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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식의 파격” 소설쓰기 새흐름

    ‘영미문학의 거장’(존 파울즈)‘유럽 정상의 작가’(코니팔멘)‘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류작가’(요시모토 바나나).양식의 파격과 독특한 작품세계로 90년대 유럽과 일본문학계의 정상에 선 작가들이다. 우연히도 이들의 번역소설이 한꺼번에 출간돼 국내 문학 팬들이 소설쓰기의 새로운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제공한다. 영국 작가 존 파울즈의 ‘만티사’(프레스21),네덜란드 출신 코니 팔멘의 ‘자명한 이치’(문학동네), 일본요시모토 바나나의 ‘암리타’(민음사). 메타픽션,즉 자의식적인 글 쓰기에 치중하는 존 파울즈는‘만티사’에서 메타픽션의 극치를 보여준다. 코니 팔멘은‘자명한 이치’에서 그의 묵직한 철학적 사유를 어김없이과시한다.그런가 하면 요시모토 바나나는 ‘암리타’를 통해 특유의 감성 엑스터시를 아낌없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만티사’란 작가 스스로가 말하듯 “문학작품이나 담론에덧붙여진 덜 중요한 추가부분”. 존 파울즈는 이 책에서 자신의 소설쓰기 자체를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위와 연결해 작가와 소설 등장인물들을 동일시하는 자의식의 세계를 보여준다.작가의 의식이 바로 등장인물들의 행위와 연결돼 작품속 인물들의 행위가 곧 한 편의 소설을 만들어나가는 특이한 작품이다.작품 전체가 뚜렷한 스토리나 주제없이대화로 구성돼 난해한 흐름이지만 상징과 은유에 매달리다보면 짜릿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자명한 이치’는 코니 팔멘의 데뷔작.지난해 ‘나의 가장사랑스러운 적’에 이어 국내에 두번째 소개작으로 91년 ‘올해의 유럽소설’에 선정된 장편소설이다.열정적으로 지식을 추구하는 여대생이 다양한 남자들과 관계를 이어가면서세상의 법칙을 이해하려 하지만 결국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수 밖에 없다는 ‘자명한 이치’를 발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점성술사,간질병환자,철학자,신부,물리학자,예술가,정신과의사 등 7명의 남자는 나름대로 철학을 갖고사는 세상의파편들. 주인공과 이들과의 관계를 축으로 하는 러브스토리얼개지만 다양한 인간 유형을 통해 세상사는 법에 빠져들게한다. ‘암리타’란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불사(不死)의 생명수’.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일본 독서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세상 바라보기가 절절한 작품이다.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한 여인이 주변인들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치유,사랑으로 삶을 바라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상실과 아픔,그리고 사랑의 구도가 특징인 그의 작품세계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으로 인간 개개인은 삶을 살아내게할 수 있는 암리타와 같은 무언가가 있고 독자들이 과연 그것이 무엇인 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감성의 작품이다. 김성호기자 kimus@
  • 90년대 소설의 숨은의미 찾기 ‘비루한 것의 카니발’

    젊은 비평가의 당대 평론집과 외국인 한국문학 연구자의두툼한 연구서가 눈에 띈다. 황종연 교수(동국대)는 첫 평론집 ‘비루한 것의 카니발’(문학동네)서문에서 “문학비평의 본분은 문학작품에 의해이루어진 발견을 알아보고 명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대부분 90년대에 나온 소설을 분석했으며,유난히 빽빽한 글들은 손쉬운 비판보다 대상 작품의 숨은 의미 찾기에 골몰한다. 장정일 최인석 등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거나 일반 독자에게 친근하지 않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 90년대 소설의 주요한 경향의 하나를 끄집어낸 표제 글이 매우 설득력 있다.신경숙 윤대녕 은희경 서하진 전경린 등 인기와 비판을 동시에 받는 작가들에 대해서도 남다른 시각을 보여준다.특히최근 이상문학상 수상후 예전의 표절 혐의론과 함께 일부의인기 격하운동 타깃이 되고 있는 신경숙 소설에 대한 글들은 비평가와 신경숙을 다시 보게 하는 대목이 많다. 한편 40년 넘게 한국문학을 연구해온 일본학자로,윤동주시인의 묘지를 최초로 확인하고 그의 자필 원고를 꼼꼼하게탐구해온와세다대 오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67)교수의‘윤동주와 한국문학’이 소명출판에서 나왔다. 500쪽이 넘는 이 책은 평생을 탐구해온 윤동주 문학연구와함께,그의 한국 개화기신문학 카프문학 일제말기문학 북한문학 및 중국 조선족문학 연구을 망라하고 있다.한국문학에대한 남다른 열정은 물론 일본·중국문학과의 깊이 있는 비교분석론이 돋보인다. 김재영기자
  • 문학지들 ‘신인등단 요람’ 자리매김

    문학잡지들이 신인상 공모를 비롯 여러 제도를 운영하며 문학의 동량지재(棟樑之材)를 발굴하는 데 큰 힘을 쏟고 있다. 문학서적 판매고와 문학 독자들의 격감 현상이 확연한 가운데서도 문학 지망생들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문학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이들 지망생들이 모두 순정한 열정과 굳센 결의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나마 문학 위기론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푸른 신호가 아닐 수 없다.이처럼 문학에 대한 열정과 지망이 그래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데는 문학잡지들의 신인 발굴 및 발탁제도의 공이 매우 큰 것이다. 문학잡지들의 신인 등단 제도는 비슷한 등단 장치인 신춘문예와 여러모로 대비된다.신춘문예가 경박한 쇼같다는 비판을떨치지 못한 데 반해 문학잡지 등단제는 지하수처럼 사회 밑바닥에 은은히 스며 있는 문학에의 열정을 땅위로 끌어올려생산적으로 흐르게 하는 인공 수로로서 높이 평가된다. 신춘문예처럼 눈길을 사로잡는 장관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단순한 모양새의 물길(水路)이지만 문학의 샘을 살아있게 하는데에는 훨씬 요긴한 제도이자 장치라는 것이다. 우선 공모 회수가 많기 때문에 신춘문예보다 월등히 많은문인을 공급시켜왔다.그리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과거나 현재 활발한 활동으로 뛰어나게 문명을 날렸거나 날리고 있는문인들의 대다수가 이 평이한 모양의 물길에서 배출됐다. 문학잡지는 대략 세 종류의 장치를 통해 신인들을 등단시킨다.첫째가 신인상 제도인데 시전문 문학지를 제외한 문학종합지를 살펴볼 때 거의 대부분이 이를 시행하고 있다.‘문학사상’‘창작과비평’‘문학동네’‘실천문학’‘문예중앙’‘작가세계’‘동서문학’‘21세기문학’‘문예연구’‘내일을여는 작가’등에는 시 소설 평론 부문에 걸쳐 신춘문예 못지 않는 분량의 신인상 응모작들이 투고된다.1,000매 이상의장편소설에 상금이 3,000만원(문학사상)에 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인상 타이틀과 게재의 영광,그리고 소정의 고료지급에 그치는 예도 드물지 않다.또 1년에 두 번 실시하는 곳도있다. 신인상이 순수 발굴 장치라면,신인과 등단 연조가 깊지 않은 기성 문인 모두 응모할 수 있는 몇몇 문학상은 파격적인발탁제도라고 할 수 있다.상금도 클뿐 아니라 많은 쟁쟁한문인들이 당선자로 기록돼 하나같이 성가가 높다.문학사상사가 공동주관하며 소설부문 상금이 5,000만원인 삼성문학상,민음사와 세계의문학의 오늘의 작가상,문학동네소설상 그리고 한겨레문학상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이라는 번잡한 절차를 떼어버린,수시투고를통해 게재와 동시에 등단되는 수시투고·등단제가 가장 밋밋하면서도 가장 문학적인 등단이라고 할 수 있다.역사가 장구한 현대문학의 신인추천제는 물론 문학과사회,세계의문학,문학동네,작가세계,창작과비평 등 내노라는 문학종합지들은 수시투고로 들어온 신인작품 중 뛰어나면 어느때든 당당하게,그러나 상같은 아무런 수식없이 게재하고 있다.놀랍게도 지금 내로라하는 작가들 상당수가 이 드러나지 않는 길을 통해등단했다. 김재영기자 kjykjy@
  •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명옥헌’ 출간

