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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핍의 역사에도 꺾이지 않은 예술열

    결핍의 역사에도 꺾이지 않은 예술열

    1930년대 말 서울 종로구 삼청동 언덕배기의 한 셋집은 어쩔 수 없이 풍진 인생들이 모여드는 공간이었다. 한때 이름난 기생이었던 언니와 유명 배우였으나 정신병을 얻어 하루에도 여러 기분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생,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라는 소녀 희수는 주인집 사람들이다. 그 집에는 마술사와 차력사, 하루에도 여러 번 가래를 뱉는 할아버지, 인력거꾼 아버지를 둔 소년 준이 세들어 산다. 손홍규 작가의 장편소설 ‘파르티잔 극장’은 해방 공간의 혼돈과 이어지는 전쟁의 참화 속을 살아가는 희수와 준의 이야기다. 그 시절 예인들이 잔뜩 모인 그 집의 배경처럼, 준과 희수는 자연스럽게 예술열을 키우게 된다. 춤을 배우는 희수는, 연극과 무대에 대한 동경을 가진 준과 함께 극장을 다니며 무대에 익숙해진다. 이들을 더욱 끈끈하게 잇는 건 결핍의 역사다. 희수는 엄마를, 준은 누나와 아버지를 잃었다. 그들에게 피붙이란 단순히 ‘사랑하는 가족’ 이상의 의미를 띤다. 끝내 화해하지 못하고 먼저 간 이들이며, 죽어서도 끝끝내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이다. 이들 두 사람을 둘러싼 시대 배경과 당대 문화예술계의 흐름은 버라이어티하다. 일제강점기의 좌익 운동과 사상검열, 해방공간에서의 좌우 충돌과 정치공작 앞에서 이들은 풍전등화다. 신파극에서 만담·막간극 등의 대중극과 신극으로, 궁중무용에서 서양 춤으로 이행해 가는 흐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결코 풍진 시대에 휘둘리지만은 않는 것이 소설의 미덕이다. 시대적 배경을 이야기의 밑바탕에 자연스럽게 배치하고 희수와 준 두 사람의 관계와 마음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다. 희수와 준은 각자의 시점에서 서로를 서술하며 상대를 보듬기도 하고, 스스로와의 화해를 시도한다. 이들 주변에 놓인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 데도 적극적이다. 전쟁의 와중에 인민군 포로와 남부군 대원으로 재회한 희수와 준이 유격대원들의 신상과 이력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 등이 그렇다. 서로서로 이야기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예술의 원천이며, 그러한 삶은 결코 무용하지 않다는 것을 소설은 부지런히 말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베스트셀러] ‘더 해빙’ 9주째 1위…김수현 신작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3위

    [베스트셀러] ‘더 해빙’ 9주째 1위…김수현 신작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3위

    부와 행운의 비밀을 파헤친 자기계발서 ‘더 해빙’이 9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지켰다.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로 높은 인기를 얻은 김수현 작가의 신작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출간 한 달 만에 3위에 올랐다. 19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6월 둘째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현황에 따르면 ’더 해빙’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 ‘기억’이 지난주에 이어 1, 2위를 유지했다. ‘기억’은 최면을 통해 인간이 가진 전생의 기억 속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5월 14일 출간된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일상의 언어로 전하는 자존과 인간관계, 사랑의 이야기에 공감한 젊은층의 호응을 받고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돈의 속성’이 지난주보다 8계단 올라 4위로 뛰는 등 경제·경영, 재테크 관련 책들도 여전히 강세다. 다음은 베스트셀러 순위. 1. 더 해빙(수오서재) 2. 기억(열린책들) 3.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놀) 4. 돈의 속성(스노우폭스북스) 5. 보통의 언어들(위즈덤하우스) 6. 코로나 이후의 세계(미디어숲) 7. 코로나 투자 전쟁(페이지2북스) 8. 룬샷(흐름출판) 9. 언컨택트 (퍼블리온) 1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0)(문학동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교묘한 편견 옥죄어 와도, 여성은 이제 지지 않는다

    교묘한 편견 옥죄어 와도, 여성은 이제 지지 않는다

    대상화되지 않고 주체적인 여성들 가족·친척·시가 속 미묘한 갈등에도 스스로 삶 선물하려 가시밭길 선택 ‘달려라 아비’를 쓴 김애란 작가는 “소설이 주는 위로란 따뜻함이 아니라 정확함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 말에서 힌트를 얻자면, 강화길의 소설은 막힌 혈을 뚫는 바늘 같은 존재다. 그의 여성 서사는 일방향적이지 않고 다층적이며, 그의 소설 속 여성은 대상화되지 않고 주체적이다. 그의 두 번째 소설집 ‘화이트 호스’는 바늘 같은 정확함이 주는 위로의 장이다.‘화이트 호스’ 속 여성 인물들은 더이상 모르고 당하지 않는다. 다 알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처하는 사람들이다. 생존을 위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해 한결 넓어진 이들의 시야에는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위협뿐 아니라 소문과 험담, 부당한 인식과 관습 등이 포착된다. 그 교묘한 실상을 파악하는 과정에서부터 소설 전반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지만, 본 게임은 지금부터다. 알기 전엔 약자였으되 알고 나서는 더이상 약자가 아닌 여성이 벌이는 자기 주도적인 행동들. 여기서부터가 강화길 소설이 주는 숨막히는 서스펜스다. ‘화이트 호스’의 포문을 여는 ‘음복’은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이다. ‘나’는 새댁으로서 처음 참석한 시가 제사에서 무례한 언사를 쏘아붙이는 시고모와 맞닥뜨린다. “아기 말이야, 아기. 안 낳아?”(12쪽)라며 대뜸 쏘아붙이는 어느 집안에나 있는 악역 같은 사람. 그러나 자신의 친정에서 벌어지는 외삼촌과 엄마 사이, 미묘한 갈등 관계 등을 떠올리던 ‘나’는 거듭되는 고모의 공격에도 속 편한 자신의 남편 정우가 이 집의 진정한 악역임을 깨닫게 된다. ‘가원佳圓’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느닷없이 사라진 할머니를 찾기 위해 살아생전 할아버지의 기억을 소환하는 ‘나’. 무능력하지만 사람 좋았던 할아버지와 생활력 좋지만 그악스러웠던 할머니의 이야기는 대를 건너뛸 것도 없이 흔한 우리네 엄마·아빠 서사다. 악역을 자처한 할머니 또는 엄마 때문에 우리의 오늘이 있음을 이제는 알지만 ‘왜 어째서. 그 무책임한 남자를 미워하는 것이, 이 미련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보다 힘든 것일까.’(73쪽) 이어지는 소설 ‘손’이 만드는 풍경은 그로테스크하지만 손에 닿을 듯 가깝다. 남편의 해외 파견으로 딸 하나 데리고 시어머니가 있는 시골 마을에 전근 온 초등학교 교사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딸을 수성하려고 한다. 시어머니와 마을 이장과 ‘연자네’라 불리는 아주머니 사이의 미묘한 삼각관계, 이들의 손자들을 둘러싸고 재생산되는 권력관계를 감지한 ‘나’는 편집증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그의 행동이 과한가 싶으면서도 이해되는 까닭은 비슷한 위험에 우리 모두가 노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서우’와 ‘오물자의 출현’, ‘화이트 호스’에서 느끼는 감정도 매한가지다. 책의 끝을 장식하는 작품 ‘카밀라’에 나오는 언설처럼 “삶이란, 누군가에게 선물받을 수 있는 그런 게 아니”(244쪽)다. 그런 점에서 ‘화이트 호스’는 삶을 스스로에게 선물하기 위해 분투하는 여자들의 얘기다. 그렇다면 삶을 선물받은 ‘음복’ 속 남편 같은 이의 삶은 행복한가. 기꺼이 내가 만드는 가시밭길을 택하겠다는 여자들을 보면서 책 제목 ‘화이트 호스’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베스트셀러] ‘시선으로부터’ 출간 동시에 10위… ‘더 해빙’ 8주 연속 1위

