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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꽂이]

    미세먼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김동식·반기성 지음, 프리스마 펴냄) 민간 날씨정보회사 케이웨더의 CEO와 날씨 예보관이 쓴 미세먼지 이야기. 발생 원인과 심각성, 국내 오염도 현황,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 등을 담았다. 저자들은 “미세먼지를 저감해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92쪽. 2만 2000원.노무현 대통령의 지붕 낮은 집(노무현재단 엮음·펴냄) 고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생활하던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 주택을 기록한 책. 귀향 결심부터 집터를 정하던 과정, 정기용 건축가와의 만남과 설계, 입주와 일상, 지난해 5월 시민 개방에 이르기까지 10여년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펼쳐진다. 264쪽. 2만 8000원.배드 블러드(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집에서 피 한 방울만 뽑으면 수백가지 건강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사람들을 현혹시켰던 미국 실리콘밸리 사상 최대의 사기극 ‘테라노스’ 사건. 퓰리처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존 캐리루가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468쪽. 1만 6000원.나의 마지막은, 여름(안 베르 지음, 이세진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존엄사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존엄사 합법화를 위해 생의 마지막을 바친 작가 안 베르. 59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완성함으로써 전 세계를 슬픔에 빠뜨린 작가가 마지막으로 맞이한 봄과 여름의 풍경을 담았다. 156쪽. 1만 2800원.디저트의 모험(제리 퀸지오 지음, 박설영 옮김, 프시케의숲 펴냄) 식욕 중의 식욕이라는 달콤함을 가장 집약적으로 구현해놓은 ‘궁극의 미식’ 디저트. 다채로운 디저트들의 기원과 진화과정, 조리도구부터 시대별 코스, 아이스크림·초콜릿·젤리 등이 대중적인 디저트로 자리잡기까지의 역사를 음식 전문 저술가인 저자가 차려냈다. 316쪽. 1만 6800원.셀린(피터 헬러 지음, 김선형 옮김, 문학동네 펴냄) 첫 소설 ‘도그스타’로 주목받은 피터 헬러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그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탐정소설. 작가는 특유의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와 섬세하고 풍부한 묘사를 장르적 요소와 결합해 자신만의 특별한 탐정소설을 탄생시켰다. 화려하고 강력한 매력의 ‘할머니 탐정’ 셀린이 독자를 매료시킨다. 488쪽. 1만 5500원.
  • 티격태격 킬러 형제, 그 뒤의 인간미

    티격태격 킬러 형제, 그 뒤의 인간미

    시스터스 브라더스/ 패트릭 드윗 지음/김시현 옮김/문학동네/368쪽/1만 4000원 ‘시스터스 브라더스.’ 제목이 갸웃할 만한데 이 형제 성이 ‘시스터스’다. 1951년 골드러시의 광기로 들끓는 미국 서부에서 각종 청부업으로 생계를 꾸려 가는 찰리 시스터스와 일라이 시스터스 얘기다. ‘시스터스 브라더스’는 북미 문학계를 대표하는 차세대 작가 패트릭 드윗의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캐나다 최고 권위의 문학상 총독문학상을 비롯해 캐나다 작가협회상을 수상하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킬러인 시스터스 형제는 ‘제독’으로 불리는 고용주의 재산을 빼돌린 금 채굴꾼 허먼 커밋 웜을 찾아내 죽이라는 의뢰를 받고, 서부 해안을 따라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막상 이 형제는 쿵짝이 잘 맞는 한 쌍이 아니다. 얼른 이 바닥을 정리하고 평화로운 새 삶을 시작하고 싶은 일라이는 다혈질에 주정뱅이면서 제독에게는 유독 충성하는 형 찰리가 못마땅하다. 책이 뻔한 스토리의 여타 서부극과 달리 느껴지는 까닭은 현대적인 블랙 유머가 돋보이는 대사와 입체적인 인물들의 성격 덕분이다. 일라이는 험상궂은 겉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감상적이고, 하는 짓은 무자비할지라도 나름의 윤리관에 따라 행동한다. 사색적이다 못해 때로 과할 만큼 로맨틱해지는 그는 자칫 좌충우돌 모험담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의 감정선을 잘 잡아 준다. 티격태격하면서도 결정적 순간에 하나로 뭉치는 이 형제의 인간미에는 절로 응원을 보내게 된다. 책은 지난해 프랑스 출신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영화로 제작돼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장면 장면, 딱 서부 영화의 한 컷이라 느껴지면서도, 또 영화로는 느끼지 못할 글맛이 있다. ‘이 흐르는 강물 같은 좋은 경치가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달래줄 뿐만 아니라 황금빛 부를 선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대지 자체가 나를 보살피고, 나를 아껴 준다는 생각. 골드러시로 알려진 현상을 둘러싼 히스테리의 근원에는 바로 이런 생각이 자리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적인 탕아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보자.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문화마당] 출판의 미래… ‘연결’/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출판의 미래… ‘연결’/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디지털 경제에서 우리는 자신이 일하는 영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초예측’(웅진지식하우스)에서 프랑스의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이 한 말이다. 일반적으로 ‘규모의 경제’는 물리적 재화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정의한다. 대량생산을 통해 생산원가를 낮추고 대량소비를 통해 가격을 파괴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이롭게 하는 자본주의 경제 작동 원리다. “재벌이라도 출판을 잘할 수는 없어. 출판은 돈으로 하는 게 아니야.” 고(故) 박맹호 민음사 회장은 늘 말하곤 했다. 출판은 태생적으로 소수 미디어다. 책엔 분명히 수백만명에게 영향을 줘 사회혁명을 일으킬 정도의 힘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수천명 정도의 독자가 만족하는 것으로 운명을 다한다. 이런 환경에선 규모나 협업보다는 변화하는 세상에 적절히 반응하는 예민함이 출판의 진정한 가치를 이룬다. 교과서, 학습지, 전집 출판사 등 ‘규모의 경제’를 적용할 만한 몇몇 영역을 제외하면 출판사 전체가 중소기업 규모를 벗어나기 힘든 이유다. 국내 최대 단행본 출판그룹이라 해도 한 해 매출액이 고작 400억원 내외에 불과해 다른 제조업 규모로 보면 중기업에도 속하지 못할 정도가 아닌가. 다품종 소량생산. 이것이 출판의 눈부신 자부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어려웠기에 신문이나 방송 등과 달리 출판은 소수의 독자만 존재하는 책에도 기꺼이 자본과 노동을 투자했고, 공적 담론으로서의 건강성을 담보하는 편집의 힘을 유지하면서 표현의 자유도 한껏 떠받치는 ‘책의 다양성’을 확보해 왔다. 그런데 인간과 인간을, 인간과 사물을, 즉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데 들이는 비용이 파격적으로 낮아지는 초연결사회에서는 지금껏 상상할 수 없었던 곳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출현하고, 이를 실행하는 단위도 집단에서 개인으로 줄어든다. 출판 영역도 이를 피할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연결가치’를 확보하기만 하면 일인 미디어가 매스미디어를 능가하고 독립출판이 전문출판을 압도하는 현상이 언제든 일어난다. 지난 몇 해 동안의 베스트셀러들이 이를 증언한다. 2015년에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2016년에는 ‘초판본 진달래꽃’이, 2017년에는 ‘언어의 온도’가, 2018년에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이 출판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종이책, 서점, 도서관 등으로 이루어진 출판 유통 환경에서는 발견되지도, 도달할 수도, 소통시킬 수도 없던 독자들이 디지털 정보기술을 통해 연결되면서 저절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한 것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텀블벅 등 소셜네트워크 도구나, 관심의 사회적 무게 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정체성 가치를 표현할 소소한 기회면 충분하다. 이에 따라 요즘 출판계에서는 팬덤에 기반을 두고 스몰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거나 이를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는 출판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요다는 ‘판타지 유니버스 창작 가이드’를 텀블벅에서 펀딩 중인데,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목표 금액 500만원을 넘겨 현재 6778만 5500원을 모았다. 인쇄하기도 전에 4만원짜리 책을 3000부가량 판매한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문학동네)의 작가 이슬아는 학자금 대출 2500만원을 갚으려고 월 1만원에 전자우편으로 매일 에세이를 보내 주는 ‘일간 이슬아’를 시작했는데, 구독자가 수천명에 이른다. 이 에세이들을 책으로 묶어 ‘일간 이슬아’를 독립출판했는데, 현재까지 5000부나 팔렸다. 초연결사회에서는 누구나 규모의 경제를 시도할 수 있다. 연결의 규모가 생기면 생산의 규모는 저절로 이룩된다. 독자와 연결돼 있다면 무엇이 두렵겠는가. 출판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 부스스한 머리·맨발의 과학자, 자유로운 일상이 빚어낸 천재성

