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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제국’ 또 다른 천재들의 삶과 철학

    ‘애플제국’ 또 다른 천재들의 삶과 철학

    조너선 아이브/리앤더 카니 지음/안진환 옮김/민음사/420쪽/2만원 미친듯이 심플/켄 시걸 지음/김광수 옮김/문학동네/380쪽/1만 6800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먹혔다.” 애플의 혁신은 이 말로 압축된다. 꼭 필요해 보이던 배터리 교체 방식이 아니더라도, 내구성이 더 높은 플라스틱이 아니더라도,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디자인 전략이 있긴 하나 싶을 만큼 외관이 단순하더라도, ‘먹혔다’는 건 그만큼 강렬한 매혹의 요소를 품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 그리고 애플 디자인의 정체성을 구축한 조너선 아이브 디자인 총괄 수석부사장, 애플의 상징 ‘i’의 창안자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켄 시걸이 양축을 이뤘다. 두 사람의 삶과 철학을 조명한 책이 나란히 번역돼 출간됐다. 언론인 리앤더 카니가 쓴 ‘조너선 아이브’와 시걸이 자신과 잡스의 일화를 공개한 ‘미친 듯이 심플’이다. 잡스는 아이브를 두고 “나를 제외하고 회사의 운영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거나 상관 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그만큼 창의성 영역에서 절대적인 계승자이자 스타 디자이너이다. ‘조너선 아이브’는 그 역할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아이브의 이야기다. 아이브는 “이 부분이 필요한가? 그것을 유지해서 다른 네 부분의 기능을 수행하게 할 순 없을까?”라는 고민으로 간결한 디자인을 완성하고, “물건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을 디자인한다”는 철학으로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책에는 그 과정이 세세하게 담겼다. 더불어 책은 영국 디자인 교육의 발전을 이끈 그의 아버지 마이크 아이브의 유연한 교육방식, 다른 가치를 가졌던 애플사의 내밀한 디자인 탄생기까지 촘촘히 전개했다. 잡스의 오랜 조언자 역할을 한 시걸은 ‘미친 듯이 심플’에서 혁신을 가능하게 한 단순함의 11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냉혹’ ‘최소’ ‘가동성’ ‘앞서’ ‘전쟁’ 등으로 압축되는 원칙을 빌려 잡스의 경영방식과 애플의 본질을 풀어낸다. 세간의 오해와 추측, ‘i’의 브랜드가 나오기까지 얽힌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애플 제국’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세상을 바꾼’ 생각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책들이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친절을 디자인하다(코마쓰다 마사루 지음, 최문용·황인석 옮김, 군자출판사 펴냄)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직원 교육을 담당한 저자가 서비스 노하우, 친절 포인트, 조직 운영 방법 등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168쪽. 1만 2000원. 좌충우돌(김종엽 지음, 문학동네 펴냄) 사회학자인 저자가 2003년부터 10년간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 한국 사회의 세태를 진단한다. 그동안 쓴 칼럼을 정리한 뒤에 경험에 근거한 가벼운 고찰을 덧붙였다. 604쪽. 2만원. 아버지 그림자 밟기(한일수 지음, 유리창 펴냄) 강압적인 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리라 했건만 자신도 똑같은 아버지가 됐음을 깨달은 저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회한을 써내려 가며 아들을 향해 소통과 화해를 시도한다. 아버지의 역할과 존재감에 대한 반성문이자 조언이다. 한의사인 저자는 학습장애 치료에 대한 임상 경험도 수록했다. 288쪽. 1만 4000원. 한국어 기본어휘 의미 빈도 사전(서상규 지음, 한국문화사 펴냄)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15년 동안 언어 데이터를 수집하고 단어 빈도를 분석했다. 이를테면 ‘바람’이라는 단어는 ‘바람이 불다’로 89% 사용되고 ‘감원 바람이 불다’는 2.9%, ‘바람이 나다’와 ‘바람을 쐬다’는 각각 2.1%씩 사용된다. 수록된 7203개 기본 어휘를 알면 한국말 85%를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 한국어교육에 특히 유용하겠다. 623쪽. 4만원.
  • ‘실험 시인’ 49인의 詩를 향한 자기 고백

