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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허청의 논문왕

    “특허공무원이 논문을 쓰는 것은 업무의 연장일 뿐입니다.”‘논문을 많이 쓰는 공무원’으로 알려진 전상우(52) 특허청 차장이 8일 논문집을 출간했다. 논문집 ‘지식재산권법의 제문제’에는 특허청의 주 업무인 심사·심판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특허와 디자인·상표·부정경쟁방지·특허소송 등 11개 편의 논문이 수록됐다. 1998년 국장으로 특허청에 전입한 전 차장은 2001년 국제특허연수부장에 임명되면서 지식재산권법 이론공부를 시작,2002년부터 논문을 작성해 그동안 11편을 발표했다.2004년 심판원장 재식시에는 심판관 교육교재로 ‘상표심판’과 ‘디자인심판’을 직접 저술하기도 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브루클린 풍자극/폴 오스터 지음

    ‘나는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게 브루클린을 추천했고 그래서 바로 이튿날 아침에 나는 그 지역을 한 바퀴 둘러볼 셈으로 웨체스터에서 그곳을 향해 길을 나섰다.’ 폴 오스터의 신작 ‘브루클린 풍자극’(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펴냄)은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 네이선은 59세의 전직 생명보험 영업사원이다.30년 넘게 살아온 아내와 이혼하고 딸과도 절연하다시피한 그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폐암 진단까지 받자 마지막 안식처로 브루클린을 찾는다. ‘뉴욕 3부작’‘신탁의 밤’‘환상의 책’등 폴 오스터의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미국의 수많은 도시 가운데 네이선이 하필이면 뉴욕 브루클린을 선택한 사실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 자신이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전형적인 뉴요커인 데다 여러 작품들에서 브루클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국 출간과 동시에 국내에 번역된 ‘브루클린 풍자극’은 브루클린을 단순한 공간적 배경이 아닌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생생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있다. 하지만 우발적이고 즉흥적이며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치는 주인공의 운명은 네이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독하게 홀로 생을 마무리하려던 네이선은 브루클린에서 오래전에 소식이 끊긴 조카 톰과 포르노잡지 모델로 일하던 조카딸 오로라, 그녀의 아홉살배기 딸 루시 등을 우연히 만나며 삶의 희망을 되찾는다. 절망을 예감하는 순간 기대하지 않은 행복을 맛보고, 그 행복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누군가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다시 나락에 떨어지는 인생의 아이러니는 폴 오스터의 단골 주제다. 예순살 생일을 무사히 넘긴 네이선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고, 딸과 화해하고 암도 깨끗이 나았다는 기쁜 소식을 듣는다. 행복의 절정에 이른 그의 앞에는 그러나 가혹한 운명이 놓여 있다.‘내가 길로 들어선 것은 오전 여덟시, 세계무역센터의 북쪽 타워에 첫번째 비행기가 충돌하기 딱 46분전인 2001년 9월11일 오전 여덟시였다.…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 밑에서 거리를 따라 걷는 동안 나는 행복했다. 그때까지 살아왔던 어느 누구 못지않게 행복했다.’(389쪽)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주자인 폴 오스터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독창적인 글쓰기로 국내에도 상당수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소설 외에 산문집 ‘빵굽는 타자기’‘빨간 공책’ 등이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儒林(490)-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12)

    儒林(490)-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12)

    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12) 율곡의 생애에 관한 자료를 살펴보면 친가보다는 외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기록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고,‘율곡문집’에 실린 ‘세계도(世系圖)’를 보아도 아버지에 대한 내용은 ‘진실되고 정성스러워 꾸밈이 없으며, 너그럽고 검소하여 옛사람다운 기품이 있었다.’고 짤막하게 나와 있지만 어머니에 대한 기록은 서화에 능하고 수를 잘 놓았으며, 효행이 뛰어나고 언행이 심중하여 모든 부덕을 두루 갖춘 부인으로 평가되어 역사상 인물 중에 최고 ‘현모양처’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여섯 살 때 어린 율곡을 데리고 강릉을 떠날 때 대관령 고갯마루 위에서 눈물을 쏟으며 지은 신사임당의 시는 효행이 뛰어났던 신사임당의 심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외로이 한양길로 가는 이 마음. 돌아보니 강릉은 아득도 한데 흰 구름만 저문산을 날아 내리네.” 이처럼 신사임당에 대한 풍부한 기록보다 훨씬 적은 이원수의 기록은 비범한 여인이었던 신사임당에 대한 상대적인 것일 뿐 이원수의 인격이 홀대를 받을 만큼 미천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원수는 ‘율곡문집’에 실린 내용대로 ‘옛사람다운 기품’이 있긴 하였지만 우유부단하였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이원수가 강릉의 처갓집에서 처가살이를 하였던 때의 일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신사임당은 남편이 입신출세하기를 기원하여 10년을 기약하고 서로 헤어져 별거하기로 약조하였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 치마폭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남편에게 보다 원대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자극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남양 홍씨 밑에서 외아들로 자란 이원수는 아내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집에서 얼마 가지 못하고 되돌아 왔다고 한다. 그가 가장 멀리 갔었던 것은 집에서 겨우 40리 떨어진 ‘반쟁이’란 곳으로 대관령도 넘지 못한 지척지간의 가까운 거리. 그것도 세 번이나 작심을 하고 떠난 후였다. 결단력의 부족으로 세 번째 돌아오는 남편을 맞을 때 신사임당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한다. “서방님께서 다시 돌아오시겠다면 이대로 입산하여 비구니가 되겠나이다.” 머리카락을 자른 아내의 결연한 의지를 본 순간 그제서야 대관령을 넘어 한양으로 와서 3년 동안 부지런히 학문에 정진할 수 있었으니, 그가 훗날 비록 말단관리였으나 수운판관이라는 벼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신사임당이 보인 단호한 의지의 결과였던 것이다. 신사임당은 이와 같은 일화를 통해 이미 남편의 우유부단함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평소 남북조시대 때의 학자 안지추(顔之推)가 지은 ‘안씨 가훈’을 본받아 가족간의 인화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신사임당으로서는 자신이 죽은 후 남편이 재혼을 하면 반드시 화목한 가정의 평화가 깨어질 것임을 꿰뚫어 보았던 것이었다. 신사임당의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적중된다. 비록 이원수는 재취를 얻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살림을 주관하던 첩의 난폭한 행동으로 율곡은 ‘차라리 아무도 모르게 죽고 싶다.´라는 편지를 남길 만큼 극심한 고통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 안동 병산서원 ‘부시효과’

    ‘병산서원에 가보셨나요.’ 관광 비수기인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경북 안동 병산서원에는 요즘 방문객들이 줄을 잇는 등 새로운 관광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병산서원은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건축으로 한국건축사의 백미”라고 칭송한 건축물. 겨울철에 접어든 요즘에도 병산서원에는 주말의 경우 하루 1000명 가까이 방문객이 몰려 서원 입구까지 2.8㎞의 비포장 길은 뽀얀 먼지가 가라앉을 틈이 없을 정도다. 주중에도 100명 이상씩 서원을 찾는다. 대부분 건축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나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다. 병산서원에는 올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13만 7000여명이 다녀갔다. 인근 하회마을에 한 해 70만명이 다녀가는 것을 감안하면 명성에 비해 결코 손색이 없다. 고려시대 풍악서당에서 출발해 1572년 지금의 자리에 들어선 병산서원은 서애 유성룡과 그의 셋째아들 유진의 신주를 모신 곳으로 유성룡의 문집을 비롯해 각종 문헌 1000여종 3000여책이 소장돼 있다. 넓은 백사장과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앞마당으로 삼고 있는 덕분에 수년 전부터 역사미술학자와 TV 드라마 촬영팀의 발길을 끌어들였고 차츰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내외가 방문해 소나무 한 그루를 심고 가기도 했으며 그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더 잦아졌다.안동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儒林(489)-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11)

