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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갑다! 문학 거장의 기묘함

    반갑다! 문학 거장의 기묘함

    독특한 서술 방식을 구사하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나란히 나왔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조제 사라마구(1922~2010)의 장편소설 ‘카인’(해냄)과 ‘작은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안데르센상 작가상을 받은 우에하시 나호코(54)의 장편소설 ‘사슴의 왕’(전 2권·문학사상)이다. ‘카인’은 우화적 수법과 환상적 요소 등으로 구약성서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2009년 포르투갈어로 출간된 이후 27개국에 번역 소개됐다. 인간의 죄와 회개를 촉구하는 데 거론되는 ‘죄지은 자’ 카인의 눈을 통해 신의 존재와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고 인간 세상을 되돌아본다. 카인은 구약성서 창세기 4장에 나온다. 동생 아벨을 죽인 죄로 하나님에 의해 이마에 낙인찍힌 뒤 놋 땅으로 쫓겨났다. 소설은 카인이 10여년 동안 떠돌면서 창세기 속 사건을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카인에게 비치는 하나님의 형상은 결코 너그럽지도, 자애롭지도 않다. 아들을 희생양으로 바치라는 여호와의 명령을 따르는 아브라함의 모습, 하늘에 닿고자 거대한 탑을 쌓는 사람들을 향해 여호와가 허리케인으로 한 일, 아이들의 머리 위로 불과 유황을 내리는 광경, 시나이라고 불리는 산기슭에 모인 수많은 사람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섬겼다가 그 죄로 죽임을 당하는 사건 등을 겪으면서 카인은 계속해서 하나님의 존재를 되묻는다. ‘사슴의 왕’은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를 연상하게 하는 판타지 소설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한정된 시간 속에서 우리가 타인과 어떻게 어우러져야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를 파고들었다. 소설은 ‘반’과 ‘유나’, ‘사에’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반과 유나는 죽음의 시간을 함께 견디며 살아남은 동지 관계이고, 반과 사에는 쫓고 쫓기는 관계다. 작가는 소설 속 모든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도록 서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 공간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 작품 속 숲, 마을, 인물들, 사건 장면들이 이미지로 그려진다. 출판사 측은 “세밀한 묘사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구성,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유머가 마지막 책장까지 확인하게 한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2016 신춘문예 시-당선소감] 詩는 주저앉은 나를 일으켜 세우며 내게로 온다

    [2016 신춘문예 시-당선소감] 詩는 주저앉은 나를 일으켜 세우며 내게로 온다

    여러 해 전 도시 생활을 접고 이곳 시골에 둥지를 틀었다. 우리에게 온 햇빛과 바람과 풀 한 포기, 아이들과 내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지를 자연에서 배운다. 그것은 소리 없이 물처럼 내게 스며든다. 어떤 과장도 억지도 없이 나를 불러 세우고 일으켜 세운다. 나는 내게 온 어떤 것도 가꿀 줄 몰랐다. 남편도 아이도 부모와 형제도 하물며 이름 없는 풀이며 벌레며 이웃들이랴. 내가 짓고 있었던 것은 시가 아니라 몽상가의 잠꼬대였고 허세였다. 내가 아닌 타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나무와 풀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마음을 읽고 나누고 드디어 그들이 되는 것, 오늘도 햇빛과 바람과 나무들의 살림살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시를 사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시는 나보다 먼저 내게 닿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게 했다. 몸이 없던 내게 몸을 입혀 수도꼭지를 틀어 밥공기를 닦게 하고 바닥을 훔치게 했다. 밭고랑에 남아 있던 애기파가 등 뒤에 내려앉는 눈을 털어내고 있다. 주저앉아 있던 나를 애기파 한 포기가 가만히 일으켜 세운다. 시는 늘 그렇게 내게로 온다. 시를 쓰기에 앞서 언제나 정직해야 한다고 일깨워주신 이영진 선생님, 내게 온 모든 인연들과 하나 되어 서로를 가꾸어 나가는 것이 시 쓰는 노릇임을 마지막까지 잊지 않으려 한다. ▲1961년 경남 거창 출생 ▲2011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상
  • 세명의 소설가와 한명의 건축가, ‘문학의 공간’을 말하다

    소설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아가는 곳, 즉 공간은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세 명의 젊은 소설가와 건축가가 모여 ‘문학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소설가 김봄, 서현경, 장성욱 그리고 건축가 이덕종이 그들이다. 이번 기획을 맡은 소설가 김봄은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을 했고, 소설가 서현경은 2011년 문화일보로, 장성욱은 2015년 조선일보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되며 문단에 얼굴을 내밀었다. 건축가 이덕종은 AA School을 졸업했고, 현재는 BCHO Architects에서 건축가로 일하고 있다. 3강에는 하성란 작가의 특강이 마련되어 있다. 소설가 하성란은 1997년 서울신문을 통해 등단했으면, 동인문학상과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으며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견 작가이다.  이번 강의는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지원 선정작으로 1강에서는 소설 속 ‘방’을 중심으로 이상의 ‘날개’ 속 33번지 방에서부터 박민규의 ‘갑을고시원체류기’의 고시원까지 문학 안에 나타나는 ‘방’의 변천사와 더불어 건축 분야에서는 방을 어떻게 형상화하는지를 살펴본다. 2강은 소설 속 감각의 공간인 환상적 공간과 더불어,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건축이 어떠한 방식으로 인간의 감각과 조우하는지를 조명한다. 3강에서는 하성란의 ‘곰팡이 꽃’과 ‘옆집 여자’ 속에 그려진 집합공간에 대해 소설을 집필한 작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매주 강의의 끝에는 자신이 살고 싶은 공간을 직접 디자인해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강의는 연희문학창작촌의 협찬으로 연희문학창작촌 미디어랩실에서 각각 1월 9일, 16일, 23일 세 번에 걸쳐 오후 3시부터 세 시간 동안 진행되며, 수강료는 2만원, 강의 신청 및 문의는 kimbom0519@gmail.com을 통해 할 수 있다.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대체 별의 물질을 어떻게 알아냈을까?-답은 별빛에 있다