    부스스한 머리·맨발의 과학자, 자유로운 일상이 빚어낸 천재성

    아인슈타인은 왜 양말을 신지 않았을까/크리스티안 안코비치 지음/이기숙 옮김/문학동네/384쪽/1만 5500원 ‘정신은 신체 없이도 훌륭하게 유지되며 자신과 세계에 대해 혼자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이 주장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명제의 바탕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신은 신체가 없어도 가능하다’는 ‘뇌 중심적 자아상’은 거의 퇴색했다. 거꾸로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 깃든다’는 식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책도 뇌가 몸과 사고를 지배한다는 뇌 우위설(說)을 각종 실험과 문헌을 들어 조목조목 뒤집는다. ‘천재 중의 천재’라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대표적인 전복의 사례다. 아인슈타인 사후 학계는 빼어난 천재성과 창의력을 규명하기 위해 그의 뇌를 세밀히 연구해 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까지 발견된 특별한 구석은 없다. 오히려 평범한 남자의 뇌보다 145g 정도 가벼웠다. 저자는 몸과 일상생활 중심의 아인슈타인을 파고든다. 아무렇게나 입는 옷과 항상 에부수수한 머리, 그리고 거의 신지 않는 양말….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특별한 뇌가 아니라 관습과 틀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에서 찾아진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양말’이 아니더라도 몸 자세와 환경이 정신을 좌우함은 여러 실험을 통해 굳어진 사실이다. 오른손을 오므려 주먹을 쥐거나 잠깐 산책하면 새로운 것을 더 쉽게 배우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손짓, 몸짓을 분명하게 해주면 말을 더 빨리 배운다. 천장이 높은 공간에서 일하면 더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하며 따뜻한 음료가 든 찻잔을 들고 대화를 나누면 서로의 호감도가 금방 올라간다. ‘사소하지 않은 행동들의 결코 사소하지 않은 힘’이라는 책의 부제 그대로 창의력, 사고력을 포함한 모든 감정과 기분은 머리와 마음이 아니라 몸의 문제다. 과대평가된 머리와 과소평가된 몸을 파헤친 저자는 선승의 화두 같은 말을 던진다. “모든 것은 모든 것과 연관을 맺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사람이 어렵고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죽은 시인이 남긴 울림

    사람이 어렵고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죽은 시인이 남긴 울림

    ‘연인들은 부지런히…’ ‘착한 사람이…’ 등 꽃잎으로 산화한 그의 심장 같은 시편들꼬박 50년 인생을 살았던 시인은 살아생전 부지런히 죽음에 관한 시어를 골랐다. 그랬던 그가 가기 직전 그러쥔 것은 사랑과 이별이었다.지난해 2월 3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뜬 박서영(사진 왼쪽·1968~2018) 시인 1주기를 맞아 시집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사진 가운데·문학동네),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사진 오른쪽·걷는사람) 등 유고 시집 2권과 2006년 출간됐다 절판된 첫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걷는사람) 등이다. 1995년 ‘현대시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한 박 시인은 첫 시집 때부터 ‘죽음으로 가득 찬 시 세계’에 천착했다. 경남 고성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마을 주변에 널린 수많은 무덤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유족, 지인들이 모은 원고에 문예지 등에 발표됐던 시를 모은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에서 시인은 ‘나는 흰 사람처럼 서 있다/노란 국화꽃 화분을 들고 서 있다/애도할 무언가 있는 것처럼 서 있다/수많은 의자를 배경으로 둔 채/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 있다’.(‘기다리는 사람’) 시인의 병은 완치 후 재발이라는 과정을 겪었고, 상황이 악화됐던 그 1년 새 저간의 사정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김경복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박서영이 홀로 죽음을 맞기까지 가졌을 내면의 풍경을 짐작해 보는 것은 안타깝다 못해 섬한 느낌”이라고 했다. ‘어머니에겐 미리 말하는 게 좋을 뻔했어요/주치의가 말했다 나는 그날 이후 주치의를 바꾸었다.’(‘연인들’) 시인이 차마 제목을 붙이지 못한 원고 몇 편은 시의 마지막 구절을 제목으로 했다. 또 다른 유고시집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노래다. 사랑은 나와 너의 사랑이기도 하고 생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고 스러져가는 몸뚱어리에 대한 사랑 같기도 하다. 나는 너가 아니고, 너도 내가 아니어서 생기는 필연적인 오해와 헤어짐에 관한 한 이 시집처럼 지극할 수가 없다.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할 때 우리는 등을 돌렸다. 이제 내 몸에서 돋아나는 그림자를 이해하기 위해 계절의 밤을 다 소비해야 한다. 우리의 그림자는 한패가 아니다. 그림자는 암호처럼 커진다. (중략) 우리는 오로지 나였을 한 사람과, 너였을 한 사람이 되기 위해 붙어 있다.’ (‘홀수의 방’) 장석주 시인은 발문에서 말한다. ‘사랑은 부재하는 것과 현존하는 것을 그러쥐려는 욕망이고, 그 욕망은 불가사의한 영역에 속한다.’(106쪽) 사람이 어렵고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 큰 해답이 되어 줄 시집이라는 출판사 측 설명이 이해가 된다. ‘관 뚜껑이 열리듯 꽃이 피면/내 몸은 쫙쫙 찢어진 꽃잎이 된다’고 첫 시집의 표제작에서 시인은 말했다. 꽃잎으로 산화한 시인의 마지막 심장 같은 시편들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젊은 시인들아,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詩를 쓰자”

    “젊은 시인들아,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詩를 쓰자”