    최근 평단과 독자 양쪽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가 마르시아스 심(본명 심상대)의 소설집 두 권이 한꺼번에출간되었다. 1960년생의 이 소설가는 1년여 전부터 그리스신화에서 따와,낯설지만 신선해보이는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올 초에는 현대문학상을 받았으며 지난해부터 여러차례 문학전문지들의 집중조명 대상이 되고 있다.지난해 말출간한 에로틱한 연작소설집 ‘떨림’은 평단으로부터 부정적인 반응보다는 상찬을 더 많이 받았으며 판매 성적도 꽤괜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두권의 소설집은 작가에 대한 이같은 최근의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소설집 ‘묵호를아는가’는 등단 직후인 90년에 발간된 작가의 첫 소설집을재출간한 것이며,‘명옥헌’은 그후 지난해까지 나온 세권의 소설집에 들지 않은 작품들을 모았다. 등단작 ‘묵호를 아는가’와 ‘강’‘묘사총’등 11편을 묶은 재출간집 해설에서,평론가 이동하는 표제작 주인공의 ‘활기차고 야성적인 생명의 숨결’에 주목하면서 “이러한 에너지에 떠받쳐지고 있기 때문에 작가의 세계인식의 기조는절망이나 감상에 빠지지 않는다”고 말한다.‘5·18 광주’를 극복하기 위해 90년대 초 연고도 없는 광주에 내려가 생활하면서 쓴 서너편을 포함해 여러 유형의 작품이 혼재한 ‘명옥헌’에 대해,평론가 강상희는 “온전히 ‘이야기하는 심미주의자’가 되기 위해 작가가 겪어야 했던 소설적 편력들을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김재영기자
  • 새 외국소설들 “인생이 읽힌다”

    괜찮은 외국소설을 통해 우리 소설독자들은 초스피드 시대에 갑갑한 문자로 이야기하기를 고수하는 문학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깊게 할 수 있다.또 이 번역책들은 우리문학의 지평을 넓혀주는 좋은 교재로 활용될 수 있다.최근에 출간된외국 소설들을 모아본다. ◆총알차 타기(문학세계사) 미국의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의 짧막한 신작.지난해 3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발매됐을때 몇 시간 사이에 200만명이 접속해 화제가 됐다.킹은 영화 ‘미저리’로 국내독자에게 알려진 셈이지만 뉴욕타임스는‘그것’등 킹의 대하 공포소설이 나올 때마다 긴 서평을 쓰곤 했다. 이번 신작은 짧아서,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거론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는 킹의 ‘공포’소설 얼개를 얼추 더듬어 볼수 있다.성공적인 공포소설은 평탄한 일반 상황에서 공포스런 특수상황으로 신빙성 있고 자연스럽게 전이해야 하고,독자의 무서움과 짐작에의 욕구를 ‘한 몸 두 얼굴’의 괴이한 형태로 끝까지 살게 해야 하며,전연 공포스럽지 않는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깊이가 있어야한다는 것을 독자들은 알게 된다.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문학동네) 희곡 ‘관객모독’‘카스파’,소설 ‘페널티 킥을 앞둔 골키퍼의 불안’‘왼손잡이 여인’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 출신 독일작가 페터 한트케의 97년작.현대인의 불안과 고립감을 군더더기 설명없이,공격적인 문체로 그려온 그는 신작에서 현대인의 잃어버린 자아찾기를 이야기한다.이 주제는 현대작가들이 즐겨 다루는데,누구보다 이런 주제를 파고들어온 한트케는 예순이 다 된 연조에 어떤 이야기를 펼칠까.가족과 친구들의 정서적 보호막을 갖지 못한 중년 남자가 실어증에 걸리는데,환상적인 여행을 통해 말과 자아를 되찾는다. ◆베로니카,죽기로 결심하다(문학동네) 브라질 출신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파울로 코엘료의 98년작.‘연금술사’‘다섯번째 산’등 이 작가의 대표작들은 40가지 이상의 언어로번역되어 2,000만명이 넘는 독자들이 읽었다고 한다. 또 세계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프랑스정부로부터 최고 훈장을 받았다.대중적 인기와 문학적 내실을 더불어갖추었다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끄는 작가인데,이번 작품은 이같은 행복한양수겸장의 허와 실을 아는 데 도움이 된다.능숙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가끔씩 도식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유럽의 한 소국에서 젊은 처녀가 생의지리멸렬함에 절망해 자살하나 실패,다시 깨어나며 일주일시한부 생명이 주어진다.인생은 꼭 살아야할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 이 처녀는 어떤 결론을 내릴까. ◆처음부터(생각의나무) 옛 동독 출신 작가로 비판적 시선을 유지한 크리스토프 하인의 97년작.열세살 소년이 화자 겸주인공이며,동서독으로 분리됐으나 베를린 장벽이 생기기 전인 1956년의 한 해를 담고 있다.똑같이 분단현실에 둘러싸인 우리 처지를 상기시키나,분단을 배경으로 같은 또래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우리 소설들과는 많이 다르다.거기서는 열세살 소년이 어느 정도로 역사에 침윤되고,역사와 무관한 개인으로서는 얼마나 두꺼운 성장 체험을 이룰까를 눈여겨 볼 만하다. ◆왕비의 이혼(열림원) 일본의 68년생 작가 사토 겐이치가일본 아닌15세기 프랑스의 국왕 루이12세와 왕비의 이혼 사건을 소설화했다.99년작으로 일본에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에게 주어지는 나오키상을 받았다.비록 보편성 추구에는 한계가 있는 대중소설이지만 작가는 이 법정소설에서 동떨어진 외국 역사라는 소재주의의 약점을 얼마나 극복했을까. 김재영기자 kjykjy@
  • ‘삶의 核’ 우물 내려다보듯 응시 ‘브라스밴드를‘