    ‘실험 시인’ 49인의 詩를 향한 자기 고백

    “쓴다는 것은 ‘영원한 귓속말’이다. 없는 귀에 대고 귀가 뭉그러질 때까지 손목의 리듬으로 속삭이는 일이다. 끝내 시 속에서, 인생을 탕진하고야 말겠다.”(박연준 시인) “김환기의 ‘피난열차’ 같은 시 한 편을 쓰고 싶다. 시는 모든 난리와 싸움의 시공을 달리는 피난열차 아니던가.”(윤제림 시인) 시를 향한 시인들의 고백들은 때론 쓰리고 때론 대담하다. 문학동네 시인선이 50호를 맞아 펴낸 시집 ‘영원한 귓속말’에 들어찬 고백들이다. 그간 시인선을 이룬 시인 49인이 각자 자신의 시집에서 직접 고른 시와 산문을 하나씩 덧대 엮은 자선(自選) 시집이다. 시인들의 산문은 시를 확장하는 또 한 편의 시이기도 하고, 몽환적인 단편소설로 읽히기도 한다. 첫 시집을 내는 설렘, 쓴다는 고통에 대한 넋두리, 시인이 설파하는 시론 등 다양한 얘깃거리와 상상력이 시를 읽는 지도가 돼 준다. 2011년 1월 ‘시 읽기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파격적인 가로 판형을 선보이며 출발한 문학동네 시인선은 400호, 300호, 200호를 각각 넘긴 문학과지성사, 창비, 민음사 시인선에 비해서는 한참 신참이다. 그 자신이 시인이어서 누구보다 시인의 마음을 잘 아는 김민정 편집자는 “젊은 시인이든 중진 시인이든 형식과 내용 면에서 늘 새로운 실험을 하는 시인들을 선보이고, 신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학동네 시인선으로 첫 시집을 낸 시인들은 이은규, 정한아, 김안, 김륭, 서대경, 김이강, 리산, 이향 등 전체의 3분의1인 14명에 이른다. 2012년 12월 문학동네 시인선으로 첫 시집(32권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을 내 8쇄(9000여부)를 찍은 박준 시인은 “문학동네 시인선은 시집 출간의 양대 산맥인 문학과지성사, 창비에서 오랫동안 고수해 온 전통과 경향성 때문에 포섭하지 않은 젊은 시인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돼 줬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시인선은 최승호, 허수경, 장석남 등 중진 시인뿐 아니라 수학의 개념을 시의 언어로 정제하는 함기석 시인과 세로쓰기, 히브리어 등 색다른 장치를 활용하는 조인호 시인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녔다. 이 ‘다름’을 보여 주기 위해 시인선은 시집마다 다른 색의 옷(표지)을 입혀 왔다. 편집자가 시를 읽고 감지한 분위기를 특정 색으로 지목하면, 디자이너가 그에 맞는 옷을 입히는 식이다. 시의 ‘다름’과 ‘귀함’을 보여 준다는 시인선은 또 다른 신인들을 대거 발굴해 문단에 소개할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넥스트 리더십(김택환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한국과 독일은 정치·경제적 여건과 환경이 비슷함에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전작 ‘넥스트 코리아’, ‘넥스트 이코노미’를 통해 독일 배우기 열풍을 일으킨 저자는 두 나라의 가장 중요한 차이를 정치리더십에 있다고 보고 독일 사례를 참고할 것을 제안한다. 통치학의 대가인 플라톤, 마키아벨리, 이황, 막스 베버의 사상과 철학을 살펴본 뒤 독일 건국의 아버지 아데나워 총리에서 지금의 메르켈 총리까지 성공한 독일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을 살펴본다. 그들이 어떻게 시대의 결핍을 파악해 업적을 이뤄냈는지, 어떤 리더십으로 시대정신을 구현해 나갔는지가 주요 관심사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과 독일 정치리더십을 비교평가한 저자는 대한민국의 다음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은 스케일 크고 통이 큰 리더십이라고 강조한다. 288쪽. 1만 5000원. 한국의 출판기획자(기획회의 편집위원회 엮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발행하는 ‘기획회의’가 15주년을 맞아 출판계의 향후 방향을 모색해 보기 위해 기획했다. 현재와 미래의 출판 기획자들에게 훌륭한 나침반 역할을 해줄 만하다.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는 아날로그 시대의 출판시스템에 익숙한 출판인들은 자가 출판이 가능해진 디지털 콘텐츠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오직 믿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제목의 글로 풀었다. 새로운 시대의 기획자를 주제로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 등이 참석한 특별좌담과 아울러 한국 출판계의 전설적 인물 민음사 박맹호 회장, 김영사 박은주 사장 등 출판기획자 9명의 인터뷰를 실었다. 분야별 주목되는 출판기획자, 저자·번역자가 생각하는 출판기획자, 대중문화에서 그리는 출판기획자 등 출판기획자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을 엿볼 수 있다. 511쪽. 2만 5000원. 나의 인생(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이기숙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13년 작고한 독일 문학평론가의 자서전. 1999년 출간된 이후 자국에서 120만부 넘게 팔리고 15개국 이상에서 번역출간됐다.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폴란드 정보국과 외무부에서 일하다 서독으로 망명한 그는 디차이트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너차이퉁의 문학부 평론가로 활동했다. 1960년부터 2000년까지 40년간 무려 8만권이 넘는 책을 비평한 그는 생전에 문학의 교황이라 불릴 만큼 독일 문단에서는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책의 전반부는 폴란드계 유대인인 그가 겪은 홀로코스트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강렬하고 가슴 아프게 증언한다. 후반부는 문학에 무게가 실린다. 개인의 삶이 한 시대의 역사와 곧바로 치환되는 시대에 문학 말고는 의지할 데가 없는 한 인간의 생존을 향한 고군분투와 문학에 대한 열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520쪽. 2만 3000원. 진심진력(박종평 지음, 더퀘스트 펴냄) 이순신에 관한 책을 4권이나 낸 저자가 참 진(眞)·다할 진(盡)·나아갈 진(進)의 세 글자를 중심으로 이순신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저자는 이순신의 비범함은 총칼로 싸우는 전장에서 멈추지 않는다고 본다. 시련 속에서 끊임없는 반성과 치열한 노력으로 새로운 자신을 만들고 자신을 낮춰 더불어 살아갔다는 점에서 이순신의 비범함은 더욱 특별해진다고 강조한다. 책은 주제어별로 이순신의 리더십을 들여다보면서 ‘춘추좌전’ ‘사마법’ ‘시경’ 등 이순신이 늘 가까이 두고 보면서 자신을 연마했던 책들도 소개했다. 363쪽. 1만 5500원.
  • 뿌리내리지 못함 그 쓸쓸함에 대하여