    [이광식의 천문학+]대체 별의 물질을 어떻게 알아냈을까?-답은 별빛에 있다

    빛은 낮을 축복하고 어둠은 밤을 성스럽게 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루이 암스트롱('what a wonderful world') ​뉴턴의 물리학이 등장한 후 사람들은 지상의 물리학이 천상의 세계에도 그대로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태양과 천체들은 지구 물질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더 이상 효력을 가질 수가 없었다. 천문학자들은 태양의 크기와 거리를 측량했고, 만유인력 방정식으로 그 질량을 알아냈다. 자그마치 지구 질량의 130만 배였다. 여기서 당연한 의문이 제기된다. 태양을 이루고 있는 물질은 무엇인가? 무엇이 저렇게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는가? 만유인력의 법칙이 우주의 모든 천체에 보편적으로 적용된다손 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들이 모두 똑같은 기본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증명은 되지 않는 것이다. ​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듯이 보였다. 직접 그 천체의 일부를 채취해와서 화학적으로 분석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1835년, 프랑스의 실증주의 철학자 콩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밝혀진 모든 것을 가지고 풀려고 해도 결코 해명할 수 없는 수수께끼가 있다. 그것은 별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하는 문제이다.” ​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철학자는 좀 신중하지 못했다. ‘절대 불가능하다’란 말은 참 위험한 말이다. 콩트가 죽은 지 2년 만인 1859년, 하이델베르크 대학 물리학자 키르히호프가 태양광 스펙트럼 연구를 통해, 태양이 나트륨, 마그네슘, 철, 칼슘, 동, 아연과 같은 매우 평범한 원소들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이 ‘빛’의 연구를 통해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곳의 물체까지도 무엇으로 이루어졌나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라운호퍼, “그는 별을 가까이했다!” 키르히호프의 스펙트럼을 얘기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어느 불우한 유리 연마공의 라이프 스토리에 잠시 귀 기울여보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이 무학의 유리 연마공이 이미 한 세대 전에 키르히호프의 길을 닦아놓았기 때문이다. 그가 요제프 프라운호퍼(1787~1826)다. 유리공장에서 일하면서 광학과 수학을 독학으로 공부하여 망원경 제작자가 된 프라운호퍼는 스펙트럼의 색들이 유리의 종류에 따라 어떻게 굴절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망원경 앞에 프리즘을 달았다. 역사상 최초의 분광기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실험에서 프라운호퍼는 그의 이름을 불멸의 것으로 만든 놀라운 검은 띠들을 발견했다. 빛의 성질에서 유래한 '프라운호퍼 선'을 발견한 것이다. ​ 그는 태양 이외의 천체에 대해서도 스펙트럼 조사를 했다. 달과 금성, 화성을 분광기에 넣었을 때도 똑같은 선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망원경을 항성으로 겨누었을 때는 상황이 달랐다. 별마다 각기 특유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이다. ​ 그는 햇빛 스펙트럼의 세밀한 조사를 통해 모두 324개의 검은 선을 발견했는데, 이 선들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끝내 알 수 없었지만, 이것이야말로 저 천상의 세계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밝혀낼 수 있는 열쇠로서, 19세기 천문학상 최대의 발견이었던 것이다. 프라운호퍼의 암선이 뜻하는 것은 그로부터 한 세대 뒤 키르히호프에 의해 완벽하게 해독되었다. 불운한 사나이 프라운호퍼는 오래 살지 못했다. 불우한 환경 탓에 어렸을 때부터 유리공장에서 혹사당한 바람에 유리가루로 인한 진폐증으로 일찍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겨우 39살이었다. 그러나 그는 프라운호퍼 선으로 우주를 인류 앞에 활짝 열어젖힌 천문학사의 거인이었다. ​ 프라운호퍼는 뮌헨 시내 라이헨바흐의 묘 옆에 묻혔다. 그의 묘비에는 “그는 별을 가까이했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 태양을 해부한 사나이​ ‘별의 물질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한 콩트의 말을 보기 좋게 뒤집은 키르히호프는 칸트가 태어난 지 꼭 백년 만인 1824년 칸트의 고향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쾨니히스베르크 알베르투스 대학에서 전기회로를 연구하고, 졸업 후 하이델베르크 대학 교수로 갔다. ​ 거기서 키르히호프는 분젠과 함께 여러 가지 원소의 스펙트럼 속에서 나타나는 프라운호퍼 선의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유황이나 마그네슘 등의 원소를 묻힌 백금막대를 분젠 버너 불꽃 속에 넣을 때 생기는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는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키르히호프는 각각의 원소는 고유의 프라운호퍼 선을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말하자면 원소의 지문을 밝혀낸 셈이었다. ​ 이어서 그에게 영광의 순간이 찾아왔다. 나트륨 증기가 내보내는 빛을 분광기를 통하게 하니, 그 스펙트럼 안에 두 개의 밝은 선이 나타났다. 프라운호퍼가 제작한 지도와 대조해보니 그 선들이 D1, D2의 장소와 일치했다. 프라운호퍼가 나트륨 화합물을 태웠을 때 발견한 두 개의 밝은 선에 붙여놓은 기호들이었다. ​ 여기서 키르히호프는 그의 선배보다 한걸음 더 나갔다. 나트륨 불꽃을 통하여 태양빛을 분광기에 넣었더니 스펙트럼 안의 밝은 선이 있었던 장소가 어두운 D선으로 바뀌는 게 아닌가! 이는 어떤 특정한 파장의 빛이 나트륨 가스에 흡수되어 버렸음을 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D선은 태양 주위에 나트륨 가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 그는 “해냈다!”고 외쳤다. 이것이 바로 반세기 전 프라운호퍼가 그토록 알고 싶어한 수수께끼였던 것이다. 별의 수수께끼는 모두 별빛 속에 답이 있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주팽창이라든가 우주의 진화 같은 것들도 모두 별빛이 가르쳐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별빛이 없었다면 천문학은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를 포함해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살리는 것도 태양이라는 별빛 아닌가. ​ 키르히호프는 다음 과제로, 태양광 스펙트럼에서 보이는 검은 선들이 어떤 원소들의 것인가를 조사한 결과, 마그네슘, 철, 칼슘, 동, 아연 같은 원소들을 찾아냈다. ​ 콩트가 죽은 후 2년 뒤인 1859년, 그는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이로써 키르히호프는 태양을 최초로 해부한 사람이 되었고, 항성물리학의 기초를 놓은 과학자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태양이 무엇을 태워 저처럼 막대한 에너지를 분출하는지, 그 에너지 원이 밝혀지기까지는 아직 한 세기를 더 기다려야 했다. ​ 키르히호프는 2년 뒤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새 원소 루비듐과 세슘을 발견하는 등, 천문학과 물리학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전기회로와 열역학 분야에 서로 다른 두 개의 키르히호프 법칙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여담이지만, 키르히호프가 이용하는 은행의 지점장이 자기 고객이 태양에 존재하는 원소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한마디 내뱉었다고 한다. “태양에 아무리 금이 많다 하더라도 지구에 갖고 오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훗날 키르히호프가 분광학 연구업적으로 대영제국으로부터 메달과 파운드 금화를 상금으로 받게 되자 그것을 지점장에게 건네며 말했다. “옜소. 태양에서 가져온 금이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우리 여인네들의 ‘누비 바느질’, 한·사랑 담긴 묘한 서정

