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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발표작 장편 ‘푸른 탑’ 등 수록 이효석 전집 개정증보판 나왔다

    빛나는 단편소설로 향토색 짙은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던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1902∼1942).시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언어를 갈고 닦아 우리 문학을 풍성하게 했다는 이효석의 전집이 대폭 보완돼 나왔다. 창미사에서 최근 펴낸 ‘새롭게 완성한 이효석전집’은 지난 83년 나온 ‘이효석전집’의 개정 증보판.모두 8권으로 이뤄진 이 전집은 작가의 장녀와 외손자가 그 동안 빛을 못본 장편 ‘푸른 탑’을 비롯해 시나리오 ‘애련송(愛戀頌)’,수필 ‘산협의 시’ 등을 새로 실어 작가의 문학세계를 온전히 복원한 게 특징이다. 이들 작품은 작가가 생전에 발표했으나 이후 존재가 잊혀져 빛을 못본 것들.작가의 외손자인 조경서씨가 베이징 등지서 자료를 조사하다가 발견,국내외 전문가의 도움으로 작품이 실린 당시 신문을 찾아 수록한 만큼 국문학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다. 전집을 작품 발표 순서대로 편집하여 당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기 쉽도록 하고,작가가 단편소설만이 아니라 장편과 시나리오·평론 등 다방면에서글을 썼음을 보여줘 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데 좋은 안내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8권에는 작가가 요절하기 직전까지 재직했던 평양 대동공전 제자들의 60년전 ‘은사 이효석’을 추억하는 글과 당시 일본어로 발표한 작품을 번역한 글을 모았다. 이종수기자
  • 쿠체 문학세계/남아공 쿠체 노벨문학상 수상 인종문제·제국주의 비판

    존 맥스웰 쿠체는 194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우스터에서 네덜란드계 백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남아프리카와 미국에서 수학,컴퓨터,언어학,문학 등을 공부한 그는 세계문학계에서 “지적인 힘과 균형적 스타일,역사적 비전과 윤리적 통찰력을 독특한 스타일로 통합시킨 작가”로 통한다. 영어로 교육을 받은 그는 7편의 소설로 영국의 권위적인 ‘부커상’ 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 수상자가 되는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쓸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주요 작품으로는 국내에 번역 출판된 ‘추락’‘페테르부르크의 대가’‘야만인을 기다리며’와 ‘철의 시대’,‘포’‘더스크랜즈’ 등이 있다.작품을 내는 족족 “내용과 형식면에서 기존 범주에 도전하면서 새 영역을 개척한다.”고 호평받았다.케이프타운 대학 석좌교수인 그는 부커상 수상작이자 대표작인 ‘마이클 K의 삶과 세월’ ‘추락’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인종차별과 성 문제를 창의적 소설기법에 담았다. 2000년 국내에 소개된 ‘추락’은 그의 문학세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이 작품은 흑백의 공존이 구호만으로는 안 된다는 작가로서의 문제의식을 형상화했다.흑인에게 정권이 넘어간 뒤 남아공화국 한 백인교수의 치욕스러운 추락 과정을 조명하면서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는 백인의 무한한 자기 반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인종 문제에서 싹을 보여준 폭력과 억압에 대한 쿠체의 비판의식은 타깃을 제국주의로 넓히면서 보편성을 담보한다.최근 소개된 ‘야만인을 기다리며’(들녘 펴냄)에서 쿠체는 남아프리카라는 공간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는데 이는 제국주의-식민지주의자 사이에 나타나는 폭력과 억압이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작가의식을 투영한 것이다. 쿠체의 작품세계는 리얼리즘보다는 반리얼리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 계열로 분류된다.국내에 소개된 또 다른 작품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책세상 펴냄)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이 작품에서 그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사악한 인물로 묘사하면서 역사와 허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그는 또 어떤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는 작가로도유명하다.‘페테르부르크의 대가’가 그런 특징을 압축하고 있는데,감상을 철저히 배제하고 현실을 바라보는 등장인물에는 그의 창작방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국내에 쿠체 작품을 주로 소개해온 왕철 전북대 영문과 교수는 “그의 작품은 반리얼리즘적 소설이어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맛을 알 수 있다.”며 “주로 단문을 사용하지만 그 속에 깊은 사유와 해석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같은 남아공 작가로서 노벨상을 수상한 나딘 고디머는 그의 작품세계를 “종달새처럼 날아올라 매처럼 쳐다보는 상상력을 갖고 있는 작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노벨문학상 오늘 발표

    |스톡홀름 AFP 연합|2일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각 분야의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된다. 한림원은 노벨문학상을 목요일에 발표해온 전통에 따라 2일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8시) 수상자를 발표한다.지난해 노벨문학상은 헝가리의 임레 케르테츠가 수상했다. 6일에는 의학상,7일 물리학상,8일 화학상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된다.평화상 수상자는 10일 발표될 예정이다.노벨상 수상자는 부문당 1000만 크로네(약 130만달러)의 상금을 받고 공동수상일 경우 이 상금을 나눠 받는다. 한편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하루 앞두고 1일 세계문학계에서는 수상자를 점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스웨덴 현지의 출판업계에서는 탈식민주의 계열의 작품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설가 존 쿠시와 미국 작가 필립 로스,덴마크의 여성 작가 잉거 크리스텐센 등을 유력 후보로 꼽았다. 일부에서는 소설가가 6년 연속 수상한 사실을 들어 올해에는 시인이 탈 가능성이 높다며 ‘아도니스’로 알려진 시리아의시인 알리 아흐마드 사이드와 뉴질랜드의 시인 재닛 프레임 등을 최우선 후보로 선정했다. 이밖에 캐나다의 마거릿 에트우드,멕시코의 카를로스 푸엔테스 등도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3) 김지하 -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