    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11) 그 무렵 율곡의 아버지 이원수에게는 첩이 있었다. 자신이 죽더라도 절대 재혼을 하지 않겠다고 언약한 이원수였으므로 대신 첩으로 살림을 맡도록 하였는데, 이 여인은 한마디로 악처였다. 양반이 아닌 양인(良人) 출신이었던 그녀는 정실부인이었던 신사임당에 대해 심한 열등의식을 갖고 있었던 듯 보인다. 신사임당이 죽자 그녀는 평소에 갖고 있던 감정을 고스란히 율곡 형제에게 쏟아 부어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던 것이다. 특히 율곡의 맏형인 선과 서모는 원수지간에 가까울 정도로 사이가 나빴다. 이에 대한 암시가 명종실록에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나와 있다. “이율곡은 어려서부터 이미 문장으로 이름이 나 있었고, 일찍 모친상을 당해 장례를 치르는데 정성이 지극하였다. 그러나 그 부친의 첩이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박세채(朴世采:1631~1695)는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당대의 유종(儒宗)으로 예학에 밝았던 학자였다. 율곡이 남긴 ‘격몽요결(擊蒙要訣)’로써 학문을 출발하였던 그는 율곡이 남긴 율곡이 세상을 떠난 110년 후 문집,‘남계집(南溪集)’에서 율곡과 서모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선생의 서모가 패악함이 심해 조금이라도 뜻대로 되지 않으면 목매어서 죽으려고 하여 사람들이 달려가 구하여 그치도록 하였고, 또한 서모와 맏형의 관계가 특히 좋지 않아 선생이 두 사람의 관계를 말리고 사리(事理)로 간하기를 힘껏 하였으나 끝내 되지 않자 마침내 아버지에게 그 일을 울며 아뢰었고, 어느 날에는 책을 넣어두는 상자를 닫고 길을 떠났다. 그 속에는 부형(父兄)과 서모 앞으로 된 세 통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 편지의 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끝내 화합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낫습니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율곡이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음이다. 매사를 스스로 처리하되 비용을 아끼어 웃어른을 모시고, 아랫사람들을 공평하게 거느렸으며, 희첩(姬妾)들을 꾸짖어 나무라는 일도 없었던 어머니 신사임당. 남편과는 늘 온화한 기색을 띠어 화합하였으며, 혹시 남편이 실수하는 점이 있으면 반드시 도리로써 간언하였고, 율곡을 비롯한 자녀들이 잘못하였을 때는 엄중히 꾸짖어 경책하였고, 비복들이 잘못하였을 때에도 어김없이 책망하여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훈계하였던 어머니. 온 집안이 따르고 공경하였으므로 항상 화목하여 자애가 흘러넘치던 집안에 갑자기 불화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박세채의 기록에서 보이듯 서모는 걸핏하면 목매어 죽겠다고 자해하였던 모양이고, 특히 서모와 맏형은 사이가 나빠서 율곡 역시 ‘끝내 화합하지 못하면 차라리 죽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낫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남길 만큼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뜻하지 않은 불화는 어쩌면 아버지 이원수의 우유부단한 성격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신사임당이 생전에 ‘자신이 죽더라도 재혼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하였던 것은 이러한 남편의 우유부단한 성격의 폐해를 걱정하여 사전에 예방하려는 의도적인 유언이었을지도 모른다.
  • [책꽂이]

    ●마리 퀴리의 지독한 사랑(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 지음, 임정희 옮김, 노블마인 펴냄)노벨상을 수상한 여성과학자 마리 퀴리와 동료 물리학자이자 유부남인 폴 랑주뱅의 치명적인 사랑. 치밀한 자료조사로 얻어낸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했다.9000원.●헤르메스의 기둥(송대방 지음, 문학동네 펴냄)중세시대 화가 파르미자니노의 ‘긴 목의 성모’를 모티프 삼아 르네상스 미술과 연금술을 둘러싼 500년 암투를 파헤치는 추리물.‘다빈치 코드’보다 훨씬 앞선 1996년, 스물여섯의 신예 작가 송대방이 선보여 많은 화제를 모았던 책으로 10년 만에 재출간됐다. 전 2권, 각 권 1만 2000원.●알리와 니노(쿠르반 사이드 지음, 이상원 옮김, 지식의숲 펴냄)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아제르바이잔의 외곽 도시 바쿠에서 펼쳐지는 이슬람 청년 알리와 기독교 처녀 니노의 비극적 사랑이야기.1937년작으로 전세계 27개국의 독자를 감동으로 몰아넣은 소설이다.1만원.●남자들, 쓸쓸하다(박범신 지음, 푸른숲 펴냄)늦둥이 외아들로 태어나 자식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살아온 60년 인생을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로 풀어낸 산문집. 우리 시대 중년 남성들의 쓸쓸한 내면 풍경을 대변한다.9000원.●겨울나그네(최인호 지음, 열림원 펴냄)뮤지컬 공연에 맞춰 20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온 러브 로망의 고전. 민우와 다혜의 순결한 사랑은 세월의 흐름과 무관하게 여전히 가슴을 울린다. 다만 소녀 취향의 표지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뿐. 초판에서 200장 정도를 덜어내고, 군데군데 개작했다. 전 2권, 각 권 1만 1000원.
  • 儒林(485)-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7)

    儒林(485)-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7)

