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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조적 문제 드러낸 대북정보 수집체계

    구조적 문제 드러낸 대북정보 수집체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구멍 뚫린’ 대북 정보 감시 체계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실수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대북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기관은 군과 국가정보원, 통일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정보 수집 방식은 크게 테킨트(TECHINT·기술 정보)와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로 구분된다. 테킨트는 군사위성 등을 통해 수집하는 영상정보와 전화통화·이메일을 감청하는 신호정보 등이 속한다. 심지어 군사위성으로는 휴대전화도 도청할 수 있다고 한다. 휴민트는 언론이나 보고서 등 공개정보와 공작원이나 내부협력자를 통한 비밀정보 등이 포함된다. 김 위원장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당시 건강 상태와 관련해 “칫솔질은 하고 있다.”는 첩보가 대표적인 휴민트다. 오류 가능성도 높지만,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 국방부 산하 정보본부는 북한의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인항공기(UAV)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일명 피스아이 같은 공중감시기 등 첨단장비가 동원된다. 이렇게 수집된 테킨트 정보는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KH11 군사위성과 U2 고공정찰기, RC135 정찰기, 이지스함 등을 활용해 통합 관리된다. 때문에 테킨트는 상당 부분 미국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반면 국정원은 정보 수집에 휴민트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고위 관계자들의 동향 등 북한 내부에 대한 전반적인 감시·정찰 업무를 수행하며, 군과는 다른 정보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또 통일부는 현대아산을 비롯해 북한과 교류하는 민간 기업·단체, 탈북자 등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북한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이렇듯 겉으로는 정보망이 촘촘하게 깔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테킨트와 우리의 휴민트가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최근 우리 측 휴민트 수집 활동이 급격히 위축됐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북·중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탈북자 등을 통한 정보망을 일정 부분 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 핵심 지도부 동향을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미국이 김 위원장 사망을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테킨트의 한계를 보여 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 전문가는 “정보기관 운영의 시스템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북 접촉라인이 꽉 막힌 게 더 큰 문제”라면서 “오랜 기간 남북 관계가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정보수집 루트는 축소됐으며, 능력 자체도 현격히 저하됐다.”고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북한에 심어둔 휴민트가 상당수 용도 폐기됐다고 하더라.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정보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제 구실 못할’ 지하철 소화기

    ‘제 구실 못할’ 지하철 소화기

    지하철역 안에 비치된 소화기 관리가 엉망이다. 15년 전에 제조된 소화기는 물론 녹슬고 압력상태가 비정상 범위에 있거나 점검표조차 없는 소화기도 수두룩했다. 화재에 취약한 지하철 내 소화기 점검과 교체가 절실한 실정이다. ●법적 내구연한 없어… 관리 허술 18일 1·3·5호선 종로3가역, 1호선 종로5가역, 1·2호선 시청역, 5호선 광화문역, 5·9호선 여의도역 등을 확인해 본 결과 소화기 제조연도가 지난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다양했다. 특히 1995년에 만들어진 것들이 많았으며 개통한 지 얼마 안 되는 9호선 여의도역의 경우 가장 최신인 2009년의 소화기가 놓여 있었다. 소화기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태반이었다. 점검표가 있는 소화기가 있기도 했고 수년 전에 점검 확인 스티커를 붙인 뒤 그 뒤로는 점검하지 않은 소화기도 많았다. 먼지가 쌓인 소화기, 손잡이가 녹슨 소화기도 있었다. 또 점검한 지 일주일도 안 됐지만 소화기 내부 압력이 정상범위 수준을 넘어선 소화기도 있었다. 소화기를 포함한 소방용품에는 유통기한이라고 할 수 있는 내구연한이 없어서 사실상 점검만 하면 사용은 가능하다. 그러나 소화기 표면을 보면 ‘준수할 사항’으로 ‘⑴소화기의 수명은 정상적인 조건에서 유지관리하였을 때 5년으로 함. ⑵5년 경과 후에는 2년마다 소방설비 공사업체로부터 정밀검사를 받아야 함.’이라고 적혀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미뤄 법적으로 정해진 내구연한은 없지만 통상 5년이면 소화기 수명이 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지하철역 내 소화기 상태를 보면 10년 이상된 것이 태반이었으며 정밀 검사표가 없는 것도 많았다. ●노화 호스 등도 총체점검 절실 관리 책임이 있는 지하철 공사 측은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매월 4일 안전점검의 날에 점검도 하고 있고 소화기 내부 상태가 괜찮으면 오래됐다고 해서 굳이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면서 “오히려 오래됐다고 바꾸는 게 경제적 낭비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소방방재청 측은 “내구연한에 대한 논란이 많아서 지난해 전문가 등과 함께 공청회도 열었다.”면서 “법적으로 내구연한을 규정하기보다는 권고사항 정도로 충분하다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전문가 “오래되면 기능 저하” 그러나 소화기 관리를 잘한다면 쓸 수는 있겠지만 오래될수록 기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적잖다. 정기신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분말소화기의 경우 내부 가스 압력을 잘 유지하고 분말이 굳지 않게 흔들어주면 오래 쓸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소화기도 가전제품과 비슷하다. 오래 쓸 수는 있지만 오래될수록 기능이 떨어지지 않나. 10년 넘게 교체하지 않고 쓰는 것은 그만큼 기능이 많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기술인협회 관계자는 “소화기만이 문제가 아니라 소방 호스 등도 내구연한이 없어서 오래돼도 교체하지 못해 문제가 많다.”면서 “지금은 문제 없어 보이지만 막상 급할 때는 작동하지 않는 등 오류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글 사진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7) 질풍노도의 아이콘 ‘괴테’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7) 질풍노도의 아이콘 ‘괴테’

