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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와 산] (42) 충남 예산 덕숭산

    [도시와 산] (42) 충남 예산 덕숭산

    “조계종 본사 25개 가운데 절 앞이 탁 트인 곳은 여기밖에 없습니다. 삼현칠성(3명의 큰스님과 7명의 성인)이 나올 산이라고 스님들 사이에 말이 무성합니다.” 충남 예산 수덕사 정암 총무국장은 “오늘날 한국 불교의 선(禪)을 있게 한 게 수덕사다. 절이 있는 덕숭산이 조그마하고 밋밋하지만 예사롭지 않다. 오래 살아 보니 산이 참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나라 시인 유우석은 ‘산이 높다고 다가 아니요, 선풍(仙風)이 있어야 명산’이라고 했던가. 예산군 덕산면 사천리 덕숭산(해발 495m)은 이 말에 딱 들어맞는 산이다. 이웃 가야산보다 낮은데도 수덕사가 자리잡은 것만 봐도 그렇다. 여기에 부처 전설까지 내려오는 것을 보면 명산임이 더욱 분명해진다. ●한국 불교 선의 종가인 수덕사… 다비사찰로도 유명 옛날 이곳 마을에 수덕이란 도령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사냥을 갔다 덕숭이란 낭자를 보고 반해 청혼했지만 여러 번 거절당한다. 덕숭은 자기 집 근처에 절을 지어달라는 조건으로 청혼을 승낙한다. 수덕은 절을 지었으나 낭자에 대한 연모 때문에 완성하는 순간 불이 나 전소됐다. 목욕재계하고 다시 절을 지었지만 역시 불에 탔다. 세 번째는 부처만 생각하고 절을 지어 결혼에 성공했다. 하지만 끌어안는 순간 덕숭은 사라졌고, 그의 버선만 손에 들려 있었다. 그 자리는 바위로 변했다. 덕숭은 관음보살의 화신이었다. 절은 수덕의 이름을 따 수덕사가 됐고, 산은 덕숭의 이름을 따 덕숭산이 됐다고 한다. 수덕사는 덕숭산의 꽃이다. 덕숭산은 몰라도 수덕사는 대다수가 안다. 덕숭산이 ‘수덕산’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일 터. 조계종 제7교구 본사인 수덕사는 한국 불교 5대 총림의 하나인 덕숭총림이다. 정암 스님은 “수덕사는 다비(茶毘) 사찰로 유명하다. 스님들이 모두 수덕사에서 다비를 하고 싶어 한다.”면서 “다른 곳은 다비가 1~2일 걸리는데 여기는 3~4시간이면 끝난다. 소나무와 절 기운이 합쳐져서 그런 것 같다.”고 해석했다. ‘사람 몸에서 나온 것인데 수행에 방해가 된다.’며 다비식 후 사리를 수습하지 않는 점도 특이하다. 불교계에서는 금강산에서 출가하고, 묘향산에서 깨달음을 얻고, 지리산에서 깨달음을 전하고, 덕숭산에서 열반하는 게 행복으로 통한다. ●경허·나혜석 등 고승과 앞선 예술가 흔적 곳곳에 수덕사에는 큰 스님과 여러 유명 예술가의 흔적도 많이 있다. 경허 스님과 그의 제자 만공 스님이 유명하다. 두 스님은 조선 말기부터 구한말 불교가 세속화하는 것을 막고 참선을 일궈냈다. 경허는 인근 서산 부석사 등 사찰을 거쳐 해인사로 갔지만 만공은 수덕사에서 입적했다. 숭산·원담·법장·수경 스님도 이곳 출신이다. 정암 스님은 “수덕사는 한국 선의 종가”라고 자랑한다. 그는 “만공 스님이 최초의 비구니 암자인 견성암을 지었지만 수덕사가 비구니 절은 아니다.”면서 “대중가요 ‘수덕사의 여승’은 잘못된 노래다. 비구니들이 ‘퇴폐적’이라고 불만을 터뜨려 이 노래를 부른 송춘희가 한동안 수덕사를 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수덕사에는 또 한국을 대표하는 신여성 일엽 스님과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나혜석도 머물렀다. 환희대, 선수암 등에는 이들의 흔적이 배어 있다. 수덕사 주변에는 정혜사, 소림초당 등 많은 암자가 있다. 둘은 수덕사로 가다 보면 왼쪽에 있는 수덕여관에 머물기도 했다. 수덕여관은 조선조부터 구한말까지 손님이 거처하던 곳. 둘 모두 기구한 삶을 살다가 마감했다. 나혜석은 만공 스님으로부터 “너는 스님이 될 재목이 아니다.”라고 거부당하자 수덕여관에 머물며 그림을 그렸다. 이 여관은 나혜석의 영향을 받은 고암 이응노 화백이 1944년 매입,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가기 전까지 살았다. 고암은 1967년 동백림간첩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뒤 이곳에 잠시 묵기도 한다. 여관에 그가 바위에 새긴 암각화와 현판도 있다. 당초 땅 주인인 수덕사는 2005년 말 고암의 큰조카로부터 여관을 매입,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덕사~정혜사 1080개 계단 놓여… 기암괴석도 많아 덕숭산은 아름다운 계곡과 기암괴석이 많아 ‘호서(湖西)의 금강산’으로 불린다. 정암 스님은 “30년 전만 해도 기암괴석이 보였는데 요즘은 육송이 커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높지가 않아 옛날에는 바닷가와 내포(가야산 주변 지역)를 오가는 통로로도 쓰였다. 수덕사 대웅전에서 정혜사까지 1080개 계단이 놓여 있다. 오르면서 열번은 ‘백팔번뇌’를 하는 셈이다. 2대 방장인 벽초 스님이 놓았다. 정상에 오르면 가야산과 예당평야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안면도와 천수만도 보인다. 덕숭산은 주변에 육산들을 거느려 마치 꽃잎으로 둘러싸인 꽃술처럼 보인다. 바위산이 오롯이 솟아 있는 형상이다. 작아도 다부져 보이는 금북정맥의 등줄기다. 1970년대 예산중학교에서 ‘심은경’이란 한국 이름으로 영어를 가르쳤던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대사가 취임 직후인 2008년 10월 예산중을 찾은 뒤 덕숭산에 오르기도 했다. 문화해설사 강희진(53)씨는 “덕숭산은 차분한 느낌이 나고 많은 생각을 낳게 한다.”고 말했다. 예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연간 460만명이 찾는 ‘덕산온천’ 날개다친 학 치료해준 약수… 주말 차량주차 전쟁터 방불 충남 예산 덕숭산은 ‘3덕(德)’이 모인 곳이다. 덕숭(德崇), 수덕(修德)과 함께 ‘덕산(德山)’이 그것이다. 모두 ‘덕을 숭상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덕숭산과 수덕사가 모두 덕산면에 있으니 덕산이 모두를 품은 셈이다. 덕산의 대명사는 덕산온천이다. 율곡 이이는 문집 ‘충보’에서 “날개와 다리를 다친 학이 날아와 상처에 온천물을 발라 치료하고 날아갔다.”고 서술하고 있다. 덕산온천의 역사가 여간 깊지 않음을 보여준다. 덕산온천은 1917년 처음으로 탕을 이용한 온천으로 개장했다. 지하 300m 깊이에서 43∼52도의 약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 온천수가 나온다. 예산군은 72만 2700㎡를 덕산온천지구로 지정, 개발하고 있다. 지구에는 숙박시설 8동, 상가 7동, 놀이시설 1곳 등을 갖추고 있다. 2005년 문을 연 덕산스파캐슬은 콘도와 대형 온천탕은 물론 물놀이시설인 워터파크까지 갖춰 인기를 끈다. 등산 후 온천욕이 제격이어서 덕숭산 등산객 등이 많이 찾는다. 김진영 예산군 관광사업계장은 “주말이면 주차할 곳이 없다. 전쟁터 같다.”면서 “연간 700만명가량이 예산군을 찾는데 이중 3분의2가 덕산온천을 들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해안고속도로에 이어 지난해 5월 대전~당진고속도로가 개통돼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관광객을 30%나 늘렸다고 김 계장은 덧붙였다. 예산군은 오는 3월부터 추사고택~예당저수지~수덕사~덕산온천을 잇는 관광 버스투어를 실시한다. 김 계장은 “수도권 전철을 타고 아산 신창역까지 온 뒤 들르는 서울 사람들도 있다.”면서 “민자를 유치, 온천지구에 콘도를 더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전국플러스] 대전 족보박물관 4월 완공