    “후배들 언어 유희로 난해한 망상만 가득 필 오면 끄적이지 말고 24시간 몰두해야”“좋은 시인가 아닌가 아는 방법이 있어요. 시 쓰면서 우는 거예요. 대상하고 교감이 완벽하게 이뤄지면 그 동질감 속에서 눈물이 나오는 거죠.” 시 ‘사평역에서’를 쓴 ‘아기 참새 찌꾸’ 아빠, 곽재구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을 냈다.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문학동네)다. 지난 28일 전화로 만난 시인은 “내 시가 좋다는 말은 아니지만 동화 ‘아기 참새 찌꾸’의 마침표를 찍을 때, 이번 시집을 쓸 때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73편의 미발표시들로 빼곡히 채운 시집은 시인이 자신의 터전인 전남 순천의 샛강 동천을 걸으며 나왔다. ‘평생 강물의 노래를 들었으나/자신의 노래를 부른 적 없는 이가 눈보라를 맞는다/피아노의 검은 건반이 하얀 눈보라 속에 묻힌다’(‘징검다리’), ‘물고기 두 마리/입맞춤하네/가을에 사랑하다 헤어지면 봄 온다네’(‘나와 물고기와 저녁노을’) 등이 다 그렇게 나왔다. 일곱 번째 시집 ‘와온 바다’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생명력, 삶에의 거룩함은 신작에서도 그대로다. ‘니 좋으면 나 좋으니/나한테 더 좋은 일인지도 모르겄다/이번 달 시급 만 원 계산했다/새 정부에서 2020년부터 시행할 모양인데/힘들어도 함께 힘든 게 낫지 않겄냐?’는 삼겹살집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난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시를 쓸 거예요’라는 점원의 다짐으로 돌아오는 식이다.(‘라면 먹는 밤-성래에게’) “강은 쉽게 말하면 한반도, 착한 물고기들은 반도 안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 푸른 용은 반도와 사람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는 에너지예요. 촛불집회하는 사람들 모습도 다 착한 물고기 속에 들어 있는 거죠.”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올해로 39년차인 시인. 그는 이번 시집에서 처음 시 쓰던 때, 도서관에서 윤동주 시집을 훔치던 때로 돌아갔다. ‘도서관에서/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초판본을 훔쳤지/(중략)/당신만큼 쓸쓸하고 순정한 시를 쓰리라 혼자 다짐했네.’(‘고교 1학년’) 초심을 되새긴 것이냐는 질문에 뜻밖의 날 선 대답이 돌아왔다. “방금 초심 이야기를 했는데, 저도 인제 우리 나이로 6학년 6반이에요. 근데 우리나라 시가 너무 자잘해요. 젊은 친구들 쓰는 시가 비전도 없고, 언어 유희에다가 난해한 망상들을 집어넣고…, 진정성이 없어요.” 순천대 문예창작학과에서 19년째 시를 가르치고 있는 시인은 ‘신인상 당선작에서 쓰레기 냄새가 난다’(‘물고기와 나’)고까지 썼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시인이라면 모름지기 하루 24시간을 시에 몰두해야 한다는 거다. 잠자다 꾸는 꿈에서까지.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하면 꿈에 나와요. 무의식 세계하고 현실 세계의 경계에 있는 게 꿈이에요. 꿈이라는 일주문을 들어가야지 미지의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거죠. 일주일에 하루, 뭔가 ‘필’이 오면 끄적끄적 쓰고 시라고 발표하는 거, 그건 시가 아니에요.” 하루 열 편씩 쓰겠다는 초심을 지금도 이어 나가는 시인이다. “방탄소년단도 분명히 꿈에서 춤추고 노래할 것”이라고 덧붙인 시인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 말은 다 틀린 것”이라며 ‘허허’ 웃었다. 시어에 김소월과 윤동주가, 해설 대신 직접 쓴 산문에는 정지용, 백석 등 먼저 간 선배 시인들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는 백석의 시를 일컬어 ‘번역이 불가한 도저한 조선의 시’, 김소월은 ‘눈보라 날리는 날 배고픈 내 손에 쥐여 준 따뜻한 고구마’, 윤동주는 ‘극한 상황에서도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이라고 적었다. “이 시집을 낸 의미 중 하나가 ‘젊은 시인들아, 좋은 시 좀 쓰고 살자’ 하는 겁니다. 한반도 미래를 위해서도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거밖에 없어요.” 시인이 말하는 좋은 시란 ‘쉽고 깊고 따뜻한 것’이다. 아주 쉬운 언어로 깊은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커튼에 햇살 비치는 무늬만 봐도 시를 떠올린다는, 39년차 순정한 시심(詩心)이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예비 초등생, 40분 책상에 앉기·준비물 챙기기 연습부터 시작해요

    예비 초등생, 40분 책상에 앉기·준비물 챙기기 연습부터 시작해요

    학습 성취도보다 바른 습관 형성이 중요 연필 쥐기·앉는 자세·독서 습관 지도를 한글 자주 보여줘 익숙하게 만들어주고 숫자는 1~100 셀 수 있게 기초 잡아줘야한 달여 뒤면 초등학생이 되는 아이들의 ‘학습 진도’는 천차만별이다. 두 자릿수 덧셈과 뺄셈, 심지어 한자와 영어까지 공부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한글조차 떼지 못한 아이도 있다. 혼자서 책을 10권 이상 읽는 아이가 있는 한편 활동량이 넘쳐 책상 앞에서 10분 이상 집중하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내 자녀가 다른 아이들보다 학습 진도가 뒤처졌다는 생각에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학습 진도보다 학습 습관이 중요한 시기다. 학교 공부에 재미를 느끼도록 기본적인 습관을 미리 잡아 주면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갖고 적응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초등학교 1학년은 한글을 전혀 모른다는 전제하에 학교에서 연필 잡기부터 시작해 자음과 모음, 받침 등을 차근차근 배운다. 아이가 한글을 전혀 쓰지 못한다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을 반드시 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해 3월 아이스크림에듀에서 전국 초등학생 학부모 9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 학습 정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1.8%는 “한글을 읽고 쓸 수 있어야 한다”, 23.3%는 “반드시 떼야 한다”고 응답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가정에서 한글을 가르치고자 한다면 평소에 한글을 자주 보여 줘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공룡, 자동차 등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한글로 써 주면서 관심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가 이미 한글에 익숙하다면 받아쓰기를 통해 쓰기 능력을 키워 줄 수 있다. 숫자는 기초를 잡아 줄 필요가 있다. 초등 1학년은 1에서 100까지 수를 셀 수 있어야 한다. “1=일=하나”라는 등식을 이해하고 숫자를 순서에 맞게 쓸 수 있도록 지도해 주면 좋다. 숫자 5를 2와 3으로 가르고, 1과 3을 4로 모으는 등 ‘수 가르기·모으기’를 연습시키면 입학 후 연산 학습에 도움이 된다. 최형순 아이스크림에듀 초등학습연구소장은 “학습 습관이 바르게 잡혀 있지 않은 아이는 수업 시간에 적응하기 어려워하고 이는 성적 저하로 이어진다”면서 학습 성취도보다 학습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학교 수업 시간인 40분 동안 책상 앞에 앉아있기, 연필을 바르게 쥐고 쓰기, 준비물 스스로 챙기기 등 기본적인 습관을 잡아주는 게 한글 떼기 같은 학습 진도보다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40분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건 힘든 일이다. 지금껏 방바닥 위에 상을 펴고 공부해 왔다면 편안한 의자와 책상을 마련해 차분히 앉아 있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처음에는 다양한 활동을 연이어 하면서 40분을 채우고, 활동 개수를 줄여 나가며 한 가지 활동을 40분 동안 할 수 있도록 유도해 본다. 척추측만증 예방을 위해 바르게 앉는 연습도 필요하다. 엉덩이가 의자 끝까지 들어가도록 깊숙이 당겨 앉은 후 허리와 어깨를 펴고 앉도록 한다. 아직 소근육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은 잘못된 방법으로 연필을 쥐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직접 연필을 바르게 잡는 모습을 보여 주며 함께 글쓰기나 선 긋기, 색칠하기 등을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 글쓰기를 연습할 때는 연필심이 무른 연필을 골라 아이들의 손목에 가는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 초등학교 생활 내내 반복하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과는 바로 수업 준비물 챙기기다. 자신의 물건을 챙기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아침에 교실에 들어서 오늘의 시간표에 해당하는 책과 공책, 학용품 등을 꺼내는 데에서부터 허둥지둥하게 된다. 자기 물건을 챙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자기 방 스스로 정리하기, 자기 물건에 직접 이름 적기, 물건 사용 후 제자리에 갖다 두기 등의 습관을 가정에서 미리 들일 수 있다. 입학한 뒤에는 잠자기 전 책가방을 미리 싸 두도록 지도한다. 독서는 언어 및 사고 능력과 직결된다. 하지만 독서 습관은 어려서부터 길러 주지 않으면 커서도 습관을 들이기 힘들다. 책에서 멀어진 아이라면 ‘하루 30분 독서하기’ 같은 꾸준한 독서 활동을 통해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 좋다. 이 시기에 가장 좋은 책은 교과서에 실린 책이다. ‘라면 맛있게 먹는 법’(권오삼 글·윤지회 그림, 문학동네 펴냄), ‘숨바꼭질 ㄱㄴㄷ’(김재영 글·그림, 현북스 펴냄) 등 초등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양질의 도서를 미리 읽어 보며 교과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키워 주도록 한다. 책을 읽은 뒤 아이가 자신의 감상을 스스로 표현하는 간단한 독후 활동을 진행하면 아이의 사고력을 길러 주는 데 도움이 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무거운 얘기를 무겁지 않게… 나, 또는 우리 조상에 관한 이야기

