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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철씨 ‘문인 양산’ 비난

    소설가 이호철씨가 제대로 검증안된 문인이 마구 배출되는 ‘문인 양산’ 현상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씨는 ‘문학사상’ 4월호 권두칼럼 ‘1세기 전 니체의예언과 오늘의 우리 문단’에서 “70년대 중엽까지는 소위 신인의 데뷔 과정이 그런대로 신빙성을 지녔는데 80년대,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로 들어선 오늘에 와서는 죄다 그무슨 ‘거품’ 속에 휘말려 관련 간행물이며 상(賞)이라는 거며 작가며 시인이며 너무너무 마구잡이로 양산되어 그야말로 목불인견의 경지까지 와 있지나 않는지….”라고우려했다. 이씨는 또 “구조개혁 측면에서 우리 문단을 두고 말한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가닥을 잡아가야 할는지조차 막막해진다.”며 “우선에 어디서부터가 문화인이고 어디서부터가 문화인이 아닌지부터가 아주아주 애매해진 것이 오늘의 우리 상황이다.스스로 문화인으로 자처하고 여기저기서설쳐대며 악악대고 문화인 폼만 잡으면,그렇게 몇년 지나다보면 어느새 그럭저럭 문화인 대열에 끼어들게 되는 것이 작금의 우리 상황이 아닐까.”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씨는 저자와 독자의 관계에 대한 1세기 전 니체의 경고를 인용하면서 “누구나가 죄다 저자가 되어 모두가 아귀다툼으로 글을 쏟아내는 사태는 소위 민주주의에는 걸맞을는지 모르지만,이번에는 또 무엇을 부패시키며 썩어가게할 것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2001년 문예연감(한국문화예술진흥원간)에 따르면 한국문인협회,민족문학작가회의,한국펜클럽 등 3대 문인단체에 등록된 문인 수를 기준으로 하면 활동 문인 수는 7300여명이다.문단 관계자들은 중복으로 단체에 가입한 회원과 어느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는 문인을 감안해서 약 7000명으로 보고 있다.총 등록 문인이 5055명인 한국문인협회 회원의 장르별 분포를 살펴볼 때 시 2078명 41.1%,수필 1004명 19.9%,시조 481명 9.5% 등 세 장르가 71%나 차지하고 있어 ‘문인 양산’과 관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소설은 559명으로 11.1%였다. 문인 양산은 문학관련 잡지들의 추천,공모상,신인상 남발의 결과인데 현재 발행되고 있는 문학잡지는 200종 내외로 파악되고 있다. 유상덕기자
  • [만나고 싶었습니다] 개관 10돌 ‘추리문학관’ 김성종 관장

    “바다가 좋아 서울을 떠나 부산에 눌러 앉은지 만 22년이됐습니다.문화나 정보 측면에서는 서울보다 떨어지지만 부산 생활에 만족합니다.” 지난달 28일로 개관 10돌을 맞은 국내외 유일의 ‘추리문학관’(부산 해운대구 중동) 소유자이자 운영자인 추리소설 작가 김성종(金聖鍾·61)씨. 지난 91년 TV드라마로 방영돼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여명의 눈동자’의 저자인 그는 한편으로 만족스럽게 보내고있는 근황을 얘기하면서도 추리문학관을 운영하느라 겪는 고충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잘 알려져있듯 이 추리문학관은 김씨가 지난 92년 사재 20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지은 것.경관이 좋은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자리잡은 이곳은 여름철이면 입소문을 들은 피서객들이 길을 물어 찾아오기도 하는 등 부산의 명소가 됐다.그러나 김씨는 지난 10년간 만성적인 적자로 큰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적 지원을 호소했다. “찾는 사람이 평일에는 40∼50명이 고작이고 주말에도 100명 안팎이어서 늘 적자에 허덕입니다.사설도서관 지원법 제정이 절실하지요.” 이곳에는 일반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국내외 추리소설 6000권을 포함해 모두 3만여권의 장서가 빼곡히 들어차 있으며 세계 문호들의 진기한 사진 100여점도 전시돼 있다. 김씨는 적자폭이 매년 수천만원에 달하지만 사설이라는 이유로 국고 지원이나 보조가 전혀 안돼 지난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관광을 소개하는 책자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버젓이 추리문학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장소로 소개되고 있지만 1인당 3000원인 입장료 수입만으로는 적자를 메우기 어려운 게현실이라는 것. “다행히 지난해에는 부산시에서 일부를 지원해줘 숨을 돌렸지만 올해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 걱정이 태산입니다.” 김씨는 적자폭을 줄여보기 위해 현재 비어있는 지하층(90평)에 미스터리 영화 상영 전문소극장과 어린이 전문도서관 개관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작품구상을 위해 일본 후쿠오카와 요코하마·오사카를 다녀왔으며,현재 이들 지역을 무대로 한 추리작품을구상중이라고 말했다.추리문학관에서는 그동안 추리연극,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져 왔으며,김관장은 독자들에게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독자와 함께하는 추리여행’등 각종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매월 셋째주 금요일 오후에 개최되는 ‘금요일의 시인들’행사는 시인과 독자들이 함께하는 뜻깊은 행사로 자리잡았다.김관장은 “개관 10주년 기념을 위해 전국의 문인들과 독자들을 초청한 문학강연과 조촐한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며 부산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故 유치환시인 딸들 손배소

