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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최인호 별세] 영원한 청년작가 깊고 푸른 밤에 별들의 고향으로…

    [소설가 최인호 별세] 영원한 청년작가 깊고 푸른 밤에 별들의 고향으로…

    ‘영원한 청년 작가’ 최인호는 문단에 첫발을 딛는 순간부터 특별했다. 그에게는 ‘기록을 만드는 남자’라는 별명이 끊임없이 붙어다녔다.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같은 수식어가 언제나 그의 이름 앞에 자리했다. 그러나 작가의 이름 석자보다 더 굳건한 상징어로 따라다닌 ‘영원한 청년 작가’라는 호칭은 비단 그가 서울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열여덟살의 나이에 등단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기성과 청년 문화, 엘리트와 대중의 배타적 구분을 거부하면서 통기타와 청바지로 상징되는 1970년대 청년문화의 기수가 됐다. 젊은이들의 문화가 퇴폐적이라는 비판에 휩싸이자 최인호는 1974년 발표한 ‘청년문화 선언’을 통해 이렇게 외친다. “고전이 무너져 가고 있다고 불평하지 말고 대중의 감각이 세련되어 가고 있음을 주목하라. 그들을 욕하기 전에 한 번 가서 밤을 새워보라.”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으로 입선해 등단한 최인호는 1973년 조선일보에 ‘별들의 고향’을 연재하면서 최고의 대중 작가로 주목받았다. 젊은 여성 ‘오경아’의 삶을 통해 현대 소비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린 ‘별들의 고향’은 단행본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장호 감독·신성일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별들의 고향’을 비롯한 대중 소설을 발표하면서 ‘상업주의 작가’, ‘퇴폐주의 작가’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1970년대 발표한 초기 소설은 산업화의 격랑에 휩쓸린 한국 사회의 변동과 개인의 문제를 예민하게 포착했다. ‘술꾼’과 ‘모범동화’, ‘타인의 방’, ‘가면무도회’, ‘다시 만날 때까지’, ‘깊고 푸른 밤’ 등을 발표하며 “1960년대 김승옥이 시도했던 ‘감수성의 혁명’을 더욱더 과감하게 밀고 나간 끝에 가장 신선하면서도 날카로운 감각으로 삶과 세계를 보는 작가”(문학평론가 조남현)라는 찬사를 받았다. ‘깊고 푸른 밤’으로 이상문학상을 받는 등 사상계 신인문학상과 현대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휩쓸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인정받았다. 또 ‘바보들의 행진’과 ‘병태와 영자’, ‘고래 사냥’ 등의 각본을 쓰면서 영화 작업에도 활발히 참여했다. 1980년대에도 ‘불새’와 ‘위대한 유산’ 등을 펴내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던 작가는 1987년 어머니의 죽음을 겪고 가톨릭에 귀의하면서 ‘제2기 문학’을 시작했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성공과는 달리 황폐해지는 내면이 그를 종교로 이끌었다고 고백했다.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영세를 받은 그는 ‘잃어버린 왕국’과 ‘저 혼자 깊어 가는 강’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동화집 ‘발명왕 도단이’를 펴내기도 하며 가톨릭 전문지 서울주보에 칼럼을 연재했다. 1997년 한국일보에 연재한 ‘상도’는 300여만부나 팔려 나갔다. 조선시대 상인의 삶을 통해 돈을 벌고 쓰는 일의 도(道)를 그린 ‘상도’는 이후 중국에서도 출간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2003년부터는 3년간 서울신문에도 대하장편소설 ‘유림’을 연재해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조선 조광조의 개혁정치를 비롯해 성리학을 계승·발전시킨 퇴계 이황 등 유림의 삶을 통해 2500년 유교 역사를 형상화했던 작품은 작가적 시야를 크게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 한순간도 시들지 않았던 푸른 창작열은 2008년 침샘 부근에서 암이 발견되면서 위기에 직면한다. 그러나 생사를 초월한 의지로 펜을 내려놓지 않던 작가의 세계는 역설적이게도 암을 통해 ‘제3기 문학’을 발아시켰다. 2011년 발표한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의 머리말에서 그는 “이 작품은 암이 내게 선물한 단거리 주법의 처녀작이다. 하느님께서 남은 인생을 더 허락해 주신다면 나는 1987년 가톨릭에 귀의한 이후 ‘제2기 문학’에서 ‘제3기 문학’으로, 이 작품을 시작으로 다시 출발하려 한다”면서 “남에게 읽히기 위한 문학이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한, 나중에는 단 하나의 독자인 나마저도 사라져 버리는 본지풍광(本地風光)과 본래면목(本來面目)의 창세기를 향해서 당당하고 씩씩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투병 중에도 산문집 ‘하늘에서 내려온 빵’과 ‘천국에서 온 편지’ 등을 펴낸 작가는 등단 50주년을 맞은 올해 초 그동안의 연재 글 등을 묶은 산문집 ‘최인호의 인생’을 펴냈다. 갑작스럽게 찾아 온 병마와 싸우는 고통과 공포를 솔직히 써내려간 책에서 작가는 “그동안 명색이 작가랍시고 거들먹거리고 지냈음이 문득 느껴져 부끄럽다.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한다”면서 “혹여나 이 책을 읽다가 공감을 느끼면 마음속으로 따뜻한 숨결을 보내주셨으면 한다. 그 숨결들이 모여 내 가슴에 꽃을 피울 것이다”고 적었다. ‘최인호의 인생’ 말미에 자리한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는다’는 그가 책으로 펴낸 마지막 글이 됐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박경리문학상 美 메릴린 로빈슨

    박경리문학상 美 메릴린 로빈슨

    박경리문학상 제3회 수상자에 미국 소설가 메릴린 로빈슨이 선정됐다고 토지문화재단이 25일 밝혔다. 1943년생인 메릴린 로빈슨은 1980년 장편 ‘하우스키핑’으로 데뷔했다. 이 작품으로 헤밍웨이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길리아드’(2004년)로 퓰리처상을, ‘집’(2008년)으로 오렌지상을 수상하며 현대 미국 문단의 최고 작가로 인정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으로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면서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롭게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박경리문학제가 열리는 다음 달 26일 강원도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열리며 상금은 1억 원이다.
  • “여행 땐 새 문화 접한 듯하지만 서울 오면 결국 닮은 꼴”

