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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미디어, 아프리카 재현방식 바꿔야 한다/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미디어, 아프리카 재현방식 바꿔야 한다/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지난해 한 구호개발단체로부터 한국의 미디어들이 아프리카를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를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언론의 사회적 현실 구성에 관한 연구가 전공이기도 하지만, 집의 아이들이 해외와 국내 구호단체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내고 있는 터라 선뜻 받아들였다. 먼저, 다국어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뒤졌다. 아프리카는 지표 표면의 6%와 육지면적의 20.4%를 점유하고, 54개의 자치 국가에 세계 인구의 15%인 11억명 이상(2013년 기준)이 살고 있는 거대한 대륙이었다. 하지만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아프리카의 교류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규모에서 아프리카 지역 수출액(111억 달러)과 수입액(57억 달러)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99%와 1.12%(관세청·수출입무역통계 자료)였고, 아프리카 대륙 출신 등록외국인 숫자는 6382명으로 전체의 0.68%(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2012년도 출입국 통계연보’)에 불과했다. 아프리카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된 현실에서 대개의 한국인들은 미디어를 통해 관련정보를 학습한다. 그리고 미디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아프리카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 우리의 머릿속에 형성되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미디어의 묘사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미디어가 아프리카의 객관적 현실을 충실히 전달한다면 실제의 아프리카와 머릿속에 그려진 아프리카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미디어가 특정 측면에만 주목할 경우 우리는 왜곡된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2012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신문과 방송의 뉴스를 분석해보니 아프리카 국내 정치상황이나 외교문제를 다룬 기사가 70%에 달했다. 정치의 경우 쿠데타, 내전, 폭동, 정부군과 반군의 무력 충돌에 관한 내용이, 그리고 외교는 외국인 인질 참사, 리비아 사태에 대한 유엔 제재, 나이지리아 한국인 납치 사건, 유럽의 아프리카 정치 개입, 소말리아 해적 등이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전근대적인 정치체제와 권력자의 독재, 내전으로 인한 불안정, 이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 등 우리 미디어에 비추어진 아프리카는 폭력과 갈등으로 가득한 위험사회였고, 아프리카인들은 서방세계의 지원 없이는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였다. ‘갈등·폭력·배고픔으로 가득한 아프리카’, ‘외부의 도움 없이는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무능력한 아프리카인’이라는 이미지는 뉴스와 광고 그리고 모금방송에 의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프리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미디어 묘사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초등학생·중고등학생·대학생·성인들을 대상으로 초점집단인터뷰를 진행했더니 서두에 언급한 아프리카 관련 기초 정보를 알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아프리카를 실제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마치 직접 체험한 것처럼 머릿속의 이미지를 현실로 인식하고 있었다. 초점집단인터뷰 참가자들의 답변은 연령층에 관계없이 유사했다. 그런데 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한 경험이 있거나 다큐멘터리와 같은 진지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시청한 이들 혹은 아프리카 문화를 체험한 학생들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이들에게 아프리카는 폭력과 배고픔이 만연한 검은 대륙이 아닌 다양성이 가득하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 푸른 대륙이었다. 전문가들은 언론인들의 무지와 자민족 우월주의가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적 관점을 확대 재생산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갈등과 인간적 흥미에 높은 뉴스가치를 부여하는 언론의 관행 또한 아프리카 묘사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소말리아의 기근과 수단의 난민이 아프리카 전체의 문제가 아니듯이, 일부 지역의 사건을 일반화하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프리카 개별 국가의 정치·사회적 배경과 역사적 맥락에 관심을 갖고 외부 관찰자 관점이 아닌 내부자 관점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조명하려고 노력할 때 미디어는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주범이라는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다.
  • SKT 통신장애 원인…SK텔레콤 손해배상 방안은?

    SKT 통신장애 원인…SK텔레콤 손해배상 방안은?

    ‘SK 통신장애 원인’ ‘SK텔레콤 손해배상’ ‘SKT 장애’ ‘SKT 보상’ SK텔레콤(SKT)의 네트워크에서 20일 저녁부터 장애가 발생해 일부 이용자들이 밤 늦게까지 통화를 할 수 없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SKT는 자사의 일부 통화 망이 이날 오후 6시쯤부터 약 24분간 장애를 일으켜 특정 국번대의 고객들이 통화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통화망 장애는 오후 6시 24분쯤 복구가 됐지만 이후 전화가 몰릴 것에 대비한 과부하 제어가 이뤄지면서 실제 통화 불편은 밤늦게까지 계속됐고 일부 지역은 21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 일부 이용자에게 전화를 걸면 ‘결번(없는 번호)’이라고 나오거나 아무런 신호음이 없이 전화가 끊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장애는 서울은 물론이고 전남과 광주 등 지방에서도 발생했다. 일부 이용자는 음성 통신뿐 아니라 데이터 송수신도 안 됐다고 밝힌 만큼 이메일이나 지도, 내비게이션 등 데이터 서비스 이용에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SKT 망을 이용한 택시 등의 결제 서비스도 일부 마비돼 이용자들이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 SKT는 이번 장애가 전화를 거는 상대의 위치를 찾아주는 HLR(가입자 확인 모듈)이라는 장비에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LR은 통신망의 기본 장비로 업계 전문가들은 “HLR은 고장이 나선 안 되는 핵심 장비인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는 건 심각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한 업계 전문가는 “119 등 긴급 전화 먹통으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던 상황”이라면서 “이중 삼중으로 운영해야 할 핵심 장비인 HLR에 문제가 생긴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복구 시간이 길어지는 등 SKT의 운영 관리 체제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지를 하기 전까지 SKT는 언론사들이 통신장애 여부를 물을 때에도 “6시 25분쯤 복구가 완료됐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홍보실 직원 상당수의 휴대전화 역시 먹통이 된 탓에 먹통 사태 여부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확인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복구가 완료됐다고 공지한 뒤에도 5시간 넘게 장애가 계속된 점도 의문이다. SKT는 “통신망을 복구한 뒤 통화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통화량 급증으로 인한 통화 장애가 대체로 10여분 내외였던 점을 감안하면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통신 장애가 계속되자 SKT는 21일 오전 1시가 넘어서야 “통화시도가 급증해 (과부하가 걸릴 것을 우려해)트래픽 제어를 실시했다”이라고 털어놨다. 통신장애와 관련해 궁금증을 가진 가입자들이 검색 사이트 등을 통해 SKT 홈페이지에 한꺼번에 접속하면서 홈페이지도 한때 마비됐다. SKT는 장애가 처음 발생한 지 5시간 만인 24일 오후 11시쯤 보도자료 형식으로 언론에 사과문을 보내 “일부 고객님들께 발생한 음성·데이터 통화 장애로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정확한 원인과 피해 규모가 파악되는 즉시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용자들의 불만은 폭주하고 있다. SKT는 지난 13일에도 한 차례 데이터 통신 장애로 고객 불편을 초래한 바 있다. 이번 통신 대란으로 인한 피해보상 논란도 급부상하고 있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적어도 수십만명 이상이 통신 장애를 겪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T의 계약 약관을 보면 SKT의 귀책사유로 일일 3시간 이상, 월 누적 6시간 이상 이동통신서비스에 장애를 겪을 경우 해당 기본료의 6배 이상을 보상금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가입자별로 통신 장애를 겪은 시간에 편차가 있는 탓에 피해보상 대상자 여부를 놓고 가입자와 SKT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SKT 통신장애 사태에 네티즌들은 “SKT 통신장애, 통화품질 1위 노래하더니 이게 뭐냐”, “SKT 통신장애, 가입자 수 1위 통신사가 먹통에 대응도 겨우 이 정도였다니”, “SKT 통신장애, 보상도 제대로 하고 이렇게 할 거면 요금도 내려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능성 봤다! 정책청문회