    우리 여인네들의 ‘누비 바느질’, 한·사랑 담긴 묘한 서정

    소설가 김숨(41)이 재봉틀(미싱)의 등장으로 맥이 끊겼던 ‘누비 바느질’을 문학으로 오롯이 되살렸다. 일곱 번째 장편소설 ‘바느질하는 여자’(문학과지성사)에서다. 작가는 “바늘, 바느질 그 자체가 모티브가 됐다. 바늘은 그 자체에 무궁무진한 서사와 상징을 갖고 있고 바느질하는 행위도 묘한 서정이 있다”고 말했다. 소설은 3㎝의 누비 바늘로 3㎜의 바늘땀을 손가락이 뒤틀리고 몸이 삭도록 끊임없이 놓는 ‘수덕’과 그녀의 딸들이 우물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기본 뼈대를 이루고 있다. 그 어느 누구보다 바느질을 잘하지만 덧셈이나 뺄셈을 하지 못해 명인이 되지 못한 여인, 염장이인 아버지가 죽은 사람의 육신을 씻는 덕을 쌓은 덕분에 명장의 자리에 오른 인색하고 욕심 많은 여인 등 바느질하는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도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다. “소설 속 바느질하는 여인들은 평생 바느질로 자식도 키우고 가정을 꾸렸어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쟁을 겪은 격동의 세대 여인들은 바느질을 집에서 배웠고 바느질로 옷을 해 입었어요. 그 세대 여인들에서 주인공 수덕으로 넘어오면서 재봉틀이 등장하고 방직공장이 생기면서 옷이 흔한 시대가 됐죠. 바느질로 옷을 일일이 지어 입는 사람이 없어졌어요. 서양 바느질법인 프랑스의 자수가 유행하게 됐고요. 폐기처분된 바느질, 우리의 전통 바느질이 갖고 있는 귀한 미덕 같은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우리의 전통 옷감들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었고요.” 바느질은 그 종류가 여러 가지다. 작가는 작품에서 우리의 전통 바느질인 ‘누비 바느질’에 중점을 뒀다. ‘누비 바느질’은 지독한 인내와 절대고독,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바느질법이다. 우리나라 여인들의 삶과 미덕과도 닿아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고달픈 인생의 한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도 이런 ‘누비 바느질’에 대한 묘사가 곳곳에 나온다. ‘누비 바느질의 세계는 심오해. 단순한 바느질이 아니라 삼라만상을 짓는 거지. 하나의 우주를 짓는 것하고 똑같다는 뜻이지.’(407쪽) ‘누비는 똑같은 바늘땀들의 반복을 통해 아름다움에 도달하지. 자기 수양과 인내, 극기에 가까운 절제를 통해 최상의 아름다움에 도달하는 게 우리 전통 누비야.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침선법이지.’(409쪽) 작가는 여러 해 전 누비 바느질 기법을 접했다. 고된 바느질 기법이라 어느 누구도 선뜻 배우려 하지 않아 역설적으로 관심이 더 갔다. 바느질하는 여자들이 갖고 있을 법한 인생의 굴곡들이 펼쳐낼 서사에도 마음이 끌렸다. 한복 전문가 엄숙희, 난곡 이숙자, 운정 이미경 등 바느질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자문을 얻었다. 기본적인 누비 바느질법도 배웠다. 내부에서 서사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봄 집필에 들어갔다. “바늘 잡는 법도 몰랐고, 명주 천에는 명주실을 써야 한다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상식 같은 것도 없었어요. 그런 제게 여러 선생님들께서 기본적인 누비 바느질법도 가르쳐 주시고 도움 되는 말씀도 많이 해 주셨어요. 그분들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는 산문으로도 쓰려고 해요. 이번 소설이 바느질을 업으로 삼고 살아오신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작가는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내년 2월부터 현대문학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을 연재할 예정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기원 생애 마지막 소설, 20년 만에 세상과 ‘위대한 만남’

    서기원 생애 마지막 소설, 20년 만에 세상과 ‘위대한 만남’

    소설가 서기원(왼쪽·1930~2005)의 생애 마지막 작품 중 하나인 역사소설 ‘난세의 위대한 만남 류성룡과 이순신’(오른쪽·선)이 탈고 20년 만에 출간됐다. 작가는 ‘류성룡과 이순신’을 1995년 서울신문에 ‘소설 징비록’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다. 신문 연재 당시 대하역사소설 ‘광화문’도 함께 집필했다. 출판사에 따르면 “두 작품은 작가의 마지막 장편이자 마지막 소설”이다. 소설은 1590년 조선 통신사 일행이 일본 경도의 취락제에서 풍신수길을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오랜 전란 끝에 일본 전국을 평정한 풍신수길은 관백이란 자리를 조카인 수차에게 넘겨주고 스스로를 태합이라 칭하며 조선반도 출병 준비에 골몰하고 있었다. 이듬해 신묘 정초, 풍신수길은 마침내 전국에 동원을 내렸다. ‘류성룡과 이순신’은 이처럼 임진왜란 발발 두 해 전부터 시간 흐름에 따라 전개된다. 출판사 측은 “매우 쉽게 읽히는 소설”이라며 “소설을 모두 읽고 나면 임진왜란과 당시 조선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매우 깊게 이해하게 되고, 조선의 정치 및 사회체제를 해석하는 독자 나름의 관(觀)도 형성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작가는 1957년 단편 ‘안락사론’과 ‘암사지도’가 현대문학 추천을 받으며 등단했다. 대표작으로는 ‘잉태기’(1959), ‘이 성숙한 밤의 포옹’(1960), ‘연가’(1963) 등의 단편소설과 ‘전야제’(1961), ‘혁명’(1964), ‘김옥균’(1968) 등의 장편소설이 있다. 현대문학 신인상(1960), 동인문학상(1961), 한국문학상(1975)을 수상했다. 1970년대 후반 관계에 진출해 권력 핵심의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기회를 얻게 되면서 작품 세계가 바뀌었다. 역사 흐름을 내부의 권력투쟁과 연결 짓게 된 것. 조광조를 다룬 ‘왕조의 제단’이 대표작이다. 출판사 측은 “‘왕조의 제단’에서 본격화한 지식인과 정치권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탐구의 연장선 끝에 ‘류성룡과 이순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1980~90년대 서울신문 사장과 KBS 사장 등을 지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길섶에서] 책 선물/강동형 논설위원

    며칠 전 사무실 책상 위에 쪽지와 함께 두툼한 책 한 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선친이 1995년 서울신문에 연재한 ‘소설 징비록’입니다. 그동안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드라마 ‘징비록’을 보면서 깊이 반성해 이번에 책을 냈습니다.” 고인이 된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이 출판한 역사소설이다. 제목은 ‘난세의 위대한 만남, 류성룡과 이순신’. 저자는 서기원 전 서울신문 사장이다. 청와대 대변인과 KBS 사장을 지냈다. 현대문학 신인상과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문학 분야에서 족적을 남겼다. 소설이 신문에 연재되던 그즈음 “글쓰기에 매진했더라면 필명을 세상에 떨쳤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책을 낸 아들의 속 깊은 심성이 전해진다. 처음으로 책을 선물받은 건 고등학생 때다. 집에 놀러 온 누나의 친구가 책 한 권을 던져 줬다. “입학 선물이다”라며. 문고판 ‘몽테뉴의 수상록’이었다. 색이 바랜 문고판을 오랫동안 간직했던 기억이 새롭다. 선물은 다 좋은 거라고 한다. 그러나 책 선물에는 특별한 게 하나 더 있다. 주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카리브해 스페인 보물선 가치 최대 20조원…“사상 최대”

