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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류 공장’ 시대 열린다

    ‘육류 공장’ 시대 열린다

    1932년 윈스턴 처칠은 ‘지금으로부터 50년 후’라는 수필에서 “우리는 지금처럼 닭을 키워 잡아먹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적절한 크기의 가슴살이나 날개만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풍부한 상상력과 뛰어난 위트로 국정을 운영했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필력을 자랑했던 처칠이 예언했던 1982년은 이미 3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양계장에서 닭을 키워 고기와 계란을 얻고 있다. 그러나 처칠의 꿈이 허황되지만은 않았다는 것이 과학자들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공장에서 키워 낸 고기’의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이 없는 육류’, 곧 ‘배양육’이 식탁을 차지할 날이 머지않았다. ●비판의 중심 선 축산업 수천년간 육류는 인류가 가장 좋아하는 식량이었다. 육류 소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국의 경우 1인당 연간 85㎏의 고기를 먹는다. 이는 33마리의 닭 또는 돼지 한 마리, 4분의3마리의 양, 소 5분의1마리에 해당하는 양이다. 지난 30년간 영국인의 육류 소비는 20% 이상 늘었고 단 한 차례도 줄어든 적이 없다. 그러나 정작 육류를 생산하는 축산업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감자 1㎏을 얻기 위해 1000리터의 물이 필요한 데 비해 육류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 100배가 필요하다. 또 축산폐수는 환경오염을 낳고, 축산배설물에 의한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20%를 차지한다. 물 부족,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등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기들에 축산업이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때로는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등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연일 비윤리적인 동물 사육과 도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축산업은 전 세계 땅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농업에 사용되는 땅의 70%에 해당한다. 축산업에 사용되는 땅이 곡물 경작지를 잠식하면서 전 세계적인 식량부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공장에서 필요한 고기만 생산한다.’는 처칠의 아이디어가 현실에 등장한 것은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다. 살아 있는 소나 돼지, 닭 등에서 필요한 부분의 줄기세포를 떼어내 이를 배양한다면 결과적으로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원하는 크기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만들어진 육류를 과학자들은 ‘배양육’ 또는 ‘실험실 생산육’ ‘시험관 육류’라고 이름 붙였다. 배양육 분야의 선구자인 마크 포스트 네덜란드 마스트리치대 교수는 최근 “올해 말까지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를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포스트 교수는 돼지나 소의 근육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하고, 여기에 필수 비타민과 영양소, 지방 등을 심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햄버거 패티나 소시지, 너겟 등 비교적 균일하거나 갈아서 사용하는 육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유리하다.”면서 “자연에서 얻은 것과 같은 완벽한 육류가 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채소로 만든 소시지보다는 훨씬 진짜 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포스트 교수팀은 수센티미터 길이까지 소 배양육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포스트 교수의 연구에 30만 달러를 지원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 미로노프 교수팀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연구진 역시 배양육 개발의 최전선에 서 있다. 현재 이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세계 최대의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TA)이 진행하고 있는 ‘100만 달러 공모전’이다. PETA는 5년 전 2012년 6월 30일까지 ‘상업용 배양육’을 최초로 생산하는 사람에게 1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잉그리드 뉴커크 PETA 창립자 겸 회장은 “처음 이 공모전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단지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뿐 아무도 실제로 이 같은 일을 해낼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누군가 정말로 진짜와 같은 배양육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오염·식량위기 대안으로 주목 배양육 개발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현재의 기술로는 살코기와 근육을 배양할 수 있을 뿐 소화기관 등 내장은 만들 수 없다. 또 마블링 등 지방을 적절한 비율로 배양육에 섞는 등의 기술도 더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배양육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배양육이 상업화될 경우 유럽 전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80~95%가 줄어들고, 99%의 토지사용률 증가와 80~90%의 물사용 감축이 예상된다.”면서 “이는 현재 브라질 전체 숲이 4배로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배양육 상업화는 현재의 육류 생산보다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식량 부족 현상도 크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씨줄날줄] 북한 어부/최광숙 논설위원

    “일엽편주(一葉片舟)를 만경파에 띄어두고/ 인세(人世)를 다 니젝거니 날 가난 줄를 알랴.” 조선 중종 때의 문신인 이현보(李賢輔)의 어부가(漁父歌) 가운데 한 대목이다. 작은 쪽배를 바다에 띄워 두고 인간 세사를 잊고, 세월 가는 줄 모르니 어부의 생활이 최고라는 내용이다. 고려의 작가 미상의 글을 개작한 것으로 훗날 고산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에 영향을 준 작품이다. 자연을 벗하며 고기를 잡는 선조들의 풍류적인 생활이 잘 그려져 있다. 어부들의 생활은 이렇듯 곧잘 문학 작품의 소재가 되곤 한다.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는 84일간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던 늙은 어부 산티아고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85일째 되는 날 노인이 홀로 먼바다로 떠나서 만난 큰 고기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이 소설은 헤밍웨이에게 1953년 퓰리처상, 1954년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겼다. 사실 어부들의 실제 삶은 전자보다 후자에 가깝다. 생존을 위해 망망대해에서 날씨와 고기를 상대로 거친 도전을 하는 것이 어부들이다. 험한 일이기에 예전에 어부를 ‘뱃사람’으로 낮춰 부르기도 했다. 특히 6·25 전쟁의 비극과 상흔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지만 유난히 어부들이 겪은 고통은 남다르다. 6·25 전쟁 이후 납북된 3835명 가운데 아직 517명이 귀환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 중 458명(88.6%)이 어부다. 대부분 1960~70년대 동·서해 접경수역에서 조업 중 피랍됐다. 운 좋게 북에 피랍됐다가 귀환한 어부들도 군사정권에 의해 고문을 당한 뒤 북에 군부대 위치를 알려줬다는 등의 허위자백을 강요받아 간첩으로 옥살이를 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른바 ‘납북어부 간첩조작 사건’이다. 최근 북한에서 어부들의 인기가 하늘을 찔러 ‘뱃님’으로 불린다고 북한전문 매체 데일리NK가 보도했다. 어부의 돈벌이가 좋아서란다. 당국에 할당량만 채우면 남는 수산물은 자신 소유가 되기에 이를 팔아 상당한 부를 축적할 수 있어서다. 수척의 배를 소유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최고 신랑감으로 등극할 만하다. 북한의 새로운 신흥부자 대열에, 뇌물을 받는 간부들과 그런 간부들과 사귀는 과부들과 함께 어부가 소위 잘나가는 ‘3부’에 합류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경제난이 심각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북한의 어부 소식을 들으니 40여년이 넘도록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는 납북된 어부들이 더욱 생각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나무와 詩, 그리고 사람살이

    품 너른 나무 아래 서면 누구라도 시인이 되기 마련이다. 어줍은 솜씨로라도 글 한 자락 풀어내려 애를 쓴다. 시인 묵객들이야 더 말할 게 없다. ‘나무가 말하였네 1·2’(마음산책 펴냄)는 작가들이 나무 곁에서 쓴 시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가 사람살이에 맞춰 풀어낸 책이다. 시를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다. 하지만 나무가 가진 속성과 정한을 사람살이에 빗대 풀어내는 일 또한 나무에 관해 어지간한 내공이 쌓이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나무의 성품을 알고 나무가 사람 틈에 섞여 지내온 이력을 알아야 하며, 무엇보다 나무를 제 몸같이 사랑해야 한다. 저자의 나무에 대한 애정은 넓고 깊다. 서울신문 목요일 자에 꼬박꼬박 연재되고 있는 여행 에세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를 읽다 보면 단박에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단 한 줄도 자신의 현학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데 나무를 돋보이게 하는 일이라면 재거나 가리지 않는다. 불원천리, 풍찬노숙이 나무를 좇는 그의 행보를 설명하는 적절한 표현일 듯싶다. 책은 저자가 나무 여행을 떠나는 길에서 만난 시들에 자신의 감상을 덧대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무화과’를 통해 이은봉 시인과 저자는 중년의 삶을 본다. 시인이 “꽃 피우지 못해도 좋다/열매부터 맺는 저 중년의 生!”이라 노래하면 저자는 보다 쉬운 언어로 자분자분 설명을 보탠다. “무화과 나무에서도 꽃이 핀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무화과나무는 오월쯤 잎겨드랑이에 도톰한 돌기를 돋운다. 영락없는 열매지만 꽃이다./(중략)/꽃주머니는 그대로 열매가 된다. 무화과는 사람의 입 안에 달콤한 기억을 남긴다. 꽃 피우지 않고, 누가 알아보지 않아도 좋다. 비바람 몰아쳐도 수굿이 열매 맺는 중년의 삶이 그렇다.” 김영무의 ‘연잎’을 읽으면서는 연잎의 소수성(疏水性·물과 결합하기 어려운 성질)을 떠올린다. 잎자루의 보이지 않는 진동 때문에 물방울은 연잎을 적시지 않고 연잎은 물방울을 깨뜨리지 않는다. 사랑이란 이처럼 서로를 품으면서도 구속하거나 해치지 않는 것임을 저자는 연잎에 빗대 설명하고 있다. 1권은 정지용·윤동주에서 김춘수·신경림을 거쳐 나희덕·문태준까지, 나무를 곁에 두고 사랑한 우리 시인들의 절창 70편을 찾아간다. 2권은 폭을 넓혀 이백, 조운과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그리고 우리나라의 젊은 시인을 아우르는 81편의 시를 담았다. 1세트 2만 2500원, 각 권 1만 15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EBS FM ‘책 읽어주는 라디오’로 변신