    뿌리내리지 못함 그 쓸쓸함에 대하여

    은희경(55)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문학동네)에는 뿌리 없이 부유하는 존재들이 서성인다. 아버지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면서 남편 하나만 믿고 신도시에 둥지를 튼 새댁, 남쪽 바닷가 고향을 떠나 대기조차 날카로운 서울로 유학 온 소녀들, 신도시에서 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적응에 실패하고 다시 신도시로 유턴하는 청년 등이다. 이들에게서는 한곳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사람의 상실감과 결핍, 불안이 반복된다. 삭막한 삶의 조건에 부딪히고 마모되지만 인물들은 새된 비명을 내지르는 대신, 견딤으로써 살아 낸다. ‘프랑스어 초급 과정’에서 가족에게 고립되고 어떤 질서도 통하지 않는 세계, 신도시로 삶을 옮긴 ‘그녀’는 적응하려 애쓰지만 돌아오는 건 울리지 않는 전화벨, 대답을 삼킨 침묵, 시들어 버린 거울 속 얼굴뿐이다. 그런 그녀가 몰두하는 것은 바이올렛 키우기. 자른 잎을 물에 담가 두면 며칠 새 뿌리를 내리는 바이올렛 화분을 늘려 가며 그녀는 자랑한다. “우리 아들은 군대에 가도, 외국 생활을 해도 세상 어디에든 뿌리를 잘 내릴 거예요. 신도시의 아이거든요. 갚을 빚도 없고 상처도 없고, 그리고 과거도 지니지 않은 가벼운 존재니까요. 뭐 하나 가르쳐 드릴까요? 뿌리를 잘 내리고 싶다면 가벼워져야만 해요. 물에 떠 있는 바이올렛 잎처럼 말이죠. 제가 어떻게 바이올렛 화분을 열네개로 늘렸는지 알고 싶지 않으세요?”(68~69쪽) 하지만 인간은 바이올렛처럼 터를 잡지 못한다. 작가는 화자의 입을 빌려 낯선 곳에 당도한다는 것, 그로써 획득하는 자유와 고독이 인생임을 담담하게 진술한다. “낯선 곳에 가야 한다고 해서 저렇게 흐느껴 우는 건 아직 인생이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야. 매 순간 예상치 않았던 낯선 곳에 당도하는 것이 삶이고, 그곳이 어디든 뿌리를 내려야만 닥쳐오는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어.”(66쪽)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의 간극을 두고 쓰였지만 6편의 단편 속 인물들은 느슨한 연결 고리로 서로 스쳐 가고 포개진다는 점에서 ‘연작소설’의 형태를 띤다. ‘프랑스어 고급 과정’의 ‘그녀’와 그녀가 배 속에 품고 있던 아기는 ‘스페인 도둑’에 등장하는 어머니와 아들 완으로 연결되고, ‘금성녀’에 등장하는 주인공 마리와 육촌 형제 현과 완규는 다른 단편 속 청년들과 공통분모를 지닌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의 안나는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에 등장하는 소년의 엄마와 겹치는 식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지만 끊임없이 타인과 스치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삶과 어떤 식으로 스치고 얽히고 풀어지는 순간이 있었을 테고, 또 그것이 인생을 바꿔 놓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계간 문학동네 봄호) 뿌리 뽑힌 존재들을 통해 주류의 질서나 시스템에서 벗어난 개인의 고유성을 드러냈다면, 작가는 무관해 보이는 인물들을 하나로 묶으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스치는 인연이 건네는 위로와 그로 인해 생겨나는 인생의 변곡점을 짚어 낸다. 그의 말을 빌리면 “노마드적인 신인류들이 찾아낸 쓸쓸함의 연대”인 셈이다. ‘완은 어머니와 달랐다. 힘들게 이루어 낸 사랑에 대해서도, 돌아갈 고향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비어 있는 의자에 이방인끼리 자리를 좁혀 앉는 법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방인의 부축이란 사랑하는 이의 헌신이 결코 줄 수 없는 방심과 편안함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을.’(104쪽)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커버스토리] 책이 드라마에 떴을 때

    [커버스토리] 책이 드라마에 떴을 때

    요즘 드라마와 책은 공생한다. 과거 드라마에선 책이 부잣집의 서재를 과시하는 배경 정도였다면 최근 몇 년 새 주인공의 속내를 드러내거나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으로 활용되면서 슬금슬금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작정하고 PPL에 뛰어들기도 한다. 출판사의 PPL 비용은 5000만~1억원 수준으로, 노출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1만~2만원짜리 책을 수천권 팔아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A출판사 관계자는 “그저 책이 놓여 있거나, 주인공이 잠시 들춰 보는 정도로는 광고 효과를 보지 못한다. 생뚱맞게 노출되면 오히려 거부감을 준다. 책 내용과 드라마 상황이 잘 어우러지고,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일으키도록 영리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비용을 쉽게 뽑을 수 있는 종목이 아닌 탓에 대부분 출판사는 PPL에 조심스럽다. 문학동네는 PPL로 재미를 톡톡히 본 경우다. ‘신사의 품격’(SBS, 2012년)에는 이 출판사의 책이 대거 등장했다. ‘나는 기다립니다’(다비드 칼리)를 좋아한 김은숙 작가의 제안으로 PPL이 진행됐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와 ‘모르는 여인들’(신경숙),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김훈), ‘원더보이’(김연수)도 PPL 목록에 넣었다. 출간 2년 동안 30만부가 나갔던 ‘어디선가’는 드라마 노출 이후 판매량에 10만부를 추가했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PPL로 새로운 독자들이 생기고, 확실히 책 판매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문학동네는 ‘적도의 남자’(KBS, 2012년)에도 ‘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깊은 슬픔’(신경숙) 등을 넣었다. 시각장애인 주인공이 여주인공과 교감하는 방법으로 등장한 책은 거슬리지 않는 PPL의 예시를 만들어 냈다. 책 PPL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모두 PPL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금물. 여전히 책은 순수한 협찬이 많다. 가장 성공적인 협찬 사례는 ‘내 이름은 김삼순’(MBC, 2005년)에 나온 ‘모모’(미하엘 엔데, 비룡소)로, 드라마에 노출된 뒤 판매량이 100만부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별에서 온 그대’(SBS)에 협찬한 동화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케이트 디카밀로, 비룡소)이 ‘드라마셀러’로 우뚝 섰다. 2009년에 출간된 이 책은 지난해 말까지 1만부 정도 팔렸지만, 지난 1월 1일 방송에 노출된 뒤 2개월 만에 17만부가 나갔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종합 베스트셀러 랭크(교보문고 등 온·오프 서점)에서 2주째 1위를 달리고 있다. 비룡소의 모회사인 민음사 관계자는 “(박지은)작가가 책을 알고 있던 터라 활용됐다. 도민준(김수현)의 심정을 절묘하게 표현한 데다 미래에 대한 암시도 품고 있어 화제가 됐다. 더불어 동화 자체의 이야기 힘이 높아 톡톡히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책도 상품이기에 마케팅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책 PPL에 반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마음의 양식’조차 상술에 휘둘린다는 안쓰러움이 크다. 이에 대해 출판계 의견은 명확하다. “배부른 소리”라는 거다. B출판사 관계자는 “그렇게라도 책을 팔 수 있다면 좋겠다. 얼마나 효과를 볼지 확신도 없는데 투자를 할 만한 여유가 우리(출판계)에겐 없다”고 일축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 주일의 어린이 책]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는 감동적 풍경