    [베스트셀러] ‘시선으로부터’ 출간 동시에 10위… ‘더 해빙’ 8주 연속 1위

    정세랑의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가 출간되자마자 10위에 오르며 눈길을 끌었다. 12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6월 첫째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일 발간된 ‘시선으로부터’가 10위로 집계됐다. 시대의 폭력과 억압에 순종하지 않았던 여성 삼대의 삶을 그린 책으로 인터넷 서점에서 예약 판매만으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다. 부와 행운의 비밀을 파헤친 ‘더 해빙’이 8주 연속 1위를 지켰다.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코로나 투자 전쟁’은 지난주에 이어 3위를,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5위를 기록했다. 다음은 베스트셀러 순위. 1. 더 해빙(수오서재) 2. 기억(열린책들) 3. 코로나 투자 전쟁(페이지2북스) 4.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놀) 5. 코로나 이후의 세계(미디어숲) 6. 보통의 언어들(위즈덤하우스) 7. 룬샷(흐름출판) 8. 언컨택트(퍼블리온) 9.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0)(문학동네) 10. 시선으로부터(문학동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꺼져라! 불평등… 만들라! 시스템… 나서라! 시민들

    꺼져라! 불평등… 만들라! 시스템… 나서라! 시민들

    “지금처럼 불안정한 시기에 선동적이고 비합리적인 지도자는 사람들을 더 큰 불안에 빠지게 합니다. 트럼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권력을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본소득보다 ‘최저소득’ 어휘 써야” 세계적인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최근 한국어판으로 출간한 저서 ‘자본과 이데올로기’(문학동네) 기자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간담회는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현지 매체와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피케티는 이 자리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국에서 잇달아 이어지는 격렬 시위에 관해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위기가 경제 문제에 대한 지배 이데올로기를 변화시킨다”면서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감에 가장 취약한 계층들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나아가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 이후 “많은 나라에서 공중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하고 기본소득이나 최저소득 같은 복지체계 신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기본소득이라는 어휘가 마치 모든 복지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은 뉘앙스를 지니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생존을 지탱할 수 있게 하는 기초생활비를 의미하는 것일 뿐”이라며 ‘기본소득’이라는 어휘보다 ‘최저소득’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소득 확대 이후 해결할 문제로 교육의 평등을 들었다. 그의 저서는 브라만 좌파와 상인 우파가 권력을 쥐고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브라만 좌파들이 주장하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 때문에 대학 교육부터 교육의 질적 차이가 엄청나게 달라진다”며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상인 우파들에 맞서 임금 체계 조정을 통한 노동자의 권리 강화를 해결할 문제로 꼽았다. 이와 관련 “노동자들이 이사회에 참여해 기업 결정구조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유의 집중 막고 사회적 자본주의 지향 1300여쪽에 이르는 그의 저서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소유세, 상속세, 소득세를 국민소득 50%까지 받아내 소유의 집중을 막고 저소득·청년층에 이를 돌려주는 ‘사회적 자본주의’를 지향한다. 특히, 성인 평균 자산의 60%에 해당하는 12만 유로(약 1억 6000만원)를 25세 청년들에게 제공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담았다. 그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변화의 시발점을 이데올로기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시민은 불평등을 해소할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정부는 불평등을 감소할 경제시스템을 만들도록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베스트셀러] 베르베르 신간 ‘기억’ 출간하자마자 2위

    [베스트셀러] 베르베르 신간 ‘기억’ 출간하자마자 2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 ‘기억(사진)’이 출간과 동시에 2위에 올랐다. 5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5월 다섯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현황에 따르면, 전생과 기억을 주제로 다룬 장편소설 ‘기억’은 작가의 인기에 힘입어 발매 즉시 상위권에 올랐다. 구매층은 30대(33.0%)와 40대(30.1%)가 가장 많았다. 성별로는 남성 40.2%, 여성 59.8%였다. 교보문고 측은 “여성의 구매 비중이 더 높지만 다른 소설과 비교하면 남성의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부와 행운의 비밀을 파헤친 ‘더 해빙’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코로나 투자 전쟁’과 ‘코로나 이후의 세계’가 나란히 3위와 4위에 올랐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6위)와 ‘보통의 언어들’(7위) 등 여성 작가의 에세이 두 권이 10위권에 처음 진입했다. 불평등 문제, 그리고 이를 극복한 참여사회주의를 주장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24위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베스트셀러 순위. 1. 더 해빙(수오서재) 2. 기억(열린책들) 3. 코로나 투자 전쟁(페이지2북스) 4. 코로나 이후의 세계(미디어숲) 5. 룬샷(흐름출판) 6.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놀) 7. 보통의 언어들(위즈덤하우스) 8. 언컨택트(퍼블리온) 9.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0)(문학동네) 10. 지리의 힘(사이)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아직 구석에 방치”… 2000매에 꾹꾹 눌러 쓴 노동자 현실

