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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전쟁터, 한국의 군대… 여성은 ‘두 번’ 죽는다 [이슬기 기자의 젠더하기+]

    우크라 전쟁터, 한국의 군대… 여성은 ‘두 번’ 죽는다 [이슬기 기자의 젠더하기+]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문학동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전쟁 회고담에서 철저히 배제됐던 참전 여성 200여명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작가의 노력으로 우리는 자칫 잘못하면 잊힐 뻔한 여성들의 얼굴을 어렵사리 살릴 수 있었지만, 우리에게도 익숙한 전쟁 속 여성의 얼굴은 있다. 바로 전시 성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길어지며 러시아군 점령지의 전시 강간 피해 사례가 속속 나온다. 피란길에 오르며 콘돔과 가위를 먼저 챙긴다는 여성들의 얘기도 들린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먼저 접한 여성들의 얼굴은 미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참전한 아나스타시아 레나, 하이힐 신고 퍼레이드를 하던 여성 군인들(사진)이었다. 그러나 전쟁도 40여일이 지난 지금은 어느새 참혹한 피해자의 얼굴로 보도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31일 대법원이 성소수자 여성 부하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군 대령에게 군사법원이 내린 무죄 판결을 파기했다. 반면 대령보다 먼저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소령은 무죄가 확정됐다. 소령은 피해자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고 “남자 경험을 알려 준다”며 상습적으로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고, 당시 함장이던 대령은 피해 사실을 보고하러 간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저질렀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쟁점이 돼 각기 다른 판결이 내려졌다. 한국과 우크라이나에서 여성을 전리품처럼 여기거나 교정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유구한 여성 도구화의 한 단면이다. 특히나 여성이 극소수인 군대와 살풍경한 전장에서 여성은 더욱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놓이고 구조적으로 폭력에 멍든다. 전시의 군대이거나 평시의 군대이거나 별 차이가 없다. 군 내 성폭행 피해자 A씨는 대법원 선고가 나던 날 입장문을 통해 “파기환송과 기각이 공존하는 판결로 오늘의 저는 또 한번 죽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성범죄 피해에 몰린 여성들은 교전 탓에 보호마저 불가피하다. 여성들은 이렇게 전시에 군대에서 ‘두 번’ 죽는다. 이들에 대한 여성들의 심정적인 동조는 나도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비슷한 일을 겪었을지도 모른다는 연대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A씨가 “행복한 군인으로 살고 싶다는 희망이 짓밟혔다”며 “후배 군인들은 나와 같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듯이. 우크라이나의 얼굴 모를 여성들의 안위도 같은 마음으로 걱정하게 된다. 여성은 여성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얼굴로 일상과 전쟁을 살고, 그 얼굴들은 안온하게 지낼 권리가 있다.
  • ‘공주병 노숙자’ 맥도날드 할머니, 비웃을 수만은 없었던 별종의 삶

    ‘공주병 노숙자’ 맥도날드 할머니, 비웃을 수만은 없었던 별종의 삶

    수십 년 전 퇴직했지만 돈과 가족, 살아갈 집이 없는 1940년생 할머니는 매일같이 트렌치코트를 차려입고 정동 맥도날드에 오랜 시간 머문다. 지인에게 용돈을 받아 생활하면서도 항상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영자신문을 읽는다. 자신을 취재하러 온 방송사 PD에게 호텔 코스 요리를 대접해 달라고 요구한다. 지하에 있는 식당은 시시해서 갈 수 없다고 한다.2012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은 이후 인간과 사회의 본모습을 날카롭게 묘사해 온 한은형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레이디 맥도날드’는 2010년대 초반 ‘맥도날드 할머니’로 유명했던 한 실존 인물의 삶을 작가의 시선으로 재창조한다. 누리꾼은 이 할머니를 ‘허영심에 빠져 현실 파악을 못 한 채 자존심만 세우던 여성 노숙자’라고 비웃었지만, 과연 그렇게 한 개인의 삶을 재단할 수 있을까.소설은 허구의 주인공 김윤자와 그를 취재한 방송국PD 신중호의 관점을 오가며 김윤자가 사망하기 직전 1년간의 삶을 되짚는다. 벤치에 꼿꼿이 앉아서 죽을 만큼 고고하고 우아한 생활 방식이 간직했을 법한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김윤자는 실존 인물보다 훨씬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어머니에 의해 어렸을 때부터 ‘공주’처럼 키워져 웬만한 남성과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던 그는 ‘레이디’로 불리길 원하며 일본문화원에서 예술 영화를 감상하는 것을 즐긴다. 소설에서 김윤자의 일상을 풀어 놓는 방송은 PD의 의도와 상관없이 한 사람의 삶을 자극적으로 난도질해 대중에 먹잇감으로 던져 준다. 작가는 특히 “종교 문제랑 정부랑 직접적으로 붙는 이슈는 안 돼”(223쪽)라며 가십성 소재로 김윤자 이야기 후속편을 강요하는 방송국 상사의 모습을 보여 주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매스컴의 속성을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김윤자의 기행은 달리 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계절을 막론하고 트렌치코트를 입고 다닌 것은 단정함과 예의로, 호텔에서 분이 넘치는 식사를 추구한 것도 예민한 안목을 지닌 미식가적 취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죽기 전 마지막 성찬을 즐길 수 있길 바란 애처로움으로 풀이된다. 영어 단어를 섞어 가며 현학적 어투를 구사해 대중의 반감을 샀지만, 그만큼 배움에 대한 긍지를 잃지 않는 열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하루를 살더라도 멋있게 살고자 하는 욕망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사람이면 누구나 꿈꾸는 것 아닐까. “사람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방식, 그러니까 흔히 평범하다고 일컬어지는 삶의 방식 말고는 잘 상상하지 못했다”(113쪽)는 독백은 의연하고 독립적인 김윤자의 삶의 태도를 조명하며, 행복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에 충실함으로써 삶을 채워 갈 수 있다는 일종의 항변으로 읽힌다. 더군다나 지금 젊은 세대는 열심히 일해도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렵고, 아이의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하지 못해 아예 출산을 포기한다. 김윤자의 말년은 현 젊은 세대가 한 번쯤은 예감해 봤을 불안감을 반영하기도 한다. 작가는 “그분이 저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분이 어떤 마음일까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며 “유독 튀는 개인주의자를 환영하지 못하며 집단의 논리, 전체주의가 강한 우리 사회의 답답한 현실을 반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수로부터 ‘별종’으로 여겨지는 존재들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각각의 삶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는 사유의 힘이 돋보인다.
  • [책꽂이]

    [책꽂이]