     라디오가 은희경 작가의 신작 소설을 읽어 준다.  EBS는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2월 27일부터 적용되는 봄 개편 설명회를 열고 EBS FM(104.5MHz)을 ‘책 읽어 주는 라디오’로 재탄생시킨다고 밝혔다.  우선 매주 월~금요일 오후 7시 ‘라디오 연재소설’을 내보낸다. 신작 소설을 들려주는데 첫 작품은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이다. 은 작가는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는 거라 아는 사람이 읽어 주는 것처럼 실감이 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학 작품을 10분 분량의 라디오 드라마로 재구성한 ‘라디오 문학관’도 하루 세 차례 방송된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1번 타자다. 월~금요일 오후 5~7시에 방송되는 ‘화제의 베스트셀러’는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 주중 오전 10시부터 ‘어른을 위한 동화’ 프로그램에서는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전파를 탄다.  ‘EBS 판타지아’(주중 오후 2시~3시 50분)는 판타지·추리·대하소설 등 긴 호흡의 소설을, ‘시 콘서트’(주중 오전 11시~낮 12시)는 우리 시문학의 대표작을 대상으로 한다. 일요일에는 주중에 방송된 내용을 묶은 ‘EBS 오디오북’이 오전 10시부터 10시간 동안 방송된다.  ‘EBS 라디오 문학상’은 7월 20일까지 공모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뽑는다. 수상작은 가을 개편 때부터 방송에 반영한다. 청취자 참여 확대를 위해 청취자에게 내레이션의 기회를 주는 ‘북 내레이터제’도 신설했다. 김준범 EBS 라디오부장은 “책 프로그램은 청취율이 안 나온다는 상식이 고정관념임을 증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창원, 아동문학 도시로

    경남 창원시가 아동문화 수도로 육성된다. 국내 처음 지난해 아동문학을 주제로 한 종합축제인 세계아동문학축전을 개최한 게 계기가 됐다. 창원시는 24일 아동문학축전 개최 시기를 대형축제가 많은 10월을 피해 5월로 조정하고 격년제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축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행사를 충실히 준비하기 위해서다. 또 행사를 대행업체에 맡기지 않고 문인협회·대학교수·언론계·아동문학 원로·아동문학 대표 등으로 조직위원회와 자문단을 구성해 준비하기로 했다. 시는 내년 행사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인 아동문학인 초청행사, 세계 문예지 편집인·발행인이 참석하는 국제아동문학 심포지엄, 영상과 전시를 접목한 세계아동문학 영상관 등을 기획할 예정이다. 지난해 처음 제정한 창원아동문학상은 아동문학 발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해마다 시상한다. 어린이가 자전거 타기를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동화 ‘바람처럼 달렸다’로 제1회 창원아동문학상을 받은 김남중씨와 문학 자전거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도 준비한다. 창원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집 발간, ‘창원동화’ 공모 등 아동문학작품 창작활동도 적극 지원한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KBS2R 신춘문예 당선작 방송

    ‘문청’(文靑)들의 가슴을 불타게 했던 신춘문예의 시즌이 지나갔다. 당선자 얼굴이 각 일간지 지면을 장식했다.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주어졌다. 작품이 드라마로 꾸며진다. 매주 일요일 오전 8시 5분부터 방송되는 KBS 제2라디오(수도권 106.1㎒)의 ‘라디오 독서실’을 통해서다. ‘라디오 독서실’은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각종 문학상 수상작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된 단편작품들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방송해 왔다. 이번에는 신춘문예 당선작이 그 대상이다. 김혜진 작가의 ‘치킨 런’(동아일보 단편소설)에 이어 22일 안숙경 작가의 ‘삼각조르기’(조선일보 단편소설), 29일 허진원 작가의 ‘덫’(한국일보 희곡), 2월 5일 김가경 작가의 ‘홍루’(서울신문 단편소설) 등 4편이 선정됐다. 프로그램은 해당 작품을 드라마 형식으로 제작해 방송하고, 작가들의 인터뷰를 곁들이는 방식이다.
  • 목사 작가 주원규 7번째 장편소설 ‘반인간 선언… ’ 출간

    목사 작가 주원규 7번째 장편소설 ‘반인간 선언… ’ 출간

    ‘민족, 정치, 시민, 정부, 행정 등의 개념을 신봉하는 이들은 진실을 보지 못하지. (중략) 기업은 욕망에 대해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반드시 기업의 종교화가 필요한 거야.’(251쪽) ‘참 종교는 투명한 눈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 바벨탑의 역군들을 지원하고 밑의 세계, 자연의 질서에서 월권을 욕망하는 이들을 조정 관리하는 역할을 대신하죠.’(253쪽) 급사한 아버지 김승철 국회의원을 대신해 해능시 보궐선거에 나간 딸 김서희는 당선이 확정된 날 새벽 광역수사대 강력계 팀장 민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3년 전 이혼한 전 남편 정상훈의 시신 일부로 보이는 손목이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밝은 대낮에 말이다. 정상훈은 대한민국 재벌기업인 CS그룹의 계열사인 CS화학 선임연구원으로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었다. 그 뒤로 강력계 팀장 민서는 CS화학 영업전략팀 부장 장국현이 살해된 시체 옆에서 정상훈의 것으로 보이는 발을 발견했다. 민서는 최근 벌어진 연쇄살인의 중심에 CS그룹이 관련돼 있다는 심증을 가지고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 ●21세기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모습 묘사 이 같은 내용을 담는 주원규(37)의 신작 장편소설 ‘반인간선언-증오하는 인간’(자음과모음 펴냄)은 재벌과 권력과 종교의 결탁, 노동과 기업의 갈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성 회복의 문제 등 21세기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개연성 있게 엮어내고 있다. 전방위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CS그룹은 삼성그룹을 연상시키고, 신재생에너지단지 조성은 마치 기업도시 건설과 닮았다. 노조위원장의 크레인 투쟁은 한진중공업 노동자 해고에 맞서 309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씨를 순간 떠올리게 한다. 노동문제에 미온적인 언론이나,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에 대한 보상을 무산시키는 변호사, 권력과 금력에 굴복하는 검찰, 음모적인 세력의 앞잡이가 되는 경찰 등등도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한 모습일 수도 있겠다. 주원규가 “구상과 준비 작업은 몇 개월이 걸렸지만, 꼬박 4일 만에 써 내려갔다.”고 했듯이 한숨도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갈 수 있다. 르포르타주 방식과 추리소설적 기법에 종교적 장치를 걸어 넣은 전개 방식은 뒤가 궁금해서 숙고하지 않고 속도 내서 읽도록 강제하는데, 잘 읽힌다고 해서 이해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다 읽고 나면, 뭔 이야기지? 하고 되묻게 되기 때문이다. 훼손된 사체가 나타나는 순서가 소설의 목차와 같이 손-발-귀-입-머리-심장 순인데 이 순서도에 따라 독자는 작가의 숨결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빨리 읽을수록 그것이 쉽지 않다. ●추리소설적 기법에 종교적 장치 가미 소설은 지속적으로 묻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이냐? 당신은 인간적으로 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 자본주의 사회에서 종교는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냐? 기업(경제)이 사회의 일부분이 아니라, 기업이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 지배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현실은 과연 용인될 수 있겠느냐? 2009년 ‘열외인종 잔혹사’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뒤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 주원규는 3년이 채 못 되는 기간에 일곱 편의 장편을 냈다. 소설 전반에 종교적 장치가 과도하게 나타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서울과학기술대학 공대를 중퇴하고, 신학대 3~4곳을 전전한 끝에 안착해 지금은 대안교회를 운영하는 목사직을 맡은 신분을 감안하면, 그 고민의 지점들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 1만 27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노벨상 작가들 인생 스토리