    “아직 구석에 방치”… 2000매에 꾹꾹 눌러 쓴 노동자 현실

    “늦잠 탓 간담회 불참 더 유명세” 너스레 노동자 삼대·고공농성자인 증손 아울러 다음 작품은 코로나 이후 세계 동화 구상 “전날 광주 행사에 갔다가 막걸리를 한 잔 했어요. 광주에서는 5월 27일이 전남도청에서 시민들이 진압당한 날이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조선 술이 은근 끈기가 센 지 술이 안 깨서 집(전북 익산)에서 12시쯤 쓰러져 잤어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 불참했던 황석영(77) 작가는 “그렇게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며 미안함부터 드러냈다. 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다시 열린 ‘철도원 삼대’ 기자간담회에서다. “펑크를 내는 바람에, 그게 더 (신간) 홍보가 됐다”며 ‘황구라’ 특유의 너스레도 곁들였다. 황석영(77) 작가가 원고지 2000장 분량으로 낸 소설 ‘철도원 삼대’는 지난 주말 새 초판 1만부가 모두 소진됐다. 철도 노동자 삼대와 고공농성을 벌이는 공장 노동자 증손까지 아우르는 한국 노동사 100년이다. 집필 배경에 대해 작가는 2017년 펴낸 자서전 ‘수인’(문학동네)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생애를 훑으면서 “간이나 쓸개 같은 게 떨어져 나간 것 같더라”던 그는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장길산’을 쓰면서 거처를 19번 옮긴 것처럼 ‘철도원 삼대’를 쓰면서도 보따리 싸고 옮겨다녔다. “젊을 때처럼 하루 8~10시간 앉아서 썼는데, 확실히 기운이 달려 주인공 이름도 헷갈려서 대단히 고생을 했어요.” 황 작가는 자신의 문학을 방북으로 수감됐던 1993~1998년 전후로 나눴다. 전반기가 현실주의와 리얼리즘이었다면, 이후엔 이를 확장한 형식실험을 가미했다. 민담 형식을 차용한 신작은, 그가 1989년 방북 때 만난 서울 영등포 출신의 평양백화점 부지배인의 이야기가 모태가 됐다. 그는 오늘날 고공농성을 감행할 만큼 열악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언급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이라면서 비정규직화하고, 자본 성격이 세계화하면서 노동 조건은 더 열악해졌다”면서 “거의 외곽에서 방치된 채로 사고를 많이 당한다”고 했다. 신문에 노동 현실에 대한 칼럼을 쓰는 김훈 작가 얘기도 꺼냈다. “자기를 보수라고 하는 김훈도 노동을 얘기한다”며 “나는 보수, 진보 아우르는 사람이다. 전체 사회가 같이, 노동자들의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황 작가는 ‘노벨상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에는 “낡은 얘기”라고 일축했고, 남북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코로나 시국이 가시면 다시 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로 탈인간중심주의 철학을 담은 동화다. “마침 살고 있는 곳이 원불교의 발상지라, 소태산의 어린 성자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하나 쓸까 싶습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늦잠으로 간담회 미룬 황석영의 첫마디는?

    늦잠으로 간담회 미룬 황석영의 첫마디는?

    “전날 막걸리 먹고 알람 세팅 못해… 대형사고 죄송”“전날 광주 행사에 갔다가 막걸리를 한 잔 했어요. 광주에서는 5월 27일이 전남도청에서 시민들이 진압당한 날이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조선 술이 은근 끈기가 센 지 술이 안 깨서 집(전북 익산)에서 12시쯤 쓰러져잤어요. 탁상시계 알람을 시간 맞춰놨는데 세팅을 안하고, 눌러야 하는데 그냥 잤어요. 그렇게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어. 죄송합니다. “펑크 내는 바람에 홍보가 더 잘된 듯” 너스레 지난달 28일 노 작가의 신간 출간 기자간담회는 뜻밖에 불참으로 화제가 됐다. 황석영(77) 작가가 닷새 만에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다시 열린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신 멋쩍어 하던 그는 “펑크를 내는 바람에, 그게 더 (신간) 홍보가 됐다”며 ‘황구라’ 특유의 너스레도 곁들였다. ‘철도원 삼대’는 지난 주말 새 초판 1만부가 모두 소진됐다. 그가 원고지 2000장 분량으로 출간한 소설 ‘철도원 삼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고공농성을 벌이는 공장 노동자 증손까지 아우르는 한국 노동사 100년이다. 집필 배경에 대해 황 작가는 2017년 펴낸 자전 ‘수인’(문학동네)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생애를 훑으면서 “간이나 쓸개 같은 게 떨어져 나간 것 같더라”던 그는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나이가 여든이 넘으면 절필이 속출하는 현실 속에서, ‘철도원 삼대’는 그가 작심하고 쓴 소설이다. “‘장길산’을 쓰면서 거처를 19번 옮긴 것처럼 ‘철도원 삼대’도 보따리 싸고 나와서 썼어요. 젊을 때처럼 하루 8~10시간 앉아서 썼는데, 확실히 기운이 달려 주인공 이름도 헷갈려서 대단히 고생을 했어요.”신작 ‘철도원 삼대’ 민담 형식 차용 황 작가는 자신의 문학을 방북으로 수감됐던 1993~1998년 전후로 나눴다. 전반기에는 현실주의, 리얼리즘에 입각한 글을 썼다면 이후에는 이를 확장한 형식실험이 가미됐다. 신작 ‘철도원 삼대’는 민담 형식을 차용했다. 그가 1989년 방북 당시 만난 서울 영등포 출신의 평양백화점 부지배인의 이야기가 모태가 됐다. 그는 오늘날 고공농성을 감행할 만큼 열악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언급했다. “IMF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니 하면서 비정규직화하고, 자본의 성격이 세계화되면서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더 열악해졌습니다. 거의 외곽에서 방치된 채로 사고를 많이 당했어요. 얼마 전에 신문을 보니, 김훈 작가가 관련된 얘기를 했더라고. 그 사람은 자기가 보수라고 그래. 나는 보수, 진보 아우르는 사람입니다. 전체 사회가 같이, 노동자들의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는 “노벨상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에는 “낡은 얘기”라고 일축했고, 남북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이미 한반도를 둘러싼 화두는 다 나왔다”며 “코로나 시국이 가시면 다시 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로 탈인간중심주의, 무생물·우주까지 포괄하는 철학을 담은 동화다. “마침 살고 있는 곳이 원불교의 발상지인 전북 익산이라, 소태산의 어린 성자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하나 쓸까 싶습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베스트셀러]코로나19 이후 경제 전망 도서 약진