    18세기의 끝자락, 독일의 청년들은 자신의 영혼이 세상과 불화한다고 느꼈다. 종교전쟁과 30년전쟁 등 장장 2세기에 걸친 소란 상태를 접고 독일은 간만에 평화를 맞이했지만 청년들은 도리어 미칠 지경이었다. 여전히 구시대의 귀족이 지배하는 강력한 신분제 사회에서 그들은 갈 길을 잃었다. 부모 세대들은 출세를 강요했고, 귀족과 법률가들은 궁정생활에 몰두할 뿐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새로운 삶, 자유와 독립의 길은 어디 있는가. 당시 청년들은 ‘망령을 본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할 것도 아닌데’ 하나같이 햄릿의 독백을 암송했고, 망령에 찬 분위기와 망한 영웅들의 이야기, 비극적 로맨스에 탐닉했다.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대. 괴테가 24세에 발표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바로 이 거대한 폭풍우의 한가운데 선 청년의 이야기다. ●질풍노도에서 부르는 노래 베르테르는 낯선 고장을 떠돌던 중 로테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약혼한 상태. 좌절한 베르테르는 새로운 삶을 시도해 보지만 허례허식으로 가득 찬 사회에 더욱 절망한다. 당시 독일의 청년들은 베르테르를 자신의 대변자로 느꼈다. 마음만이 “모든 행복과 불행의 원천”이라는 베르테르의 목소리는 계몽주의적 이성에 반발하고 자연과 순수한 마음으로의 회귀를 외치던 독일 젊은이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베르테르와 함께 절망했다. 그들 모두 베르테르와 같은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이 병은 한편으로는 위선과 가식으로 점철된 구세대가 만든 것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열정을 쏟아낼 어떤 출로도 만들어 내지 못한 베르테르 자신이 만든 것이었다.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그녀는 어떤 출구도 찾지 못한 베르테르의 열정이 도달한 막다른 골목이었다. 외부와 교감하지 못하는 열정은 결국 내파하여 베르테르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당시의 괴테 역시 그랬다. 그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구세대에 대한 반항심으로 넘쳤고, 두 번에 걸쳐 배반당한 사랑에 절망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절망에 빠진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 괴테 스스로가 시도한 가상 여행이자 저 자신에게, 아니 길을 잃고 주저앉은 세상 모든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 깊은 공감의 노래다. 베르테르는 자살하지만 괴테는 살아간다. 1776년, 아우구스트 대공의 초청으로 신흥 공국 바이마르의 추밀외교관으로 일하게 된 괴테에게 온갖 업무들이 쏟아졌다. 그는 엄밀한 규칙과 질서가 작동하는 세계에 적응해 질풍노도기의 자기중심적 태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1786년, 그는 돌연 10년간 머물렀던 바이마르를 빠져나와 이탈리아로 떠난다. 갇혀 있던 열정이 그를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고전의 세계로 이끌었던 것이리라. 괴테는 다짐한다. 나 자신을 기만하지 말자. 부지런히 배우면서 나 자신을 수양시키자. 지중해의 자연은 괴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폐허가 된 폼페이 유적, 팔라디오의 건축물, 미켈란젤로와 라파엘의 그림들은 그를 울렸다. 편협한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대로 사물을 포착하기를 멈추고 사물을 있는 모습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괴테의 마음에 풀 한 포기, 돌 조각 하나, 무엇보다 무너진 과거의 잔해들이 어떤 ‘전체’로서 새롭게 들어왔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위대한 것과 하찮은 것, 자연과 예술이 빚어내는 질서와 조화의 세계. 이탈리아는 괴테에게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선물했다. 약 2년 뒤 바이마르로 돌아온 괴테는 한층 단단해져 있었다. 그는 바이마르 국정에 참여하여 광산사업과 문화 예술 업무에 집중했다. 그러다 천한 신분 출신인 크리스티아네와 동거해 아이를 낳았고, 고전적이면서도 관능적 사랑으로 충만한 ‘로마의 비가’를 발표했다. 사람들은 괴테가 타락했다고 비난했다. 베르테르의 음울함을 벗어 버리고 시대적 습속을 무시한 이 중년의 사내를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괴테는 흔들리지 않고, 그에게 새로운 빛을 보여 주었던 예술 및 자연과학 연구에 힘을 쏟기 시작한다. 이 무렵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이 독일 청년들을 뒤흔들 때도 정작 괴테는 담담했다. 전체의 조화와 사물의 유기적 변화, 발전을 믿었던 그에게는 오히려 혁명에 수반되는 폭력과 유혈사태가 저주스럽기만 했다. 바스티유의 파괴와 루이 16세 처형에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괴테는 당부한다. 스스로의 삶에 충실하라. 1792년, 프랑스 혁명군이 독일을 침공하자 바이마르의 공무원이었던 괴테 역시 출정에 동참해야 했지만, 그는 전장에서도 관찰자로서의 태도를 견지하면서 이렇게 질문한다. 폭력 없는 혁명, 평화로운 변화란 진정 불가능한가. 이런 문제의식은 실러와의 만남으로 심화된다. 실러 역시 혁명을 회의하며 ‘미적 교육’을 통한 인간 성장의 길을 모색하고 있었던 것. 두 사람은 공히 고대에서 그 길을 찾고자 했다. 그들은 1000통이 넘는 편지를 교환했고, ‘크세니엔’을 비롯한 공동작업에 착수한다. 특히 자연 전체의 고려 속에서 개별적인 것을 해명하려는 괴테의 비전에 끌렸던 실러는 그것이 작품으로 형상화될 수 있도록 괴테를 도왔다. 실러가 죽자 괴테가 “내 존재의 절반을 잃었다.”고 했을 만큼 실러는 또 다른 괴테였다. 실러와의 교류 속에서 탄생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796)에서 괴테는 인간의 삶이란 결국 ‘수업’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 삶에 무엇이 닥쳐올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것들의 상호작용 가운데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나듯 인간 역시 온갖 사건과 관계들 속에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인류’니 ‘자유’니 하는 사명들은 내려놓고 오직 내적 충동에 몸을 맡긴 채 당당히 세상 속으로 향하라. 모든 것은 “오직 모든 사람을 합해서만”, “모든 힘을 통합함으로써만” 성장한다. 주인공 빌헬름이 그의 연극체험과 ‘탑의 결사’라는 공동체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했듯이 괴테는 실러와 헤르더, 셰익스피어, 호메로스, 그리고 이탈리아의 무수한 사물,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했다. 중년의 괴테는 그렇게 모든 만남이 그를 성장시키는 위대한 사건일 수 있음을 깨닫는다.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 세상은 여전히 소용돌이쳤다. 1806년, 프랑스 황제로 등극한 나폴레옹은 전 유럽을 압박했고, 라인동맹 가입을 거부하는 프로이센을 공격했다. 괴테는 홀로 남아 피난민들과 약탈자들로 혼란한 바이마르를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그가 나폴레옹의 총애를 받으며 프랑스에 대해 침묵하고 있음을 비난했다. 하지만 “증오심이 없는데 어떻게 무기를 들 수 있겠나.”라며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삶을 바라보았던 괴테는 민족적 편견이 만들어내는 선악 시비에 동요하지 않았다. 조국을 사랑하는 방법은 오히려 그러한 편견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묵묵히 바이마르 예술극장을 꾸렸고 예술과 고전, 자연의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60살이 넘어 출간한 ‘색채론’과 ‘동물의 변형’에는 노년의 괴테가 깨우친 자연의 비밀이 담겨 있다. 그리고 ‘파우스트’. 사람들은 신과 같이 자연을 향유하고자 하였던 파우스트 박사가 인간의 한계에 절망하여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꼬임에 빠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악마와 계약하여 “자유로이 자연의 혈관 속을 흐르며 창조적으로 신의 삶을 향유”할 수 있었다. 오류와 시도, 성공과 실패, 선과 악은 약동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매순간 만들어 내고 또 무너뜨리는 한 가지 형태일 뿐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순간적인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지속시키고자 하는 열망이다. 그러한 열망 너머 자연의 힘에 몸을 맡긴 자, 영원히 푸른 소나무로 살리라. 괴테는 오래 살았다. “사랑했고 증오했고 무관심했던 사람들과 왕국들, 수도들”보다도, “젊을 때 씨뿌리고 심은 숲의 나무들”보다도. 그는 그 모든 것들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아야 했다. 때로는 아팠고, 분노하고 절망한 날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깨닫는다.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부패는 생명의 한 과정이며 죽음은 탄생이다. 가장 천한 것, 가장 혼란하고 절망스러운 것 속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것들이 함께 있으니, 이 혼돈 속을 첨벙거리며 계속 가는 것, 그 자체가 우리들의 숙명이며 또한 참된 기쁨이다. 그러니 부디 살아가기를, 천천히, 하지만 멈춤 없이 길을 나서기를. 우리, 세상 모든 베르테르들에게 주는 괴테의 가르침이다. 박수영 남산강학원 연구원
  • 갤럭시S 개인정보 수집 주장 논란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시리즈에 기본으로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표기상 오류일 뿐”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은 국내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으로 실험한 결과, ‘갤럭시S’와 ‘갤럭시S2’, ‘갤럭시 노트’에 기본 탑재된 ‘거울’, ‘데이터통신설정’, ‘프로그램모니터’ 등의 앱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5일 밝혔다. 이들 앱이 수집하는 개인정보는 ▲연락처 ▲일정 ▲위치정보 ▲문자메시지 ▲사진 ▲녹음 파일 등이다. 이들 앱은 삼성전자가 만들어 스마트폰에 탑재한 것으로, 삭제할 수 없는 기억장치인 롬에 저장돼 사용자가 지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들 앱이 실제로 개인정보를 수집해 외부로 전송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문제가 된 앱들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로는 개인정보 수집 권한도 부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내에 표기된 앱의 권한 목록이 잘못된 것”이라면서 “이들 앱은 실제로 개인정보 수집 권한이 없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농협 전산망 또 먹통… 8개월새 세번째

