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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오늘 개막

    ◎지구촌 107국 1만여 출판사 참가/한국 38년만에 대규모 국가관 설치 세계 최대규모의 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이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막된다.1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도서전에는 107개국 1만여개 출판사가 참가한다.6만여평의 전시장에는 36만9,000여종의 책과 CD롬 등이 선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번 도서전에서 참가 38년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국가관을 설치,출판문화대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게 된다.우선 외형에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로 4m,세로 8m’ 크기로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에 비해서도 규모가 적어 세계 7대 출판대국의 이름이 무색했으나 이번에는 정부에서 8,500만원을 지원한데 힘입어 ‘가로 8m,세로 18m’의 한국관을 만들었다. 한국관에는 고려원과 문학동네,시공사,푸른숲,해냄,현암사 등 17개 출판사의 1,175종,1,572권의 도서가 전시된다.금성출판사는 별도의 아동관에 책을 전시한다.특히 영어,독일어,불어,스웨덴어 등으로 번역된 우리 문학작품 88종도 소개된다. 대한출판협회 정종진 사무국장은 “종전에는언어의 한계로 한국출판사들은 사진이나 그림이 많은 책을 전시하는데 그쳤으나 이번에는 모든 책에 대한 영문초록을 만들어 저작권 계약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하는 이 도서전은 출판의 ‘자유정신’과 ‘문화진흥’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전시회 이외에 국제출판협회(IPA)분과회의와 국제저작권전문가회의,국제유통전문가회의,국제전자출판연구소 세미나 등도 다채롭게 열려 21세기 출판문화 발전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모색한다. 또한 출판올림픽으로 불리는 IPA총회의 차차기 개최국 결정은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과 함께 유치신청을 했지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독일이 2004년 IPA총회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데다 이번 IPA국제위원회 개최국이기 때문이다. 1564년 시작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2차대전이 터지면서 일시 중단됐가 1949년 재개됐다.한국은 지난 61년부터 매년 참가해 왔다.
  • 김한수씨 소설집 ‘그대,기차 타는 등뒤에 남아’

    ◎소외된 변두리 인생 ‘있는 그대로…’ 관조/‘못 가진자’ 무조건적 미화 자제/고집만이 아닌 체험의 힘 물씬 80년대 노동문학 주창자들에게는 켕기는 구석이 있었다. ‘무성한 이론’을 무색케 한 ‘창작의 빈곤’. 반론을 못찾고 속앓이 하던 참에 소설가 김한수의 등장은 한줄기 희망이었다. ‘먹물’이 묻지 않은 노동자 소설가에 대한 문예운동 진영의 기대는 남달랐고 김한수의 작업은 그런 바람을 잘 채워주었다. 그러나 정작 김한수의 자리는 요즘 더 커보인다. 날티나는 시대를 리얼리즘의 뚝심으로 버티는 모습은 유달리 미덥다. 줄곧 소외된 변두리 인생에 애정을 쏟아온 작가가 새 소설집 ‘그대,기차 타는 등뒤에 남아’(문학동네 간)를 내놓았다. 노동자 작가도 세월의 흐름 속에 시장 상가의 식당주인으로 변했고,이번 소설집의 주요 화자로 등장한다. 신분은 상승(?)했으나 눈높이는 한결같다. 상인들의 육두문자를 빌려서 시끌벅적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부분 잊혀져 가지만,잊어서는 안되는 삶을 그리고 있다. 시장 주변 먹자골목을 배경으로 한 ‘빈 수레 끄는 언덕’과 ‘숨쉬는 화석’은 오늘의 작가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가진게 없는 사람이라고 무조건 미화하지 않고 건강한 것은 건강한 대로,추한 것은 추한 그대로 발가벗기고 있다. 이런 오늘이 있기까지 삶의 편린들이 드러나는 작품이 ‘스테인드 글라스의 눈’이다. “옳다고 여기며 살아왔던 시간들이 송두리째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지고 어리둥절한 백지 상태”(‘숨쉬는 화석’)에 빠진 화자의 방황을 잘 그리고 있다. 한 사진작가가 자극적인 향락문화에 자기를 맡기고 떠도는 행위등 욕망으로 부푼 세상을 세밀하게 묘사,진보에 대한 열망이 사라진 세상을 잘 담아내고 있다. 표제작 ‘그대,기차타는 등뒤에 남아’는 비뚤어진 사회를 고발한 단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이 단지 ‘공돌이’라는 이유로 좌절된 주인공. 부조리한 사회인식과 맞서는 방편으로,마지막 사랑을 나눈 애인을 죽이는 장면은 전율로 다가온다. 세상이 나아졌다지만 그것은 가진 자의 소리이고 ‘공돌이’나 ‘농투성이’에게는 꿈같은 현실이라는 사실을 섬뜩하게 제시하고 있다. 외곬으로 리얼리즘의 거푸집을 만들어 온 김한수의 글에는 고집만이 아닌 체험의 힘이 실려있다. 세상이 균형잡혀야 한다고 믿는 이들의 손길이 그의 소설을 향하는 이유다.
  • 15인의 거장들/양혜숙 엮음(화제의 책)

    ◎독일어권 현대 극작가들 삶과 작품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현대 극작가 15명의 삶과 작품세계를 고찰한 연구서. 한국공연예술원 원장인 양혜숙 전 이화여대 교수가 책임편집을 맡고 이병애(이화여대).이원양(한양대).윤시향(원광대)교수 등 드라마를 전공한 독문학자 15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서사극 이론의 창시자로 현대 희곡문학과 연극에 새로운 지평을 연 베르톨트 브레히트.그는 독일어권 연극을 정치극 일변도로 몰고가며 서사극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발전시켰다.그와 대비를 이루는 작가가 신사실주의의 기수로 불리는 외된 폰 호르바트다. 이 책은 브레히트 정치극을 보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호르바트 계열의 작가들이 어떻게 독일 연극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가를 분석한다.호르바트의 후계자로는 ‘낙인 찍힌’ 국외자들을 주로 다룬 민중극 작가 크뢰츠와 ‘추(醜)의 미학’으로 세계 영화계의 거장이 된 독일극계의 이단아 파스빈 더를 빼놓을 수 없다. 기록극의 대가이자 독일 시극(詩劇)의 거장인 페터 바이스,동독작가로 공산주의의 한계와맹점을 통렬히 비판한 하이너 뮐러,구변극(口辯劇)이라는 새로운 드라마 장르를 개척한 페터 한트케,60년대와 70년대 브레히트와 바이스의 정치극·기록극이 휩쓸고 있는 독일 연극풍토에 반기를 든 토마스 베른하르트와 보토 슈트라우스 등에 관한 글도 주목되는 논문.여성작가로는 전통 보수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비판한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게를린드 라인스하겐을 다룬다.문학동네 2만원.
  • 전경린씨 두번째 소설집 ‘바닷가 마지막 집’