    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7) 그러므로 10살의 율곡이 지은 ‘바람을 맞으며 술잔을 들면 희문이 세상을 근심하는 정이 가득해 온다.’라는 내용은 ‘천하의 근심보다 앞서 걱정하고 천하의 즐김보다 나중에 즐긴다.’는 범중엄의 기문을 인용하였음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율곡은 10살에 벌써 유교경전을 공부해 이를 자유자재로 인용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정신세계에 도달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송나라의 신유학자이자 개혁자였던 범중엄의 문집도 독파하였을 만큼 문리에 통해 있었던 것이다. 율곡이 지은 ‘경포대부’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기운에 유통하는 조화가 뭉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그 신비함을 우리나라에 벌여놓아 맑은 기운이 강원도에 모였다. 물결은 바다에 나뉘어 하나의 차가운 거울처럼 투명하다. 왼편다리를 봉래섬(신선이 살고 있다는 섬)에 잃어버려 두고 두어점의 푸른 봉우리가 나열하였다. 여기에 한 누각(경포대)이 호수에 임하여 마치 발돋움하여 날아갈 듯하다.…나그네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세상에 나가서 도를 행함과 물러가 은거함은 운수에 달렸고, 화복(禍福)에는 때가 있는 법. 구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버려도 버려질 수 없다. 하물며 형상은 비록 만 가지로 나누어지지만 이치의 합하는 것은 하나이다. 죽고 사는 것을 분별하지 못하거늘 또한 오래고 빠른 것을 논하겠는가. 장주(莊周)는 내가 아니고 나비는 실물(實物)이 아니다. 꿈도 없고 진실도 없다.…” 이 문장을 통해 율곡이 벌써 10살의 나이 때 ‘형상은 비록 만 가지로 나누어지지만 이(理)의 합하는 것은 하나이다.’라는 ‘이기론’의 원리를 터득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그뿐 아니라 ‘장자’의 ‘나비의 꿈’을 인용함으로써 율곡의 독서범위가 유교서적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노장으로까지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경포대부’의 마지막 부분은 율곡의 사유가 불교적 경지에까지 이르렀음을 말해주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 인생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짧은 일백년이고, 신체는 넓은 바다 가운데 한 개의 좁쌀이라네. 여름 벌레가 얼음을 의심하는 것이 가소롭거니와 통달한 현인들의 뛰어난 식견을 그리워하는 도다. 좋은 경치를 찾아 천지를 집으로 삼을지니 어찌 반드시 중선이 헛되어 고향을 그리워함을 본받겠는가.” 글 속에 나오는 중선(仲宣)은 후한 말기의 시인 왕찬(王粲:177∼217)을 가리키는 것으로 ‘도시(倒屎)’, 즉 ‘신발을 거꾸로 신는다.’는 고사성어를 낳은 사람. 왕찬이 장안에 가서 채옹(蔡邕)을 만났을 때 ‘그는 왕공의 후손으로 그 재능을 도저히 따를 수 없다. 나도 그를 따를 수 없으니, 우리 집에 있는 서적을 모두 그에게 드리리다.’라고 말하고 신발을 거꾸로 신고 영접하였던 당대 최고의 시인. 그러나 결국 그 빼어난 재능으로 피살되고 말았는데, 왕찬은 생전에 나귀 울음소리를 좋아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죽자 위문제(魏文帝) 조비(曹丕)는 문상 왔다가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왕찬은 생전에 나귀 울음소리를 좋아하였으니 모두 한번씩 나귀 울음소리를 내어 영결토록 합시다.” 왕찬이 생전에 나귀의 울음소리를 좋아하였던 것은 자신의 처지를 고향을 떠나 헛되이 떠도는 한 마리의 나귀로 비유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 두 중진의 세상·문학 이야기

    문단의 두 중진 소설가가 나란히 산문집을 냈다. 같은 고향(전남 장흥), 같은 연배(66)의 이청준과 한승원. 이청준은 2000년 이후에 쓴 산문들을 가려 엮은 ‘머물고 간 자리, 우리 뒷모습’(문이당)을, 한승원은 그동안 쓴 수필들을 모으고 새로 덧붙인 ‘이 세상을 다녀가는 것 가운데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황금나침반)를 출간했다. 꼬박 40년을 문학에 매달려온 두 작가가 세상살이에 대한 회고와 문학에 대한 감회를 진솔하게 풀어낸 글들이다. ‘머물고 간 자리’는 작가의 주변 인물과 개인적인 경험들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 문학의 본질을 통찰한 글들이 두드러진다. 장애가 있는 누이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 ‘아름다운 두루마기의 기억’이란 글에서 작가는 ‘이웃의 배려는 대개 일상의 불편을 어느 만큼 줄여 줄 수 있을 뿐, 우리 삶의 결핍은 스스로 채우는 부분이 더욱 값지고 소중한 품격을 지닐 수 있지 않을까. 문학 역시도 그 삶의 결핍을 제대로 끌어안고 모양새있게 채워나가려는(혹은 지우고 가꿔 나가려는)것이 큰 몫의 하나일 터’(28쪽)라고 말한다. 임권택 감독과 영화 ‘축제’를 촬영하는 동안 어머니의 치상(治喪)과정을 한번 더 치르며 비로소 마음으로부터 어머니를 떠나보내드렸던 경험에서는 ‘소설은 우리를 모방해 베끼는 일이라지만, 그런 뜻에서 소설을 쓰는 일은 작가가 지난날의 제 삶을 소설로 한번 더 살아내는 일이라 할 수도 있으리라’(47쪽)는 성찰을 이끌어낸다. 새벽 어둠 속 아들을 떠나보내고 홀로 눈길을 따라 밟으며 마을로 돌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소설 ‘눈길’의 실제 모델인 어머니에 대한 회고, 평소 친분있는 스님에게 돈봉투를 받고 깨달은 삶의 의미, 밤 산길의 독행자처럼 각자의 산길을 외롭게 지나온 동료 문우들에 대한 애정 등 세상을 향한 따뜻하고 넉넉한 시선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 세상을’은 고향인 장흥 바닷가에 ‘해산토굴’이란 글집을 짓고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가 그동안 세상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지혜와 통찰을 담은 인생론이다.‘여느 시집이나 소설집들과 달리 모든 표현의 기교나 장치들을 다 벗어던져버린 알몸 그 자체’라고 작가 스스로 책머리에 밝혔듯 산문집에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유명 문인이기 이전에 개인으로서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있다.‘밥 따로, 국 따로, 반찬 따로’인 독특한 식습관의 유래, 까칠까칠한 내의가 거추장스러워 속옷을 뒤집어 입는 버릇, 생애 한번 뿐인 결혼식을 하객 여덟명만 불러 조촐하게 치르겠다고 고집을 부린 사연 등은 ‘세상과 삶의 경계에 선’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게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가운데 이 세상을 다녀가는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언제가는 그 이름을 기억해주는 사람들마저 사라진다. 그 그림자와 이미지만 남아 구름처럼 흘러간다. 견고한 사각형에 갇혀 살 일이 아니고 오각형으로서 자유자재의 구멍을 뚫어놓고 살 일이다.’(249쪽)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부산 ‘戀街’/남포동] 보이소 자갈치·국제시장·PIFF광장