    ‘생명의 서’ ‘깃발’ 등을 쓴 생명파 시인 고 청마 유치환(柳致環)의 딸 유모씨 등 3명은 15일 “청마의 출생지를 잘못 기재해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청마문학관이 있는 경남 통영시를 상대로 1억 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통영시는 청마문학관에 청마의 실제출생지가 거제인데도 통영으로 잘못 기재하고 이후 여러차례 수정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개인의 인적사항을 잘못 공표한 행위는 인격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그손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영시청측은 “청마의 자서전에도 출생지가통영시로 기재돼 있어 근거없는 주장이라 생각,수정하지않았다.”고 밝혔다. 이동미기자 eyes@
  • “亞지식인들 상호소통망 구축할것”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의 학자와 문화예술인들이 동아시아의 소통과 상생을 함께 모색하는 ‘동아시아 문화공동체 포럼’(대표 신영복 성공회대 사회과학부장)이 1일 서울 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서 출범식과 함께 결성됐다. 동아시아 범 문화인들이 연대해 신자유주의의 패권적 지배상황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이번 포럼에는 모두 6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한국에서는 유중하(연세대),전형준(서울대),권혁태·백원담(성공회대)교수와 김지하 김민기홍성담 김정환 명계남씨 등 45명,중국과 일본에서는 왕샤오밍(王曉明)상하이대 교수,왕후이(汪暉)중국사회과학원 교수,사카모토 히로코 히토츠바시대 교수,소설가 위화(余華)씨 등 18명이 각각 참여했다. 포럼은 출범식에 이어 3일까지 사흘동안 성공회대와 강원도 원주시 토지문학관에서 ‘신자유주의하 동아시아의 문화적소통과 상생’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와 문화예술행사를 개최했다.첫날은 ‘동아시아 3국의 역사적 범아시아주의’(사카모토 히로코),‘새로운 아시아주의 상생의 역사적 조건’(왕후이) 등의 논문이 발표됐으며 둘째날은 시인 김지하씨와소설가 위화씨의 강연,토지문학관으로 자리를 옮긴 셋째날은 자유토론과 판소리 공연 등 ‘동아시아 한마당 잔치’가 마련됐다. 통일운동가 백기완씨의 딸이기도 한 성공회대 백원담 교수(중국학)는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면서 “포럼이 동아시아라는지역적 공간단위를 하나의 문명고리로 엮는 근거로 역할할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
  • 자치 안테나

    ◆경남 창원시는 올해 고향의봄 문화벨트를 본격적으로 조성하고 다양한 예술제를 새로 개최하는 등 시민들의 동질성을 찾기 위한 ‘공동체 문화사업’을 확대키로 했다고 14일 밝혔다.시는 이를 위해 올해 이원수 문학관을 건립,문화의 거리 조성과 함께 10개 예술·문화제를 개최키로 했다.또 15개 읍·면·동사무소에 커뮤니티센터를 설치하고,사회교육센터를 25개로 늘여 센터별 특화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울산시 울주군에 국(局) 직제가 신설됐다. 울주군의회가3개의 국을 신설하는 ‘울주군행정기구설치조례’를 개정,14일 공포함에 따라 4급서기관이 국장을 맡는 총무국, 경제사회국,건설도시국이 설치됐다. ◆전남도가 다음달 5일 5개 재산을 공개 매각한다.대상과감정가격은 ▲화순군 화순읍의 화순 도로안전관리사업소역청(아스콘)공장과 부지 및 시설(16억3,598만1,000원) ▲보성군 보성읍 도 축산기술연구소 중부지소(5억3,557만8,590원) ▲화순 남계분교(1억819만3,000원) ▲해남 장수분교(1억2,600만원) ▲해남 후산분교(1억4,503만원). ◆경기도 성남시는 14일 주차된 차량 유리창에 몰래 꽂아두는 음란·퇴폐성 명함 형식의 광고물 배포 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공무원을 동원,집중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시는 이를 위해 매일 저녁 3개 구청 직원과 공무수행 차량을동원,시내 주요 주차장 근처에 잠복 근무하는 방식으로 음란성 광고물 배포자를 현장에서 적발,신병을 곧바로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충남 당진군은 14일 군민이 함께 참여하는 군정을 위해마을 대표인 이장을 하루 동안 군청 과장으로 근무토록 하는 ‘이장 1일 과장제’를 운영키로 했다.군은 이를 위해근무를 희망하는 마을 이장을 명예과장으로 위촉,근무 부서에 배치해 해당 실·과장과 공동으로 집무를 보도록 하고 월중 확대 간부회의나 실·과장 간부회의에도 배석시켜 군정 체험기회를 줄 계획이다.
  • 사재 털어 ‘아동문학평론’ 100호 출간 이재철교수

    “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이며 미래다.오늘 우리가 다하지못한 꿈을 그들에게 거는 것은 우리가 인류공동체의 평화와 복지를 언제나 염원하기 때문이다.” 햇볕은 커녕 물도 제대로 못 먹어온 아동문학에 대한 외사랑으로 40여년을 바친 이재철(李在徹·70)단국대 명예교수에게 오는 21일은 남다르다.사재를 털다시피 근근이 이어온 계간‘아동문학평론’ 100호와 고희(古稀)기념논총으로 ‘한국 현대아동문학작가작품론 II’을 출간한다.“제가 쏟아부은 25년 정열과 땀이 오롯이 들어 있습니다.교수 월급을다 털어넣다시피 해 ‘무능한 가장’이 되었지만 우리 문학사에 한 자양분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76년 여름호로 창간한 계간 ‘아동문학평론’은 아동문학비평사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이 역사 뒤에는 이교수의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집념과 열정’이라는 개인사가 버티고 있다.가뭄에 콩나듯 하던 지원금도 90년부터는 끊겼고 앞서 86년에는 병마와 싸우느라 발행인이부인인 김미자여사로 잠시 바뀌기도 했다. 신념의 뿌리를 물어보니 “아이들이 잘 자라지 않으면 아무리 발달한 문화라도 곧 시듭니다”라며 “아동문학이 민족의 좋은 거름이라는 신념 하나로 살아왔습니다”라고 말한다.이어 “유행이나 돈을 좇았으면 이렇게 ‘미친 짓’은 못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업적을 “아동문학계의 족보 만들어 주는 사람”으로 낮춰 말하기도 한다. “일본과 독일 등지의 아동문학관이 그토록 부러울 수가 없다”는 그는 숙원인 ‘국제 아동문학관’을 만들기 위해 과천시와 협의 중이다.평생 모은 책 2만권(시가 30억원)을 기증키로 한 사실은 그의 ‘갈증’을 방증한다.이 교수는 아동문학사에 기념비적인 저서 ‘아동문학개론’ ‘한국현대아동문학사’ ‘세계아동문학사전’ 등 20권의 책을 지었다.출간기념식은 오후 5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 이종수기자 vielee@
  • 야생화 찍는 공무원