    3000만명의 고객이 거래하는 농협중앙회의 전산망이 2일 또다시 마비됐다. 지난 4월 겪은 최악의 ‘전산대란’ 이후 벌써 세 번째다. 금융감독당국은 정보기술(IT) 직원들의 실수로 인한 ‘인재’(人災)로 보고 있다. 금융회사의 생명줄인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농협은 고객들에게 외면받을 처지에 놓였다. 이날 전산장애는 엄밀히 따지면 은행 부문과 경제사업 부문에서 각각 일어난 2건의 사고였다. 첫 사고는 이날 0시 무렵 발생했다. 0시 42분부터 오전 3시 54분까지 약 3시간 동안 인터넷뱅킹과 텔레뱅킹, 체크카드 결제가 먹통이 됐다. 금융거래를 할 때마다 유효한 계좌번호인지 확인하는 ‘계좌번호 정당성 검증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쉽게 말해 멀쩡히 있는 고객의 계좌를 전산시스템이 ‘없는 계좌’로 잘못 인식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2만 5539개 계좌가 거래가 안 됐고, 1만 6518명이 불편을 겪었다. 이 영향으로 은행 창구에서도 오류가 발생했다. 은행 문을 열 무렵인 오전 8시 30분부터 9시 22분까지 한 시간가량 일부 계좌번호의 거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거절됐다. 전산장애의 원인은 직원들의 조작 실수 때문으로 파악된다.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정비하는데, 새로 정비한 프로그램을 온라인시스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직원이 프로그램을 잘못 수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농협의 보고를 통해 사태를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검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농협이 운영하는 주유소와 대형마트인 하나로마트의 전산시스템에도 장애가 발생해 농어민과 주부 등이 불편을 겪었다. 농협 IT 본부 분사는 “경제사업 전산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를 최적화하는 작업을 하다가 일부 작업을 빠뜨려 이날 오전 4시 47분부터 오후 1시까지 8시간가량 전산장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농협주유소는 농어민에게 세금이 붙지 않는 면세유를 개인 할당량에 따라 판매하는데 전산장애로 할당량을 확인할 수 없었다. 새벽녘 농기계 작업을 위해 주유소를 찾았던 일부 농민들은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또 하나로마트에서는 농협의 신용카드인 NH채움카드의 포인트로 물건 구매를 할 수 없는 사태가 빚어졌다. 농협은 지난 4월 12일과 5월 19일에도 전산사고를 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5000억여원을 전산 분야에 투자하고 지난 7월 IT 본부 분사장 등 임직원을 대거 교체했지만 이번 전산사고를 막지 못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열린세상] 통상법률국가 대한민국의 자격/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통상법률국가 대한민국의 자격/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7월 잠정 발효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내년 초에는 한·미 FTA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는 동서무역을 연결하여 전 경제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이고 상세한 통상규범을 갖추게 된다. 전통적인 상품, 서비스, 지적재산권 교역분야 이외에도 전자상거래, 특혜원산지, 노동, 환경, 투자, 경쟁 등 새로운 분야가 FTA에 포함되어 있어 이러한 규범 내용의 해석 및 적용문제가 항시 대두될 것이다.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제도를 적극 활용해온 미국과 EU는 이러한 새로운 분야에서의 FTA 규범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라도 다수의 법적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에는 추가적으로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재협의에 돌입해야 한다. ISD를 전면 폐기하기로 합의하지 않는 한, ISD에 따른 투자분쟁도 발생할 것이다. FTA 체결국가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이 부당한 규제를 받았을 경우, 이들 기업에 대한 정부의 법무지원 필요성도 증가할 것이다. 아울러 FTA에 따라 설치되는 각종 위원회와 작업반 회의 시 요구되는 법률자문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이다. 그동안 통상법률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급격히 제고되고, 수많은 통상법적 이슈가 대중매체를 통해 여과 없이 전달되는 형편이다. ISD, 간접수용, 네거티브시스템, 역진방지조항, 미래유보, 독소조항, 비위반제소, 허가·특허연계, 한·미 쇠고기합의서 핵심조항의 의미 등 통상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전문용어들이 수시로 등장하여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미 FTA 문안의 번역 오류가 지적되어, 정부가 공식홈피를 통해 번역 오류에 관한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니, 정부는 앞으로 조약의 번역문제에도 적지 않은 신경을 써야 한다. 가히 ‘통상법률국가 대한민국’이라 불릴 만하다. 통상법무 업무량이 급증하는 데 비해, 이에 대응해야 하는 정부는 아직 준비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EU, 캐나다 등은 각각 30명 내외의 법률가들로 법무실을 구성하여 차관급 실장이 업무를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호주, 멕시코, 브라질 등도 10여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상법률국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통상교섭본부는 과장 한명과 서너명의 국내외 변호사들로 통상법무팀을 구성하는 데 그치고 있고, 대부분의 전문 인력을 협상 자체에 투여해야 하는 상황에서 통상법률 이슈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전문 인적 자원의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중요한 통상법적 이슈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시기에 선제적으로 권위 있는 해석을 제공하지 못하면, 왜곡된 민간 정보의 무분별한 확산을 초래하여 보수와 진보 간의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게 된다. 이러한 갈등이 후속 통상·정치 현안 해결에 적지 않은 비용으로 귀결되는 악순환도 되풀이되게 된다. 이제 본격적인 FTA 시대에 걸맞은 통상법률 전담조직을 완비하고 국가차원에서 전문인력을 관리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실장급 통상법무실을 신설하여 전문적 이슈에 대해 선제적이고 권위 있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것은 대(對)국민 홍보나 기업지원 차원을 떠나 통상법률 사항에 대한 유권해석 기관인 정부 자체의 권위 수립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통상법률 현안에 대한 정부의 설명과 해석이 다수의 시민단체들로부터 철저히 무시되고 공격당하는 현실을 방치할 것인가? 내년부터 국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이 대거 법률시장에 진출하는 바, 이들의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라도 정부의 인력 흡수 노력이 필요하다. FTA에 의해 단계적으로 개방되는 법률시장에서 국제통상법무 부문을 외국변호사와 로펌에 모두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이러한 정부의 인재 수요에 맞추어 로스쿨 교육내용도 조정되어야 할 것이고, 외교관 전문양성기관으로 2013년에 개원하는 외교아카데미의 입학생 선발과 교육과정에도 이러한 수요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 22회 공인중개사 1만2675명 합격… 출제오류 논란 3문제 복수정답 처리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3일 올해 치러진 제22회 공인중개사 시험 최종합격자 1만 2675명을 발표했다. 출제오류 논란<서울신문 10월 27일 25면>에 따라, 수험생들의 정답 이의제기를 일부 받아들여 모두 3문제를 복수정답처리했다. A형 기준으로 공인공개사법령 관련 문제인 2차 18·19번, 지방세법 관련 문제인 2차 67번이 출제오류 등으로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2차 18번은 ‘중개업자의 중개대상물에 대한 틀린 설명’을 고르는 문제다. 원래 정답 외에 ‘법정지상권의 경우 특약이 없는 한 지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4번 지문도 틀린 설명으로 인정됐다. 이기룡 에듀윌 차장은 “대법원 판례에 특약이 없으면 지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면서 “이 문제는 명백한 출제오류 문제”라고 설명했다. 2차 19번은 부동산거래신고제도에 대한 틀린 설명을 찾는 문제로 원래 정답 외에 ‘주택의 실거래 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면 주택취득자금 조달계획서를 첨부해야 한다.’는 5번 지문도 틀린 설명으로 인정됐다. 주택법상 주택거래신고지역에 있는 주택에 한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빠졌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지원자는 8만 6179명으로 합격률은 22.3%다. 성별 합격자는 남성 6348명, 여성 6327명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령별로는 30~40대가 68.5%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 20.1%, 10~20대는 11.3%로 나타났다. 최고령 합격자는 신현성(72)씨, 최연소자는 이다솔(16)양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수능 문항·정답 이의신청 103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0일 치러진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밤 12시 현재까지 수능 문항 및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이 103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평가원 홈페이지 전용 게시판을 통해 접수된 이의신청은 영역별로 언어 41건, 수리 9건, 외국어 9건, 과학탐구 32건, 사회탐구 9건, 직업탐구 1건, 한문 2건 등이다. 전문가들이 수리 영역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손꼽은 30번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이의제기를 한 수험생이 여럿 있었다. 이들은 조건이 바뀌면 다른 답이 나온다며 무효로 하거나 모두 정답 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가원은 오는 14일까지 수능 문제 및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21일 오후 5시 최종 정답을 발표한다. 수능 점수는 오는 30일 수험생에게 개별 통지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박성회 서울대 교수 “내 연구는 당뇨 아닌 면역학… 이종 이식거부 해결한 것”

    박성회 서울대 교수 “내 연구는 당뇨 아닌 면역학… 이종 이식거부 해결한 것”

    서울대 의대 박성회(64·병리학) 교수는 제자들에게 자주 강조해 온 “연구성과가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으면 살리려고 애쓰지 말고 오류가 있다면 폐기하라.”라는 말을 곱씹고 있다. 지난달 31일 돼지 췌도(膵島·랑게르한스섬)를 당뇨에 걸린 원숭이에 이식한 뒤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7개월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이래 쏟아지는 격려와 지적에 대해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서다. 박 교수의 연구는 국내 350만명의 당뇨병 환자, 나아가 세계 3억명에 이르는 환자들에게 분명 ‘희망의 빛’임에 틀림없다. 이종(異種)간 장기 이식을 통한 당뇨병 치료에 주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박 교수를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병원 기초연구동에서 만났다. →당뇨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실 내가 연구한 것은 당뇨가 아니라 면역학이다. 이종 장기이식에서도 내가 한 것은 면역억제항체를 통해 이식거부반응을 해결한 것이다. 뭐, 굳이 연(緣)이라면 아버지가 당뇨병을 앓으시다 합병증으로 돌아가셨고, 나를 키워 준 할머니도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아내도 당뇨병이다.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나서 어떤 지인은 “자기 집안 사람들이나 조심시키지.”라고 농담 섞인 핀잔도 하더라. 특별히 당뇨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병리학과 면역학은 다른 분야인데. -내 눈을 보면 약간 튀어나와 항상 화난 사람처럼 보인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후유증 때문이다. 19살 때 이 병에 걸렸다. 당시 65㎏이던 체중은 45㎏까지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의사들은 원인을 찾지 못했다. 삼수 해서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 졸업반이 돼서야 내 병명을 알았다. 병을 앓은 지 거의 10년 만에 이게 갑상선에 문제가 있어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갑상선을 전공으로 했다. 그런데 갑상선을 연구하다 내 병이 면역하고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댔다. 1985년 미국 하버드대학의 다나 파머 연구소로 가면서 본격적으로 면역학을 공부했다. →25년간 연구를 했다. -연구하는 게 즐거웠다. 힘들면 못 하는 일이 연구다. 사람들은 내가 돼지췌도를 원숭이에 이식시키는 실험만 줄곧 매달려 온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면역학을 계속해서 연구하다 이런 연구로 발전된 것이다. 원숭이로 넘어가게 된 지는 불과 5~6년 정도다. 2005년쯤에 ‘인간화 생쥐’(인간의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는 생쥐)를 만났다. 이후 생쥐 면역거부반응을 없애는 연구에 성공하고 원숭이 단계로 넘어갔다. →연구비 조달은. -보건복지부에서 2005년부터 5년간 해마다 1억원씩 지원을 받았다. 올해는 5억원을 받았다. 거대한 시설이 필요한 연구가 아니라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았다. 무균돼지도 지원을 받았다. 마리당 700만원쯤 하는데 도움이 컸다. (박 교수 스스로 “다시 태어나면 이렇게 청춘을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너무 긴 지루한 연구, 시간과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실적 부풀리기, 데이터 조작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황우석 사태를 염두에 둔 듯) 황우석 교수 이후에 우리 사회에 그런 시선이 많다. 기본적으로 학문적 발표에 대해서 검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나도 계속해서 데이터를 공개하고 검증을 받을 생각이다. 하지만 검증 전부터 “저거 가짜다.”라는 말은 안 했으면 한다. 앞으로 수개월간 아니 몇년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검증은 계속해서 받는 것이 ‘과학자의 책무’다. 신랄한 비판과 지적을 거부할 생각은 없다.(박 교수는 기자회견 때 “스스로 검증을 계속해 나가고 또 외부의 검증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이종이식학회 에마누엘레 코지 회장은 박 교수의 연구성과에 대해 “앞으로 이종간 장기이식은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이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랑 같아 그렇지만 2001년 한국학술원상을 받았다. 지속적으로 연구성과를 내야 받을 수 있는 상이다. 이번도 지속적인 연구과정의 결실이다. →앞으로 일정은. -일단 2012년 말까지 동물(원숭이)대상 실험을 마치고 2013년부터 사람을 상대로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2015년쯤에는 본격적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데 활용하고 싶은데 아직 딱 언제까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임상에 아내도 참여하게 할 생각이다. 물론 아내를 설득해야 하지만…. 주변에서 서두른다고 말을 많이 하는데 소아당뇨 환자들을 보면 한시라도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경쟁이 될 여지가 많다.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논문이 발표됐기 때문에 외국계 제약사 등에서 건드릴 여지도 있다. →이종간 장기이식 연구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얼마 전에 복지부에서 이종간 장기이식과 관련해 법제화를 검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검증이 안 된 단계에서 (정부에 대고) 뭘 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학계와 의료계의 검증이 마무리되면 그때 이종간 장기이식 연구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요구해도 늦지 않다. →의대교수로서 의사의 길보다 연구자의 길을 택했다. -스스로 생각하건대 좋은 의사가 되기는 힘든 성격이다. 병은 잘 본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의사가 기본적으로 환자를 이해하고 좀 따뜻하게 다가가야 하는데 내 성질이 별로 그렇지 못하다. 환자가 이거저거 물어보면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편이다. 그래서 연구소에 붙어 있었던 것 같다. 젊었을 때는 선배들한테 진찰실에 안 붙어있고 틈만 나면 연구실로 간다고 혼도 많이 났다. 그때는 진료가 먼저였다. →짬짬이 즐기는 취미는. -없다. 아니 있다. 술과 수다다. 바둑은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가르치려고 했는데 적성에 안 맞았다. 요즘 말로 ‘알까기’만 하다가 바둑알 다 깨뜨리고 그만뒀다(웃음). 나이 들고서는 골프를 배워 보려다 복잡하기도 했지만 시간도 많이 필요해 그만뒀다. 대신 술 마시고 제자들 하고 떠드는 걸로 스트레스를 많이 푼다. 저녁 먹으며 소주 몇잔 하고, 2차로 생맥주 한두잔 하면서 떠들면 안 좋은 일도 싹 잊혀진다. 주변에서는 “애들 모아놓고 뻥 친다.”고 놀리기도 하는데 일리 있다. 박 교수는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제자들과 소주를 마시러 간다고 했다. “지금의 결과물은 어떻게 어떻게 연구를 지속하다 보니 나왔다. 앞으로도 연구를 계속하다 보면 뭐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종교가 없어서 ‘신의 뜻’이니 뭐니 하는 말도 쓰기 싫다고 했다. 박 교수는 내년에 정년을 맞지만 서울대 측은 박 교수의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박성회 교수는 서울대 의대 출신의 병리학자로 갑상선암 전문가다. 서울대 석사와 박사과정에서도 병리학을 전공했다. 1985~87년 미국 하버드대의대 암연구소에서 면역학을 연구했다. 2000~2001년 대한면역학회 부회장과 회장을 맡기도 했다. 1999년 에밀 폰 베링 의학대상을, 2001년 면역학 연구로 대한민국 학술상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의대 병리학 교수다.
  • 팀쿡의 첫 작품 iOS5 ‘버그’ 망신