    대전 중구는 침산동 ‘뿌리공원’에 건립 중인 족보 전시장의 명칭을 ‘한국족보박물관’으로 확정하고 오는 4월 완공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전체 면적 1478.95㎡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한국족보박물관에는 족보 등을 전시하는 상설전시실 3곳 외에 기획전시실, 수장고, 시청각실, 정보자료실, 문중협의회실, 세미나실 등이 들어선다. 족보박물관 건립에는 전국에서 82개 성씨별 문중이 참여했으며, 356건 1100여점의 족보와 문집류, 고문서, 탁본, CD와 영상자료, 영정사진 등이 기증됐다.
  • [학술·종교플러스]

    ‘한국문집총간’ 663종 웹서비스 한국고전번역원은 ‘한국문집총간’ 정편 663종 350책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끝내고 이달 말 웹서비스(db.itkc.or.kr)를 시작한다. 2000년부터 시작된 디지털화 작업은 꼬박 10년이 걸렸으며, 글자 수는 무려 1억 60 00만자나 된다. 통일신라시대 ‘계원필경’(최치원)부터 고려시대 ‘동국이상국집’(이규보), 조선시대 ‘삼봉집’(정도전), ‘퇴계집’(이황), ‘율곡전서’(이이) 등의 문집을 시대순으로 총망라했다.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 심포지엄 한국카리타스(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21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강당에서 해외원조 100억원 시대의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2010년 해외원조주일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02)460-7637.
  • [키워드로 본 2009 문화] 김추기경·장진영·DJ 등 애도열기 책으로 쏟아져

    [키워드로 본 2009 문화] 김추기경·장진영·DJ 등 애도열기 책으로 쏟아져

    김수환 추기경, 장영희 서강대 교수,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배우 최진실·장진영씨 등등…. 올해는 많은 이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정치인이 포함된 만큼 이들의 업적에 대한 평가와 반응이야 엇갈리기도 했지만 애도 열기만큼은 전 사회적으로 퍼졌다. 출판계 역시 고인의 책, 고인과 관련된 책을 통해 애도를 보냈다. 지난 2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뒤 출간된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가 상반기 내내 독자들의 손길이 끊이지 않으며 10만부 이상 팔린 것을 시작으로 장영희 교수가 유고 산문집으로 남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나오자마자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헌신 그 자체였던 김 추기경의 삶은 물론, 장애인으로서 마지막까지 암과 투병하면서도 주변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은 장 교수의 글편들은 감동의 여운을 길게 늘어뜨렸다. 지난 5월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 이후 하반기까지 서점가에는 연일 노무현 관련 서적이 쏟아졌다. 15년 전에 나온 자전 에세이 ‘여보, 나좀 도와줘’를 비롯해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노무현의 리더십이야기’ 등 기존의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지난 9월에 나온 마지막 회고록 ‘성공과 좌절’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잠언집 ‘배움’, 1994년 정계은퇴 뒤 쓴 첫 자서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옥중서신’, ‘김대중 행동하는 양심으로’, ‘대중참여경제론’ 등 수십년 동안 스테디셀러 자리에 있던 책들이 추모 열기 속에 개정 출간됐다. 지난 9월 위암으로 세상을 뜬 영화배우 장진영씨의 남편 김영균씨가 장씨와 관련된 내용을 엮은 책 ‘마지막 선물’도 최근 출간돼 추모 출판 열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강세였던 재테크 서적은 올해 주춤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재테크 여유’가 위축된 여파로 풀이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최동호 오솔길 산책] 울지 못하는 아버지들