    네안데르탈(리베카 랙 사익스 지음, 양병찬 옮김, 생각의힘 펴냄) 과연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유일한 주인일까. 이 책은 4만년 전 절멸한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안내서다. 저자는 협동과 이타심, 상상력, 미적 감각이 호모 사피엔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첨단 과학기술과 고고학적 연구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삶과 사랑, 예술, 죽음을 재구성했다. 660쪽. 3만원.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펴냄) 60년 가까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습관처럼 모아 온 클래식 레코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는 ‘중구난방 컬렉션’이라고 말하지만 클래식 팬으로서의 진지한 애정이 가득하다. 리스트 속에서 하루키 소설에 등장했던 흔적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다. 356쪽. 2만 5000원.워런 버핏의 위대한 부자 수업(존·타일러 롱고 지음, 배지혜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워런 버핏의 성공에는 기업을 보는 안목도 안목이지만 그가 10대 때부터 다져 온 ‘금융 문해력’이 큰 역할을 했다. 수십 년간 버핏의 ‘가치투자’를 가르쳐 온 저자가 독자들이 실생활에 버핏의 팁을 적용해 자산을 불릴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한다. 616쪽. 2만 6000원.잠자는 추억들(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문학동네 펴냄)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가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발표한 첫 작품이다. 청년기에 스치듯 만난 사람들과 바스러져 가는 그 시절에 대한 기억, 우연히 연루된 사망 사건을 되짚어 가는 자전적 소설이다. 스물한 개의 짧은 장(章)은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 독자는 탐정이 돼 주인공의 과거를 추적한다. 152쪽, 1만 4000원.루호(채은하 지음, 창비 펴냄) ‘사람으로 변신한 호랑이가 우리 곁에 살고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에서 시작한 한국형 판타지 동화다. 사람과 동물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가는 존재와 사람으로 변신한 동물을 괴물이라고 부르는 사냥꾼 사이에 박진감 넘치는 대결이 펼쳐진다.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224쪽. 1만 800원.연금 부자 습관(강성민 지음, 좋은습관연구소 펴냄) KBS 라디오 PD로 일하며 공인회계사, 은퇴설계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한 특이한 이력을 가진 저자가 인생 후반전 연금 부자가 되는 노하우를 담았다. 저자는 2019년부터 ‘강PD의 똘똘한 은퇴설계’라는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며 여러 재테크 전문가들을 만났다. 그렇게 모은 지식을 자신의 은퇴설계에 적용했다. 228쪽. 1만 6500원.
  • 性·죽음… 인간 날것의 감정 파헤친 에르노의 자전 기록

    性·죽음… 인간 날것의 감정 파헤친 에르노의 자전 기록

    카사노바 호텔 아니 에르노 지음/정혜용 옮김문학동네/136쪽/1만 3500원 ‘나’는 1980년대 영수증 더미에서 발견한 P의 편지를 보고 어머니가 정신질환으로 입원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아주 오래전 홀로 죽음에 다가가는 어머니를 잊으려고 나는 P와 카사노바 호텔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그 후 우연히 머리가 하얗게 센 P를 보게 되니 육체적 사랑의 ‘가없음’과 ‘불가해함’을 느낀다.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이자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아니 에르노(82)가 2020년 출간한 선집 ‘카사노바 호텔’은 이처럼 그의 작품 세계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다채로운 에세이와 소설 12편으로 구성됐다. 이 책은 프랑스 문학 거장들의 작품을 묶어 내놓은 갈리마르 총서에 포함된 ‘삶을 쓰다’(2011) 중에서 작가의 주제 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낸 정수를 추렸다. 에르노는 생존 작가로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작품이 실린 인물이기도 하다. 작가는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소신대로 인간의 욕망과 날것의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자전적 에세이이자 표제작인 ‘카사노바 호텔’(1998)은 앞에서처럼 평생에 걸쳐 천착한 에로스(성적 욕망)와 타나토스(죽음의 본능)를 다뤘다. ‘슬픔’(2002)에서는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죽음에 경의를 표했고, 단편소설 ‘축하연’(2006)에서는 결혼을 앞둔 커플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결혼 축하연이 상징하는 환한 빛과 그 이면의 쓸쓸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금세기 저편에서’(1999)는 21세기를 앞두고 20세기의 정서, 인물과 사건이 잊혀질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드러난다.무엇보다 ‘문학과 정치’(1989)에서 “문학이 방식은 달라도 정치 행위와 마찬가지로 사회 변화를 촉발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54쪽)고 밝힌 것은 문학은 현실과 맞닿아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견해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정치적 저항과 사랑의 열정을 강조한 작가답게 일상의 사소하고 평범한 고통과 갈등 속에서도 거침없이 파고드는 언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자는 에르노 입문서와도 같은 이 책을 통해 작가 개인의 사건과 상상력이 한 세대의 집단 기억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문학동네는 표제작 ‘카사노바 호텔’과 궤를 같이하는 작가의 대표 소설 ‘탐닉’(왼쪽)과 ‘집착’(오른쪽)의 개정판도 같이 펴냈다. 각각 중독과 같은 사랑과 기다림, 질투에 점령당한 여자의 모놀로그를 그린 책들로 함께 읽으면 에르노의 작품 세계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 [김택규의 문화 잠망경] 동아시아의 어떤 연대감/번역가

    [김택규의 문화 잠망경] 동아시아의 어떤 연대감/번역가

    하타노 이소코의 ‘소년기’(우주소년·2018)는 태평양전쟁 말기 미군의 공습을 피해 시골에 피신해 있던 한 어머니와 중학생 아들이 나눈 4년간의 편지를 묶은 책이다. 1945년 8월 15일 마침내 일왕의 항복 방송이 나온 뒤, 아들은 어머니와 함께 거리에 나갔다가 즐거워하는 어머니의 표정을 읽고 그날 편지에서 분노를 표한다. “어머니가 전쟁을 싫어하셨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모두 패전을 슬퍼하는데 어떻게 즐거워하실 수가 있죠? 안 그런 척 숨기실 수도 있잖아요.”라고 말이다. 나라를 위해 자기도 전장에 나가고 싶다고 한 ‘애국 소년’으로서는 당연한 항의였다. 비슷한 장면을 중국 작가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2012)에서도 본 적이 있다. 1976년 9월 어느 날 아침 고교 2학년이었던 위화는 모든 교사와 친구들과 함께 학교 강당에 불려 간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의 위대한 영수 마오쩌둥 주석이 불행히도 지병으로 서거했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곧장 강당은 울음바다가 됐다. 1000여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우는 통에 위화도 덩달아 울긴 했지만 문득 이렇게 풍부하고 다채로운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모두 울음소리 경연을 벌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잡을 수 없이 웃음이 나왔고 놀라서 앞 의자에 두 팔을 올린 채 그 위에 엎드려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중에 친구들은 어깨까지 떨며 가장 슬프게 울더라고 그를 위로했다. 위 두 장면을 읽고 이른바 ‘동아시아적 연대감’을 느꼈다. ‘동아시아’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게 한중일 외에 대만과 북한의 역사에도 저 연대감에 속할 만한 장면이 숱하게 많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적 연대감은 자랑할 만한 장면들의 소산은 아니다. 모두 어린 시절 우상의 배반에서 비롯된다. 내게 그것은 매일 오후 6시 국기강하식 시간의 전국적인 ‘얼음 땡 놀이’의 기억으로 상징된다. 해가 질 무렵 학교와 관공서의 스피커에서 사이렌이 흘러나오면 길거리의 남녀노소, 자전거, 손수레까지 멈춰 서서 국가와 애국선열을 떠올리며 장중한 묵념에 빠졌다. 정확히 1971년 3월부터 1989년 1월까지 18년 동안 나와 친구들은 군사정권의 그 제식 놀이에 농락당했다. 우리는 우상의 시대에 태어나 우상화 교육을 받았기에 그것이 놀이인 줄 몰랐고 놀이가 끝났을 때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아이들의 순진한 정신까지 마비시키는 국가주의 교육의 시대는 우리에게서는 다행히 끝났다. 하지만 얼마 전 “대만은 우리 땅이에요. 그걸 부정하면 당연히 강제 점령해야죠”라는 중국인 제자의 말을 듣고 중국에서는 그것이 끝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래야 하지? 대만인도 같은 중국인이라면서?”라는 내 물음에 그는 머뭇대다가 “모르겠어요. 학교에서 그렇게 배워서인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 3월 21일은 세계 시의 날…코로나19 이후 시집으로 위로받는 독자 더 늘었다