    “여행 땐 새 문화 접한 듯하지만 서울 오면 결국 닮은 꼴”

    ‘그 여름 케이가 뉴욕에서 경험한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제적 자유주의의 확산과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서양과 일부 아시아 국가의 중산층 젊은이들 사이에 퍼져 나간 삶의 양식으로, 전후 부흥기가 남긴 마지막 한 조각의 케이크였다. 즉, 케이를 포함한 이 젊은이들은 20세기에 대량생산된 중산층의 마지막 세대, 혹은 몰락하는 중산층의 가장 첫 번째 세대였다.’(90쪽) 같은 브랜드와 같은 취향을 소비하며 빠르게 동질화되는 세계, 거듭되는 경제위기로 중산층이라는 안온한 요람에서 탈락하는 사람들, 출구 없는 세계에서 불안과 환멸에 사로잡힌 청년들…. 소설가 김사과(29)가 새 장편 ‘천국에서’(창비)에서 그린 오늘날의 세계상이다. 스물한 살이던 2001년 창비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그는 극단적인 설정의 문제작을 잇달아 내며 문단의 ‘앙팡 테리블’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분노, 폭력, 분열증 등이 전작들에서 수렴되는 단어였다면 신작은 환멸, 냉소, 불안 등의 단어로 모아진다. 20대 중반 여대생 케이는 여름 한철 뉴욕에서 월가 점령시위와 슬라보예 지젝을 세련되게 소비하는 서머와 댄을 만난다. 소위 ‘힙스터’(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좇는 부류)들과 어울리며 한껏 고양돼 있던 케이는 한경희라는 평범한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한국으로 돌아온다. 서울과 광주, 인천을 떠돌며 여러 인물과 만나고 헤어지는 케이는 그들의 비루함과 진부함이 자신의 것인 것만 같아 불안에 떨고 속물적인 세계에 환멸을 느낀다. 작가는 여행에 대한 회의가 소설을 잉태했다고 했다. “뉴욕을 가나 유럽 어느 도시를 가나 여행을 떠나면 자기 딴에는 새로운 문화를 접했다고 생각하지만 서울에 돌아오면 결국 닮은꼴이에요.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느낌이죠. 인종, 지방색, 국가라는 경계도 퇴색되고 세계가 하나의 계급 체계로 묶이고 있고요. 최상층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놀고 중산층은 그 밖으로 튕겨 나갈까봐 호들갑을 떨고 나머지 그 아래 사람들은 남아 있는 파이를 가지고 싸우고요. 그 속에서 환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흥미로운 지점은 이야기의 틈새를 중간중간 비집고 들어오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논평이다. 서사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지만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한 작가의 문제의식이 설득력 있게 읽힌다. “소설은 모든 장르를 다 포섭하는 복합장르라는 생각해요. 모든 걸 다 먹어치울 수 있는 잡식성이요. 그래서 저도 이번 소설에도 논평, SNS식 글쓰기 등 여러 형식을 동원해 봤어요.” 소설 속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출신 등을 쌓아 올리기 위해 그는 지난해 봄 뉴욕으로 ‘로케이션’까지 다녀왔다. 힙스터들의 구역인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등에 살아보기도 하고 힙스터 소설의 왕으로 추앙받는 타이완계 미국 작가 타오린의 소설과 블로그, 칼럼까지 섭렵했다. “1960년대 미국 청년들의 반문화 운동을 살펴보려고 문화연구 책을 들여다보고 총기 문제에 대해 알고 싶어서 미국 지역 라디오까지 찾아들었어요. 제가 너무 미국문화에 탐닉하니까 주변에서 ‘친미주의자’라고 놀릴 정도였죠.”(웃음) 환멸을 얘기하지만 작가는 그 안에 머물지 않는다. 케이의 주변 인물들은 ‘넌 수족관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압박하지만 케이는 그 경계를 스스로 지워낸다. “수족관이라는 건 우리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일 수 있어요. 존재한다고 여기면 강력한 힘을 끼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자유로울 수 있는 거죠. 출신 배경이나 부동산, 취향 등이 사람을 결정하는 세상에서 개인도 자유 의지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장애·사회 장벽 딛고 세상속으로

    장애·사회 장벽 딛고 세상속으로

    “중증 장애인에게는 모든 게 장벽투성이입니다. 사회적 장벽을 없애 나가는 것도 필수지만 우리 스스로 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장애인도 노력하면 자립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정착될 때까지 열심히 달리려 합니다.” 지체장애 1급 장애인 윤두선(왼쪽·52)씨는 26일 한국뇌성마비복지회가 해마다 여는 ‘제31회 오뚜기 축제’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는다.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대표로서 장애인 독립생활 운동에 힘써온 그는 24일 “잘한다고 칭찬받으니 기쁘다”면서도 “앞으로 갈 길이 먼데 더 힘내서 하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정규 교육은 꿈도 못 꿨다는 윤씨는 19년 전 자원봉사자의 권유로 책을 잡았다. 늦깎이 공부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1년 6개월 만에 초·중·고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1996년 연세대 인문학부에 진학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졸업 후 장애인 잡지에 기자로 입사했지만 펜만으로 사회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면서 “2000년 12월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 8명과 장애인독립생활연구회 모임을 결성한 것이 (장애인 인권운동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윤씨와 함께 상을 받는 뇌병변 5급 장애인 최명숙(오른쪽·52·여)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팀장은 “도움을 받기만 했는데 상을 받는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달 말 새 시집 출판을 앞둔 그는 시와 비평으로 등단해 구상솟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시인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에서 홍보팀장으로 23년간 재직하고 있는 최씨는 장애인 불자 예술인 모임인 ‘보리수 아래’를 이끌고 있다. 또 매년 장애인들을 위한 시낭송 대회를 열고 있다. 그는 “뇌성마비인들은 겉모습 탓에 바보 취급을 받는 사례가 많다”면서 “뇌성마비인들을 대표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고 홍보해 이런 오해를 바로잡는 게 앞으로 남겨진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작가로서의 고독 끝내고 학생·교수들과 교류할래요”