    [부산 ‘戀街’/남포동] 보이소 자갈치·국제시장·PIFF광장

    “아지매, 깎아주이소∼.” “아이고, 좀 고만하소. 자요!” 서울 아낙의 애교섞인 사투리 한마디에 못 이긴 척 물건을 건네 준다. 훈훈한 ‘부산 아지매’ 인심을 느껴보고 싶다면 남포동으로 가자. 아지매들의 손맛이 살아있는 자갈치 시장,‘없는 게 없는’ 국제 시장에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가 가득하다. 영화인들의 감각이 돋보이는 PIFF광장, 부산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용두산 공원도 있다. 구석구석 다 구경하려면 하루가 부족하다. ●부산 하면 자갈치 시장 부산의 명소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자갈치 시장. 연근해에서 잡은 각종 물고기의 경매가 이루어지는 우리나라 최대의 어시장이다. 지하철 1호선 자갈치 시장역에 내린다. 개찰구에서 나와 출구에 가까워질수록 비릿한 바다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10번 출구로 나가면 부산시수협∼남포동 건어물시장∼영도대교까지 어시장이 1㎞가량 길게 늘어서있다. 판매대에 놓인 은빛 고기들이 비늘을 반짝이며 팔딱거린다. 어항 속 오징어와 낙지는 연신 물을 헤치며 꿈틀거린다. 싱싱한 생선회와 해산물을 마음껏 골라, 먹고 싶은 만큼 산 다음, 어시장 2층이나 3층에 있는 횟집으로 가져가면 요리를 해서 내준다. 해운대나 광안리 해안가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다면 영도다리쪽 건어물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좋다. 오징어·김·마른 안주 등을 싼 값에 마련할 수 있다. ●PIFF광장에서 ‘리어카 골목’까지 자갈치 시장에서 해안가 반대쪽으로 큰 길을 한번만 건너면 광복동과 남포동이 나온다. 남포동의 첫 관문은 부산국제영화제(PIFF)광장. 남포 CGV·대영 시네마타운 등 5개의 극장이 나란히 몰려 있다. 영화제 기간이 아니라도 곳곳에 붙어있는 영화 포스터와 스타들의 손도장을 직접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PIFF광장에서 뻗어있는 골목을 따라 가면 각양각색의 동네가 나온다.‘없는 게 없는’ 시장으로 통하는 국제시장에는 옷, 신발, 책방까지 예측할 수 없는 구경거리가 나온다. 일명 ‘리어카 골목’으로 불리는 먹을거리 골목에서는 군침 도는 노점 음식들이 군침을 돌게 한다. 오징어에 야채를 먹음직스럽게 버무린 오징어무침, 굵직하게 썰어 놓은 순대, 쫀득쫀득한 족발을 1500∼2500원 정도면 맛볼 수 있다.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기에 제격이다. 좀 더 거하게 먹고 싶다면 시장 구석구석에 수십년 동안 자리잡고 있는 맛집으로 가자. 밀면, 고갈비 등 부산의 소문난 ‘맛’을 느낄 수 있다. ●부산의 맛, 이거야 이거 PIFF광장 부산극장 맞은편을 보면 검은색 바탕의 ‘18번 완당집’ 간판이 보인다.‘55년 전통’을 자랑하는 만두집이다. 중국식 만두국, 일본식 국수 등을 전문으로 한다.(051)245-0135. KFC를 지나 동주여자상업고등학교 쪽으로 큰길을 따라가면 오른쪽에 골목 사이로 ‘원산면옥’이 보인다.40여년동안 3대에 걸쳐 냉면만 고집해 온 냉면 전문집이다. 평양식 비빔냉면, 물냉면이 주메뉴로 6000원. 겨울에는 만두, 쇠고기 전골 등도 판다. 오전 11시쯤 문을 열어 오후 9시30분까지 영업한다.(051)245-2310. 원산면옥 바로 왼편 ‘할매 가야밀면’에서는 부산 밀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우리 밀로 만든 면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육수는 냉면보다 덜 자극적이면서도 뒷맛이 개운하다. 값도 저렴한 편. 밀면 3500∼4000원, 비빔면 4000∼4500원. 사리 추가시 1000원이다.(051)246-3314. 한편 연산로타리에서 수영 방향으로 50m 정도 올라가다 왼편에 있는 참나무숯불갈비(051-861-6392)도 부산의 맛집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의 주메뉴는 갈빗살. 웬만한 등심보다 훨씬 낫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에서 매일 가져오는 고기는 적당히 육질이 느껴지면서도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참나무숯을 사용해 고기에 참나무향이 배어나온다. 즉석에서 김을 구워 고기와 함께 싼 뒤 쌈장에 찍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꽃등심 1만 8000원, 갈비살 1만 5000원. 부산에서 빵을 가장 맛있게 만든다는 빵가게 ‘B&C’, 낚지 볶음과 수중전골(6000원)을 파는 ‘개미집’, 깔끔한 인테리어와 쌈밥 정식(5500원)으로 유명한 ‘자반고등어’도 유명하다. ●전망 끝내주는 용두산 공원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면 서울의 남산에 견줄만한 부산의 명산 ‘용두산’에 올라보자. 남포동 시장 바로 옆에 우뚝 솟아 있어 시내가 한눈에 다보인다. 동주여상 뒷골목을 따라 용두산 산책로에 들어서면 울창한 나무 터널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시가 새겨진 바위도 길을 따라 놓여 있다. 한 줄 한 줄 읽으며 산을 오르다 보면 용두산 공원 광장이 나온다. 전망대에 오르면 부산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부산 앞바다가 손에 잡힐 듯하다. 낮에 봐도 좋지만 밤에 오르면 야경이 눈부시다. 부산 서재희 고금석기자 s123@seoul.co.kr ■ 밀면이 뭐지? ‘회남의 귤을 회북에 옮겨 심으니 탱자가 됐다.’란 뜻의 고사성어 귤화위지(橘化爲枳)처럼 이북 지역의 냉면이 부산으로 내려와 부산의 음식이 된 것이 바로 밀면이다.50년대 중반 한국전쟁으로 부산지역으로 피란을 내려온 함흥 지역 사람들이 하나둘씩 냉면집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산항이 가까워 미군이 보급하던 밀가루를 쉽게 접했던 부산 사람들 입맛에는 메밀·전분 등으로 만든 질긴 냉면이 부담스러웠다. 때문에 자연스레 밀·전분 등으로 면발을 만드는 밀면이 자리잡았다. 서울로 치면 ‘평양식’은 밀면,‘함흥식’은 비빔밀면에 해당한다. 육수에 감초 등 한약재를 써서 입맛에 은은한 한약향이 남는 점과 ‘평양식’인 밀면에 양념장을 넉넉히 풀어 먹는 점도 이북식과는 다르다.
  • 포교엔 백마디 말보다 쉽게 쓴 책 한권

    종교 알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종교계에 종단별 교리나 경전, 수행법 등을 담은 지침서가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소개된 내용을 좀더 자세히 풀어쓰거나 휴대용으로 제작, 일반인도 쉽게 접하도록 했다는 것. 종교 전파에는 책만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9일 종교계에 따르면 증산도는 강증산 상제의 말씀을 기록한 도전(道典)을 휴대용 문고판으로 제작한 ‘쉽게 읽는 도전’을 펴냈다. 도표 1000여컷을 컬러로 실어 강증산 상제의 천지공사(天地公事) 등 증산도의 사상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증산도 관계자는 “철저한 현장답사와 자료수집, 성도들의 후손 증언 채록 등 20여년 노력의 성과물을 집대성한 책”이라면서 “앞으로 어른들을 위한 ‘큰 글자 도전’,‘한·영대역 도전’ 등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리랑카·동남아시아의 불교성전인 빠알리대장정에 쓰이는 고전어인 빠알리어 5만 3000여개를 담은 ‘빠알리-한글사전’(한국빠알리성전협회)도 개정증보판으로 새롭게 나왔다. 상·하권으로 나눠 있던 기존 사전을 한 권으로 합치고, 활자 크기와 종이 두께를 대폭 줄여 휴대하기 좋은 포켓용 형태다. 그동안 출간된 빠알리사전을 분석하고 실제 경전에서 사용된 용어들을 모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어휘수를 자랑한다. 기독교계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성경을 쉽게 풀어쓴 책이 인기다. 천주교 주교회의 성서위원회가 17년의 노력 끝에 펴낸 우리말 완역 신·구약 합본성경 ‘성경’은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씌어졌다. 구약학자이자 히브리어학자인 최의원(한국개혁신학협회 고문) 박사가 지난 8년간 혼자 우리말로 완역한 ‘새즈믄 우리말 구약정경’도 교회뿐 아니라 학교·도서관 등에서 구입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이와 함께 기독교 선교 120주년을 맞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최초의 선교사 언더우드 목사로부터 중견 목회자까지 대표적인 설교자 120명의 설교를 모은 ‘한국기독교대표설교전집’ 2집을 출간했다. 한기총 관계자는 “설교집을 통해 한국교회사에 드러난 말씀의 감동과 은혜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불교계는 수행법에 대한 출판이 붐을 이루고 있다. 한국불교의 중심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 수행 지침서인 ‘조계종 수행의 길-간화선’(조계종교육원)이 지난 5월 처음으로 출간되면서부터다. 간화선뿐 아니라 다른 수행법에 관심이 있다면 염불·주력·절·간경·사경·위파사나 등 10가지 대표적인 수행법을 망라한 ‘수행법 연구’도 읽어볼 만하다. 이와 함께 동학 창시자 최제우의 아버지 근암 최옥이 남긴 한자문집을 번역, 출간된 ‘근암집’(창커뮤니케이션)은 천도교와 동학, 근암의 사상을 연결시킴으로써 학계와 천도교 신자들에게 큰 관심을 얻고 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조선시대 전통 복식부기 있었다