    [베스트셀러]코로나19 이후 경제 전망 도서 약진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세계 경제 흐름을 예측하고 진단하는 도서들이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올랐다. 교보문고가 29일 발표한 5월 4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이서운의 자기계발서 ‘더 해빙’이 지난주에 이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정채진의 ‘코로나 투자 전쟁(사진)’이 출간과 함께 종합 2위에 등극했다. 제이슨 솅커의 ‘코로나 이후의 세계’도 종합 8위에 진입했다. 교보문고 측은 “불투명한 세계 경제 미래를 내다보고 이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찾는 독자들의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 학습만화도 순위권에 올랐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어린이 독자들의 관심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마법천자문’의 새로운 시리즈가 종합 6위에 올랐고, 세계 역사와 문화를 담은 학습만화 ‘Go Go 카카오프렌즈 그리스 편’이 종합 30위에 진입했다. 김수현의 신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가 76계단 상승해 종합 15위에 올랐다.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은 전작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교보문고 측은 “30~40대 독자들이 위로와 감성 에세이를 꾸준히 찾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5월 4주 베스트셀러 순위. 1. 더 해빙(수오서재) 2. 코로나 투자 전쟁(페이지2북스) 3. 룬샷(흐름출판) 4. 지리의 힘(사이) 5.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20(문학동네) 6. 마법천자문. 48: 늘 생각하다! 생각 념(북이십일 아울북) 7. 1cm 다이빙(피카) 8. 코로나 이후의 세계(미디어숲) 9. 언컨택트(퍼블리온) 10. 오래 준비해온 대답(복복서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25세 모든 청년에게 1억 6000만원씩 주면 富의 세습 끝날까

    25세 모든 청년에게 1억 6000만원씩 주면 富의 세습 끝날까

    세계적인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불평등 연구 넘어 이데올로기 주목 “누진세 3종 세트로 소유 집중 막고 저소득·청년층에 자본금 순환하자” 사회주의 보완 ‘참여사회주의’ 제시자본과 이데올로기/토마 피케티 지음/안준범 옮김/문학동네/1300쪽/3만 8000원 정의로운 사회란 어떤 사회일까. 이젠 너무 추상적인 이 질문을 조금 바꿔 던진다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순 있을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막는 적은 도대체 누구인가. 세계적인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자본주의와 이에 따른 불평등을 가장 큰 적으로 꼽는다. 그는 ‘21세기 자본’(2013)에서 자본의 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크기 때문에 불평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이른바 ‘r>g’ 공식을 제시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렀다. 불평등에 관한 연구로는 최고로 꼽히는 그가 들고 온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리고 훨씬 과격한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우선 정의로운 사회를 ‘사회구성원 전체가 가능한 한 가장 광범위한 기본 재화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로 제시했다. 기본 재화는 투표권, 교육, 보건 등을 가리킨다. 여기에 문화, 경제, 시민, 정치적 삶 등 다양한 개념도 포함한다.전작과 마찬가지로 저자는 각 시대와 나라에서 불평등을 어떻게 정당화하고 구조화했는지 통계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한다. 경제 분야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전작과 달리 이번 책에서는 이데올로기에 주목했다. 그는 사제, 전사, 평민으로 나뉜 ‘삼원사회’까지 거슬러 올라가 불평등 작동 방식을 좇았다. 사제와 전사 계급은 일도 안 하고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평민 위에 군림한다. 그 흐름을 타고 온 현대사회는, 사적 소유권을 사회 안정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신성시하는 ‘소유자 사회’다. 당연히 계급도 실존한다. 학력, 지식, 인적 자본 축적을 지향하는 ‘브라만 좌파’와 화폐 금융자본의 축적에 능한 ‘상인 우파’는 사제와 전사 계급의 후신인 셈이다.이런 사회에서 부는 세습되고, 보이지 않는 계급은 사실 더 공고해진다. 그래서 저자는 두 가지 칼로 소유가 무한정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법률제도와 조세재정제도다. 소유의 집중을 막으려면 우선 경영권의 절반을 노동자들과 공동 관리하도록 한다. 소유세, 상속세, 소득세의 이른바 ‘누진세 3종 세트’로 재정비하자고도 제안한다. 저자가 계산해 보니 소유세와 상속세의 합은 국민소득의 5%, 소득세는 국민소득의 45% 정도다. 소유의 집중을 막으면서 발생한 이 자본을 저소득층에 흘려 자본 순환을 하자는 주장도 덧붙인다. 예컨대 25세에 이른 청년 1인에게 성인 평균 재산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본금으로 주자는 식이다. 서유럽과 미국, 일본과 같은 부유한 나라 기준으로 1인당 12만 유로(약 1억 6260만원)다. 물론 이런 논의는 ‘참여’가 필수다. 사회주의의 맹점을 보완한 이른바 ‘참여사회주의’다. 이런 주장에 문제는 없을까. 세계 1·2차 대전 전후 불평등이 감소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번영의 시대를 구가했고, 20세기 초반 영국과 미국은 누진소득세가 무려 70~90%까지 이르렀지만, 고도성장을 달리기도 했다. 저자가 찾은 문제점은 분배에 있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혁신 노력이 부족했고 방해하는 세력의 공작이 워낙 거센 데 있었다. 특히 이 핵심에는 부의 소유를 절대적인 것으로 인정하는 소유자 사회의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그 구심점에 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전작보다 이번 책에서 저자의 목소리는 좀더 선명하고 뚜렷해졌다. 특히 ‘참여사회주의’에 관한 주장은 다소 선동적이기까지 하다. 실현 가능하냐 여부에 관해 저자는 ‘이상적인 이론’이라며 곳곳에서 선을 긋고 있지만 장장 1300쪽 분량에 걸쳐 현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사회주의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가히 저자의 역작이라 불러도 손색없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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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꽂이]