    김인숙의 소설집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문학동네)가나왔다. 1963년생의 이 여성작가는 ‘강인한’섬세함이 특징이다.사회구조적 문제에서 눈을 돌려 비역사적인 의미의 삶 자체를우물 내려다보듯 응시한다.우물은 가끔 위에 햇볕이 들기도하지만 작가의 눈은 우물 위보다는 햇볕과는 상관없는 바닥에 고정되어 있다.따라서 삶의 다양한 무늬나 결이 문제가아니라 삶의 핵심적 구조가 문제다.그 핵심을 캐치하려면 섬세해야 되고 햇볕들지 않는 우물 속같은 그 구조에서 눈을돌리지 않으려면 강인해야 한다. 8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에서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기반상실의 위기에 놓여 있다.스르르 무너져내리는 기반은 먼저는 직장이나 가정 등 물리적·외면적 항목이지만 더 심각한것은 자기 삶의 의미 상실이다.지금까지의 인생이 지리멸렬하게만 보여 이같은 실패감과 무의미하다는 의식으론 더 이상 살아갈 기운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 자신감 상실은죽음과 맞닿을 정도로 깊다.그러나 또 한편 다분히 심리적인만큼 삶의 인식에서 ‘브라스밴드’같은밝은 반전의 가능성이 묻어 있다. 작가는 의지를 시험하듯 갑갑한 어두운 우물 속 한 부분에자신을 가둬둔다.브라스밴드의 가능성이라곤 없는 진짜 밑바닥과,브라스밴드처럼 빛나는 햇볕의 위까지 왔다갔다 할 수는 없을까. 김재영기자
  • “詩여 세상을 노래하라”

    두 권의 시집이 눈길을 끈다. 제주에서 태어나 1977년 등단,제주대 교수로 있는 문충성은새 시집 ‘허공’(문학과지성사)에서 다 떨어져가는 삶을 통찰하면서 새로운 생명과 하찮은 생물,자연에 대한 깊은 사랑은 길어올린다. 빈 바람 나뒹구는 늦가을 들판/빈 술병 하나 누워 있다/…/불타오르는 삶 한 자락/가볍게 사라지는 법 하나/깨우치지못하고/도취에서 깨어나느니/가르쳐주는 이들이야 많았지만/읽던 책세상도 저물어/나를 바라보면 서리 낀/빈 술병에 어렴풋이/아,무지개 머리칼이///(‘빈 술병’)지난 96년 등단한 김철식의 첫 시집 ‘내 기억의 청동숲’(문학동네)은 경남 사량도 출신의 시인이 통과해온 청춘의 시간을 그대로 보존한다. 허옇게 떠오르는 애비의 시체를 상상한 곳이 여기였습니다/에미 젖가슴에 돋은 비린내 나는 멍울도 여기서 지웠습니다/목숨이 한번 휩쓸고 간 자리엔 무엇이 남을까요/애비를 죽이고 에미의 전쟁을 죽이고/부서지는 파도의 흰자위만 오래오래 바라보았습니다/무성한 몸 속 폭풍이 모래톱에 조금씩 묻혀갔습니다///(‘사량도’)김재영기자
  • “李箱, 진실 혹은 거짓말”