    [이 주일의 어린이 책]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는 감동적 풍경

    고래가 보고 싶거든/줄리 폴리아노 지음/에린 E 스테드 그림/김경연 옮김/문학동네/40쪽/1만 1000원 아이는 고래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창문 밖으로 시선을 한참 주다가, 물결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모로 돌려 오래도록 바다를 바라본다. 아이의 등 뒤에서는 다정하면서도 결기 어린 단 하나의 목소리가 울린다. 고래가 보고 싶다면 먼저 시간이 필요하다고. ‘저게 고래가 아닐까’하고 생각할 시간, ‘저건 그냥 새잖아’ 하고 깨달을 시간. 고래를 향한 것이라면 머뭇거리며 주저하고 헤매는 시간조차 필요하다고 말이다. 고래 아닌 것에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고도 말한다. 어여쁜 분홍색을 품고 달콤한 향기를 피워내는 장미, 깃발을 나부끼는 작은 배, 해적이 타고 있을 법한 커다란 배, 오도카니 앉아 있는 펠리컨 따위에는 마음을 뺏겨선 안 된다고 말이다. 시적인 문장, 노래 같은 리듬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우리 역시 고래를 간절하게 기다린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착각이 일 만큼 ‘고래’라는 한 점을 향해 집중력 있게 나아간다. 오랜 기다림과 인내 끝에 아이가 만나는 풍경은 고요하게 치받아 오르는 감동을 전한다.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을 무렵 ‘우리 각자의 고래는 무엇일까’하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고래가 보고 싶니? 그렇다면 ~해야 해’라는 식으로 문장 형식에 통일감을 주거나 의성·의태어를 반복하는 방식의 번역으로 원작의 정교한 운율을 되살렸다. 2011년 데뷔작으로 칼데콧상을 받은 그림 작가는 섬세한 연필 스케치에 리놀륨 판화로 파스텔톤의 색감을 입혀 차분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그림책 선정작이다. 5세 이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워낭소리, 인생 삼모작의 이야기(김성훈 지음, 따비 펴냄) 김대중 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이었던 저자가 국내 농업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농촌의 미래상을 제시한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쓴 칼럼을 모았다. 416쪽. 1만 6000원.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찰스 페로 지음, 김태훈 옮김, 알에이치케이코리아 펴냄)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사회에서는 작은 어긋남이 재앙을 부른다. 예일대 사회학 교수인 저자가 고도 기술의 집약체 원자력발전소, DNA 재조합, 우주탐사 등 기술이 초래한 위험을 낱낱이 분석했다. 576쪽. 2만 5000원. 샘이 가르쳐준 것들(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수정 옮김, 문학동네 펴냄) 자폐증을 앓은 손자 샘에게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32통의 편지를 통해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법,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는 법, 상처를 치유하는 법 등 인생의 지혜를 담담히 풀어냈다. 244쪽. 1만 2000원. 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자다(이종렬 지음, 필드가이드 펴냄) 우리나라 최전방 DMZ에서 땅끝 무인도까지, 20년에 걸쳐 담은 한국 야생동물의 기록. 아름다운 사진들을 담담한 글과 함께 펼쳤다. 287쪽. 2만 4000원.
  • 한국시협상 본상 이근배 시인·젊은시인상 윤성택 시인 선정

    한국시협상 본상 이근배 시인·젊은시인상 윤성택 시인 선정

    한국시인협회(회장 신달자)는 제46회 한국시협상 본상에 이근배(왼쪽·74) 시인을, 제10회 한국시협상 젊은시인상에는 윤성택(오른쪽·42) 시인을 각각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시인은 지난해 발표한 시집 ‘추사를 훔치다’(문학수첩)로, 윤 시인은 ‘감感에 관한 사담들’(문학동네)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은 다음 달 22일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린다.
  • 부모잃은 새끼들 품은 내 이름은 코끼리 엄마

    부모잃은 새끼들 품은 내 이름은 코끼리 엄마

    아프리칸 러브 스토리/대프니 셸드릭 지음/오숙은 옮김/문학동네/512쪽/1만 5800원 코끼리는 자연상태에서 60~70년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천수’를 누리는 코끼리는 그리 흔하지 않다. 혹독한 자연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도태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상아를 노리는 밀렵꾼들 손에 목숨을 잃는다. 어른 코끼리의 죽음은 그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딸린 새끼가 있을 경우 어린 코끼리의 생명마저 위태로워진다. 누군가 이들을 거둬 보살펴야 하는데, 그 일을 평생 해온 이가 바로 새 책 ‘아프리칸 러브 스토리’의 저자다. 저자는 갓 태어난 코끼리를 인공수유로 키우는 데 최초로 성공한 인물이다. 그는 밀렵으로 부모를 잃은 코끼리와 코뿔소 등 수많은 야생동물들을 구해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그 덕에 ‘고아 야생동물의 어머니’란 명예로운 별명도 얻었다. 책은 저자의 조상이 1820년대 스코틀랜드에서 아프리카로 건너간 이후 케냐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애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모 잃은 새끼 동물들의 양육과정이 중심을 이루지만 코끼리와 검은 코뿔소, 얼룩말, 영양 등 야생동물과 나눈 뭉클한 우정 이야기도 쉼 없이 곁들여진다. 케냐 차보국립공원의 관리소장이었던 데이비드 셸드릭과 사랑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저자는 데이비드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뜻을 잇기 위해 야생동물 트러스트를 설립하고, 나이로비 국립공원에 부모 잃은 동물을 위한 탁아소를 세운다. 자연과 동물에 대한 사랑으로 엮인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책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책은 저자가 40년간 우정을 쌓아온 코끼리 엘리너로 착각한 야생 코끼리의 공격으로 다리가 골절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평생을 동물과 함께했던 저자는 생사가 오가는 순간에도 인간의 손에 고통받아온 코끼리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쓴다. 그는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에 관해 습득한 지식과 이해 그리고 내 모든 것을 케냐에 넘겨주는 것이 절대적인 의무라는 것을 그때 그 자리에서 알았다”며 이 위기에서 살아난다면, 자신을 대리모로 알고 자란 동물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한다. 책은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새로운 세대의 문학 독자 창출하겠다” 문학동네 20돌 맞아 한국문학전집 출간