    애플의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OS)인 ‘iOS5’로 구동되는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가 조기 방전되는 원인이 ‘버그’(소프트웨어 결함)로 드러났다. iOS5가 애플의 새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팀 쿡 체제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애플은 2일(현지시간) iOS5를 탑재한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지속 시간이 짧아지는 오류를 공식 인정하고 수주 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패치를 배포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날 배터리 방전 문제를 개선한 iOS5.0.1 베타 버전을 개발자에게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업그레이드 버전은 몇 주 내 배포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로서는 아이폰4의 안테나 설계 오류로 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데스그립’ 현상에 이어 배터리 방전 문제가 불거지자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해 왔다. 지난달 12일 iOS5 출시 후 아이폰 3GS, 아이폰4와 4S 사용자들은 배터리 수명에 대한 불만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왔다. 듀얼코어를 탑재한 아이폰4S의 대기시간 자체도 200시간으로 짧지만 완전 충전 시에도 배터리 지속 시간이 10시간이 채 되지 않는 현상이 이어졌다. 정보기술(IT) 블로거들은 ‘24시간 자동시간 설정’ 기능 및 위치정보를 해제하는 임시 처방을 제시했지만 큰 효과는 없다는 게 일반 사용자들의 목소리였다.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자 애플이 조사에 착수했고 iOS5의 버그에 따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OS 자체의 오류로 인해 단말기 서버와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배터리를 과다 소비하게 되는 게 원인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아이폰4S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국내 삼성SDI와 LG화학, 일본 소니·산요 등 부품 공급사는 배터리 불량이라는 오해를 벗게 됐다.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쿡 CEO가 독선적이고 비밀주의를 선호했던 스티브 잡스와 달리 임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사내 자선 기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애플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잡스가 인수·합병(M&A)에 대비해 남겨둔 816억 달러 규모의 사내 유보금도 쿡 CEO가 주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울광장] 박원순시장 이젠 시민운동가 아니다/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박원순시장 이젠 시민운동가 아니다/최광숙 논설위원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정치나 행정을 업(業)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치·행정분야에서는 ‘아웃사이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거대한 서울시를 이끄는, 인사이더 중의 인사이더가 됐다. 아웃사이더 입장에서 정부 정책 등을 비판하기는 쉽다. 어떤 현안에, 어떤 문제 제기에도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인사이더가 되면 다르다. 주인된 자세로 책임 행정·책임 정치를 펴야 한다. 복잡하게 얽힌 갈등을 해결하고, 이해관계자의 충돌을 슬기롭게 풀어내야 한다. 아웃사이더가 관료사회에 들어오면 자칫 아마추어리즘에 빠지기 쉽다는 말을 많이 한다. 박 시장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당부하고 싶다. 첫째, 하루빨리 위치 전환하라. ‘을’(乙)의 위치에서 ‘갑’(甲)이 됐는데도 스스로 여전히 ‘을’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비판받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둘째, 균형 감각을 갖춰라. 어떤 정책이든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갖는다. 밖에서 부정적으로만 보던 편향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갖고 정책을 대해야 정책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중앙부처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시민단체 투사인 양 행동하는 바람에 청와대 등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적이 있다. 셋째, 공조직을 무력화하지 마라. 시민단체 출신들이 의외로 대화·소통에 약하다고 한다. 공조직의 수장인데도 담당 공무원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신의 의견이 최선이고, 그것을 밀고 나가는 것이 소신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조직의 자원이 골고루 배분되지 않고,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만 자원이 쏠린다. 박 시장이 법적 권한 기구도 아닌 정책 자문단에 예산안 짜기와 같은 중요 정책결정을 맡긴다는데, 이는 기존의 서울시 공무원들을 불신한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자 나아가 그 조직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넷째, 공무원을 불신하지 마라. 공무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들을 제치고 갈 수는 없다. 기존 조직과 융화돼 그들의 저항 없이 함께 가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초 공직 개혁을 한다고 칼을 내뽑았으나 대부분은 임기 중반쯤 되면 학계나 시민사회 출신보다 검증된 행정관료 중심으로 청와대 진용을 재정비한 것은 그래도 일을 시켜보면 공무원이 더 낫기 때문이다. 다섯째, 조직을 사유화하지 마라. 공조직에서 훈련되지 않은 이들이 갖는 공통점은 자신이 장(長)이 됐다고 자기 마음대로 인사하고,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인사·정책·예산 모두 법과 규정에 따라야 한다. 여섯째, 민원과 정책 제안을 구분하라. 박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라온 제안 등에 바로 답한다는데, 신선해 보일지 몰라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민심을 광범위하게 청취하는 것은 좋지만 걸러지는 장치 없이 응답하면 정책 혼선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 부처에서 대변인을 두고 정리된 부처 입장을 밝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청와대도 ARS 전화로 정책 제언 등을 받지만 99% 이상이 민원성 내용이라고 한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저서 ‘서울대 리더십 강의’에서 “실패한 리더 가운데 조직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가 많은데, 나만 똑똑하고 나만 잘나면 조직이 자신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도 거대 조직과 공직 사회를 무시하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성공한 시장이 될 수 있다. 박 시장이 시민운동을 할 때와 다른 행보를 한다고 결코 ‘변절’이 아니다. 관료사회의 패러다임을 빨리 익혀 시행착오나 정책 실패를 줄여 예산·행정력의 낭비를 막는 것이 시민을 위한 길이다. 그러려면 과거 지도자들이 성공신화에 빠져 독단적인 국정 운영을 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 자신의 성공적인 시민운동 경험에 대한 과도한 확신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bori@seoul.co.kr
  • 돌풍 ‘잡스 전기’ 이번엔 번역 논란