    ‘인류에게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해 준 가장 뛰어난 문학작품을 쓴 대가들에게 수여’하는 노벨문학상.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 명예로운 상을 수상한 우리 시대 문학의 대가들은 실제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16인의 반란자들’ (글 사비 아옌 킴 만레사·번역 정창·스테이지 팩토리 펴냄)은 스페인 출신 문학전문기자와 사진기자가 3년여 동안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노벨상 수상자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한 뒤 펴낸 책이다. 삶의 성찰과 해법을 제시해 주는 그들의 문학뿐 아니라 철학, 작가가 몸담고 살아온 역사와 개인 인생스토리가 결합된 깊이 있는 인터뷰 서적이다. 저자들과의 인터뷰 이후 세상을 떠난 포르투갈의 주제 사라마구(1995년 수상)와 이집트의 나기브 마푸즈(1988년 수상), 10여년 동안 어떤 언론매체와의 접촉도 사양했던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82년 수상), 아프리카의 밀림에서 손수 지은 집에 살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월레 소잉카(1986년 수상), 민족주의자들로부터 암살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터키의 오르한 파묵(2006년 수상), 지적 장애를 지닌 아들과의 소통을 위해 창작을 한다는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1994년 수상) 등. 20세기 초반에 태어나 고통스러운 현대사를 살아온 이들의 치열한 삶과 의지를 배울 수 있다. 저자들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을 찾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작업하는 공간과 살고 있는 도시를 둘러보고 가족 등 주변 인물들과도 함께 만나며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어떻게 창작의 길로 접어들었는지부터 인류에게 닥쳐온 삶의 어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남녀관계와 사랑의 문제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등 삶과 밀접한 문제들에 대한 깊은 대화들이 이어진다. 서정성 넘치는 아주 특별한 사진들은 인류 문화사에 한 획을 그은 그들의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2만 1000원. 함혜리기자 lotus@seoul.co.kr
  • CHINA HUNAN-펑황고성鳳凰古城에서의 밤과 낮 짧거나 긴 머무름

    CHINA HUNAN-펑황고성鳳凰古城에서의 밤과 낮 짧거나 긴 머무름

    펑황고성鳳凰古城에서의 밤과 낮 짧거나 긴 머무름 펑황고성 출신의 대표적인 작가 심종문(SHEN CONGWEN). 그는 펑황고성을 떠올리게 하는 전원 소설 <변경>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중국 역사유물학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저서들 방대한 영토 안에 한 국가로 부대끼며 살고 있는 다양한 소수민족들. 그들이 보여주는 문화가 지방마다 다르기에 중국은 여행을 거듭해도 언제나 처음처럼 신선한 느낌이다. 전통가옥과 풍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고성古城’ 혹은 ‘고진古鎭’이 처음은 아니지만 후난성의 고성을 방문했을 때, 그 시간들은 여전히 이색적이었다. 그 고즈넉한 여행을 소개한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지혜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02-773-0393 자연이 만들고 지킨 고성마을 고성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진 곳이므로 배경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펑황고성은 행정구역상으로 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湘西土家族苗族自治州의 펑황현에 속한다. 1957년에 지정된 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는, 자치주 청사소재지인 지소우시吉首市와 루시현瀘溪, 구장현古丈, 후아위엔현花垣, 바오징현保靖, 용순현永順, 롱산현龍山 등으로 이뤄져 있다. 앞에 상서가 붙은 이유는 상강湘江이 흐르는 후난을 한자로 ‘상湘’으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상서 지역은 후난성 서부에 위치한다. 외국인이 소수민족의 문화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으나, 다른 지역의 소수민족은 묘족, 강족, 장족 등이 주류를 이루는 데 반해, 이곳은 토가족 문화가 강하다. 2006년 기준으로 276만명이 거주하는데, 이 가운데 약 71%가 토가족과 묘족이다. 펑황현이라는 지금의 이름은 청나라 때부터 부르던 것. 현존하는 성곽 터 등은 대부분 원명 시대에 기초를 형성했고, 청나라 때 보수하고 개축했다. 산이 겹겹이 둘러싸인 지형 때문에 파괴되지 않고 특유의 문화를 간직할 수 있었다. 펑황고성은 타강?江을 끼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강을 따라 수상가옥이 쭉 이어지는데, 목조로 된 가옥을 떠받치기 위해 세워놓은 얇고 길쭉한 나무들이 인상적으로 보였다. 강을 넘어 침범해 오는 적을 방어하고 홍수를 막기 위해 성곽은 강을 따라 세워졌다. 평지가 많은 중국 강남에는 성곽이 드문 편인데 펑황고성은 이런 지형적 조건 때문에 독특한 형태의 고성 마을을 형성하게 되었다. 아직 옛 건물의 겉모양은 그대로지만 내부는 호텔, 상점, 카페, 바BAR 등으로 개조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신시가지에 위치한 일반 호텔에 묵을 수도 있지만, 다소 불편함이 있어도 타강을 따라 형성된 옛 거리에 묵으면 오래된 도시의 매력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펑황고성에는 타강을 따라 수상가옥이 늘어서 있다. 수심이 낮고 해초가 많아 동력배는 이용할 수 없고, 여전히 나룻배와 돛단배가 교통수단으로 유용하다. 이런 유유자적한 모습이야말로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를 떠나온 이방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이다 도시인을 사로잡는 거리 산책 이제 본격적으로 펑황고성 산책을 시작해 보자. 타강을 따라 성 밖으로는 수상가옥이 늘어서 있고, 그 반대편인 성 안쪽에는 주거지가 형성돼 있다. 북문인 벽휘문에는 수심이 낮을 때에도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나룻배와 돛단배 여러 척이 자리하고 있다. 보기보다 민첩한 배들은 관광객을 태우고 일주를 하기도 하고, 주민들의 이동수단이 되기도 한다. 홍교는 청나라 강희제 때 보수한 후 지금까지 당시의 형태를 잘 보존하고 있다. 홍교에는 내부에 전망대가 있고, 부근으로 바와 카페들이 즐비하다. 반면, 홍교 건너편에 위치한 승항문쪽에는 소소한 전통 공예품과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이어지고 있다. 펑황고성은 특별히 사진 촬영을 위한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거리에서 고가의 카메라와 삼각대를 짊어진 이들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풍경 자체가 멋져서 (똑딱이라고 하는) 소형 카메라만으로도 괜찮은 여행사진을 담아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촬영의 적시는 해질 무렵이다. 혹은 해 뜨기 직전의 물안개 낀 모습도 특별하다. 펑황고성의 밤과 낮 풍경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낮의 펑황고성이 손님들로 분주한 상가와 여행객들의 상기된 표정으로 들썩인다면, 밤은 차분한 가운데 화려한 불빛이 타강 전체를 타고 흐른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전광판을 내걸지는 않았다. 어두운 강이 반사판이 되어 불빛이 저 홀로 2배, 3배로 환하게 반짝일 뿐이다. 기념품이야 어느 곳에나 있는 것이지만, 토가족과 묘족은 전통 수공예품을 만드는 기술이 유난히 빼어나다. 베틀로 직접 짠 천과 그것을 다시 한 땀 한 땀 꿰매 만든 망토와 숄이 예쁘게 걸려 있다. 몇 대에 걸쳐 염색 기술을 전승해 온 공방도 있다. 묘족은 결혼 예물로도 은장식을 준비할 정도로 은 세공품 제작기술이 뛰어나다. 길가에 앉아 바느질을 하거나 액세서리 제작에 열중하고 있는 아낙들의 정성 때문에라도 기념품들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만든다고 촌스러울 거라고 생각은 틀렸다. 자연에서 배운 그들의 예술 감각은 도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펑황의 골목을 산책하다 보면 간식거리도 다양하다. 중국의 음식은 향이 강하고 또 기름져서 샹차이(고수풀)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에도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펑황에서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잎사귀에 싸서 찐 찰밥, 쌀로 만들었다는 두부와 짭쪼롬하고 매운 소스를 뿌린 각종 먹을 것들이 보는 즐거움뿐 아니라 먹는 재미까지 더해 준다. 후난성 펑황현 사람 심종문 ‘심종문, 22세, 학생, 후난성 펑황현 사람.’ 글은 심종문이 문인생활을 위해 베이징으로 갔을 때 처음으로 머물었던 여인숙의 숙박부에 기록했던 자신의 인적 사항이다. 심종문은 1902년에 펑황현에서 태어났다. 