    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국가를 바꾸는가(김용운 지음, 맥스미디어 펴냄) 서구 사회에서는 일찍이 자리잡았음에도 한국에서는 입지가 좁았던 ‘이성’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 저자는 한국사에서 되풀이된 정치·외교적 위기의 원인을 우리 민족의 원형에 대한 성찰과 이성적 사유 부족에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성 교육이 철학, 과학, 수학, 예술 등의 분야에서 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380쪽. 2만원.과학이라는 발명(데이비드 우튼 지음, 정태훈 옮김, 김영사 펴냄) 과학혁명의 실존 여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저작. 영국 요크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근대 과학이 튀코 브라헤가 신성을 관찰했던 1572년과 뉴턴이 ‘광학’을 출간한 1704년 사이 발명됐다면서 콜럼버스, 코페르니쿠스 같은 주요 인물들의 활약, 사실·증거·자연법칙·실험 등 오늘날 애용되는 과학 용어들의 정립을 살핀다. 1016쪽. 4만 3000원.성스러운 한 끼(박경은 지음, 서해문집 펴냄) 종교와 음식에 관한 39편의 이야기를 모은 교양서. 땅속의 벌레를 죽일지 모른다는 이유로 감자나 양파 같은 뿌리채소를 먹지 않는 자이나교도, 맥도날드 피시버거의 출발이 된 가톨릭의 전통 등 경향신문에서 오랫동안 문화기자를 했던 저자가 수년간 직접 취재하고 맛본 이야기를 썼다. 308쪽. 1만 6000원.냉전의 지구사(오데 아르네 베스타 지음, 옥창준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냉전’은 어떻게 전 지구적 현상이 됐을까. 미국, 소련은 유럽사의 확장판이 아니라 각각 자유와 정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담보한 ‘제국’이며, 냉전은 제국주의가 이들 제국 간 경쟁으로 바뀌는 시대의 변화라는 논지를 편다. 이들과 제3세계의 서로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냉전을 전 지구적으로 확산시켰다. 814쪽. 3만 9500원.귤의 맛(조남주 지음, 문학동네 펴냄) 밀리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의 청소년 소설. 중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만난 네 명의 단짝 소녀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 성장담이다. 어린 소녀들은 집단 따돌림, 아픈 동생, 가족 간 갈등과 경제난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아파하며 서로를 보듬는다. 208쪽. 1만 1500원.소방관의 선택(사브리나 코언해턴 지음, 김희정 옮김, 북하우스 펴냄) 생사의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법은 무엇일까. 현직 소방관이자 심리학자인 저자가 20년의 현장 경험과 10년간의 심리학 연구 성과를 책에 담았다. 그는 우리가 중요 결정을 내릴 때 분석적이기보다는 직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고 말하며 이에 맞는 훈련법과 현장 매뉴얼, 사후 평가 방법을 소개한다. 396쪽. 1만 6500원.
  • [베스트셀러]서점가 휩쓴 유튜버 저자 파워

    [베스트셀러]서점가 휩쓴 유튜버 저자 파워

    서점가에 유튜버 저자의 파워가 거세다. 22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5월 셋째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현황에 따르면 유튜버 홍세림의 ‘이번 달은 뉴요커’가 출간과 함께 종합 2위에 올랐다. 구독자가 60만 명에 이르는 여행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홍세림은 자신의 뉴욕 한 달 살기 경험담을 엮어 에세이로 펴냈다. 첫 책임에도 단숨에 상위권으로 진입했으며, 주요 독자층은 20대 여성이 68,7%로 압도적이었다. 교보문고 측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여행을 조심스러워진 독자들이 현실에서 벗어나 여행에세이를 통해 대리 만족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리학자이자 바이오테크 기업 창업자인 사피 바칼의 ‘룬샷’도 종합 9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이어갔다. 기업가들과 과학자들도 추천을 하면서 독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직장인 마케터 이승희의 ‘기록의 쓸모’가 종합 20위, 미래학자 최윤식의 ‘앞으로 3년, 대담한 투자’가 종합 25위에 오르는 등 경제경영 전략도서들이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특별 한정판 출간과 더불어 다시금 관심을 받았다.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인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광주의 열흘 간을 중학교 3학년 소년 동호의 시점으로 그렸다. < 교보문고 5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 1. 더 해빙 (이서윤·수오서재) 2. 이번 달은 뉴요커 (홍세림·21세기북스) 3. 지리의 힘 (팀 마샬·사이) 4.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등 7명·문학동네) 5. 1㎝ 다이빙 (태수·피카) 6. 흔한남매. 4 (흔한남매·아이세움) 7. 오래 준비해온 대답 (김영하·복복서가) 8. 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소미미디어) 9. 룬샷 (사피 바칼·흐름출판) 10.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다산초당)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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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개를 위한 변론(우재욱 지음, 지성사 펴냄) 사람에게 위협적인 존재인 들개를 꾸준히 관찰하고 이들과의 공존을 모색한 저작. 서울의 지하철 역장으로 일하며 환경과 생태를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들개를 하나의 생명종으로 인정한다면 그들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냥이나 포획도 안 되지만, 먹이를 주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288쪽. 2만 3000원.진화와 창의성(안드레아스 바그너 지음, 우진하 옮김, 문학사상 펴냄)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창의성의 근원을 찾는 역사서. 스위스 취리히대 진화생물학 교수인 저자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다윈 이론이 직면한 도전들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진화 구조와 원리를 설명한다. 이어 생물학의 영역을 넘어 화학과 문화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 형태의 창의성에 주목한다. 424쪽. 1만 7500원.기획의 고수는 관점이 다르다(박경수 지음, 반니 펴냄) 컨설팅과 전략기획 실무 경력 15년 이상의 베테랑 기획자가 말하는 기획의 본질. 저자는 ‘기획’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관점’을 언급한다. 관점이 메시지로, 메시지가 스토리로 이어지는 흐름에 대해 당근마켓, 마켓컬리 등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로 소개한다. 244쪽. 1만 4000원.문도선행록(김미루 지음, 통나무 펴냄) 사진작가이자 행위예술가, 화가인 저자가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예술세계. 그는 아프리카 사하라와 몽골의 고비사막, 인도의 타르사막 등을 3년간 누비며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물었다. 저자는 도올 김용옥의 딸로, 책 제목인 ‘문도선행록’은 ‘도를 물어 선(禪)적으로 걸어간 기록’이라는 뜻이다. 658쪽. 3만 2000원.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정아은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남성들의 언어 속에 감춰진 가사 노동의 사회·역사·경제적 비밀.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인 저자는 가사노동이 폄하되는 이유와 이러한 현상의 기원에 대해서 ‘자본론’부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같은 최근 저작까지 아울러 알기 쉽게 설명한다. 260쪽. 1만 4800원.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나날(조엘 디케르 지음, 윤진 옮김, 문학동네 펴냄) 스무 살에 국제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조엘 디케르의 첫 장편소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특수작전본부 SOE에 지원한 젊은이들의 인간적 고뇌와 로맨스를 다뤘다. SOE는 1940년 케르크 철군 이후 위기감을 느낀 처칠이 독일군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한 비밀부대다. 492쪽. 1만 5800원.
  • 단단·발칙·따뜻… 한·미·일 작가 3인의 3색 산문

