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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신작에 서점가 벌써부터 들썩

    한강 신작에 서점가 벌써부터 들썩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수상 작가가 된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물론 곧 나올 신작에도 벌써부터 독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17일 예스24에 따르면 이날 오전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지 4시간 만에 ‘채식주의자’ 판매량이 2000부를 돌파하는 등 급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전일 대비 10배에 해당한다. ‘소년이 온다’, ‘여수의 사랑’ 등 한강 작가 전체 도서 판매량도 전일 대비 7배 증가했다.    다음 달 1일 문학동네 임프린트 난다에서 출간할 소설 ‘흰’은 지난 12일 예약판매를 건지 사흘 만에 작가의 친필 사인본 2000부가 모두 동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흰색을 소재로 한 65개의 소설 같기도, 시 같기도 한 이야기다. 한강 작가는 “세상의 흰 것들에 대해서 쓴 책”이라며 “제가 요즘 고민하는 삶의 발굴, 빛. 더럽히려야 더럽힐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책은 국내 출간 전 이미 영어 번역 작업이 시작되는 등 이미 해외 수개국에서 번역, 출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영국에서는 ‘채식주의자’ 번역자인 데보라 스미스가 번역을 맡았으며 내년 겨울 출간될 예정이다. 한강 작가는 ‘흰’에 실린 사진을 찍은 차미혜 작가와 함께 서울 성북동 한옥갤러리에서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가재 손수건으로 아기 배내옷을 만드는 등 한강이 직접 펼친 여러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이 전시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계간 창비 여름호 수록작이자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3부작 연작소설로 출간될 예정이다. 40대 초반의 여성 화자 k에게 3년 전 세상을 떠난 첫 직장(잡지사)의 남자 선배가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역시 고인이 된 여자 동료를 함께 회상하는 두 사람의 만남과 대화가 기묘한 온기를 전해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고장난 자본주의에서 행복을 작당하는 법(유병선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사람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제활동을 뜻하는 ‘사회적 경제’의 기본 원리와 새로운 대안을 살펴본다. 332쪽. 1만 5000원. 내 몸속의 우주(롭 나이트·브렌던 불러 지음, 강병철 옮김, 문학동네 펴냄) 우리 몸속에 사는 100조개의 미생물이 인간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왜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탐구한 과학교양서. 184쪽. 1만 2800원. 괴짜 물리학(렛 얼레인 지음, 정훈직 옮김, 북라이프 펴냄) ‘슈퍼맨은 정말 펀치 한 방으로 사람을 우주로 날려버릴 수 있을까’와 같은 엉뚱한 질문에 대한 물리학적 답변. 388쪽. 1만 6800원. 신여성, 개념과 역사(김경일 지음, 푸른역사 펴냄) 1920년대 신여성의 출현은 한국사회가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겪은 커다란 변화 중 하나다. 이들을 세대와 이념 등에 따라 집중 조명했다. 336쪽. 2만원. 학생에게 임금을(구리하라 야스시 지음, 서영인 옮김, 서유재 펴냄) 왜 대학 등록금이 공짜여야 하는지부터 교육의 기회균등이 갖는 철학적 의미, 실현 가능성을 특유의 유머와 재기로 들려준다. 312쪽. 1만 6000원. 나는 자라요(김희경 지음, 염혜원 그림, 창비 펴냄) 단춧구멍을 끼우고 양말을 신는 사소한 순간에도, 동생 대신 혼나 우는 억울한 순간에도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자란다. 당연하지만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잔잔한 수채 그림에 아름답게 담겼다. 44쪽. 1만 2000원.
  • 엑스트라 같은 주인공들·엄마 같은 작가, 그 따스한 만남

    엑스트라 같은 주인공들·엄마 같은 작가, 그 따스한 만남

    단편 10편 모은 5번째 소설집 상처 품은 이들 마음 다독여내 “등장인물 행복 선사하고 싶어” 남자의 아버지는 구두를 닦다 즉사했다. 아버지의 구둣방을 덮친 건 참외 트럭이었다. 구두 닦다 죽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슬리퍼 말고는 아무것도 신을 수 없게 된 남자. ‘나’의 언니를 향한 남자의 고백은 이랬다. “야망도 없고, 욕심도 없지만, 당신에게만은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날씨 이야기) 여기 야망도 없고, 욕심도 없지만, 삶의 의미와 재미로 반짝이는 이야기가 있다. 윤성희(43)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 ‘베개를 베다’(문학동네)이다. 2012년부터 고여온 열 편의 단편이 모였다. 윤성희 소설의 인물들은 ‘백 부작 드라마의 엑스트라 같은 사람들’이다. 진딧물이 끼지 않도록 맥주로 화초를 닦는 엄마를 위해 매일 퇴근길 맥주를 사가는 딸이 있고(못생겼다고 말해줘), 뭔가 이상해진 언니의 집에 가 학생들이 지각하는 모습을 함께 구경해 주는 동생이 있다(날씨 이야기). 엑스트라가 되고 싶어 이혼해 놓고 전처의 집을 봐 주러 가는 남편이 있고(베개를 베다), 삼십 년 넘게 함께 일한 사장의 죽음 이후 이틀간 결근하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이틀). 작가는 어딘가 모자라고 중심에서 일찌감치 밀려난 이들의 삶의 풍경을 인상주의 점묘화처럼 촘촘하게 채워 나간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언니의 죽음이거나 아버지의 죽음이거나 저마다의 상처, 고통, 비극을 품고 있다. 하지만 서사는 사건 그 자체와 직후 밀어닥치는 소용돌이에 붙들리지 않는다. 비극의 전모를 밝히지 않은 채 남겨진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진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내는 한 컷 한 컷의 풍경을 수식어 덜어낸 간명한 문장으로 포착한다. 5000원짜리 백반집 반찬처럼 보잘것없고 지리멸렬한 일상은 그가 들이대면 들이댈수록 기묘하게 따스하고 아름다운 빛을 낸다. “내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한 번쯤은 행복한 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이유가 드러났다. “단편을 한 번 쓰면 인물하고 한 달 정도 놀다가 이별하는데 소설이 잘 안 써지면 주인공을 계속 생각해 봐요. 주인공이 하루 종일 뭘 할까, 점심은 뭘 먹었을까, 프로야구는 뭘 봤을까, 그렇게 주인공이 내 곁으로 가까이 오도록 해요. 그리고 그에게 어떤 행복한 장면을 만들어 줄까 상상하죠. 그게 소설의 완성도를 해치더라도 인물의 마음을 다독여 줄 그 장면만은 꼭 넣어 줘야 돼요.”(웃음)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모의 손자를 만나 “너희 할머니는 목련 풍선을 세상에서 가장 잘 불던 사람”이라고 말해 주는 장면(가볍게 하는 말), 동네 할머니가 회사를 이틀째 결근한 중년의 남자에게 ‘듣기만 해도 행복해진다’는 동화구연이 흘러나오는 집을 일러주는 장면 등은 이런 작가의 바람으로 탄생했다. 이런 장면들에서 위악적일 정도로 극단을 치닫는 거대한 서사와는 다른 결과 에너지를 품은 윤성희 소설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윤성희의 이야기들이 환기하는 (삶의) 의미의 리듬 혹은 리듬의 의미는, 그 자체로 소소하고 흥미롭고 수수하게 아름답지만, 그 삶의 에너지랄까, 파워랄까, 그것까지 소소하고 수수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일상을 의례화하는 그 세계는 낮술을 마시고 길을 걸을 때처럼 무엇이나 환하고 선명하게 보이게 한다.”(백지은 문학평론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김대식 지음, 동아시아 펴냄)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춰 한국 필자가 쉽고 대중적으로 펴낸 책이다. 카이스트에서 전기 및 전자과 교수로 근무하는 저자는 알파고 충격 이후 청와대에 초청돼 강의를 했을 정도로 인공지능과 뇌과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저자는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으로 구분해 인공지능에 대한 논란에 답한다. 사람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인지하는 인공지능은 알파고와 같이 현실화됐고 독립성, 자유의지 등을 가진 강한 인공지능은 아직은 만들지 못한다. 저자는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을 인류 멸망으로 해석하는 이유도 설명한다. “강한 인공지능이 어느 한순간 인간을 놓고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인간은 지구에 왜 있어야 되나?’” 352쪽. 1만 8000원. 세상을 바꾼 전략 36계(김재한 지음, 아마존의 나비 펴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역사적 사실들을 전략적 키워드로 융합한 책이다. 동서고금의 세상사를 단순하게 나열하지 않고 인간만의 알고리즘으로 엮어 해석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전략들은 선거와 같은 정치 게임의 관전 포인트를 제공하고 전략적 정치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당선 가능성을 보고 차선의 대안에 투표하는 이른바 ‘전략적 투표’를 다룬 장에서는 어떻게 투표 선택으로 정치 결과를 바꿀 수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1997년 DJP연합을 사례로 들며 산토끼 공략의 성공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청계천 복원 등을 통해 토목건축의 정치적 효과를 살펴본다. 316쪽. 1만 7000원. 환자가 된 의사들(로버트 클리츠먼 지음, 강명신 옮김, 동녘 펴냄)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삶의 마지막 종착지에 이른 환자가 된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의 고백은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본 문제에 관한 진중한 성찰인 동시에 자신들이 행해 온 의료체계에 대한 반성을 드러낸다. 저자는 환자가 된 의사 70여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그들의 직무적 고충과 생존의 어려움으로 번민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전한다. 저자 자신도 지독한 우울증을 경험하며 의사와 환자 양자를 체험했다. 그리고 의료계 내부의 시각에서 환자를 다루고, 환자들의 편의를 봐주지 않는 의료시스템의 철옹성을 깨닫게 되면서 현대 의료 철학과 병원의 물리적, 제도적 한계를 환기시킨다. 488쪽. 1만 9000원. 모던 씨크 명랑(김명환 지음, 문학동네 펴냄) 1920년부터 1940년까지 20여년간 발행된 신문 6000여 부의 광고면들을 탐험하며 신문 광고에 담긴 근대 조선인의 삶과 사회상을 흥미롭게 짚어 냈다. 책은 의식주에서 성생활까지 우리가 누리는 현대적 생활양식들이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의 세상 풍경을 다채롭게 펼쳐 낸다. 껌은 흔히 6·25 때 미군에 의해 전해졌다고 알려졌지만 저자는 1925년 ‘리글리 췌잉껌’ 광고를 찾아내 껌의 역사를 바로잡는다. 샴푸로 머리를 감기 시작한 것도 1934년부터였고, 토마토케첩도 이미 80여년 전 경성의 상점가에 판매됐다. 오늘날 성형외과 광고에 등장하는 수술 전후 비교 사진이 당시 병원 광고에 사용됐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당대 광고 원본 이미지를 통해 경성시대의 디테일들을 엿볼 수 있다. 360쪽. 1만 6500원. 나를 위한 사찰여행 55(유철상 지음, 상상출판 펴냄) 느림의 미학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국내의 대표적 사찰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10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만난 사찰 가운데 55곳을 골라 지리와 역사, 종교적 가치와 문화재로서의 의미를 상세하게 풀어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저자는 여름에 추천할 만한 산사로 충남 공주의 마곡사, 전남 해남의 미황사, 경남 합천 해인사를 꼽는다. 산길을 맨발로 걸으며 마음을 달래고 자연을 즐기는 ‘맨발 산행’이 가능한 마곡사, 다도해를 바라보며 무한한 사색에 빠져들 수 있는 땅끝마을의 미황사, 팔만대장경 인경 체험과 암자 순례가 인상적인 해인사의 템플스테이 등 산사의 매력을 소개한다. 432쪽. 1만 6500원.
  • 죽은 시인의 사회?… 스테디셀러 시집의 존재감

