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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장편 ‘피아노 교사’로 세계를 놀래킨 한인2세 소설가 재니스 리

    첫 장편 ‘피아노 교사’로 세계를 놀래킨 한인2세 소설가 재니스 리

    “주제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니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다음 작품은 한국이 소재, 또는 배경이 될 것입니다. 한국(사람)에 대해 쓴다는 생각만으로도 많은 부담이 되고 떨리네요.” ● 24개국 출판… 美서 10만부 넘게 팔려 첫 장편소설 ‘피아노 교사’(문학동네 펴냄·김안나 옮김)를 내기 전부터 전 세계 24개국에서 출판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초대박을 터뜨린 한인 2세 소설가 재니스 리(36)가 한국 출간에 맞춰 모국을 찾았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재니스 리는 자신의 첫 소설이 한인이 등장하거나, 한국의 정서를 담지 않은 것 같다는 질문에 “그동안 대학원 시절 썼던 단편 소설에서는 한국인이나 코리안-아메리칸의 얘기를 많이 담았다.”면서 이같은 향후 계획을 밝혔다. ‘피아노 교사’는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한 1940~1950년대 홍콩에서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엇갈린 사랑의 관계를 그린 소설이다. 단편소설을 들고 찾아간 출판사마다 번번이 퇴짜를 맞던 재니스 리는 2007년 가을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인생 역전을 이룬다. 5년에 걸쳐 쓴 ‘피아노 교사’가 픽션 부문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뒤 미국, 영국은 물론 유럽, 남미,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출판 제안 쇄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된다. 게다가 지난 1월 미국에서 출간된 직후 10만부가 넘게 팔리며 뉴욕 타임스 집계 전미 베스트셀러에 5주 동안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전례없는 일이었다. ● 홍콩 출생… 하버드대서 영문학 전공 그는 “이렇게 큰 반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꿈같은 일”이라면서 “과거(1940~50년대)와 낯선 공간(홍콩)이라는 경험하기 어려운 배경에서 사랑과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 것이 주효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준비된 재원에 가까웠다. 재니스 리는 한국인 부모가 사업차 홍콩으로 건너간 뒤 태어났고 15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엘르 USA’에서 출판 담당 기자로 일하며 한 달에 15권씩 책을 보고 서평을 썼다. 그러다가 스물여덟 살에 아예 기자 일을 내던지고 헌터 대학원에서 재미 소설가 이창래 교수로부터 소설 창작법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모국어 소통이 능란하지는 않지만 그의 바람은 모국에서 그의 작품이 사랑받는 것, 단 하나다. “모국인 한국에서의 책 출간은 내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 독자들이 많이 읽고 성원해주시길 바랍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출판계 올해는 노벨상 특수 없다?

    세상일이 뜻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국내 출판사들의 심정이 딱 그렇다. 의외의 수상자가 나오면서 출판사들은 예년 같은 ‘노벨상 특수’를 바라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의 작품은 판권 계약이나 번역의 문제가 있어 출간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3~4개월 이상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기존에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유력 후보들의 작품을 골라 그전부터 미리 작업을 한다. 올해도 노벨상 발표일을 전후해 국내 주요 출판사들은 유력 후보들의 작품을 쏟아 냈다. 문학동네는 최근 필립 로스의 소설 ‘에브리맨(사진 위)’을 출간했고, 연내에 그의 대표작인 ‘휴먼 스테인’과 ‘미국의 목가’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룡소도 아모스 오즈의 소설 ‘첫사랑의 이름(아래)’을 최근 출간했고, 지난 8월에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빅마우스 앤드 어글리 걸’도 내놨다. 출판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해당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할 경우 생기는 강력한 홍보 효과 때문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작년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만 해도 수상 직후 ‘황금 물고기’ 등의 작품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첫 소설 ‘조서’도 한 달여 만에 1만부가 나갔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의외의 수상이기 때문이다. 수상자인 헤르타 뮐러의 작품 판권을 미리 사들이고 출간을 준비하고 있던 출판사는 당연히 없었다. 국내에 번역된 글도 그림에세이집 ‘책그림책’(민음사 펴냄)에 실린 짧은 에세이 한 편뿐. 하지만 수상자 발표 이후 출판계의 반응은 의외로 차갑다. 문학동네 정도가 “판권을 문의하고 있는 중”이라 전했고 민음사는 “내부적으로 아직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 창비·문학과지성사 등은 “조만간 출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출판사들은 서둘러 계약 및 번역을 해도 연내 출간이 어려워 노벨상 ‘약발’이 떨어지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이다. 또 출판 관계자들은 뮐러의 미약한 인지도 탓에 대중성의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이유로 지적했다. 한 출판편집자는 “준비도 전혀 안 된 상황에서 무리해서 책을 내는 것보다는 그 역량을 다른 데 쏟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편집자도 “르 클레지오와 달리 뮐러는 국내에 알려진 작품이 없어 책을 내도 독자들에게 꼭 어필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인지도를 떠나 노벨상 수상자의 작품은 기본적인 수요가 존재하는 점이다. 실제 헤르타 뮐러의 수상 이후 ‘책그림책’은 1주일 만에 3000부가 팔려 나갔다. 하지만 노벨상을 부르짖으면서도 시장성을 이유로 작품 출간이 미뤄지는 현실에 독자들은 언제까지 뮐러를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삶에 지친 이에게 권하는 ‘희망 바이블’