    무거운 얘기를 무겁지 않게… 나, 또는 우리 조상에 관한 이야기

    왕은 안녕하시다1·2/성석제 지음/문학동네/404·424쪽/각 1만4500원한양에서 제일가는 기생방 주인인 할머니 덕에 놀고 먹는, 장안에 호가 난 알건달에 파락호 성형. 스승의 심부름으로 우암 송시열의 동태를 살피러 갔다 들켜 개똥을 맛보는 수모를 겪는 찰나 한 비범한 꼬마로부터 은혜를 입는다. 도원결의처럼 다짜고짜 의형제를 맺자는 꼬마는 알고 보니 장차 대위를 이을 세자, 훗날 숙종이었다. 실제 그 풋내기가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자 저잣거리에서 개똥을 먹던 파락호도 졸지에 왕의 최측근이 된다. ‘왕은 안녕하시다 1·2’는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성석제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문학동네의 네이버 카페에서 전반부를 연재한 뒤 오랜 시간을 들여 후반부를 새로 쓰고 전체를 대폭 개고해 완성했다. 작가는 책 속에 자신을 대신할 입담꾼으로 ‘성형’을 등장시켰다. 왕과 의형제를 맺은 파락호라는 역할은 아래서부터 위까지 두루 살필 수 있는 ‘치트키’를 부여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 이 인물은 안 가는 곳이 없다. 당시 남인의 거두 허목의 제자였던 성형은 대전별감으로 왕의 옆을 지키며 온갖 심부름을 맡아 대신들의 동정을 살피러 나다니고, 그 와중에 달같이 어여쁜 항아를 보고 흑심을 품기도 한다. 그 항아가 훗날 사극에 두고두고 나오는 장옥정 장희빈이다.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주인공 덕에 당시 시대상을 두루 알 수 있는 게 소설의 미덕이다. TV 사극 ‘장희빈’에서는 아무래도 궁중 암투에만 포커스를 맞췄으니까. 반면 책에서는 기생방의 속사정, 남인과 서인들 대가댁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 저자의 소리까지 다 만날 수 있다. ‘무슨 옷 입는 걸 가지고 왈가왈부 저렇게 말이 많나’ 싶었던 예송 논쟁도 ‘왕위를 이어받았으되 적장자가 아닌 너를 끝끝내 인정할 수 없다’는 신권과 왕권의 대립임을 성형의 입을 통해 자연스레 접하게 된다. 어수룩한 듯 보여도 형세 판단이 빠르고, 아닌 건 아니라고 입 바른 소리를 하는 성형 덕에 일련의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다.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한 사람의 뜻이 아무리 지당하고 그가 아는 게 많다고 하여도 언제나 옳을 수는 없고. 한 사람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만인을 얻어야죠. 그러면 저절로 그 한 사람을 이기게 돼요.”(1권 171쪽) 스승에게 들은 말을 읊어 왕에게 훈계도 하는 파락호다. 소설 끝에 작가는 덧붙인다. “악습을 무너뜨리고 불합리한 체제에 균열을 낸 그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스스로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었는데, 그 후손이 바로 현재의 우리 자신이다. 결국 이 소설은 나, 또는 우리 조상에 관한 이야기다.”(2권 417쪽)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등을 기념하는 이유가 다 이런 데서 온다 싶다. 무거운 얘기를 무겁지 않게 옮겼지만 그 깊이는 가히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 성석제 이야기의 마력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장석주 지음, 문학동네 펴냄) 올해 등단 40주년을 맞는 시인의 신작 시집. 전방위 글쓰기의 선봉에 서서 다양한 장르의 글을 선보였지만 결국 그 글쓰기의 기원은 시심(詩心)에서 비롯됐다는 시인이다. ‘아내 박연준에게’라는 살뜰한 도입부에 마지막 4부는 시극으로 맺었다. 148쪽. 1만원.바다에서 본 역사(하네다 마사시 엮음, 조영헌·정순일 옮김, 민음사 펴냄) 바다를 중심으로 다시 쓴 동아시아 700년의 역사. 도쿄대 부학장인 석학 하네다 마사시를 필두로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장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스물여덟명이 참여해 육지와 동등한 역사의 공간으로서의 바다를 조망했다. 404쪽. 2만원.달을 보며 빵을 굽다(쓰마모토 구미 지음, 서현주 옮김, 더숲 펴냄) 저자는 일본의 소도시 단바에서 달의 주기에 따라 20일은 빵을 굽고 나머지 10일은 여행을 떠나는 제빵사다. 그는 여행 기간 빵에 쓰는 모든 식재료의 생산자들을 직접 만난다. 그의 사연이 TV 전파를 타면서 저자는 무려 5년을 기다려야 빵을 받아볼 수 있는 스타 제빵사로 거듭났다. 일을 지속하며 즐기는 삶, 그 조화에 관한 이야기. 212쪽. 1만 4000원.악취와 향기(알랭 코르뱅 지음, 주나미 옮김, 오롯 펴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탄생에 영향을 준 저작. 후각의 영역에서 나타난 감각의 혁명이 근대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과학과 의학, 도시계획, 공중위생, 예절규범, 건축양식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제시한다. 464쪽. 2만 5000원.문학에 뛰어든 세계사(김영진 지음, 들녘 펴냄) 고전 문학 속 영웅과 그가 활약했던 시대의 굴곡을 통해 역사를 파헤치는 저작. ‘일리아스’에서 고대 그리스 문명의 형성 과정을 살피고 ‘니벨룽겐의 노래’와 ‘롤랑의 노래’를 통해 중세 시대 게르만족 유입과 크리스트교 확산에 대해 되짚는다. 384쪽. 1만 5000원.카레라이스의 모험(모리에다 다카시 지음, 박성민 옮김, 눌와 펴냄) 한 달에 세 번은 먹는다는 일본인의 솔푸드, 카레라이스. 본래 인도 요리였던 카레가 어쩌다 일본에서 사랑받는 음식이 됐을까? 음식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추적한 음식문화사. 252쪽. 1만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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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읽고 함께 살다(장은수 지음, 느티나무책방 펴냄) 10대 여고생들부터 여든 할머니들까지 짧게는 3년, 길게는 30년 넘게 같이 책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 전 민음사 대표이자 현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인 저자가 제주에서 강원까지 전국에 흩어진 독서 공동체 스물네 곳을 일일이 발로 찾아다니며 책을 같이 읽는 이유를 탐구했다. 272쪽. 1만 5000원.나의 길고 아픈 밤(뤼방 오지앙 지음, 이세진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프랑스 철학자인 저자가 췌장암과 투병하며 남긴 철학 에세이. 그는 자기 연민이나 현실 부정 대신 환자로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현대 의료 메커니즘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고통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244쪽. 1만 4000원.가상 현실의 탄생(재런 러니어 지음, 노승영 옮김, 열린책들 펴냄) 전작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를 통해 컴퓨터 기술의 명암과 미래를 탐구했던 저자가 자신이 고안한 ‘가상 현실’(VR)이라는 개념과 그 태동기의 역사를 말한다. 그가 바라는 궁극적인 미래상은 인간이 기술에 소유되지 않고 인간이 기술을 소유하는 세상이다. 536쪽. 2만 2000원.사랑의 잔상들(장혜령 지음, 문학동네 펴냄) 대학에선 영화연출을 공부하고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지금은 EBS ‘지식채널e’에서 대본을 쓰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의 첫 에세이. 대학 시절, 문학 선생이 건넸다는 ‘다 보여 줘서는 안 된다. 절반만 보여 줄 것’이라는 말이 문학과 사랑의 순간에 어떻게 통용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256쪽. 1만 4500원.외과의사 비긴즈(장항석 지음, 시대의창 펴냄) 강남세브란스병원의 현직 외과의사인 저자가 의대 입학, 인턴·레지던트를 거쳐 ‘칼잡이’로 불리는 외과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의학에 대한 열정, 삶에 대한 고민, 환자에 대한 연민이 뒤엉켜 한 편의 메디컬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유머러스한 문체가 가독성을 높인다. 276쪽. 1만 5000원.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수전 손택 지음, 김선형 옮김, 이후 펴냄) 서른한 살이던 1964년부터 마흔일곱 살이 된 1980년까지, 뉴욕 지성계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저자의 지적 연대기. 발레, 사진, 영화,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으로 전 세계 지성들과 자유로이 교류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외아들 데이비드 리프가 엮었다. 716쪽. 2만 5000원.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당신 서가에 꽂힌 올해의 책은 무엇입니까