    “작가로서의 고독 끝내고 학생·교수들과 교류할래요”

    차세대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크리스 리(39·여)가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UIC) 교수로 임용됐다. 연세대는 리 교수가 이번 학기부터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문학 창작과 영어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서울에서 태어나 목사인 부친을 따라 4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리 교수는 미국과 영국에서 학위를 받았다. 전업작가의 길을 걷던 그는 우연히 연세대 교원모집 공고를 보고 교수직에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리 교수는 “작가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고 불규칙한 일상 등으로 생활이 고독하다”면서 “뛰어난 학생과 교수들이 모이는 곳에서 교류하면서 좋은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학생들에게 ‘꿈꾸는 삶’의 중요성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꼭 써야 하는 것은 써라. 언젠가 시장이 찾아오게 돼 있다”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하고 열정적으로 살다 보면 꿈은 이뤄진다”고 조언했다. 주로 미국과 영국을 무대로 활동해온 리 교수의 첫 단편소설집 ‘떠도는 집’(Drifting House)은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탈북자 가족이나 미국 이민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중년 여성 등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그는 이 작품으로 권위 있는 영어권 문학상인 더 스토리 프라이즈의 스포트라이트 어워드와 푸쉬카트 프라이즈의 스페셜 멘션을 수상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저자와 차 한잔] ‘아들을 위한 성장여행’ 펴낸 최효찬

    [저자와 차 한잔] ‘아들을 위한 성장여행’ 펴낸 최효찬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동양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문득 그의 학교생활은 어떠했을까 궁금해진다. 그는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시쳇말로 ‘왕따’였다. 하지만 위대한 시인으로 성장했다. 어떻게? 아버지와 함께 4개월간의 교육여행으로 모든 것을 극복했다.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렇게 말했다. ‘여행은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경험의 일부분이고 어린 사람에게는 최고의 교육이 된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여행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는 최효찬(49)씨는 바로 이런 점에 중점을 두고 최근 ‘아들을 위한 성장여행’(글담출판사)이라는 책을 펴냈다. “많이 걷는 사람일수록 세상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자연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발로 시를 쓴 ‘도보여행 마니아’였습니다. 알프스 여행을 할 때 보았던 한 풍경에서 시인으로서의 영감과 활력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18세기 지성을 대표하는 장 자크 루소는 ‘걷기의 아버지’라고 할 만큼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는 명언을 남기며 자신의 위대한 사상을 완성했지요.” 그는 이 대목에서 워즈워스의 ‘시간의 점’이라는 시를 잠시 인용한다. ‘우리 삶에는 시간의 점이 있다/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에는/재생의 힘이 있어/이 힘으로 우리를 파고들어/우리가 높이 있을 때는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하고/ 우리가 쓰러져 있을 때는 다시 일으켜 세운다’ 책의 취지와 내용이 이 한편의 시로 정리되는 듯하다. 그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을 두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아들과 함께 방학 때마다 전국 도보여행을 떠났다. 수많은 명문가와 자녀교육법을 연구하다가 유럽 명문가의 엘리트 교육의 정점에 ‘교육여행’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실천에 옮겼던 것. 결과는 어떠했을까. “(아들이)사춘기를 무난하게 잘 넘겼고 글을 좀 잘 쓰는 편입니다. 정서적으로도 안정돼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빠와 친밀해서 유대감이 높은 데다 대화거리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답답할 때는 지금도 같이 도보여행을 떠납니다. 함께 걷노라면 여러 가지 사물들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역사 속의 인물들도 떠올려보는 소중한 ‘시간의 점’을 공유하게 되지요.” 이 책의 부록에 나오는 아들의 글에서 도보여행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청학동에서 민박을 하고 아침 6시 30분 출발해 회남재를 거쳐 악양으로 향했다. 회남재를 걷는데 노랑나비 한 마리가 우리를 따라 날기 시작했다~.’ “아빠와 아들, 둘만이 떠나는 도보여행은 아들을 한층 성숙하게 해줄 것이고 사춘기 아들로 고민하는 엄마에게는 짐을 덜어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책은 평소 아들과 서먹했던 아버지에게 아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들의 입장에서 도보여행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저자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랫동안 신문기자로 일했고 현재 작가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자기계발과 관련된 글쓰기로 2011년 ‘한국의 저자 300인’에 뽑히기도 했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수영장(이지현 지음·그림, 이야기꽃 펴냄) 푸른 수영장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왁자지껄 뛰어든다. 사람들은 물 위에서만 동동 떠다니지만 소년과 소녀는 깊은 물 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가 경이로운 생명체들을 만난다. 글이 없는 그림책으로 이색적이고 신비로운 그림이 이야기를 상상해 보게 하는 힘을 품고 있다. 그림이 ‘예술’에 가깝다. 1만 4800원. 줄 하나(김슬기 지음·그림, 현북스 펴냄) 제1회 앤서니 브라운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김슬기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 하나씩 모인 동물들이 작은 줄을 하나씩 이어나간다. 종내에는 그림 바깥으로 몸이 튕겨나갈 듯 다함께 줄넘기 놀이를 한다. 줄을 이어가는 재미와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1만 2000원. 골디락스와 공룡 세 마리(모 윌렘스 지음·그림, 정미영 옮김, 살림어린이 펴냄)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를 미국 아동문학상 칼데콧 아너 수상작가인 모 윌렘스가 재치있게 비틀었다. 초콜릿 푸딩을 만들어 놓고 산책을 나간 척하며 여자아이를 기다리는 공룡들의 ‘빤한 속셈’에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1만 800원. 하늘다람쥐, 집 걱정은 하지마!(녹색연합 지음, 박지훈 그림, 박병권 감수, 웃는돌고래 펴냄) 할머니네 시골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서게 되면서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한 하늘다람쥐. 동수와 용식이 삼촌은 비밀 친구 하늘다람쥐를 지켜주는 데 누구보다 열심이다. 섬세하고 유려한 수채화가 자연의 소중함을 한번 더 일깨운다. 1만 2000원.
  • 김만중문학상에 소설가 김주영