    “달마가 동쪽으로 온 까닭은 무엇입니까.” “저 뜰 앞에 선 잣나무이니라.”.옛 선사에게 불법을 묻듯,지하에게 이 시대를 물으러 간다.대답은 듣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그것이 바로 해답일 테니까.얼굴과 손이 희지 않고,상민(常民)의 옷을 걸치고 살아가는 그에게,옛날 백 사람의 시인에게 시대를 물을 때 묻지 않은 물음을 던지기 위해,그가 몸을 기대고 살아가는 백성의 마을로 간다. 얼마 전 서울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본 시인의 모습은 예전보다 한층 더 수척하면서도 어딘가 부은 데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장기간 요양을 해야 할 만큼 상한 몸을 이끌고 멀리 부산 범어사에서 요양을 하다가 올라온 시인을 붙들고 무슨 말을 들으려 한단 말인가.그러나 자기 바깥에 싸리 울타리를 두르지 않는 시인은 흔쾌히 내방을 허락해 주었다. “회고록의 제명이 ‘흰 그늘의 길’이더군요.그 말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 법한데요.” “글쎄,애매성이라고나 할까.안개 낀 것 같은.단지 이성,오성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겠지요.내가 흰 그늘이라는 말을 쓴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하나는 우리 삶이 상당히 이상해졌다는 것이에요.사이코,정신분열적인,착란적인 사회심리가 지배하고 있는데 이것을 인식하고 용서할 어떤 시적인 그릇을 찾아내려고 한 거지요.흰 그늘이라는 것도 일종의 환상이지만,치료적 기능을 갖는 환상입니다.마치 융의 그림자처럼 가라앉은 욕구라고 할까…,일종의 역설이지.고통의 역설적 인식,성스러운 고통,이런 것을 추구함으로써 시대의 정신적 질환을 넘어설 수 있지 않느냐는 거지요.시(詩)가 바로 그에 관한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김지하 시인은 천래(天來)의 시인답게 비약적인 어법으로 생각을 전개하기 시작한다.그렇다면 나는 논지를 잃고 헤매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지나온 삶이 어땠다고 보시는지요? 요약하신다면요?” “요약? 한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지.소위 ‘요기 싸르’라고.요기는 요가를 하는 사람,즉 수련자지.그러니까 내면적으로는 수련자고 외면적으로는 싸르,코뮌 싸르,직업 혁명단.그러니까 요기 싸르는 명상을 통한 내면적 수련과 외면의 사유적 변혁,두 가지를 같이 추구하는 자야.나는 옛날에 이 요기싸르라는 말은 몰랐지만 바로 그런 삶을 희망했었다고 생각해요.삶에 대한 쉬르(초월)적 인식과 그 아래 미학으로서의 리얼리즘을 함께 추구했으니까.리얼리즘과 함께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초월성,철학 같은 것을 오랫동안 꿈꿔왔어요.이것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생명’과 ‘살의(殺意)’죠.내 첫 시집 ‘황톳길’에서 보듯 ‘뛰어올라오는 숭어’와 ‘가마니에서 죽어가는 아버지의 시체’,즉 생명과 죽음의 대비를 늘 생각했어요.이것이 현실에 대한 비평으로,부정으로 나타났죠.생명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이것은 죽음까지도 포함하는 어떤 전체변화의 질서를 말하는 것이었어요.” 시인의 말씀은 깊은 숲 같아 갈래가 많고 걸리는 것도 많다.그 속을 호랑이 타고 달린다면? 다치지 않으려면 머리를 잔뜩 숙여야 하리라. “선생님의 삶에서 예지적인 면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그런 삶을 가능케 한 근거를 찾아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글쎄,그건 꼭 시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시를 쓰면서도 시인이 아닌 아웃사이더로 남고 싶었고,그러면서도 세상은 변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사람의 정신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시대야말로 분명하지는 않지만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선생님께서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무엇보다 ‘현실적 부정’입니다.그들은 자기들 삶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에 대해 선험적 사고에 익숙했던 우리나 우리 바로 아래 세대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부정적입니다.뭘 보면 알 수 있느냐.정치나 경제에 대한 부정은 사항적 비판일 수 있지만 문화적 반항은 사항에 따른 게 아니라는 겁니다.지금 젊은이들은 문화적 반항 밑에 더 커다란 문명 단위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어요.그 불만을 가지고 오히려 능동적으로 ‘붉은 악마’라든가 ‘네티즌 선거’라든가 ‘촛불 시위’ 같은 것으로 빛나지 않나 싶습니다.내가 보기에 그들의 이 힘은 정치적으로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긍정이 광폭(廣幅)인 김지하 시인이다. “그렇다면 선생님 세대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세대적 역할은 어떻게 비교하거나 대조할 수 있을까요?” “저는 4·19세대였음에도 불구하고 4·19의 혁명적 의미를 똑똑히 몰랐습니다.그러다가 5·16 뒤에 차츰 민족이라든가 민중이라든가 변혁이라든가 하는 개념에 눈뜨게 됩니다.그러면서도 소수이기는 하지만,리얼리즘과 함께 반리얼리즘적인 추상·환상·상상력의 측면을 강조한 사람들도 있었고 나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어요.나는 어떻게 하면 리얼리즘 안에 반사실과 환상을 이끌어들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했던 세대입니다.지금 젊은이들도 자기들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와서 외쳐대던 구호의 진짜 의미를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생각해 봅니다.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나는 이제 나이가 들었습니다.글 쓰고 그림 그리고 강연을 통해서라도 젊은이들의 소명이 무엇이고, 그 사람들이 한 일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물꼬를 터야되는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지금 젊은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세계적이고 동시에 민족적입니다.아주 개인적이고 내면적이면서도 범생명계적인 성격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이런 모순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세대적 특질에 걸맞은 복합적인 역할과 내용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지혜 또는 슬기라면 어떤 것이 있겠는지요?” “첫째는 들뢰즈나 가타리,미셸 셰르 같은 선각자들이 이미 지적했던 것인데 현대,모던 월드의 가장 큰 질병으로 논리를 들고 있습니다.‘이것은 이것,저것은 저것’이라며 상호 배제하는 것,‘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다’라면 싸움이 시작되고 경쟁이 시작되겠지요.또 하나의 질병은 전쟁법입니다.나와 너는 싸울 수밖에 없고 싸워서 하나가 이김으로써 상호 통합을 한다.전쟁의 철학이죠.우리는 매일 평화를 원하고 안정된 삶과 우정과 휴머니즘과 생명계와의 화합을 원하면서도 그 매일의 생활 속에서는 전쟁 논리를 진행시키고 논리의 전쟁을 치러내는 겁니다.나는 전쟁법의 반만 긍정하고 다른 반은 부정하는 길을 생각해 봅니다.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지만 너는 나일 수 있고 나는 너일 수 있다.이게 뭡니까? 음(陰)과 양(陽)의 철학이죠.음이면서 양이고 양이면서 음인,그러면서도 양은 양이고 음은 음인 음양법 말입니다.철학적으로 더 들어가면 불교의 인식논리입니다.색(色)은 공(空)이 아니고 공은 색이 아니면서도 공은 색일 수 있고 색은 공일 수 있다.결국은 색공이 하나다.하나가 아니고 둘이 아니면서 하나도 둘도 될 수 있다는 것.묘한 이치에 도달하는 겁니다.여기서 또 숨은 차원과 드러난 차원을 생각해야합니다.드러난 차원은 가시적이고 진행 중이고,숨겨진 차원은 드러난 차원 밑에서 드러난 차원을 조절하고 진행시키고 수정하고 교정을 보다가 전혀 이것이 유지될 희망이 없을 때에는 이것을 와해시키면서 안에서 새로운 드러난 차원으로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이게 뭘까요.생명이죠.생명의 논법이 ‘아니다’이면서 ‘그렇다’이고 ‘그렇다’이면서 ‘아니다’인 겁니다.이러한 인식은 다행히도 우리 민족의 근대에,1860년대에 유럽 쪽의 베르그송이나 생철학자들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나타났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만.이 부분에서 우리의 논리적인,새로운 변혁적 생활을,새로운 논리의 발견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일상적으로.말로는 평화를 이야기하고 삶에 있어서는 늘 투쟁이나 경쟁,대결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생각하면서 논리를 진행시키고 현실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조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는 김지하 시인의 거침없는 논리 개진에 언더라인(밑줄)을 긋는다.인터뷰를 떠나 이것은 매우 중요한 논리 전환인 까닭이다.내친 김에 더 ‘광폭(廣幅)’한 물음을 던져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우리는 공공성을 회복해야 합니다.남북의 통일에도 공공성이 있어야 하는데 사회적 공공성과 우주적 공공성을 함께 회복해야 합니다.너무 작은 담론들에 얽매여 공공성을 무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또 자신만이 아니라 타자까지도 자기 안에집어넣는 것이 중요합니다.주체를 배제해버리고 타자화하는 유럽사상을 따라가지도 말고 주체를 회복하면서 우주적 주체가 되는 것,이것이 새로운 인간입니다.그것은 개인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동학은 이렇게 가르쳤습니다.‘서로가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생명의 총체,정체성을 각자 자기 나름으로 실현하라.’고.‘밝고 밝은 이 우주를 각자 자기 나름대로 밝혀라.’고.이게 뭘까요.개인주의죠.그러나 그것은 개(個)이지 사(私)는 아닙니다.개와 사는 다른 겁니다.사는 그 뒤에 세모꼴 같은 것이 붙어 있죠? 이게 귀신에 붙어 있는 거예요.잡귀.인간의 정신 가운데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만 위해서 살려고 하는.” 오랜만에 거인을 만나는 귀한 시간을 놓치기 싫어 더 많은 것을 물었고 더 많은 말씀을 들었다.병마에 시달리는 ‘대선사’가 탈진에 이를 때까지 마구 괴롭혔다.그러나 그렇게 귀동냥한 모든 것을 여기에 쓸 수 없음이 안타깝다.이 나라에 또 누가 있어 그처럼 많은 궁리를 하고 세상의 내일을 이야기할까? 바로 김지하 시인 같은 이를 종요로운 존재라 이름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사진 이언탁기자 vielee@ 방교수가 본 시인 김지하 ●수척해진 어깨 위에 걸린 흰 달 지하는 지하라고 하지 말고 지하당(芝河堂)이라고 해야 하리라.평생 바람으로 살되 가는 곳이 집이다.바람이 바로 집이다.살아 움직이는 집이다.바로 그가 김지하다. 오랜만에 가까이서 바라본 지하당의 낡은 서까래가 기울어졌다.어긋난 문짝 같은 옷을 걸친 지하당,구멍이 숭숭 뚫린 지하당의 야윈 몸채,두 시간 남짓에 배터리가 소진되고 마는 허한 기운.이것을 본 어느 누가 지하당의 과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인터뷰를 마치는데 회고록을 쓰느라 바싹 야윈 지하당의 어깨 위에 흰 달이 떠 있었다. 지하당의 후광은 낮달,희미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달이었다. ●김지하는 누구인가 1941년생으로 문명(文名)이 높은 분들이 많은 문학계지만 그 가운데서도 김지하는 거인이다.아니,괴물이다.희대의 풍운아다. 전라남도 목포 출생.1959년에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이후 그의 삶은 바람의 삶이었다.한·일회담 반대운동,그리고 저항시인.황토빛 한의 전달자,박정희 군사정권을 향한 조롱과 야유(풍자시 ‘五賊’).시집 ‘황톳길’과 함께 열린 김지하의 1970년대는 연행·석방·도피로 점철된 시대,부당한 체제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벌여나간 시대였다.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무기로 감형된 1974년부터 1980년까지 그는 옥중의 시인이었다.많은 이들이 그가 걸어간 길처럼 민주주의를 외치며 전두환 정권과 처절한 항전을 벌일 때 김지하는 황야를 건너 생명의 낙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폭력이 아니라 비폭력을,광폭한 남성성이 아니라 섬세하고 여린 여성성을,대립과 투쟁이 아니라 화회(和會)의 세계를. 그는 시대와의 불화를 감당해야 했다.시집 ‘애린’의 세계가 그것이다.1980년대였다.1990년대,그리고 지금,김지하는 또 다른 초극을,완성을 꿈꾼다.시집 ‘중심의 괴로움’은 내가 내 안에 갇히지 않고 우주와 호흡을 함께 하는 새로운 리듬과 조화의 세계를 노래한다.김지하는, 뜨거운 불꽃 김지하는 오늘,안으로 타오른다. 정지용으로부터 김수영을 지나 김지하로통하는 한국 현대시의 행로는 내부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성찰적인 것과 투쟁적인 것이 맞씨름을 벌이며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해간 운명의 길이었다.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2)김윤식