    “새로운 세대의 문학 독자 창출하겠다” 문학동네 20돌 맞아 한국문학전집 출간

    “새로운 세대의 한국문학 독자를 창출하는 게 문학 출판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문학을 이해하고 이를 위해 정진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황종연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문학동네가 지난해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추진해 최근 선보인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출간 취지다. 김승옥의 ‘생명연습’을 첫 권으로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박완서’의 ‘대범한 밥상’, 신경숙의 ‘외딴방’, 김영하의 ‘검은 꽃’ 등 우리 시대 대표 작가들의 장편과 중단편, 동화를 아우르는 전집 20권이 묶여 나왔다. 2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문학동네 카페꼼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집을 기획한 문학동네 기획위원들은 “1차분 20권을 중심에 놓고 과거, 현재, 미래를 잇고 세대와 장르 등 범위를 확대해 21세기 한국문학의 정전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문학전집이 한 출판사의 시리즈물이 아니라 우리 문단 전체의 ‘공유자산’으로 자리잡도록 키워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작가와 작품 선별에서 무게를 둔 기준은 ‘문학성’과 ‘문제성’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문학성은 인간과 세계의 진실을 소설이 보여줄 수 있다는 서사의 힘에 대한 신뢰를 말한다. 문제성은 해당 소설이 한 시대의 사회적 징후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느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문학 독자와의 소통에 성공했는지도 작품 선정의 또 다른 잣대로 활용됐다. 2005년 출간된 박민규의 ‘카스테라’, 2004년 펴낸 천명관의 ‘고래’ 등 2000년대에 태어난 최근작들이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신수정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문학과지성사, 창비 등 주요 출판사들이 각자 고유의 색을 드러내는 한국문학전집을 내고 있는 가운데 문학동네는 좀더 유연하고 열린 목록으로 기존 전집들과 차별화를 두겠다”며 “미래의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의 취향과 감수성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집에는 김승옥의 중단편선을 신형철 평론가가, 박완서의 중단편선을 차미령 평론가가 각각 해설하는 등 ‘젊은 해설가들의 독법’이 곁들여졌다. 기존 출간본의 오류도 손질됐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 주일의 어린이 책] 저승사자 피해 다니며 삼백년 산 아이 그의 칠일장 치러 주는 동물 귀신들

    [이 주일의 어린이 책] 저승사자 피해 다니며 삼백년 산 아이 그의 칠일장 치러 주는 동물 귀신들

    삼백이의 칠일장 1·2권/천효정 지음/최미란 그림/문학동네/111쪽/9500원 “이놈아, 저놈아, 꼬마야, 얘야, 거시기야.” 사람들이 저 편할 대로 부르는 아이가 있다. ‘이름 없는 아이’다. 한밤중에 오줌이 마려워 뒷간에 가려던 아이는 이상한 사람을 목격한다. 검은 갓을 쓰고 검은 도포를 두른 밀가루 얼굴의 사나이다. 그가 할머니의 이름을 세 번 부르자 다음날 방 안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번엔 누렁소를 끌고 밭 갈러 간 아이. 밭을 갈다 쉬고 있던 참인데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이 말을 건다. 이름을 알려달라고 졸라대는 그가 귀찮은 아이는 소 이름(누렁이)을 댄다. 다음 날 아침 누렁소는 외양간에 벌렁 나자빠져 죽어 있다. 이후 아이에겐 ‘저승사자 병’이 생겼다. 누구든 저승사자로 보이는 병이다. 그를 양자로 삼겠다는 부자 영감의 제안도, 얼굴이 곱고 마음씨는 더 고운 여인과의 혼인도 모두 내쳐 버린다. 요리조리 도망치다 어느덧 삼백살에 이른 아이. 그 역시 저승사자의 부름을 피해 가지 못하는 실수에 직면한다. 이야기의 무게 중심은 아이의 죽음이 아니라 그의 7일장을 치러주는 동물 귀신들의 기막힌 사연들에 실려 있다. 구렁이, 개, 소, 까치, 호랑이, 말 귀신들이 살아생전 아이에게 입은 은혜를 풀어놓는 짧은 이야기는 신명나는 상상력과 천연덕스러운 재담으로 독자를 홀린다. “한달음에 읽히는 능청스러운 문장은 사라진 입담가의 부활이라 할 만하다.”(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 “세상을 한입에 삼킬 듯한 뻥 정신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곳곳에 담겨 있다.”(유영진 아동문학 평론가)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진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2013년 문학계 결산] ‘이야기의 힘’ 강했지만 ‘부익부 빈익빈’ 심화

    [2013년 문학계 결산] ‘이야기의 힘’ 강했지만 ‘부익부 빈익빈’ 심화

    2013년 문단의 키워드는 단연 ‘이야기의 힘’이라 할 정도로 소설이 득세했다. 소설 강세 기류는 대작들이 쏟아져 나온 올여름부터 본격화됐다. 7월 초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40만부)가 독주한 가운데 정유정의 ‘28’(18만부)이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조정래의 ‘정글만리’(전3권)가 돌풍을 일으켰다. 30~50대 남성 독자들까지 끌어당기며 100만부를 팔아치웠다. 국내 문학에서 밀리언셀러가 나온 것은 2008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 5년 만이다. 신경숙, 김영하, 정이현 등 국내 중견작가들뿐 아니라 댄 브라운,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해외 인기 작가들의 신작도 ‘소설 특수’에 불을 댕겼다. 하지만 이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대형 작가, 자본력을 내세운 일부 소설에 국한된 외적인 풍요에 그쳤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신인작가의 등장에 대한 장벽은 더욱 공고해지고 시 등 다른 문학장르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는 등 쏠림이 심해 문단 내부로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학과 정치는 긴장 관계를 거듭했다. 지난 5월 한국시인협회는 근현대사 인물 112명에 대한 시를 엮은 시집 ‘사람’을 출간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박정희, 이승만 등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들을 찬양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책을 전량 회수하는 소동을 겪었다. 지난해 대선 기간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안중근 의사의 유묵 소재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 시인은 지난 7월 절필을 선언했다. 이에 문인 217명이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은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을 예찬하는 비평과 함께 실어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유신, 1987년 민주화 항쟁을 언급한 이제하, 정찬, 서정인 작가의 소설 연재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켜 파문을 일으켰다. 문인들의 기고 거부, 여론의 비판 등이 이어지자 현대문학은 작가들에게 사과하고 양숙진 주간과 편집위원 전원이 사퇴하는 것으로 진화에 나섰다. 젊은 작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신속한 연대를 통해 제 목소리를 내는 등 세상과 소통했다. 현대문학 파문 직후 페이스북에 보이콧 페이지가 만들어지고 문인 74명이 성명을 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문학평론가의 책이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인기를 끄는 ‘사건’도 있었다. 황현산(고려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의 첫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가 문인들 사이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9쇄(1만 5000부)를 찍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990년대 전위의 아이콘 백민석 작가의 귀환도 화제였다. 분노·폭력의 에너지가 들끓는 작품들로 주목받았으나 절필을 선언하고 문단을 떠난 그가 10년 만에 소설집 ‘혀끝의 남자’로 돌아오면서 파괴력 있는 작가를 기다리는 문단의 기대감을 높였다. 출판사들의 잇단 팟캐스트 출범은 문인, 평론가들을 마이크 앞에 불러 앉혔고 문학 비평을 새로운 매체로 옮겨가게 했다. 지난 7월 출범한 문학동네의 ‘문학동네 채널1-문학 이야기’를 비롯해 올해 창비, 푸른책, 북스피어 등이 출판계 팟캐스트 열풍에 합류했다. 올해 문단은 큰 상실도 겪었다. ‘영원한 문청’ 최인호 작가가 지난 9월 침샘암으로 영면했다. 지난 5월에는 황석영, 김연수 등 국내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책이 사재기 파문에 휘말렸다. 이를 두고 한 문인은 “작가들에겐 열패감을 안기고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임을 방증한 사건이었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 주일의 어린이 책] 바다에 버린 ‘잔소리 주머니’ 용궁을 발칵 뒤집어놨다는데