     콜롬비아 북부 카리브해에서 발견된 스페인 보물선에 실린 ‘금은보화’의 가치가 최대 2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CNN방송과 AFP통신 등은 6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정부와 미국 인양기업 ‘씨서치아르마다’(SSA), 고고학 전문가 등에 따르면 스페인 보물선에서 최대 170억달러(약 20조원)의 ‘금은보화’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북부 항구도시 카르타헤나 인근 해저에서 스페인 범선 ‘산호세’를 발견했다고 밝혔고 가치가 20억∼170억달러(약 2조3000억~19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708년 카르타헤나 인근에서 침몰한 산호세는 당시 군인과 선원 등 600명 외에 금화와 은화, 보석 등 신대륙에서 약탈한 보물을 가득 싣고 있었고 그 개수만 110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SSA는 산호세에서 발견된 보물의 가치가 3∼4년 전까지 40억∼170억달러로 추산됐고 최근 국제 은값 하락을 고려해도 최소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산호세 발견 사실을 전한 데 이어 이날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상 최대의 발견”이라고 강조하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산호세가 이전까지의 수색에서 언급되지 않은 해역에서 지난달 27일 발견됐으며 무인 잠수함 촬영 영상 등을 통해 돌고래 모양 인장이 찍힌 대포 등 산호세임을 나타내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발견된 지점과 수색 방법은 국가 기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산토스 대통령은 “이번에 발견된 배는 의심할 여지 없이 307년 전에 침몰한 산호세가 맞다”면서 “산호세는 지금까지 발견된 침몰 유산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 중 하나로 인류 역사상 최대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고고학자인 파비안 사나브리아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콜롬비아 인근 카리브해에 줄잡아 1000척의 배가 가라앉아 있으며 산호세는 이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이들이 찾아 헤맨 보물선”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의 함대에 속했던 산호세는 1708년 6월8일 카르타헤나 인근에서 영국 함대와의 교전 중 침몰했다. 산호세는 안에 실린 막대한 보물 때문에 지난 300년간 숱한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대표작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 산호세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1981년 산호세의 침몰 지점을 발견한 SSA와 산호세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으며 소송 끝에 2011년 미국 법원으로부터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파탄의 독기 끌어올려 담아”

    “파탄의 독기 끌어올려 담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을 모티프로 한 소설이 나왔다. 소설가 장강명(40)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댓글부대’(은행나무)다. 작가는 “그동안 쓴 소설 중 가장 빠르고 가장 독하다”고 소개했다. ‘댓글부대’는 2012년 대선 이후 진보적인 인터넷 사이트에 잠입해 악의적인 댓글을 달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해당 사이트를 무력화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합리적으로 안전하게 설계됐다고 믿었던 인터넷 공간이 실은 기둥 몇 개만 부러뜨리면 금방 무너질 수 있는 허약한 구조물이라는 것, 힘을 가진 개인이나 조직이 불순한 의도로 ‘작전’을 편다면 누구라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소설은 인터넷 여론조작업체 팀-알렙의 멤버 찻탓캇이 진보 성향 일간지 K신문 기자에게 자신들이 해온 조작 사실을 폭로하는 인터뷰 형식과 팀-알렙이 실제 현실에서 벌이는 일들이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팀-알렙의 멤버인 삼궁, 01사(査)01, 찻탓갓 세 명은 이십 대 청년들로 모두 일베 ‘죽돌이’다. 출판사 측은 “‘댓글부대’가 단지 여론조작을 꾀하는 권력과 보수 세력의 문제를 지적하는 소설만은 아니다. 팀-알렙이 진보 사이트의 폐쇄성을 역이용해 사이트를 붕괴시키는 부분에 이르면 진보 진영의 모순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 소설은 전적으로 허구다. 간혹 현실에 실제로 있는 인물이나 단체, 인터넷사이트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그 묘사는 모두 지어낸 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어떤 견해도 찬성하지 않고 어떤 인물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고지 800매 남짓의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자행됐고 지금도 자행되고 있을지도 모를 ‘댓글부대’에 대한 충격과 분노를 문장으로 온전히 담아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작가는 “쓰는 동안 줄곧 파탄의 상태로 나를 몰았다. 나는 평상시에는 마음이 꽤 안정된 사람인데, ‘댓글부대’를 쓰면서는 그럴 수 없었다. 내가 받은 충격을 그대로 글에 옮기고 싶었다. 그런 독기 없이 이 소설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댓글부대’는 지난 3월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받으며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인 문학평론가 염무웅, 소설가 현기영·이경자는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대중조작을 하고 있는 정치적 암흑세력을 현실적으로 그려 우리에게 그런 정치적으로 교활하고 사악한 음모가 앞으로도 행해질 것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고 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번도 없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번도 없다

    교보생명이 30일 서울 광화문 본사 외벽에 ‘광화문 글판’ 겨울편을 선보였다. 겨울편 문구는 199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여류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시 ‘두 번은 없다’에서 발췌했다. 남상인 선임기자 sanginn@seoul.co.kr
  • 사라진 삼국유사 목판 500년 만에 다시 새긴다

    사라진 삼국유사 목판 500년 만에 다시 새긴다

    500여년 만에 삼국유사 목판 재탄생의 산실이 될 공방이 경북 군위에서 문을 열었다. 군위는 일연(1206~1289) 스님이 고려 충렬왕 10년부터 입적할 때까지 5년 동안 머물면서 삼국유사를 완성한 곳이다. 경북도는 27일 군위읍 서부리 조선시대 체험시설인 ‘사라온 이야기마을’에서 삼국유사 목판 복원작업을 위한 공방인 ‘도감소’ 개소식을 가졌다. 도감은 고려·조선시대에 나랏일이 있을 때 임시로 설치한 관아이다. 행사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나선화 문화재청장, 김영만 군위군수, 장대진 경북도의회 의장, 김윤진 군위군의회 의장, 지역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삼국유사 목판사업 특별자문위원으로 위촉된 프랑스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5)는 김 지사로부터 위촉패를 받은 뒤 특별강연했다. 르 클레지오는 “삼국유사는 문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인류문화사적 가치 또한 크다”면서 “삼국유사가 판각작업을 통한 예술성과 장인정신이 더해질 경우 미래에 더 큰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목판 복원을 위한 판각작업을 하는 각수들의 판각 및 인출 시연이 진행됐다. 목판을 복원하는 ‘판각소’와 전통방식으로 인쇄해 책으로 묶는 ‘간역소’ 등으로 이뤄진 도감소는 2013년 김 지사가 군위군을 방문, 사라진 삼국유사 목판 복각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설치가 추진됐다. 삼국유사는 목판으로 제작돼 다수 인쇄본이 발간됐지만 1512년 경주 부윤 이계복이 간행한 임신본을 마지막으로 목판이 자취를 감췄다. 도는 2017년까지 삼국유사 판본 중 ‘조선초기본’, ‘조선중기본’과 이를 교정·집대성한 ‘경상북도본’을 목판으로 복각해 책을 만들어 연구소·대학 등에 보급할 계획이다. 목판 복원과정을 공개해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가치 있는 민족문화유산 중 하나인 삼국유사 목판 복원사업은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목판인쇄 전통문화를 복원하는 것이다”면서 “이런 문화가 삼국유사 등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르 클레지오를 통해 세계에 널리 알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이번 사업이 ‘삼국유사의 고장’인 군위에 의미 있고 특색 있는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삼국유사에는 삼국시대, 고조선, 고려의 역사가 폭넓게 소개돼 있을 뿐만 아니라 불교와 민속신앙 자료도 풍부하게 수록돼 있다. 글 사진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50년 창비’ 떠나는 백낙청… 진보문학 세대교체 신호탄

