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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이 되어도 전쟁의 상처는 그대로였다

    어른이 되어도 전쟁의 상처는 그대로였다

    AP통신은 2011년 9월 말 “한국계 미국 소설가 이창래의 소설 ‘항복한 사람들’(The Surrendered)이 올해의 미 데이튼 문학평화상 픽션 부문 수상작으로 뽑혔다”고 보도했다. 한국전으로 상처받은 삶들을 수십 년에 걸쳐 조명한 이 소설로 이창래는 그해 퓰리쳐상 최종후보작에도 올랐다. 또한, 그해 시인 고은 등과 함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했다. ‘항복한 사람들’이 최근 출판사 RHK에서 ‘생존자’란 제목으로 번역·출판됐다. 영문을 곧이곧대로 번역하면 항복한 사람들이겠지만, 출판사가 왜 ‘생존자’라는 제목을 택했는지 소설을 읽다 보면 뼈저리게 느껴진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망과 고통에 머물지 않고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1950년대 한국전쟁과 그로 인해 발생한 20만 명의 전쟁고아의 처참한 삶, 연합군으로 참전한 20살의 미군의 고통, 선교활동을 위해 파견된 미국인 목사 부부의 엇나가는 삶 등이 갈피갈피에 스며 있다. 또한, 재미교포들의 뿌리 없는 삶뿐만 아니라 미국의 밑바닥 인생들의 삶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인간다움을 말살하는 전쟁의 참상이 쓸고 간 자리에도 사람들은 신통하게 살아간다. 그것은 스스로 인간다움을 포기한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1950년 한국에서 전쟁으로 11살 어린 ‘준’이 엄마와 쌍둥이 언니와 오빠, 또한 쌍둥이 여동생과 남동생을 처참하게 잃고 고아가 되면서 시작된다. 이어 곧바로 1986년 뉴욕에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47~48세의 ‘재미교포 준’의 인생으로 훌쩍 건너뛴다. 준은 10여년 이탈리아로 훌쩍 여행을 떠난 뒤 연락이 끊긴 아들 니콜라스를 추적하고 있다. 이제 서른 살이 됐을 아들이다. 그는 다른 한편으로 미국에 사는 헥터라는 한국전쟁 참전 군인을 찾고 있다. 공간적 배경은 1950년대 전쟁으로 인생이 망가져 버린 10대의 준과 아버지를 지키지 못한 죄의식으로 도망치듯 전쟁을 찾아온 20살의 헥터, 1930년 만주에서 살다가 만주사변을 경험하고서 인생의 한 자락을 놓아버린 선교사의 아내 실비가 한데 모이는 ‘새로운 희망’ 고아원이다. 준과 헥터, 실비가 안은 각자의 삶의 무게는 누구도 덜어내 줄 수가 없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지루하지 않다. 1965년에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세 살 때 미국에 이민을 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한국계 미국작가인 이창래의 작품은 비교적 감정의 과잉이 적다. 과도한 민족주의로 질척거리지도 않고, 앞뒤 가리지 않는 증오와 ‘마땅히 이러해야 했다’는 식으로 재단하는 지독히 한국적 윤리의식을 강요하지 않아 한국전쟁을 비교적 자유로운 시각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당시를 돌아보며 “차라리 죽을지언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극한까지 다가가지 않은 채 살아남은 자의 오만에 불과하지 않을까.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타인의 삶, 쉽게 판단하지마 속을 들여다봐야 알지

    타인의 삶, 쉽게 판단하지마 속을 들여다봐야 알지

    1990년 빨치산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 ‘빨치산의 딸’ 출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판금조치. ‘노동해방문학’ 활동으로 수배생활.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고욤나무’로 등단한 작가 정지아(48)의 이력은 순탄치 않았다. 단편소설 ‘풍경’(이효석 문학상·올해의 소설상), 소설집 ‘봄빛’(한무숙 문학상)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는 5년 만에 세 번째 소설집 ‘숲의 대화’(은행나무 펴냄)로 돌아왔다. 11편의 단편소설은 과거 두 편의 소설집이 그랬듯이,‘빨치산의 딸’에서 보여줬던 무거운 주제의식에서 확연히 벗어났다. ‘봄날 오후, 과부 셋’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았을 때 ‘화해와 승화의 길’이라는 해석을 들었지만, 작가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정지아는 지난 4일 전화통화에서 “그리 대단한 것도, 특별한 ‘개념’의 변화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어느 순간 보니 이른바 ‘자본가’나 ‘강남사람’이라고 고통이 없겠나, 슬픔이 없겠냐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누군가의 삶을 옳지 않다고 재단하고, 인간이란 숲을 보지 않는 것은 독선”이라고 말했다. 숲을 보려는 작가의 노력은 표제작 ‘숲의 대화’에 묻어난다. 새 세상을 꿈꾸던 주인집 도련님이 자기 아이를 밴 하녀를 종놈 운학에게 시집 보내고 토벌군의 총에 맞아 숨진다. 하녀는 평생 도련님을 그리다 죽었고, 아내를 짝사랑해온 남편은 도련님의 영혼과 교감한다. “고로크롬 살아봉게 니는 좋디야?” “알콩달콩, 나도 그리는 못 살아봤소.”(30쪽). 작가는 운학의 입을 빌려 “인민의 천국이라는 시상을 지둘렸소? 그런 시상이 워딨겄소? 죽어서나 그런 디로 가게 될랑가”(32쪽)라며 한 시절 부는 바람 같은 이데올로기의 가벼움을 지적했다. 작가는 2년 전 고향인 전남 구례로 낙향했다. 지리산 왕시루봉이 훤히 마주 보이는 섬진강 자락에 살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크기와 모습이 제각각인 호박을 보면 인생도 호박 찾듯이 찬찬히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동그랗고 먹음직스러운 호박과 못난이 호박을 비교하다가, 못난이 호박 밑에 고인 돌을 보며 뒤틀린 것에는 아픔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잣나무 가지가 쉴 새 없이 살랑이고 그 사이로 갓난아이 눈망울 같은 햇살이 어룽거린다‘(9쪽)는 시구같은 소설 속 문장은 고추, 가지, 오이를 골고루 돌보는 전원생활에서 우러나왔다. 삶의 무게를 켜켜이 담은 작가의 단편들은 정여울 평론가의 말처럼 ‘주변부 인생들이 만들어내는 작은 우주’ ‘간신히 존재하는 것들을 향한 사랑’으로 축약된다. 온갖 풍상에 치매까지 달려들어도 어린 시절 질투심을 그대로 간직한 채 티격태격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가는 80대 할머니들(봄날 오후, 과부 셋), 헌 교복을 입히자 학교를 안 가겠다 버티는 딸에게 찬물을 끼얹어 쫓아보낸 엄마(목욕 가는 날),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작은아들을 포기하지 않고 전 재산을 들여 재활시키는 부모와 큰아들의 갈등(브라보, 럭키 라이프)이 그렇다. 서슬 퍼런 시대에 굳이 빨치산을 소재로 글을 썼던 이유가 궁금했다. 작가는 “부모님의 이야기로, 젊은 시절 경험을 그대로 옮겨놨다”며 “역사 뒤편에 묻힌 이야기를 들춰 세상에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람들 사는 것은 다 힘들지 않겠냐. 찌그러졌다는 이유로 내가 경멸했던 것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말이 죽었다, 너와 통할 수 없다, 나도 말없이 사라진다