    3월 21일은 세계 시의 날…코로나19 이후 시집으로 위로받는 독자 더 늘었다

    오는 21일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시의 날이다. 내면을 풍요롭게 하고 마음의 순화를 이뤄내는 시의 역할을 기억하고 보호하자는 취지로 매년 3월 21일을 기념하게 됐다. 서점가에서도 시는 여전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시집 판매율은 지난 2017년에 비해 25.4%나 늘었고, 출간된 시집의 수도 5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17년 2267권의 시집이 독자들과 만났고 이후 2018년 2576권, 2019년 3069권, 2020년 3102권, 지난해 3257권이 새로 나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시집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년 대비 판매 증가율은 2017년 -5.4%, 2018년 -7.6%였다가 2019년 8.3%, 2020년 12.9%, 지난해 10.9%로 조사됐다. 예스24 측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 깊어지는 내면의 불안함을 덜고 희망을 얻고자 시집을 찾는 이들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시집을 주로 중년층이 많이 구입했지만 이제는 20대도 즐기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20대의 시집 구매 비중은 13.3%로 2017년(8.9%) 대비 약 5% 올랐다. 지난해 시집을 가장 많이 구매한 연령대는 40대(32.1%)로 40대 여성(22.8%)이 특히 많았다. 이어 50대(24.9%), 30대(18.4%), 20대(13.3%) 순으로 시집을 찾았다. 젊은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감각과 시상으로 삶의 이면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젊은 시인들의 책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2010년 중반부터 소셜미디어(SNS)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인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2030대와 공감대를 넓혔고 직관적인 글귀를 담은 시 게시물을 SNS에 올리는 등 MZ세대 사이의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했다. 박준, 글배우 등 젊은 시인들의 시집과 에세이도 주목받는 추세다.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고, SNS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글배우 작가의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도 출간 뒤 주목받았다. 나태주, 류시화, 이해인 등 시인들의 작품은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쉽고 간결한 시어로 소박하고 따뜻한 자연의 감성을 전해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나태주 시인의 작품은 시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 50위권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박형욱 예스24 소설·시 MD는 “나태주, 류시화 시인의 시집과 같이 기성 시인들이 서정적인 글귀로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시집 도서들이 여전히 보편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면서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민음사, 창비 등에서 출간하는 시리즈 시집이 독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모으는 흐름에서 최근 런칭한 ‘걷는 사람 시인선’, ‘아침달 시집’ 등 새로운 시지르도 젊은 시인들의 새로운 감각과 즐거움 담긴 시집들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책꽂이]

    [책꽂이]

    경이로운 수 이야기(알브레히트 보이텔슈파허 지음, 전대호 옮김, 해리북스 펴냄) 독일 유명 수학자인 저자가 학교에서 좀처럼 가르치지 않는 수학의 본질적 속성을 알기 쉽게 풀어 나간다. 왜 하루는 24시간이고 1시간은 60분인지, 베드로가 잡은 물고기 153마리나 적그리스도의 숫자 666에는 어떤 수학적 속성이 있는지 등을 재미있게 설명한다. 256쪽. 1만 4800원.민주주의 공부(얀-베르너 뮐러 지음, 권채령 옮김, 윌북 펴냄) 포퓰리스트에 비판적인 정치학자의 시각으로 민주주의의 본질과 어려움, 잠재력에 대해 설명한다. ‘포퓰리즘’은 물론 ‘국민’, ‘대의제’, ‘장난 정당’, ‘전투적 민주주의’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해 선거의 승패에 일희일비하는 정치가 아닌 희망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284쪽. 1만 7800원.문샷(앨버트 불라 지음, 이진원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 코로나19 백신을 최초로 만든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회장이 9개월 만에 백신을 개발하게 된 과정을 공개한다. 화이자는 발기부전 치료제 사업을 정비해 혁신 연구개발로 방향을 바꿨고, 독감 백신 개발을 위해 2018년부터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제휴를 맺고 있었다. 328쪽. 1만 8000원.질 건강 매뉴얼(제니퍼 건터 지음, 조은아 옮김, 글항아리 펴냄)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여성 생식기 건강의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 출간 즉시 미국·캐나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이 책은 성 매개 감염이나 피부질환, 통증에서 유사과학과 민간요법에 대한 의혹 해소까지 다뤄 ‘내 몸의 주인은 나 자신’이라는 명제를 실감나게 한다. 524쪽. 2만 6000원.4.0시대 교육정책 어젠다(김경회 지음, 박영스토리 펴냄) 교육행정 전문가인 저자가 ‘혁신 교육’이 인재 경쟁력을 저하한다고 보고 자유와 공정을 바탕으로 한 교육 시스템을 제시했다. 전국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고교학점제 보완과 고교평준화 해체, 대학 선발 자유화, 교육의 탈정치화 등이 포함됐다. 272쪽. 1만 9000원.플레인송(켄트 하루프 지음, 한기찬 옮김, 문학동네 펴냄)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미국 작가 켄트 하루프의 대표작.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가상의 마을 홀트를 배경으로 상실을 겪고 결핍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새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 낼 힘을 얻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464쪽. 1만 7000원.
  • [책꽂이]

    [책꽂이]

    봄의 제전(모드리스 엑스타인스 지음, 최파일 옮김, 글항아리 펴냄) 1913년 초연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봄의 제전’과 1914년부터 4년간 치러진 1차 세계대전을 엮으며 ‘현대의 탄생’을 짚어 보는 논픽션이다. 전쟁과 문화 사이의 관계를 살피는 독특한 관점에서 무용, 음악, 문학 등 장르를 넘나드는 분석과 역사를 관통하는 서사가 돋보인다. 592쪽. 2만 9000원.팬데믹 시대에 경계를 바라보다(박노자 외 14명 지음, 소명출판 펴냄) 비대면이 강화된 뉴노멀 시대를 연 코로나19는 전 세계 사람들의 이동이 통제되고 경계가 뚜렷해지는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 냈다. 팬데믹이 우리 삶의 방식과 다양한 관계들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또 코로나19는 어떻게 맞아야 할지를 국내외 전문가들이 주요 접경지역의 변화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분석했다. 중앙대·한국외대 HK+접경인문학연구단이 기획했다. 228쪽. 1만 5000원.타인이라는 가능성(윌 버킹엄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펴냄) 낯선 사람을 마주하면 우선 움츠러들고 경계하게 되는 시대, 낯섦이 주는 불안은 당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지의 타자는 호기심과 흥미를 부르기도 한다. 화덕 터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들의 공동체 밖 사람들과의 만찬 흔적부터 다양한 인종과 역사, 문화 안에서 타인과 함께하며 열어 온 가능성의 시간들을 되짚는다. 352쪽. 1만 7000원.우리의 분노는 길을 만든다(소라야 시멀리 지음, 류기일 옮김, 문학동네 펴냄) 미국의 페미니즘 활동가이자 비평가, 데이터 전문가인 저자가 전 생애에 걸친 삶의 영역에서 여성이 마주하는 부당한 현실을 분석하고, 그로 인한 분노를 ‘변화를 위한 촉매제’로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552쪽. 1만 9500원.마지막 연인(찬쉐 지음, 강영희 옮김, 은행나무 펴냄)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의 장편소설. 가상의 A국과 남부 열대 지역의 고무나무 농장을 배경으로 사랑과 욕망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사랑의 정점을 지나 권태기를 겪는 세 커플은 비현실적인 시공간에서 서로의 현실을 발견하며 깨달음을 얻는다. 516쪽. 1만 6000원.
  • 바로 봐도 거꾸로 봐도… 토마토는 ‘토마토’예요[어린이 책]

