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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중동평화 전도사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집트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 중동지역 순방에 나서 평화 구축을 위한 전도사 이미지 심기에 열중하고 있다. 첫 방문지인 이집트에서의 일정을 마친 푸틴 대통령은 27일 오후(현지시간) 텔아비브공항에 도착, 곧바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등 2박3일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29일에는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를 방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지역에서의 러시아 영향력을 복원하고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는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희석하는 동시에 세계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세워보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첫 방문지인 이집트에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달리 이스라엘과는 적지 않은 파열음이 예상된다. 러시아가 이스라엘이 중지해줄 것을 요청한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판매를 계속하겠다고 버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러시아제 미사일이 시리아를 거쳐 이라크와 이란, 레바논 등의 테러단체들에게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란의 핵개발에 러시아가 도움을 주고 있으며 러시아에서의 반유대주의 점증 문제, 유대인인 석유재벌 유코스 전 사장 재판 등을 이스라엘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옛 소련과 러시아를 통틀어 크렘린 지도자로서 40년만에 이집트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라크와 레바논, 시리아 등 중동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술레이만 아와드 대통령 대변인은 두 정상이 중동평화 구상에 대해 일치된 입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美, 중남미 달래기 나섰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미국의 ‘뒷마당’격인 중남미 단속에 나섰다.26일(현지시간) 브라질에 도착한 라이스 장관은 30일까지 콜롬비아, 칠레, 엘살바도르를 차례로 방문한다. 미 국무부는 민주주의 확산과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체결을 통한 교역 확대, 지속가능한 발전 모색 등이 순방의 목적이며 마약거래와 범죄 단속, 빈곤 탈피, 교육 개선, 환경 보호 등이 구체적인 의제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의 ‘발표되지 않은 임무’는 중도좌파 정권들이 속속 등장한 중남미 지역에서 확산돼 가는 ‘반미 감정’을 완화해 미국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의 갈등, 콜롬비아 내전상황 격화, 에콰도르 등의 정치적 위기, 중국의 경제적 진출 확대 등으로 인해 중남미 지역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브라질의 주도권 인정” 라이스 장관의 첫 방문지인 브라질은 중남미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은 “중남미에서 나타나는 ‘위기 신호’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브라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가 인정했다.”면서 “라이스의 방문은 지난달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예방적 조치’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베스를 룰라로” 미국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온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라이스 장관의 첫 중남미 순방을 전후해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28일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장과 아바나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확정했다. 이에 앞서 라이스 장관은 “난폭하고 비민주적인 베네수엘라 체제에 우려를 갖고 있다.”며 차베스 대통령에게 ‘선전포고’를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차베스는 라이스 장관이 남미 순방길에 오르기 전인 지난 22일 미국과 35년간 유지해 온 군사교류를 파기한다는 ‘폭탄선언’으로 맞섰다. 이틀 뒤 차베스는 방송 연설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계획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내부의 반(反)차베스 세력을 지원하는 공작과 중남미에서 ‘차베스 따돌리기’ 작업을 본격화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미 정부의 의도는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룰라화(化)’하는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미국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고 중남미 지역 전체에 불안정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브라질의 루이즈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처럼 어느 정도의 독자노선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불확실성 커져가는 중남미 정세 미국은 차베스 정부가 러시아 등으로부터 도입한 소총, 헬기 등이 콜롬비아 반군 등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지난 200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던 루시오 구티에레스 대통령이 민중 봉기로 축출돼 지난주 브라질로 정치적 망명을 했다. 미국은 내년 10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볼리비아와 아이티에서도 시민 시위로 인한 내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멕시코에서도 좌파가 점차 세력을 확산해 가고 있다. dawn@seoul.co.kr
  • 인혁당사건 판결문 30년만에 공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대법원 판결문이 선고 30년 만에 공개됐다. 법원 도서관은 인혁당 사건을 포함해 1973∼82년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 88건을 대법원 홈페이지(www.scourt.go.kr) 종합법률정보에 올렸다고 18일 밝혔다. 누구나 판례검색을 통해 판결문을 읽을 수 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1974년 4월8일 박정희 정권에 맞서 대학생들이 시위를 벌이자 군검찰이 주도한 ‘민청학련’ 뒤엔 북한 지령을 받은 인혁당이 있다고 발표, 관련자 23명을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이듬해 4월 8일 관련자 8명에게 사형을,15명에게 무기∼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법률 전문지인 ‘법률신문’에 판결 전문이 나왔다는 이유로 ‘법원 판례공보’에 판결문을 넣지 않았다. 사형을 선고받은 8명은 대법원 확정판결 20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문에서 “공산정권을 수립하려는 목적이 없어도 정부를 뒤엎기 위해 특정 집단을 구성한 것만으로도 내란죄에 해당한다.”면서 “경험상 공산주의자들이 반국가단체를 만들면 북괴와 같은 정부를 수립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이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고, 항소심 심리가 없었다는 피고인측 주장에 대해 “많은 피고인 탓에 방청석이 비좁아 가족 1명과 변호인만 참석하도록 조정한 것은 합당하다.”면서 “항소심에서 1심에서 다룬 사실관계를 또다시 진행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사형을 선고하는 등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상고 이유에 대해서도 “군법회의법은 형사소송법과 달리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일규 대법관은 “항소심에서 피고인 신문도 생략하고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면서 “사건을 군사법원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놓았다. 인혁당 사건 유족들은 2002년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국가정보원도 이 사건을 과거사 진상규명 대상에 포함, 재조사에 들어갔다. 법원 관계자는 “과거 판결문을 홈페이지에 한꺼번에 올린 것이지, 사법부의 공개반성 등과는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盧대통령 “北, 내부통제 역량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새벽(현지시간 13일 오후) “북한은 갑작스럽게 붕괴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한국 정부는 그런 것을 조장할 생각이 없고, 여야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독일을 국빈 방문중인 노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방문을 모두 마치고 두번째 방문지인 프랑크푸르트에 도착, 첫 공식 일정으로 숙소 호텔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4단계 남북통일방안 제시 노 대통령은 또 독일 유력일간지 디 벨트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를 한다 해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지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압력이 커지면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설사 북한에서 어떤 사태가 있더라도 북한 내부에서 상황을 통제해갈 만한 내부 조직적 역량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북한 붕괴를 언급하는 것은 우리 정책이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기다리고 조장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 토대 위에 있다.”고 거듭 역설했다. 남북 통일 방안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한국의 통일은 천천히 준비해 먼저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고 그 토대 위에 교류협력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키고, 북한도 통일을 감당할 만한 역량이 성숙되면 국가연합 단계를 거쳐 통일되면 좋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른바 평화구조 정착→교류협력 강화 통한 남북관계 발전→국가연합 단계→통일 등으로 이어지는 4단계의 통일방안이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관련,“북한은 안전 보장을 하고 개혁·개방을 지원해준다면 핵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고, 미국은 북핵만 포기한다면 지원을 다해줄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결국 본질적으로 의견이 일치하는 것이고 단지 순서만 갖고 다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국부유출 용어 쓰지말라”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이날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주요 최고경영자(CEO) 초청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국내 정·재계 일부에서 제기하는 외국자본에 의한 국부유출론과 관련,“정부로서는 그같은 용어를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정상적인 활동을 통한 영업이익은 그것이 많건 적건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취지”라고 배석했던 김영주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15일 새벽 2시쯤(현지시간 14일 밤 10시) 두번째 방문국인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 도착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阿·중남미 표심 얻기] 브라질 “우리가 남이가”