    죽은 시인의 사회?… 스테디셀러 시집의 존재감

    TV·SNS로 젊은 시인에 호응 “수요 꾸준 … 건강한 성장 상징” 책이 안 팔리고 시가 안 읽힌다는 자조가 일상인 시대다. 이런 시류에도 끊임없이 독자들의 호출을 받으며 굳건히 존재감을 곧추세우는 시집들이 있다. 출간된 지 많게는 수십년, 적게는 수년이 흘러도 매년 쇄를 거듭해 찍는 스테디셀러들이다. 기형도, 이성복, 황지우, 최승자, 정호승, 최영미, 도종환 시인 등 문단을 묵직하게 지켜 온 원로, 중견 시인들의 시집은 출간된 지 20~30년이 지났어도 매년 한두 차례 중쇄하는 건 기본이다. 출판사와 판매 추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시집은 1쇄를 500부~3000부가량 찍는다. 기형도 시인의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은 문학과지성사(이하 문지) 시인선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려 나간 시집이다. 1989년 스물아홉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요절한 시인의 사후 2개월 뒤 출간된 시집은 매년 8000~9000부를 찍을 정도로 여전히 각광을 받으며 ‘기형도 현상’을 이어 가고 있다. 13일 현재까지 중쇄 횟수만 56쇄, 팔려 나간 부수는 28만 5000부에 이른다. 1980년 나온 이성복 시인의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도 매년 증쇄하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다. ‘뒹구는 돌…’은 지난해 11월 50쇄를 찍었고 2개월 만인 지난 1월에 51쇄를 다시 찍었다. 이 책은 지금껏 6만 7000부가 판매됐다. 황지우 시인의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1999)는 33쇄(10만 6000부),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1981)은 44쇄(4만 6000부)를 찍었다. 창비 시인선에서는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가 51쇄를 찍어 52만부가, 정호승 시인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는 40쇄를 찍어 13만부가 팔려 나갔다. 최근에는 TV 방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팟캐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향유되고 입소문을 탄 젊은 시인의 시집들도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케이블 채널 tvN의 책 소개 프로그램 ‘비밀 독서단’에서 다뤄지며 폭발적인 증쇄에 들어간 박준 시인과 심보선 시인의 시집이 대표적인 예다. 2012년 출간된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는 지난해 9월 방송을 타면서 지난 1년간 무려 14차례(4만 6000부) 찍었다. 지금까지 6만부가 나가면서 2011년 시작된 문학동네 시인선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집이 됐다. 심보선 시인의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2008)는 문지 시인선에서 최근 1년간 가장 많은 중쇄(7차례) 및 부수(1만 9000부)를 찍어 총 3만 5000부(24쇄)가 나갔다. ‘비밀 독서단’에서 다뤄진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에만 네 차례 증쇄할 정도로 인기였다. 3년 전 출간된 한강 작가의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기존에도 꾸준히 찾는 독자들이 많았지만 최근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더 주목을 받는 사례다. 1만 6000부(9쇄)가 팔린 시집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 4일 3000부를 더 펴냈다. 이근혜 문지 편집장(문학 담당)은 “요즘 출판 환경에서는 독자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난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고 출간 직후에만 ‘반짝’ 팔리고 사라지는 책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세월이 지난 시집을 꾸준히 찾는 독자들이 있고 이를 절판하지 않고 계속 펴내는 출판사들이 있다는 건 시장 일부에선 건강한 성장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자신만 사랑한 과장된 자만심