    ‘국문학계의 살아 있는 전설’ 김윤식 선생을 뵙고 한국문학 연구의 현 단계를 묻기로 했다.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선생이 일생에 걸쳐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직분의 논리다.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밖에 할 수 없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그는 이렇게 말했다.“안일한 나날보다도 비통한 나날을,죽음 이외의 휴식은 없는 것이다.” “노예선의 벤허처럼 눈에 불을 켜야만 나는 사는 것이었다.” 인터뷰 때 찢어진 바랜 잡지를 가리키며 묻는 내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월평 쓰려고 준비하기 위해 갖고 다닌 거요.그 옆에 종이는 작품 읽고 메모해 놓은 거고.월평을 쓰려면 세 번 읽어야 된다고.한 번 읽고,쓸 때 다시 꺼내가지고 읽고,쓰고 난 다음에 대조해가면서 다시 읽고.그래야 돼.외국 갈 때는 잡지를 찢어가지고 가방에 넣어가.안 그러면 무거워서 많이 못 가져가니까.” 김윤식 선생을 만나러 가는 날은 몹시 긴장되었다.내게 무서운 선생님인 까닭이다.강의실에서 선생의 꾸짖는 소리를,고개를 숙이고 숨소리를 죽여 가며 들어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런 무서움에 앞서 선생은 제자들보다 더 일찍 연구실에 불을 켜놓는 부지런함 때문에,날마다 읽고 쓰는 놀라운 규칙성 때문에 존경받는 ‘스승’이었다. 딱딱한 안면,퉁명스러운 말씀을 떠올리며 용산 자택으로 찾아갔다.기어들어 갔다고나 해야 할까.예상 외로 강의실에서와는 달리 선생은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래,어떻게 지내나?” “….” 선생이 건네는 말씀은 독백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렇다할 대답을 하지 않는다.간단한 ‘요식 절차’가 끝나자 인터뷰를 서두른다.여전히 긴장한 탓이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책을 하나 써서 곧 나올 때가 되었어요.우리 세대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연구는 일제 강점기 문학이니까….정년 퇴임 후에 일제말기 한국 작가들이 일본어로 글 쓴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연구해 왔고….한 400페이지 되는 책으로 나올 것 같아요.” “내용이라면?” “유진오,김사량,이효석 이 세 사람이 일본말 창작을 자유롭게 했는데 이중에 이효석이 제일 정확하고 언어감각이 뛰어났어요.그냥 일본말로 바로 창작을 했지요.유진오도 대단히 정확했고 김사량은 그중 제일 서툴렀고….” “일제 말기 일본어 문학 행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말하자면 그들은 이중어 글쓰기를 했던 셈인데,한국의 근대문학이라고 했을 때 그 문학은 근대국가가 만든 말을 가지고 해야 하지 않겠소? 그게 국어지.그런데 우리는 국가가 망하고 없었으니 조선어학회 같은 곳이 국가 역할을 대행했어요.그런데 일제 말기에 국가를 대행하는 이것을 잡아 가둬 버리기 시작한 것이 1942년 10월이에요.33인을 잡아넣었어요.33인이라는 것은 삼일운동 때 33인,그걸 맞추기 위해서 그렇게 한 거죠.그래서 그때부터 1945년 광복까지가 암흑기라는 것이오.1942년 10월까지는 조선근대문학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없어요.그럼 작가들은 어떻게 해야 되느냐.조선근대문학을 할 수 없으니까 그냥 문학을 하는 수밖에 없고 일본어로 문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 “한국근대문학의 고통스러운 운명이 느껴지는군요.” “근대문학이 뭐냐 하면,자본재 생산양식 또는 국민국가주의가 문학에 투영된 것이잖소? 그런데 우리는 근대국가를 만들면서 동시에 일제라는 제국주의와 싸워야 했단 말이에요.근대국가라는 것이 사실은 ‘제국주의’인데 ‘제국주의’가 제국주의와 싸워야 했던 거죠.이 특수성,자기모순,우리 근대문학은 근대문학으로서의 보편성 외에 이 특수성을 반영하는 문학이었어요.” “최근 들어 특수성 대신에 보편성,즉 식민성 대신에 근대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강하지 않습니까.” “지금 세계에 176개의 나라가 있지만 근대화하지 않은 나라는 아무데도 없어요.국민국가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고약한 것인가는 천하가 다 아는 거라고.우리만 사람이고 우리 아닌 사람은 다 짐승이고,그래서 잡아먹어도 괜찮다,카니발적인 거라고.카니발리즘.그러나 좋은 점이 하나 있어요.우리끼리는 잡아먹지 말자는 거죠.그러니까 지금 사람이 생각해낸 것 중에서 제일 고약하지만 합당한 원리는 이것밖에 없단 말이에요.” 이 대목에서 선생의 일생을 지탱해온 문학 근대주의자 면모를 새삼 재발견한다.그렇다면 문학 역시 특수성에 연연하기보다는 아직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 근대화를 향해 나아가는 문학이 되지 않으면 안될 터. “그렇다면 한국문학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내가 김현하고 문학 활동하던 그 세대에는,어땠냐면,어떻게 하면 식민지 사관을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었어요.임화의 이식문학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이걸 가지고 떠들고 했어요.자본주의가 우리 내부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하려고 했었고.그런데 요새는 어떠냐.안병직씨 이론이 더 맞다고 하잖소.조선은 근대화할 능력이 없었다,일본이 와서 근대를 이식했다는 거지요. 그러면 이식문학 극복하자고 떠들던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 국민국가문학,이런 거 하는 것보다도,문학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이게 광복 직후에 김사량이 펼친 주장이잖소.이태준이 김사량 보고 너 일제시대 때 일본말로 글 쓰지 않았느냐 했더니,김사량이 뭐라고 했소.나 큰소리 안 친다 말이야,그러나 당신은 그럼 뭘 했는가.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 않느냐.나는 일본말로 썼든 뭐로 썼든 쓰지 않았느냐. 요즘 시점에서 보면 이 김사량의 입장이 뚜렷한 의미를 갖고 부상하는 것 같습니다.요즘 젊은 세대들은 6·25도 일본하고 전쟁한 거라고 보지 않아요? 이런 세대가 부각되고 있음을 사실로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어딘가 거북해진다.386세대의 일원인 나는 특수성에 목을 매고 살아온 까닭이다. 한편으로 보면 식민성이니 제국주의니 하는 특수성을 떨치고 세계화니 현대화니 하는 보편성을 향해 거침없는 진군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나는 다시 한 번 선생의 관심사를 한국문학이라는 특수성 쪽으로 환기시키려 해 본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한국근대문학의 특질은 무엇입니까.” “한국근대문학사를 공부해 오다 보니까 이게 일본근대문학사로부터 대단한 영향을 받았음을 알게 되지 않았겠소? 한국근대문학을 일본근대문학과 비교하면서 보는 시각은 한국근대문학만 보는 시각하고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중요한 것은 지금 세계의 관심사가 언어와 문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국문학도가 살아남으려면 국문학만 해서는 안됩니다.한국근대문학사의 특질이다,뭐다,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은 어떻고 중국은 어떻다,하는 시각을 갖고 동북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문화틀 속에서 견주어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선생은 오히려 나를 선생의 시각 속으로 끌어 들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현대문학은 세계문학사의 관점에서 볼 때 어느 수준에 와 있습니까.한국문학은 세계문학사상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까.” “언어나 문학이나 이제 단일성만 주장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이런 상태에 머물고 있는 나라는 아마 일본이나 한국 정도가 아닐까 해요.다른 문화권은 이미 단일성을 주장하지 않아요.우리만 한국어라는 단일한 전제를 갖고 한국어로 된 문학이 국민정서 전체를 버티고 있는 거죠. 그러나 한국문학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우리 문학이 늘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우리 문학은 늘 인간은 벌레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어요.인간의 위엄에 어울리는 문학을 우리는 해왔단 말이에요.일제 때도 그렇고,광복 후 분단 문제와노사문제를 다룬 것도 그렇고.그런데 20세기 이후 21세기의 한국문학은 방향이 바뀌고 있어요.거꾸로 인간은 벌레라고 주장하고 있어요.인간은 벌레다,짐승이다,요녀다,물고기다.이런 작품들이 나오고 있어요.이것이 한국문학의 단일한 정체성에 파열구를 내고 그 방향을 바꾸고 있어요.인간을 하나의 생물로 보는 커다란 상상력을 통해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에 곧바로 연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국적성의 해체 국면이군요.” “한글로 쓰든 영어로 쓰든 지금 제일 중요한 건 DNA예요.DNA 문제예요.여기서는 한국이고 뭐고 세계가 다 똑같다는 거죠.”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문학의 미래는 어떠합니까.” “그렇다 해도 나는 여전히 하버마스 쪽을 지지하고 있어요.이성이 아무리 도구적인 이성이 되어 가지고 유태인을 죽이고 미사일 가지고 실험한다 하지만 창조하는 것도 이성이란 말이에요.인류는 어떻게 하든 간에 이성을 살려가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내가 제일 많이 흔들린 때는 구소련이 무너졌을 때였어요.프랜시스후쿠야마가 역사가 끝났다고 하더군요.역사가 끝장났다면 인간은 그럼 뭐냐.나는 역시 이성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이성이 아무리 못된 짓을 많이 했지만 그것을 버리면 허무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거죠.” 정년퇴임한 선생이 나이 어린 나보다 더 젊게 보이는 느낌을 막을 수 없었다.선생은 세계화라는 시대의 대세를 거침없이 받아들이며 또 다른 국면을 펼쳐가고 있는 것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선생의 아파트를 빠져나올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예사 장맛비가 아니라 좍좍 내리 퍼붓는 소나기였다.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험한 비가,장대 같은 빗방울이 내 이마에 꽂히고 있었다.나 또한 매일 젊어져야 하리라.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평론가 김윤식 ●조선 향기 가득한 자택 겉모습만 보면 김윤식 선생은 서구식 멋쟁이다.가운데 가르마를 타서 뒤로 잘 빗어 넘긴 머리칼은 지성을 상징한다.양복과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항상 세련된 조화를 벗어나는 법이 없다. ‘모던 보이’ 같은 외모와는 달리 뜻밖에 아파트는 전통미가 살아 숨쉰다.흔한 서구식 응접세트 대신에 자리를 깐 마룻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야 안성맞춤인 낮고 넓은 옻칠 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그 위에는 우리네 화병이 하나,흰 접시가 하나,접시 위에는 산수유 열매 몇 점. 한쪽 벽에는 백자며 분청사기가 정갈하게 놓여 있어 고전미를 자아내는데 방문은 모두 격자무늬다.선생의 서구식 외모와는 전혀 다른 ‘조선식’ 생리를 발견한 것이 더할 수 없이 반가웠다. 그런데 내외만 사는 그곳엔 먼지 한 점 찾을 수 없다.여인은 어디론지 나가고 없고 선생 혼자 지키는 대낮의 실내는 적막하기만 하다.선생은 국문학이라는 바다를 헤쳐나가는 고독한 항해자였다. ●문학 유목과 지적 여정 1936년생인 김윤식은 한국 현대소설 및 비평 연구 분야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연구자이자 현재 활동하고 있는 비평가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을 읽고 소화해 내는 현역 비평가다.한국전쟁 이래 한국 현대문학사의 뼈대를 만든 ‘살아 있는 역사’이다. 그는 1960년대 후반 이래 숱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벌여 100권을훨씬 상회하는 한국현대문학 관련 저서를 출간했으니,그로 인해 한국 현대문학 연구는 하나의 독자적인 학문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광수와 그의 시대’,‘염상섭 연구’,‘김동인 연구’,‘김동리와 그의 시대’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작가 연구는 젊은 국문학도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서.이외에도 ‘한국근대문예비평사’,‘한일문학의 관계 양상’ 등은 한국현대문학사를 일본문학과의 관계 속에서 검토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연구서다. 또 ‘황홀경의 사상’ ‘낯선 신을 찾아서’ 등의 예술·기행 산문집은 현대 산문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 Book소리/ 계간지 ‘창비어린이’ 뿌리내리길 기대하며