    “중남미와 아프리카, 우리가 남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10일 아프리카 5개국 순방에 나선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첫 방문지인 카메룬에서 자신이 강조한 ‘남남(南南)협력’의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국영 통신 ‘아젠시아 브라질’은 룰라 대통령이 수도 야운데에서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을 만나 자국의 상임이사국 진출 노력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비야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빈곤과의 투쟁을 승리로 이끌고 있는 브라질은 상임이사국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54개국이나 되는 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국가가 안보리에 없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역내 국가의 상임위 진출을 브라질 정부가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룰라의 아프리카 방문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교황 장례식에 참석한 뒤 귀국을 마다 하고 곧바로 카메룬으로 향할 만큼 정성을 쏟고 있다. 양국 정상은 세계무역기구(WTO) 안에서의 협력과 경제교류 확대에 대해서도 견해를 같이했다. 룰라 대통령은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는 각종 보조금과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폐지하기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야 대통령은 다음달 실시되는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루이스 펠리페 데 세이샤스 코헤아 주 WTO 브라질대사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카메룬 방문을 마친 룰라 대통령은 나이지리아(11일)와 가나(12일)를 거쳐 기네비사우와 세네갈 등 5개국 방문을 닷새에 끝내는 강행군을 이어간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라이스 “北 6자복귀 안하면 다른 선택 고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21일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다른 선택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시아를 순방중인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날 마지막 방문지인 베이징 시내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밝혔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이 계속해서 6자회담을 거부한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다른 선택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국제적인 시스템에서 다른 선택이 있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을 통한 제재인지, 군사행동인지 아니면 북한과의 양자대화인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그들(북한)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들이 이 길을 계속 간다면 미국뿐 아니라 일본·한국·중국·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나라가 문제를 안게 된다.”고 덧붙였다. oilman@seoul.co.kr
  • [정치권 불법로비 해법 없나] 정치권 “필요악… 내외국인 로비 합법화하자”

    [정치권 불법로비 해법 없나] 정치권 “필요악… 내외국인 로비 합법화하자”