    벌써 연말입니다. ‘책골남’을 맡은 지도 1년입니다. 시간 참 빠르네요. 1년 동안 책을 몇 권 정도 읽었는지 세어 봅니다. 책 리뷰를 쓰고자 명절과 하계휴가를 제외하고 매주 1권씩 읽었습니다. 여기에 시간 날 때 틈틈이 봤던 책까지 합치면 70여권 정도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연간 성인 평균이 8.3권이었으니, 8배 정도 되는 셈입니다. 리뷰 쓴 책 가운데 인상 깊었던 책을 꼽아 봅니다. 그러니까 저만의 ‘베스트10’인 셈입니다. ▲대학과 권력(휴머니스트)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뜨인돌) ▲민청학련(메디치미디어)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문학동네) ▲복학왕의 사회학(오월의봄) ▲재판으로 본 세계사(휴머니스트) ▲인듀어런스(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김영사) ▲두 사람(갈라파고스) ▲중독의 시대(개마고원). 대형 서점에서 발표한 베스트셀러 목록과 많이 다릅니다. 말랑한 책보다는 읽기 다소 어려운 책이 많았습니다. 책을 읽다가 이해를 못 한 부분은 억지로 머릿속에 집어넣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침 흘리며 꾸벅꾸벅 졸기도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래도 1년 동안 꾸준히 책을 고르고, 읽고, 글을 쓰는 일이 참 행복했습니다. 매일 밀려오는 새 책의 냄새가 좋았고, 읽지 않은 책 내용을 짐작해 보는 일도 즐거웠습니다. 변변찮은 글 실력으로 독자에게 매주 편지 쓰듯 리뷰 쓰는 일도 좋았습니다. 모르는 사실을 알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내 생각으로 소화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금 책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생각해 본 한 해였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베스트10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수험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종이책을 1권 이상 읽은 사람 비율이 60%가 채 안 됐습니다.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이들이 10명 가운데 4명이란 뜻입니다. 책골남은 소망합니다. 내년 연말에는 모두가 자랑스레 자신만의 베스트10을 말해줄 수 있기를. gjkim@seoul.co.kr
  • [책꽂이]히피, 할머니를 업은 할머니 외

    [책꽂이]히피, 할머니를 업은 할머니 외

    히피(파울로 코엘료 지음, 문학동네 펴냄) ‘영혼의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가 1970년대 자신의 이야기를 들고 왔다. ‘히피’로 살았던 자신의 청년 시절 경험, 깨달음을 얻게 되기까지 모험과 방황, 사랑과 상처 등을 담았다. 소설 속 주인공이자 작가이기도 한 파울로는 1968년 여자친구와 함께 볼리비아 라파스를 지나 잉카의 옛 도시 마추픽추로 향한다. 첫 히피 순례길을 통해 세상은 진정한 교실임을 깨닫는다. 2년여 후 그는 진정한 내면 탐구를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떠난다. 광장에서 우연히 카를라를 만나 ‘매직 버스’에 탑승하며 두 번째 본격적인 히피 순례를 시작한다. 암스테르담을 떠나 오스트리아, 터키 이스탄불 등을 지나 네팔 카트만두로 향하는 길 위에서 파울로와 카를라는 다양한 길동무를 만나 마침내 ‘나 자신’을 발견한다. 360쪽. 1만 4500원.할머니를 업은 할머니(김형진 지음, 최지영 그림, 파란정원 펴냄) 한집에 사는 두 명의 할머니. 나이가 동갑이고 해와 달만큼 다르게 생겼지만, 둘은 무척 친하다. 손녀의 가족은 외할머니를 그냥 할머니, 다른 할머니를 ‘작은 할머니’라 부른다. 어느 날부터인가 할머니의 몸이 불편하다. 건강했던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휠체어를 타게 된다. 정신마저 흐릿해져 사랑했던 가족들 얼굴도 하나하나 잊어 간다. 손녀는 이런 할머니의 모습에 마음 아프다. 하지만,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곁에서 손을 잡아 주는 일 뿐.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는다. 남은 가족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다. 같은 날 세상을 떠난 두 할머니를 바라보는 손녀의 마음을 애잔하게 표현했다. 할머니가 할머니를 어떻게 업는다는 것일까. 작가는 작은 할머니의 정체를 마지막에서야 알려준다. 작은 할머니의 정체를 아는 순간 ‘아하!’ 하면서 무릎을 칠 것이다. 80쪽. 1만원.우리를 지키는 더러운 것들(김철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문학평론가이자 연세대 국문과 명예교수인 저자가 2010년부터 발표한 글을 모은 산문집이다. 독립투사도, 부일협력자도 아닌 일제강점기 2000만 조선인, 그리고 그냥 그렇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우리의 정체성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가” 묻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초상을 자기동일성 혹은 정체성에 대한 병적인 강박, 공포에 시달리는 근대인으로 설명한다. 소설 토지의 일본인, 위안부 문제 등의 주제로 다양한 일제 식민지의 시공간과 우리 모습을 들춘다. 한국 근대문학을 통해 식민주의, 민족주의, 제국주의 문제를 분석하는 데 노력해온 저자는 식민지 조선이 한국 정치의 수원지이며, 마르지 않는 폭력의 저수지라고 지적한다. “모든 혐오는, 타자에게서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공포와 혐오라는 점에서, 결국은 자기 혐오이자, 그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이라는 말이 섬뜩하다. 272쪽. 1만 6000원.재미있는 곁말 기행(박갑수 지음, 역락 펴냄) 조선 명종은 유명한 점쟁이 홍계관을 궁으로 불러 “궤짝 안에 무엇이 있는지 맞춰보라”며 문제를 낸다. 홍계관은 “쥐 세 마리가 있습니다”라고 답하지만 쥐는 두 마리뿐이었다. 왕은 홍계관을 죽이라 하고, 광나루 밖에 있던 한 산에서 홍계관의 사형이 집행된다. 왕이 이상히 여겨 뒤늦게 암컷 쥐의 배를 갈라 보니, 새끼 쥐가 한 마리 더 있었다. 왕은 선전관을 보내 사형을 멈추라 하지만, 간발의 차로 홍계관의 목이 떨어진다. 선전관이 “아차! 늦었구나”라고 해서 산의 이름이 아차산이 됐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이 설은 사실일까. 빗대어 표현하는 해학과 풍자가 담긴 말, 또는 동음어와 유의어, 다의어를 사용한 언어유희, 속담, 수수께끼, 육담과 같은 해학적인 표현을 통틀어 ‘곁말’이라 부른다. ‘월간중앙’에 연재됐던 박갑수 서울대 명예교수의 글을 모으고 덧붙여 두 권의 책으로 냈다. 346쪽, 349쪽. 각 권 2만원.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시대 역주행하는 소설 같지만 민족 정체성 되짚어 봤으면…”