펑황고성 여행에 있어 심종문 생가는 주요한 방문지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도 번역서가 출간돼 있는 <변성邊城>은 심종문의 대표작이다. 소설에서는 펑황이라는 지명이 언급되지 않지만 소설에 묘사된 장소들을 그려 보면 쉽게 작가의 고향을 떠올릴 수 있다. ”쓰촨에서 후난으로 가는 길에 관가에서 닦은 도로 하나가 동쪽으로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가노라면 후난 서쪽 경계 부근에 차동茶洞이라 불리는 작은 산성이 나타난다. 거기에 작은 강이 하나 흘러 지나가는데 강가에는 작은 흰 탑이 세워져 있고 그 탑 밑으로 외딴 인가가 한 채 보인다. 이 집에 한 노인과 여자애 그리고 누렁개 한 마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 정재서 역/ 황소자리 노인은 단오절에 성 안에서 열리는 용주 시합에 취취를 데려가고, 부두를 관리하는 순순順의 두 아들 천보天保와 나송儺送이 동시에 취취를 좋아하게 된다. 취취도 둘째인 나송에게 끌리지만 정작 중매쟁이를 내세워 청혼한 것은 첫째 천보였다. 뱃사공은 뱃사공대로 외손녀의 사랑이 결실을 맺도록 도와주려 애쓰고, 천보 또한 두 번에 걸쳐 청혼하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그후 천보는 사고로 죽고, 충격을 받은 나송 또한 마을을 떠난다. 얼마 안가 뱃사공 노인이 죽고 취취는 할아버지에 이어 처녀 뱃사공이 된다. 취취는 “어쩌면 그 사람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어쩌면 바로 ‘내일’ 돌아올지도 모른다”며 나송을 기다린다. <변성>을 읽고 있으면 펑황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소설 속에는 다음과 같은 묘사도 있다. ” 누런 흙벽이며 검은 기와며 알맞게 자리잡은 집터며, 모든 것이 주변 경치와 한데 어우러져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시를 좀 읊을 줄 알고 그림 좀 그릴 줄 아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이 강에 작은 배 하나를 띄우고 그 위에서 한 달여를 노닌다 해도 싫증나지 않을 풍경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신기하고 아름다우니 자연의 거대하고 정교한 모습 하나하나가 보는 이를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 - 정재서 역/ 황소자리 고성 한 켠에서 묘족이 전통 혼례를 선보이고 있다. 묘족 아가씨가 혼례에 참가한 하객들에게 전통 미주米酒를 권한다. 미주는 쌀로 만든 술로 우리 막걸리보다 달콤하고 도수가 약해 음료수처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소설보다 극적인 작가의 삶 심종문은 삶 자체가 마치 소설 같은 사람이다. 심종문 생가에는 이러한 그의 일대기와 작품,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심종문의 집안은 할아버지가 구이저우 총독을 지낼 정도로 권력과 재산을 동시에 지녔었다. 그러나 심종문의 어머니는 묘족 여자였고, 또 아버지는 신해혁명 등에 가담해 점차 가세가 기울게 된다. 심종문은 소학교마저 마치지 못했지만, 상서군벌 진거진의 비서로 지내는 동안 송명대의 그림과 고서, 고전문학을 접할 수 있었다. 학력 때문에 대학에 갈 수 없었지만 베이징대에서 수업을 청강하며 호적, 서지마, 호야빈과 같은 문인사상가들과 교류했다. 그 중 호적이 교장으로 있는 오송중국공학에 교사로 재직하게 되었고 학교 학생이었던 장조화에게 반해 끊임없는 구애와 무수한 러브레터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좌익사상은 물론이고 문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한 심종문은 중국 공산당 정부 수립 후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에 중국역사박물관에 배속돼 활발한 문화유물학자로 성과를 남겼다. 심종문은 <변성> 외에도 여러 작품에서 펑황과 상서, 그리고 후난 지역의 풍경과 사람을 묘사했다. 아내 장조화에게 보냈던 러브레터와 <상서산행湘西散行>, <상서湘西> 등이 대표적이다. 심종문뿐 아니라 펑황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예술가로 황영옥黃永玉이 유명하다. 실제로 후난성의 장자지에를 방문해 보면, 동양의 수묵화가 눈앞에 펼쳐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데, 그 펑황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 전세계적으로 알린 화가가 황영옥이다. 타강 강변에 자리잡은 그의 화실 ‘탈취루’ 역시 펑황의 명물인데, 심종문과 그는 친척관계다. 이 밖에 중화민국 초대 내각총리를 지낸 인물인 웅희령熊希齡은 어려서부터 ‘후난성의 신동’으로 그 천재성을 널리 알렸었다. Travel to Hunan ▶펑황고성 찾아가기 펑황고성은 후난성 서부에 위치한다. 장자지에와 이웃해 있어 차량으로 2~3시간여 거리다. 후난성의 성도인 창사長沙와 인천 사이에 직항편이 운항되고 있으며 비행시간은 약 3시30분여 정도 소요된다. 창사국제공항은 최근 신축을 통해 수용 규모가 크게 확대됐으며, 내부 시설 등이 업그레이드 됐다. 후난성은 아직 곳곳에 교통 인프라 개선이 진행 중으로, 고속도로가 개통된 창사-장자지에는 4시간이면 이동 가능하며, 창사에서 펑황고성까지는 총 5~6시간이 소요된다. 차량 이동 시간은 향후 더욱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바타> 촬영지 장자지에와 펑황고성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지 장자지에가 속한 곳이 바로 후난성이다. 통상 ‘장가계’로 불리며, 장자지에 국가삼림공원, 삭계욕, 천자산, 양자지지에 등이 함께 ‘무릉원武陵源’으로 묶여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천자산과 원자지에, 보봉호, 황룡동굴 등도 함께 관람하려면 이곳에서 최소 2박 이상 머무르는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케이블카와 친환경 차량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장거리를 걷지 않고 등산코스도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에 좋다. 또 영화 <아바타>에서도 그 모습을 빌려갈 정도로 독특한 기암괴석의 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중국의 산 가운데서도 가장 대중적인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장자지에와 펑황고성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로 함께 여행해도 좋겠지만 두 곳을 함께 관광할 경우 5~6일의 일정을 잡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현재 판매 중인 패키지여행 상품에서는 두 곳을 동시에 방문하는 일정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자유여행을 계획한다면 고려해 볼 만한 일정이다. ▶또 하나의 후난성 고성 베이징 후통을 닮은 간저우고성乾州古城 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의 청사소재지인 지서우시에도 주목할 만한 고성이 있다. 바로 간저우고성이다. 펑황고성과 달리 시내에 위치해서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입구인 북성문은 새로 지은 세트장 같은 인상을 줘서 첫인상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안으로 걸으면 금세 베이징의 후통과 비슷한 고즈넉한 옛 건물과 정겨운 골목이 기다리고 있다. 간저우고성은 만용강萬溶江과 천성하天星河, 두 개의 물줄기가 흐르는 곳에 위치한다. 간저우라는 이름이 뜻하는 바로 그것이다. 북성문을 빠르게 지나쳐 오른쪽으로 조금만 거닐면 호가당이 나온다. 한 채의 집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연못 주위로 10여 가구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여름이면 호가당이 끼고 있는 넓은 연못에 연꽂이 가득 찬다. 펑황고성이 들썩이고 활기에 찬 모습이라면, 호가당은 도시에 위치하면서도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한가롭다. 연못가에 잠시 앉아 연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이 든다. 청나라 옹정제 때 지어진 간저우 건주문묘는 호남 지역에서 보존이 가장 잘 돼 있는 문묘(공자를 모시는 사당) 가운데 하나다.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알게 된 것인데, 건주문묘는 중국 문화대혁명 때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모택동 사상이 적힌 현판을 건물 외벽 곳곳에 덧붙여놨었다고 한다. ‘낡은 사상’을 몰아내자고 불교와 유교 유적들을 대거 훼손했던 문화대혁명의 폭풍을 그렇게 피해갈 수 있었다. 창사에서 펑황으로 가는 길은 지서우를 거쳐야 한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지서우를 거쳐야 펑황으로 가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서우에 방문하게 된다면 간저우 고성을 함께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1 전통가옥을 보존하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후난성 지서우시에 위치한 간저우 고성 2 관광객들에 아랑곳없이 마을 구석구석은 어린이들의 놀이터다 3 후난 지역에서 가장 잘 보존돼 있다는 간저우 문묘, 오래된 멋이 느껴져 좋다
  • “왕실·사대부 도덕성 강조했던 조선, 여성들이 가장 큰 희생양 되었을 것”