    소설의 영토를 넓히는 젊은 소설가의 장편소설이 주목된다. 김연수의 ‘?A빠이,이상’(문학동네)은 일제강점기에 요절한천재 작가 이상(李箱)을 소설의 밭에다 성공적으로 이식한작품이다. 중학생 이상의 학력을 가진 한국인이면 합창하듯닮은꼴로 떠올리는 이상의 상(象)을 한층 또렷하게 만들었다든가 세게 흔들어버렸다는 뜻이 아니다.역사와 기억의 논 한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는 이상의 동상을 데굴데굴 굴려 소설과 이야기의 밭으로 옮긴 뒤 그럴듯한 식물체로 키워냈다는뜻이다. 이상이란 진실을 추구하는 전기작가적 열성이 아니라 이상을‘먹음직한’소재로서 차근차근 해체하고 화학적으로 소화시켜가는 소설가의 욕심이 손에 잡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상의 소설 ‘날개’에 나오는 인상적인 낱말을제목에다 날렵하게 얹은 ‘^^빠이,이상’은 이상이 문제가아니라 김연수가 이상을 빌어 하고자 하는 소설적 ‘말’이문제다.1970년생인 작가는 그전부터 ‘무엇이 진짜고,진짜란무엇이냐’란 주제에 매달려왔다. 이 질문은 대개 진짜와 가짜는 서로 녹아들?? 마련이어서 구태여 구분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결론맺곤 한다.김연수의 이런 질문과 주제는 우리 삶의 실재와 허구에 대한 존재론적 의문을 제기한다는 멋진 말로 포괄되곤 하지만,삭막한 삶이나 뜨거운 불륜같은 우리 소설 일반의 길에서 동떨어지고 엉뚱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상이란 볼륨있는 소재에 휘둘리지 않고 특유의 주제를 지켜내려는 작가의 애씀이 와닿는 ‘^^빠이,이상’은,그러나독자와 동떨어져 재미없게 저 혼자 흘러가는 소설이 아니다. 재미있다는 말이다.진짜와 가짜가 가장 통속적으로 맞부딪히는,이해하기 쉬운 진위논란으로 이야기를 끌어내기 때문이다. 1937년 4월17일 사망 순간 제작된 뒤 종적이 묘연해진 이상의 데드마스크,그리고 이상이 죽기 전 썼을 수도 있고 안썼을 수도 있는 연작시 ‘오감도’의 제16편이 갑자기 나타났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진짜냐,가짜냐의 논란에 독자들은 끌려든다. 이런 터를 닦아놓은 뒤작가는 슬슬 자기가 생각하는 진짜 진위 문제를 내보인다. 자기들 삶에 이상?? 과도하게, 비상하게 끌어들인 사람들의진짜 삶은 무엇이냐가 그 하나이다. 또 더 높은 단계는 김해경이란 본명과 식민지 시절 총독부 건축기사라는 유망한 직업을 내팽치면서 솟아난 천재 작가 이상과,이런 문학가 이상이 아닌 자연인 김해경 가운데 ‘김해경이자 이상’이란 한인간의 삶을 문제삼을 때 어떤 것이 더 진짜냐 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진위문제의 최고 층위로서 작가의 회심의 질문인, 무엇이 이상의 진짜냐라는 주제는 ‘?A빠이,이상’의 대기권을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즉 식물처럼 밑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다기 보다 작가가 독자의 머리에다 주입시키려고애쓰는 데 그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역사적 사실인 이상에 일차원적으로 기생하는 대신우리 머리 속에 있는 이상이란 이미지와 기억을 소설의 한뙈기 밭으로 개간해낸 작가의 공과 역량은 높이 살만 하다. 김재영기자 kjykjy@
  • 데뷔 산문집 낸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울대 교수,KBS 교향악단 수장을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세운거나다름없고 잡지·신문마다 음악평 써달라는 간청이 끊이질 않는다.이젠 더 이룰 게 없지 않을까.그런데도 그는 문학동네 주변을,못끊는담배먹듯 배회해왔다.문학하는 친구들한테 번번이 ‘콩나물대가리’나 그리라고 쥐어박힘을 당하면서도.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65).첫 산문집 ‘술과 아내 그리고 예술’이 나왔다는 건 그에겐 여간 의미가 아니다.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게 천석고황,그의 문학병.온갖 퇴짜와 구박을 뚫고,40년만에,꿈에그리던 문단 한귀퉁이서 머리를 올렸으니 감회가 오죽할까. “설레는 그만큼 부끄럽지요.열망만 같아서는 절륜의 옥고여야 할 텐데 쓰고나니 고작 이 정도인가 싶고 말이죠.”성에 안찬단다.투정부리는 그는 영락없는 문학청년같다.그러나 그의책은 이미 작가의 겸연쩍은 눈길의 틀을 훌쩍 뛰어넘는다.신현림 김용택 나희덕 강석경 등등 책날개에 소개된 창작과비평사 산문선의 다른 필자들에 꿀릴 게 없는,독특한 스타일리스트로서의 개성세계가 거기 있다. 네 부분으로 나뉜 책은 음악평론가,교수,행정가 등 명함위의 이씨부터 문학환자,음악향유자,‘청하’애주가 등 자기방속 이씨 세계까지두루 어림조명한다.삶의 단상부터 음악과 음악가,사람과 장소에 공명한 일지,예술종합학교를 배태시킨 예술교육관,관료와 예술가기질 사이에서 길항하다가도 늘 묵묵한 일상으로 돌아선 행정가의 면모 등등. 읽는 재미로는 단연 사적 에세이류가 승한 1부 ‘불가사의한 존재들’이다.‘현대문학’‘자유문학’‘사상계’에 투고했다가 번번이 미역국마신 청년시절이 있고,책 표제작·1부 표제작 등 지난해 ‘현대문학’에 가슴뛰며 게재했던 수필가 데뷔작들도 읽을만 하다. 이미 음악이라는 절륜의 도구를 쥐었으면서도 아마추어 취급을 감내하며 새삼 글 세계를 기웃거리는 건 왜일까. “요즘 학생들은 음악하면 무슨 박제된 천상세계 것인양 생각하는데베토벤이며 쇼팽 모두 절대 그렇지 않았어요.일상이 먼저 있고 거기서 음악이 터져나왔거든요.문학은 그런 면에서 시궁창일지라도 훨씬일상에 밀착된 것,핍진한 어떤 것이더군요.음악하는 이들에게도 미술,문학,연극 등 예술세계 일반을 소요하는 체험은 꼭 필요합니다.”손정숙기자 jssohn@
  • 소설가 황석영, 어른용 동화 ‘모랫말‘출간

    소설가 황석영이 어른을 위한 동화 ‘모랫말 아이들’(문학동네)을출간했다. 언제부터인가 형식은 아이들이 읽는 동화이되 성인 독자를 더 염두에 두고 있음을 공공연히 밝히는 이같은 장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황석영의 이 최신작은 어른을 위한다는 한정어가 있긴 하지만 동화라기엔 담고 있는 인생과 역사의 진실이 너무 무겁다. 다른 작품을 쓸만큼 쓴 베테랑 작가가 모든 걸 다 걸러내고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정같은 인생의 진리를 읊자고 쓴 동화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내 유년 시절을 이야기해주려고 썼다”는 작가의 말에서 이 작품의 피치 못한 무거움이 이해된다.보편적 인생이란 추상을수정처럼 갈고닦는 작가의 노력이 아니라 황석영 개인의 구체적 기억이 이 작품의 보석이다. ‘모랫말 아이들’은 1943년생으로 열살 안쪽에 해방과 전쟁을 맞은작가의 문학 이전의 기억이 최대로 복원되어 있다. 작가는 이야기를 이야기답게 하는 문학적 형상화는 최소로 억제한다. 이처럼 기억에다 쓸데없는 분칠을 삼가지만 10편의 짧은 이야기들은인물과 사건들의 문학적인 효과가 뛰어나다. 한국전쟁 직전·직후에 서울 한강변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들은 전쟁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연유된 것도 있고 그 당시 우리 마을에서 흔히일어난 비역사적 일들도 있다. 움막집 거지,양공주의 트기 딸,전쟁에서 반편이가 된 상이군인,화교할머니,상둣도가 아저씨,양공주가 어머니인 같은 반 여자동무,곡마단남매, 그리고 주인공을 돌봐주는 식모 누나의 연애와 전쟁으로 인한비극 등. 글쓰는 작가의 여러 얼굴 중 기억의 흙더미에서 꽃을 피워내는 모습이 아니라 부스러진 기억의 흙 알갱이들을 소중하게 그러모으는 모습이 다가오는 작품이다. 김재영기자
  • 신간 맛보기