    국내 어린이문학을 본격 비평할 계간지 ‘창비어린이’가 지난 1일 창작과비평사에서 나왔다. 여름호부터 출간된 책에 출판가의 관심이 쏠릴만도 하다.그동안 월·계간형태의 어린이 잡지가 없었던 건 아니다.그러나 아쉽게도 그들은 출판가 식구들끼리 돌려보는 ‘동네소식지’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안정적인 서점 배급망을 타고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뿌리 튼튼한’ 어린이문학 비평지가 갈급했던 참이다. 지난 몇 년동안 국내 아동출판계는 눈에 띌만한 양적 성장을 기록해왔다.김중미·고정욱·황선미 등 작품성을 인정받는 신예작가들이 줄줄이 탄생하면서 아동문학계에 유례없을 정도의 시선이 쏠렸다. 지난 한해동안의 출판현황을 파악한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자료에 따르면,전년도 대비 신간 발행부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쪽이 아동서다.지난해 아동 서적의 신간발행 부수는 1995만 7670권으로,2001년(1551만 785권)보다 무려 28.6%나 증가했다.하지만 이러한 양적 성장에 질적 수준이 비례하지 못했으며,침체의 기로에 섰다는게 최근 출판계의 자성이다. 질적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 아동출판물의 팽창은,어린이책을 ‘적자 보전’의 수단으로 삼는 출판사들의 안이한 발상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렇다할 특색없는 해외 출판물을 무분별하게 사재기하는 풍토가,아동출판의 생명력을 좀먹어 왔다는 사실에도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향력있는 출판사가 창작의 질적 향상을 위해 비평의 마당을 마련한 소식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창비어린이’의 김이구 편집위원은 “창작여건은 전반적으로 좋아졌지만 제대로 된 비평문화가 없었다.” 면서 “어린이문학 비평에 중점을 두되 작가,학부모,교사와 일반독자들이 두루 관심가질 수 있는 내용들로 지면을 꾸밀 계획”이라고 밝혔다.신인평론상을 제정해 문학계에서 소외돼온 아동평론을 부활시키고,원고료도 신춘문예 출신작가의 두배 정도로 후하게 줄 계획이란다. 그 작은 운동이 한국 아동문학의 행로를 다잡을 수 있는,미더운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을 기대한다. 황수정 기자
  • 문인 203명 오늘 “反戰” 행진