    “왕실·사대부 도덕성 강조했던 조선, 여성들이 가장 큰 희생양 되었을 것”

    “정녕 사랑이 죄라면… 기꺼이 죄인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김별아(42) 작가의 신작 ‘채홍’(해냄 펴냄)의 주인공은 조선 시대 최고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의 며느리다. 세종의 며느리는 부덕 등을 이유로 두 명이나 쫓겨났는데 문종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봉빈이 ‘채홍’의 주인공. 제목은 세계적으로 성적 소수자를 가리키는 무지개란 뜻이다. 봉빈은 위대한 아버지 밑에서 완벽한 임금이 되고자 강박에 시달렸던 문종의 아내로 동성애, 잦은 음주 등의 잘못으로 궁에서 쫓겨난다. 신간 출간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김 작가는 “남성과 강자, 승자 중심의 역사에서 패자와 가려진 사람을 찾아내 소설로 쓰고 있다. 여성 작가로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며 웃었다. 등단 18년을 맞은 그는 2005년 출간한 첫 장편 역사소설 ‘미실’을 2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드라마 ‘선덕여왕’과 김 작가의 소설 ‘미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작가는 세종 시대에 여성 동성애가 궁에서 이뤄진 이유에 대해 “조선은 남성 중심의 유교 사회이자 성리학이 지배하던 시대였지만 중기 이전까지는 고려적 습속을 가지고 있었다. 유교를 기반으로 건국된 나라이다 보니 왕실과 사대부는 도덕을 강조했고 그 와중에 여성들이 가장 큰 희생양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그가 역사 소설을 쓰는 데 있어 첫 번째 원칙은 팩트(사실)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최대한 정사에 가깝게 쓰지만 역사의 갈피갈피에 남아 있는 인간 감정에 대한 해석은 작가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의 첫 역사소설 주인공 ‘미실’은 권력을 위해 남자를 이용하고 자식도 버리는 여성이었다. 독자들은 이런 여성이 있을 수 있느냐며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미실’ 이후 조선 시대의 비극 가운데 하나인 단종의 역사를 그의 부인인 정순왕후를 주인공으로 그린 ‘영영이별영이별’과 ‘논개’ ‘백범’ ‘열애’ 등 역사소설을 꾸준히 내다 보니 봉빈을 공감하는 독자들이 많이 늘었단다. 이번 소설은 인터넷에서 먼저 연재됐다. ‘19금’이란 딱지가 붙고 귀찮은 로그인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독자들은 230만번이나 소설을 읽었다. 기자가 기사를 쓰려고 책상에 잘 놓아둔 책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금기된 것에 대한 욕망은 언제나 강한 법이다. 그의 이름은 순 한글이다. 독자들 가운데는 이름만 보고 인터넷 소설을 쓰는 작가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단다. 한글 이름을 가진 작가로서 모국어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역사 소설이다 보니 순 우리말과 고어를 살려 썼다. 소설을 쓸 때면 항상 국어사전을 컴퓨터 화면에 띄워 놓을 정도로 글을 잘 쓰고 싶어서 계속 공부한다. “언어를 많이 가진 민족일수록 문화적 수준이 높습니다. 소설에 모르는 단어를 왜 이리 많이 써서 귀찮게 하느냐고 신경질을 내는 독자도 있는데 모국어의 신비 가운데 하나가 새로운 단어도 전체 문장 속에서는 그냥 읽히고 이해가 된다는 겁니다. 이게 외국어는 불가능하죠. 제 소설을 읽으며 모국어의 신비를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소설은 봉빈이 죽으면서 시작된다. 궁에서 쫓겨나 사가로 돌아온 봉빈은 오빠의 칼에 죽임을 당한다. 역사 어디에도 궁에서 쫓겨난 세자빈들이 그 뒤 어떻게 됐다는 기록은 없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봉빈의 사랑은 시아버지인 세종의 입을 통해 죄목만 남아 있을 뿐이다. 작가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아직 이슬람권에 남아 있는 여성들에 대한 명예살인이 조선에서도 충분히 일어났으리라고 본 것이다. 작가는 요즘 문학계의 화제 가운데 하나인 기자가 쓴 소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기자들이 수상한 문학상 심사에 김 작가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쓴 소설은 냉정한 게 맹점이에요. 작가가 작품 속 인물이 죽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자신이 창조한 등장인물을 사랑하지 않죠. 물론 그게 좋은지 나쁜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역사 속에서 비극적으로 사랑하다 간 여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 온 작가는 앞으로 ‘언제나 현실을 마주하고 도망가지 않았던 여성’을 주인공으로 찾아 글을 쓰겠다고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 삶의 아픈기억 지닌 인간들 희망을 이루는 ‘시간 여행’

    기억에도 속도가 있다. 바꿔 말하면 기억의 시간이다. 다시 바꿔 말하면 ‘시간의 통로’이겠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제12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서진의 신작 ‘하트 브레이크 호텔’(예담 펴냄)은 바로 기억과 속도, 시간, 그리고 통로로 이어지는 소설이다. 즉 ‘기억의 속도’를 주제로 한 연작 소설이다. 하여 시간 속으로 들어가 공간을 확장해 나가는 모험을 감행해 나간다. 삶에 대한 아픈 기억과 사랑의 상처를 지닌 인간들이 모여 다시금 인생의 전환을 맞이하는 이른바 ‘드림 머신’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꿈과 환각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희망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시간 여행의 통로인 셈이다. 소설의 묘미는 평행 우주론 같은 현대물리학에 근거한 과학적 상상력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시간여행의 방법은 ‘추엑스’(Chew-X)라는 약물을 통해 기억을 파고들어 인위적으로 꿈을 꾸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과거의 어느 한 지점에 대한 기억으로 극대화시키거나 미래의 이상적인 시간 쪽으로 재조립된 편린들을 이동시키는 식이다. 이명원(경희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소설은 부산에서의 ‘황령산 드라이브’라는 표제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배치하면서 ‘하트 브레이크 호텔’이라는 ‘차원통로’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연결성이 없는 7개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뫼비우스의 시간을 다성악적인 대위법으로 교차시키고 있다.”면서 “이것은 일종의 직물(織物)과도 같은 서사 기법으로, 시간을 씨줄로 공간을 날줄로 엮은 후에 시간 속에서 성숙하거나 쇠락해 가는 인생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 찬 인간 운명의 보편적인 대주제를 호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일까. ‘하트 브레이크 호텔’은 몽환적이며 쓸쓸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불가해한 작업이 공학적인 문법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기에 흥미롭다. 장르적 상상력과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린 구성, 건조하면서도 심플한 문장들은 기존의 한국 소설이 기대고 있는 문학적 강박을 벗어나고 있어 신선하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가 현실 인식이라는 사회성에 두 발을 딛고 작가의 이름을 알린 것이라면 이 소설은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의 색깔과 개성을 뚜렷이 각인시킨 작품이라고 하겠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2011 좋았으나 뜨지못한 Best3] (2) 문학

    [2011 좋았으나 뜨지못한 Best3] (2) 문학

    2011년 한국 문학은 스스로 서지 못했다. 주요 인터넷 서점이 집계한 올 한해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 20위권 안에 든 문학 작품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창비 펴냄),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창비),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북로드),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행나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작품이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흥행하면서 책도 덩달아 팔린 형국으로 스크린셀러(스크린+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를 싹쓸이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게다가 올해는 중견 작가들의 화제작 부족으로 베스트셀러에서 국내와 해외를 따지지 않고 문학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주요 서점 기획자들이 올해 나온 문학 작품 가운데 작품성은 뛰어났지만 주목받지 못해 아쉬웠던 작품을 3편씩 골랐다. 먼저 인터넷서점 예스24의 김미선 문학담당 기획자는 배명훈 작가의 ‘신의 궤도’(문학동네), 최제훈 작가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자음과모음), 정용준 작가의 ‘가나’(문학과지성사)를 ‘불운한 소설(집)’로 들었다. 김씨는 “‘신의 궤도’는 주목받는 공학소설이 드문 국내 문학계에서 스케일은 거대하지만 문학적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다.”며 “저평가되었다고 표현하기는 문제가 있지만, 작품의 영향력이 오래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 작가는 지난해 ‘퀴르발 남작의 성’으로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넘치는 재치나 상상력과 비교하면 대중적으로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쉬운 작가로 꼽혔다. 9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정 작가의 ‘가나’는 죽음과 인간 내면의 어둠을 슬프지만 아름답게 그려냈으나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김효선 기획자는 김경욱 작가의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창비), 윤영수 작가의 ‘귀가도’(문학동네), 백가흠 작가의 ‘힌트는 도련님’(문학과지성사)을 들었다. ‘글 잘 쓰는 작가’ 김경욱의 소설집에 대해 김씨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이야기의 향연”이라고 평했다. 이어 “‘귀가도’는 선하고 향기롭고 가여운 우리 이웃의 불편한 이야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는 저력이 있다.”고 말했다. 백 작가를 ‘21세기판 소설가’로 명명한 그는 “‘힌트는 도련님’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폭력적인, 남루한 모습에 대한 응시가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세 작가 모두 문학계에서는 인정받고 있지만 대중적인 반응은 작품성에 못 미쳐 놓치기 아까운 작품으로 꼽혔다. 교보문고의 황원경 북마스터는 구효서 작가의 장편소설 ‘동주’(자음과모음), 미국 작가 애덤 로스의 ‘미스터 피넛’(현대문학), 얀 마텔의 ‘베아트리스와 버질’(작가정신)을 작품성에 비해 대중의 호응이 적어 아쉬운 소설로 선정했다. ‘동주’는 시인 윤동주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구성해낸 작품이다. 해외 문학은 한국 문학보다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이해받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올해 베스트셀러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더 돋보이는 이유다. ‘미스터 피넛’은 사랑의 달콤함과 결혼의 어두운 측면을 풍자한 작품이다.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우리에게 ‘파이 이야기’로 익숙한 얀 마텔의 소설이다. 시인 김남조(84)씨는 한 문학상 시상식에서 “책이 안 팔리고 문자가 잊혀 가고 종이가 문제 되지 않는 시대에 문인들은 눈감고 종이의 살결을 만지며 종이 속에 마음을 몰입시켰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책 ‘스티브 잡스’를 기폭제로 6배 넘게 성장한 전자책 시장은 내년에는 그 성장 속도에 더욱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늙은 시인은 종이의 살결을 어루만졌지만 오늘날의 독자는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을 빠르게 문지르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세 아이 엄마로서 두려움 없이 표현의 자유를 쭉 향유하겠다”

