인 1960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에도 ‘현대문학’에서 세 차례 추천받았다. 그것도 모자랐을까. 아니면 자신의 시재(詩才)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였을까. 피끓는 20대 중반, 또 다른 신춘문예까지 섭렵했다. 수상자를 발표한 지난달 28일 그를 만났다. 이성부는 2005년 간암에 걸려 몇 차례 수술을 받았고, 이제는 석 달마다 병원을 찾아 재발 여부를 검사받아야 한다. 기자(한국일보)로 살며, 시인으로 살며, 하루가 멀다하고 찾던 술자리는 이제 남의 일이 됐다. 하지만 그는 훨씬 행복하다. 산을 오르며 삶의 비의(秘意)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산을 오르며, 산을 내려오며 끊임없이 산에 대한 시를 썼다. 그러다 보니 시단(詩壇)은 이제 그를 ‘산의 시인’이라고 부른다. 한때 어느 누구보다 뜨거웠던 민중시인은 그렇게 ‘산 시인’이 됐다. 그는 “과거 현실과 충돌하며 썼던 시와 지금 산을 오르내리며 쓴 시는 다르다.”면서 “나는 산을 통해 성숙해졌고, 삶을 더 잘 보게 됐고, 깊이와 넓이를 키워냈다.”고 자신의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1970~80년대 고은, 김지하, 신경림, 조태일 등과 함께 참여시의 한 영역을 굳건히 담당해 왔다. ‘벼’, ‘봄’ 등 시편들은 그의 시 세계가 낮은 곳에 대한 연민, 역사에 대한 굳건한 믿음,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고 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었다. 그러던 그가 1996년 ‘야간산행’을 시작으로 ‘지리산’,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그리고 최근 펴낸 ‘도둑 산길’에 이르기까지 산에 대한 시를 계속 써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세계관 자체가 단절되거나 변했다는 것과는 다르다고 시인은 강조한다. 그는 “산이 갖고 있는 역사성, 산과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서사는 큰 틀에서 하나의 맥락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예컨대 연작시로 풀어낸 ‘지리산’은 소박하지만 건강한 민중성과, 성찰하며 전진하는 역사성이 하나로 모여져 쓰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섬세한 서정, 예리한 비판, 웅숭깊은 성찰 등 이 모든 것이 산을 통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그는 “산은 다닐수록 새롭다. 욕망과 집착을 줄일 수 있음을 가르쳐주고, 삶과 인간에 대해 고민하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라며 ‘산 예찬론’을 이어갔다. 공초문학상 수상작인 ‘백비’가 들어 있는 아홉 번째 시집 ‘도둑 산길’ 역시 산은 성찰의 공간임을 확인시켜준다. 특히 ‘귀가 밝아진다’, ‘세이’(洗耳), ‘소리를 보다’, ‘산속에서라야’ 등은 성찰의 힘이, 더욱 깊어진 민중성이, 귀 밝은 경청에서 비롯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초 오상순에 대한 느낌도 늘 간절하다. “공초 선생을 생각할 때면 늘 가난하고, 외로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시인이라면 본질적으로 그래야 하는 것이겠지요. 요즘 후배 시인들에게도 가난과 외로움의 가치를 얘기해 주고 싶어요.” 지금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서울 언저리 산을 찾는다. 더불어 산을 오르다 보면 백발 성성하게 산을 오르는 삶, 산을 오르는 시의 한 대목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글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사진 김태웅기자 tuu@seoul.co.kr 이성부 시인은… 1942년 전남 광주 출생 ▲광주고 졸업, 경희대 국문과 수학 ▲1960년 전남매일(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61년 ‘현대문학’에 시 ‘소모’(消耗) 등 추천 등단 ▲196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백제행, 전야, 빈산 뒤에 두고, 야간산행, 지리산 등 ▲시선집: 깨끗한 나라, 저 바위도 입을 열어, 너를 보내고 등 ▲수상:현대문학상(1969), 한국문학작가상(1977), 대산문학상(2001)
  • 제18회 공초문학상 이성부 시인…수상작 ‘백비’

    제18회 공초문학상 이성부 시인…수상작 ‘백비’

    이성부(68) 시인이 서울신문사가 주관하는 제18회 공초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지난 3월 펴낸 시집 ‘도둑 산길’에 실린 ‘백비’(白碑)다. 산행의 순간 본 찰나의 느낌을 풀어낸 시로, 공초 선생이 그러했듯 일상의 순간을 우주적 관조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초문학상은 무소유의 삶을 살다간 공초(空超) 오상순(1894~1963) 시인을 기리기 위해 1992년 제정된 시 문학상으로, 최근 1년 내에 발표된 등단 20년 이상 중견 시인의 신작시를 대상으로 시상한다. 시상식은 오는 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500만원 상금과 상패가 주어진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제18회 공초문학상] 공초&공초문학상

    공초(空超) 오상순(1894~1963)은 20세기 초반 한국 문단에서 고은, 김관식 등과 함께 기인(奇人)으로 꼽히는 대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하루 스무 갑씩 줄담배를 피웠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호에서도 자연스레 ‘꽁초’ 이미지가 떠오른다. 시 세계 역시 기행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곤 했다. 1920년대 ‘폐허’ 동인을 결성하며, 서구의 폐허 의식을 국내에 처음 설파한 이로 잘 알려져 있다. 허무와 동양적 운명주의를 담은 시 작품을 남겼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가 일본으로 유학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신지식인이라는 점은 상대적으로 묻혀 있다. 그는 세계 평등사상과 상호이해의 정신을 기조로 한 세계공용어 에스페란토를 가장 먼저 배워 국내에 보급했다. 인류의 평화를 궁극적 목표로 삼아 세계적 보편 종교를 지향했던 바하이교(19세기 바하 알라가 창시한 이슬람 계열의 종교)를 국내 최초로 소개했다는 사실도 지난해 처음 밝혀졌다. 오상순은 루쉰, 저우줘런 등 당대 해외 지식인들과도 지적 교류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2년 그의 삶과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공초문학상이 18년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신경림(1998), 오세영(1999), 김지하(2004), 성찬경(2006), 신달자(2009) 등 넓은 스펙트럼의 수상자를 배출한 것도 이런 시인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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