    ‘문학 청년은 영원하다.’ 1974년 11월 광화문 거리에서 기습성명을 발표,반유신투쟁의 포문을 연 작가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다.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는 25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문학계 203인 행진’을 벌인다. 강형철 상임이사는 “29년 전 광화문 성명을 주도했던 고은,백낙청,염무웅,이시영,송기원 등의 혈기왕성했던 문인들이 백발 성성한 모습으로 행진에 앞장선다.”고 말했다.여기에 김영현,김사인,이재무,정도상,안도현,방현석 등의 중견들과 한창훈,송경아,김별아,윤성희 등 신진작가 등이 가세해 모두 203인이 참여할 예정이다.작가회의가 범문단 차원의 공식 가두집회를 결정한 것은 1987년 6월항쟁 이후 15년 만이다. 이에 앞서 작가회의는 24일 “인간의 존엄을 다루는 문학인의 이름으로 21세기 인류의 명예를 모욕하는 이 비열하고 야만적인 학살전쟁을 중지시키기 위한 행동의 대열에 하나가 되자.”는 내용의 ‘긴급한 행동을 요청하는 제안’을 발표했다.또 국회의원 전원에게 ‘긴급호소문’을 보내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을 부결시킬 것을 촉구했다. 이종수기자
  • 고려대 김우창교수등 9명 정년퇴임

    고려대(총장 어윤대)는 27일 김우창 영어영문학과·인권환 국어국문학과 교수 등 9명이 정년 퇴임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비평이론학회장,한국비교문학회장으로 재직하면서 한국 비평문학계에 업적을 남겼고,인 교수는 한국 민속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민속학 연구에 기여했다.박엽(영어영문학과)·유철수(토목환경공학과)·이기찬(신경외과)·이대일(병리학)·유승주(역사교육과)·심웅섭(생명과학대)·이기서(국문학과) 교수 등도 함께 퇴임한다.퇴임식은 28일 오후 3시 고대 인촌기념관 강당에서 열린다.
  • 책꽂이/아들과 나 外

    ●아들과 나(고원정 지음) 축구를 소재로 가족의 화해과정을 그린 신작 장편소설.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던 조맹달은 고향 선배의 제안으로 작은 행사를준비한다.아버지팀과 아들팀으로 나누어 축구시합을 벌이기로 한 것.가족의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발상이 새롭다.동방미디어 8000원. ●꼬마 푸세의 가출(미셸 투르니에 지음,이규현 옮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프랑스 원로작가의 단편소설 14편을 수록했다.표제작은 숲을 갈망하는어린 소년과 자연을 거세하려는 아버지의 폭력성을 대비시킨 작품.파괴적인현대문명의 탈출구는 자연임을 상기시킨다.현대문학 9000원. ●성별(왕저우셩 지음,박명애 옮김) 50대 중반의 중국 여류작가가 쓴 자전적 소설.문화혁명 등 중국현대사를 거쳐온 여섯 자매의 각기 다른 삶을 그렸다.금토 9800원. ●어시스시리즈1·2(어슐러 K 르 귄 지음,이지연·최준영 옮김) ‘어시스 시리즈’는 현대 판타지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힌다고 한다.1권 ‘어시스의 마법사’,2권 ‘아투안의 무덤’과 과학소설 ‘빼앗긴 자들’ 등 저자의 소설세 권이 동시에 번역,출간됐다.황금가지.시리즈는 각 8000원,‘빼앗긴 자들’은 1만 2000원. ●플랫폼(미셸 우엘벡 지음,김윤진 옮김) 프랑스에서 태어나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작가가 지난해 발표한 장편소설.태국의 휴양지를 무대로 매춘과 섹스관광에 대한 비판,성을 매개로 한 인간의 실존문제,현대문명에 대한 냉소적통찰 등을 담고 있으며 작가의 반이슬람적 입장을 담아 논란을 불러일으킨작품.문학동네 8500원. ●늑대와 춤을(마이클 블레이크 지음,정성호 옮김)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주연한 동명 영화의 원작소설.인디언사회에 동화돼 가는 백인 장교의 미묘한 심리변화와 인디언들의 사고방식 등 영화로 표현하기 힘든 장면과 분위기를 글을 통해 새롭게 느낄 수 있다.아름드리미디어 9500원. ●크리스마스의 악몽(알퐁스 도데 외 지음,고봉만 편역)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삼은 유럽 유명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았다.알퐁스 도데의 ‘음식을 탐하다’,모파상의 ‘악령에 들리다’,스티븐슨의 ‘사람을 죽이다’,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찰스 디킨스의‘크리스마스 트리’등 7편을 실었다.문학과 지성사 8500원. ●돼지에게 설교하다(아르망 파라시 지음,강주헌 옮김) 프랑스의 저술가가인간세계의 부도덕성과 환경파괴,잔인한 권력자 등을 동물에 빗대 경멸과 비난을 쏟아낸 풍자집.‘네안데르탈인 사건에 대한 짤막한 보고서’ 등 10편의 글이 실렸다.좋은글 7200원. ●크립토노미콘(닐 스티븐슨 지음,이수현 옮김) 책세상이 기획한 ‘메피스토 시리즈’의 여섯번째 소설(전4권).‘아바타’라는 인터넷 용어를 만든 작가가 제2차 세계대전과 현대 기술세계를 오가며 암호풀기 게임을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제목은 ‘암호의 서(書)’라는 뜻이며 1∼2권이 먼저출간됐다.각 9000원.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로저 젤라즈니 지음,김상훈 옮김) 1960년대 이후 판타지문학계에서 커다란 인기를 누렸던 미국 작가의 초기 중·단편 소설집.화성의 무희와 지구에서 온 서정시인의 사랑을 그린 표제작을 비롯,‘그 얼굴의 문,그 입의 등잔’ 등 17편을 실었다.열린책들 9500원. ●천 개의 절망을 이기는 한 개의 희망(김미림 지음) KBS1 FM ‘세상의 모든 음악’의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의 산문집.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사소한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짧은 산문 89편이 실렸다.휴먼&북스 8500원. ●장희빈(윤승한 지음) 현재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있는 장희빈을소재로 한 역사소설.1940년대 역사소설가로 이름을 떨쳤던 저자(1909∼1950)가 신문에 연재했던 것을 새롭게 엮었다.열매출판사 9000원. ●대산문화 9호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발행하는 문학교양지. 반년간으로 발행되는 이 잡지는 내년부터 계간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 최초 문예동인지 ‘新靑年’ 발견/’창조’보다 열흘 먼저 출간

    근대 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문예동인지로 추정되는 잡지 ‘新靑年’(신청년)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잡지는 고서(古書)를 전문으로 수집해 온 서지학자 오영식(47·서울 보성고등학교 교사)씨가 최근 이 책 3호를 발굴해 서지학 잡지인 ‘불암통신’ 10호에 관련 글을 올린 것을 계기로 존재 사실이 확인됐다. 불암통신에 이같은 사실이 게재된 후 개인 장서가가 설치한 아단문고에 이잡지 제1·2호(복사본)와 4·6호가 소장돼 있는 사실이 이 문고의 하영휘 학예연구실장에 의해 확인됐다. 발행일이 창간호는 1919년 1월20일,2호는 1919년 12월8일,3호는 1920년 8월1일,4호는 1921년 1월1일,6호는 1921년 7월15일(5호는 미확인)로 부정기 반년간 형태를 보인 이 잡지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동인지로 1919년 2월1일 창간된 ‘창조’보다 열흘 가량 앞서 출간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6호까지 발간된 것으로 보이는 이 잡지에는 만해 한용운의 산문 ‘처음에’를 비롯,방정환의 소설 ‘금시계(金時計)’와 ‘암야(闇夜)’,심훈(본명 심대섭)의 소설 ‘찬미가(讚美歌)에 쌓인 원혼(怨魂)’,나도향의 소설‘나의 과거’,박영희의 평론 ‘시인 바이론의 생애’등 아직까지 알려지지않은 작품이 다수 게재돼 있다. ‘신청년’이 발견됨에 따라 앞으로 문학계에서 이 잡지의 성격과 가치를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성균관대 한기형(국문학) 교수는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이 잡지가 새로발견됨에 따라 우리 문학사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심재억기자
  • 소설가 문순태씨 5년만에 소설집 ‘된장’ 펴내 - 토속정서로 그린 ‘恨의 미학’