    ◎허구 가득찬 현실과의 처절한 전투/세상과 화해못한 이방인들 가출·불륜·꿈으로의 일탈 몸짓 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96년 단편 ‘염소를 모는 여자’로 제29회 한국일보 문학상,같은 이름의 첫 소설집 발표,97년 장편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로 제2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눈부신 발걸음이다.90년대의 주목받는 여성작가 전경린이 두번째 소설집 ‘바닷가 마지막 집’(생각의 나무)을 펴냈다. ‘평범한 물방울 무늬 원피스에 관한 이야기’등 96년 이후 발표한 단편 8편은 작가의 처절하고도 아슬아슬한 전투기다.여성으로서 모순 투성이의 삶과 겨루는 모습은 벅차게 보이지만 온몸으로 버티는 치열함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생의 끝까지 가보자’는 섬뜩한 문체가 발하는 마력도 큰 힘이다. 전경린의 화자는 대부분 내면이 시린 여성이다.그렇다고 화자에 얽매여 시각을 페미니즘으로 제한하면 소설 읽는 재미는 떨어진다.그 속에는 25년간의 공무원 옷을 털어 버리고 귀향한 아버지(‘바닷가 마지막 집’)의 떠돎도 있고 갑작스런 실직으로 현실에서 뿌리뽑힌 가장(‘밤의 나선형’)도 나온다.세속의 잣대로 볼 때 모두 겉도는 이방인이다. 세상과 화해하지 못하는 인물들은 가출,불륜,꿈이라는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다. 실직한 아버지의 외도와 주부로 사는 동안 잃어버린 자신을 찾으려는 어머니의 가출과 외도(‘밤의 나선형 계단’),남편의 친구이자 정부인 ‘은환’에게 선을 주선한 ‘신아’나 친구 ‘은환’에게 자신의 정부를 소개해주는‘신아’의 남편 ‘진수’(‘오후 4시의 정거장’),학생운동 도중 구속된 상희와의 어정쩡한 관계 대신 무미건조한 현실을 택한 ‘나’(‘고통’)는 윤리나 규범에 적응하지 못한 일탈의 몸짓이다. 그들의 관계는 “당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여자 같아.내가 당신과 살고 있는 건가”(‘고통’)라는 식이다.서로 겉돌면서 식어 버린 사랑만이 확인될 뿐이다.비상구는 공인되지 않는 불륜이나 가출이다. 그러나 금지된 행위의 나열이 가벼움에 머물지 않는다.작가가 겨누는 것은 이런 퇴행을 낳은 구조다.여성에게 불리한 역할을 강요한 일상의 권력을 비판하고 있는데 그것은 결혼을 시작으로 아이,부부 친목계,적금,장보기,시댁제사 등의 모습을 띤다.이 불합리하고 일방적인 강요에 대한 분노로 일상에서 탈출한다.무의미한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도전을 선택한다. 상식적인 저항(작가에게 그것은 현실의 사기극이다)으로는 어차피 넘을 수 없는 벽이기에 벼랑까지 가야 한다.이런 맥락에서 불륜과 가출 모티프는 지지를 받는다.독립을 선언한 목소리는 “한 시절에 이별을 고해야 할 나이가 충분히 된 것”(‘고통’)이기에 당당하다.조금도 두렵지 않다.오히려 두려운 것은 “두려움 자체에 매여 자신을 묶는”(‘밤의 나선형 계단’)것이다.제 갈길로 가는 아름다움은 참혹한 싸움을 마다 하지 않는다. 작가는 여성의 굴레만을 겨냥하고 있지는 않다.등장인물에게 악몽을 반복적으로 안겨 삶과 죽음이라는 운명론적 과제와 맞닥뜨리게 한다(‘환과 멸’).악몽이 끝난 뒤 자발적으로 선택한 삶이 죽음에 쫓겨 패배해도 상관이 없다.“나인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온전히 나일 뿐”(‘거울이 거울을 볼때’)인 선언으로 만족이다. 허구로 가득 찬 현실과의 격정적인 싸움이 어떤 모습으로 뻗어갈 것인가.호기심은 전경린의 다음 결실에 대한 기다림으로 이어진다.
  • 高大 김화영 교수 ‘문학 상상력의 연구’ 재출간

    ◎시인으로 거듭 난 카뮈/문학 상상력으로 작품세계 고찰/‘이방인’ 분석통해 낭만성 재발견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작품세계를 문학 상상력이라는 방법론에 입각해 고찰한 김화영 교수(고려대 불문과)의 저서 ‘문학 상상력의 연구­알베르 카뮈의 문학세계’가 (주)문학동네에서 나왔다.김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이기도 한 이 책은 지난 82년 문학사상사에서 첫 선을 보인 뒤 한동안 절판됐다가 이번에 새롭게 고쳐 재출간된 것이다.‘카뮈를 시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문학 상상력 연구의 결정판’이란 평가를 받은 역작이다.이 책은 단순한 개별 작가론에 그치지 않는다.무엇보다 문학 상상력 이론과 미학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카뮈의 작품세계에 접근하는 김교수의 방법론은 색다른 데가 있다.그는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 상상력 이론을 원용한다.그 이론을 토대로 금세기의 대표적인 고전주의 작가로 인정받는 카뮈에게서 온갖 색깔의 상상력을 지닌 낭만적인 ‘시인(詩人) 카뮈’를 발견해낸다.카뮈는 실존주의 철학의 지주이자 장식없는 문체의 소유자였다.이 책은 그러한 카뮈에게 놀랍도록 아름다운 시적 세계가 숨겨져 있음을 그의 문제작 ‘이방인’에대한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문학 상상력이란 무엇인가.그것은 프랑스의 가스통 바슐라르와 질베르 뒤랑에 의해 그 이론적 골격이 완성되고 롤랑 바르트와 장 피에르 리샤르가 미슐레·말라르메 등의 작품을 분석함으로써 가능성의 문을 연 문학연구의 한분야다.문학 상상력은 정적이거나 형태적인 상상력이 아니다.그것은 세계라는 질료를 자신의 욕망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내는 물질적이며 역동적인 상상력이다.그 상상력은 작품이라는 총체적 세계를 매개로 작가의 상상력과 독자의 상상력이 마주쳐 울림으로써 깊이를 획득한다.문학 상상력 연구는 흔히 주제비평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상상력의 혼융에 의해 작품의 주제로 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카뮈의 모든 글을 하나의 닫혀진 총체로서 바라보며 그 중심적 주제를 찾아내는 데 몰두한다.그 작업의 중심동력이 되는 것은 이미지다.카뮈의작품을 분석해 추출된 주제는 동적 이미지로 확대된다.이렇게 확장된 이미지들이 나타나는 모든 문단을 모으고 그것을 포갠 뒤 그 이미지의 의미상을 밝혀내는 게 김교수의 문학 상상력 연구론의 핵심이다. 문학평론가 고(故) 김현은 김교수의 카뮈론과 관련,“카뮈의 작품을 지배하고 있는 주제는 태양과 바다이다.태양과 바다를 원초적 질료로 확대해 빛과 물로 확산시킨 뒤,그것을 포함한 모든 문단을 포개본 결과,그 이전의 연구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돌의 주제가 나타난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그 돌이야말로 카뮈 상상력의 중심이다.요컨대 김교수는 물과 빛과 돌의 이미지를 분석,카뮈의 문학적 상상력을 설명함으로써 카뮈를 소설가의 자리에서 시인으로 다시금 태어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 페미니즘 연극 ‘마요네즈’

    여성에게 초점을 맞춘 문화예술을 추구해온 여성문화예술기획이 지난해 ‘97 여자만의 방’에 이어 또 하나의 페미니즘 연극 ‘마요네즈’를 1일부터 서울 신촌 소극장 마녀 무대에 올렸다.지난해 문학동네에서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자인 전혜성이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주제는 모성(母性) 탐구.기존의 어머니상에 대한 뒤집기다.모성애란 무엇인가.혹시 여성에게 맹목적인 희생과 굴종을 강요하기 위해 남성의 시각에서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는 아닌가 하는 물음에서 이 극은 출발한다. 작품에는 한 쌍의 모녀가 나온다.엄마는 과거의 낭만적 환상과 욕망에 사로잡힌채 딸에게 기대기만 하는 영락한 존재이고 딸은 그런 엄마가 가슴속의 납덩이처럼 거북살스럽기만 하다.딸은 현재 자신의 엄마와는 아주 딴판인 성공한 ‘보험여왕’의 자서전을 대필중이다.엄마가 머리에 바른 마요네즈는 딸의 모성혐오를 상징한다.‘마요네즈’는 이처럼 엇갈리는 모녀간의 갈등과 애증의 관계를 통해 헌신과 희생으로 요약되는 전통적인 어머니상을 파괴하고 전혀 새로운 어머니상을 추구한다. ‘여자만의 방’‘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많은 페미니즘 연극에서 조연출에 머물렀던 문성희의 연출 데뷔작.암과 싸우며 생의 마지막 열정을 무대에 쏟고 있는 이주실이 어머니역을 맡고 김수기·김진희가 딸역으로 교체출연한다.화∼목 하오 7시30분,금 3시·7시30분,토·일 4시·7시30분.324­6008.
  • 우리시대 젊은작가 7인 소설로 푼 자전적 이야기