    바로 봐도 거꾸로 봐도… 토마토는 ‘토마토’예요[어린이 책]

    “어떤 말은 잘 구운 바게트 냄새로 바꾸고 싶었다. 어떤 말은 베란다에 널어놓은 아이의 옷으로 바꾸고 싶었다. 어떤 말은 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싶었다.” 시인의 말은 소리가 모양이 되고 모양은 냄새가 된다. 멀찍이 작아졌다가 가까이 커진다. 폭신하게 안겼다가 냄새를 풍기고 우당탕 사라진다. 첫 동시집 ‘나는 법’ 이후 5년 만에 동시집 ‘토마토 기준’(문학동네)을 들고 찾아온 김준현(35) 시인 이야기다. 2013년 본지 신춘문예 시로 등단한 이후 2015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당선, 2020년 현대시 상반기 신인추천작품상 평론 부문 수상 등 시, 동시, 평론 분야까지 섭렵하며 활발히 기량을 뽐내고 있다. 잡지 ‘동시마중’의 편집위원으로 일하며 동시 문화를 이끄는 그답게 새로운 실험이 동시집에 가득하다. “시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이 덩어리로 어린이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동시집은 어린이의 오감을 자극한다. 그동안 말놀이 시들이 주로 청각적인 요소를 다뤘다면 그의 말놀이는 시각적인 형태로 다가온다. ‘킁킁’ 밑의 이응 두 개는 콧구멍이 되고(여름 냄새) 어색한 두 나무 사이는 띄어쓰기를 많이 해서 표현한다(나무). 시력검사표를 그대로 가져온 것처럼 글씨가 점점 작아지기도(시력 검사) 하고 기러기 떼를 말줄임표로 연상시킨다(기러기 점선). 그는 “동시에 대한 편견 중에 의성어가 많고 유치하다는 말이 있다”며 “다양한 감각이 조화롭게 섞여서 읽을 때도 말맛이 있었으면 좋겠고 또 시각적으로도 재밌어 보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동시가 가볍지 않은 이유는 말을 가뿐하게 굴리면서도 그 의미망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표제작인 ‘토마토 기준’ 역시 그런 매력이 흠뻑 들어가 있다. 토마토를 가로와 세로로 나열한 표지는 가로로 읽어도 세로로 읽어도 똑같은 토마토,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똑같은 토마토의 모습과 닮아 있다. 내 눈에는 전부 그게 그거 같은데 빛에 비춰 보며 이리저리 굴려 보며 꼼꼼히 고르고 있는 엄마의 손과 눈동자가 그려지는 듯하다.이 책은 특이하게 평론가 서평 대신 먼저 읽은 어린이들의 감상이 실렸다. 다수의 어린이가 ‘나도 이런 적 있는데’라며 그의 시에 공감을 표했다. “‘작은 일에 감동받고 잘 우는 내가 어른인가’라는 의심이 있다”는 그가 계속 어른스럽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다.
  • “더는 못 버틴다” 24시간 영업 배수진 친 자영업자들

    “더는 못 버틴다” 24시간 영업 배수진 친 자영업자들

    3년간 정부의 코로나19 거리두기 지침을 견뎌 왔던 자영업자들이 방역지침 완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오는 21일부터는 현행 9시 영업시간 제한을 지키지 않겠다는 배수진까지 치며 단체 삭발식을 진행했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코자총)은 15일 서울 종로구 열린시민마당에 모여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와 일부 자영업자에게만 해당되는 현행 손실보상제를 비판했다. 영하 3도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모인 200여명의 자영업자는 ‘임대료·관리비 보상하라’, ‘생계형 다중이용업소 집합 제한 해제하라’ 등의 문구를 새긴 빨간색 천을 이마와 어깨에 걸쳤다. 인천 문학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성민(48)씨는 “그동안 정부가 문을 닫으라 하면 닫았고 기다리라 하면 기다렸지만, 더이상은 버틸 수가 없어 집회에 나왔다”며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모두 받아 3년 만에 빚만 5억원이 됐는데 정부에서 받은 건 한 푼도 없으니 어떻게 화를 안 낼 수 있겠느냐”고 분노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손미애(56)씨는 “임대료와 관리비 등 한 달 고정비만 800만원이 나가는데 매출은 3분의1로 줄어 사실상 저녁에 불만 켜 놓는 수준”이라며 “빚 독촉장에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고 울먹였다. 집회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 뒤 확진자가 폭증하자 재택 치료 등 ‘자율 방역’ 기조로 전환을 꾀한 정부가 영업제한 등 거리두기 지침 역시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동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곽순애(62)씨는 “확진자가 많아져 시민들이 각자 조심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는데 오후 9시 영업 제한은 그대로라 너무 힘이 든다”며 “지난달 집회 때는 안 나왔지만, 집세만 3개월째 밀린 지금은 한계인 것 같아 나왔다”고 토로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10명의 자영업자가 정부를 비판하며 삭발을 진행했다. 오호석 코자총 공동대표는 “생계를 더이상 이어 갈 수 없어 생존권을 보장받으러 이 자리에 모였다”며 “오늘까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투쟁하지만 오늘 이후부턴 정부 정책에 반해 24시간 영업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45분간 자유 발언 등 집회를 진행한 뒤 청와대로 행진해 삭발한 머리카락을 전달하는 항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빚 독촉에 공황장애 생겼다” 코로나 3년에 거리 나온 자영업자