    “세 아이 엄마로서 두려움 없이 표현의 자유를 쭉 향유하겠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5회 이상문학상(주관 문학사상) 시상식에서 소설가 공지영(48)씨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말을 빌려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짓밟히고 빼앗기는 사람들 묘사할 것” 공씨는 올 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단편소설 ‘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이날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수상 소감을 통해 “번잡스럽게 살 생각은 원래 추호도 없고 세상과 단절되어 살 생각도 없었다. 18세기 산업혁명의 폭풍 속 런던 한 빈민가에서 더럽고 천한 계급을 위해 태어난 것이 소설이라면, 소설 쓰는 내 운명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도 억압받고 약하고 짓밟히고 빼앗기는 사람들을 위해 편파적으로 인생을 바쳐 그들을 묘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활발한 트위터 활동으로 스스로 ‘테러’라고 표현할 정도로 공격에 시달리는 공 작가는 “작가로서 이 땅에서 드물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았다. 23년차 소설가이자 교육받은 시민,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아무 두려움 없이 표현의 자유를 쭉 향유하고 이를 억누르는 어떤 것과도 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상금 3500만원 인권센터 건립에 기부 상금 3500만원은 인권센터 건립기금 등에 기부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의 출연진인 정봉주 전 의원이 시상식장을 찾아 공 작가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 [사고] 서울신문 신춘문예 9일 마감합니다

    한국문학을 이끄는 든든한 허리가 되십시오. 올해 걸출한 문학상 주인공은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글재주를 알린 작가들이었습니다. 대산문학상 소설 부문을 수상한 임철우 작가는 1981년 ‘개도둑’으로 당선됐고, 동인문학상을 받은 편혜영 작가는 2000년 ‘이슬털기’가 당선되었습니다. 요즘 가장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은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입니다. 그 대열에 당신도 동참하십시오. ■모집 부문 및 상금 ●단편소설(80장 안팎) 500만원 ●시(3편 이상) 300만원 ●희곡(90장 안팎) 250만원 ●시조(3편 이상) 200만원 ●동화(30장 안팎) 200만원 ●문학평론(70장 안팎) 250만원 ※장수는 200자 원고지 기준이고, 접수된 원고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마감 2011년 12월 9일 금요일(우편접수는 9일 도착분까지만 유효) ■보내실 곳 100-745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25 서울신문사 편집국 문화부 신춘문예 담당자 앞 ■당선작 발표 2012년 신년호 서울신문 지면 ■문의 편집국 문화부 (02)2000-9192~8
  • [어린이 책꽂이]

    ●물의 침묵(주제 사라마구 글, 마누엘 에스트라다 그림, 남진희 옮김, 살림 펴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글에 볼로냐 아동도서전 심사위원이 그린 삽화가 뭉쳐 멋진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1만원. ●밥상마다 깍둑깍둑(서유진 글, 김주경 그림, 웅진주니어 펴냄) 한식의 유래가 적힌 ‘조선요리학’의 깍두기 관련 내용을 새롭게 각색한 그림책. 조선 시대 홍현주 부인이 정조의 생신에 깍두기를 올려 칭찬받았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었다. 1만원. ●머리가 좋아지는 캐릭터 그리기 백과(김충원 지음, 진선아이 펴냄) 어린이에게 친숙한 동물이나 식물, 사물 캐릭터를 주제로 그리기의 순서와 방법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 주는 책. 1만 2000원. ●메주 꽃이 활짝 피었네(이명랑 글, 신가영 그림, 윤숙자 감수, 도서출판내음 펴냄) 달식이네 가족이 메주 만드는 이야기와 함께 우리나라 전통 음식과 관련된 도구와 상차림, 명절 음식 등을 소개한다. 옛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경쾌하게 담은 우리 유물 나들이 제1권. 9500원.
  • “아무도 보이지 않는 마음 바람에 채이어 뛰놀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주최 뇌성마비 시인들의 시낭송회인 ‘겨울의 길목에서 만나는 시와 음악’ 행사가 서울 노원구 중계동 노원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24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열렸다. 시낭송회에는 권수애·김준엽·박동수·이내윤·정훈소·최윤정 등 6명의 뇌성마비 시인과 정호승·김병수·김영희·장충열 등 4명의 중견 시인들이 참석해 시를 통한 정서 교감에 나섰다. 올해로 10회째인 시낭송회에는 시 낭송 중간에 음악 연주와 무용이 곁들여져 한층 짜임새 있게 진행됐다. 방콕아시안게임 보치아 종목 은메달리스트이기도 한 김준엽 시인은 “여름날에 햇살의 이름으로/ 메워질 때 곱게 피어/ 노래를 부르던 꽃들의/ 가슴에 뜨거운 숨소리로/ 향기를 피우네…”로 시작하는 자작시 ‘청농빛’을 낭송했다. 또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수상자인 최윤정 시인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 마음/ 바람에 채이어 뛰놀다/ 머물러 섰는 회색빛…”으로 시작하는 자작시 ‘고심’을 낭송했다. 초대시인인 정호승 시인은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화답했다. 최명숙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팀장은 “시인들이 함께 시를 낭송하면서 서로 교감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며 “이런 행사를 계기로 이들의 활동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박명재 세상 추임새] 세 사람의 죽음 앞에서

    [박명재 세상 추임새] 세 사람의 죽음 앞에서

    근래 우리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 주목을 끄는 세 사람의 죽음을 연이어 목격하게 되었다. 사망순서대로 하면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 리비아를 42년간 철권통치하였던 카다피 전 국가원수, 영원한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그들이다. 박영석 대장이 48세, 스티브 잡스가 56세, 카다피가 69세이다. 우리는 이 세 사람의 죽음의 양태와 고인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평가의 극명한 차이점을 보면서 언제가 한번 맞게 될 죽음에 대해 몇 가지 상념을 떠올리게 된다. 먼저 히말라야를 가슴에 품고 추락사한 박영석 대장의 죽음은 말 그대로 사고사이다. 한평생 정열과 의지로 정복하려 했던 자연의 설산 속에서 맞이한 안타깝고 장렬한 도전의 죽음이었다. 세네카가 ‘죽음이 어떠한 장소에서도 너희를 기다리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기 때문에 어떠한 장소에서도 죽음을 기다리라.’고 한 말과 함께, 옛사람들이 ‘산을 좋아하는 자는 산에서, 물을 좋아하는 자는 물에서 죽는다.’는 말이 연상되는 슬픈 최후였다. 그는 도전하는 젊은이들과 특히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산악인들의 깊은 애도와 슬픔 속에 영원한 산사람이 되어 세상을 떠났다. 스티브 잡스는 놀랄 만한 발상과 창조로 애플의 신화를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킨 금세기 최고의 CEO로서, 그의 죽음은 병사였다. 그의 비상한 재주와 능력, 기술도 병 앞에서는 병약하고 초췌한 모습의 환자일 뿐이었다. 전 세계가 이 천재의 죽음을 아쉬워하고 그의 사후 세상의 흐름과 정보기술(IT) 업계 변화를 예측하고 분석하기에 분주했으며, 소규모 추모행렬이 며칠간 이어졌다. 죽는 날까지 일을 놓지 않고 신제품을 출시하고 발표하면서 정열을 태웠던 기술인·기업인으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찾아온 죽음 앞에 조용히 순응해 간 비교적 젊은 나이의 죽음이기에 그가 좀 더 오래 살았으면 세상을 좀 더 바꿀 수 있을 텐데 하는 진한 아쉬움과 여운이 남는다. ‘영광 속에서 맞이한 죽음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말과 함께 ‘열심히 일한 날은 잠이 잘 찾아오고, 열심히 일한 인생에는 조용한 죽음이 찾아온다.’는 격언이 생각나는 그런 죽음이었다. 카다피는 장기간에 걸친 독재정치체제 하에서 신처럼 군림하며, 절대적 지지와 숭배를 받고 있다고 믿었던 자기 국민들로부터 총살과 시해를 당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죽음 앞에서도 끝끝내 총을 쏘지 말라며 애원하는 불쌍하고 가련한 추한 모습으로 죽어갔다. 그것도 자기가 믿었던 자신의 고향 땅에서.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망한다는 독재자의 말로를 증명이나 하듯 그의 죽음을 반기는 국민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더럽혀지고 짓밟혀진 채 세상을 등졌다. ‘남의 의지에 의해서 죽는 것은 두 번 죽는 것이다.’라는 말이 떠올려지고, 아주 추하게 자기 국민과 온 세상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된 카다피의 비굴한 마지막 죽음의 모습은 세계의 오만한 독재자들에게 충분한 경종과 교훈을 주었다. 생을 다 알지도 못하면서 어찌 죽음을 말하랴(未知生 焉知死)는 논어의 경구가 있지만, 행복한 사람은 가장 알맞은 때에 자기에게 알맞은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지 않으면 그 사람에 앞서 행복이 먼저 죽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찌 그게 사람의 힘으로 가능할 것인가. “죽음이 찾아올 때 나이와 업적을 참작하지 않으며, 죽음은 이 땅에서 병든 자와 건강한 사람, 부자와 가난한 사람, 권력자와 힘없는 자를 구별 없이 쓸어간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죽음에 대비해서 살아갈 것을 가르친다.”는 선인의 말과 함께, 동양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그의 시집 기탄잘리에서 ‘신이 어느 날 문득 죽음의 광주리를 우리 앞에 내밀었을 때, 우리는 과연 그 광주리에 무엇을 담아놓고 이 세상을 떠날 것인가.’라고 한 말을 세 사람의 죽음 앞에서 다시 한번 떠올리며 음미하게 된다. 또한 ‘죽음은 교황이나 거지나 모두 용서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영국 속담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CHA의과학대 총장
  • [책꽂이]