    ◎단편소설집 ‘서정시대’/글쓰기의 고통·희열 명쾌한 언어로 표현 채영주(‘미끄럼을 타고 온 절망’) 김인숙(‘바다에서’) 윤대녕(‘은항아리 안에서’) 은희경(‘서정시대’) 최인석(소설가 최보의 어제,또 어제) 함정임(‘동행’) 구효서(‘오남리 이야기3’).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 일곱 명의 자전적 소설집 ‘서정시대’가 도서출판문학동네에서 나왔다.저마다 독특한 문학의 성을 구축하고 있는 7인의 작가가 자전소설이라는 타이틀로 쓴 단편들을 한데 묶은 것.이들에게 있어 세상은 하나의 가면무도회장.이들은 한편으로는 자신을 은폐하고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노출시키면서 글쓰기의 고통과 희열,그리고소설적 진실을 명쾌하게 담아낸다. “그때 열아홉 살때 첫키스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내 첫사랑은 완성되었을까”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가인 은희경의 ‘서정시대’는 작가만의 문학적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특유의 날카롭고 속도감 있는 해학적 어조의 문장이 그대로 살아 있다.소설 제목인 ‘서정시대’는 화자가 여섯 살에서부터 대학졸업 때까지의 인생 시기를 일컫는 말.소설은 지금의 ‘나’와 지나치게 ‘진지했던’ 서정시대의 나 사이를 넘나들며 전개된다.지나친 진지함이 자신의 삶에 오해와 고지식함을 덧씌웠다는 게 ‘나’의 진단.인생에 대한 서정적 태도를 지녔던 ‘서정적 나이’의 그 시기와 당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지금의 ‘자의식’ 사이에 작가 특유의 해학이 넘쳐난다. 우리 시대의 탁월한 이야기꾼 구효서는 최근의 자신의 일상과 소설쓰기의 고민을 술술 읽히는 간결한 문장으로 풀어냈다.그 작품이 ‘오남리 이야기3’이다.작가는 “내가 소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소설이 나를 선택했다”고 말한다.그의 말 속에는 소설가의 운명이란 무당이 되기 싫어 필사적으로 버티다가 종당엔 신내림굿을 받아들이고 마는 신딸의 운명과도 같은 어떤 숙명적인 인식이 스며 있다.구효서에게 있어 작가의 운명이란 “날마다 글 감옥에 갇혀 허우적대고 빌빌거리는 생활의 연속” 바로 그것이다. ‘동행’은 지난해 35세의 나이로 요절한 작가 김소진의 문학과 생활의반려였던 함정임씨가 고인의 마지막 투병과정을 진솔하게 적은 작품.악마의 놀림으로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몹쓸 병에 걸린 남편이 죽음의 문턱에서 고통당하던 한달여 동안 함씨가 겪은 애통한 상황들이 소상하게 그려져있다.“새벽이 되자 그의 혼은 한마리 새가 되어 어둔 허공 속으로 날아갔다” 소설 ‘동행’은 마지막 순간까지 작품구상의 끈을 놓지 않았던 고인의 순결한 영혼에 바치는 진혼가다. “글 쓴다는 것은 바퀴 빠진 수레를 밀고 언덕을 혼자서 올라가는 짓”이라는 최인석.그는 ‘소설가 최보…’란 작품을 통해 환상적 기법을 동원한 글쓰기의 고민을 토로한다.이 작품은 ‘소설과 망상의 경계’에서 시작된다.자신을 소설 ‘양철북’의 주인공 오스카에 견주는 화자는 가공의 인물과 이미 사라진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눈다.먼저 이 소설은 정신분열증환자 쉬레버 박사를 등장시켜 프로이트를 비판하며,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법이 실로 다양함을 보여준다.작가는 스스로 ‘부끄러움’이라고 표현하고 있듯이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반성과 문제의식을 나름의 이야기 틀속에 정치하게 담아낸다. 감성적 언어와 몽환적 분위기로 특유의 소설적 성과를 일궈내고 있는 윤대녕의 ‘은항아리 안에서’는 자전소설이라는 이름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다.그는 이 소설에서 또 다시 한편의 서정시같은 아름다운 풍경과 닿을듯 말듯한 애절한 사랑의 아픔을 황홀한 이미지로 그려낸다.채영주의 ‘미끄럼을 타고 온 절망’은 무어라 이름붙일 수 없는 젊음의 열병에 사로잡혀 방황하던 작가의 20대의 삶을 애잔하게 그린 작품.작가의 길에 들어서기 위한 통과의례로서의 정신적 내출혈 과정이 생생하게 전달된다.김인숙의 ‘바다에서’ 역시 80년대의 시대고를 다루는 데 관심을 보여온 작가 자신의 20대 이야기다.“이루어야 할 것은 오직 사랑뿐”이라는 속이 투명한 아이 J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80년대의 ‘운동권체험’을 힘겹게 토해낸다. 아울러 글쓰기의 진정성에 대한 물음도 던진다.
  • 르 클레지오 신작 장편소설 ‘황금물고기’

    ◎자연에서 얻은 정신적 구원/한 소녀의 인생역정 감성적 필체로 그려 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르 클레지오(1940∼)의 신작 장편소설 ‘황금 물고기’(원제 Poisson d’or,문학동네)가 소설가 최수철씨의 번역으로 나왔다. 프랑스 갈리마르사에서 지난해 출간되자마자 순수문학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두달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킨 화제작.인신매매단에 납치돼 팔려간한 소녀의 인생역정을 감성적인 문체로 그렸다.주인공의 이름은 라일라.아랍어로 ‘밤’이라는 뜻이다.그녀에게 남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곤 햇살 쏟아지는 눈부시게 하얀 거리와 비명처럼 고통스레 내지르는 까마귀 울음소리,그리고 어린 그녀를 잡아 검은 자루 속에 집어 넣던 커다란 손이 전부다. 조그만 틈만 보이면 덫을 놓으려고 달려드는 야속한 세상 앞에 발가 벗겨진 라일라.그녀는 급류를 거슬러올라가는 물고기처럼 언제나 다른 사람,다른 사물들 사이를 누비며 살아가고 싶어하는 ‘자유혼의 소유자’다.발 딛는곳 어디에서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그녀는 마침내 모래 먼지 자욱한 아프리카 땅에서 정신적 구원을 얻는다. 세상이라는 탁류에 휘말린 여린 물고기가 놀랍게도 아프리카 모래사막 위에서 금빛 비늘을 번뜩이는 황금물고기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이제까지의 기나긴 표류는 결국 고향 아프리카로 돌아오기 위한 고단한 항해였던 셈이다.라일라는 비로소 흑진주처럼 까만 속살 아래서 메아리치는 내면의 북소리,그리고 아프리카 부족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문명에의해 더렵혀지지 않은 인간 본연의 감성과 자연의 숨결이 스며있는 시원의 땅의 노래다.‘우리 시대의 랭보’ 르 클레지오가 들려주고 싶어하는 것 역시 이 영겁을 뛰어넘는 생생한 태고적 노랫소리 바로 그 것이다.
  • 출판/‘단행본의 꽃’소설 퇴조 뚜렷(’97 문화계 결산)