    “시대 역주행하는 소설 같지만 민족 정체성 되짚어 봤으면…”

    문신 1·2·3 /윤흥길 지음/문학동네/각 408·408·400쪽/각 1만 4800원신문사에서 일하던 시절 윤흥길 작가의 연재소설 원고를 챙겼다는 김훈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가듯이 소설을 짊어지고 그 고통스러운 시대를 통과하고 있었다.” 최근 1·2·3권이 출간된 장편소설 ‘문신’은 올해 일흔여섯의 작가가 등단 50주년에 독자들을 향해서 힘껏 내미는 손이다. ‘경박단소’(輕薄短小·가볍고 얇으며 짧고 작음)의 시대. 독자들이 이를 원하고 출판사가 이에 부응하는 시대에 노(老)작가가 내미는 주름진 손. 총 5권인 소설의 4·5권은 내년 상반기에 출간된다. 소설은 황국신민화 정책과 강제 징용이 한창이던 일제강점기 산서(山西) 마을 천석꾼 최명배 가족의 엇갈린 신념과 욕망, 갈등을 그려 냈다. 아버지 최명배는 일제의 토지조사사업 당시 법의 빈틈을 파고들어 막대한 부를 쌓지만, 둘째 아들 귀용은 아버지를 ‘악덕 지주 야마니시 아끼라’라 부르며 사랑채를 턴다. 여기에 ‘기회주의자’ 아버지와 ‘사회주의자’ 동생 모두에게 거리를 둔 장남 부용도 있다. 혼돈으로 가득한 시대, 위압적이고 폭력적인 시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통과해 나가는 다종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린다.제목 ‘문신’은 전쟁에 나가기 전 몸에 문신을 새기는 풍습 ‘부병자자’에서 비롯됐다.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말했다. “학교 선배이신 이규태 선생님 저서 중에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읽다가 부병자자에 눈이 꽂혔어요. 제가 기억하기로도 6·25 때 동네 젊은이들이 입영 며칠 전 집 떠나기 전에 가족들이 보는 자리에서 팔뚝에다가 ‘일심’(一心) 같은 걸 새기는 걸 봤거든요.” 죽은 몸뚱이라도 고향에 돌아오겠다는 간절한 비원이 부병자자에, 그리고 ‘문신’에 담겼다. 왜 다시 일제강점기일까. 작가는 “어떤 면에선 이 작품이 역주행 소설 같다”고 했다. 글로벌 시대를 얘기하는 지금이더라도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관련해 한 번쯤 과거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민족성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일제 말기가 작가의 주제 의식을 구현하는 ‘최적기’였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신’은 대하소설에는 못 미치는 ‘중하소설’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토지’처럼 그 시대를 다룬 호흡 긴 소설들에 나오는 전형적인 인간상이 등장한다. 지주집에 먹물 아들들, 생각 많고 냉소적인 첫째와 행동파 둘째, 그리고 이들 형제에 자극제가 되는 친척 같은 것이다. 작가는 이 인물들을 살아 숨쉬게 하는 데 많은 공을 기울였다. 누구보다 빠르게 ‘야마니시 아끼라’로 개명한 악덕 지주 최명배는 실은 전통과 조상 신위를 끔찍이 여기는 인물이라는 식으로. “최명배는 놀부 같은 인물인데, 놀부가 사실은 못된 인간이지만 어떤 면에선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매력적인 인물일 수가 있죠.” 소설은 전반적으로 다지기 잔뜩 들어간 남도 김치같이 풍성한 맛이다(‘다지기’는 ‘다대기’의 바른 말이다). 한평생 국어사전을 끼고 살았다는 작가의 글답게 곳곳에서 출몰하는 다양한 어휘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런데 또 멈칫할 사위 없이 책장이 막 넘어간다. 문장에 흐르는 유장한 가락 때문이다. ‘둥기당당 쿵덕쿵덕’ 읽으며 뜻을 유추해 보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국어사전에서 찾아보거나 하면 좋겠다. ‘전두엽이 크지 않아 스스로를 범재라 생각한다’는 작가는 실제 이와 유사하게 소설 공부를 했다고 한다. 야심한 시각 AFKN(주한미군방송)을 소리 죽여 보면서 다음 장면을 상상하는 식으로.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쾌락독서(문유석 지음, 문학동네 펴냄) 글 쓰는 판사, 소문난 다독가로 알려진 작가의 독서 에세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책 중독자로 살아온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았다. 사춘기 시절 야한 장면을 찾다가 한국문학전집을 샅샅이 읽게 된 사연, 고시생 시절 ‘슬램덩크’가 안겨준 뭉클함, 김용과 무라카미 하루키 전작을 탐독한 이유 등 ‘편식 독서’에의 삶을 솔직하게 그렸다. 264쪽. 1만 3500원.사라진, 버려진, 남겨진(구정은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노예, 난민, 이주민, 미등록자, 불법체류자, 무국적자 등에 관한 이야기. 경향신문에서 오래 국제부 기자 생활을 한 저자가 전쟁이 파괴한 마을, 욕망이 만든 유령도시 등에서 만난 사람과 장소에 대해 말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폐기되는 것 중 하나는 결국 ‘사람’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392쪽. 1만 7000원.위장환경주의(카트린 하르트만 지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지금 가장 뜨거운 환경 이슈 ‘지구온난화’. 전 지구적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는데도 번번이 기온 상승 억제에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환경을 교묘하게 이용, 끊임없이 탐욕을 채우는 다국적 기업과 일부 NGO의 민낯을 고발한다. 260쪽. 1만 7000원.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엄기호 지음, 나무연필 펴냄) 고통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억눌러 온 한국 사회. 이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이들은 ‘언어 없음’의 상태에서 더욱 극한의 고통에 시달렸다. 지금에 와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고통을 말할 수 있게 됐지만 고통이 전시나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사회학자가 써 내려간 고통의 지질학. 304쪽. 1만 6500원.청년 흙밥 보고서(변진경 지음, 들녘 펴냄) 여섯 가지 측면을 통해 들여다본 청년의 삶. 식사·주거·생활·노동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의 곤궁한 삶과 ‘서울중심주의’에 갇혀 소외되는 지역의 청년들, 그리고 청년 문제를 해결할 대안 중 하나로 언급되는 청년수당제도의 의미를 살펴본다. 312쪽. 1만 3000원.물어봐줘서 고마워요(요한 하리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왜 전 세계 3억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울과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걸까. 세계적인 르포 전문기자인 저자가 정신의학자, 심리학자들과 심각한 수준의 우울과 불안을 극복한 사람들을 만나 이유를 물었다. 424쪽. 1만 6000원.
  • 아무것도 없을 때 걷기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없을 때 걷기밖에 없었다