    “빚 독촉에 공황장애 생겼다” 코로나 3년에 거리 나온 자영업자

    자영업자들, 종로서 방역지침 규탄 집회영업제한 폐지·손실보상 확대 촉구“빚만 5억”, “집세 3개월째 밀려” 울분단체 삭발식 진행 후 청와대 행진3년간 정부의 코로나19 거리두기 지침을 견뎌 왔던 자영업자들이 방역지침 완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오는 21일부터는 현행 9시 영업시간 제한을 지키지 않겠다는 배수진까지 치며 단체 삭발식을 진행했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코자총)은 15일 서울 종로구 열린시민마당에 모여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와 일부 자영업자에게만 해당되는 현행 손실보상제를 비판했다. 영하 3도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모인 200여명의 자영업자는 ‘임대료·관리비 보상하라’, ‘생계형 다중이용업소 집합 제한 해제하라’ 등의 문구를 새긴 빨간색 천을 이마와 어깨에 걸쳤다. 인천 문학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성민(48)씨는 “그동안 정부가 문을 닫으라 하면 닫았고 기다리라 하면 기다렸지만,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어 집회에 나왔다”며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모두 받아 3년 만에 빚만 5억원이 됐는데 정부에서 받은 건 한 푼도 없으니 어떻게 화를 안 낼 수 있겠느냐”고 분노했다.서울 강남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손미애(56)씨는 “임대료와 관리비 등 한 달 고정비만 800만원이 나가는데 매출은 3분의1로 줄어 사실상 저녁에 불만 켜 놓는 수준”이라며 “빚 독촉장에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까지 생겼지만 오늘만은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아 나왔다”고 울먹였다. 집회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 뒤 확진자가 폭증하자 재택 치료 등 ‘자율 방역’ 기조로 전환을 꾀한 정부가 영업제한 등 거리두기 지침 역시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동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곽순애(62)씨는 “확진자가 많아져 시민들이 각자 조심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는데 오후 9시 영업 제한은 그대로라 너무 힘이 든다”며 “지난달 집회 때는 안 나왔지만, 집세만 3개월째 밀린 지금은 한계인 것 같아 나왔다”고 토로했다. 강남구에서 28년간 중국집을 운영해 온 김태림(53)씨는 “나아질 거라는 기대로 버틴 지 3년째이지만 영업 제한으로 확진자 증가세를 막을 수 없다는 게 이제 확인되지 않았느냐”며 “자영업자 규제를 풀고 자율적으로 조심하는 방식으로 바꿀 때”라고 말했다.이날 집회에서는 10명의 자영업자가 정부를 비판하며 삭발을 진행했다. 오호석 코자총 공동대표는 “생계를 더이상 이어 갈 수 없어 생존권을 보장받으러 이 자리에 모였다”며 “오늘까지는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투쟁하지만 오늘 이후부턴 정부 정책에 반해 24시간 영업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45분간 자유 발언 등 집회를 진행한 뒤 청와대로 행진해 삭발한 머리카락을 전달하는 항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이연실의 Book 받치는 삶]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습니까?/문학동네 편집자

    [이연실의 Book 받치는 삶]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습니까?/문학동네 편집자

    낯설고 어색한 자리,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노라면 저기서 누군가 모나리자 같은 미소를 띠고 다가온다. 드디어 말 상대가 나타났다 싶어 신나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내 그가 본심을 속삭인다. “편집자님, 실은 제가 책을 내려고 오래전부터 글을 써 왔는데요. 부담 없이 한번 봐 주시겠어요?” 책은 갈수록 덜 팔리고 독자는 줄어드는데, 작가 지망생들은 왜 점점 늘어나는 기분이 들까? 이 혹독한 경쟁사회에서 부동의 평균소득 최저 직업군인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이다지도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투고 메일은 홍수처럼 쏟아지고, 나는 여기저기서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의 간절한 눈빛을 만난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편집자에게 가볍게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원고란 없다. 남의 글을 예능 프로그램 보듯 훌훌 재미로만 읽을 수 있다면 그건 편집자가 아닐 터이다. 나는 굉장한 부담을 갖고 원고를 읽고 책을 만드는 것이 업인 사람이다. 이것은 곧 어마어마한 책임감을 갖고 어떤 원고를 확실히 반려해야만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고가 애매한데 안면에 기대어 섣불리 덤비기엔 출판은 비용과 인력과 시간이 너무나 많이 드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흥에 겨워 술값 내듯 “뭐 까짓것 내가 만들죠” 할 수가 없다. 그건 나와 내 동료들의 땀과 시간을 헐값에 팔아치우는 일이기에.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금방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을 보면 당신을 빠르고 쉽게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 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작가 양성 코스들이 성업 중이다. 엄청난 인세 수입이 찍힌 통장 내역까지 까며 작가 지망생들의 절박한 마음을 자극한다. 무조건 당신을 작가로 만들어 주겠다고, 지금 바로 결제하면 당신도 나처럼 반드시 작가가 된다고. 양다솔, 이길보라, 이다울, 이슬아, 하미나 작가 등 걸출한 에세이스트를 줄줄이 배출한 글쓰기 교사이자 작가 어딘은 최근 그 놀라운 글방 이야기를 담은 책 ‘활활발발’을 펴냈다. 그런데 어딘글방에 굳이 찾아온 이들에게 그는 노상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행복한 독자로 살지 왜 굳이 작가가 되려 해. 글 쓰는 거 힘들어. 안 쓰고 살 수 있으면 쓰지 말고 살아.” 웬만하면 얼쩡거리지도 않는 게 훨씬 나을 그 지독한 글쓰기의 세계를 기를 쓰고 견뎌 내는 이들이 있다. 일상의 환란 속에서도 매일 매주 기어이 글을 완성하고야 마는 집념의 청년들이 있다. 작가는 이렇게 탄생한다. 작가가 되는 속성 코스란 절대 없다. 그러니 책 내는 일을 식은 죽 먹기처럼 말하는 이들을 믿지 말라.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당신의 열망으로 제 배를 불리려는 사기꾼들일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순우리말 중에 ‘에움길’이란 단어가 있다. ‘목적지로 직행하지 않고 빙 둘러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나는 작가가 되는 길은 오직 ‘에움길’뿐이라고 생각한다. 지름길을 찾아다닐수록 당신은 작가의 길에서 멀어질 것이다. 그 어떤 유혹과 조급함에도 흔들리지 말고, 이 세상이 당신에게 안기는 숱한 거절과 실망을 견뎌 내며 당신만의 고요하고 우직한 에움길로 뚜벅뚜벅 걸어가길 바란다. 유일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당신이 그 에움길을 다 걸은 뒤에 언젠가 우리가 다시 작가와 편집자로 만난다면 더 좋겠다. 그때는 대작가가 된 당신이 과거 당신의 원고를 매몰차게 거절했던 나를 두고두고 놀려 주기를. 내가 원고 반려 메일에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더없이 흔한 말이지만 언제나 ‘쓰는 사람’의 척추를 곧추세우게 하는 글쟁이들의 인사말이다. ‘부디 건필하시길.’
  • 달라진 세계문학전집…여성·장르·지역 등 특화해 미발표작 위주 잇단 출간