    가능성 봤다! 정책청문회

    19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는 정책 청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한은 총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2012년 한은법 개정에 따라 도입돼 이 후보자에게 처음 적용됐다. 단골 주제인 재산, 병역 등에서 이렇다 할 흠이 드러나지 않아 이날 청문회는 ‘신상 털기’보다는 정책 검증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장에서 가장 궁금해한 대목은 이 후보자의 ‘성향’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차분한 성품대로 좀체 색깔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가와 성장의 균형 있는 조합이 중요하다”, “금리를 결정할 때는 가계 부채뿐만 아니라 물가, 경기 등을 전반적으로 감안해야 한다” 등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과 비슷한 발언을 이어 나갔다. 발언만 놓고 봐서는 ‘매파’(물가를 중시하는 통화 긴축론자)인지 ‘비둘기파’(성장을 중시하는 통화 완화론자)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후보자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성장 잠재력 저하, 각 부문의 양극화, 경제 여력보다 많은 부채’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한은 재직 시절 폈던 통화정책의 적정성을 문제 삼았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2008년 미국 리먼 사태가 발생하기 한달 전에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그 정책적 오류는 굉장히 컸다”면서 “당시 한은의 통화신용정책 담당 부총재보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한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2010년 중반부터 2011년까지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당시 이명박 정부의 경기 활성화 기조에 맞춰 한은이 금리를 계속 동결하다가 뒤늦게 인상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2008년에는 한달 후에 리먼 사태가 올 줄 몰랐다”고 솔직하게 시인한 뒤 “2010년에는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지만 시기나 인상 폭에 있어 미흡한 점이 있다고 비판할 수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도 핵심 화두였다. 이 후보자는 “가계 부채에 관한 한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약돼 있다”면서 “가계 부채는 소득 증가율을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김중수 총재의 인사 잡음, 시장과의 불통도 문제 삼았다. 이 후보자는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관건은 신뢰”라며 “시장과의 소통, 정책 일관성, 조직 안정 등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예상과 달리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면제 문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이 후보자 측은 “병원 진단서 등 관련 소명 자료를 충분히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 아들은 대학 때 농구를 하다가 무릎을 다쳐 병역을 면제받았다. 재산은 부인과 딸의 재산을 포함해 총 17억 9000만원이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역대 청문회와 달리 (지루할 정도로) 정책 청문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후보자가 너무 신중하게 발언해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오후 질의가 끝난 직후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는 4월 1일 한은 총재에 취임하게 된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흡수통일 전제로 한 통일대박론 구체성 담아 냉철한 재인식 필요”

    “흡수통일 전제로 한 통일대박론 구체성 담아 냉철한 재인식 필요”

    “미국에서 만난 북한 고위층 인사는 ‘남북 간 체제 경쟁에서 이미 북측이 졌다’고 이야기했어요. 이를 모두 미국 탓으로 돌렸죠. 미국이 목 조르고 남측을 지원했기 때문이라고요. 흔히 북을 리비아와 비교하곤 하는데, 오히려 소말리아와 닮았어요. 곳곳이 요새이고 무력(군)이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비정상이면서 무서운 사회라는 뜻이죠.”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추진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을 지낸 문정인(63)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열린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특강에서 흡수 통일을 전제로 한 ‘통일 대박론’에 대해 냉철한 재인식을 주문했다. 문 교수는 “대박의 사전적 의미는 운 좋게 어떤 일이 크게 이뤄지는 것으로 요체는 운이다. 어떤 식으로 이룰지 규정하지 않고 이를 거론하는 것은 영국 철학자 화이트헤드가 주장하는 ‘오도된 구체성의 오류’를 범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게리 하트 상원의원 자문위원(1985년)과 통일원 자문위원(1994년) 등을 역임한 그는 김영삼 정부 이후 정부의 다양한 통일정책에 직간접으로 참여해 왔다. 최근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선 외적으론 경제와 비군사적 통일 기조를 동시에 유지하면서도 내적으로 비핵화란 전제조건을 내걸어 벽을 만들었다고 봤다. 문 교수는 “예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한반도 비핵화’를 얘기했을 때도 북측은 우라늄 재처리 등은 포기해도 핵탄두는 포기하지 않았다”며 “핵 문제 해결은 결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예전 우크라이나나 리비아식 핵 포기보다 넬슨 만델라 때의 남아공식 핵 포기가 이상적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해결을 봤기 때문이죠.” 그는 통일의 방식으로 ‘무력형’, ‘흡수형’, ‘합의형’, ‘신탁형’ 등 네 가지를 제안했다. 가장 부작용이 큰 것은 인명 살상이 따르는 무력통일이고,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유엔이나 중국 등 제3자가 개입한 신탁형이라고 했다. 이 중 신탁형은 강대국들의 개입으로 북측 재건 비용 일부를 부담시킬 순 있으나 ‘지연된 통일’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과 같은 국가연합을 거쳐 사람·자본의 이동을 허용하는 합의형 통일이 이상적이지만, 장애는 남북 양측의 강경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북 군부에 대해선 “내부 충성 경쟁이 가열되면서 한 북측 인사가 ‘군부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북측의 ‘급변 사태’ 가능성을 희박하게 봤다.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더라도 군부·당의 집단지도체제가 이어지고 이를 중국이 측면에서 지원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청진·함흥이 폐허가 되고, 나진·선봉이 번성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평양에서 나진·선봉을 가려면 8일이 걸린답니다. 이렇게 폐쇄된 사회에서 민중 봉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이렇게 들어선 민주정부도 남측에 주권을 넘기진 않을 겁니다.” 문 교수는 통일이 지배담론적 이데올로기가 돼선 곤란하며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고 경제가 정치를 앞서는 통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극단을 피하고 상식과 순리를 따르면 5~6년 안에라도 틀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구상에서 이런 가능성을 본다”며 “로켓 발사와 추가 핵실험을 강행하는 북에 전향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지만 위대한 지도자는 현실적 제약을 뛰어넘어 새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삼성생명 등 대형 금융사 자체 감사능력 크게 부족

    국내 대형 금융사의 자체 감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재무제표 작성 현황 점검 결과 18개 국내 은행과 10대 대형 증권사 및 보험사의 회계 전문 인력(3년 이상 경력 공인회계사)은 평균 1~2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7일 밝혔다. 시중은행은 평균 3.3명, 특수은행 2.4명, 지방은행 1.3명, 10대 증권사 2.5명, 10대 보험사 1.3명 수준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결산 담당 회계 전문인력이 1명도 없었다. 한화생명과 LIG손해보험, 한국투자증권, 수협도 마찬가지였다. 금감원은 회계 전문인력이 부족한 곳은 재무제표 작성을 외부 감사인에게 의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수십조원인 대형 금융사에 결산 담당 회계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외부 감사인이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하면 회계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회계 오류를 발견하기 어렵고 회계 투명성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삼성화재 측은 그러나 “3년 이상 된 회계인력은 없지만 국내회계사 15명, 미국회계사 10명이 있다”,“3년 이상 된 2명의 회계 전문 인력이 있었지만 금감원 측에서 반영하지 않았다”고 각각 해명했다. 금감원은 금융사가 외부 감사인과의 유착 관계를 차단해 공정한 회계 감사가 이뤄지기 위해 내부 통제 절차를 강화하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또 금융사가 외부 감사인과 장기 감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회계감사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없는지 감사위원회가 자체 점검해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北, 日과 납치문제 화해하기

    北, 日과 납치문제 화해하기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실종 당시 13세)의 부모가 북한에 거주하는 손녀 김혜경(26)씨와 처음으로 만났다고 일본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요코다의 아버지 시게루(81)와 어머니 사키에(78)는 지난 10∼14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메구미와 한국인 납북자 김영남씨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김은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구미의 부모와 김씨의 면회는 과거 일본 정부가 검토한 적이 있지만, 부모가 “만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손녀가 북한 당국으로부터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말을 들었을 우려가 있다”면서 면회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NHK는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과 일본 당국자가 이달 3일 비공식 협의를 거쳐 김씨와 메구미 부모의 만남에 합의했다고 복수의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하고, 이번 면회에는 김영남 씨도 동석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북한이 김씨의 몽골 방문을 허용한 것은 납치 문제 해결을 포함해 일본과의 협의를 진전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964년생인 메구미는 13살이던 1977년 일본 니가타현에서 하굣길에 납치됐다. 북한은 2002년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했다. 북한은 그동안 “메구미는 사망했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했지만 북한이 메구미의 것이라고 보내온 유골에서 다른 사람의 DNA가 검출되는 등 오류가 많아 일본 정부는 메구미의 생존을 전제하고 조기 귀국을 요구하고 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성동구 청렴도 높이기 돌입