    군청 공무원이 사라져 가는 토종 야생화를 15년동안 카메라에 담아 전시회를 갖는다. 전남 담양군청 기획감사실 라규채(羅奎埰·42·7급)씨는 오는 8∼22일 담양군 남면 가사문학관 지실산방에서 야생화 전시회를 처음으로 연다. 출품작은 모두 41점으로,틈틈이 시간을 내 담양 관내 추월산과 병풍산,가마골과 금성산성 등에서 촬영한 것이다. 사진 속 야생화는 아름다운 자태 뿐만 아니라 이름조차 생소하다.처녀치마,두루미 천남성,노루귀 등 희귀종으로 멸종위기에 놓여 있어 학술가치가 높다는 평가다.라씨는 대한민국 사진대전 특선을 비롯해 50여 차례 전국 사진공모전에 입상할 정도로 사진촬영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라씨는 “어릴 때 산에서 봤던 야생화가 공해 등으로 사라지고 있어 이를보전하기 위해 사진에 담았다”고 말했다. 담양 남기창기자 kcnam@
  • [편지로 본 1940년대 문단秘史](2)삼천리사와 최정희

    ‘삼천리’사 김동환에게 찾아갔을 무렵의 최정희는 매우어려운 처지였다.“저쪽에서 인적 사항에 대해서 물어올 때어떻게 대답할지 곰곰이 생각했다. 아무리 생활이 어렵더라도 처녀 행세를 하면서까지 직업을 구하고 싶지는 않았다. 법률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이미 남의 아내로서 임신까지 하고 있는 사실을,남을 속이기 위해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서영은,‘생의 태풍 속을 무구한 노(櫓)로’)는 표현 그대로의 심경이었다.연보마다 틀리기에 바로잡기가 쉽지 않은최정희의 젊은 시절은 중앙보육학교 졸업 후 경남 함안유치원에 잠시 근무,곧 도일(1929),도쿄에서 유치원(三河)에 근무하면서 유치진·김동원이 주축이었던 ‘학생극예술좌’에참여,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김유영과의 사랑과 결혼으로 점철된다. 1907년 선산에서 태어난 김유영은 대구고교(현 경북고)에서 서울 보성고교로 전학,졸업(1925) 후 ‘조선영화예술협회’ 조직에 참여하여 활동 중 영화촬영소와 기술 견학을위해 1929년 도일,귀국하여 최정희와 결혼한 것은 1930년 3월 5일이었다.부부관계와 경제적 여건이 다 나빴던 최정희는 1931년 9월부터 ‘삼천리’사에 근무하면서 한국문단의귀염둥이로 부상했지만 그 운명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당장 아들 익조(益祚,1932.3.5∼1974.9.27)를 낳고자 근무 6개월만에 퇴사,출산 석 달 뒤 재입사,또 퇴사를 거듭하면서카프 제 2차 검거로 전주형무소 투옥(1934),조선일보 출판부를 비롯한 잡지사를 전전하다가 1938년에 ‘삼천리’에재입사했다. 최정희는 이 무렵의 참담했던 생활 속에서도 낙천성으로많은 문인들과 문학지의 기자라는 신분으로 폭넓은 교우관계를 가졌는데,역시 그 중심에는 파인 김동환이 위치한다. 아명이 삼룡(三龍)이었던 김동환은 ‘삼국지’의 패장(覇將) 유비(劉備)가 파촉(巴蜀)에서 대망을 이뤘다는 고사에서“인세(人世)의 고행이란 고행의 맨 밑바닥 길을 순교자와같은 걸음으로 묵묵히 파 들어가 보자”(‘독자 제현에 보내는 편지’)는 취의를 가진 ‘파인’을 아호로 삼았다.그는 고행자처럼 독학으로 자수성가,문화분야 뿐이 아니라 사회부의 명기자로 나도향·김팔봉과함께 이름을 떨치며 언론자유를 위한 철필(鐵筆)구락부,노동운동 현장 취재 등에투신했다.1929년 9월 12일∼10월 31일간 경복궁에서 ‘조선박람회’를 개최할 때 총독부는 공개적으로 기자들에게 2천5백원(당시 쌀 한가마에 13원이었다)이란 촌지(寸志)가 아닌 거지(巨志)를 분배했는데, 여기에다 도쿄 관광에 안 간대신 현금으로 챙긴 돈으로 파인은 ‘삼천리’를 창간했다. 아호 ‘파인’에 걸맞게 고행의 인생행로를 선택했던 그가홀연히 “파촉 정신은 이제는 싫어졌습니다”면서 “내 몸에 정열이 있으니,이 정열이 끄는 대로 자꾸자꾸 먼 곳으로훨훨 날고 싶습니다”(위와 같은 글)는 구실을 달아 ‘취공(鷲公)’으로 호를 바꾼 게 1937년,즉 중일전쟁이 나던 해정초였다. 이어 1939년 11월 10일 총독부령 제19호 민사령(民事令) 개정으로 촉발된 ‘창씨개명’ 때 김동환은 강릉김씨 문중이 결정한 가나에(金江)란 성 대신, 시로야마(白山靑樹, 태백·소백의 푸른나무란 뜻)로 정했는데 그 속내는 이해됨직하다.‘삼천리’는 사세가 어려워져 ‘삼천리문학’(1938년에 2집 발간)은 아예 정간했고,사업 확장을 위해 주식회사로의 전환을 시도(1940)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정진석 ‘언론인 파인 김동환’).그런 와중에도 최정희에게 위로차 휴가를 줬을 테고,그녀는 내키지 않지만 석왕사(釋王寺)로 떠나,여관에서 파인에게 편지를 보낸 건 1939년인 것 같다.“피서라고 하오나 제 마음은 도무지 한가하지 못합니다.…종종 좋은 자연조차 잊어버리고 멍하니 앉아서 비오는 밖을 내다보는 일이 있습니다”는 구절은 최정희의 착잡한 심경이 표상된다.인정 후한 파인은 우선 최정희에게 두둑한 여비도 못 줘서 보내 놓고는 곧 돈을 마련해부치마고 약속했는데,“이렇게 비가 와서는 오래 못 있을것” 같기에 “부쳐 주신다던 것은 조금도 염려 말아 주십시오”,“금강산이랑 부전고원(赴戰高原)이랑 죄다 보기로했는데 틀린 것 같습니다”는 언급이 저간의 사정을 말해준다. 