    [최동호 오솔길 산책] 울지 못하는 아버지들

    겨울바람이 매섭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힘들고 어려운 아버지들이 많아진다. 경제지표가 좋아졌다지만 서민들의 체감지수는 아주 낮다. 서민 경제가 어려울수록 아버지들은 힘들다. 가족의 중심에서 아버지가 설 자리가 없어진 지는 오래다. 육아나 교육은 물론 재산권 행사에서도 아버지는 그 주도적 위치를 상실한 지 오래다. 공휴일 가족나들이의 운전기사로 전락했다고 자조하는 이도 있다. 최근 한 텔레비전 방송에 아버지들이 나왔다. 울고 싶은 사연들로 가득한 아버지들이었다. 한 아버지는 30년 동안 환경미화원을 하면서 자녀들에게 자기 직업을 속이고 살아왔다고 했다. 자녀들이 창피해할까 봐서였다. 30년의 비밀이 열리는 순간 아버지가 울고, 자녀들이 울고, 동료 청소원들도 함께 울었다. 다른 아버지는 반복되는 질문에도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말하지 않는 아들을 보면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참다 못한 리포터가 아버지를 사랑하느냐고 묻자 비로소 아들은 ‘네 그래요. 아버지를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모두가 눈시울을 붉혔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한 아버지는 자녀를 두고 집을 나간 아내에게 복수를 맹세하며 18년간 쪽방에서 아이들을 키웠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아내가 나타났고, 그 아내의 늙고 쇠약한 모습에 그만 모든 걸 용서하고 함께 살게 됐다고 했다. 한데 바로 다음날 딸이 싸주는 도시락을 들고 가게에 나가는 그에게 아내의 잔소리가 다시 시작되었다고 한다. 세상의 많은 아버지들 중엔 이보다 더 기막힌 사연을 가진 이들도 많을 터다. 어머니가 없다면 세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아버지가 없다 해도 역시 세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존재한다 해도 그 세상은 일그러진 모습이 아닐까 한다. 연말이 되면서 힘든 경제 상황을 돌이켜 보게 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아버지들의 슬픈 자화상을 그려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국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문인들을 아버지로 둔 자녀들이 아버지를 회고하며 만든 산문집 ‘아버지, 그리운 당신’이 간행됐다. 황동규, 조정래, 신달자, 박범신, 공지영, 한강, 공선옥, 서하진 등 시인과 작가들이 그려낸 35명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이 산문집에서 우리는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멀리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려 볼 수 있다. 한국사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여겨지는 지난 20세기 고난의 시대에 과연 아버지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아들과 딸들은 그들의 아버지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이 산문집의 중심 주제다. 아버지란 아들로부터 부정되거나, 극복돼야 할 존재라는 것은 그리스의 고전적 비극인 ‘오이디푸스왕’으로부터 전해오는 영원한 문학적 테제 중의 하나다. 그러나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존재가 아버지다. 평생을 부정하고 평생을 피해 다니려 해도 운명처럼 어느 한순간에 다가와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마는 것이 아버지라는 존재일 것이다. 아버지라는 책무 때문에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아버지들로 가득 찬 사회는 결코 행복한 사회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자녀들과 찍은 사진 한 장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가는 아버지들…. 아버지가 되어 보지도 못하고 일제의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한 윤동주는 ‘참회록’에서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 손바닥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고 했다. 이처럼 아버지는 밤하늘 어둠 속으로 걸어가면서 그 뒷모습을 우리에게 남기고 가는 운명적인 존재이다. 겨울바람이 몰아치는 연말연시에 굳세게 견디려 해도 마음속으로 울고 싶은 아버지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자녀들의 진심에서 우러나는 따뜻한 사랑의 말 한마디일 것이다. 최동호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 카뮈 전집, 23년만에 완역

    1987년 산문집 ‘결혼·여름’이 나올 때만 해도 그저 프랑스의 앙가주망 지식인의 한 사람인 알베르 카뮈(1913~1960)에 대한 평범한 번역서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소설 ‘이방인’이 나오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무려 23권에 이르는 카뮈의 모든 저작 리스트가 책에 ‘출간 예정’으로 소개됐다. 그리고 꼬박 23년의 세월이 흘렀다.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가 최근 ‘시사평론’(카뮈 지음, 책세상 펴냄) 번역을 마치면서 이 지난하고 방대한 노작(作)에 마침표를 찍었다. 카뮈와 관련된 모든 책은 책세상과 독점계약이 돼 있기 때문에 카뮈 전집의 상당수는 국내 초역이고, 완역이다. 카뮈 타계 50주년이 되는 2010년 1월4일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이뤄낸 성과다. 그동안의 고단함은 고스란히 김 명예교수의 몫이다. 그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카뮈 연구자로 꼽힌다. 1974년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에서 카뮈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원전에 충실한 번역과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해설 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유려한 글쓰기가 그의 강점이다. 40대 중반의 피끓는 젊은 문학평론가였던 그는 카뮈와 함께하며 어느덧 일흔을 앞둔 노() 학자가 됐다. 그는 서문을 통해 “카뮈의 책 가운데서도 내가 유난히 좋아했던 산문,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온전한 번역이 나와 있지 않은 책을 번역한다는 즐거움에서 시작한 일이었다.”고 술회했다.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에서 태어난 카뮈는 20세기의 대표적 지성으로 평가받는다.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고 있었던 1942년 소설 ‘이방인’을 발표, 프랑스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신문기자이자 레지스탕스 활동에도 적극 가담하며 실천적 지식인의 표상이 됐다. 19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카뮈는 1960년 1월4일 교통사고로 숨졌다. 카뮈 20권 전집에서 빠진 마지막 3권은 ‘시사평론’ 2·3, ‘알베르 카뮈·장 그르니에 서한집’이다. 책세상 측은 “이 책들에 대한 한국 독자의 관심이 너무 떨어져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절구통 수좌’ 70년 수행기록 출간