    성동구가 12일 올 한 해 구정 목표인 ‘청렴 성동 3.0’ 실현을 위한 청렴도 향상 종합계획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3개 분야 15개 사업이다. 우선 매월 첫째 주 수요일을 ‘청렴의 날’로 정했다. 오전 일과 전 5분 정도 재미있는 이야기체로 구성된 청렴방송을 다 함께 듣는다. 마음가짐을 다지는 것이다. 흥미를 돋우기 위해 내부 행정망을 통해 매월 한번씩 돌발 행동강령 퀴즈를 푼다. 맞히면 청렴마일리지가 적립된다. 당연히 방송 내용에서 출제된다. 청렴엔 공무원 본인뿐 아니라 가족, 동료의 응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청렴유적지탐방제도를 도입한다. 자율적 내부 통제를 위해 ‘청백-e 시스템’도 도입했다. 업무 처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청렴성을 따져볼 수 있도록 해 부패를 예방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달 시범 운영을 거쳐 9월부터 지방재정, 지방세, 세외수입, 인허가, 인사 등 각종 행정정보시스템 데이터를 연동해 행정상 착오나 오류, 문제점을 확인해 나갈 방침이다. 또 간부 공무원에 대한 청렴도 평가, 간부들의 자가 진단, 명절이나 선거철 ‘청렴주의보’ 발령 등의 제도를 도입했다. 주민들도 적극 동참시킨다. 자영업자, 아파트 입주자 대표, 어린이집 원장, 부동산중개업자,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청렴교육’을 실시한다. ‘성동 해피콜’을 통해 민원에 대한 주민 불만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인다. 민원팀에 대한 고객 만족 설문조사도 벌인다. 주민이 감사팀에 참여하는 ‘구민감사관제’도 도입한다. 고재득 구청장은 “지속적인 청렴 활동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서울시 등 외부 기관에서 아주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면서 “청렴 성동 3.0은 소극적 반부패를 넘어 민관이 합동하는 적극적인 개념인 만큼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신뢰받는 성동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 檢, 유씨 출입경 기록 조작 가능성 ‘무게’… 가담자 추적 집중

    검찰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 수사의 핵심은 국가정보원 직원이나 국정원 협력자가 화교 출신 탈북자 유우성(34·전 서울시 공무원)씨의 북·중(北中) 출입경기록에서 ‘출-입-입-입’(出-入-入-入)을 ‘출-입-출-입’(出-入-出-入)으로 바꿨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다. 뒷부분 두 글자, ‘입-입’이 ‘출-입’으로 바뀌어 유씨가 간첩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유씨 변호인 측이 ‘입-입’을 ‘출-입’으로 조작했다는 주장에 대해 전산 전문가를 증인으로 내세우며 반격에 나섰다. 11일 검찰과 유씨 측 변호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이 유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한 핵심 증거는 지난해 11월 1일 국정원으로부터 건네받아 법원에 제출한 2006년 5월 23일부터 6월 10일까지의 유씨 북·중 출입경기록이다. 유씨 측 변호인은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공안국으로부터 ‘출-입-입-입’이 적힌 출입경기록을, 검찰은 ‘출-입-출-입’으로 적힌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을 각각 법원에 제출했다. 유씨는 2006년 5월 23일 어머니 장례를 치르기 위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27일 중국으로 나왔다. 이는 유씨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재입북 여부다. 변호인 측은 ‘출-입’은 국정원이 조작한 것이고 ‘입-입’은 전산 오류라고 반박했다. 유씨가 5월 23일 북한으로 갔다(출)가 5월 27일 중국으로 온 뒤(입) 같은 날 다시 북한에 갔다(출) 북한 보위부에 포섭된 뒤 6월 10일 중국으로 왔다(입)는 검찰 공소 사실을 정면 반박했다. 중국 대사관은 변호인 측 기록이 진본이고 검찰 문건은 위조본이라고 밝혀 검찰이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이에 유씨의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는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출-입-입-입’으로 기재된 유씨의 출입경기록은 전산시스템의 오류로 발생할 수 없다는 기존 주장을 입증해 ‘출-입-출-입’ 문서의 신빙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은 국정원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이 조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작에 관여한 인물들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출입경기록 문건이 조작으로 드러나면 검찰의 추가 증인 신청과 상관없이 공소 유지는 힘들 전망이다. 핵심 증거가 위조됐기 때문이다. 또한 국정원은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간첩으로 만든 것이 돼 형사 책임을 넘어 국정원 존립 기반에도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해커 놀이터 된 KT… 매일 20만~30만건 유출