문맥으로 보면 예사롭지 않은 낌새는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둘 사이가 밀착한 것 같지는 않는데,이런 미묘한 감정적인 교류는 1940년 12월 진주에서 파인이 최정희에게 보낸엽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촉석루도 서장대도 논개사(論介祀)도 일순(一巡)하고 부윤(府尹·현 시장)의 안내로 지금 여사(旅舍)에 앉은 자리외다.옛 고적이 어떻게도 많고,또 마음을 흔드는지요”란 구절에 담고 싶었던 속마음은 너무나 뻔하지 않은가.오른쪽에 남강을 끼고 왼쪽 촉석루가바라보이는 풍경은 비록 대일본제국이 만든 2전짜리 엽서일망정 망국의 한을 품기에 모자람이 없다. 더구나 파인의 발길은 단순한 소일이 아니었다.1939년 10월 29일 오전 10시40분 부민관(府民館·현 서울시의회 청사) 중강당에서 결성된 ‘조선문인협회’는 이듬해 12월 ‘총후(銃後)사상운동을 위한 전선(全鮮)순회강연회’를 열기로 했다.제1반(경부선)은 파인·유진오 등이 참가,부산(12월 8일),마산(9일),진주(10일),대구(11일),청주(12일),공주(13일)를 순회했고,제2반(호남선)은 정인섭·이헌구 등,제3반(경의선)은 백철·최재서 등,제4반(함경선)은 이효석·함대훈 등이 참여했다(임종국 ‘친일문학론’). 김동환의 시국강연은 여러 정황으로 볼때 선동적이기보다는 인정미에 초점을 맞춘 대중위무(慰撫) 형식이었다는 게정평이었지만,‘삼천리’를 ‘대동아(大東亞)’로 개제(1942년 3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하는 등 잡지와 단체의 역할때문에 개인적인 미덕이 평가절하 당했다.이 무렵 파인은안서 김억에게 보낸 편지에서 “서울에 빈 객사가 많으니 1인의 괴테,1인의 소크라테스가 나와서 우리 젊은이 갈길 가르쳐 좋을 때 아니리까.”(‘삼천리’ 1938.10)라는 내면적인 갈등을 담아내고 있는데,문학인의 내면적인 고뇌가 일상성으로부터의 일탈을 유도하는 예는 허다한지라 최정희와의관계도 이런 시대적인 분위기의 점강법을 탄 것으로 보인다.이에 비하면 최정희는 매우 낙관적이다. 그녀는 처음 ‘삼천리’에 입사(1931)했을 때 사무실엔 전화기가 없어서 원고 청탁은 직접 방문이나 편지로 이뤄졌다고 회고하면서 몇몇 재미있는 사건을 기록으로 남겼다(‘조광·삼천리 시절’). 바로 이 말을 뒷받침 주는 글들이 박태원, 이태준의편지이다.둘 다 정동 ‘중앙방송국 최정희 선생’으로 보낸것인데, 1940년 5월부터 그녀는 방송국 제2방송부에서 일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삼천리’원고청탁인가 하고 의아할 것이지만,여전히 파인의 일을 함께 했던 것으로보인다. 회고록에서 최정희는 이태준과의 관계를 맨 먼저꺼낸다. 최정희는 입사(1931) 직후 이태준에게 소설을 청탁(단편‘불우 선생’이 ‘삼천리’ 1932.4월호에 게재)한 이후 여러차례 편지 왕래가 있었음이 드러난다.이태준은 그녀에게 성북동 248번지(지금의 상허문학관.1933년 이곳으로 이사,1943년 철원 안협으로 낙향했다가 8·15후 상경하여 이듬해 여름 월북할 때까지 거주)에서 최정희에게 편지를 썼는데, “언문소설 꾸준히 쓰셔야 합니다”란 끝구절이 인상적이다. 최정희와 이태준의 친밀성을 알려주는 임옥인의 편지를 이대목에서 함께 읽는 게 좋을 듯하다. 그녀가 최정희에게 보낸 편지는 주소가 세 가지로 나뉜다.‘신당동 304의 152’와,삼천리사,그리고 ‘동숭동 5-1’인데,맨 뒤의 것은 1949년 1월 20일∼1957년의 최정희 거주지이기에 해방 후 편지들이다.문제는 앞의 두 주소인데,여러 정황으로 볼 때 최정희가 방송국과 삼천리사 일을 동시에 추진했음을 알 수 있다.또 “언젠가 원산여관(바로 파인에게 편지를 썼던)에서만나 뵈온 후 글이라곤 처음으로 올리게”되었다는 구절로봐서 이 편지가 1940년 4월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임옥인은 함북 길주 출신으로 나라여고사(奈良女高師,여자사범대학) 시절부터 습작을 하면서 ‘문장’지로 등단하고싶다고 보챘는데,최정희는 흔연히 이태준에게 소개해 줄 정도로 가까웠으며,그 효험도 있었던 것으로 편지에 드러난다.물론 이태준은 작품선정이 까다로워 고쳐 쓰게 했는데,특이한 것은 3회나 추천을 거치도록 등단 관문이 까다로웠다는 점이다.박태원과 최정희의 옥상 노래자랑 일화는 너무유명하다.하도 노래 잘 한다고 뽐내기에 내기를 먼저 신청한 쪽은 최정희였다.출근 시간에 맞춰 나타난 박태원과 옥상에 올라가 서로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하기를 몇 시간,드디어 남자 쪽이 패배를 자인하여 다과점에서 푸딩을 샀다는회상기를 연상하면서 그의 편지를 읽으면 더 운치가 있을것이다. 박태원은 교북동에 살다가 바로 1940년 ‘돈암동 487-22’에다 대지를 사 집을 지어 이사했기에 미처 원고를 쓸 겨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6·25때 월북,학창시절의 친구 정인택의 미망인과 재혼(1955),중풍으로 전신불수와 실명 사태(1977)에서 대작 ‘갑오농민전쟁’을 남긴 그는 한국의밀턴이란 칭송을 받을만 하다. 임헌영 문학평론가·중앙대 겸임교수
  • 동요 ‘고향의 봄’ 노랫말 배경 논란