    삶에 지치고,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좌절했다면, 이 두 권의 책을 권한다. 한 줄기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시각장애 시의원의 인생스토리 1급 시각장애인 송경태 전주시의원의 삶을 그린 ‘희망은 빛보다 눈부시다’(홍임정 글, 푸른나무 펴냄)는 희망제작소가 기획한 ‘희망을 여는 사람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다. 송 시의원은 군복무 중 수류탄 폭발사고를 당해 두 눈의 시력을 잃었다. 공학도의 꿈, 가족의 웃음, 삶의 의지 등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보내던 중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말이 그에게 희망의 빛이 됐다. 밤잠을 줄여 공부하고, 발품을 팔아 사회봉사를 했다. 2000년에는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을 개관했고, 세계 4대 극한 마라톤(사하라·고비·아타카마·남극)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2006년 전주시의원에 당선된 뒤 장애인 복지를 외치고 있다. 그의 삶은 그대로 책에 녹아 있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비장애인의 몫만이 아니다. 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긍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원. ●선천장애 극복한 트럼펫 소년 이야기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 휴스 역시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두 눈의 안구가 없고 팔다리는 심각하게 굽은 채 태어난 패트릭은 생후 1년이 지나면서 세상이 말하는 ‘정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여섯 번의 수술을 했다. 수술은 더 필요했지만 대신 다른 가능성을 찾았다. 어떻게 생긴지도 모른 피아노를 배우고, 점자를 익혀 루이빌 대학에 입학한 뒤 트럼펫 연주자로 마칭밴드 단원이 됐다. 아버지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대규모 미국 대학 풋볼 경기인 오렌지볼의 수많은 관중 앞에서 멋진 연주를 한 그는 이제 장애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됐다. 이 이야기가 담긴 ‘나는 가능성이다’(패트릭 헨리 휴스·패트릭 존 휴스·브라이언트 스탬퍼드 지음, 이수정 옮김, 문학동네 펴냄)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삶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고, 그렇게 믿는다면 모든 일이 좋아질 것입니다. 나를 보세요. 내가 그 완벽한 예라고요.” 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책꽂이]

    ●풍경과 상처(김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 소설가이자 자전거 레이서인 김훈의 기행산문집. 첫 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이 나오기도 전인 1994년 낸 책의 개정판. 보길도·소쇄원·행주산성·다산 초당 등의 풍경이 그의 유려한 문장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1만원. ●고백(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비채 펴냄) 자신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범죄를 저질렀다면 피해자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에서 어린 딸을 잃은 주인공이 형사 처벌을 비켜간 중학생 살인자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추리소설. 올해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이다. 1만 1000원.
  • 김훈 “비극적 현실의 몽타주 기자의 시각으로 관찰”

    김훈 “비극적 현실의 몽타주 기자의 시각으로 관찰”