    해커 놀이터 된 KT… 매일 20만~30만건 유출

    KT 홈페이지의 고객 정보를 해킹한 해커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해킹 도구로 1년 넘게 매일같이 제집 드나들듯 홈페이지에 접속해 1200만명의 고객 정보를 모조리 빼 갔다. 그러나 KT는 해커가 종횡무진 활보하고 있었는데도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유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2012년 7월 전산망 해킹으로 873만명의 개인 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 7개월 만에 다시 뚫렸고, 이 같은 사실을 1년 동안 까맣게 몰랐다는 점에서 KT의 엉성한 보안의식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년 전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 인프라를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공염불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엄벌 의지’를 밝힌 것도 이런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전문가들조차 이번 KT의 정보 유출 사고는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보안의식이 ‘빵점’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고라는 것이다. 먼저 KT 홈페이지 해킹에 사용된것으로 알려진 ‘파로스’는 PC와 서버 사이에 오가는 정보를 가로챌 수 있는 툴로 인터넷에서 누구나 공짜로 내려받을 수 있다. 해커는 이를 이용해 9자리 이용 대금 고객 정보 조회란에 000000000부터 999999999까지 9개의 숫자를 자동 입력하고 이와 일치하는 정보를 빼돌렸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잘못된 숫자가 수차례 입력되면 잠금 기능이 작동되는 기본적인 기능만 두었더라도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하루 20만~30만건의 정보가 유출됐다면 1년 동안 엄청난 트래픽 흐름이 있었을 텐데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KT가 눈 감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KT는 이용 대금 명세서에 적힌 9자리 고유번호만 입력해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객 정보를 너무 허술하게 관리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현재 KT 홈페이지의 보안은 자회사인 KT DS가 담당하고 있다.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발칵 뒤집혔다. 국민은행과 농협 등 금융기관 개인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게 엊그제인데 다른 곳도 아니고 이통사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사고가 알려진 직후 보안업체 전문가 등 민관 합동 조사관 8명을 급파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전문성이 뛰어난 민간 조사관을 통해 철저히 이번 사고를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유출 사실과 KT가 이를 알고도 묵과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지난 유출 사고에도 KT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개인정보보호의무 중 일부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과징금 7억 53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열린세상] 인간을 향한 R&D/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열린세상] 인간을 향한 R&D/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최초(最初), 최고(最高), 최대(最大)의 타이틀은 언제나 주목받는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도 그렇지만 기술 관련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러시아와 유럽 간 첨예한 기술 경쟁 속에서 탄생한 콩코드는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비행기였다. 1976년 상업 운행에 성공한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이자, 운항고도 역시 기존 일반 비행기로는 도달할 수 없었던 최고 수준(2만㎞)이었다. 당시 최첨단 항공 기술이 집적된 여객기답게, 평균 7~8시간이 걸리는 파리~뉴욕 구간을 3시간 만에 주파하는 성능을 자랑했다. 그런데 초음속 운항에 필요한 추진력을 내려면 연료가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콩코드의 요금은 일반 항공기의 1등석 요금보다도 세 배 이상 비쌌다. 운항 구간은 대서양 횡단으로만 한정됐다. 음속을 돌파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이 환경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행기 몸체가 좁고 길어서 1회 수송 가능 인원은 겨우 130명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여객기로서의 경제성이 현저히 낮았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많았다. 최초, 최고의 수식어를 달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콩코드는 결국 27년 만에 조용히 퇴장의 길을 걸어야 했다. 콩코드의 실패 사례는 국력 뽐내기, 기술력 자랑에만 치중하고 안전 의식이 취약했던 연구개발(R&D)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한 경쟁에만 매몰된 나머지 경제성을 도외시했던 콩코드는 훗날 ‘기술 과잉’의 대명사가 되고 만 셈이다. 콩코드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 자체에 목적을 두지 않는, 목표의식이 뚜렷한 R&D를 해야 한다. 그 목표는 단순하다. 바로 ‘사람’을 향하는 것이다. 제품을 사용하게 될 사람을 이해하고 사용자가 안락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R&D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실, 인간 중심의 R&D는 굳이 ‘최초’, ‘고유’의 기술일 필요가 없다. 원래 있던 것을 합치고 섞는 것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를 보라. 그는 제록스가 만들어놓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활용해 매킨토시의 UI를 완성했고, 멀티터치 기술 개발사를 인수하여 아이폰에 적용했다. 새로운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의 기술을 맥락에 맞게 재조합한 것이다. 그 결과 스티브 잡스는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직관적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 수 있었다. 이는 기술을 ‘이용자 중심, 인간 중심’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리디자인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다. 같은 대상이라도 전혀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 익숙한 제품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인간을 편하고 즐겁게 해주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경계를 뛰어넘는 ‘융합’의 힘이다. 요즘에는 애플 아이폰으로 시작된 인문학 중시 바람, 기술-인문 융합에 대한 관심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창조경제가 대두하면서부터 정부, 기업, 학교 등 거의 모든 곳에서 융합과 통섭이라는 단어가 핵심적인 화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융합’은 수단일 뿐 목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물론 융합은 기술 혁신을 가능케 하는 밑거름이 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론임은 분명하다. 그래도 융합 그 자체가 R&D의 목적이 돼선 안 된다. 융합만을 위한 R&D는 철학이 없는 짬뽕식 뒤섞기일 뿐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시각장애인용 2G(2세대)폰은 이미 단종됐는데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지원 기능은 실제 시각장애인이 쓰기에 너무 어렵고 불편하다’는 기사를 접했다. 일상생활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스마트폰이 정작 시각장애인에게는 무용지물이 된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그래서 제안해본다. 시각장애인이 편하게 쓸 수 있는 스마트폰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면 어떨까. 장애인이 쓰기 편한 스마트폰이라면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편리하게 쓰지 않겠는가. 1808년 이탈리아의 펠레그리노가 시각장애인이었던 여자친구를 위해 발명한 최초의 타자기가 결국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을 가져다 주었듯이 말이다. 사람 중심의 R&D, 인간 지향적인 R&D 아이디어는 멀리 있지 않다.
  • [서울대 추천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4)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서울대 추천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4)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내가 자주 보는 책, 자주 보지는 않지만 가까이 두고 가끔 책등이라도 보며 흐뭇해하고 싶은 책, 다른 사람들이 봐 주었으면 하는 책 등. 이런 여러 이유 때문에 책을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내가 제일 많이 선택하는 방법은 장르별로 분류해 꽂는 것인데 요즘처럼 장르가 분화되고 통합된 것이 많은 때엔 애매한 경우가 많다. 일단 크게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누고 문학 아래에 외국 문학과 우리 문학을 나누는 데까진 별 망설임이 없다. 비문학의 경우엔 철학, 역사, 정치, 경제, 과학 아래에서 천문 우주, 물리, 화학, 생물 등 아는 데까지 분류해 다음에 잘 쓰이도록 노력하지만 그래도 끝내 자리를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여기도 저기도 못 넣지만 소중하다고 여기는 책을 내 손과 눈이 가장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모아뒀다. 이 책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그런 책들 중에서도 눈에 가장 잘 띄는 자리에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 나는 이미 이타적 이기주의의 열렬한 옹호자였다. 우리가 착하게 행동하는 것은 그 행위의 결과가 이득을 주기 때문이라고 느낀 적이 많았다. 주택 단지에 살고 있는 나는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귀찮은 일들과 마주하곤 한다. 가령 눈이 많이 오면 아파트 시절엔 ‘눈이 많이 오네. 우산을 챙겨야 하나?’하고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당장 마을 길에 쌓인 눈을 치우지 않으면 차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택시를 불러도 올 수 없고 택배도 못 온다. 눈이 온다는 예보를 들으면 오늘 밤에 차를 경사진 길 아래에 세워두고 걸어 내려가 내일 아침을 맞이할 것인지, 새벽에 일어나 눈을 치울 것인지 정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제일 좋은 것은 내가 눈빛에 젖어 편안하게 자는 동안, 주변 풍경은 겨울 왕국처럼 놔두고 내가 움직일 차도에만 눈이 치워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일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므로. 