    입법활동에 있어 로비는 필요악으로 여겨지고 있다. 음성적 불법로비에 몸살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난 16대 국회때부터 양성화의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고 17대에 들어 더욱 탄력을 받았다. 다수 전문가들은 로비활동이 양성화되면 정치인들의 불법로비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직 우리사회엔 ‘로비=불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로비의 3기’라고 해서 돈·여자·술이 자연스레 통용된 적도 있었다. 또 지연·학연 등 연고주의가 강한 우리사회의 특수성도 로비 양성화의 변수다. 따라서 투명성확보라는 본래 취지에도 불구, 로비법 제정은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한보사건과 고속철도 등 대형 로비사건의 후폭풍이 몰아쳤던 지난 2001년 정몽준 의원이 ‘외국대리인 로비활동 공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정부 정책이나 국회 입법과정에 정해진 룰 하에서 외국 당사자의 이익을 반영하는 로비활동을 인정하는 내용이었으나, 통과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8월 정몽준 의원이 다시 같은 법안을 제출했고 12월 국회에선 법사위에 상정되면서 활발한 토론까지 진행됐다. 정 의원은 “우리의 국익차원에서 법안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법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의원측은 입법화에 기대감을 보였다. 정 의원측은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4대 열강에 둘러싸여 있어 외국과의 이해관계가 없을 수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외국대리인에 대한 로비활동을 공개하는 게 투명성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은 부패척결 차원에서 내외국인에게 모두 적용하는 확대판 로비양성화 방안 마련에 적극적이다. 로비스트 등록제도를 신설, 활동을 공개하고 법에 규정되지 않은 방법으로 로비활동을 하면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것을 기본 취지로 법안마련에 착수했다. 로비공개법을 준비중인 이은영 의원은 올 상반기중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한 뒤 하반기에 법안을 완성할 예정이다. 이 의원측은 정치권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지난 대선서 대선자금 문제로 홍역을 치른 한나라당도 반대할 처지는 아니다. 학계에서도 로비법 제정에 긍정적 목소리가 많다. 물론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일단 시도해 본 뒤 문제점을 고쳐 나가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남영 교수(숙명여대 외교학)는 “로비를 양성화하면 밀실거래는 없어질 것”이라면서 “특히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회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는 것도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재영 교수(성균관대 경영학부)도 “로비가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면 정해진 룰에 따라 하도록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용범위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방 의회까지 대상을 확대한다면 나라 전체가 소란스러워질 수 있다.”면서 “일단 국회와 행정부 등에서 실시한 뒤 점차 지방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로비법 제정에 반대목소리도 있다. 참여연대 이재명 투명사회국장은 “여론수렴이나 전문가 의견 청취가 가능한 청문회나 토론회가 요식행위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청회나 토론회를 충분히 이용한다면 굳이 로비법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비변호사에게 변호사 활동을 허용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등을 이유로 정몽준 의원이 낸 법안에 반대의견을 냈다. 그러나 대한변협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강해 대한변협 내부 기류도 조금씩 변하는 듯하다. 한 관계자는 “내부회의에서도 찬반의견이 강하게 엇갈렸다.”고 전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로비 양성화 미국에선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워싱턴 시내 한 가운데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K 스트리트. 이곳에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각종 이익단체와 협회, 기업들의 사무소가 밀집돼 있다. 지난해 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K 스트리트에는 공화당원 강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민주당의 아성이랄 수 있는 전미영화협회에서도 로비스트를 민주당원에서 공화당원으로 바꾸는 문제가 거론될 정도다. 미국 정치에서 로비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체가 미국총기협회(NRA)이다. 날마다 수천 건의 총기 사고와 폭력 사건이 발생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오히려 총기 소지를 권장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1971년 창립된 NRA는 수석 로비스트 제임스 베이커를 정점으로 전직 국방장관을 포함한 7명의 로비스트를 두고 있다. 이들은 연간 1억달러(약 100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며 총기 판매나 사용을 규제하려는 의회의 입법 움직임을 철저히 봉쇄해 왔다. 미국에서는 로비가 법률로 보장돼 있다. 그 토대는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 시민들이 공공기관에 대해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고 평화적으로 집회하며 정부에 청원을 제출하는 행위를 기본권으로 인정한다. 청원제출권은 1946년에 로비 활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로비 활동법’을 탄생시켰다.1995년 ‘로비 공개법’이 제정된 뒤에는 로비스트로 등록할 때 “누구를 위해서, 어떤 목적으로 일하는가.” 등 구체적인 활동 내역도 보고해야 한다. 현재 미국 상·하원의 기록담당과에 등록된 전문 로비스트는 상원이 2만 5000명, 하원이 1만명 정도다. 그러나 미 의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법을 무시하고 로비 산업에 종사하는 미등록 로비스트를 포함, 워싱턴의 로비스트는 최소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 의회소식 전문지인 ‘더 힐’은 워싱턴 정가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들의 연봉을 모두 합하면 연평균 15억달러(약 1조 5000억원)가 넘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집단은 기업을 비롯, 농민단체, 노동조합, 인권·환경 등 공익단체, 이념단체, 종교단체 등이다. 심지어는 백악관과 행정부가 고용한 로비스트들이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권 실세인 백악관 및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면담을 주선해주고 대가를 받는 로비스트들의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dawn@seoul.co.kr ■ ‘악어와 악어새’ 로비 실태 지난해 정치자금법 개정 등으로 맑은 정치판이 되리라 예상했던 17대 국회 들어서도 전현직 의원 5명이 이런저런 수뢰혐의를 받고 있다. 물론 사실관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무혐의 처리될 개연성은 있으나, 일부는 끝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30여개 기업이 전직 의원 등 고위공직자를 ‘로비용 사외이사’로 선임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잠재적 권력’을 로비로 활용하겠다는 셈법이 보여주듯 정치권력과 로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실감케 한다. 마치 권력 냄새에 ‘검은 돈’이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형국이다. ●실태:올해만 5명 줄줄이… 10일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과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수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2차 소환됐다. 김희선 의원은 지난 2002년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구청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공천헌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충환 의원의 혐의는 강동구청장 시절인 2003년 철거업체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것이다. 14일엔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이 대구지검에 소환될 예정이다.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광고물 로비사건과 관련,1억원을 받은 혐의다. 같은 사건에서 2억 1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한나라당 강신성일 전 의원은 이미 구속됐다. 앞서 1월6일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도 다른 사건으로 같은 운명에 처했다. 공통점은 바닥에 청탁 혹은 로비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당사자들이 대부분 혐의 사실을 부인한다는 것이다.“도의적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지만 위법 행위 사실은 전혀 없다.”(김희선)거나 “어떤 부탁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혹은 “채권·채무와 관련”(박혁규)됐다거나 “5000만원 받은 뒤 영수증 처리”(강신성일) 등 받은 돈의 정당함을 내세운다. ●원인:정치적 영향력과 검은 돈의 친화력 권력과 로비의 친화력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국가 정책권 등 이들이 지닌 정치적 영향력은 특혜나 불법로비 등에 유혹받을 개연성이 상존한다.”고 진단한다. 이어 “정치자금의 수요는 줄지 않는데 정치자금법 등 ‘도덕적 동아줄’만 강화된 정치 환경도 한 원인이다.”라고 덧붙였다. 수뢰혐의 사건의 단골로 등장하는 계약·입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대정부 질문에서 이 문제점을 지적했던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공사 발주 기준을 객관화해야 한다.”면서 “동일한 기준을 제시한 뒤 최저가 수주인에게 낙찰하면 문제가 없는데 기술성·자금력·신용 등 적격 심사를 이유로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넓어서 로비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학연·지연 등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연고주의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 의원은 “선거시 도와준 사람이 부탁할 때나 고교나 고향후배라며 찾아온 사람이 부탁할 때 매정하게 잘라 말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美국방부 모병광고 유색인종 타깃 논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국방부가 모자라는 병력을 충원하기 위해 ‘죽음의 마케팅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전에 이어 이라크에서 장기전을 벌이면서 지난해부터 극심한 병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예비군과 주 방위군은 물론 주한미군까지 총동원했지만 효과적으로 전투병력을 충원하거나 교체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 병사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등 전반적인 군 사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미군은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인 모병 캠페인에 나섰다. 문제는 이같은 캠페인이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민족에게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홍보를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이전시인 ‘리오 버넷’과 계약을 맺어 TV광고 제작 등 전반적인 모병 홍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이와 별도로 히스패닉을 겨냥해 ‘카르텔 크리아티보’를, 흑인을 타깃으로 ‘뮤즈 코데로 첸’과 ‘바이탈 마케팅 그룹’을 각각 홍보 에이전시로 고용했다. 홍보사들은 흑인 및 히스패닉 계층의 취향에 맞는 컨셉트와 언어로 광고를 제작, 이들이 자주 시청하는 TV 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방송하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젊은이들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제작됐다. 가족의 힘을 빌려 흑인과 히스패닉 젊은이들을 군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대표적인 마케팅 전문지인 ‘애드버타이징 에이지’는 3일(현지시간) 국방부에 고용된 홍보대행사들을 ‘죽음의 마케터(Marketers of Death)’라고 지칭하는 비판기사를 게재했다. 이 잡지는 “아무리 홍보를 해도 이라크전에 참전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피터 피버 듀크대 정치학 교수의 비판적 견해를 소개하기도 했다.
  • “中환율정책 변경 검토해야”박승 한은총재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유럽의 금융 전문지인 ‘센트럴 뱅킹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달러 페그 환율제도의 변경을 고려하도록 요구했다. 20일 다우존스가 이 잡지를 인용, 보도한 것에 따르면 박 총재는 “경제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이 달러 페그제를 지속해야 할지를 고려할 시점이 왔다.”고 밝혔다. 중국은 위안화의 가치를 미 달러화의 일정 수준에 고정시켜 현재 저평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박 총재는 “환율정책 변화가 중국경제에 큰 충격을 초래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중국 정부는 상황을 통제할 확실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총재는 또 “미국은 쌍둥이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재정의 건전화와 개인저축률 상승을 통해 국내 소비를 낮추는 정책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환율 조정과 경제정책의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 자산에 대한 지역적 매수세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달러의 급격한 하락 기조는 미국으로 하여금 적자를 줄이는 데 어렵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카드사용액 세계5위