    소설가 김훈(61)의 손은 키보드를 거부한다. ‘아직도’ 그는 연필을 꾹꾹 눌러가며 원고지에 글을 쓴다. 몽당연필 몇 자루와 수북한 지우개 때, 그게 김훈의 문학이다. 그런 그가 지난 5월 인터넷 연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그 말을 곧이듣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후 5개월, 소설 ‘공무도하’는 무사히 연재를 마치고 한 권 책(문학동네 펴냄)으로 묶여 나왔다. “정말 숨 막히더라.” 8일 경기도 일산에 있는 그의 작업실. 오랜 긴장에서 벗어난 그는 첫 인터넷 연재의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발버둥쳐도 글이 안 나오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어쨌든 매일 원고는 보내야 하니 쉽지 않더군요.” ●매일 원고 보내느라 숨막혀 애초에 “일일 연재를 통해 게으름을 단속하자.”는 의도로 시작한 연재. 역시 김훈은 ‘인터넷’보다 ‘연재’에 방점을 찍어 놓고 있었다. 사실 인터넷 연재라고 하지만 그는 전처럼 연필과 지우개로 글을 썼고, 그 원고를 편집자들이 사이버공간에 올리는 식이었다. 더구나 그는 “댓글도 한번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독자 반응이 궁금하지 않았을까. 거기에는 “독자 반응을 즉각적으로 들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라고 오히려 반문을 한다. 그러면서 “독자와 작가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름다운 관계”라고 덧붙인다. 전부터도 “나는 독자를 상정하기 보다 나를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해온 그였다. 이번 ‘공무도하’를 완결한 소감도 “하려고 한 것을 해낸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학창시절에 고조선의 노래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를 배우면서 받은 충격에 훗날 작품화를 다짐했다고 한다. “흰머리 미치광이가 어디론가 가려다가 물에 빠져 죽었어요. 굉장히 슬프고 무서운 장면이죠. 민간에서 노래로 만들어 부를 정도니 당시에도 상당한 비극이었을 겁니다.” 김훈은 “강 건너로 가지 못하는 물가 사람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중심인물은 일간지 사건기자 문정수. 그가 기자로서 겪는 사건들, 예컨데 존속살인, 홍수, 개에 물린 아이의 죽음 등으로 이야기를 엮고, 거기에 출판인 노목희, 노동운동가 장철수 같은 인물이 섞여 든다. “작품 속 사건들은 지상에 없는 가상의 것들입니다. 하지만 그 가짜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현실의 몽타주’인 셈이죠.” 작품은 기사체인 스트레이트 형식으로 짧게 쳐냈다. 오랜 시간 기자 생활을 해온 작가의 경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 하지만 그는 “작품은 기자시절 사적 체험과는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이 세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세상을 관찰하는 캐릭터로 기자를 등장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창시절 받은 충격이 집필 계기 첫 소설 이후 15년 만에 당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썼지만, 그 점을 두고도 “필요하다면 어떤 시대든 끌어다 쓸 수 있는 것”이라면서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인간의 야만성을 표현하기 좋았기에 지금까지는 역사소재를 써왔다는 설명이었다. 문장에 대한 자괴감에 묶은 책은 다시 보지 않는다는 김훈. 그는 이미 마음 속에서 ‘공무도하’를 지웠다. 11월까지는 푹 쉴 생각이란다. 직업이 ‘자전거 레이서’인 만큼 춘천, 화천 등 강원도 쪽으로 달릴 예정이다. “한달쯤 쉬다가 다시 일을 하려고 합니다. 무슨 이야기가 될지는 아직 분명치 않아요.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뭔가 몰려오는데 그 속에서 언뜻 ‘자연의 모습’이나 ‘인간의 고통’ 같은 게 보이네요.” 희미한 안개가 걷히고 물상이 분명히 시야에 들어오는 12월쯤이면 새 작품의 윤곽이 분명해질 거라고 한다. 글ㆍ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인간 존재들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소설책 한 권과 MP3, 거기다 눈먼 개 한 마리가 동행했다. 가까운 공원이나 산책하면 어울릴 모습. 하지만 이 남자는 현재 3년째 전국을 여행 중이다. ‘여행을 과시하는 사람은 가진 게 없어서다.’, ‘여행은 자유다.’라고 외치면서 남자는 그 흔한 기념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그저 발 닿는 곳을 배회할 뿐이다.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소설가 장은진(33)의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문학동네 펴냄)는 인간 존재들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전작 ‘앨리스의 생활방식’에서 방 속에 갇혀 사는 여인을 그려 색다른 소통법을 이야기한 작가는 이번에는 주인공을 길 위로 내몰았다. 폐소공포증 때문에 결국 끝없는 여행을 떠난 말더듬이 남자는 소통의 방법으로 편지를 택한다. 그는 하루 여행이 끝나면 ‘자신이 존재했음을 알리기 위해’ 마치 일기처럼 하루를 정리하는 편지를 쓴다. 수취인들은 여행 중 만난 사람들. 남자는 이들에게 친구를 밀어 식물인간으로 만든 아이 239, 첫사랑을 찾기 위해 기차에 머무는 사람 109, 자기 책을 파는 소설가 751처럼 끝이 없는 일련번호를 붙이고 편지를 한다. “나조차도 욕망은 크지만 사람 사이 소통을 쉽게 이어가지 못한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소설 주인공도 소통이 쉽지만은 않다. 매일 밤 편지를 쓰지만, 제목처럼 아무도 그에게 답장을 하지 않는다. 답장이 없기에 그의 여행도 끝나지 않는다. 제목을 먼저 지어놓고 내용을 생각한다는 작가는 ‘없다’, ‘제로(0)’를 연상시키는 ‘아무도’라는 단어에서 “비밀스러워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을 느껴 제목을 구성했다고 한다. 거기다 기르던 눈먼 강아지가 지난해 죽으면서, 여행자·개·편지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을 써내려 갔다. 마치 로드무비와도 같이 주인공이 끝없이 길 위에 서있는 작품이기에 작가는 “글을 쓴 후 내가 밖을 돌아 다닌 것처럼 온몸이 피곤해지곤 했다.”고 한다. 전작에 이어 3개월 만에 출간된 작품. 하지만 작가는 지금도 광주 작업실에서 피로를 잊고 세 번째 장편소설을 퇴고하고 네 번째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 다음은 인간 욕망을 본격적으로 다룬 이야기를, 그 다음은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 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Pop-up Book] 장난감이야 그림책이야?

    팝업북(Pop-Up Book)은 말 그대로 책을 펼치면 그림 등이 튀어나오도록 만든 장난감 책의 일종이다. 15세기 중엽에는 과학·기술서적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로 이용되다가 19세기 말 영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 베스트셀러인 어린이 그림책들이 잇따라 팝업북 형태로 출간되고 있다. 레이먼드 브리그스의 ‘눈사람 이야기’(마루벌 펴냄)나 베르너 홀츠바르트의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사계절 펴냄), 마루쿠스 피스터의 ‘꼭꼭 숨어라, 무지개 물고기’(시공사 펴냄), 심지어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문학동네 펴냄)까지 모두 해외출판사들이 먼저 팝업북을 내고, 이것을 고스란히 수입한 형태다. 출판사 관계자는 “팝업북은 그 책 자체로서 즐거운 장난감 같기 때문에 그림책을 읽었던 독자들이 재구입하게 되는 수가 많다.”면서 “하지만 그림책을 보는 어린이보다 더 어린 연령대에서 관심을 갖기 때문에 수요층이 더 확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아교재전시회 등에서 어린아이의 부모들이 팝업북을 요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팝업북의 책값이 그림책에 비해 많게는 약 4배까지 비싸다는 것이다. 어린왕자 팝업북은 3만 8000원(책 8000원)으로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눈사람 아저씨는 2만 2000원(그림책 9700원), 누가 내머리에 똥 쌌어는 1만 9800원(그림책 7500원), 무지개 물고기는 1만 4000원(그림책 1만 1000원)등이다. 수입책으로 원화가치의 하락을 감안한다고 해도 너무 비싸게 책정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특히 관련 그림책들을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할 경우 최고 35%까지 할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팝업북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너무 비싸다. 출판사 측은 “제작공정에 손이 많이 간다.”고 말한다. 그래도 팝업북을 구입하고 싶다면 우선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먼저 읽게 하는 것이 좋겠다. 사계절출판사 김장성 팀장은 “내용을 알고 있어야 팝업북이 주는 액션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책꽂이]