    돌풍 ‘잡스 전기’ 이번엔 번역 논란

    ●일부 독자 “미국판과 다르다” 제기 “이 책은 ‘성경’과 같은 수준의 번역 품질이 필요한 책이다. 그렇지 않다면 스티브 잡스 전기로서의 가치가 없다.” 고(故)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가 폭발적인 판매 속도만큼이나 유명세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판 원서를 읽은 독자들이 한국판의 번역 오류와 오탈자를 잇달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예컨대 실제 책상을 뜻하는 데스크톱(The metaphor they came up with was that of a desktop, 162쪽)을 컴퓨터로 번역했는가 하면, ‘잡스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인정한 딸 리사’(but Lisa was a daughter Jobs had abandoned and had not yet fully admitted was his, 160쪽)를 ‘리사는 잡스가 버리고도 자신의 자식임을 인정하지 않은 딸의 이름이었다.’라고 거꾸로 번역했다는 것이다. ●민음사 인터넷에 신고 게시판 448쪽의 ‘2001년 8월 잡스의 병세가 위중해’도 옥의 티로 지적됐다. 이는 ‘2011년 8월’의 오자다. 그러자 일부 독자들은 ‘번역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출판사에 리콜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초판보다는 (오류가 잡힌) 10쇄를 사야 한다.”는 냉소도 나온다. 지적이 잇따르자 ‘스티브 잡스’ 한국어판을 낸 민음사는 인터넷 카페에 신고 게시판을 개설해 번역 오류에 관한 내용을 접수받고 있다. 민음사 측은 “미국 출판사에서 보내 준 원고와 영문판이 일치하지 않아 벌어진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잡스를 독점 인터뷰한 저자 월터 아이작슨이 다른 해외 출판사에 원고를 전달한 뒤 미국 출판사와 편집 작업을 계속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원래 전달한 원고와 미세하게 차이가 생긴 부분에 대해 별도의 공지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번역자 “맥락에 중점… 큰 문제없다” “책 표지 사진을 잡스가 직접 골랐다.”는 내용이 미국판 서문에는 있는데 한국판에 없는 까닭도 “한국 출판사가 어떤 표지 사진을 고를지 모른다는 이유로 미국 쪽에서 수정된 서문을 전해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번역자 안진환씨는 “단어 하나하나를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는 저자의 표현을 준용하면서 맥락에 중점을 두고 옮기는 게 나은 번역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데스크톱은 컴퓨터로 번역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민음사 측은 단순 오탈자 등은 추가 인쇄 때 수정하겠지만 리콜 처리는 어렵다고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조선왕실의궤 반환 주역 환수위 사무처장 혜문 스님

    [김문이 만난사람] 조선왕실의궤 반환 주역 환수위 사무처장 혜문 스님

    ‘집 나간 부처가 돌아왔다’를 사자성어로 하면 뭘까. ‘환지본처’(還至本處)라는 말이 있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중생들은 이승에서 본래의 자리가 어딘지 몰라 우왕좌왕 헤맨다고 한다. ‘금강경’에 그 뜻을 풀이해놨다. 2010년 8월 10일 간 나오토 총리가 ‘한일강제병합 100년’과 관련된 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고 그에 따른 조치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귀중한 도서에 대해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 이른 시일에 인도하겠다.” 이는 2006년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4년간 지속적인 반환운동을 전개하고 한·일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협력해 이루어 낸 한·일관계의 중대한 일이었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사무처장 혜문 스님이 있었다. 일본 최고 두뇌 집단이라고 하는 도쿄대를 끈질기게 상대해 ‘조선왕조실록’을 찾아오고, 일본 권력의 중심인 일본 왕궁에 직접 들어가 조선왕실의궤를 목격한 뒤 반환의 결정적 역할을 했으니 말이다. 혜문 스님은 이 밖에도 도쿄 시내 오구라호텔에 있는 고려시대 문화재 ‘평양율리사지 오층석탑’ 환수 등 북한까지 포함시켜 한반도와 일본 사이의 문제로 그 영역을 확대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혜문 스님은 ‘문화재 제자리 찾기’와 ‘오류 바로잡기’ 운동가로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 몇 가지 흥미로운 예가 있다. 슈베르트의 가곡 ‘숭어’는 잘못된 번역이다. 하여 당국에 정정 신청을 내 ‘송어’라고 교과서에 고쳐놨다. 국보146호 청동방울은 당초 강원도에서 출토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혜문 스님은 추적 끝에 강원도가 아닌 충남 논산으로 올바르게 돌려놨다. 안동 도산서원에 심어진 금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것으로 돼 있으나 사실은 안동군수가 심었다는 것도 그가 새롭게 밝혀낸 일이다. 도산서원 준공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가서 금송을 심었는데 겨울이라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겁을 먹은 안동군수가 몰래 금송을 사다가 심었다는 것. 또 있다. 명성황후가 생전에 쓰던 표범가죽 양탄자의 행방을 찾아내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돼 있던 조선시대 기생 명월이의 생식기 표본과 백백교 교주 머리의 보존 중지 운동에도 앞장섰다. 그렇다면 스님이 이런 일을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문화재 제자리 찾기’ 사무실에서 스님을 만나 그 까닭을 먼저 물었더니 ‘환지본처’라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다시 “그래도 꾸준히 그런 일을 벌이기가 쉽지 않을텐 데요.”라고 했다. “누가 그러더군요. 교수나 공무원이 독립운동하는 것 봤냐고 말입니다.”라며 크게 웃는다. 그렇다면 문화재 환수를 위해 그동안 일본에만 40여 차례 오갔는데 경비는 어떻게 조달하느냐고 했다. “다 부처님 것이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에구, ‘도 닦은 스님’에게 괜히 물어봤나 보다. 이렇게 그의 말은 빨랐고 거침이 없었다. 호탕하게 웃는 것도 그랬다. 조선왕실의궤 환수운동은 어떻게 벌이게 됐을까. “2003년 저희 은사 스님인 철안 스님께서 경기도 봉선사 주지로 부임하셨습니다. 철안 스님은 불교문화재에 관심이 많으셔서 봉선사의 관할 사찰 중 27개의 전통사찰에 대한 문화재 현황 파악을 저에게 맡기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6·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멸실된 문화재의 현황이 그대로 드러나게 됐지요. 예를 들어 현등사 사리구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조선왕조실록’은 도쿄대가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됐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불법적인 유통경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따라 흩어진 문화재를 제자리로 되돌리려는 ‘제자리 찾기’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이렇게 탄력을 받은 혜문 스님은 ‘한·일협정 문서공개’와의 연관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으로부터 1432점의 문화재를 돌려받고 문화재 청구권을 포기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한·일협정 문서는 일부만 공개됐다가 2004년 완전 공개되는 과정에서 과연 1432점의 반환 문화재가 어떤 것들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세세하게 살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짚신, 막도장, 우체부 모자 등 문화재적 가치가 의심되는 것들을 보고 졸속 협상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됐다. “때마침 그 무렵 일본에 공부하러 갔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 일본에 있는 것을 알게 됐지요. 신물(神物)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을 문득 느꼈습니다. 일왕 궁내청에서, 1922년 진상품으로 건너와 일본인의 소유가 되어 버린 ‘조선의궤-명성황후 국장도감의궤’를 봤을 땐 더욱 그랬습니다. 원래의 소장처를 나타내는 ‘오대산’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더군요. 색을 화려하게 배합해 그려진 갖가지 그림은 1895년 일본인에게 죽임을 당한 뒤 무려 2년 2개월에 걸쳐 치러진 생생하고도 슬픈 ‘국장의 기록’들이었습니다.” ‘보인소의궤’란 책이 눈에 들어왔을 때도 그랬단다. 고종 13년(1876), 경복궁 교태전(交泰殿)에서 발생한 화재로 조선의 옥새가 소실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고종은 무위소(武衛所)라는 관청에 옥새와 인장을 새로 제조하도록 명령, 각종 보인 11과(科=개)가 제조돼 고종에게 헌상됐다. 이때의 제작과정을 낱낱이 기록한 종합보고서가 바로 ‘보인소의궤’(寶印所儀軌)로 이는 옥새 제작에 관한 유일한 자료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한민국 국새’ 제작도 ‘보인소의궤’에 근거해서 제작된다고 한다. 스님은 또 1897년 10월 13일 대한제국의 탄생과 관련된 중요한 의궤인 ‘대례의궤’란 책을 봤을 때도 ‘신물의 부름’으로 울컥했다고 말했다. “명성황후의 죽음은 한·일 간 피로 피를 씻었던 사건의 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항일의병,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 등 반일운동이 탄생하는 역사적 전환이 이루어집니다. 제가 살고 있는 봉선사와 명성황후의 능인 홍릉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신물의 부름이 아니겠습니까. 명성황후를 죽인 칼 ‘히젠도’를 후쿠오카에서 봤을 때는 ‘아 이것이 조선의 심장을 찌른 칼이구나’ 하는 생각에 피가 거꾸로 쏟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명성황후를 죽이고 국부검사를 자행한 기록 ‘에이조 보고서’를 입수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그는 현재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 가운데 고종의 갑옷과 투구 반환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조선시대 대대로 내려오던 임금의 투구가 일본에 있다는 것은 여전히 볼모로 잡혀 있다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군대가 싸울 때 적에게 깃발을 빼앗긴 것과 같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스님은 여러번 강조한다. “조선시대 군사권력의 최고 상징인 투구, 정치권력의 최고 상징인 임금의 관모 익선관(翼善冠·높이 19㎝)이 도쿄국립박물관에 아직까지 인질처럼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세요.” 스님이 던지는 말문마다 조목조목 비장함이 서려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까지 친일 논쟁만 했습니다. 누가 친일을 했느니 안 했느니 말입니다. 일본에서 들은 얘기지만 2000년 이후에야 직접 도쿄에 와서 ‘우리 문화재 내놓으라’고 일본 외무성을 압박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본 당국은 그런 사람들을 예의 주시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일본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장본인이거든요. 사실 우리가 직접적으로 문화재 환수 문제를 제기한 것은 너무 늦었습니다. 스스로 자기반성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 북·일 수교 때 대대적인 문화재 반환을 약속받아야 하는 것도 지금부터 바짝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일본은행에 있는 징용 노무자 공탁금 4조원이나 사할린 강제징용 문제 등도 말입니다.” 그에게 앞으로 남은 숙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50가지 오류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10가지밖에 못 했다.”며 웃는다. 대한제국을 선포한 환구단의 조경과 석등이 일본식으로 돼 있는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도 중국 갑옷과 일본도를 차고 있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조선왕실의궤도 원소장처인 오대산 제자리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칠 무렵 “백백교 교주의 머리가 오늘 화장을 하는데 염불하러 가야 한다.”며 바삐 자리를 떴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혜문 스님은 1998년 대한불교 조계종 25교구 본사 봉선사에 철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01년 부산 해운정사 금모선원에서 진제 스님을 모시고 수선안거를 한 이래 봉선사에서 정진하고 있다. 2004년 일본 교토 유학 중 ‘조선왕조실록’이 도쿄대에 소장돼 있음을 확인한 후 ‘조선왕조실록환수위’를 구성, 반환운동에 앞장섰다. 2006년 9월 ‘조선왕실의궤환수위’를 조직해 4년에 걸친 운동을 전개, 일본 정부로부터 1205점의 문화재를 반환받게 했다. 그 외에도 6·25 전쟁 당시 미군 병사가 약탈했던 ‘표범카펫’의 행방에 문제를 제기, 60년 동안 박물관수장고에 있던 것을 찾아냈으며 보스턴미술관 소장 라마탑형 사리구 반환운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과 조선왕실의궤환수위 사무처장 등을 맡고 있다.
  • [고시 Q&A] 부동산 중개 전문가가 시험출제 심사위원 22명이 이의신청 심사