    보통 고승의 말과 행적을 담은 법문집이나 행장(行狀·생전의 행적을 기록한 글)은 그가 열반에 든 뒤 제자들의 손으로 묶는다. 그러다 보니 누락되는 내용도 많았고,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제자들마다 그리는 스승의 모습이 다르기도 했다. 조계종 종정(宗正)인 법전(84) 대종사(大宗師)의 일대기를 그린 ‘누구 없는가’(김영사 펴냄)는 그러한 점을 감안해 생전에 발간한 행장이다. 고승이 죽기 전에 행장을 내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 수행자들은 흔적 없이 살다 가는 삶을 최고의 경지로 보기 때문이다. 한 번 참선에 들면 미동도 하지 않아 ‘절구통 수좌(首座·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라 불릴 정도로 법전 스님 역시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승(禪僧)이지만, 그는 선사들의 행적이 소실되는 전철을 밟을 수 없다는 제자들의 뜻을 꺾지 못했다. 책에는 13살 어린 나이에 산에 들어가 스님들을 모시던 일부터, 몸을 던져가며 수행하던 날들, 처음 대중교화에 나섰던 때의 감회 등 출가생활 70여년을 살아 온 스님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평생의 스승인 성철 스님과 얽힌 일화들은 여러 편에 걸쳐 소개된다. 득력(得力)을 인가받았던 ‘무(無)자 화두’ 등 서로 화두를 소재로 나눈 선문답 기록을 비롯, 생전 성철 스님을 그려내는 필치가 각별하다. ‘누구 없는가’라는 제목도 평소 성철 스님이 제자들의 공부를 독려하며 자주 쓴 표현을 따다 넣은 것이다. 책은 스님의 구술에 바탕을 둔 자서전 형태로, 불교계 이름난 ‘글쟁이’이자 스님의 상좌(上佐)인 원철 스님과 수필가 박원자씨가 정리했다. 스님의 과거와 현재를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이 실려 있다. 홈페이지(www.kimmyoung.com/truth)에 불교용어와 인물 등에 대한 설명을 따로 정리해 뒀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무전취식… 술먹고 쌈박질 일삼고…잡범처럼 살던 시인 유용주의 자전소설

    우여곡절 속에 살아온 이라면 “내가 살아온 얘기를 글로 쓰면 대하소설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렇다면 이 사람을 보자. 돌솥 뚜껑처럼 두텁고 넓은 손바닥, 그리 크지 않은 눈에 두툼한 눈두덩, 빗물이 고임직한 넓은 평수의 콧구멍, 튀어나온 광대뼈가 제대로 된 촌놈 얼굴이다. 커다란 덩치에 핏줄 튀어나온 굵은 팔뚝까지 완벽하다. 비교적 귀여운 느낌의 ‘슈렉’을 제외하더라도 ‘백곰’, ‘고릴라’, ‘멧돼지’ 등 별명 역시 딱 어울리는 것들만 모았다. 술 먹고 쌈박질 일삼는 전형적인 ‘잡범(雜犯)’의 모습 아닌가. 게다가 초등학교 졸업하고 열네살부터 겪지 않은 일이 없다. 공사판 막노동은 기본. 중식, 일식, 한식집 주방을 섭렵했으며, 제과점, 구두닦이, 유리공장, 사탕공장, 술집 지배인, 트럭운전, 목수, 우유보급소 등 거치지 않은 일이 없다. 그 뿐인가. 엉덩이 비벼댄 형무소도 군대, 사회 가리지 않았다. 시인 유용주다. 하지만 잡범같은 그에게는, 남다른 재능이 있다. 사람에 대한 뜨거운 애정, 문학에 대한 확신,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시선이 바로 그 재능이다. 유용주의 삶이야말로 소설 그 자체다. ‘가장 가벼운 짐’(1993), ‘크나큰 침묵’(1996), ‘은근 살짝’(2006) 등 시집으로 평단의 뜨끈뜨끈한 호응을 얻었고, 2000년에는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가 ‘느낌표!’ 도서에 선정되며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름을 각인시킨 그였다. 유용주가 자전적 장편소설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보고’(한겨레출판 펴냄)를 내고 ‘소설가 선언’을 했다. 이미 또다른 자전적 성장소설 ‘마린을 찾아서’를 냈지만, 이번 작품은 소설가로서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작품에 가깝다. 시(詩) 안에만 담아놓기에는 삶의 굽이마다 빼곡히 새겨진 이야기 보따리가 너무도 터질 듯 부풀어있는 탓이다. ‘어느 잡범’은 고스란히 유용주, 자신의 얘기다.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폭행, 무전취식 등을 저지른 잡범 ‘김호식’이 군대에서 겪은 기구한 3년(군대 2년+군 교도소 1년)의 시간을 중심으로 사회에 나와서도 잡범 신세를 전전하는 삶을 펼쳐냈다. 초가을 바람과 안개만으로 숭늉 냄새를 맡고 들판에 나락이 팼음을 짐작하는 시인의 감성(321쪽)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오랜 세월 시를 써온 유용주 식 운문(韻文)의 감성이 걸쭉한 입담을 타고 산문(散文)의 형식에 접목되는 과정으로 서서히 들어가고 있음이 틀림없다. 유용주는 “최근 ‘루저 파문’이 있었는데 나야말로 최상급 루저”라면서도 “소설을 통해 승자들이 만든 세상이 고작 이 정도냐고 묻고 싶었고, 그들이야말로 위장전입, 논문 표절, 탈세 등 거짓된 삶 아니었냐고 따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그리운 당신, 아버지…