    ●잡문집(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비채 펴냄) 소설 ‘1Q84’로 청년들을 사로잡았으며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대작가의 자유로운 인간적 면모가 잘 드러나는 산문집. 30년간 써온 수상소감, 미발표 수필 등의 잡문 가운데 69편을 저자가 직접 골랐다. 1만 4800원. ●그게 뭐 어쨌다고(김홍신 지음, 해냄 펴냄) ‘인간시장’으로 유명한 소설가가 요즘 청년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수필. “불안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지만 ‘그게 뭐 어쨌다고’라는 생각 하나로 배짱을 부렸다.”고 경험을 들려준다. 1만 2800원. ●인간이 만든 질병 구제역(아비가일 우즈 지음, 강병철 옮김, 삶과지식 펴냄) 수의사학자인 저자가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이해당사자들의 태도와 역학 관계에 따라 구제역에 대한 대처가 판이해져 온 역사를 세밀하게 그렸다. 1만 4000원. ●부드러운 양상추(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소담 펴냄)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로 유명한 일본 여성 작가가 음식에 관해 쓴 에세이. 도넛, 장어구이, 우동, 버터밀크 등 좋아하는 음식과 이에 얽힌 추억을 따뜻한 문체로 풀어놓았다. 1만 2000원. ●아빠의 별(최문정 지음, 다차원 펴냄) 소설 ‘바보엄마’를 쓴 저자가 아버지의 희생을 주제로 쓴 장편 소설. 군인인 아버지의 사랑에 목마른 발레리나 수민은 재벌 3세와 결혼하지만 행복하지 않다. 1만 2000원. ●길 위의 황제(박영규 지음, 살림 펴냄) 대중 역사서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저자가 조선 순종을 소재로 쓴 장편소설. 조선의 마지막 왕으로서 최후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노력한 순종의 삶을 섬세하게 그렸다. 1만 2000원. ●조선의 여류시인 미인도(박연옥 엮음, 오로라드림 펴냄) 미인도에 매진해 온 박연옥 작가가 자신의 그림 163점에다 신사임당, 이옥봉, 허난설헌, 매창, 송덕봉, 김부용, 홍랑 등 조선 여류시인 15인의 한시를 번역해 같이 붙여뒀다. 2만원.
  •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으로 100번째 작품 무대 올리는 ‘연출인생 50년’ 김정옥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으로 100번째 작품 무대 올리는 ‘연출인생 50년’ 김정옥

    올해로 연출 50년을 맞은 한국 연극계의 대부 김정옥(79) 연출가. 우리 나이로 팔순인 그가 요즘 ‘젊음의 거리’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새달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에 100번째 연출 작품이자 50주년 기념작인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이하 ‘흑인 창녀’)을 올리는 것. 공연 준비에 한창 바쁜 그를 지난 16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트레이드 마크인 베레모를 멋지게 눌러쓰고 나타난 그는 국내 아이폰 최고령 사용자로 조사됐을 만큼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즐기는 이다. 그런 그가 100번째 작품에서는 유난히 고집을 피웠다. 여주인공 캐스팅을 두고서다. 그는 배우 김성녀(61)를 고집했다. ‘템플’은 과거에 얽매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는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런데 환갑을 넘긴 김성녀라니, 주위에서 곤혹스러울 만도 했다. ●美 포크너 소설을 佛 카뮈가 희곡으로 각색 “내가 인생을 80년 살았지. 그중 50년을 연극했고…. 그런데 겪어 보니까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한 50~60대 배우들밖에 없더라고. 젊은 연기자들은 매력적으론 보일 수 있지만 성숙한 재미를 보여주지 못해. 인생의 전성기는 예순부터야. 안팎으로 성숙함이 깃드는 시기거든. 여배우도 50~60대 때 가장 아름다워. 무대 위에서 아주 빛나고 우아하지. 그런 면에서 김성녀만 한 적임자가 또 어디 있겠어.” 그렇다면 왜 하필 ‘흑인 창녀’를 100번째로 선택했을까. “99개의 작품을 연출해 봤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문학과 연극의 만남에 있어 가장 원초적인 작품이지. 배역도 중요한데 작품에 등장인물이 너무 많으면 산만해져. 배우 구하기도 어렵고…. 알맹이가 있으면서 압축된 무대를 만드는 데 이 작품이 제격이었어.” ‘흑인 창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소설가 월리엄 포크너의 소설을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가 희곡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상류층 백인 여성 템플이 자신의 아기를 죽인 흑인 하녀 낸시를 구명하기 위해 자신의 치욕스러운 과거를 고백하는 내용의 추리극이다. 1969년 국내 무대에 처음 소개한 이가 다름 아닌 김정옥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과 동아연극상을 받았다. 이후 1978년까지 배우를 달리하며 여러 번 무대에 올렸다.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제목이 다소 파격적이다. “원작 제목은 ‘한 수녀를 위한 진혼곡’이었지. 그런데 작품에 수녀는 나오지 않아. 포크너와 카뮈는 작품 속 흑인 창녀를 어떤 의미에선 진정한 수녀라고 생각해 그런 제목을 붙인 거 같아. 하지만 연극은 흥행성도 생각해야지. 문학 작품을 읽는 것과는 다르거든. 그래서 고민 끝에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이라고 제목을 바꿨지.” 그 과정에 ‘시련’도 많았단다. “서슬이 시퍼렇던 1960년대 말 아니야. 어느 날 검열에서 창녀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 ‘흑인 수녀를 위한 고백’으로 바꿨지. 그랬더니 관객이 확 줄더라고. 그래서 그 다음 공연땐 ‘흑인 O녀의 고백’으로 고쳤어. 검열에 대한 내 나름의 저항 의미도 있었지. 하하.” 당시에는 유명한 작품이었지만 1978년 이후 무대에서 사라진 만큼 지금의 젊은 관객들에겐 다소 생소하다. 노()연출가는 그런 관객들을 위해 관전 포인트를 친절하게 짚어줬다. “사랑이라는 것, 인생이라는 것이 결코 겉치레가 아니라는 게 주제야. 난초는 추위를 겪어야 제대로 꽃을 피운다고 하지 않나. 인간도 고통과 고뇌를 겪음으로써 향기를 갖게 되지. 주변을 보게나. 사람들이 점점 거짓에 포장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어. 이 작품은 그런 것들을 되돌아 보게 해줘.” 그는 여러 번 연출한 작품이지만 할 때마다 새롭다고 했다. 그때마다 연극의 성숙한 맛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도 했다. ●국내 최고령 스마트폰 애용자?… 베레모 즐겨 써 그에게 있어 연극은 ‘삶’ 그 자체이자 ‘종합예술의 결정체’다. 1932년 광주광역시의 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 때 연극반에서 활동했다. 서울로 올라와 수도극장 등에서 영화와 쇼를 보며 예술에 대한 꿈을 키웠다. 서울대 문리대 재학 때는 문학 동인회에서 활동하며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영화도 공부했지만 최종 종착지는 ‘연극’이었다. “내 유년기는 일본강점기 때였어. 광주에선 동맹 파업, 좌익 독서회 사건 등 많은 일이 있었지. 나름대로 그때 내가 건방졌어. 서울에 와서 혼자 공부도 하고 그랬지. 연극을 하나 만든다는 건 한 세계와 한 인생을 만드는 거잖아. 영화는 스폰서가 있어야 했지만 연극은 동호인들끼리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어.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극을 하게 됐지.” 중앙대 연극영화학부 학장을 거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 지낸 그는 국제극예술협회 세계본부 회장을 세 차례나 연임했다. 예술가에서 예술경영인으로, 그리고 다시 예술가로 돌아온 그다. 그래서일까. 공연을 향한 열정이 무척이나 뜨거웠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김문의 만난사람] 이중섭 55주기… 그를 추억하는 원로 시인 김광림