    Q:공인중개사 시험에서 해마다 출제 오류 논란이 있는데 도대체 공인중개사 시험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출제하나요? 공정하게 출제되고 있는 건가요?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A:공인중개사시험 출제위원은 부동산 중개업무 및 관련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선정합니다. 자격요건은 ▲4년제 대학의 전임강사 이상이거나 사이버대학이나 전문대학의 조교수급 이상인 자 ▲공무원 가운데 5급 이상으로 관련 분야에 정통한 자 ▲관련 분야 연구기관 선임연구원급 이상 ▲석사학위 이상의 소지자로서 중개업무에 관한 연구실적·전문경력이 인정되는 자 ▲중개업무에 관한 실무경력 10년 이상인 자입니다. 이때 학원강사나 관련 문제집 집필자 등은 추천에서 배제됩니다. 시험출제위원은 매년 50% 이상 교체되고 매 회 최소 110명으로 구성됩니다. 이 가운데 50명은 사전출제위원으로 문제 풀(Pool)을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문제를 놓고 과목별 출제위원 38명이 선별합니다. 공정성을 기하려고 기출문제나 수험서에 나온 문제를 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후 이의신청에 대해서는 22명의 또 다른 시험위원들이 심사합니다. 또 이의신청에 대한 추가 심사가 필요할 때는 추가 심사위원이 선발돼 재심사하게 됩니다. 출제위원들은 부산에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발간센터에서 시험 13일 전부터 외부와 접촉을 끊고 문제를 출제합니다. 공단 관계자는 “다른 국가직 시험에서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심사위원의 70~80%가 동의해야 정답이 변경되지만 공인중개사 시험은 50%만 넘어도 정답으로 인정하는 등 수험생 입장에서 이의신청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무원 임용 시험이나 국가기관이 시행하는 각종 자격시험에 대해 궁금한 내용을 이메일(ky0295@seoul.co.kr)로 보내 주시면 매주 목요일 자 ‘고시&취업’ 면에 답변을 게재하겠습니다.
  • 공인중개사 시험정답 오락가락