    “광주 사람인 내가 어떻게 5·18민주화운동과 분단문제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겠는가.그러나 이제는 한 걸음 물러서 전라도와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토속적 정서를 그려보고 싶었다.” 5년 만에 일곱번째 소설집 ‘된장’(이룸)을 들고 독자를 찾은 소설가 문순태(61·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씨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 오랫동안 거대 담론에 발이 묶여 있었다.”며 “이제는 남성적이라는 속성을 가진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정서,여성적인 세계관과의 균형잡힌 조화를 모색할 때”라고 ‘된장’의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소설가 문순태의 이름에는 저항의 이미지가 깊게 배어 있다.그 자신 “그동안의 내 소설은 5·18까지를 포괄하는 분단극복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고 말한다.그러나 이런 ‘문순태 문학’이 작금에 이르러 반전을 꾀하고 있다.우리가 처한 상황을 비켜가거나,외면하는 식의 방향전환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정체성을 살피는 진지한 모색이다.바로 토착정서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이 소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그의 ‘된장’론은 담박하고 정감있다.그에게 있어 된장은 ‘한국의 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는 조화와 통합의 상징이다.맵고 짜거나 신맛을 풀죽이고 아우르며 독특한 맛을 풀어내는 된장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지키고 존속시켜야 할 전통을 가장 잘 함축한 문화코드라는 것. 실제로 작품 중에서 된장은 서로 단절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짱짱한 매개이자 상징이다.이를테면 우리가 애써 외면하기까지 했던 전통정서가 바로이 된장을 통해 부활하며,가부장적 혈연관습,이를테면 남자라야만 대를 잇는다는 전근대적 관념도 이 된장을 만나서 시원하게 해체되고 만다. 실제로 10대 종손으로,보수적 가풍의 집안에서 자란 작가는 자신의 외아들이 딸아이 하나를 둔 뒤 더 이상 애를 낳지 않으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인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된장’은 남동생이 우물에서 빠져 죽은 뒤 부모의 이혼과 미국 이민,뒤이어 ‘결국은 아들을 삼켜버린 우물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끌어 안으려는 어머니’의 귀국,그리고 그 우물물을길어 담그는 된장의 의미는 삶을 대하는 용기와 열정,가슴시리도록 처연하고 아름다운 문순태의 한(恨)의 미학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역시나 버거운 삶을 사는 딸에게 들려주는 어머니의 애잔한 고백은 이 시대의 모든 딸들에게 하나의 잠언 같은 것이다.“괴롭고 슬픈 기억은 묻어 둔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잊기 위해서는 이겨내야만 한다.” 어머니의 말은 이어진다.“내가 이 집에 눌러 살자면 이 집에서 겪었던 모든 고통을 내 것으로 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처음에 우물을 다시 파기 시작했을 때는 에미도 겨우 아문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것만 같아서 견디기 어려웠다.그렇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물을 길을 때마다 우물에 빠진 순철이를 건져 올리는 기분이란다.이제 순철이는 이 집에서 에미와 함께 있단다.” 그의 작품세계는 ‘고향의 정서’와 ‘역사성’이 두 개의 완강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된장’은 작가 자신이 “작품을 써놓고는 나도 놀랐다.”고할 정도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의지의 소산이다.이전의 작품들이 알게 모르게 역사성에 경도됐었다면,이번 작품은 토착정서를 깊게 천착하고 있다. 그는 “최근의 소설이 대부분 개인의 일상적 체험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아니라 도시적 삶을 일방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일부이긴 하나 평단의 시각도 일견 여기에 매몰돼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문학계의 이상기류를 지적하기도 했다. 평론가 박철화씨는 “생명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한 굴하지 않는 저항정신을 그려온 문순태는 그 작가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한 평가의 바깥에 있어왔다.”면서 “이는 그가 가진 토속적 지방색 때문이기도 하나 많은 경우 중앙집권적 문단제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박씨는 “이제 문순태는 전체를 되돌아보는 완숙한 시선으로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혹은 잊은 세계를 되찾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그것은 결국 변질되지 않는 ‘우리의 오롯한 본디 모습’이다.”고 평가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노벨문학상 헝가리 케르테스

    올해 노벨문학상은 헝가리 출신 소설가 케르테스 임레(73·Kertesz Imre)가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나치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빼어난 문학작품으로 승화한 헝가리 출신 작가 케르테스 임레(케르테스가 성)를 선정했다고 10일 발표했다. 베를린에서 활동하면서 주로 독일어로 작품을 발표한 케르테스는 수상 소식을 듣자 첫 마디에 “헝가리 문학계에 감사한다.”고 밝혔다.그는 수상작 ‘소르슈탈란사그(Sorstalensag·비운)’이 비록 독일어로 쓰였으나 이 작품으로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헝가리문학의 우수함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1929년 11월 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출생한 케르테스는 나치 치하에서의 수용소 생활에 초점을 맞춘 소설로 유명하다. 그는 인간이 ‘야만적인’사회적 힘과 맞닥뜨려야 하는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 남는지를 문학적으로 극명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는 헝가리를 침공한 독일군에 의해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된뒤 부첸발트로 이감됐다가 1945년 그곳에서 해방을 맞았다.이후 신문기자로 활동하면서 나치가 자행한 ‘광기의 역사’를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대표작 ‘비운’은 지난 75년에 출간됐으며 이 작품에서 케르테스는 15살 난 죄르지 코베스라는 천진난만한 소년의 눈을 통해 이 ‘역사적인 비극’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이 작품을 출간한 뒤 “다른 사람의 글을 쓰는 것은 쉬웠지만,나에 관해 글을 쓰는 일은 정말 고통스러웠다.내가 겪은 경험이 떠올라 섬뜩했다.”고 술회했다. 그가 지난 77년 발표한 ‘길을 발견한 사람’도 나치의 살륙을 그렸으며,이어 ‘실패’(88년),‘문화로서의 홀로코스트’(93년)등을 남겼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 95년 브란덴부르크 문학상,97년 라이프치히 도서상등을 받았다.또 유태인 단체를 결성해 전통문화와 함께 홀로코스트의 야만성을 문화적으로 규명하는 연구활동을 해왔다.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헝가리 작가들은 물론 일반 국민도 이를 크게 반겼다.마톤 칼라츠 헝가리작가협회 회장은 “무엇보다 케르테스는 탁월한 작가다.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헝가리인이라는 점이다.우리는 지금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케르테스는 이번 수상으로 1000만 크로네(미화 약 100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심재억기자 jeshim@
  • 노벨문학상/ 케르테스의 작품세계