    오산학교 교장 다석의 생애. ◆진리의 사람 다석 류영모(박영호 지음,두레 펴냄) 함석헌의 스승으로 오산학교 교장을 지낸 큰 사상가 다석(多夕)류영모(1890-1981)의사상전집.“‘나’가 죽어야 얼이 산다”는 것을 52세에 깨달아 치정의 뿌리인 색욕을 버리기 위해 아내와 해혼(解婚)해 남매처럼 지냈고,탐욕의 뿌리인 식욕을 버리고자 저녁 한끼만 먹는 등 일생동안 진리를 구도하고 그것을 실천한 생애와 사상을 조명.잣나무로 만든 널판에서 잠자고 언제나 무릎꿇고 앉는 등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었다.씨알 등 독특한 순우리말을 발굴해 쓰기도 했다.상·하권 각 1만3,000원해방이후 北사회주의 미술사. ◆북한미술 50년(이구열 지음,돌베개 펴냄) 해방이후 현재까지 북한사회주의 미술의 흐름을 정리.월북 후 평양미술대학 초대 학장을 지낸 김주경을 비롯해 김용준 길진섭 정종여 정영만 김의관 정창모 조규봉 김정수 등 북한을 대표하는 인민예술가·공훈예술가의 작품을소개.50년대가 전후 인민경제의 복구와 사회주의 건설을 찬양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 시기라면,60년대는 집체창작과 각종 기념비 미술이 창작된 ‘천리마 시대’였다.70년대는 ‘조선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이 만들어진 주체미술의 전성기.80년대는 주체미술을 지속적으로 구현한 시기며,90년대에는 김정일의 주체 사실주의가 새로운 미술창작 방법으로 강조됐다.1만5,000원. ‘화랑세기’에 신라의 비밀이. ◆화랑세기로 본 신라인 이야기(이종욱 지음,김영사 펴냄) 고대사학계가 진위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여온 ‘화랑세기’를 전문연구자가손을 보아 대중의 품으로 돌려줬다.진본임을 주장하는 저자는 그 내용을 통해 당시 신라인들의 생활을 재미있고 쉽게 이해하게끔 꾸몄다.평소 ‘화랑세기’를 신라의 비밀을 푸는 암호로 여겨온 저자는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해 신라인들의 삶을 재구성 해냈다.저자는 신라인들의 생활을 오늘의 윤리관과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금물이라며 신라인들의 충격적인 성윤리·생활 등을 차분히 얘기한다.1만5,900원전쟁·도박도 사회에 필요하다. ◆저주의 몫(조르주 바타이유 지음,조한경 옮김,문학동네 펴냄) 죽음과 에로티즘의 작가가 성찰한 비생산적 소모의 이론.우리는 넘치는에너지를 해결해야 하고,생식 목적이 아닌 성행위나 전쟁 종교의식도박 공연 예술 등 비생산적인 소모,즉 저주의 몫의 규모를 비중있게 늘려야만 사회의 생존 자체가 가능하다고 역설.포틀래치(경쟁적 증여 또는 파괴) 등을 적당한 소비 형태 창출 사례로 든 반면,저주의몫을 고려하지 않은 사회가 끔찍한 형태의 소비와 맞닥뜨린 최근 역사를 상기시키는 등 모든 문명사의 변화 원인을 잉여의 소비 방식에서 찾는다.1만2,000원
  • 새로나온 외국소설들

    국내소설들의 동한기라고 부를 만한 이때 볼 만한 외국소설들이 여럿번역소개되고 있다.본격소설과 역사소설로 나눠 이들을 좀 더 자세히살펴본다. [본격소설] 우리와 다른 삶에 대한 호기심은 소설 읽기의 거대한 원천 중의 하나이다.좋은 외국소설은 더 나아가 삶의 울긋불긋한 다양함에다 튼튼한 줄을 매단 뒤 보편성의 드높은 허공으로 독자들을 활짝 솟구쳐 올려주는 일급 그네와 같다. ‘축복받은 집’(동아일보사)은 줌파 라히리라는 인도계 미국 여성작가의 소설집으로 2000년도 퓰리처상 수상작.1967년생 작가의 처녀작인 이 소설집의 아홉 단편들은 상당수가 1·2세대 인도계 미국이민자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 이야기의 폭은 좁지만 뉴스위크와 뉴욕타임스서평처럼 절제된 언어,정교한 플롯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국내작가들의 부러움을 살 것이 틀림없다. 이 소설집과는 달리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의 ‘마법의 숙제’(문학동네)는 말많은 화자가 앞에 나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나 매력적인상상과 재치를 펼치는 적절한 장치로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대중적인기가 높은 작가의 이 베스트셀러 소설은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아이가 되는 동화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아이 시절에 아이답게 사는 것의 중요함과 함께 아이와 어른이 서로에게 품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차없이 적시해 준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미지의 섬’(큰나무)은 수상직전에 쓴 짤막한 작품으로 미지의 섬을 찾아 떠나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꿈을 너무 쉽게 단념해 버리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우화로읽힌다. [역사소설] 진행과 결말의 해답이 이미 알려진 과거에 무단편승하는역사소설,그것도 외국의 역사소설에서 문학성을 추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존 상식을 비틀어 다소 허황하더라도 새로운 상상력의 틈새를 벌리려는 역사소설의 최근 추세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의미 이전에 괜찮은 역사소설 읽기의 ‘문학성’도 적지 않다. 프랑스 작가 제랄드 메사디에의 ‘신이 된 남자’(책세상·7권)는 예수를 주인공으로 한 1988년 작으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예수의동정녀 탄생과 십자가형 죽음에 대한이견을 내세우고 있는데 예수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 신성 대신 인간으로서 사실적면모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같은 프랑스의 쥘리에트 벤조니가 쓴 ‘왕비의 침실’(영림카디널·3권)은 프랑스 루이13세의 아들로 알려진 태양왕 루이14세의 탄생의비밀을 사랑과 배신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미국 작가 잭 단의 ‘대성당의 기억’(영림카디널·2권)은 이탈리아르네상스의 정화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숨겨진 이야기라는 부제가붙어 있다.그러나 이설(異說)보다는 이 거인의 사랑과 도전을 보다상세하게 그린다. ‘이단자 아케나톤’(홍익출판사)은 프랑스 작가 알랭 다른의 99년작으로 기원전 14세기의 이집트 파라오에 관한 소설이다. 소년왕 투탕카멘의 아버지라는 이 왕은 노예해방 등 개혁을 시도하다실패, 비극적 종말을 맞은 뒤 이집트 역사에서도 이단자로 찍힌 인물이다. 한편 ‘티베트의 고독’(아라크네·2권)은 티베트족 출신의 작가 알라이가 썼는데 지난 세기 티베트의 중국 복속 시기를 다소 환상적인인물과 사건 설정으로 이야기해준다.‘멀리 가는 길’(이끌리오)은중국 명나라 시절 과거길에 나선 형제의 이야기인데 미국 작가 말콤보세가 썼다.청소년 성장소설로 94년도 미도서관협회의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 뽑힌 수작이다. 김재영기자 kjykjy@
  • ‘문학권력’ 논쟁 뜨거웠던 한해