    ◎‘…가지’류 가벼운 책 선풍적 인기… 모방출판 줄이어/재고도서 처리 ‘뜨거운 감자’·유통업계 불황 찬바람 일반대중의 책읽기는 시대 분위기를 민감하게 반영한다. 97년은 대기업의 연쇄도산과 감원바람 등으로 우리 사회 전반이 심리적 공황에휩싸인 한 해였다. 어수선한 때일수록 사람들은 ‘영웅’을 필요로 하고 거대한 허상에 감춰진 잔잔한 일상의 감동을 원한다. 올해 출판·독서계를 강타한소설 ‘아버지’와 ‘람세스’,산문집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심리적 기제의 가장 큰 수혜자들이었다. 97년 출판계는 ‘아버지 신드롬’으로 시작됐다. 우울한 시대상황을 등에 업고 소설 ‘아버지’(김정현 지음,문이당)는 지난 3월까지 대형 베스트셀러로 출판시장을 주도했다. ‘아버지’의 독주에 제동을 건 것은 독서계에 ‘이집트 열풍’을 몰고온 ‘람세스’(크리스티앙 자크 지음,문학동네)였다. 고대 문명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함께 사회적으로 만연된 불안심리가 절대적 카리스마에 의존하게 만든 결과다. 이밖에 소설부문에서는 이문열의 ‘선택’,최인호의 ‘사랑의 기쁨’,김종윤의 ‘슬픈 어머니’등이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연말로 들어서면서 소설은 이른바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단한 권도 끼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내놓기만 하면 기본 5만부씩 팔리던 유명 작가들의 책도 초판을 소화하기 힘들었다. 양귀자의 ‘천년의 사랑’,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등 작년까지만 해도 소설이 출판시장을 주도했던 것과 퍽 대조적이다. ‘단행본의꽃’으로 군림해왔던 소설의 퇴조야말로 97년 출판계의 뚜렷한 흐름 중의 하나다. 반면 ‘…가지’류의 ‘가벼운’ 책들이 비소설 매장을 뒤흔들었다.그 물꼬를 연 것은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잭 캔필드 지음, 이레)였다. 자본주의의 속도전에 멀미를 내면서도 한 모금의 감동과 위안에 목말라하는 현대인들의 감성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일까. 이 책은 100만부 이상 팔려나가면서 무려 40여종에 이르는 ‘…가지’ 문패의 유사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책들은 결과적으로 경조부박한 독서풍토와 아류출판 내지 모방출판의‘병폐’를 낳았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긴다. 한편 올해는 거의 한달에 하나꼴로 도매상들이 쓰러져 유통업계로서는 혹독한 시련의 시기였다. ▲영세성과 과당경쟁,중복거래로 난마처럼 얽힌출판계의 구조적인 결함 ▲할인점과 대여점의 지속적인 증가와 참고서 시장의 축소로 인한 소매상의 위축 등이 유통업계의 어려움을 더해줬다. 더욱이 최근에는 IMF한파까지 몰아쳐 우리 출판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먹구름에 휩싸이게 됐다. 재고도서 처리방안을 둘러싼 논쟁도 격렬했다. 이 문제는 최근에는‘다품종 소량’생산의 출판경향과 불황이 겹치면서 한층 심각해졌다. 재고도서 처리문제가 민감한 것은 도서정가제와 맞물려 있기때문이다. 지난 9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재판매가격유지 도서를 한정하겠다고 발표한 뒤,2년간의 유예기간이 끝난 올해 3월 선보인 재경원의 도서정가 제개선방안은 출판계를 요동치게 했다. 학습참고서·잡지 등의 정가제 폐지와출판 후 1년이 지난 책은 할인판매를 허용한다는 골자의 도서정가제개선 방안은 출판·서점계의 ‘자정노력’약속으로 현행제도를 유지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러한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출판사들의 베스트셀러 사재기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출판업계의 전반적인 침체속에서도 일산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많은 대형서점들이 생겼으며,종로서적을 비롯해 영풍·교보 등이 인터넷 서점을 열어 통신판매를 본격화한 것도 특기할 만한 일이다.
  • 넷츠고/다양한 이벤트 푸짐한 경품

    ◎월드컵 한국팀경기 득점 맞히면 핸드폰 제공/소설 ‘연어’ 독후감 공모… 당선자는 작가와 여행 SK텔레콤의 PC통신서비스인 넷츠고가 독후감 공모대회,월드컵 예선 결과 맞추기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했다. 먼저 도서출판 문학동네와 공동으로 지난 20일부터 인터넷을 통한 독후감 공모대회를 연다. 독후감대회는 작가 안도현씨의 소설 ‘연어’를 읽고 감상문을 작성,넷츠고 전용 브라우저를 설치한 뒤 ‘go munhak’으로 접속하거나 넷츠고 홍보용 페이지(http://www.netsgo.com) 또는 문학동네 홈페이지(http://www.munhak.com)로 접속,게재하면 된다. 응모기간은 새달 15일까지.응모작품중 당선작 40편을 선정,같은 달 20일 넷츠고와 문학동네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다.당선자들은 새달 25일부터 이틀간 작가 안씨와 함께 ‘연어맞이 남대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또 98프랑스 월드컵 예선에서 한국팀의 경기결과를 알아맞추는 이벤트 코너 ‘최종 예선결과 맞추기’를 개설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넷츠고의 인터넷 홈페이지인 ‘인트로페이지’(http://www.net.sgo.com)에서 이벤트 코너에 들어가 한국팀이 참여하는 경기 결과를 미리 예측해 점수를 적어 넣으면 된다. 넷츠고는 경기마다 정답에 가장 근접하게 맞추는 가입자에게 핸드폰을,연속해서 가장 근접한 답을 제공하는 가입자에게는 98프랑스월드컵 참관 패키지가 포함된 프랑스 여행권을 제공하는 등 푸짐한 경품을 마련해놓고 있다. 한국팀은 오는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전을 시작으로 모두 6회의 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 ‘상처시인’ 이윤학씨 시집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펴내

    ◎삶의 지독한 아픔 침묵의 언어로 노래 우리 사회의 병들고 피폐한 뒷모습을 간결한 문체로 형상화해온 이윤학 시인(33)이 세번째 시집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문학동네)를 펴냈다.두 권의 시집 ‘먼지의 집’과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에서 보여준 그의 시세계는 삶을 상처로 얼룩진 폐허의 집으로 인식,그 폐허를 뛰어넘기 위한 고투의 흔적이었다.그것은 시인이라는 존재가 운명적으로 처한 천형과도 같은 것이었다.이윤학은 바로 그 천형의 길을 감성적인 상상력과 조탁의 언어로 시화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는 그의 시가 한층 무르익어 견고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이번 시집에 수록된 70여편의 시에는 하나같이 단단하고 단아하며 누추한 삶의 심층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이 담겨 있다.자신의 육신과 영혼에 새겨진 상처와 삶의 지독한 아픔을 때로는 무서운 침묵의 언어로 때로는 번뜩이는 감수성의 언어로 노래한다.그의 시는 삶의 질곡을 통과하려는 존재의 처절함에서부터 자본주의 사회의 추악한 이면을 곧은 시선으로 꿰뚫으려는 결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층위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윤학의 시를 이끌어가는 화두는 그의 삶에 끈끈하게 달라붙어 있는 상처다.〈상처로 빛나는 거울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거나 (‘금장 가는 길’),〈평생을,아픔을 끌고 다녀야 하다니!〉(‘집’)라는 인식은 존재의 존립근거로서,또한 삶의 방식으로서 상처가 그에게 얼마나 깊이 박혀 있는가를 실감케 한다.기억 혹은 과거로부터 파종된 그의 상처는 아무리 내성으로 단련되었다고 하지만 너무 깊고 절절하다.때문에 그의 시는 아픔 그 자체이다.삶의 깊디 깊은 상처에 대해 이토록 명징하게 그리고 정면으로 맞대결한 시인은 흔치 않다.그래서 그는 ‘상처의 시인’으로 불린다.
  • 중견여성작가 2인의 묵직한 ‘지성 소설’