그리하여 나는 눈을 치우기로 마음먹는다. 눈을 치우기로 결정하면 오히려 편해진다. 다른 누군가의 수고에 미안함을 가질 필요가 없고, 노동 끝에 오는 나른함에 커피가 더 향기롭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또 눈을 치우는 행위가 다른 사람의 눈에 읽혀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가 더해지는 부가적 이익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리처드 도킨스가 정의하는 ‘이기적’이라는 말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이타적 행위를 자신에게 이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여 이기적이라는 의미의 배경을 설명한다. 그는 행위가 이타 행위자의 생존가능성과 이타 행동 수혜자의 생존가능성을 높이는지 아닌지에 주목했다. 내가 눈을 치우는 행동을 하는 것이 겉보기에는 이타적으로 보일지라도 결국은 눈을 치우게 됨으로써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눈을 치우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내가 사는 곳이 살기 좋은 곳이 되면 그 혜택을 보는 것은 나뿐 아니라 이웃들도 될 테니까. 눈 치우기에 동참하지 않는 이웃을 욕하기보다는 나를 위해 눈을 치운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도 홀가분하다. 도킨스는 생물을 유전자의 생존 기계라고 표현하고 그들의 주인을 유전자로 비유하며 자연을 유전자의 눈으로 본다면 어떨지 제안한다. 유전자에 인격을 부여하면 자칫 오류에 빠질 수 있는 과학자들이 옳은 해답을 찾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물학에 문외한인 일반 독자들을 위해서, 비유에 찬성하지 않는 전문가들을 위해서, 전문가로 넘어가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 가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랐다. 실제로 그가 구사하고 있는 언어와 비유는 생명체를 보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도킨스는 유전자를 도박꾼에 비유하기도 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을 가진 유능한 프로그래머로 설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발랄한 비유와 풀어 쓴 어휘들 때문에 이 책이 쉽게 쓰인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는 증거는 본문 곳곳에서 또 참고문헌 목록에서 찾을 수 있다. 도킨스는 다른 학자들의 이론을 어떻게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가를 드러낸다. 유전자가 자신의 영속을 위해 어떻게 이기적으로 행동하는지 이론을 펼쳐나감에 있어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 설명함으로써 근거를 삼았다. 물론 나는 생물학에 문외한인 일반 독자들에 속하지만 그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시도한 노력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해 주고 싶다. 아주 재미있었다는 말이다. 이 책의 첫인상을 보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는 어렵다. 먼저 옮긴이 말부터 세 종류나 되는 서문, 권두사, 보주, 참고문헌 목록, 서평 발췌문까지 500쪽이 넘는 분량에 압도된다. 특히 낱낱의 글자들을 모두 씹어 먹을 듯 덤비는 의욕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더더욱 질리게 된다. 보주만 90쪽에 가까워서 이것만 해도 책 한 권 분량이 되기에 넉넉할 정도다. 책에 넌덜머리가 나야겠거든 주가 많이 달린 책을 읽을 때 꼼꼼하게 읽으면 효과만점이다. 재미있는 책은 누가 말려도 생각이 나고 다시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계속 책을 가까이하고 싶은 열망이 있다면 과감하게 주석을 읽지 말라고 하고 싶다. 주석이 없어도 도킨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다. 좋은 책은 그래야 한다. ‘오호라, 이 책 생각보다 재미있는데’라고 느끼는 것이 먼저다. 이성을 만나 호감이 생기고 그 호감이 애정으로 발전하면 결점들은 사소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것처럼 책과 친해지는 것이 먼저다. 서문과 권두사도 건너뛰면 책과 친해지기 더 쉽다. 서문은 책의 내용을 대충이라도 알고 있어야 뭔 소린지 알아들을 수 있다. 차라리 본문을 읽은 후에 읽으면 책 전체가 요약되고 저자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유전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목적의식이 분명한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또 유전자들이 탁자에 앉아 회의하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것은 도킨스가 유전자를 의인화한 것이 얼마나 강력한 장치인가 느끼게 한다.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유전자를 의인화하였다는 점이다. 유전자를 생물학의 한 분야로 받아들이지 않고 어떤 사람의 이야기로 받아들여 내 선택과 행동의 메커니즘에 대해 보다 근원적인 관심을 갖게 한다. 내가 왜 그런 판단을 하였을까? 내가 선택함으로써 얻게 될 이익들을 향해 유전자가 작용한 것일까? 그렇다면 유전자는 내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런 일련의 과정이 나와 같은 종, 결국 인간들뿐 아니라 생명계 전체에 어떤 의미로 작용하게 될까? 이렇게 많은 질문을 생산하고 다른 비유를 파생함으로써 생각의 여지는 무한대로 커진다. 인간관계의 여러 문제,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할 수도 있다. 나의 탄생이 얼마나 복잡한 혼합 메커니즘에 의한 것인지를 깨닫는 순간 개인의 소중한 가치가 드러난다. 이는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명제를 생생한 생활의 가치로 받아들이게 한다. 더 이상 책 꽂을 데가 없어 책을 골라 버리는 고통스러운 작업을 감행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절대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책들을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남는 책들이 있다. 학교 다닐 때 그리 열심히 보지 않아서인지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전공서적들에서 읽고 싶어서 샀지만 아직도 못 읽고 있는 책까지 저마다 나름대로 버리지 못할 이유가 있는 책들 사이에서 조용한 포스를 빛내고 있는 그들을 사랑한다. 그들 중에서도 ‘이기적 유전자’에게 ‘영원히 널 버리지 않을 거야’라고 속삭인다. 이 책은 나라는 생존 기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이기적 유전자로 작용할 것을 믿기 때문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지적 설계론’ 반박하는 진화생물학자 1976년 ‘이기적 유전자’를 발표하면서 동물행동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73)가 대중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지만, 이 작품이 그의 유일한 대표작은 아니다. 1982년 ‘확장된 표현형’, 1986년 ‘눈 먼 시계공’, 2006년 ‘만들어진 신’, 2009년 ‘지상 최대의 쇼’ 등 수많은 저술과 BBC와 같은 방송 매체를 활용해 도킨스는 창조론자들이 얘기하는 ‘지적 설계론’을 반박 중이다. 예컨대 “복잡한 시계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듯이 복잡한 유기체를 설계한 지성적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게 ‘지적 설계론’의 요체라면 도킨스는 ‘눈 먼 시계공’에서 “눈이 먼, 또는 애당초 의도하지 않은 진화의 과정을 통해 복잡한 유기체가 설계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1995~2009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대중의 과학이해를 위한 찰스 시모니 석좌교수’였던 도킨스는 2009년 정년 퇴임했지만 16명의 저자가 ‘지적 설계론’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으로 2012년에 펴 낸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 집필에 참여하는 등 여전히 논쟁의 복판에서 활동 중이다. 이론과 대중적 글쓰기를 섭렵한 도킨스의 영향력은 생물학뿐 아니라 철학, 심리학, 종교에 미치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檢, 위조 가능성에 무게… 국정원 조사 불가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검찰을 통해 법원에 제출한 문서와 유우성(34·전 서울시 공무원)씨 변호인 측이 같은 곳에서 발급받은 문서의 관인이 28일 동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국정원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대사관 영사부가 앞서 ‘검찰이 제출한 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된 것이고 변호인 측이 제출한 문서가 진본’이라고 밝힌 데다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의 문서 감정 결과에서도 두 문서가 다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검찰 진상조사팀(팀장 노정환)은 지난 24일 검찰 측이 제출 또는 확보한 문서 6건, 변호인 측이 제출한 문서 2건 등 8건에 대해 DFC에 감정을 의뢰했다. 이 가운데 DFC가 동일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문서는 검찰과 변호인 측이 허룽(和龍)시 싼허(三合) 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으로부터 발급받은 문서다. 변호인 측이 제출한 문서는 유씨의 출입경기록에서 입국이 세 번 반복되는 부분에 대해 ‘전산 오류로 인해 잘못 기재된 것’이라는 내용의 정황설명서다. 검찰이 제출한 문서는 이러한 유씨 측의 정황설명서가 ‘합법적으로 작성된 자료가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답변서다. 해당 문서는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 국정원 파견 직원인 이모 영사가 입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팀을 총괄하고 있는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어떤 것이 진본인지는 알 수 없다. 사법 공조를 통해 중국에 공식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문서 감정 결과를 토대로 문서가 위조됐을 가능성에 방점을 찍고 누가 어떤 경로를 통해 문서를 입수했는지와 입수 목적 및 의도 등을 중점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사팀은 이날 문서 3건의 입수에 개입한 이 영사를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이 영사는 해당 문서가 위조가 아니라는 국정원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 등 적극적인 강제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부장은 “조사와 수사에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혀 이미 조사에서 수사로 무게 중심을 옮겨 가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두 가지 문건에 사용된 관인이 다르다는 것과 문건의 진위 여부는 별개 문제”라면서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 과정 등을 통해 충분히 설명하고 입증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중국은 같은 관공서 내에서도 용도에 따라 복수의 인장을 사용하고 날인 시 힘의 강약, 인주 상태에 따라 글자 굵기 등이 달라져 정밀 감정 시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좋은 커피를 찾아서…”커핑의 세계로 오세요!”