    단단·발칙·따뜻… 한·미·일 작가 3인의 3색 산문

    한국과 미국, 일본의 소설가들이 쓴 산문집 3권이 출간됐다. 2010년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 작가인 김금희(41), 형식 파괴로 명성과 악명을 동시에 얻었던 미국의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1962~2008), 한국에는 덜 알려졌으나 미시마 유키오가 ‘제일가는 문장가’로 꼽았던 일본의 우치다 켄(1889~1971)이 직조해 낸 저마다 다른 세상이다. 단단함과 발칙함, 따뜻함으로 중무장한 산문집은 이들의 국적만큼이나 다른 매력으로 독자들에게 손짓한다.●김금희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이상문학상 사태 촉발한 솔직한 소감 눈길 ‘사랑 밖의 모든 말들’(문학동네)은 김 작가가 데뷔 11년 만에 펴내는 첫 산문집이다. 사랑과 연애, 가족과 친구, 사회와 노동, 마음의 풍경 등을 꼭꼭 눌러쓴 책에서는 등단 이래 소설집 4권, 중·장편소설 2권을 부지런히 펴낸 작가의 옹골찬 단단함이 느껴진다. 특히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한다’는 조항에 반발해 ‘이상문학상 사태’를 촉발했던 작가의 올 초 이야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노동의 자세’라는 글에서 작가는 수상 거부라는 목소리를 내기까지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함께 상을 받은 작가들”(162쪽)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건물 청소 노동자로 일하며 반짝반짝 닦아 놓은 층계참을 바라보는 가족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작가에게 생계와 존엄, 이후의 노동을 가능케 하는 힘인 ‘저작권’을 지키는 자부에 대해 말한다.●월리스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시니컬한 작가의 세밀한 관찰력과 독설들 월리스가 쓴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바다출판사)는 ‘무규칙 에세이’다. 일리노이주 축제 취재기, 데이비드 린치 영화 촬영장 탐방기 같은 르포형 에세이에 소설 서평, 가치 있는 에세이의 기준 등 다양한 종류의 글을 총망라했다. 불안장애와 우울증, 술·마리화나·섹스 중독으로 순탄치 않은 생애를 보냈던 월리스는 거의 모든 사물과 사건에 멀미를 느끼는 인간이다. 그의 멀미는 오히려 세상을 뒤집어엎는 눈으로 기능한다. 가령 표제작인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에서 월리스는 자신이 성장한 일리노이주의 축제에서 중부 사람들의 기이한 공동체 의식과 불가해한 행태를 여과 없이 포착해 낸다. ‘무엇의 종말인지 좀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종말인 것만은 분명한’에서는 존 업다이크, 필립 로스 같은 전후 미국 소설계를 지배했던 남성 소설가들을 향한 비아냥도 서슴지 않는다. 월리스의 눈에 그들은 찬양에 길들여진 ‘위대한 남성 나르시시스트’(Great Male Narcissists, GMN)일 뿐이다.●우치다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제멋대로인 반려묘에 대한 노작가의 헌사 반면 우치다의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봄날의책)은 따뜻함이 주를 이룬다. 책에 담긴 것은 고양이 노라, 쿠루와 보낸 노(老)작가의 하루하루다. 그는 스승인 나쓰메 소세키의 ‘몽십야’에서 영감을 얻은 창작집 ‘명도’로 데뷔했지만, 소설보다는 수필가로서 더욱 명성을 얻었다. ‘네 다리를 사정없이 뻗어 대자로 자는’(13쪽) 방약무인한 존재인 고양이에 대한 헌사, 짧은 세월 함께 지낸 뒤 훌쩍 떠나 버린 고양이를 회상하는 노작가의 눈물이 아릿하고 따뜻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베스트셀러]부와 성공의 비밀 밝힌 ‘더 해빙’ 4주 연속 1위

    [베스트셀러]부와 성공의 비밀 밝힌 ‘더 해빙’ 4주 연속 1위

    부와 성공의 비밀을 파헤친 ‘더 해빙(사진)’이 4주 연속 1위를 달렸다. ‘반일 종족주의’ 후속작인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이 18위권에 진입했다. 교보문고가 15일 발표한 5월 둘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현황에 따르면 1위 ‘더 해빙’을 비롯해 2위 ‘지리의 힘’부터 7위 ‘오래 준비해온 대답’까지 전주와 순위가 동일했다. 특히 ‘더 해빙’은 예스24와 인터파크 등 인터넷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사회적·경제적 대전환의 흐름을 비대면·비접촉의 관점에서 분석한 ‘언컨택트’가 지난주보다 3계단 상승한 11위에 올라 눈길을 끈다. 출간 전부터 논란을 부른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이 18위로 처음 진입했다. 다음은 교보문고 5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1. 더 해빙(수오서재) 2. 지리의 힘(사이) 3.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문학동네) 4. 흔한남매4(아이세움) 5. 1㎝ 다이빙(피카) 6. 녹나무의 파수꾼(소미미디어) 7. 오래 준비해온 대답(복복서가) 8.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다산초당) 9.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한국경제신문) 10.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현대지성)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인숙 작가, 오영수문학상 수상

    김인숙 작가, 오영수문학상 수상

    제28회 오영수문학상에 김인숙(57) 작가가 선정됐다. 오영수문학상운영위원회는 지난 25일 열린 최종심에서 김 작가의 단편소설 ‘그해 여름의 수기’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계간 ‘문학동네’ 봄호에 발표된 ‘그해 여름의 수기’는 수해로 집이 물에 잠긴 10대 주인공이 아픈 기억을 극복하며 장년으로 자라난 이야기다. 심사위원들은 “우주를 지배하는 거대한 자연의 힘에 복종하면서도 저항하는 인간의 문제를 알레고리 형식으로 탁월하게 그려 냈다”고 평가했다. 1963년 서울에서 출생한 김 작가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장편소설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먼길’ 등을 펴냈다. 전태일문학상 특별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오영수문학상은 울산 출신 소설가 난계 오영수(1909~1979) 선생의 혼을 기리고 문인들의 창작열을 북돋우기 위해 1993년 제정됐다. 울산매일신문사와 에쓰오일(S-OIL)이 공동 주최하고 울산시가 후원하며 상금은 3000만원이다. 애초 4월로 예정됐던 시상식은 코로나19 여파로 올가을로 미뤄졌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지독하게 그리워했기에…원망 못한 그 이름, 엄마