    말이 죽었다, 너와 통할 수 없다, 나도 말없이 사라진다

    우리는 멸종한 공룡에 열광하고 매머드를 그리워하며 살아 있는 화석 물고기 실러캔스의 존재에 감정이 고양된다. 그런데 현재진행형인 언어의 사멸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왜 백악기 공룡 화석에 대한 열광만도 못한 것일까.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전 세계에서 소멸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소수민족의 언어는 보름에 한개꼴로 사라지고 있고, 2100년까지 살아남을 언어는 고작 150개 정도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개의 언어가 살아남는 데 필요한 적정 인구가 1억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남북한 7000만명이 쓰는 한국어도 안전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최연소로 2013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애란(33)의 단편소설 ‘침묵의 미래’는 소멸 위기에 처한 소수민족의 언어에 관한 소설이다. 1월 초 시상식에서 권영민 평론가가 이 소설을 두고 ‘말에 의한 말의 운명에 대해 쓴 알레고리적 소설’이라고 소개했을 때 궁금증이 한껏 고조됐었다. 한 종족이 자신들의 언어를 상실하는 과정은 문화와 역사, 그 존재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이다. 문화적 제국주의에 의한 지구 다양성의 파괴라고 할까. 종의 다양성은 동식물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삶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설 속 ‘나’는 언어로서, 후두암 때문에 고생하던 아흔 살 노인이 죽은 뒤 빠져나온 언어의 혼이다. 노인이 살던 곳은 중앙에서 비켜난 황량한 땅에 세워진 ‘소수언어박물관’이다. 낮에는 박물관, 밤에는 기숙사가 된다. 소수언어를 지키고 있는 고령의 언어담지자 한두명은 ‘마지막 화자’들이다. 이들은 대화할 수 없다. 그저 1000여개의 전시장을 각각 지키고 앉아 드문드문 관람객이 찾아오면 인사말을 건네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보여줄 뿐이다. 대화와 소통이 안 돼도 언어라 할 수 있을까. 김애란은 이렇게 말한다. “이들은 이미 오래전에 자신이 쩌렁쩌렁한 모어(母語) 한복판에, 우주 한가운데에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끌벅적한 시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리고 뒤늦게 울어 봐야 소용없었다. 다 죽고 살아남은 건 오직 자기 자신과 엄청나게 아름답고 어마어마하게 정교해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그 ‘말’뿐이라는 걸….”(16쪽) 소설은 묻고 있다.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해 세웠다는 박물관이 오히려 잊어버리기 위해, 멸시하기 위해, 죽여 버리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냐고. 그저 기록과 관리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기계적 배려에 대한 독설이다. 당선작과 함께 실린, 김애란이 직접 뽑은 대표작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나 문학적 자서전 ‘카드놀이’, 선배 작가인 편혜영이 쓴 ‘작가론: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당선작과 같은 맥락 안에 있다. ‘카드놀이’에서 김애란은 ‘송방’(가게)이라는 말을 듣고 “모름지기 부모란 자식들에게 옛말을 새말처럼 알려주는 데 이골이 난 사람들이지…”라고 서술한다. 편혜영의 작가론은 김애란을 두고 “유머를 다룰 줄 안다”고 평가하는데 그 맥락도 이해할 수 있다. 편혜영은 “애란이는 눈으로 생각하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애는 검고 커다란 눈을 장난스럽게 뜨고 우선 세계를 오래, 고이, 깊이, 머물러 바라본 후에 검은 눈으로 자기 안쪽을 들여다본다. (중략) 근육을 수축해 생각을 도약한 다음 애란이는 대개 농담으로 착지한다”고 했다. 2013년 이상문학상 작품집(문학사상 펴냄)에는 이 밖에도 우수상을 받은 8개 작품이 소개됐다. 멕시코에서 날아온 한 통의 이메일을 통해 어린 시절 멕시코 삼촌이 들려주던 아코디언 선율과 먼 곳에 대한 향수를 그린 함정임의 ‘기억의 고고학’과 성폭행범으로 지목돼 고통을 당해야 했던 한 남자를 피해 당사자인 소녀와 대면시킴으로써 거짓과 타협해 간신히 파국을 면한 위태로운 삶을 보여주는 편혜영의 ‘밤의 마침’, 건조하면서도 사실적이고 강한 흡입력을 보이는 김이설의 ‘흉몽’ 등이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아베 헌법개정 막아라” 日시민단체 나섰는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헌법 9조)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 시민단체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전쟁 반대와 탈 원전 등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의 세력과 영향력이 크지 않아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은 오는 7월 참의원(상원) 선거 이후 헌법 개정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해 2004년 결성된 시민단체 ‘9조회’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정치권에 “평화헌법을 지켜 내자”고 호소했다. 헌법 9조는 전쟁과 무력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군대 보유와 국가의 교전권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9조회는 “지금이야말로 헌법 9조의 최대 위기”라고 진단한 뒤 “자민당 정권의 헌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한 새로운 시민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9조회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를 비롯해 논픽션 작가 사와치 히사에, 고모리 요이치 도쿄대 교수 등이 주도하고 있다. 9조회 사무국장인 고모리 교수는 “헌법 9조 때문에 일본이 해외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조선족 원로시인 조룡남 모옌과 中 달력인물 선정