    달라진 세계문학전집…여성·장르·지역 등 특화해 미발표작 위주 잇단 출간

    세계문학전집이라고 하면 분량이 많아 부담스럽거나 서구 남성 작가 중심의 고루한 고전을 모아 놓은 책들이라는 편견을 갖기 쉽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의 감수성에 맞춰 여성이나 장르 소설 등 특정 테마에 맞춰 국내 미발표작을 소개하는 책들이 기존 세계문학전집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휴머니스트는 이번 달부터 4개월마다 다섯 작품을 동시에 내놓는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리즈 출간을 시작했다. 시즌마다 매혹적인 테마를 선정해 색다른 관점과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취지다. 이번 달 출간된 ‘시즌1’의 테마는 ‘여성과 공포’로 잡아 19세기 영국 여성 작가 메리 셸리의 공포소설 ‘프랑켄슈타인’을 1권으로 펴냈다. 2~5권으로는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스릴러 소설집 ‘회색여인’, 미국 작가 이디스 훠턴의 소설집 ‘석류의 씨’, 버넌 리 소설집 ‘사악한 목소리’, 도러시 매카들의 공포소설 ‘초대받지 못한 자’ 등을 냈다. ‘프랑켄슈타인’을 제외하고는 단행본으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이다. 이성근 휴머니스트 편집자는 “긴 작품을 읽기 어려워하는 요즘 독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300쪽 안팎의 책으로 전집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은행나무 출판사도 지난달부터 매달 한 종씩 펴내는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시리즈를 시작했다. 지난달 출간된 버지니아 울프의 장편소설 ‘등대로’를 시작으로 중국 작가 찬쉐의 ‘마지막 연인’, 율리 체의 ‘인간에 대하여’,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단편집 ‘고딕 이야기’, 마리즈 콩데의 ‘땅의 장벽’ 등을 순서대로 선보인다. 울프의 탄생 140주년을 맞아 낸 ‘등대로’를 제외한 11편이 모두 국내 처음 번역되는 작품이며, 12월까지 나오는 12권 모두 여성 작가 작품으로 계획됐다.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국내 최초로 동남아시아 근현대문학만을 묶은 ‘동남아시아문학 총서’ 시리즈를 출간했다. 재단의 모태인 한세실업이 동남아 지역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베트남 작가 도빅투이의 ‘영주’(2015), 인도네시아 작가 함카의 대표작 ‘판데르베익호의 침몰’(1939), 태국 아깟담끙 라피팟의 ‘인생이라는 이름의 연극’(1929) 등 3종을 먼저 펴냈다. 민음사나 문학동네 등이 주도하는 기존 세계문학전집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신규 진입자들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새로운 활로가 절실하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기존에 알려진 유명한 작품들을 다시 내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 페미니즘 열풍이 불면서 새로운 작가들에 대한 독자의 열망도 커졌다”며 “1970년대 이후 새롭게 세계문학에 등장한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오노레 드 발자크, 찰스 디킨스, 마크 트웨인 등 각국의 정신적 토대가 되는 작가별로 특화된 전집도 소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책꽂이]

    [책꽂이]

    코스모사피엔스(존 핸즈 지음, 김상조 옮김, 소미미디어 펴냄) 우주의 기원을 분석해 온 저자가 생명의 출현과 이기적 유전자 이론 등 우주 속 인류의 출현과 진화 과정의 실체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저자는 현재 인류가 물리적·유전자적 진화를 넘어 정신의 진화를 이룬 ‘반성적 의식’을 소유한 존재이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강조한다. 984쪽. 3만원.성공한 나라 불안한 시민(이태수·이창곤 외 5인 지음, 헤이북스 펴냄) 디지털 전환, 생태 위기, 인구 구조의 변화 등 거대한 변화와 위기에 직면한 한국 사회가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위해 추구해야 할 새로운 복지국가의 길은 무엇인가. 각계 지식인 7명이 2년간 한국 복지국가의 새판 짜기에 대해 토의하고 연구한 집단 지성의 결과를 담았다. 432쪽. 2만 3000원.다이어트의 역사(운노 히로시 지음, 서수지 옮김, 탐나는책 펴냄) 문화평론가의 시선으로 현대인이 어떻게 극단적으로 날씬한 몸매를 추앙하게 됐는지를 탐구한다. 여성에게 족쇄가 되기도 하는 다이어트는 20세기부터 시작된 소비 사회의 산물이며, 단순히 건강을 위한 도착점이 아니라 더없이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한다. 329쪽. 1만 7000원.호르몬 찬가(마티 헤이즐턴 지음, 변용란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진화 심리학자인 저자가 페미니즘 시각에서 인간 호르몬 지능의 비밀을 풀어 나간다. 저자는 호르몬이 짝짓기 욕망이나 경쟁적 충동, 임신 이후 벌어지는 신체와 행동 변화 등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치며 과학자들도 성별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336쪽. 2만원.생일을 모르는 아이(구로카와 쇼코 지음, 양지연 옮김, 사계절 펴냄) 가족 문제를 다뤄 온 작가가 가정에서 학대당했던 아이들의 생활상을 생생히 묘사한 르포르타주. 유아원, 아동 양호 시설, 폐쇄 병동 등으로 찾아가 위탁 부모와 시설 교사 등의 구체적 면면을 꼼꼼히 취재했다. 작가는 이 책으로 제11회 일본 가이코다케시 논픽션상을 받았다. 348쪽. 1만 6800원.그들의 이해관계(임현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7년 제8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으로 주목받게 된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대학 사회의 문제를 다룬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 등 단편 아홉 편을 통해 인간의 이면에 드리운 상처와 나약함, 상황에 따른 선택과 감정의 파동을 세밀하게 좇는다. 논리적으로 해명하기 어려운 내면의 심층을 비춘다. 260쪽. 1만 4000원.
  • 13회 젊은작가상 대상에 임솔아 ‘초파리 돌보기’

    13회 젊은작가상 대상에 임솔아 ‘초파리 돌보기’

    문학동네는 제13회 젊은작가상 대상에 임솔아 작가의 ‘초파리 돌보기’가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 김멜라 작가의 ‘저녁놀’, 김병운 작가의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김지연 작가의 ‘공원에서’, 김혜진 작가의 ‘미애’, 서수진 작가의 ‘골드러시’, 서이제 작가의 ‘두개골의 안과 밖’도 수상작에 선정됐다. 임 작가는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 2015년 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초파리 돌보기’는 엄마가 초파리에 각별히 애착을 느낀다는 독특하면서도 애틋한 설정과 딸이 병든 엄마에 대한 소설을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권희철 심사위원은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소설 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소박하면서도 절실하고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하게 답하고 있는 이 소설이 마지막에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조금 더 끌어당겼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학동네가 주관하는 젊은작가상은 한 해 동안 발표된 등단 10년 이하 작가들의 중단편소설 중 가장 뛰어난 7편을 선정해 시상해오고 있다. 대상 1편을 선정하되 젊은 작가들을 조명하고 격려하는 취지에서 7편 모두를 수상작으로 보고 우수상이란 명칭은 쓰지 않는다. 수상자 7명에는 차등 없이 상금 각 700만원과 특별 제작 트로피가 수여된다.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수상작품집의 인세(10%)가 상금을 상회할 경우 초과분에 대한 인세를 수상자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어 지급한다.
  • [베스트셀러] 한국 소설 강세… ‘불편한 편의점’ 5주 만에 다시 1위