    그리운 당신, 아버지…

    ‘아비’는 늘 상처를 품고 산다. 애틋한 자식 사랑을 애써 감춰야 하는 상처, 눈물이 돌덩이로 쌓여가도 꺼이꺼이 울 수 없는 상처, 훨훨 벗어던지고픈 힘겨운 노동의 무게로 퍽퍽해진 어깻죽지, ‘아빠’가 아닌 ‘아버지’로 불리며 만들어진 자식과의 멀디 먼 거리감 등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로 남겨놓는다. 그럼에도 헌신적 희생의 칭송 대상은 ‘엄마’로 한정되기 일쑤다. ●늘 상처 품고 사는 외로운 존재 묵직한 책임감을 두 어깨에 받쳐든 ‘위대한’ 존재이지만 그로 인해 가족 관계에서 부재(不在) 중 존재이거나 심지어 부정(否定)과 극복의 대상이 되곤 하는 이가 바로 아버지다. 다시 아버지를 노래한다. 황동규, 조정래, 신달자, 정호승, 공지영, 공선옥, 한강, 김애란 등 시인·소설가 ‘자식’이 자신들의 아버지를 얘기한다. 서정시학이 최근 펴낸 산문집 ‘아버지, 그리운 당신’에서다. 김달진, 김광섭, 이효석 등 시인·소설가를 아버지로 둔 자식들의 글도 들어 있다. 차마 말하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자책감 등의 모습은 문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특히 거대한 벽 같은 존재였던 문인 아버지를 둔 경우는 더 하다. 시인 황동규는 “지금까지 아버지(황순원) 얘기를 삼갔으나 타계하시고 8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허락을 받고 조부 앞에서 담배 피우던 아버지, 문인의 길에 접어드는 것을 반대하던 아버지, 결국 대를 이은 아들에게 선배로서 가르침을 주던 아버지 등의 모습을 회고했다. 소설가 한강 역시 “귀밑머리 희어질 때쯤 쓰겠다라는 말로 오랫동안 아버지(한승원)에 대한 글을 피해 도망다녔다.”면서 “어느 순간, 갑자기 아버지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자식에게 찾아온다. 그것이 자식의 운명”이라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검찰총장, 안기부장을 지낸 아버지(서동권)는 늘 근엄하고 어렵지만 서하진의 첫 소설집이 나오자 100권을 사놓고 만나는 사람마다 “내 딸 소설”이라며 자랑하고, 문예지 한 구석에 실린 글까지 꼼꼼히 찾아 읽었다. 딸은 최근에야 그런 사실을 알았다. ‘천변풍경’의 구보 박태원의 아들(박일영)은 첫 돌을 기념해 구보가 직접 만든 천자문을 가보로 간직하며 살고 있다. 아버지가 서울을 돌며 1000명에게 한 글자씩 받아서 만든 애정과 헌신의 상징물 같은 책이다.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의외로 적어 시인 최동호와 함께 책을 엮은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은 24일 “작가들에게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달라고 했을 때 ‘없다.’는 대답이 의외로 많이 되돌아왔다.”면서 “우리가 잊고 살지만 작가들에게 아버지는 화해와 통합을 담는 그릇이자 무궁한 서사의 발원지”라고 말했다. 책을 다시 보니 한승원-한강 부녀, 김달진-김구슬 부녀, 마해송-마종기 부자, 시인 정호승과 그의 아버지, 서동권-서하진 부녀 정도가 아버지와의 사진이 있을 뿐이다. 나머지는 엄숙한 표정의 가족사진이나 증명사진을 겹쳐놓았다. 가족 안에서 그림자가 된 아버지의 존재를 말해주는 한 단면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씨줄날줄] 순천만/이춘규 논설위원

    전라남도 동남쪽 끝자락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의 순천만은 수많은 문인들에게 문학적 상상력의 젖줄이다. 시인 곽재구는 산문집 ‘포구기행’에서 “저문 시간이면 순천만에 나간다. 눈앞에 펼쳐지는 너른 개펄이 좋고 개펄 냄새를 이리저리 싣고 다니는 바람의 흔적이 좋다. 키 넘게 훌쩍 자란 갈대숲·갈대들의 목은 꺾여져 있다. 모두 같은 방향이다. 바람은 가끔씩 갈대숲 사이로 들어온다.”고 추억했다. 시인 나희덕은 순천만 와온마을의 낙조를 “와온 사람들아, /저 해를 오늘은 내가 훔쳐간다”고 읊었다. 그런 순천만이 용케도 개발폭풍을 피했다. 개발바람이 남해안 지역을 강타했을 때 접근성이 좋고, 드넓은 순천만도 홍역을 앓았다. 개펄을 매립해 공업단지를 유치하면 지역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며 개발론자들의 기세가 등등했다고 한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 순천만은 거기 그대로 있게 됐다. 순결함을 지켜냈다. 그래서 더 값지다고 지역주민들은 안도한다. 지금도 너른 개펄은 갈대, 철새를 품고 생명을 노래한다. 세계 5대 연안습지로 지정돼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등 굽은 소나무가 고향 선산을 지켜주듯 개발바람의 열병을 치른 순천만은 순천시에 효자가 됐다. 한때 무분별한 생태관광으로 훼손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민관이 일체가 되어 생태계가 더욱 자연친화적으로 가꾸어지고 있다. 습지 생태계의 보고로 입소문 나며 공단이 들어선 것 이상의 경제적 혜택도 주고 있다. 2007년 180만명에 이어 지난해는 26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연간 경제효과만 적게 잡아 1000억원이란다. 공업단지 효과를 훨씬 능가한다고 순천시는 분석한다. 순천만을 내세워 순천시는 ‘대한민국의 생태 수도’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 서울에 상주하는 외국 특파원들이 순천만을 다녀갔다. 세계 각국 환경단체 회원들이나 외국인 관광객들도 속속 방문한다.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라는 명성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국내외 관광객의 급증은 순천만의 평화를 다시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만이 순천만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우리법연구회 회원명단 공개