    김만중문학상에 소설가 김주영

    경남 남해군이 주최하는 제4회 김만중문학상 대상에 소설가 김주영(74)의 장편 ‘잘 가요 엄마’가 선정됐다고 작품을 펴냈던 문학동네가 4일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남해 고도에서 모정을 그리며 썼던 서포 김만중의 사모곡 집필 자세와 서울에서 모정을 그리며 쓴 김주영의 사모곡 창작 동기가 시대를 넘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평했다. 상금은 5000만원이며 시상식은 오는 11월 2일 남해군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열린다.
  • [부고] 원로 동화작가 조장희씨

    [부고] 원로 동화작가 조장희씨

    원로 동화작가 조장희씨가 3일 오후 1시 47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74세. 충북 청원에서 출생한 고인은 196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동화 창작에 힘써 왔다. 단편동화집 ‘아기개미와 꽃씨’, ‘도깨비는 심심하다’를 비롯해 장편동화 ‘꽃나라를 달리는 기관차’ 등을 출간했다. 세종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박홍근문학상 등을 받았다. 빈소는 충북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5일 오전 9시 30분이며, 장지는 청원군 강내면 선영이다. (043)269-7217.
  • 수림문학상 최홍훈씨 ‘훌리건K’

    수림문학상 최홍훈씨 ‘훌리건K’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공동 제정한 제1회 수림문학상에 최홍훈(33)씨의 장편 ‘훌리건 K’가 당선됐다. 심사위원회는 “오심에 항의하기 위해 절대 권력 포청천을 찾아가는 전직 야구 선수의 일직선 서사가 말 그대로 돌직구처럼 보인다”며 “서사를 추동해 나가는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소설가 박범신씨를 위원장으로, 소설가 정미경·전성태·정이현씨와 문학평론가 정홍수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상금은 5000만원이며 시상식은 다음 달 말에 열린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소설가 이청준 첫 창작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복간

    소설가 이청준(1939~2008)의 5주기를 맞아 그의 첫 번째 창작집 ‘별을 보여 드립니다’(열화당)가 복간됐다. 이 책에는 등단작 ‘퇴원’을 비롯해 동인문학상 수상작 ‘병신과 머저리’, ‘줄’, ‘굴레’, ‘나무 위에서 잠자기’ 등 20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1971년 일지사에서 편집장을 맡았던 이기웅 열화당 대표와 문학평론가 김현, 소설가 김승옥 등이 당시 발행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서문을 통해 “작가는 ‘이 책을 낸 뒤 언제 또 책 낼 기회가 금방 올 것인가, 이 차가 막차가 될지도 몰라’ 하는 심경이었던 것 같다”면서 “마감을 한 다음에도 빠진 원고를 가져오고 또 가져오고 해서, 책에 실릴 원고의 양은 일반 단행본의 세 권 분량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이번 복간본에는 창작집 외에 ‘별을 보여 드립니다’와 관련된 여러 글을 엮은 책도 포함됐다. 작가가 수록 작품들에 대한 생각을 적은 21편의 글과 ‘별을 보여 드립니다’에 대한 평론 4편, 작가가 쓴 자신의 연보와 자신의 문학에 관한 글, 육필 습작 노트와 12컷의 스냅 사진 등이 실렸다. 이 책을 엮은 이윤옥 문학평론가는 “‘별을 보여 드립니다’는 그때까지 쓴 거의 모든 소설을 담은 만큼 장차 넓고 깊게 확산될 선생의 문학 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면서 “언어 사회학 소설, 장인 소설은 물론 선생이 만년에 몰두했던 신화 소설도 들어 있다”고 평했다. ‘별을 보여 드립니다’의 복간본은 500질 한정으로 발행된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망라한 ‘이청준 전집’은 문학과 지성사에서 33종 34권, 5년 내 완간을 목표로 2010년부터 발행되고 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만해문학상에 조갑상, 신동엽문학상 박준·조해진

    만해문학상에 조갑상, 신동엽문학상 박준·조해진

    제28회 만해문학상에 소설가 조갑상(왼쪽·63)의 장편 ‘밤의 눈’이 선정됐다고 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창비가 30일 밝혔다. 백낙청 문학평론가 등 4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인 보도연맹 사건을 소재로 역사적 사실을 힘 있고 실감 나는 서사로 형상화해 낸 귀한 열정과 공력을 높이 사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제31회 신동엽문학상에는 박준(가운데·30) 시인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소설가 조해진(오른쪽·37)의 장편 ‘로기완을 만났다’가 뽑혔다. 상금은 만해문학상 2000만원, 신동엽문학상 1000만원이다. 시상식은 11월 말 열린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66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80대 ‘일기의 달인’

    66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80대 ‘일기의 달인’