    ‘50년 창비’ 떠나는 백낙청… 진보문학 세대교체 신호탄

    계간 문예지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 편집인인 백낙청(77) 서울대 명예교수가 25일 출판사 창비를 떠났다. 백 교수는 ‘창비’를 창간해 50년간 이끌어 온 창비의 산증인이다. ‘창비’ 백영서 편집주간, 김윤수 발행인도 함께 물러났다. 차기 편집주간은 기존 편집위원이었던 한기욱 인제대 영문과 교수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백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백석문학상·신동엽문학상·창비신인문학상 등 통합시상식 인사말을 통해 “‘창비’ 편집인 자리에서 올해를 넘기지 않고 물러나기로 두어 해 전에 이미 결심했다. 창비를 아주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계간 ‘창비’에 한해서는 깨끗이 손을 뗄 작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반년 남짓은 정치적 탄압이나 경제적 위기와는 또 다른 시련의 기간이었다”며 신경숙 작가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백 교수는 “한 작가의 과오에 대한 지나치고 일방적인 단죄에 합류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부패한 공범자로 비난받는 분위기에서 그 어떤 정무적 판단보다 진실과 사실관계를 존중하고자 한 것이 창비의 입장이요, 고집이었다. 한 소설가의 인격과 문학적 성과에 대한 옹호를 넘어 한국문학의 품위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것이 창비의 다음 50년을 이어 갈 후진들에게 넘겨줄 자랑스러운 유산의 일부라고 감히 주장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의 퇴임은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문학평론가들은 “백 교수는 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진보문학의 상징이었다”며 “그의 퇴임으로 진보 진영 문학 흐름이 갈무리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식민지 시기 한국문학은 리얼리즘이 주류였다. 그러나 6·25전쟁으로 리얼리즘 대표 작가들이 월북하면서 그 맥이 끊겼다. 백 교수는 1965년 ‘창비’를 창간하면서 끊어졌던 리얼리즘 정신을 되살렸다. 복수의 문단 관계자는 “백 교수는 70~80년대 리얼리즘 문학의 이론적 모태”라며 “문학과 사회의 접점을 확대하고 문학의 실천성을 복원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지식인 문학관’의 종언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는 분석도 있다. 글 쓰는 사람이 단순히 이야기꾼으로 재밌는 글, 아름다운 글만 쓰는 게 아니라 한 사회의 대표 지식인으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게 지식인 문학관의 골자다. 한 문학평론가는 “요즘 소설가나 시인, 문학평론가는 소설, 시, 문학 작품 해설을 쓰는 사람일 뿐 어느 누구도 이들을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상가로 보지 않는다”며 “백 교수 퇴임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식인 문학관이 끝났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평했다. 창비는 2000년대 들어 시대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과거의 이념과 의식을 현시대에 맞게 전환시키는 데 실패하면서 낡고 고집스러운 이미지로 굳어져 갔다. 시대착오적 판단의 결정판은 신경숙 표절 논란 때 보여 준 백 교수의 대응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백 교수는 지난 8월 신경숙 표절 논란 이후 “문제된 대목이 표절 혐의를 받을 만한 유사성은 지니지만 의도적인 베껴 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문단 관계자들은 백 교수 퇴임을 맞아 창비가 진정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문학평론가는 “창비는 사실상 백낙청 유일체제였다. 편집위원이 다들 백 교수의 대학 제자들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평론가는 “백 교수의 제자인 한기욱 교수가 편집주간을 맡는다면 백 교수의 퇴임이 창비의 혁신으로 연결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다들 백 교수가 수렴청정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무늬만 혁신이 되지 않으려면 내년 1월 정말 누가 봐도 신선한 새로운 편집 진영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사회적 불평등·절망감… IS 젊은이들의 테러 이유부터 살펴야”