    새천년 첫해의 한국문학과 문단은 작품보다는 작품 외적인 부대상황이 시선을 더 끈 한해였다.또 그 부대상황은 유감스럽게도 부정적인성격이 강했다. 우선 출판산업 전반의 부진 속에서 문학 책들의 판매 약세가 특히나두드러졌다.국내소설 중에서 예외적으로 많이 팔린 두 권의 책(‘가시고기’‘국화꽃 향기’)은 우리의 삶과 세계의 문학적 진상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의 강도에서 볼 때 본격소설이라고 하기 어렵다.잘팔린 본격소설의 상업성이나 대중성을 문제삼던 예년의 경우와는 달리 올 문학계는 생산적 논쟁이 처음부터 배제된 불모의 도서판매 현상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처지였다.문학서적을 사가는 독자가 절대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특정 작가에 대한 자발적 기대나 평단의 반응에 유념해서 책을 구입하는 독자는 그 몇배로 격감한 것이다. 이렇듯 본격문학은 매우 편협하고 작위적인 상황설정을 통해 더이상새롭거나 깊어질 수 없는 낡은 감성을 자극할 뿐 문제의식이라곤 없는 통속·대중소설의 위세 앞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이같은 위축은나아가 대중문화와 실용성 독서에 압도된 문학의 위기로 연결,증폭되기에 이르렀다. 올해는 또 ‘문학권력’논쟁이 격화된 한해였다.문학전문지 발행으로작품게재 및 평가 지면을 소유한 일군의 평론가들이,지나치게 주관적이며 편파적인 작품평가와 지면할애를 통해 작가들을 통제하려 한다는 문학권력 논쟁은 옛 문단정치 논쟁을 뒤잇는 문단의 이슈였다. 작고한 평론가 김현에 대한 문제제기로 올해 다시 촉발된 이 논쟁은계간지 문학과지성을 뜨거운 말싸움의 한가운데로 밀어냈고 덩달아창작과비평,문학동네 등도 비판의 화살을 맞았다.거기에 종신심사위원제란 묘한 문학상 메카니즘을 새로 내건 조선일보의 동인문학상 건이 겹쳐 문인들 사이에 서로를 수상쩍게 바라보고 수군대는 편가르기적 행태가 심해졌다. 소설에서는 지나치게 여성적,내면적,비역사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90년대식 경향을 대체할 뚜렷한 새 방향이 부각되지는 않았다.그런 가운데 올해 출간된 장편소설과 소설집에서 중견·중진 그룹의 서사 회복 시도가 눈에 띠었다.황석영 송기숙 이문열 문순태 서정인 이문구이윤기 김원일 박범신 최일남 등 50대 이상의 작가와 성석제 심상대조경란 서하진 하성란 김연경 백민석 정영문 김종광 박상우 박청호박성원 김별아 우광훈 등 1960년이후 출생 소설가들의 젊은 목소리가함께 어울렸다. 그 중간의 구효서 이순원 이승우 최인석 은희경 등도활발했다. 시에서는 황동규 김혜순 신대철 류하 등의 신작시집이 주목되었다.종이책 아닌 전자책 소설이 선을 보이기도 했다. 대산문화재단이 개최한 ‘2000 서울 국제문학 포럼’에 쇼잉카,부르디외,카다레 등 국제적 작가·학자들이 참석해 국내 문학팬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소설가는 오직 소설로써만 말할 뿐’이라는 지조를 끝까지 견지해온 순수문학의 대가 황순원이 지난 9월 타계한 데이어 한국시의 거목인 미당 서정주도 연말 작고했다.한국문학의 20세기가 확실히 작별을 고하는 장면이기도 했다.모든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문학은 거의 완벽한 미지로 남은 해였다. 김재영기자 kjykjy@
  • 주목받는 재미있는 소설 두권

    실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문학에서 웃음은 귀하다.폭소든 미소든 독자를 웃게 하는 소설은,웃음하곤 언제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현실을 솜씨있게 변형해야 한다.현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문학적 웃음을 선사하는 두 권의 소설이 주목된다. 성석제의 장편 ‘순정’(문학동네)은 도둑을 주인공으로 한다.희한하게 ‘밝고 순정적인’도둑을 ‘낙천적인’풍자의 눈으로 이야기한다. 현실에서 상습 절도범이 밝고 낙천적인 이야기거리를 가질 리 없는데,성석제는 도둑의 삶과 주변을 살작살짝 재미있는 형태로 구부린 뒤이를 악의없는 냉소를 지을 때 비틀어지는 입술만큼이나 비틀린 문체로 그려낸다.현실에서 변형된 인물이므로 정공법에서 벗어난 문체가동원될 수 밖에 없다.1960년생인 성석제는,지난 십년간 여성적 내면서술에 파묻혀 사라져버렸다고 요새 비평가들마다 아우성인 이야기-서사에 탁월한 솜씨를 보여왔다. ‘순정’의 이야기는 크게 두 줄기이다.도둑으로 커가는 주인공의 성장과정과 어린 시절 여자친구에 대한 영원한 애모가 뒤엉키다가 끝에가서합류한다. 살짝 비켜서서 현실을 보는 이 소설에서 도둑이란 직업은 어두컴컴한 환경과 행위의 표상이 아니라 밝지 않은 현실을 웃음기있게 풍자할 수 있는 소설적 가상의 위치라고 할 수 있다.장애자를 돕기 위해 고급요정에 나가는 여자친구에게 더 큰 성적 일탈을 못하도록 도둑질한다는 애모의 스토리 또한 현실적이라기 보다는 비유적이다. 성석제는 한 젊은이의 문제있는 태생,성장환경,직업,사회활동 그리고사랑을 웃음이 나오도록 재미있게 서술한다.많은 독자들은 “그의 폭소는 삶의 근원적 비애를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문학적”이라는 전문가의 평을 수긍할 것이다. 위기철의 ‘고슴도치’(청년사)도 독자를 웃음짓게 만드는 소설이다. 성석제의 소설보다 웃음을 만들어내는 문학적 기제가 미약하긴 하지만 위기철의 문학적 웃음도 억지가 아닌 진정함을 담고 있다.위기철은 웃음하고 거리가 먼 대부분의 현실을 소설에서 생략하고 잔잔한미소를 유발할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을 뚫어낸다. 요새 사람답지 않게 순진하나 사회적으로는 가시를 곤두세운 고슴도치처럼 방어적인 한 남자와 세상을 밝게만 보고 이것을 매력적인 수다로 표출하는 여자가 맺어지는 이야기다.남녀 주인공의 대립적인 성격이 소설의 원천인데 이 대립을 만화적으로 강조하고 있음을 독자는눈치챈다. 그러면서도 이 문학적 강조로 만들어지는 웃음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게 된다.거기에 삶에 대한 작가의 성찰 또한 만만찮다. 김재영기자 kjykjy@
  • [네티즌 칼럼] 문단 권력 공방과 논쟁문화