    좋은 커피를 찾아서…”커핑의 세계로 오세요!”

    “맛있는 밥은 좋은 쌀로부터 나온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좋은 생두의 맛은 장비와 기술을 뛰어넘는다” 커피 본연의 맛을 강조고 고급커피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커피의 본연의 맛과 향을 감별하는 커핑(cupping)이 커피 전문가와 마니아들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로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밸런스 회원들이 직접 진행한 커핑 평가표. 커핑은 커피 본질의 맛과 향을 감별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다. 즉, 커피를 만드는 생두가 지닌 품질을 평가하고, 그 속에 담긴 고유한 풍미를 읽어내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커퍼(cupper)라고 하는데, 유능한 커퍼는 커피 한잔에 담긴 수 십 가지의 향과 맛을 찾아내기도 한다. 커핑은 커피 향을 맡는 냄새맡기(스니핑, sniffing)와 후루룩거리며 들여 마시는 ‘슬러핑(slurping)’을 기본으로 한다. 최근에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커핑 번개모임을 하거나, 커핑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놀이터’를 표방하는 커피 창작공방인 커피밸런스(www.coffeebalance)가 바로 그곳이다. 커피밸런스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커피 레시피를 공개하고,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친구(팔로어)를 맺을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로 최근 문을 열었다. 이 곳은 누구나 쉽게 커핑을 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커핑룸과 커핑 데이터를 온라인에서 기재하고 공유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커핑은 커피가루를 넣은 컵에 물을 부으면 거품이 올라온다. 먼저 이를 터트리면서 냄새를 맡고, 커피가루가 가라앉으면, 혀에 골고루 묻히고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맛을 본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서 진행하면서 분쇄된 향, 풍미, 후미, 산미, 바디, 밸런스, 균일성, 단맛, 깨끗함, 결함, 종합점수 등 커핑을 통해 느꼈던 다양한 커피 맛과 향을 커핑 양식에 기재하게 된다. 커피밸런스는 이전에는 칠판이나 종이를 이용해 이런 커핑 과정의 데이터를 적었던 것을 온라인에서 기재할 수 있는 서식을 제공한다. 또한 이 데이터를 공개여부를 선택할 수 도 있다. 그렇다면, 커핑을 온라인으로 가져 가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우선은 커핑 시간을 대폭 줄여줄 수 있다. 커핑 결과를 일일이 말로 설명하고 듣고 기재하는 방식이다 보니, 사람이 많아질수록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일일이 수기에 따른 정보의 오류를 줄이고, 파편화된 커핑 정보의 체계적 관리가 가능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자신의 커핑이 어느 정도 정확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비교 평가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종류의 커피를 가지고 몇 일전 했던 커핑 점수와 방금 진행한 점수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커핑은 로스팅하기 전 커피 맛의 객관성을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 커핑은 바로 자기 맘대로 맛이 있다, 없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표준적이고 객관화된 맛을 골라내는 능력이다. 유능한 커퍼일수록 같은 종류의 커피를 언제 어디서든 맛을 보아도 매우 비슷하면서도 표준적인 점수를 표기하게 돼 있다. 커피밸런스 관계자는 “커피의 선호도가 점차 커피믹스 등 인스턴트에서 원재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추출식 커피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좋은 생두를 분별하는 커핑이 중요하다”며 “커피를 즐기는 누구나 쉽게 좀 더 고급스러운 커피를 맛 볼 수 있도록 커피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손발 묶인 텔레마케터] 고객 DB 제한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사채까지 쓰며 극단적 생각도”