    80대 노인이 66년째 일기를 쓰고 있다.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 사는 우건석(86)씨는 19살인 1947년 1월 1일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써 오고 있다. 우씨가 그동안 써 온 일기장은 노트 66권. 라면 상자 3~4개 분량이다. 그의 일기장들은 누런 갱지로 된 공책에서부터 최고급 다이어리까지 세월의 흔적을 대변한다. 그가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 것은 서울로 혼자 유학을 가면서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우씨는 상경해 낮에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사환으로 일하고 밤에는 서울역 근처 야간 중학교(당시 조양중학교)에 입학해 공부했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국문과 전문부에 입학했다. 하지만 6·25전쟁이 터지면서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쫓기다시피 내려갔다. 전쟁 속에서도 그의 일기는 멈추지 않았다. 메모지에 적었다가 나중에 일기장에 옮겼다. 그는 전쟁 중에 인민군에게 붙잡혀 몸수색을 당하는 과정에서 이 메모지가 나와 간첩으로 오인받기도 했다고 한다. 2년간 국어 교사 생활을 했고 7년간 양잠 협동조합장 등을 지내는 등 삶의 변화가 적지 않았지만 일기장은 항상 그의 곁에 있었다. 수십년간 일기를 쓰면서 글솜씨가 늘어 2010년 문학저널 73회 신인 문학상과 2011년 청산문학 제5기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우씨의 자녀들은 2005년 3월 우씨의 일기를 모아 ‘나의 육십년사’라는 제목으로 책자를 만들어 선물했다. 우씨는 “일기장에는 선거 같은 국가적으로 큰 일과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신 일 등 개인적인 것까지 모두 적혀 있어 제 인생의 복사판”이라면서 “청소년들도 일기를 쓰면서 자기를 반성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씨는 충주시가 시민들의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마련한 ‘충주시판 기네스’에 응모해 충주 최고 기록왕에 도전한다. 충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책꽂이]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윤옥 지음, 학고재 펴냄) 문학평론가의 눈으로 바라본 화가와 그들의 작품에 관한 책. 문학과 미술사조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중견화가 서용선, 정종미, 박성태, 서용, 김선두 등 작가 5명의 예술관과 인생을 소개한다. 304쪽. 2만 3000원. 여행, 인생을 유혹하다(이석연 지음, 까만양 펴냄) 전 법제처장 이석연 변호사의 지구촌 역사문화탐사기. 안달루시아의 흥망성쇠를 찾아 떠난 스페인 여정, 풍요와 비극의 역사를 간직한 미얀마 여행, 가족과 함께한 북유럽 인문탐사기행 등이 실렸다. 360쪽. 1만 5000원. 왕과 나(이덕일 지음, 역사의 아침 펴냄) 역사학자 이덕일이 쓴 권력의 2인자, 왕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 김유신부터 홍국영까지 킹메이커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이끈 11가지 핵심 코드를 짚는다. 376쪽. 1만 6000원. 에코 크리에이터 디자인(김대호 지음, 아이엠북 펴냄) 먹을 수 있는 커피 잔 ‘쿠키 컵’, 물에 녹는 쇼핑백 ‘클레버 리틀 쇼퍼’, 휴지 낭비를 줄이는 화장지 ‘스퀘어드 토일릿 페이퍼’ 등 인류와 지구의 아름다운 조화를 꿈꾸는 착한 디자인 혁명을 소개한다. 268쪽. 1만 4000원. 창조적 지성(브루스 누스바움 지음, 김규태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디자인 혁신으로 유명한 브루스 누스바움 파슨스 디자인스쿨 교수가 문화의 필수 요소로 거론되는 창조성의 실체를 분석했다. 지식 발굴, 틀짜기, 즐기기, 만들기, 중심 잡기 등 창조적 지성의 다섯 가지 능력을 소개한다. 464쪽. 2만 5000원. 국제유대인,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헨리 포드 지음, 김현영 옮김, 리버크레스트 펴냄) 포드 자동차 회사의 창립자 헨리 포드가 1922년 출간한 책으로, 자신이 소유한 주간지에 2년간 연재한 유대인에 대한 글들을 묶었다. 반유대주의를 선동하는 그의 글들은 아돌프 히틀러가 애독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800쪽. 4만 2000원. 연백(함동선 지음, 작가세계 펴냄) 원로시인인 함동선(73) 중앙대 명예교수의 신작 시집. 황해도 연백군에서 제목을 따온 표제시를 비롯해 연작시 ‘백두대간’ 등 생태주의적 역사의식이 담긴 시 50여편이 수록됐다.122쪽. 9000원.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철학아카데미 지음, 동녘 펴냄) 사르트르, 레비나스, 바르트부터 라캉, 알튀세, 데리다, 들뢰즈까지 12명의 프랑스 철학자들을 국내 상황에 맞춰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소개한 철학 입문서. 대안철학 학교인 철학아카데미가 지난해 주최한 프랑스 현대철학 강의 내용을 정리해 엮었다. 416쪽. 1만 8000원. 달나라 소년(이언 브라운 지음, 전미영 옮김, 부키 펴냄)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의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희귀성 유전병을 안고 태어난 아들 워커를 키우는 외롭고 고단한 여정에서 인간의 존재 이유와 근원적 가치를 묻는다. 2010년 캐나다 3대 문학상을 석권했다. 376쪽. 1만 4800원. 앙드레 씨의 마음 미술관(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이세진 옮김, 김영사 펴냄) 렘브란트, 모네, 홀바인 등 화가들이 그린 명화를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는 명상서이자 심리치료서. 프랑스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26점의 명화를 통해 불교식 명상과 심리 치유 방법을 소개한다. 344쪽. 1만 5000원. 공자전(바오펑산 지음, 이연도 옮김, 나무의철학 펴냄) 중국의 공자 연구가 바오펑산(鮑鵬山) 상하이 카이팡대 교수의 공자 연구서. 공자의 생애와 사상은 물론 인격 등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실증적,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400쪽. 1만 8000원.
  • [부고] 한국 현대시조의 거장 정소파

    [부고] 한국 현대시조의 거장 정소파

    한국 현대시조의 거장 정소파옹이 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101세. 1912년 광주 남구 사동에서 출생한 정옹은 송정공립보통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1930년 18세의 나이로 월간 종합문예지 개벽에 ‘별건곤’(別乾坤)을 게재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57년 개헌절 경축 전국 백일장에서 시조부문 대통령상인 장원을 차지했다. 고인은 시조집 ‘산창일기’, 시집 ‘마을’, 동시집 ‘정소파 동요동시집’, 수필집 ‘그리움과 사랑의 앙금’ 등을 펴냈다. 동갑인 문인 백석(1912∼1995), 김용호(1912∼1971), 이호우(1912∼1970) 등과도 교우하며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전남도청, 광산군청에서 근무했으며 북성중, 전남중에서 교편도 잡았다. 광주시는 ‘정소파 문학상’ 제정을 추진해 15일 광주시의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유족으로는 건우(전 광주일고 교사), 건주(한전 영광원전 부장), 건양(회사원)씨 등 3남5녀가 있다. 빈소는 광주시 동구 남도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1일 오전 9시, 장지는 광주 영락공원. 010-3452-4044.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문단데뷔 40년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