    ●남촌 공생원 마나님의 280일(김진규 지음, 문학동네 펴냄) 전작 ‘달을 먹다’에서 조선시대 치명적인 사랑 속 인간 군상을 그렸내던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다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이번에는 코믹 사극을 그렸다. 의원으로부터 생식 능력이 없다는 판결(?)을 받은 공생원은 마흔 다섯 늦은 나이에 아내가 느닷없이 아이를 가진 탓에 시름이 깊어진다. 잘생긴 노비, 부인의 팔촌, 두부장수, 대체 누구의 짓일까. 공생원은 괴롭지만 보는 이는 즐겁다. 1만원. ●시마(詩魔)(김영산 지음, 천년의시작 펴냄) 80쪽 분량 한 권에 단 여섯편의 시만 실렸다. 한편한편이 길다는 얘기다. 시인들을 시의 매력에서 평생동안 풀어주지 않는다는 ‘시마’를 소재로 시의 생로병사, 시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펼친다. 장시 속에 시에 대한 온갖 가능성을 실험했다. 8000원.
  • 소통이라는 변화를 맛보다

    소통이라는 변화를 맛보다

    소설가 김연수가 돌아왔다. 물론 떠난 적도 없다. 1993년 시인으로 등단한 이후 16년 동안 끊임없이 글을 써댔다. 한때 자신의 재능을 탓하며 작가의 길을 포기할 뻔도 했지만 2001년 이후 전업작가로 변신, 어느 누구보다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한 김연수다. 장편소설 6권에 소설집 3권, 그리고 최근 한 권을 더 보탰다. 김연수의 열 번째 소설 ‘세계의 끝 여자친구’(문학동네 펴냄)는 2005년 봄부터 2009년 여름까지 쓴 단편소설 9편이 실렸다. 그동안 김연수의 작품은 여러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취재와 함께 인문학적 풍성함이 돋보인다. 작품 속에 보이는 독특하고 치밀한 서사 기법은 탄탄한 기획의 토대 위에 만들어졌음을 자랑하듯 여러 주석(註釋)이 꼬리표처럼 대롱대롱 달려 있기 일쑤다. 그가 공학적으로 소설을 쓰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주곤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평단과 독자의 찬사가 쏟아지지만, 그 이면에는 난해함을 불편해하는 독자들이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번에 내놓은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지금까지의 김연수와 같으면서도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번 소설은 마음의 변화가 일어난 시기 즈음부터 쓴 소설들”이라면서 “2005년까지는 내가 쓰고자 하는 어떤 명확한 지점을 갖고 소설을 썼다면 이후부터 외부 세계에 내 자신을 내맡겨두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소통되는 지점이 있었는지를 알아보는 시기”라고 말했다. “내 이야기가 언제 없어질까 두려움이 있는데 이제는 내 이야기를 쓰지 않아도 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심스럽지만 김연수의 변신 선언이다. 실제 그의 주된 화두가 ‘소통’에 있음은 여러 작품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열일곱 살 어린 옛 연인을 찾아 한국에 온 미국 여성 작가가 문화적 차이, 언어적 소통 불능 속에서 겪는 고통스러움(‘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이라든가, 한국어가 서툰 인도인과 부족한 영어에도 소통의 노력을 중단하지 않는 나와 아내의 이야기(‘모두에게 복된 새해-레이먼드 카버에게’) 등 모두 어려운 환경에서 접점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된다. 표제작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서도 시 한 편을 통해 시인과 옛 선생, 등장하지 않는 연인, 그리고 ‘나’는 만나고 헤어진다. 김연수는 “지금 소통의 가능성을 찾아 나선 이유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대중성이 높아지겠다. 문학상 다관왕을 넘어 베스트셀러 작가 김연수가 될 수도 있겠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5년이나 기다렸잖아요, 하루키!

    5년이나 기다렸잖아요, 하루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0)의 열풍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10억원대 선인세라는 파격적인 대우로 논란을 일으켰던 그의 신작 장편소설 ‘1Q84’(문학동네 펴냄)가 국내에서 출간됐다. 일본에서는 지난 5월 출간 당일에 68만부, 7월 말까지 총 223만부가 팔려 나가는 기염을 토했고, 지금까지 12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거기에다 저자를 다룬 비평서나 소설에 등장하는 작곡가의 음반까지 불티나게 팔리며 하루키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국내에서도 만만치 않다. 책이 출간 이틀 만에 베스트셀러 8위(인터파크 도서)에 오르며 역시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전 예약 주문만 해도 7000여권. 출판사 측은 밀려들 주문에 대비해 초판만 10만부를 찍었다고 한다. 전작 ‘어둠의 저편’ 이후 5년 만이니 독자들의 기대도 그만큼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품은 오래 공들인 만큼 그동안 하루키가 보여 줬던 소설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능숙한 필치도 그렇고, 남녀 주인공의 애달픈 사랑 얘기를 은근히 섞어 내는 솜씨도 그렇다. 옴 진리교를 위시한 종교집단 문제 도 놓치지 않았다. 주인공은 29살의 여자 암살범 ‘아오마메’와 소설가를 지망하는 학원강사 ‘덴고’. 상·하 총 48장으로 이뤄진 소설은 둘의 이야기를 각 24장씩으로 나눠 교대로 제시한다. 아오마메는 스포츠 클럽 강사지만 사실은 솜씨 좋은 킬러. 여자들을 괴롭힌 남자들을 잔인하면서도 ‘깔끔하게’ 살해하는 일을 한다. 한편 덴고는 다른 이들의 작품을 고쳐 문학상을 타게 할 정도로 글솜씨가 뛰어난 작가 지망생. 소설은 각 인물의 서사를 따라 가다가 어느 순간 서로를 교차시킨다. 아오마메는 어떤 노인을 처리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덴고는 한 학생을 만나 그의 작품을 손봐주게 되는데, 거기서 노인과 학생은 물론 자신들도 어느 신흥종교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제목은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따왔다. 소설의 배경인 1984년에 ‘Question’의 의미를 덧붙인 것. 꽉 막힌 길을 피해 어느 지하통로를 빠져 나온 아오마메는 자신이 도착한 세계가 전에 살던 곳과는 조금 다른, 또 다른 세계의 1984년이란 걸 깨닫고 그런 이름을 붙인다. 전작들도 그랬듯 ‘1Q84’도 소설 속에 끊임없이 음악이 흐른다. 작품 서두에 바로 깔려 나오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나 1984년 도쿄를 함축해 보여 주는 마이클잭슨의 ‘빌리진’ 등 소설 속 음악들은 또 다른 매력으로 독자들을 빨아 당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진지한 모습으로 다시 온 중국의 이야기꾼