    조선시대 전통 복식부기 있었다

    복식부기법이 없었더라면?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그랬다면 ‘콜럼버스 항해→신대륙 발견→은(銀)의 유럽 대량유입→서양의 발흥’이라는 연쇄고리가 이어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콜럼버스의 탐험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회계의 투명성. 당시 탐험을 빙자한 사기가 워낙 많았던 탓에 돈 떼일까봐 망설이던 투자자들에게 그는 복식부기를 쓰면 속일 수 없다고 설득해 탐험비용을 타냈다. 이 때문인지 서양은 ‘회계’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져왔다. 막스 베버는 복식부기를 통한 회계의 투명성을 서구사회와 비서구사회를 나누는 기준으로 쓰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러기만 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국가경영연구소 전성호 비교연구실장은 11일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유교와 경영’ 학술대회에서 ‘우리 복식부기법도 그에 못지 않았을 뿐 아니라 외려 더 우수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 실장은 미리 배포된 발제문에서 문자의 역사가 곧 회계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문자가 필요해서 생긴 것이라면, 그 필요성은 ‘헤아리는 것’에서 시작했다는 것이고, 헤아린다는 것은 곧 ‘문명’을 뜻한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서구에만 특출나게 회계가 있었다기보다, 그 어느 곳이던 문명권이 있었다면 어떤 형태로든 회계가 발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 실제 해독이 어려운 수메르문명의 문자도 회계의 원리로 보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우도 많고,8세기 이슬람 문화권에는 무려 14가지 항목으로 된 회계절차가 있었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에서는? 당연히 있었다. 여기서 주의깊게 볼 것은 중국과 한국의 언어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문자의 역사가 곧 회계의 역사라면 중국과 한국의 회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전 실장은 한자를 이용해 표기했던 ‘이두(吏讀)’에 주목한다. 전통 회계장부를 보면 한자로 적되 우리식으로 읽었던 이두로 쓰인 용어가 많은데,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회계법이 독자적으로 발달해왔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17세기부터 300여년 동안 계속 기록되어온 전남 영암 남평 문씨 문중의 대동계 회계장부 ‘용하기(用下記)’에 쓰인 이두를 분석한다.‘계’다 보니 수입과 지출이 명확하게 기록되어야 하고, 또 누구나 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필요성은 더 커진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秩(질)자와 作(작)자. 벼를 다듬어 쌓아놓은 형상을 본뜬 秩자는 물품이름 뒤에마다 붙이는 글자다. 전 실장은 “회계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물품을 의인화하는 현대회계기법과 똑같다.”는 점을 지적한다.作은 이두발음으로는 ‘질’로 읽는다. 요즘으로 치자면 재고조사와 대차대조표를 만드는 데 쓰인 단어다. 전 실장은 발음이 秩과 같아서 맞춰 쓴게 아닌가라고 추측한다. 이게 장부에 기입되는 방식을 보면 놀랍다. 예를 들면 ‘조질전(租作錢)’은 ‘벼질한 돈’인데 ‘조질(租秩)’에서는 나가고,‘전질(錢秩)’에는 들어온 것으로 장부에 기입된다. 즉, 벼를 걷어 팔았고 그 대가로 돈 얼마를 받았다는 기록이 남되 이중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또 재고조사(反作·반질)로 장부기록과 맞지 않는 부분은 ‘축(縮)’이라 해서, 요즘으로 치면 자연감소분으로 처리했다. 전 실장은 이런 예를 들면서 “회계학자들과 국문학자들간 공동연구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개인문집 등에 회계 관련 기록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쓰인 용어 대부분이 이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를 비교·분석만 해내도 회계사나 경제사뿐 아니라 문자사에서도 획기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전통 회계 용어도 되살리자고 제안했다. 단적인 예로 ‘부기법(簿記法)’은 일본 메이지시대 용어인데 그보다는 우리 전통 표현인 치부법(治簿法 혹은 置簿法)이 더 낫다고 봤다.‘부기’가 단순히 장부에 적는다는 뜻이라면,‘치부’는 장부를 다스리고 똑바르게 한다는 뜻으로 회계의 본래적 의미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사람] 구약 8년만에 우리말로 완역 최의원 박사