    자신만 사랑한 과장된 자만심

    옆집의 나르시시스트/제프리 클루거 지음/구계원 옮김/문학동네/400쪽/1만 6500원 미국 린드 존슨 전 대통령은 전용기에 탑승하면 대통령 전용실로 들어가서 옷을 벗기 시작한다. 양말과 속옷만 남기고 옷을 벗거나, 완전히 나체가 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는 야외 기자회견 도중 옆쪽으로 몸을 돌려 바지 지퍼를 내리고 소변을 보면서 얼굴은 기자들 쪽을 향해 대화를 한 적도 있다. 존슨은 자신의 성기에 ‘점보’라는 별명을 붙였고, 화장실에서 동료 정치인들에게 “이렇게 큰 걸 본 적 있소?”라고 묻곤 했다. 존슨 전 대통령의 노출증은 나르시시즘의 전형적 증상으로 분석됐다. “난 너무 멋진 거 같아!”, “나를 바라봐줘!” 모두가 나 자신만 사랑하고 아무도 서로 이해해주지 않는 세상이 있다면 당신은 누구보다 멋진 나르시시스트(자기애성 성격장애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책은 현대 사회에 만연해지고 있는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존슨 전 대통령뿐 아니라 대통령직을 4번이나 역임할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를 치켜세운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 섹스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렸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미국 대통령의 상당수가 ‘자기애 성격평가’(NPI)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나르시시스트는 오만한 언행을 문제없다고 인식하게 되고,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처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저자는 미국 공화당 경선 주자로 압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를 대표적인 나르시시스트로 지목한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건물부터 헬리콥터, 인수한 항공사 이름까지 트럼프를 붙였다. 트럼프 모기지, 트럼프 파이낸셜, 트럼프 레스토랑, 트럼프 생수 등 그의 과시욕은 극단적인 자기애에 가깝다. 책은 공개적으로 막말을 하고,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언행을 일삼는 트럼프를 나르시시스트라고 진단한다. 미국 스포츠 스타들이 자신을 지칭하면서 ‘나’라고 하는 대신 자신의 이름을 마치 제3자인 양 부르는 것도 나르시시스트적 행동이다. 미 프로농구계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는 2010년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저는 르브론 제임스가 행복해질 길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해 두고두고 빈축을 샀다. 저스틴 비버는 2013년 히틀러 치하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안네 프랑크의 집을 방문해 남긴 방명록에서 “(안네가) 제 팬이었다면 참 좋을 텐데요”라고 써 놀라운 자기애를 보였다. 직장에서 자기 일은 하지 않으면서 주목받는 성과만 가로채는 상사나 동료 또한 나르시시스트들이다. 오늘 먹은 메뉴 사진들을 빠짐없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리고 누군가 감탄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도 나르시시즘은 숨어 있다. 현대 사회 전반에(저자가 과거보다 더 만연해지는 현상으로 꼽은) 나르시시즘이 퍼지고 공공연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사회적 놀이 문화가 사라진 아이들의 현실’과 ‘당연한 경쟁조차 터부시하는 지금의 교육’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의 아이들은 동네 놀이터에서 부모의 간섭 없이 어울렸고 이 같은 집단 놀이에서 ‘내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고방식은 가질 수 없게 된다. 저자는 예전에는 초등학교 육상 경기나 수영대회가 끝나면 1등, 2등, 3등에게 각각 색깔이 다른 리본을 줬지만 이제는 1등부터 10등까지 예외 없이 리본을 받는 ‘상의 풍년’ 현상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영예가 싸구려처럼 되면서, ‘나는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을 체화하게 되고 과거 세대보다 특권 의식에 더 젖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초등학교 때의 ‘순진한 자신감’은 성인이 되면 ‘과장된 자만심’으로 나타난다. 나르시시즘은 이타심을 잊게 만든다. 공유, 공감, 연대보다는 철저히 개인주의로 발현된다. 타인을 배제하고, 자신만을 사랑한다면 우울증, 집착, 편집증, 중독과 다를 바 없는 질병에 불과한 셈이다. 나 역시 나르시시스트가 아닌지 자신부터 돌아보면 어떨까.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낙관이 사라진 시대라도 시라는 반딧불 계속 켜야죠”

    “낙관이 사라진 시대라도 시라는 반딧불 계속 켜야죠”

    김혜순(61)은 시인들의 시인이다. ‘읽을 때마다 다른 방향, 다른 세계를 가리키는’ 그의 시는 현대시에 다채로운 색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문단에서는 그의 시를 두고 ‘황무지와 넓이를 겨루며 실낙원과 높이를 다툰다’(권혁웅 문학평론가)고도 하고 ‘여성 시인들은 김혜순 공화국의 시민’(이광호 문학평론가)이라고도 한다. 그가 이번에는 화가들의 시인도 됐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트렁크갤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리는 전시 ‘김혜순 브리지’는 김혜순 시가 주인공이다. 작품들은 모두 그의 시에 바치는 헌사가 됐고 갤러리는 시를 읊는 공간이 됐다. 전시에 맞춰 시인은 시집과 시산문집을 나란히 펴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열한 번째 시집 ‘피어라 돼지’와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문학동네)이다. 2011년부터 써낸 시들을 모은 새 시집에서 그는 ‘시의 체면을 세워 주기가 너무도 힘든 시절이었다’고 술회했다. 세월호 사건 등 참혹한 일들이 무람없이 일상을 무너뜨린 시간들이었다. 지난 8일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시인은 “그래서 이번 시집은 내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은유가 차단되고 직접적인 언술이 많았어요. 시의 체면이 깎였다고 한 이유죠. 시의 정수, 궁극에 닿으려면 시가 투명해져야 하는데 저는 항상 현실에 헤매고 있어 부끄러웠어요. 마치 해탈 못한 스님처럼요.” 내는 시집마다 자기 복제를 허용하지 않는 시인답게 이번 시집 역시 미학적인 실험과 강렬한 에너지로 들끓는다. 표제작 ‘피어라 돼지’는 일견 2011년 구제역 파동 때 생매장된 돼지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실은 살풍경 같은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의 맨몸을 드러낸 것이다. ‘무덤 속에서 복부에 육수 찬다 가스도 찬다/무덤 속에서 배가 터진다/무덤 속에서 추한 찌개처럼 끓는다/(중략)/터진 창자가 무덤을 뚫고 봉분 위로 솟구친다/부활이다! 창자는 살아 있다! 뱀처럼 살아 있다!//피어라 돼지!/날아라 돼지!’(피어라 돼지) “한국 사회가 지금껏 고문이나 데모 현장에서 우리 몸을 다뤄 온 방식 또는 정해진 미의 기준으로 여성의 몸을 옭아매 온 방식을 쓴 겁니다. 우리나라만큼 성형이 많고 그것을 강요하는 나라가 있나요. 이렇게 사회가 우리의 몸을 함부로 다루는 행태가 구제역에 걸린 돼지를 다루는 방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내가 모시는 시의 신(神)은 질투가 많다. 시가 아닌 산문만 써도 심통을 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시와 산문의 경계를 교묘히 허문 시산문집을 낸 이유다. 2014년 문학동네 블로그에 신분을 감춘 채 ‘쪼다’라는 닉네임으로 연재한 글들을 묶었다. 책에서 한국(KOREA)을 ‘애록’(AEROK)으로 시인 자신을 ‘않아’로 뒤집은 그는 시에서처럼 한국사회의 비루한 얼굴을 가차없이 찌르고 여성에 대한 남루한 관념도 간단히 전복시킨다. ‘임종하는 꽃잎을 속수무책 밟고 온 사람들에게/따뜻한 체온이 부끄러운 사람들에게/몸에 박힌 가시로 심장을 가동하는 사람들에게//해마다 몇 번씩 아직도 살아 있으니 부끄럽지 않으냐고, 슬프지 않으냐고 채찍질하며 묻는 나라, 애록에서 산다는 것.’(애록에 살아요) 문학이 무력하다 절망할 때도, 낙관이 사라진 시대라도 시는 세상을 밝혀야 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세월호 사건 땐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죠. 깊이 부끄러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라는 이 거대한 시스템에 시라는 반딧불을 끊임없이 켜야 해요. 약한 목소리를 만나고 그들을 봐주는 게 시의 역할이니까 반딧불처럼 약한 목소리를 계속 들이대야죠. 시는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게 해 주는 끈이에요. 그런 꿈조차 꾸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말 비참해지지 않겠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조롱거리 된 독재자, 두렵지 않다