    남녀노소가 즐겨 부르는 동요 ‘고향의 봄’에 나오는 고향은 어디일까.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아름다운 서정성과 고향에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노랫말로 북한 주민들도즐겨 부르는 ‘국민동요’다. 노래를 만든 아동문학가 이원수(李元壽) 선생(1911-1981) 타계 20주년을 맞아 경남 창원시와 양산시가 노랫말의 배경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노랫말의 배경이 창원시 소답동으로 알려진데 대해 양산시가 이의를 제기했다.선생이 양산시 북정동에서태어나 양산공립보통학교(현 양산초등학교) 1학년까지 다녔으므로 어린시절 뛰놀았던 북정동이 고향이라는 주장이다. 양산시와 문화원은 86년부터 추모사업을 준비하면서 선생의 옛친구와 주민들로 부터 이같은 사실을 확인,현재 선생의 생가복원사업을 추진중이다.기념관과 추모비를 건립하고 주변에 꽃동산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창원시 주장은 다르다.선생이 75년 텔레비젼대담프로 ‘명작의 고향’에 출연,‘고향의봄’은 창원읍소답리(현 창원시 소답동) 일대를 배경으로 노랫말을 만들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창원시는 최근 선생 타계 20주년 기념세미나를 개최,노랫말의 배경은 창원시 소답동임을 재확인하고 ‘이원수문학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문인연보’는 선생이 1911년 11월 양산읍 북정리에서태어나 2살 때인 1912년 창원읍 중동으로 이사,1916년 창원읍 소답리에서 서당공부를 시작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창원 이정규기자jeong@
  • 인터넷 사이버문학 전통문학과 충돌예감

    PC통신을 중심으로 나래를 펴던 사이버문학이 인터넷 세상으로 뛰쳐나왔다.사이버문학이 이미 뿌리를 내린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여전히 작가의 손때 묻은 원고지가연상되는 기성 문학과 인터넷은 지금 어떤 접점을 이루고있을까? 대표적인 사이버문학 사이트는 계간으로 운영되는 이용욱한남대 국문과 교수의 ‘사이버 문학관’(myhome.shinbiro. com/~icerain),시인 김정란씨의 ‘허공의 집’(womanliterature.net) 등이 있으며,젊은 작가들이 만든 ‘문학’ (literature.co.kr),전업소설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문학모임 ‘소설향’ (novelhouse.or.kr) 등이 주목받고 있다. 또 소설가 이외수(oisoo.co.kr),성석제(ssjj.net)처럼 작가 개인이 홈페이지를 개설해 독자들과 직접 교류하는 곳도쉽게 찾아 볼 수 있다.물론 인터넷 문학 사이트는 ‘개점휴업’ 상태인 곳도 더러 있지만,하루에 수백명이 넘는 골수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곳도 수두룩하다. 사이버문학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아날로그 문학과는 전혀다른 루트로 독자를 찾아가기 때문.작가는 문단이라는 번거로운 절차 없이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으며,독자는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지 않고도 어디서든지 컴퓨터만 있으면 자기가 원하는 작가의 글을 읽을수 있다. 사이버문학평론가 김주석씨는 “오프라인의 월간지,계간지처럼 느린 발표 주기와 비실시간성을 극복한 사이버문학은창작과 발표가 동시적으로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리얼미학’을 갖고 있다”고 예찬한다. 특히 사이버문학은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것에서 벗어나하이퍼 링크를 통해 작품 전개방향을 독자가 임의로 선택할수 있으며,그래픽 이미지나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기법을써서 독자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사이버문학은 이미 문학계에선 나름대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이우혁씨의 ‘퇴마록’이나이영도씨의 ‘드래곤 라자’처럼 서적으로 출간돼 사이버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속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사이버 문학이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아날로그 문학인,전통적인 책 제작 환경과의 치열한 자리다툼을 이미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독자들 역시 책의 껍데기나 형식보다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를 주의깊게 탐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지적이다. 허원 kdaily.com기자 wonhor@
  • 이어령·강인숙씨 부부 ‘영인 문학관’ 14일 개관

    이어령(李御寧·이화여대 석좌교수)-강인숙(姜仁淑·건국대 명예교수)씨 부부가 ‘영인(寧仁) 문학관’을 설립,14일 개관한다.부부의 이름자를 합쳐 명명된 이 문학관은 서울 평창동에 지상 2층,지하 2층 건물로 건립됐으며 작가들의 육필 원고 500여점,작가 서명이 든 작품집 5,000여점,문인 초상화 104점,서화,도자기 등 다양한 자료를 상설 전시하게 된다. 문학관은 14일부터 5월28일까지 개관 기념으로 ‘문인 초상화 104인전’을 연다.전시 자료들은 이 교수가 주간으로있던 ‘문학사상’ 72년 창간호부터 85년까지 표지를 장식한 문인 초상화들이다.작가 104명에는 나도향 이상화 염상섭 서정주 등 작고 문인은 물론 박완서 이청준 등 여러 생존 작가들이 들어 있고 변종화 김기창 천경자 이만익 등유명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렸다.문의 (02)379-3182. 김재영기자 kjykjy@
  • KBS 윤석호 PD ‘가을동화’ 질감을 ‘TV문학관’에

    ‘가을동화’ 질감을 ‘TV문학관’으로. 지난해 미니시리즈 ‘가을동화’에서 수채화같은 영상감각을 선보여 일약 스타PD로 각광받은 KBS 윤석호PD.그가 ‘TV문학관’ 연출을 맡게됐다. 윤PD가 바통을 넘겨받을 다음번 TV문학관은 4월 촬영을 완료,5월 안방극장에 풀릴 예정.작품은 두군데 문학 원전에서 모티브를 빌려왔다.하나는 시적 서정의 고전인 황순원의 ‘소나기’.또하나는 깜찍한 소녀의 눈에 비친 세태풍자의 백미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둘다 드라마PD,영화감독들이 앞다퉈 제작을 탐내온 우리 단편 콘텐츠들이다.윤PD는 “두 소설을 얽어짜되 전혀 새로운 톤의화면을 길어올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무대는 한적한 시골 저수지.아들아이 하나와 구멍가게를꾸려가는 과부 어머니 앞에 웬 낯선 도시 사내가 출현하자 소년은 자못 불길하다.갑자기 달뜨는 엄마의 춘정이 손에 잡힐 듯 ‘위협’하기 때문.불안감을 잠재우려는 듯,사내가 대동하고 온 딸아이.소년은 소녀와,엄마는 사내와 닿을 듯 말듯 떨림을 교감하지만 잠시뿐.모자를 저수지 곁에남겨둔 채 외지인들은 훌쩍 제 갈길로 떠난다. 윤PD의 문학관은 KBS드라마 사상 최초의 HD-TV 카메라 촬영작.디지털 TV 개막을 앞둔 화질 점검을 위해서다.‘영상의 마술사’ 윤PD가 화질 업그레이드 테스트의 적임자로간택된 셈.윤PD는 “내마음의 옥탑방,그녀의 세번째 남자등 신작소설도 검토했으나 테스트 제작의 특성상 밤·낮,야외·실내 장면 등을 자유자재로 담아볼 보편적 작품으로 귀착됐다”고 말했다. 손정숙기자
  • 눈이 내린다…욕망이 날린다…KBS1 TV문학관 ‘홍어’