    [이사람] 구약 8년만에 우리말로 완역 최의원 박사

    “어렵게만 느껴지는 성경책이 한글의 아름다움과 만나 종교를 초월해 쉽게 읽혀지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전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베스트셀러 성경. 그러나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성경을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어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표현에, 고어들도 많아 각주를 읽지 않고는 해석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특히 히브리어가 원어인 구약성경은 학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 지난 8년간 구약성경을 원어에서 쉬운 순우리말로 혼자 완역한 사람이 있다. 국내 최고의 성경학자이자 14개 국어에 능통한 히브리어학자인 최의원(82·한국개혁신학회 고문) 박사가 주인공이다. 천안대 신학대학원장을 끝으로 은퇴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개인 사무실에서 시작한 구약성경 완역작업이 마침내 ‘새즈믄 우리말 구약정경’(신앙과 지성)이라는 제목의 13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으로 탄생했다. 정경(正經)이란 교회가 이를 받아들여 성경으로 바꾸기 전 상태를 의미한다. 오랜만에 고국에 돌아와 최근 출판기념회를 가진 최 박사를 미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그의 수제자인 유동표 목사가 운영하는 경기도 성남시 국군체육부대내 상무백석교회에서 만났다.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 미국·유럽 등에는 히브리어 구약성경을 자국어로 완역한 성경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원어를 영어나 일본어·중국어 등으로 번역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정확성이 떨어지고 어려운 단어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 박사가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것은 지난 1963년 대한성서공회의 성경 공동번역작업에 참여하면서부터.97년까지 수차례 번역작업을 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공동작업을 하다 보니 의견을 하나로 모아 정확한 번역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순우리말로 된 정확한 완역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은퇴와 동시에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혼자 번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에, 타국에서 혼자 시작한 번역 작업은 쉽지 않았다. 매일 4시간씩 번역을 하고 나머지 시간도 사색과 산책을 하며 다음날 번역을 위해 준비했다. 그러나 오래 앉아 있다 보니 다리에 마비증세가 와 걸어다닐 수 있는 ‘움직이는 책상’까지 만들어 번역을 계속했다. 이렇게 몇 년간 번역작업에 몰두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주변의 무관심과 부인의 병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왜 어렵게 혼자 완역하려고 하느냐?”며 의구심을 나타냈고, 말없이 옆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던 부인은 결국 치매증세를 보였다.“많이 힘들었지만 사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껏 외국에서도 한 사람이 완역한 성경이 나온 적은 없기 때문이지요.” ●한글 번역으로 참뜻 찾아 최 박사의 ‘새즈믄 우리말 구약정경’에는 종교학뿐 아니라 언어학적으로도 놀라운 성과들이 담겨 있다. 창세기 2장23절 아담의 갈비뼈로 탄생한 하와를 표현하면서 최 박사는 원전에 있는 ‘이분은 기특하다.’라는 구절을 찾아냈다. 또 창세기 3장16절 ‘너는 남편을 사모하나.’라는 구절도 원본을 살려 ‘너는 남편에게 눈독을 들이나.’로 번역했다. 남자와 여자는 갈등과 종속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위치라는 사실이 구약 곳곳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또 구약성경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십자가’의 표현도 찾아냈다. 에스겔서 9장4절의 원어 ‘타호’자는 X자를 의미하며, 이것이 곧 십자가를 뜻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 최 박사는 “히브리어를 잘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표현의 뜻을 숙고 끝에 해독했다.”면서 “종교적인 지식과 언어적 지식이 만난 결과”라고 말했다. 구약정경 목차 제목들을 알기 쉽게 변경한 것도 흥미롭다.‘민수기’는 ‘민족방랑사’로,‘신명기’는 ‘신율법서’로,‘열왕기’는 ‘이스라엘 왕조역사’로,‘역대기’는 ‘구약세계사’로 새 이름을 얻었다. 이와 함께 처음에 풀지 못했던 부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해답을 얻었다. 시편 23편의 ‘푸른 초장’은 문학적 표현을 살려 ‘방초동산’으로 새로 해석했다. 창세기 2장4절 ‘창조’를 ‘개벽’으로 바꾼 것도 참된 민족관에 의해서다. 순수 우리말로 번역한 최 박사의 노력은 문학적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 박사는 “외래어에 익숙한 번역문학의 수준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젊은 세대가 한글을 아름답게 보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히브리어 표현인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원뜻에 충실하면서도 우리 문화에 맞게 ‘기름진 낙토’로 고쳤다.‘버터’는 ‘쇠젖기름’,‘치즈’는 ‘쇠젖묵’이라는 순우리말을 찾았다. ●“한글·성경이해 높이길” 최 박사는 “구약의 한글 완역을 통해 성경의 이해뿐 아니라 나라와 한글 사랑의 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학자는 물론 국어학자와 청소년 등이 연구하고 배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것이 최 박사의 소망이다. 그는 “교회보다는 도서관이나 학교 등에 책이 보급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면서 “성경의 감동을 되살렸다고 믿는 만큼 교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찾는 책이 됐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가톨릭교회와 일부 학자들로부터 표현에 대한 이의제기도 있어, 내년 초까지 이를 반영한 수정판을 펴낼 계획이다. 누구나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판형 크기를 줄이는 것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신학자들의 권유로 해설서를 별도로 제작, 새롭게 펼친 해석을 상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책 판매를 통한 이익금 전액은 후학 양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신약성경 번역에 대한 계획도 있는지 묻자 그는 “헬라어로 써있는 신약 번역도 가능하지만 내가 스스로 하기보다는 신약학자의 몫으로 남겨둘 것”이라며 구약에 전념할 뜻을 밝혔다. 최 박사는 “교회에서는 하나님 말씀이 생명·진리라고 하면서 이를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올바른 성경을 갖는 것은 이같은 노력의 시작이며,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진리를 깨닫고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걸어온 길 ▲1924년 평안북도 의주 출생 ▲1952년 총회신학교 본과 제1회 졸업(신학사) ▲1956년 미국 풀러신학교 졸업(석사) ▲1960년 미국 드랍시대학교 졸업(박사) ▲60∼76년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구약학) ▲64∼70년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아랍어과 학과장) ▲1963년 대한성서공회 ‘새번역성경’ 예장합동측 대표 ▲1967년 대한성서공회 ‘공동번역성경’ 예장합동측 대표 ▲76∼81년 생명의 말씀사 ‘표준성경’구약부 기초위원 ▲93∼97년 대한성서공회 개역성경 개정위원 ▲83∼97년 천안대 신학대학원 원장 ▲96∼현재 한국개혁신학회 고문 (저서) ▲구약 히브리어문법 ▲구약논문집 ▲역대기하서 본문비평(히브리어 대 시리아 역본)에 관한 연구 글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초정 김상옥시인 1주기 추모집

    지난해 10월31일 타계한 초정 김상옥(1920∼2004)시인의 1주기를 기리는 추모문집이 잇따라 출간됐다. 문화예술계 인사 36인의 회고담을 묶은 수필집 ‘그 뜨겁고 아픈 경치’(고요아침)와 미간행 유고를 비롯해 시인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한 ‘김상옥 시전집’(창비)이 나란히 나왔다. 교과서에 실린 ‘봉선화’‘백자부’ 등의 시조로 유명한 시인은 일제 시대 보통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지만 시와 글씨, 그림에 모두 능해 문단에서 ‘시서화 삼절(三絶)’로 불렸다.1939년 ‘문장’과 ‘동아일보’로 등단했고,1947년 첫 시조집 ‘초적’을 내놓은 이래 60여년 동안 고결한 정신세계를 선명한 이미지로 드러낸 시편들을 선보였다. 수필집 ‘그 뜨겁고 아픈 경치’에는 세번씩 옥고를 치르며 일제에 맞섰던 민족주의자이자 20여년간 교편을 잡으며 어린 학생들에게 문학과 인생을 가르친 자상한 스승으로서의 면모 등 고인의 생애와 예술관이 지인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실려 있다. 소설가 박완서 이제하 서영은, 시인 김후란 이근배 허영자, 시사만화가 백인수, 전 서울시장 이해원, 원로 전각가 정문경, 장녀 김훈정씨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했다. 문학평론가 이어령씨는 “선생의 글은 여름 소낙비가 지나고 난 뒤의 흙냄새 같다. 그것이 그림이 되면 골짜기의 난향으로 변하고, 붓글씨가 되면 은은한 연적의 묵향으로 바뀐다.”고 고인의 예술세계를 기렸다.1만 2000원. 시단의 원로, 민영 시인이 엮은 ‘김상옥 시선집’은 첫 시조집 ‘초척’에서 노년의 시집 ‘느티나무의 말’(1998)에 이르기까지 고인이 생전 발표한 시조집, 동시집, 시집 전부와 미간행 유고를 실었다. 문학평론가인 서울여대 이승원 교수의 해설, 작품 연보, 사진 등이 함께 실려 있다.2만 5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소설·산문집 들고 한국찾은 히라노