    한국과 중국, 일본은 동아시아문학의 중심축이다. 앞뒤를 다투고 있지만 세계문학의 변방에서 중심부로 진출하고픈 욕망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문학이 중국·일본문학의 경향성과 흐름을 읽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과제 중 하나가 됐다. ‘중국 현대문학의 기수’로 평가되는 위화(余華)의 초기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중단편 소설집이 나왔다. 또한 일본에서 십수년 동안 꾸준히 읽히고 있는 아오키 신몬의 소설작품이 국내에 소개됐다. 공통점이라면 둘 다 십수년 동안 세계 문단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문단의 타고난 이야기꾼 위화가 다시 찾아왔다. ‘허삼관 매혈기’, ‘가랑비 속의 외침’, ‘형제’ 등에서 보여준 인물과 상황의 익살맞음과 일상의 적나라한 모습 보여주기, 역사와 집단 속의 개인에 대한 장대한 서사 등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키득거리는 위화가 아니라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위화를 만나볼 수 있다. 게다가 중단편 소설이라 호흡이 더욱 짧아져 순식간에 흡입한다. 바로 위화의 초기 작품들이다. 지금의 위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엿보는 듯한 즐거움은 덤이다. 위화의 중단편 소설을 모아놓은 ‘무더운 여름’(문학동네 펴냄)이 나왔다. 1989~1995년에 쓰인 비교적 초기 작품들로, 위화가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직접 소설 여섯 편을 엄선했다. 향후 ‘허삼관 매혈기’(1996년), ‘형제’(2006년) 등에서 보여주는 장대한 서사의 원형이 된 ‘젊은 위화’의 상상력과 실험성이 돋보인다. 특히 중편소설 ‘우연한 사건’에서는 한 카페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그 현장에 있었던 두 남자가 등장한다. 살인자와 피살자, 그리고 아내를 뺏긴 자와 빼앗은 자의 심리와 상황 등을 놓고 두 남자가 토론하듯 주고 받는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를 속도감있게 풀어간다. 느슨하게 풀었다가 조이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중간중간 일기 형식으로 이어간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서 팽팽하게 이어져온 두 남자 사이의 극적 긴장과 갈등의 실체가 쨍, 하고 드러난다. 여섯 편 중 가장 먼저 쓰인 1989년 발표작이다. 요즘의 작품 경향과 달리 초기에는 꽤 진지한 위화의 서사(敍事)가 있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표제작인 ‘무더운 여름’과 ‘다리에서’는 쉼없이 이어지는 짧은 대화로 이야기를 끌고 가거나 우스꽝스러운 인물의 등장으로 익살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낸다. 전형적인 위화의 작품 성향이 엿보이는 것들이다. 소설집 마지막에는 위화가 2002년 쑤저우 대학에서 강연한 ‘나의 문학의 길’ 주제의 강연문도 곁들였다. 대학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채 고향에서 이빨을 뽑던 발치사(拔齒師)였던 위화가 어떻게 소설가가 됐으며, 습작을 하던 이후 작품 경향의 변화, 가와바타 야스나리, 제임스 조이스, 카프카 등 문인들로부터의 배움을 소개하는 등 소설만큼 흥미로운 작가의 이력이 흥미롭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왜 하지 말라는 거야? (마르크 캉탱 지음, 브뤼노 살라몬 그림, 개마고원 펴냄) 19세미만 관람 불가, 출입금지, 수영금지 등 왜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 많은가. 청소년의 불만은 팽배한데, 어떤 것은 허용되고 어떤 것은 왜 허용되지 않는지, 전세계가 모두 같은 잣대를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자유와 금지의 차이를 보여준다. 청소년용. 1만원.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 고양이(김륭 시, 홍성지 그림, 문학동네 펴냄) 2007년 신춘문예 동시부문·시부문에서 당선된 작가의 첫 동시집. 시골 할머니가 입었던 빨강내복처럼 몸에 착 달라붙은 관습적 상상력에서 조금 멀리 달아나고자 했던 시인의 노력이 ‘착한’ 동시집에 매달려 있다. 어른이 읽어도 좋다. 8500원. ●쿵후 소년 장비(손요 지음, 김지민 그림, 한솔수북 펴냄) 경희대 무역학과를 나와 통역일을 하고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중국인 저자가 중국의 대표적 역사소설 ‘삼국지’를 연극으로 올리면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갈등과 화해를 다뤘다. 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이 공동기획한 작품. 1만 1000원. ●칭기즈 칸(호르디 카브레 지음, 아프리카 판로 그림, 김영주 옮김, 미래아이 펴냄) ‘칭기즈 칸’은 모든 인간의 황제라는 뜻이다. 그 이름처럼 테무진(단단한 쇠란 뜻)은 1206년 아시아뿐만 아니라 동유럽까지 정복한 진정한 칭기즈 칸이 됐다. 몽골제국의 탄생이다. 테무진과 몽골제국의 탄생을 역사와 이야기로 버무렸다. 1만원. ●아빠는 나쁜 녀석이야(백승권 지음, 박재현 그림, 맹&앵 펴냄) 다래는 주말만 되면 샐러리맨 아빠랑 놀려고 새벽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유치원생이다. 그러나 아빠는 일주일 내내 밤이나 새벽에 들어와놓고, 주말에는 피곤하다고 늦잠만 잔다. 아빠는 나쁜 녀석인데, 그런 아빠가 요즘 집안에만 있다. 실직한 것이다. 다래는 아빠가 다시 나쁜 녀석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아빠들의 실직이 늘고 있는 요즘 읽으면 마음이 짠해지는 그림책. 9500원.
  • 고희 앞두고 푸근한 시선으로 세상 노래