    [베스트셀러] 한국 소설 강세… ‘불편한 편의점’ 5주 만에 다시 1위

    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5주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다시 올랐다. 4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1월 다섯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이 지난주 2위에서 한 단계 올라 1위를 차지했다. 따뜻한 힐링소설이라는 입소문이 더해지며 연휴 전후로 더욱 독자층이 넓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책을 비롯해 이번 연휴를 맞아 소설분야 베스트셀러 20위 가운데 15종이나 차지할 만큼 한국 소설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출간 직후 4주간 1위를 지켰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간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는 2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친형 사이의 갈등을 다룬 ‘굿바이, 이재명’은 지난주 3위에서 9위로 떨어졌다. 출간과 동시에 6위에 진입한 ‘나의 마녀’ 완결편과 지난주 18위에서 7위로 오른 만화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열 세번째 책 등 웹툰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들도 인기를 모았다. 프로파일러 권일용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드라마로 인한 역주행으로 37계단 상승한 종합 49위를 기록했다. ●교보문고 1월 다섯째 주 베스트셀러 1.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나무옆의자) 2.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박근혜, 가로세로연구소) 3. 트렌드 코리아 2022(김난도, 미래의창) 4.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 팩토리나인) 5. NFT 레볼루션(성소라, 더퀘스트) 6. 나의 마녀 4: 사계(해윤, 문학동네) 7.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3(히로시마 레이코, 길벗스쿨) 8.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매트 헤이그, 인플루엔셜) 9. 굿바이, 이재명(장영하, 지우출판) 10.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로버트 기요사키, 민음인)
  • [단독] 세상과 거리두며 자기 찾다… 100쇄 찍는 ‘새의 선물’

    [단독] 세상과 거리두며 자기 찾다… 100쇄 찍는 ‘새의 선물’

    소설가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 이르면 3월 100쇄를 찍는다. 1995년 출간된 이 작품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자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이다. 인기 작가의 작품이라도 5000~1만부를 넘기기 힘든 요즘 출판계 상황에서 100쇄 출간은 오랜 기간 꾸준히 독자에게 읽혔다는 방증이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박경리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아리랑’·‘한강’, 김훈의 ‘칼의 노래’·‘남한산성’ 등이 100쇄를 넘긴 대표작이다. 문학동네에서도 100쇄 출간은 2007년 안도현 시인이 쓴 우화소설 ‘연어’ 이후 15년 만이다. 작가는 지난달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은 게 아니라 27년간 꾸준히 관심을 받아 100쇄가 됐다는 게 정말 소중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가는 작품을 현시대에 맞춰 손보고 있다. 그는 “‘앉은뱅이책상’과 같은 누군가는 불편할 수 있는 표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그때는 몰라서 썼지만, 이제는 누구에게든 불편하지 않은 표현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런 섬세한 사회가 돼 너무 좋다”고 했다. ‘새의 선물’은 ‘더는 성장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 조숙한 열두 살 여자아이가 ‘바라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로 자기 자신을 분리한 뒤 자신을 포함한 군상들의 모습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작품이다. 30대 중반 등단하자마자 발표한 첫 장편은 ‘환상 너머의 이면을 들춰 현실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 줬다’는 평을 받았다. ‘새의 선물’부터 지난달 나온 연작소설집 ‘장미의 이름은 장미’까지 작가의 주인공들은 타인 혹은 세상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아이러니에 놓여 있다. 그는 “익숙한 사람도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얼굴이 되고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세상도 갑자기 나로부터 멀어지고 비밀에 싸인 것 같은 순간이 많다”며 “타인과 세계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른다고 끊임없이 경계심을 가져야 하고 그게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기본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낯선 환경이 주어질 때 편견이나 선입견이 드러난다고 생각해 낯선 조건에서 다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주로 썼다”고 덧붙였다. 김소영 문학동네 대표는 “100쇄 출간이 3월 예정돼 있고 늦어도 상반기 중 출간될 예정”이라며 “오랜 시간 독자에게 읽힌다는 게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시대를 넘어 독자층이 공감한다는 점에서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전 부치는 명절, 지겹다고요?… ‘성평등한 설’ 위한 책 5권

    전 부치는 명절, 지겹다고요?… ‘성평등한 설’ 위한 책 5권

    ‘전 부치는 설’까지는 클리셰여도, 아무튼 명절은 만만하지 않다.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간만에 가족들과 둘러 앉았다는 기쁨도 잠시, 누워있는 남자 형제에 손에 물 마를 날 없는 여자들의 모습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휴식임과 동시에 부담스러운 대비한 ‘성평등한 설’을 위한 책 5권을 소개한다. 당장은 아니어도, 노력하면 도래할 그 날을 위해. ●증조모-할머니-엄마-나로 이어지는 여성의 삶… ‘밝은 밤’ 장편 소설 ‘밝은 밤’(문학동네)은 최은영 작가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여성 4대의 삶을 담았다. 서른 두 살 지연이 이혼 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찾은 곳 ‘희령’. 열 살 때 할머니 집에 방문하기 위해 잠깐 머물렀던 기억을 제외하면 낯선 곳에 가까운 그 곳에서 할머니와 이십 여년 만에 재회한다. 거기서부터 지연이 희령에서 새로운 생활을 이어나가는 현 시점의 이야기와 할머니에게 전해듣는 과거 시점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이 이야기 형식의 특별한 점은, 과거의 이야기가 할머니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풀려나오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에게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지연이 재구성한 것이라는 데 있다.●미투 이후의 한국, 끝나지 않은 투쟁… ‘상냥한 폭력들’ ‘상냥한 폭력들’(동아시아)의 부제는 ‘미투 이후의 한국, 끝나지 않은 피해와 가해의 투쟁기’이다. 얼마 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통화 내용이 공개돼 ‘미투 2차 가해’ 논란을 불렀던 걸 떠올리면, 정말로 맞아 떨어지는 부제다. ‘미투 변호’의 최전선에서 피해자를 변호해 온 이은의 변호사가 굵직한 성폭력 사건들을 재구성했다. 저자는 변호사로서 ‘법’의 역할과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한편, 유독 성폭력 재판에서 법이 객관적으로 적용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적 진단을 내린다. 나아가 “가해자의 행위가 범죄로 인정되고 처벌을 받는 것과,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문화가 법조계 안에 제대로 안착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128쪽)라고 말하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그 남자들은 왜?… ‘페미니스트가 된 남자들’ ‘페미니스트가 된 남자들’(멜랑콜리아)은“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선언한 일곱 남자들을 인터뷰했다. 남성으로서의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또 성별을 넘어 바라본 페미니즘의 지평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한 흔적들을 담았다. 각각의 남자들은 젠더 스터디 연구자(곽승훈), 페미니즘 활동가(이한), 언론 노동자(박정훈), 시인 및 돌봄노동자(서한영교) 등 서로 다른 직업들을 갖고 있다.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안티페미니즘이 터져 나오는 사이 이들은 페미니즘이야말로 성별에 관계없이 ‘상생’을 가능케 하는 주의주장이란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시스젠더 남성이 너무나 완벽하게 ‘여성성’을 수행할 수 있으면, 그건 사회가 규정한 ‘여성성’이라는 것 자체가 반드시 여성에게만 부착되어야 하는 게 아니란 걸 보여주는 거잖아요. 이 사람도 하고 저 사람도 할 수 있는 거면 누구만 하라고 강요할 이유가 없죠.”(신필규 비온뒤무지개재단 활동가) 한국 사회를 뒤덮은 성역할 규정에 경종을 울리는 글이다.●결혼한 여자들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 비혼, 비출산 시대, 결혼한 여자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희생자나 조력자가 아닌 삶의 주체로서의 ‘아내’ ‘엄마’ ‘며느리’는 가능할까.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민들레)결혼한 여성으로서 끊임없이 이같은 질문에 부닥쳤던 열 명의 기혼여성들이 쓴 책이다. 고립육아를 하며 답답함을 느끼는 엄마, 시가에 대해 할 말 많은 며느리, 남편보다 더 많이 벌면서 가사와 육아까지 도맡은 직장인, 육아휴직 중인 전업주부,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결국 회사를 차린 창업가 등이다. 책에서 저자들은 견고한 가부장제에 아주 작은 균열이라도 내보려 애쓴다. 가부장제의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해, 아이들에게 잘못된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남편과 업무분담각서를 쓰는 방법에서부터 주 양육자 바꾸기, 시어머니와의 연대, 애 낳은 엄마의 ‘엄마기’ 선언, 집안에 나만의 공간 만들기, 결혼방학과 결혼졸업, 주부를 위한 월차 제도와 주 5일 근무제까지. 이번 설도 ‘성평등하기는 글렀다’는 체념에 접어든 이들에게 권하는 책이다.●나의 감정은 사소하지 않다… ‘마이너 필링스’ ‘마이너 필링스’(마티)는 한국계 미국 작가 캐시 박 홍의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는 은근하게 계속되어 끝내 내면화된 차별과 구별짓기가 한 개인의 마음속에 어떤 감정들을 남기는지 파고든다.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건 네 피해의식이야”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이 책을 내민다. 퓰리처상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으며, 각종 유력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자서전 부문)을 수상했다.
  • 낯선 곳에서 ‘말걸기’… 더 선명해진 나를 만났다