    지난 2003년 우리나라의 카드 사용액이 일본·캐나다 등을 제치고 세계 5위 수준을 기록했다. 16일 세계적인 카드결제 정보전문지인 ‘닐슨리포트’ 최근호에 따르면 2003년 한국의 카드 사용액이 2382억달러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이는 길거리 카드발급이 이뤄졌던 2002년(3위)보다는 두 단계 하락했지만 6위인 일본(1432억달러), 캐나다(1307억달러) 등 우리보다 경제력이 큰 나라들보다도 사용액이 훨씬 많은 것이다.1위는 미국(1조 7408억달러),2위 영국(4440억달러),3위 중국(2989억달러),4위 프랑스(2862억달러)였다. 카드 사용액 순위를 발급 금융사별로 보면 씨티(2346억달러), 뱅크원(1798억달러),MBNA(1472억달러) 등 미국계가 상위 6위권을 모두 차지했다. 우리나라 카드사로는 LG카드(643억달러) 9위, 비씨카드(474억달러) 14위,KB카드(380억달러) 17위 등 3개사가 20위권에 들었다. 한편 씨티·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국내은행을 인수한 외국계 금융사들이 국내 카드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카드영업을 강화할 움직임이어서 국내외 카드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씨티은행은 통합 후 처음으로 17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씨티·한미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백화점·쇼핑몰 이용시 3∼5% 할인 및 포인트·할인쿠폰 등을 제공하는 행사를 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물건 팔고 싶으면 ‘USA’ 티내지마라

    |워싱턴 이도운특파원|“기업 브랜드에서 미국을 지워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 색다르면서도 심각한 과제를 던져줬다. 전세계적으로 고조되는 반미 분위기 속에 앞으로 4년간 어떤 생존 전략을 세워나갈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국가 브랜드 전문가인 사이먼 안홀트는 “미국이 부시의 재선이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던졌다.”면서 “이제는 세계의 소비자들로부터 오는 ‘역풍’을 기다릴 차례”라고 말했다. 안홀트는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정부와 유엔, 세계은행 본부의 브랜드 이미지를 자문해주고 있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브랜드 전문가이다. 안홀트는 경제전문지인 ‘비즈니스 2.0’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 세계속에서 미국의 국가 브랜드는 계속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면서 “이제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각국의 반대가 너무 심해 미국의 기업과 문화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안홀트는 상품과 서비스가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화 시대에도 기업의 상품은 국가 브랜드의 후광을 크게 받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만든 품질좋은 현대보다 독일이 제작한 BMW가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 벨기에 초콜릿이 똑같은 재료를 사용한 영국산보다 훨씬 잘 팔리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안홀트는 현 단계에서 미국의 국가 브랜드는 ‘뚱뚱하고 오만하고 석유를 탐닉하며 권력에 굶주린 카우보이’라고 규정하고 “현재 세계 최고 브랜드의 63%가 미국 기업의 것이지만 4년 뒤에는 얼마나 남아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광고업계, 학계 및 정책담당자 연합체인 BDA의 카리 에그스퓨얼러도 “반미감정이 전세계 지역과 산업분야 전반에서 미국 기업의 이익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홀트는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코카콜라에 대항해서 어느 나라에 ‘메카 콜라’라는 상품이 등장하는 식의 대응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며, 그런 대응이 성공할 가능성도 작다고 분석한 뒤 “예컨대 독일의 레스토랑들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받지 않는 식의 반응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안홀트는 이에 대해 “하루빨리 미국이라는 브랜드를 벗어던져라.”고 충고하고 기업 고유의 브랜드 강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어 “해외시장에서 믿을 만한 현지 파트너와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사업의 운명이 달린 것처럼 윤리적 경영에 힘쓰라.”고 주문했다. 에그스퓨얼러도 “현지 시장을 샅샅이 파악해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반미감정도 시장 조사의 주요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dawn@seoul.co.kr
  • 국방일보 창간 40돌 기념식