    [손발 묶인 텔레마케터] 고객 DB 제한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사채까지 쓰며 극단적 생각도”

    “사채까지 썼습니다. 신경안정제를 먹으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입니다. 왜 아무 잘못도 없는 텔레마케팅(TM) 직원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 걸까요.” 보험사 TM 경력 10년차인 김미경(40·여·가명)씨는 벌써 한달 가까이 실직 아닌 실직 상태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사 TM 업무 금지 조치를 내린 지 18일 만에 보험사 TM 영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했지만 영업 수단인 고객 데이터 베이스(DB) 이용에 제한을 둬 손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와 카드사의 TM 영업이 재개됐지만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는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의 후속 대책으로 금융위가 내놓은 TM 영업금지 조치가 4만 7000여명에 이르는 텔레마케터의 생계와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온 뒤 보험사는 지난 14일부터, 카드사는 이 날부터 TM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정작 현장에 있는 텔레마케터들은 “고통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금융당국은 합법적으로 수집한 고객 정보인지 검증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최고경영자(CEO)의 확약서를 받은 보험사부터 영업을 재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말이 재개였을 뿐 고객 정보가 합법적으로 수집된 것인지 수백만건의 DB를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3일에 1건 계약 성사는 옛말 평소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김씨는 TM 영업 금지 사태가 일어나기 전 하루 평균 150개의 DB를 받았다. 영업 재개 이후 회사로부터 받는 DB는 15개로 줄었다. 10분의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김씨는 “예전에는 150개 DB를 받아 하루 종일 전화를 돌려 잘하면 하루에 1~2건, 못하면 3일에 1건 정도 계약을 성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받는 15개 DB는 합법적으로 수집한 정보임이 확인된 것들이다. 하지만 15개 DB를 바탕으로 전화를 걸어도 전화번호가 바뀌었거나 최근 금융당국의 정책을 듣고 이렇게 전화해도 되느냐고 따져묻는 고객들의 항의만 들을 뿐이다. 김씨는 “전화 한 통화에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데 15개 DB를 가지고 전화를 돌려봐도 걸리는 시간은 고작 1시간이며 결국 6시간 넘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면서 점심값과 교통비만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24일부터 영업을 재개한 카드사 텔레마케터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등 3개 카드사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에 대해 개인 정보 활용 동의 사실이 확인된 고객을 상대로만 전화영업을 한다는 CEO의 확약서를 내는 조건으로 TM 영업을 다시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각 카드사들은 만에 하나 고객 민원이 발생할 경우 CEO가 퇴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큰 부담을 느낀 듯 합법적으로 수집한 고객 정보 DB를 구분하는 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합법적인 정보만 갖고 TM 영업을 하겠다고 확약서를 내고 나서 나중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직접적인 타격이 있기 때문에 완벽히 점검이 끝난 뒤 확약서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이날 오후 한 TM 업체 사무실은 영업 재개 소식이 무색할 정도로 적막감이 흘렀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이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각종 상품을 홍보하기에 바쁜 TM 직원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지만 사무실을 지키는 텔레마케터들도 많지 않았다. 해당 TM 업체 관계자는 “텔레마케팅에 대한 고객들의 거부감이 높아져서 콜(전화) 성공률이 대폭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 영업을 재개하기보다 앞으로의 영업 방식에 대해 교육하는 시간을 먼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력 8년차의 카드사 텔레마케터 연모(38·여)씨는 “과거 고객과 통화했던 녹음 내용을 들어보면서 모니터링하는 교육으로 하루 시간을 대부분 보내고 있다”면서 “언제부터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사 TM 활동에 대한 당국의 제재가 강화되자 이 기회에 업종을 바꾸는 텔레마케터들도 있다. 한 생명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TM 업무를 하는 업체에서 3년간 일한 김현미(34·여)씨는 “정보 유출 사태 이후에 고객들의 민감도가 높아져서 보험이나 카드나 마찬가지로 전화 영업을 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면서 “동료들 가운데서는 보험사, 카드사 소속 마케터로 일하다가 홈쇼핑 업체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고객들의 해약이다. 기본급 없이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받는 텔레마케터들에게 고객의 계약 해지는 ‘급여 압류’를 뜻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기존 가입 고객들이 최근 금융당국의 TM 영업 금지 때문에 자신의 보험 가입이 잘못된 게 아니냐며 항의하고 해약하는데 그럴 때마다 기존 성과급을 회사 측에서 도로 가져간다”고 말했다. TM 직원들은 4대 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생계형 자영업자 신분이다. 보험사 텔레마케터 김모(40·여)씨는 “영업 금지 조치 이후부터 해약돼 회사가 도로 가져간 성과급만 62만원”이라면서 “신계약은 이뤄지지 않고 돈은 도로 가져가는데 자영업자 신분이다 보니 은행 대출도 어려워 생계 때문에 400만원 사채를 빌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자녀의 어머니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김씨는 “한 달에 평균 150만원 벌까 말까였는데 그마저 수입도 없고 마이너스만 생기니 살기가 너무 힘들어 극단적인 생각을 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너무 힘들어” 이직하는 사람 늘어 TM 경력 11년차인 박선영(42·여·가명)씨는 이번 TM 영업 제한으로 아예 업계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그만둔 상태다. 박씨가 그만두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회사의 태도 때문이다. 박씨는 “기존 보험이 해약되는 데 대한 손해는 TM 직원이 다 책임질뿐더러 최소한의 생계 보장에 필요한 기본급도 없이 알아서 남으려면 남고 아니면 나가라는 식”이라면서 “정당한 노동자로 인정받고 있지 않다는 것에 너무 실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TM 영업에 문제가 있다는 고객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TM 영업이 재개됐더라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그때까지 자리만 지키다가는 생계가 어려울 것 같아 경력이 있음에도 그만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 이후 금융사 TM 영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악화된 것도 이들의 입지를 좁게 만든다. 고객들이 걸어오는 전화를 받아 민원이나 질문을 듣는 ‘인바운드’ 텔레마케터들은 “마치 죄인처럼 빌어야 하거나 고객들에게 폭언을 듣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하소연한다. TM 전문 용역업체 K사에서 영업팀장을 맡고 있는 최모(48·여)씨는 “직원들의 정신적 피로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사는 카드사의 정보 유출 사태 직후 한 카드사 고객센터에 나가 카드 해지 및 재발급 등 전화 업무를 담당하는 일을 했다. 최씨는 “개인 정보가 유출된 고객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시간이 넘도록 전화를 붙잡고 화를 퍼붓거나 재발급 등 후속 조치는 듣지도 않고 무작정 보상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종종 있어 쩔쩔매다 울음을 터뜨린 직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TM 직원들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품 등을 판매하는 ‘아웃바운드’ 업무 재개는 꿈도 못 꾸고 있다. 이 회사 직원 김모(36·여)씨는 “당장 일거리가 없는 것, 용역업체라 일거리가 없으면 없는 대로 기다려야만 하는 것도 억울하지만 그보다 고객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면서 “정작 잘못한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영업 최일선에 있는 TM 직원들이 모두 덤터기를 쓴다. TM 조직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H빔 정품 아니다” “볼트·너트 덜 썼다” 쏟아지는 의혹들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의 원인을 두고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체육관 지붕에 쌓인 습설(濕雪·수증기를 머금은 눈) 등 하중에 취약한 ‘PEB(샌드위치패널) 공법’으로 지어졌지만 비슷한 강설량을 보인 같은 지역의 PEB 건물들과 달리 10여초 만에 힘없이 무너져 내린 탓에 설계 오류나 부실공사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붕괴사고 직후 나온 가장 두드러진 의혹은 ‘천장의 하중을 견딜 강철 H빔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H빔은 벽면과 천장에 설치돼 지붕의 무게를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체육관 설계도에는 두께 500×400㎜의 철골 H빔 기둥이 가로·세로에 각 7개, 지붕에는 600×400㎜ H빔이 설치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붕괴 현장을 살펴보니 H빔이 아예 없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정부 조사단으로 붕괴현장을 살펴본 박영석 명지대 교수(토목환경공학과)는 “H빔을 안 쓰고 지었다는 언론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 전 체육관 모습이 담긴 사진에도 천장과 벽면에 설치된 H빔 모습이 보인다. 다만 H빔이 정품이 아니거나 지나치게 얇은 굵기의 철골을 사용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강영종 고려대 교수(건축사회환경공학부)는 “벽면 등에 설치된 여러 개의 H빔 굵기가 달라도 설계도에 나와 있는 대로 썼다면 문제 될 게 없다”면서 “하지만 설계도와 달리 시공했거나 설계도 자체가 구조안전 계산을 잘못했다면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천장의 이음새 부분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건물 구조상 하중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지붕의 가운데 부분이다. 앞쪽부터 무너졌으니 무대 쪽 지붕의 철골 연결 부위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경구 단국대 교수(건축공학과)는 “천장 전체가 힘없이 무너져내린 것을 보면 보와 기둥의 접합부 또는 기둥과 바닥 구조물의 접합부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리조트 측이 울산의 한 건설업체에 체육관 보강공사 견적을 의뢰했다는 의혹도 검증해봐야 한다. 사실이라면 리조트 측이 체육관 구조물의 결함을 알고도 무리하게 부산외대 학생들을 받아 참사를 불렀다고 볼 수 있다. 리조트 소유주인 코오롱 측은 당초 “사실무근의 뜬소문으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자체 조사해본 결과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사설] 입양시스템 돌아보게 하는 美 입양아의 죽음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의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네살배기 현수의 처참한 죽음은 우리 사회의 입양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현수는 이달 초 입양 석달 만에 두개골이 골절되고, 온몸에 멍이 든 모습으로 생을 마쳤다. 보도에 따르면 양아버지 브라이언 패트릭 오캘러헌이 살해범으로 지목돼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수만리 떨어진 이국땅에서 양아버지의 학대에 고통스러워했을 현수가 한없이 측은할 따름이다. 물론 모든 입양 아동들이 현수처럼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중소기업혁신디지털부 장관처럼 양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훌륭하게 성장한 입양아도 적지 않다. 문제는 오캘러헌과 같은 ‘패륜’ 양부모들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입양특례법을 개정해 신고제를 법원 허가제로 바꾸고 입양 예비부모의 범죄경력 등에 대한 가정조사를 필수화하는 등 입양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그런데도 현수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외 어느 곳에서는 제2, 제3의 현수가 학대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계 최대의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은 벗었지만 우리나라 아동의 해외 입양은 여전히 세계 4~5위로 높다. 2012년 한 해만 해도 해외입양 아동이 755명에 이른다. 특히 버려진 장애 아동은 99% 해외에 입양되고 있다. 혈연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문화 탓에 국내 입양이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도 문제지만 홀트아동복지회를 비롯한 해외입양 단체들의 오류 가능성도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홀트 기준에 따르면 한국 아동을 입양하는 가정은 2만 500달러(약 2200만원)의 비용을 홀트 측에 지불해야 한다. 몽골 아동은 9890달러에 불과하다. 일각에서 ‘입양 비즈니스’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입양이 돈벌이 수단인 양 ‘시장’에서처럼 거래를 통해 이뤄진다면 인륜의 도리와는 맞지 않는 일이다. 양부모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렌즈’도 탁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차제에 해외 입양의 문제점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그것이 제2, 제3의 현수를 막는 길이다.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미래학자의 통찰법(최윤식 지음, 김영사 펴냄) 정부기관과 핵심기업들의 전략멘토로 활동하는 미래학자 최윤식의 통찰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치열한 비즈니스 정글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100년 기업들을 집중분석해 그 이면에 숨겨진 통찰의 비밀을 조명했다. 미래의 신문과 잡지에서 흘러나오는 수많은 정보 가운데 사실과 견해를 구분하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 미래 패턴을 추출하는 방법,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오류를 반전의 기회로 바꾸는 관심 질문법, 빅데이터를 만드는 정보수집 원칙, 미래전략 시나리오 작성법, 대중심리를 활용한 비즈니스 프로파일링 기술까지 저자가 개발하고 현장에서 적용·발전시킨 실전 통찰 프로세스를 소개한다. 저자는 통찰력이 규칙과 습관의 산물이며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날카롭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복잡한 현대사회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이치와 구조,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현재의 변화를 꿰뚫어 보고 미래의 기회를 선점하도록 돕는다. 268쪽. 1만 4000원. 발칸의 역사(마크 마조워 지음, 이순호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문명의 교차로이자 유럽의 화약고로 수백년 동안 큰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발칸의 명암을 균형 잡힌 감각으로 그린 책. 2006년 초판을 새로운 편집으로 다듬었다. 세계 지도에 모습을 드러낸 지 고작 200여년이지만 실타래처럼 뒤엉킨 피정복민의 역사를 간직한 발칸은 그 비극의 역사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형성됐다는 점에서 해법을 찾기 힘든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발칸사의 권위자인 저자는 발칸의 정체성을 찾고 침략자들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발칸인의 투쟁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면서도 동서양의 강대국들에 의해 강요된 종교적,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발칸인의 한계에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매년 탁월한 대중역사서에 수여하는 영국의 권위 있는 울프슨역사상을 수상한 책이다. 날카로운 일침을 보낸다. 현 분쟁의 역사적 뿌리를 예리하게 파헤치는 한편 1, 2차 세계 대전과 냉전기에서부터 공산주의 붕괴, 유고 연방의 와해, 유럽 남동부의 최근 안정화 노력까지 발칸의 전 역사를 조명했다. 279쪽. 1만 3000원.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마음의 병 23가지(보르빈 반델로 지음, 김태희 옮김, 교양인 펴냄) 신경과 및 정신과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독일의 정신의학자 보르빈 반델로가 쓴 심리질환에 관한 안내서. 우울증, 강박증, 사회 공포증, 광장 공포증, 정신분열증, 거식증, 수면장애, 알코올 중독, 치매 등 23가지 마음의 병에 대해 원인과 증상, 자가 진단법과 다스리는 법을 실제 사례와 함께 설명했다. 저자는 “뇌는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기관이고 심리적 증상은 종종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해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음에 입은 상처나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신체적 손상, 뒤엉킨 신경체계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원인이 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호전될 수 있다.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새로운 치료방법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은 심리질환에 대한, 그리고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 때문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440쪽. 1만 8000원.
  • [사설] 美 ‘동해법’ 통과 전 세계 표기 오류 시정 계기로