    “사회적 불평등·절망감… IS 젊은이들의 테러 이유부터 살펴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5)가 25~26일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강연과 좌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25일 열린 제15회 김옥길 기념 강좌에서 르 클레지오는 ‘혼종과 풍요: 세계문학과 문화로 본 이주’를 주제로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과 이민자 문제를 짚었다. 이민자의 후손으로 프랑스와 모리셔스 이중국적을 지니고 있는 그는 내전과 테러를 피해 유럽으로 건너오는 이민자들은 위협적 요소가 아니라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24일 오후 중국 난징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르 클레지오를 이화여대에서 만나 최근 벌어진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와 다문화사회의 위기 그리고 한국 문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지난 9월부터 난징대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충격적인 연쇄 테러가 발생했다. 파리가 왜 이슬람국가(IS)의 테러 표적이 됐다고 생각하나. -왜 파리인가를 이야기하기 전에 희생자들에 대한 생각을 먼저 말하고 싶다. 많은 무고한 젊은이들이 희생된 건 충격적이다. 젊은이들은 아무 죄 없이 젊음을 만끽하다가 죽었다. 테러가 일어난 장소 근처에 사는 내 딸의 친구들도 죽었다. IS 젊은이들이 어떻게 폭력과 범죄, 테러에 가담하고 어떤 사상을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하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 노벨문학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17세’라는 소설에서 국가가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테러를 세뇌시키고 일본의 군국주의, 민족주의를 고양해 사람을 죽이게 하고 희생시키는지를 반군국주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있다. 왜 파리인가. 왜 프랑스인가.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테러가 일어났을 때 반향이 큰 나라들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다. 프랑스뿐 아니라 한국, 일본 등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9·11테러 이후 전 세계적으로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나. -9·11테러는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어제오늘 시작된 새로운 상황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도처에서 전쟁 상태가 계속됐다. 식민지 나라는 자유를 위해 싸웠고, 독립 이후에도 내전 같은 전쟁을 겪었다. 독립과 민주화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리카는 늘 전쟁 상태였다. 옛날 식민지 지배에 대한 증오감이 극단주의자를 키웠다. 거기에 종교 원리주의자들이 가세해 테러와 같은 극렬한 현상으로 나타났다. 나이지리아는 독립 이후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 간 내전을 겪었다. 전쟁이나 폭력적인 상태는 계속 있어 왔다. →유럽 극우세력은 이번 테러 사건을 난민과 이주자 수용 반대, 국경 폐쇄의 근거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리 테러 이후 일주일 동안 영국에서 반이슬람 증오 범죄가 평소보다 3배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지성으로서 ‘테러 없는 세상’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원하는 것 중 하나가 그런 반작용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평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무력화하고 오로지 전쟁밖에 없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게 그들의 목적이다. 모든 정치인, 학자, 언론인이 움직여서 멈추게 해야 한다. 정부는 늘 옳게 행동하지 않는다. 일례로 프랑스 사회당이 모스크에서 아랍어로 설교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프랑스어로 설교를 하면 프랑스에 동화가 잘될 거라는 판단에서다. 부조리할뿐더러 말도 안 되는 행동이다. 사회당은 극우파에 비하면 이주자들에게 너그러운 입장인데 그들마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런 사고방식은 또 다른 극단주의를 키울 뿐이다. →이번 강연의 주제도 마침 이주에 관한 것이다. 이민자 후손이라는 개인사가 인생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어릴 때 프랑스 문화권에서 자랐다.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1940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모리셔스 섬에서 태어났다. 모리셔스, 프랑스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프랑스에 살면서 프랑스 문화에 훨씬 더 가깝게 자랐다. 프랑스 교육은 큰 잘못을 범하고 있다. 출신 국가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교육을 시키고 있다. 모든 학생이 프랑스 부모를 가진 것처럼 교육을 시키는데 그것은 오류다.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단 하나의 문화만 인정할 경우 이주민들에게 한을 갖게 한다. 통합에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테러는 일종의 병이다. 범죄자들은 벌해야 한다. 그러나 근원을 찾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 사회적 불평등, 젊은이들의 절망감 등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테러가 정치인들의 ‘프로파간다’로 이용돼선 안 된다. →이민자들로 인해 유럽이나 프랑스가 위협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수혈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프랑스는 원래 다문화국가다. 게르만 등 여러 문화가 늘 섞여 왔다. 다문화는 경제나 문화를 더 풍요롭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벽을 쌓고 그들을 막는다면 프랑스는 그들끼리만 사는 감옥에 불과하다. 프랑스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다 마찬가지다. 세계화 시대에 인간들은 서로 만나 관계를 맺어야 한다. 물은 장애물이 있어도 흘러 내려가듯 인간도 똑같다. 벽을 치고 막아도 새로운 땅으로 가려는 욕망이 있어 그 벽을 뚫고 가기 마련이다. 문학도 기술도 마찬가지다. 자기네 문학, 자기네 기술에만 갇혀 산다면 발전이 없다.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에서 공부하고 멕시코와 파나마,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도 체류하는 등 끊임없이 전 세계를 돌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늘 세상을 돌아다녔고 지금도 그렇다. 아마도 가족의 유산일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아프리카에서, 할아버지는 모리셔스 섬과 영국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늘 세계 도처로 돌아다녔다. 호기심 때문에 세계를 돌아다닌다. 문화는 보면 볼수록 매우 다르다는 걸 느낀다. 한국에 체류하면서 많은 것을 봤다. 프랑스에서 고사리나 묵을 먹는다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 한국에선 맛있게 먹었다. 새로운 발견이었다. 문화적인 면에서 샤머니즘과 불교, 기독교가 조화를 이루며 뒤섞여 있었다. 기독교 문화에서 자라 미신, 샤머니즘 하면 두려웠는데 한국에서 미신과 유일신이 잘 조화된 걸 봤다. 이것은 한국인 정신의 유연성을 보여준다. 다문화적인 문화다. 여행을 하면 열린 나라들, 탐구정신이 강한 나라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런 경험이 내 작품 세계를 풍요롭게 한다. →2001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래 2008년에는 이화여대에서 1년간 강의하는 등 한국과 유독 인연이 깊다.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는 “한국과 내 작품에는 정신적 유사성이 있다. 나는 혈통상 아시아인일지도 모른다”고까지 했는데, 특히 어떤 부분에서 그런 점을 느끼나. -한국의 시나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다. 최근의 프랑스 문학은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작품들뿐이다. 타인과의 소통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 작품은 타인에게 말을 걸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나와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착도 닮았다. 문학은 타인에게 보내는 편지다. 내가 느끼는 감동, 희망, 절망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게 문학이다. →오랜 기간 한국과 인연을 이어 오고 있는데 한국 문학과 한국 사회의 어떤 점에 특히 끌렸나. -한강, 김애란 같은 작가는 남성 작가가 주를 이루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를 확인하는 작품을 많이 썼다. 페미니스트 같은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여성이라는 존재의 연대감을 확인하는 거다. 프랑스에선 이런 여성 작가를 볼 수 없다. 예전에 이대에서 한강과 만났을 때 황석영, 이승우 등을 예로 들며 ‘한국에는 한(恨)의 작품이 많다’고 했더니 한강은 ‘나는 그런 한이 없다. 한국전쟁 이후 어려움을 겪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문학적으로 표현하는지가 나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 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극단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4·3사건, 6·25전쟁 등 어려운 시기를 많이 겪었는데 그 어려운 역사를 잘 극복한 게 굉장히 감동적이다. 지난 추석 때 TV 뉴스로 남북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장면을 봤다. 일흔 살 아들이 아흔 살 어머니 품에 안겨 우는 걸 보고 뭉클했다. 나도 전쟁으로 얼룩진 유년기를 보냈는데 어려운 시대를 겪었기에 희망을 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 문학이 지금보다 더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아직 배출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노벨문학상을 받으려면 먼저 영어나 스웨덴어로 작품이 번역돼야 한다. 내 작품도 마찬가지였다(웃음). 해외 학계에선 한국 젊은 작가들의 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세계에 한국 문학을 더 잘 알리기 위해선 작품 번역도 중요하지만 문학저널을 외국어로 발간해야 한다. 프랑스에는 ‘코리아나’라는 문학잡지가 있어 젊은 한국 작가들의 단편소설이 많이 실린다. 가능한 한 많은 외국어로 문학저널을 발간하는 게 중요하다. 인터뷰 이순녀 문화부장 coral@seoul.co.kr 정리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르 클레지오는 ▲1940년 프랑스 니스 출생 ▲1960년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 이듬해 니스대 졸업 ▲1963년 첫 소설 ‘조서’로 프랑스 르노도상 수상 ▲1964년 앙리 미쇼 연구로 엑상프로방스대에서 박사학위 취득 ▲1980년 ‘사막’ 발표.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상 수상 ▲1994년 ‘리르’지가 선정한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어권 작가’ ▲2001년 대산문화재단,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주최한 한불 작가 교류 행사로 첫 방한 ▲2007~2008년 이화여대 불문과, 통역대학원 석좌교수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2015년 9~12월 중국 난징대 초빙교수
  • ‘창비 산증인’ 백낙청 50년 만에 퇴임

    ‘창비 산증인’ 백낙청 50년 만에 퇴임

    표절 논란이 불거진 신경숙 작가 옹호 발언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던 백낙청(77) 서울대 명예교수가 출판사 창비를 떠난다. 백 교수는 계간 문예지 ‘창작과 비평’ 편집인으로 50년간 창비를 이끈 창비의 대표 인물이다. 창비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백석문학상·신동엽문학상·창비신인문학상 통합 시상식에서 백 교수가 폐회 인사를 통해 편집인 퇴임을 발표한다고 23일 밝혔다. 백 교수는 이 자리에서 짧은 연설을 통해 그동안의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창비 관계자는 “백 편집인은 내년 창비 50주년을 맞아 오래전부터 이번 계간지 겨울호를 끝으로 퇴임하려 하고 있었다”며 “백영서 편집주간과 김윤수 발행인도 함께 물러난다”고 말했다. 창비는 내년 1~2월 백 교수의 뒤를 잇는 새로운 편집인과 창비 개편 방향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백 교수의 주도로 1966년 1월 계간지 ‘창작과 비평’이 창간되면서 창비의 역사는 시작됐다. 1974년 단행본을 본격적으로 출간한 이후 문학부터 인문·교양서적, 청소년·아동문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출판사로 성장했다. 백 교수는 지난 8월 신경숙 표절 논란 이후 “문제 된 대목이 표절 혐의를 받을 만한 유사성은 지니지만 의도적인 베껴 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해 비판을 받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2008 노벨문학상’ 르 클레지오 내일 이대서 ‘이민자 문제’ 강연