    [김문의 만난사람] 이중섭 55주기… 그를 추억하는 원로 시인 김광림

    가을 끝자락이다. 창덕궁의 나무들도 겨울을 맞이할 요량으로 나뭇잎마저 무겁다는 듯 후드득 털어낸다. 한 노(老)시인은 백발을 만지작거리며 실로 오랜만에 자신의 시집을 뒤적인다. 돋보기를 꺼내 들고 책장을 넘기던 노시인은 “그래 바로 이 시야, 이거!”라고 탄성을 터뜨린다. 어떤 시일까. ‘팔삭둥이 첫 아들이 죽었을 때/그는 곤드레만드레가 되어/죽은 애 또래의 살아 있는 애들을/그리고 있었다/저승동무 길동무로/천도 따는 애며/맨손으로 물고기 잡는 애들이랑/학 타고 날아가는 애도/상기도 애비 목 틀어잡는 녀석이며/여직 애미 젖가슴 뒤지는 녀석/오오라 게한테 물린 고추녀석이 제일 늦구나/개구쟁이 코흘리개 오줌싸개 울보랑 모두 모이자/그는 잠자코 붓을 놓았다/그리고 죽은 애 목덜미에 그림을 그려주었다/십자가보다 더 빛부신 동심(童心)을’ 지난 16일 오전 창덕궁 바로 옆 바움갤러리에서 원로 시인 김광림(82) 선생을 만났다. 그는 천재 화가 이중섭과의 추억을 새삼 떠올린다. ●‘시전집’에 이중섭 연작시 8편 담아 “17살 때 함경남도 원산에서 이중섭 화가를 처음 만났어요. 그의 첫애가 죽어 애도할 때였지. 하루는 이중섭의 집에서 같이 잤는데 새벽녘에 일어나 보니 온데간데없어요. 그래서 옆방에 슬쩍 가 봤더니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뭘 그리나 어깨너머로 봤더니 애들이 하늘에서 새를 타고 다니는 거, 천상의 복숭아를 따는 아이들, 학을 타고 날아다니는 아이들, 아버지 목에 매달려 있는 애들, 게가 아이의 아랫도리를 물고 있는 모습 등을 그리더군요.” 노시인은 잠시 창밖을 바라본다. 추억의 편린들이 가을 낙엽과 함께 머릿속을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올해가 이중섭 화가 탄생 95주년이고 작고 55주기가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노시인은 “아, 그렇게 됐나요. 나보다는 13살 위였는데….”라고 말끝을 흐린다. 얘기 도중 가끔 백발을 쓰다듬는 모습이 어쩌면 천상의 복숭아를 따러 날아가 버린 이상한(?) 새를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손바닥만 한 공간만 있으면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쓸 수 있는 시, 그는 시인이 부러워 시처럼 그림을 그렸지…. 은박지 그림이 생각나. 내가 군 장교로 있을 때였어. 외출을 나올 때마다 군보급품 박스에 있던 양담배 럭키스트라이크 은박지를 수집해 갖다주었어요. 아주 좋아했지.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나중에 그 그림들을 죄다 불태워 달라고 했어. 참으로…. 은박지 그림만 200~300장 됐어.” 이중섭 화가는 1955년 서울 미도파백화점과 대구 미공보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하지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실망과 충격으로 대구에서 만난 김 시인에게 “내 그림은 다 가짜야.”라고 하면서 불태워 달라고 했다. 이중섭 화가는 그렇게 그림을 던지고 확 가 버렸고 김 시인은 은박지 그림과 소품들을 보관했다가 이중섭 화가와 같이 머물고 있던 친구이자 소설가 최태응에게 모두 돌려줘 가까스로 은박지 그림을 살려냈다. 이 그림들은 지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한다. 노시인은 2006년 이중섭 화가에 대한 추억의 글과 시를 모은 ‘가짜와 진짜의 틈새에서’라는 책을 펴내면서 “그의 그림을 불사르지 않고 세상에 남아돌게 한 것이 지금 생각하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이중섭 작품에 대한 순수한 평가보다는 그림값을 올리려는 상업적 행태가 눈에 거슬린다는 지적을 했던 것. 노시인은 지난해 11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김광림 시전집’을 펴냈다. ‘이중섭 생각’이라는 연작시 8편도 담았다. 여기에서 노시인은 ‘왜 그는 자신의 그림을 가짜라고 우겼을까/그가 진정 진짜로 그리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꿈틀대는 어기찬 생명력을 더 지켜보지 않았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다하지 못한 정을 엽서에다 그리고/ 은박지에 또 그려서/고통을 환희로 바꿔 찬 한 사내가/거뜬히 시의 수렁 속을 가고 있다/갈증도 모르고 허기도 저버린 채’라고 그에 대한 영원한 그리움을 토해냈다. “이중섭은 시인의 마음을 가진 화가였습니다. 또 그런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다수의 시를 쓰게 됐어요. (다시 백발을 만지작거리다가) 연작시 말고 또 뭐 있더라….” 옆에 있던 딸 김상미씨가 얼른 기억을 돕는다. 노시인은 요즘 병원에 다니느라 딸 집에 기거하고 있다. “아마 ‘사막’일 겁니다. (딸이 시를 읊는다) ‘화가 이중섭은 사막으로 걸어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아랫도리를 게의 예리한 발톱에 찝힌 것이다. 물린 순수의 피나는 이적(異蹟)을 담배 은종이에 나타내었다’ 아버지 맞죠.” 노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기억이 잘 안나.”라며 활짝 웃는다. 화제를 바꿨다. 문단 데뷔 시절을 물었다. “전쟁 2년 전인가 그래요. 친구집에서 지내고 있을 때 새벽녘에 문득 낡은 문풍지를 보고 시를 하나 썼어. 그랬더니 친구가 ‘안양에 박두진 시인의 문하생 동인(청포도)들이 있는데 한번 가보자’고 해서 갔어.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쓴 시를 박두진 시인에게 보여줬더니 ‘10년 후면 우리나라의 시가 달라지겠네’라고 하면서 구상 시인한테 가보라고 하더군. 그때 구상 시인은 연합신문 문화부장으로 있었지. 구상 시인과는 원산에서 만났던 사이였지. 어쨌든 찾아갔어. 때마침 점심시간이었는데 나를 아래층으로 끌고 내려가 우동 두 그릇을 시키면서 ‘배가 고플 텐데 두 그릇 다 먹으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시를 읽더니 ‘관념적이긴 하지만’이라고 말을 하더군. 그 2~3일 뒤에 ‘문풍지’라는 제목으로 시가 발표됐어. 그래서 데뷔작이 ‘문풍지’야. ●“그의 그림에서 詩 영감 많이 얻어” 이후 6·25전쟁이 끝난 1957년 전봉건, 김종삼 등과 함께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라는 3인 시집을 내면서 본격적인 시작 활동을 펼쳤다. 1959년 첫 시집 ‘상심하는 접목’을 시작으로 2009년 제10회 청마(靑馬)문학상을 수상한 ‘버리면 보이느니’까지 통산 18권의 개인 시집을 펴냈다. 그러는 동안 평양 출신의 박남수(1918~1994) 시인과 친하게 지냈으며 문덕수(83)·홍윤숙(86) 시인 등과 절친 문우로 교류했다. 1990년 제12차 세계시인대회 때였다. 일본의 저명한 국제적 여류 시인 시라이시 가즈코가 ‘오늘의 율리시스’라는 시를 낭독하기 직전 노시인이 “나는 북에서 온 한국의 율리시스입니다.”라고 말해 장내의 무거운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낸 일화는 지금도 문단에서 회자된다. 그는 또 한국과 일본, 타이완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문화 교류를 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6·25전쟁 때는 9사단 29연대에 배속(소위)돼 백마고지와 저격 능선 전투에 참가했다. 이때 전우의 죽음을 다룬 시 ‘진달래’가 ‘국방’지에 게재돼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으며 후에 은성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슬하에 김상수(사업가)·김상일(조각가)·김상호(중문학자)·김상미(주부)씨 등 3남 1녀를 두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노시인에게 시 한편을 부탁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죽음이란 걸(주제)로 병원에 있을 때 써보긴 했는데….”라는 대답이 나지막이 돌아온다. 다음은 그가 최근에 쓴 미발표작 시.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김광림은 김광림은1929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2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충남(忠男)이다. 원산공립중학을 거쳐 평양종합대 역사문학부 외국문학과에 입학했다. 1948년 12월 한탄강을 거쳐 단신으로 월남했다. 그해 안양에서 ‘청포도’ 동인과 어울리다가 청록파 시인 박두진을 만났고 그의 권유로 연합신문 문화부장으로 있던 구상 시인을 만난 것이 인연이 돼 ‘문풍지’라는 시를 처음 발표했다. 경기 여주군 북내초등학교 교사로 있던 중 6·25전쟁을 만나 육군 소위로 9사단 29연대에 배속돼 전쟁에 참가했다. 1959년 첫 시집 ‘상심하는 접목’을 펴냈으며 1961년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이듬해 두 번째 시집 ‘심상의 밝은 그림자’, 1965년 세 번째 시집 ‘오전의 투망’ 등 지금까지 18권의 시집을 내면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1983년 장안대 교수, 한양대 강사 등으로 강단에서 후학을 가르쳤으며 1985년 대한민국 문학상을 수상했다. 1992년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맡아 아시아 시인대회 서울대회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1999년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2001년 국가유공자증서 등을 받았다. 2009년에는 ‘허탈하고플 때’로 청마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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