    조롱거리 된 독재자, 두렵지 않다

    푸틴 부정선거 항의 ‘장난감 인형 시위’ 러 “무생물 시위도 불법”… 웃음거리로 철권통치 맞선 강력한 새 무기는 유머 큰 가치보다 사소한 저항이 파괴력 커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스르자 포포비치 지음/박찬원 옮김/문학동네/304쪽/1만 5000원 #1.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독재에 항거하는 시민 활동가들은 비밀경찰이 삼엄하게 감시하는 사회에서 창의적인 시위를 시도한다. ‘자유’와 ‘이제 그만’이라는 문구를 쓴 수천개의 탁구공을 도시의 경사진 거리와 골목길에 쏟아부었고, 경찰은 탁구공들을 쫓아다니며 체포하는 촌극을 벌인다. 다음 수순으로는 ‘알아사드는 돼지’라는 제목의 반정부 가요를 틀 수 있는 USB 스피커 수백개를 준비해 거리의 악취 나는 쓰레기통에 넣어 도시 전체에 음악이 흐르게 했다. #2. 러시아 시베리아의 바르나울시는 2012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항의 시위를 계속 불허했다. 활동가들은 사람들의 시위 대신 장난감 인형들이 하는 시위를 계획한다. 곰 인형과 액션피겨, 봉제 동물 인형들이 선거 부정을 비판하는 작은 팻말을 들고 시내 한복판에서 시위에 나선다. 러시아 정부는 ‘장난감을 비롯한 무생물 시위도 법률 위반’이라고 위협했지만 세계적으로 조롱거리가 되고 만다. 독재자는 두려움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사람들이 공포감에 빠지면 무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폭력을 동원한 시위는 유혈만 부른 채 실패할 확률이 크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있을까. 이 책은 비폭력 저항 중에서도 특히 유머를 결합한 방식을 제시한다. 유머는 독재자가 만든 현실을 기묘하게 비틀며 저항의 새로운 무기가 된다. 독재자의 흉포한 이미지는 우스꽝스러워지고, 항거는 ‘쿨한’ 행동이 된다. ‘웃음 공격은 아무도 막아 내지 못한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웃음과 재미는 두려움을 몰아내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거리로, 광장으로 이끈다. 이 책은 인종 청소로 악명을 떨친 세르비아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오트포르 운동’을 주도한 스르자 포포비치가 전하는 크고 작은 독재 상황에 맞서는 실전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세르비아에서 매일 머리에 조화를 꽂는 밀로셰비치의 아내를 풍자하기 위해 수십 마리 칠면조 머리에 하얀 꽃을 꽂아 거리에 풀어놓았다. 농담을 받아들일 줄 모르는 권력자들은 공권력을 이용해 칠면조를 잡으러 뛰어다니며 독재 권력의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시민들 중 누구도 다치거나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공권력은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게 됐다. 2000년 밀로셰비치 정권 퇴진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튀니지, 몰디브, 이집트, 수단, 이란, 미얀마뿐 아니라 뉴욕의 오큐파이 운동과 홍콩의 우산 시위에 이르기까지 비폭력 행동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저자는 인권이나 자유 같은 커다란 가치를 위한 싸움부터 시작할 게 아니라 뭔가 사소한 것, 적절한 것, 그러면서도 성공적일 수 있는 것, 그것 때문에 죽거나 심한 폭력을 당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직장 생활과 가족 문제, 놓치지 말아야 할 TV 드라마와 반송해야 할 물품들을 신경쓰기에도 하루가 빠듯하다. 게다가 현실 정치는 염증이 날 만큼 진부하고, 불의에 맞서는 싸움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싸움’인 듯하다. 포포비치는 피를 상기시키는 혁명을 유쾌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서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독재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독재 권력은 더 공고해지고 만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크게 꿈꾸고 작게 시작하기, 미래에 대한 비전 갖기, 웃음 등을 비폭력 행동으로 강조한다. 그러나 함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새로운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에 도취되는 것만큼 편한 일은 없다. 그래서 너무 일찍 승리를 선언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승리의 최종적 선언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될 때라는 지적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유럽에 ‘K북’ 바람 일으킨다

    오는 17~20일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리는 ‘2016 파리도서전’에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참가한다. 이번 전시를 케이(K)북의 한류 바람이 유럽 시장에 전파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한·불 수교 130주년과 맞물린 이 행사는 ‘새로운 지평’(New horizon)이라는 슬로건 아래 506㎡ 규모의 전시관을 공동 운영한다. 전시관은 ▲우리나라 초청 작가 30명(문학 15명·아동 5명·만화 6명·인문학 4명)의 대표 도서 60권을 전시하는 ‘작가관’ ▲북팔, 스마트한 등 앱북 개발 업체가 자체 개발한 웹소설과 아동 애니메이션, 게임 앱 등을 시연하는 ‘전자출판관’ ▲슈퍼애니, 오렌지에이전시 등 웹툰 개발 전문 업체가 참여하는 ‘만화·웹툰관’ ▲한·불 수교 130주년의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작가 130명의 주요 작품을 전시하는 ‘아동그림책관’ 등으로 이뤄진다. 국내 출판사가 직접 참가하는 비즈니스관에선 여원미디어, 예림당, 문학동네 등 7개 사가 저작권 수출 상담을 진행한다. 한국 도서를 현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서점 공간에선 프랑스 대표 서점인 지베르 조제프 서점이 프랑스어로 번역된 한국 도서와 한국어 도서 2000종 1만여권을 전시, 판매한다. 또 16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국립도서센터(CNL)와 프랑스문화원(IF)에선 ‘한·불 작가 행사’가 열린다. 한국에선 황석영, 이승우, 문정희, 오정희, 마종기 등 문학 작가를 비롯해 인문학 작가, 만화·웹툰 작가 등 총 30명이 참가해 작가 행사와 사인회, 낭송회 등을 진행한다. 1981년 첫 개최 이래 올해로 36회를 맞이한 파리도서전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형태의 도서전으로, 매년 1500여개 출판사와 관련 단체, 작가 4500여명, 출판 관계자 4000여명이 참가한다. 지난해는 25만여명이 방문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한국시인협회상에 최문자 시인

    한국시인협회상에 최문자 시인

    한국시인협회(회장 문정희)는 제48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자로 최문자 시인을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수상작은 지난해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파의 목소리’. 제12회 젊은 시인상은 시집 ‘딸꾹질의 사이학’(실천문학사)의 고영 시인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린다.
  • “서로 돕는 ‘도시 난민’ 이야기… 새로운 가족 유대 실험”

    “서로 돕는 ‘도시 난민’ 이야기… 새로운 가족 유대 실험”