    지독하게 그리워했기에…원망 못한 그 이름, 엄마

    “너를 붙들어두고 싶어! 네가 괴로운 건 상관 안 해. 왜 너는 괴로우면 안 되니? 나는 괴로운데!”(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문학동네, 2011, 252쪽) 캐서린이 히스클리프에게 말한다. “보고 싶었어. 그러니 가지 말아요. 나는 안 미워해.”(박석영 감독, 영화 ‘바람의 언덕’) 딸이 엄마에게 말한다. 내 곁에 있어 달라는 메시지는 같은데 전하는 방식이 다르다. 거센 바람과 순한 바람의 차이다. 하지만 그리움의 밀도는 비슷하다. 아니 ‘폭풍의 언덕’에 비해 ‘바람의 언덕’이 더 짙은 것 같다. 남녀보다 모녀 사이의 관계가 끈끈해서가 아니다. 어렸을 때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와 어른이 된 딸이 이제야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엄마 영분(정은경 분)이 고향 태백으로 돌아왔다. 거기에서 그녀는 낳기만 했을 뿐 돌본 적이 없던 딸 한희(장선 분)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곳에서 한희는 필라테스 교습소를 운영 중이다. 딸이 어떻게 컸는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 발걸음을 옮긴 영분. 그런데 엉겁결에 필라테스 수강생이 돼 정기적으로 딸과 일대일 수업을 하기에 이른다. 한희는 영분이 엄마인 줄 모르지만 살가운 그녀에게 자꾸 정이 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한희는 영분의 정체를 눈치챈다. 위에 옮긴 대사는 그 이후 펼쳐진 상황에서 나왔다. 의아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딸은 뒤늦게 자기를 찾아온 엄마를 왜 원망하지 않을까? 오히려 영분이 한희에게 독설한다. “너 끔찍해. 나는 네가 미워. 너 때문에 나는 평생 나쁜 사람으로 살아야 돼.” 딸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그러나 한희는 안다. 영분의 나쁜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딸은 엄마가 밤마다 필라테스 교습소 전단지를 벽에 붙이러 다니는 것을 목격했다. 딸은 엄마가 자신에게 커다란 죄책감을 가졌고, 커다란 죄책감보다 더 크게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 한희는 외로웠다. 그녀는 식당에서 친구와 통화하는 척하며 혼자 고기를 구워 먹고, 필라테스 교습소에 텐트를 치고 고독한 섬처럼 홀로 잠든다. 그래서 한희는 영분의 존재 자체만으로 좋았다.그러니까 “보고 싶었어. 그러니 가지 말아요. 나는 안 미워” 하고 딸은 엄마에게 말한 것이고, 엄마는 그런 딸을 차마 외면하지 못한 것이다. 자칫하면 신파조의 울음을 자아낼 수 있는 설정이다. 그렇지만 ‘바람의 언덕’은 감정선을 능숙하게 조율한다. 관객에게 눈물 흘리라고 강요하지 않고 눈물을 슬쩍 훔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이 입체성을 띤다는 점도 한몫한다. 영분과 한희 외에도 용진(김태희 분)과 윤식(김준배 분)과 같이 이름을 부여받은 등장인물들은 허투루 낭비되지 않는다. ‘바람의 언덕’은 ‘폭풍의 언덕’ 식의 격정이 없는 대신 윤리가 있다. 순한 바람이 엄마와 딸의 마음을 잇는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베스트셀러]TV에 소개된 책 순위 급상승

    [베스트셀러]TV에 소개된 책 순위 급상승

    TV에서 소개한 책들이 판매 순위 상위권에 올라 눈길을 끈다. 코로나19로 서점가에 히트작이 줄면서 고전 소설들도 순위에 올랐다. 24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4월 셋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현황에 따르면, 부와 행운의 비밀을 분석한 처세서 ‘해빙(사진)’이 지난주보다 2계단 올라 정상을 차지했다. 아동 만화 ‘흔한남매 4’와 문학동네의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은 2, 3위로 각각 1계단씩 내려갔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인기가 여전했다. 민음사(13위), 더스토리(37위), 문학동네(109위) 출간본 등 3종이 종합 베스트셀러에 포함됐다.‘페스트’에 이외에도 조지 오웰 소설 ‘동물농장’ 민음사(130위), 비채(176위) 출간본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헤르만 헤세 소설 ‘데미안’ 더스토리(22위), 민음사(120위) 출간본도 장기간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책은 모두 TV프로그램에 소개됐던 책들이다. ‘지리의 힘’도 2016년 8월에 출간됐지만, TV에서 알려진 후 입소문을 타면서 20위까지 올랐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번역서 3종도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이 가운데 TV에 소개된 2종은 새로 순위권에 진입했다. 다음은 4월 셋째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 1. 더해빙(수오서재) 2. 흔한남매 4(아이세움) 3.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문학동네) 4. 1㎝ 다이빙(피카) 4. 펭수 디 오리지널(EBSi) 5. 녹나무의 파수꾼(소미미디어) 6. 당신이 옳다(해냄출판사) 7.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한국경제신문) 8.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시공사) 9. 내일의 부 1: 알파편(트러스트북스) 10. 타인의 해석 (김영사)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빈곤은 돈 아닌,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