    논쟁이라는 말은 논(論)과 쟁(爭)을 합친 단어이다.논쟁에는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상대방과 싸우는 것이 있고,원만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조정하며 다투는 것이 있다. 그러다 보니 논쟁이 진행되면 잘잘못을 가리는 데 있어 어느 한쪽이확실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신 이 싸움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판단을 하는 일이 더 많아진다. 최근 문단에서 벌어진 ‘문단 권력’에 관한 공방도 주의깊게 관찰할 구석이 많다.특히 최근에 시인 남진우씨가 시인 김정란씨를 공개비판하고,여기에 문학동네 편집인인 정홍수씨가 가세하면서 벌어지고있는 논쟁은 과연 한국 지식인 사회의 논쟁문화가 필요한 것인지를의심하게 할 정도로 ‘저질’이라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 사건은처음 남진우씨가 문예지인 ‘문학동네’에 ‘김언희의 시세계’를 기고하면서 글의 후반부를 김정란씨 비판에 할애하면서 비롯됐다.남씨는 “김정란씨가 (김언희씨에게)문단내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가”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정란씨는 한 인터넷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신춘문예 심사위원도 한 적이 없지만 남진우씨는 그렇지않다”면서 “누가 문단내 권력을 가지고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논쟁으로 봐줄만 했다.그런데 갑자기 정홍수씨가김정란씨를 비판하면서 문제가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정씨는 인터넷게시판을 통해 “김씨의 반박에 실망했고,피해망상과 나르시시즘으로범벅이 된 글”이라고 비난하며 개입했다. 논쟁에는 격이 있고 수준이 있다.심각한 인신공격을 행하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사람이,오히려 당당한 ‘소신’을 문단 내에서 펼쳐온 사람들을 혹평하고 몰아붙이는 데 앞장선다. 이번의 수준낮은공방에서 보이듯이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의 추종자라고 말한다든가,‘문학작품’보다는 전혀 엉뚱한 문제를 써놓으며 물고 늘어지는 식의,수준낮은 사람들의 뻔뻔함이 우리 제도문학권에 넘쳐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풍토에 언론권력이 함께 한다는 점은 분명히 간과할 수 없는대목이다.분명히 남진우씨가 김언희씨를 평가하면서 김정란씨를 비판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이나 그 다음 정홍수씨가 또다시 김정란씨 인터뷰를 비판한 대목은 대단히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문단에 ‘동업자간의 전선’이 형성됐는지 알 길이 없다. 특히 논쟁이 상대를 인신공격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지금 문학동네 홈페이지 게시판은 폐쇄됐다.문학동네 편집장까지 가세한 논쟁이 이렇게 됐다는 것도 황당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로 여겨진다.만일 문단권력에 관해 말하고 싶으면 말을 하고 거기에 반론권을 주어야 할 것이며 또한 최소한 자신이 운영하는 광장은 열어놓고 토론해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논쟁이 부드럽지 못한 까닭은 논쟁의 주변에서 치열하게 분투해야 할 지식인들이 엉뚱한 권력수호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제 치부는 보지 못하면서,자기 반성은 없으면서 누군가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잃지 않겠다는 식의 ‘독재’가 문단 내에서 여전히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기현 독일 아헨공대 유학생 haetgue@intizen.com
  • 독특한 시각의 詩평론집 눈길

    독특한 시각의 시 평론집 두권이 나왔다. 시와 소설 부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고 문학지에 시평을 꾸준히 싣고 있는 평론가인 이승하 중앙대교수는 ‘한국 현대시 비판’(월 인)을 냈다. 시인 겸 평론가는 “앞서 낸 두 권의 시론집이 이 땅에서 탄생한 수 많은 시들에 대한 진한 애정 고백록이라면 이번 시론집은 스스로 무 덤을 파는 우리 시에 대한 경고문이면서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한 자 성록”이라고 말한다. ‘상업적 연시와 그 독자층의 문제’‘우리 시의 과오는 무엇인가’ ‘한국 문예지의 앞날을 위하여’등과 함께 우리 시를 통시적으로 고 찰해 보려는 글들을 실었다. 역시 시인이자 평론가인 최동호 고려대교수의 ‘디지털 문화와 생태 시학’(문학동네)은 그의 일곱번째 평론집으로 그간 발표한 시평 중 심의 글들을 한데 묶었다.3부 가운데 특히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문화가 인간의 생태시학에 미칠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할 시 의 존립 위기를 중요한 문제로 부각시킨 1부가 눈길을 끈다.
  • 이번엔 ‘김정란 죽이기’ 논쟁

    조선일보가 시인 김정란(47·상지대 교수)씨를 비판한 한 문학평론가의 글을 게재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의 ‘김정란·안티조선 죽이기’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지난 20일자 조선일보는 문학비평가 남진우(40)씨가 ‘문학동네’ 겨울호에 쓴 ‘시인을 찾아서’라는 글말미에 언급된 김정란 교수 관련부분을 소개하면서 “김교수는 서울에서 발행되는 주요 문예지의 편집위원 겸 현정부의 문화행정 브레인으로 참여하면서 문단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등 김교수에 대해 비판한 남씨의 글을 인용했다.이밖에도 이 기사에서는 김교수가 동료문인들에게 ‘네멋대로식 비판’을 자행하고 있다는 남씨의 비판을 실었다. 여기서 조선일보의 ‘김정란죽이기’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문학동네’가 조선일보의 특별한 후원하에 성장했다고 김교수가 비판한점 ▲조선일보가 그간 ‘문학권력’ 관련 논쟁을 보도하지 않은 점▲김교수가 ‘안티조선’의 핵심인사로 활동한 점 등 때문이다.이에 대해 김교수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그 흔한 신춘문예 예심에조차 참여해본 적이 없는 나더러 ‘문화권력’이라고한데 대해 난감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문인들과 함께 문화부 주최 ‘새예술의 해’ 행사에 문학분과위원으로 참여한 것을 두고 남씨가 ‘김대중정부 문화행정 브레인’ 운운한 것은나를 정부의 ‘홍위병’으로 만들려는 왜곡”이라며 “남씨가 본문‘보유’에서 곁가지로 다룬 ‘김정란비판’을 기다렸다는 듯이 크게 기사화한 것은 조선일보의 ‘무리수’”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은 인터넷상에서 열띤 토론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문제의 글을 쓴 남씨는 아직 반응이 없다.조선일보의 담당기자는 “남진우씨의역비판은 처음있는 새로운 주장이어서 기사화했다”고 밝혔다. 정운현기자
  • 시인·소설가들의 맛깔스런 산문집

    시인 소설가들이 재미있는 산문집을 잇따라 출간했다. 소설가 구효서는 산문집 ‘인생은 지나간다’(마음산책)를 통해 “주변의 사소한 많은 사물들은 우리가 건너는 인생이라는 물살 위에 놓인 징검다리”라는 모토로 사물을 통해 제 삶을 되돌아본다.양변기텔레비전 의자 자동차 주전자 연필 라디오 도시락 등 어린 시절의 손때와 추억의 그림자가 드리운 물건들이 새롭게 조명된다.사진작가 김홍희의 빼어난 사진을 곁들였다. 올 대산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최승호는 시와 산문과 아포리즘의 경계에 서서 장르의 규정을 허문 뒤 그 모든 것을 반죽이라는 이름으로아우르고자 한 ‘물렁물렁한 책’(마음산책)을 냈다.탄생 이전과 죽음 이후의 세계까지 파고드는 치열한 의식의 기록이며 시인의 여섯살 난 딸이 그림을 그렸다. 시인 도종환의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사계절)은 해직교사 출신 시인이 10년만에 복직한 뒤 겪은 교육의 붕괴와 그 대안을 모색한 교육에세이.어려운 교육환경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아이들의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담았다. 현직 중학교 국어교사이자 시인인 최은숙도 산문집 ‘세상에서 네가제일 멋있다고 말해주자’(문학동네)에서 시골의 작은 학교들을 무대로 오월의 햇살같은 아이들을,그들의 마음자리로 내려가 흐뭇하게 그려낸다. 한편 시인 원재훈은 작고한 장인에게 띄우는 영혼의 편지 형식에다딸과 아내에 대한 사랑을 담은 ‘꿈길까지도 함께 가는 가족’(생각의나무)을 펴냈다.가족,이웃,세상과 더불어 살며 사랑하는 방법을 일깨우는 이야기들로 시인의 가족들을 담은 이강빈의 사진이 아름답다.
  • 日아쿠타가와상 받은 교포작가 현월