    “‘어떻게 주어진 시간 안에 가성비 좋은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첫 책(‘하정우, 느낌있다’)을 낸 뒤 지난 7년간의 화두였어요. 그런 고민을 하다가 걷기에 대해서 깊이 빠져들게 됐고, 이 책까지 나오게 됐습니다.”‘작가’ 하정우가 말했다.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걷는 사람, 하정우’(문학동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다. ‘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 그리고 걷는 사람.’ 종내는 ‘걷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배우 하정우가 에세이를 냈다. ‘트리플 천만 배우’의 명성답게 지난 23일 출간된 책은 이날까지 4쇄를 찍을 만큼 ‘핫’하다. 언제 그럴 시간이 있나 싶지만 하정우는 자타공인 ‘걷기 마니아’다. 무명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걸어서 출근하는 그는 하루 3만보씩 걷고, 많게는 하루 10만보까지도 걸어 봤단다. 그에게 걷기는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그는 “감정 컨트롤 하는 게 제일 어려운데 심지어 그걸 이용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정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그럴 때는 그냥 걷는 양을 늘리거나 강도 높은 러닝을 한다”고 했다. 연기를 보여 줄 사람도, 오를 수 있는 한 뼘의 무대도 없을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 있는 한 계속 할 수 있다는 점이 걷기의 매력이다. 그는 책에서 발로 땅을 밟으며 몸과 마음을 달랜 걷기 노하우와 아지트, 걸으면서 느낀 몸과 마음의 변화를 털어놓는다. 영화 속 찰진 ‘먹방’으로도 자주 회자되는 그는 스스로 ‘걷기를 즐기지 않았더라면 족히 150㎏은 넘었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실제 잘 먹고 많이 걷는다. 그가 말하는 실용적인 걷기 노하우 몇 가지. “남자분들은 사타구니용 파우더 꼭 챙기시고요. 패션 운동화 말고 에어가 충분한 워킹화·러닝화 신으세요.” 책에는 “감독은 하지 말고 그냥 배우만 하세요!” 같은 신랄한 댓글에 대처하는 그만의 자세도 나온다. “누군가 그렇게 말할 때 예전에는 상처받았지만, 앞으로는 상처받지 않으려 한다. 그건 내가 배우로서는 대중에게 꽤 친숙하고 그럭저럭 잘해 왔다는 뜻 아닌가. 감독 하정우는 배우 하정우에게 빚졌지만, 언젠가는 감독 하정우가 배우 하정우에게 그 빚을 갚을 날도 있으리라 생각한다.”(229쪽) 이 또한 걸으며 얻은 깨달음이리라. 2011년 첫 책을 냈던 작가 하정우는 이렇게 생각했다. “5년마다 한 번씩 삶을 정리해 나가면서 할아버지 될 때까지 작업도 같이 해나간다면 후배들에게 좋은 가르침까지는 아니지만 좋은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처음 계획했던 5년보다는 시간이 지체됐지만, 배우로 감독으로 화가로 걷는 사람으로 그 어떤 여정도 멈추지 않을 ‘인간 하정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故허수경 시인을 추억하며… 22년 만에 다시 나온 ‘모래도시’

    故허수경 시인을 추억하며… 22년 만에 다시 나온 ‘모래도시’

    산문집 ‘나는 발굴지에…’ 재출간도“외국 사람만 사는 하늘 아래에 외국 사람만 걷는 거리에 외국어로만 사용해야 하는 자리에 다시 가서 살지는 말아 주길.”(이병률 시인 추도사 중) 일찍이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 그리움을 노래했던 고 허수경(1964~2018) 시인. 지난달 3일 세상을 떠난 시인의 49재에 맞춰 소설과 산문집이 재출간됐다. 각각 22년, 13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오는 ‘모래도시’(문학동네)와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난다)다. ‘모래도시’는 시인의 첫 장편소설이다. 마치 시인처럼 고향과 가족을 떠나 독일의 한 대학에서 만난 세 젊은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시인은 198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1992년 돌연 독일로 건너가 뮌스터대에서 고대근동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설 속에는 서울을 떠나 독일로 유학 간 ‘나’, 천체망원경으로만 보이는 머나먼 곳을 꿈꾸는 ‘슈테판’, 내전 중인 레바논을 떠나 기원전의 사람들이 동경했던 이상향 딜문을 지금 여기서 그리는 ‘파델’이 등장한다. 셋 다 비슷한 듯 다른 시인의 분신들이다. 산문집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는 2005년 첫 출간 당시 제목이 ‘모래도시를 찾아서’였다. 오리엔트의 폐허 도시 바빌론을 중심으로 고대 건축물 발굴 과정에 참여했던 시인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시인은 책에서 전 인류의 역사를 막론하고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 불멸을 탐한 인간 욕망의 부질없음을 탓한다. “모래먼지 속 모래먼지가 될 제 운명을 예견이나 한 듯, 발굴터에서 써 나간 이 아픈 기록들은 시인의 유서로도 읽히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출판사 측 설명이다. 지난 20일 경기 고양 북한산 중흥사에서 열린 시인의 49재에는 동료 문인들과 독자 50여명이 참석했다. 김민정 시인은 송사에서 “산 자와 죽은 자가 삶과 죽음이 섞인 바둑돌처럼 뒤섞인 채 흔들리다 가는 게 삶인가. 그걸 언니가 알려 준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함성호 시인이 스무살 이상 나이 차가 나는 김지하 시인을 ‘지하형’이라 불렀던 시인을 추억하며 “뻔뻔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말할 땐 간간이 웃음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어지는 함 시인의 말엔 모두들 조용해졌다. “나는 왠지 당신이 뮌스터에 있어서 좋았다. 아파도 모르는 곳에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위로할 수 없는 곳에 있어서 좋았다. 너무 먼 곳이었으니까.” 먼 곳에서 더욱 먼 곳으로 떠난 이의 넋을 다들 한 마음 한 뜻으로 달랬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유빙의 숲(이은선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은선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개인의 힘으로는 역부족인 재난이나 사고, 질병으로 극한의 고통에 처한 인물들이 잔혹한 현실을 통과해 어떻게든 살아내는 과정을 그렸다. 작가는 이들이야말로 삶에 대한 가장 지극한 애정을 가진 존재들임을 역설해 보인다. 296쪽. 1만 3000원.레트로토피아(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 아르테 펴냄) 유럽 지성의 최고봉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폴란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작. 노학자가 진단한 오늘날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중계되는 타인의 삶과 음모론·가짜뉴스로 인한 불안감에 아무것도 없는 원초적인 세계 ‘자궁’으로 돌아가고만 싶은 시대다. 272쪽, 2만원.사라진 후작(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북레시피 펴냄) 올해로 130살을 맞는 명탐정 셜록 홈스. 그에게 열네살짜리 여동생이 있다면?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던 에놀라 홈스는 젊은 후작의 납치 사건에 연루돼 홈스 가문 특유의 ‘촉’으로 후작을 찾아나선다. 사회제도에 억압된 여성상에 반기를 든 발칙한 탐정의 좌충우돌 모험기. 260쪽. 1만 3000원.마르크스주의 100단어(미카엘 뢰비·에마뉘엘 르노·제라르 뒤메닐 지음, 배세진 옮김, 두번째테제 펴냄)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방대한 정보들 중 100개를 추려 그 핵심 개념만을 담아 작은 사전 형식으로 엮은 책. 프랑스에서 철학·사회학·역사학·경제학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저자 3명이 각각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한 항목들을 작성하고 이를 정리했다. 256쪽. 1만 5000원.땅의 역사 1·2(박종인 지음, 상상출판 펴냄) 27년차 여행전문기자로 활약한 저자가 조선일보에 연재한 인문 기행 코너 ‘땅의 역사’를 책으로 묶었다. 우리 땅 방방곡곡에서 찾은 역사의 여러 흔적 중 고대사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증 내·외상’을 남긴 사건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 각 336쪽, 352쪽. 각 1만 6000원, 1만 6500원.지금 오는 이 시간(심상옥 지음, 마을 펴냄) 오래 흙을 만져온 도예가이면서 서정시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시인의 신작 시집. 오랜 도예창작과정에서 터득한 원숙한 예술적 안목을 바탕으로 풍부한 삶의 지혜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구현해 냈다. 128쪽.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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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꽂이]