    ‘우리법연구회’가 회원 명단을 완전 공개하기로 했다. 연구회 소속 판사들은 14∼15일 충남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회원 명단 공개 여부와 방법을 집중 논의한 끝에 표결을 통해 최종 결정했다. 월간 학술세미나를 엮어 발간할 논문집 끝에 회원의 이름을 게재하는 방식이다.문형배(부산지법 부장판사·사시28회) 회장은 “외부에서 명단을 공개하라고 하니 학술단체로서 논문집을 펴내며 거기에(회원 명단을) 싣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전했다.소속 회원인 서울남부지법 마은혁(사시 39회) 판사와 연구회에 대한 일부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회원들은 마 판사에 대한 비판이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섰지만 연구회 차원에서 대응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들은 이번 총회에서 오재성 성남지원 부장판사(사시 31회)를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책꽂이]

    ●역사 사용설명서(마거릿 맥밀런 지음, 권민 옮김, 공존 펴냄) 역사에서 정당성의 근거, 조언을 구하는 것이 적당할까. 조지 W 부시가 역사를 오용하고 악용하는 것에 ‘영감’을 얻어 책을 집필한 저자는 히틀러, 처칠, 마오쩌둥 등 위대하거나 악명높은 인물과 사건을 통해 인간이 역사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파헤쳤다. 1만 5000원. ●슈퍼 글로벌 리더가 세상을 움직인다(이미숙 지음, 김영사 펴냄)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저자가 토머스 프리드먼, 빌 에모트, 라울 리베로, 기 소르망 등 세계 1%의 지성과 함께한 인터뷰를 엮은 책. 그들의 가치관, 세상을 보는 눈, 미래를 위한 전략 등을 생생하게 전한다. 1만 3000원.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호메이니(유달승 지음, 한겨레 출판 펴냄) 외대 이란어과를 거쳐 테헤란 국립대학교에서 유학하며 한국인 1호 이란 유학생이었던 저자가 오늘날 국제 정치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고, 경제 교류에 있어서 대한민국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란을 이해하기 위해 그 핵심고리인 호메이니의 삶을 풀어낸다. 1만 3000원. ●개념어 총서 WHAT 시리즈 1~5(채운 등 지음, 그린비 펴냄) 재현, 권력, 공(空), 내재성, 주체 등 인문학의 개념들이 단순한 관념을 뛰어넘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사용되고 작동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그린비가 앞으로 계속 출간할 이 시리즈는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6900~7900원. ●명가의 탄생(홍순도 지음, 서교출판사 펴냄) 미국 록펠러 가문, 일본 최고 기업가인 마쓰시다 가문, 존경받는 부자가 되라고 가르쳤던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 문화재 보존을 위해 전 재산을 쏟아부은 간송 전형필 선생 가문 등 인류사회에 기여도가 큰 위인 23명과 그 집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뤘다. 1만 2500원. ●코민테른(케빈 맥더모트·제레미 애그뉴 지음, 황동하 옮김, 서해문집 펴냄) 1919년부터 1943년까지 레닌과 스탈린 시기, 볼셰비키화와 민주주의, 인민전선 등 코민테른에 대한 역사를 에릭 홉스봄을 비롯한 저명한 학자들의 주장과 코민테른 현장의 목소리로 조명하고 있다. 1만 8000원.
  • [책꽂이]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최영미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00년 나온 책의 개정판. 당시 나온 산문집에서 몇 편 글을 골라 뽑아 수정했고, 2002년부터 최근까지 발표한 에세이를 더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민과 그 속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1만 1000원.●시간의 동공(박주택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전작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 이후 5년 만에 펴낸 신작 시집. 폐허 같은 삶 속에서 숨어 있는 광기와 수치, 또 그것을 아름다움으로 정화내는 시인의 고통 등에 대해 노래한다. 제20회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한 표제작 외에 69편이 실렸다. 7000원.
  • 최영미의 유년시절 노트에 담긴 詩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시인 최영미, 그녀가 자신이 사랑하는 시들을 들고 낭독 무대에 오른다. 10일 오후 11시30분에 방송하는 KBS 1TV ‘낭독의 발견’에서 최영미는 등단 30년이 가까워오는 자신의 시 세계를 되짚어 보고, 가슴에 품고 있는 명시들을 소개한다. 시인은 자신의 산문집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로 문을 연다. 자신의 여행 체험이 담긴 책을 소개하며 그는 “길 잃기를 두려워 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실제 길을 잃었던 스페인 여행과 그 길에서 만났던 풍성한 보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 시인은 어린 시절 낡은 노트에 정성껏 베껴 두었던 시들을 차례로 낭독한다. 예이츠 시의 한 구절 ‘그러나 어떤 남자가 그대 속의 방황하는 영혼을 사랑했고 / 그대의 변화하는 얼굴에 깃든 슬픔을 사랑했으니’(‘When You Are Old’)를 읊으면서 그는 이야기를 짓고 일기장에 한자 한자 시를 썼던 어린 시절 추억담을 유쾌하게 전한다. 낭독무대에는 시노래 가수 전경옥씨도 함께한다. 전씨는 최영미의 시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에 선율을 붙여 노래하면서 시를 노래하는 즐거움을 전한다. 최 시인은 이 작품이 좋아하던 남자에게 바친 연가였다고 고백한다. 또 무대에는 시낭송가 이상진씨가 오른다. 그는 ‘사계절의 꿈’, ‘과일가게에서’ 등 최 시인의 작품을 차례로 낭독한다. 한편 최영미 시인은 자신의 시론이 담긴 작품 ‘나는 시를 쓴다’를 낭독하면서 “정확하고 옳고 아름다운 문장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교육현장에서 시를 말하는 삶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책꽂이]