    국내 유일의 안보·군사 전문지인 국방일보가 16일로 창간 40주년을 맞는다. 국방일보(발행인 김준범 국방홍보원장)는 이날 오후 6시30분 용산 전쟁기념관 내 전우회관에서 국방일보 40주년 기념식과 40년사(史)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국방일보는 1964년 국군장병들의 안보의식을 높이기 위해 ‘전우’라는 제호로 창간됐다. 이후 ‘전우신문’이라는 이름을 거쳐 지금의 ‘국방일보’에 이르게 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국방일보 전우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이희완(29) 해군 대위와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43)씨가 참석, 감사패를 받는다.
  • [마니아] 축구용품 수집광 이재형씨

    [마니아] 축구용품 수집광 이재형씨

    “제 정신이 아니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일종의 사명감이 생깁디다. 제가 아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축구용품이 있는 곳이라면 불길 속이라도 뛰어들 사람이 ‘월드컵 4강의 나라’ 한국에 있다. 그가 사는 26평짜리 아파트는 축구역사 박물관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이름난 축구선수가 되는 꿈을 접어야 했던 이재형(43·서울 성북구 보문동)씨는 축구가 좋아 장가도 가지 않았다. 틈만 나면 미친 듯 고물상과 벼룩시장을 헤집고 다닌다. 장돌뱅이가 따로 없다. ●26평 아파트에 축구자료 8000여점 보관 이씨는 “제발 아파트 이름은 기사에 내지 말아 달라.”며 몇 차례고 거듭 부탁했다. 사는 곳이 알려지면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테고, 다른 데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자료들을 만지다 보면 고의가 아니더라도 훼손시키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그래서 이사온 지 1년 되도록 성북조기축구회 동료 몇몇만 집으로 데려왔다. 도대체 어떤 것들을 갖고 있기에 이 정도일까. 보유한 자료는 무려 8000여점에 이른다.61년 6월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감독을 맡았던 ‘한국축구의 전설’ 김용식(1910∼85년) 선생이 베스트11과 간단한 작전을 기록한 메모지 등 ‘비밀’도 더러 끼여 있다. 지난 17일 오후 아파트에 들어서자마자 ‘축구’가 손님을 반겼다. 현관 오른쪽 다음에 김용식 선생이 입었던 빨간색 국가대표 유니폼과 100년 전 영국에서 쓰이던 소가죽 축구공이 유리 진열장을 장식하고 있었다. “66잉글랜드월드컵에서 북한이 8강에 오른 뒤였어요. 충격을 받았는지 김형욱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이듬해 최정예 팀 ‘양지’를 만들었는데, 김용식 선생이 감독을 맡았습니다.” 이씨는 한국축구 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다는 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침실과 거실을 지나 오른쪽 방은 마치 도서관을 옮겨놓은 듯했다. 그는 축구 연구실로 쓰는 6평 남짓한 방 한 칸에만 3000여점이 모였다고 침을 삼키며 말했다. 30여년 전 나온 ‘축구란 무엇인가’(73년), 그 뒤의 ‘월드컵축구’(77년) 등등…. 북한에서 발행한 ‘세계축구계 별들’의 표지에는 ‘주체 90(2001)’이라는 빨간색 직인이 뚜렷하게 찍혀 있었다. 자료실은 단행본과 소설, 기술교본은 물론 신문기사 스크랩까지 축구란 이름이 들어간 것들로 죄다 채워졌다. ●매년 스페인 등 40여개국 돌며 수집 왼쪽 방으로 건너갔다. 깨끗이 정리된 다른 방과 달리 여러 모양의 자료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씨는 “모두 소중한 것들인데 내가 너무 처박아 놨네.”라면서 새삼 씁쓰레한 억지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더니 캐비닛에서 진흙이 묻은 축구화 한 켤레를 꺼냈다. 초등학교 때인 71∼73년 선수로 뛰며 신었던 것을 소중하게 간직해오고 있단다. “공부를 안하고 도무지 돈 안되는 공만 차러 다닌다고 어머니께서 빈 장독대에 숨겨놓곤 했지 뭐예요.” 성북초등 선수 출신인 이씨는 그 때마다 맨발로 축구를 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꺾인 꿈을 못버려 성북조기축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회원 60여명 가운데 15명이 초등학교 친구라며 자랑했다. 이날도 움직이기에는 이른 오전 6시부터 회원들과 모교 운동장에서 땀을 흘렸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데서 생겨나는 행복은 무엇보다 값지고 일도 저절로 잘 됩니다. 결국 돈도 따라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금속공학과 출신인 그는 대학졸업 뒤 전공에 맞춰 업체에 들어갔지만 원래 적성이 안 맞던 터여서 일찌감치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꽤 많은 돈이 모였다고 여기던 90년 축구 전문지인 ‘베스트일레븐’에서 직원 모집공고를 보고 응시해 지금은 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급여의 절반 이상을 축구용품 모으기에 쏟아붓는다. 희귀한 자료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어서 휴일이면 인사동, 청계천 등 벼룩시장을 돌고 매월 한 차례 정도 외국으로 나간다. 해마다 휴가를 아꼈다가 11월 장기 해외시찰도 한다. 20세 때 대회 열쇠고리, 배지 등으로 시작한 축구용품 모으기를 위해 스페인, 브라질 등 40여개국을 돌아다녔고 작업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북한대표팀 유니폼 국내 유일 소장 다시 축구용품 이야기로 돌아가는가 했더니 이씨는 큼직한 가방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이 가죽가방도 54스위스월드컵 때 우리나라 대표팀이 유니폼과 축구화 등 장비를 넣었던 것이라고 했다. 첫 월드컵인 30년 우루과이대회 때부터 2002한·일월드컵까지 발행된 우표와 페넌트, 각국 유니폼으로 가방이 가득 차 있었다. 북한 대표팀 유니폼은 국내에서 유일한 것이다. “어떻게 이 많은 것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느냐.”는 물음에 이씨는 담배를 빼물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어느 일요일 청계천 벼룩시장을 둘러보다 초롱등잔이 너무 예뻐 샀다가 주인에게 우연히 건넨 명함이 행운을 가져다줬다.“사실 축구용품 수집하는 사람인데 물건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했더니 며칠 뒤 전화가 왔단다. 당장 달려가보니 ‘보물’이 기다리고 있었다.70년 대한축구협회가 제정한 ‘축구의 노래’가 녹음된 레코드판으로 비매품이어서 아주 희귀한 자료다. 브라질의 펠레와 함께 ‘별 중의 별’로 꼽히는 모잠비크 태생의 포르투갈 전 국가대표 에우세비우(62)가 차던 공을 손에 넣기 위해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을 잇달아 방문했다. 밀라노 경매시장에 공이 선을 보였는데 운이 따랐는지 120만원으로 낙찰받았다. 외국인들은 축구화면 축구화, 배지면 배지만 찾아다니는 식으로 특정물건을 집중 수집하는데 유니폼 수집광만 몰려들었고, 볼 쪽은 아주 적었기 때문이다. 막상 낙찰되고 보니 본인의 사인을 받아놔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영웅으로 받들어지는 그를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수소문 끝에 70년대 벤피카 소속으로 방한할 당시 신문보도 사진을 구했다. 이를 액자로 만들어 바다를 건너가 마침내 승낙을 받아냈다. “아무래도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돕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뜻언뜻 들고는 합니다. 행운이 줄을 잇는가 하면, 다행히 잘 보존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지 축구계 원로나 다른 수집가들이 ‘피붙이’나 다름없는 자료들을 건네주니 말입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이재형씨의 계속 꾸는 꿈 2002년 ‘오 필승 코리아’에 이어 2006독일월드컵에서 또 한번 온 국민들을 들뜨게 할 응원가가 80여년 전 글을 가사로 해 이르면 내년 초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형씨는 고문서 수집가로부터 100만원에 넘겨받은 1923년 축구 응원가를 현대적 감각으로 작곡한 독일월드컵 한국팀 응원가를 이르면 연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 15일 소프라노 유미자 서울시립대 교수와 만나 이에 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가 노래하기로 결정했으며, 유명 작곡가를 물색 중이다. “동에 번적(번쩍) 서에 번적/넓은 마당에 무쇠다리/번기불(번갯불) 달녀(달려) 뒤논다(뛰논다)/맨호 갓흔(맹호 같은) 우리 선수/대적할 주구야(자 누구냐) 후래이(플레이) 후래이 후래이 후래이 용감한 건아들.” 일본 연표로 대정(大正) 12년이라는 연도가 선명하게 쓰인 최순경의 ‘필기장’에 창가와 함께 실렸다. 이씨는 “대표팀이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는 내년 2월쯤 새 응원가가 발표되도록 일정을 잡았다.”면서 “외국곡 일색일 뿐 이렇다 할 축구 응원가가 없는 현실에서 다른 나라에 못잖은 역사를 지녔다는 자부심이 밴 쾌거”라고 힘주어 말했다. 70년 만들어진 ‘축구의 노래’는 LP판이어서 10여만원을 들여 CD로 복원해 보급할 생각이다. 이 노래의 가사 2절에도 “맑은 하늘 푸른 언덕/조국 강산에 축구로 즐기자 빛나는 전통/굳건한 무쇠다리/슛하면 꼴인/세계정상 노리는 대한의 축구…”라는 구절이 나온다.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23년 응원가의 ‘무쇠다리’와 통하는 대목이다. 이씨는 새로 태어나는 응원가와 애써 찾아낸 자료들을 모아 축구 박물관을 세울 꿈에 부풀어 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에게 영원한 우상인 ‘갈색 폭격기’ 차범근(50) 전 프랑스월드컵 감독의 화보집을 펴낼 계획도 갖고 있다. 보문동 아파트 주방에 있는 서랍 21개짜리 수납장은 차 전 감독의 사진으로 꽉 찼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물론 부인 오은미(48)씨와 비원에서 데이트하는 장면, 독일 진출을 앞두고 숙소에서 영어공부하는 모습 등은 차씨 본인에게도 없는 사진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국내 조선업계 ‘싹쓸이 수주’