    헌법재판소(최은진 지음, 수류산방 펴냄) ‘오빠는 풍각쟁이’를 부른 아리랑 소리꾼 최은진의 책으로 만든 3집 앨범. ‘청춘 블루스’, ‘아주까리 수첩’ 등 근대 가요 7곡과 ‘헌법재판소’ 등 신곡 포함 모두 10곡을 수록했다. 근대 예술인들을 조명한 음악사적인 해설과 황현산·김인환·윤후명 등 가깝게 지낸 문인들의 글을 함께 담았다. 288쪽. 2만 8000원.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창비 펴냄) ‘맨스플레인’(man+explain)이란 단어로 전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페미니스트이자 에세이스트 리베카 솔닛의 신작.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미국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에서 드러난 여성혐오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다. 344쪽. 1만 5000원.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백영옥 지음, 아르테 펴냄) 1년에 500여권의 책을 읽는 활자 중독자인 백영옥 작가가 차곡차곡 모은 인생의 문장들을 소개한 에세이. 때로는 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게 진짜 용기라며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고, 기쁘면 마음껏 그 기쁨을 즐기라고 작가는 전한다. 256쪽. 1만 5000원.세계시민 교과서(이희용 지음, 라의눈 펴냄) 재외동포 743만명에, 해마다 7000개의 새로운 성씨가 생겨난다는 한국. 다문화 시대에 이주민과 다문화 이슈를 역사적으로 톺아보고 재외동포라는 거울로 비춰본 책이다. 2012년부터 연합뉴스 한민족센터에서 일한 이희용 고문이 2016년 5월부터 2년여간 매주 연재했던 칼럼을 묶었다. 256쪽. 1만 5000원.내 몸 안에 준비된 의사(김재호 지음, 신세리 펴냄) 아프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낫는다는 사람들의 믿음을, 현대 의학은 얼마나 충족해 주고 있을까. 의학 전공자도, 의사도 아닌 저자가 환자의 입장에서 우리 몸속 수십조개 세포의 유전자가 몸에 생기는 문제들을 치유하는 ‘자연치유’와 이를 잘 작동시킬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대해 설명한다. 336쪽. 1만 8000원.비탄의 문 1·2(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문학동네 펴냄) ‘모방범’, ‘화차’ 등의 미스터리 소설로 국내에도 마니아층을 보유한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온라인상의 범죄 흔적을 찾아내는 알바를 하는 대학 새내기 미시마 고타로가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과 만나 이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렸다. 각 516쪽, 508쪽. 각 1만 5800원.
  • 美 리처드 포드 ‘박경리문학상’ 수상

    美 리처드 포드 ‘박경리문학상’ 수상

    “정치라는 것이 집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한 개인이나 가족의 삶을 다루면서 국가적 정치 상황에 대해 내포하는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미국 작가 리처드 포드(74)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소설가 박경리(1926~2008)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박경리문학상의 제8회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찾았다. 1976년 소설 ‘내 마음의 한 조각’으로 데뷔한 포드는 ‘독립기념일’(1995)로 퓰리처상과 펜 포크너상을 수상하며 미국 대표 작가 반열에 올랐다. 국내에는 ‘스포츠라이터’, ‘캐나다’ 등이 번역돼 소개됐다. 그의 대표작 ‘독립기념일’은 1997년 ‘잃어버린 날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후 절판됐다가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출간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은 공지영의 ‘해리’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은 공지영의 ‘해리’

    ‘해리’(해냄), ‘꽃섬 고양이’(창비), ‘유튜브의 神’(비즈니스북스), ‘아픔이 길이 되려면’(동아시아), ‘어디서 살 것인가’(을유문화사)가 서점인들이 뽑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올해의 작가로는 ‘쇼코의 미소’(문학동네)를 쓴 최은영이 뽑혔다.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작가’를 선정해 16일 발표했다. 올해의 책은 시민들에게 소개할 양서를 5개 분야에서 1권씩 정한다. 올해의 작가는 출판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거나, 앞으로가 기대되는 신인 작가 가운데 뽑는다. 2회째를 맞은 이번 선정을 위해 서점연합회는 지난 7월 24일부터 한 달 정도 서점인들에게 책과 작가를 추천받은 뒤 심사위원회를 꾸려 선정했다. 공지영 작가의 ‘해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야합할 수 있음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꽃섬 고양이’는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유명한 김중미 작가의 동화집으로 사회적 약자와 길 위의 동물이 공존하는 모습을 그렸다. 1인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이 쓴 ‘유튜브의 神’은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서 자신만의 재능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잘 짚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한국 사회의 문제를 사회역학으로 분석했다. 건축가 유현준이 쓴 ‘어디서 살 것인가’는 학교, 쇼핑몰, 회사 등 일상 건축물에 관한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의 작가로는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두 인물이 만나 성장하는 단편 소설 ‘쇼코의 미소’를 쓴 최은영 작가가 선정됐다. 서점 연합회는 오는 11월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서점의 날 기념식’에서 작가들에게 상을 주고, 각 지역 서점에 특별 코너를 만들 예정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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