    [이 주일의 어린이 책] 바다에 버린 ‘잔소리 주머니’ 용궁을 발칵 뒤집어놨다는데

    오국봉은 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나/임정자 지음/이경석 그림/문학동네/120쪽/9000원 물고기 뼈, 마른 솔방울, 죽은 딱정벌레4의 날개…. 바닷가 마을에 사는 순지가 주워 모으는 귀한 수집품들이다. 하지만 엄마 눈에는 지저분하고 고릿고릿한 냄새가 나는 쓰레기일 뿐. 엄마는 소리를 빽 지르며 쏘아붙인다. “이딴 거 한 번만 더 주워 오면 집에서 내쫓을 거야!” 엄마의 꽉 막힌 마음, 미운 마음을 모두 갖다버리고 싶은 순지는 묘안을 짜낸다. 엄마의 미운 말만 골라 모아 ‘못난 주머니’에 담기로 한 것. “아이고, 너 때문에 못 살아, 정말!”, “넌 생각이 있니, 없니?” “너 바보니?” 엄마의 미운 말들을 집어넣어 단단히 동여맨 주머니를 순지는 바다로 띄워 보낸다. 하지만 이 못된 주머니가 바닷속으로 들어가자 평화롭던 용궁도 아수라장이 된다. 주머니 밖으로 튀어나온 미운 말들이 서로에게 새빨간 생채기를 내기 시작한다. 상어는 곰치에게 “넌 커서 뭐가 될래?” 버럭 고함을 지르고 곰치는 용왕님께 “넌 생각이 있니, 없니?”라며 대든다. ‘말괴물 사슬’에 묶여 서로 이유도 모른 채 욕을 하고 소리지르고 울부짖는 용궁 식구들. 미운 말들이 움켜쥐었던 흔적으로 저마다의 크고 작은 상처가 남는다. 용궁 식구들은 몹쓸 말괴물의 주인이 누군지 찾아 혼쭐을 내주기로 하는데…. 엄마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까. ‘강순지는 어떻게 무지막지한 잔소리를 이겼나’의 순지가 엄마의 잔소리를 지혜롭게 이겨냈다면 ‘오국봉은 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나’의 국봉이는 엄마의 날 선 말과 “꺼져”라는 아빠의 말 한마디에 한순간 땅속으로 꺼져 버린다. 아이들을 어른들의 세계에 가둬버리고, 아이들의 호기심에 상처를 내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향한 화살 같은 동화들이다. 하지만 작가는 풍요롭고 예측 불가능한 상상력으로 부드럽게 다듬은 화살촉으로 어른들을 뜨끔하게 한다. 초등 저학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고전은 꼬장꼬장한 노인네 조금만 친해지면 귀여운…

    고전은 꼬장꼬장한 노인네 조금만 친해지면 귀여운…

    “고전문학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농담이라고는 씨도 안 먹히게 생긴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죠. 딱 심술맞고 꼬장꼬장하고 냄새 나는 노인네 같습니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그런 노인네와 한방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이 꼬장꼬장한 노인네, 조금만 친해지면 꽤 재밌어집니다. 귀여운 구석도 있고요.” 고전을 ‘꼬장꼬장한 노인네’에 비유한 천운영 작가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난 뒤 “매끈한 청년과 절절한 연애를 하고 온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젊음도 눈도 잃은 파우스트가 도달한 결론은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이라고 짚어낸다. 이렇게 우리 작가들이 충만한 감성과 예민한 촉수로 읽어낸 세계문학 이야기가 한데 엮였다.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서 2011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연재된 글을 묶은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문학동네)이다. 황석영(아래), 성석제, 하성란(가운데), 김연수, 김애란 등 국내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들을 비롯해 허수경·이병률 시인, 사회학자 정수복·김홍중, 가수 루시드 폴 등 다양한 분야의 필자 102명이 개성 있는 ‘독후감’을 써냈다. 이들은 저마다 인생의 밑바닥까지 훑어 두고두고 후대에 남을 지혜를 전해주는 고전에 대한 찬가에서 스승으로 삼는 작가에 대한 존경, 현재의 우리에게도 예리하게 파고드는 고전의 묵직한 통찰까지 꿰어 전해준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책장을 덮고 난 작가 이혜경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표적을 향해 제대로 화살을 쏘아올리고 있는 걸까. 아니, 내가 화살을 겨눈 채 쏘아 보는 저 표적은 진정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인가.” 르 클레지오의 ‘황금 물고기’를 들여다본 황석영 작가는 르 클레지오와의 만남을 회상하며 자신과 그가 생애의 첫출발부터 ‘떠돌이 이야기꾼’의 운명을 타고난 교집합을 지녔다고 말한다. 하성란 작가는 스탕달의 ‘적과 흑’을 펴보며 출판사를 전전하던 아버지 덕분에 출판사 팸플릿으로 도배됐던 다락방 풍경을 떠올린다. 그리곤 “소설의 첫 문장을 끼적인 것도 그곳에서였다”며 “과장을 보탠다면 그곳은 수천권의 장서로 가득한 도서관이었는데 어떻게 딴마음을 먹을 수 있었겠느냐”고 되묻는다. 미하일 레르몬토프의 ‘우리 시대의 영웅’을 읽은 시인 심보선의 결론은 이 시대, 문학의 역할을 다시 고찰하게 한다. “문학은 ‘우리 시대의 영웅’이 슈퍼스타가 아니라 동시대의 소수자들, 고독한 패잔병들, 같은 운명을 나누는 먼 곳의 친구들임을 알려준다.”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재미교포 작가 김은국의 ‘순교자’ 등과 같은 작품을 다른 작가가 어떻게 읽어냈는지도 비교해볼 수 있다. 작가들이 남 몰래 사랑하고 탐독해온 낯선 해외 작가와 작품을 소개받을 기회이기도 하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정글만리’ 5개월 만에 100만부 돌파