    ■아우슈비츠의 충격 문화해석 평생 고뇌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케르테스 임레는 나치의 동유럽 침공 때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돼 이때의 처절한 체험을 문학적으로 꽃피워낸 작가로,동유럽 문학계에서 ‘반나치즘의 기수’지위를 구축한 소설가이다. 1975년 발표한 그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이 된 ‘소르슈탈란사그(Sorstalensag·비운)’는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작품화한 것. ‘반나치즘’이라는 그의 정신이 가장 깊고 치밀하게 배어 있는 이 작품은 열다섯살 난 소년의 천진난만한 의식에 투영된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의 홀로코스트(집단 학살)가 준 충격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주인공이 바로 15세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용된 케르테스 자신이라고 여긴다. 이 작품은 출간 당시 헝가리에서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나,1985년 재출간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해 서유럽 각국에서 번역됐으며 독일어로는 1996년에 출간돼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특히 나치의 폭정을 체험한 사람들은 어린 케르테스가 겪은 아우슈비츠의 체험을 너무나 충격적인,그러면서도 결코 예외적일 수 없는 일로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새로운 소설을 구상할 때마다 왜 나는 항상 아우슈비츠를 떠올리게 될까.”라고 술회하는 그는 유대인 집단학살 문제를 문화적으로 어떻게 풀 것인가를 화두삼아 평생을 고뇌하며 사는 ‘나치즘의 역사이자 증인’이기도 한 인물이다. 이후에도 그는 수용소 체험을 바탕으로 ‘소르슈탈란사그’시리즈 3부작인‘실패(A Kudrac)’(1988)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Kaddish for a Child Not Born)’(1990)등을 잇따라 내놓았다.이후 ‘길을 발견한 사람’을 비롯,‘문화로서의 홀로코스트’‘영국의 깃발’‘누군가 다른 사람’등을 펴내는 등 지난 90년대 말까지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며 유대인 학살문제와 유럽사회에서 일어났던 반인륜적 집단학살의 문제를 작품화해 동구는 물론 세계의 눈길을 끌어왔다. 케르테스는 전쟁이 끝난 뒤인 48년부터 부다페스트의는 빌라고샤그 신문사에서 기자로 약 3년동안 일했으며,2년간 군복무를 한 뒤 전업작가 겸 번역가로 활동했다. 이 시기에 그는 주로 니체·프로이트·비트겐슈타인 등 독일 문인과 철학자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 가운데는 그를 ‘타협을 거부하는 사람’으로 평가하기도 한다.스웨덴 한림원도 “그는 낯선 방문자에게 빡빡하고 가시돋친 산사나무 생울타리를 연상케 한다.”고 설명할 정도.그러나 그런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그는 독자들을 강요된 감정의 부담에서 해방시키고,생각을 자유롭게 하는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헝가리를 비롯한 동구권에서는 케르테스가 올해 노벨상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무성했다.그만큼 그의 문학이 동구권에 미친 영향은 큰 것이었다. 최문규 연세대 독문과 교수는 “4∼5년전부터 유럽 문학의 주요 이슈가 ‘기억이냐 망각이냐.’였다.나치 독일의 전쟁범죄를 다음 세대까지 가져갈 수는 없다는 의견과,과거를 잊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올해 노벨문학상은 결국후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라며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서 보듯 지금도 전쟁범죄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며,이는 일제 잔재 청산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이번의 수상작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한경민 한국외국어대 헝가리어과 교수는 “케르테스는 아리안족이 유대인에게 반감을 가진 이유와,집단학살에 침묵했던 유럽인의 의식구조를 파헤치기 위해 헝가리내 유태인 모임을 통해 끊임없이 전통문화를 탐구하는 열정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아직 국내에 번역,소개되지 않았다. 심재억기자 jeshim@ ■연 보 ▲1929년 부다페스트에서 유태계로 출생.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이듬해 부첸발트 수용소에서 석방. ▲1948년 부다페스트 신문 ‘빌라고샤그’에 취직했으나 1951년 해고. ▲2년간 군복무 후 생계를 위해 작가와 번역가로 활동. ▲1975년 아우슈비츠 체험을 담은 첫 소설 ‘비운’집필. ▲1977년 ‘길을 발견한 사람’발표. ▲1988년 ‘실패’집필. ▲1990년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발표. ▲1993년 ‘문화로서의 홀로코스트’집필. ▲1995년 브란덴부르크 문학상 수상. ▲1997년 라이프치히 도서상 수상.
  • 고은 시인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10일로 예정된 가운데 시인 고은(69)씨가 후보에 포함돼 있다고 외신이 9일 전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고시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며,사전에 국내외 어떤 개인·단체로부터도 노벨상과 관련해 들은 얘기가 없다.”고 밝혔다. 우리 문학계 일부에서 과거 민주화 투쟁경력 등을 들어 ‘유력한 수상 후보’로 기대한다는 말에도 그는 “세계적 권위의 노벨상인데 그런 것을 고려하겠느냐.”라면서 “오로지 문학만을 고려하겠지.나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을 맺었다. 한편 AP통신은 이날 “올해는 시인에게 상이 돌아갈 것”이라고 추측하고 후보군(群)가운데 고은 시인을 시리아의 아도니스에 이어 두번째로 꼽았다.아울러 중국 출신의 망명시인 베이다오(北島),스웨덴의 토마스 트란스트뢰머 등을 주요 후보로 거론했다. AP통신은 또 독일·이탈리아·스웨덴 등지의 각 언론이 예상하는 후보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쓴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 ▲‘짜르의 광인(狂人)’으로 잘 알려진 에스토니아 작가 얀 크로스 ▲인도계 영국인 살만 루시디 ▲소말리아의 누루딘 파라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이스라엘의 아모스 오즈 ▲나이지리아의 치누아 아체베와 벤 오크리 등을 거명했다. 이 통신은 소설가 필립 로스·존 업다이크·토머스 핀천,시인 존 애쉬버리 등 미국 문인들도 물망에 올랐지만 “정치적 이유로 올해에는 아마 미국인이 상을 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 관측도 덧붙였다. 심재억기자 jeshim@
  • 부산 동인문학지 ‘수필’ 60호 발간

    영남 지역의 대표적 동인문학지인 수필 부산 동인회(회장 文仁甲)의 ‘수필(隨筆·사진)’이 15일 지령 60호를 발간,지방 문학계에서는 드물게 동인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수필 부산 동인회’는 지난 63년에 창립된 문학 단체로 ‘낙동강의 파수꾼’의 저자인 소설가 김정한과 김하득,이주홍,정신득,김병규,박문하,김현옥,허천 등 유명 수필가 150명의 회원이 거쳐 갔으며 지금까지 총 2316편의 수필을 발표했다.동인지는 1년에 두 차례 발간된다. 이번 60호 기념호에는 전 부산문인협회 부회장 성낙구(成洛九)옹의 ‘감성의 물결,과격의 파장’과 박홍길(朴弘吉) 동의대 명예교수의 ‘돈 안 쓰고 살 수 없소’ 등 50여편이 실렸다.
  • 책꽂이/ 소설 外

    ◆ 소설(장석주 지음) =‘소설창작 특강’이라는 부제를 단 소설 입문서.‘원리-소설창작의 실제’와 ‘표출-한국 소설의 새로운 양상’ 등 2부로 구성됐다. 소설쓰기를 돕는 다양한 예문과 기존 소설에 대한 비평 등을 묶어 함께 묶어냈다.들녘.2만원. ◆ 홍어(김주영 지음) = 작가의 소설을 청소년용으로 개작,‘문이당’의 청소년 현대문학선 시리즈 첫 권으로 출간했다. 김주영의 ‘거울 속여행’‘멸치’,이문구의 ‘매월당 김시습’,김원일의 ‘마당깊은 집’‘마음의 감옥’,한승원의 ‘아제아제바라아제’‘물보라’,이문열의 ‘시인’,김정현의 ‘아버지’‘어머니’ 등이 이어서 출간될 예정이다.문이당.8000원. ◆ 부디 나를 참이름으로 불러다오(틱낫한 지음,이현주 옮김) = 평화운동가로 활동하는 베트남 출신 스님의 시집.1950년대 말부터 40여년간 써온 시들을 모았다. 베트남 전쟁의 와중에 발표했던 반전시들을 비롯해 인간과 자연의 황폐화,망명생활의 쓰라림 등을 담은 100여편의 시가 수록됐다.두레.8900원. ◆ 사랑이 올 때(안도현 외 지음,전수미 그림) = 시와 이미지를 결합한 포에마쥬 시리즈 1권.권대웅·김선우·나희덕·신현림·안도현·이정록·이재무·장석남·함민복씨 등 젊은 시인 25명의 사랑을 주제로 한 신작시를 실었다.봄.8500원. ◆ 맹목사(하루비 지음) = 인터넷에서 연재돼 네티즌들을 단숨에 끌어모은 문제의 소설.세련된 언어 구사력과 치밀한 묘사 등이 기성 작가 못지 않다는 평가를 들었다.‘하루비’는 작가의 인터넷 ID였으나 이 소설집에서도 그대로 사용했다.도서출판 창작시대.전2권 각 7000∼8000원. ◆ 우리 문학에 대한 질문(박철화 지음) = 문학의 위기가 심심찮게 거론되는 ‘전망부재 시대’의 대안을 모색한 평론집.공지영·신경숙·은희경씨 등 1990년대 이후 문학계의 주류로 떠오른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혹독하게 비판했다.그는 “90년대 문학은 ‘자아’라는 밀실만 남기고 대화의 광장으로 전혀 나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생각의 나무.1만원.
  • 문학사상 주간에 김성곤교수