    ‘피에로들의 집’서 공동체 연대 다뤄… 세월호·장자연 사건 등 현실과 중첩 타인 향한 감각 잃은 잔혹한 세태 비판 “기성세대 기득권 놓고 젊은이 보살펴야” 서울 성북동에 ‘아몬드나무 하우스’가 있다. 각자의 재난에 휩쓸려 표류하는 ‘도시 난민’들이 산다. 실패한 극작가이자 연극 배우인 김명우, 윤간을 당한 뒤 자살한 연인에 대한 기억에 잠식된 휴학생 윤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린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고등학생 정민, 비루한 과거 때문에 이혼한 사진작가 박윤정 등이다. 노년 여성 마마는 이들을 아몬드나무 하우스로 불러들여 먹이고 재운다. 1층에는 반 고흐가 동생 테오의 아들 탄생을 축복하며 그린 ‘꽃 핀 아몬드 나무’가 걸려 있는 곳. 비극의 인물들을 품은 곳에 걸린 그림치곤 참으로 아름답고 희망적이다. 소설가 윤대녕(54)의 새 장편소설 ‘피에로들의 집’(문학동네)의 단면이다.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이후 11년 만에 낸 장편소설에서 작가는 오래 붙잡고 있던 소재 ‘도시 난민’에 파고들었다. 혈연·지연·학연으로도, 결혼이란 계약관계로도 묶이지 않은 이들의 연대란 가능한 것일까. “요즘은 혼자 사는 노인도 많고, 젊은이들도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고 애를 낳고 싶어도 낳기 힘든 시대잖아요. 타인과의 유대를 통해 공동체가 가능한지 이야기로 가족 실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가족제도가 존속되긴 힘들 것 같거든요. 이후 각자가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을까, 써볼 가치가 있겠다 싶었죠.” 난민이 된 젊은이들을 거두는 게 마마라면 이들을 하나씩 살피는 건 명우다. 아무 상관없는 타인을 보듬는 이들의 모습에는 작가의 소망이 깃든 듯하다. 기성 세대로서 젊은 세대에 느끼는 부채 의식이 작용한 것이냐는 질문에 작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채 의식이) 물론 있죠. 생물학적 나이가 그렇고 작가로서의 자의식으로도 기성세대란 인식이 40대 말에서 50대로 건너는 와중에 생긴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는 이룬 게 없지만 나도 모르게 작가로서의 명함을 손에 쥐고 기득권을 갖고 있지 않나. 그럼 지금 내가 해야 하고 할 일은 뭔가. 내가 뭔가를 갖고 있다면, 다음 세대에 그걸 돌려줘야 그들이 살아갈 수 있고 세계의 공동체가 연속성을 갖고 굴러갈 수 있다는 깨달음이 들었죠.” 작품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세월호 사건, 장자연 사건 등 우리를 분노하고 절망하게 했던 실제 사건들과 중첩된다. 작가는 욕망에 잔뜩 충혈된 기성 세대와 타인에 대한 감각을 잃은 잔혹한 세태를 아프게 짚어낸다. “세월호 사건 등을 보며 ‘기성세대가 삶의 환경이나 사회 시스템을 잘못 만들어 놔서 생기는 일들이 많구나’ 느꼈어요. 어려운 시대를 관통해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얻은 힘을 안 놓으려 하죠. 때문에 젊은이들이 자기 몫을 갖기 힘든 현상이 누적되고 세대 갈등이 커져요. 기성 세대는 기득권을 놓고 보살핌의 단계로 나아가야죠.” 어렵게 털어낸 장편이지만 그는 홀가분하기보다 착잡한 마음이 앞선다. “요즘은 휴대전화로 사유하고 정보를 얻는 디지털이 종교화되는 시대죠. 디지털이 하나의 세계고 주님이고 종교인데 ‘내가 책을 내는 게 독자들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요. 사회적 사건을 맞닥뜨리면 ‘문학 자체가 효용성이 있을까’란 의문도 들고요. 이번이 23번째 책인데 문학에 대한 요구나 환호도 확실히 과거와 달라졌음을 실감해요.” 그래서 1990년 등단 이후 성실하게 써온 그도 ‘계속 쓸 수 있을까’하는 딜레마에 자꾸 빠진다. 하지만 결론은 정해져 있다.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무력감을 느끼죠. 하지만 써야죠. 그래야 세상과 소통할 수 있고 독자들과 질문을 공유하고 답을 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소설가 김영하, 장하나 의원 후원회장 된 사연 “길냥이 두 마리 키웠을 뿐인데”

    소설가 김영하, 장하나 의원 후원회장 된 사연 “길냥이 두 마리 키웠을 뿐인데”

    소설가 김영하 씨가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게 된 사연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영하 씨는 지난 18일 ‘나는 어떻게 장하나 의원의 후원회장이 되었나“라는 글을 통해 배경을 소개했다. 김씨는 ”오래 전 우리 부부는 길냥이 두 마리를 데려다 키웠는데 그 후로 동물 보호, 더 나아가 동물의 권리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되었다“면서 ”어느 날 아내가 ’장하나 의원이라는 국회의원이 있는데 우리가 후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원법‘ 때문이었다“고 밝혔다.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장 의원은 동물원에 사는 ’전시 동물‘들의 적정한 사육 환경을 규정하는 이른바 ’동물원법‘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시멘트 바닥에서 우울증을 겪는 원숭이가 불쌍해서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다른 모든 약자에 대해서도 공감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장 의원의 이후 행보는 우리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면서 장 의원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가해기업 처벌을 위한 입법활동을 벌이는 것을 비롯해 현장 실습생들을 위한 법, ’칼퇴근‘ 법, 상가임대차 보호 관련 법을 발의했고 원룸과 고시원에서 시들어가는 청춘들을 위한 청년주거 정책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또 사육곰 관리에 대한 문제제기,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를 위한 법률 발의 등 ”동물에 대한 사랑도 식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런 것들을 지켜보는 동안에도 나는 그저 1년에 10만원을 내는 일개 후원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장 의원과 인연이 닿게 된 것은 김씨가 지난 여름 서울 연희동으로 이사를 하면서다. 김씨가 살고 있는 지역의 개발이 추진되면서 그는 ”숲을 밀어버리고 빌라를 짓겠다는 개발업체와 싸우게 되었다“고 전했다.이 사건과 관련된 취재를 하던 기자가 자료를 얻기 위해 장하나 의원실을 접촉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김씨가 장 의원의 후원회원이라는 사실을 전달하게 된 것이다. 몇 달 뒤 장 의원이 직접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20대 총선에 서울 노원갑 지역에 출마하게 됐다면서 자신의 후원회장이 되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김씨는 ”나 같은 사람이 맡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장 의원이 여의도 정가에서 관행적으로 해오던 방식을 따르고 싶지 않으며 후원회원 중 한 분이 맡아주시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면서 ”결국 나는 설득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나는 장 의원이 국회를 떠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카리스마나 협상력, 결단력도 요구되겠지만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야말로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정말 필요한 국회의원의 덕목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이야말로 그런 믿음에 가장 부합하는 정치인이라고도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년 가까이 투표도 안 하던 ’정치 냉담자‘가 국회의원의 후원회장이 되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나는 단지 길냥이 두 마리를 집에 들였을 뿐인데 말이다“라면서 ”때로는 정말 작은 결정 하나가 인생을 바꾸기도 하는가 보다“라며 글을 맺었다. 김씨는 ’퀴즈쇼‘,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검은 꽃‘,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으로 대표적인 소설가다.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장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 민주당 원내부대표 등을 지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신춘문예는 하룻밤의 불꽃놀이… 2라운드 기회 절실”

    “신춘문예는 하룻밤의 불꽃놀이… 2라운드 기회 절실”