    공인중개사 시험정답 오락가락

    지난 23일 치러진 올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또다시 출제오류 논란이 일고 있다. 출제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의제기 마감기간인 이달 30일을 못 기다리고, 24일 ‘가답안-수정(답안)’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23일 ‘가답안’을 올린 지 하루 만이자, 22년 공인중개사 시험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공단 관계자는 “단순한 답안기재 실수”라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이의신청이 오면 정답심사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판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합격자에서 불합격자가 된 수험생들은 “가답안을 심사를 거치지 않고 멋대로 바꾸는 것은 자신들의 실수를 은근슬쩍 덮으려고 정해진 규정을 무시하는 행위”라면서 “공단의 실수이므로 공단이 책임져야 한다. 합격처리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이뿐만 아니다. 26일까지 랜드스파·에듀윌 등 공인중개사 전문학원 9곳에서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이의제기만도 1차 시험 4문제, 2차 시험 7문제 등 10문제가 넘는다. 수험전문가들은 “공인중개사 시험은 매년 10만명 내외가 치르는 절대평가 시험이라, 한 문제가 곧바로 수백명의 당락을 결정짓는 변수로 작용한다. 시험출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09년 행정심판 때도 한 문제의 정답이 변경되자, 1차시험 714명, 2차시험 187명 등 901명의 불합격자가 합격자로 처리됐다. 이 때문에 올해도 당락의 문턱에 선 응시생들은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질지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 시험의 최종합격자 발표는 다음 달 23일로 예정돼 있다. 논란이 되는 가답안의 정답이 변경된 문제는 2차 시험 A형 5번이다. 공단은 ‘공인중개사법령상 설명이 옳은 것이 몇 개인지’를 묻는 이 문제의 정답을 4번 ‘3개’에서 3번 ‘2개’로 변경했다. 공인중개사무소에 공인중개사자격증 사본이 아닌 원본을 걸어야 하는지, 시·도지사에게 인가받는 것이 아니라 신고해야 하는 것인지 등 기본적인 법령내용을 묻는 문제로 출제에 오류가 있는 게 아니라 정답을 잘못 발표해 생긴 문제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와 달리 2차 시험 A형 83번 문제는 대표적인 출제오류 문제라는 것이 전문학원들의 설명이다. 한 개인의 대지가 준주거지역 800㎡와 일반상업지역(일반미관지구) 400㎡에 걸쳐 있을 때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의 최대 총넓이를 구하는 문제다. 660㎡를 기준면적으로 그 이하일 때는 더 넓은 대지가 속한 지역의 규정을, 660㎡를 초과할 때는 각각의 지역의 규정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건축물이 미관지구에 걸쳐 있을 때는 미관지구의 규정을 따른다는 예외 규정도 있다. 이 때문에 일반상업지역 규정이나 일반미관지구 규정 모두 적용이 가능해 정답으로 제시된 2번과 함께 5번도 복수정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 밖에도 A형 기준으로 1차 시험에서는 9, 38, 39,79번 문제 등이, 2차 시험에서는 8, 18, 33, 76, 114번 등이 주로 시빗거리다. 공단은 이의가 제기된 문제에 대해 과목별로 4~6명의 전문가에게 검증을 의뢰할 방침이다. 한편 최근 출제오류 때문에 최종 정답이 변경된 건수는 2008년 4건, 2009년 3건, 지난해 4건 등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선관위, 박원순 공보물 학력 정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박원순 범야권 후보의 선거공보물에 기재된 학력을 정정하는 내용의 결정문을 26일 서울 2206개 전 투표소에 게재하기로 했다. 현재 박 후보의 벽보 등에는 ‘서울대 문리과 대학 1년 제적’으로 표기돼 있다. 선관위는 이 가운데 ‘문리과 대학’을 ‘사회계열’로, ‘제적’을 ‘제명’으로 정정하라고 결정했다. 서울대 전산 오류로 인한 정정이라는 사유도 명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박 후보의 선거공보물에 기재된 학력이 허위라며 선관위 측에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박 후보 측 송호창 대변인은 “서울대 측의 실수로 발생한 일로, 등록 당시 문제 삼지 않았던 선관위가 이제 와서 문제가 있다며 선거 당일 정정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건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7)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7)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기억의 보편적 원리 중 하나는 실제 회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기억을 못 하는 것은 저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재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199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연보 2003년 3월 23일 새벽 인천 중구의 한 무역회사 사무실. 이곳 사장 K(당시 46세·여)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무슨 원한에서인지 범인은 잔혹하게도 그녀의 몸을 17차례나 반복해 공격했다. 사인은 다발성 자창(刺創). 과다출혈로 말미암은 쇼크가 그녀를 죽음으로 이끌었다. 감식반은 몇 번이고 현장을 뒤졌지만 혈흔도, 지문도, 족적도 찾을 수 없었다.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들 수 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어렵사리 목격자를 한 명 찾아냈다. 사건이 나던 날, 옆 건물에서 야간 경비를 섰던 A씨였다. A씨는 자정 무렵 문제의 사건 현장으로 누군가 차를 몰고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았다. 차의 번호는 물론이고 종류나 색상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피곤함에 지친 야간 경비원이 옆 건물까지 챙길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지능적인 범인은 칠흑 같은 밤 차의 미등까지 끈 채 차를 몰았다. 경찰은 A씨의 동의를 얻어 법최면(Forensic Hypnosis) 수사를 시도했다. 흐릿한 그의 기억 속에서 범인의 흔적을 끌어낼 마지막 기회였다. “시간을 5일 전으로 돌립니다. 당신은 야간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최면 상태에 들어간 A씨의 뇌는 사건에 관한 정보를 기대 이상으로 많이 담고 있었다. 언뜻 보긴 했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 뇌 한쪽에 묻어 두었던 기억들이다. 법최면은 이런 기억의 파편을 의식의 세계로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A씨는 차량이 들어온 시간을 22일 밤 11시 40분쯤으로 기억해 냈다. 주차 후 차에서 내려 회사로 들어가는 용의자의 뒷모습도 기억해 냈다. 평소에 보던 옆 회사 직원은 아니라고 했다. 최면 수사관은 다시 A씨의 기억을 23일 새벽 1시 30분으로 되돌렸다. 앞서 낯선 차가 빠져나갔다고 진술한 시간이다. 그렇게 기억의 실타래를 찾는 도중 A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남자가 황급히 나와 시동을 걸고 있어요. 화물차와 부딪칠 뻔하면서 급브레이크를 밟았어요. 어어… 차의 모습이 보여요.” A씨의 뇌는 용케도 브레이크 등이 켜지는 찰나 잠시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동차를 기억하고 있었다. 차는 빨간색, 일반 세단과 달리 트렁크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또 다른 목격자가 있음을 기억해 냈다. 부딪칠 뻔한 화물차 운전사였다. 경찰은 해당 차량을 수배했다. ●잘못된 정남규 몽타주 바로잡아 법최면은 범죄 수사에 최면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건 현장에 단서는 없고 목격자나 피해자만 있을 때 최면을 걸어 희미한 기억을 구체화하고, 이를 통해 수사에 필요한 단서를 끌어내는 수사 방식이다. 최면은 이렇게 뇌 어딘가에 숨어 있는 기억을 끌어내는 단서를 제공한다. 강호순과 정남규, 유영철까지 최근 초강력 흉악범죄 수사에는 모두 최면 수사가 활용됐다. 아직 최면을 통해 얻어낸 목격자 진술의 법적인 증거 능력은 없다. 단, 모아 낸 증언을 통해 악마의 퍼즐과도 같은 사건을 재현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증거를 잡아내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최면 수사가 ‘기억의 왜곡’을 수정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몽타주다. 보통 범죄 피해자들이 기억하는 범인의 얼굴은 실제보다 험상궂다. 두려움의 기억이 용의자의 인상을 더욱 나쁘게 만드는 것이다. 법최면은 이런 오류를 최대한 보정한다. 실제 비 오는 목요일의 살인자로 불린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범 정남규도 이렇게 만든 몽타주에 꼬리가 밟혔다. 2004년 2월 주택가 뒷골목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됐다. 며칠 후 한 30대 남자가 현장 근처 중국집을 찾아왔다. 며칠 전 여자가 죽지 않았느냐고 물은 그는 주변을 서성이다 사라졌다. 경찰은 범행 현장을 다시 찾은 범인이라고 여겨 중국집 종업원에게 최면 수사를 시행했다. 중국집 종업원의 최면 속에서 떠올린 얼굴. 2년 후 정남규를 잡은 수사관들은 깜짝 놀랐다. 몽타주가 그야말로 판박이였다. ●범인·비밀 있는 사람은 최면 잘 안걸려 그럼 최면은 누구에게나 통할까. 답은 ‘아니오’다. 최면은 무의식 속에서 기억을 찾아내는 작업이지만 그렇다고 혼수상태처럼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최면에 절대 걸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에겐 최면을 걸 수 없는 이유다. 어렵게 최면을 거는 데 성공한다 해도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에 대해선 입을 닫는다. 이 때문에 범인 또는 경찰에게 뭔가 숨기고 싶은 사람에게 최면 수사는 무의미한 결과만을 가져온다. 10년 전인 2001년 5월 19일 서울 성동구 주택가에서 토막 난 4세 여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9일 전 실종된 아이였다. 다시 3일 뒤 경기 광주의 한 여관에서 아이 시신의 나머지 부분이 발견됐다. 그 방에 투숙했던 손님이 놓고 갔다고 본 경찰은 범인의 인상착의를 알아내기 위해 여관 여종업원에게 최면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경찰은 최면 수사를 포기했다. 최면 유도가 반복됐지만 여종업원은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여종업원은 최면에 빠지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최면 유도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최면 수사관은 담당 형사에게 “여자가 뭔가 수상하다.”고 귀띔했다. 수상한 여성의 진실은 일주일 후 범인이 잡히고 나서 밝혀졌다. 종업원은 여관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성은 범인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간의 성매매 사실이 경찰에 발각될 것이 두려워 스스로 뇌를 굳게 닫은 채 최면을 거부했던 것이다. ●최면은 ‘마법의 물약’아닌 연구해야 할 과학 최면 유도에는 개인차도 있다. 이를 최면감수성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감정 표현이 자유롭고 집중력이 강한 배우나 가수 등 연예인은 최면에 잘 걸린다. 반면 매사에 의심이 많고, 비판적인 판검사, 형사, 기자 등의 직업군은 최면에 잘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치는 않지만 최면이 걸린 상황에서 거짓말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를 속여 마음속에 거짓을 진실이라고 각인해 놓은 경우다. 단언컨대 최면은 판타지 영화 ‘해리포터’ 속의 ‘베리타세움’(진실을 말하게 하는 마법의 물약)이 아니다. 오히려 더 연구하고 개발해야 할 ‘과학’이다. 그만큼 철저한 전문가 양성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토막살인 범인 잡으려 여관女에 최면 걸었더니…