    자고새면 무릎이 푹푹 빠지게 문간까지 쌓이는 눈.골방에유폐된 어머니는 하루하루 삯바느질로 집나간 지아비에 대한 회한을 삭인다.떠꺼머리 아들아이는 누이뻘 계집애와 눈싸움에,썰매타기에,어머니 속타는 줄은 까맣게 모른 척이고. KBS1의 TV문학관 ‘홍어’(김주영 원작,김병수 극본,장기오 연출,21일 오후11시)는 시종 브라운관을 짓누르는 눈이반은 말해주는 드라마다.눈은 카멜레온처럼 몸을 바꾸며,유예되는 욕망들로 핏기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톡톡한 방점을찍어준다.어스름 내려앉아 푸르스름한 눈,비끼는 노을자락에 겨자빛 도는 눈,어둠 풀려 흡사 심해같은 눈,염색천이나부끼는 희디흰 벌판, 흩날리는 진눈깨비, 먼 눈, 가까운눈…. 눈은 곱다시 배경으로 머물긴 커녕,그 자체 강렬한 캐릭터가 되어 등장인물에,시청자들에게 말을 건넨다. 별명이 홍어인 아버지(임동진)가 기생집 ‘춘일옥’안주인과 눈맞아 도망친 지 5년.어머니(김해숙)가 문설주에 걸어둔 홍어는 말라비틀어졌다.어느날 이집에 18세 삼례(정다빈)가 흘러들자 사춘기가 시작된 아들세영(김수동)은 삶이확 달라져버린 기분이다.안으로 메말라만 가는 어머니와 달리 되바라지기 밤톨같은 삼례는 자전거포 총각과 밤도망을놓더니 어느날 기생이 되어 읍내에 나타난다. 드라마 관건은 엄청 쌓인 눈.3년전부터 기획안만 만지작거려온 KBS는 올해 20년만의 폭설이 내리자 강원도 평창 축산기술연구소 대관령지소에 세트를 짓고 2주만에 촬영을 해치웠다. 25년간 현장을 지켜온 장기오 대PD는 “열세살 시골소년의성장기를 한축으로,어머니의 욕망과 반란을 또 한축으로 한편의 수채화같은 드라마를 엮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수채화라면 합격점이다.이점 함박눈을 펑펑 쏟아준 올겨울하늘에 고마워해야 할 성 싶다. 하지만 두바퀴라는 드라마는 자꾸 한쪽으로 기우는 느낌이다. 엄마 품에서 벗어나 성에 눈떠가는 세영이쪽 삽화는 그런대로 깔끔한데 어머니 캐릭터가 종내 오리무중이다. 삼례에 목돈을 쥐어 쫓아보낸 뒤 아들에게 털어놓는 넋두리 몇마디에다 흰천에 핏방울 듣는 이미지 몇가지만으론 평온해 뵈는 삶에 섬뜩하니 묻힌 욕망,그 입체적 깊이가 드러나질 않는다.삼례 역시 마냥 발랄한 N세대일뿐 어머니 가슴에 확 불을 댕길만큼 ‘화력’있어 보이진 않는다.그런 탓에 막바지 대반전인 어머니 가출도 왠지 느닷없어 보였다. ‘산뜻한 화면’에 매달린 나머지 눈이 던진 질문들,저 자못 폭력적인 삶의 어둠에 대한 응시는 너무 쉽게 생략해 버린 것 아닌지 아쉽다. 손정숙기자 jssohn@
  • 개관 앞둔 전시관 자료확보 ‘비상’

    전북지역 지자체들이 앞다퉈 각종 전시관 건립에 나서고있으나 정작 개관을 앞두고 전시물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도내 지자체가 건립중인 주요 전시관은 전북도의 동학혁명기념관을 비롯해 군산시의 채만식문학관,익산시의 보석박물관,고창군의 판소리박물관 등이다.그러나 이들 전시관은 수년간의 공사에도 불구하고 전시자료 확보 등 준비작업이 허술해 알맹이 없는 전시공간으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군산시가 98년 18억원을 들여 성산면 금강변에 착공한 채만식문학관은 지난해 말 완공됐으나 아직까지 확보된 전시물은 140여점에 불과하다. 또 익산시는 보석수집가의 보석 기증 약속을 계기로 국비등 총 200여억원을 투입,박물관 건립에 나서 다음달 말 준공 예정이지만 전시 보석을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 기증받은 11만여점의 보석이 대부분 전시에 적합하지 않은나석(裸石)이어서 지난해와 올해 25억여원의 예산을 들여보석 수집에 나서고 있다. 전북도가 국비 등 총사업비 300여억원을 들여 정읍시 덕천면에 짓고 있는 동학혁명기념관은 건설예산이 부족해 공기를 채우기도 힘들어 자료수집은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이밖에 고창군이 35억원을 들여 다음달 완공 예정인 판소리박물관은 전시물 수집 예산이 2,000만원에 불과해 동리 신재효씨의 후손과 군민들의 기증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대부분 국비가 지원되는 전시관을 다른 지역에빼앗기지 않으려는 지자체간의 그릇된 경쟁의식에서 비롯된측면이 있다”면서 “철저한 사전 준비나 검증없이 건립되는 전시관은 결국 단체장 치적쌓기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주 조승진기자 redtrain@
  • 뉴스피플 2월15일자 발행