    ◎김승희 ‘산타페로 가는 사람’­삶 얽어매는 현실의 부조리 성찰/최윤 ‘겨울,아틀란티스’­잃어버린 사랑 매달리는 두여인 김승희씨(45)의 첫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창작과비평사)과 최윤씨(44)의 신작 장편소설 ‘겨울,아틀란티스’(문학동네).탄탄한 문학세계를 일궈온 두 중견 여성작가가 여름문단에 고단위 ‘지적 소설’을 선보였다.김씨의 소설집이 묵직하고 선이 굵으면서도 서정적인 색깔과 질감을 특징으로 한다면 최씨의 소설은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마술적 문체로 추리소설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산타페로 가는 사람’은 시인 김승희씨의 소설가 데뷔작인 단편 ‘산타페로 가는 사람’을 비롯해 8편의 중·단편을 한데 묶은 소설집.작가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이 작품집은 ‘사회학적 중력’이라고 부를수 있는 것에 대한 성찰을 큰 주제로 삼는다.여기서 사회학적 중력이란 우리를 자유롭고 평화롭고 순수하고 행복한 한 개인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여러 부정적인 힘든,곧 사회·정치적 억압과 성차별,지역차별,맹목적 가족중심 이데올로기,연고주의 등을 말한다.작가는 이 현실의 부조리를 “존재의 날개를 땅으로 잡아 끌어당겨 바퀴벌레처럼 굴욕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표현한다.뉴멕시코주의 산타페로 상징되는 원시에의 동경과 귀소의 의미를 다룬 ‘산타페로…’,강력한 여성상에 대한 갈망을 담은 ‘호랑이 젖꼭지’,자기존재의 본질을 묻는 ‘아마도’,해외 입양아 문제를 다룬 ‘아나바스 스칸덴스’ 등이 주목할만한 작품이다. 최윤의 ‘…아틀란티스’는 숙명적인 사랑을 나눈 연인의 돌연한 실종,그리고 이어지는 폐허의 나날속에서 아틀란티스처럼 부재하는 마음의 대륙을 찾아나서는 두 여인의 이야기다.주인공은 소설을 통해 자신의 잃어버린 사랑을 복원하기 위해 소설에 광적으로 매달린다.이 지점에서 이 작품은 메타소설의 영역으로 나아간다.즉 소설과 삶의 본원적인 관계를 문제삼는다.‘소설이란 무엇인가,단순한 허구인가 아니면 현실의 반영인가’라는 주제를 풀어놓고 있는 이 작품에 대해 작가는 “만약 이 작품에 주인공이 있다면 그것은 소설 그자체”라고 말한다.소설에 바치는 헌사인 셈이다.
  • ‘흘러간 명작’ 잇따라 재출간

    ◎‘금은탑’ ‘광화사’ 등 30∼80년대 화제작/‘분례기’ 발표 30년만에 단행본 선봬 박태원의 ‘금은탑’,방영웅의 ‘분례기’,이문구의 ‘관촌수필’,이제하의 ‘광화사’.이제는 ‘고전’이 되다시피한 1930∼80년대 화제의 장편소설들이 잇따라 새옷을 입고 재출간됐다. ‘금은탑’은 30년대 말 ‘우맹’이란 제목으로 당시 일간지에 연재됐던 작품으로 48년 ‘금은탑’이란 제목의 단행본으로도 나왔다.도서출판 깊은샘은 신문연재본을 저본으로 48년판에서 빠진 부분을 보충해 정본 ‘금은탑’을 펴냈다.‘금은탑’은 1930년대 조선을 뒤흔들었던 유사종교 백백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당시의 사회상과 유사종교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심리를 추리적 기법으로 그린다.박태원은 이태준 김기림 이상 등과 함께 1930년대 중반 이후 모더니즘 문학운동을 전개한 ‘구인회’의 대표적인 작가다. ‘분례기’는 67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됐던 농민소설.이번에 작가 자신의 대폭적인 수정을 거쳐 발표된지 30년만에 창작과비평사에서 단행본으로 선보였다.작가의 고향인 충남 예산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어머니 석서방댁이 화장실에서 낳았다고 해서 똥례라고 불리는 주인공 분례의 이야기다.작가는 이를 통해 농촌사회의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남존여비사상,순결이데올로기,남성위주의 사회가 가하는 정신적 폭력을 고발한다.느리고 진한 충청도 내륙 사투리와 무지막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석서방댁의 태도,샛서방과 붙어 지내다시피 하는 노랑녀의 행태 등이 소설읽는 재미를 더해준다.“생명과 삶에 대한 본능적 긍정이 야만스러울 만큼 징그럽게 그려져 있다”는 평을 들었던 작품이다. 작가 이문구의 자전적 성장소설인 ‘관촌수필’은 그의 대명사와도 같은 작품.72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일락서산’으로 시작된 이 연작 장편소설은 77년 ‘월간중앙’에 발표한 ‘월곡후야’로 끝맺었고,그해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펴냈다.작가의 고향인 관촌을 무대로 한 이 소설에서는 고색창연한 이조인이었으나 자신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던 할아버지,사회운동에 투신하며 세상을 다른 방법으로 보게 했던 아버지,한 마당에서 자라며 자신을 여러모로 키워준 동네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이다.작가는 특유의 걸쭉한 입담과 해학적 어조,풍부한 전통어와 토속어로 자신의 체험적 이야기를 풀어낸다.이 소설은 이문구 전집을 내고있는 솔출판사에서 20년만에 단행본으로 발간했다. ‘분례기’와 ‘관촌수필’이 60년대와 70년대의 문제작이라면 ‘광화사’는 80년대의 화제작이다.87년 문학사상사에서 단행본으로 펴낸 이 작품은 산업화의 물결에 휩쓸린 서울 인사동 화랑가를 배경으로 일탈과 광기로 가득찬 화가들의 삶을 해부한다.고용주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강인하게 일어서는 한 여성의 초상을 통해 미술계의 복마전같은 인맥상을 사실적으로 그린다.이 작품은 문학동네에서 기획한 이제하 소설전집(전12권)의 첫째권으로 제목을 ‘열망’으로 바꿔 눈길을 끈다.
  • 서점엔 지금 ‘이집트 바람’/역사소설 람세스 돌풍에 자극