    [김문이 만난사람] 문단데뷔 40년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

    그의 집은 ‘와초문학뜰’이다. 뜰 바로 아래에는 조용히 출렁이는 탑정호(塔亭湖)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잔디 마당에는 조각가 류훈의 작품 ‘오늘 저녁 술 한잔 어때요’가 있다. 이 조각은 세 명의 인간형상이다. 하나는 담배를 피우며 시름에 빠진 중년의 노동자이고 나머지 둘은 서로 떠들다가 ‘술 한잔 하자’는 자세를 취하며 어른을 바라보는 젊은 노동자이다. 집 뒤에는 작은 정자가 있다. ‘흐르고 머무니 사람이다’(流留亭)라는 문패가 그럴듯하게 걸려 있다. 그가 직접 쓴 글씨로 새겨넣었다. 얼핏 보아도 붓글씨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의 부인은 10년 동안 서예공부를 했다. 부인이 그가 쓴 ‘흐르고 머무니~’를 보더니 “10년 공부한 사람보다 더 잘쓰면 어떡하느냐”며 한동안 삐쳤다(?)고 한다. 정자 바로 앞에는 앙증맞은 작은 계곡이 있다. 물이 졸졸 흐르고 붕어새끼들이 이리저리 뛰놀기에 딱이다. 정자에서 몇 발짝 걸어가면 텃밭이 있다. 상추와 고추 등 푸성귀들이 자라고 있다. 글을 쓰다가 소일거리로 잠깐씩 들러 자라는 식물과의 대화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곳이다. 시간과 공간이 흐르는 곳,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홀로 가득 차고 따뜻이 비어 있는 집’이다. 이 집은 팬들을 위해 ‘행복한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1년에 봄, 가을 두 번 공개한다. 그럴 때면 전국 각지에서 200여명이 찾아온다. 글을 써서 인세로 장만한 집일까. “논산시에서 임대해 준 것이고 임대료는 내지 않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집필실은 1층과 2층에 있다. 1층은 정자가 바라보이는 곳이고 2층은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 최근 ‘와초문학뜰’에서 문단 데뷔 40년이 되는 해에 40번째 장편소설 ‘소금’을 썼다. ‘은교’ 이후 홀연히 고향 논산으로 내려간 그가 2년여의 침묵 끝에 발표한 작품이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와 ‘비즈니스’로 연결되면서 자본의 폭력성에 대한 ‘발언’을 모아 펴낸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거대한 자본의 세계 속에서 가족들을 위해 ‘붙박이 유랑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그래서 가출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달 26일 고향에서 첫 작품을 쓴 박씨와 와초문학뜰에서 만났다. 늘 그렇듯이 편하고 허름한 옷차림이다. 마당에서 만남이 이루어지다 보니 정자 얘기부터 먼저 나왔다. “원래는 마음 심(心)자를 써서 ‘심유정’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뻥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이 머무는 적은 없어요. 그래서 흐를 유(流)자로 바꿨더니 뻥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지요. 원래 붓글씨를 배워 본 적이 없는데 제가 직접 먹을 갈고 화선지에 쓰고 현판에 새겨 달아놓았습니다.” 머물고 흐르는 것이 곧 마음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잠시 후 배도 고픈데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미리 와 있던 두 명의 손님과 함께 인근 민물고기 매운탕집으로 옮겼다. 식당 주인이 그를 단골손님처럼 반긴다. 그는 자리에 앉으면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닭도리탕’과 ‘매운탕’을 주문하고 “막걸리 두 병과 소주 한 병 주세요”라고 했다. 주종과 주량을 물었더니 “오늘은 속이 별로 안 좋아 막걸리 두어 잔만 하겠다”고 말한다. 술은 많이 마시지 못하지만 잠자기 전 소주 반 병 정도나 과실주를 주로 마신다고 했다. 2년 동안 고향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원래는 고향으로 내려올 생각을 안 했는데 하루는 40대의 젊은 시장이 ‘형님, 고향으로 오시죠’라고 해요. 그 형님 소리가 듣기 좋더라구요.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여기에서 2년 동안 살면서 금강문화권을 다시 공부했습니다. 탑정호수 건너편에 황산벌이 있습니다. 계백이 깨진 곳이지요. 이 금강문화권은 또 백제와 후백제의 멸망, 그리고 동학군이 최후를 맞이한 곳이기도 합니다. 원혼이 많아 한밤중에 귀신이 자주 나타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단다. 밤에 술을 마시고 마당에 앉아 있는데 누가 절뚝거리며 다가오더라는 것. 누구냐고 했더니 ‘계백 장군 똘마니 장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안 가고 그러고 있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장수는 ‘계백 장군을 버리고 갈 수 없어서’라고 했단다. 얘기를 흥미롭게 듣다가 웃으면서 패망한 군인들의 원혼과 함께 있어서 외롭지 않겠다고 했더니 “뼛골만 있어도 생명을 불어넣고 그런 것이 작가가 아니냐.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묻혀 있는 곳이다. 2년 동안 고향사랑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술 한 잔을 마시고 담배 한 대를 입에 문다. “어린 시절 가난했던 추억만 가지고 있어서 고향에 오기가 싫었는데 지금은 아니다”라며 잠시 창밖을 바라본다. 40번째 장편소설 ‘소금’에 대해 얘기한다. “과거에는 어머니들이 희생했다면 요즘은 아버지들입니다. 베이비부머 시대의 아버지들이 쓸쓸하고 외롭습니다. 가부장의 권위도 해체되고, 아버지는 늘 자식을 위해 과실을 따오고 30대의 장성한 자식조차 여전히 아버지 등에 빨대를 꽂아 과실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거대한 소비문명이 자식들을 빼앗아 갔습니다. 이것은 건강하지 못한 사회입니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어디에서 부랑하고 있는지, 지난 반 세기동안 무엇을 얻었고 잃었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들이 젊었을 때에는 자식을 위해 수시로 돈을 뺄 수 있는 통장 역할을 하고 나이 들어서는 보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 소설은 가족을 버리고 끝내 ‘가출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거대한 폭력과 쓸쓸함을 비판하면서 특정한 아버지가 아닌 동시대를 살아온 ‘아버지1~아버지10’을 다루고 있다. 애당초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싶어 시작한 소설인데 정작 젊은이들에게 반발을 일으킬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며 웃는다. ‘은교’의 경우 시간의 반란을 그리기 위해 남자 주인공을 원래 77세로 설정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젊은이들이 읽지 않는다며 65세로 해달라고 했다. 겨우 타협점을 찾은 것이 70세. 뚜껑을 열었더니 예상과 달리 20대 여자들이 책을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번에 쓴 ‘소금’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소금’은 지금까지 7만부를 찍었다. “요즘 글을 쓰는 사람은 많고 독서 인구는 그에 비해 적어요. 예를 들어 문학책이 10만부가 팔렸다고 할 때 문학을 알고 사는 사람은 2만명, 나머지 8만명은 사회적 이슈이거나 자극적인 데서 책을 구입합니다. 5만 독자를 유지한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문학은 작업”이라고 말하면서 우리 수준이 문화적으로 높아져야 잘못된 제도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소설이란 마라톤과 같으며 빈틈없는 전략으로 뒤집기를 잘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요즘 작가들은 스타트는 좋으나 체력이 문제라면서 “소설이란 걸어갈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해야 하며 달의 뒷면, 어두운 면까지 가는 것이 문학”이라고 설명한다. 정신적인 끈기와 투지가 있어야 하며 작가의 뒷심이 약하면 시대를 바라보는 뒷심 또한 약한 것이라고 한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정보에 의존해 쓰다 보니 이야기를 확실히 장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그는 신문을 잘 안 본다고 했다. 나머지 인생을 굳이 정보에 의존해서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순간 달의 뒷면을 볼 수 있는 직관력으로 살아가려고 한단다. “30대에는 사랑받고 싶어 넓이에 정체성을 두고 글을 썼고 40대를 넘기면서 깊이를 추구했습니다. 치열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글을 써오는 동안 벌써 40년 연애한 것처럼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저 자신에게 아직도 순정주의 문학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연애한다고 생각하니 행복합니다.” 그는 히말라야 등정을 15차례나 했다. 존재의 등반이다. 자신의 내면 속으로 걷기, 초월적인 세계를 실감하기, 인간의 갈망이 있는 그곳에서 불멸과 순간, 현세적 삶과 초월적 삶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 ‘비우니 향기롭다’, ‘나마스테’, ‘촐라체’ 등이 이 같은 산악 세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금도 걷는 것은 누구보다도 자신있어 한다. 앞으로 그의 ‘문학적 걷기’는 어떻게 될까. “여기 올 때 고전소설 몇십 권을 가져왔는데 다시 틈틈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밀란 쿤데라 작품도 읽어봤고, 아마 다음은 역사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조선 후기 노론의 기반이 되는 곳이 바로 논산이거든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생활의 모토에 대해 물었더니 ‘가난한 밥상’과 ‘쓸쓸한 배회’라고 했다. 달랑 물에 만 밥과 김치를 먹으며 육체와 정신의 기름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박범신은 누구 194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원광대 국문과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8년까지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단편 소설을 발표하며 문제작가로 주목받았다. 1979년 장편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등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주요 장편소설로는 ‘불의 나라’,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 ‘촐라체’, ‘고산자’, ‘은교’,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비즈니스’ 등이 있다. 김동리문학상(2001년), 만해문학상(2003년), 한무숙문학상(2005년), 대상문학상(2009년) 등을 수상했다. 현재 상명대 석좌교수로 있다.
  • [책꽂이]