    그래, 좋다. 얼씨구. 그가 시로 꿈꾸는 세상은 잘 익은 홍시같이 무르익은 대동세상이렷다. ‘머슴집 아이들 부잣집 아이들/ 함께 어울려 발 빌러’ 다니고, ‘집집마다 퍼주는 밥을/…/ 절구통 위에 걸터앉아서 개하고도 나눠 먹는’(‘정월대보름’) 세상이다. 뿐이랴. 아름다움의 절정을 치닫는 ‘가을 단풍’과 ‘봄 꽃물결’이 ‘감쪽같이 만나는’(‘봄 가을 길’) 그런 현실에 없는 세상까지 내처 꿈꾼다. 정양(67) 시인이 4년 만에 내놓은 시집 ‘철들 무렵’(문학동네 펴냄)은 나이 일흔을 바라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푸근하고 넉넉한 시선이 담겨 있다. 시의 소재는 1부에서 한 해의 시작부터 끝을 아우르는 24절기 세시풍속를 다루다가 2부에서 본격적으로 관계와 사람에 대한 농익은 애정을 곳곳에 뿌려놓는다.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은 모악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럼에도 관조, 원숙함 따위는 제 몫이 아니라는 듯 철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애써 밝힌다. ‘늙어서 병들어 죽는 걸 부끄럽게 여기던/ 그런 때가 내게도 있었다’고 불꽃 같던 청년의 시기를 더듬어본 뒤 ‘늙어서 병들어 죽는 게 당연한가 아직도 부끄러운가’(‘목숨’)라고 자문한다. 물었으니 대답할 차례. 정 시인은 표제작 ‘철들 무렵’에서 ‘은행나무도 수컷은 철이 늦게 드나 보다고’라고 지청구하는 할머니에게 ‘철들면 그때는 볼 장 다 보는 거라고/ 못 들은 척하는 할아버지’를 내세워 대답한다. 또한 오랫동안 간직한 꿈을 ‘이 세상에는 숨기지 못하는 꿈이/ 끝끝내 있다고’(‘입동’) 강조하며 ‘질긴 게 이기는 법’(‘복날’)이라고 힘을 준다. 하지만 성찰을 바탕으로 한 우주와 사람에 대한 애정은 쉬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코스모스를 보고서 ‘어른들 흉낼 낸답시고 밀밭에 드러누워 다짜고짜 검정 통치마 걷어올리던 아홉 살 동갑내기 가시내’를 60년 가까이 기억하는 애정과 순수함은 시인만의 몫이다. 그는 시집 맨 뒤편에 “실수를 거듭하지 않으려고 다짐하는 게 철이 든 건지, 실수를 거듭하려고 벼르는 게 철이 든 건지 아직도 알 길이 없다.”면서 “철이 덜 들었노라는 핀잔만 늘 내 몫으로 남는다.”고 말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문화 소통하는 인터넷 공간 마련”

    “문화 소통하는 인터넷 공간 마련”

    “지난해 소설 ‘개밥바라기별’을 인터넷에 연재하는 기간에 실시간으로 네티즌과 소통·접촉하면서 ‘네티즌들이 문화적 소통을 하는 인터넷 공간이 중요한데 우리가 방치하고 외면하고 있었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이것이 인터넷잡지 ‘나비’ 출범의 계기가 됐습니다.” 소설가 황석영(66)씨는 21일 서울 프라자호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웹진 ‘나비’의 공동편집인으로 참여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 뒤, “책으로 내는 잡지형태가 인터넷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생각들은 산발적으로 몇년 전부터 해오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씨는 “웹진의 주인공들이 독자들인 만큼 그들의 참여가 많아지고 나아가 ‘젊은’ 문화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이 공간을 통해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 편집인으로 위촉된 도정일(68) 문학평론가도 이날 “문화에 대한 수요와 욕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이를 충족시킬 만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책을 읽고 문학을 즐기는 문학수요자들도 생산자 대열에 끼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고 선언했다. 웹진 ‘나비’는 인터넷서점 ‘예스24’와 창비, 문학동네, 한겨레출판, 위즈덤하우스 등 7개 출판사가 공동으로 창간한 온라인 상의 문화잡지로 이날부터 서비스를 제공했다. ‘나비’는 크게 기성작가의 문학공간인 ‘문학온라인’과 네티즌 참여공간 ‘나는 나비 2.0’으로 구성된다. ‘문학온라인’에서는 시인 김선우씨의 ‘캔들 플라워’, 김도언씨의 ‘꺼져라, 비둘기’, 정수현씨의 ‘셀러브리티’ 등 세 편의 장편소설이 연재된다. 기획물로 서양화가 황주리씨의 미술소설 ‘네버랜드 다이어리’와 가수 김완의 ‘환상스토리’ 등이 연재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책꽂이]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오현종 지음, 문학동네 펴냄) ‘사과의 맛’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준 작가의 다섯 번째 책. 지난 여름부터 4회동안 청소년 잡지 ‘풋,’에 연재됐던 것을 모았다. 외국어고등학교를 다니는 열일곱살 주인공을 중심으로 학창시절과 사춘기를 지나며 겪는 고민에 대해 이야기한다. ●느림보마을(문태준 지음, 마음의숲 펴냄) 시인 문태준의 첫 산문집이다. 시에서 보여줬던 서정성을 산문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시적인 표현과 묘사로 바쁜 세상 속에서 휴식을 줄 ‘느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연풍경, 생활, 사람에 대한 시인의 깊은 사유를 엿볼 수 있다.
  • [어린이 책꽂이]