    ◎‘나일강의 예언’ 등 출간 잇따라/현대인들 내면의 고대향수 반영 국내 독서계에 이집트바람이 거세다.지난 3월 첫 선을 보인 대하 역사소설 ‘람세스’가 50만부 이상 팔리는가 하면 새로운 ‘이집트소설’들이 잇따라 출간되거나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현재 나와 있는 책은 ‘람세스’의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가 쓴 ‘나일강의 예언’(예문)과 스페인의 시인 발렌티 고메스 이 올리베르 등이 지은 ‘마지막 파라오’(창작시대사).이어 크리스티앙 자크의 ‘태양의 여왕’과 ‘투탕카멘 사건’이 문학동네에서 9월까지 나올 예정이며,역시 크리스티앙 자크의 작품인 ‘이집트인 샹폴리옹’과 ‘이집트의 판관’을 한길사와 열린책들에서 각각 선보인다. ‘나일강의 예언’은 미국인 이집트학자인 주인공 마크 워커가 아스완 나이 댐과 이슬람교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벌이는 싸움을 사건전개의 축으로 삼는다.작가는 파라오의 나라를 위협하는 아스완 댐과 광신적 이슬람교를 “회색의 차가운 두 괴물”로 생생하게 형상화한다.고대 이집트의 사건과 인물에 천착해온 자크의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현대의 이집트를 배경으로 해 눈길을 끈다.이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미덕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입체적 리얼리티를 갖고 있다는 점.자크는 현대의 이집트를 고대 이집트와의 끝없는 연장선상에 놓고 그린다.따라서 이 소설에는 고대 이집트가 현대의 이집트에 미치는 카리스마적 영향력과 신비의식,현대인의 내면에 감춰진 고대에의 향수,민족 혹은 원형추구와 회귀본능,집단무의식 등의 요소가 다른 어떤 이집트소설 보다도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나는 정신적으로 고대 이집트인이다”라는 자크 자신의 고백을 가장 정직하게 구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파라오’는 고왕국 시절의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대하 역사소설.이집트 고왕국 제6왕조의 마지막 황제 페피 2세는 위대한 제국 이집트의 파라오로 정의롭게 살기 위해 애쓴다.그러나 그는 결국 민중봉기로 몰락해가는 왕국을 두고 눈을 감는다.이 작품은 페피 2세의 일대기를 추적해 나가는 형식을 빌어 기원전 2200년경 이집트의 사회·정치상을 그린다.스페인의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는 이 작품에서 묘사된 민중봉기를 “인류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작가는 이같은 ‘민중혁명’의 불길이 타오를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다양한 요소들을 밝혀 고대 이집트와 ‘민중의 시대’에 살고있는 현대 독자들 사이에 정신적 다리를 놓는다.이 소설은 이집트 고왕국 말기와 페피 2세 사후 200년 동안 지속된 혼란기의 역사가 기록된 낡은 파피루스를 토대로 쓰여졌다.역사학자들은 이 파피루스를 ‘혁명의 파피루스’라고 부른다.작가가 이 작품을 “5%의 픽션이 가미된 고고학적 소설”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역사의 먼지가 두텁게 쌓인 채 아득하게만 느껴져 오던 고대 이집트.그것은 이제 더이상 빛바랜 신화속에 머물러 있지 않다.최근 ‘이집토매니아’란 말을 낳을 정도로 붐을 이루고 있는 ‘이집트소설’들은 수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생생한 역사적 실재감을 안겨 준다.
  • 유럽건축순례/박호재 지음(화제의 책)

    ◎런던·파리 등 유명 건축물의 「조형언어」 유럽 건축문화의 뿌리를 추적한 역사 기행문.런던 파리 비엔나 등 유럽 도시의 유명 건축물들을 중심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조형언어를 살핀다.지은이는 유럽인들의 유난스럽기까지 한 역사유적 보존 노력에서 교훈을 찾는다.하나의 예로 바티칸 베드로성당의 경우 별다른 구조변경 없이 맨 꼭대기 천장공간인 클리어스토리(clerestory)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놓은 것은 고풍스런 외양을 보존하면서 건물의 사용가치를 살린 모범사례라는 것.유럽인들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시간의 축」을 계승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루브르에서 그랑 아르슈 신시가지까지 연대기적 직선축을 도시개발의 근간으로 삼은 파리 대개조 계획이나 프랑크푸르트 고시가지 보존계획,그리고 영국의 에딘버러 보존계획 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들이다.유럽인들이 추구하는 공간문화는 「광장의 문화」다.거듭되는 도시 재구축 과정에서도 플라자,피아자,플라츠 등으로 불리는 광장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각별하다.이 책은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시간과 공간의 맥을 잃어버린 한국 건축문화의 현주소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문학동네 7천500원.
  • 문학동네,불 크리스티앙 자크 역사소설 순차 발간

    ◎「람세스」의 왕위계승 비화·정복사/배신·음모·도전 뿌리친 BC13세기 애 통치자/신화·역사 성찰… 당대의 문명과 삶 꼼곰히 복원 프랑스 현지에서 2백만부 넘게 팔려나갔다는 역사소설 「람세스」(크리스티앙 자크 지음)가 국내독자들과 만난다.문학동네 출판사는 제1권 「빛의 아들」(김정란 옮김)을 이번주 펴내는 것을 필두로 몇주마다 한권씩 덧붙여 전5권을 모두 선보인다. 람세스는 기원전 13세기 이집트 통치자였던 람세스 2세를 지칭한다.그는 불타는 정복욕으로 누비아와 히타이트족,시리아며 레바논 등을 제압,이집트 영토를 극대화했고 치적을 후대에 전하려 나라 곳곳에 거대한 건축물을 축조하는 등 영토며 건축,종교 등 모든 면에서 이집트 전성기를 꽃피웠던 인물.소설은 선왕의 둘째아들로 천덕꾸러기에 불과했던 소년 람세스가 배신과 음모를 뚫고 후계자로 올라서는 과정,모략과 도전을 뿌리쳐나간 잔혹한 정복사,또 여섯명 이상의 왕비를 두고 100명이 넘는 후손을 낳은 달콤한 연애담 등을 담아낼 예정이다. 작가인 크리스티앙 자크는 소르본느 대학에서 이집트학을 전공한 이집트학자.원래 철학과 고전문학을 공부하다가 신혼여행길에 맛본 이집트의 정취를 잊지못해 고고학과 이집트학으로 방향을 튼뒤 고향처럼 이집트를 드나드는 「이집트광」이 됐다.전에도 「이집트인 샹폴리옹」「태양의 여왕」 등 짬짬이 이집트 관련 소설을 썼지만 95년 나오기 시작한 「람세스」로 일약 프랑스 최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같은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 소설속엔 이집트 신화와 역사에 대한 작가나름의 성찰,당대의 문명과 삶의 세부에 대한 꼼꼼한 복원이 풍부하게 담겨있다.스스로 신의 경지를 꿈꾼 영웅의 호쾌한 정복사와 여성편력을 빠른 전개에 담은데다 이집트 지식까지 박물지처럼 곁들여 읽는 재미에다 지적 호기심,이국취향까지 만족시켰다는 점이 성공요인으로 작용한 듯 보인다. 람세스2세의 90여년에 걸친 삶에서 1권은 람세스가 23세로 왕위에 오르는데까지를 그리고 있다.람세스는 장자로 선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던 형 세나르로부터 강력한 경계를 받고 아버지인 세티왕에게선 각종 단련을 받는 등 죽음을 무릅쓴 통과제의를 거친다.그의 곁엔 신분은 미천해도 재능있고 심지 곧은 친구들이 하나 둘 모이며 그중엔 영화 「십계」의 주인공 모세도 있다.재색을 겸비한 숱한 미녀들의 유혹을 마다하고 운명적 여인 네페르타리와 사랑을 싹틔우는 계기도 그려지고 있다.
  • 소설가 윤흥길(이세기의 인물탐구:122)