    국내 조선업계 ‘싹쓸이 수주’

    국내 조선업계가 세계 최대 LNG선의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다. 12일 선박·해운 전문지인 ‘트레이드 윈즈’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LNG선 수주전으로 주목을 받아온 엑손모빌 프로젝트와 관련,1차에 이어 2차 입찰에서도 국내 조선 ‘빅3’가 수주를 휩쓸 전망이다. 이 전문지는 “20만㎥급 LNG선 20척을 발주하는 엑손모빌 2단계(카타르가스 Ⅱ) 프로젝트 중 16척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을 비롯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컨소시엄이 각각 8척씩 수주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보도했다.나머지 4척에 대한 발주도 추후 진행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척당 수주 가격이 2억 1500만달러를 호가할 것으로 추정되며 최종 발표는 다음달로 예정돼 있다. 과거 대우조선과 한진중공업이 손잡고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LNG선 입찰에 공동으로 참여한 적은 있었으나 경쟁관계의 국내 조선 ‘빅3’가 해외 입찰에서 컨소시엄을 형성해 공조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저가 수주 경쟁 방지 및 납기 단축 등의 효과를 얻기 위해 손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각각 절반씩 나눠 선박을 건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엑손모빌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오일메이저인 엑손모빌과 카타르 국영석유회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으로,두 회사의 합작법인인 ‘라스가스Ⅱ’가 지난 7월 말 14만 5000㎥급 LNG선 8척에 대한 입찰을 이미 마무리했으며 역시 두 회사의 합작법인인 ‘카타르가스Ⅱ’가 이번에 2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위기에 처한 ‘이지송 브랜드’