    “문인 선배들이 그래요. 신춘문예는 ‘하룻밤의 불꽃놀이’라고요. 화려한 시상식이 끝나면 찾아드는 건 적막뿐이니까요.”(이은선 작가) 올해도 전국의 문청들이 영혼을 ‘내다 판’ 신춘문예 시즌이 막을 내렸다. 매년 30여개 중앙·지방 일간지에서 문재(文才)를 뽐내는 신예들이 대거 배출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주요 문학출판사의 ‘간택’을 받고 문단으로 들어서는 이는 극소수다. 2010년 이후 신춘문예 출신 가운데 유망한 신인 소설가로 꼽히는 이은선(33·2010년 서울신문), 백수린(34·2011년 경향신문)을 만나 ‘신춘문예 그 후’를 들어봤다. 두 사람 모두 신춘문예에 작품을 낸 지 1년 만에 행운이 찾아왔다. 이 작가는 100번도 넘게 고쳐 쓴 단편소설로, 백 작가는 4차례의 문예지·신춘문예 투고 끝에 당선을 거머쥐었다. 이름을 내건 책을 세상에 내는 과정도 수월했다. 백 작가는 당선 소식을 받아든 지 한 달도 채 안 돼 문학동네와, 이 작가는 5개월 만에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와 각각 작품 계약을 맺었다. 운이 좋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흰 모니터에 활자를 새겨넣는다. 밥벌이에 대한 막막함은 늘 따라다닌다. 이은선 생계가 가장 힘들었어요. 신춘문예 상금은 몇 번 잔치하면 사이버머니처럼 금방 없어져요(웃음). 계간지 투고가 1년 내내 있다 해도 편당 80만~120만원 받는데 3개월 동안 120만원 갖고 못 살잖아요. 문학과 관련된 알바(아르바이트)를 틈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죠. 지금도 전 흰 모니터가 제일 무서워요. 항상 ‘이게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란 두려움을 갖고 작품을 쓰기 때문에 ‘다음’을 쓰게 되면 기적 같아요. 백수린 신춘문예에 당선된 해엔 원고 청탁이 여섯 차례나 왔는데 2년 지나니 한 차례로 줄더라구요. ‘내가 못 써서 줄어드나’, ‘이제 청탁이 끊기나보다’ 하는 불안이 엄습했어요. 지금도 낮에는 백수 시절 하던 번역(불어)과 구민대학 강의 같은 알바를 하고 있어요. 소설은 밤에 쓰고요. 창작 활동에 지장은 있죠. 하지만 다른 일을 안 하면 먹고살 수가 없어요. 그래도 이들에게 ‘쓴다는 것’은 ‘환희’의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오늘도 온몸으로 글을 밀고 나간다. 백수린 문학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딴 일 알아보라’는 말을 다 한 번씩 들어 봤을 거예요. 그럼에도 ‘쓰고 싶다는 무섭고 끔찍한 질병’에 걸린 한 어쩔 수가 없어요(웃음). 독자와 교감하면 쓰는 기쁨이 더 배가되는데 그건 한 번 경험하면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거든요. 이은선 20~30년씩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분들에겐 배부른 소리일지는 모르지만 문학적인 생체 시간은 각자에게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문학적인 시간이 빨라서 스물일곱에 등단했지만 박완서 선생님은 마흔에 시작하셨잖아요. 그 문학적인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추동력은 문학의 힘이겠지요. 쓰고 싶어도 쓸 지면을 허락받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큰 것도 그 때문이다. 두 작가는 “우리는 운 좋게 문단에 입성했지만 신춘문예나 문예지에 당선되더라도 이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이들에게 ‘2라운드’의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짚었다. 백수린 작품 한두 편으로 작가의 운명이 결정되는 현실이 문제인 것 같아요. 특히 신춘문예는 그 판가름이 너무 빨리 나요.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요. 그래서 첫 작품이 주목을 덜 받더라도 다른 작품을 세상에 내보일 수 있는 안전망이 절실해요. 신인보다 안전한 기존 작가에 원고를 청탁하는 쏠림 현상이 있다 해도 자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개별 출판사에 그걸 요구하기도 어려우니 잠재적 예술인 육성을 위한 지원 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책을 읽지 않는 당신에게/이순녀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책을 읽지 않는 당신에게/이순녀 문화부장

    기록적인 한파로 집 밖에 나갈 엄두가 안 났던 지난 주말, 모처럼 긴 시간을 내 책을 읽었다. 이틀 동안 뒹굴거리며 흥미롭게 읽은 책은 본지 토요일자 문화면 ‘책 읽는 당신’에 소개한 신간 ‘작가의 책’(문학동네)이다. 뉴욕타임스 북 리뷰 편집장인 패멀라 폴이 작가뿐 아니라 배우, 과학자, 가수 등 유명 인사 55인과 책을 주제로 나눈 대담집인데 알랭 드 보통이나 조앤 K 롤링, 이창래처럼 평소 궁금하던 작가의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절반쯤은 잘 모르거나 처음 들어 보는 이름임에도 그들이 열정적으로 들려주는 책이야기에 매료됐다. 그중에서도 개개인의 이상적인 독서 경험이나 자신만의 독서 습관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일테면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이 맬컴 글래드웰의 오디오북을 들으며 조깅을 하다가 결말이 궁금해 1.6㎞를 더 뛰었다는 에피소드,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CO)인 셰릴 샌드버그가 여전히 종이책의 귀퉁이를 접어 가며 독서하는 걸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대목, 가수 스팅이 자신이 물욕을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물건이 책이며 절대로 남에게 빌려주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장면 등이 인상적이었다. 고백건대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요즘에는 집중도가 점점 더 떨어져 책 한 권을 떼기가 쉽지 않다. 침대 옆 탁자에 10여권의 책을 쌓아 두긴 했으나 잠들기 직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 건 책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다. 손바닥만 한 화면으로는 긴 글을 읽기 힘드니 뉴스 기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신변잡기성 짧은 글들을 주로 읽는데 그런 글에 익숙해지다 보니 점점 긴 글을 읽기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물론 핑계다.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수백 가지라면 책을 읽지 못하는 데 대한 변명은 그 보다 수십 배는 되리라는 것쯤 누가 모르랴.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성인이 열 명 중 세 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국민독서실태 조사에서다. 지난 1년간 교과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일반 도서를 종이책으로 읽은 성인의 비율인 연평균 독서율이 65.3%로 직전 조사 연도인 2013년의 71.4%에 비해 6.1% 포인트 하락했다. 문체부가 국민 도서 실태조사를 시작한 199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런 통계는 나올 때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뜨끔하다. 그나마 책 읽는 성인을 기준으로만 비교했을 때 연평균 독서량은 14.0권으로 2013년 12.9권보다 늘어났다는 것을 위안 삼아야 할까. 얼마 전 만난 한 중견 출판사 대표는 지난해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종이책 수요가 줄어들더라도 전자책 매출이 늘어나면 다행일 텐데 그런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단다. 뭔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정부가 나서서 대대적인 독서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실제 2012년에 문체부가 그해를 ‘독서의 해’로 정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 1994년 이후 매년 하락세를 보이며 60%대에 머물렀던 독서율이 2013년에는 70%대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 정부는 올해 창조경제와 함께 국가 성장엔진으로 꼽은 문화융성을 위해 문화창조융합벨트의 본격적인 가동에 힘을 쏟고 있다. 창작자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물론 그 결과물을 수용할 문화 소비자들의 소양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창의적 문화의 바탕이 될 독서 문화 확산에도 정부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coral@seoul.co.kr
  • 다른 취향 같은 열정 작가의 독서