    누가 내 머릿속에 브랜드를 넣었지?(박지혜 지음, 뜨인돌 펴냄) ‘소비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10대들은 광고와 브랜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미디어의 발달과 또래 연예인의 등장으로 구매력이 커진 청소년들에게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려는 기업들의 전략과 꼼수를 알려준다. 현명한 소비자로 자라나는 법을 귀띔하는 저자는 한국외대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초등생 딸을 둔 엄마다. 1만 2000원.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문혜진 지음, 이수지 그림, 비룡소 펴냄) ‘우리 아기도 방귀쟁이/걸을 때도 뿡뿡/웃을 때도 뿡뿡/까르르 까르르 뿡뿡’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인인 문혜진이 애정 어린 입말과 재미난 의성어, 의태어로 써내려간 동시집이다. 생동감 넘치는 그림은 뉴욕타임스 우수 그림책 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의 솜씨다. 1만 3000원. 엄마, 자?(소피 블래콜 지음, 김경연 옮김, 현암사 펴냄) “엄마 자?” “왜 자?” “왜 졸려?” “왜 아직 밤이야?” 깊은 밤 문득 잠에서 깬 에드워드는 곤히 잠든 엄마를 깨운다. 호기심 넘치는 에드워드의 질문 세례는 도돌이표를 그리며 밤새 이어진다. 말문이 트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포근한 글과 그림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1만원. 자질구레 신문(김현수 지음, 홍선주 그림, 한겨레아이들 펴냄) 욱이는 지하철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가 보여 준 ‘자질구레 신문’을 통해 다양한 이웃의 삶을 만나게 된다. ‘쭝끄빤썸’의 중국집 배달부 종철이는 터널 공사를 반대하며 경찰과 용역에 맞서느라 굶은 사람들에게 배달을 하다 지원군을 얻게 된다. 어린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통찰을 길러 주는 단편집이다. 9000원.
  • 영어 좀 한다고 막하면 쓰나… 번역도 엄연한 문학인데