    올해 초 일본의 권위 있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재일교포 작가 현월(玄月·본명 玄峰豪·35)의 수상작 ‘그늘의 집’한국어판(문학동네)이 출간됐다.이에 맞춰 작가도 내한,23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문학관 등을 피력했다. 중편 ‘그늘의 집’은 재일 한국인의 슬픈 과거사를 밑그림으로 하면서도 기존의 재일교포 작가들과는 달리 교포들의 한이나 특이성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보편적인 실존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일흔다섯 살의 주인공은 오사카 빈민촌에서 육십팔년 간을 살아온 재일교포 2세로 태평양전쟁 때 징용나가 손목이 잘리고 똑똑한 아들도비명횡사하는 등 불행한 인물.그러나 작품은 이뤄놓은 것 하나 없는현실적 비참함 속에 죽음을 앞둔 노인의 의외로 담담한 추억,재일교포 사회라는 딱지를 뛰어넘는 인간동네의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인간관계 등을 건조한 문체로 잡아내고 있다. 기자 간담회에서 현월은 교포2세로서 정체성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체성 문제는 대부분의 재일 교포들이 겪는다“면서 “그냥 일본인으로사는 사람도 있고 한국을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 경우는 후자다.모국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30대 중반인 지금 이런 현실을 그냥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2,500평 대지에 수백채의 바라크가 들어차 한국의 빈민가 쪽방을 연상시키는 소설 속 한국인 집단촌은 실존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학교 다닐 때 같은 반 친구 중에 그와 비슷한 집단촌에 산 사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늘의 집’에서는 두 건의 집단폭행 장면이 작품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당시 친구의 그 동네에서 집단린치 같은 것이 있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면서 “부모의 경험과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그늘의 집’에서 묘사된 집단촌이 일본 독자들에게는 비열하고 야만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데 어떻게 읽히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현월은 “소설 읽는 방식은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다고 생각한다.일본독자들이 소설을 그냥 ‘픽션’으로 받아들이리라 생각한다”고 여유있게 받아넘겼다.소설쓰는방식에 관해서도 “미리 주제를 설정한 뒤 시작하고 싶지 않다”며 “그렇게 하면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되고 주제에 길들여지는 이런 방식은 재미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야구,중학생 때는 럭비,고교 시절에는 아르바이트와 연애에 몰두했다고 수상 당시 말한 작가는 “재일교포로서 대학을 나와도 취직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학에 안갔고 사실 공부에 별로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교 졸업후 부친의 오사카 구두공장을 대신 운영해오면서 일과후 창작에 몰입한다고 한다.한국어판 ‘그늘의 집’에는 작품 ‘그늘의 집’‘젖가슴’‘무대배우의 고독’이 실려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중견작가 박범신·최일남 새 소설 펴내

    한 세대,그리고 반 세기 가까이 소설을 써온 두 중진작가의 최신 소설집이 눈길을 끈다.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창작과비평사)는 데뷔 28년째인 작가 박범신이 최근 2년 동안 써온 8편의 중단편을 모았다.작가는 지난 97년 3년여의 절필을 끝내고 소설집 ‘흰소가 끄는 수레’로 복귀했었다. 창작의 보이지 않는 동인인 독자를 넘어 창작의 태양에너지 자체인작가 자신에 대한 피맺힌 ‘의절’인 절필을 감행했던 작가의 복귀후 두번 째 창작집은 무엇을 지향하고 있을까.“내면화를 통한 자기성찰의 기록인 ‘흰소가 끄는 수레’에 비해 여기 실린 소설들은 그성찰로부터 내가 어디를 향해 걸어나오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줄것이라 믿는다”고 박범신은 소설집 앞글에서 밝힌다.즉 지향점은 ‘서사의 회복’이라는 것이다.그러면서 작가는 “여기엔 90년대 문학의 한 특성으로 지목되는 내면화 경향이 소설문학으로부터 작가와 독자를 함께 소외시켜온 것은 아닐까 하는 내 의구심이 깔려 있다”고덧붙이고 있다. 표제작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는 평화롭던시골마을에 골프장 건설이 시작되면서 불어닥친 개발 바람과 돈에 맛들인 주민들간의 갈등을 간통 혐의로 재판정에 선 여성의 목소리로 고발한다. 단편 ‘세상의 바깥’은 남의 육체로 환생한 영혼을 화자로 해서 인기있고 잘나가는 사람들의 추하고 ‘불쌍한’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또 ‘그해 가장 길었던 하루’와 ‘손님’은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집필 중인 연작소설 ‘들길’의 1,2편으로 일제말엽 빈곤한 농촌을배경으로 피폐한 가운데서도 인간미와 희망을 잃지 않는 여성 2대를그리고 있다.작가가 지향하는 서사의 회복이 흔히 ‘너무 소설 냄새가 난다’는 비판을 받는 통속적이고 작위적인 스토리텔링에 머물곤한다. 그러나 “문학이 독백으로 간다면 소외는 필연이다”고 확신하는 작가의 손길이 어디를 집중적으로 매만지고 있는지는 확실해 보인다. 지난 53년에 등단해 반세기 넘게 글을 써온 68세의 노익장 소설가최일남은 열두번 째 소설집 ‘아주 느린 시간’(문학동네)을 내놨다. 지난 4년간 쓴 작품 가운데 소재가 비슷한 8편을 골라모았는데 한국문학에서는 드문 ‘노년의 시간’을 소설적 주제와 소재로 삼고 있는노년 연작들이다.작가는 이제 죽음이 현실적으로 인생 최대의 문제인노년의 시간을 ‘노을지경’으로 부르면서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작가의 시선은 현대 문학의 거대한 이슈인 노년과 죽음을 필살의 창같은 예리함으로 천착하는 데까지는 분명 못미친다.그러나 죽음을 ‘끼고 도는’ 노년의 여러 모습을 정력적으로 주시하는 작가는 분명노년에 관한 한국문학의 수위를 한단계 높였음이 분명하다.판소리 가락처럼 구성진 특유의 문체는 작가의 본질적 시력의 한계를 노정시키는 한편 그 약점을 덮어주는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 김재영기자 kjy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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