    ‘정글만리’ 5개월 만에 100만부 돌파

    소설가 조정래의 ‘정글만리’(전 3권)가 출간 5개월 만에 총판매 100만부를 돌파했다고 해냄출판사가 9일 밝혔다. 출판사에 따르면 ‘정글만리’는 지난 7월 15일 출간 이후 148일째인 이날 100만부 판매를 달성하며 올해 첫 밀리언셀러가 됐다. 이는 하루 평균 7000부씩 판매된 꼴이다. 문학 분야의 밀리언셀러는 ‘엄마를 부탁해’(창비, 2008), ‘1Q84’(전 3권·문학동네, 2010)에 이어 3년 만의 기록이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으로는 ‘태백산맥’(전 10권, 800만부), ‘아리랑’(전 12권, 380만부), ‘한강’(전 10권, 250만부) 이후 네 번째다. ‘정글만리’는 높은 판매 기록과 더불어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선정한 ‘올해의 예술가상’(문학부문), 한국가톨릭매스컴상(출판부문)을 수상함으로써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내년 봄에는 중국 현지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긴 글은 안 읽는 스마트족, 작가들 글쓰기까지 바꿨다

    긴 글은 안 읽는 스마트족, 작가들 글쓰기까지 바꿨다

    원고지 500~700장 분량의 경장편 소설이 문단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주로 단편으로 등단하는 신인작가뿐만 아니라 중견작가들도 경장편 출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올해 발표된 주요 소설만 봐도 이런 경향은 뚜렷이 감지된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원고지 400장, 정이현의 ‘안녕, 내 모든 것’은 740장, 황정은의 ‘야만적인 앨리스’는 490장, 배명훈의 ‘청혼’은 350장 정도다. 올해 민음사의 경장편 시리즈 ‘오늘의 젊은 작가’로 출간된 소설들도 500장 내외에 불과하다. 조해진의 ‘아무도 보지 못한 숲’은 480장, 오현종의 ‘달고 차가운’은 450장,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은 580장, 오는 13일 출간될 이장욱의 ‘천국보다 낯선’은 570장 분량이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중편이 200~300장임을 감안할 때 요즘 나오는 경장편들은 사실상 ‘긴 중편’이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라 예전 같으면 단행본으로 내기 어색했을 것들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경장편이 문단에서도 호평을 받고 시장에서도 성공하는 사례가 생겨나면서 하나의 경향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 문학동네 작가상 등 기존의 장편 분량(1000장 이상)에서 대폭 줄어든 분량의 소설을 대상으로 한 출판사·언론사의 문학상과 이를 전재하는 문예지가 다수 생겨나면서 경장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 2009년 민음사가 계간 ‘세계의 문학’에 신인작가들의 경장편을 전재하고 이를 ‘민음 경장편’ 시리즈의 단행본으로 내며 출간이 더욱 활발해졌다. 그렇다면 경장편은 어떻게 문단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하게 된 걸까. 국내외 시장의 수요와 독자의 독서 습관 변화를 반영한 출판사들의 계산과 작가들의 적응이 만들어 낸 복합적인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출판시장에서 단편보다 장편이 상품으로 경쟁력이 높고, 해외 시장에 수출을 하려 해도 장편을 써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며 장편에 대한 기대와 거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장편이 드물다는 현실적 문제가 미디어의 발전에 따른 독자들의 독서 습관·형태 변화와 맞물리면서 경장편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전자책의 등장으로 독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웹 기반의 단문을 소화하는 데 더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편집장은 “올해 조정래의 ‘정글만리’(1~3권)의 인기는 예외적인 경우로, 이제 몇 권짜리로 묶인 대하소설은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조차 읽어 내기 버겁다는 분위기가 많다. 요즘은 더욱이 전자책이 활성화되는 상황이라 책 지면도 더욱 경량화되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설의 분량이 줄어든 만큼 내용상이나 질적으로도 가벼워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연정 문학평론가는 “최근 소설들은 기존의 장편에 요구되어 왔던 탐험의 서사, 세계에 대한 거대한 질문 등이 나타나지 않아 길이만 짧아진 게 아니라 서사 구조를 담아내는 의미도 가벼워진 것 같다”며 “포털사이트나 웹진에 소설을 연재하는 경향도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양산하는 데 한몫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재 숭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시대나 현실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실을 재현하다 보니 소설이 짧은 분량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장편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광호 평론가는 “작가가 시대의 전모를 파악하고 전지적 관점에서 알려 준다는 소설의 총체성은 리얼리즘이 화두이던 근대 이후 장편에 대한 요구였는데, 지금은 그런 요구가 맞지 않는다”고 전제하며 “작가들도 큰 이야기를 쓰기가 어렵고 이야기를 소비하는 유형도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장편이 각광받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스마트폰 대굴욕… 중랑북클럽 “너, 나가 있어~”