    조선족 원로 시인인 조룡남(78) 전 옌볜(延邊)작가협회 부주석과 중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옌(莫言)이 중국문화예술협회가 발행한 2013년 달력 인물로 소개됐다. 18일 길림신문에 따르면 중국문화예술협회와 세계다원화연구회는 해마다 문학, 서예, 화가 등 큰 성과를 낸 문화 예술인을 선정해 최고 영예인 ‘중국 저명 문예가’로 명명하고 이듬해 발행되는 달력에 이들의 약력과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6월 달력에는 조 전 부주석의 약력과 함께 2004년 지린(吉林)성 룽징(龍井) 비암산 일송정풍경구에 세워진 ‘비암산진달래’ 시비와 2002년 모교인 연변대학 사범대 교정에 들어선 ‘반딧불’ 시비가 소개됐다. 연합뉴스
  • [씨줄날줄] 구로다 나쓰코/함혜리 논설위원

    일본 최고권위의 신인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올해 수상자로 ‘75세 문학소녀’ 구로다 나쓰코가 선정돼 화제다. 이 상의 최고령 수상자이다. 그런 나이의 작가에게 최고권위의 신인문학상을 안겨준 선정위원회의 결정도 놀랍지만, 그 나이에 신인상에 도전한 구로다의 열정은 더욱 놀랍다. 수상작 ‘ab산고’는 지난해 와세다문학 신인상을 받기도 한 구로다의 데뷔작. 전후 한 가족이 엄마의 죽음을 시작으로 서서히 소소한 일상을 잃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일본 문학에선 드물게 가로쓰기를 채택했는가 하면 인칭대명사가 없고, 히라가나만을 사용한 독특한 표현방식도 눈길을 끈다. 도쿄 출생인 구로다는 그림책과 소년소녀 동화를 보며 문학소녀의 꿈을 키웠다. 와세다대학 교육학부에 들어가 동인지 활동을 했고 20대에 신문사 주최 공모전에서 단편상을 수상했지만 고교 교사가 되면서 문학도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다 프리랜서로 출판사의 교정 일을 하면서 다시 글쓰기에 도전했다. 33세에 1000장 분량의 소설을 완성해 출판될 뻔했지만 무산됐음에도 글쓰기를 계속했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10년에 작품 하나씩을 완성하는 게 목표였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는 것에 만족했던 그가 생각을 바꾼 것은 70세가 넘어서다. 살아 있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읽어주면 기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1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을 정성스레 가다듬고 곳곳의 응모요강을 읽은 뒤 가장 적합해 보이는 와세다 문학상에 도전했고 신인상을 수상했다. 장수대국 일본에서는 노년신예작가의 등장이 늘고 있는 추세다. 100세 할머니 시바타 도요의 시집 ‘약해지지 마’는 한때 일본 서점가를 뜨겁게 달궜다. ‘굿바이 귀뚜라미군’으로 지난해 군조 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후지사키 가즈오(74)는 학습지 편집장을 하다 은퇴 후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도전한 케이스. ‘화산기슭에서’를 발표한 마쓰이에 마사시(53)는 잡지사 편집장을 하다 퇴직 후 전업작가로 데뷔했다. 지난해 쇼가쿠칸 문고 소설상을 받은 주부작가 기리에 아사코(61)는 52세에 대학원에 들어가 글쓰기를 시작했다. 구로다는 그제 수상자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런 나이가 되어서 젊은이들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지만, 숨어 있는 장년층 작가들을 찾아내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기꺼이 상을 받겠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10여년 전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도 그런 열정의 울림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日 75세 작가, 아쿠타가와 신인문학상 수상

    日 75세 작가, 아쿠타가와 신인문학상 수상

    일본 최고 권위의 신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에 구로다 나쓰코(75)의 ‘ab산고’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이번 수상은 1935년부터 시작된 아쿠타가와상 역사상 최고령 기록으로 앞서 1974년 모리 아쓰시(1912∼1989)가 61세로 수상한 바 있다. 특히 구로다는 50살 연하의 경쟁자 다카오 나가라(20)를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아 화제를 일으켰다. 와세다대 교육학부 출신인 구로다는 국어 교사와 사무원 등으로 일하며 틈틈이 글쓰기를 했으나 그동안 작품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단편소설 ab산고로 와세다문학 신인상을 차지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고유명사와 대명사를 쓰지 않는 실험성이 강한 작품인 ab산고는 1970∼1980년대 일본의 핵가족이 소중한 일상을 잃어가는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드물게 가로쓰기를 하는 등의 시도가 심사위원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남북관계 50년전보다 후퇴… 만날 일 있으면 무조건 만나야”

    “남북관계 50년전보다 후퇴… 만날 일 있으면 무조건 만나야”