    영어 좀 한다고 막하면 쓰나… 번역도 엄연한 문학인데

    “‘프린스’(prince)라고 하면 우리는 다 왕자라고 번역하죠? 하지만 영화나 소설에서 프린스가 왕자인 경우는 10분의1도 안 돼요. ‘벤허’에선 족장이고 마키아벨리 저서에선 군주, ‘전쟁과 평화’에서는 대공이라는 뜻이죠. 미남, 동네왕초라는 뜻도 있고 이렇게 프린스의 의미가 15가지나 되는데 우리는 한 가지만 외워 놓고 10가지를 써먹으려 하는 거지.” 이윤기와 함께 ‘1세대 번역가’로 꼽히는 소설가 안정효(72)의 입에서 오역 사례가 줄줄 나왔다. “번역도 문학”이라고 믿는 그에게 단어의 한 가지 뜻에만 기대어 언어의 깊은 감각을 간과하는 오역은 분통 터지는 일이다. 그래서 40여년 번역 인생을 집대성한 책을 펴냈다. 10년간 수집한 3000여편의 영화 자료, 2000여개의 오역 사례를 모은 ‘안정효의 오역사전’(열린책들)이다. 832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은 그의 표현을 빌자면 ‘편집자들이 몇명이나 나가떨어진 목침만 한 책’이다. 그는 “영어 조금 한다고 푼돈이나 벌어야지 하고 번역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좋은 직업을 엉터리로 해서 되나 하는 생각에 진짜 교과서, 성경 쓰는 기분으로 썼다”고 했다. “사람들이 가장 착각하는 게 뭐냐면 난 영어를 잘하니까 번역하겠다는 거예요. 샘 해밍턴이 한국말 잘한다고 번역 잘할 것 같아요? 어림도 없어. 번역은 우리말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하는 거죠.”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에서는 ‘닥터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그리스에서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소명의식을 갖고 번역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게 훌륭한 작가들이 번역을 하는데 우리는 그냥 무성의하게 한글로 옮기면 되는 줄 알아요. 번역의 개념이 없던 초창기엔 책 하나를 6~7명에게 나눠서 번역을 시키고, 문장을 마음대로 자르고 고치는 출판사들과 싸움도 많이 했죠.” 1970년대 중후반 영자지 문화부장을 지낸 그를 번역의 길로 이끈 건 당시 ‘문학사상’ 주간이었던 이어령 선생이었다. 그가 대학 시절 영어소설을 7편이나 썼다는 소문을 듣고 197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패트릭 화이트의 ‘폭풍의 눈’ 번역을 맡긴 것이다. 그는 꼬박 밤을 지새워 하루 만에 원고지 100장 분량의 번역본을 넘겨 이어령을 놀라게 했다. “몇 달 뒤에 문학사상에서 ‘백년동안의 고독’을 연재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원래 하기로 했던 스페인어 번역자가 못하겠다고 나가떨어진 거야. 시간은 촉박하니 나한테 영어책으로 번역해 달라고 한 거죠. 그런데 번역이라는 건 쉬었다가 하면 안 돼. 내친김에 해야 얘기가 연결이 되지. 원고지 3000장짜리를 40일 동안 해서 007가방 2개에 넣어 갖다줬어요. 이어령 선생님이 깜짝 놀라서 직원들한테 ‘야, 그거 앞뒤 줄거리 맞나 읽어 봐라’ 고 하셨죠(웃음).” ‘가시나무새’, ‘캐치 22’ ‘가브리엘라’ 등 그가 먼저 출판사에 출간을 제안해 국내에 소개한 해외 명작도 부지기수다. 그도 그럴 것이 서강대 재학 시절 그는 영문학 교수였던 외국인 신부가 인정하는 ‘원서 킬러’였다. 방학 때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도서관에 나가 서가의 책을 모두 읽어 치웠다. 더 읽을 것이 없자 손을 댄 게 영어 원서였다. “학생들이 ‘어떻게 해야 영어를 잘해요?’하고 물으면 신부님은 ‘안정효처럼 하라’고 하셨대요. 저한텐 영어 수업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요. 배울 게 없으니까.”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자기 관리에 엄격하다. 매일 새벽 3~4시에 일어나 오전 10시까지 일에 매진한다. “자유업이라는 게 사장도 없지, 자기 마음대로 아니에요? 그러니 내가 스스로 통제해야지. 하루 할 일을 정해 놓고 어겨본 적이 없어요.” 재게 움직이는 건 아직도 구상해 놓은 책이 한가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펴낸 소설 ‘솔섬’에서 갈라진 얘기를 장편소설 ‘선지자’로 낼 계획이고, ‘할리우드 키드’라는 별명을 지닌 영화광인 만큼 세계 명배우 열전도 펴낼 생각이다. 만화가였던 예전 꿈을 살려 만화수상록도 내고 싶다는 그는 문득 빵 얘기를 꺼냈다. “좋은 빵을 만들려고 밀 농사를 직접 짓는 제빵사가 있더군요. 번역도 그렇게 공을 들여야 좋은 문학이 나와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군인이자 문인이에요

    군인이자 문인이에요

    소설책을 읽기에도 정신적·육체적으로 버거울 법한 현역 장병이 아예 소설집을 출간해 화제다. 국방대학교 근무지원대 소속 김원재(23) 육군 상병이 주인공이다. 김 상병은 최근 ‘숲 속의 푸른 조약돌’, ‘티모시’, ‘츠루바시씨의 우메’ 등 5개의 단편과 1개의 중편으로 구성된 ‘구름을 칠하는 사람들’(왼쪽·라온북)이라는 제목의 소설집을 출간했다. 그는 지난해 ‘제11회 병영문학상’ 단편소설 부문에 응모해 ‘전장에 드리운 석양 앞에서’라는 제목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미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현역 소설가다. 김 상병은 23일 “개인 정비 시간, 일과 후 휴식시간 등을 활용해 글을 썼다”면서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좋은 글을 쓰기보다는 진솔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 상병은 판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도 병영문학상 상금 300만원을 국방대 인근 고아원 등에 기부했다. 김 상병은 한국외대 부속 용인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을 다니다가 입대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이정록시인 윤동주문학상 수상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는 제8회 윤동주문학대상 수상자로 이정록(49) 시인이 선정됐다고 23일 밝혔다. 수상작은 ‘영혼의 거처’ 등 시 10편이다. 젊은작가상은 김병호(42) 시인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오는 9월 28일 열리며 상금은 각각 1000만원, 300만원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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