    “학교 공부, 스마트폰, 인터넷 같은 것 때문에 책을 잘 보지 못했는데 독서토론에 참여한 덕분에 좋은 책과 만날 수 있어서 기뻐요.” (길정배 원묵고 1학년생) “독서토론을 통해 똑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이렇게 다양한 생각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덕분에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 좋아요.” (안선희 원묵고 1학년생) 서울 중랑구립정보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청소년 북클럽’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책을 읽고 책 속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하고 의논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정된 책들도 다양하다. ‘Who am I? 나는 내가 만든다’(사계절 펴냄), ‘완벽한 가족’(다림), ‘연어이야기’(문학동네), ‘갑신년의 세친구’(문학동네), ‘제인에어’(푸른숲), ‘다이어트 학교’(자음과모음), ‘우물파는 아이들’(개암나무) 등 철학, 문학, 소설은 물론 자기계발과 진로탐색에도 도움이 되도록 했다. 과중한 학업 부담과 전자매체의 발달 등으로 청소년들이 책과 멀어지고 있다는 걱정이 커지면서 마련됐다. 지난 5월부터 지역 고등학생들에게 참가 신청을 받아 도서관 4층 강당 대기실에서 격주 단위로 올 연말까지 진행된다. 활발한 토론과 인기 덕분에 10일부터는 도서관 인터넷 홈페이지 북클럽 게시판을 통해 ‘서평쓰기’ 코너도 만들기로 했다. 보다 많은 학생이 보고 참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어린이 책꽂이]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투시타 라나싱헤 지음, 로샨 마르티스 그림, 류장현·조창준 옮김, 책공장더불어 펴냄) ‘코끼리 똥 책을 들고 냄새를 맡아 보세요. 똥 냄새가 나나요?’ 인간이 코끼리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사람들이 코끼리를 죽이는 일이 다반사였던 스리랑카에서 코끼리 똥을 이용한 종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평화로운 공존이 이뤄진다. 직접 코끼리 똥으로 만든 재생종이의 촉감이 이야기처럼 촉촉하고 따스하다. 1만원. 누가 바다를 훔쳐 갔지?(안드레아 라이트메이어 지음·그림, 박성원 옮김, 푸른숲주니어 펴냄) 어제만 해도 에밀리가 찰방거리며 놀던 바다가 사라졌다. 바다표범은 “누가 바닷속 마개를 뽑았나?” 심드렁하게 대답하고, 해파리는 “어부들이 바다를 데려가 버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바다를 훔쳐간 주인공을 만나기까지 현대회화 같은 일러스트가 상상력과 호기심을 한껏 부풀린다. 1만원. 이야기·귀신 전성시대(이상원 지음, 이광익 그림, 문학동네 펴냄) 할머니로부터 오싹한 귀신 이야기, 구수한 경험담을 듣던 유년시절의 아늑한 밤으로 돌아간다. 작가가 고향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채집한 투박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옛 이야기들을 맛깔스러운 입말로 들려준다. 각 9800원. 집과 마을을 지켜주는 민속신앙 이야기(신현득 지음, 도대체 그림, 리젬 펴냄) 조상들은 부엌 아궁이의 불씨 하나, 처마에 얹힌 돌 하나도 정성을 다해 가꿔나갔다. 보잘 것 없는 사물 하나에도 집안을 지켜주는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소박하고 귀한 믿음을 보여주는 갖가지 민속신앙을 신현득 시인이 소개한다. 1만 2000원.
  • 절망과 고통 이겨내는 ‘관계의 힘’

    절망과 고통 이겨내는 ‘관계의 힘’

    김연수(43)의 다섯 번째 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문학동네)에는 고통이 알알이 들어차 있다. 영화배우였던 ‘이모’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앞세우는 게 일이다. 불륜 상대였던 영화감독은 본처에게, 뒤이어 죽음에 빼앗겼고 그 사이에서 난 아기도 지워냈다. 미국으로 건너와 만난 남편 폴마저 췌장암으로 숨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죽고 싶다’던 이모의 꿈은 깨진 지 오래다(사월의 미, 칠월의 솔). ‘나’와 큰누나는 암으로 숨진 엄마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새벽에 터널을 네 차례나 왕복하는 ‘미친 짓’을 감행한다. 소중한 이의 흔적, 그 한 자락이라도 잡으려는 가족의 상실감이 명징하게 도드라진다(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그 어떤 간절한 말도 무력하게 만드는 자폐아를 둔 엄마. 결국 아이를 차에 태우고 중앙선을 넘는 것으로 고통을 끊어내려 한다(깊은 밤, 기린의 말). 2008년부터 올여름까지 써 온 김연수의 이야기 11편은 고통이 덮친 자리를 감내하고 응시한다. 작가가 마흔을 넘기면서 찾아 온 변화가 계기였다. “지인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상황을 겪었어요. 20대 때 겪은 좌절, 절망과는 다른 차원이라 작가로서도 당황스러웠죠. ‘그러면 세상은 절망과 고통밖에 없는 건가. 그렇다고 써야 하나’하고 고민하던 시기에 쓴 소설들이에요.” 기묘한 것은 그런 이야기들이 ‘비관’보다 ‘낙관’에 더 가깝게 읽힌다는 점이다. 상처는 상처대로 남아 있고 극적인 해결도 없는데 왜 그럴까. 그것은 고통을 담담히 인정하고 난 뒤에 작가가 찾아낸 ‘생의 의미’ 때문이다. “‘세상은 고통의 원리로 만들어져 있고,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원했던 인생을 살지 못하고 죽게 된다’는 걸 이제는 알겠단 말이죠. 진다는 것, 죽는다는 것이 있다는 걸 인정은 해요. 하지만 지는 방식, 죽는 방식에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거죠. 그게 바로 인생에서 이기고 지는 것과 상관없이 사라질 수 없는 관계의 이어짐이었어요.”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의 ‘내’가 고인이 된 엄마와 자신이 기억으로 연결돼 있다는 걸 깨닫는 것에서, ‘사월의 미, 칠월의 솔’에서 ‘이모’가 사랑했던 사람의 아들이 자신의 젊은 날을 기억하는 것으로 위안을 받는 것에서 ‘관계의 힘’은 발휘된다. 작가는 전작에서처럼 이번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손창섭 작가의 죽음, 이진아기념도서관에 얽힌 얘기 등 실제 사건들을 성실하게 채집해 이야기로 옮겼다. 그는 “지금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을 쓰는 것이 소설을 쓰는 이유이고, 현재 우리가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보고’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짚었다. 달라진 것은 ‘화자’들의 비중을 크게 덜어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화자가 잘난 척하며 과도하게 개입했다면 이번에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역할에 그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올해 등단 20주년을 맞은 김연수는 최근 문학동네 팟캐스트에서 “등단한 뒤 첫 10년은 일이 없어서 힘들었고 이후 10년은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그리는 다음 10년은 어떤 모습일까. “작가가 되고 나서 가장 좋았던 게 독자들이 저를 연도별로 기억한다는 거예요. 매년 책을 내니까 독자들이 ‘A라는 책을 냈을 때 대학생이었고 B라는 책을 냈을 때 취직했다’는 식으로 제 책으로 자신의 인생을 추억하는 게 참 좋더군요. 그래서 ‘연도별로 좋은 책을 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데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고요(웃음). 적어도 지금 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늙어 갈 때까지는 계속 기억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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