    지난 6월 프랑스의 세계적인 석유메이저인 토탈사 주최로 파리 근교의 주엔발 골프장에서 프로암 대회가 열렸을 때의 일이다. 토탈사의 전세계 사업파트너를 초청해 열리는 이 대회에서 일본의 유명 건설업체인 JGC의 요시히로 시게히사 회장은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에게 “이 사장은 왜 이력서에 있는 나이와 실제 나이가 다르냐.”고 물었다.이 사장의 호적나이와 실제 나이가 한살 차이 난다는 것을 알고 한 얘기이다.JGC는 미국의 건설전문지인 ENR지 평가에서 세계 223개 건설업체중 15위를 차지한 업체로 현대건설(23위)과는 경쟁관계에 있다. 이를 두고 당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경쟁업체 사장의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는 일본 업체의 정보력에 놀라는 한편 이 사장이 경쟁업체에서 연구할만큼 CEO(최고경영자) 브랜드를 인정받고 있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 사장은 해외건설 무대에서는 유명인사다.건설업체 사장 가운데 ‘CEO브랜드 가치’를 평가받는 거의 유일한 기업인 가운데 하나다. 이란과 이라크 등지에서도 ‘이지송’ 브랜드는 통한다.그만큼 이 사장은 현대건설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적극적인 경영과 수주전략으로 과거 현대 스타일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경쟁업체의 연구 대상이 될 정도다. 그런 그가 최근 송영진 전 국회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두차례 검찰에 조사를 받았다.물론 출국도 금지됐다.이 일로 지난 3일 중국 다롄시에 있는 1억달러 상당(투입비 기준)의 ‘다롄 희망 대하빌딩’ 매각을 위해 출국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이 빌딩은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짓다가 중단된 것으로 다롄시는 이달말까지 매각하거나 재착공하도록 독촉중이다. 또 오는 16·17일 양일간 열릴 예정인 이란 사우스파 15·16단계(25억달러 상당) 수주를 위한 발주처 및 입찰업체간 최종 가격협상 참가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현대건설이 정치인에게 건넨 돈은 3억원에 불과하지만 그로 인해 잃은 손실은 수십배 수백배에 달한다는 평가다.또 어렵게 쌓은 CEO브랜드 가치도 상당 부분 훼손되고 있다.위기에 처한 이지송 사장이 상처입은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회복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해외건설 살리자] (7) 끝·이것이 문제다

    [해외건설 살리자] (7) 끝·이것이 문제다

    올 들어 지난 2일 현재까지 국내 업체들이 따낸 해외공사 금액은 41억 7800만달러에 달한다.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3억 9000만달러)에 비해 75%가 늘어난 것이다.연말에는 대략 70억달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지난 99년 91억달러를 수주한 이후 5년만에 최대 규모다.해외건설이 제2 중흥기를 예고하는 대목이다.실제로 해외건설은 규모뿐 아니라 내용도 좋아졌다.과거에는 토목,건축 비중이 높았으나 지금은 수익성 높은 플랜트 비중이 70%를 웃돈다.그러나 문제는 있다.선진국에 비해 아직껏 기술력이 뒤지고,수주 지역이나 공사 종류도 편중돼 있다.해외에서 우리 업체간의 ‘제살깎아 먹기식’ 과당 경쟁도 많다.또 수주가 쉽고,리스크가 작은 국내 공사에만 안주하는 기업들의 프런티어 정신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해외건설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도 공통된 의견이다.따라서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해외건설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하는 것이 시급한 현안이자 지적이다. ‘길면 10년,빠르면 5년’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개발도상국에 따라잡히는 기간을 두고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내놓는 분석이다. 한국 업체들이 해외건설에서 가진 경쟁력은 플랜트 등 이른바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방식의 공사다.이들 공사는 대부분 설계에서 구매,기자재 제작,운송,시공,시운전에 이르는 전 공정을 말한다.수익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한국 업체들은 1990년대초 이후 15년여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특히 석유와 가스 처리 플랜트 건설은 우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다. 하지만 단순 토목과 건축분야 등은 이미 중국,인도 등의 현지 업체에 따라 잡힌 지 오래다.높은 기술력이 필요치 않은 이들 분야는 저임금을 무기로 덤비는 개도국 업체와는 경쟁이 안 된다.대신 한국업체들은 말레이시아,중동 등지에서 적자를 내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최근 중동 등지에서 플랜트 공사를 많이 따내고 있다.이 분야도 개도국이 맹렬히 추격 중이다. ●외국 경쟁업체,턱밑에 왔다 세계적인 건설전문지인 미국의 ‘ENR’지는 지난달 하순 세계 유수의 225개 건설업체의 해외사업 실적 등을 토대로 순위를 발표했다.한국에서는 현대건설이 23위를 차지했다.이외에 대우건설과 쌍용건설,삼성엔지니어링 등 3개업체가 100위권에 들었다. 놀라운 것은 그동안 우리의 뒷전에 머물던 중국의 CSCEC가 현대건설을 제치고 17위에 올랐다는 것이다.이 업체는 일본의 세계적 건설 업체인 JGC(15위)도 뒤쫓고 있다. CSCEC는 최근 들어 플랜트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아직은 기술력이 우리에게 못 미치지만 조만간 우리를 추격할 전망이다.우리로서는 플랜트 분야마저 이들에게 따라잡히기 전에 미래의 경쟁력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현대건설의 이란 프로젝트 매니저인 윤호영 전무는 “지금은 플랜트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업체보다 5∼10년 앞서 있다.”면서 “그러나 플랜트 가운데 단순분야는 중국이 5년이내에 따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해외건설협회 김종현 정보기획실장은 “플랜트 분야에서 실시설계와 시공 등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자재구매나 기본설계는 경쟁력이 뒤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 부문의 경쟁력 확보가 우리 해외건설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미흡한 기본설계 실력을 키우자 건설공사는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로 구성된다.기본설계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실시설계가 이뤄진다.한국업체들은 실시설계 분야에서 선진국 업체들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보유 중이다.그러나 기본설계는 아직 미흡하다.이 영역은 미국이나 EU,일본업체들의 몫이다.이들은 자본을 투자하고 자신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본설계를 한다.우리와 달리 이 때 엄청난 마진을 손쉽게 챙긴다.한국업체들은 기본설계를 하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설계능력이 없어 이들의 협력업체나 시공업체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우리도 기본설계분야 경쟁력을 쌓을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다.1970∼80년대 해외건설로 떼돈을 벌 때 설계분야에 진출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건설업체도 이제야 “당시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를 인수했어야 했다.” 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대접을 받는 편에 속하는 현대건설도 아직 기본설계 분야는 손을 못 대고 있다.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해외업체와 경쟁하려면 연봉 3억원안팎의 외국 기술인력 10여명을 확보해야 하는데 성공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이같은 막대한 투자는 쉽지 않아 고민중이다.”라고 털어놓았다. 해외건설 건물을 주로 짓는 삼성물산도 엔지니어링분야의 육성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아직 초고층 빌딩 등의 설계는 손을 못대고 있다. ●해외서 벌이는 과당경쟁 “외국업체보다 한국업체가 더 무서워요.” 해외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한 한국업체 임원의 말이다.해외시장에서 우리 업체간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이다.경우에 따라서는 과당경쟁으로 덤핑수주가 이뤄져 국가는 물론 기업도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유사한 예로는 쿠웨이트 사비야 프로젝트를 놓고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이 벌인 갈등을 꼽는다.이 공사는 2002년 6월 현대중공업이 3억 4200만달러에 낙찰받았지만 두산중공업이 입찰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현지에서 행정소송을 내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고,결국은 두산중공업이 이 공사를 맡았다. 이외에도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은 해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발주처는 이를 악용,입찰가를 낮추기 위해 한국업체를 복수로 부르기도 한다.정부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정부가 조정을 시도하면 세계무역기구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다.가장 중요한 해결의 실마리는 ‘우리 업체간에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부시는 포드… 케리는 BMW