    대한매일신보사가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뉴스피플’ 최신호(2월 6일 발매,2월 15일자)는 통기타 세대의 부활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는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현장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라이브 통기타의 선율로 중년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미사리를 찾아 중년의 꿈과 고민을 엿봤다. 민족의 주 먹거리인 쌀 소비가 크게 줄고 있다.쌀 소비 실태와 소비를 늘리기 위한 첨단 마케팅 기법을 특집으로 다뤘다. 국세청이 최근 시작한 언론사 세무조사의 진짜 배경을 파헤쳤다.최근 국군기무사령부의 이전계획 발표로 정보기지로 변신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이 있는 서울 내곡동을 취재했다.차세대이동통신(IMT-2000)동기식 사업권자 선정과 한국통신의 민영화,LG텔레콤의 향방 등 굵직한 현안이 얽힌 통신업계의 물밑 공방전도 파헤쳤다. 3월 개교를 앞둔 사이버대학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교육부의준비부족으로 처음부터 휘청거리고 있는 사이버대학의 문제점과 과제를 밀착취재했다.문학마을에서는 정호승 시인을 만나 그의 생애를 수놓은 문학관을 들어봤다.최근 애견 인구가 늘면서 ‘귀하신 몸’으로떠오른 애견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전용 카페와 병원에서부터 장례업체까지 사람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견공(犬公)들을 취재했다.
  • 문학전문 웹진 잇단 창간

    인터넷 상의 문학전문 잡지인 문학웹진들이 문학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북토피아의 ‘인스워즈닷컴(www.inswords.com)’은 무료의 정통 사이버 문학매거진으로 김정환(시인) 정과리(평론가)정호웅(평론가)성석제(소설가)하응백(평론가)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월간지로운영되며 이번 창간호에는 조경란이 첫 장편소설 연재를 맡았으며 시인 정현종을 이달의 작가로서 집중 조명했다. 또 서정인 박상륭 이승우 등의 단편소설과 김명인 고형렬 김혜순 등의 신작시가 실려 있다. 시공사도 최근 장르문학 전문인 ‘이매진’(www.emazine.com)을 출범시켰다.장르문학이란 판타지·무협·SF·추리 등을 총칭하는 말이며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이매진 창간호에는 무협·판타지·SF의 대표 주자인 이영도ㆍ좌백ㆍ이영수(필명 Djuna)씨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다.매달 1일,15일 두 차례 새로운 내용이 게재된다. 한편 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을 대상으로 문학예술을 주제로 원격 강의를 펼치는 ‘디지털 문학예술대학(www.artnstudy.com)’이 이달 초오픈했다.유료인 이 사이트 강의에 학장인 신경림을 비롯 김지하 박범신 이윤기 및 영화·음악·미술·건축 평론가들이 나선다. 이밖의 문학관련 웹진으로 소설가 김영하가 편집장인 ‘테마진’(www.cultizen.co.kr~theme~zine)‘노블21’(www.novel21.com)‘포엠토피아’(www.poemtopia.co.kr)등이 있다.
  • 이재현 무안군수 한민족문학상

    이재현(李裁賢) 전남 무안군수가 제5회 한민족문학상 시 부문 대상수상자로 선정됐다고 한민족문학회가 5일 밝혔다.이군수는 99년부터2000년까지 지구문학에 시 ‘풀뿌리 민주주의’등을 연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90년 한국시 제1회 문학상(수필부문) 등을 수상했고 시집과 수필집도 출간한 바 있다.시상식은 오는 6일 서울 세브란스빌딩내 대우주택 문학관에서 있다.
  • 未堂 영결식 이모저모

    추운 겨울날의 따스한 햇살같기만 한 시어(詩語)의 ‘국민시인’ 미당(未堂)이 고향의 환한 겨울햇살 아래 영원히 묻혔다. 지난 24일 85세로 타계한 한국 현대시의 거목 서정주(徐廷柱)선생의장례식이 28일 오후 고향인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에서 많은 문인·고향사람들의 애도 속에 치러졌다.장례식은 번잡한 형식의 구애를 싫어한 고인의 평소 뜻을 받들어 대시인의 마지막 길 답지 않게조촐하게 행해졌다.문인단체의 추모 이벤트는 물론 흔한 조사나 조시낭독 등이 없어 보통 사람들의 가족상과 똑같았다.그러나 고창군 일대,특히 생가가 있는 선운리에는 ‘문단의 큰별 미당의 명복을 빕니다’‘고향에서 편히 잠드소서’등 근조 플래카드가 여러곳에 내걸려고향으로 돌아오는 미당을 맞았다. 생가 옆에 건축중인 미당문학관 뜰에서 가진 영결식에는 선운사의 원공·법지 두 스님이 참석,“그가 겨울하늘 동천에서 돌이 될는지 연꽃이 될는지 알 수 없으나 그를 깊이 아쉬워하고 그리워한다”“큰시인으로 다시 이땅에 돌아와 많은 사람의 영혼을 맑게 일깨워주기를기원한다”고 조문했다. 꽃상여는 생가 건너편 안흥리 뒷산에 올라 미당은 지난 10월 앞서간부인 곁에 안장됐다.‘미당이 유택에서 왼쪽 질마재,오른쪽 곰소만·장수강과 대화를 나누겠구나’싶을만큼 묘지는 풍광이 뛰어난 곳에자리잡았다.장지까지 함께온 200여 조문객 가운데 한 명이 그의 시‘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조용히 읊었다. /이별이게/그러나/아주 영 이별은 말고/어디 내생에서라도/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연꽃/만나러 가는 바람아니라/만나고 가는 바람같이…고창 김재영기자 kjykjy@
  • TV서 느끼는 전경린 소설…K2TV문학관 ‘다리가 있는 풍경’