    ◎불행한 시대를 증언하는 서민의 양심/날카로운 현실비판·화해의 정서 공유/능란한 사투리 구사로 해학의 멋 더해 「…비는 분말처럼 몽근 알갱이가 되고 때로는 금방 보꾹이라도 뚫고 내릴 듯한 두려움의 결정체들이 되어 수시로 변덕」을 부리다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비가 온 세상을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면서」 소설 「장마」의 무대에는 불행의 그림자가 서서히 스며든다.「악의에 찬 빗줄기」는 「손가락으로 그저 꾹 찌르기만」해도 「선명한 물기가 배어」나오고 후렴처럼 내리는 빗줄기속에서 처연한 슬픔이 치렁치렁 이어진다.윤흥길 소설은 토속적인 사투리를 능란하게 구사하면서도 문장마다 판소리의 사설조가 절조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단순히 장대비가 줄기차게 내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둡고 질퍽한 당대적 배경과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치밀하게 직조되어 평론가 천이두는 이를 「문학의 백미」로 평하고 있다. ○등장인물 심리묘사 치밀 76년 그의 첫번째 창작집 「황혼의 집」이 나왔을때 그 속에 실린 「장마」를 읽으면서 소설가 이문구는 「언젠가 반드시 나오리라고 기대한 제대로 쓴 소설」에 감동하여 「혼자 웃다 울다 하느라고 담배 한갑을 다 태우고는」 자신도 모르게 「왔구나!」하는 탄성을 질렀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빗소리처럼 구슬프게 가슴에 파고드는 이 한편의 소설은 발표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명문의 명문」「명편중의 명편」으로 꼽힌다. 평론가 김치수는 「도중에서 그만둘 수 없는 어떤 힘에 이끌려」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방금 읽은 소설의 여운이 한동안 가시지 않는 것이 다른 작가와 구별되는 윤흥길만의 매력이자 독창성」이라고 했다. 윤흥길이라고 하면 우선 「장마」와 「황혼의 집」「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장편 「에미」「완장」「밟아도 아리랑」 등 문체가 일렁이는 눈부신 주옥편을 얼마든지 들 수 있다.그리고 어느 소설을 읽던 「음험한 세력의 위협 아래 놓인 소시민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은 비극으로 치닫는 중에도 「인간적인 면」과 「사람의 온기」를 잃지 않는다.사회저변에 산재된 모순과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에서도 그것이 소설인 이상 그는 「글만의 묘미」를 완벽하게 살리는 미점을 지킨다. ○「반신마비」로 집필 주춤 79년 일본의 젊은 세대의 문학적 기수이던 나카가미 겐지(중상건차)와의 교분이 계기가 되어 「장마」가 「나가자메(장우)」라는 타이틀로 일본문단에 소개됐을때 요미우리·아사히신문 등은 「지적소설」로 이를 일제히 호평하고 특히 평론가 아키야마 도시(추산준)은 「인간을 응시하는 철저한 작가정신」과 「곳곳에 번뜩이는 세태풍자와 야유의 직재성」을 특필한 바 있다.두번째 창작집인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가 그해 연말과 연시 2개월동안 3판매진,이후 일본어로 동시출간된 장편 「에미」와 「완장」이 현대문학상·한국창작문학상을 한꺼번에 수상하던 83년 무렵에는 문단의 시선이 온통 그에게 집중되어 「윤흥길 전성시대」를 맞기도 했다.그러나 베를린에서 열린 제3세계 문학축제 참가후 예상치못한 「반신마비」증세를 일으키면서 그는 왕성하던 집필을 잠시 주춤거리지 않을수 없었다. 윤흥길은전북 정주에서 식산은행에 다니던 윤상오씨의 2남4녀중 장남으로 태어났다.풍요로운 환경에서 「도련님」으로 불리던 어린시절이 있었고 「사세에 따라 적당히 굴신하면서 영달을 도모하는 직장생활에 적응치 못한」 부친의 무능탓에 「가난이 점철된 어두운 사춘기」를 보냈다.전주사범 졸업후 익산군 소재 국민학교 교사시절에 「소설을 통해서만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각」에서 뒤늦게 문학에 입문했다. ○한때 초등교 교사지내 그와 절친한 이문구에 의하면 「아무날 아무데서 보더라도 본디 생긴대로 그냥 남아 있는 별종이 곧 윤흥길」이며 「서너마디는 건네야 한마디 넘어올지말지한 더디고 무딘 입」「아무리 말쑥한 옷을 걸쳐도 반찬 없이 밥먹고 나온 사람처럼 멋적은 표정」이 그의 겉모습이다.그러나 어눌하되 호불호가 선명하고 경거부박을 경계하여 자신이 하기 싫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에 타협이 없다. 최근의 새 장편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 역시 찬란한 어휘구사와 풍자의 범람으로 한번 소설을 손에 들면 끝까지 놓지 못한다.또 이미사어가 돼버린 「자닝하게」「툽상스럽게」「옴나위없이」「왜장치는 소리」며 「방짜」와 「행짜」,「우두망찰」「족탈불급」 등 우리의 고유어를 소설문맥속에 되살려 익살과 해학의 맛을 톡톡히 실감시킨다. 그의 절제력은 주목할 만한 사상적 메시지를 전개하는 자리에서도 「관념을 극구 피하고 구체적인 스토리와 주변묘사」로 작가의 의도를 투영한다.「인간심리의 섬세한 기미를 포착하여 이를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그의 뛰어난 능력」일 것이다.가족은 오늘날까지 끝없는 기도로 감쌀 뿐만 아니라 진솔한 호남사투리의 출처인 어머니 조옥성 여사(74)를 모시고 있고 부인 유경순씨와의 사이엔 남매,과기대를 졸업한 아들 아람은 현재 예일대 재학중이고 딸 예니는 이대에 다니고 있다. 그의 최근의 소설은 「권력으로부터의 자유와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에 대한 문학적 응전이며 작가적 문제의식을 강렬히 환기시키기 위해 「사실주의 작가가 드러내게 마련인 안이한 평판성」 대신 「사실주의적 세계를 비사실주의적 시각으로 전화」하려는 의지가강하다. ○호불호가 분명한 성격 윤흥길은 이제 「한국문학사라는 넓은 체계속에 편입되어」 작가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이룩한 위치다.그래서 작가는 「어떤 형태로든지 불행한 시대를 증언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이며 「밝음 저쪽에 가려진 어둠 가운데서 진실을 끄집어내는 것이 작가가 수행하지 않으면 안될 중대한 역할」임을 실천하는 시기다. 「아무날 아무데서 보더라도 본디 생긴 그대로」「더디고 무딘 입」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정통적인 소설관과 그 기법을 견고히 지키고 「독자의 평균에 부합하지 않는」 자신만의 명철한 창락의 글을 쓰고 있다. 현실에 도사린 환부를 날카롭게 도려내고 우리의 정체성을 지향하는 중에도 「따스한 해조」와 「화해」의 정서를 함축하는 그의 소설은 독자의 언 가슴을 훈훈하게 녹여주면서 그는 자랑스러운 「우리시대 우리만의 작가」로 언제라도 풋풋하게 이곳에 서 있다. □연보 ▲1942년 전북 정주출생 ▲61년 전주사범학교 졸업 ▲68년 한국일보신춘문예 소설 「회색면류관의 계절」 당선 ▲73년 원광대 국문과 졸업 ▲76년 첫창작집 「황혼의 집」(문학과 지성사) 출간 ▲78년 첫장편 「묵시의 바다」(문학과 지성사) 출간 ▲79년 중편 「장우(장마)」(동경신문출판국),「황혼의 집」일어판 출간 ▲81년 나카가미 겐지(중상건차)와의 문학대담집 「동양에 위치하다」 출간 ▲82년 장편「에미」(한국방송사업단),일어판 「모」(일본 신조사) 출간 ▲84년 베를린 제3세계문학축제 참가 ▲89년 전작장편소설 「낫」(일본 각천서점) 출간 ▲95∼현재 한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대표작품집〉 창작집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77년 문학과 지성사) 「무지개는 언제 뜨는가」(79년 창작과 비평사),장편 「순은의 넋」(80년 도서출판 은애),중단편집 「장마」(민음사),창작집 「완장」(83년 현대문학사),문학수상록 「문학동네 그 옆동네」(83년 전예원), 장편 「백치의 달」(85년 삼성출판사),중편집 「꿈꾸는 자의 라성」(문학과 지성사),장편 「묵시의 바다」(87년 문학사상사) 「밟아도 아리랑」1·2권(91년 문학과 지성사) 「산에는 눈 들에는 비」(93년 세계사),에세이집 「텁석부리 하나님」(95년 문학동네」,장편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1·2권(97년 현대문학사)등 다수 〈수상〉 한국문학작가상(77년) 한국창작문학상·현대문학상(83) 요산문학상(95년)
  • 전경린씨 첫 장편 「아무곳에도 없는 남자」