    ●비닐봉지풀(방미진 글·오승민 그림, 느림보 펴냄) 길거리에 뒹굴던 까만색 비닐봉지의 여정을 혼자 놀던 아이의 마음을 담아 풀어낸 책. 처음엔 외롭지만 나중엔 자유롭고 씩씩하다. 물감을 휙 풀어 놓은 듯한 힘있는 그림도 흡족. 9800원. ●섬서구메뚜기의 모험(김병규 글·황헌만 사진, 소년한길 펴냄) 그림 대신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어린이를 위한 사진 동화’의 후속 작품. 섬서구메뚜기의 모험을 생생한 사진과 정겨운 글로 풀었다. 민들레 씨앗을 통해 생명 탄생을 그린 ‘아주 작은 생명 이야기(노정환 글·황헌만 사진)’도 함께 나왔다. 각각 1만원. ●글쓰기 걱정, 뚝!(김태수 글·강경수 그림, 시공주니어 펴냄) 글쓰기 숙제에 머리가 하얗게 되는 아이와 숙제를 돕는답시고 인터넷을 뒤지는 엄마들이 반색할 만한 책. 신문기자 출신의 저자가 전하는 글쓰기 가르침. 재미난 그림도 곁들여 지루함 없이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 1만 500원. 초등학교 고학년. ●100층짜리 집(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펴냄) 생쥐, 다람쥐, 개구리, 박쥐, 거미 등 각기 다른 동물들이 살고 있는 100층 짜리 집. 이렇게 높은 집을 언제 다 올라가지? 재미 난 그림을 따라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어느새 100층! 1에서 100까지 세는 거 쉬운 죽 먹기네. 9500원. ●탐험가가 되고 싶다고?(주디스 세인트 조지 글·데이비드 스몰 그림, 김연수 옮김, 문학동네 펴냄) ‘최초’라는 명예로운 수식어를 단 역사 속 유명 탐험가 58명의 모험담. 장애와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았던 이들이 전해주는 건 바로 꿈을 가지라는 것. 또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용기와 지혜로 무장하라는 것! 9500원.
  • 거리낌 없이 전하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

    ‘(추풍령 감자탕이) 지금처럼 입맛을 돋우는 음식이 아니라 욕망이나 욕정을 잠재우는 음식이었다고 하면 점주는 내 말을 믿어주기나 할까.’(‘추풍령’ 중에서) 소설가 이현수의 상상력은 참으로 능청스럽다. 1991년 이후 20년 가까운 문단생활에 고작 장편 둘에 소설집 하나를 남긴 더딘 걸음이지만, 이런 천연덕스러운 발자국을 남기려고 걸음을 서두르지 않았나 싶다. 그의 두 번째 소설집 ‘장미나무 식기장’(문학동네 펴냄)의 수록작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거리낌 없이 전하는 힘이 있다. 각 작품들을 은근하게 서로 연결하는 주제나 상황 설정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자칫 무거워질 이야기들을 처지지 않도록 당겨주는 재치있는 문체가 그렇다. 과부로 가득한 종가댁 이야기 ‘추풍령’이나 무능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사업수완 좋은 어머니를 다룬 표제작 ‘장미나무 식기장’ 등 수록작들은 끊임없이 남성 부재 상황을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어머니 상을 제시한다. 그 상황에서 어머니들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그들은 ‘서방 잡아 먹은 년’이자 ‘벌떡증’(일종의 화병) 걸린 사람들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비애를 능청스러운 긴 호흡의 문장으로 적절히 감춰버린다. 예를 들면 “머릿수건이나 머플러를 두른 여자를 본 적은 있어도 이슬람교도처럼 머리에 터번을 쓴 여자는 처음 봤고, 담요나 요가 깔린 바닥은 본 적 있어도 사람이 다니는 곳에 깔린 서양 카펫은 세상에 태어난 이래 처음 보고 또 그걸 직접 밟아 폭신한 촉감까지 즐기던 중이었으니 무슨 정신이 있었겠는가”와 같이 덤덤한 표정으로 던지는 수준급 유머와 같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씨는 “이현수의 작품은 초인의 윤리와 세속의 절망 사이에서 서성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품의 해설을 달았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문학계간지에 발표한 작품을 모았다는 작가는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은 오랫동안 곁에 두어 눈독이 새파랗게 올랐다.”면서 “작품을 넣을까 뺄까, 목차는 어떻게 할까 한참을 고민했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책이 나오는 데 뭐하나 쉬운 게 없었으니 책값 비싸다고 하지 마시라.”고 장난스레 덧붙였다. 1만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책꽂이]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강영숙 지음, 문학동네 펴냄) 5년 만에 나온 세 번째 소설집이다. 2004년 여름부터 발표한 단편 9편을 묶었다. 고정된 소설문법에 구속되지 않고 무심한 어조로 삶의 이면에 숨은 불안과 고통을 파헤쳤다. 표제작은 매립지에 들어선 신도시 아파트에 혼자 사는 직장 여성 ‘령’의 일상 속 권태를 그렸다. 1만원. ●순간들(장주식 지음, 문학동네 펴냄) 아버지 세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성장소설. 무협지를 좋아하는 18살 고등학생 고성만은 문득 학교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넓은 세상을 향해 방황의 걸음을 내딛는다. 유머러스한 문체와 구성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용기를 그렸다. 8800원.
  • “역사에 묻힌 인간 김정호 소설로 살려내”