    토막살인 범인 잡으려 여관女에 최면 걸었더니…

    “기억의 보편적 원리 중 하나는 실제 회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기억을 못하는 것은 저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재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199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연보 중에서> 2003년 3월 23일 새벽 인천 중구의 한 무역회사 사무실. 이곳 사장 K씨(당시 46세·여)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무슨 원한에서인지 범인은 잔혹하게도 그녀의 몸을 17차례나 반복해 공격했다. 사인은 다발성 자창(刺創). 과다출혈로 말미암은 쇼크가 그녀를 죽음으로 이끌었다. 감식반은 몇 번이고 현장을 뒤졌지만 혈흔도, 지문도, 족적도 찾을 수 없었다.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들 수 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어렵사리 목격자를 한 명 찾아냈다. 사건이 나던 날, 옆 건물에서 야간경비를 섰던 A씨였다. A씨는 자정 무렵 문제의 사건 현장으로 누군가 차를 몰고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았다. 차의 번호는 물론이고 종류나 색상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피곤함에 지친 야간 경비원이 옆 건물까지 챙길 이유는 없었다. 지능적인 범인은 칠흙 같은 밤 차의 미등까지 끈 채 차를 몰았다. 경찰은 A씨의 동의를 얻어 법최면(Forensic Hypnosis) 수사를 시도했다. 흐릿한 그의 기억 속에서 범인의 흔적을 끌어낼 마지막 기회였다. “시간을 5일 전으로 돌립니다. 당신은 야간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최면상태에 들어간 A씨의 뇌는 사건에 관한 정보를 기대 이상으로 많이 담고 있었다. 언뜻 보긴 했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 뇌 한쪽에 묻어 두었던 기억들이다. 법최면은 이런 기억의 파편을 의식의 세계로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A씨는 차량이 들어온 시간을 22일 밤 11시 40분쯤으로 기억해 냈다. 주차 후 차에서 내려 회사로 들어가는 용의자의 뒷모습도 기억해 냈다. 평소에 보던 옆 회사 직원은 아니라고 했다. 최면 수사관은 다시 A씨의 기억을 23일 새벽 1시 30분으로 되돌렸다. 앞서 낯선 차가 빠져나갔다고 진술한 시간이다. 그렇게 기억의 실타래를 찾는 도중 A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남자가 황급히 나와 시동을 걸고 있어요. 화물차와 부딪힐 뻔하면서 급브레이크를 밟았어요. 어어…차의 모습이 보여요.” A씨의 뇌는 용케도 브레이크 등이 켜지는 찰나, 잠시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동차를 기억하고 있었다. 차는 빨간색, 일반 세단과는 달리 뒷 트렁크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또 다른 목격자가 있음을 기억해 냈다. 부딪칠뻔한 화물차 운전사였다. 경찰은 해당 차량을 수배했다.   ●악마의 퍼즐 맞추기…잘못된 기억을 보정하라 법최면은 범죄수사에 최면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건 현장에 단서는 없고 목격자나 피해자만 있을 때 최면을 걸어 희미한 기억을 구체화하고, 이를 통해 수사에 필요한 단서를 끌어내는 수사방식이다. 최면은 이렇게 뇌 어딘가에 숨어 있는 기억을 끌어내는 단서를 제공한다. 강호순과 정남규, 유영철까지 최근 초강력 흉악범죄 수사에는 모두 최면수사가 활용됐다. 아직 최면을 통해 얻어낸 목격자 진술의 법적인 증거능력은 없다. 단, 모아낸 증언을 통해 악마의 퍼즐과도 같은 사건을 재연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증거를 잡아내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최면수사가 ‘기억의 왜곡’을 수정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몽타주다. 보통 범죄 피해자들이 기억하는 범인의 얼굴은 실제보다 험상궂다. 두려움의 기억이 용의자의 인상을 더욱 나쁘게 만드는 것이다. 법최면은 이런 오류를 최대한 보정한다. 실제 비오는 목요일의 살인자로 불린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범 정남규도 이렇게 만든 몽타주에 꼬리가 밟혔다. 2004년 2월 주택가 뒷골목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됐다. 며칠 후 한 30대 남자가 현장 근처 중국집을 찾아왔다. 며칠 전 여자가 죽지 않았느냐고 물은 그는 주변을 서성이다 사라졌다. 경찰은 범행 현장을 다시 찾은 범인이라고 여겨 중국집 종업원에게 최면수사를 시행했다. 중국집 종업원의 최면 속에서 떠올린 얼굴. 2년 후 정남규를 잡은 수사관들은 깜짝 놀랐다. 몽타주가 그야말로 판박이였다. ●최면과 해리포터의 마법의 물약 그럼 최면은 누구에게나 통할까. 답은 ‘아니오’다. 최면은 무의식 속에서 기억을 찾아내는 작업이지만 그렇다고 혼수상태처럼 전혀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최면에 절대 걸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에겐 최면을 걸 수 없는 이유다. 어렵게 최면을 거는 데 성공한다 해도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에 대해선 입을 닫는다. 이 때문에 범인 또는 경찰에게 뭔가 숨기고 싶은 사람에겐 최면수사는 무의미한 결과만을 가져온다. 10년 전인 2001년 5월 19일 서울 성동구 주택가에서 토막 난 4세 여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9일 전 실종된 아이였다. 다시 3일 뒤 경기 광주의 한 여관에서 아이 시신의 나머지 부분이 발견됐다. 그 방에 투숙했던 손님이 놓고 갔다고 본 경찰은 범인의 인상착의를 알아내기 위해 여관 여종업원에게 최면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몇시간 후, 경찰은 최면수사를 포기했다. 최면유도가 반복됐지만 여종업원은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여종업원은 최면에 빠지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최면유도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최면 수사관은 담당 형사에게 “여자가 뭔가 수상하다.”고 귀띔했다. 수상한 여성의 진실은 일주일 후 범인이 잡히고 나서 밝혀졌다. 종업원은 여관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성은 범인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간의 성매매 사실이 경찰에 발각될 것이 두려워 스스로 뇌를 굳게 닫은 채 최면을 거부했던 것이다. 최면유도에는 개인차도 있다. 이를 최면감수성이라고 불린다. 일반적으로 감정표현이 자유롭고 집중력이 강한 배우나 가수 등 연예인은 최면에 잘 걸린다. 반면 매사에 의심이 많고, 비판적인 판·검사, 형사, 기자 등 직업군은 최면에 잘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치는 않지만 최면이 걸린 상황에서 거짓말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를 속여 마음 속에 거짓을 진실이라고 각인시켜 놓은 경우다. 단언컨대 최면은 판타지 영화 ‘해리포터’ 속의 ‘베리타세움’(진실을 말하게 하는 마법의 물약)이 아니다. 오히려 더 연구하고 개발시켜야 할 ‘과학’이다. 그만큼 철저한 전문과 양성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18) 치밀한 남편 ‘전류반’은 못 숨겼네 찌릿찌릿 전기충격기 자국이 완전범죄 밝혀내다 19) 두려움이 만든 ‘자기 폭력적 자살’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여성 시신 2구의 잔인한 진실게임…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그 남자 노리는 ‘한밤 통증’… 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 22) 70% 부패한 시신… 말없이 증언하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의 240㎜ 운동화 용의자 중엔 없는데…60대 노인의 트릭이었다 별무늬 자국의 비밀 24) 택시강도의 진실…흙탕물이 살인자를 지목하다 25) 담배꽁초에 묻은 립스틱 DNA 검사해보니 살인 현장에 남은 ‘그 남자’의 립스틱 26) 목졸려 숨진 60대 시신 크게 훼손됐는데…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 23일 공인중개사 1·2차 시험 “핵심 법조문 중심으로 마무리… 과락 없어야”

    23일 공인중개사 1·2차 시험 “핵심 법조문 중심으로 마무리… 과락 없어야”

    “만점 받으려고 하기보다 평균 60점 이상 받아 합격하는 걸 목표로 공부해라.” 제22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의 1, 2차 필기시험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해 제21회 시험의 최고령 합격자 최창기(73·경기도 구리시 교문리)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시험은 23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전국 6개 본부 18개 지사에서 1, 2차 시험이 연이어 치러진다. 1차 시험은 ‘부동산학개론’, ‘민법 및 민사특별법 중 부동산 중개에 관련되는 규정’ 등 2과목이 100분 동안, 이어지는 2차 시험은 ‘공인중개사 임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령 및 중개실무’, ‘부동산공시에 관한 법령 및 부동산 관련 세법’, ‘부동산공법 중 부동산 중개에 관련되는 규정’ 등 3과목이 150분 동안 치러진다. 과목당 문제수는 40개다. 100점 만점인데 과목별 40점 이상, 평균 60점 이상 득점하면 최종합격이다. 합격자 발표는 다음 달 23일로 예정됐다. 최씨는 “시험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저것 공부범위를 넓혀가는 것보다 실수를 줄여 잘 못하는 과목은 낙제점인 40점 이상을 맞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자신있는 과목에서 필요한 높은 점수를 받으면 평균 60점 이상 받아 합격할 수 있다.”면서 “자신이 잘 아는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험 직전까지 법조문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소 시험에 대비하면서 간추려 놓은 핵심 법조문을 보면서 정확한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기출문제를 보는 것보다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논란이 되는 법조문이나 판례는 사후에 출제오류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비가 없는 것 위주로 공부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개인사업을 하던 최씨는 수년 전 건강문제로 은퇴하고, 경매·공매 등의 부동산 상담사 일을 하려고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했다. 수험생 인터넷 커뮤니티의 동영상 강의를 중심으로 공부해 고령의 나이에도 두 번 만에 공인중개사시험에 합격했다. 한편, 이번 시험의 지원자는 8만 9759명으로 지난해 12만 7459명보다 30% 정도 줄었다. 지원자가 10만명 밑으로 떨어진 건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공인중개사 시험 지원자는 1997년 12만 485명으로 10만명을 넘고서 2002~2004년에는 20만명을 훌쩍 넘기도 했지만, 그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지원자가 가장 적었던 해는 제3회 시험인 1987년으로 2만 6457명이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CEO 칼럼] ‘최선’이라는 경쟁력/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CEO 칼럼] ‘최선’이라는 경쟁력/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실력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내 경우가 그렇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란 사람은 특별한 재주가 없다. 좋은 부모, 좋은 선생님, 좋은 상사, 좋은 부하직원을 만나 오늘의 내가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아라고 자부한다. 은행에서 송인상씨나 홍승희씨 같은 훌륭한 상사를 만나 나랏일을 하게 된 것도, 아버지께서 잘 일궈 놓은 샘표를 이어받은 것도, 예순 해를 넘기도록 샘표가 무적자를 기록하며 국민기업으로 인정받은 것도, 아흔의 나이에도 건강한 것 모두 운이 따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일들은 모두 내 의지와 별개로 찾아온 기회이다. 물론 우리네 인생사는 얽히고설킨 실타래와도 같아 오늘 내가 한 노력이 언제, 어느 때, 어떤 열매로 맺어질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에게 일어난 일들은 일정 정도 나의 노력과 책임이 동반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굳이 운을 강조하는 것은 내가 들인 노력에 비해 보다 값진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런 운들로 인해 나는 내 능력보다 더 괜찮은 사람으로 비춰졌고, 또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게 됐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인정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인정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전까지는 늘 내 자신이 불만스러웠다. “왜 더 잘하지 못했을까?” “더 열심히 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인정하고 나니 불만은 가시고 할 일이 보였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자!” 잘난 것 없는 내가 믿을 거라고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아무리 못나도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사람은 없다. 사실 그 전까지 나는 최선보다는 최고를 지향했다. 그래서 사회 생활 초반에는 다른 이에게 인정받으면 마음이 흐뭇했고, 그것을 통해 “아, 내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느끼곤 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이것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서 주변 사람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모범이 된다는 증거일 터이다. 만약 반대로 주변 사람에게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면 거기에는 또한 응당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다만 ‘최고’라는 것은 상대방과 비교할 때 의미가 있으므로, 최고를 지향하다 보면 자꾸 나를 남과 비교하게 되는 것이 큰 문제이다. 알다시피 남과의 비교처럼 끝이 없는 일이 없으므로 그러다 보면 결국 과정은 소홀히 한 채 결과에만 치중하게 되는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반면 ‘최선’은 상대방과 관계없이 나 스스로가 내리는 평가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일이다. 그래서 비록 결과는 좋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또 최선을 다한 결과 최고에 이르렀다면 그것의 값진 이면도 헤아려 더욱 만족하게 된다. 최고 혹은 최선을 지향하는 것은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은 아니며 각자의 생각에 맡겨야 할 일일 것이다. 어느 것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삶의 자세도 달라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최선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이르는 최고가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밝혀두고 싶다. 어느 해인가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일본 마라톤 선수의 말은 최선을 다하는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조금만 더 분발했더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합니다. 저는 비록 동메달을 땄지만 정말로 최선을 다한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이 말을 들으며 나는 먼 훗날 내 삶을 돌아볼 때 열심히 산 나를 칭찬해주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 바 있다. 마지막 순간 비록 내가 원했던 것을 모두 이루지는 못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실천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면 태어난 몫은 하고 떠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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