    일본해만 인정하던 미국 교과서에 처음으로 동해가 함께 표기된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동해 병기 법안이 그제 하원을 통과됐다. 이 법안의 통과로 앞으로 버지니아주의 공립학교 교과서에서는 일본해와 함께 동해도 의무적으로 병기해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 동해의 공식적인 등장은 1929년 국제수로기구(IHO) 회의에서 일본해 명칭이 제기된 후 세계 지도에서 동해가 사라진 지 85년 만이다. 공화당 티머시 휴고 의원이 발의한 동해 병기 법안이 찬성 81표, 반대 15표로 압도적으로 처리된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법안은 미 연방정부가 견지하는 이른바 ‘단일 지명’ 원칙과 배치된다. 그럼에도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일본 식민지 시절 불가피하게 일본해로 쓸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슬픈 역사를 가슴으로 공감한 것은 물론 비판적 시각에서 역사를 재해석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구나 일본의 집요한 방해 공작을 뚫고 이룬 쾌거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앞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하원에 올라가자 이를 전후로 일본은 법안 저지를 위해서 총력전을 펼쳤다.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는 매콜리프 버지니아주 주지사에게 협박성 편지를 보내고 찾아가는 것도 모자라 로비스트를 고용해 법안 저지 임무를 맡기기도 했다. 일본의 경제력을 내세워 주 의회를 회유하려고 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만 것이다. 이번 법안 통과의 일등 공신은 한인의 조직적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 교포들이다. 이들은 교과서에 왜 동해를 함께 표기해야 하는 역사적 이유를 의원들을 찾아가 일일이 호소했고, 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생업을 제쳐 두고 의회를 찾아 무언의 ‘압력’을 넣기도 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 한인이 많이 사는 지역의 의원이라는 것만 봐도 교포들이 얼마나 이 문제에 집요하게 매달렸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이 운동을 주도해 온 한인회장이 “주지사가 정식으로 법안에 서명할 때 이메일 보내기 운동을 벌이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에서 정부의 어느 고위 인사나 국회의원보다 백배 천배 낫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큰 이변이 없이 버지니아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하면 오는 7월 1일부터 법안은 효력을 발생한다고 한다. 앞으로 미국을 짊어질 학생들은 학교에서 동해를 통해 동북아의 과거사를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은 미국에서의 한·일 역사전쟁에서 우리의 작은 승리다. 최근 위안부 만화전도 프랑스에서 대성황을 이뤘다. 이 모두 우리 민·관이 합작해 일군 소프트외교의 개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일이 전 세계의 지도에 동해를 새겨 넣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 쌍용차 153명 정리해고 무효 판결… 울음바다 된 법정

    쌍용차 153명 정리해고 무효 판결… 울음바다 된 법정

    2009년 쌍용차 대량 해고 사태의 해직자들이 4년간의 긴 법정 싸움 끝에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회사 측이 상고의 뜻을 밝혀 이들이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 조해현)는 7일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모씨 등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이들에 대한 해고는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쌍용차 정리해고의 출발점이 된 안진회계법인의 2008년 감사보고서가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쌍용차가 장기공급 계약이 맺어져 있던 차종이 단종되는 것을 전제로 매출 수량을 과소평가했고, 자동차 1대당 생산시간(HPV)이 경쟁사보다 높다는 이유만으로 생산효율성이 낮다고 단정해 이를 인원 감축의 근거로 삼았다”며 회계보고서에 오류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대량 해고를 피하기 위한 회사 측의 노력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쌍용차 정리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거나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대기업인 쌍용차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도 더 많이 요구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만약 구조조정이 필요했더라도 총근로자의 3분의1이 넘는 대규모의 인원 삭감을 해야만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선고가 끝나자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30여명의 해직자와 그 가족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말없이 눈물을 훔쳤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선고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읽어 나가는 판결을 들을 때 눈물만 났다”면서 “이번 판결로 사측이 해고 문제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쌍용차 측은 이날 즉각 상고 방침을 밝히며 해직자들의 바람을 외면했다. 2008년 자동차 판매 부진과 국내외 금융위기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쌍용차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2009년 4월 전체 인력의 37%에 달하는 2646명의 구조조정을 노조에 통보했다. 회사와 노조의 극한 대립 끝에 대부분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을 하고 165명만이 최종 정리해고됐다. 이 중 153명이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에서 1심은 “금융위기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고를 단행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결문 검토를 마치는 대로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쌍용차는 2009년 법원이 쌍용차의 회생절차 신청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경영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제시했고, 이를 이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쌍용차의 회계조작 여부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회계자료를 조작해 대규모 정리해고를 한 혐의로 쌍용차 전·현직 임원과 안진회계법인 등을 고발했으나 지난해 1월 시한부 기소중지했다. 당시 검찰은 해고무효 소송의 항소심 재판부가 회계자료 조작 여부에 대해 감정에 들어가자 “결과가 나온 뒤 이를 토대로 결정할 것”이라며 수사를 중단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그동안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쌍용차의 ‘기획 부도’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재미 더한 팩션 사극인가 팩트 빠진 역사 왜곡인가

    재미 더한 팩션 사극인가 팩트 빠진 역사 왜곡인가

    “실제 역사를 지나치게 무시했다.” “팩션 사극이니 그저 재미로 보자.”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이다. 방영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기황후’는 시청률 25%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극 자체로만 본다면 액션과 궁중 암투, 달달하고 애절한 로맨스가 버무려진 재미있는 드라마이지만, 극적 재미를 위해 실제 역사의 영역을 지나치게 침범한 점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황후’의 힘은 풍성한 이야기와 빠른 전개에 있다. 주인공 기승냥(하지원)이 공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남장을 한 채 살아가며 고려 세자 왕유(주진모)와 원나라 황태제 타환(지창욱)과 만나는 초반부터 승냥이 원나라 황실로 들어가 타환의 후궁이 되는 중반까지 매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승냥-왕유-타환의 삼각 로맨스와 승냥과 황후 타나실리(백진희)의 대립, 원 황실의 암투 등 이야기거리가 넘친다. 특히 최근에는 승냥과 타나실리의 대립이 본격화하면서 박진감을 더하고 있다. 궁녀인 승냥이 왕유의 아이를 낳았지만 타나실리가 그 아이를 데려다 자신의 아이인 양 키운다. 죽을 고비를 넘긴 승냥은 타환의 후궁이 됐고 온갖 계략으로 타나실리에게 맞선다. 점차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힘도 강하다. 지난 4일 방영된 28회는 시청률이 25.3%까지 치솟았다. 특히 연령별 시청률은 30~50대 여성(15.8~23.4%)과 40~50대 남성(13.3~13.7%, 이상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에서 높았다. ‘기황후’의 높은 시청률은 주로 중장년층의 지지를 업은 결과다. 그러나 드라마의 재미만으로 모든 논란을 덮지는 못하고 있다. ‘팩션 사극’이라는 방패막 뒤에서 역사적 사실을 지나치게 간과한 점이 지적되고 있는 것. 프로그램은 방영 전부터 기황후와 충혜왕을 미화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제작진은 “기획 단계부터 역사적 인물에서 일부만 따와 허구의 인물을 섞는 팩션으로 구상했다”고 해명했다. 그 외에도 극적인 재미를 위해 역사적 사실을 무리하게 바꿔놓은 흔적이 적잖다. 고려와 원나라의 관계 설정이 대표적인 사례. 고려왕은 원나라 장수에게 고초를 겪고 고려인들은 원나라의 전쟁에 총알받이로 끌려간다. 그러나 실제 원의 부마국(사위의 나라)이었던 고려는 속국처럼 낮은 지위가 아니었다. 기황후의 일대기도 마찬가지. 승냥이 어릴 때 원나라 장수의 활에 맞아 죽은 어머니는 사실 그가 황후가 된 뒤 대부인 작위를 받고 고려에서 호사를 누렸다. 세부적인 사실관계에서의 오류도 지적된다. 시청자들은 8세기에 멸망한 돌궐이 드라마에서는 14세기에 원나라를 침략하고, 타나실리와 승냥이 외우는 여성 교훈서 ‘내훈’(內訓)이 중국 명대와 조선시대에 쓰였다는 사실을 꼬집는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최고 권력자의 사랑을 얻으려는 여인들의 궁중 암투는 ‘장희빈’, ‘장녹수’ 등에서 익히 봐왔던 것”이라면서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전개가 드라마의 유인책이 됐던 작품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차라리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시대와 인물이었다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됐겠지만 역사적 사실관계를 자의적으로 가공하면서까지 기황후라는 인물을 왜 지금 다뤄야 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드라마에서는 기황후를 드라마로 소환한 작가의 목적의식이 명료하게 설명되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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