    “1961년 사상계 3월호에 ‘판문점’을 냈으니 벌써 50년이 넘었다. 그때하고 비교하면 남북관계가 더 나빠졌다. 50년 전에는 판문점에서 남한의 기자가 이북의 여기자와 남북 체제를 비교하고, 자유에 대해 토론할 수 있었다. 지금은 토론할 기회도 없고, 지적인 대화를 하기에는 북한의 체제가 안 된다.” 분단문학의 대표작이자 이호철에게 각종 문학상을 안겨준 ‘판문점’의 주인공 진수는 ‘30대의 이호철’ 그 자신이었다고 ‘판문점2’에서 커밍아웃했다. 이호철은 1960년 9월 정부 공보과의 최규정에게 애걸복걸해 가짜 통신원 자격을 얻어 판문점에 가고, 거기서 만난 예쁘고 당당한 북한 여기자와의 대화를 기초로 소설을 썼다. 당초 이호철이 판문점에 간 목적은 소설이 아니었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인 이호철은 1951년 1·4후퇴 때 혈혈단신으로 월남했다. 그의 나이 19살이었다. 북의 가족들에게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판문점2’에서 처음 밝혔듯이 판문점에 가자마자 여기자에게 자신의 가족 중 일본 히도쓰바시(一敎) 상과대를 나온 이종사촌형 남인호가 북한 국가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이고, 외육촌형 박용국이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통보한 지 불과 몇 분 만에 북한의 군인이 다가와 그의 사진을 찍어 갔으니, 이호철은 자신의 뜻을 이뤘다고 생각하고 돌아왔다.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천만했었는지 ‘판문점2’에서 이호철은 “옛날 70년대와 80년대에 내가 그 뭣이냐, ‘재야 민주화운동’인가 하는 것으로 두 번에 걸쳐 ‘보안사’다, 지금은 ‘기무사’지만, ‘중정’이다, 끌려가서 조사를 받을 때도 나는 나대로 그 옛날의 그때 그 일까지 수사관들이 조사 조목으로 꺼낼까 봐 마음속으로는 조마조마하고(중략)”(17쪽)라고 써 놓았다. 이호철은 1961년 5월 9일 두 번째로 판문점에 갔다. 이때는 그의 소설 ‘판문점’이 소문이 나서 소련 이즈베스차 신문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었다. 정중하게 사양했는데 그렇지 않았더라면 큰 사단이 날 뻔했다. “만에 하나 그때 그 제안을 진수가 받아들여서 기사가 모스크바의 이즈베스차 신문에 크게 게재되었더라면, 불과 1주일 뒤 5·16이 일어났을 때에는 어찌 됐을 것인가.(중략) 그냥 무사히 넘어가지는 못했을 터였다.(중략) 일본에서 돌아와 ‘민족일보’를 창간했다가 북쪽 간첩으로 몰려서 사형에 처해지기까지 했던 조용수 사장 꼴이 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22~23쪽). ‘이호철은 “1961년에 소설을 쓸 때는 판문점이 1988년쯤에는 박물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 그건 27~28년쯤 되면 통일이 될 것이라고 믿었지. 요즘 분위기면 2050년이나 돼야 통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상심한 얼굴로 말했다. “내 나이 14살에 해방이 됐다. 그리고 분단이 됐다. 나는 14살 이전에 부산에서 소련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 온 기억과 중국의 장춘과 심양까지 돌아다닌 기억이 생생하다. 짧게는 1000년 고려부터 함께 살았던 민족이 이렇게 갈라진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는 북한 동포들이 식량난으로 겪는 고통을 아프리카 튀니지나 케냐 사람들의 삶을 TV 화면에서 보듯이 무심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5000년을 유구하게 같이 살아온 동족으로, 떨어져 산 지 겨우 68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호철은 “‘국가보안법’이니, ‘반공법’이니, 심지어 우리 대한민국의 가장 기본법인 ‘헌법’ 테두리에서까지도 일단 활딱 벗어나자”(67쪽)고 주장한다. 방법은? 남한에서 엄청 돈을 벌어들인 숱한 월남인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모두 싸들고 가 굶어 죽기 직전의 고향 사람들에게 왕창 풀어 주는 것이다. 이호철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당선인을 찍지 않았고, 그의 아버지에게 큰 고초도 받았지만, 앞으로 기대는 크게 하고 있다. 남북도 만날 일이 있으면 무조건 만나야 한다. 남북이 자꾸 한솥밥을 먹어야 한다. 남북이 왔다 갔다 하고, 서로 익숙해져서 물이 차오르면 넘치듯이 통일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월남한 실향민의 수가 8만명에서 7만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실향민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판문점이 박물관이 되고, 고어로 소멸하는 날이 와야 할 텐데…. 글 사진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함께할 친구가 있어 세상 두렵지 않아”

    “요지와 같은 젊은 세대는 거품 경제가 붕괴된 뒤 청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좋은 자리는 기성세대가 모두 독점해 버리고, 정규직으로 일하기도 어려웠다. 극도의 취업 빙하기가 계속되었다.”(253쪽) 거품경제가 무너진 20여년 전 일본의 모습은 오늘날 한국 사회와 놀랍도록 닮았다. 명문대를 나와도 절반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빈곤과 기회의 불평등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은 신자유주의로 방향을 튼 사회에 끊임없이 불만을 터트린다. 아쿠타가와상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 작가인 이시다 이라(53)가 2011년 발표한 청소년 소설 ‘날아라 로켓파크’(양철북 펴냄)는 이 같은 혹한기를 헤쳐 나가는 두 소년 요지와 간타의 얘기를 담았다. 두 소년은 돈이 없으면 자유로워질 수도, 정당해질 수도 없는 현실에 너무 일찍 눈을 뜬다. 휴대전화 게임 회사인 ‘로켓파크’를 세우고 모바일 게임업계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과정은 기존 청소년 소설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독특한 소재다. 가끔 방송에서 본 고교생 사업가나 청년 최고경영자(CEO)의 얘기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설정은 성공과 좌절 속에서 다시 찾은 소중한 것들에 대한 깨달음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두 소년은 성공의 마천루에서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며 추락한다. 모든 것을 잃고 목숨까지 위태롭게 되지만 인생의 가치를 되찾는다. “평생 함께할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인생은 두렵지 않아”란 두 소년의 다짐처럼. 소설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적나라하다. 학교 또한 어른들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다. 절대 평등하지도, 자유롭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아이들은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동정하는 법이 없고 괴롭히고 난 뒤에는 통쾌해한다. 요지와 간타가 마주한 사회도 역시 마찬가지다. 다섯 살 때부터 단짝인 두 소년은 남다른 아픔을 안고 산다. 간타는 발달 장애로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잘 헤아릴 수 없고, 요지는 생계를 위해 긴자의 술집에서 일하는 엄마 때문에 늘 수군거림의 대상이 된다. 17세 때 게임기를 사기 위해 찾은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에서 마주친 불량배들과의 다툼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간타를 지키려고 몸싸움을 벌이다 요지가 그만 불량배의 허벅지를 칼로 찌른다. 가난 때문에 제대로 된 변호사를 구할 수 없던 요지가 모든 비난을 뒤집어쓴다. 촉망받던 영재인 요지는 이때부터 간타와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고 100만엔(약 1200만원)의 종잣돈을 모아 창업에 성공한다. 거친 세상에서 펼치는 힘찬 도전, 성공과 좌절 속에서 다시 찾은 소중한 것들을 다룬 성장 소설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삼촌 같은 이상 선배의 상, 친근해”