    ●공간의 힘(하름 데 블레이 지음, 황근하 옮김, 천지인 펴냄) 세계화는 여러 지역을 평평하게 하고 있다지만, 사람들이 정말 지리적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람들의 삶 대부분은 자신이 속한 자연적·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되며 “세계는 문화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여전히 울퉁불퉁하다.”고 말한다. 지리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방향을 전한다. 2만 2000원. ●러셀 서양철학사(버트런드 러셀 지음, 서상복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철학자, 수학자, 사회운동가, 교육자, 노벨상 수상자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이었던 버트런드 러셀이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현대 분석 철학까지 서양철학사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철학자의 주요 사상을 사회·정치적 배경과 연결해 그만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재치와 유머가 넘쳐나 딱딱하지 않다. 국내 첫 완역 출간. 3만 8000원.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옮김, 상상의숲 펴냄)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종이 소비가 점점 줄었을까. 천만에. 서류 인쇄용지, 종이컵, 티백, 물티슈, 책, 스티커, 가격표, 영수증 등 종이 없는 세상은 꿈꿀 수 없다. 사라지는 숲에 대한 불편한 진실과 그 대안은. 1만 4000원. ●잠 못 이루는 밤(엘뤼네드 서머스브렘너 지음, 정연희 옮김, 시공사 펴냄) 불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어둠에 대한 불안, 종교적 이유, 쾌락의 추구 등 시대마다 사람을 괴롭히는 불면의 원인이 있었다. 불면은 사회·문화적으로 어떻게 개인에게 스며들고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1만 3000원.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윌리엄 캄괌바·브라이언 밀러 지음, 김흥숙 옮김, 서해문집 펴냄) 아프리카 대륙 남동부에 있는 말라위의 한 소년은 말한다. “무엇을 하든 난 내가 배운 한 가지를 기억할 것이다. 뭔가를 이루고 싶으면 해보아야 한다는 걸.” 돈이 없어 학교 대신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소년과 그의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이 만들어낸 감동 이야기. 9800원. ●시장을 뒤흔든 100명의 거인들(켄 피셔 지음, 이건·김홍식 옮김, 비즈니스맵 펴냄) 워런 버핏, 벤저민 그레이엄, 제시 리버모어 등 세계가 인정한 투자의 대가 100명의 투자 기법과 인생. 오늘날에도 새겨들을 만한 투자 성공담과 실패담을 골고루 전하며 100인의 투자 거장을 조명하고 투자 교훈을 들려준다. 2만 8000원.
  • 새내기 공무원들 글로 옮긴 열정·꿈

    새내기 공무원들 글로 옮긴 열정·꿈

    ‘내가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는 것은 부지런하게 일하는 것과 행복한 웃음을 전하는 것이다. 열정이라는 연료를 넣고 근면이라는 페달을 밟으며 드넓은 공직사회를 누빌 것이다. 구민들을 위해 성실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웃음꽃을 심어주고 싶다.’ 묵1동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새내기 공무원 김두수(30)씨의 작지만 아름다운 소망이다. 중랑구가 올 신규임용 직원들의 꿈과 열정, 희망을 담은 직원 문집을 발간해 관심을 끌고 있다. 3일 구에 따르면 40명의 직원들은 지난달 한자리에 모여 ‘2009년 새내기 중랑가족이 전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문집 600권을 발간했다. ‘공직자로서의 다짐’이라는 주제로 새내기들이 쓴 40여편의 글을 모아 발간한 문집엔 청렴하고 친절한 공무원 조직문화를 확립하고, 주민과 공감하는 행정조직으로 거듭나자는 취지가 담겼다. ‘공무원은 학생보다 많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 신분이 아닌가 싶습니다.’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민들의 불편을 미리 찾아내 개선하는 것’까지 공직자의 자세를 되짚어 보는 글이 많다. ‘섬기는 자세로 시민의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등 능숙하지 못한 업무처리 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와 구민 만족을 위한 숨은 노력 등도 있다. 107쪽 분량에 40여편의 글이 실렸다. 문집은 각 부서 민원실을 비롯해 서울시와 전국자치단체, 시·구의원, 언론단체 등으로 배부될 예정이다. 중랑구는 공직생활을 시작하는 공무원들에게 청렴, 성실, 친절 등 기본소양을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병권 구청장은 “공직자로서 처음 가졌던 소신과 포부를 담은 글이 중랑 발전과 구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스스로와 맺은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쓸 때의 그 마음을 기억하며 큰 활약을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고종때 영의정 이유원이 淸 실권자 리훙장에 보낸 편지 9통 발견