    TV와 문학은 언제까지,어디까지 행복한 만남을 꿈꿀수 있을까. 올 세번째 TV문학관이 27일 오후 11시 KBS-2TV로 안방을 찾는다.‘다리가 있는 풍경’.원작자 이름이 일단 시선을 붙든다.우리시대 둘째가라면 서러울,현란한 감수성의 모험을 감행해온 전경린.그의 단편‘안마당이 있는 가겟집 풍경’이 재료다. 나는 다리를 찍으러 다니는 사진작가 인혜(도지원).어느날 뜻밖의 유산을 겪고 왠지 고향을 향하게 된다.그곳에 까맣게 잊고 있던 다리하나가 있었다.켜켜이 세월의 땟국에 절은 다리.그 위를 엄마(이휘향)는 바람난 아버지(하재영)를 좇아 종종걸음쳤었다. 딸아이 넷을 거두느라 양푼긁는 소리가 그칠새없던 엄마.지금은 깡촌군청계장으로 들어앉았지만 한때 시국을 고민하는 엘리트였던 아버지에게 엄마는 자기 날개를 꺾어 여기까지 끌고온 감때사나운 족쇄일 뿐이다.그런 아버지 직장에 들어온 대학후배 문계장(지수원). 미모에목소리도 다소곳한,엄마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여자. 어린 나(김가영)는 그집에 피아노를 배우러 다닌다.엄마 딸이지만 문계장에게 질주하는 아버지 마음이 너무도 이해가 간다. 여기서부터는 남자 하나를 놓고 실랑이하는 정실 대 첩의 해묵은 갈등구도다.임신한 엄마는 어떻게든 아들하나 낳아 아버지를 눌러앉히려 하지만 문계장도 덜컥 임신됐다는 걸 알게 되고….70년대 초라는걸 감안하면 그렇게 눈살찌푸릴 것은 없겠다.오히려 생명을 매개로모든걸 품어안는 엄마의 모성이 때때로 눈물짓게 한다.경남 함양의풍광도 그런대로 눈을 시원하게 한다.옛 TV문학관 때보다 덜 진득할요즘의 시청자들까지 흡인할만큼 진행도 속도감있다. 70년대 유신독재에 괴로워하는 ‘운동권’ 아버지 캐릭터는 원작에없던 것.극적 효과를 노린 제작진의 창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문계장과 엄마의 직접대면,문계장의 임신,메인 소재인 다리조차도 모두소설에선 일언반구 없던 얘기다. 드라마가 소설에 빚진 건 인물과 초반설정 정도.엄마와 주인공 화자의 얘기를 동렬에 세워 한 아이의 성장 내면사를 그린 소설은 결국 잘난 사내를 사이에 둔 두 여자의 쟁탈전과 화해의 드라마로 탈바꿈했다. 그렇다면굳이 ‘TV문학관’이란 간판이 왜 필요할까.문학에서 드라마 입맛맞는 설정만 쏙쏙 빼온 ‘단막극’일 뿐인데.이민홍PD 역시‘다리…’를 찍는데 걸린 10일이 딱 단막극 제조기한이라 고백하지않는가.‘다리…’가 잘됐고 못됐고의 문제가 아니다.‘TV문학관’은무엇을 지향하는가. 지금으로선 문학의 육질을 화면에 옮겨보자는 것도,발랄한 문학의 새 기운을 추적해보자는 것도 아닌 것 같다.이름값이 아깝지 않을 새로운 실험정신이 절실해뵌다. 손정숙기자 jssohn@
  • 위기의 문학… 처방전은 있나

    문학전문 계·월간지들이 올 마지막 겨울호와 12월호에 다양한 특집 을 실었다.문학의 위기와 한국문학의 문제점들을 다룬 글들이 특집의 주종을 이룬 가운데 몇몇 글이 문제 진단과 처방 제시에서 특히 주 목된다. 불문학자인 정명환 전 서울대교수는 동서문학 겨울호에 게재한 컬럼 ‘오늘날의 문학적 상황에 관하여’에서 문학적 뜻이 역설적으로 활 발히 발휘되는 토대였던 성적·정치적 금제(禁制)의 해소,기술사회의 특질, 대중문화의 지배적 세력 등이 문학의 위기의 이유로 우선 거론 될 수 있다고 말한다.그러나 이런 외부적 조건 때문에 야기된 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문학 자체의 내부적 위기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고 목 소리를 높인다. “1960년대 이후에 서양에서 부각되고 우리 식자들 사이에서도 제법 널리 퍼지게 된 문학관들이 문학의 바람직한 수용에 부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것이다.문학작품이 정신분석학 인류학 언어학 사회학 기호 학 등이 제공하는 가지가지 방법론에 따라서 연구되거나 이론화되어 야 할 대상으로서만 강조됨에 따라 그 실존적 기능,즉 인생을 바꾸어 줄 수 있는 이의제기(異議提起)로서의 기능이 경시되고 말았다고 정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그는 “문학 연구작업이 문학의 실존적 의의와 결부되지 않을 때는 그것은 극소수 전문가의 수중에 갇혀 활력을 잃고 말 것”이라고 경 고하면서 ‘아직도 인생의 총체적 의미의 담당자’인 “문학의 진정 한 맛을 복원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학사상은 12월에 특집 ‘위기론과 문학의 대응’을 마련했다.법학 자이면서 그간 문학에 고견을 펼쳐온 안경환교수(서울대 법대)는 ‘ 인문학의 위기와 문학적 대응’이란 글에서 “인문학의 상징인 문학 은 근대적 인간의 형성에 은근한 힘으로 기여하는 지적체계인 동시에 공동체의 삶에 대해 인간성의 이름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가장 보편 적인 수단”이라고 높이 평가했으나 “사람의 삶의 질이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21세기에도 문학이 마찬가지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기 대할 수도,주문할 수도 없다”는 견해를 분명히 한다. 그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문학은 세상의 변화를예견하고,체계적으 로 설명하고,그리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며,부자연스런 변화에 저 항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같은 특집에 ‘경제의 위기와 문학계의 변화’를 기고한 문학평론가 이경호씨는 경제한파의 영향으로 매출 순위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 지해오던 문학 출판이 98년부터 중하위권으로 밀려났으며 문학작품의 독자층이 주로 20대와 30대 여성에 국한되었다고 지적했다.또 남성 독자층이 문학작품 읽기를 외면하게 된 결과로 여성 독자층을 겨냥한 여성작가의 영향력과 창작활동이 크게 증대했으나 최근의 여성문학 은 깊이와 다양성에서 심각한 흠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문학의 새로운 활로로 인터넷,전자책,문학의 데이터 뱅크 등 정보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나,근본적으로는 “이제 본 격문학은 높은 작품성을 간직하고 ‘소수집단의 마니아 독자층’에게 읽히는 작금의 현실을 미래의 운명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안삼환 서울대 독문과교수는 문예중앙 겨울호에기고한 ‘한국 문학이 세계성을 지니려면’이란 글을 통해서 “우리나라 시인·작가 들은 글을 쓸 때 ‘새로운 인간형’의 탐구라는 문학 본연의 임무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우리 문학작품들이 이국적인 정 취나 한국적인 정서와 발상법을 보여주는 데에 그쳐서는 결코 세계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김재영기자 kjy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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