    ◎사랑을 둘러싼 존재론적 모험/“요즘 드문 실존적 감성의 문체 돋보여” 전경린씨(35)가 첫 장편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로 제2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했다.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전씨는 첫 창작집 「염소를 모는 여자」의 표제작으로 올초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는 등 진작부터 주목받아왔다.이어 첫 장편도 상을 타게 됐으니 신인치고 화려한 출발인 셈이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아무 곳에도…」는 전씨의 어떤 재능이 이처럼 세간의 눈길을 빨아들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지방 문화잡지사에서 일하는 중심인물 이나는 대학시절의 운동권 연인 태인과의 사이에 어린 아들까지 뒀지만 태인은 80년대의 실패를 추스리지 못한채 가정을 꾸릴 의욕도 잃고 떠돈다.아내가 자살의혹이 짙은 차사고로 죽자 더이상 여자와 관계를 가질수 없었던 중년의 잡지사 부장 정서현은 이나를 만난 뒤 가슴에 새로운 사랑의 불씨가 지펴짐을 느끼면서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에 애태운다.한편 태인이 의식화한 여공 정수는 실패한 투쟁의 이상에 무너져내린 뒤태인의 주위만을 맴돌며 휘청거린다. 한때 유행한 후일담소설과 삼각연정을 얼기설기 엮어놓은 듯한 줄거리지만 윤기를 내는 작가의 문장이 소설을 「사랑을 둘러싼 존재론적 모험」으로 이끈다.심사위원 윤흥길씨가 지적한대로 전편을 관통하는 것은 핍절성이며 이는 실존에서 토해내듯 감성이 꿈틀대는 선연한 문체에서 연유한다.요즘 드물게 보는 이같은 실존적 감성의 문체때문에 키에슬로브스키의 영화나 뒤라스의 연애소설을 보는듯한 느낌도 불러일으킨다.
  • 채영주씨 두번째 작품집 「연인에게 생긴 일」

    ◎비정상,그러나 따뜻한 이들의 내면/「상자속으로 사라진 사나이」 등 11편의 단편집/익살섞인 씁쓸함,그속의 삶에 대한 그리움 활발하게 작품을 써온 30대작가 채영주씨(35)의 두번째 작품집 「연인에게 생긴 일」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지난 90년 첫 소설집 「가면 지우기」를 펴낸 뒤 주로 호흡 긴 글들에 매달려온 채씨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단편집이라 많은 이들의 눈길이 쏠린다. 「시간속의 도적」「웃음」같은 장편이나 연작 「목마들의 언덕」 등에서 이미 맛보았던 독특하고도 인간적 따뜻함에 대한 향수를 깊이 간직한 채씨의 작품세계는 길이만 달리한채 이번 책에도 이어지고 있다.그 세계에서는 작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외딴 방,변두리 단란주점,고아원,정신병동,동남아의 오지 따위 보잘것 없는 곳에 깃들어사는 비정상적이거나 변변찮아 보이는 이들의 내면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삶의 생래적 무의미함,사람간의 소통 불가능성에 치여 방황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희극적으로 그려내는 채씨의 작품들은 채플린의 영화에서처럼 익살섞인 씁쓸함을 맛보게 한다. 사색적 성향이 강했던 첫 작품집에 비해 훨씬 다채로워진 「연인…」에는 모두 11편의 독립된 이야기가 실려있다.하지만 연작으로 읽힐 수도 있을만큼 모두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표제작에서 오피스텔에 고립돼 바다장어 그림이나 껴안고 살아가는 화가인 「나」는 옆방에 새로 세든 경신이라는 간호사와 우연히 통방을 시작한다.햇살이 드는 동안 자기방을 경신에게 내주는 대신 경신의 방에서 음악을 듣기로 된 것.서로를 향해 조금씩 얽혀가는 두 사람을 이같은 기발한 소설적 장치를 통해 보여주며 작가는 〈자기속의 불확실성에 대한 환멸때문에 아무것도 책임있게 사랑할 수 없는〉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법을 체득〉할 수 있는지를 조심스레 묻는다. 「상자속으로 사라진 사나이」는 정신병자 가구디자이너 백씨를 통해 단절된 세상을 풍자하는 소설.어린 시절부터의 오랜 지기들이 「동백회」를 결성하면서 이익단체로 변질되자 이에 절망한 백씨는 자기 상사를 장롱속에 쳐넣고 정신병동에 들어온 뒤 냉장고라는 상자속에 고립돼 결국 영원한 안식을 택한다.모든 이의 정신과의사로 자처하는 또하나의 정신병자 「나」를 통해 백씨의 내면세계에 접근해 들어가는 설정이 흥미롭다. 「당신을 찾아드립니다」에는 〈경기 도중 코스를 벗어나 문득 산으로 올라가버린 마라토너의 이야기,…정신병원에서 바퀴벌레를 잡아죽인 한 남자의 이야기 등등… 그 이야기들은 모두 나 자신의 이야기〉라고 털어놓는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사실 작가의 내면편력으로 읽히는 이 소설집을 통해 채씨는 『굳이 소설을 쓰지 않아도,그림엽서 한장으로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수 있는 인간적인 삶에 대한 그리움을 나직하게 말하고 있다.
  • 파리의 한국문인/고국서 잇따라 작품 발표

    ◎고종석씨 신작모은 단편집·문예지 발표 준비/신이현·박철화씨도 계간·월간지에 연재 시작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는 한국문인들이 올봄 약속이나 한듯 속속 국내문단 공략에 나선다.90년대 들어 파리는 어느 곳보다 국내문인들이 삶의 새 활력을 찾아 모여드는 재충전의 공간이 돼버렸는데 해동과 함께 그들의 신작이 잇달아 건너오는 것. 프리랜서 기자로도 활약중인 작가 고종석씨가 여러 문예지에 신작을 발표하는 것을 비롯,작가 신이현씨가 두번째 장편연재를 시작하고 문학평론가 박철화씨가 지면을 통해 소설가로 변신을 꾀한다. 진격의 첨병은 단연 고종석씨.국내 매체에 기고한 산문을 모은 「책읽기 책일기」를 문학동네에서 펴낸 고씨는 「문학과사회」「세계의문학」「문학동네」 등 계간지 봄호 및 월간「문학사상」 3월호에 일제히 신작단편을 들이밀면서 이들을 묶은 첫 단편집을 문학동네에서 준비하는 등 엄청난 화력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새로 발표될 단편들은 서구 지성사부터 여성문제,근작 우리소설에까지 만화경같은 작가의 관심범위를보여주면서도 따져묻듯 논리에 집착하고 염결성 강한 작가의 내면을 읽어내게 한다.「서유기」(문학동네)는 기자출신 화자와 79년 좌익사건에 연루돼 망명한 정태하라는 인물간의 대화를 축으로 한국현대사를 그늘지게 바라보는 파리 한인들의 심정을 그렸다.「전녀총의 이여성 회장님께 드리는 공개 서한」(문학사상)은 여성문제에 대한 한마디,「사십세」(세계의문학)는 불혹에 이르러 엉클어진 가족사를 돌아보는 화자의 회한을 각각 담았다.「찬 기파랑」(문학동네)은 기파랑이라는 가상의 프랑스 비교역사언어학자의 죽음을 전제로 그 행적을 더듬어 20세기 서구지성들을 정리,촌평하는 재미있는 작품. 지난 93년 첫장편 「숨어있기 좋은 방」을 내고 파리로 공부하러 가 좀처럼 소식이 없던 신이현씨도 「상상」97년 봄호에 신작장편 「갈매기 호텔」의 첫회분을 실으며 기지개를 켠다.신정이라는 한국유학생의 눈으로 파리 세느강변에 모인 이방인들의 자아찾기를 보여주는 작품.또 지난 91년부터 파리대학에서 공부해온 박철화씨가 「문학동네」 봄호부터 장편소설 「하얀언덕」을 분재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시국과 관련돼 파리로 유학온 불문과 학생의 자의식과 지식인의 자기성찰이 섬세한 감수성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하나같이 모태에서 동떨어져 방황하는 「파리의 이방인」들의 자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이들의 작품은 독특한 이국취향으로 봄문단에 새로운 기류를 보탤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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