    문학평론가 김성곤(金聖坤·사진·53)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가 6일 문예월간지 ‘문학사상’ 제7대 편집주간으로 선임됐다. 지금까지 이어령·정현기·권영민·오세영·조남현씨 등 주로 국문학계 교수들이 맡아온 문학사상 편집주간을 외국문학 전공 교수가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희망의 섬 78번지-전쟁의 참혹함에도 희망은 있단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는 마음을 울리는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법이다.하지만 현실은? 서점을 둘러보면 어린이책은 빼곡히 채워져 있지만 청소년책은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참고서나 논술고사를 위한 모음집만 쥐어주고서 청소년 정서가 메말라 간다고 한탄해 봤자 헛 일.고전을 읽히면 된다고 반박할 수 있지만,왠지 지루할거라는 생각으로 대부분 서가의 장식용으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비룡소가 시리즈로 펴내는 ‘청소년 문학선’은 그래서 지금,의미있는 작업이라 할 만하다.특히 현재 청소년 문학계에서 주목 받는 신선한 작품을 골랐다.화사하지만 고통스러운 10대의 자화상을 솔직하게 조명하고,세상으로 떳떳하게 나아가는 용기를 주는 작품들이다. 이번에 출간한 ‘희망의 섬 78번지’는 지난 96년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스라엘 작가 우리 오를레브의 자전적 소설.제2차 세계대전 중 유태인 소년 알렉스가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아빠가 찾으러 올 때까지 게토에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은 열두살짜리알렉스의 시점으로 전개된다.게토의 빈 집을 뒤져 먹을것과 입을 것을 찾으며 생존하는 법을 터득하는 알렉스의 생생한 서술은,인류의 양심을 시험대에 올린 20세기의 가장 처참한 현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그 현장의 경험에는 전쟁과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이 녹아 있다.알렉스는 유태인 반란군을 살리려다 독일 군인을 총으로 쏴 죽인다. 바닥에 뒹구는 시체를 보고 나서야 모험소설의 전쟁과 실제의 전쟁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한다.영화와 게임으로 폭력에 무감각해진 청소년들에게 읽히고싶은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이 모든 내용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과 닮았다는 점.폐허가 된 장소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어른의 문턱에서 삭막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소년의 심정과 비슷할 터.힘겹지만 좌절 대신 최선책을 찾아가는 알렉스의 길을 따라 성장의 터널에서 한발 앞으로 다가선 자신을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끄는 것이 ‘언젠가 아빠는 돌아온다.’라는 알렉스의 믿음이었다는 점에서,인간다울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결국 희망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도 전달한다.8000원. 이 책을 포함,비룡소가 지금까지 펴낸 ‘청소년 문학선’은 5권.데이비드알몬드의 ‘스켈리그’는 평범한 학생 마이클이 천사 스켈리그를 만나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닫는 과정을 미스터리 형식에 담았다.추한 몰골이지만 어깨에 날갯죽지가 있는 스켈리그처럼 어두운 청소년기를 지나면 날아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티에리 르냉의 ‘운하의 소녀’는 성추행으로 고통받는 10대 소녀의 내면을 간결한 문체로 그려내,청소년에게 닥친문제를 그들의 눈으로 들여다 본다. 쿠르트 뤼트겐의 ‘늑대에겐 겨울이 없다’는 조난당한 고래잡이배 선원을구조하고자 혹독한 자연을 거슬러 가는 사람들의 모험을 그렸다. 수지 모건스턴의 ‘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는 오랫동안 헤어져 산 아버지와 편지를 통해 화해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로,가족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김소연기자 purple@
  • 이런책 어때요/ 이상과 현실 달랐던 거장

    소설 ‘아버지와 아들’의 작가인 투르게네프는 도스토예프스키,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3대 거장.다른 점은 두 라이벌이 문학에서 슬라브주의적 성격을 대변한 반면 그는 당시 러시아 사회의 화두인 ‘농노제 폐지’를 부르짓는 등 근대화를 추구한 서구주의자였다.때문에 그의문학은 세계성과 보편성을 얻었지만,러시아 문학계에서는 늘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그 인생의 아이러니는 이상과 실천이 따로따로였던 것.대귀족의 아들로 농노제를 반대했지만,막상 상속을 받자 농노를 해방시키지 않았다.표리부동해 보이는 삶을 뒤쫓으며 작품 세계를 이해할 기회.2만 2000원.
  • 책/ 어린이 책들은 거짓말 투성이?

    “아이들 책이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원로 교육사상가이자 어린이문학가인 이오덕(77)씨가 혼탁한 어린이문학계에 일침을 놨다. 지난 몇년 지병으로 활동이 뜸했던 그는 최근 낸 두 권의 책 ‘문학의 길 교육의 길’‘어린이책 이야기’(소년한길 펴냄)에서 어린이문학계의 어설픈 비평풍토를 실명으로 비판해 눈길을 끈다. 비판의 초점은 어린이문학 평론가들의 무책임한 글쓰기 태도다.첫째 권 ‘문학의 길 교육의 길’에서 이씨는 먼저 계간지 ‘아침햇살’에 실린 평론가 김이구씨의 논문 ‘아동문학을 보는 시각’에 대한 반론을 펼친다. 김씨의 논지는 “이오덕은 그릇된 동심주의에 뿌리박은 기존의 부정적인 아동문학을 해체하고자 한다.왜냐 하면 그에게는 현실의 일하는 아이들만이 진정한 아동이고,동심주의 문학은 일하는 아이들로부터 소외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도 일하는 아이들을 외면하기 때문.”이라는 것. ‘일하는 아이들’이란 이씨가 평생을 바쳐 추구해온 교육신념으로,노작(勞作)교육의 다른 표현이다.이씨는 “나의 어린이문학관을 ‘교조화’한 것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어린이문학가라면 마땅히 구별해야 할 문학과 교육을 혼동하는 무지의 소치”라고 주장한다. 이씨는 평단의 어린이문학 비평방법론에 대해서도 매서운 소리를 보낸다.어린이문학 비평서들이 독자들에게 길잡이 구실을 하기보다는 무슨 이론이니 주의니 하는 거창한 논리를 펴 오히려 읽는 이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나온 평론가 원종찬씨의 평론집 ‘아동문학과 비평정신’(창작과비평사)에서 원씨가 교훈주의의 변종이라고 밝힌 ‘속류사회학주의’라는 말의 해석을 놓고 벌였던 소동이 그 한 예다.한국문학비평계의 고질인 현학의 과잉은 어린이문학계에도 예외가 아니다. 둘째 권 ‘어린이책 이야기’에서는 구체적인 작품을 들어 어린이문학 창작의 문제점을 짚어낸다.김중미씨의 소년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황선미씨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어린이문학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까지 받았지만 이씨의 인식은 사뭇 다르다.‘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작가의 지나친 계몽주의적 의도가 작품을 해친 경우로,‘마당을 나온 암탉’은 자연을 적대시하는 작가의 그릇된 생태관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으로 분석한다. 어린이문학계 또한 ‘주례사 비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이씨의 진단이다.번역동화 특히 일본 어린이문학의 무분별한 소개에 우려를 표시한 이씨는 “앞으로 한국 어린이문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이론화작업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면기자 j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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