    ‘2008 노벨문학상’ 르 클레지오 내일 이대서 ‘이민자 문제’ 강연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25∼26일 이화여대를 방문해 강좌와 좌담회에 참석한다. 르 클레지오는 25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리는 ‘제15회 김옥길 기념 강좌’에서 ‘혼종(混種)과 풍요: 세계 문학과 문화로 본 이주’를 주제로 유럽 이민자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이어 26일 오후 4시 인문관에서는 송기정 이화인문과학원 원장, 정명교 연세대 국문과 교수,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과 함께 좌담회에 참석한다.
  • [동정] 박원순시장, 배우 장근석, 고선웅연출가, 임종룡위원장, 김주희박사, 장마리 클레지오 노벨상수상자

    [동정] 박원순시장, 배우 장근석, 고선웅연출가, 임종룡위원장, 김주희박사, 장마리 클레지오 노벨상수상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오전 10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리는 ‘연평도 포격도발 5주기’ 행사에 참석해 헌화·분향하고 전사한 장병들의 희생정신을 기린다. 박 시장은 오후 2시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희망2016 나눔캠페인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에서 온도계 올리기 시연을 한다. ●배우 장근석이 모교인 한양대(총장 이영무) 후배들을 위해 강단에 선다. 지난달 한양대의 ‘나눔 교수’로 위촉된 배우 장근석이 오는 12월10일 ‘필란트로피(Philanthropy : 자선)의 이해와 실천’이란 교양 과목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한양대는 기부와 자선 문화의 확산을 위해 국내 최초로 이번 학기부터 이 강좌를 개설했다. 이 과목을 듣는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장근석이 강의에 나서게 됐다고 한양대는 밝혔다. 장근석은 약 1시간 동안 학생들과 진솔하게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나눔의 장’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근석은 지난달 20일 기부문화 확산에 공헌한 한양대 동문 5명과 함께 한양대 ‘나눔 교수’로 위촉된 바 있다. ●고선웅 연출가가 올해의 연출가상에 선정됐다. 고 연출가는 올해 ‘칼로 막베스’, ‘푸르른 날에’, ‘아리랑’,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홍도’, 강철왕‘,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에서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연출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아울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부터 주어지는 올해의 연출가상은 그해 가장 활발하고 창의적인 연출 작업으로 연출가로서의 두각을 나타내고 대한민국 연극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연출가 1명으로 선정해 시상한다. 시상식은 오는 12월7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 홀에서 열린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오는 25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교내 대우관에서 ’금융개혁 추진현황 및 주요과제‘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개최한다. 임 위원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78학번이다. 이번 특강은 과거 연희전문학교 상과 교수로 대한민국 정부 초대 기획처장을 지낸 이순탁(1897∼1950) 교수를 기념하는 ’효정 이순탁 교수 기념강좌‘로 마련됐다. ●김주희 고려대 경영학과 박사(경영관리 전공, 지도교수=김동원)가 멕시코 몬테레이 공과대학교의 전임 외국인 교수로 임용됐다. 이로써 김주희 박사는 내년 1월부터 교단에 서게 되며, 김주희 박사는 경영관리 과목을 강의하게 된다. 김주희 박사가 임용된 몬테레이 공과대학교는 1943년 설립된 중남미 최대 규모의 종합대학이다. 학생수만 9만 명이 넘으며 특히 경영대학원(Business School)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경영관리 분야에서 국내에서 석·박사를 취득하고 해외 대학의 외국인 전임교수로 임용되는 것은 드문 사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오는 25∼26일 이화여대를 방문해 강좌와 좌담회에 참석한다. 르 클레지오는 25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리는 ’제15회 김옥길 기념 강좌‘에서 ’혼종(混種)과 풍요: 세계 문학과 문화로 본 이주'를 주제로 유럽 이민자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오는 26일 오후 4시에는 인문관에서 송기정 이화인문과학원 원장, 정명교(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과 함께 좌담회가 있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문화 계간지 ‘시와산문’, 2016년 신인문학상 공모

    문화 계간지 ‘시와산문’, 2016년 신인문학상 공모

    문예 계간지 ‘시와산문’이 2016년도 신인문학상을 공모한다. 신진작가 발굴 및 문학활동 지원에 힘쓰며 다양한 패러다임을 형성해온 계간 ‘시와산문’은 문학의 저변 확대와 ‘시와산문’의 발간 정신을 이어갈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시와 평론, 에세이 부문의 공모를 시행한다. 신인문학상 응모는 시 5편, 평론 1편, 에세이 5편을 기간 내에 접수하면 된다. 응모기간은 2016년 1월 10일(당일 도착분)까지이며, 우편으로만 접수 가능하다. 엄중한 심사를 통해 선정된 당선작은 각 부문 1명이며, 2016년 3월 1일자 계간 ‘시와산문’ 봄호에 발표된다. 당선작은 시 5백만원, 평론 3백만원, 에세이 2백만원이며 우수작은 각 부문 1백만원의 고료가 지급된다. 중복 투고 및 표절로 밝혀질 경우 당선이 취소되며, 원고량을 초과할 경우 심사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편 계간 ‘시와산문’은 등단한 지 5년 내외의 신진작가에게 작품 발표의 장을 마련하고, 중앙과 지방의 활발한 문학 교류를 위해 1994년 창간된 문예지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신인발굴에 힘써오고 있다. 2016년 신인문학상 공모에 대한 문의는 전화(02-738-5595~6, 070-7753-5599)로 가능하다. 기타 자세한 정보는 계간 <시와산문> 다음 카페(http://cafe.daum.net/kpoetry)의 공지사항 <신인문학상공모>를 참고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혼자 할까, 같이 할까/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혼자 할까, 같이 할까/김재원 KBS 아나운서