    고종때 영의정 이유원이 淸 실권자 리훙장에 보낸 편지 9통 발견

    국가의 명운은 들판에 놓인 촛불 신세였다. 1875년 고종은 영의정 이유원(1814~1888년)을 사신으로 청나라에 보낸다. 공식 방문 목적은 명성왕후가 낳은 원자(이후 순종)를 세자로 책봉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하지만 더욱 중요한 목적은 당시 청의 실권자인 직예총독(直隸總督) 리훙장(李鴻章·1823~1901년)을 통해 신식군대 양성, 신무기 도입 등 실질적 도움을 받고자 했던 것. 그 이후 1880년까지 61세의 노()대신은 무려 67매 분량으로 9통의 편지를 보내고, 환심을 사기 위한 선물 공세를 퍼붓는다. 리훙장 역시 8통의 편지로 꼬박꼬박 정성껏 답하지만 조선의 정치 현실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것만큼은 꺼려했다. 리훙장은 1882년 보낸 마지막 편지에서도 이유원에게 “서양 열강과 외교 관계를 맺어서 힘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권유할 뿐, 실질적 도움은 외면했다. 고종이 지푸라기를 잡듯 의지했던 조-청의 비밀외교채널은 사실상 무위에 그치고 만 셈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8일 “이유원의 친필 편지 모음이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국립동양예술박물관 수장고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는 국립전주박물관 이재정 학예연구관이 지난달 20일부터 열흘 동안 국립동양예술박물관의 한국실 전시 자문 업무를 수행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 그동안 중국 유물로 분류돼 왔는데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해외박물관 한국 전시실 지원사업을 진행하며 그 실체가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들 편지는 1통을 제외하고는 이유원의 문집과 리훙장의 문집 등에 수록됐지만, 그 실물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1875년 12월13일 보낸 두 쪽 짜리의 첫 번째 편지는 ‘조선의 처지에 관심을 보내달라.’는 의례적 인사와 함께 ‘백삼 1근, 청심원 20환, 소합원 100환’ 등 ‘3종 미물’을 보냈음을 확인시켜준다. 1880년 11월11일 보낸 마지막 편지 역시 6장 본문 내용을 통해 조선의 병기 제조와 군사 훈련 등 무비자강(武備自强)을 도와달라는 간절한 뜻을 담고, 함께 보내는 선물 목록을 적었다. 이재정 학예연구관은 “9통의 편지에 고종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조선왕조실록에도 고종이 리훙장의 답장을 확인했다는 기록이 나와 있듯이 형식은 이유원의 사적 편지 형식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고종의 뜻이 담긴 것”이라면서 “19세기말 한중관계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편지를 소장한 국립동양예술박물관은 1918년 10월 개관한 구소련 내 유일한 동양미술품 전문 박물관으로 500여 점에 이르는 한국 관련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실은 1990년 개설됐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원효·지눌 등 불교사상 집대성 조계종 ‘한국전통사상총서’ 출간

    원효·지눌 등 불교사상 집대성 조계종 ‘한국전통사상총서’ 출간

    한국 불교사상의 정수를 담은 저술들이 한글과 영어로 번역돼 나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한국전통사상서 간행위원회는 27일 원효, 지눌 등 고승들의 저술을 모은 ‘한국전통사상총서’의 국역 작업을 모두 끝내고 그중 일부를 책으로 출간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처음 시작된 이 작업은 1979년 불교문화연구원이 펴낸 ‘한국불교전서(韓國佛敎全書)’ 중 대표적 고승의 문집 90여종을 선별해 국내외 학술·문화계 소개 자료로 만든 것이다. 원효·지눌·휴정 등 고승들의 저술과 공안집, 선어록, 시선집, 계율 등 전통 불교 문화를 집대성해 국역과 영역 각 13책씩 총 26권으로 간행했다. 특히 이번 작업은 ‘다자간 번역 시스템’을 도입해 자의적 해석을 지양하고 교차 검토를 강화했다. 또 수차례 국제워크숍 등을 개최해 최근 국내외 연구성과를 전면 반영했다. 작업은 동국대 해주 스님, 가산불교문화연구원 김영욱 박사 등을 팀장으로 국내외 전공자 및 연구보조인력 46명이 참여했다. 이번에는 총 26권 중 한글 7권이 먼저 출판됐다. 간행위원회는 국역을 연내에 모두 발간하고 2010년까지 영역 13권을 완간한 뒤 이후 2차 번역사업 지속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위원회는 28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출간기념 봉정법회를 개최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최치원 ‘계원필경집’ 첫 완역

    최치원 ‘계원필경집’ 첫 완역

    현존하는 가장 오랜 문집인 고운 최치원(857~?)의 ‘계원필경집’이 처음으로 완역됐다. 한국고전번역원(원장 박석무)은 ‘계원필경집’의 번역본 2권 가운데 1권을 먼저 출간하고, 내년 중 2권으로 완간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계원필경집’은 신라 최고의 문장가인 최치원이 중국 당나라에서 활동할 때 지은 시문 가운데 시 50수, 문장 320편을 직접 골라 20권으로 엮어 헌강왕에게 바친 시문집이다. ‘계원(桂苑)’은 문장가들이 모인 곳을 말하며, ‘필경(筆耕)’은 군막에 거주하며 문필로 먹고살았다고 붙인 이름이다. ‘계원필경집’은 당나라 말기 중국과 신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귀중한 문헌임에도 방대한 내용과 다양한 전고, 까다롭고 난해한 문장 등으로 인해 완역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번역된 최치원의 글은 1970~80년대 ‘국역 고운선생 문집’ ‘한글번역 고운 최치원 선생 문집’ 등이 있으나 본격적인 역주서로 보기엔 부족한 면이 많다. 이번에 간행된 ‘계원필경집’ 번역본은 한국고전번역원이 전문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물이다. 고전번역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이상현 연구위원이 충실하게 번역하고, 상세한 전고 주석을 달았다. 이 위원은 최치원이 귀국 후 지은 저작을 후손들이 모아 간행한 ‘고운집’도 이번에 함께 완역했다. 번역원은 ‘계원필경집’과 ‘고운집’ 완역을 기념해 31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고운 최치원의 저술과 사유’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신라사학회(회장 김창겸)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 대회에는 중국내 최치원 연구의 석학으로 꼽히는 당인핑 난징사범대 교수와 일본내 한국고대사 연구자로 유명한 하마다 고사쿠 규슈대 교수가 참석한다. 당인핑 교수는 2007년 ‘계원필경집교주’를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 학자로는 장일규 국민대 교수, 김복순 동국대 교수, 김영복 연세대 교수가 ‘최치원의 삶, 사상, 문학’에 대해 논의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풍경과 상처(김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 소설가이자 자전거 레이서인 김훈의 기행산문집. 첫 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이 나오기도 전인 1994년 낸 책의 개정판. 보길도·소쇄원·행주산성·다산 초당 등의 풍경이 그의 유려한 문장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1만원. ●고백(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비채 펴냄) 자신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범죄를 저질렀다면 피해자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에서 어린 딸을 잃은 주인공이 형사 처벌을 비켜간 중학생 살인자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추리소설. 올해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이다. 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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