    부시는 포드… 케리는 BMW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햄버거인 ‘맥도널드’라면 민주당 대선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은 샌드위치인 ‘서브웨이’에 비견되고 부시가 대중적인 차량 ‘포드’라면 케리는 고급차인 ‘BMW’에 해당된다. 정치 광고를 전담하는 WPP 그룹의 랜더와 펜 쇤 앤드 버랜드가 6∼11일 인터넷을 통해 유권자 1262명을 설문한 결과 부시는 ‘잘 알려진 선두 브랜드’에,케리는 ‘덜 알려진 도전적 브랜드’에 비유됐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31일 보도했다. 맥주의 경우 부시는 미국내 1위 업체인 버드와이저에,케리는 수입산인 하이네켄으로 표현됐다.아이로니컬하게도 부시는 케리의 본거지인 보스턴의 고급맥주 사무엘 아담스의 이미지도 갖고 있다.소매점에서는 부시가 세계 최대의 월 마트에,케리는 부도를 낸 저가 할인점 K마트로 인식됐다. 부동층들은 부시를 아침용 스낵으로 알려진 던킨 도넛에,케리를 유명한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에 비교했다.컴퓨터 분야에서는 부시를 IBM에,케리를 애플 컴퓨터로 연상했고 잡지에서는 부시를 경제 전문지인 비즈니스 위크에,케리를 대중지인 피플로 간주했다. 랜더의 앨런 애덤슨은 선거 직전까지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편안한 브랜드의 이미지에 가까운 부시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펜 쇤 앤드 버랜드는 케리의 브랜드는 새롭고 선두주자로서의 확고한 영역을 다지는 이미지로 비쳐져 케리의 우세를 점쳤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경제플러스] 현대건설 세계 23위업체 선정

    현대건설은 세계적 건설전문지인 미국의 ‘ENR’ 최근호에서 자사가 세계 225개 건설업체 가운데 23위에 선정됐다고 25일 밝혔다.현대건설은 지난해 15억 9900만달러의 해외공사 실적을 올렸으며,아시아권에서는 일본 JGC(15위),중국 CSCEC(17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 “北 세습통치위해 정치박해”

    |도쿄 이춘규특파원|중국 정부가 관장하는 한 연구소가 논문을 통해 북한이 중·미관계 개선을 방해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대대적 정치박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신랄히 비판하면서 중국은 북한을 전면 지원할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0일 중국 전략문제전문지인 ‘전략과 관리’ 최신호(제4기)에 실린 ‘새로운 시점으로 북한문제와 동북아 정세를 면밀히 관찰한다’는 제목의 논문이 북한의 세습체제와 핵개발,중국에의 비협조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고 보도했다.이 논문은 또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새로운 외교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국의 국책 연구소가 북한을 공공연히 비판하는 논문을 공개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중국 정부의 대북 입장 변화여부와 관련해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 톈진 사회과학연구원 대외경제연구소측이 집필한 이 논문은 최근 북한체제와 관련,“자연재해로 인민의 생활은 최악에 달했지만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 겸 국방위원장) 가족 세습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극좌정치와 정치박해를 대대적으로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양국 관계에 대해 “북한은 중국의 정치적 지지와 경제 지원에 대해 조금도 감사를 표하지 않는다.”면서 “국제문제에서 늘 우호를 무시하면서 가장 중요한 때는 우리를 전면 지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이어 “이러한 성질의 국가를 우리가 전면 지지할 도의적 책임은 없다.”고 역설했다. 논문은 미·중 관계를 거론하면서 “북한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중·미관계의 개선이 방해받고 있다.”며 “중요한 시기에 큰 논쟁을 태연하게 일으켜 중국을 미국과 대항케 하는 수세적 입장으로 끌어들인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 대한 멸시와 도전”이라며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계속 주장하고 미국과 국제사회를 지지,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중국의 향후 외교 방향이다.논문은 “새로운 이념을 갖고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다시 살펴 중국의 근본 국익에 합치하는 외교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일종의 ‘신(新)사고 외교’의 제기다. 결론적으로 미국 등에 대한 북한의 군사 공격에는 반대하고 있지만,국제협조를 중시해 북한에 양보를 강하게 요구해갈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중국 정부의 대북 외교 전략의 즉각적인 수정은 아니지만,중국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연구소의 입장 천명임을 감안한다면 중국 정부 내부에 대북한 외교 전략의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taein@seoul.co.kr
  • 주택문화사 사장에 김양일씨

    김양일 전 울산일보 회장은 최근 주택건설 전문지인 한국주택신문,부동산플러스 등을 발행하는 ㈜주택문화사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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