    내가 좋아하는 화가는 모지스 할머니다. 미국 버지니아 근교에서 작은 농장을 꾸리며 10남매를 키워 낸 할머니는 76세 때 첫 작품을 그렸다. 동네가게에서 팔다가 우연히 수집가의 눈에 들어 80세가 넘어 뉴욕에서 전시회를 하며 이름을 알렸다. 101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붓을 잡았던 할머니는 1500여점을 세상에 남겼단다. 원래 자수를 즐기다가 관절염이 심해지면서 그림을 시작했다는 할머니는 혼자 그리는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할머니의 작품 ‘바느질 모임’은 90세 때 그린 작품으로 생동감과 다정함이 넘친다. 마흔 명 가까운 사람들이 그림 속에서 분주하다. 한쪽에서는 퀼트를 하고 한쪽에서는 대형식탁에 음식을 준비한다. 창밖으로 신록의 정원이 보이는 큰 거실에서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아마도 모지스 할머니는 바느질을 혼자서만 하지 않고, 가끔 이런 모임에 나가셨던 모양이다. 뉴질랜드 웰링턴의 주말 저녁, 카페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 소리 없는 묵독클럽이다. 독후감도, 독서토론도 없다. 사람을 사귀려고도 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작은 수첩에 인상적인 문장을 메모한다. 연필과 수첩을 들고 책에 집중하며 뇌 기능을 회복하려는 것이 묵독클럽의 목표다. 책을 읽은 그들은 눈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집으로 돌아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기가 읽은 책을 확인 차원에서 올려놓는다. 모임 장소에 못 나간 회원은 자기가 있는 곳에서 한 시간 동안 책을 읽고 인증을 올린다. 우리나라에는 통독클럽이 있다. 약속된 장소에, 사람들이 모여 같은 책을 꺼낸다. 누군가 소리 내어 읽기 시작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눈으로 따라 읽는다. 그 사람이 지쳤다 싶으면 다음 사람이 받아서 소리 내어 읽는다. 번갈아 빠른 속도로 읽다 보면 얇은 책은 두어 시간이면 다 읽는다. 가벼운 토론을 하고 헤어진다. 1년 넘게 계속하다 보니 속도도 빨라졌고, 말솜씨도 늘었단다. 읽어서 내면에 지식을 쌓고, 말로 표현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독서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하위권이라는 얘기는 굳이 하지 않으련다. 1년에 성인 한 사람이 책을 몇 권 읽는지도 여기서는 필요 없다. 그 수치마저도 책을 무지 많이 읽는 사람들이 평균을 올린 것뿐이다. 노벨문학상 발표 때도 우리는 작가 탓이나 하지 좋은 작가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들지 못한 독자 탓은 잘 하지 않는다. TV는 손안에 놓고 보는 시대가 됐고, 라디오는 차에서만 듣고, 신문은 인터넷으로만 본다. 그래도 책만큼은 아직 종이가 대세다. 어쩌면 독서는 혼자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행위가 아닐까. 책은 바느질처럼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다. 저자의 생각의 틀에 맞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나는 혼자 읽는 것이 좋다. 그 책을 쓴 작가도 혼자 썼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혼자 하는 것이 좋은 사람들은 혼자 하고, 같이 하는 것이 좋은 사람들은 같이 한들 어떠랴. 아무래도 요즘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책을 많이 읽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라를 흔들 만한 위대한 결정을 이렇게 팡팡 터뜨릴 수 없다. 역사 속에서 큰 교훈을 줬던 사건들을 복습까지 하는 걸 보면 책을 많이 읽었음에 틀림없다. 심지어 혼자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같이 읽나 보다. 저렇게 생각도 행동도 일치하니 말이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육십 넘은 할머니 가운데 아직 재능을 찾지 못한 분이 있다면 얼른 용기를 내시길 바란다.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어르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책꽂이]

    [책꽂이]

    워너비 우먼(김선걸·강계만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권선주 기업은행장, 손병욱 푸르덴셜생명 회장, 이금형 전 부산지방경찰청장,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 유리천장을 깨고 여성 리더가 된 15명의 ‘인생을 바꾼 결단’을 담았다. 268쪽. 1만 4000원. 곁에 서다(김중미·권해효 외 지음, 현실문화 펴냄) 동화작가 김중미, 배우 권해효, 변호사 권영국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인권단체인 ‘인권재단 사람’에서 강연한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묶었다. 272쪽. 1만 5000원. 다가올 역사, 서양 문명의 몰락(나오미 오레스케스·에릭 M. 콘웨이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기후 변화에 대한 탄탄한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구성한 가상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충분히 다가올 수 있는 섬뜩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려 냈다. 192쪽. 1만원. 남자의 품격(차용구 지음, 책세상 펴냄) 불의에 맞설 수 있는 힘과 배짱을 갖춘 남자, 난제를 능수능란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남자…. 남성다움의 전형으로 일컬어지는 중세의 기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고찰한 역사서다. 488쪽. 2만 3000원. 죽음에 관한 유쾌한 명상(김영현 지음, 시간여행 펴냄) 도대체 죽는다는 게 뭘까. 성인, 과학자, 철학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답을 찾고자 했던 죽음에 대해 동서고금의 역사와 철학을 망라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위트 있게 풀어냈다. 248쪽. 1만 3000원. 찬바람 부는 언덕(김명수 지음, 민은정 그림, 현북스 펴냄)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한 소녀의 삶을 다뤘다. 가난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을 지키고 싶었던 소녀가 고난과 역경을 이겨 내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112쪽. 1만 1000원. 조선의 소방관 멸화군(홍종의 지음, 장명희 그림, 파란정원 펴냄) 열세 살 무굴이가 아픔을 딛고 조선시대 소방관 멸화군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작가는 세종실록의 ‘장룡의 집에서 불이 났다’는 문장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했다. 184쪽. 1만원. 여름이 반짝(김수빈 지음, 김정은 그림, 문학동네 펴냄) 누군가에겐 둘도 없는 친구였고 누군가에겐 잠깐 같은 반 친구였던 ‘유하’의 죽음을 계기로 아이들이 내적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제1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196쪽. 1만 1500원.
  • [이주일의 어린이 책] 학교가 없어진대요… 산꽃분교 아이들의 ‘즐거운 이별’

    [이주일의 어린이 책] 학교가 없어진대요… 산꽃분교 아이들의 ‘즐거운 이별’

    학교야, 울지마!/오채 지음/김영미 그림/문학과지성사/196쪽/1만원 산꽃분교 전교생은 2학년 정미와 다솔이, 6학년 정희와 다은이, 강산이, 다섯 명뿐이지만 전혀 부족함이 없다.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는 데다 마을을 둘러싼 자연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돼 주기 때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농사일을 돕는 것도 재밌고, 전교생이 어울려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는 것도 즐겁다. 이런 아이들에게 슬픈 소식이 날아든다. 교육청으로부터 6학년이 졸업하고 나면 학교를 폐교하기로 결정했다는 통보를 받은 것. 재밌게 잘 다니던 학교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이들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슬픔도 잠시, 아이들은 똘똘 뭉쳐 폐교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다. 학교는 없어지지만 그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나가기로 한다. 학교에서 야영도 하고, 고구마를 심어 번 돈으로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여행도 간다. 10년 후 자신들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생각하며 타임캡슐도 묻는다. 그동안 넉넉한 품으로 자신들을 맞이해 준 학교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는다. 산꽃분교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이들이 절망적인 환경에 굴하지 않고 어떻게 꿈을 갖는 아이로 커나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다섯 아이들의 생생한 캐릭터, 산골 마을의 포근한 풍경, 어른들과 아이들의 따뜻한 교감이 읽는 내내 감동을 자아낸다. 아이들에게 잠시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따뜻한 장도 마련해 준다. 작가는 작품마다 순하고 진실한 것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으며, ‘날마다 뽀끄땡스’로 제4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았다. 초등 고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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