    빈곤은 돈 아닌,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

    불황으로 해고당한 계약직 주인공 거리로 내몰리는 과정 생생하게 그려 ‘대졸’ 간판, 갑질·성희롱 피해 못 막아 10년 넘게 생활고 겪은 작가 경험 바탕 처절한 ‘청년 홈리스’ 삶 속 희망 담아 하얀 바탕에 처연한 뒤통수. 세로로 내려오는 ‘신을 기다리고 있어’라는 글자. 얼핏 보면 신에게 고통의 근원을 물었던 영화 ‘밀양’(2007)이 생각나는 표지다. 그러나 일본 작가 하타노 도모미의 신작 소설 ‘신을 기다리고 있어’가 말하는 ‘신’은 하늘에 계신 절대자가 아니다. 갈 곳 없는 여성들에게 잠자리나 돈을 제공하고 데이트나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성들을 가리키는 일본 사회의 은어다.소설은 문구 회사에서 파견계약직으로 일하던 미즈코시 아이가 일방적인 해고를 통보받는 것에서 시작된다. 근로계약 당시에는 노동자파견법에 의거해 ‘3년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으나 때가 되자 경기 불황을 이유로 가장 먼저 가차 없이 ‘잘렸다’. 살고 있던 방의 월세를 지탱할 수 없게 되자 보증금이라도 건지기 위해 가방 하나 짊어지고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아이의 주거지는 만화카페다. 낮 동안은 중개업소에서 연결해 준 아르바이트장에서 하루 단위로 일하고, 밤에는 맡겨 뒀던 가방을 챙겨 만화카페의 1인실에 몸을 누인다. ‘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왜 건강한 사람이 그러고 있느냐는 물음, 왜 부모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에 적극 답한다. 실제 아이는 몇 개월간 계속된 거리의 생활도 버텨 낼 만큼 몸이 부실하지 않다. 그러나 정신건강은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져 있다. “건강한 사람이 왜 그러고 있어”라는 세상의 추궁에 마음은 더없이 쪼그라들었다. 도쿄에서도 나쁘지 않은 대학을 나왔다는 간판을 달고서도 갑질과 성희롱, 열악한 근무 환경, 노동법 위반이 만연한 일터를 피해 아이가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대졸 여성’이라는 간판은 일일 아르바이트장에서도 그를 작게 만들었다. 책은 정규직을 바라고 파견계약직도 꺼리던 아이가 일일 아르바이트에서 즉석만남 카페로, 남성들에게 돈을 받고 차를 마시는 정도의 가벼운 데이트만 하다 호텔로 향하는 ‘2차’를 고민하기까지의 과정을 곡진하게 그린다. 이 과정을 거쳐 아이는 여성 홈리스를 취재하겠다며 다가온 사회학도에게 무조건적인 경계만 드러내고, 거듭 ‘2차’를 요구하는 남성은 사랑으로 여길 만큼 피아 식별도 불분명해진다. 이 와중에 단 하나 남은 혈육인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후 불륜 여성과 함께 가정을 꾸려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그럼에도 한 가지 희망은 아이가 극한 상황 속에서도 주변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가령 빚쟁이들에게 쫓겨 도망간 남편 대신 혼자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맘 사치, 친아빠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고 거리로 내몰린 청소년 나기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같은 맥락에서 결국 아이를 구하는 것도 주변의 돌봄이다. 연락이 끊긴 아이를 부단히 찾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는 죽마고우 야마미야다. ‘빈곤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309쪽)라는 아이의 언설은 그래서 소중하고 뼈아프다.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하타노 도모미는 젊은 세대와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는 작가다. ‘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작가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까지 10년 넘게 생활고를 겪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詩는 걸으면서…가사는 컴퓨터 앞에서…내 안의 ‘두개의 몸’ 즐겨요”

    “詩는 걸으면서…가사는 컴퓨터 앞에서…내 안의 ‘두개의 몸’ 즐겨요”

    시는 걸어다니며 손으로 쓰지만, 가사는 컴퓨터 앞에 꼬박 앉아서 타이핑한다. 술을 마신 날, 시는 쓰지 않지만 반대로 가사는 더 잘 써진단다. 맨 정신엔 못할 ‘보고 싶어’ 같은 말도 직설적으로 할 수가 있어서. 최근 첫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문학동네)을 펴낸 구현우(31) 시인은 숱한 SM 아이돌들의 노래를 쓴 작사가다. 2015년 슈퍼주니어-D&E의 ‘브레이킹 업’을 시작으로 레드벨벳 ‘오 보이’, 샤이니 ‘드라이브’ 등을 썼다. ‘내 안으로 새로운 계절이 불어와’(‘오 보이’), ‘날 부르는 초록빛 그 끝에 혹시 네가 서 있나’(‘드라이브’) 같은 SM 특유의 서정적이면서 형이상학적인 가사들. “문어체 느낌, 현실에서 한발 떠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게 재밌다”고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시인이 말했다. 시도, 가사도 시초는 음악이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해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다. 자작곡을 쓰려 하자 멜로디는 쉽게 나와도, 가사는 더뎠다. 작사에 도움이 될까 싶어 무심코 시집을 집어 들었다. 그 세계는 오묘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만 들어와도 그 시가 좋아질 수 있다는 걸 알아서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글쓰는 공모전에 하나둘 지원하다가,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에 갔다. 2014년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6년 만에 탄생한 그의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은 제목처럼 서로 다른 ‘시차’에 관한 이야기다. ‘너는 가을옷이 필요하구나 나는 봄옷을 생각하면서/양화대교를 건너고 있어’(‘선유도’ 중)라는 표현은, “너와 나는 마주하고 있지만, 만날 수 없는 존재라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혼자다, 비단 나만이 아니라 너도 그렇겠구나. 나의 이야기뿐 아니라 너의 이야기도 여기에 있다’ 같은 얘기를 하고 싶었나 봐요.” 그의 시에서 ‘인간은 혼자’라는 명제가 형상화되는 공간이 ‘방’이다. ‘밀실’, ‘광장’ 같은 시어는 정치적 함의가 가득했던 최인훈의 소설 ‘광장’(1960)에서나 보던 단어들이다. 2020년대의 시인은 ‘나는 밀실에서야 쓰’(‘미의 미학’)지만 ‘아름다운 광장’(‘붉은 꽃’)이 있음을 아는 존재다. “혼자 쓰는 행위는 누구랑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니까 밀실에서 이뤄지는 것이죠. 광장을 가져온 이유는 이런 것들이 다만 개인 서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서사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시인이 말하기로, 작사를 하는 것과 시를 쓰는 것은 공통점이 거의 없다. 글을 잘 쓴다고 작사를 잘하는 게 아니고, 그 반대로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는 “그냥 몸을 두 개로 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작사할 때는 ‘난 이제부터 아이린이다’ 하면서 가성으로 노래를 불러요. 가수에게 빙의하지 않으면 작업이 안 되니까요. 시는 화자에게 빙의할 필요가 없죠. 일정 부분 자기 자신이기도 하고요.” 그는 ‘클 태’가 들어간 본명으로 작사를 하고, ‘악기줄 현’이 들어간 필명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흥미로운 분열’을 갖고 있다. “하고 싶은 일에는 몸을 다 던질 수 있는데, 재미없는 일은 잘 못한다”는 그는 취미가 모두 일이 되어서 정작 취미가 없다고 했다. 가사와 시가 주는 낙차, 이상한 이름이 주는 분열을 오롯이 즐기는 듯 보이는 그가 가지런히 웃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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