    낯선 곳에서 ‘말걸기’… 더 선명해진 나를 만났다

    美 뉴욕 배경으로 쓴 소설 4편자유롭지만 ‘편견’도 짙은 도시정체성 확인하는 인물 그려내내가 바라보는 나와 타인의 시선 사이의 균열, 그 간극에 대해 끊임없이 ‘말걸기’를 시도하는 소설가 은희경의 신작이 나왔다. 연작소설 ‘장미의 이름은 장미’다. 네 편의 소설은 모두 미국 뉴욕이라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작가는 흔히 알고 있는 높은 빌딩과 공원, 현란한 전광판과 복잡한 지하철, 거리공연, 노란 택시의 도시라는 판타지를 깨버린다. ‘끔찍한 더위, 가로막힌 창문들, 저녁 거리에 쌓여 있는 검은 쓰레기봉투의 냄새’로 대변된 도시의 새로운 이면과 그곳을 부유하는 인물들을 그려낸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1995)이 열두살 여자아이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로 분리한 뒤 어른들의 세계를 상대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타인에게 말걸기’(1996)에서는 농담거리로 전락한 여자를 바라보는 남성의 시선들 속에서 자신만의 소통 방식으로 이름짓기를 거부하는 여성과의 관계로 나아간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2014)의 수록작 ‘프랑스어 초급 과정’에서 ‘신도시’로 공간화된 타자는 이번 ‘장미의 이름은 장미’에서 그 범주가 외국으로 확장된다.뉴욕을 찾은 인물들은 기존 상황에서 벗어나 자유를 꿈꾸지만, 국적, 인종 등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요소로 평가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는 뉴욕에 살고 있는 친구 ‘민영’의 집에서 머물 계획으로 한국을 떠나 온 ‘승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승아는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기 위해 충동적으로 낯선 대도시로 떠나왔지만, 막상 도착한 민영의 집은 기대와 달리 한눈에도 낡고 오래된 모습이다. “여기서 오래 혼자 살다 보면 그냥 친절한 건지 특별한 감정인지 잘 구별 못하게 돼, 자기들끼리 선을 그어 놓고 그 바깥에 있는 사람한테 친절하게 보이려는 사람들이 좀 있거든”이라는 민영의 말처럼 낯선 공간과 타인의 시선은 두 사람을 커튼 친 비좁은 방으로 몰아갈 뿐이다. 표제작 ‘장미의 이름은 장미’의 주인공 ‘나’는 어느 여름 오후 빵집에서 주택가의 한적함을 즐기던 중에 잔돈을 구걸하는 홈리스에게 봉변을 당한다.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의 주인공 ‘현주’에게 호감을 느낀 ‘로언’은 시간이 지나도 현주가 영어를 배우지 않자 불만을 품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그를 배려하지 않는다. ‘아가씨 유정도 하지’에서 50대 소설가 ‘나’는 ‘한국 작가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전 세계의 작가 중 한 사람이라는 개별성에 더 정체성을 둔다’고 대답하지만, 진행자는 노골적으로 고개를 내저으며 ‘예상 밖의 대답’이라고 치부할 뿐이다.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이 위축되고 불안한 가운데서도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으며 타인에게 공감하려고 애쓰기를 바랐다”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은 소외된 인물을 보여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의 갈등을 풀지 못했던 승아와 민영은 나란히 앉아 이스트강을 바라보며 화해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표제작 ‘장미의 이름은 장미’에서는 세네갈 대학생 ‘마마두’가 마지막 수업에서 낭독한, 서로가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한 장면을 삽입한다. 외국이라는 낯선 장소와 타인을 경유해 결국 작가는 그속에서 선명해진 나 자신, 그리고 연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 폭력·장애 속 고립된 아이 마음의 자물쇠 여는 ‘위로’

    폭력·장애 속 고립된 아이 마음의 자물쇠 여는 ‘위로’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된 뒤 입을 다물고 개가 돼 버린 아이,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개가 되고 싶은 엄마(‘엄마가 개가 되었어요’), 섬에 버려져 아무것도 안 하는 편을 택한 개와 교감하며 할머니 집에 자신을 보낸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바틀비’),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을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하며 갈등을 겪는 아이와 아빠(‘초콜릿 샴푸’),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통해 가정폭력의 상황에 맞서는 아이(‘산을 엎는 비틀거인’).기존 동화에서 다루기 어려워했던 주제인 죽음, 가정·학교폭력, 동물유기, 장애 등을 따뜻한 위로와 교감으로 토닥이는 동화집이 나왔다.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과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은 김태호 작가의 새 동화집 ‘엄마가 개가 되었어요’다. 전작인 ‘제후의 선택’, ‘네모돼지’에서 보여 줬던 반전과 재반전을 거듭하는 사건, 치밀하고 생생한 의인화가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동화집에 수록된 여섯 편의 동화는 하나같이 고립되고 상처받은 존재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주저앉지 않는다. 삶을 향한 긍정과 믿음, 작고 약한 것에 대한 끝 간 데 없는 애정을 통해 성장한다. 작가는 무거운 주제를 어린이 독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개, 돼지 등 어린이와 친숙한 동물을 등장시키거나 초콜릿 샴푸 레시피, 옛이야기 등을 활용한다. “혐오와 폭력, 다툼이 끝나지 않는 시대에 따뜻함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 되길 희망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상처받고 고립된 어린이를 보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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