    “일본인은 신을 믿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윤리가 종교를 대신하지도 못합니다. 지금은 잘 사는 사람이 승자로 대접받고, 못사는 사람이 패자로 손가락질 당하는 경제지배의 시대가 돼버렸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이것이 작가로서 평생을 안고 갈 관심사입니다.” 1989년 교토대 법학부 재학중 ‘일식’으로 아쿠타카와상 최연소 수상기록을 세우며 일본 신세대 문학의 기수로 떠오른 히라노 게이치로(30). 우리말로 번역된 ‘일식’‘달’로 국내에도 상당수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가 산문집 ‘문명의 우울’(염은주 옮김)과 장편소설 ‘장송’(전2권·양윤옥 옮김, 문학동네 펴냄)의 번역 출간과 강연회 참석차 방한했다. ‘문명의 우울’은 한 일간지에 2년 간 연재한 글을 묶은 것으로, 시사적인 현상과 사건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분석한 에세이집.‘장송’은 1848년 2월 혁명을 전후한 프랑스 파리를 무대로 쇼팽, 들라크루아, 조르주 상드 등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1년간의 자료수집과 3년간의 집필과정을 거쳐 탄생한 ‘장송’(2002년)은 낭만주의 예술철학을 다룬 예술가 소설이자 심리소설이며, 당대 사회상을 세밀하게 묘사한 풍속소설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맞춰 발자크, 플로베르 같은 19세기 작가들의 문체를 염두에 둔 점도 흥미롭다. 신에서 인간으로, 전통에서 현대로 이행하는 유럽 근대화시기는 문명의 폐해와 물질만능주의로 위기에 처한 오늘날의 풍경과 자연스레 겹쳐진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주로 섬세한 심리묘사와 감성에 무게중심을 둔 반면 그의 소설은 진지한 주제의식과 작품마다 자유자재로 변하는 문체의 다양함을 무기로 삼고 있다.“한살 때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는 그는 다음 작품에서 ‘살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1년 간 프랑스 파리에 머물다 지난 8월 돌아온 그는 고향인 교토를 떠나 현재 도쿄에서 살고 있다.27일에 이어 28일 오후4시30분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이야기-전달한다는 것’을 주제로 강연회를 연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구텐베르크 수사들(한기 지음, 역락 펴냄)문학이 위기의 시대에 내몰리게 된 근본적 원인 탐색과 더불어 문학의 존재이유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담고 있는 평론서. 염상섭, 채만식 등 비판적 리얼리즘 계열의 작가들에서부터 1990년대 이후 등단한 젊은 작가들에 대한 논평들을 실었다.2만 3000원.●변산바다 쭈꾸미 통신(박형진 지음, 소나무 펴냄)중학교 중퇴 이후 줄곧 땅을 갈며 살아온 농부시인의 진솔한 인생예찬. 소박하고, 청정한 시골생활을 맛깔스러운 전라도 사투리에 담아냈다.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 ‘바구니속 감자싹은 시들어 가고’, 산문집 ‘모항 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 등을 펴냈다.8800원.●기발한 자살여행(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솔 펴냄)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자살희망자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 부조리한 현실과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풍자소설. 독창적인 인물 설정과 독특한 서술방식, 유머감각이 돋보인다.2004년 ‘유럽의 작가상’수상작.9500원.●이야기 파는 남자(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박종대 옮김, 이레 펴냄)철학소설 ‘소피의 세계’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저자의 장편소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기이한 운명을 짊어진 사내 페테르를 중심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출판계의 어두운 뒷모습을 액자소설 형식으로 엮었다.1만원.●행복한 지붕수리공(요아힘 링에나츠 지음, 김재혁 옮김, 하늘연못 펴냄)길거리 카페 낭송시인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해 종전 후 현대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새로운 개성의 작가로 부각된 저자의 소설집.‘생의 열쇠구멍을 통해서’‘누군가 들려주는 일리넵 이야기’ 등 국내 독자에게 소개되지 않은 단편 17편을 모았다.9000원.
  • [공기업 취업 성공기] 계산문제 많은 전공시험 ‘손으로 풀기’ 연습을

    [공기업 취업 성공기] 계산문제 많은 전공시험 ‘손으로 풀기’ 연습을

    환경공학을 전공해 화학직군에 응시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인터넷으로 지원서를 작성하고 전공시험을 본다. 시험은 시사와 전공이며, 나는 전공시험으로 화학과 환경을 봤다. 시사는 인터넷과 신문·뉴스를 주로 이용했다. 일반적인 시사 책을 보는 것은 너무 지루하고 내지식이 돼주지 못한다. 전공했던 환경의 경우는 취업준비하면서 틈틈이 공부를 해왔기에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화학은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일반 서점에서 파는 문제집은 그 내용이 너무 취약했기 때문에 일반화학 책을 봤다. 두 권으로 된 두꺼운 화학책을 들고 매일 도서관으로 갔다. 그 누구의 조언도 없었기에 무슨 문제가 나올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공기업에 관련한 카페에도 가입했지만 한수원의 화학직군에 관련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발전소란 특성을 생각해 열역학을 주로 공부했고 원자력을 알기 위해 관력서적을 읽었다. 한수원에 입사 지원서를 작성한 날부터 매일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회사 소개나 홍보·자료들을 봤고, 현재의 중점사항들을 체크했다. 이후에 면접을 볼 때 유용한 자료로 쓰였다. 요즘 들어 전공보다는 어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전공 또한 중요하다. 한수원 전공시험은 난이도가 높다. 시간에 비해 계산문제가 많고 계산기 사용이 금지되므로 이에 대비하는 것도 좋다. 전공시험을 통과하고 논술과 인·적성검사를 보고 3일 후에 면접을 봤다.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순간 막막했다. 인·적성검사는 서점에서 파는 관련 문제집을 사서 보며 경향을 파악했다. 논술은 그 당시의 사회 이슈를 위주로 글을 써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논문집을 봤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평소에 책을 읽던 습관이 많은 도움이 됐다. 면접은 홈페이지에서 회사에 관한 사항들, 이를테면 ‘최초로 원자력 발전을 한 것은 1978년 건설된 고리 1호기’ 등 관련사항을 알아두는 것이 이롭다. 또한 카페에서 한수원의 면접 경험자들의 글을 모두 체크해두면 좋다. 면접은 개인 면접과 집단 토론 면접으로 이루어진다. 면접관의 질문 의도파악이 중요하고 너무 강한 목소리보다 차분한 목소리가 더 높게 평가된 것 같다. 자리가 아무리 불편하고 불안하더라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 다리를 꼬고 면접을 같이 본 사람이 있었는데 당연히 지금 한수원 식구가 안됐다. 한수진 한국수력원자력 영광원자력본부
  • [책꽂이]

    ●꽃신(김용익 지음, 돋을새김 펴냄)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미국에서 활동한 소설가 김용익(1920∼1995)의 단편집.1956년 발표한 데뷔작 ‘꽃신’은 유명잡지 ‘하퍼스 바자’등 세계 각국의 유명 매체에 소개됐고,‘해녀’는 미국 중고등학교 영문학교과서에 실렸다. 이번 단편집은 두 작품외에 ‘종자돈´ `겨울의 사랑´ `동짓날 찾아온 사람’등 모두 6편을 묶었다.8000원.●해리포터와 혼혈왕자 1·2(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문학수첩 펴냄)발매 첫날 미국에서만 690만부가 팔린 ‘해리포터 시리즈’6탄이 번역돼 나왔다. 전편에 이어 음산하고 암울한 전쟁터를 배경으로 유머와 로맨스, 재기발랄한 대사로 짜릿한 모험의 세계를 펼친다. 늠름한 청소년이 된 해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애쓰는 존재론적 고민이 더해졌다. 각권 8500원.●쏘주 한 잔 합시다(유용주 지음, 큰나출판사 펴냄)중학교 중퇴후 중국집 배달원, 구두닦이, 우유배달 등을 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온 저자가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이후 5년 만에 낸 산문집. 부산에서 두바이까지 17일 간 항해여정을 기록한 ‘아름다운 것은 독한 벱이여’를 비롯해 고단한 현실의 속살을 헤집고 따뜻한 시선으로 건져올린 아름다운 이야기 16편을 실었다.9000원.●완벽한 하루(마르탱 파주 지음, 이승재 옮김, 문이당 펴냄)아침에 눈 뜬 순간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오직 자살만을 꿈꾸는 한 남자의 24시간을 그린 소설. 프랑스 문단이 주목하는 신예작가인 저자는 스물다섯 살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실업과 고용불안,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재기발랄하게 풀어낸다.9500원.●피아노 소나타 1987(강유일 지음, 민음사 펴냄)독일의 통일 과정을 지켜 본 재독 작가 강유일이 KAL기 폭파사건을 소재로 한국의 분단현실을 재구성한 소설. 북한의 동유럽 스파이 한세류는 동유럽에 초청받은 남한의 피아니스트 안누항의 공연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민간여객기를 폭파한 한세류는 세월이 흐른 뒤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가 안누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1만 2000원.
  • 부르주아 전(傳)/고유경 옮김