    다른 취향 같은 열정 작가의 독서

    작가의 책/패멀라 폴 지음/정혜윤 옮김/문학동네/592쪽/2만원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와 중요 인사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어떤 작가와 책에 영감을 받아 그들은 작가의 길을 택했고 성공했을까? 그리고 그들이 늘상 곁에 가깝게 두는 책은 뭘까? 대중들이 흔히 갖게 되는 의문들이다. ‘작가의 책’은 그 의문들을 콕 짚어 속 시원하게 응답해준다. 대중들의 많은 의문만큼이나 책과 관련된 작가, 유명인의 사연도 다양하다. 뉴욕타임스가 매주 일요일 발행하는 서평 잡지 ‘뉴욕 타임스 북 리뷰’에 실렸던 작가 인터뷰 중 요즘 가장 사랑받는다는 55인을 추려 묶은 책. 소설가 등 작가가 대부분이지만 과학자, 배우, 뮤지션 등 논픽션 작가도 눈에 띈다. ‘작가가 애착을 보이는 책들은 지면에 드러나지 않는 그의 생각이나 문학적 취향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창이다.’ 법정 스릴러의 대가인 스콧 터로가 추천사에 쓴 것처럼 대중들은 작가의 창작 비법보다는 그들이 읽는 책을 훨씬 더 궁금해한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책 속의 질문은 다양하지만, 역시 ‘그들은 무슨 책을 가장 사랑했고’, ‘그들을 어떻게 유명 작가와 성공 인생으로 이끌었는지’를 묻는 질문과 그에 대한 응답이 가장 눈길을 끈다.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읽지 않았다면 나의 첫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쓸 수 없었을 것이다.”(알랭 드 보통) “어린 시절 매들렌 렝글의 ‘시간의 주름’을 읽고 이야기의 마술과 인쇄된 단어의 힘을 인식하게 되었다.”(댄 브라운) “앨리스 먼로의 단편을 읽을 때마다 인생을 다 살아버린 것 같은 느낌에 그냥 바닥에 드러누워 죽고 싶었다.”(제프리 유제니디스) 작가가 좋아하는 취향도 각양각색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단 대부분의 작가가 한 번이라도 만나보고 싶은 작가,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책으로 가장 많이 택한 작가로 셰익스피어를 꼽고 있다는 것이다. 이언 매큐언은 “‘햄릿’에서 인간 묘사에 대한 일종의 도약이 이뤄졌고 그로 인해 인간의 내적 삶이 우리의 숙고 대상이 되었다”고까지 평한다. 그런가 하면 동일한 책이나 작가에 대해서 정반대의 반응이 적지 않게 등장하는 점도 눈에 띈다. 많은 작가들이 찬탄하는 헤밍웨이를 놓고 존 어빙은 이렇게 열을 올린다. “그의 문장은 광고 문구로 써도 될 만큼 짧고 단순하다. 그의 모든 책은 과대평가되었다.” 이것 말고도 포기한 책과 남몰래 즐기는 책이나 대통령에게 권하고픈 책에 얽힌 사연도 흥미롭다. 이런 에피소드들을 가볍게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작가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악착같은 열정으로 읽어내는 ‘독서의 열정’이다. 조이스 캐럴 오츠는 전화 수화기에서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안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동안에조차 책을 집어든다. 댄 브라운은 맬컴 글래드웰의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며 조깅을 하다가 뒷이야기가 궁금해 1.6㎞를 더 달린다. 책이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작은 정보들의 집합은 이렇게 매듭지어지는 듯하다. “작가들이 독서를 통해 받은 지적인 충격과 영감은 결국 그들의 독특한 관심과 창작론의 바탕이 된다.” 실제로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파고드는 작가인 조이스 캐럴 오츠는 “나의 모든 작품에 ‘한 방울의 유머’를 몰래 심어놓으려고 노력한다”고 창작 지론을 털어놓고 있는가 하면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창래는 “절망적일 정도로 소외되어 있지만 늘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고 싶은 갈망에 사로잡힌 인물을 찾는다”고 밝히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SF 상상력에 ‘인간의 사랑’ 더하다

    SF 상상력에 ‘인간의 사랑’ 더하다

    “작가로서 과대평가받고, 엄마로서 힘겨워하며, 까마득한 낙차와 분열을 매일 느끼면서 썼다.” 세 번째 소설집을 들고 돌아온 윤이형(40) 작가의 고백이다. ‘과대평가’라며 손을 내저었지만 5년 만에 펴낸 새 소설집 ‘러브 레플리카’(문학동네)에서도 그 특유의 정교한 상상력, 무게 있는 현실 인식은 건재하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발표한 8편의 단편소설에서 작가는 인간다운 삶이 불가능한, 폭력적이고 가망 없는 세계를 자주 구축한다. 장기인 SF적 상상력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노련하게 허물며 또 다른 배경과 인물을 만들어낸다. 국내 문단에서 그의 존재감이 남다른 무게를 갖는 것도 이 지점이다. ‘대니’에서는 스물네 살의 안드로이드 베이비시터 로봇 대니가 등장한다. 보육교사들이 유치원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아이들과 교사들이 무참히 희생된 이후 미국에서 제작된 육아 로봇이다. 대니는 손자를 돌보는 고된 노동 속에 ‘매일 삶는 거즈 손수건처럼 하얗게 바짝 말라 귀퉁이마다 파삭거리는 존재’(35쪽)가 된 예순아홉의 ‘나’를 처음으로 사람답게 하는 ‘온기’를 전해준다. ‘굿바이’에서는 자신의 몸은 얼음 속에 재워두고 전자뇌를 심은 기계의 몸이 되어 화성으로 떠나는 인류를 그린다. 자본주의의 폐해에서 벗어나 ‘어떤 생명도 착취하지 않으면서 사는 삶’(54쪽)을 살기 위해, ‘지구에서 더이상 인간으로 살 수 없어 극단을 택한 사람들’(70쪽)이다. 어른들이 사라진 세계에서 아이들은 힘겹게 어른의 삶을 수습하고 이어가는가 하면(‘핍’), 행성 개발 사업에 고용돼 별의 원래 주인을 몰아내는 일에 연루되기도 한다(‘캠프 루비에 있었다’). 달라졌다면 인간 내면의 사소한 풍경을 더 오래, 끈길기게 응시한다는 것. 작가는 이를 두고 “예전엔 누구를 좋아한다거나 나이를 먹어서 쓸쓸하다거나 하는 사소한 감정을 쓰는 걸 두려워했다. 스스로 너무 사소하고 하찮아질까 봐서였다. 하지만 그게 실은 사람에게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변화를 짚었다. 그의 소설에서 사건들은 대개 전모를 밝히지 않은 채 ‘봉인’된다. 하지만 독자들은 미궁에 빠진 사건을 따져묻기보다는 형편을 미루어 짐작하는 쪽을 택한다. 그렇게 봉인된 순간, ‘나’와 ‘당신’이 교감했던 순간에서 윤이형 소설의 의미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그 관계가 “사랑이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한 감정”, 혹은 종내에는 파국일지라도, ‘나’와 ‘당신’이 포개졌던 순간이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삶을 견딜 힘을 얻는다. ‘언제부턴가 핍은 자신과 얀이 오직 두 명만으로 이루어진 극단의 배우들이라고 생각했다. 한 명이 떠나면 곧바로 무너져버리는 극단. 두 사람이 공유하는 기억을 제외하면 관객이라고는 없는 단출한 무대와 그 위 여기저기 조악한 농담처럼 뿌려진 무대 장치들.’(200쪽)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올해 출판·문학 키워드는 불안·변화