    “삼촌 같은 이상 선배의 상, 친근해”

    “이상(1910~37)은 삼촌 같은 느낌이 드는 선배이고, 삼촌이 주는 상 같아서 조금 더 친근하고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제3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침묵의 미래’의 작가 김애란(33)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생각해 보니 제가 이상보다 나이가 많더라”고 덧붙이며 예쁘게 말했다. 이번 수상으로 김애란은 작가 한강(43)이 2005년에 수상하며 세운 이상문학상 최연소 수상자의 기록을 깼다. 최연소 수상 작가라는 부담에 대해 김 작가는 “젊은 작품이란, 시간을 이긴 작품들로 가장 오래 살아남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100~150년 전 쓴 작품들을 보면 ‘저 선배는 얼마나 젊으면 100살 어린 나와도 말이 통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면서 “나머지 것들은 물리적이거나 크게 의식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7일 한무숙 문학상 수상자로도 선정된 ‘상 복 많은’ 작가는 “과분한 격려를 받았고 자칫 어깨에 들어갈 힘을 빼서 두 다리에 쓰겠다. 마음에 저축을 해놓자, 앞으로 긴 시간 글을 쓸 텐데 저금해뒀던 격려가 필요하거나 부족한 시기에 그때그때 꺼내보거나 사용하자고 생각했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놓았다. 많은 독자의 관심과 사랑이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러나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글보다 제가 마음에 드는, 제가 좋아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부담이 있다”고 똑 부러지게 답했다. 수상작인 ‘침묵의 미래’는 ‘말이, 말의 운명에 대해, 말하는 알레고리가 작동하는 우회적인 소설’이다. 김 작가는 “지구상에서 2주에 하나씩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착상했던 작품으로, 소멸할 위기에 있는 마지막 언어사용자들을 민속촌 같은 공간에 모아둔 것을 배경으로 했다. 화자는 어느 마지막 언어 사용자가 죽은 뒤 영혼이 돼 자신의 공동체가 된 마을을 만 하루 동안 돌아보는 것이 내용인데, 화자의 영혼은 언어의 영혼이자 공동체의 영혼이라는 설정이다”고 했다. 상금은 3500만원, 시상식은 11월 초 열린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유미리 ‘평양의 여름휴가’ 출간

    일본의 아쿠타가와 문학상(1997년)을 수상한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45)가 신간 ‘평양의 여름휴가’ 출판기념차 서울을 찾았다. 신간은 2008년 처음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마음이 조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고백한 작가가 2010년 두 차례의 방북기까지 합쳐서 낸 책이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어린이·청소년 책꽂이]

    노벨트에서 평범한 건 없어(잭 갠토스 글, 이은숙 옮김, 찰리북 펴냄) 미국 최고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받았다. 노벨트 마을에 살고 있는 천방지축 열두 살 소년 잭의 성장기. 여름방학을 맞아 이웃집 볼커 할머니의 일을 도우면서 갖가지 모험에 휘말린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한다. 1만 2000원. 아빠가 용을 사 왔어요(마거릿 마이 글, 헬렌 옥슨버리 그림, 황재연 옮김, 현북스 펴냄) 뉴질랜드의 대표 아동작가인 마이의 재치 있는 글과 옥슨버리의 뛰어난 삽화가 조화를 이룬다. 반려 동물로 ‘용’을 택한 벨사키 가족의 이야기. 용과 함께 멋진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나 소중한 일상을 되돌아본다. 1만 2000원. 엄마손은 약손 아기배는 똥배(이소을 글·그림, 지니비니북스 펴냄) 엄마 손에서 태어난 음식을 따라 엄마 손에 숨어 있는 사랑의 마법을 경험한다. 음식들의 몸속 여행을 통해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나도록 사랑을 베푸는 엄마에게 자연스럽게 감사함을 느끼도록 했다. 직접 몸 안을 탐험하듯 생생한 삽화가 곁들여졌다. 9800원.
  • [2013 신춘문예-시조 당선작] 번지점프 해송 현애(懸崖)/송필국