    귀족과 서민의 중간에 위치한 ‘자본가 계급’ 또는 ‘유산 계급’으로 다양성을 추구한 부르주아 계급(bourgeoisie). 우리에게 19세기 부르주아의 이미지는 양분된다. 진취적으로 정치의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적ㆍ문화적으로도 진보와 혁신의 세기를 선도한 ‘선한’ 부르주아와,‘피도 눈물도 없이’ 노동계급을 착취하면서 양심보다 이윤을 선택한 자본가들로 대변되는 ‘악한’ 부르주아의 이미지가 그것이다. 상반된 평가에도 불구하고 두 이미지가 갖는 공통점은 부르주아 계급을 한 가지 색깔로만 칠하고 있다는 것. 역사학의 ‘프로이트’로 불리는 피터 게이 예일대 명예교수가 쓴 ‘부르주아 전(傳)’(고유경 옮김, 서해문집 펴냄)은 이같은 부르주아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부정하는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오스트리아 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일기를 비롯,19세기 부르주아의 일기, 편지, 소설, 그림, 신문광고 등 다양한 사료를 동원한다. 저자는 특히 에로스, 불안, 공격욕 같은 부르주아의 내면 중에서도 가장 은밀한 영역에 눈길을 돌린다. 또 야만적인 폭력성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여겨지는 19세기에도 여전히 자녀에 대한 비이성적인 체벌과 광포한 대량학살이 존재했고, 그것은 그 시대에 치명적으로 증가했던 집단적 ‘신경증’을 반영한다고 증언한다.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를 하나의 계급으로 묶는 증거들이 있다. 노동의 복음에 대한 숭배와 사생활의 불가침성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다.1만 49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책꽂이]

    ●우리말의 탄생(최경봉 지음, 책과함께 펴냄) 1907년 대한제국의 국문연구소 설립부터 1957년 한글학회의 ‘큰사전’ 완간에 이르기까지 50년에 걸친 우리말 사전 편찬의 역사를 담았다. 민족의 격동기에 국어사전 편찬 하나에 인생을 걸었던 사람들의 좌절과 고통, 완성의 기쁨을 담담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1만 4900원.●성공한 사람들의 정치력 101(캐서린 K. 리어돈 지음, 조영희 옮김, 에코의서재 펴냄) ‘이너서클’이란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저자의 최신작. 저자는 정치력이란 사람들이 귀를 귀울여 들을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조직에서 정치력을 연마할 수 있는 단계적 방법을 제시한다.1만 4700원.●참교육자 마리아 몬테소리(지구르트 헤벤슈트라이트 지음, 이명아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이탈리아 최초의 여의사이자 아동교육학자 마리아 몬테소리의 열정적 삶과 철학을 담았다. 몬테소리는 성공적 교육방식으로 평가받는 ‘몬테소리 교육학’을 만들어 전 세계에 보급했다.1만 6000원.●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루츠 판 다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적, 유럽적 시각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의 다채로운 역사를 보여준다. 대륙의 생성과 최초의 인간, 고대 아프리카 이야기, 에이즈와 빈곤에 맞서며 행복한 삶을 꿈꾸는 현대의 아프리카의 모습 등을 담았다.1만 5000원.●두 중국의 기원(전동현 지음, 서해문집 펴냄) 현대 중국의 토대가 된 삼민주의와 국민혁명을 두 축으로 이데올로기가 삶을 압도했던 시기의 중국 역사를 담은 책. 쑨원과 그의 사상인 삼민주의를 통해 거대한 중국혁명에서 이데올로기가 갖는 의미를 설명한다.1만 3500원.●생태문화도시 서울을 찾아서(홍성태 지음, 현실문화연구 펴냄) 생태사회는 문화사회의 존재조건이란 시각아래 서울을 생태문화가 숨쉬는 도시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 책. 청계천이 반 생태적으로 복원되었음을 비판하고, 용산 미군기지터 생태숲을 조성하라고 주장한다.1만 4000원.●국가보훈학(유영옥 지음, 홍익재 펴냄) 국가보훈의 이론과 실제를 정리하고 비전을 제시한 이론서. 보훈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고 정부가 보훈정책을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많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6만원.●전쟁의 세계사(윌리엄 맥닐 지음, 신미원 옮김, 이산 펴냄) 지난 1000년 동안 군사기술과 전쟁이란 주제를 통해 인류가 걸어온 숨가쁜 행보를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오늘날 인류가 공멸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과정을 돌아본다.2만 5000원.
  • [이집이 맛있대] 경기 의정부 뜨끈한 백숙집 ‘장수민촌’

    [이집이 맛있대] 경기 의정부 뜨끈한 백숙집 ‘장수민촌’

    토종닭과 전복, 오리와 낙지가 만나 담백하고 독특한 풍미를 선보이는 백숙전문집이 의정부에 있다. 의정부 민락동 ‘장수민촌’은 닭과 오리백숙에 해물을 곁들이는 독특한 메뉴를 개발해 직장 회식이나 가족 단위 단골 손님들의 발길이 잦다. 이 집의 ‘토종닭 누룽지 백숙’은 1∼1.2㎏의 황갈색 털을 가진 토종닭만을 사용한다. 압력솥에 인삼·엄나무·은행·대추와 양념을 함께 넣고 40분간 푹 삶는다. 토종닭은 기름기를 빼고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지방을 철저히 제거한다. 삶아진 닭 국물에 찹쌀을 넣어 죽을 만들고 데쳐낸 부추를 듬뿍 접시에 담아낸다. 닭은 육질이 부드러워져 영구치가 나지 않은 어린이나 치아가 부실한 노인들도 씹어 먹는데 어려움이 없다. 찹쌀 일부는 쫄깃쫄깃한 누룽지가 되도록 국물과 함께 눌려 별도의 뚝배기에 담아 내는데, 이때 수족관에 보관된 살아있는 전복을 꺼내 전복의 살과 내장을 조그만 크기로 잘게 저며 섞어 넣으면 담백하면서도 해물의 독특한 풍미를 더한 전북죽이 된다. 요리를 담당하는 이 집의 안주인 조정분(48)씨는 “보양식인 토종닭 백숙에 역시 보양식인 전복죽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한 요리”라고 말했다.‘오리 한방 백숙’은 1.7∼1.8㎏의 오리를 사용한다. 찹쌀과 대추·잣·엄나무·인삼·구기자·은행 등을 넣어 1시간 정도 삶아 부드러운 육질의 백숙을 만드는데, 국물이 담백하고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냄비형 투가리에 역시 데친 부추가 듬뿍 얹혀 나온다. 여기에 살아있는 세발낙지를 넣고 불판에 올려 얕은 불에 서서히 끓이면 오리백숙과 함께 곁들여 먹는 낙지탕이 된다. 토종닭 백숙과 오리 백숙은 각각 3∼4인이 먹을 수 있는 양이고 공기밥은 무료로 준다. 의정부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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