    올해 출판·문학 키워드는 불안·변화

    올해 출판·문학계의 화두는 불안과 변화였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프랑스 테러, 청년 실업난과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등은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 ‘미움받을 용기’를 국내 최장기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렸다. 신경숙과 박민규 등 인기 작가의 표절 파문은 한국 문학의 폐쇄성을 부각시키며 문학 권력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됐고, 올 3분기 가구당 서적 구입비는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출판계의 불황을 드러냈다. 신경숙 표절 논란·문예지 세대교체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은 지난 6월 소설가 이응준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신경숙의 단편 ‘전설’ 일부가 일본 극우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논란은 단순히 표절 여부에만 그치지 않고 ‘전설’이 수록된 단편집을 낸 창비를 비롯해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등 3대 출판사의 문학권력 논쟁으로까지 번졌고, 결국 3대 문예지의 세대교체를 앞당겼다. ‘문학동네’, ‘창작과비평’(‘창비’), ‘문학과사회’의 기존 편집인들이 물러나고 내년부터 새 인물들이 편집을 맡는다. 문학계 안팎에선 내년 새 편집진이 내놓을 결과물을 봐야 세대교체의 의미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영원한 동지는 없다… 김영사 내분 ‘기획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은주 전 김영사 대표와 김강유 회장 간 첨예한 법정 공방도 주목받았다. 특히 국내 대표적인 출판사로 돈과 경영권, 종교 문제가 얽힌 갈등으로 비쳐지면서 출판계 전체에 대한 이미지 훼손 우려도 컸다. 박 전 대표는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후 김 회장을 353억원 규모의 업무상 횡령, 배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김영사는 박 전 대표가 부정한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 지난해부터 감사를 했다고 반박했다. 김 회장은 검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된 후 김영사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도서정가제와 출판 시장 침체 출판계의 과도한 할인 경쟁을 막고 중소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할인 폭을 15%로 제한한 도서정가제는 지난해 11월 도입됐다. 책값 인하 효과와 함께 동네 서점의 경쟁력이 확보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출판 시장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5년 3분기 출판사업 지표 잠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1만 6752원으로,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역대 3분기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서 인구가 크게 줄어든 데는 스마트폰 확산과 청년층의 취업난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불안한 사회… 심리학 뜨고, 소설 지고 올 한 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에서 최장기 베스트셀러 신기록을 모두 경신한 책은 일본 철학자 겸 작가인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다. 책이 출간될 때까지 인기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출판계에서는 1년 내내 화제에 올랐다.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인 알프레드 아들러의 이론을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를 통해 소개한 이 책은 국내에 아들러 심리학 열풍도 불렀다.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가 쓴 책만 총 14종이 출간됐다. 상대적으로 한국 문학, 특히 소설은 크게 부진했다. 올해 종합 순위 100위권 도서 중 소설 분야가 27종에서 20종으로 대폭 줄었다. 교보문고 판매액 기준으로 소설 분야는 16.4% 감소하며 인문 분야에 단행본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뻔한 교훈 말고 ‘진짜 청소년 고민’ 읽고 싶다면

    뻔한 교훈 말고 ‘진짜 청소년 고민’ 읽고 싶다면

    청소년들의 불안과 고민을 구성하는 주요 화두를 소설화한 ‘청소년 테마 소설’이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나란히 나왔다. 각각 일곱 명의 작가들이 정체성과 중독을 주제로 쓴 단편소설들을 묶은 ‘존재의 아우성’과 ‘중독의 농도’다. ‘존재의 아우성’은 매 순간 흔들리기도, 의식의 저편으로 숨어 버리기도 하는 정체성을 탐구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 등 청소년들이 소외된 존재, 기계화된 존재가 아니라 진정한 삶의 주인이 돼 살아갈 수 있도록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중독의 농도’는 중독이란 무엇인지, 중독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파고들었다. 나를 즐겁게 하는 대상과 나 자신 사이의 적절한 거리와 균형을 유지하게 하고, 주체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유영진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는 “‘청소년 테마 소설’ 작품들은 청소년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교훈을 전해 주려 하지 않는다”며 “청소년들이 고민하고 있거나 앞으로 마주하게 될 문제들이 우리 삶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세심히 짚고, 과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묻고 있다”고 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응답하는 사회학(정수복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명분 아래 전공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각종 수치와 이론으로 가득한 논문을 쓰는 사회학을 거부한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사회·시대와 소통하며 인문학, 문학, 예술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사회학을 주창하고 있다. 510쪽. 2만 3000원. 거룩한 술꾼의 전설(요제프 로트 지음, 파블로 아울라델 그림, 김재혁 옮김, 책세상 펴냄) 삶의 힘겨움을 술로 달래며 구원을 찾아 길을 헤매는 한 남자의 애환과 소망을 담은 단편소설이다. 요제프 로트는 오스트리아가 낳은 위대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실제 열렬한 애주가로 유명하다. 100쪽. 1만 1800원.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정지우 지음, 우연의바다 펴냄) 여행에 대한 사유를 담은 인문학 책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에서,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겪고 느끼는 여행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대답, 성찰을 담고 있다. 248쪽. 1만 4500원. 모두가 행복할 권리 인권(바바라 피크자·도라 씨스니 글, 티보르 카르파티 그림, 권양희 옮김, 봄볕 펴냄) 세계장애인권리협약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며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의 내용을 돌아본다. 80쪽. 1만 2000원. 지붕 밑의 세계사(이영숙 지음, 창비 펴냄) ‘식탁 위의 세계사’, ‘옷장 속의 세계사’에 이어 의식주 세계사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 서재, 다락방, 욕실, 발코니 등 집 안 여러 공간이 품고 있는 세계사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216쪽. 1만 1000원. 오필리아와 마법의 겨울(캐런 폭스리 지음, 정회성 옮김, 비룡소 펴냄)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현대를 배경으로 가슴 저미는 독창적인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지난해 영미권에서 출간되자마자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292쪽. 1만 3000원. 아무래도 수상해(함기석 지음, 토끼도둑 그림, 문학동네 펴냄) 수학 교사 경력을 토대로 쓴 첫 동시집 ‘숫자 벌레’ 이후 4년 만에 나온 시인의 신작 동시집.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맛, 가장 긍정적이고 근원적인 속 깊은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다. 120쪽. 1만 500원.
  • 佛 문학 번역자의 알찬 후기

    佛 문학 번역자의 알찬 후기

    프랑스 문학을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고, 공부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긴요한 책이 나왔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 김화영(74) 고려대 명예교수의 ‘김화영의 번역수첩’(문학동네)이다. ‘김화영의 번역수첩’은 김 교수가 1974년부터 지난해까지 40년간 매진한 프랑스 문학과 문화에 대한 번역서들의 역자 후기를 모았다. 김 교수는 오랜 세월에 걸쳐 쓴 역자 후기들 중 대부분을 버리고 글 자체의 가치나 흥미보다는 번역의 대상이 된 책의 성격이나 가치를 고려해 42편을 추렸다. 그는 “한 권의 책을 번역하는 오랫동안의 수고가 끝나면 완주지점에 어렵게 도착한 마라톤 선수에게 한 바퀴만 더 돌고 오라는 주문처럼 또 하나의 고단한 일이 눈앞에 놓인다. 바로 역자 후기라는 글쓰기 주문”이라며 “여기 묶은 글들은 지치고 지친 마라톤 주자가 마지막 남은 기운을 긁어모아 단내 나는 호흡으로 추가하여 질주한 한 바퀴의 기록들”이라고 소개했다. 출판사 측은 “김 교수의 첫 번역 작품은 1969년 르 클레지오의 산문 ‘침묵’이지만 그의 작품이 책이라는 개인 소유물로 우리 손에 들어온 것은 1974년부터였다”며 “편의상 그의 번역 시작을 1974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김 교수가 발견한 작가와 작품의 역자 후기를 모았다. 파트리크 모디아노, 미셸 투르니에, 크리스토프 바타유, 르 클레지오, 자크 프레베르, 로맹 가리, 파스칼 자르댕, 실비 제르맹 등 그가 소개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거나 뒤늦게 접했을 작가들과 그 작품이 수두룩하다. 2부는 알베르 카뮈, 장 그리니에, 귀스타브 플로베르, 앙드레 지드, 장 지오노 등 그의 번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가와 작품을, 3부는 프랑스 문학과 프랑스 문화를 깊이 읽을 수 있는 텍스트들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누가 시켜서 하는 번역, 의뢰받은 번역은 절대 하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읽고 번역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끓었던 작품들만 우리말로 풀어냈다. 그는 “번역은 나의 생계 수단이 아니므로 내게 즐거움을 주는 텍스트, 나에게 의미 있는 책만을 골라 번역하기로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번역 소개하기로 선택한 책과 그 저자의 목록만으로도 나의 ‘개성’의 한 표현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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