    [2013 신춘문예-시조 당선작] 번지점프 해송 현애(懸崖)/송필국

    한 점 깃털이 되어 허공 속을 떠돌다가 치솟은 바위틈에 밀려 든 솔씨 하나 서릿발 등받이 삼아 웅크리고 잠이 든다 산까치 하품소리 따사로운 햇살 들어 밤이슬에 목을 축인 부엽토 후비작대며 아찔한 난간마루에 고개 삐죽 내민다 버거운 짐 걸머메고 넘어지다 일어서고 더러는 무릎 찧어 허옇게 아문 사리 뒤틀려 꼬인 몸뚱이 벼랑 끝에 매달린다 떨어질듯 되감아 오른 힘줄선 저 용틀임 눈 이불 솔잎치마 옹골찬 솔방울이 씨방 속 온기를 품어 천년 세월 버티고 있다 *현애: 벼랑에 붙어 뿌리보다 낮게 기우러져 자라는 나무 [당선소감] 시조 속에 더 넓은 세상 담고 싶어 해마다 연말이면 열병을 앓곤 했다. 밤을 밝혀 글을 써도 그게 아니요, 다시 개칠을 해봐도 아닌 시조를 쓰느라 그랬고, 그 글 보내놓고 당선 소식을 기다리느라 더욱 그랬다. 그래도 끝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적공을 드린 것이 결국 오늘에 이르게 된 것 같아 너무 기쁘다. 그날도 어느 야외 주차장에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꽁꽁 언 하늘에는 듬성듬성 별이 뜨고 있었고 그때 그 별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것이다. 기다리던 사람이 왔고 우린 서로 꼭 껴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기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냥 글이 좋아 글을 썼다. 시나리오로 시작해서 소설로, 다시 시로, 장르 속을 떠돌며 추천도 받아보고 신인 문학상도 타보곤 했다. 그러다 뒤늦게 빠져든 것이 우리 정형시 시조다. 항상 모자라거나 넘쳐나거나 아니면 꽉 조이거나 헐렁하거나 하던 그 매력에. 좋아하는 책을 많이 읽고 글도 좀 써보자고 일찍이 귀농을 했다. 하지만 어디 농촌 생활이 선비 타령이나 하고 유유자적할 여유가 있었던가. 온실작물이 주업이 되어 버린 지금 낮에는 시설 작물과 씨름을 하고, 밤이면 늘 제멋대로인 시조를 죽기 살기로 껴안고 살았다. 작은 렌즈를 통해 우주를 다 올려다 볼 수 있는 천체 망원경같이 앞으로 시조 속에 더 넓은 세상을 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다. 늘 시조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운 정 미운 정 들여가며. 오늘 이 영광스러운 지면을 열어주신 서울신문사와 당선이라는 큰 은혜를 베풀어주신 이근배, 한분순 두 분 심사위원님께 고개 숙여 고맙다는 말씀 드린다. 처음 시조의 길을 열어 주신 윤금초 교수님, 그리고 늘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봐 주신 주위의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약력 ▲1948년 경북 칠곡군 출생 ▲경북대 농생명과 졸업 및 동대학원 수료 ▲1973년 영화잡지 시나리오 공모 2회 추천 ▲2003년 문학세계 시부문 신인상 ▲한국문인협회 칠곡지부장 [심사평]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표현 돋보여 오래 담근질해 온 우리의 모국어가 숨겨진 가락을 찾아내 시조의 형식으로 새롭게 태어날 때 그 울림은 크고 받아들이는 느낌은 더욱 깊어진다. ‘온전한 우리의 시인 시조가 형식이라는 굴레를 쓰고서도 어쩌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물음 앞에는 오히려 더 거세고 모질게 파고드는 이 땅의 ‘시재’(詩才)들이 있기 때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당선권에 올라오는 작품들이 늘어가고 있는 만큼 올해도 열기는 높았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시적 ‘오브제’를 역사성이 담긴 사람이나 고적, 유물에서 찾는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작품의 중량감을 더하는 것은 좋으나 신춘문예의 한 패턴으로 인식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당선작 ‘번지점프-해송현애’(송필국)는 바닷가 절벽에 붙어 사는 키가 자라지 못한 늙은 소나무에 기대어 세상의 바람과 서리에 맞서는 인간의 생명력을 그려내고 있다. “버거운 짐 걸머메고 넘어지다 일어서고” “떨어질듯 되감아 오른 힘줄선 저 용틀임”에서 짙은 삶의 진액이 흘러나온다. “솔씨하나”에서 “천년의 세월 버티고”까지 4수의 구성과 의미의 배열이 잘 짜여지고 낱말 고르기와 꾸밈도 날이 서 있고 맵차다. 앞으로 시조의 나아갈 바에 큰 보탬이 되리라 믿는다. 끝까지 겨룬 작품으로 ‘알츠하이머’(박복영), ‘경을치다’(김성배), ‘막사발 또는 행성’(송정훈), ‘겨울 소리를 보다’(김희동) 등이 각기 다른 감성과 개성적인 수사로 놓치기 아까웠음을 밝혀 둔다. 정진을 빈다.
  • [부고] 장편 소설 ‘동토’ 작가 박경수씨

    소설가 박경수씨가 24일 오후 2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82세. 1955년 월간 ‘사상계’를 통해 단편 ‘그들이’로 등단한 고인은 장편소설 ‘동토’ ‘흔들리는 산하’ ‘향토기’ 등을 펴내며 농촌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제8회 한국문학상과 제2회 농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03년엔 장준하 선생의 일대기를 정리해 ‘장준하 민족주의자의 길’을 펴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상일씨와 딸 소영·금영·후영씨가 있다. 빈소는 적십자병원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26일 오전 6시, 장지는 고향 충남 서천이다. (02)2002-8477.
  • 中 올해의 한자 ‘夢(꿈 몽)’