    “역사에 묻힌 인간 김정호 소설로 살려내”

    우리가 알고 있는 고산자 김정호는 ‘대동여지도’와 몇 가지 설화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보다 정확한 지도를 그리기 위해 백두산을 아홉 번 올랐다.’거나 ‘만든 지도가 너무 정밀해 첩자로 몰려 죽었다.’는 이야기 등. 그런데 인간 김정호의 삶을 그것으로만 기억해도 될까. 인간 김정호의 오롯한 삶이 소설가 박범신(63)의 손에 되살아났다. 새 장편소설 ‘고산자’(문학동네 펴냄)를 내고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본적도 생몰연대도 모른 채 역사가 유기한 그를 소설로 살려내고 싶었다.”고 집필의도를 밝혔다. 박범신이 처음 김정호에게 끌린 건 그를 둘러싼 설화 때문이었다. “그는 바람처럼 떠돌아다닌 사람이고 지식인이 할 일을 대신해 그들에게 억압받은 사람입니다. 그 두 가지 때문에 그를 늘 마음에 두고 있었지요.” 그러다 문학동네의 제안을 받아 집필을 시작, 계간지 ‘문학동네’에 4회에 걸쳐 연재했다. 이번에 그걸 수정해 모은 것. 그러나 펜을 들고 나니 마음먹은 대로 글이 되지 않았다. 김정호의 ‘대동지지’나 그를 다룬 논문은 물론 당대 정치사회적 분위기를 리얼하게 재현하기 위해 ‘경국대전’ 같은 역사서도 봤지만 설화 이상의 자료는 태부족이었다. 그 빈틈은 상상력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김정호의 아버지 얘기. 소설에서 아버지 김해준은 관아에서 준 엉터리 지도를 가지고 반란군을 제압하러 갔다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다. “그 일로 김정호는 실측 지도 제작에 뛰어듭니다. 국가 권력이 소유했던 지도를 백성들에게 나눠 주겠다는 것, 그게 그의 꿈이었지요.” 38년 문단 활동을 했지만 역사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는 시대가 너무 역동적이라 그걸 반영하는 데 급급했다.”고 변명(?)을 한다. 하지만 한번 써 보니 의외로 괜찮았다고. “역사물은 오히려 상상력을 더 자극하고 그 폭을 넓힌다.”면서 언젠가는 자신의 고향에 있는 미륵사지를 소재로 다시 역사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소설 ‘고산자’에 대해서는 스스로 “요즘 세상이 너무 가볍고 개판이란 의미에서 무거운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역사소설이란 점 외에도 분명 전작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작들이 자기성찰·구도적 모습을 그렸기에 이번을 계기로 그런 걸 털어내고 싶다.”면서 ‘자유롭고 껄렁한 마음’으로 창작을 하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다음에 쓰고 싶은 건 ‘아름답고 슬픈 연애 소설’. 평생 딱 한번 만난 사람을 그리워하다 인생이 변하는 사람 이야기를 구상 중이다. 그의 경험담이라는 후문. 그리고 작가로서 달라진 포부도 전한다. “언제까지 ‘청년 작가’일 수는 없죠. 이제는 깊고 향기롭게 늙어 가는 작가가 됐으면 합니다.”라고.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책꽂이]

    ●대답 없는 사랑(막심 고리키 지음, 이강은 옮김, 문학동네 펴냄) 러시아 대문호 막심 고리키의 마지막 단편집이다. 익히 알려진 혁명, 노동, 계급 등 이념 문제보다는 예술로서의 문학에 무게를 실은 단편소설 9편을 묶었다. 사상을 뛰어넘는 문학적 실험이 돋보인다. 1만 4000원. ●아버지의 여행가방(오르한 파묵 외 지음, 이영구 외 옮김, 문학동네 펴냄)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부터 1957년 알베르 카뮈까지 가려뽑은 열한 명의 수상연설문을 모았다. 각 작가들의 전문가라 할 국내 필진들이 연설문을 맡아 번역하고 연설 내용 및 작가·작품 해설도 함께 붙였다. 1만 2000원. ●지구에 하나뿐인 병원(캐서린 햄린 지음, 이병렬 옮김, 북스넛 펴냄) 1959년 의료봉사를 떠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50년간 3만 2000여명의 환자를 돌본 호주 의사 캐서린 햄린의 자전적 에세이. 그는 그동안 만나온 환자들을 차분하게 하나하나 되돌아보고,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1만 3500원.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북스코프 펴냄) 일본 영화감독인 다케시가 풀어놓는 생사, 교육, 관계, 예법, 영화에 대한 독창적이고 거침없는 독설들. 그의 방황하던 젊은 시절과 다양한 경험, 개인적 일화까지 엿볼 수 있다. 1만 2000원. ●저우언라이(김상문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펴냄) 뛰어난 지도력과 품격을 가진 중국의 정치가 저우언라이(주은래)를 고찰한다. 저자는 “지금 중국의 저력을 만든 원천은 훌륭한 지도자이며 그 중심에 저우언라이가 있다.”고 평가하며 “진정으로 인민과 국가에 충성을 바친 저우언라이같은 지도자가 한국에서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했다.”고 밝힌다. 1만 5000원. ●노무현과 함께 만든 대한민국(제16대 대통령 비서실 지음, 지식공작소 펴냄) 참여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의 국정 성과를 자평해 내놨던 책으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2년 만에 개정, 출간됐다. 2007년 출간한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에 ‘21세기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했던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문을 덧붙였다.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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