    중국에서 올해의 한자로 꿈을 뜻하는 ‘몽’(夢)이, 올해의 단어로는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가 각각 선정됐다. 21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국가언어자원조사연구센터 등이 닷새간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 5만여명이 응모한 가운데 27%의 지지를 얻은 ‘몽’이 올해의 한자로 뽑혔다. 네티즌이 제안한 1000개의 한자를 놓고 전문가 패널이 선정한 후보 한자 ‘몽’을 비롯해 안정을 뜻하는 ‘온’(穩), 변화를 의미하는 ‘변’(變) 등 10개의 한자를 대상으로 인기도를 조사했다. 올해 중국이 ‘올림픽의 꿈’(런던 올림픽 성과), ‘하늘을 나는 꿈’(유인 우주 도킹 성공), ‘항공모함의 꿈’(랴오닝함 취역), ‘노벨상의 꿈’(모옌의 노벨문학상 수상) 등을 이뤄 네티즌들이 ‘몽’ 자를 올해의 한자로 꼽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올 들어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놓고 극단적으로 대치하면서 올해의 단어에는 ‘댜오위다오’가 선정됐다. 한편 올해의 국제 한자는 균형 유지를 뜻하는 ‘형’(衡), 올해의 국제 단어는 세계적으로 권력 교체 선거가 많이 있었던 탓에 ‘선거’(選擧)가 각각 뽑혔다. 또 세계를 달궜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은 ‘10대 인터넷 단어’에 올랐고 새 최고 지도부가 선출된 중국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전대)의 준말인 ‘십팔대’(十八大)가 언론 매체 최대 유행어로 선정됐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中 안팎서 불붙은 인권 시위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 중국의 인권문제에 항의하는 시위가 중국 안팎에서 잇따랐다. 11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중국 작가 모옌(莫言)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던 순간 시상식장 밖에서는 중국의 반체제 예술가 멍황(孟煌)이 항의성 ‘나체 달리기’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멍황은 “감옥에 갇혀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를 위해 만든 의자를 중국에 가져가 전해달라.”고 모옌에게 공개요청했으며, ‘나체 달리기’는 의자와 연계한 행위예술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도 이례적으로 장외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의 유엔 기구 사무실이 밀집한 건물 앞에서 상하이 등 각 지역에서 올라온 민원인 수백여명이 중국의 인권실태를 고발하는 시위를 벌이다 긴급출동한 공안(경찰)에 모두 연행됐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체제 출범 이후 베이징에서 인권개선 군중시위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26개월째 감금… 노벨평화상 여파 고통스러워”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57)의 부인 류샤(劉霞·53)가 2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감금 생활의 고통을 호소해 파문이 일고 있다. 류샤는 6일 극적으로 이뤄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류샤오보의 노벨상 수상이 미칠 여파에 대응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지만 감금 생활이 2년 넘게 지속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면서 “너무나 터무니없고 고통스럽다.”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홍콩 명보가 7일 보도했다. 베이징 위위안탄난루(玉淵潭南路) 인근 류샤의 아파트 주변에는 10여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24시간 진을 치고 감시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는 취재진이 경비들의 교대 시간을 틈타 아파트 내부로 진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뤄졌다. 류샤는 2010년 10월 19일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사망자에게 노벨상을 바친다.’는 남편의 말을 전한 뒤부터 2년이 넘도록 가택연금 상태로 생활하고 있다. 류샤는 월 1회 남편을 면회하고 매주 장을 보고 부모님을 만나는 것 말고는 인터넷,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못하는 등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채 살아가고 있다. 남편을 면회할 때도 정치 관련 얘기는 꺼낼 수 없으며 자신이 연금당한 사실도 발설하지 못하게 돼 있다. 다만 남편에게 ‘당신이 겪는 것을 나도 거의 겪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자신이 연금 상태에 있다는 점을 알린 바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른 언론사들도 류샤 아파트로의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비들에게 붙잡혀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운동가 후자(胡佳), 베이징대 법대 허웨이팡(賀衛方) 교수 등 류샤오보가 몸담았던 ‘독립중문필회’ 소속 국내외 회원 300여명은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에게 공개 서신을 보내 류샤에 대한 감금은 지나치게 가혹하며 하루빨리 류샤오보를 석방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BBC 중문망이 이날 보도했다. 한편 노벨문학상 수상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한 모옌(莫言·57)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에 승객들에 대한 보안검색을 해야 하는 것처럼 검열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검열의 필요성을 강조해 논란에 휩싸였다. 류샤오보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제3세계 출신들이 미국에 산다는 건…

    제3세계 출신들이 미국에 산다는 건…

    파키스탄 출신으로 미 프린스턴 대학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토니 모리슨과 유명작가인 조이스 캐럴 오츠라는 두 거장이 가르치는 창작수업을 듣고,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기업법을 공부한 뒤 뉴욕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했던 모신 하미드(41)가 쓴 ‘주저하는 근본주의자’(The Reluctant Fundamentalist·민음사 펴냄)는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연예소설로 또는 정치소설로 다르게 읽히는 소설이다. 하미드와 거의 비슷한 이력을 가진 22살의 파키스탄 출신 찬게즈와 역시 프린스턴대 출신의 ‘가십걸’들이 사는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 출신 에리카의 이룰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이야기이다. 찬게즈는 프린스턴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뉴욕 맨해튼의 언더우드 샘슨이라는 기업컨설팅회사에 취직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 국가의 일원이 돼 거액의 학자금 대출도 모두 갚고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행복을 만끽하게 된다. 뉴욕에서 찬게즈가 만난 에리카는 상냥하고 너그럽고 아름답다. 찬게즈는 에리카와 어떤 육체적 접촉도 유예하며 달콤한 나날을 기다린다. ●정치소설도 되고 연애소설도 될 수 있어 찬게즈의 연적은 크리스. 20대가 되기도 전에 폐암으로 크리스가 죽자 에리카는 그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고 약물에 의존해 가까스로 정신을 추슬러 중편소설까지 썼지만, 찬게즈의 등장으로 에리카는 다시 정신이 붕괴되고 육체마저 황폐해진다. 찬게즈는 깨닫는다. “(그녀가) 강력한 노스탤지어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죽은 크리스의 대역까지 자처했던 찬게즈는 “그녀는 크리스의 암 때문에 자신이 삶의 덧없음과 죽음에 대해 알게 되기 이전의 사춘기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들이 같이 보낸 시간은 그녀가 나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한 것처럼 경이로웠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소설을 알레고리로 읽을 수도 있다. 찬게즈는 칭기즈칸의 앞 이름에서 따 온 알레고리적 이름으로 대전사를 뜻하고, 에리카도 미국에서 따 온 이름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리카는 2001년 9월 11일 이후 미국을 상징하는 것이다. 흔히들 미국은 9·11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1, 2차 세계대전의 대량인명 살상을 피한 강대국 미국에 사는 사람들의 죽음은 늙어서 죽는 자연사나 병사, 사고사 정도였다. 그러나 9·11 이후 외부의 공격으로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개방보다 안으로 움츠러들고 외국인에 비우호적인 분위기가 팽배한다. 찬게즈는 “미국도 위험한 노스탤지어에 점점 더 빠져드는 것 같았다. (중략) 의무와 명예 같은 단어들이 나오는 신문 기사 제목에는 확실히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듯한 모습이 있었어요. 나는 늘 미국이 앞을 바라보는 국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돌아보려고 하는 미국의 의지를 보았던 거죠. 뉴욕에 사는 것이 갑자기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영화 속에서 사는 것 같았아요. (중략) 의문의 여지가 없는 우위? 안전? 도덕적 확신?”이라고 말한다. 찬게즈는 또한 이렇게 말한다. “당신네들은 파키스탄인 모두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라고 상상하면 안 돼요. 우리가 당신네 미국인들 모두를 변장한 암살자라고 상상하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죠.” ●9·11이후 미국의 현실을 문학적으로 승화 소설은 파키스탄 라호르 지방, 어둠이 내리기 직전 옛 시가지이자 왕자를 사랑한 고급 창부의 이름을 딴 아나르칼리 지역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다. 파키스탄에서 교수로 지내는 25살의 찬게즈는 수상쩍은 미국인과 독백 같은 대화를 진행한다. 한국 등 제3세계 출신들이 미국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 미국에 동화돼 자신의 출신을 잊어버리는 근본이 낮은 태도와 열등감을 되새겨보게 한다. 과연 당신은 오스만제국이 기독교 국가 출신 소년으로 키운 전사 ‘예니체니’가 아닌가 돌아봐야 할 수도 있다.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선언하고는 이슬람과의 전쟁에 빠져든 병약한 미국의 현실이 문학적으로 승화돼 있다. 역시 문학은 학술을 이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4일 TV 하이라이트]

    ●즐거운 책 읽기(KBS1 밤 12시)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수상작가 이승우가 1년간 세계의 문학에 연재했던 작품 ‘지상의 노래’를 찾았다. 천산 수도원 72개의 지하 방에서 발견된 엄청난 분량의 벽서. 화려한 장식과 신비로운 그림들로 이루어진 천산 벽서를 둘러싼 개인들의 굴절된 욕망과 왜곡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소개한다. ●오감만족 세상은 맛있다(KBS2 밤 8시 20분) 동남아시아의 젖줄 메콩강. 베트남 남부지역은 이 메콩강과 맞닿아 비옥한 토지가 선사하는 과일과 채소가 넘쳐난다. 더불어 메콩강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민물고기로 풍부한 어종은 기본이다. 이곳에서 개성만점 어업이 펼쳐지는데…. 펄떡이는 메콩강의 생명력과 그곳 사람들의 일상을 만나 본다. ●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MBC 오전 7시 50분) 회사를 나가라는 현도의 말에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윤진. 아버지와 윤진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도는 답답하기만 하다. 한편 명자는 심해지는 건망증 때문에 혼란스럽고, 재헌은 그런 명자가 불안해 어린 장미에게 명자를 잘 챙기라고 신신당부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하온이는 유모차를 타고 다닐 나이에 앰뷸런스를 타고 다니는 자발호흡을 할 수 없는 아이다. 병원을 한 번 가려면 왕복 50만원의 응급차를 타야만 한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기관 절개술까지 받아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입모양이 전부지만 엄마는 하온이의 표정, 손짓만으로 하온이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다. ●희망풍경(EBS 밤 12시 5분) 시각장애를 가진 여자 아이가 경험하는 일상을 재미있고 감동 있게 그리는 만화 ‘안녕, 딱공?’. 항상 씩씩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는 ‘딱공’에게 많은 독자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딱공의 주인공은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정성훈 작가의 딸 정지은양이다. 아빠는 왜 딸을 주인공으로 만화를 그리게 되었을까. ●가족(OBS 밤 11시 5분) 대전의 우거진 산속에서 산약초의 달인, 털보 아빠 김시한씨와 효소 요리 솜씨를 뽐내는 엄마 박선희씨, 그리고 자연의 정기를 받아 쉴 새 없이 왁자지껄한 보문산 4남매가 살고 있다. 산으로 들로 뛰어 놀다 보니 저녁이면 양 볼이 빨개져서 집에 돌아온다는 산골 아이들과 산 생활에 푹 빠져 사는 여섯 가족의 건강한 힐링 라이프를 함께한다.
  • “픽션·논픽션의 벽 허물어뜨려 김근태의 순정한 영혼 그려내”

    “픽션·논픽션의 벽 허물어뜨려 김근태의 순정한 영혼 그려내”

    영화 ‘남영동 1985’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소설가 방현석(오른쪽·51·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의 신간소설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이야기공작소 펴냄)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지난해 12월 13일 고문 후유증과 합병증으로 작고한 김근태(1947~2011)를 소재로 한 영화와 소설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 쌍이다. 소설은 김근태의 성장기에서 출발해 1985년 서울 남영동에 끌려가 고문이 시작되면서 끝나고, 영화는 남영동 고문부터 전개된다. ●백범 이후 품격·긍지 지킨 드문 사람 방현석은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근태의 부인 인재근(왼쪽·59) 민주통합당 국회의원과 함께 참석해 ‘소설 김근태’에 대해 설명했다. 방현석은 “김구 선생 이후로, 품격과 긍지를 지킨 아주 드문 사람이었다.”면서 “순정한 한 사람의 영혼을 얼마나 그려낼 수 있을까 고심하면서 그의 인생을 기꺼이 정리했다.”고 말했다. 자서전 형식의 이 소설은 김근태가 지난해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악화되고 있는 건강을 추스르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기획됐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방현석은 198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해 2003년 황순원 문학상을 받은 작가로 ‘랍스터를 먹는 시간’ 이후 9년 만에 이 소설을 내놓았다. 그는 소설가로서 자신의 오랜 침묵이 “특정 유형과 스타일의 작품들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들과 어떻게 만나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픽션과 논픽션의 벽을 허물어뜨려 역사적 진실을 최대로 드러내기 위해 허구의 힘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도 역시 98%의 사실과 2%의 허구로 구성됐지만, 2%의 허구가 98% 논픽션의 힘을 미학적으로 완성했다는 것이다. 김근태는 일관성을 소중히 생각했다. 관련된 일화도 소개했다. 1990년 중반 야당에 입당했을 때다. 민주노총이 주선한 방현석의 출판기념회에 김근태가 참석해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때 한 여성 노동자가 벌떡 일어나 타락한 운동권이라는 식으로 그에게 심한 모욕을 주었다. 김근태는 좀 더 앉아 있다가 자리를 떴다. 그 여성 노동자가 지난해 부산에서 크레인 농성을 벌였다. 김근태는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는데 그해 8월 30일 부인 인재근 의원과 함께 ‘희망버스’를 타고 내려가 격려를 했다. ●젊은 세대들 대선 전에 읽어봤으면 방현석은 “이 소설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젊은 세대들이 선거 전에 읽어봤으면 좋겠다. 어떻게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어떤 인물의 피와 희생을 통해 왔는지 돌아봤으면 좋겠다. 대통령 선거는 게임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 역사적 짐을 너무 많이 지웠다면, 이제는 각자의 몫만큼 나눠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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